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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대학원생이 미국 암학회 ‘젊은 과학자상’ 수상

     서울대 약학대학에서 과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는 박사과정 연구원이 세계 최고 권위의 암 학회에서 ‘젊은 과학자상(Scholar-in-Training)’을 수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영준 서울대 약대 교수가 이끄는 ‘종양 미세환경 연구센터’는 이 센터 소속 서진영(30) 연구원이 다음 달 중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AACR 2016’(AACR은 미국암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이 상을 받는다고 21일 밝혔다. 이 상은 암 연구 분야에서 대학원생, 박사후과정 등을 밟고 있는 연구자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손꼽힌다. 미국암학회 연례 학술대회에는 전 세계의 임상 전문가 2만여 명이 모여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한다. 연례학술대회는 매년 4월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열린다. 서진영 연구원은 ‘종양섬유아세포에서 분비되는 ‘FGF2’ 물질을 통한 암세포의 증식’이라는 연구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존 암 연구는 암세포 자체에 대한 치료에 집중하느라 암세포 주변의 미세한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개발된 치료제는 종종 내성을 초래할 뿐 아니라 재발을 막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암세포와 그 주변의 정상세포의 상호작용 환경까지 연구하는 ‘종양 미세환경’ 쪽으로 암 연구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서 연구원은 종양 미세환경에서 중요한 구성요소인 ‘섬유화 세포’가 유방암세포의 증식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서 연구원은 “아직도 얼떨떨하지만 기쁘다”면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된 것은 처음이다. 내가 잘해서 받는다기보다 연구 지도를 잘해 주신 교수님 대신 상을 받은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서 연구원을 지도한 서영준 교수도 “내가 상을 받는 것보다 제자들이 받는 것에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영준 교수는 “서진영씨는 박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분야를 다루게 돼 연구 초기에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자기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침착하고 차분하면서도 강단이 있다”고 칭찬했다. 서 교수는 올해 학회에 서 연구원 등 제자 3명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서 교수가 이끄는 종양 미세환경 연구센터는 지난해에도 젊은 과학자상 수상자를 배출, 2년 연속으로 경사를 맞게 됐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임업도 과학경영’ 印尼 코린도 조림지를 가다

    ‘임업도 과학경영’ 印尼 코린도 조림지를 가다

    지난 9일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코린도 조림지는 거대한 나무공장을 떠올리게 했다. 6만 7300㏊(673.0㎢·2억 358만 2500평)으로 서울(605.3㎢)보다 넓게 펼쳐진 조림지에선 무엇보다 임업국가답게 과학에 기반한 임업경영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현대 임업은 좋은 육종 생산에서 나무를 심는 것보다 형질이 우선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육종 연구와 조림·관리·생산까지 일련의 과정이 조림지 내에서 이뤄졌다. 우리나라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한·인니 산림센터의 오기표 센터장은 “목재는 긴 투자기간에 비해 가격이 낮아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면서 “생장률이 좋은 나무를 심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유통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코린도 임업본부는 팡갈란분에서 목재칩이나 합판내재 등 저급재로 사용하는 인도네시아 자생 수종인 유칼립투스와 자본메라에 대한 품종개량을 진행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우수한 품종으로 선별된 유칼립투스 99개 클론(복제) 묘목을 노지에 심어 5년 5개월간 비교한 결과 170번 묘목의 생장이 가장 우수했다. 2.5m 간격으로 심은 나무는 높이(23.9m)와 흉고 직경(20.8㎝)이 다른 클론 묘목을 압도했다. 특히 생존율은 밀식조림보다 3~4m 간격으로 심은 나무들이 높았다. 생장이 우수한 나무에서 새순을 잘라 심는 ‘삽목’ 방식으로 양묘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전적 우수성을 보유한 삽목을 옹기묘에 담아 뿌리가 내리는 2주간 온실에서 키운 뒤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비응대)에서 10일, 노지에서 2개월간 적응단계를 거쳐 3개월이면 조림수로 활용할 수 있다. 나왕의 대체수종으로 개발된 자본메라는 2년 9개월 자라자 높이 13m, 직경 22㎝에 달했다. 성장하면서 자연적으로 가지가 떨어져(자동낙지)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옹이가 없어 목재로서 활용가치를 높였다. 코린도는 올해 두 수종의 목재생산을 위한 용재조림에 나선다. 벌채는 인력을 빌리지 않고 기계화를 통해 최적화했다. 벌채 작업이 마무리된 블록5(1300㏊)에서는 인부 26명을 투입해 한 달 만에 유칼립투스 펠리타 7900t을 생산했다. 잔가지와 뿌리 등은 수거하지 않고 퇴비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벌채에서 조림까지 두 달여 만에 마무리할 참이다. 이곳 조림지에는 2300㎞나 되는 작업임도가 개설돼 벌채목을 쿠마이강 주변 목재칩과 제재목 공장으로 옮겨 가공한 뒤 선박을 이용해 운반하는 등 일관 체계를 갖췄다. 임하수 산림청 해외자원개발담당관은 “해외 조림은 국내 목재 자급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목재자원과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녹색사업단과 산림센터 등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에 애쓰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팡갈란분(인도네시아 칼리만탄주)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라이프 픽!] 당신이 진짜 원하는 일? 10가지 방법으로 찾는다

