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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5일제’ 시행이후 문화계 표정] “생활속 여가 잘 즐겨야 창의적 마인드 생겨나”

    [‘주5일제’ 시행이후 문화계 표정] “생활속 여가 잘 즐겨야 창의적 마인드 생겨나”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가지 못하고 1만 달러의 덫에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가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을 내세워 ‘노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는 명지대 기록과학대학원 여가정보학과 김정운(42) 교수. 본격적인 주 5일 근무 시대를 맞으면서 그는 대기업, 정부 등 여기 저기 불려 다니느라 정작 자신은 제대로 놀 시간이 없는 것이 고민이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제대로 놀지 못하면 제2의 IMF사태가 온다고 주장하는데 여가문화는 사회경제의 변화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경제적 발전에 상응, 금융시스템이 변하지 못해 IMF위기가 닥친 것처럼 여가문화의 근본이 변하지 않으면 도덕적·문화적 IMF의 위기를 맞게 된다. 이는 창의적 마인드는 여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주 5일 근무가 갖는 의미는 한마디로 ‘문화혁명적 사건’이다. 우리 삶의 패턴이 달라진다. 서구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는 200년에 걸친 노동조합의 투쟁 결과다. 다시말해 서구는 200년에 걸친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생산적인 여가문화를 형성, 오늘날과 같이 발전할 수 있었다. ●주 5일 근무가 갖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대한 논의가 없다 우리의 경우 노는 날이 하루 늘어났으니 좋다는 생각뿐이다. 그에 따른 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 대책없이 늘어난 여가시간은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가장 큰 문제는 투잡스, 스리잡스족이 늘어나는 것이다. 쉬는 시간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파트타임으로 주말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 주말 여가를 위해서는 경제적 비용이 필요한데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면 가족의 위기가 증가하고 삶의 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지난해 문화관광부에서 여가지원센터 설립 등 다양한 여가정책 사업을 위해 100여억원 규모의 예산을 기획예산처에 신청했으나 “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노는 대책이냐.”며 예산배정을 하지 않았다. 연말 정기국회 예산안 심의에서도 ‘여가’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잘렸다. 여가정책은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클릭 이슈] 일조권 침해 배상 소송인ㆍ법원 갈등

    햇볕을 쬘 법적 권리인 일조권을 침해당한 개인에게 대법원이 “위자료로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은 1983년이다.20여년이 지난 현재 업계는 일조권 등 환경권 관련 소송이 연간 600∼700건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지난 5년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한 해 짓는 15층 이상 건물수가 3300여동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수치이다. 법원은 다른 사람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일조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위자료 개념으로 일조권을 보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정도인 수인한도에 대해 지난 1996년 서울고등법원이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9시∼오후 3시까지의 6시간 중 연속 2시간 동안 해가 들지 않거나, 오전 8시∼오후 4시까지의 8시간 중 4시간 동안 해가 들지 않는다면 수인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일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심리에서 법원은 두 가지 점을 따져왔다. 하나는 원고의 피해인 수인한도 여부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는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 여부에 대한 것이다. 법원은 일조권 침해 원인을 일으킨 불법행위 당사자와 피해자에 대해 배상책임과 권리를 제한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대법원은 재건축 아파트 때문에 일조권을 침해당했을 경우 재건축조합과 함께 설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시공사도 공동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또 집을 갖지 못한 세입자의 일조권을 인정하면서 거주하지 않는 주택 소유자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았다. 실질적인 침해가 있을 때에는 배상을 받을 권리를 인정해 준 것이다. ●“시가 반영분만큼 보상땐 소송남발” 이같이 법원의 판례가 자리잡으며 행정청은 건축 허가 때부터 일조권 등 환경권을 고려해 인허가를 내주고 있다. 국세청도 지난 3월 기준시가에 일조권 및 조망권·소음권 등 환경권을 반영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조권 소송은 줄지 않고 있다. 소송 당사자들은 법원의 판단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일조권의 가치에 비해 소극적이며 배상액 산정이 엄격하다고 비판한다. 일조권 소송에서 이길 경우에도 원고 각자에게 돌아가는 배상액은 300만∼500만원 정도이다. 법원은 일조권을 환경권의 하나로 파악해 아파트 신축에 따라 일조권이 나빠졌더라도 주변 도로 등 환경 상황이 나아졌을 경우 배상액을 깎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집값 하락 등 일조권 침해에 따른 피해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 만큼 일조권 이외의 환경권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건물이 밀집한 서울 등지에서 일정한 정도의 일조 침해는 불가피한 것”이라면서 “가해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판단 없이 피해자의 모든 피해를 배상해 준다면 소송이 남발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송 급증…배려하는 마음 필요 전문가들은 일조권 소송이 이어지는 원인에 대해 법원과 당사자의 시각차 외에 ▲건물이 밀집된 대도시의 물리적 요인 ▲행정착오에 따른 피해 ▲감정 등 기술미비 ▲지역 이기주의 등을 꼽았다. 특히 수개의 전문업체와 대학연구실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감정을 할 업체가 없는 상황이 소송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신축에 따라 일조권 침해를 받는 집이 40가구라는 S대 연구팀의 감정을 믿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 지정 감정기관인 H대학 연구팀의 감정 결과 피해를 입은 집은 7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진 사례도 있다. 소송이 임박해서야 일조권 감정 등 대책을 세우는 건설업체의 안이한 자세도 소송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일조권 소송 전문 변호사인 이승태 변호사는 “건물을 지을 때 약간만 비껴서 지어도 일조권 소송을 막을 수 있다.”면서 “서로 배려하지 않는 이기주의가 부딪쳐 소송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일조권 관련 주요판결 및 사건 ▲1994.2 서울지법 일조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배상 첫 판결 ▲1995.3 부산지법 일조권 침해 신축 아파트에 공사중지 가처분 첫 결정 ▲1996.1 서울지법 일조권 침해에따른 집값 하락분 보상 첫 판결 ▲1996.3 서울고법 일조권 기준 첫제시-동지일 기준으로 오전 9시∼오후 3시 중 연속 2시간, 오전 8시∼오후 4시 중 4시간 ▲2001.5 서울지법 건물 2채로 인한 복합일조권 침해 첫 인정 ▲2002.1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일조권도 환경분쟁 대상에 포함 ▲2004.11 대법원 일조권 침해여부 판단 때 일조시간 외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 ▲2005.3 대법원 일조권 배상에 시공사도 책임있다고 판결
  •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확정] 수도권 테마파크 환경단체 반발클듯

    정부가 밝힌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은 부처간 협의, 실행과정 등에서 난항이 예상되는 정책들이 제법 있다. 재정경제부 김석동 차관보는 6일 “모든 부처가 현재의 투자 여건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같이했다.”면서도 “확정적으로 밝히고 싶었지만 협의가 안돼 방향만 제시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정책은 수도권내 대규모 관광단지 허용이다. 팔당수계 등 자연보전권역에서는 6만㎡(2만평)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할 수 없다. 그렇다고 6만㎡ 미만 규모로 대규모 관광단지를 허용하는 것도 어렵다. 이해찬 총리는 이날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 “권역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오염원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경보전방식 자체의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그러나 환경부와 환경보호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수도권내 대기업 첨단공장 건설에 대해 재경부는 우선 사전승낙을 하고 오는 12월 수도권 발전대책 협의회를 통해 공식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수도권 신설투자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등 법령에 묶여 있어 법적으로 완전히 허용하는 것은 내년이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선뜻 정부의 약속을 믿고 투자를 할 대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다. 도입이 검토되던 장기세금우대 증권저축은 금융감독위원회 등과의 협의가 원활치 않아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김 차관보는 “과거의 주식투자에 대한 세금우대 효과 분석이 필요하고 장기적립식 펀드가 빨리 늘고 있어 주식시장을 좀더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단체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도 많다. 정부는 외국교육기관의 내국인 입학비율과 현행 5년인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 해외거주요건을 합리적으로 조정,9월 말까지 관련법령을 제정하기로 했다.교육부는 내국인 입학비율에 대해 50%, 해외거주요건은 3년을 제시했으나 교원단체는 물론 여당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능대와 직업전문학교의 통합·대형화·분권화 등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국립대 구조조정처럼 당사자들의 반발과 시행착오 등이 예상된다.국립대가 독자적 운영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교육부 권한의 일부를 국립대로 넘기는 등 운영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도 정했지만 교육부가 얼마나 권한을 떼줄지 의문이다. 노사관계의 벽은 더 높다.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은 거의 2년째 노사정위원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합의가 어려우면 아예 정부안을 마련,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나 노사 양측을 만족시키기는 힘들 전망이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클릭 이슈] ‘기초 의원까지 정당공천’ 반발 확산

