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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 ‘갈등 유발자’일까… 경직되고 타율적인 풍토부터 바꿔야

    스타트업 ‘갈등 유발자’일까… 경직되고 타율적인 풍토부터 바꿔야

    2019년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렌터카 운전자 알선 허용범위를 관광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대여하는 경우, 대여시간 6시간 이상, 대여 또는 반납장소의 제한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개정안으로 인해 2019년 내내 논란이 됐던 ‘타다’ 서비스는 불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타다’ 측은 물론 일반 이용자들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타다’를 둘러싼 논쟁은 택시서비스, 특정 산업 영역에 대한 과도한 진입장벽을 거쳐 과연 한국사회가 스타트업, 더 나아가 혁신을 위한 변화를 맞이할 자세가 돼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까지 확장돼 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하게 됐다. 스타트업은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벤처기업과 유사하며, 회사의 규모로 보면 신생중소기업일 따름이다. 과거의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굳이 따지자면 스타트업은 통상적으로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른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 그리고 과거에 기존 오프라인 영역과의 연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쩌면 근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우버,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단시간 내에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 기업으로 급속 성장해 전 세계적인 각광을 받음으로써 커졌다.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 부르면서 전 세계 많은 국가는 경쟁적으로 지원과 유치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하는 제도 틀 무너뜨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보급과 더불어 등장했던 벤처기업들과 달리 스타트업은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과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버와 그랩으로 대표되는 차량 호출 서비스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많은 나라에서 기존 택시사업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에어비앤비와 같은 서비스는 기존 주거지역의 혼잡, 각종 위생규정 위반 등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는 전동킥보드의 경우도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그림 1). 차량 호출 서비스를 둘러싼 택시업계의 극단적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의 국내적용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립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으며 기존 사업자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법적 서비스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 속에 소비자들은 소비자 권익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불만을 표한다. 각종 배달 서비스로 대표되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 없이 악화되는 노동현장에 내몰리고 있음을 호소하고 있다. 왜 스타트업은 이렇게 많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일까. 많은 이들은 스타트업에 대해 젊은층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꿔 놓는 기업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드러나는 많은 스타트업의 본질은 그렇지 않다. 우버를 포함한 많은 스타트업들은 기존의 규제와 질서에 따르기보다는 이를 위반하고서라도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 이후 소비자들의 여론을 통해 지자체나 중앙정부 등 허가권자를 압박해 제도를 변화시키거나 자신들의 사업모델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기존 법규와 제도 및 규정의 틈을 파고들거나 모호한 지대를 공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사회적으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운송 서비스 이익은 챙기고 비용은 사회 전가 스타트업 가운데 특히 운송·배송과 관련한 서비스 모델을 살펴보면 이익은 자신에게, 비용은 사회에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차량 호출 서비스의 경우 사회적으로 보면 쾌적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소비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격 및 시설요건 등에서 어떠한 비용도 치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택시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서비스의 경우 편리함과 비용절감을 가져다주었지만 난폭운행으로 인해 보행자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전동킥보드의 경우도 이용자는 편리함을 누리지만 보행자 입장에서 보면 이제 보도에서도 안전을 위협받게 됐으며, 보도라는 공공재는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비용지출도 없이 활용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내세우는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제공되는 플랫폼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사용자에게는 비용절감을, 이용자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해 주고 있다. 플랫폼 서비스는 경직된 고용 및 계약 관계를 넘어서 시간과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며,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기반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오랫동안 힘들게 형성돼 온 고용계약, 노동자 보호 등의 제도적 틀을 무너뜨리고 있다. 초과 수당은 없으며, 주휴·월차 수당도 플랫폼 노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인맥과 전화로 이루어지던 불법파견과 호출근로가 이제 앱과 인터넷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중간착취와 불안정노동이라는 형태는 동일할 수도 있는 것이다(그림 2).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규제와 제약을 넘어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갈등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연 기존의 관행과 질서를 무너뜨릴 만큼 이들 서비스가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존재들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동혁신´ 과정에서 극렬한 대립과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데 비해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어떻게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을까. ●미국은 소비자 편익·장점 살리며 제도권 편입 많은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기존 질서에 대해 반항적이며 제도에 대해서도 순응보다는 대립하는 데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사회가 스타트업의 위반행위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 그리고 사회적 신뢰 수준과 자율성에 따라 스타트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소비자 편익에 대해 주목하며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려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주차장이나 도로변에 주차돼 있는 차량이 앱으로 주유를 신청하면 유조차가 와 주유를 해 주는 이동주유의 경우 화재 위험으로 인해 논란이 될 수 있었지만, 해당 서비스를 목격한 지역 소방대장이 관련 규정의 개정과 정비를 요구하고 공무원, 사업자 및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이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후 관련 규정을 정비함으로써 제도에 맞서는 스타트업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의 속도도 빠르고 관련 이해당사자도 정비된 제도를 따르게 된다(그림 4).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자율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행정기관에 모든 문제를 맡겨 놓는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대화와 양보, 타협을 거부하고 행정당국 역시 경직된 제도운용과 기관 간 협력 부족으로 문제를 키우기 일쑤이다. 정부와 국회 등은 차량 호출 서비스를 둘러싼 극심한 갈등 속에서 택시제도 개편 방안을 도출했다. 플랫폼 운송사업, 플랫폼 가맹사업, 플랫폼 중개사업 등의 새로운 사업 유형을 도입하고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사납금제 폐지 후 월급제로의 전환을 담은 합의안은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변화를 시작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변화였다(그림 3). 그렇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엉뚱하게 검찰은 ‘타다’를 법률위반으로 기소하면서 갈등을 다시 촉발시키기도 했다. ●지자체도 갈등 조정 기피, 정부 지침만 기다려 자율적 의사조정과 합의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 스타트업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유니콘을 꿈꾼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타다’를 둘러싼 논란은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타다’로 대표되는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존재감을 상실한 것은 아마도 지방자치단체일 것이다. 여러 가지 정책과 발표를 통해 경쟁적으로 스타트업 육성을 내세우지만, 정작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인 중재와 해결보다는 규정과 중앙정부 뒤에 숨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이 새롭게 시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각 지자체는 자신의 여건을 고려해 허용하거나 적절한 타협 또는 필요할 경우 더 강력한 규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전동스쿠터 스타트업의 난립에 따라 소음, 안전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업체에 한해 처음 6개월 동안은 최대 625대, 이후에는 최대 2500대까지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1년 단위의 허가제를 실시함으로써 사업모델의 존속과 안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도출해 냈다. 이러한 제도에 순응하는 업체들은 계속 영업을 하지만, 기준을 따르지 못하거나 이를 거부하는 업체들은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사업을 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나서지 않고 각 주 또는 시 및 카운티 등 지자체별로 다양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서 스타트업의 다양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지자체는 갈등에 대한 조정을 기피하고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인 지침을 내려주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양성을 부르짖지만 정작 다양성을 위한 책임과 노력은 회피하는 지자체, 그리고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사회적 여론이 겹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이 등장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은 가능한가’ 의문 한편으로는 스타트업 스스로도 대화와 타협, 조정을 통해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제도가 정비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각종 규제와 여건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적합한 사업모델을 고민하기보다는 미국 등 해외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려 함으로써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타트업을 한 사회의 다양성과 자율성의 총합이라고 볼 때 과연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은 가능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스타트업은 우리 사회에 맞지 않는 옷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규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스타트업을 위한 토양으로 부적절한 것이 아닐까. 정부가 나서서 많은 돈을 지원하고 이해당사자들을 모아 놓고 억지로 합의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우리 사회에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과물로서의 스타트업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우리의 경직되고 타율적인 모습을 바꿔 나가는 것이 진정한 스타트업 진흥 정책의 시작일 것이다. 업체들 역시 이윤추구와 더불어 사회적 변화라는 측면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단독] “교육받아야 노동을 안다” 초등생 때부터 ‘인권교실’