    [라이프 픽!] 당신이 진짜 원하는 일? 10가지 방법으로 찾는다

    만일 당신에게 누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미국 매체 리틀띵스닷컴의 작가 로라 캐슬리가 정리한 다음 내용을 확인해보자. 어쩌면 지금까지 깨닫지 못한 자신의 재능이나 열정을 꽃 피우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 관심사를 파악하라 혹시 지금까지 SF 영화만 수백 편 감상하지 않았나요? 아니면 길에서 준 요가 전단을 아쉬운 듯 바라본 적이 있나요? 그것도 아니면 회의 중 문득 낙서하고 있던 적은 없었는지요? 이처럼 어떤 행동이든지 간에, 당신이 자연스럽게 느낀 것이 있다면 관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 노력을 통해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더 많은 SF 영화를 확인하거나 요가를 수강하고 혹은 낙서를 끝까지 완성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2. 과거를 되돌아봐라 어렸을 때 무엇에 재미를 느꼈었지? 어떤 미래를 꿈꾸며 살았지? 무엇에 호기심을 느꼈지? 이처럼 가능한 한 많은 일을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마 그중 몇 가지는 이미 실현했을 수도 있지만 잊고 있던 것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관심이 있는 것인지 회상하며 가능한 한 많은 것을 글로 적어봅시다. 3.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라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찾지 못해 생기는 걱정은 당신에게 방해만 됩니다. 그러므로 현재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길 원한다면 우선 현재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을 너무 크게 압박하면 당신은 어떤 일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4. 무언가 시작할 때 기분이 어떤지 의식하라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만일 관심이 생기지 않고 잡일 같은 느낌만 든다면 이는 당신이 찾고 있던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좋습니다. 모든 일이 당신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5. 마음속에 계속 떠오르는지 확인하라 만일 당신이 무언가를 정기적으로나 계속하게 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 당신에게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6. 평소 일상을 바꿔라 일상에 빠지면 기계처럼 같은 일만 반복하게 돼 창의력이나 자기 성찰이 사라지기 쉽습니다. 당신은 환경을 변화시켜 스스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달라진 환경 속에서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은 자신의 변화를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7.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봐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뭔가에 관심이 있다면 실제로 도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 안 되면 자신이 그 일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8. “네”(Yes)라고 말하려고 노력하라 새로운 기회를 외면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으로 당신은 영원히 그 일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만일 그 일을 좋아하게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야깃거리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9. 다른 사람의 꿈을 좇지 마라 부모님이 당신에게 자신들의 발자취를 따라오길 원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는 어린 시절 당신의 장기자랑을 보고 가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당신의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의 인생은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10. 인내심을 가져라 당신이 꼭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반성, 그리고 시행 착오가 필요합니다. 당신이 자신을 무엇으로 채웠을 때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진=리틀띵스닷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람과 인공지능의 미래…대결 아닌 공존을 준비할 때

    사람과 인공지능의 미래…대결 아닌 공존을 준비할 때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인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온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세돌 9단이 이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2연패 이후 이제는 과연 사람이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불과 5개월 만에 엄청난 수준으로 성장한 알파고를 보는 시선 역시 호기심에서 이제는 두려움이 섞인 시선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러다가 기계가 인간을 모두 대체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는 것이죠. 심지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인공지능을 수준을 고려하면 인류에 반기를 드는 스카이넷 같은 이야기는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큰 문제 없다는 예상은 신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너무 간과한 주장입니다. 현재의 변화는 더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 지능 이전에도 분업화, 기계화,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왔고 이제는 더 복잡한 작업까지 자동화와 기계화가 이뤄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옳을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 이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면서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입니다. 러다이트 운동과 네오 러다이트 운동 1811년과 1813년 사이, 영국에서는 러다이트 운동(Luddite)이 발생합니다. 이 운동은 산업혁명 시기 직장을 잃거나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한 수공업자를 중심으로 산업화, 기계화에 저항했던 운동입니다. 대개는 시대착오적인 저항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그 배경은 더 복잡합니다. 당시 러다이트 운동 (가상의 리더인 러드를 내세웠기 때문에 붙은 명칭)은 1799년 단결금지법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노동자 계층이 자신의 요구를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폴레옹 전쟁 등으로 인해 영국 내 물가가 폭등하고 경제 상태가 어려워지자 발생했던 것입니다. 그때는 정당한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어려웠으므로 기계를 파괴하고 벽에 대자보를 붙이는 방식으로 항의했던 것이죠. 그러나 이와 같은 항의에도 불구하고 영국 노동 계층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19세기 인구가 급증했지만, 농업 생산력은 더 많이 증가해 적은 노동력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고 남는 잉여 노동력이 도시로 몰리면서 당시 기업가들은 저렴한 노동력을 대거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좁은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주거 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노동 환경 역시 매우 열악했습니다. 19세기 후반에 이런 산업화의 역설을 본 사람들 가운데는 공산주의 같은 극단적인 해결책을 들고나온 사람도 있었고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후자가 맞는 이야기였죠. 세월이 흘러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라다이트 운동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네오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불리는 이 운동은 아직 구체적인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약하면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다양한 자동화 기술이 사람들에게 직장을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최근 열렸던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표된 '미래의 일자리'에서는 로봇, 인공지능, 3D 프린터 같은 신기술이 2020년까지 510만 개의 직장을 없앨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미래에는 현재 있는 직장 중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와 같은 주장은 기우이며 결국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면서 문제를 저절로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간이 단순 노동에서 해방되고 더 창의적인 일을 하게 되리라는 것이죠. 서로 대립적인 주장이지만, 동시에 둘 다 맞으면서 잘못된 의견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선 인공지능 지금처럼 인공지능이나 로봇, 자율 주행이 화두가 되기 전에도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사례는 무수히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무거운 용접기를 들고 용접을 하던 자동차 생산라인에 지금은 로봇이 대신 투입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이 힘들고 위험한 작업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현재의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 역시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일까요? 그것은 단순한 육체노동만 대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운전처럼 다소 복잡한 업무까지 인공지능이 넘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과거에는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지식 노동 역시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율 주행을 예로 들면 이는 물류 및 운수 사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인공지능이 반드시 인간보다 우월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안전하게 운전만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인간 운전자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트럭이나 택시는 24시간 언제나 달릴 수 있고 인건비 부담이 없으니 최소한 기업으로서는 인간보다 훨씬 매력적인 선택입니다. 과거에는 숙련공만 가능했던 복잡한 노동 역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대체할 수 있습니다. 리씽크 로보틱스의 소이어와 박스터 로봇은 2만2000 달러에서 2만9000 달러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인간이 할 수 있는 동작을 다양하게 모방할 수 있는 로봇팔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로봇들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동작이 가능해 한 자리에서 여러 부품을 조립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딥러닝을 통해 더 효율적인 동작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연구까지 진행 중입니다. 카네기 멜런 대학의 연구자들은 기계학습을 통해 소이어의 작업 속도를 처음보다 40배 빠르게 진행하는 연구 결과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사람들을 더 걱정하게 만드는 부분은 지식 노동까지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단순 육체노동의 자동화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사람 대신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대신해 줄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사실 이미 주식 등의 매매를 자동으로 하는 시스템 트레이딩은 금융계에 도입되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스마트 뱅킹이나 인터넷 뱅킹의 등장은 사람의 필요성을 줄이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로봇 기자가 쓰는 기사를 매일 보고 로봇 주치의의 상담을 매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열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교육 역시 내 수준에 알아서 맞춤으로 강의를 해주는 로봇 선생님이 사교육의 필요성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고도로 창의적인 부분은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우므로 이런 부분은 한동안 사람의 영역으로 남겠지만, 문제는 이런 일자리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자율 주행차 때문에 직장을 잃은 택시 기사가 갑자기 인공지능 관련 프로그래머가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금부터 공존을 준비할 때 미래는 항상 예측이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대거 개발되는 시기에는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하면 지나친 낙관론이나 비관론 모두 경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응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직업이 더 많이 생겨서 큰 문제 없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론에 가깝습니다. 농업에서 산업화로 이행하던 초창기, 아직 공장에서 충분한 노동력을 흡수하기도 전에 많은 사람이 도시로 몰리면서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생겼던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이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앞으로는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고도의 자동화가 이뤄진다면 전통적인 공장 노동자는 물론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도 임금 상승이 정체되거나 혹은 실업률이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반면 소수의 고소득 지식 인력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양극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사회적 안정이 흔들리고 경제도 침체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본래는 하지 않던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열쇠는 역시 교육과 더불어 사회적 준비입니다. 20세기 많은 국가에서 교육을 통해 서비스, 지식 노동 분야에 인력을 공급했습니다. 덕분에 제조업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충분히 극복하고 오히려 더 소득이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동시에 복지 제도를 포함한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이전세대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었죠. 아마도 21세기의 해법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시대의 변화에 맞는 창의적, 자기 주도적 학습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로지 명문대 입시에 모든 것이 달린 우리나라의 현 교육 시스템은 미래에 큰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단기간에 시험 성적을 높이기 위한 단순 암기와 문제풀이의 반복이기 때문이죠. 지금 가장 시급하게 바꿔야 하는 부분입니다. 동시에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일부 선진국에서 시도 중인 기초 소득 같은 제도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과 인간이 대결하기보다 함께 협력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미래를 구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료 부분에서 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돕는 인공지능 왓슨의 경우 사실 의사를 대체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의사의 진단이나 치료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면서 실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로봇 기자와 인간 기자가 협력하는 미래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속보나 사실을 나열하는 기사는 로봇 기자에게 맡기고 인간 기자는 로봇이 할 수 없는 심층 취재나 분석을 하는 식의 더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 이뤄져야 합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새누리당 공천 발표서 ‘경선 대상자’ 누락… “의도적이었다?” 음모론까지

