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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욱 월드포커스] 좌절의 역사와 베이징 올림픽

    [정종욱 월드포커스] 좌절의 역사와 베이징 올림픽

    베이징 올림픽 개막이 모레로 다가왔다. 천안문 광장에 세워진 전광시계도 ‘-2’를 표시한 채 계속 깜박이고 있다. 중국이 지난 7년 동안 국운을 걸고 준비해온 인류의 축제가 이틀 뒤면 드디어 막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도 국제사회와 함께 이 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하여 부시 미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개막식에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식 저녁 베이징의 하늘을 장식할 화려한 불꽃놀이에 앞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올림픽이 중국에서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올림픽 이후의 중국이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현대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현대사는 통한의 역사였다.1842년에 체결된 남경조약은 서양 제국에 맞서 부국강병을 이루려는 중국의 꿈이 좌절과 수모를 거듭하는 작은 과정의 시작에 불과했다. 중국의 좌절과 수모는 탈아입구(脫亞入歐) 정책을 통해 서구화에 성공한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이 중국 정복의 야욕을 노골화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변방의 오랑캐에 불과했던 일본의 성공은 세계의 중원으로 자부했던 중국에 참을 수 없는 도전이자 모욕이었다. 이를 극복하고 부국강병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중국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처음 시도했던 중체서용(中體西用)은 서구적 가치와 중국적 가치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반쪽 정책이었다. 그래서 공산주의를 선택했지만 이 역시 정답은 아니었다. 중국이 찾고 있던 것은 혁명이 아니라 근대화이었기 때문이다.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치른 대가는 인류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었다. 문화혁명은 10년 공백만이 아니라 중국을 아예 지구상에서 말살시킬 수도 있는 대참사였다. 이런 엄청난 일이 가능했던 것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역할도 있었지만 중국에서의 공산주의 혁명과정이 특이했기 때문이었다. 스탈린마저 포기했을 정도로 열악한 조건에서 일궈낸 불가능한 혁명의 기적 같은 성공이었기에 마오쩌둥은 사회주의에 대한 미련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마오쩌둥이 있었기에 덩샤오핑이 있었고 문화혁명이 있었기에 오늘의 중국의 부상이 가능했다는 말이다. 이렇게 보면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개혁 개방 정책에서 이룩한 전대미문의 성공을 과시하는 축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국이 부국강병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걸어온 도전과 좌절로 점철된 통한의 역사에 대한 반성의 장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미 국제사회의 강대국이지만 동시에 깊은 상처와 많은 약점을 갖고 있다. 경제대국이 될수록 대외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며 그동안 올림픽 때문에 수면 밑에 감춰졌던 국내 현안들도 점차 표면화될 것이다. 엊그제 신장(新疆)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은 올림픽 이후에 중국이 걸어가야 할 험한 여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작은 예일 뿐이다. 티베트에서는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개발의 혜택에서 소외된 농민들의 집단항의도 더 거세질 것이다. 생활수준이 올라갈수록 정치적 변화의 요구도 높아질 것이다. 공산당 독재 체제에 대한 도전이 더욱 집요해질 것이다. 올림픽은 그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스스로 통한의 역사를 넘어서 희망의 새 역사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수모나 좌절을 남에게 강요하거나 근대화의 성공을 과시하는 데 급급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허장성세를 부려서도 안 된다. 부국강병의 꿈을 향해 같이 노력하는 하나의 세계에 동참하는 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베이징 올림픽이 인류의 새로운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진정한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4강전 2국] 이창호,왕중왕전 결승1국 승리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4강전 2국] 이창호,왕중왕전 결승1국 승리

    제2보(18∼23) 이창호 9단이 4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5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1국에서 목진석 9단을 상대로 백불계승을 거두고 통산 3회 우승에 한걸음 다가섰다. 초반 목진석 9단의 대세력 작전에 맞선 이창호 9단은 중반 전투에서 목9단의 방향착오를 틈타, 대마를 잡고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창호 9단은 이날 승리를 포함해 목진석 9단과의 상대전적에서도 25승6패로 크게 앞서 있다. 또한 올해 전적 43승12패를 기록, 다승, 승률 부문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2,3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을 연속 우승한 이창호 9단은 지난대회 결승에서 강동윤 8단에게 패해 3년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다. 대회 우승상금은 5000만원. 박정환 2단의 기풍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깊고 빠른 수읽기를 바탕으로 초반부터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힌다. 반면 김승재 초단은 단단하게 자기진영을 구축해 두었다가 상대가 싸움을 걸어오면 강력하게 맞받아치는 스타일이다. 백18로 중앙으로 뛴 것은 실리보다는 공격에 역점을 둔 수. 좀더 안정적인 기풍의 기사라면 (참고도1) 백1로 좌변 쪽의 실리를 택했을 것이다. 흑21은 일종의 응수타진. 계속해서 백이 (참고도2) 백1로 차단하면 흑2로 침투해 역습을 노리겠다는 의미다. 백으로서는 백22로 뻗는 수가 자체로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굳이 모험을 택할 이유는 없다. 흑23은 흑21을 먼저 교환해 두었기에 가능한 행마. 여전히 백이 가로 째는 약점은 남아 있지만,나로 넘는 수가 듣고 있어 흑의 안전은 보장되어 있다.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 [씨줄날줄] 곡물 파동 /오승호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과거 곡물 파동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해외 진출을 여러 차례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리나라는 전체 곡물 수요량의 4분의3 정도를 수입에 의존한다. 지난해 곡물 자급률은 27.8%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밀은 0.3%, 옥수수는 0.7%, 콩은 9.8%에 불과한 실정이다. 1970년대 초 발생한 곡물 파동은 오일 쇼크와 흉작 등이 겹치면서 전쟁 못지않은 충격을 줬다. 당시 정부는 ‘농업 이민’ 정책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남미 쪽에 농장을 매입한 뒤 이민을 보내려는 시도였다. 그 일환으로 아르헨티나의 야타마우카 농장을 사들인다. 그러나 염분이 많은 데다, 물 확보와 농작물 반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정부 조사단이 여러 차례 실사를 한 끝에 농사 짓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다. 농업 이민 정책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1980년대 초엔 민간이 해외 농장 개발에 나선다.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은 미국 워싱턴 주의 옥수수 농장을 사들였으나 1년 정도 지나자 옥수수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철수했다. 또 다른 대기업은 캄보디아 진출을 시도했으나 현지 주민과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중국 삼강평원의 경우도 저습지인 사실을 몰랐다가 배수 기반시설로 곤욕을 치렀다. 곡물 가격이 뛰면서 식량 안보와 물가 관리에 걱정이 태산같다. 더욱이 가격 상승 요인이 종전과는 달라 더욱 곤혹스럽게 한다. 전문가들은 곡물 수요 구조에서 큰 변화가 생긴 것에 주목한다. 중국·인도 등의 사료용 수요와 바이오 연료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옥수수 소비량의 30%가 바이오 에너지용이다. 이런 변수로 인해 곡물 파동은 이전에 비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김종진 국제농업 국장은 “과거 정부와 민간의 시행착오 사례를 지역별, 품목별로 분석하는 등 기초 조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투자 위험이 적으면서 경제성과 수익성이 있는 지역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곡물 파동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낼 때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베스트셀러가 ‘불온서적’으로