    [클릭 이슈] ‘기초 의원까지 정당공천’ 반발 확산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등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이후 지방의원,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의원들은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지방정치를 중앙에 예속시키는 시대착오적인 악법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기초의회 의장들의 모임인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회장 이재창)는 4일 대책마련을 위해 16개 시·도 대표의장들의 긴급모임을 결정, 통보했다. ●풀뿌리 민주주의 틀 바꿔 여·야정치권의 합의로 개정된 공직선거법의 기초의원 선거 관련 주요 골자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중선거구제 도입 ▲유급화와 함께 기초의원 정수 20% 감축 ▲비례대표 10% 등이다. 이번 개정안의 통과로 그동안 정치세력화되지 않도록 운영되어 온 기초의회의 틀이 완전히 바뀌어 지방의회, 특히 기초의회가 중앙정치권처럼 정당정치가 가능하게 됐다. 원래 공직선거법의 개정취지는 지방의원의 성격과 인적구성을 바꾸는 데 목적이 있었다. 유급제를 실시해 유능한 정치지망생을 지방의회에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또 중선거구제를 통해 지역 토호에 의한 의회 장악을 막고 비례대표제를 통해 여성과 전문인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개정작업이 진행됐다. 궁극적으로는 지방분권에 맞춰 지방의회가 감시기능뿐 아니라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자는 데 있었다. ●국회의원이 지방정치를 장악 하지만 결과는 ‘기초의원 유급화’라는 당초 기초의회 및 의원들의 요구 하나만 들어주고 전체 골격은 지방정치를 중앙정치권의 하부조직으로 만들어버려 떡하나 얻어먹고 빰맞은 꼴이 돼 버렸다. 일례로 지방의원 수는 기초의원 1인당 평균 1만 3000여명의 주민을 대표하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선거구제로 의원정수를 줄여 지방자치의 본질과 기능을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 등 국회의원들조차도 “지금 숫자로도 참여민주주의를 구현하기 부족한 실정”이라고 부적절한 개정임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회 조덕현 운영위원장은 “앞으로 중선거구제로 5∼6개 동에서 1∼2명의 의원을 뽑는다면 국회의원 선거때처럼 지역별 주민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민의를 대표할 수 있는 올바른 의회 구성이 어렵게 될 것이다.”며 기초의회의 반발 분위기를 대변했다. ●정당공천제에 큰 반발 특히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도입은 지방자치를 가장 크게 훼손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작업을 지켜본 창원대 송광태 교수는 “자치 선진국은 정당공천을 없애는 추세에 있다.”며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는 지방분권, 지방자치의 본질이 전도된 것으로 이번 개정법에서 가장 잘못된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 등은 법개정전 “기초의원 정당공천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지방자치를 더욱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고 공천잡음 등 지방자치 발전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초의원들의 반발도 이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시민·여성운동과 의회활동을 병행하는 유정희 관악구의회 의원은 “이번 개정은 지방정치와 주민자치를 완전히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그 가운데 정당공천제는 기초단위의 생활정치, 풀뿌리 정치를 지나치게 정치화한 것으로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단체도 비난전 가세 지역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지역 시민단체 연대회의는 지난 1일 성명서를 내고 “기초의원 정당공천은 신인의 진출을 근본적으로 막고 선거 공정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당 공천을 전제로 한 중선거구제 도입도 힘센 정당끼리 나눠 먹겠다는 속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경주 경실련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기초의회까지 정당공천제를 도입하려는 의도는 국회의원의 지역정치 영향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지방선거법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와 유급화의 백지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각 지역 시민단체는 기초의원뿐 아니라 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도도 폐지할 것을 주장하는 등 중앙정치권의 지방정치 장악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창원대 송광태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법 개정은 중앙정치권의 지방장악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분권에 따른 올바른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지방과 자치의 특성을 인정해주는 차별화된, 자율성있는 자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완작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양재 시민의 숲’ 법정싸움

    서울시와 서초구가 1000억원대로 추산되는 ‘양재 시민의 숲’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법정싸움을 벌이게 됐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지난 91년 서초구에 소유권이 이전된 양재동 ‘시민의 숲’의 소유권을 놓고 협상을 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따라 시는 소송을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 서울시는 서초구에 공문을 보내 6월30일까지 시민의 숲 반환에 대한 회신을 요청했지만 서초구는 회신을 보내지 않았다. 양재동 시민의 숲은 7만 8000여평 규모로 하루 평균 4000여명, 휴일에는 7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지난 1988년 12월 개포구획정리사업이 끝나면서 완성되어 시 소유가 됐다. 이어 1989년 4월 시 명의로 소유권 보존등기가 됐다. 그러나 1991년 10월 서초구의 소유권 이전 신청을 서울시가 승인하면서 서초구 소유가 됐으며 시는 이 과정에서 행정상의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의 숲의 소유권은 법령상 시 소유로 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구 소유로 잘못 이관된 지 14년이 경과되고 있어 이를 하루빨리 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에서 소유권을 환원받아 시민들의 취향에 맞게 수준을 향상시켜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착오로 이관된 것은 취소사유가 아니라 법령에 위배되는 중대한 하자로 당연히 무효사유에 해당된다며, 만약 취소사유에 해당되더라도 이미 소유권이 이전된 지 10년이 지나 시효가 중단됐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서초구 관계자는 “구의 요청은 관내 대부분의 시유지를 이관해 달라는 내용으로 시·구 재산조정 기준에도 맞지 않아 위법이며, 기능상 광역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공공시설부지 등을 포함하고 있어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서울광장] 정치권의 허망한 셈법/김경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치권의 허망한 셈법/김경홍 논설위원

    여당이 해임건의안 제출을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이고 무리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하는 것이나,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것을 ‘민심에 역행한 정치야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둘 다 근시안적이다.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된 이후 정치권에서는 온갖 정국 전망과 셈법이 나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4·30 재·보선 완패 이후 위축됐던 당의 위신을 회복하고, 정국주도권을 되찾았다는 분위기다. 문희상 의장 체제가 마침내 지도력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열린우리당과 공조에 나선 민주노동당은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확실하게 굳혔다느니,10석의 힘이 향후 정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일각에서는 책임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표대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 책임을 민노당의 배신에 돌리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의회주의의 근본을 파괴한 쿠데타주의적 야합”이라고까지 몰아붙였다. 일단 열린우리당은 기쁨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고, 한나라당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심이 조석변이라지만 정당들의 태도 역시 조석변이기는 마찬가지다. 불과 1년여를 돌아봐도 정당들의 태도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대통령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된 후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을 확보하며 기고만장했다. 하지만 지난 4·30 재·보선 결과는 열린우리당이 참패했고 여대야소가 무너지고 말았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당시 열린우리당에서는 지도부 인책론이 등장했다. 이번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이 부결되자 상황은 또 역전되는 듯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정당들은 정치적 격돌이 빚어질 때마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선거는 여야가 뒤바뀌거나, 당의 원내서열이 변동되는 격변에 가깝지만 기껏 국회본회의에 상정된 안건 하나의 표결결과로 정국주도권 운운하는 것은 아전인수격이고 과잉해석일 뿐이다. 일반사람들의 눈에는 호들갑으로 비쳐진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국주도권을 잡았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그 주도권을 어떻게 행사했는지는 드러난 게 없다. 오히려 승자와 패자로 갈라 대치정국만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타당할 것이다. 이번 국방장관해임건의안의 표결결과가 대치정국의 불씨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국방장관해임건의안에 대한 여야의 생각이 같다면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이다. 군에서 대형참사가 빚어졌는데 야당이 국방장관을 해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요구다. 또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여당이 국방장관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부결에 앞장서는 것도 당연하다. 여당이 해임건의안 제출을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이고 무리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하는 것이나,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것을 ‘민심에 역행한 정치야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둘 다 근시안적이다. 정당한 절차에 의해 결과가 나왔다면 승복하는 것이 의회주의의 기본이다.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번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은 가결됐건, 부결됐건간에 그 결과와는 관계없이 국회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보여진다. 안건의 상정이나 처리과정에서 여야의 물리적 충돌이 없었고, 의원들은 소속 정당에 따라 소신껏 투표했고 그 결과가 나왔다. 국가보안법 등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해를 넘기도록 표결에도 나서보지 못한 안건들도 많다. 이제 국회가 제구실을 한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다른 현안들도 여야가 최선을 다해 협상을 벌이고 끝내 타협이 안 된다면 의회민주주의의 원칙대로 표결에 나서면 될 일이다. 생산적인 국회는 제일을 제때에 정당한 절차로 처리하는 것이다. 사사건건 승자와 패자를 가리고 정국주도권을 잡았느니, 못 잡았느니 하는 셈법은 긴 안목에서 보자면 허망하기 짝이 없다. honk@seoul.co.kr
  • [데스크시각] ‘애니콜’과 ‘011’/정기홍 산업부 차장