    [단독] “교육받아야 노동을 안다” 초등생 때부터 ‘인권교실’

    “중학교 졸업부터 알바하는 학생 많아” 부당한 노동 현실에 대처 요령 터득 중고교 실업·노동권 등 심화 교육 제시 “일방 주장 아닌 논쟁·토론으로 해결을”청소년들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서울신문 4월 26일자>이 제기되는 가운데 초·중·고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다룬 서울교육청 산하기관의 연구 보고서가 공개됐다. 정규 교육과정의 교과 성취기준 및 내용과 맞물려 노동인권 교육을 구현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연구는 이 보고서가 처음이다. 12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서울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초·중등 사회과 교육과정 분석을 통한 노동인권 교육 수업모델 연구’ 보고서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학생이 많고 부당한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초·중학교에서부터 미래 직업인으로서 다양한 노동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노동인권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연구원이 설규주 경인교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됐다. 보고서는 초·중·고등학교 사회(공통·선택과목) 교과의 성취기준과 내용을 분석, 교과에서 노동인권을 다룰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에서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노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방안을 담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의 ‘인권 존중과 정의로운 사회’ 단원에서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아동 노동 착취 문제를 이해하도록 하는 식이다. 또 6학년 사회 교과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단원에서는 ‘우리 가족의 하루 일기’를 만들어 가계 구성원이 일을 하며 소득을 얻고 소비하는 흐름을 이해하고, 4학년 ‘촌락과 도시의 생활 모습’ 단원에서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주민들이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지를 파악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노동이 사회와 경제 시스템을 지탱하는 필수 요소임을 이해하도록 한다는 게 보고서의 구상이다. 중학교는 ‘자유학기제’ 등 진로교육이 본격화되는 시기로,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도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 속에서 노동인권이 어떻게 신장돼 왔는지를 이해하고,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노동의 변화와 문제점을 예측하는 수업을 제안했다. 고등학교에서는 ‘경제’, ‘정치와 법’, ‘사회문화’ 등 선택과목들을 통해 청소년들의 노동권을 비롯해 실업과 노동법, 세계 각국에서의 노동 문제 등으로 노동인권 교육을 보다 심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주입식에서 탈피한 토론 수업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독일의 시민교육 원칙인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참고해 노동 문제에 대해 일방적 주장인 아닌 토론과 논쟁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활성화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차기(2022년도) 교육과정에 노동인권 교육을 반영하도록 대안을 제시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또한 달리는 말에서 갈라진 벽의 틈새를 보듯, 2010년대도 훌쩍 지나갔다. 2009년 아이폰 출시와 함께 ‘스티브 잡스’가 열어젖힌 ‘제4차 산업혁명’의 봇물에 휩쓸려 그사이 삶의 전 영역이 ‘좋아요’와 ‘하트’ 놀이에 중독됐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우리는 어느새 정보와 상호작용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됐다. 머리 한쪽이 늘 멍한 산만함에서 우리 정신을 지켜 주는 것은 역시 호흡 긴 서사인 책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책의 대지에 핀 꽃들은 자주 불(不)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먼저,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유의 어둠 속에 찬란한 빛을 던졌다. 만연한 부정의에 경악한 독자들은 ‘분노하라’는 시대의 명령을 따랐다. 무엇에 분노했는가. 불공정이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며 학자금 대출과 알바 인생에 절망하는데, 장학금 챙겨 가며 공부한 전직 법무부 장관의 딸이 보여 준 세상, 즉 특권을 통해 쌓은 스펙을 제 능력인 양 자부하는 ‘20 vs 80의 사회’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불평등이다. 부의 세습이 노골화돼 부익부빈익빈이 갈수록 심화되고, 성실한 노동을 통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진 ‘21세기 자본’의 사회는 문제의 실체가 불평등이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중이다.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불평등 세대’ 등은 저성장이 고착화된 한국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로잡지 못하면, ‘세대 전쟁’의 홍역이 덮쳐 올 것임을 우려하게 한다. 착취된 노동이다. 일이 행복을 주지 못하는데 왜 일해야 하는가. 적당히 일하고 작은 행복이라도 확실히 챙기는 쪽이 낫지 않은가. ‘피로사회’는 성과에 집착하면서 죽음에까지 자기를 몰아붙이는 ‘자기 착취’를 폭로한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미생’인 세상인데, 자신을 고갈시키지 않는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청년들은 ‘자존감 수업’을 받고 ‘미움받을 용기’를 행한다. 삶의 새로운 양식을 찾아 동네책방을 순례하고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는다’. 가부장제 가족주의다. ‘강남역 10번 출구’를 계기로 ‘페미니즘’이 일어섰다. 여성이 쉽게 살해되고 폭행당하며 차별받는 사회는 작동을 멈춰야 한다. 편견으로 점철된 세상을 살아가는 ‘82년생 김지영’이 더는 없어야 한다. 여성은 벌써 주체인데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고 일깨운다. 그래서 여성들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백래시’, ‘탈코르셋’ 등 해방의 언어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 ‘이상한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가족 형태가 꾸준히 시도되고 ‘딸에 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 등 퀴어의 일상화도 이제 어색하지 않다. 언어의 소외다.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스러져 가는 이들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책의 입술은 목소리 없는 이들한테 열려야 한다. ‘소년이 온다’의 높은 문학적 성취도, ‘사당동 사람들’, ‘금요일엔 돌아오렴’, ‘고기로 태어나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 인간의 조건을 살피는 기록의 존엄성도 여기서 비롯된다. 정치는 난잡하고, 경제는 암울하고, 사회는 비참하다. 세상이 타락한 자들을 위한 숫자 놀이로 전락한 듯하다. 온통 이익(利)을 말할 뿐 아무도 의(義)를 묻지 않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던 얼굴은 어용을 자부하고 ‘나는 왜 법을 공부하는가’를 성찰하던 마음은 위선이 됐다. 촛불과 함께 힘차게 타올랐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는 또다시 무릎이 꺾이는 중이다. ‘닥치고 정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현실은 ‘닥쳐라, 정치’로 변해 가고 있다. 불타 버린 이 자리에서 책은 다시 출발한다. 새해에는 어떤 책이 시대의 죽비가 될지,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 [최만진의 도시탐구] ‘환희의 송가’가 필요한 국회

