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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포 甲’ 징벌적 손해배상제 추진

    국회가 영업점포를 상대로 한 대기업의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에 본격 착수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에게 실질적 보상을 해주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최근 남양유업 본사 직원이 대리점 직원에게 폭언을 일삼은 내용이 공개돼 ‘갑(甲)의 횡포’ 문제가 대두되면서 관련 법안도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린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은 14일 국회에서 ‘대기업·영업점 간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갖고 불공정한 갑을 관계 개선을 위한 5대 조치를 제시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집단소송제 도입, 사인(私人·개인 또는 사적 법인)의 행위금지 청구제도 도입,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대한 고발인(신고인)의 불복 기회 부여, 내부 고발자 보호 및 보상 강화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종훈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기로 했다. 이 의원은 “공정위가 대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해도 신고자에게는 아무런 보상이나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액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조경제는 대기업과 영업점 간 착취적 관계가 유지되는 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실모는 남양유업 사태에서 드러난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 사례로 제품을 과도하게 떠넘기는 ‘밀어내기’를 비롯해 ‘금품요구’, ‘유통기한 임박상품 보내기’, 재계약 해지 압박, 증거은폐·데이터 조작 등을 꼽았다. 이날 간담회는 갑에 대한 을(乙)의 성토장이었다. 이창섭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장은 “경제정의에 역행하는 악덕 대기업의 횡포에 힘 없는 서민들은 억울함조차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연예기획사 횡포 방지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법’ 윤곽

    연예기획사 횡포 방지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법’ 윤곽

    “‘그녀’가 죽었습니다.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상식이 깨진 연예계, 더 나아가 부조리한 사회에 모두가 분노했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영화 ‘노리개’ 중) 연예기획사의 횡포를 막자는 이른바 ‘장자연 법’ 제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연예계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법을 제정하자는 쪽은 2009년 3월 여배우 장자연의 죽음으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음성화된 성상납 문제 등을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고,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풍토를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 일정 요건 이상을 갖춘 연예기획사의 활동만을 허용하는 ‘등록제’를 추진 중이다. 현행 신고제에서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반면 법 제정을 우려하는 쪽은 진입장벽을 높이게 되면 기존 연예기획사들의 기득권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장자연 법’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이 지난 2일 공동으로 연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 지원법’ 공청회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의 핵심은 대중문화 제작업과 기획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예기획사 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필터링을 거쳐 등록된 연예기획사는 행정기관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장자연이 소속됐던 연예기획사나 그간 문제를 일으킨 연예매니지먼트 회사 대부분이 일정 규모 이상을 갖췄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을 높이는 등록제가 어느 정도 유효하겠느냐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행정지도가 실효성을 띨 수 있느냐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연예기획사는 1000여개에 이른다. 현행법상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별도의 설립요건이 없다. 제정 법안은 일정 자본이나 전문성을 가진 사업자만 시장진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법안은 또 열등한 위치에 놓인 여성 대중문화예술인(연예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형법상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와 별도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했다. 제17조 ‘금지행위’는 대중문화예술사업자나 제작진이 연‘예인에게 ‘이익의 제공’이나 ‘약속’ 또는 ‘불이익의 위협’을 통해 성매매 알선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황승흠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기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선 연예인이 (캐스팅 등) 특정 이익과 관련된 성행위를 할 경우 성을 파는 행위로 치부됐고, 연예인이 먼저 은밀한 성행위 알선을 입증해야 알선자 처벌이 가능했다”면서 “새 법에선 처벌 특례조항을 둬 피해 연예인이 면책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안은 만 15세 미만 청소년이 대중문화예술에 종사하면 일주일에 35시간 넘게 일하지 못하게 해 학습권, 휴식권, 수면권 등을 보장했다. 표준계약서 보급, 정기적 산업 실태 조사 등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2년 공정거래위가 일정 기준을 제시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졌다”면서 “등록제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여성 연예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와 경제적 착취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예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아이돌그룹 SS501 출신의 가수 겸 배우 김형준은 “가수로서 꿈을 키울 무렵 기획사를 발로 찾아다니며 오디션도 보고 길거리 캐스팅도 됐다. 당시에 사람들이 했던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등록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공진 연예매니지먼트협회 부회장도 “‘장자연 사건’ 이후 관련 협회 간 논의가 이뤄졌으나 이견이 많았다”면서 “현실과 법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등록제가 필요하고, 연예 매니저와 사업자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연기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기자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사회의 온갖 모순이 함축된 연예계의 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선 연예기획사를 비롯한 방송사 등 사회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이뤄진다는 연예인의 성상납과 관련해선 사회 고위층 등 수요자를 직접 처벌하는 특례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원로 연기자도 “문제의 본질은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법의 구제를 받기 전에 사회적 강자들로부터 보복당한다는 데 있다. 제보자의 신원을 지켜주는 등 보다 현실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구 의류업체 잇단 철수… 방글라데시 경제도 붕괴 위기