    제품 시장에서는 유럽을 프리미엄급 시장으로, 동남아 지역은 초기 시장으로 대별한다. 첨단 기술을 변화무쌍하게 탑재하는 정보기술(IT) 시장에서의 이런 인식은 더한 편이다. 이는 제품을 팔고 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됐느냐, 안 됐느냐의 차이로도 볼 수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우리의 IT기업들이 이 두 시장에 진출한 현장을 접할 기회를 가졌다. 유럽에서는 최고 브랜드인 삼성전자 ‘애니콜’이었고, 베트남에서는 국내 1위 SK텔레콤의 ‘011 서비스’였다. 일정 내내 제값으로 팔리는 애니콜과 현지 착근(着根)에 고심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대비해 보는 것은 욕심이자 고민거리였다. 국내 통신업체의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은 몇년이 안 됐다. 유선업체인 KT는 초고속인터넷망으로, 무선업체인 SK텔레콤,KTF는 이동통신 서비스로 진출해 있다. 지분 참여나 컨설팅 등 협력사업으로 진입 중이지만 시행착오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통신업계의 해외시장 진입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가 ‘안방 통신망’을 쉽사리 외국 업체에 내주겠는가. 우리의 주 개척지인 동남아 이동통신 시장을 보면 이같은 어려움이 잘 드러난다. 이들 국가는 시장개방은 했지만 좋은 주파수대를 주지 않는다. 시장도 우리의 방식인 CDMA보다는 대부분 유럽식(GSM)이다. 또한 ‘컬러링(통화연결음)’ 등 우리의 앞선 부가서비스도 시장에 내놓기엔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SK텔레콤의 경우도 지난 2003년 베트남에 진출해 4% 정도의 시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15년이다. 이후엔 사업권을 베트남 정부에 내놓든지 연장을 해야만 한다. 이 회사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베트남 사업본부장은 “현지법인에 지분을 투자한 단말기 업체와 장비업체는 이익을 봤지만 (우리는)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손해는 아니지만 이동통신 서비스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의 해외시장 진출 행보가 여기서 멈춰야 할 것인가. 정부 관계자나 업체들도 이 말엔 “아니다.”라고 고개를 흔든다. 국내 통신시장은 포화상태이고, 통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외시장 진출로 인한 연관 산업 및 업체와의 시너지도 간단히 말할 게 아니다. 지난 3월 세계 최대의 통신박람회인 독일 하노버의 ‘세빗’에서는 이와 관련한 해답이 제시됐다. 개막식날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한 슈뢰더 총리는 “독일 것 빼곤 최고다.”라고 밝혔다. 그의 전격 방문은 삼성전자가 그간 문화재 복원사업에 금전적 지원을 해온 문화 마케팅 덕분이었다는 말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애니콜의 문화 마케팅 여파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애니콜 열풍이 일면서 유럽인의 눈길이 한국산 가전 제품과 자동차로 옮아왔다는 점이다. 여행을 인도했던 가이드는 “애니콜 입소문이 돌면서 한국 가전제품이 필립스, 소니 등의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도요타 자동차만 찾던 오너 드라이버들은 현대 쏘나타를 타면 손해는 안 보는 차로 인식하게 됐다.”고 시장 변화를 전했다. 이 말이 맞다면 애니콜의 후폭풍인 셈이다. 이달 중순에 있었던 SK텔레콤의 베트남 이벤트도 이와 비슷한 행사였다. 베트남 시장 ‘진출 3년,25만 가입자 돌파’ 기념식을 베트남 어린이 ‘언청이 수술’ 10주년 축하 행사로 대신했다. 독일에서의 애니콜과 비슷한 마케팅 전략으로 보여진다. 현실적으로 업체 홀로 가는 이동통신의 해외 진출은 다소의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업체들은 국가 기간망이란 점에서 진출국들이 쳐놓은 ‘망(網)’을 뚫는데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해당 기업의 노력은 물론이고, 이 기회에 정부의 측면 지원도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투자 결정은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정부의 해당 국가 통신기관과의 잦은 교류는 충분한 측면 지원이 된다. 이동통신 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정부가 추진한 태평양 연안을 두르는 ‘CDMA 벨트’란 정책에 따라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애니콜 후폭풍’이 ‘011 언청이 수술’에서 터지지 못할 것이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정기홍 산업부 차장 hong@seoul.co.kr
  • 형법·상법 등 과락 속출할 듯

    형법·상법 등 과락 속출할 듯

    “기본기의 중요성을 재확인케 한 시험이었다.” 지난주 치러진 사법시험 2차시험에 대한 중평이다.‘붙고 보자는 식’으로 단편적인 공부에 치중하고 있는 수험생들의 최근 경향에 일침을 놓는 시험이었다는 평가다.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치러진 사시 2차시험은 전반적으로 평이한 수준이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시험 수준과 달리 과락이 속출할 것이라고 수험가는 전망한다. 사시 전문가들은 “이번 시험에서는 지엽적인 부분에서 출제되거나 예상치 못한 문제는 없었다.”면서 “다만 기본 개념에 대한 폭넓은 이해정도를 측정하는 문제들이어서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낀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험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수험생들의 공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수험생들도 “문제지를 처음 접했을 때는 쉽다고 느꼈으나 답안지를 작성하려니 막막했다.”고 전했다. ●“수험생간 격차 클 것” 이번 시험은 전반적으로 평이한 가운데 행정법, 형법, 상법 등이 상대적으로 까다롭게 출제됐다. 과락자도 행정법, 형법, 상법에서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험 전문가들은 어려웠다는 과목들 역시 기본기만 제대로 갖췄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어렵게 느끼는 것은 “기본기가 부족한 탓”이라는 것이다. 형법의 이재상 강사는 “이번 형법시험이 까다로웠다고 하지만, 엄격히 따져보면 예상을 벗어난 문제는 한 문제도 없었다.”고 말했다. ‘위법성에 대한 착오’를 묻는 50점짜리 문항은 형법에서 기본적인 사항으로, 논점문제지만 이견을 달 수 없는 명확한 문제라는 설명이다. ‘뇌물의 개념’을 묻는 약술문제 역시 기본 중 기본에 해당된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이같은 기초지식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어 막상 답안을 작성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강사는 “형법시험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은 기본 개념을 묻는 문제들이 주로 출제돼 기본서를 공부한 수험생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과의 차이가 답안에서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수험생간 성적 차이도 크고 과락자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험생들의 진땀을 흘리게 한 행정법 역시 마찬가지다. 행정법의 성봉근 강사는 “이번 행정법 시험은 깊이있는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주로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태료 약술문제에서 수험생들이 허를 찔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태료는 최근 많이 언급됐던 테마”라면서 “학계흐름과 판례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던 수험생이라면 어렵게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행정법 시험은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도와 더불어 문제의식을 평가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평소 문제의식없이 평면적으로 공부한 수험생은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기본서로 승부해야” 수험생들도 이번 시험을 계기로 “기본서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는 분위기다. 한 수험생은 온라인상의 게시판에서 “요즘 2차생들이 의외로 기본기에 취약한데,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요령 피우지 말고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해야겠다.”는 내용의 후기를 남겼다. 수험 전문가들도 1차시험부터 빨리 붙고보자는 마음에서 암기에 치중해 공부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수험기간만 늘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림동의 법학원 관계자는 “최근 1차시험에서 판례문제가 무려 60∼70%를 차지하다 보니 수험생들도 합격에 급급하고 심할 경우 판례집 한 권만 암기하고 시험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2차시험에서는 시간이 촉박한 탓에 기본서를 더욱 등한시하게 돼 기본개념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 문제를 접하면 손도 못 대는 수험생들이 많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1차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 기본서로 기본을 착실히 다져야만 2차시험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차시험이 폭넓고 깊이있는 사고력을 측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요행이 아닌 탄탄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 수험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ㅇoul.co.kr
  • 해상 탈북 러시?