    [최만진의 도시탐구] ‘환희의 송가’가 필요한 국회

    베토벤 9번 교향곡은 연말이면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이 곡의 특징 중 하나는 마지막 4악장이 합창부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환희의 송가’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독일의 유명한 문학가이며 극작가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를 삽입했다. 원래는 ‘자유의 송가’였는데 1786년 출판 당시 검열 과정에서 바뀌었다고 한다. 그의 글들은 당시의 전제군주나 영주의 세력을 비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정판인 ‘군도’라는 희곡에 영주군과 대적하는 도적 떼의 활약을 그려 놓아 귀족들의 분노를 샀다. 백성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주어 괴테와 함께 봉건주의를 반대하는 ‘질풍노도’의 시대를 이끌었다. 건축에서는 그 당시를 바로크라 일컫는데, 역시 귀족의 절대 권력이 강렬하게 표현된다. 그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왕이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이다. 가장 큰 특징은 도시 한가운데 강력한 축을 설정해 이를 중심으로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다. 축의 정점에는 왕궁이 있고, 그 바로 앞에는 인공미를 가진 화려한 왕의 정원을 두었다. 그리고는 도시의 모든 구역들이 이 축에 연결된 도로를 따라 질서 정연하게 배치됐다. 중요한 것은 좌우 절대 대칭으로 돼 있어 어떻게 뒤집어 놓아도 왕의 권력이 중심인 것을 보여 주었다. 궁궐 뒤에는 후정이 있고 그 너머로 왕과 귀족들을 위한 자연 형태의 광활한 사냥터가 펼쳐져 있었다. 이러한 신도시를 만들려고 백성들은 엄청난 세금을 내고 노동착취도 당했다. 이 때문에 원성과 불만이 하늘을 찔렀지만 귀족들은 궁궐에서 호화로운 삶을 누렸고, 높은 담 안에서 연일 연회로 그들만의 리그를 즐겼다. 재정을 부담한 백성은 오히려 아웃사이더였고 철저히 무시당했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 프랑스혁명은 바로 이에 대한 항거였다. 공교롭게도 우리 국회의 배치를 보면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있다. 국회의사당 건물은 정확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고, 중앙의 주출입구에서 전면에 있는 도시 방향으로 강력한 축이 뻗어 나가고 있다. 이를 따라 전면에는 인공정원인 잔디 광장이 있고, 그 앞의 의사당대로를 따라 다양한 구역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뒤로는 한강과 주변 자연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크 성처럼 정원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이 어렵고, 의사당 내부를 들여다보기 어려운 밀실 같은 구조도 가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국회는 마치 바로크의 귀족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 세금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책임 있는 일은 별로 하지 않는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금번 20대 국회는 정쟁에 매몰된 최악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민은 도외시하고 오직 정치적 이익과 당리당략만을 추구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실러의 ‘환희의 송가’는 모든 사람들이 형제가 돼 평등하게 어우러져 자유와 기쁨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 국회는 언제쯤 높은 담장과 밀실을 깨뜨리고 나와 국민을 위한 ‘자유의 송가’를 불러 줄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인권 마법사’ 제디 이야기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인권 마법사’ 제디 이야기

    ‘웨스트카 파피루스’(Westcar Papyrus)에는 제디(Djedi)라는 이름의 독특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 문헌은 역사적 기록이라기보다는 ‘옛날이야기’에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제디는 역사적 실재 여부도 분명치 않은 인물이지만, 그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인간관’에 대해 살펴보기에는 좋은 자료다. 이야기는 쿠푸(Khufu)의 치세인 고왕국 4왕조 시대(기원전 2500년경)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왕자 호르제데프(Hordjedef)는 아버지에게 제디라는 인물에 대해 소개한다. 제디는 매일 500조각의 빵을 먹고 100잔의 맥주를 마시는 110세의 기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토트 신의 비밀의 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현자이기도 했다. 당시 ‘쿠푸의 지평선’, 즉 대피라미드의 건설에 열을 올리던 쿠푸는 이 인물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인다. ‘토트 신의 비밀의 방’은 피라미드 건설과 깊은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쿠푸는 왕자 호르제데프에게 제디를 데려올 것을 명했다. 호르제데프는 곧 배를 타고 남쪽으로 떠났다. 그가 도착했을 때 제디는 멍석에 누워서 하인들에게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호르제데프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제디의 젊음에 대해 찬사를 보낸 뒤, 왕이 그의 소환을 명했다는 사실을 정중하게 전했다. 제디는 정중하게 답한 뒤, 몇 가지 문서들을 챙겨서 제자 몇 명과 함께 호르제데프를 따라 파라오의 궁정으로 떠났다. 궁정에 도착한 제디는 곧 파라오를 알현하게 됐다. 제디는 파라오를 보자마자 “왕이시여, 부름을 받은 자가 지금 왔습니다”라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런 그에게 파라오는 다짜고짜 “그대는 잘린 목을 다시 붙일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라고 물었다. 제디는 “예, 저는 그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에 쿠푸는 즉각 “감옥에서 죄수 한 명을 데려와 참수하라”고 명했다. 그런데 파라오의 이와 같은 명령에 대해 제디가 보인 반응이 주목할 만하다. 제디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파라오의 명령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했다. “폐하, 인간은 안 됩니다. 존엄한 존재의 머리를 잘랐다 붙이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제디는 인간, 심지어는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지위를 갖고 있는 감옥의 죄수 역시도 분명하게 ‘존엄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제디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를 위해 파라오라는 거대한 권력에게 저항했다. 결국 제디는 한 사람의 존귀한 목숨을 구한 셈이다. 제디를 ‘인권 마법사’라고 칭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제디의 반응에 대해 파라오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기록돼 있지 않지만, 곧바로 “그래서 거위를 끌고 와 머리를 잘랐다”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 파라오도 제디의 항의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제디는 마법을 사용해 잘린 거위의 목을 성공적으로 다시 붙였다. 쿠푸는 한 번의 실험으로는 부족했는지, 소를 가지고도 같은 마법을 보여 줄 것을 명했다. 제디는 다시 마법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제디의 마법 시연은 끝이 나고, 쿠푸는 본격적으로 ‘비밀의 방’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제디는 ‘비밀의 방’이 헬리오폴리스에 있다고 알려준 뒤, 거기에 덧붙여 몇 가지 예언까지 들려주었다. 이에 쿠푸는 그에게 큰 상을 내리고 더불어 호르제데프의 저택에서 살 권리까지 주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고대 이집트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파라오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많은 이들을 착취하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이집트 사회에 그런 면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그렇기만 했다고도 말할 수 없다. 고대 이집트 사회도 분명히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었고, 그 시공간 속에서 일찌감치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그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제디 같은 이들도 분명히 존재했던 것 같다. 물론 ‘웨스트카 파피루스’는 ‘옛날이야기’에 가까운 기록이지만, 당시 이런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야기 속에 담긴 인간관도 이집트 사회에 꽤 널리 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 R&B 스타 알 켈리, ‘아동과 불법 결혼’ 혐의 추가 기소

    R&B 스타 알 켈리, ‘아동과 불법 결혼’ 혐의 추가 기소

    “당시 15세 가수 알리야 위조신분증 만들어 몰래 결혼” 아동 성 착취 등의 혐의로 기소된 미국의 세계적인 R&B 가수 알 켈리(R. Kelly·52)에게 미성년자의 나이를 속여 결혼했다는 혐의가 추가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 검찰은 5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알 켈리의 기소 내용을 추가해 새로운 공소장을 뉴욕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1994년 나이가 15세밖에 되지 않았던 알리야와 결혼하기 위해 켈리가 위조 신분증을 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일리노이 주가 발급한 혼인 증명서에는 알리야의 나이가 18세로 기재됐다. 1994년 말에 이미 두 사람이 비밀리에 결혼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당시 한 음악잡지를 통해 혼인증명서가 공개된 바 있다. 당사자들은 결혼한 적이 없다며 사실을 부인했고, 1995년 알리야의 부모가 혼인 무효화 절차를 통해 두 사람의 결혼은 없던 일이 됐다. ‘백 앤드 포스(Back & Forth)’와 ‘이프 유어 걸 온리 뉴(If Your Girl Only Knew)’ 등으로 인기를 얻었던 알리야는 2001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22세의 나이로 숨졌다. 검찰의 추가 기소에 알 켈리의 변호인은 “터무니없고 말이 안 된다”며 부인했다. 싱어송라이터인 알 켈리는 1994년 마이클 잭슨의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 등을 작곡해 유명해졌고, 1996년 발표한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I Believe I Can Fly)’가 크게 히트하면서 세계적인 R&B 스타가 됐다. 수많은 히트곡으로 시대를 풍미한 그는 2008년 빌보드 선정 가장 성공한 가수 톱 50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아동을 포함해 다수의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며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 매체에 따르면 알 켈리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미성년자 포함 최소 10명의 여성을 성적으로 상습 착취한 혐의를 받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미국 첫 흑인여성대통령, 시기상조였나