    최근 의류공장 건물 붕괴 참사로 500여명이 숨진 방글라데시에서 서구 원청업체들이 안전 문제를 내세우며 하청을 끊고 철수하고 있어 방글라데시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서구 원청업체들은 지난해 12월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화재에 이어 지난주 8층짜리 의류공장 건물 붕괴로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자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라이선스 계약업체들에 “더 이상 방글라데시에서 자사 상표가 붙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고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월트디즈니는 자사 캐릭터가 붙은 스웨트 셔츠가 담긴 상자들이 이번에 붕괴된 의류공장에서 발견되자 사실상 철수 결정을 내렸다. 디즈니 캐릭터가 부착된 스웨트 셔츠는 월마트 매장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미국 유통업체 타깃과 시어스, 나이키, 리바이스 등도 방글라데시 하청 공장 숫자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탈리아 브랜드 베네통은 붕괴 사고 이후 성명에서 “해당 업체를 하청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서방 업체들이 방글라데시에서 서둘러 발을 빼고 있는 것은 하청 공장의 안전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이지만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파업 등 정치적 불안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부 서방 업체들은 인도나 캄보디아 등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어 방글라데시 수출업자들이 더욱 울상을 짓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방 업체들의 철수는 의류가 수출의 80%나 차지하는 방글라데시에 엄청난 타격이라는 것이 미 의원들과 노동단체들의 지적이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민주당 샌더 레빈 의원은 “의류 제조업은 방글라데시 국민에게 너무 중요하다”며 “서방 브랜드 업체 철수는 일자리를 없애 국민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3일 “데님 셔츠 1장을 만드는 데 미국에서는 인건비 7.47달러 등 모두 13.22달러가 드는데 방글라데시에서는 노동력 착취에 따른 인건비가 0.22달러에 불과에 최종 비용은 3.72달러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편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현재 노동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는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시나 총리의 발언은 서구 유명 브랜드 업체들이 방글라데시를 떠나면서 투자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지구촌 ‘분노의 노동절’

    지구촌 ‘분노의 노동절’

    세계 노동절 123주년을 맞은 1일 지구촌 곳곳이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의류공장 붕괴로 400명 이상이 사망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는 경찰 추산 2만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붕괴 위험을 알고도 작업을 강요한 공장 건물주를 사형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방글라데시 최대 무역국으로서 현지 노동 조건이 우려된다”며 “공장들이 국제 노동기준을 따르도록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도 1일 미사에서 붕괴 사고를 언급하며 “‘노예 노동’ 착취는 신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에 시달려온 그리스에서는 양대 노총이 24시간 총파업에 돌입,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고 병원 운영도 차질을 빚었다.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스페인에서도 양대 노조가 전국 80여개 도시에서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주도했다. 터키에서는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시위자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저장(浙江)성 원링(溫嶺)시에서는 400~500대의 택시가 집단 파업을 벌이며 노동권 쟁취를 외쳤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중국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절을 맞아 ‘노동권 수호’를 외치며 파업을 벌인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과 남미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미 로스앤젤레스 당국은 3만여명이 참가하는 시위가 예고되자 해당 도로의 차량 통행을 차단했다. 칠레에서는 이날 모든 직장과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산티아고에서는 10만명의 노동자들이 거리시위를 했다. 대선 이후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도 집회가 이어졌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자본가 탐욕이 키운 방글라데시 참사

    지난 24일 오전(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에서 발생한 8층짜리 의류공장 밀집 건물 붕괴 참사는 방글라데시의 고질적 안전 불감증에다, 공장주들의 노동력 착취까지 더해진 ‘최악의 인재’로 드러났다. AP통신에 따르면 26일 현재 최소 304명이 숨지고 2000여명이 다친 이번 사고는 이미 사고 전 건물 벽에 큰 균열이 생겨 대피명령까지 내려졌지만 공장주 등이 이를 외면한 채 공장 가동을 강행하다 발생한 예고된 참사였다. 균열 발생 후 의류제조·수출업협회가 공장의 작업 중지를 요청했지만 이 또한 무시당했다. 5층 공장 노동자 압두르 라힘은 “건물 균열을 보고도 공장 관리자가 안전하다고 말해 동료들과 함께 일했지만 1시간 후 바로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고 증언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건물이 붕괴 위험에 처했는데도 공장주들이 이윤에 눈이 멀어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면서 “이들 공장에 하청을 준 영국과 미국, 스페인 등 의류회사들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해 11월 다카 인근 의류공장에서 불이 나 112명이 사망하는 등 2000년 이후 의류공장의 화재 및 붕괴 참사가 7차례나 발생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강화를 외쳤지만 말뿐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달아난 공장주들을 끝까지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소방대원들이 이날 오후 무너진 건물 더미에 갇힌 매몰자 가운데 50여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즉각 구조에 나섰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DB를 열다] 1967년 구로공단 준공식