    새누리당 공천 발표서 ‘경선 대상자’ 누락… “의도적이었다?” 음모론까지

    새누리당이 10일 오전 4·13 총선의 경선 및 단수·우선추천 지역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가 경선대상 예비후보의 이름을 빠뜨려 논란을 빚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31개의 경선 지역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은 부산 진을 지역구의 경선 대상자로 이헌승 의원, 이성권·이종혁 전 의원 등 3명을 발표했다. 이 발표가 나오자 당초 이 지역에서 유력한 경선 대상자로 꼽히던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의 이름이 빠져 의외라는 반응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그러나 발표한 지 40여분 쯤 뒤에 공천관리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이 급히 기자실을 찾아와 부산진을 경선 대상자 가운데 실무적인 실수로 이 전 비서실장의 이름이 누락됐다며 정정 발표했다. 이 전 비서실장을 당초 경선 후보 명단에 포함했는데 자료 작성과정의 착오로 이름이 빠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실장은 최근 지역여론 지지율의 상승 추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당 일각에서는 이 전 실장의 이름이 명단에서 누락된 것이 의도적인 거 아니었냐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각종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합의를 고집한 것과 관련, 청와대나 여당에서 불만이 나왔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얘기다. 당의 관계자는 “단순한 실수라지만 당사자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어이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세돌vs알파고 오늘 ‘세기의 대결’] “인간 모방 아닌 이기는 게 알파고의 목표”

    [이세돌vs알파고 오늘 ‘세기의 대결’] “인간 모방 아닌 이기는 게 알파고의 목표”