    미국 첫 흑인여성대통령, 시기상조였나

    카멀라 해리스 흑인·여성·법조인·인도계 등매력 넘쳤지만, 잠재력은 폭발 못 시켜바이든 “해리스, 잠재적 러닝메이트 가능”해리스, 경선 중단 이유로 ‘자금력’ 밝혔지만 ‘흑인은 흑인은 뽑는다’ 편견 버려라 조언도 ‘미국, 흑인여성대통령 수용 가능성’ 화두로첫 흑인 여성대통령을 꿈꾸던 카멀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전날 민주당 대선 경선을 포기하자 유력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일(현지시간) 그를 잠재적 러닝메이트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표심의 잠재력이 여전하다는 평가를 한 것이다. 정작 해리스 의원은 최대 경쟁자도 알아본 자신의 잠재력을 선거판에서 끌어내지 못했다. 해리스 의원의 경선 탈락에 대한 표면적 이유는 자금 사정과 선거 캠프의 불화 등이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흑인은 흑인을 찍는다는 편견’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미국이 ‘흑인여성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됐냐는 화두를 던졌다. ●바이든에 이어 민주당 경선 2위까지 치솟았던 인기 바이든 전 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해리스 의원의 러닝메이트 가능성에 대해 “물론, 그럴 의향이 있다. 해리스 의원은 그녀가 되고자 하는 어떤 것도 할 능력이 있다. 언젠가 대통령, 부통령이 될 수 있고 대법관, 법무장관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내에서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과 ‘빅3’다. 그는 “어제 (해리스의) 포기 소식을 듣고 충격받았고 뒤섞인 감정이 들었다. 그녀는 일류 지식인이자 진짜 경쟁자였다”고 했다. 실제 해리스 의원은 지난 6월 1차 민주당 TV토론회에서 흑인으로서 겪은 어린 시절의 차별을 언급하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해 ‘깜짝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CNN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의원(17%)은 바이든 전 부통령(22%)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당시 그는 바이든을 향해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믿지 않는다. 1970년대 교육부가 추진한 흑백 인종 통합 교육과 이를 위한 스쿨버스 운행을 막기 위해 바이든이 노력했다”며 “이에 캘리포니아에서 버스로 통학하던 한 소녀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그 어린 소녀가 바로 나”라고 말했다.●자메이카·인도·흑인·여성·법조인, 해리스의 잠재력은 매력적이었다 해리스 의원의 아버지는 자메이카 이민 가정에서 자란 흑인으로 UC버클리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스탠포드대 교수가 됐다. 또 어머니는 인도 출신으로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페미니스트 운동가로 활동했다. 카멀라(Kamala)라는 이름도 인도 산스크리트어에서 온 것으로 ‘연꽃’을 의미한다. 해리스 의원 역시 하워드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대에서 로스쿨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의 알라메다 카운티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고 샌프란시스코시 지방검찰청을 거쳐 2010년 캘리포니아 주 검찰총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여성·어린이를 착취하고 마약·총기류를 밀매하는 다국적 조직폭력단을 기소해 관심을 받았고, 이후 그녀는 초국경 범죄 조직 및 인신매매의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이끌었다. 이후 그는 2016년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선거에 당선됐다. 흑인 여성으로서는 2번째였다. ●“자금 전쟁에서 밀렸다”는 해리스, 하지만 결국 인기가 낮았던 것이다 전날 해리스 의원은 경선 불출마의 변으로 “난 억만장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자력으로 선거캠페인을 이끌 수 없었다는 의미다. 지난 6월 TV토론회에서 선전한 후 하루 만에 6만 3000여명이 약 200만 달러(약 24억원)를 후원했던 것과 비교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선거 자금의 규모는 결국 표심에 따라 오르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영국 런던의 미국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모금 행사를 열어 300만 달러(약 36억원)을 모금한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선거자금이 모이지 않는 것은 미국민의 표심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폴리티코는 4일(현지시간) 이에 대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민주당 블랙코커스(흑인의원모임) 의장인 죠니 코데로의 언급을 인용해 “흑인 후보는 한 가지 중요한 실수를 저지른다. 흑인이기 때문에 흑인이 투표를 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일부 흑인 유권자들은 흑인 여성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첫 흑인 여성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실제 해리스 의원은 자신의 선거유세에서 “흑인여성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됐냐”고 외친 바 있다. 이날 뉴욕타임즈에 실린 칼럼 ‘왜 흑인여성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가’에서도 해리스 의원이 흑인여성으로서 겪은 미묘한 편견 등이 다뤄졌다. 특히 흑인 사이에서 그가 부정적인 의미에서 ‘최고위급 경찰’로 불렸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녀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해리스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 선언문에서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안됐네. 그리울거야”라고 남기자 이에 “걱정마. 당신의 공판에서 만날거야”라고 반박 트윗을 달기도 했다. 이날은 흑인 여자아기를 안고 ‘언젠가 대통령에 도전할거니?’라고 묻는 짧은 동영상을 남기며 자신의 도전이 끝난게 아님을 시사했다. 다만, 해리스 의원은 이번 경선으로 숙제를 안게 됐다. ‘시민을 위해(for the people)’라는 메시지는 분명했지만 자금과 기세가 부족했다. ‘여자 오바마’라는 세간의 인식도 벗어야 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내 마음에 꽂혔다…미술관서 쏟아진 한강의 글

    내 마음에 꽂혔다…미술관서 쏟아진 한강의 글

    김혜순·한강 등 女문학가 글 발췌 현대미술관서 LED 사인 등 전시 “여성들의 목소리 균형 있게 담아”허공에 매달린 6.4m 길이의 직사각형 LED 화면에서 푸르고, 붉고, 노란 형형색색의 빛이 번갈아 쏟아진다. 천장에 설치된 로봇의 작동에 따라 위아래로 리드미컬하게 오르내리는 기둥 위로 종잡을 수 없는 글이 쉴 새 없이 흘러간다. 일테면 ‘비 내리는 동물원 철창을 따라 걷고 있었다’(한강, ‘거울 저편의 겨울 11’ 중에서) 같은 낯선 문장들. 격언, 잠언, 상투어 같은 텍스트(문장)를 기반으로 공공장소에서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도발적으로 전달해 온 세계적인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69)가 한국어로 처음 작업한 신작 3점이 공개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후원하는 커미션 프로젝트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전에서다. 전시작은 LED 사인, 포스터, 돌 조각 등 작가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매체들로 구성됐다. 서울관 내 박스형 전시장에 설치된 로봇 LED 사인 ‘당신을 위하여’는 시인 김혜순, 소설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재미 한인 작가 에밀리 정민 윤, 이라크 시인 호진 아지즈 등 현대 여성문학가 5명의 작품에서 문장을 골라 한글과 영문으로 게시했다. 전쟁의 폭력과 정치적 억압, 세월호 참사 같은 사회적 비극을 직접 겪거나 목도한 이들, 혹은 그 기억과 기록을 추적하는 화자의 서술이란 공통점이 있다.전시에 맞춰 방한한 홀저는 4일 “때론 마티스처럼 삶의 즐거움을 표현하는 작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우려스럽고, 어려운 주제에 대해 얘기할 수밖에 없는 작가”라면서 “오랫동안 착취당한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그에 맞서 싸워 온 여성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염두에 뒀으나 작가와의 많은 대화 끝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 수록된 시에서 문장을 발췌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LED 작품 특성상 환한 대낮보다 어둠이 내린 저녁 무렵에 보면 더 좋다는 관람 팁도 잊지 않았다. 서울관 로비에서는 1970~80년대 초기작인 ‘경구들’과 ‘선동적 에세이’ 시리즈에서 발췌한 문장을 인쇄해 1000여장의 포스터로 제작한 초대형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한글 포스터를 구현하기 위해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한유주를 비롯한 전문 번역가 4명과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안상수 등이 협업했다. 과천관 야외 조각공원 내 석조 다리 난간에는 ‘지나친 의무감은 당신을 구속한다’ 등 작가가 ‘경구들’에서 직접 고른 11개 문장이 한글과 영문으로 새겨졌다. 홀저는 한글로 처음 작업한 소감에 대해 “가장 두려웠던 건 한글에 대한 나의 무지였다”면서 “텍스트의 의미는 물론 정확한 느낌을 파악하고, 적절한 폰트를 찾는 일이 모두 중요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한글은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된다. 마치 픽토그램처럼 인류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을 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홀저는 뉴욕으로 이주한 1970년대 후반부터 텍스트와 공공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쓰거나 빌려 온 짧은 경구들을 뉴욕 거리 곳곳에 광고 포스터처럼 게시해 큰 주목을 받았다.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미국관을 대표하는 첫 여성 작가로 선정돼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후 구겐하임미술관과 휘트니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공공장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7월 5일까지 이어진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SK이노,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소재 코발트 3만t 확보

