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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 무단골프 장성·장교 수백명 무혐의 처분될 듯… 육본 “소명기회 활용” 지시

    육군 장성과 일부 영관장교들도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이탈해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장교들의 근무 기강해이가 위험 수위에 이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 골프를 친 군 장교들에 대한 처벌을 놓고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29일 육군 내부통신망에는 근무시간 중 골프를 한 명단이 일부 공개됐다. 공개된 명단은 육사 출신의 모 군단 소속 육군 준장을 포함해 10명이었지만 비공개된 명단들을 포함하면 무단 이탈로 골프를 친 장교는 수백명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주 근무지를 이탈해 골프를 한 군의관 12명 중 9명은 구속하고 3명은 불구속하는 초강수를 뒀다. 검찰단 관계자는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구속자 9명은 모두 10차례 이상 무단이탈했다.”고 밝혔다. 군검찰이 구속과 불구속을 가르는 기준을 10차례로 정했다는 설명이었다. 육군본부에서는 근무지를 이탈해 골프를 한 장성을 포함한 직업군인(장기복무자)에게 소명기회를 줬다. A준장을 포함한 10명은 모두 ‘소명기회’를 활용했다. 육본은 공문을 통해 “장관 및 총장 지시로 급히 육군에 보고해야 해 개인별 평일 운동(골프) 현황을 감찰부로 보내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 공문에는 “개인별 구제기회를 주는 것이니 자진보고하라.”고 명시했다. 무단이탈해 골프를 친 장교들에게 ‘개인소명’을 할 기회를 줘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해준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 군 관계자는 “(공문에서) 직설적으로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걸리지 않도록 개인소명 사유를 만들어 내라고 조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직접 목격한 것”이라고 전제하며 “근무자가 아닌 장교들이 휴일에 나와 당직이나 휴가 등 관련 서류를 고치고 있다.”며 “2~3번 골프를 친 무단이탈자의 경우 근무일을 휴가명령 행정착오자로 바꾸면 휴일에 친 것으로 기록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육사 출신을 비롯한 직업군인(장기복무자)에게는 개인소명 기회를 주면서 사법처리·징계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전역을 코앞에 둔 단기 복무 군의관들만 강도높게 처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 내부통신망에는 몇몇 고위 장성들도 근무시간 중 골프를 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단이탈에 대한 개인소명 인정 사유는 ▲공식 부대 승인 전투 휴무(당직 포함) ▲휴가명령 행정착오자 ▲기타 지휘관이 인정하는 타당한 사유 ▲명령에 의한 전속기간 ▲전역대기 직업보도 교육기간 등 모두 5가지이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머리카락으로 그림 그리는 이색예술가 안정숙씨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 머리카락으로 그림 그리는 이색예술가 안정숙씨

    진정한 변화는 마음과 행동을 약간씩 조정하는 2도의 변화에서 온다고 했다. 어느 날 문득 빗자루에 쓸려 버려지는 머리카락에 시선이 꽂혔다. 저걸 이용해 그림을 그려 보면 어떨까. 머리카락을 한 움큼 손에 쥐고 곧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놀림에 혼이 배어드는 듯했다. 잠시 후 머리카락은 나뭇가지가 되고 잎이 됐다. 예술작품으로 다시 살아났다.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안정숙(36)씨. 머리카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색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한달 전 TV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등장,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다. 요즘 그녀의 미용실에는 머리카락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제자를 자청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의 내면세계 표현한 그림 많아 지난주 그녀의 미용실을 찾았다. 타일바닥에는 풍경화와 물고기그림, 나무 등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나타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벽에는 머리카락으로 그림을 그린 뒤 카메라로 담아낸 사진 10여점이 걸려 있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머리카락을 쥐고 비벼가면서 그림을 그리지요. 그냥 생각날 때마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그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꽃(기쁨)과 눈(마음), 가시(시행착오) 등이며 대개 20분이면 한편의 그림을 완성할 만큼 속성이다. 왜 하필이면 머리카락이냐고 물었더니 “길거리에 버려진 나뭇가지가 있으면 주워다가 액자를 만들고 나뭇잎으로 손수건에 붙이는 버릇이 있다.”며 활짝 웃는다. 버려지는 것을 재활용해 만들어낸 작품에서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녀가 머리카락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빗자루로 머리카락을 쓸어담다가 무심코 그림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머리카락이 물감이었고 타일바닥이 캔버스였다.하지만 그려진 그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접착제가 없으니 바람에 날리기도 하고 엄마와 함께 놀러온 아이들이 그림을 밟아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림이 완성되면 카메라로 일단 담아낸다. 그동안 수백점의 그림을 그려냈고 현재 사진으로 보관된 그림은 50여 점이다. 그녀는 올가을 머리카락 그림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요즘 강원대 평생교육원에서 그림공부를 하고 있다. 예술적 표현력을 한층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잔잔한 여름날을 이용해 춘천의 야외공원에서 머리카락 그림 퍼포먼스도 벌일 예정이다. 아울러 작은 전시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여름날 퍼포먼스… 가을엔 작품전 춘천에서 태어난 그녀는 원래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실업고에 진학하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결혼한 후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그녀의 ‘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마 미술교육을 제대로 받았으면 머리카락을 생각해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림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시행착오를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야 진정한 자아를 발견했습니다.” km@seoul.co.kr
  • [열린세상] 범정부적 농정추진체계 시급하다/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범정부적 농정추진체계 시급하다/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출범 6개월 만에 수장의 교체까지 겪었던 이명박 정부의 농정이 2차연도에 접어들었다. 지난 연말 대통령의 가락시장 방문에서 전임 농협중앙회장의 비리에 대한 질책성 발언이 나온 이후 조직개편을 중심으로 서둘러 마련된 1단계 농협법 개정안은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정부안의 골격이 변질될 상황에 있어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된 농협개혁조차도 그 전망이 오리무중인 것 같다. 농식품부는 뉴질랜드 방문 중 대통령이 표명한 농업개혁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조치 마련에 분주하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농업개혁 문제는 당초 한·뉴질랜드정상회담의 의제에 없었지만 뉴질랜드행 특별기 내에서 가진 공식수행원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특별히 강조하면서 추가되었다고 한다. “농업개혁 이전의 뉴질랜드처럼 정부지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농업정책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난 3일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5일 농식품부장관은 농가보호를 위한 단순지원에 머물고 있는 보조금제도를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성안된 농식품부의 ‘농어업선진화(개혁) 추진구상’은 “세계화 추세에 대응하려면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고착된 정책과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상황인식에 입각하고 있다. 정부와 각계 민간대표가 참여하는 농어업선진화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며 산하에 여러 분과위원회를 두어 보조금 및 규제개혁, 유통개혁, 농협개혁(경제사업활성화), 소득안정,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차별화된 지역발전, 농림수산사업 통폐합, 농정기구 개편, 연구개발체계 및 금융인프라의 선진화 등 9개 의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는 복안이다. 그렇지만 10년을 내다보는 농정개혁에 성공하려면 ‘선진화추진구상’과 같은 방식으로는 크게 미흡할 뿐 아니라 또 한 차례의 시행착오와 자원낭비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씻을 수 없다. 추진 방식이 너무 실무적 접근에 머물고 있어 이제껏 수없이 보아온 단발성 대책수립의 전철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내용면에서도 9개 의제의 대부분이 농식품부 올해 업무계획의 핵심과제로 추진 중이어서 신선미가 없으며 농어촌 삶의 질 향상이나 차별화된 지역발전과 같이 농식품부의 영역을 벗어나는 의제는 실효성 있게 다루어질 것 같지 않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농식품부로 이관된 먹을거리(식품)정책도 기존 정책과 시스템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구상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농정추진체계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농식품부장관 책임 아래 농정을 추진하게끔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를 장관자문기구로 전환시킨 일이다. 그러나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전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농어업 및 먹을거리 정책 영역의 제반 문제나 농촌지역 주민의 생활여건 조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은 범정부적 공동 대처가 아니고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농식품부의 역량만으로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농협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나 뉴질랜드 농업개혁에서 배워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적이 결실을 거두려면 개발연대의 대통령 주재 수출진흥확대회의나 김영삼 정부 시절의 농정개혁추진회의처럼 범정부적인 추진 체계를 수립하고 정기적으로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될 필요가 있다. 사안별 단편적 대응과 즉흥적인 구호농정을 넘어 변화하는 대내외 여건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식량의 안정공급을 포함한 소비자관점에서 먹을거리정책,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시스템의 구축 등 통합적 국민농정의 근간을 바로 세워 나갈 범정부적인 농정추진체계의 확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육군장성 1명도 근무시간 골프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 군 골프장을 이용한 현역군인 가운데 육군 장성이 포함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이 장성은 평일 11차례 골프를 친 것으로 나타났지만 ‘개인소명 인정 사유자’로 분류돼 처벌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 근무시간 중 골프를 친 영관급 일부 장교들도 군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부 군의관들이 소명기회 없이 구속이나 불구속 등의 조치를 당한 것과는 배치된다. 직업군인과 군의관에 대한 기준이 달라 파장이 예상된다.<서울신문 3월28일 9면 보도>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육군 내부통신망에 근무 중 근무지를 이탈해 골프를 한 일부 명단이 공개됐다. 이 명단에는 육군 준장 1명과 대령 6명, 중령과 군무원 등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올라 있다. 이 명단에는 이름과 계급, 골프 횟수 등의 순서로 기록돼 있다. 육사 출신인 A 준장은 11차례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지만 11차례 모두 개인소명이 인정돼 무혐의 대상자로 처리됐다. B 대령은 9차례, C 대령 4차례 골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대령 4명은 각각 1차례씩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령 6명도 모두 ‘개인소명 인정 사유자’로 처리됐다. A 준장과 6명의 대령은 군 검찰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방부 검찰단은 10차례 이상 무단이탈자는 구속 처리하고 미만은 불구속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일부 부대에서 육군본부의 공문 이후 장교들의 당직·휴가 일지를 변조하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육본은 최근 ‘평일 군골프장 이용자 실태파악 지시’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공문에 게재된 보고 시점인 30일까지 평일 골프를 친 일부 부대의 장교들에 대해 전날 당직을 한 것으로 기재하거나 휴가일을 바꿀 수 있는 ‘휴가명령 행정착오자’로 조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문은 “30일까지 현역 및 군무원의 평일 운동 일수를 ‘휴가명령 조치 후 운동’과 ‘휴가명령 없이 한 운동’으로 각각 구분해 보고하라.”면서 “개인별 구제 기회를 주는 조치”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상 기간은 2006년 4월1일부터 올해 3월25일로 명시하고 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장자연은 ‘트로피걸 신드롬’에 희생 안마시술소 청와대행정관은 방통위 파견자 교수가 강의 중 “여자는 성형해야” 장자연 줄소환 30일부터 시작 소주 사마실 돈도 없다 ㅠㅠ 아사다에게 던져진 건 신발? 인형? 국민銀,금리인하 압력에 첫 백기 ’비운의 기업인’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 별세
  • 여운 오래 남는 어른들을 위한 만화 패셔넬라 국내 첫선