    DB화로 3000만개 바둑돌 학습 셀프 대국으로 시행착오도 줄여 “스스로 학습해서 발전하는 알파고는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세돌 대 알파고, 100만 달러(약 12억원)짜리 반상 대결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알파고 개발 책임자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교수는 8일 미래창조과학부가 경기 판교에 위치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연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는 1997년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꺾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와 대조된다. 실버 교수는 “딥블루는 초당 200억개의 수를 고려하지만, 알파고는 초당 10만개의 수를 고려한다”며 “딥블루는 경우의 수 하나하나를 따지지만, 알파고는 경우의 수를 모두 탐색하지 않고 제한된 시간 안에 가장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경로를 탐색한다”고 밝혔다. 알파고는 어떻게 필요 없는 정보를 가지치기할 수 있는 걸까. 프로 바둑기사들은 직관적인 판단을 통해 착수(돌을 내려놓음)를 결정하지만,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는 탐색 전략을 펼친다.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MCTS)과 ‘심층 신경망’ 기술이 결합돼 설계됐다. MCTS는 선택지 중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돕는 알고리즘이다. 알파고가 바둑돌을 놓을 위치를 정하는 알고리즘은 각각 ‘정책망’과 ‘가치망’이라 불리는 신경망이 결합된 것이다. 정책망은 다음에 돌을 어디에 둘지 선택하고, 가치망은 승자를 예측한다. 알파고의 학습 역시 획기적이다. 알파고는 전문 바둑기사의 기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3000만개의 바둑돌 위치를 학습했다. 그다음 ‘셀프 대국’을 해 시행착오를 줄였다. 실버 교수는 “알파고가 우리에게 흥분과 감동을 주는 이유는 계속 새로 학습하고 대국을 통해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면서 “이런 능력은 맞춤형 의료 서비스 등과 같은 다른 일까지도 수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으며 미래를 알려 줄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이승훈, 서른이 되길 기다렸다…마지막 불꽃 태우련다

    이승훈, 서른이 되길 기다렸다…마지막 불꽃 태우련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 이승훈은 올해 한국 나이로 29세다. 2년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은 30대의 나이로 치르게 된다. 종목별로 다르겠지만 보통 운동선수에게 30대가 된다는 것은 이제 슬슬 팔팔한 10~20대 선수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좀 달랐다.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실내빙상장에서 만난 이승훈은 “어렸을 때부터 30대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에게 30대란 사회적 활동도 왕성하고 에너지도 넘치는 시기인 것 같다”며 “빙속에서 현재 5000m든 1만m든 제일 잘 타는 선수는 전부 30대다. 나도 30대에 오히려 더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강조했다. 30대를 코앞에 둔 이승훈은 자신의 바람대로 올해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2위와 0.06초 차이의 짜릿한 금메달을 따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그는 “당시 마지막 구간에서 추월을 시작하며 상대 선수와 나란히 섰을 때 이미 우승을 확신했다”며 “올 시즌은 매스스타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집중했었는데 목표했던 바를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금메달은 시즌 내내 인고의 시간을 거듭한 끝에 따낸 것이다. 이승훈은 2014~15시즌 5번의 월드컵 대회에 나가 5개의 메달(금3·은1·동1)을 따냈는데, 이를 지켜본 다른 나라 선수들이 집중 견제를 해 2015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 월드컵 대회에선 튀지 않고 조용히 보내는 전략을 택했다. 2015~16시즌 그의 월드컵 메달은 네덜란드에서 열린 4차 대회의 동메달이 유일했다. 이승훈은 “지난 시즌 월드컵에서 성적이 좋았지만 정작 세계선수권에서 견제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래서 시즌 내내 눈에 안 띄도록 노력했다. 심지어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초·중반에는 나서지 않다가 마지막에서야 자리를 잡고 뛰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대회를 금메달로 마무리 지어 다행이었지만 사실 이승훈에게 2015~16시즌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기였다. 그는 시즌의 시작을 예상치 못했던 실격과 함께 출발했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매스스타트 종목에 출전하기 바로 직전 경기복이 찢어져 시합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이승훈은 “경기 출전 이틀 전쯤 신설 규정에 맞춰 방탄소재로 바뀐 매스스타트용 유니폼을 새로 받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작았다”며 “시합 직전 경기복을 입은 뒤 몸을 일으키니 지퍼 부분이 터져 버렸다.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고, 다른 남는 옷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였던 이승훈은 당시 실격으로 순위가 7계단이나 곤두박질쳤다. 속상할 법도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니까 당황스럽긴 했지만 세계선수권이나 동계올림픽도 아니고 (대회 규모가 더 작은) 월드컵에서 벌어진 일이니 다행이다고 생각한다. 앞으론 조심해서 입어야겠다”며 “이후 더 큰 걸로 달라고 했더니 이젠 입으면 약간 펄럭거릴 정도다. 그나마 이게 움직이긴 편하긴 하다”고 말한 뒤 허허 웃어 보였다. 훈련방식에서도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승훈은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둔 2013~14시즌 때 역도 훈련을 열심히 했었는데, 이것이 월드컵 메달로 이어지며 효과를 톡톡히 봤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역도 효과’를 기대하고 이번 시즌에도 훈련에 열중했는데 과도한 의욕이 결국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승훈은 “역도에 너무 욕심을 낸 것 같다. 바벨 무게를 올리고자 체중을 불렸던 게 장거리 타는 데엔 마이너스가 됐다”며 “중거리인 1500m 기록이 좋아진 반면에 주 종목인 장거리가 약해져 이게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거리에 맞춰 다시 훈련하다 보니 리듬이 깨져 이번 시즌 5000m와 1만m에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선수권에 온 힘을 쏟아부었던 이승훈은 오는 11~13일 네덜란드에서 있을 월드컵 파이널 대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그대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금은 한국체대에서 하루 5시간가량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이어 3월 중순부터는 한 달 가량 휴가를 계획 중이다. 이승훈은 “매년 휴식기 때면 제주도에 가서 쉬다 오곤 했다. 올해도 갈 것 같다. 우리나라인데도 서울과는 분위기가 달라 여유가 느껴져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쉴 때에는 주말에 가족들과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추리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며 “뮤지컬을 보는 것도 즐기는데 시즌 때 못 갔으니 휴가 때 보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즘 늦게 일어나도 돼서 너무 좋다고 말하는 이승훈은 휴식기간이 끝나는 4월 말쯤부터는 다시 오전 4시 50분에 일어나 하루 8시간씩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에 매진해야 한다. 특히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남은 시즌을 후회 없이 보낼 계획이다. 이승훈은 “사실 지금으로선 평창 동계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운동이 많이 힘들기도 하고, 이후 은퇴를 하면 다른 일들도 많이 할 게 있을 것 같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끝내면 선수로서 욕심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은퇴 뒤에 무엇을 할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일단 다른 일을 하려면 한동안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뒤에는 강단에 서는 일들을 했으면 한다. 후배들에게 나의 성장과정을 들려주는 일도 좋고, 쉽지 않겠지만 교수가 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승훈이 31살 때 열린다. ‘마지막 국제대회’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의 목표는 주력 종목 모두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그는 “평창에서는 매스스타트, 팀추월, 5000m, 1만m에서 모두 메달을 따내고 싶다”며 “잘 마무리를 지어 아시아에서는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선수가 되고 싶다”며 빙그레 웃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23살의 나이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승훈이 30살로서는 처음 맞는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한층 노련해진 그의 스케이팅이 기대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이승훈은 ▲1988년 3월 6일 ▲서울 중구 출생 ▲리라초-신목중-신목고-한국체대 ▲178㎝, 70㎏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은메달 ▲2016년 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 매스스타트 금메달
  • 마음껏 달릴 우리 트랙… 썰매 더 빨라진다