    최근 약 열흘 사이에 서해상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귀순이 두 차례나 이뤄지자 해상을 통한 대량 탈북의 서막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오전 9시55분쯤 백령도 동북방 2.9마일 해상에서 북한의 전마선 1척이 귀순 의사를 밝혀와 오전 11시40분쯤 이 배를 백령도 용기포항으로 예인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들의 귀순 경위 등에 대해 합동신문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에도 40대 북한 부부 2명이 0.3t급 무동력 전마선을 타고 서해 백령도 해상을 통해 귀순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이 서해상이나 동해상으로 선박을 타고 빠져 나와 남쪽으로 탈북한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불과 열흘 사이에 두 차례나 어선이 잇따라 귀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상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이 중국으로 통하는 국경을 철저히 봉쇄함에 따라 주민들이 해상 루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귀순한 전마선에는 홍모(41)씨와 문모(38·여)씨 부부와 아들(14) 등 일가족이 타고 있었으며, 이들은 지난 25일 오전 5시30분쯤 북한 용연군 구미포구에서 출항한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이날 오전 11시55분쯤에는 백령도 동방 3.3마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1.8마일가량 넘어온 북한 어선 1척이 우리 해군에 발견됐다. 해군은 이 선박이 항로착오로 NLL을 넘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항해용 나침반을 제공해 북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中小벤처 ‘맞춤형 정책’ 활용하라

    中小벤처 ‘맞춤형 정책’ 활용하라

    IT벤처기업을 운영하던 이모(41) 사장은 최근 주주들에게 회사 문을 닫겠다고 통보했다. 몇년 전부터 개발한 기술(매직메일)이 무료 메일시장 때문에 무용지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 사장이 개발한 기술은 메일 내용의 비밀보장 등으로 기술로만 보면 포털업계 등에서 깊은 관심을 가질 만했다. 하지만 미처 시장성을 따지지 못했다. 그는 “무조건 만들기만 하면 돈이 될 것이란 생각뿐 시장 예측은 신경쓰지 않았다.”고 후회했다. 이 사장처럼 IT중소벤처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갖가지 정책을 내놓았다. 특히 ‘묻지마 벤처 지원’을 자제하고, 현장 맞춤형 정책을 펴기로 했다. ●현장 자료, 부지런히 활용하라 일방적으로 지원하던 방식을 버리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수요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형태근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국장은 “그동안 업종마다 애로점이 다른데도 무조건 지원만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포괄적 정책을 펴 효과가 미흡했다.”면서 “데이터를 먼저 구축하고 업종과 기업의 개별적 환경을 고려해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나승식 정통부 IT중소벤처기업종합대책추진반장은 “중소벤처기업은 자사의 기술 수준과 관련한 시장규모 등을 제대로 몰라 사업 모델이 부실한 경우가 많고, 따라서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한발 늦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정통부는 IT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IT 스머프(SMERP)’를 갖췄다. 과(課)단위의 IT중소벤처기업종합대책추진반을 만들었다. 업종별 전문협의회가 열리고,IT중소벤처기업 현장 지원단도 가동했다. ●전문협의회에서 정보를 준다 분야별 전문협의회를 두고 정부와 기업, 관련 협회가 분기별로 1∼2번 정기모임을 갖는다. 2만 3000여개 기업을 54개 업종으로 분류, 전문협의회를 구성했다. 정책 건의는 정통부의 중소기업정책과도 연계된다. 정통부는 관련 홈페이지(www.itsmerp.or.kr)를 구축, 전문협의회의 논의, 후속조치, 국내외 산업·기술 동향 등을 알려준다. 회원제로 운영돼 이곳에 가입하면 사업비 절감 등 여러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월에서는 IT기업들의 일반현황, 재무, 생산, 수출정보 등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IT산업 및 기업정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문협의회는 단순 정책뿐 아니라 벤처캐피털 등 금융권과도 연결시켜 준다. 벤처캐피털의 경우 89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조성해 놓았고, 현재 3000억원 정도를 운용 중이다. 정통부,IT벤처기업연합회, 전경련 홈페이지에서 상세한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기업 IR도 해준다. ●현장에서 도움 받아라 지난 3월부터 IT중소벤처기업 현장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정통부, 전문 컨설턴트가 현장을 방문해 자금, 마케팅, 상품전략, 지적재산권 등 경영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한다. 원하는 기업은 정통부나 IT벤처기업연합회(www.koiva.or.kr)로 신청하면 된다. 이와 함께 전문인력이 부족한 100만 소기업(자영업자)을 대상으로 회계관리, 급여관리 등의 프로그램을 빌려주는 사업도 있다.KT의 비즈메카 등이 그것이며 5개 업체가 제공하고 있다. 기술담보 융자 보증비율을 전체의 60%까지 끌어올려 기술력 있는 기업에 담보없이 수출신용장 등에 근거한 금융지원도 해주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에서 보증서를 끊어 신청하면 된다. 정통부,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자격, 방법 등을 알 수 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민선 지방자치 10년] (4)지방자치가 낳은 스타정치인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10년동안 굵직굵직한 정치인을 숱하게 낳았다.‘강산도 변한다.’는 이 기간 동안 무명의 지역 정치인에서 전국적인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비상한 이들도 있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쌓은 탄탄한 연륜을 지방에서 꽃피운 이들도 적지 않았다.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등이 전자의 경우라면 부총리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각규 강원지사가 후자에 속한다. ●풀뿌리에서 중앙의 기린아로 지방자치가 배출한 ‘스타 정치인’들이 대개 인맥·학맥 등의 배경에 힘입은 ‘온실파’인데 견줘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는 철저히 ‘풀뿌리’를 모태로 자랐다. 남해군 이장으로 출발해 남해군수를 거쳐 행정자치부 수장까지 올랐다. 밑바닥에서 출발, 비주류 삶과 개혁 마인드를 트레이드 마크로 ‘리틀 노무현’으로 불릴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 최근 열린우리당 지도부 경선에서 떨어진 뒤에 대통령 정무특보에 임명됐다. 지방자치가 낳은 또 하나의 유력 정치인은 김혁규 전 경남 지사다.YS와의 인연을 고리로 관선 도백을 거쳐 세번의 지자체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의 정치적 입지는 국민의 정부-참여정부로 변화되는 과정에도 변하지 않았다. 참여 정부 들어서 열린우리당에 전격 입당하면서 대통령 경제특보에 이어 상임중앙위원을 맡았고 한때 국무총리 후보로도 거론됐다. ●정치권 핵으로 부상하기도 충청권의 ‘새 맹주’로 떠오른 심대평 충남지사는 3선의 저력을 바탕으로 급기야 자민련을 탈당한 뒤 ‘중부권 신당’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그의 행보는 향후 정계개편의 핵으로 떠올랐다. 지난 11일에는 공주에서 정진석·류근찬 의원 등과 함께 대규모 모임을 갖고 세 결집에 나섰다. 심 지사와 함께 주목받는 지자체장으로는 염홍철 대전시장이 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뒤 최근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유종근 전 전북지사도 대표적인 실세 지자체장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맡으면서 승승장구하다가 2003년 수뢰 혐의로 구속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최근 북한 방문으로 주목받고 있다. 평양시와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추진 등을 합의했다. 한편 김혁규 전 지사의 정계 입문으로 공백이 된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승리한 김태호 현 경남지사도 지방자치가 낳은 촉망받는 정치인이다. 경남 도의원을 거쳐, 거창군수로 일하다 지난해 42세로 도백으로 선출돼 ‘주목받는 차세대 정치인’의 반열에 가세했다. 이의근 경북지사도 청도 군청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해 세차례 연거푸 경북지사에 당선되는 등 지방자치제가 낳은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초기엔 중앙 인사 대거 진출 한편 1995년 치르진 첫 지방선거에서는 중앙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당선돼 화제였다. 조순 서울시장(부총리·한은 총재)을 비롯, 문정수 부산시장(3선 의원·민자당 사무총장), 최각규 강원지사(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문희갑 대구시장(의원·청와대 경제수석), 허경만(국회 부의장)·송언종 광주시장(체신부 장관), 최기선 인천시장(의원) 등 내로라 하는 인물들이 중앙에서 쌓아 올린 영향력을 토대로 첫 지방자치 무대를 메웠다. 안상영 전 부산시장과 박태영 전 전남지사는 불의의 사고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개미 투자패턴 바뀐다