    여운 오래 남는 어른들을 위한 만화 패셔넬라 국내 첫선

    텔레비전 요정 덕택에 굴뚝 청소부 넬라에서 글래머 스타가 된 패셔넬라는 어떻게 진정한 꿈을 이뤘을까. 행정 착오로 군대에 간 네 살배기 꼬마 먼로는 어떤 경험을 했을까. 누구보다 야구공을 멀리 때릴 수 있고, 누구보다 축구공을 멀리 찰 수 있고,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으나 문서 정리를 고집하는 해롤드 스워그는 승리만을 추구하는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비꼬았을까.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지만 그 여운은 오래오래 남는 어른을 위한 만화, 줄스 파이퍼(1929~)의 ‘패셔넬라’(이숲 펴냄)가 국내에 선보였다. 퓰리처상과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파이퍼는 대표적인 1세대 미국 만화가이자 세계 최고 만화가로 꼽힌다. 만화 예술의 선구자다. 만화에서 어린이의 전유물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만화를 예술 장르로 끌어올리는 등 만화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TV 드라마 작가나 영화 시나리오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였다. 2000년 출간된 유아용 그림책 ‘짖어봐 조지야’를 제외하면 그의 만화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촌철살인의 사회 풍자와 유머, 가슴을 울리는 서정성, 휴머니즘이 넘치는 작품성 등 그의 매력은 외모지상주의를 기상천외한 반전으로 비트는 ‘패셔넬라’, 전체주의적 사고를 꼬집는 ‘꼬마 병사 먼로 이야기’, 승리지상주의에 일침을 가하는 ‘해롤드 스워그’, ‘조지의 달’, ‘외로운 기계’, ‘관계’ 등 여섯 편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미 오래전에 그려진 작품들이지만 그 내용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다. 박재동 화백은 “이 책은 한 장 한 장 쉽고 재미있게 넘어가지만 마음까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조금씩 빨려 들어가다가 종내 마음이 짠해진다. 오랫동안 가슴 깊이 치는 것도 있다. 비행기 안에서 책 읽기는 끝났지만 그 여운은 땅에 내려서도 끝나지 않았다.”고 추천했다. ‘패셔넬라’는 미국판 ‘줄스 파이퍼 만화전집’의 제4권으로 구상 시인의 딸이자 중견 소설가인 구자명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1만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글로벌 시대] 감동을 주는 대외원조 돼야/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사무소장 남상욱

    [글로벌 시대] 감동을 주는 대외원조 돼야/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사무소장 남상욱

    1980년대 초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이웃에 미국 선교사 부부가 살고 있었다. 대기근이 발생하면서 선교사 집에서 부부싸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하루는 부인이 엉엉 울면서 찾아와 하소연을 했다. 남편이 선교 일을 접고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몇 달 후 남편은 귀국하고 말았다. 당시 에티오피아는 미증유의 가뭄으로 수백만명이 굶어 죽어 갔으나 국제사회는 별 관심이 없었다. 멩키스투 군사정권이 친소정책으로 서방과 멀어진 데다 소련의 원조도 군사분야에 치우친 탓이다. 국제원조가 개시된 것은 영국 BBC방송의 보도가 있은 다음이었다. 미국 선교사가 회의를 느낀 것은 선진국이 말로는 개도국을 도와야 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인색한 현실에 대한 갈등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에게 쓰는 돈만 있어도 에티오피아의 굶주리는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미사여구가 아니라 식량과 의약품인 것이다. 국제원조는 2차대전 이후 정립된 개념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을 돕는 데서 출발하였다. 개도국 원조는 냉전의 부산물로, 동서진영이 개도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활용한 측면이 다분히 있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정체기를 맞다가 2000년 유엔정상회의에서 새천년개발목표(MDGs) 채택을 계기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전후 50년이 넘는 국제원조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개도국의 사정이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국제원조가 공여국의 이해와 연계된 데다 비효율적으로 집행돼 수혜국의 적극 참여를 유도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제원조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테러와 분쟁, 환경 악화와 기후변화, 경제 위기 등 중첩된 어려움에 직면한 오늘날 국제원조는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따라서 국제원조는 선택이 아닌 의무다. 전 세계의 국방예산을 20%만 줄이거나 원조공여국들이 국민총소득(GNI)의 0.7%만 내놓아도 모든 개도국의 기아와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새천년개발목표 달성 시한인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 대비 공적개발원조(ODA)를 지금의 0.07%에서 0.25%로 높일 계획이다. 2010년에는 선진 원조공여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도 가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우리나라도 주요 원조공여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중진국으로 급성장한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조를 해나간다면 주요한 몫을 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한국 특유의 원조를 정립하려면 여타 공여국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좋다. 첫째, 일본의 원조철학 부재다. 미국 다음으로 막대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국제 위상은 별로다. 기본철학이 불투명한 데다 미국 등 서방을 추종하는 경향 때문이다. 둘째, 중국의 장삿속 원조다. 원자재 확보와 인력 진출 등 실리만 추구하고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는 무관심하다. 셋째, 미국의 조건부 원조정책이다. 원조 수혜국의 민주화나 시장개방과 연계(워싱턴 컨센서스)하여 일부 개도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가 DAC에 가입한다고 대외원조정책이 저절로 선진화되는 것은 아니다. DAC 가입에 앞서 원조철학과 특성을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퍼주기식 원조보다 서로 도움이 되는 윈·윈 원조를 강화하며 선택과 집중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기초체력이 허약한 개도국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선진국들은 원조액을 축소할 태세다. 한국이 이때 원조를 늘린다면 국제사회에 큰 감동을 줄 것이다. 외교통상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진 ODA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젊고 유능한 국제전문가를 양성해 유엔 등 국제기구 진출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사무소장 남상욱
  • [독자의 소리] 행정인턴제도 내실 다져 발전을/노동부 청년고용대책과 행정인턴 천영은