    국방부가 대중성 높은 인문교양서와 베스트셀러까지 마구잡이로 ‘불온서적’으로 지정, 수거에 나서 시대착오적 행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31일 “이상희 장관 지시에 의해 불온서적의 군내 반입 차단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지난 22일 육·해·공군에 불온서적 반입 대책을 마련토록 하라는 공문이 하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군은 다음 달 8일까지 불온서적 반입 실태를 점검해 11일까지 결과를 취합, 국방부에 보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각군에 하달한 공문에서 “불온서적 무단 반입시 장병의 정신전력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수거를 지시하니 적극 시행하라.”면서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눈 23권의 ‘불온서적’ 목록을 첨부자료로 명기했다. 목록에는 소설가 현기영씨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민속학자 주강현씨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 세계적인 석학 놈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 유명서적이 포함돼 있다. 군이 북한 찬양도서로 지목한 현씨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제주 4·3사건의 비극 등을 담았으며,2003년 한 방송의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권장도서로 뽑혀 수십만부가 팔리기도 했다.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관계자는 “북한 찬양 도서로 지정됐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너무나 황당하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반정부·반미’ 서적으로 분류된 장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지난해 10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신자유주적 관점을 비판하고 경쟁력이 약한 후진국일수록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한용운 메달’ 오탈자

    ‘한용운 메달’ 오탈자

    한국조폐공사가 지난달 출시한 ‘한국의 인물’ 시리즈 메달 가운데 ‘한용운 메달’ 일부에 오탈자가 발견돼 조폐공사가 부랴부랴 회수에 나섰다. 30일 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출시한 한용운 메달 뒷면의 ‘오도송(悟道頌)’ 가운데 두번째 시행 ‘객(客)’ 자의 ‘입구(口)’ 와 넷째 행 ‘비(飛)’자의 ‘일부획(()’이 각각 빠진 채 새겨졌다. ‘오도송’은 만해 한용운 스님이 1917년 겨울 오세암에서 문득 깨달음을 얻어 지은 시로, 이 메달에는 “幾人長在客愁中(나그네 시름에 겨운 사람 그 몇이던가.2행),雪裡桃花片片飛(펄펄 날리는 눈 속에 복사꽃이 보인다.4행)”라는 내용 등이 새겨져 있었다. 이에 따라 조폐공사는 오탈자가 난 메달을 무상으로 교환해주기로 하고 지난 25일부터 구매자들에게 안내문을 발송, 회수에 나섰다. 하지만 이 잘못된 오탈자 메달을 구매한 사람들은 되레 반기는 분위기다. 이 메달을 구매한 장모씨는 “메달이나 우표, 화폐 등 공식적으로 발매된 기념품에 제작과정에서의 잘못 등이 발견되면 희소성이 있어 소장 가치가 더 크다.”면서 “메달 교환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 메달을 구매한 1300여명에게 교환 안내문을 보냈지만 지금까지 조폐공사측에 교환이나 환불 등을 요구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상태이다. 일부 수집가들은 교정돼 나오는 매달을 추가로 구입해 메달의 희귀성과 소장가치를 높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조폐공사 신규사업팀 관계자는 “메달 도안을 바탕으로 실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발생, 오탈자가 난 것을 자체적으로 발견했다.”면서 “완벽한 메달을 공급한다는 방침에 따라 회수 및 교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집중인터뷰]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 묻다

    [집중인터뷰]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 묻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년 전 사고를 오늘의 사고로 바꿔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남북·외교·교육·언론 정책 기조를 전방위적으로 비판했다. 정 대표는 “사실을 국민에게 잘 전달하려면 언론이 살아 있어야 한다.”면서 “무리하게 언론을 장악하려고 기도하면 결국 불행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명박(MB)정부가 적잖은 시행 착오를 겪고 있다. 실용 외교를 표방했다가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정책 혼선도 빚고 있다. 야당 대표로서 어떻게 진단하는지, 바로잡기 위한 제언을 해달라. -정권은 유한하고 국가는 무한하다. 과거 정권들이 한 것을 부정하려고 해도 부정되는 것도 아니고 쓸 만한 것은 챙겨놓고 잘못된 것을 갈아 끼워야지, 쓸 만한 것까지 한꺼번에 아웃시키려고 하니까 이 지경이 된 것이 아니냐. 세상이 달라지고 국민이 달라졌으니까 거기에 맞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MB정부,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모든 분들이 10년 전 사고를 오늘의 사고로 바꾸고, 국정 철학이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가 어떤 부분을 계승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고치고 버려야 하나. -‘관치 만능주의’를 버리고 국민을 받들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남북 문제에 관련해서 냉전 시대 인식을 버려야 한다. 냉전 시대에 국력을 낭비한 것을 다시 하는 바보 천치가 어디 있나.10년,20년 전에는 자주 외교라는 말이 전혀 현실성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리아도 ‘노(no)’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는데도 스스로가 상황을 옛날로 가져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따질 건 따져야 한다. 교육정책도 10년,20년 전으로 되돌리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경제 규모가 자꾸 커지면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는 안 되고 내수 기반이 있어야 되는 건데, 오히려 10년,20년 전의 수출 주도형 성장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어려워진 것 아니냐. ▶지난 정부가 잘못한 부분, 정권을 잃은 원인에 대해 지적할 게 있다면. -여당은 전체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해야 된다. 야당은 자기 지지세력 중심으로 한다. 그런데 전체 국민을 상대로 잘못한 것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정책의 혼선 같은 게 있었다. 국민들과 소통 문제, 허물들이 많이 있었다. 일부는 언론 정책도 잘못한 게 있다고 본다. 국민 소통에서 중요한 통로가 언론인데 그게 뒤틀려서 막혀서 소통이 안 된 부분이 있다. 과거에 부족했던 것은 다 청산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외교·안보라인 인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당연하다. 내각 총사퇴를 했었는데 정말 낯이 두꺼운 분들이다. 내각 총사퇴했던 분들이 국회에 와서 답변하는 것 보면 완전히 잊어버린 거다. 떵떵거리는데 기가 막히다. 확실히 실정·책임 있는 사람이라도 빨리 정리해 줘야 한다. 경제쪽, 방송통신위원장, 경찰청장, 외교 안보라인도 다 바꿔야 한다. ▶유명환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완전 실패가 아니다, 그런 지적·수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후안무치한 얘기다. ▶현실적으로 독도는 난제 중의 난제이다.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면 이것을 원상 회복할 수 있을지, 효율적인 대처 방법이 있나. -일본은 아주 잘 기획된, 장기적 음모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 도발하면 한번 흥분하고 끝내서야 되겠냐. 정부만 갖고는 안 된다. 시민사회나 네티즌이나 전체 국민들이 심지어 해외 동포들까지 전부 나서서 그 자리에서 전방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일본은 50년 100년 후 상황을 바꾸려는 것이다. 일본보다 더 집요하고 잘 준비된 기획된 그런 전방위적 노력을 해야 한다. ▶쇠고기 문제, 국정 조사가 증인 채택도 못하고 겉돌고 있다. 야당으로서 일정 부분 양보할 게 있다면 양보하고 또 여당의 양보를 받아내는 게 필요하다. 과감하게 양보할 부분이 있나. -신의를 지켜야 한다. 원래 이건 쇠고기 청문회 아니냐. 쇠고기 청문회를 언론 청문회로 바꾸면 되나. 그렇게 안 하기로 해놓고 언론 청문회로 둔갑 기도, 기획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그런 것에 말려들 사람들이 아니다. ▶참여정부 책임론 얘기를 하는데. -웃기는 거다. 아이큐가 한 자리인 것 같다. 다른 건 참여정부 것을 부정하면서 쇠고기 문제는 참여정부 (것을) 승계했나? ▶민주당이 이슈 주도력이 없다는 평가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저 사람들이 친박연대를 흡수하면서 태도가 돌변했다.170석 넘으니까 보이는 게 없는 것이다. 사고 칠 줄 알았다. 이런 자세면 또 사고가 난다. 우리는 그냥 170석에 눌려서 아무 소리 못하고 그냥 끌려갈 것이냐, 천만의 말씀이다. 한나라당의 일방 독주를 지지하는 국민이 20%밖에 안 된다. 다수결 원리만 갖고는 나머지 80% 국민의 뜻을 대변할 수 없어서, 우리는 국민과 함께할 것이다. 원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필요하면 언제든 밖에 나가 국민과 함께하고 시민사회와 연대하고, 국민을 등에 업고 한나라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제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번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대북 특사 얘기를 했다. -특사든 물밑 대화든 모든 가능한 노력을 해서 남북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특사를 보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문제 기조를 바꿔야 한다. 비핵 개방 3000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는 한 남북 문제는 안 풀린다. 거기에서 벗어나서 6·15공동선언을 존중하고 10·4정상회담을 인정해야 한다. 강경정책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돌아와야 한다. ▶남북문제에 있어 여야간 가장 큰 인식차가 상호주의 문제다. -기계적 상호주의는 비현실적이라 안 된다. 개인 관계도 그렇고 국가 관계도 그렇고 모든 관계에서 상호주의가 완벽히 배제되는 관계가 있을 수 있나. 롱텀(장기적)으로 보면, 결국은 서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5년,10년,50년이 될지 모르지만 롱텀으로 보면 상호적으로 작용하니까 민족문제를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여야정 원탁회의를 제안했는데 한나라당은 박희태 대표 등이 청와대는 빼는 게 좋다고 한다. -청와대를 뺀다면 국회에서 하지 뭐하러 원탁회의를 하나. 청와대가 없으면 안 된다. ▶부드러운 온건 이미지를 갖고 있다. 거여에 맞서는 강력한 야당 지도자 리더십에서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을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사람을 만들지 않나. 한나라당이 잘해주면 그냥 그렇게 점잖고 소프트하게 남아 있을 것이고, 우리가 강경하고 투쟁적인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국민 뜻을 받들 수 없는 상황으로 한나라당에서 몰고가면 거기에 맞게 투사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나는 수비수였다. 공을 서서 막는 자세와 골을 넣기 위해 달려가는 자세는 완전히 다르지 않겠나. ▶개헌에 대한 의견은. -지금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 국가적으로 난리인데 한가하게 개헌할 때가 아니다. 원 구성도 못하고 있으면서 무슨 개헌이냐. 국회 구성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이에 대한 보정장치가 없으면 안 된다. 정치권이 개헌문제를 먼저 들고 나가면 될 일도 안 될 것이다. 학계·시민사회·언론에서 잘해서 끌고 나가면 정당은 조용하게, 스스로 연구만 하고 있으면 된다고 본다.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정리되면, 그 뜻을 받들어 정치권이 해결하면 된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 달라. -대기업은 귀찮게 안 하면 된다. 세계 무대에서 자유롭게 경쟁하고 국내에서 자유롭게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다르다. 중소기업·대기업이 상생협력되게 해야 한다. 협력업체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대기업은 그래도 지금 견딜 만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오늘 내일 하는 기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최고위원 지명직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고려 대상이 아닌가. -영남 대표가 우리 당에 없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영남 지역에서 구하겠다, 다음 지방 선거에 나설 사람이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으로 물색하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대표 경선을 했는데 지명직 최고위원은 적절한 예우가 아니라고 본다. 대선 후보군, 스타 5∼7명 양성하는 ‘스타프로젝트’가 있다. 거기에 참여하는 게 좋겠다. ▶스타군에 정 대표도 포함되나.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당원이나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정리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한국외교 실종] 전략·원칙·대책 ‘3無’… ‘失用외교’ 전락