    개미 투자패턴 바뀐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10년동안 굵직굵직한 정치인을 숱하게 낳았다.‘강산도 변한다.’는 이 기간 동안 무명의 지역 정치인에서 전국적인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비상한 이들도 있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쌓은 탄탄한 연륜을 지방에서 꽃피운 이들도 적지 않았다.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등이 전자의 경우라면 부총리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각규 강원지사가 후자에 속한다. 14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19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지난달 4일부터 28일째 순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는 1995년 6월과 7월 사이 23일 동안 순매도한 기록을 뛰어넘는 최장기 순매도 기록이다. 외국인도 357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만 883억원을 순매수해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6.74포인트 내린 983.75를 기록했다. ●주식매매에서 펀드구입으로 지난달 2일(918.42)부터 지난 10일(990.79)까지 40일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7.8% 올랐다. 그러나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4759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108억원 등 총 2조 7867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이 기간에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은 적립식펀드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11조 5110억에서 12조 8470억원으로 1조 3360억원이 증가했다. 주식매입이나 이탈 등을 위해 증권사에 맡기는 고객예탁금도 1조 8000억원가량 늘었다. 개인자금이 주식을 팔아치웠으나 증시를 떠나기보다는 간접투자를 위해 펀드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가 객장에서는 종목시세 전광판을 살펴보는 투자자들을 찾기가 힘들다. 증권사 직원들은 “어느 종목이 오르겠느냐.”는 고객의 질문은 거의 없고, 대신에 “어떤 펀드가 수익률이 높으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선진국형 변화 전문가들은 이같은 변화를 증시에 대한 투자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을 직접매매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경험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개인의 직접투자 감소는 이미 선진국들이 거쳐간 과정”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개인 매도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2003년 이후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2003년 이후 개인은 총 17조 8137억원을 순매도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주가가 어느정도 오르고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개인이 팔고 기관이 사들이는 과정에서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면서 “이탈자금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판교 등 부동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자본 투자패턴도 변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국계 자금이 지난 1년 동안 2조원 이상 국내시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계 투자자들은 ‘차이나 쇼크(중국 긴축파문)’이후 지난해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국내증시에서 2조 1668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와는 달리 이 기간에 미국계 자금은 3조 2814억원이 순유입됐다. 영국계 자금은 미국계 자본에 비해 투기성이 강한 헤지펀드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영국 법인 도이치뱅크런던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시멘트, 나산, 웅진코웨이 등의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이에 앞서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지분 5%를 모두 처분했다. 이에 비해 뮤추얼펀드와 연기금 등이 주축인 미국계 투자자들은 현대미포조선, 계룡건설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 직원은 “영국계 자금은 단기 수익만 추구하는 헤지펀드로, 한국에서 빠져나온 뒤 상대적으로 수익을 내기 쉬운 동아시아 금융시장으로 흘러갔다.”면서 “이는 국내증시에 안정성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지방의원등 30명 17대국회 진출

    17대 국회에서도 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대거 ‘중앙무대’로 진출함에 따라 지방차지제도가 중앙정치의 산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바른 과정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방 정치인들의 중앙 진출은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16대에서는 단체장 출신 6명, 지방의원 출신 11명 등 모두 17명이 국회에 진출했다.17대 들어서는 더욱 늘어 원혜영(열린우리당·전 부천시장)·김충환(한나라당·전 서울강동구청장)·조승수(민노당·전 울산북구청장) 등 단체장 15명과 지방의원 등 30여명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런 현상은 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법 때문에 더욱 활발해지는 경향도 있다. 단번에 국회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선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을 통해 인지도를 제고하고 실력을 검증받은 뒤 중앙무대로 진출하는 것이 또 하나의 정치교본처럼 자리잡았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국회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다. 지방정치가 1차 검증의 장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중앙에 진출한 뒤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의원을 지낸 열린우리당 김낙순 의원은 “8년동안 서울시 살림을 공부한 것이 국회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서울시와 국회는 규모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 외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서강대 손호철(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많은 나라에서도 지방정치인들이 경험을 살려 중앙무대로 진출하는 게 바람직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씨줄날줄] 세계의 부자 보고서/육철수 논설위원

    자수성가한 사람들을 보면 부자와 가난한 자의 갈림길은 마음에 달려 있음이 자주 입증된다. 흔한 사례를 들어보겠다. 빈털터리에서 돈을 벌기 시작한 A와 B가 똑같이 4999만원을 저축했는데,A는 1만원을 더 채워 5000만원을 만들려고 애쓰고 B는 거기에 만족해서 돈 쓰는데 재미를 붙였다면…. 십중팔구 A는 부자의 길로,B는 빈자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1만원을 더 벌겠다는 조그만 의지의 차이가 결국 두 사람을 부자와 빈자로 갈라 놓는다는 얘기다. 내로라하는 세계 갑부들의 행동을 보면 놀라운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그건 바로 작은 돈이라도 소중히 여긴다는 점이다. 십수년전 미국의 한 잡지가 거부들의 근검절약도를 측정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부자 58명에게 ‘사무착오로 1달러 11센트(약 1110원)를 더 받았으니 찾아가시오.’라고 편지를 보냈더니,26명이 은행에서 귀찮은 서류작성을 마다않고 돈을 찾아갔다. 다음엔 이들 26명이 얼마나 알뜰한가를 알아보려고 같은 방법으로 64센트를 환급하겠다고 연락하니까 13명이 인출해 갔다. 마지막으로 13명에게 ‘77센트를 드려야 하는데 64센트로 잘못 계산됐으니 나머지 13센트를 찾아가세요.’라고 알렸더니 그 중 2명이 환불해 갔단다. 마지막까지 돈을 찾아간 두 명은 수십억달러의 재산가인 세계적 무기거래상 애드넌 카쇼기와 미국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로 확인됐다. 우리 돈으로 130원밖에 안 되지만 은행까지 직접 가서 악착같이 챙기는 그들을 보통 노랑이가 아니라고 흉볼지 모르나, 그게 그들을 부자로 만든 ‘밑천’이었던 것이다. 최근 메릴린치와 캡제미니가 공동 발표한 ‘2005 세계부자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백만장자(주거용 주택을 제외한 10억원대 순금융자산가)는 7만 1000명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10.5% 늘어 증가율이 세계 7위라고 한다. 우리 인구를 4800만명으로 볼 때 676명 중 1명 꼴로 백만장자다. 나라별 백만장자는 미국 250만명, 영국 42만명, 스페인 14만명 순이며 세계적으로는 830만명이라고 한다. 세계의 부자명부에는 유산상속자, 기업가, 투기꾼, 억세게 운좋은 복권당첨자 등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겠지만, 맨몸으로 착실하게 돈을 번 사람도 꽤 있을 터이다. 부자가 누구든 보고서에 이름 한 줄 올리려면 작은 돈이라도 소중히 여기거나 아끼는 게 출발점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5)다네가시마에서 임진왜란까지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5)다네가시마에서 임진왜란까지