    마음껏 달릴 우리 트랙… 썰매 더 빨라진다

    10월 준공… 세계 15번째 경기장 3월 테스트 세계 최강자들 참가한국대표팀, 오늘 공항서 직행 “수천번 반복해 평창 金 딴다” 29일 오전 11시 30분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200여명의 기술자들이 고도 945m, 영하 10도의 추위에서도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두꺼운 점퍼와 모자, 장갑을 착용했지만 매서운 추위에 한기를 떨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눈발까지 흩날려 50여대의 중장비를 이용한 작업도 여의치 않았다. 이날 언론에 일부 공개된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실제 사용 중인 경기장 기준으로 세계 15번째 썰매경기 트랙이다. 이 트랙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될 곳으로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경기가 열린다. 최근 봅슬레이의 원윤종-서영우와 스켈레톤의 윤성빈이 국제대회에서 세계 정상의 실력을 뽐내며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메달 전망을 밝히고 있는 것을 반영하듯 이날 슬라이딩센터에는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올해 10월에 준공될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아직 공정률이 67%에 불과해 주변 기반시설이 거의 없었지만 트랙은 선수들이 시범주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돼 있었다. 외국인 ‘아이스메이커’(트랙 얼음 관리자) 11명과 평창올림픽조직위 인원 24명은 트랙 아래쪽으로 냉매(암모니아)가 돌게끔 만든 뒤 물을 흘려보내 3~8㎝의 얼음을 만들어 그것을 각종 도구를 이용해 경기에 적합하도록 깎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직 경기장이 완공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트랙을 얼린 이유는 3월 초에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과 국제루지연맹(FIL)으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60여명의 선수들이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 모여 테스트 주행을 해 보며 트랙의 안전성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이 행사에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물론 ‘스켈레톤계의 우사인 볼트’로 불리는 세계 1인자 마르틴스 두쿠르스(32·라트비아)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희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현장소장은 “공사가 다 완성된 다음에 고치는 시행착오를 막기 위해 미리 얼음을 얼려 선수들이 트랙을 타 보며 제대로 설계됐고 안전한지에 대해 검토하는 행사”라며 “이 절차를 통해 개선할 점을 찾아 시공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스메이커 이기로(41)씨는 “코스 얼음을 깎는 각도에 따라 선수들의 기록이 달라진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현재 새벽 작업까지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3월 초 테스트 주행 행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코스 적응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썰매종목은 경기장마다 코스가 달라 경기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개최국 선수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KBSF) 관계자는 “월드컵 대회 출전을 위해 유럽에 머물렀던 대표팀 선수들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 곧바로 평창으로 이동한다”며 “이후 겨울 동안 수백·수천 번 반복해 트랙을 타며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겨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창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스스로 한계 만들면 진다 야구도 인생도 그렇다”