    [한국외교 실종] 전략·원칙·대책 ‘3無’… ‘失用외교’ 전락

    이명박 외교, 정말 왜 이러나?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에서 금강산 사건의 해결 및 10·4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를 지지하는 문구가 동시에 빠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에 닥친 총체적 위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남북 당국간 대화 단절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 장기화하자 국제회의에서라도 북측에 대화를 촉구하려 했지만 전략 부재로 오히려 일을 더 키우고 뒤통수만 맞았다는 지적이다. ●韓·美동맹 강조하다 北·中 반발 불러 정부는 또 한·일간 독도 영유권 명기 문제가 불거진 뒤 얼마 되지도 않아 미국 지명위원회가 최근 독도의 우리나라 영유권을 ‘미확정 상태’로 표기, 분쟁지역화했는 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대응에 나서 이에 대한 후폭풍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는 명확한 원칙은 물론 구체적인 대책도 없는 이명박 정부의 부실한 외교안보정책이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한·미 동맹 등 대외관계 위주의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대북 정책은 실종된 지 오래됐고, 결국 국제회의에서 남북 문제를 풀려다가 북한에 오히려 당한 꼴이 됐다.”며 “청와대의 조정기능 실종과 외교부·통일부의 정책 엇박자가 자초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들어 한국 외교는 ‘국익을 위한 실용주의’라는 구호에 얽매여 한·미 관계 복원과 한·일 관계 개선, 대북 강경책 등 지난 정부와 반대로 가려는 기조로만 밀어붙이다가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미래관계’만 외치다 日에 독도 뒤통수 대통령 방미를 서두르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선물’로 주는 우를 범해 국민들을 촛불집회로 나가게 했으며, 한·미 동맹을 강조하다 보니 한·중 관계도 껄끄러워지고 있다. 게다가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자.’던 한·일 관계는 일본의 교묘한 독도 영유권 명기 추진 시도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뒤통수를 맞아 한·일 관계가 파탄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독도 문제와 관련,‘사후약방문’식 생색내기 대책만 있을 뿐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독도의 분쟁지역화 시도를 막지 못하고 있어 외교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뒷전에 밀려 있던 남북 관계가 금강산 사건으로 악화되면서 이를 남북 채널이 아닌 국제 관계를 통해 풀어보려고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북측에 빌미만 주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靑 조정기능 상실로 외교·통일부 엇박자 김기정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대통령 자신이 한·미, 한·일 등 대외 관계,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고 청와대는 정책 조정에 실패했다.”며 “이렇게 원칙과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외교부·통일부가 눈치만 보고 일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한국 외교가 만신창이가 됐다.”고 말했다. 외교·대북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외교안보라인의 인적 쇄신과 함께 대북 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도록 북한 전문가를 등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대법 “양재 시민의 숲은 서울시 소유”