    1534년 8월25일, 계절이 바뀌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괴선박이 바람에 떠밀리듯 일본 규슈의 최남단 가고시마(鹿兒島)에서도 한참 떨어진 다네가시마(種字島)의 가도쿠라곶(門倉串)으로 다가왔다. 다네가시마는 일본 규슈의 최남단에 딸린 작은 섬. 난파선이 분명했다. 이 배는 중국인 오봉(五峯)의 배였다. 오봉은 왜구 왕직(王直)을 말한다. 이 ‘중국 왜구’의 배에서 남만인(南蠻人)이 무려 110여명이나 내렸다. 이들은 인근의 유서깊은 시온지(慈遠寺)로 안내받아 그곳에 거처를 마련하게 된다. 시온지는 예부터 중국으로 가는 사신이나 학승, 상인들이 머무는 숙방(宿房)이 있던 절. 배를 수리하고 다시 출항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생각되어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파선 주인 오봉은 중국인 왜구 왕직 섬의 도주가 긴 쇠막대기를 보고서 “무슨 물건이냐.”고 묻자 남만국 사내는 그 물건을 곧추세웠다. 남만인은 막대기에 검은 가루와 둥근 구슬을 넣어 방아쇠를 당겼다. 조준한 조개가 단박에 산산조각이 났다.‘꽝’소리가 나면서 도주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모두 혼비백산 놀라 자빠졌다. 직감적으로 무기임을 간파한 도주는 직접 실험을 하고 싶어 했다. 도주 자신이 막대기에 검은 화약가루와 쇠구슬을 넣고는 방아쇠를 당겨 보았다. 총이었다. 위력이 대단했다. 이런 무기는 듣기도 처음이요, 보기도 처음이었다. 도주에게는 그들이 남만인인지, 중국인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드디어 총이란 물건이 일본에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비싼 값을 치렀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억엔(1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주고 2정을 사들였다. 도주는 즉시 명을 내린다.“즉각,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와 똑같은 물건을 만들어 내라.”고. 이 이야기는 총이 일본에 전래된 순간을 자료에 근거해 재구성한 것이다. 일본의 총이 포르투갈에서 모두 수입된 것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다. 앞의 2정을 모델로 똑같은 복제품을 수도 없이 만들어 낸다. 총을 만들라는 도주의 명령을 무모하다고 여겨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그 당시 다네가시마 모래에서는 사철이 생산되고 있었고, 덩달아 대장간 수공업이 대단히 발달해 있었다. 지금도 이 섬의 대장간에서 만드는 가위는 일본 최고의 명품으로 친다. ●조총 기술 배우려 대장장이 딸 국제결혼시켜 도키타카의 명을 받은 철장(鐵匠) 야이타 긴베이(八板金兵衛)는 밤잠도 못 자고 움직였다. 형태는 대충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는 어떤 물건이라도 한번 보면 그대로 만들어내는 감탄할 만한 재주를 지닌 유능한 대장장이였지만 난관에 봉착하고 만다. 총열 안쪽의 복잡한 나사홈을 깎는 일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절에 머물고 있는 남만인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대가를 요구했다. 기술을 넘겨주는 대신 대장장이의 딸 와카사를 부인으로 넘겨달라고 했다. 당연히 거절했다. 그러나 딸이 이 소식을 듣고는 망설이던 끝에 스스로 결단했다.16세의 딸이 아버지를 위하여 이 낯선 이국인과의 혼인을 자청한 것이다.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총이 완성된다. 이로써 일본의 ‘국제결혼 제1호’와 ‘총 제1호’가 동시에 탄생했다. 바야흐로 일본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리기 시작한다. 총을 들고 나타난 남만인들은 아시아에 진출해 있던 포르투갈인과 에스파냐인이었으며, 이후에 들어온 영국인과 네덜란드인은 ‘고모(洪毛)’라고 불렸다. 남만인들이 가도쿠라곶에 당도한 1534년보다 24년이나 앞선 1510년, 포르투갈 함대가 인도의 고아를 점령해 동방 침략의 교두보를 확보한다.1511년에는 말레이시아반도 남단의 요충지 말라카해협, 그리고 1517년에는 중국 남부의 마카오까지 진출한다. 고아와 말라카해협을 점령함으로써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무역권을 장악한 포르투칼은 이내 중국 남부를 오가면서 아시아에 관한 폭넓은 정보를 수집해 들였다. 이들이 규슈 남단에 출현하는 것은 사실 시간문제였던 셈이다. 16세기 초, 명나라는 해금정책을 쓰긴 했지만 남부 광저우(廣州)는 이미 아시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30여개 국과 무역을 할 정도로 해상교역이 번성했다. 물론 이러한 교역은 명나라로부터 통제받는 국가주도형 무역이었다. 해금책은 서구로부터 들어오는 해양 침략자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지만 개인들이 비밀리에 행하는 사상(私商) 무역까지 금단하기란 쉽지 않았다. 해금이 강한 만큼 장사 이윤도 보장된다는 논리인 바, 돈벌이 욕구를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명나라 정부가 왕직 회유 뒤 처형 그런데 정작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남만인과 같이 타고 온 중국인들의 정체다. 왜 남만인들은 중국인 오봉의 배를 타고 왔을까. 오봉은 당시 고토(五島) 열도에 근거지를 둔 왜구의 대두목 왕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도대체 왕직은 누구일까.2005년 2월5일 아사히신문은 재미있는 기사를 실었다.16세기 명나라 정부에 의해 처형된 중국인 출신 왜구 두목 왕직의 묘에 세워진 기념비를 훼손한 사건이 그것이다. 안후이(安徵)성 황산(黃山)시에 소재한 왕직의 묘비 가운데 인명 등 일부 내용이 2005년 1월31일 밤 난징(南京)의 한 대학 교수와 그의 친구에 의해 지워진다. 그는 “민족 배신자의 묘를 일본인이 정비하고 비석을 세운 것은 중국인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는 훼손 동기를 언론에 밝혔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논쟁이 불붙었다.‘후련하다.’는 찬성론부터,‘왕직의 해상 무역이 명나라 자본주의의 싹을 틔운 측면을 무시한 편협한 민족주의’라는 반대론이 치열하게 맞섰다. 왕직은 일본 나가사키현 후쿠에(福江)항을 근거로 생사, 유황 등을 밀무역하면서 왜구를 이끌고 포르투갈과도 결탁하여 약탈도 하고 무역에 종사하기도 했다. 명나라 정부는 “투항하면 공식 무역 허가를 내주겠다.”고 회유하여 그를 귀국시킨 뒤에 끝내 약속을 어기고 그를 처형한다. 말하자면 그는 ‘중국인 왜구’였던 셈이다. 그동안 왜구는 일본인들만의 조직이란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사실이다. ●다네가시마 사람들 총을 종교처럼 신성시 철포 전래의 흔적은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다. 이제는 총의 위력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다네가시마에서는 ‘철포 마쯔리’를 열어 매년 6월말에 포르투갈 배의 도착을 기린다. 지구상에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아무래도 이 ‘철포 마쯔리’는 계속될 것 같다. 다네가시마 사람들에게 총은 무기 이전에 일종의 ‘종교’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총을 ‘종교’로 믿는 사람들, 그렇게 불러도 그들은 허락할 것 같다. 한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이 머나먼 다네가시마의 총 이야기를 왜 하고 있을까. 이 총이 한반도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처음 시작된 서양 총이 일본에 퍼지면서 결국 임진왜란을 일으키는 힘의 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불나방 행위를 일컫는 ‘무데뽀’란 일본말이 한국인에게까지 전달되어 있다. 그 뜻인 즉 무철포(無鐵砲)인 바,‘총도 없이 덤비는 놈’이란 뜻에서 나온 말이다. 어느 결에 전쟁은 칼·활·창으로만 하던 시절에서 ‘날아다니는 새도 떨어뜨리는 조총(鳥銃)’이 없이는 그야말로 ‘무데뽀’가 될 수밖에 없는 전쟁으로 바뀌고 있었다. ●철포 무장 도요토미 히데요시 조선 침략 철포는 즉각 실전에 활용된다. 전국의 봉건 제후들은 경쟁적으로 철포를 입수하기에 혈안이 된다. 철포 전래 10년도 채 안되어 일본 열도에 확산된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천하통일의 판세를 가르는 전투에서 철포대를 들이밀어 승리를 거둔다. 철포는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면서 마침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에까지 이어진다. 생고쿠(戰國)시절, 피비린내 나는 전투경험을 쌓은 일본군은 조총부대를 앞장세워 파죽지세로 조선을 치고 올라갔다. 당시 왜군은 조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유럽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던 창과 활을 병용한 적절한 전술을 구사하였다. 실제로 임란 초기에 이러한 화기 전술에 연패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왜군 전원이 조총을 소지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총은 대단히 비싼 무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총이라는 신무기를 통하여 기대 이상의 월등한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평양까지 짓쳐 올라가 선조는 의주까지 피란을 가야 했다. 조총의 위력은 대단하여 한마디로 조선군은 ‘총에 녹았다.’고 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해전으로 남해의 제해권을 장악하여 왜병의 보급로를 차단, 끝내는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나 임진왜란 내내 조총은 조선군을 고통스럽게 했다. 총을 들고 한반도를 침략한 왜병의 침략성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아시아의 평화를 깨는 중대한 ‘전쟁범죄’였다. 그러나 우리도 반성해야 한다. 단 두정의 총을 받아들여 이를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최선을 다하여 복제하고 대량 생산에 돌입하는 집요함을 인정해야 한다. 바다를 통한 문물교류를 십분 활용하고 적극적으로 생활에 응용함으로써 부국강병의 길을 걸었다. 수십명이 표류한 하멜의 경우에서 보여지듯, 그들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얻어내지 않고, 얻어내려고도 하지 않았던 우리의 태도와는 극명하게 비교되지 않는가. 바다를 통한 문명교류의 파장을 체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역사의 페이지를 새롭게 써나간 해양 부국의 사례에서 우리는 감고계훈의 역사를 다시 배운다.
  • 쉬어가기˙˙˙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 심판의 착오로 양태영 대신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 체조선수 폴 햄이 의회에서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선수에 대한 부실한 지원을 성토. 햄은 10일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왜 USOC가 자국 선수를 돕지 않고 정당하게 딴 금메달의 빛이 바래도록 했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고 AP통신이 보도. 햄은 금메달 분쟁이 시작됐을 때 USOC는 어떠한 법률 및 재정 지원도 하지 않은 채 법정분쟁에 대비해 가족들에게 돈을 모으라고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고.
  • [박은영의 DVD레서피] 추억은 꼬불꼬불 라면속으로