    SK이노베이션이 세계 1위 코발트 생산회사인 ‘글렌코어’와 장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고 4일 밝혔다. 코발트는 전기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계약으로 2025년까지 약 3만t의 코발트를 구매한다. 전기차 300만대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광물을 채굴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지역 아동들의 노동 착취 등 인권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데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코발트 구매 과정에서도 윤리적인 책임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매년 제3자 기관으로부터 코발트 생산 과정에 대한 외부 감사를 받기로 했다. 이는 광물 관련 협의체인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 연합’(RMI)의 ‘코발트 정제 공급망 실사 표준’에 따른 것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WSJ “아동 음란물 가장 많은 한국, 처벌엔 관대”

    아동 음란물 범죄에 대한 한국의 처벌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너무 관대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0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꼬집었다. WSJ는 지난 10월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크웹에 개설된 음란물 사이트에 대한 국제공조 수사로 한국인 223명이 포함된 310명을 검거한 사건을 소개하며 사이트 운영자 손모(23)씨가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기소된 다른 남성들은 수천 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한 남성은 아동 음란물 소지와 아동 성착취 시도 혐의로 징역 10년을, 영국 남성은 아동 음란물 사진과 마약 소지 혐의로 징역 40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는데 아동 음란물을 업로드하고 가장 많이 본 한국에서는 약한 처벌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WSJ는 “아동 음란물 제작과 배포에 대해서는 한국의 법정 최고형이 국제사회 기준과 비슷하지만, 소지 혐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WSJ “한국, 아동 음란물 범죄에 너무 관대”

    WSJ “한국, 아동 음란물 범죄에 너무 관대”

    아동 음란물 범죄에 대한 한국의 처벌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너무 관대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0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꼬집었다. WSJ는 지난 10월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크웹에 개설된 음란물 사이트에 대한 국제공조 수사로 한국인 223명이 포함된 310명을 검거한 사건을 소개하며 사이트 운영자 손모(23)씨가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기소된 다른 남성들은 수천 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한 남성은 아동 음란물 소지와 아동 성착취 시도 혐의로 징역 10년을, 영국 남성은 아동 음란물 사진과 마약 소지 혐의로 징역 40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며 아동 음란물이 업로드되고 가장 많이 본 한국에서는 약한 처벌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WSJ는 “아동 음란물 제작과 배포에 대해서는 한국의 법정 최고형이 국제사회 기준과 비슷하지만, 소지 혐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며 한국 법원이 법정 최고형 선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 음란물 소지만으로 최대 징역 10~20년형을 받는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은 물론 일본과 대만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산소 같은 여자’ 말고 모성애 강한 영애씨

    ‘산소 같은 여자’ 말고 모성애 강한 영애씨

    CF 영향 자의 반 타의 반 ‘신비주의’ 전략 가정 덕에 편해… 연기도 다양한 색깔 도전펄밭 헤치는 액션 신 위해 액션스쿨 수업 실종아동 포스터 관심 생기면 성공한 것 할리우드서 태어났다면 물랑루즈 찍고파‘산소 같은 여자’가 변했다. 외모도 목소리도 이 세상 너머의 사람 같던 그가, TV 예능 프로그램(SBS ‘집사부일체’)에 나와 사는 집과 아이들을 공개하고 김장 재료를 다듬었다. “다시 태어나면 가수가 되고 싶다”며 “할리우드에서 태어났으면 ‘물랑루즈’ 같은 영화를 찍었을 것”이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한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이영애(48) 얘기다. 주연을 맡은 영화 ‘나를 찾아줘’의 개봉에 부쳐 최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에 대해 “40대 이후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10대, 20대 때는 부끄러움이 많았고, CF의 영향으로 ‘신비주의 콘셉트’가 자의 반 타의 반 자리잡았어요. 제가 가정을 가지면서 좀더 편해지고, 연기자로서도 다양한 색깔을 보여 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김승우 감독의 입봉작인 한편 스스로 입봉작이라는 느낌도 든다고, 그는 첨언했다. 영화에서 이영애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아나서는 엄마 ‘정연’ 역할을 맡았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에서도 아이를 잃은 엄마로 분했지만, 이번엔 결이 다르다. ‘금자씨’는 복수가 초점인 반면, ‘정연씨’는 아이를 찾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다. 아이를 찾는 와중에 남편(박해준 분)도 잃은 여자의 다층적인 연기가 필요했다. 인상적인 대목은 간호사로 일하는 정연이 후배에게 “어떻게 그렇게 보통 사람들보다 더 밝게 생활할 수 있냐”는 얘기를 듣 는 지점이다. “만약 아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면, 엄마가 살아갈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아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정연은 그럴 수가 없어요. 마음과 정신은 떠 있지만, 현실에도 발을 내디뎌야 하고요. 복잡한 감정을 가진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아이들을 데려다 착취하는 낚시터 사람들과 이를 비호하는 경찰 홍 경장(유재명 분)에게 맞서 아들을 되찾아야 하는 극 중 정연은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신경 쓸 새가 없는 인물이다. 그 극적인 고군분투를 그리기 위해, 펄밭과 바다를 헤치는 인생 첫 기나긴 액션 신 등을 위해 이영애는 액션 스쿨에 다녔다. 반면 통곡·오열 등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했다. 그의 말처럼 다양한 감정을 얼굴에 섞기보다 덤덤하게 가서 관객들에게 그 몫을 맡기는 편을 택한 것이다. “원래 낚시터 사람들한테 쫓기듯이 도망 나와서 혼자 갯벌 옆에 차를 세우는 부분이 있었어요. ‘동물 소리 같은 울부짖음’이라고 지문에 적혀 있었는데 롱테이크로 7~8분을 찍었죠. 그러나 영화 전체로 봤을 때는 너무 감정을 강요하는 거 같아서, 배우로서는 아깝지만 편집한 게 잘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말만도 5가지 버전의 연기를 만들어 대비했고, 그중 하나가 스크린에 담겼다. 영화는 아동에 대한 착취와 성적 학대까지 가미돼 폭력 수위가 높다. 시나리오는 ‘18금’ 판정이 예상될 만치 더욱 수위가 셌다고 한다. 스스로 두 아이의 부모여서 더욱 고민이 되기도 했다. “작품을 결정하기 전에 고민됐던 부분 중 하나예요. 그런데 감독님하고도 얘기했지만,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더 잔인하고 힘들잖아요. 그걸 우리가 알리는 과정도 필요하고요. 그러면서 다시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이, 배우로서는 큰 보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종 아동을 찾는 포스터는 늘 곁에 있지만, 관심을 두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하자 그는 말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아요. 그래도 이런 영화가 관객분들께(실종 아동 포스터) 한 번 볼 거 두 번 보게 한다면 성공한 거 아닌가 싶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시진핑 中 주석이 깨운 ‘잠자는 용’/이기철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시진핑 中 주석이 깨운 ‘잠자는 용’/이기철 국제부 선임기자