    서울시와 서초구가 3년 동안 법정공방을 벌여온 ‘양재 시민의 숲’ 소유권이 시에 있는 것으로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서울시가 “행정착오로 소유권 이전된 시민의 숲을 돌려달라.”며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 상고심에서 원고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개포동 일대 택지를 개발하며 조성된 시민의 숲은 1988년 12월 토지구획정리사업이 끝나 환지처분 공고가 이뤄졌고 이듬해 4월 시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환지처분은 종전 토지에 대해 소유권 등을 가진 사람에게 환지계획에 따라 지정된 토지를 할당하는 것을 말한다. 1988년 5월 구 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시 소유 재산과 자치구 이관 재산의 조정 작업이 진행됐고, 서울시는 1991년 서초구의 요청을 받아들여 같은 해 10월 시민의 숲을 서초구 명의로 이전등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구 자치제 시행 전 나온 내무부 지침에 따르면 소유권 이전등기한 것은 무효”라며 2005년 뒤늦게 소송을 냈다. 당시 지침은 1988년 4월30일을 기준으로 시유재산 중 미시설 근린공원 등은 시 소유로, 시설이 완료된 근린공원 등은 구 소유로 구분하도록 규정돼 있었다.법원도 “시민의 숲은 1988년 12월 실질적으로 시 소유가 됐기 때문에 구로 이관할 대상이 아니었다.”고 판결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MB노믹스’ 성장엔진 다시 돌린다

    ‘MB노믹스’ 성장엔진 다시 돌린다

    쇠고기 파동에다 경제난, 금강산·독도 문제 등이 겹치면서 휘청대던 ‘이명박 국정’이 7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이명박 정부 5년의 지역발전 밑그림을 밝힌 데 이어 23,24일에는 당·정회의를 통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소득세 등 각종 세제인하 방안을 발표했다.24일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대폭적인 행정형벌 완화, 금융업무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불과 나흘새 이명박 정부 5년의 국정 향배와 직결된 주요 정책들을 무더기로 쏟아낸 것이다. 이들 정책들은 분야와 내용, 성격이 서로 다르지만 지향점은 일치한다. 성장 잠재력 확충이다.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전략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전국을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도·농간 유기적 발전방안을 모색키로 한 점이나, 세제 완화로 꽉 막힌 부동산 시장에 숨통을 트기로 한 점, 행정처벌을 최소화해 자영업자들의 영업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기로 한 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대책은 고유가와 물가 급등에 따른 민생난을 풀어낼 대책과는 다소 거리가 먼 듯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자율기능과 경쟁력을 끌어올려 성장을 촉진할 동력이 된다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청와대의 발빠른 정책 행보는 이 대통령이 이른바 ‘MB노믹스’의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이날 국가경쟁력강화위가 올해 현재 31위인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지수를 이명박 정부 5년 안에 15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와 함께 ▲획기적 규제개혁 ▲엄정한 법 집행 ▲공공혁신 및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정책홍보 강화 등 4대 과제를 내놓은 것도 MB노믹스에 박차를 가하려는 포석이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MB노믹스 가속화에는 무엇보다 촛불집회나 금강산·독도 문제 등 대내외 상황변화와 고유가 등의 악재에 더 이상 눌려 있다가는 자신의 정책구상들이 싹을 틔워보기도 전에 시들고 말 것이라는 절박감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행보를 부각시킴으로써 쇠고기 파동 이후 이어져온 정국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뜻도 엿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지난 몇 달 외부 악재와 시행착오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이 대통령은 ‘묵묵히 우리 일을 해나가고 하나씩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국민들도 호응할 것’이라고 참모들을 독려해 왔다.”고 전하고 “하반기를 맞아 이명박식 국정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본인도 23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며 국정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건국 60주년인 다음달 8·15광복절을 기점으로 ‘선진화’를 겨냥한 다각도의 정책들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서구적 근대만 근대화라고?”

    근대성이란 서구에서 나온 개념이다. 계몽주의적 합리성이 자본주의와 결합한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종교개혁과 과학혁명이 일어난 17세기론을 펴는 학자도 있고, 르네상스와 연관지어 12∼16세기를 제안하는 학자도 있다. 그런가하면 라틴아메리카의 탈식민주의 연구자들은 서구의 근대성이란 아메리카의 ‘발견’ 및 식민지배와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본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근대성 논쟁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산물이라고 한다.1980년대 치명적 경제위기의 원인을 좌우 갈등에서 찾던 사람들에게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념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처방으로 생각되었다는 것이다. 우파는 거대담론의 종말을 논하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이데올로기 갈등을 종식시킬 희망을 보았고, 좌파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다양성을 끌어안아 마르크스주의의 계급투쟁의 경직성을 완화시켜줄 ‘차이의 정치학’을 발견했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서 ‘근대 다운 근대’가 존재하지 않았는데 ‘근대 이후(포스트모더니즘)’를 논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었다. 근대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논의해 볼 필요가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근대성에 관한 논쟁은 식민시대를 겪었고, 해방 이후에는 군부독재를 경험하는 등 라틴아메리카와 여러모로 닮아 있는 한국도 피해갈 수 없었다.1990년대 식민지 근대화를 둘러싼 역사학계의 논쟁과 박정희 정권의 발전주의 담론을 근대화와 연결시킬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있었고, 서구화가 과연 근대화인가를 두고 지식인들 사이에 진행되었던 논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라틴아메리카의 근대를 말하다’(니콜라 밀러·스티븐 하트 편저,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옮김, 그린비 펴냄)는 근대성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지식인들의 논쟁을 담고 있다. 2005년 2월 런던의 아메리카연구소에서는 ‘라틴아메리카의 근대가 언제부터 였는가’라는 주제로 인류학, 역사학, 지리학은 물론 문학, 영화, 문화비평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이 참여한 워크숍이 열렸는데, 당시 모임의 성과를 담은 것이 이 책이다. 참가자들은 서구에서 만들어진 근대성 담론을 비판하면서, 서구에 의해 대상화되어 온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성찰하고 다양한 대안적 해석을 제시함으로써, 서구에 의해 이식된 역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출신으로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대서양비교연구학 교수인 주앙 세자르 데 카스트로 호샤는 동향의 작가 마샤두 지 아시스의 사례로 라틴아메리카의 문화가 서구의 복제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비판한다. 호샤는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주변부’작가는 ‘중심부’인 서구의 서로 다른 역사적 시기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 합리적인 연대순이나 정형화된 해석틀을 성실하게 따라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마샤두는 바로 역사적 시간이 뒤섞이고 문학적 장르가 뒤섞이는 ‘고의적인 시대착오’ 기법으로 기존의 ‘창조’라는 개념을 허물고 새로운 독창성을 펼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런던대학 버크백 칼리지 스페인어학과 교수인 윌리엄 로우에게도 이어진다. 그는 마르크스주의 역사발전론이나 자본주의 근대화론자의 역사론이 모두 시간적 순서에 따른다고 비판하고, 페루 문학에서 근대성의 장면을 다룬 작품을 검토하면서 연속성과 순차성을 거부하고 시간성과 공간성을 함께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근대성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가 기획한 라틴아메리카 총서 ‘트랜스라틴’의 첫권이다. 서구 지식만을 중히 여기는 국내 학계의 풍토에서 주변부를 공부한 대가로 저절로 ‘마이너리그’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국내 라틴아메리카 연구자들은 라틴아메리카를 체계적으로 소개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일대 사건’에 해당한다고 기뻐하고 있다.1만 8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국보법 의거 판결 무의미”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가 24일 서울고법이 자신의 국가보안법 위반과 관련해 파기환송심 선고를 내린 데 대한 입장을 이메일을 통해 서울신문에 보내 왔다. 송 교수는 이메일에서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은 5년 가까이 지속된 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둘러싼 법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시대정신과 너무나 거리가 먼 국가보안법에 의거한 판결이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이어 “이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은 하나의 법 체계를 넘어서 이미 사라진 냉전의 굴레 속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구하는 개인과 집단의 생활세계를 여전히 가두어 두고 있는 총체적인 검열과 억압체계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또 하나의 촛불로서 계속 타올라 국가보안법 철폐는 물론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민족의 화해와 상생의 길을 밝혀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메일 말미에 “30여년의 긴 나의 투쟁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던 지난 5년, 저와 가족을 따뜻하게 지켜주신 변호인단 등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글을 맺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아름다운 간판 2008] 美來路 가는 남해군