    바야흐로 라면 전성시대다.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인스턴트 라면의 종류는 100여 종이 넘고 해외에서도 최고의 맛을 인정받고 있다.1960년대부터 국내에서 생산된 라면은 오랫동안 서민들의 한 끼 식사로, 저렴하면서도 든든한 간식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라면은 참 특별한 요리다.40년 동안 삶아진 라면의 개수만큼의 수많은 레서피가 있고 그와 관련해 떠올릴 수 있는 추억도 누구나 하나 쯤 있을 법하다. 어린 시절 밖에서 한참 뛰어 놀다 들어와 후후 불며 먹었던 것만큼 맛있는 라면이 또 있을까. 공터나 골목에서 바람결에 맡았던 라면 익는 냄새처럼 ‘라비린스’와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팬터지 영화의 추억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사라진 어린 동생을 찾기 위해 환상세계로 떠나는 ‘라비린스’는 도로시처럼 마왕의 성을 찾는 열다섯 살 소녀의 모험을 그렸다. 특히 에셔의 유명한 그림 ‘상대성’을 기초로 만들어진 고블린성은 데이비드 보위의 독특한 노래와 더불어 특별한 판타지를 선사한다.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또 다른 형태의 아날로그 환상 세계를 보여준다.‘피터 팬’의 작가와 주변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동화와 현실을 넘나드는데,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조니 뎁이 그 두 공간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아우른다.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시큰하고 따뜻하게 느낄 판타지다. ●라비린스 제니퍼 코넬리도 문근영처럼 미국의 ‘국민 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원스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발레 소녀와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제니퍼 코넬리의 모습을 담고 있는 DVD는 20년 세월의 더께를 무색하게 한다. 최근작과 비교해 빼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그 시절 느꼈던 감동을 오버랩 시키기에는 충분한 화질과 음향이다. 이 DVD의 놀라운 점은 최근의 환타지 영화들보다도 오히려 많은 영화의 비밀을 공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열정적인 감독 짐 헨슨과 제작진들의 생생한 현장과 시행착오들을 볼 수 있으며, 제작자 조지 루카스의 젊은 시절 모습도 볼 수 있다. ●네버랜드를 찾아서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와 같은 기대감으로 본다면 숭늉처럼 밍밍할 지도 모르겠다. 감독은 부가영상을 통해 “있을 법한 환상”을 만드는데 주력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만들었을 법한 2차원의 무대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자연이 되고 3차원의 환상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이 DVD 감상의 포인트 중 하나는 색감이다. 실내와 실외,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감독은 안정적이면서도 세련된 색채감각을 보여 준다. 특히 조니 뎁을 잡은 화면에서는 명확한 얼굴 윤곽과 검고 또렷한 눈매, 군더더기 없는 날렵한 화질이 인상적이다. DVD칼럼니스트 mlue@naver.com
  • 창업벤처 돈가뭄 해소 구조적 자본종속 우려

    창업벤처 돈가뭄 해소 구조적 자본종속 우려

    정부가 8일 내놓은 ‘벤처활성화 보완대책’은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어 왔던 벤처기업 대책의 ‘종결판’이라 할 수 있다. 김대중 정권 당시 ‘묻지마 벤처투자’로 한탕주의를 부추겼던 그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그러나 벤처재벌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벤처기업에 대한 창투사의 경영권 보장은 불가피한가 벤처기업에 대한 창업투자회사의 투자실적은 2003년 6118억원에서 2004년 5639억원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말 벤처활성화 대책 이후 활성화, 올해에는 9830억원으로 74%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벤처기업의 수도 1월 8030개에서 4월 8525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창업 3년 미만의 기업에 대한 투자는 2001년 58.8%, 2002년 42.5% 2003년 24.3%, 2002년 21.2% 등으로 급감했다. 창업초기에 자금이 필요한 벤처업계의 속성과 달리 어느정도 성과가 드러나야 투자하겠다는 창투사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분 50% 미만으로 묶어 창투사가 벤처기업의 경영권을 갖지 못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영진에 문제가 있거나 외부환경의 변화로 인수·합병(M&A) 등이 불가피해도 창투사가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해 앉아서 손실을 입는다는 것. 물론 회생지원이나 M&A를 위해 중소기업청의 사전승인을 받아 5년간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지만 해당기업이 반발하면 쉽지가 않았다. 따라서 창투사에는 경영권을 주되 벤처기업에는 ‘돈가뭄’을 해소시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아니겠냐는 생각이다. ●부실벤처 지원하는 ‘묻지마 투자’, 이제 그만 현재 창투사는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내부에 일종의 펀드인 창투조합을 구성, 벤처기업에 간접 투자하는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문제는 창투사가 직접 투자한 기업이 부실해지면 간접투자한 창투조합이 측면에서 지원하도록 창투사가 강요한다는 점이다. 창투사 주주와 펀드인 창투조합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엄연히 다름에도 창투사들은 조합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이같은 지시를 내리는 게 업계의 관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벤처투자 전체가 부실화하는 경향이 있고 투자자들도 등을 돌리기 일쑤였다. 반면 미국은 벤처투자전문가가 우리 기준으로 자본금 1000만원 이상의 유한회사를 설립해 직접 펀드를 구성,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유한회사와 펀드의 구성원과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부실기업 투자는 미미하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또 창투사와 유한회사 방식을 경쟁시키면 부실벤처에 투자하는 조합 등은 사라질 것이라는 논리다. ●‘벤처재벌’ 탄생에 문제는 없는가 이론상으로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제를 벤처업계에 도입하는 것과 같다. 창투사 자본금이 70억원 이상으로 대규모의 자금동원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나 사채업계의 ‘큰손’들을 동원한 ‘벤처재벌’의 등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자금이 필요한 벤처업계에 이득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자본종속이라는 구조적 병폐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창투사를 포함한 벤처캐피털은 105개, 벤처기업은 8000개에 이른다. 산업연구원 주현 연구위원은 “국내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는 대기업 계열사들도 상당수 포함됐다.”며 “때문에 대기업이 이들을 통해 합법적으로 벤처기업을 지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 연구위원은 “미국은 정부가 지원하는 벤처캐피털의 경우 경영지배 목적의 투자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며 “경영지배를 위한 투자와 벤처캐피털 본연의 투자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유한회사를 통한 미국식 투자방식의 경우 미국은 펀드매니저의 능력이 성과를 좌우하지만 우리나라는 회사 중심으로 운용되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펀드매니저가 펀드에 확실한 책임을 지고 회사가 이를 보장해 주는 이중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백문일 장세훈기자 mip@seoul.co.kr
  • 인터넷 뱅킹 악용 이번엔 대출 사기