    “스스로 한계 만들면 진다 야구도 인생도 그렇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 최고 인기 유행어는 단연 ‘마리한화’였다. 최근 6년간 다섯 차례나 꼴찌를 기록했던 ‘동네북’ 한화가 2014년 11월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74)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지더라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상대를 괴롭히는 ‘쉽지 않은 팀’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매 경기 숨 막히는 총력전을 펼친 한화는 지난해 전반기에만 27번의 역전 드라마를 썼다. 눈을 뗄 수 없는 한화 경기에 팬들은 마리화나처럼 중독성이 강하다는 뜻의 ‘마리한화’라는 별명을 붙였고, 한화는 전년 대비 38.3%나 증가한 65만 7385명의 관중을 불러모으며 2015년 최고의 인기 구단으로 떠올랐다. 한화 열풍의 중심에는 김 감독이 있었다. 승리가 간절했던 한화 팬들은 인터넷 청원, 본사 앞 1인 시위까지 벌이며 적극적으로 김 감독을 원했다. 그의 한화행이 결정된 이후 야구팬들의 관심은 줄곧 ‘김 감독이 만들어낸 SK 신화를 한화에서도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쏠렸다. ‘김성근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안팎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는 등 달라진 전력을 과시했다. 올 시즌 한화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핵심 선수들을 영입하며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성근의 한화는 한국 프로야구의 또 다른 신화로 남을 수 있을까. 스프링캠프 막바지 치열한 담금질을 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을 지난 26일 일본 오키나와현 아야세 고친다 구장에서 만났다. ●‘마리한화’ 이끌어 낸 악바리 야구 대장 따뜻한 오키나와에 때아닌 한파가 찾아왔다. 비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아침저녁 날씨는 마치 한국의 겨울 같았다. 김 감독도 감기를 피해 가지 못했다. 말을 하기 힘들 정도로 목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평소처럼 고친다 구장에 가장 먼저 나와 제일 늦게 숙소로 들어갔다. “아까 지역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 지금 이 상태로는 한화 우승 못한다고 했습니다. (기사가 나가면) 대전에서 난리가 날 거예요. 하지만 현실입니다. 더 뜨거운 경쟁이 필요해요.” 올해 한국 나이로 일흔다섯 살, 일반 회사원이라면 은퇴 시기가 훨씬 지났지만 김 감독의 열정은 여전했다. 2007년 중위권 팀이었던 SK를 맡아 팀을 네 번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고, 세 차례 우승컵을 안겨주며 ‘우승 청부사’로 불렸던 그다. 비주류 출신에 매번 구단(현실)과 부딪치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는 김 감독의 모습에는 야구계뿐만이 아니라 진정한 리더에 목마른 한국 사회가 뜨겁게 반응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감독 자리에 있는 그가 무엇 때문에 계속 도전을 하는지 궁금했다. “물러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요? 저는 나이를 의식해본 적이 없습니다. 나이를 잊어버려야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면 점잖게 있으라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나이 속에서 헤매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가 야구를 계속 하는 이유도 “불러주는 곳이 있어서”다. 그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필요한 곳이 있다는 것”이라며 “70대이지만 20대, 30대 젊은 친구들과 경쟁한다고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의 ‘경쟁자’인 2030세대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어른’ 중 한 명이다. 강연을 하면 50~60대 기업 임원진부터 20대 대학생까지 그의 철학을 듣기 위해 몰려온다. 포기를 모르는 ‘김성근 야구’에서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야구도 인생도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스스로 한계를 만들면 져요.” 개인의 의지보다는 오히려 사회가 개인에게 한계를 지어주는 시대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그렇기 때문에 더 포기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힘든 세상이죠. 그런데 실패했다고 포기해버리면 구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내 앞가림은 나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혹여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상대는 나를 절대 쉽게 보지 못해요. 그런 과정이 가치가 있는 것인데 이상하게 한국 사회는 그 과정을 보지 않아요. 요즘 젊은이들이 쉽게 좌절을 하는 것도 결과만 중요시하는 사회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신에게 찾아오는 위기가 시행착오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때 그는 “우승 못하는 감독”으로 불렸다. 1996년 쌍방울 감독으로 부임해 최약체였던 팀을 정규리그 2위까지 끌어올리는 기적을 연출했지만 감독 커리어에 우승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하위권 팀을 중상위권으로 올려놓는 것은 잘하지만 큰 경기는 약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가 ‘야신’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공교롭게도 SK 감독 시절 첫 우승을 하고 난 뒤였다. 그의 나이 66살이었다. ●“‘무에서 유 창조한 감독’ 기억되고 싶어” “마라톤 경기를 한다고 칩시다. 늘 2,3등 했던 선수가 1등 하는 것과 100등 했던 선수가 3등 하는 것 중 무엇이 더 가치가 있을까요? 물론 승부의 세계에서 1등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떤 1등’인지, ‘어떤 3등’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는 “사람이 걸어온 길을 평가하지 않는 사회일수록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젊은 사람들이 쉽게 물러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고 강조했다. 야구 인생 60년을 향해 가는 그에게 야구란 어떤 존재일까. “야구는 제게 물입니다. 물은 평소에 잔잔하다가도 어느 순간 사람을 집어삼킬 만큼 무서운 존재죠. 동시에 물이 없으면 모든 생물이 살아갈 수 없지 않습니까.” 그는 “평생 야구를 했지만 아직도 야구를 잘 모르겠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까지 은퇴 이후를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오래 살아야죠. 저를 불러줄 때까지 야구를 할 겁니다. 안 불러줄지도 모르겠지만(웃음)…” 그는 “우승 잘하는 감독도 좋지만 먼 훗날 사람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야구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3년 정도는 한화를 맡으면서 (예전)SK 같은 팀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며 다시 필드로 나갔다. 글 사진 오키나와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활동 시간의 절반도 못 자면 ‘잠빚’ 생겨요