    [아름다운 간판 2008] 美來路 가는 남해군

    느슨한 규제와 나태한 관리는 불법 간판을 양산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따라서 아름다운 간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도 필수적이다. 주민·점포주·건물주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추구하는 간판의 이상적 형태도 중구난방이기 때문이다. 원칙이 바르게 서고, 명문화돼 있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 현재 간판을 달려면 중앙정부에서 관리하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과 대통령령인 시행령 등의 적용을 받는다. 여기에 시시콜콜한 내용을 담게 되면 획일적 규제가 될 수 있다. 지역 사정에 밝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름다운 간판을 만들기 위한 제도, 이를 뒷받침하는 지자체의 관리 노력 등을 살펴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례 등을 통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풀뿌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남 남해군은 간판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잘 갖춰진 제도와 관리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하고 있다. ●실용성과 아름다움 동시 추구 시원스레 뻗은 남해고속도로를 따라오다 남해읍 시가지로 접어들면 800m에 이르는 간판 시범거리가 나온다. 이곳은 구간별로 각각 명승·호국·유배·문화란 명칭이 붙여진 남해의 ‘명물거리’다. 남해군은 우선 ‘남해군 옥외광고물 등 관리 조례’를 만들어 거리의 특성에 맞춰 간판의 서체·크기·형태·색상은 물론 상징 로고까지 일일이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남해군은 조례를 통해 간판이 난립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가로형 간판과 돌출형 간판 각 1개씩만 달도록 했다. 또 창문 이용 간판의 크기를 대폭 축소했다.1층 창문 면적의 10분의1 범위 안에서 창문 이용 간판을 달 수 있다. 옥외광고물 관리법에는 창문 크기의 4분의1로 느슨하다. 이와 함께 땅에 기둥을 세운 지주형 간판은 전면 금지했고, 네온·점멸등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김승겸 남해군 건축행정계장은 “거리별 특성에 맞춰 간판 재료와 색상 등을 다양화시켰다.”면서 “돌출형 간판의 경우 안경·세탁 등 깨끗한 느낌이 필요한 업소는 유리 장식을 하는 등 간판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차별성과 통일성의 조화 최대 번화가인 ‘유배거리’는 간판 정비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구운몽’을 썼던 조선 후기 대문호인 서포 김만중이 이곳으로 유배를 와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배거리에 있는 가로형 간판에는 밧줄 등을 연상시키는 문양이 들어간다. 그동안 간판을 가렸던 기존 키 큰 은행나무 대신 남해에서 많이 나는 수종인 낮은 키의 소나무 등으로 도로 주변을 장식하고 있다. ‘문화거리’는 유리와 아크릴 재료를 이용해 남해의 밝고 활기찬 축제거리를 연상케 만들었다. 간판에 형형색색 보석이 박히고, 조약돌로 상큼 발랄한 이미지를 더했다. ‘명승거리’는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을 주제로 푸른 잔디와 목재의 느낌을 간판에 연출했다. 노량해전의 이순신과 왜구를 무찌른 최영 장군 등 충신들의 충절을 표방한 ‘호국거리’ 간판은 강한 금속의 느낌으로 중후한 느낌을 강조했다. 다양성 못지않게 통일된 이미지도 부여했다. 예컨대 미용실의 돌출형 간판에는 멀리서도 ‘가위’ 모양만 보면 알 수 있도록 디자인과 모양을 구체화했다. 또 병원·약국 등은 쉽게 눈에 띌 수 있도록 규격이 큰 간판을 쓸 수 있도록 융통성도 발휘했다. 간판 디자인을 기획한 하현주씨는 “노년층의 경우 병원 글씨가 안 보여 큼직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수차례 공청회를 거쳐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악순환 막는 사후관리 절차와 규정을 까다롭게 하다보니, 처음에는 업체들의 반발도 거셌다. 특히 많은 비용을 들여 간판을 제작한 SK텔레콤·파리바게뜨 등 전국적인 망을 갖춘 대기업들은 브랜드 가치의 훼손을 우려해 간판 정비를 반대했다. 이들 대기업 영업점들은 통일된 디자인의 판류형 간판을 활용하고 있어 간판 공해의 주범으로 꼽힌다. 때문에 판류형은 배제한 채 글짜만 새겨넣는 입체형 간판만 달도록 규제했기 때문에 설득에 어려움이 컸다는 것. 20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A침대업체 정모 사장은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한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간판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면서 “처음에는 배경색도 빼고 간판 크기도 작아져 회사에서 반대했지만, 고급스럽고 미관상 깨끗한 이미지를 주는 것 같아 회사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간판 정비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 사후관리 부문도 제도화했다. 이는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향후 250여 업소 주민들이 자율 관리할 수 있도록 거리를 ‘옥외광고물 특정구역’으로 지정, 광고물 표시를 제한하는 것이다. 또 특정구역 내 건축허가를 낼 때 광고물 설치계획서와 원색도안, 설계도 등을 제출하도록 해 담당부서의 확인작업을 거치게 했다. 건물주가 건물을 분양·임대할 때도 특정구역 고시내용을 반드시 명시하도록 했다. 남해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Car~ 컬러 죽이네