    인터넷뱅킹의 취약점을 악용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해킹프로그램으로 다른 사람의 인터넷뱅킹 비밀번호 등을 알아내 5000만원을 빼돌린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대출사기가 발생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PC로 은행계좌 조회·이체·해약 등이 가능해 인터넷뱅킹 가입자는 2200만명을 넘어섰지만 체계적인 보안대책은 미흡하다. 두 사건은 모두 전문적인 컴퓨터·네트워킹 기술을 쓴 게 아니라 허점을 파고든 단순한 범죄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비슷한 범죄가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적금들게 한뒤 비밀번호 넘겨 받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7일 서민과 신용불량자 등으로부터 대출을 미끼로 일정액을 받은 뒤 이를 인터넷뱅킹을 통해 빼내는 수법으로 234명에게서 7억 8000만원을 가로챈 한모(34)씨 등 5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한씨 등은 일간지와 지역생활정보지 등에 ‘무담보 대출’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이모(64)씨 등 피해자들에게 은행대출 추진비조로 희망 대출금액의 10%를 적금에 가입하게 했다. 이들로부터 대출받는 데 필요하다며 ▲인터넷뱅킹 사이트 아이디·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보안카드 비밀번호 등을 받아낸 한씨 등은 이 정보를 활용해 인터넷뱅킹에 접속, 피해자들의 적금을 모두 해지하고 자기들의 계좌로 이체했다. 30대 건축기술사는 사업자금 6억원을 빌리려고 이들과 접촉,10%인 6000만원을 적금에 부었다가 고스란히 날린 것으로 밝혀졌다. 한씨 등은 인터넷뱅킹이 안고 있는 허점을 노려 피해자들의 은행계좌에 쉽게 접근했다. 이들은 어떤 사람의 인터넷뱅킹 아이디와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보안카드 비밀번호 등을 알고 있으면 그 사람이 해당 은행에 가입한 모든 계좌에서 해지·이체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렸다. 경찰은 “한씨 등은 일반 은행 예금계좌의 비밀번호 등만 갖고서 적금까지 해지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은행창구에서 적금에 들었더라도 가입 후 3일이 지나면 인터넷뱅킹을 통해 자유롭게 해약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용했다. 적금을 해지한 뒤 이 돈을 자기들의 통장에 입금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관련된 은행들은 피해자가 여럿 발생했는데도 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려 준 가입자들의 책임만 강조할 뿐 고객 피해방지에는 소홀했다.”라고 말했다. ●증거 인멸하려 택배시켜 현금 인출 지난달 인터넷뱅킹 해킹을 통해 5000만원을 빼냈던 이모(20)씨 등도 인터넷뱅킹의 취약점을 악용했다. 당시 이씨는 피해자가 갖고 있는 30개의 보안카드 번호 가운데 단 한 개만 알고 있었지만 끈질기게 접속을 시도, 수십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결국 보안카드 번호를 맞춰 계좌이체에 성공했다. 현행 인터넷 보안카드 시스템이 번호를 정확히 몰라도 여러 차례 입력하다가 운 좋게 하나가 맞아떨어지면 그대로 통과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사고가 난 외환은행에서 채택한 인터넷 해킹방지 프로그램은 이씨 등이 이용한 ‘키스트로크 모니터링’ 기술(상대방이 입력하는 자판 내용을 중간에서 알아채는 해킹기술)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이재승 경정은 “현재 예금·적금 등 가입 단계에서는 예금주 본인이 직접 은행에 들러야 하지만 돈이 더 커지는 해약단계는 오히려 인터넷만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면서 “중도해지 등 중요한 상거래에 있어서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은행을 찾게 하는 것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보안카드번호등 3중 관문 뚫려

    보안카드번호등 3중 관문 뚫려

    금융기관들이 ‘철벽’이라고 공언해온 인터넷뱅킹이 해킹으로 뚫려 온라인 금융거래의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비밀번호나 공인인증서 암호 등이 이용자의 부주의로 노출돼 사고가 난 적은 있었지만 해킹기술에 의해 ▲은행 아이디·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등 3단계 관문이 차례로 뚫린 것은 처음이다. ●자판 입력글자 실시간으로 훔쳐 봐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모(20)씨는 10세 때부터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뤄왔다. 이씨는 온라인게임 등에 쓰이는 사이버머니(직접적인 환금성은 없으나 이용자끼리 돈을 받고 거래하기도 함)를 훔쳐 매매하는 등 말썽을 일으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혐의로 경찰 수배를 받고 있었다. 도피자금이 궁했던 이씨는 사이버머니 절도수법을 인터넷뱅킹에 써먹기로 마음먹었다. 그 수단으로 해킹 프로그램 ‘넷 데블’을 선택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어떤 사람이 입력하는 자판 값을 실시간으로 훔쳐볼 수 있는 일종의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이다. 이씨는 한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고 이 글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자동으로 그 사람의 컴퓨터에 ‘넷 데블’이 깔리도록 했다. 여기에 김모(42)씨가 걸려들었고 이후 김씨가 입력한 인터넷뱅킹 아이디, 패스워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등이 송두리째 이씨의 컴퓨터로 전송됐다. ●보안카드 번호 수십번 입력 끝에 맞춰 경찰은 이번에 보안카드 번호 입력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본인을 확인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이용자는 보안카드에 있는 30개의 비밀번호들 중 하나를 안내에 따라 입력해야 한다. 한번 접속해서 거래를 요청할 때마다 시스템은 새로운 보안카드 번호를 요구하도록 돼 있다. 용의자 이씨는 피해자 김씨가 갖고 있는 30개의 보안카드 번호 가운데 한 개만 알고 있었지만 끈질기게 접속해 수십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결국 보안카드 번호를 맞춰 계좌이체에 성공했다. ●보안번호 입력 3번 실수땐 뱅킹 차단을 경찰은 “보안카드 번호가 3번 이상 잘못 입력되면 인터넷뱅킹이 중단되게 하는 등의 추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상당수 은행들은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게 하고 있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곳처럼 일부 은행들이 프로그램 설치 여부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은행들은 고객 부주의 쪽으로 책임을 몰았다. 사고가 난 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보안카드를 잃어버려 생기는 사고는 개인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은행이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고도 사실상 은행이 책임질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 23조는 ‘정확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지시대로 처리할 경우 은행의 과실이 아닌 위조 등 사고이므로 은행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올 1월 재정경제부가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금융사고의 경우 금융기관이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전자금융거래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금융권이 난색을 표시해 아직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 “개인 부주의”… 책임 회피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 은행은 인터넷뱅킹 접속과 동시에 키보드 해킹방지 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보안장치를 개인이 선택하게 한 은행이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뱅킹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보안문제를 재점검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 인터넷뱅킹 이용(자금이체+대출신청) 규모는 올 1·4분기 기준 하루평균 176만 4000건에 금액으로는 11조 1000억원에 이른다. 공인인증서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이 넘는다. 인터넷에서 배포되는 무료 프로그램이나 보안성 검증이 되지 않은 프로그램은 함부로 내려받지 않아야 하며 보안패치나 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을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인터넷뱅킹 등 금융거래를 할 때는 해당기관에서 제공하는 ‘파이어월(firewall)’이나 ‘엔프로텍트(nprotect)’ 등 방화벽 프로그램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경찰은 “최근에는 바이러스백신에서 바이러스뿐 아니라 해킹도구 등도 검색해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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