    경제적·군사적 자신감이 충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시대’가 왔다고 믿는다. 시 주석이나 중국인뿐 아니라 그렇게 믿는 세계인도 많다. 특히 그가 ‘잠자는 용’을 깨웠다고 한다. 깨어난 용이 톈안먼 사태 이후 30년간 맹렬히 서구를 따라 성장한 중국일까, 아니면 냉전 종식 이후 유일 강국으로서 안주하다 중국 부상에 놀란 미국일까. 깨어난 용이 서로 자국이라며 직접 부딪치는 곳이 남중국해다. 미군은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남중국해 주변 해역을 통항하면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고 있다. 문제의 남중국 해역에 대해 중국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지만 베트남과 필리핀 등은 일부 해역이 자국 영토라고 맞서고 있다. 미국은 육지나 자연적인 섬에서 12해리 밖의 바다를 공해로 보고 자유통항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미국에 맞서 중국은 일부 산호초에 시멘트를 들이부어 만든 인공 섬에 활주로를 만들고 미사일과 전투기를 배치하는 등 무력을 증강하고 있다. 무역전쟁도 미중 헤게모니 투쟁의 연장이다. 관세 부과에 보복관세로 맞서는 악순환이 18개월간 계속됐다. 강한 지도자를 추구하는 시 주석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무역협상 1단계 서명이 ‘항복 문서’에 사인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신경전을 펴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미국이 비우는 자리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일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주도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서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의에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8년 임기 동안 재선운동 기간인 2013년 한 번 빠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행사 중간에 귀국하고서 2년 연속 ‘노쇼’였다. 미국은 세계무대에서 발을 뺄 경우 발생할 후폭풍의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평범한 미국인들도 중국을 경제적 착취자이자 군사적 위협이며 지정학적 라이벌로 본다고 미 싱크탱크들이 전하고 있다. 보통의 미국인이 중국을 경계한다는 측면에서 시 주석은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 중국 개방의 설계자인 덩샤오핑이 밝힌 외교 노선인 도광양회(韜光養晦)를 팽개치고 강경한 대외 정책을 취한 결과이다. 중국이 근육 자랑 대신 지도자 한 세대 기간 정도 더 힘을 비축했다면 미국은 중국의 파워를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은 경계모드다. 특히 미 조야에선 미국이 국제 주도권을 유지하고자 논의가 한창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나 스티븐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전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나 적용될 충고로 미국 우선주의와 같은 국수주의, 포퓰리즘 유혹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계약 존중의 전통 회귀를 강조한다.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도 급하다. 트럼프 정부가 동맹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한 대가로 한꺼번에 4~5배나 되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미군을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가 아니라 용병으로 전락시키는 처사로, 미군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일이다. 우방을 모욕하고 포퓰리즘에 취한 지도자는 번영의 토대를 허무는 선동가와 다름없다. chuli@seoul.co.kr
  • [판깨스트] ‘별장 성접대’ 윤중천 1심 판결… “성접대 처벌 못한다”며 ‘뒷북 기소’ 질책한 재판부

    [판깨스트] ‘별장 성접대’ 윤중천 1심 판결… “성접대 처벌 못한다”며 ‘뒷북 기소’ 질책한 재판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게 이른바 ‘별정 성접대’를 제공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6년 만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혐의였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벌도 이뤄지지 못하게 됐는데요.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윤씨를 처벌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두고 검찰의 ‘뒷북 기소’를 비판하는 질책을 윤씨의 판결선고 과정에서 쏟아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손동환)는 15일 강간치상과 사기, 알선수재, 무고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씨에게 징역 5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14억 873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재판에 넘긴 윤씨의 공소사실 12개 공소사실 가운데 사기, 공갈미수, 알선수재 등 5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김 전 차관과 윤씨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이었던 강간치상 혐의는 면소 또는 공소기각 판결이 나왔습니다. 윤씨는 ‘별장 동영상’ 속 피해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A씨를 지속해서 폭행·협박하고 성관계 동영상으로 억압해 2006년 여름과 2007년 여름, 2007년 11월까지 세 차례 강간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상해를 입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성폭력 범죄가 있었다고 지목된 시기를 중심으로 보면 2006년 여름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치상) 혐의가, 2007년 여름과 그해 11월 13일 범행은 강간치상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그런데 이들 범죄는 공소시효가 10년으로 이미 처벌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습니다. 2007년 12월 21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특수강간에 대한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났지만 법이 개정된 날인 2017년 12월 21일 이후에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만 공소시효가 15년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윤씨가 재판 과정에서 줄곧 공소시효가 이미 끝났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었죠. ●세 차례 강간치상 혐의 기소됐지만… “범죄 증명 안 되고 공소시효·고소기간도 지나” 그러나 강간치상 혐의가 적용되면서 상해가 인정된 시기로 공소시효를 달리 볼 수 있는 여지도 있긴 했습니다. 검찰과 A씨 측의 주장이 그랬습니다. A씨 측은 윤씨의 범행으로 2008년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2013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폭력 범행과 관련된 A씨의 진술이 번복되거나 모순되는 점들이 있다며 A씨의 정신적 상해가 윤씨의 성폭행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강간치상 혐의는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단을 한 것입니다. 다만 강간치상죄는 강간의 결과로 상해를 입혔다는 것으로, 강간의 가중범죄로 여겨져 성폭행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강간 혐의에 대해서도 별도로 판단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06년 여름의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며 면소를, 2007년 여름과 11월에 있던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고소기간(1년)이 지났다며 공소기각으로 각각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윤씨에게 유죄로 인정한 일부 사기 및 공갈미수, 알선수재 등의 혐의에 대한 양형이유를 설명하면서 면소와 공소기각을 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은 2013년 이미 피고인을 수사했는데 성접대 부분에 관해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는지는 판단하지 않고 성폭력 혐의만 판단한 다음 대부분 불기소했다”면서 “6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성접대를 뇌물로 구성해 김학의에게는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한 한편 피고인의 뇌물공여 혐의는 공소시효(5년)가 지나버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러자 이제 검찰은 성접대 부분이 피고인의 강간에 의한 것이고 그로 인해 피해 여성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었다며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했다”면서 “2013년에 검찰이 적절하게 형사권을 행사했다면 피고인이 적절한 죄목으로 형사법정에 섰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불기소 처분이 모두 미흡했다고 질타한 것입니다. “피고인도 ‘그 때 이 사건이 마무리됐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성폭력 범죄와 상해 간의 인과관계가 여러 이유로 증명이 됐다고 보기 어렵고 고소기간이 지난 뒤여서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해 피고인의 김학의 등 유력 인사들에 대한 성접대 의혹은 양형에 직접적인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 “시골·고졸 출신 윤중천, ‘장벽’ 넘기 위해 접대” 이례적 양형이유 설명 이날 재판부는 양형이유를 설명하겠다면서 “재판부가 심리를 통해서 파악한 파편적인 내용일 수 있는데 형을 정하는 데 있어 필요한 내용이니 다소 불편해도 피고인과 검찰이 감안해서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형사재판에서의 양형이유를 설명하는 방식과는 매우 다르게 윤씨의 일생 경로를 읊기 시작했습니다. “피고인은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 복무를 마친 뒤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거주하던 집을 개축해서 빌라로 분양하는 등의 사업을 하면서 수완을 발휘했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성공도 거뒀습니다”로 시작된 양형이유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이 때 피고인은 건축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자금과 분양까지 가기 위한 시간부담 등을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메울 수 있고 그 대출은 개발사업 인허가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중략) 건설규모에 따라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피고인은 장벽 너머의 부를 꿈꾸었습니다. 장벽을 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건축과 관련된 조화로운 발전을 제시하는 게 필요한데, 피고인은 그 경쟁에서의 승리를 인허가권자와의 인맥, 친분, 압력이 있는 권력자들에게 얻을 수 있다고 믿었고 유력가, 재력가들과 친분을 형성해 그들에게 접대를 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중략) 피고인은 화려한 시설과 멋진 조명을 갖춘 원주 별장을 꾸미고 파티를 꾸몄습니다. 외제 고급차를 타고 골프를 치면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구분하지 않고 은밀한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성을 접대의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장벽을 넘기가 어렵다고 깨닫자 피고인은 꾸니는 데 더욱 신경을 씁니다. ‘내가 저 높은 장벽을 꿈꿀 수 있나. 법조인, 재력가, 해병대 인맥이 탄탄하니까 이들이 나에게 돈을 조금만 주면, 대표이사 직함을 주면, 주식 지분을 주면’이라고 생각했고, 그들에게 ‘내가 더 많은 것을 주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내 것이 됐든 남의 것이 됐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접대를 위해 성을 거래한 여성들의 마음을, 상대의 신뢰를 믿고 피고인과의 사랑이라고 여긴 상대 여성(옛 내연녀)을 이용했습니다. (중략) 피해자들은 피고인 스스로 한 거짓말도 있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작동하지 않은 국가형벌권 행사에 좌절했습니다.” 재판부가 자신의 삶을 조목조목 꼬집는 동안 윤씨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습니다. 윤씨 측은 판결에 대해 “재판부께서 고도의 집중심리를 통해 면밀히 검토해 지난 6년간 대한민국 전역에 소모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성접대 또는 성폭행 관련 사건에 대해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적절한 판단을 해주심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면서 “나머지 신상털기식 수사에 따른 사기 등의 공소사실 중 일부 유죄가 선고된 것은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여성단체 등에서는 성폭력 범죄를 처벌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사회가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폭력을 여전히 용인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법무부 차관이었고 검사였던 김학의를 비호하는 공범인 검찰은 본 사건을 성폭력이 아닌 뇌물죄로 기소하였고, 윤중천이 자행한 성폭력의 일부만을 기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절망했어도 재판부에 일말의 기대가 있었지만 사법부는 사실상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처해 있는 상황은 전혀 고려도 하지 않았고, 성폭력에 대해서도 제대로 판결하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송란희 사무처장도 “판사는 판결 중 가해자에 대해 시골, 고졸 출신으로 ‘장벽’을 넘고자 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말했는데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눈앞에 두고 있는 장벽은 가해자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면서 “가해자끼리의 연대, 검찰과 경찰, 법원의 연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같은 장벽을 결국 넘어서는 것이 누구인지 끝까지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2019 톨게이트 농성, 1979 김경숙의 눈물 보인다