    Car~ 컬러 죽이네

    현대자동차는 올초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차체 색상 선정에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였다. 벤츠,BMW 등 독일 명차들과의 경쟁을 선언한 터에 컬러 또한 ‘쏘나타’,‘그랜저’ 등 기존 차종과는 다른 고급화가 필요했다. 무수한 영상제작과 시행착오, 전문가 회의를 거쳐 ‘하이퍼 메탈릭’,‘팬텀 블랙’,‘스털링 실버’,‘화이트 프로스트’,‘스틸 블루’,‘루나 베이지’,‘로열 블루’,‘벨벳 레드’ 등 8종의 프리미엄 컬러 라인업이 확정됐다. 자동차 디자인이 첨단 공학·미학에 힘입어 빠르게 진화하면서 컬러 또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전에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색상이 등장하는가 하면 은색·회색·흰색·검정색 등 무채색 계열 컬러들도 도료입자의 성분조정 등을 통해 다양하게 분화되면서 차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SUV 판매 1위 현대차 ‘싼타페’컬러는 블루 티타늄 업계는 최근 나오는 신차들에 대해 성능과 디자인 컨셉트를 상징화한 독특한 대표 컬러를 부여하고 있다. 검은색·은색·회색만 갖고는 공들여 개발한 차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의 대표 컬러는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이퍼 메탈릭이다. 신소재 알루미늄 입자를 티타늄색 안료에 첨가해 선명한 메탈(금속)의 느낌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고성능 하이테크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신문·방송 광고나 카탈로그에 나오는 제네시스의 컬러는 모두 이 색깔이다. 제네시스에는 또 국내 최초로 고광택 ‘클리어(clear)’ 도장 기법이 적용됐다. 외장컬러의 광택과 색상을 오래 유지해 도장면의 선명도와 미세흠집에 대한 저항성능을 높여준다. 올초 출시된 국산 최고가 스포츠레저차량(SUV) 기아 ‘모하비’의 대표 색상은 ‘스위트 오렌지’다.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역동적인 젊음과 개성을 강조하는 SUV의 특성을 오렌지색에 담았다. 기아차의 내부 조명이 오렌지색이라는 점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지킨다는 뜻도 있다. 현대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도 ‘미래지향적·모던한 이미지’가 기본 컬러 컨셉트다. 밝은 알루미늄 입자를 적용한 은색과 회색이 주력이다. 국내 SUV 판매 1위 현대차 ‘싼타페’의 대표 컬러는 ‘바닐라 화이트’와 ‘블루 티타늄’이다. ●실제 선호도는 무채색 계열이 높아 르노삼성은 올 2월 출시한 ‘2008 스페셜 SM3’ 모델에 빨간색을 처음으로 적용했다.20대 중반∼30대 초반의 핵심 타깃층을 겨냥했다. 소형 이하가 아닌 준중형 세단에 붉은 색을 적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신 푸른 바다색이었던 ‘소닉 블루’는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단종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7월 중형 세단 ‘SM5 뉴 임프레션’을 출시하면서도 산뜻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는 ‘올리브’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화려한 유채색 컬러의 판매량은 많지 않다. 많은 소비자들은 무채색 계열을 좋아한다. 중고차 매매 때에도 무난한 색이 튀는 색상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다. 실제로 모하비의 대표 컬러인 스위트 오렌지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제네시스는 하이퍼 메탈릭이 무채색(은색) 계열이기 때문에 점유율 32%로 팬텀 블랙(46%)에 이어 두번째를 달리며 대표 컬러의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무채색의 다변화와 브라운·골드의 부상 무채색의 다변화도 최근 두드러지는 흐름이다. 통상 검정색은 깔끔하고 세련된 품격과 권위를, 은색은 현대적이고 중후하면서 럭셔리한 멋을, 흰색은 고급스럽고 우아하며 깔끔한 멋을 강조한다. 최근 들어 은색·회색의 경우 순수한 ‘메탈 쿨 실버’와 컬러느낌이 가미된 ‘웜 실버’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흰색은 순백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솔리드 화이트’나 화려한 느낌을 주는 ‘펄 화이트’가 나타나고 있다. 검은색도 기존 ‘솔리드 블랙’ 중심에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화한 ‘펄 블랙’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정진 기아차 컬러팀 선임연구원은 20일 “무채색의 다변화 외에 브라운·골드·오렌지 컬러가 새로 등장하는 것도 최근 두드러지는 추세”라면서 “과거에는 일부 수출지역에서만 선호했던 색상이었으나 최근 내수시장에서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한나라 세 입, 한목소리 낼까

    한나라당이 정당 사상 처음으로 ‘대변인 트로이카’ 체제를 도입,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역대 공동대변인제 경쟁심화로 갈등 한나라당은 예전에도 공동 대변인 체제를 운영했지만 대변인들간의 경쟁 의식 등으로 오래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부터 나경원 단일 대변인 체제로 바뀌었다. 이번 대변인 트로이카 체제가 지난 시행착오의 반복이 될지, 정치실험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차명진·윤상현·조윤선 의원으로 구성된 트로이카 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의사 소통과 유기적 협조에 달려 있다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이들 대변인은 개성과 경력 등에서 3인3색이다. 어떻게 조화를 이뤄낼지가 당 안팎의 관심거리다. 당내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차 수석 대변인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 공보관을 맡았다가 서로 결별했다. 노동운동권에서 인연을 맺은 김문수 경기지사를 정치적 ‘멘토(후견인)’로 삼고 있는 ‘투사형’이자 ‘다변(多辯)형’으로 술은 입에도 대지 못한다. 윤 대변인은 해외 유학파 교수 출신답게 ‘학자풍’이다. 술자리에서는 술잔을 마다하지 않는 호방한 스타일이다. 조 대변인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 변호사와 씨티은행 부행장을 거친 ‘여성 엘리트의 전형’답게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이다. 반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듯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우선 서울대 선후배 사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특보·보좌역·공동 대변인 등으로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그래서 불협화음은 없을 것이라는 게 3인의 입모음이다. 이들은 당내의 우려를 의식해 16일 당직 인선이 완료된 직후 역할 분담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재선인 차 대변인이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팀장’ 역할을 맡는 동시에 정무 분야를 책임지고, 윤·조 대변인은 각각 외교·통일·국방 분야와 경제·사회·문화 분야를 나눠 맡기로 했다.●계파안배 차원… 연착륙 어려울듯 트로이카 체제가 계파 안배 차원에서 이뤄진 측면이 강한 만큼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선 세 대변인이 최고위원회의나 당정협의 등 다양한 분야의 논의가 이뤄지는 회의에 모두 참석하기 어렵다. 시각을 다투는 중대 사안이 발생할 경우 업무 조정을 통해 담당 대변인을 결정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거대과학의 꿈] 엄청난 투자 불구 성공 장담 못해… 국민적 이해도 높이기 설득 필요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거대과학의 꿈] 엄청난 투자 불구 성공 장담 못해… 국민적 이해도 높이기 설득 필요

    거대과학이 가져오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국가마다 “우리도 거대과학을 해서 선진국이 되자.”는 구호를 내걸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는 일부 선진국, 특히 미국과 러시아가 수십년간 ‘유이한´ 거대과학 강국이었던 것과 같은 답을 갖고 있다. 바로 비용과 투자기간 때문이다. 거대과학의 최정상에 있는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 이후 1960∼70년대 승승장구하던 아폴로 프로젝트를 18호에서 중단해야 했다. 중간중간 반복되는 실패와 그로 인한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옛 소련도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우주왕복선 개발 계획을 세웠지만, 한번도 발사하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1990년대 초 통일장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입자가속기 ‘초전도 초충돌기’ 건설계획은 미국 내 재정악화로 2조원 이상을 투자한 후 중단됐다. 일본 역시 중국의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 후 시도한 대형 로켓이 발사 직후 폭발하면서 한동안 내홍을 겪어야 했다. 거대과학은 대표적인 ‘하이리스크’ 연구다. 전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만큼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 결과물이 어떨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10년 이상을 투자하고도 뜻한 결과물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연히 이같은 연구 분야에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투자할 리 없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서나 거대과학의 주체는 국가가 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거대과학의 성공 여부는 국가가 투자하는 비용, 즉 세금사용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KSLV-1과 KSTAR 등 거대과학이 본격화되면서 연구결과물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KSLV-1의 경우 당초 지난해 발사예정이었지만 올해로 순연된 상태이고,KSTAR에 대해서도 2045년 상용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의심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또 연간 수백억원이 넘는 투자비용은 매년 국정감사철이 되면 해당 기관장들을 질책하는 국회의원들의 무기가 된다. 과학계 관계자들은 선진국처럼 ‘국민적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설득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거대과학 진행 과정에서 생긴 결과물이 실제 생활에 유용한 상품이 돼 돌아오기 때문에 국민적 저항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든 비먼트 미 국가과학재단(NSF) 총재는 “초등학생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과학연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 있다.”면서 “무조건적으로 일을 진행한 후 설득하는 것보다는 초기 단계부터 철저한 대국민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홍열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시행착오나 실패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실패에 대한 질책을 과학자들이 두려워하게 되면 결코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글로벌 시대]매력있는 ‘관광 서울’ 만들기/ 최영민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매력있는 ‘관광 서울’ 만들기/ 최영민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교수