    [DB를 열다] 1967년 구로공단 준공식

    구로공단은 한때 우리나라 수출 총액의 10%가 넘는 제품을 생산했을 정도로 한국 산업의 선봉기지 역할을 담당했으면서, 동시에 한국 노동역사에서 아픔의 공간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구로동 일대는 경부선과 경인선 철도가 통과하고 인천항이 가까워 공장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섰다. 봉제업, 전자기기 제품, 가발 등이 주 품목이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지방에서 상경한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 취직해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며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갔다. 그런 가운데 노동 착취 행위가 만연해서 노동자들의 저항이 나타났고, 1985년 구로공단 노동조합의 연대파업이었던 ‘구로동맹파업’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은 1967년 4월 15일 여성 근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구로공단 수출공업단지 준공식 모습이다. 주로 봉제 공장 여성 근로자들이 살았던 집은 겨우 방 한 칸에 부엌이 딸린 쪽방이었다. 쪽방들이 모여 있던 곳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일명 벌집촌으로 불렸다. 1970년대 후반 11만명에 이를 정도로 산업의 요람이었던 구로공단은 국내 산업의 변화에 따라 업종도 변해갔고 근로자 수도 줄었다. 1995년에는 근로자 수가 4만여명으로 감소했다. 2000년대에 들어 정부는 쇠락해 가는 구로공단을 살리기 위해 IT 첨단산업 단지로 변화를 시도했다. 이름도 서울 디지털산업단지로 변경했다.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고 패션타운이 조성되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머쓱해서 말구멍이 막힐 줄 알았는데, 정한조는 웃지도 않고 되받았다. “어림없는 얘깁니다. 시생과 같이 한둔으로만 지새우며 연명하는 장물림에게 육허기에 시달리는 동자치인들 좋다 하겠습니까.” “갈매기 떼 있는 곳에 고기 떼 있더라고, 사람 많이 모이는 저잣거리에 출입이 잦다 보면 언젠가 육덕 푸짐한 아낙네가 눈에 띄지 않겠나. 마음먹기 달린 게지. 김 날 때 후루룩 들여 마시는 게 임자라지 않던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가합한 혼처를 찾아 가솔을 거느리게.” “잘못 덧들였다가 제가 도리어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포주인께서나 저나 동병상련입니다….” “누가 아니라나… 하긴 그뿐만 아닐세. 어제도 질청의 호장이 찾아와서 나를 윽박지르고 돌아갔다네. 그래서 내가 시방 좌불안석이야.” “또 무슨 일입니까?” “어느 놈의 사주를 받았는지… 조만간 염전을 내놓으라고 으름장 놓고 갔네.” “척매(斥賣)를 하라는 것입니까?” “그것들의 속내야 뻔하지 않은가. 방매(放賣)하고 나면, 구전이나 톡톡히 뜯겠다는 수작이겠지. 그들이 노리는 것은 염전뿐만 아닐세. 듣자 하니 고포에서 곽전을 가진 물주들도 질청 것들의 농간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네.” 그로써 어장은 궁가(宮家)나 토호들의 소유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곽전도 진상(進上)과 공상(供上)의 주요 물품인 미역과 김으로 사유화가 진작부터 진행되었다. 미역이 생산되는 터전인 지름 10여 무 정도의 바윗덩이가 200냥이나 400냥의 가격으로 거래되었는데, 거기에 질청의 구실살이들이 끼어들어 농간을 하였다. 특히 곽전인 바위는 매우 정확하게 위치 표기가 가능할 뿐더러 어떤 경우도 변형이 되거나 유실되는 염려가 없는 만큼 가장 확실한 매매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하늘만 쳐다보는 천둥지기 다랑논이나 비탈진 산기슭에 매달리듯 붙어 있는 따비밭 따위 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토지 이상의 가치를 가진 재산으로 인정되었다. 어촌 사회는 중앙의 관부로부터 멀리 떨어진 소외 지역이었다. 그러므로 나라에서 내리는 혜택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가지기 어려웠다. 때문에 무능력한 백성들이 모여 살기에 가장 알맞은 지역이었다. 도망한 노비들이 해안가 염전이나 곽전으로 숨어들어 보잘것없는 삯전으로 가까스로 연명하였다. 그들 역시 거둬들이는 착취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전, 군교는 물론 심지어 관노(官奴), 관예(官隸)까지도 그들 위에 군림하여 가리틀거나 착복을 자행하였다. 수령의 가친(家親) 생신이나 혹은 그들의 빈객을 빙자하여 물품을 강징하고는 그것을 수령에게 상납하는 것이 아니라, 하속 예리들이 빼돌려 착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에 어민들은 저항할 결집력이 없었다. 신분 자체가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부패 관리에게 그대로 노출되어 탐학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한조의 입에서도 긴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언젠가는 그들의 탐학과 농간을 저지시킬 날이 오겠지요.” “힘에 부치지만, 견딜 수 있는 데까지 견뎌야지. 반수와 도감의 훈수만 믿고 있다네.” “농이겠지요.” 겨끔내기로 농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속내로는 벌써 흥정이 무르익고 있었다. 포주인이 농을 부드럽게 주고받으면 흥정은 거의 담판이 난 셈이었다. 속셈으로 점치고 있었듯이 새재 눈밭 사이에 노란 복수초가 얼굴을 내밀더란 봄소식에 포주인 송석호도 한결 마음에 위로를 받아 가벼워졌으니 이번 행보에도 값은 눅게 해서 소금 바리를 넘겨주기로 하였다. 포주인도 등 두드리고 배 문질러 주는 수완이 출중한 행수에게 어느새 희미한 정리를 느꼈다. 정한조가 농담 끝에 불쑥 한마디 던졌다. “가난뱅이 구들장에 물난리가 겹친다더니, 이번 길에는 짐승 한 마리가 절음 나서 내왕길에 경난깨나 겪었습니다. 발새 익은 길이라지만, 십이령 고갯길 10리는 평지 길 20리 맞잡이가 아닙니까… 사정이 그러했으니 이번 파수에는 박하게 그러지 말고 좀 눅게 잡아 주시지요. 원님과 급창의 흥정에도 에누리가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피아말 엉덩이 둘러대듯 잘도 둘러대는구만. 하긴 절음 난 짐승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한고를 겪었다니 숙객*인 임자에게 박절하게 굴 수야 없지.” *숙객: 단골
  • 서울시, 상조업체 피해 돕는다

    앞으로 상조업체로부터 피해를 봤거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로 어려움을 겪은 경우 서울시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민생침해근절 10대분야 종합대책’을 15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기존에 시가 민생 침해 대상으로 관리해오던 7개 분야에서 3개 분야가 새로 추가됐다. 기존에는 대부업, 다단계·방문판매업, 전자 상거래, 임금 체불· 임금 착취, 취업 사기· 직업 소개, 부동산 거래 질서 위반, 가출청소년 성매매 등이었다. 여기에 시는 이번에 상조업 피해, 프랜차이즈 가맹점 불공정 피해, 어르신 민생침해 등 3개 분야를 추가했다. 시는 상조업체 피해 근절을 위해 11월까지 시내 117개 업체를 상대로 영업 실태 조사를 벌인다.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지 소비자 피해 보상 보험을 체결했는지 등을 지도 점검하고 선납식 할부 거래 업체에 대한 교육, 계약·해지 유의 사항, 피해 유형도 홍보한다. 시는 피해가 확인되면 즉각 시정 권고, 소비자 피해 조정 의뢰 등 조처를 할 방침이다. 프랜차이즈 가맹 피해 시엔 다음 달 중 ‘불공정 피해 상담 센터’를 개설해 무료 법률 상담에 나설 계획이다. 또 피해 사례가 담긴 설명서도 배포한다. 아울러 대한노인회, 어르신 상담 센터와 함께 직접 어르신들을 찾아가 각종 민생 피해 예방 교육을 하고 구제를 위한 상담도 실시한다. 최동윤 경제진흥실장은 “국내외 경기불황이 장기화돼 민생 침해가 늘고 있는데 사후 대응보다는 예방에 주력하겠다”며 “지난해에 내놓은 7대 분야의 대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톨스토이 전집 국내 첫 완역본 나온다