    2019 톨게이트 농성, 1979 김경숙의 눈물 보인다

    YH무역 사장 회삿돈 빼돌리고 폐업 부당함 알리던 김경숙은 농성 중 숨져 40년 지났지만 노동 환경은 아직 열악 1970년대 노동운동 상징의 두 축 전태일·김경숙 열사 함께 기억되길“1970년대 노동운동은 전태일에서 시작해 김경숙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순영(66) 전 YH무역 노동조합 지부장은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경기 부천의 한 카페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 대표는 전태일기념관 추진위원장을 지냈으며, 김경숙 열사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 열사는 유신정권 붕괴의 도화선이 됐던 1979년 ‘YH무역 사건’ 때 신민당사에서 추락 사망한 여성 노동자다. 노동운동과 무관한 삶을 살던 최 대표는 가발업체인 YH무역에 입사한 뒤 노동조합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는 “1966년 자본금 100만원으로 시작한 YH무역은 급성장했지만 노동자 임금은 그대로였다”면서 “하지만 사장은 1973년 10억원을 빼돌릴 정도로 착취 구조가 이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YH무역 노동자들은 1979년 회사의 부당한 폐업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당시 신민당사를 점거했다. 최 대표는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언론을 통해 단 한 줄도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며 “‘노조 탓에 회사가 망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 것처럼 퍼졌다. 억울함을 알리려고 농성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노조 조직차장이었던 김 열사가 숨진 것도 동료들은 뒤늦게 알았다. 최 대표는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구라도 희생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전태일과 김경숙은 가난했지만 주변 동료들의 어려움을 헤아리면서 살았다는 점에서 닮았다”며 “가 버린 사람의 뜻을 이어 가고 살려 내는 건 산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김 열사가 떠난 지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국내 노동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빈부격차는 더 커졌고 노노 갈등까지 생겼다”며 “가난이 대물림되고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는 청년들은 희망마저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 노동자가 중심이 된 톨게이트 노조의 농성을 두고는 “1978년 2월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이 경찰 앞에서 속옷만 입고 맞선 지 40년이 지났지만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며 “쓸모없어지면 버린다는 태도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경숙 열사 기념사업회는 2014년부터 연말에 노동 현장에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상대로 ‘김경숙상’을 시상하고 있다. 앞서 KTX 열차 승무지부 조합원들이 상을 받았다. 최 대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려 한다”며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통해서도 김 열사의 정신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트라우마 치료해준다더니…‘그루밍 성폭력’ 유명상담사 징역 3년

    트라우마 치료해준다더니…‘그루밍 성폭력’ 유명상담사 징역 3년

    법원 “죄질 나쁘고 반성하는지도 의문”상담사 김씨, 선고 뒤 “억울하다” 항변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입은 20대 여성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치료해준다며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유명 심리상담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권희)는 12일 피보호자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심리상담사 김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김씨는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상담을 요청한 피해자 A씨를 2017년 2월부터 석달간 총 8차례 자신의 위력을 이용해 추행·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기관은 김씨의 행위가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보고 그를 기소했다. 그루핑 성폭력은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자신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대체로 일관되고, 피해자가 기록해 온 스케줄러 내용이나 카드 결제 내역 등 객관적인 증거로도 뒷받침된다”면서 “반면 피고인의 진술은 오락가락하거나 일관되지 않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는 자신의 심리적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피고인을 만났고, 전적으로 신뢰하는 상태였다”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사실상 보호 또는 감독 받는 위치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이성적인 호감 하에 피고인과 신체적 접촉을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이를 거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계 및 위력으로 인한 간음과 추행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본인의 잘못을 반성하는지도 의문”이라면서 ‘피해자가 여러 번에 걸쳐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탄원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드라마나 연극 기법을 활용하는 심리 치료 방법인 ‘드라마 치료’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심리상담사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서 드라마 치료 전문가로 활동해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대학에서 상담학 강의도 해 왔다. 김씨는 “사실관계가 다르고 또 고의가 없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날 선고가 내려진 뒤에도 재판부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억울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군대 급식서 채식 선택권 보장하라” 인권위에 진정