    세계화 속에서의 문화·관광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제·사회·문화 등 국가 전반에 걸친 산업적 파급효과가 매우 긍정적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관광산업을 국가발전을 위한 신(新)동력산업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광시장은 과거의 자연발생적 구조에서 치열한 경쟁구조로 급변했으며 이제는 경쟁에서 남는 국가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서울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관광의 중심지이다. 외래관광객의 80%가 서울을 경유하고 있다는 통계적 사실만으로도 서울 관광환경의 호조건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러한 여건은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결과이기보다는 타의적 환경이 전해준 어부지리일 뿐이며, 더욱이 수혜자인 서울이 과연 이러한 대단한 혜택을 누릴 만한 수용력이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이런 시점에서 민선 4기 서울지방정부가 주안점을 둔 시책이 문화·관광산업 육성이라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수도라는 이유 하나로 무한한 혜택을 누리던 수동적 서울이 능동적 자세로 변화하며 관광산업 발전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1000만의 거대한 문화도시 서울이 2010년까지 1200만명 관광객 시대를 열겠다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행정구조가 과감하게 바뀌고 관광관련 인프라가 재편되고 있으며 더욱이 행정구성원들의 자세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서울이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의 초기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에 대한 관광지 이미지를 일거에 정립하여 가시적 결과를 얻기보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온돌방에 온기가 전해지듯이 천천히 달아오르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옳을 듯싶다. 현재의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적 노력을 바탕으로 관광과 관련된 법·제도, 숙박, 외식, 서비스마인드, 관광자원, 교통, 마케팅·홍보 등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동시다발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행정의 일관성과 전문성 확보는 전제조건이다. 책임자가 바뀐다고 정책이 변한다면 시민의 부담과 혼란은 누가 책임지겠는가? 조급한 마음을 잠시 접고 서울관광의 희망을 단·중·장기로 나누어 계획을 추진하도록 하자.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각종 관광객 유치사업의 단기 결과에 희희비비하지 말자. 서울을 매력 있는 도시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장기적 목표를 갖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며 노하우를 축척한다면, 서울관광 활성화를 위한 민선 4기의 정책이 5기 또는 6기에서 비로소 분명한 결실을 볼 수 있음을 확신한다. 하지만 제도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광을 바라보는 시민의 열린 마음이다. 인내를 갖고 결과를 지켜보며, 개인 또는 집단이기주의적 사고보다는 모두와 함께 미래를 열고자 하는 시민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가·관광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고 관광도시로서 보다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어 시민과 1200만명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도시 서울을 상상해 보라! 서울이 문화도시로서 관광산업과 연계되어 세계 일류 도시로 거듭난다면 실질적 수혜자는 바로 우리 시민이다. 그러나 관광객 1200만이라는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시행착오의 계절 변화를 겪어야 하고, 이 모진 세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뿌리 깊은 시민의식과 싱싱한 정책·행정이 필수적임을 잊지 말자. 서울이 세계문화 교류의 중심지인 동시에, 신명나고 풍요로운 관광도시로 탈바꿈되기를 기대한다. 최영민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교수
  • 도자기녀 이세나 “기획사에 사기도 당해봤어요”

    도자기녀 이세나 “기획사에 사기도 당해봤어요”

    최근 컴백한 남성듀오 브라운아이즈의 새 앨범 ‘Two Things Needed For The Same Purpose And 5 Objets’는 그들의 5년 만의 컴백이라는 사실과 함께 파격적인 티저영상과 ‘리틀 소지섭’ 유승호가 주연한 뮤직 비디오로 대중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선보인 티저영상에서 ‘갈색눈의 주인공’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신인배우 이세나는 데뷔 전부터 ‘도자기녀’ UCC를 통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화제의 인물이다. 연예인 지망생 ‘도자기녀’를 넘어 이제는 어엿한 신인 연기자로 인생의 2막을 새롭게 시작하는 이세나를 만나 데뷔 전 이야기와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 보았다. #데뷔까지 우여곡절 많았어요 한국 나이로 올해 27세, 이세나의 데뷔는 10대에 첫 선을 보이는 요즘 연예계의 판도를 생각하면 오히려 늦은 편이다. 이세나는 자신의 늦은 데뷔에 대해 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한다. “제 데뷔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당했을 법한 일이죠. 소위 말해 ‘사기꾼 기획사’를 만난 거죠. 학원을 다니게 해 준다면서 돈을 받아가고 했었죠. 나중에 지금 기획사로 옮기고 사기란 걸 알았어요.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그만큼 인생 경험을 했고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올 거니깐요. 인생은 길잖아요?” 도도해 보이는 눈매와 첫인상을 보며 ‘이세나라는 사람은 예민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과 달리 낙천적인 대답을 하는 이세나에게 “조바심이 나지는 않았나요?”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 보았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연예계에 발을 처음 들인 시기가 22살인걸요. 그 때 이미 늦은 시기였죠. 사실 집에서 부모님 반대가 무척 심했어요. 제가 대학교에 가서야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고 부모님은 그때서야 승낙 하셨거든요. 시작이 결코 빠른 건 아니었어요.” UCC를 통해 ‘도자기녀’라는 호칭을 얻은 이세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드디어 배용준, 소지섭, 이나영 등이 소속된 BOF라는 기획사를 만나 1년간의 트레이닝 끝에 브라운 아이즈의 티저 영상을 통해 본격적인 데뷔를 알리게 된다. #겨울에 여름옷 입어 보셨어요? 이세나에게 SBS ‘동물농장’ 촬영 차 다녀온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 대한 추억을 묻자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남아공은 남반구에 위치해서 7월부터 10월까지 겨울이에요. 한국에 방송될 시기는 여름이니깐 시원한 느낌을 주려고 저 혼자 여름옷을 입었어요. 현지에 계신 분들은 두꺼운 옷을 입고 계셨는데 저만 얇은 옷을 입었어요.” 하지만 이세나는 20일간 이런 역경을 견디며 보낸 남아공의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온갖 동물들을 직접 보고 만지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어떤 ‘자원’을 얻어온 느낌이에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동물 농장을 꾸리시는 분들의 순수한 열정에 감동을 받았거든요.” #이세나의 색깔 보다는 캐릭터 자체에 충실 하고 싶어요 ‘도자기녀’를 넘어 ‘갈색눈의 그녀’로 우리 곁에 다가온 이세나는 이제 MBC 수목드라마 ‘대한민국 변호사’(극본 서향숙ㆍ연출 문재윤)로 본격적인 연기자 신고식을 치른다. 극에서 이세나는 변혁(류수영 분)의 비서 역을 맡았다. 데뷔를 앞둔 이세나에게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는 질문을 하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저는 색깔 없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배역을 맡으면서 그 역할을 제 색깔이 아닌 연출진이 생각하는 인물로요. ‘이 역할에 어울리는 이세나’가 아니라 ‘무슨 역할을 해도 어울리는 이세나’로 불리고 싶거든요. 꿈이 좀 크죠?” 신인답지 않은 대답에 기자가 놀란 표정을 짓자 이세나는 “배우 ‘배종옥’을 인생의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한다. “배종옥 선배님이 제 목표에요. 긴 시간 연기를 하고 계시고 모든 역할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시거든요. 다부지고 알차 보이는 그런 모습이 너무 부러워요. 제가 그런 부분은 많이 부족하거든요.” 이세나는 이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첫 장을 연 신인일 뿐이다. ‘주어진 모든 일에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이세나가 어떤 연기를 선보이면서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을지 기대해 보자. 서울신문NTN 김경민 기자 star@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북, ‘금강산 피격사망’ 진상조사 응하라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던가. 사흘전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사건과 관련, 북측은 남측의 현장조사 요구를 거부한 채 오히려 “남측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하며, 우리측에 명백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남측에 책임을 전가했다. 참으로 개탄스럽고 분노할 일이다. 북측의 생떼쓰기와 억지부리기를 한두 번 보고 겪은 바 아니지만,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이번 소행은 막무가내 공방 끝에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님을 북측은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관광사업을 총괄하는 명승지개발지도국은 “(피해자가) 비법적으로 군사통제구역 안까지 들어왔다가 11일 새벽 4시50분경 우리 군인의 총에 맞아 숨졌다.”면서 사고경위가 명백하다고 주장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중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새벽 4시30분 호텔을 나선 50대의 여성이 20분만에 생전 처음 보는 금강산해수욕장 백사장을 지나 북측 군사통제구역 깊이까지 무려 3·3㎞나 이동했다는 북측의 주장은 결코 납득이 안 된다. 결단코 책임있는 양측 당국이 공동의 현장조사를 실시해 철저하게 경위와 진상을 규명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향후 금강산관광이든 개성관광이든 안정적인 추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북측이 금강산관광 잠정중단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모독’으로 남측이 사과하고 재발방치 대책을 세울 때까지 관광객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은 극히 우려스럽다. 지난 3월 이후 당국간 대화를 거부하며,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해온 북한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아예 민간차원의 교류·협력마저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과잉대응으로 빚어진 참변이 남북관계 전반에 약영향을 주지 않도록 양 당국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한다. 남북간 대립과 갈등은 시대착오적 비극일 뿐이다.
  • [금강산 관광객 피격 파장] ‘피격’ 접수 → 대통령 보고 105분 ‘거북이 청와대’