    “전두환 정권 초기, 동료교수가 안기부에 간첩혐의로 나를 신고했어요. 이틀간 서울 장충동의 호텔에 갇혀 취조당했죠.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두고두고 상처가 됐습니다. 수년 뒤 일본 러시아문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에 갔다가 구 소련대사관의 초청으로 별 생각없이 다른 일본인 회원과 대사관을 방문했습니다. 생각해보니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교 전이었으니까. 그 길로 주일본 한국대사관으로 달려가 자진 신고했는데, 다시 안기부로 넘어가 한참을 고생했습니다.” 박형규(82) 전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의 삶에는 60여년을 분단국가로 살아온 한국 현대사의 단면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국러시아문학회장을 지낸 박 교수는 9일 국내 처음으로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을 망라한 번역 전집(뿌쉬낀하우스 펴냄)을 출간한다고 밝혔다. 권당 1200쪽 안팎이다. 18권 규모의 전집 중 첫번째로 ‘안나 카레리나’가 이날 번역 발간됐고 앞으로 1년 8개월 동안 발간된다.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 교수는 “톨스토이는 민족문학 발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확실한 창작 방법과 문학활동 방향이 요구되던 20세기 전반 국내 근대문학에 큰 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우리나라에선 제대로 된 전집이 완간되지 않았다”면서 “‘두 경비병’ ‘득점기록원의 수기’ ‘홀스또메르’ 등 중단편 소설 30여편과 ‘최초의 양주자’ 등 희곡 5편, ‘훈육과 교육’ 등 예술·문학교육론 7편 등이 이번에 국내에서 첫 번역됐다”고 밝혔다. 그는 5년제인 경동공립중학교 4학년(1947년) 시절, 처음 읽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에 감명받아 한평생을 러시아 문학에 바쳤다. 대학 3학년 때 처음 번역을 시작해 8년 만에 ‘안나 카레리나’와 ‘전쟁과 평화’를 완역했다. 박 교수는 “인간생활의 착취구조와 그 모든 제도를 통렬하게 비판한 톨스토이의 작품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윤상직 산업 ‘대기업 납품가 후려치기’ 강력 비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거침없는 화법으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비판했다. 본격적인 대기업 압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장관은 2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 강연에서 최근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와 주요 해운사가 2조원 규모의 유연탄 수송선박 장기 용선 계약을 맺은 것과 관련해 “정부가 중소 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주선한 계약에서 대형 해운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 조선소에 (가격) 후려치기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한전의 발전 자회사 5곳이 현대상선과 STX팬오션, 한진해운, SK해운 등 4개 해운사와 유연탄 운반에 관한 18년짜리 계약을 맺으면서 15만t 규모의 벌크선 9척을 국내 조선소에 주문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윤 장관은 “정부는 당시 (해운사와의) 계약 취지가 일차적으로 중소 조선소를 살리려는 것이었다”면서 “체결식 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정부가 결단한 것이니 가격을 잘 쳐달라’고 해운업계에 부탁했는데 업계는 바로 중소 조선소에 선박 납품가를 깎자고 나섰다”고 덧붙였다. 즉 대형 해운사들이 중소 조선소를 대상으로 선박 건조 가격을 지나치게 깎아 상생의 원칙을 깨려 한다는 것이 윤 장관의 지적이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아직 조선소들과 가격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가격 후려치기’를 할 수 있겠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로부터 예정가격만 받았고 아직 가격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면서 “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국내 중소 조선소는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등 ‘빅2’를 제외한 웬만한 해운회사보다 규모가 큰 경우가 많은데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한다’는 식의 경제민주화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중소 조선소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중소기업’하고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하청업체 납품단가 인하 등은 근절해야 하지만 현재 시세와 상황에 맞게 가격을 조절하는 것은 기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시진핑 22조원 ‘통큰 선물’… 阿 신식민지 우려 잠재우기

    시진핑 22조원 ‘통큰 선물’… 阿 신식민지 우려 잠재우기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아프리카를 상대로 통큰 자원외교를 펴고 있다. 서방 세계는 물론 아프리카 내부에서도 일고 있는 ‘중국의 신(新)식민주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25일(현지시간) 탄자니아 줄리어스 니에레에 국제회의센터에서 연설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관계 발전 노력은 오로지 강화될 뿐 후퇴는 없다. 앞으로도 우호협력·상호존중·평등호혜 원칙에 입각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를 위해 정치적 목적이나 조건 없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향후 3년 동안 200억 달러(약 22조원)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3만명의 아프리카 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중국 내 아프리카 학생 1만 8000명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한편 농업과 제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시 주석은 이 밖에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탄자니아로 여행을 가고 있으며, 탄자니아에서 중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등 민간 교류도 활발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시 주석이 아프리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강조한 것은 중국이 서방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를 착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아프리카의 자원을 수입해 가는 대신 저가의 공산품을 대량 수출하면서 경제적 종속 구조가 강화되자 ‘중국의 신식민주의’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기반 시설을 지어주면서 자국에서 인력과 장비를 가져와 현지 기술전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사(司) 루사(沙) 사장(국장급)은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이익도 중시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전을 돕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시 주석은 아프리카 순방 마지막 방문지인 콩고공화국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18살 여자, 12년간 노예생활…가족도 기억 못해