    요즘 청년 구직자를 두고 흔히 ‘인턴세대’라고 한다. 최악의 취업난을 함축하는 표현이다. 그중 큰 화두가 ‘행정인턴’이다. 지금까지 논의를 보면 부정적 의견이나 우려의 시각이 대부분이다. 올해 처음 시행해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문제점이 노출된 것은 사실이다. 대졸 학력에 걸맞지 않은 사소한 업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그게 행정인턴의 전부일 순 없다. 시행착오로 생기는 문제들로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 현장을 들여다보면 구직자를 위한 직업훈련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있는 사례도 많다. 필자도 노동부 청년고용대책과에서 청년취업지원사업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데, 구직활동 경험을 살려 라디오 캠페인 광고, 사업홍보 리플릿 등 전담 업무도 맡고 있다. 작으나마 성과에 대한 만족감과 팀 구성원으로서 존재감이 위축됐던 마음에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이젠 내실 있는 행정인턴제도가 되도록 발전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다. 노동부 청년고용대책과 행정인턴 천영은
  • [프로농구]맞수끼리 붙는다

    [프로농구]맞수끼리 붙는다

    “스피드와 높이, 1-4-5(위)와 2-3-6(위)의 황금분할” 이번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대진은 절묘하게 짜여졌다. 스피드를 앞세운 모비스(1위), 삼성(4위), LG(5위)와 높이를 내세운 동부(2위), KCC(3위), 전자랜드(6위)가 각각 한 그룹으로 묶였기 때문. 피하고 싶던 비슷한 컬러의 팀끼리 만난 셈. 특히 6강PO가 3전2선승제에서 5전3선승제로 늘어난 만큼 3~6위팀은 더 고달프게 됐다. ●돌아온 강병현 vs 시즌 아웃 전영삼 묘한 인연이다. 시즌 최대 이슈였던 ‘서장훈 트레이드’의 당사자가 만났다. 두 팀 모두 후반기에 날았다. 4~6라운드에서 KCC는 19승8패(승률 .703)로 전체 1위. 5~6라운드만 놓고 보면 전자랜드가 14승4패(승률 .778)로 1위다. 두 팀 모두 시행착오 끝에 팀전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신·구 빅맨을 대표하는 하승진(KCC·221.6㎝)과 서장훈(전자랜드·207㎝)의 승부가 관건이다. 하승진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 신이 내린 하드웨어를 이용할 줄 알게 된 것. 산전수전 다 겪은 서장훈이 하승진을 묶을 수 있다면 전자랜드도 승산은 있다. 정규리그에서 4승2패로 앞선 KCC가 PO에서도 유리하다. KCC는 가드 강병현을 제외한 전력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반면 전자랜드는 해결사 정영삼이 왼쪽 어깨연골이 찢어져 전치 6개월을 받았다. 서장훈을 도울 백업센터 주태수도 어깨부상으로 빠졌다. ●삼성 vs LG = 턴오버 vs 자유투 정규리그에선 LG가 4승2패로 앞섰다. 하지만 단기전에서 큰 의미는 없다. 두 팀은 닮았다. 삼성은 이상민-강혁-이정석이 버틴 가드진이 최대 강점. LG는 경험에선 약간 덜하지만 이현민-박지현-전형수가 지키는 앞선이 나름대로 든든하다. 골밑은 LG가 낫다. 브랜든 크럼프(205㎝)와 아이반 존슨(200㎝)이 확실한 더블포스트를 구축했다. 반면 삼성은 테렌스 레더(200㎝)가 고군분투해야 한다. 애런 헤인즈(199㎝ 84㎏)가 110㎏을 훌쩍 넘기는 LG 용병들과 매치업을 이루기 힘들다. 하지만 LG의 두 용병은 ‘4차원적 성격’으로 몇차례 사고를 친 전력이 있다. 또한 크럼프의 자유투성공률(42.5%)도 아킬레스건이다. 반면 삼성은 경기당 14.1개(1위)의 턴오버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일 터. 노련한 삼성의 박빙 우위가 점쳐진다. LG의 고참 현주엽은 올시즌 내내 부진했던 데다 PO와도 인연이 없었다. 강 감독이 “현주엽이 10점 이상 올려줘야 좋은 승부를 할 수 있다. 기대하고 있다”고 콕 짚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정종욱 월드포커스] 중국 건국 60년과 북한의 변화

    [정종욱 월드포커스] 중국 건국 60년과 북한의 변화

    기차 한 대가 힘차게 베이징 역으로 들어오더니 요란한 굉음을 내면서 멈춰 섰다.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평생 처음 도시 구경에 나선 시골 사람들처럼 모두들 들떠 있었다. 옷차림도 촌사람들이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맨 먼저 내렸고 주더(朱德)와 류사오치(劉少奇), 저우언라이(周恩來)가 그 뒤를 따랐다. 국민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렇게 베이징에 입성했다. 1949년 3월25일이었다. 만 60년 전 오늘의 일이다. 중국이 걸어온 지난 60년의 역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마오의 권력의지와 과욕 때문에 국내 정치는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었다. 대외적으로는 소련과 전면전쟁 일보 전까지 가는 아찔한 경험도 했다. 결국 마오가 죽고 덩샤오핑(鄧小平)이 다시 권력을 잡으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덩은 집단의 울타리 속에 강제 수용되어 있던 개인을 해방시켰고 국가 권력을 시장에 대폭 넘겨주었다. 바다에 몸을 던지듯(下海·하해) 자본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에도 뛰어들었다. 그 결과는 엄청난 대박이었다. 그게 지난 60년 중국이 걸어온 역사이다. 그러나 역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난다(水落石出·수락석출)는 말처럼 풀어가야 할 엄청난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이 이 도전들을 과연 풀어갈 수 있을지, 어떻게 풀어갈지를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우리의 일차적 관심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이다. 핵문제 해결만 해도 그렇다. 중국의 기본 입장은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중국이 제시하는 해법에는 언제나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이 꼬리표가 바로 북한의 벼랑 끝 전략이 믿는 피난처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현실로 나타난다 해도 중국이 이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지난 60년 동안 중국이 쌓아온 모든 게 일시에 무너져 내린다. 북한에 관한 골치 아픈 문제는 그냥 내버려 둔다(求同存異·구동존이)는 입장을 중국이 그토록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입장은 우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고조되는 것은 우리도 반대한다. 핵 문제 해결과 전쟁 중에서 하나를 택할 경우 우리의 선택은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런 우리의 약점을 악용한다 해도 우리에겐 대안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런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1년 전에 한·중 정상이 합의한 양국 간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지금 북한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그 변화는 김정일 후기 체제의 등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관심은 이것이 북한 내부에서 통제 불능의 정치 불안으로 이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김정일 후기 체제가 보다 개혁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핵이나 미사일을 앞세운 강성대국과 같은 시대착오적 통치 이념을 고집하는 세력이 권력을 잡고 있는 한 한반도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금년은 중국이 북한과 수교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양국은 금년을 우호의 해로 지정하고 많은 행사들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김영일 북한 총리의 중국 방문이 있었고, 10월쯤에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북한 방문도 예상된다. 우리의 바람은 30년 전 중국에서 마오의 시대가 끝나고 덩샤오핑의 시대가 개막되었던 것처럼, 북한에서도 그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금년의 북·중 우호의 해가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정종욱 전 서울대 교수·외교안보 수석
  • [2009 녹색성장 비전] ‘똑똑한 태양광 집’ 최대 40시간 쓸 전기 저장