    활동 시간의 절반도 못 자면 ‘잠빚’ 생겨요

    깨어 있는 2시간당 1시간씩 수면해야 적정… 적정시간 못 채우면 ‘잠의 양’ 점차 불어나 못 잘 땐 기억력·집중력 저하… 환각까지 “신은 현세에 있어서 여러 가지 근심의 보상으로 우리들에게 희망과 수면을 주었다.”(볼테르, 1694~1778)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환절기가 되면 신체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춘곤증에 빠지기 쉽다. 춘곤증은 환경에 대한 적응 과정이기 때문에 대개 1~2주 지나면 사라지지만,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400만명 불면증… 80%는 1년 이상 지속 가뜩이나 온몸이 나른한데 일상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더해지고, 밤을 대낮처럼 비추는 빛 공해까지 추가되면 현대인들의 불면증과 수면 부족은 한층 심해지기 마련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불면증 환자는 400만명에 이르며, 이 중 80% 이상은 그 증세가 1년 이상 지속돼 치료가 시급하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일생의 3분의1 정도의 시간을 잠자면서 보낸다. 잠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며 삶의 활력소를 제공해 준다. 또 고갈된 신경전달물질을 다시 보충해 활발한 뇌 활동을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잔 다음날은 상쾌하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반면 그러지 못한 경우는 신경이 곤두서고 매사에 의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최근 뇌과학의 발달로 잠이 우리 몸과 뇌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비밀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는 ▲잠을 자다가 여러 번 깨는 경우 ▲아침에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눈이 뜨이는 경우 ▲일상생활에서 원하지 않을 때 잠에 빠져드는 경우 등을 ‘불면증’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적정 수면시간보다 실제 수면시간이 부족할 경우를 ‘수면부족’, ‘수면장애’ 상태로 보고 있다. ●수면 부족 시 스트레스 호르몬 2배 높아져 그렇다면 사람은 얼마나 잠을 안 자고 버틸 수 있을까. 1964년 당시 17세의 고등학생이었던 랜디 가드너가 미국 샌디에이고 과학경시대회에 입상하기 위해 잠 안 자기에 도전해 세운 11일 24분(264시간 24분)이 지금까지 최장 기록이다. 도전을 지켜봤던 수면 전문가 윌리엄 디멘트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의 기록에 따르면 가드너는 이틀째부터는 졸음과 피로감 때문에 물체가 흐리게 보이고, 사물의 입체감을 느끼지 못했으며, 사흘째부터는 우울감과 좌절감이 극심해지는 한편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되고 마지막 며칠 동안은 환각과 환청을 듣게 됐다고 한다. 도전이 끝난 뒤 가드너는 14시간 40분을 잤고, 이후 며칠 동안 10시간 30분 이상 잠을 잤다고 한다. 신경과학자들과 내분비 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잠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양이 보통 사람들보다 2배 이상 높다. 코르티솔의 양이 증가하면 심혈관 압력이 높아져 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 잠을 충분히 못 잘 경우 포도당 내성이 증가해 당뇨와 비만이 발생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음식을 섭취하면 체내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돼 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데 포도당 내성이 생길 경우 음식을 먹었을 때 인슐린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 혈당이 높아지게 되고,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당뇨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면의 질이 삶의 질에 영향 미쳐 이런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수면 부족은 감정 조절을 어렵게 만들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등 정신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도 있다. 두려움이나 공포는 위험한 상황이 갑자기 닥쳤을 때 적절히 반응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잠이 부족할 경우 뇌에서 두려움을 처리하는 회로가 오작동을 일으켜 위험한 상황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적절한 대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1986년 구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나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 모두 작업자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판단 착오에 상당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일부 수면학자들 중에서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자주 화를 내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은 하루 3~4시간만 자는 등 잠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사람은 깨어 있는 2시간당 약 1시간 정도의 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율에서 벗어나 잠을 충분히 못 잘 경우, 신체는 다음날 반드시 부족한 잠을 채우려는 속성을 보인다. 학자들은 이를 ‘잠빚’이라고 부르는데 적정 수면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빚처럼 쌓여서 잠의 양을 증가시킨다. 예를 들어 2시간짜리 잠빚은 이자까지 붙어 2시간 이상을 자야 풀리게 된다는 것이다. 수면 과학자들은 “잠에 대한 비밀이 아직 완벽하게 풀린 상태는 아니지만, 수면의 질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확실한 만큼 적절한 시간 동안 질 좋은 잠을 자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설] 남의 일 아닌 일본의 첫 인구 감소

    일본 인구가 지난해 사상 처음 줄었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는 5년 전보다 0.7%인 94만 7000여명이나 감소했다. 5년 단위로 인구조사를 해 온 1920년 이래 감소 기록은 처음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위기론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실제 감소세가 수치로 확인되면서 일본 정부는 당혹스런 모양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단계별로 따라가고 있는 처지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하다. 최근 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증가 수치는 16만 3000명에 그쳤다. 자연증가는 신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수치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다. 1980년대 60만명대, 2000년대 20만명대에서 다시 16만명대로 수직감소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2028년에는 우리나라도 사망자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자연감소 사회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치다. ‘늙어 가는 사회’의 경보음이 진작에 울렸지만 내실 있는 대책 없이 시간만 보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우리 정부의 노력과 대응은 여전히 미진하다. 2006년 이후 10년 가까이 저출산 정부 대책으로 150조원을 쏟아부었으나 출산율은 0.13명밖에 오르지 않았다. 취업, 결혼, 보육이 산 넘어 산이니 출산 기피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답변의 증가세가 청소년층에서까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정책이 오히려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내지는 않는지 백번 살펴야 한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면 과감한 궤도 수정이 절실하다.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유연한 이민정책에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는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한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노동력 부족이 눈앞의 현실인데도 정책이나 국민 인식은 지나치게 한가한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조사했더니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이주를 좋지 않게 여긴다고 한다. 인구 재앙을 앉아서 당하지 않으려면 정책과 인식의 대전환은 필수 요건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없다.
  • [김일수 樂山樂水] 우울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김일수 樂山樂水] 우울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어느새 봄이 왔다. 눈 속을 뚫고 돋아난 노란 복수초, 꽃샘바람 속에서도 꽃망울을 익혀 가는 매화, 실개천의 버들강아지가 새봄의 전령사들이다. 며칠 전까지 우울한 졸업식 광경을 담았던 언론 매체들이 입학식 풍경을 전한다. 희망이 있어야 할 그곳에 찌푸린 미래 전망 때문에 생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점점 증가하는 청년 실업률과 좁아진 취업의 문으로 인해 졸업이 두려워지기까지 하는 무거운 분위기를 이 땅의 젊은이들은 한껏 기뻐해야 할 그 자리에서도 벌써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다. 단순히 출산율 저하로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던 지식의 경제는 고비용의 대학이 아니더라도 범람하는 각종 정보의 바다에서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임을 알려 준 지 오래다. 앞으로 팽창 일로에 있는 대학의 빈자리는 한류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진 외국의 젊은이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 현실을 어느 누구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를 풀어 가는 현명한 방도가 아닐 것이다. 짧은 우리나라 대학 역사에서 교육의 백년대계를 미리 내다보고 정책을 세운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도 가볍게, 함부로 뜯어고치는 교육제도 탓에 고통은 증가했고 시행착오는 누적됐다. 한때 대학인들 사이에선 교육부가 없어져야 대학이 산다는 자조 섞인 말이 회자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금은 이 땅의 젊은이들의 미래와 꿈마저도 앗아갈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필자가 대학을 다녔던 지난 세기 1960년대 후반은 지금보다 더 어둡고 무거웠다. 지식이 쌓여 갈수록 우리의 현실은 딴판이었다. 법은 있었지만 법의 정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이기도 했다. 헌법에 있는 그런 법치국가나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인간다운 삶의 기본적인 조건도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도 취업은 어려웠다. 고등고시는 바늘구멍 같았다. 힘을 내라고 말해 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개인의 목숨을 건 노력으로 운명을 헤치고 나가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어느 시대나 삶의 조건엔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성인은 그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먼저 배운 자로서 연약한 이웃의 짐을 나누어 지고 가기 위해 자기 자리를 찾아, 자기 몫을 다하도록 부름받았다는 소명 의식을 마음에 새겨 둔다. 설령 타인이 자신의 역할을 일시 망각한 채 자기 위치를 벗어났을 때라도 지성인은 자기 자신의 역할을 이행함으로써 그의 위치를 바로잡아 주고 그가 다시 그 자신의 역할로 돌아가게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소명 의식을 품은 젊은이라면 미래의 불투명한 전망 때문에 미리 두려워하거나 낙심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미래를 꿈꾸며 한 번 주어진 대학 생활에서 젊음을 의미 있게 가꾸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 20세기 100년간 인류 문명의 진보는 인류가 이 지구상에서 1만년간 성취했던 것보다 더 뛰어난 것이라고 한다. 물론 비관적인 평가도 있다. 인류가 상상도 못 했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세계대전, 대기오존층의 파괴, 생태계 위기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결혼과 가정의 붕괴, 신 없는 세계에서 신 노릇하려는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 문명 간 극단적인 충돌 위험 따위는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이다. 인류 위기의 시계가 마지막 12시까지 채 3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도 있다. 하지만 인류는 현재 우리의 의식을 무겁게 짓누르는 각종 사회적, 경제적, 생태계적 문제들을 완화하거나 최종적으로 해결할 지식과 명철을 갖고 있다는 낙관론도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입증할 만한 논거를 가지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생태학자들이 염려하는바 위협이 되는 인간이 오히려 희망을 약속하는 인간의 자리에 서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물론 인류의 희망이 되는 인간이란 다름 아니라 시대의 아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위기에 처한 지구촌의 문제, 국가의 문제,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풀어 가기 위해 창조적인 노력과 열정을 쏟는 그런 지성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 [사설] 초강력 제재로 北 미망에서 깨어나게 해야