    어릴 때 유괴돼 노예생활을 한 여자가 자신을 납치했던 부부를 고발, 그들이 처벌을 받게됐다. 콜롬비아 법원이 지난해 12월 내린 아말리아 사건의 판결 내용이 최근에야 현지 언론에 뒤늦게 보도됐다. 아말리아는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해 현지 언론이 여자에게 붙혀준 가명이다. 올해 18살 된 아말리아는 6살 때 콜롬비아의 중남부 톨리마 지방에서 유괴됐다. 그를 납치한 건 톨리마에 살던 한 선장이었다. 선장이 아말리아를 유괴한 뒤 톨리마 생활을 정리하고 수도 보고타로 이사하면서 아말리아는 노예생활을 시작했다. 무임금 노동력 착취를 당하면서 갖은 학대와 고문을 당했고 밤에는 선장의 성적 노리개감이 됐다. 견디기 힘든 생활을 두려움 때문에 참고 살던 아말리아는 지난해 동네에 사는 한 운전기사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했다. 납치된 지 12년 만이다. 아말리아는 한동안 고민하다 선장부부를 당국에 고발했다. 아말리아는 “보복이 두려워 고민하다 선장부부가 이제 나이가 많아 때를 놓치면 처벌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고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법원은 선장부부를 처벌하는 한편 12년 노동력착취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한편 콜롬비아 행정당국은 아말리아의 가족을 찾고 있지만 아말리아가 노예생활에 시달리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고 가족과 고향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어버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방향 없는 당신의 독주, 공동체는 바스러지네요

    방향 없는 당신의 독주, 공동체는 바스러지네요

    지난해 ‘피로사회’로 독자들을 흥분시켰던 철학자 한병철 독일베를린예술대 교수가 ‘시간의 향기’(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로 돌아왔다. ‘피로사회’처럼 ‘시간의 향기’ 역시 180여쪽의 짧은 글이라 책이 얇다. 판형도 작아 척 보면 시집 같다. 그럼에도 서술의 밀도가 워낙 촘촘하고 자신감 넘치는 문장들이 이어져 있다 보니 책은 상상 이상으로 묵직하다. 하이데거, 니체, 리오타르, 부르디외, 헤겔, 마르크스 등의 거장을 철저하게 쌍따옴표로 옭아매서 한 구절 한 구절씩 줄줄이 호출해 냈다. 바이러스 시대에서 신경증 시대로의 전환을 피로사회라는 키워드로 분석해 냈던 한병철이 이번에 들려주는 이야기는 시간이다. 신화의 시간은 그 굽은 등을 펴면서 역사의 시간이 됐고, 역사의 시간이 계몽주의의 세례를 받으면서 활기찬 발걸음을 옮기는 진보적 역사관으로 탈바꿈했다. 나는 해낼 수 있다는 자기 긍정의 구호로 가득한 피로사회는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노곤한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외침 소리, 발걸음 소리, 옷깃 스치는 소리가 가득한 요란한 사회다. ‘활동적인 삶’이 지배하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압도적인 느낌은 “시간의 가속화”다. 허둥지둥하며 살다 문득 뒤돌아 보니 해 놓은 것 없이 세월만 갔더라, 하는 게 시간의 가속화다. 슬로 푸드, 느림의 미학, 느리게 살자, 이런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한병철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라고 못 박는다. 방향이 문제일 때 가속화란 성립하지 않는다. “가속화란 방향성 있는 궤도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방향이 없는 까닭에 가속화라 말할 수조차 없”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시간의 가속화를 말할까. 방향 없이 이리저리 내몰리기 때문이다. “삶을 충만하게 해 줄 어떤 이야기도, 의미를 만들어 주는 전체도 없”는 세상에서 “하나의 가능성에서 다른 가능성으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초초한 불안”인데 그것을 가속화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연대를 부식시킨다. “사건들은 이야기되기보다 나열된다. 사건들은 자체 정합적인 그림으로 응축되지 않는다. 이처럼 서사적 종합을 이룰 수 없다는 것, 이는 또한 시간적 종합을 이룰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거니와 여기서 동일성의 위기가 발생한다.” 가장 단적인 예가 역사를 대하는 한·일 양국 우익들의 태도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증거 없다고 얼버무리고, 이미 버젓이 교과서에 오른 5·16 쿠데타에 대해 공부가 부족하다느니 역사의 평가에 맡긴다는 등의 소리만 늘어놓는다. 역사라는 서사적 종합을 부정하다 보니 동일성의 위기, 즉 정신분열이나 기억상실증 증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투게더’(리처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현암사 펴냄)를 봐도 그렇다. 세넷은 1960년대 미국의 신좌파가 주창했던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은, 그 바탕에 억압이 없어졌을 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욕망이 깔려 있다고 봤다. 그게 어떤 결과를 낳았던가. 신자유주의와 맞물려 자기 착취의 논리로 악몽처럼 현실화됐다. 피로사회 논의와 겹치는 부분이다. 세넷이 모색하는 대안은 다시 공동체의 가능성이다. 개개인이 온전한 하나의 개별적 우주라 믿는 현대인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이룰 것인가. 세넷의 입에서 나오는 표현은 연대를 넘어선 협력, 헌신, 소명 같은 단어다. 좌파의 입에서 지극히 우파적인 종교의 단어가 나오는 것이다. 한병철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시간의 가속화 현상은 허구이기 때문에 단순히 느리게 살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해법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색적 삶’을 내세운다. “인간의 행동이 모든 사색적인 차원을 상실함으로써 단순한 활동과 노동으로 추락”했다. 멈춰서 생각을 해야 한다. 단 홀로 생각하는 것은 우울증만 더한다. 함께 나눠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창조해 낸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남을 위해 내어주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걸 일러 “연대를 뛰어넘어 더 진하고 견고한 그 무엇”이라 했다. ‘피로사회’에서 쓴 표현을 빌리자면 ‘형제애’다. “잘 읽히는, 폭력 없는 인문학을 넘어서 언어의 폭력으로 기존 사고의 틀을 깨고 싶은”, “힐링보다 킬링을 하는”, “자기 착취보다는 분노하라고 말하고 싶은”, “인문학의 정치화”를 꿈꾼다는 한병철이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내놓은 대답인데, 그 대답은 지극히 종교적이다. 한국도 이제 사회적 유대를 찾아보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앞으로 더더욱 자잘하게 부서질 수밖에 없는 사회라면? 그렇다면 사회적 유대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협력, 헌신, 소명, 형제애? 서구사회는 ‘기독교 공동체’라는, 밉건 곱건 간에 오래된 미래라도 겪었다지만 급성장에 바빠 아무런 역사적 경험을 쌓지 못한 한국 사회는? 1만 2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 “과열 주도 사업자 선별 처벌”