    [2009 녹색성장 비전] ‘똑똑한 태양광 집’ 최대 40시간 쓸 전기 저장

    │볼더(미 콜로라도주) 이도운특파원│“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는 전력 사용에 혁명을 가져오는 프로젝트입니다. 토머스 에디슨의 시대에 빌 게이츠를 도입하는 것이죠.” (엑셀 에너지 소비자 담당 부사장) “지금까지 전력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요금고지서만 던져 줬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각 가정에 에너지를 관리하는 도구(Energy Tool)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CRC 키스 데스로지어 대표) 미국 콜로라도 주의 볼더 시에서 ‘스마트 그리드 혁명’이 시험되고 있다. 이 지역의 전력공급업체인 엑셀(Xcel) 에너지가 콜로라도 주 정부와 볼더 시, 에너지 테크놀로지 기업 및 시민단체들과 손잡고 볼더를 세계 최초의 스마트 그리드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SmartGridCity Project)를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제1호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은? 볼더 시의 중심에 자리잡은 콜로라도대학의 총장 공관. 엑셀 에너지는 지난해 8월 이곳에 볼더 시의 제1호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설치했다. 지난 19일 총장 공관은 마침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버드 피터슨 총장 가족의 이사 때문에 분주했지만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은 여전히 ‘똘똘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미국 최초의 ‘스마트 홈’으로 일컬어지는 이 공관의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은 4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온라인 에너지 관리. 컴퓨터를 켜고 엑셀이 만든 스마트 그리드 사용자용 웹사이트에 로그인을 하면 공관의 에너지 사용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공관 내의 어떤 전자제품이 얼마만큼의 전기를 쓰고 있고 한달 뒤에는 얼마만큼의 전기요금이 나올 것이고 이로 인해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가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두번째는 태양광 패널과의 연결. 공관의 지붕 위에는 6㎾급 태양전지 패널이 설치돼 있다. 태양전지가 생산하는 전기로 공관내의 에너지를 모두 충당할 수 있는 시간 대에는 잉여 전기가 엑셀 에너지에 판매된다. 집안에 설치된 스마트 미터와 온라인 에너지 관리시스템이 자동으로 이를 조정한다. 셋째는 에너지 저장 및 백업(Back-Up). 미국 대부분의 지역은 설치된 지가 100년이 넘는 전선을 여전히 사용한다. 이 때문에 전력 손실도 크고 정전이 잦다. 이를 막기 위해 총장 공관에는 납축전지를 이용한 백업 시스템이 설치됐다. 김치냉장고 크기만 한 배터리가 최대 40시간까지 공관의 에너지를 책임질 수 있다. 또 태양전지가 배터리를 충전한다. 넷째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와의 연결이다. 전기차도 태양광 패널이 생산한 전기로 충전한다. 전기차는 전기 소모가 많은 한여름 낮에는 공관에 전기를 공급하기도 하고 엑셀 에너지에 전기를 팔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가 에너지 저장 및 백업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볼더 주민인 앤드루 매케나의 집은 공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갖고 있다. 벨라에너지라는 태양광 시스템 업체를 경영하는 매케나는 엑셀 에너지가 지난해 3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스스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집안에 설치했다. 매케나는 그리드포인트(GridPoint)라는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집안 가전제품 하나하나의 전기 사용을 제어하고 있다. 매케나는 “현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력 사용에 대한 정보”라면서 “에너지 절약을 시작하려면 우선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케나는 그동안 애용하던 스팀 샤워기가 너무 많은 전기를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사용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문제 아직 많아 엑셀 에너지는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1만 5000가구에 스마트 미터기를 무료로 나눠줬다. 내년까지 1만개를 더 나눠줄 계획이다. 스마트 미터기를 설치하면 전력사용량이나 월말 전기요금 예상액 등 기본적인 에너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년까지 1억달러(약 1400억원)가 투입되는 볼더의 스마트 그리드 프로젝트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많다. 우선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시간대에 따라 전기 요금을 차등화해야 한다. 전력사용이 많은 시간에는 요금을 올리고 적은 시간에는 내리는 것이다. 또 프로젝트 투자금액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정치적 문제다. 이와 함께 엑셀 에너지와 볼더 시는 아직까지 ‘미지근한’ 주민들의 인식과 참여를 확산시키기 위해 에너지 및 자원절약 운동 단체인 자원보전센터(CRC)와 협력해 적극적인 홍보 및 교육 활동에 착수했다. 키스 데스로시어 CRC 대표는 “볼더 시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데 대해 기대가 크지만 새로운 프로젝트의 이행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awn@seoul.co.kr ●스마트 그리드 (Smart Grid) 전력선에 정보통신(IT) 기술을 도입한 개념이다. 기존의 전력 전달체계가 발전소에서 가정에 이르는 일방적 통행이었다면 스마트 그리드는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스템이다. 또 실시간으로 전력 사용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자동으로 전력 사용 시간과 양을 통제하며 전원을 다양화하는 등의 기능을 갖게 된다. 아직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을 장악한 기술이 없고 각 국가와 기업들이 표준화를 위해 경쟁하는 단계다. 유럽에서는 인텔리전트(Intelligent) 그리드, 한국에서는 전력IT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 톰 플랜트 콜로라도주 에너지본부장 “전력 수요·부하 조절 가능 “발전소 추가 건설 맞먹어” │덴버(미 콜로라도주) 이도운특파원│ 볼더의 ‘스마트 그리드 시티’ 프로젝트는 단순히 엑셀 에너지나 시 차원을 넘어 콜로라도 주 전체가 총력을 기울이는 사업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정부의 톰 플랜트 에너지본부장과 인터뷰를 갖고 스마트 그리드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와 향후 추진 전망을 들어봤다. →주 정부에서는 스마트 그리드 시티 프로젝트를 어떻게 지원하나. -예산과 법률적 지원을 하고 있다. 우선 연방정부가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배정한 46억달러(약 6조 4400억원)의 경기 활성화 예산 가운데 얼마를 가져와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를 엑셀 에너지 등과 협의하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 프로젝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익은 무엇인가. -전력 수요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가 많은 피크 타임의 부하를 낮출 수 있다. 이는 예비 전력용 발전소 건설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매우 큰 이익을 안겨준다. 물론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 프로젝트의 첫 도시로 볼더를 선택한 이유는. -(웃으며)3~4개 주의 도시가 검토됐지만 콜로라도 주 정부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로비를 했다. 우선 볼더는 환경보전과 클린 에너지에 관심을 가진 주민이 많다. 또 미국 내에서도 교육 수준과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반감도 적다. 또 하나, 볼더는 미국 내에서 태양광 패널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보급이 가장 많은 도시 가운데 하나다. →한국도 스마트 그리드 구축 작업을 시작한다.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큰 관심을 보이며)한국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미국 속담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지만 ‘두번째 쥐가 치즈를 얻는다.’는 말도 있다. 볼더 프로젝트는 처음 시도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을 것이다. 한국이 그걸 교훈 삼아 한 단계 더 향상시키기 바란다. (한국이 2011년에 시범 도시를 만든다고 하자)그때쯤이면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전기차, 에너지 저장시설 보급이 훨씬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스마트 그리드를 도입하는 데 좋은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스마트 그리드 테크놀로지와 노하우를 외국에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나. -이번 프로젝트에 개인기업의 투자만 9000만달러가 넘는다. 단지 볼더만을 위해서 그런 엄청난 돈을 쓰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며 볼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미래의 시장을 보는 것이다. dawn@seoul.co.kr
  • ‘北 군통신선 복원’ 통보 왜

    북한이 ‘키 리졸브’ 한·미 합동 군사훈련 기간 끊었던 군 통신선을 21일부터 복원하겠다고 통보해옴에 따라 남북간 육로 통행 정상화 여부와 그 의도가 주목된다.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20일 “북한이 기존 국제사회에 약속한 날짜에 군 통신선 차단을 복원함으로써 한반도 내 군사긴장 조성 원인을 한국과 미국에 돌리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9일 키 리졸브 훈련은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면서 훈련 기간인 9일부터 20일까지 군 통신선을 끊고 남북 육로 통행을 엄격하게 차단한다고 발표했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개성공단 육로 통행 정상화 여부와 관련, “재차단은 언제든 가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예고한 바와 같이 키 리졸브 훈련이 종료하자마자 군 통신선을 복원한 것은 군 통신선 차단 조치가 한·미 양국의 군사 훈련에 대응하는 정상적인 행동이란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인식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군 통신선을 복원했다고 해서 대남 정책 기조가 바뀐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북측은 단지 예고했던 대로 했을 뿐이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북한은 간헐적으로 개성공단 육로 통행 차단뿐 아니라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의 해안포,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이번 북한의 조치는 키 리졸브 훈련 기간 내내 군 통신선 차단, 개성공단 육로통행 차단 등의 대남 압박 카드를 사용한 뒤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 온 것일 뿐”이라며 “북측 스스로 언급한 시간에 조치를 취한 것은 그간의 북측 조치가 정당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만약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난 뒤에도 군 통신선을 다시 끊는다든지, 개성공단 출입 문제를 놓고 다시 쥐락펴락 한다면 이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군 통신선 복원 하루 전날 미리 남측에 이를 통보해 준 것은 국제사회로부터의 지나친 위협 우려 등을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광명성 2호 발사 시기를 예고하고 관련 내용을 국제기구에 통보하는 등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전 통보를 하는 것은 과거 행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황당한 우리 교과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구본 그림이 실린 교과서가 고등학교에 배포된 사실이 18일 뒤늦게 확인됐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교육과학기술부 검정을 받아 만든 고1 사회 과목 교과서다. 이 과목은 필수과목이다. 출판사는 문제의 교과서들을 회수하고 새 교과서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문제의 교과서 표지에는 ‘교육과학기술부 검정’이라는 문구도 있다. 일부에선 자칫 정부가 일본해를 인정하는 듯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중앙교육 관계자는 “정부 부처의 명칭 변경에 따라 표지의 ‘교육인적자원부 검정’ 문구를 ‘교육과학기술부 검정’으로 바꾸면서 생긴 착오”라고 해명했다. 중앙교육은 2001년 7월 검정 이후 지난해까지 일본해 문구를 삭제한 지구본 그림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올해 표지를 바꾸면서 일본해 명칭을 지우지 않은 그림이 사용됐다. 이 관계자는 “새 학기가 되어 일부 고교에서 지적이 나온 후에야 표지 그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전국 고교에서 단 한 명의 학생도 ‘Sea of Japan’(일본해)으로 표기된 교과서로 학습하지 않도록 철저히 회수하고 교체하겠다.”고 말했다.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열린세상] 올바른 법관평가제 정착 기대하며/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올바른 법관평가제 정착 기대하며/금태섭 변호사