    “군대 급식서 채식 선택권 보장하라” 인권위에 진정

    “채식주의자, 훈련소서 2주간 쌀밥밖에 못 먹어” 군대 내 단체 급식에서도 채식의 선택권을 보장하라며 시민단체들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녹색당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동물권행동 카라 등 3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군 입대를 앞둔 진정인 4명과 함께 1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대 내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채식주의는 단순한 기호가 아닌 동물 착취를 하지 않겠다는 신념이자 양심”이라며 “채식 선택권 보장은 채식인들의 행복추구권과 건강권, 양심의 자유 등과 결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단체 급식이 제공되는 학교·군대·교도소 등에서 개인이 채식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특히 군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현재 나오는 식단만으로 채식을 할 경우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육류를 먹지 않는 사람은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28일 식단 중 평균 8.6일은 쌀밥과 반찬 하나만 먹을 수 있고, 13.6일은 쌀밥만 먹을 수 있으며 1.6일은 굶어야 한다. 이틀은 반찬 한 가지만 먹을 수 있다. 내년 초 입대를 앞둔 진정인 정태현씨는 “군 복무 기간에 채식주의를 실천했던 군인들은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한 채 훈련을 받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무기력, 우울증에 고통스러워했다”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할 때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인권위는 2012년 교도소에 복역 중인 채식주의자가 제기한 진정 사건에서 “채식주의에 대한 일관된 행동과 엄격한 수용 생활 태도는 양심에 근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국가행정 차원에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로리 공유 좀”… ‘다크웹’ 타고 수천명 텔레그램에 우글

    “로리 공유 좀”… ‘다크웹’ 타고 수천명 텔레그램에 우글

    한국인 커뮤니티 ‘코챈’ 게시글 등 분석 아동 성착취 영상 관련 언급 가장 많아 3000~4000명씩 텔레그램 채팅방 개설 불법 영상물 올리고 수시로 메시지 삭제 경찰 수사 피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공유 폐쇄형 사이트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불법 촬영 동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유통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경찰이 ‘다크웹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다크웹은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비밀 사이트다. 경찰은 전국 지방청 사이버수사대에 다크웹 수사를 맡기고 미국, 영국 수사기관과 공조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경찰의 수사 의지를 비웃듯 여전히 불법 음란물과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직접 다크웹에 접속해 최대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11일 서울신문이 한국인이 많이 접속하는 다크웹 내 최대 커뮤니티 ‘코챈’의 최근 게시글 1000건과 그 댓글을 분석한 결과 이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아동 성착취 영상 등 불법 음란물이었다. ‘아동 포르노’, ‘아청물’(아동청소년물) 등 직접적으로 영상이 언급된 단어가 244회로 가장 많았다. 예컨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 (주소를) 내놔 봐라”라는 게시글을 올리면 다른 이용자가 주소를 공유하는 식이다. 또 소아성애를 뜻하는 ‘로리(로리타 콤플렉스)·쇼타(쇼타로 콤플렉스)·페도(페도필리아)’(132회) 등의 단어도 두드러졌고, ‘여중딩, 고딩’, ‘헤베’(헤베필리아), ‘CP’(아동 성착취 동영상), ‘토들러’ 등이 포함된 게시글도 수십건에 달했다. 불법 촬영물이나 아동 성착취 영상의 피해자 실명도 129회 언급됐다. 이용자들은 다크웹에서 10살도 채 안 되는 피해자를 ‘OO이’ 또는 ‘OO녀’로 지칭하며 ‘추천’, ‘명작’이라고 하기도 했다. 불법 영상물 유통은 한국인 손모(23)씨가 운영하던 다크웹 내 사이트 ‘웰컴투비디오’가 미 수사당국에 적발된 이후 더 음지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안전한 게시판에 영상 링크를 올리거나 텔레그램 채팅방으로 초대해 영상을 공유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텔레그램은 서버가 해외에 있어 경찰 추적이 쉽지 않고, 이용자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수시로 삭제할 수 있어서 보안 안전성이 높다. 실제 코챈에 공유된 텔레그램 채팅방에 접속하니 3000~4000명이 실시간으로 수십개의 아동 성착취 영상과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고 있었다. 일부 채팅방은 아동 성착취 영상을 먼저 운영자에게 보내야 입장이 허용되는 식으로 운영됐다. 또 연예인 얼굴에 나체 사진을 합성하는 ‘합성방’ 역시 1000명 이상 접속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 내 다크웹 접속자는 9월부터 하루 평균 약 1만 3000명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경찰이 수사 확대를 밝힌 이날에도 불법 다운로드 주소를 올리고, “외장하드를 쓰고 무조건 암호화하라”는 등 수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반(反)성폭력 문화를 개선하지 않는 한 이런 사이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장은 “다크웹에서 공유되는 불법 영상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누군가에게 폭력을 저지르는 것을 용인하는 우리 문화에 있다”면서 “손모씨 판결에서도 알 수 있듯 운영자에게도 약한 처벌이 내려지니 일반 이용자들은 ‘잡혀도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고교생이 텔레그램으로 아동음란물 유포?…경찰 내사 착수

    고교생이 텔레그램으로 아동음란물 유포?…경찰 내사 착수

    텔레그램 비밀 채팅방서 음란물 영상 링크 공유 이뤄져 고교생이 텔레그램을 통해 불법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유포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언론 보도로 이같은 의혹을 접하고 이 학생을 내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이 학생은 최근 텔레그램에 비밀 채팅방을 개설해 각종 불법 음란물 영상과 사진 등의 링크를 공유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텔레그램 비밀 채팅방에서 공유된 성 착취 관련 영상 링크는 1만 8985개였고,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도 1000편 이상이었다. 또 경찰 수사에 대비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생의 음란물 유포 의혹은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현재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음란물 유포 의혹을 받는 고교생이 재학 중인 특정 학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도 의혹을 접하고 해당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 유포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학생의 부모는 “누군가가 학생을 사칭해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포 의혹을 받게 됐다”며 명예훼손 피해를 수사해 달라고 이날 인천 계양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누군가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을 해당 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음란물을 유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 학생은 이날 오전 학교에 가지 않았으며, 부모는 심리적 안정을 취한 뒤 등교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학교 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는 음란물 유포 의혹과 관련해 신상이 도용됐다는 입장”이라며 “학생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4차 산업혁명 빌미로 노동자 혹사” 2019 전태일들의 외침

    “탄력근로제·노조법 상정 즉시 총파업” 日·홍콩 등 해외 노동운동가들도 참석 검찰, 톨게이트 노조원 1명 영장 청구 근로기준법 준수를 촉구하며 분신했던 전태일(1948~1970) 열사의 49주기를 맞아 민주노총이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고 “4차 산업혁명을 빌미로 한 노동자 혹사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10일 서울 마포대교 남단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9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동기본권 쟁취와 비정규직 철폐, 재벌체제 개혁을 반드시 이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 최대 40시간 노동을 최소 노동시간으로 강요하고 노동자를 혹사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자 혁신이라고 말하는 사회가 과연 최선인가”라고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악안’ 심의에 들어가거나 ‘노조법 개악안’을 상정하는 즉시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해외 노동운동가들도 자리해 한국 노동자들과 뜻을 함께했다. 와타나베 히로시 일본 전국노동조합연락협의회 의장은 “현재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이 혐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과 재벌 정치라는 공통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람슈메이 홍콩노총 건설노조 조직활동가도 연단에 올라 “세계화 아래 전 세계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일자리 등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한국에서 노동자들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은 홍콩 노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 A씨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A씨는 지난 8일 오후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 80여명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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