    방송통신위원회의 영업정지 제재에도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이 되풀이되면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상임위원들도 영업정지 기간 중 시장 과열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시장 과열을 주도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선별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은 “보조금 논란의 본질은 이용자 차별이며 그 결과 착취에 가까운 불균형이 야기됐다”며 “해당 부서는 획기적인 근절 방안을 확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보조금을 많이 쓸수록 과징금을 많이 낸다는 징벌적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규 상임위원은 “불법 보조금을 잠재울 수 있는 조사 방법을 찾는 등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무 부처인 방통위도 ‘약발이 먹히는 수준’으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 것이다. 가령 보조금 경쟁을 유발한 업체를 가중 처벌하고 영업정지 기간도 대폭 늘리면 된다. 한 이통사만 몇 달 동안 신규 가입자와 번호이동 가입자를 모집하지 못하게 되면 보조금 과다 지급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방통위는 현재 27만원으로 정한 보조금 상한선 가이드라인을 수정해 상한선을 상향 조정하는 등 현실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경쟁의 근본 원인인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통사와 휴대전화 유통시장이 분리되지 않고는 시장 정상화도 힘들다. 휴대전화가 일반 가전제품처럼 유통되면 단말기 출고가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직접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해서 원하는 이통사에 가입할 수는 있다. 다만 이통사를 통해 구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포기해야 한다. 휴대전화 출고가격을 조정하지 않고 보조금만 단속하는 것도 바꿔야 한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이통사와 제조사가 담합해 휴대전화 가격을 부풀려 놓고 선심 쓰듯 보조금으로 할인해 준 행태가 적발됐다. 현재 해당 회사들은 “프리미엄 마케팅의 일환”이라면서 공정위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이통사 관계자는 “단말기 출고가에 포함된 제조사의 장려금을 제외하면 보조금 과다 지급 경쟁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휴대전화 사양이 높아졌기 때문에 단말기 출고가격이 높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고 반박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장고: 분노의추적자’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장고: 분노의추적자’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2년 전, 치과 의사에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전향한 독일인 슐츠와 그에 의해 자유를 얻은 흑인 장고는 함께 악당 사냥에 나선다. 장고는 백인들이 강제로 헤어지게 한 아내와 재회하기를 원하는데 현재 그녀는 미시시피 대농장의 악랄한 지주 캔디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  언제나 장르를 뒤틀어 온 퀜틴 타란티노의 신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사진·이하 ‘장고’)는 신선하지 않은 신선한 영화다. 예전에도 ‘장고’와 비슷한 영화는 있었다. 말을 탄 흑인 남자의 버디 영화라는 점에서 시드니 포이티어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벅 앤드 더 프리처’(1971)가 한 예다. 각각 남북전쟁 직전과 직후를 배경으로 한 두 작품의 주제는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흑인의 투쟁이다. 두 영화는 백인 사회의 선을 기본으로 하는 옛 웨스턴과 동떨어진 작품이며 두 영화에서 흑인 총잡이(둘 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배우가 연기한다)와 유별난 괴짜 동료는 흑인을 야만적으로 착취하는 백인과 싸운다. 하지만 ‘벅 앤드 더 프리처’가 미국 시민권 운동의 결과물처럼 보이는 반면 ‘장고’는 스파게티 웨스턴과 미국 서부극 영화 감독 샘 페킨파(1925~1984)의 영향 아래 놓인다.  영화의 제목을 가져온 오리지널 ‘장고’(1966)에 대해서는 장고로 분했던 프랑코 네로에게 한 줄 대사를 안겨 예의를 갖추는 것으로 영화적 관계를 정리한다. 그 밖에 독일인인 슐츠는 독일산 ‘카를 마이의 웨스턴’에 대한 농담 같은 인용이다. ‘장고’가 스파게티 웨스턴에서 가져온 중요한 코드는 ‘분노’다. 분노란 게 성난 인물을 보여준다고 해서 그냥 우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타란티노가 모를 리 없다. 스파게티 웨스턴이 ‘계급과 빈부의 문제’에서 분노를 빚었다면 ‘장고’는 미국 내에 상존하는 인종 문제를 분노의 화구로 삼는다. 흑인의 인권 보장이 당연시되는 21세기에 흑인 노예의 열악한 삶을 보면서 피 끓는 감정을 분출하게 하는 힘, 그것이 바로 타란티노의 연출력이다.  스파게티 웨스턴으로부터 야만성, 폭력성, 잔혹성, 낭만성을 빌려온 한편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하는 응집력은 페킨파의 웨스턴을 떠올리게 한다. 슐츠 역의 크리스토프 발츠가 페킨파의 1970년 작품 ‘케이블 호그의 노래’의 주연인 제이슨 로바즈와 빼닮은 모습으로 분장한 건 타란티노가 페킨파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더불어 ‘장고’ 후반부의 유혈극은 ‘와일드 번치’(1969)의 총격전을 실내로 옮겨 온 것에 다름아니다. 이성적으로는 도무지 설명될 수 없는, 피가 철철 흐르는 총격전의 엑스터시는 페킨파(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홍콩 누아르)의 영혼이 아니고선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장면은 타란티노 특유의 대화에서 나온다. KKK단의 아둔함을 ‘눈이 네 개 있어도 앞을 못 보는’ 미시시피 주에 빗대 야유하는 장면이 초기의 수다 스타일을 대표한다면 남부 대저택의 식사 장면은 그것의 발전된 형태를 보여준다. 각 인물은 장황하고 거창한 대사들을 주고받는데 말과 말 사이에서 수없이 전개되는 ‘가식, 유머, 불안, 의심, 분개’의 겨루기는 거의 미학적인 수준에 다다랐다. 이전 영화에서 설득력을 위해 쓰이던 ‘대화의 기술’은 ‘장고’에 이르러 감정 흐름의 극적 표현을 위한 궁극의 예술 형태로 완성됐다. 21일 개봉. 영화평론가
  • 아시아인 싫은 이유 인터넷에 공개했다가…