    1979년 발간된 ‘지혜의 아홉 기둥’(원제 The Brethren)이란 책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하여 유명해진 밥 우드워드를 비롯한 2명의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미국 연방대법원에 대하여 쓴 책이다. 당시까지 베일에 가려졌던 법원의 속사정이 이 책을 통하여 샅샅이 드러났다. 저자들은 기자 출신답게 철저한 취재를 통하여 대법원에서 판결 내용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 갈등, 합의 과정 등은 물론 은밀히 이루어진 대화까지도 상세히 적어놓고 있다. 어떤 대법관이 수줍음을 잘 타는지, 대법관들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신임 대법관을 임명하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사람들이 후보자로 거론되는지 직접 보고 들은 것처럼 서술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그 취재력이 감탄스러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듯 대법관들의 행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법원의 권위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괜한 염려가 들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의 발간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평판을 땅에 떨어뜨렸다거나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는 없다. 오히려 사건의 결론을 두고 고민하는 법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하여 국민들이 법원에 대하여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현재까지도 법학도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2008년도에는 제프리 투빈이라는 뉴요커 기자가 그 후속편 격인 ‘연방대법관의 수는 9명이다’(The Nine)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원래 민주주의 국가에서 고위 공직자는 선거에 의하여 뽑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관은 임명직이다. 법관을 선거로 뽑을 경우에는 판사들이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고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판사들이 여론의 눈치를 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논리 선상에서 법관이나 그들이 행한 판결을 평가하는 제도까지 경계하는 시각이 있다. 판사들이 평가를 의식하여 소신있는 재판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의 주체를 찾기 쉽지 않고 자칫 이해관계에 따라 부당한 평가가 이루어질 경우 그 폐해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일리 있는 주장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법관이나 재판에 대한 평가를 금기시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판을 하는 법관의 권한도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민들에게는 그에 관한 정보를 얻고 평가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과 올 초에 걸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우리 사법 사상 처음으로 법관평가제를 실시했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법원에 대한 평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고, 반면 이해관계인인 변호사들이 법관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처음 하는 일이니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토론과 연구를 통하여 올바른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만큼 법관이나 재판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나라도 흔하지 않다. 심지어 판결문도 전체의 5% 정도만 공개되고 있을 뿐이다. 법원에서는 판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공개법정에서 열린 재판의 판결문과 기록은 공공의 재산이다. 당연히 공개되고 적절히 평가되어야 한다. 대법관들의 사사로운 이야기까지 책으로 출판되는 나라가 있는 판에 판결문과 재판기록까지 비공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공개하면 평가를 받을 것이고 평가를 받으면 독립이 훼손된다는 식의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공개하고 평가받고 논쟁 끝에 발전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에 맞다.”는 발언은 그러한 점에서 고무적이다. 치열한 고민을 거쳐 공정하고 올바른 법관평가제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금태섭 변호사
  • “한국문학엔 3敵이 있습니다”

    “한국문학엔 3敵이 있습니다”

    그는 젊은 문학평론가다. 문단의 아픈 곳을 콕콕 찔러댄다. 찔러대다 못해 모두가 애써 외면해 왔던 문단의 해묵은 문제점을 낱낱이 까발린다. 백낙청, 유종호, 김우창 등 한국 문학계의 어른으로 추앙받는 대가들은 물론, 황석영, 신경숙, 김수연 등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작가들도 그의 글 앞에서 주류 권력을 지키려는, 혹은 치열하지 못한 연구자(작가)로 추락하고 만다. 하지만 놀랍게도, 어떤 논쟁적 비판을 던져도 문단은 그를 철저히 외면한다. 그래서 그는 철저한 비주류 문학평론가다. 2006년 가라타니 고진이 쓴 ‘근대문학의 종언’을 번역해서 국내 문단에 고진의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 조영일(36)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자신의 첫 번째 평론집 ‘가라타니 고진과 한국문학’에 이어 ‘한국문학과 그 적들’(도서출판 펴냄)을 냈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한국문학비판 3부작’의 두 번째에 해당되는 책이다. 시대와의 불화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불온한’ 문학평론가 조영일을 지난 11일 신촌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그는 책에서 표현한 것 이상으로 직접 만남에서도, 권력화된 문단의 주류세력을 ‘문학계의 조·중·동’에 비유하는 등 과격함을 감추지 않았다. 대화와 소통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그저 주류 권력을 향유하는 세력이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는 한국 문학에 대한 쓴소리는 거침이 없었다. 첫 번째 책에서 황석영의 작품을 통렬히 비판하며 파문을 일으킨 조영일의 기세는 이번에도 누그러짐이 없었다. 그는 한국 문학의 ‘첫 번째 적(敵)’으로 국가의 지원 속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성장한 뒤,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변화를 사실상 거부하는 ‘문단 문학 자체’를 꼽았다. 기존의 것에 대한 저항 또는 불화가 문학 정신의 근본임에도 이를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문단 문학을 좌지우지하는 주류 문예지를 들었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문학동네’를 중심으로 강고한 ‘문학 권력’을 이루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신진 작가에게 글을 쓰게 해 주고, 책을 출판하게끔 해 준다. 그리고 문예지 사이의 ‘작가 돌림’으로 문단 권력을 공유하며 공고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문학의 ‘마지막 적’으로 든 것은 대가들의 시대착오적인 고답적 인문학 연구 자세다. 석사학위 과정 때 두어 차례 신춘문예에도 응모하곤 했으며, 이제는 박사과정을 마친 ‘평범한’ 문학평론가 조영일을 ‘좌충우돌형 평론가’로 변모시킨 직접적 출발점은 ‘근대문학의 종언’을 번역하면서부터. 실제로 고진의 그림자만큼이나 ‘조영일의 그림자’도 분명했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격려 또는 비판만 있을 뿐, 국내 문단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어떤 소통도, 논쟁도 없었다. 조영일은 “한국 문단 문학 주류의 실체를 뼈저리게 절감할 수 있었다.”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고진이 우리 문학의 대안을 제시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다만 (김종철 교수 등 문학평론가들이 문학을 떠나고 있다는 등) 한국 문학에 대한 그의 짧은 언급만으로도 벌집 쑤셔 놓은 모양이 되는 것은 그동안 우리 문단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아주 많았고, 한국 비평이 그동안 얼마나 빈곤했는지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비평가들은 고진과 맞대결하려고만 하지 말고 스스로 치열하게 문제점에 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영일은 “이제 3부작을 마치고 나면 한국 문단에 대한 구조적 비판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문학 비평의 지형을 넓힐 수 있는 텍스트 비평 작업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주민증 교체 신분세탁 악용 우려

    지난해 정부가 대규모로 진행했던 주민등록증·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 불일치해소사업이 신분 세탁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개월 만에 6만명이 새 주민등록번호로 교체했지만 각 기관별 교체통보시스템의 미흡으로 국가가 부여한 ‘새 주민번호’를 이용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7~11월 주민등록과 가족관계등록부가 일치하지 않는 6만 8000명을 대상으로 특별교부세 17억원을 들여 일제 정비작업을 추진했다. 당시 전산 착오 등을 제외한 생년월일 불일치자는 6만 6457명(65.9%)이었으며 정비를 희망한 6만 7306명 가운데 90.1%인 6만 662명이 정비를 완료했다. 이들은 지역주민센터에서 하루 만에 간단한 확인절차를 거쳐 당일 주민번호를 교체했다. 주민번호 교체에 필수적인 가족관계등록부는 법원행정처가 나서 편의를 도왔다. 실제 수원·여수시는 관할 법원과 협의해 학적부 등 간단한 서류만으로 가족관계등록부 직권 상정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손쉬운 발급에 대해 신분 세탁을 이용한 제2의 범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용불량자나 범법자들이 정부의 대대적인 주민등록증 개편 작업을 악용, 새 주민번호를 이용해 신용카드 발급, 추가 대출을 받거나 새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 범죄자들로선 주민증 교체를 일종의 ‘탈출구’로 삼을 수 있는 셈이다. 또 발급 이후 주민등록 통보와 관련해 금융·수사·의료기관, 학교 등으로의 통보시스템이 없어 사실상 ‘이중 주민번호’가 공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같은 사이버공간에서 개인적으로 회원등록을 한 경우 통보해야 할 사이트가 개인에 따라 많게는 수십개가 될 수도 있어 국가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행안부 주민담당 관계자는 “은행 등에 지자체가 교체 사실을 통보해 주기도 하지만 대개 개별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회원 가입도 개인이 수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보보안담당 정부관계자는 “주민번호는 모든 개인신분 확인의 기초자료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가나 지자체가 책임지고 해당 기관에 통보를 해줘야 하지만 쉽지 않다.”면서 “특히 개인 간 거래에 있어 새 주민등록증을 이용한 결혼사기나 대출 등은 막을 방도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용산구 직원도 장애인보조금 횡령