    금강산 피격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의 위기대응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늑장 보고와 판단 착오 여부가 핵심 논점이다. ●李대통령 “시스템 개선하라” 진노 11일 오전 5시쯤 발생한 금강산 피격사건이 8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1시 30분에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과정은 그야말로 ‘거북이 보고’의 연속이었다. 현대아산으로부터 건네받은 북측의 일방적 통보내용 외에 아무런 정보도 손에 넣지 못한 정부 관계자들은 사건의 갈피를 잡지 못해 허둥지둥했고, 상부 보고는 단계마다 지체됐다. 현대아산-통일부를 거쳐 청와대가 처음 피격사건을 인지한 시점부터 따져도 이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1시간 45분이나 걸렸다. 이튿날인 13일 이 대통령은 진노했다. 관계부처장관회의에서 “통일부로부터 청와대 관련 비서관을 통해 내게 보고되는데 무려 두 시간 이상 걸린 것은 정부 위기대응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위기대응 시스템의 개선방안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을 인정한 것이다. ●靑 “합참, 최초 질병사로 보고해 혼선 빚어” 청와대 관계자는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된 건강이상에 따른 사망설로 인해 한때 혼선이 빚어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참은 “군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느냐. 우리가 청와대에 따로 그런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해 양측이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대화제의´ 연설문 수정놓고 수석간 논쟁 보고 지연과 빈약한 정보는 결국 이 대통령의 상황 판단에 영향을 미쳤고, 아무 일 없는 듯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이 대통령의 국회 연설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피격사건을 보고받은 뒤 이 대통령의 국회 연설문에 담긴 대북 대화제의를 그대로 둘 것인지, 뺄 것인지를 놓고 맹형규 정무수석과 박형준 홍보기획관, 이동관 대변인이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이들 중 2명은 삭제 또는 표현 완화를 주장했으나 1명이 그대로 갈 것을 주장해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변인은 13일 기자브리핑에서 “남북대화 제의는 큰 틀에서 남북관계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이번 돌발사건과는 별개라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으로 돌아온 정우성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으로 돌아온 정우성

    “배우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기분입니다.”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제작 바른손·이하 ‘놈놈놈’)으로 2년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정우성(35)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요즘처럼 활기차고, 배우로서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마치 15년 전 처음 주연을 맡아 데뷔했을 때와 같은 기분이에요.” ●감독 데뷔 앞둔 정우성이 바라본 영화 ‘놈놈놈’ 극중에서 가죽 재킷에 머플러, 카우보이 모자를 쓴 정우성은 세명의 주인공 중 가장 서부극에 가까운 캐릭터로 묘사된다. 거기에 마지막 사막 추격신에서 말을 타며 장총을 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처음엔 달리는 경주마 위에서 말고삐도 잡지 않고 총을 쏜다는 것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목숨을 걸고 말에서 뛰어내릴 각오를 하고 오기로 찍었죠. 말에서 내리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리더군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성격에 있다고 말하는 정우성. 그는 이같은 선명한 캐릭터가 잘 살아 있는 것이 오락영화 ‘놈놈놈’의 가장 큰 미덕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냉정한 놈, 모호한 놈, 재밌는 놈’ 정도가 되겠죠. 세 명이 대립구도인 데다 각자 캐릭터도 너무나 강해 다른 역을 배려한다거나 연기로 받아칠 필요가 없었어요. 그 대신 각자 연기에 충실하면 그걸로 충분하죠. 그러면서도 서로 묘하게 어울리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인 것 같아요.” ●“시행착오 끝에 스타보다 배우로 새 출발선에 섰죠.” 영화 ‘본투킬’(1996),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등의 주연을 잇따라 맡으며 당시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그는 이후 흥행 부진으로 인한 적잖은 침체기를 겪었고,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 때야 비로소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동안 참 잘 버텨온 것 같아요. 처음엔 연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아 부족한 점도 많았고, 스타 이미지만 부각되다보니 배우로서 장점을 끄집어내기에 미숙한 점이 많았죠. 하지만 늘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데 만족해요. 어차피 전 배우로서 과정을 가고 있는 것이니까요.” 이같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정우성은 최근 영화사를 차렸고, 요즘 감독 데뷔 준비로 분주하다. 첫 작품으로 액션 장편영화를 선택한 그는 여건이 된다면 자신이 직접 출연도 할 계획이다. “영화 ‘비트’ 때부터 감독의 꿈을 꿨어요. 영화에 대해 공통된 주제로 같이 고민하는 감독과 배우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었죠. 머릿속에 맴도는 막연한 이야기를 시나리오화하고 표현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어요. 여기에 제가 배우로서 촬영장에서 느꼈던 모든 경험을 접목시켜볼 생각입니다.” 어쨌든 충무로 불황 탈출의 시험대로 평가받는 ‘놈놈놈’의 개봉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할리우드 외화는 물론 국내 대작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한국영화 불황의 답은 영화계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잠재된 관객은 늘 존재하고, 그들은 좋은 작품을 따라 시선을 움직일 뿐이거든요. 단 한국 영화끼리 깎아내리는 일만은 피했으면 좋겠어요.” 영화는 자신에게 ‘존재의 이유’ 그 자체라는 정우성. 배우와 감독으로 새 출발선에 선 그가 앞으로 어떤 존재감을 각인시킬지 궁금해진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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