    아시아인 싫은 이유 인터넷에 공개했다가…

    미국의 한 20대 청년이 인터넷상에 ‘아시아인이 싫은 10가지 이유’에 관한 동영상을 공개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고 6일(현지시간) 미국 거커닷컴 등이 보도했다. 논란의 주인공은 미국 인디애나주(州)에 거주하는 새뮤얼 마이클 헨드릭슨(20). UCLA 학생으로 알려진 그는 영상에서 인종 차별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자신이 아시아인을 싫어하는 이유 10가지를 4분동안이나 열변을 토하며 설명했다. 그 중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그는 모든 아시아인은 비슷하게 생겼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곳에서만 일한다면서 화가 나면 눈이 가늘어져 사라진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시아 남성은 침대에서 형편없으며 여성은 전혀 매력이 없다는 말도 서슴없이 해댔다. 이 같은 막말 동영상을 본 수많은 네티즌은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또 한 네티즌은 페이스북에만 공개됐던 이 영상을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폭로하면서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그는 트위터를 통해 “아시아인을 싫어하거나 인종 차별을 한 것은 아니다. 농담이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영상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성매매·장기적출 ‘인신매매죄’로 처벌

    지금까지 미성년자나 부녀자를 성매매 등의 영리 목적으로 업소 등에 팔아넘기면 형법상 ‘약취와 유인의 죄’를 적용해 처벌해 왔으나 앞으로는 ‘인신매매죄’로 처벌하게 된다. 죄목 신설로 범죄 행위 구분이 세분화되고 형량도 현행보다 1년 이상 강화된다. 법무부는 6일 인신매매죄 신설 등을 골자로 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형법에 새 범죄가 편입된 것은 1995년 12월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편의시설부정이용죄 등의 신종 범죄가 신설된 이후 17년여 만이다. 이번 형법 개정은 2000년 12월 한국이 유엔의 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 및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서명함에 따라 이행 입법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형법 개정안은 인신매매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추행이나 간음, 결혼을 목적으로 인신매매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노동력 착취 및 장기 적출, 성매매 등을 목적으로 할 경우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국외에 사람을 팔 목적으로 인신매매죄를 저질렀을 때도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미수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되며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같이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또 세계주의 규정도 마련돼 국외에서 인신매매 범죄를 저지른 이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해졌다. 현행 약취·유인죄에는 성매매와 장기 적출 등의 구성 요건은 없으며 ‘추행, 간음 또는 영리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형법 개정에서 범죄단체조직죄의 구성 요건도 구체화했다.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를 조직할 경우’ 처벌토록 한 기존 형법을 ‘사형, 무기징역,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 조직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개선했다. 이 밖에 도박장 개장과 복표(복권) 발행 등의 범죄에 대해서도 현행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된 처벌 조항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했다. 형법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표 즉시 시행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일자리 질 개선, 정부부터 제대로 하라/임창용 정책뉴스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일자리 질 개선, 정부부터 제대로 하라/임창용 정책뉴스부 전문기자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날. TV를 보던 기자에게 긴 여운을 남긴 장면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광화문광장에서 희망의 나무에 달린 국민 메시지를 낭독했다. 그중 하나는 비정규직 집배원의 편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대우와 열악한 근무환경에 좌절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비정규직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약속에 대한 화답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마트가 사내하도급 직원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기자는 우리에게 정말 시급한 것은 일자리 창출보다 일자리의 질 개선이라고 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일자리 수는 많이 늘었다. 그러나 창출된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었다. 실제 노동현장을 보자. 삼성전자는 2010년 16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지만, 사업장 노동인력의 상당 부분을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의존한다. 현대자동차 사업장에선 사내하청 근로자 비율이 27%에 달한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300인 이상의 대기업 사업장 근로자 132만여명 중 24.6%가 사내하청 근로자들이다. 하청 근로자는 대기업 사업장에서 정규직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지만 소속은 하청업체다. 원청업체 정규직 근로자 급여의 50~80% 수준을 받으면서 힘겹게 생계를 이어간다. 사실상의 비정규직이다. 이런 상황에선 매년 수조원의 순이익을 내는 글로벌기업의 공장에서 워킹푸어가 일하는 역설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은 어떤가. 비정규직 집배원뿐만이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국 중·고등학교 교사의 11%는 기간제 교사들이다. 이들은 정규직 교사와 똑같은 일을 하지만 교원연금에도 가입할 수 없고, 퇴직금도 사실상 받기 어렵다. 학교의 교무보조나 사서, 조리사 등과 회계직 직원들은 급여가 깜짝 놀랄 정도로 낮다. 온종일 근무하고도 150만원에 못 미친다. 일부 직원은 실수령액이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짧게는 수개월, 보통 1년을 못 채우고 보따리를 싸야 한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대기업들을 향해 정규직 고용을 늘리라고 압박한다. 이번 이마트 정규직 채용 결정도 고용노동부가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해 이루어졌다. 앞으로 이런 조치는 계속되어야 한다. 낙관하기는 어렵다. 전자, 자동차 등 사내하청 근로자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이 교묘하게 불법파견 낙인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 부흥을 내세우기에 앞서 고용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부터 정규직화하라. 이들이 착취당하는 현실에서 대기업을 향한 대통령의 고용 창출 외침은 테니스의 벽치기 연습이 되기 쉽다. 성장은 일자리 창출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으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가장 효용성이 높은 복지이기도 하다. sdragon@seoul.co.kr
  • “꿈을 가졌고, 모험을 한 덕에 지금의 내가 있다”