    서울 양천구청에 이어 용산구청에서도 담당 직원이 장애인에게 지급할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급자들이 부하 직원의 횡령사실을 확인하고도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서울시는 양천구 복지예산 횡령사건 이후 감사원의 샘플링 감사를 받고 있는 강남구와 노원구를 제외한 23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한 결과 용산구 기능직 여직원 송모(42·8급)씨도 장애인 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시는 송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송씨와 횡령사실을 은폐한 당시 과장(5급)과 팀장(6급) 등 2명에 대해 직위해제했다. 송씨는 2003년 6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사회복지과에 근무하면서 보조금의 지급 대상자와 금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총 126차례에 걸쳐 1억 1773만 8000원을 빼돌렸다. 송씨는 이 돈을 자신과 모친 명의 통장에 입금했다가 2005년 11월 상급자에게 발각된 뒤 1억 25만원을 변제했다. 그러나 송씨의 횡령 사실은 관리·감독 책임을 피하려는 상급자들의 묵인 아래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송씨는 “모친이 뇌암에 걸려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공금을 유용했다가 나중에 채워 놓으려고 했다.”면서 “지난 몇년간 모두 변제했는 줄 알았는데 계산 착오로 1700여만원을 변제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청바지 입은 할리우드 스타 ‘맵시짱 vs 우스꽝”

    청바지 입은 할리우드 스타 ‘맵시짱 vs 우스꽝”

    패션 피플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잇(it)아이템은 무엇일까? 바로 청바지다. 편안하고 활동적이기 때문. 디자인과 종류가 다양해 개성에 맞춰 입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도록 사랑 받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할리우드 스타에게도 청바지는 유용한 아이템이다. 멋과 실용성 양면에서 만족감을 주는 의상이다. 대부분의 스타가 외출시레 청바지를 챙겨 입을 정도다. 하지만 청바지 맵시가 모두 완벽하진 않다. 디자인을 잘못 선택해 우스꽝스러운 경우도 있다. 청바지를 입은 할리우드 여스타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완벽한 코디로 맵시를 뽐낸 스타와 판단의 착오로 보는 이를 웃음 짓게한 우스꽝스런 스타도 나눠봤다. ◆ 맵시짱 비욘세는 지난 1월 LA 위치한 랙스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그녀는 타이트한 스키니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평소 글래머 스타로 불리는 비욘세는 허벅지 라인이 매력적이다. 스키니 청바지는 이를 부각시켜 완벽한 룩을 완성시켰다.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린제이 로한. 그녀도 청바지 코디에 있어선 언제나 완벽함을 자랑한다. 로한 역시 비욘세와 마찬가지로 타이트한 스키니 청바지를 골랐다. 비욘세보다 조금 더 얇은 소재. 덕분에 긴 다리와 날씬한 허벅지를 볼 수 있었다. 제시카 알바는 평소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알바는 지난해 부츠컷 청바지를 입고 외출에 나섰다. 검은 탑과 함께였다. 적당한 길이와 폭을 유지한 바지는 알바의 다리를 더욱 길어보이게 만들었다. 성숙한 여성미까지 풍기게 해줬다. ◆ 우스꽝 평소 패션감각 좋기로 소문난 제니퍼 애니스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는 있다. 최근 공항에 나타난 애니스톤은 어딘지 어색해 보였다. 원인은 청바지. 길이와 폭이 어정쩡하게 풍성한 청바지는 다리를 짧아 보이게 만들었다. 케이티 홈즈는 알 수 없는 청바지 코디로 종종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지난해 유독 그런 일이 많았다. 80년대 스타일의 펑버짐한 청바지를 밑단을 접어 올려 입는가 하면 지나치게 통 큰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휩쓸고 다녀 망신을 사기도 했다. 명품녀 빅토리아 베컴도 청바지 굴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지난해 쇼핑을 나선 베컴은 유독 튀는 청바지로 눈길을 끌었다. 허벅지는 스키니 스타일로 딱 붙고 밑단을 지나치게 넓게 퍼진 부츠컷 바지였기 때문. 덕분에 삐쩍 마른 다리가 앙상하게 드러났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닷컴@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진보에 길을 묻다 8] 채진원 “진보정당 설계부터 잘못