    “꿈을 가졌고, 모험을 한 덕에 지금의 내가 있다”

    “꿈을 향해 도전하세요. 단 현실적인 목표를 가져야 해요.” 봇물처럼 쏟아지는 국내 오디션프로그램에서 싱어송라이터를 지망하는 남자출연자들이 롤모델로 꼽는 가수는 단연 제이슨 므라즈(36)다. 심장을 후벼 파는 가창력이나 신들린 듯한 기타연주와는 거리가 멀다. 진정성 있는 노랫말과 담담한 보컬에 먼저 끌렸다. 대표곡 ‘아임 유어스’(I’m Yours)가 2008년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역대 최장인 76주간 머무른 원동력이다. 므라즈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생태계와 여성·아동 인권 보호에 힘쓰는 걸로도 유명하다. 오는 5월 1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므라즈를 이메일로 만났다. 우선 그를 본보기로 삼는 가수지망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19살에 무작정 음악인이 되기로 했다. 나만의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른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지만 그들처럼 되기는 싫었다. 나의 이야기와 음악, 춤을 하고 싶었다. 난 최고의 기타리스트도 아니고 뛰어난 보컬리스트도 아니다. 단지 심장이 이끄는 데로 음악을 한다. 사람들이 여러분의 노래에 공감하도록 하려면 자신만의 음악을 해야 한다.” 므라즈는 고교 졸업 후 뉴욕으로 갔다. 당초 뮤지컬과 영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노래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영화나 연극을 통해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본이나 오디션, 극장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음악을 하는 거리의 시인·악사들을 보고 깨달았다. 자유롭게 기타를 치고 작곡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놓았다. 고향으로 돌아와 3년 동안 작사 작곡에 몰두한 므라즈는 2000년 서부로 국토횡단 여행을 떠난다. 샌디에이고의 한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다 퍼커셔니스트 토카 리베라를 만나 데뷔앨범을 만들었다. “꿈을 가졌고, 나를 믿고 모험을 한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설명했다. 므라즈는 ‘아임 유어스’의 성공으로 월드투어를 하던 당시 캐나다의 ‘프리 더 칠드런’이란 아동 노동 착취 반대단체가 주최한 이벤트에 참여한 이후 많은 환경·인권 단체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는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공연하며 사용하는 가스, 기름, 전기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는 점을 깨달아 나이 든 나무를 복원하고 새로운 나무들을 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조리하지 않은 채소만 먹는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된 까닭도 궁금했다. 그는 “음식에 대해 공부할수록 유전자가 조작된 음식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아보카도 농장을 직접 꾸리고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中팍스콘, 대기업 첫 노조 선거… ‘노동자 반란’ 시작되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직원들의 잇단 자살과 잦은 파업으로 악명 높은 팍스콘 중국 공장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회(工會·노조) 대표를 뽑기 위한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팍스콘의 이 같은 시도가 지방 정부와 친기업 어용노조가 사실상 노조 활동을 통제하고 있는 중국 노사 관계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팍스콘 노조가 중국 내 대기업 노조로는 처음으로 민주적 노조 선거를 실시하기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완에 본부를 둔 팍스콘은 애플의 최대 납품업체로, 중국 내 근로자는 민간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120만명에 이른다. 팍스콘은 그러나 불법 초과근무, 저임금, 미성년자 고용 등 노동착취 행태가 대외에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고, 이에 애플은 지난해 2월 미국 노동감시단체인 공정노동위원회(FLA)에 감사를 요청해 시정 명령을 내렸다. FT는 팍스콘이 춘제(설날) 이후 FLA의 지원을 받아 근로자들에게 투표 방법을 교육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선 올해와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노조 위원 1만 8000명의 후임을 뽑게 된다. 팍스콘 관계자는 “5년마다 의장직(노조 대표)과 팍스콘노조위원회연합 소속 20개 위원회 위원들이 무기명 투표로 선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팍스콘의 기존 노조는 관리직 위주의 어용 노조 성격이 강해 근로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노조 대표들은 투명한 선출 과정 없이 선택된 사람들인 데다 절반 이상이 관리직이어서 근로자들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 노조 의장인 천펑은 테리 거우 팍스콘 회장의 측근이라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팍스콘의 전례 없는 노조 선거 실시가 어느 정도의 실질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근로자 소요 사태가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가 노사 간 단체 교섭을 권고하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 이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오레 반 히어든 FLA 대표는 “노조도 사측도 단체 교섭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폴리테크닉대 펑응가이 교수도 “서구 사회에서 단체 교섭이 실패할 경우 단체 행동이나 파업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중국에선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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