    [진보에 길을 묻다 8] 채진원 “진보정당 설계부터 잘못

     민주노총은 내우외환에 빠져 있고 민주노동당은 ‘입법 전쟁’의 와중에 존재감이 엷다.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희망을 품었던 이들에게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순간들이 이어지고 있다.왜 이렇게 됐을까..  국민승리 21부터 민주노동당 창당과 감격적인 원내 진입,그리고 그 뒤의 내리막길을 줄곧 지켜본 채진원(40) 전 민주노동당 의정정책실장은 애초의 정당 설계가 잘못됐다고 단언한다.채 전 실장은 10여년 민주노동당의 부침을 지켜본 경험을 녹여내 지난 1월 심사를 통과한 박사학위 논문 ‘민주노동당의 변화와 정당모델의 적실성’을 통해 ”최장집 고려대 교수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중정당 모델을 따라 민주노총이란 조직된 노동자를 물적 기반으로 삼아 창당된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화,탈이념화 상황에선 파편화된 노동자나 서민 대중을 대변하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짚었다.  ’진보에 길을 묻다’ 8회 주인공으로 3일 만난 채 전 실장은 “민주노총을 토대로 손쉽게 창당할 수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지기반을 민주노총 이외에 다수의 비정규직,서민에 확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민주노동당 퇴조의 원인을 짚었다.2004년 원내 진입한 민주노동당은 이듬해 울산 북구 재선거에서 충격의 참패를 기록한 뒤 당내 헤게모니가 정파 대표에서 원내 의원에게로 옮겨졌는데 채 전 실장은 이런 흐름에서 원내정당 모델이 더욱 적실성 있는 대안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이를 이번 논문에 담아낸 것이다.  그가 구상하는 원내정당 모델은 “국민과 소통능력이 있고 정책개발 능력이 있는 원내 의원이 시민사회와 연계해 수평적이고 느슨한 네트워크를 구축,생활정치적 요구들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이념과 계급,정파가 줄어드는 대신,서민들의 요구와 필요를 캐치할 수 있는 반응성과 이 과정에서 드러난 욕구를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해진다.  민주노동당이 안팎에 과시했던 진성당원제가 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정파 대표들에 의해 포획돼 사실 투표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발언권이 폭넓게 주어지지 않았던 것도 극복될 수 있다고 했다.그는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역동성과 네트워크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정당들이 시민들의 요구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해 보수나 진보나 모두 ‘의회민주주의의 무덤’이라고 개탄했던 상황을 면밀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드러난 “다성악적인 진보를 구현하는 가장 이상적인 정당 모델은 원내 의원들이 시민사회와 네트워크하면서 토의가 강조되는 원내정당 모델”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이 진정한 개혁을 이루려면 물적 기반으로 삼는 조직된 노동자,정규직만을 더이상 대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선언하고 비정규직이나 서민 대중을 위해 기득권을 버릴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결코 놓칠 수 없는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 진정한 환골탈태란 주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사학위 논문에는 개인적인 경험이 녹여든 것 같다.  당 활동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과 한계에 봉착했다.시민들을 설득하기가 힘들어졌다.어떤 정책과 이슈,쟁점 등에 대해 시민들을 설득할 만큼 잘 알지도 못했고, 전문성도 떨어졌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2004년 원내진출 이후 높아진 기대에 견줘 당내 정파싸움,민주노총의 권력 다툼과 부패 등을 보면서 당의 지지기반인 비정규직이 당에서 떠나는 것을 보면서 당의 전망과 집권 가능성을 회의하게 됐지만 극복할 대안을 찾지 못했다.공부를 시작하고 여러 가지를 검토한 결과,지도부의 무능이나 이기심,오류 때문이 아니라 시대 상황에 따른 변화를 당이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지구화 정보화 탈냉전이란 거대한 변화에 맞는 정당모델,정치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80년대식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당의 한계나 오류를 극복해야 되겠다고 판단했다.    ●의정정책실장 등을 맡으면서 당내 갈등을 피부로 많이 느꼈을 것 같은데.  2004년 제1 정책위원회 정책국장,2005년 3월부터 의정실장을 맡으면서 정파 지도부와 원내 의원들의 갈등을 목격했다.갈등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당의 문제점을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더욱 분명하게 확인했다.  당시 당에선 대중정당 모델을 철저히 추종했고 원내정당화 모델을 철저히 반대했다.이를 견제하기 위해 오죽했으면 국회의원이 당 지도부가 될 수 없게 제도까지 만들었겠는가.중앙당 지도부는 의원들을 통제하려 했는데 현실은 국민들이나 일반 시민들은 의원들을 먼저 바라보았다.의원들이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선 자율권이 필요했는데 중앙당에선 통제하고 싶어했던 거다.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중앙당 지도부가 손을 들었다.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당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것은 이름도 모르는 정파 대표가 아니라 의원들이었던 것이다.따라서 당의 헤게모니 자체가 점차적으로 원내 의원들 중심으로 넘어갔고 당의 구조도 조금씩 바뀌게 됐다.    ●민주노동당 10년의 공과를 정리하면.  정당 사상 최초로 민주노총이란 조직된 노동자가 창당한 노동자계급정당,사회주의적 이념정당,진보적 대중정당으로서 독점적이고 편향적인 기득권층과 보수세력에 대항하여 노동자와 서민들의 이익을 다양하게 대변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고, 그 가능성을 2004년 원내진출을 통해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공이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또는 지구화,정보화,후기산업화,탈이념화 등의 달라진 시대상황은 과거 단일한 노동자 계급과 조직으로 뭉칠 수 있었던 정당에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화이트 칼라와 블루칼라,정규직과 비정규직,노동조합원과 비노동조합원으로 파편화되고,노동자의 이익이 갈라지는 상황에서는 노동조합도 당도 유연한 네트워크 조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그 변화의 시대에 하나의 이념과 단일한 위계조직을 강조하는 운동권 모델을 고집함으로써 더 많은 비정규직과 서민들의 복잡한 이익에 반응하지 못했다.결국 대기업 소속과 정규직,조합원으로 표현되는 상층노동계의 이익만을 대변하게 되면서 다수의 비정규직과 약자들이 이탈하게 된 것은 그 한계라 할 수 있다.그 문제가 집약돼 나타난 것이 2005년 울산 북구 재선거 패배였다.  다시 말해 민주노총이 시대착오적인 계급환원주의 노선과 사회주의적 계급정당노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민주노동당은 산업화시대에 유행했던 조직논리,이념논리,정당논리,이른바 대중정당모델에 집착했던 것이 오늘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울산 북구 패배 이후 2007년 대선을 앞두고도 같은 잘못이 되풀이된 이유는.  많은 불만과 문제 제기들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정당모델까지 검토하지 못한 것은 당이 민주노총이란 조직된 노동자를 모태로 출범한 한계라고 생각한다.민주노총을 토대로 상대적으로 쉽게 창당할 수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지기반을 민주노총 이외에 다수의 비정규직,서민에 확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흔히 민주노동당의 두 가지 성역이 있다고 했는데 민주노총과 북한이란 성역을 넘어서지 못했다.    ●정당모델을 원내정당 모델로 바꿨으면 오늘날의 위기가 없었을까,이런 역질문이 가능할 것 같은데.  원내정당화 모델을 생각한 것은 당의 헤게모니가 원내 의원 중심으로 넘어가는 국면과 맞물려서였다.울산 북구 패배 이후 당의 총체적 위기가 확인됐다.지지율이 18%에서 5% 이하로 바닥을 쳤다.울산은 노동자 밀집지역이어서 대중정당 모델이 가장 잘 발현될 수 있는 곳이었는데 패배를 했고 그 패배의 원인이 비정규직의 외면과 이탈 속에서 당이 망가진 것이었다.그 늪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이 그나마 국민들로부터 소통능력과 정책능력을 인정받은 의원들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미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고 확인이 됐는데도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진 못했다.민주노동당은 대단히 위계적인 조직이다.그 조직에 아직까지도 민주노총의 헤게모니가 작용하고 있다.30%의 할당제가 관철되고 있다.국민적 차원에서 개방,분권적인 개혁,다양한 이념을 수용해야 한다는 전략 등이 철저히 가로막힌다.  2007년 대선 후보를 경선해야 한다는 안팎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 대신 다른 후보를 내세웠다.개방형 경선에 대한 뜨거운 열의를 확인하고도 폐쇄적인 당원 직선제로 지분이 큰 정파들은 국민들이 원하는 후보 대신 다른 후보를 내세웠고 선거 패배를 자초했다.  민주노총의 한계이며 국민들의 지지를 확대하지 못한 자업자득이었다.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키지 않는 한 민주노동당의 앞날은 어렵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다.    ●분당 이후 민주노동당의 변화가 감지되나.  18대 총선 이후 많은 노력을 했다고 본다.하지만 미진한 것은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여전히 해결하고 있지 못하고 당을 개방화,분권화,네트워크화해야 하는데 민주노총의 기득권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4월 재보선에서 국민경선 대신 민중경선 으로 후보를 선출하려 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이탈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선거에 패배할 수밖에 없다.   ●논문의 문제의식을 조금 더 구체화하면.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점을 극복할 대안정당으로 대중정당 모델이냐 원내정당 모델이냐는 학계 논쟁이 있었다.최장집 교수 등이 얘기한 대중정당 모델이 시대적인 적실성이 있다고 보았다.원내진출 이후 당 생활을 해보니 한계가 많이 드러났다.사회 변화에 적응 못한 정당 모델을 추구한 결과라고 보았다.  대중정당 모델의 쇠퇴는 당지도부의 리더십과 운영상의 오류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배경 때문이었다.시대에 뒤처진 대중정당모델을 고집했을 때 이념과 정파의 편향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더 많은 비정규직과 서민대중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선 대중정당 모델을 포기하고 대안이 되는 모델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고 본다.  당의 위기가 닥쳤을 때 결국엔 의원들밖에 없었는데 이들의 의정 활동을 지켜보면서 이를 대중정당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이것이 대안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런 얘기들을 분당 이전부터 해온 것으로 아는데 반응들은 어땠는지.  비정규직을 더 많이 대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공유했지만 원인을 따질 때 그들은 사람의 문제,성품의 문제 이런 쪽으로 봤다.더 좋은 사람이 비정규직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정당모델을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론이다.    ●진보신당은 원내정당 모델에 부합한다고 보는지.  분당 이후 반작용으로 신규 당원이 입당하고 민주노총 같은 조직적 기반이 없이 출발했다는 점에서,노회찬과 심상정이란 두 전직 의원의 지지층이 흡수된 측면이 있어 그런 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현역 의원이 없어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중정당모델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화 시대의 대중은 노동자 계급이라 할 수 있었다.후기 산업화 사회에선 대중이라 함은 비정규직,비노조원,화이트칼라처럼 어느 곳에 소속될 수 없는,유동성이 큰 사람들이다.비조직된 대중이 더 많다.위계적인 조직 구도가 아닌 네트워크화된 대중만이 수평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유연성이 대중의 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동과 사회’ 지난해 12월호에 기고한 ‘노조원들은 시민적 다양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란 제목의 글은 여러 면에서 흥미로웠다.선진 노동자들이 왜 다양성을 잃고 기득권층으로 고착됐는지.  개인과 조직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위계적인 조직에 속하면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말할 수 없다.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개성이나 끼를 발산할 수 있다.계급환원적인 생각,집단을 궁극선(善)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전체주의적 사고로 고착화된다.특정한 사안에 대한 집단행동을 이끌어낼 땐 유리하지만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처음 창당 때는 진성당원제라는 당원들의 참여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있겠다는 기대를 했는데 이념적으로 편향된 당내 정파 지도자들이 당을 포획해놓고 있었다.다수의 당원은 말을 사실상 제대로 못하고 기껏해야 투표하는 것이고 발언권이라든가 소통이 보장되지 않고 당내 민주주의에서 소외되고 자존감을 느끼지 못하니까 ‘페이퍼 당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참여민주주의란 이상이 당을 장악한 정파 엘리트에 의해 왜곡되기 시작하니까 이탈할 수밖에 없게 되고 재미를 못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의원들이 당에 묶여 있으면 정파가 시키는 대로 당의 눈치를 봐야 한다.소신있게 큰 이득을 위해 국민과 소통할 수 없고 당내 정파구도가 약화되고 의원들에 권력이 넘어가면 소통능력과 정책능력이 검증된 의원들이 국민들과 소통할 공간이 열렸다는 의미가 된다.    ●꿈꾸는 진보정당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진보라는 개념부터 시작하자.보수 독점에 대항하기 위해 나온 것이 진보의 논리지만 진보만이 진리라는 역편향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본다.단성악(單聲樂)적인 구도가 있다.그러나 다양성과 복잡성 및 유동성이 커지는 시대에는 다성악(多聲樂)적인 진보가 필요하다고 본다.즉,진보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함께 공존하며 살아야 한다는 다성악(多聲樂)적인 세계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진보라는 시각도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 중에 하나의 의견정도로,최종적인 결론이 아니라 잠정적인 결론 수준에서 존재하도록 의식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저는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공존방식으로서의 진보, 다양성 속의 진보라고 생각한다.  둘째. 다성악적인 진보를 구현할 수 있는 이상적 모델로서 원내 의원들이 시민사회와 네트워크 하면서 토의가 강조되는 원내정당모델이라고 믿는다.    ●그런 내용이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보다 어떤 점에서 진전됐느냐 묻는다면.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역동성과 네트워크가 하나의 답이 된다고 본다.정당들이 시민들의 요구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지 않나.최장집 교수도 그런 점에서 지적당했다.촛불시위 때 시민사회의 역동성과 다양성에 반응하지 못했던 정당들의 한계를 봤다.이게 핵심이다.시민들의 생활정치에 대한 욕구에 반응하는 정당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념과 계급 정파가 줄어들더라도 서민들의 욕구와 필요를 캐치할 수 있는 반응성이 있어야 한다.소통 속에서 발견된 욕구를 정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정책 생산능력이 담보될 때 정당으로서 생존할 수 있다.원내정당 모델이 바로 그런 것이다.    ●두 당과 무엇이 달라지는지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대중정당 모델에선 당의 이념과 게급,정파,조직이 강조되는데 이것이 약화될 것이다.당이 원내 의원 중심으로 가져가면서 유권자,시민사회와의 연계 부분이 강조된다.당원 중심을 벗어나 일반 유권자,지지자들도 당내 중요한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시민사회의 요구가 전달되고 이것들이 의회에서 토의를 통해 합의되고 정책 결정이 되고 국민에게 성과물로 다가온다.    ●명칭은 원내정당 모델이지만 정당은 조그맣고도 시민사회를 향해 열려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면 되나.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 조직은 엘리트가 강조되는 게 당연하다.다만 행위자가 정파냐 아니면 국민들의 이익이나 선호에 접근할 수 있는 원내 의원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민주노동당 만큼 물적 기반이 없어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  고정된 지지기반이 없어 불안정할 수있다.그렇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이 잘 되고 있느냐 다시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민주노총이란 민주노동당의 지지기반이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과거 지지기반으로 갈 수 있겠는가.간다면 상층 노동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금 더 좁아진 정당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연성이 큰 유권자들을 대변하는 데 느슨한 수준의 네트워크를 가능케하는 것은 정책능력과 소통능력 뿐이다.그때그때 이슈가 터지고 시민들의 요구가 터져나올 때 생활상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원내정당 모델이 대안이라고 본다.  원내정당 모델이 현실에서 나타날 때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다.하지만 대중정당 모델보다 낫다는 생각이다.원내정당 모델을 현실에서 구현할 때 당내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분산화하고 개방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진보신당의 지못미 당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새 이슈를 개발하고 정책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진보정당 통합이나 반(反)MB 전선에 참여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점증할 것이란 지적에 얼마나 공감하는지.  이명박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을 수 있다.진보진영내에서 힘이 약하면, 함께 뭉쳐야 한다는 주장은 하나의 의견으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소수의 의견이 배제당할 가능성이 있다.진보정당이 자신의 목소리를 갖고 큰 흐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 때 합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채진원씨가 걸어온 길  늦깎이 초보 연구자라고 자신을 낮춘 채진원(40) 전 민주노동당 의정정책실장은 국민승리 21에 1998년 입당해 지난해 진보신당과 분당하기 전까지 민주노동당의 10년을 고스란히 지켜본 인물.단국대 사학과 88학번인 채 연구원은 민주노동당에서 경험한 희로애락과 한계를 바탕으로 2005년 경희대 정치학과 박사학위 과정에 입학했고 지난 1월에야 어렵사리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됐다.  2004년 원내 진출 전까지 민주노동당의 대표적인 민생 법안인 ‘상가임대차보호법’과 ‘이자제한법’.정치개혁의 대표 법안으로 손꼽히는 ‘1인 2표 정당명부비례대표 도입’에 관여했던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창당 이후 정책위원회 제1정책조정위원회 정책국장으로 정치관계법을 담당했으며 이후 의정정책실장으로 의원들의 의정활동과 정책 지원을 담당했다.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부인의 외조를 위해 중앙당을 사직한 뒤 평당원으로 남아있다가 지난해 3월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제안한 혁신안 ‘생활속의 진보’가 부결되자 탈당했다.현재 어느 당에도 몸담고 있지 않다.  전문연구자의 길을 걷는 한편 기회가 닿으면 의정활동이나 입법을 돕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경부고속철 2단계 부실공사 어쩌나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공사의 콘크리트 궤도 침목 균열 사고에 따른 후유증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달 24일 새로운 공법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를 시인하며 파문 차단에 나섰지만 각종 의혹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 우선 고속철을 운행해야 할 코레일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내년부터 공단으로부터 선로를 인수받아 열차를 운행하고 유지보수를 책임져야 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고속철도 이용객 감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2008년 기준 고속철도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만 4000여명. 현 열차 운행체계로 최고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그러나 개통 초기 각종 부실과 안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2004년 일평균 이용객은 7만 1000명에 불과했다. 6월에는 6만여명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콘크리트 궤도에 대한 유지보수도 처음 겪는 것이어서 부담이다. 아직 보수와 점검주기 등의 매뉴얼도 마련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정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면서도 “부실 자산을 넘겨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공단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해외 사업 진출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중국 철도에 대한 감리 수주 등으로 올라간 신인도 훼손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발주할 계획으로 알려진 브라질 철도 건설사업 전망도 불투명하다. BO T(Build Own Transfer) 방식인 브라질 철도사업은 공단(감리), 코레일(운영 컨설팅), 로템(차량) 등이 참여해 건설에서 운영까지 맡는 첫 토털 해외 진출 프로젝트다. 국가적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 이번 사고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영화리뷰] ‘라스트 프로포즈’

    재벌과 서민의 사랑. 드라마 ‘꽃보다 남자’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라스트 프로포즈’(감독 류웨이장) 이야기다. 마카오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극적인 굴곡이나 충격적 반전 없이 예상 가능한 스토리 라인을 가만가만 따라간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진부하다.”며 한마디로 내치기도 어렵다. 이유는 ‘상투적 러브스토리’란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한 최대치의 영감을 살갑게 전달해 주고 있기 때문이며, 홍콩의 두 유명 배우 류더화와 슈치의 사랑스러운 연기 호흡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최고의 재벌인 샘(류더화)은 백만장자답지 않게 털털하고 유머가 넘친다. 모자란 것 없는 그이지만, 3번의 이혼 경력이 말해 주듯 사랑만큼은 쉽지 않은 문제다. 어느 날 그는 사업차 방문한 마카오에서 클럽 댄서 밀란(슈치)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빈털터리지만 인생을 100% 즐길 줄 아는 그녀는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마침내 교제를 시작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마냥 행복하던 순간도 잠시, 그가 재벌임을 알게 된 밀란은 고민에 빠진다. 홍콩 사교계의 반응도 냉랭하기 짝이 없다. 최상류층을 다루는 만큼 영화에는 눈요깃거리가 넘쳐난다. 극중 샘이 묵는 스위트 룸은 하루 숙박료가 1000만원에 육박한다고 하며, 샘이 밀란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건네는 다이아몬드 반지는 명품 카르티에의 6캐럿짜리라고 한다. 100억원이 소요됐다는 작품의 제작비는 이처럼 고급스러운 시각미를 선사하는 데 쓰였다고 보면 된다. 경제력의 차이, 곧 현대판 신분의 차이는 단지 조건의 차이에 지나지 않을까. ‘조건없는 사랑’을 쉽게 이상화하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 사랑이 번번이 이 조건 앞에서 무너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혹은 이 조건을 뛰어넘어 결합에 성공하는 것은 정말 열광받아 마땅한 일일까. 영화는 ‘결혼’이란 인생의 중대지사를 축으로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진다. “사랑은 유리구슬과 같다. 땅에 떨어지면 산산이 부서지는….” 영화는 이같은 구절을 읊조린다. 정작 작품 속 사랑은 솜구슬에 가깝다. 땅에 떨어지면 순간 부피가 줄어들지만, 다시 믿음이란 공기를 불어넣으면 원래처럼 커지는 솜구슬 말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진실한 사랑’에 이르는 두 사람의 연애 여정을 손에 쥔 구슬을 바라보듯 감상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새달 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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