    북한을 사실상 ‘봉쇄’하는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마련함에 따라 김정은 체제에 큰 충격이 가해지게 됐다. 회원국 회람을 거쳐 이르면 오늘, 늦어도 다음주 초쯤이면 안보리 전체회의를 통과해 제재가 개시될 것이다. 제재안은 북한의 모든 수출입 화물 검색을 의무화했고, 북한과의 석탄 및 철광석, 금, 티타늄, 희토류 거래를 금지했다. 북한에 대한 항공유와 로켓 연료 공급을 끊는 한편 소형 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포함한 북한의 모든 무기 거래 또한 막기로 했다. 불법 물품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선박의 회원국 입항도 금지된다. 이번 제재안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북한을 상대로 핵 포기와 체제 붕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력하다. 화물 검색 의무화 등 기존에 없던 메가톤급 조치들이 대거 망라돼 있다. 철저하게 실행된다면 김정은 정권의 대외무역은 사실상 차단되고, 최대 수출품인 광물과 무기 거래가 막혀 외화 수입 통로 또한 극도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항공기 날개가 꺾이고, 로켓 발사도 어려워진다. 원유 차단과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 등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김정은 정권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은은 핵 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는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수하며 주민들을 독려해 왔다. 지금까지는 느슨한 제재 속에서 국제사회를 속여 가면서 어느 정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제재가 본격화된다면 병진의 미망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전체 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이 크게 제한돼 경제 상황은 급전직하할 수 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24억 8400만 달러로 이 중 무연탄이 10억 5000만 달러, 철광석이 72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전체 수출액의 45% 수준이다. 이 수출 길이 막히면 북한 경제는 4% 이상 뒷걸음질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제재의 효과는 단합과 지속에 좌우된다. 국제사회의 제재망에 구멍이 뚫린다면 제재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역할이 막중하다. 중국이 북한과의 최대 교역항인 단둥항에 북한 선박이 입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일단 선제 제재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번만큼은 시늉만 냈던 과거와 달리 일관되고 강력한 대북 제재 의지를 고수해 주길 바란다. 중국이 진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핵 개발 능력에 타격을 가할 이번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만 한다. 또다시 ‘순망치한’의 시대착오적 국익 논리로 일을 그르쳐선 안 된다. 지금까지는 ‘제재-대화-도발’의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어느 순간 제재보다는 대화와 협상에 방점이 찍히고, 북한은 그 같은 상황을 악용해 또다시 도발하면서 핵 능력을 키워 왔다. 이젠 그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제재 전부터 평화협정이니, 6자회담이니 하면서 김정은 정권에 오판의 기회를 제공해선 안 된다. 제재 강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북한으로 하여금 “잠시만 참으면 된다”고 판단하게 한다면 ‘종이호랑이’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핵 포기 때까지 제재에 집중해야 한다.
  • 발기부전 수술 시 고려할 사항은?

    발기부전 수술 시 고려할 사항은?

    국내 남성들의 대표적인 성고민 중 하나인 발기부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한비뇨기학회에 따르면, 국내 발기부전 환자는 약 2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기부전은 약물이나 주사치료로는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볼 수 없는 환자의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세움비뇨기과 박성훈 원장의 설명이다. 이에 환자들이 발기부전을 치료를 위해 발기부전 음경임플란트(팽창형 보형물) 수술을 선택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발기부전 환자들이 발기부전 수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형물을 통한 발기부전 수술은 1930년대에 시작됐다. 발기부전 환자의 음경 강직도를 복원하기 위해 갈비뼈 연골을 음경에 삽입한 것이 시초다. 이후 몇 번의 시행착오를 1972년 미국의 스몰&캐리온 박사가 세계 최초의 팽창형 보형물을 이용한 팽창형 음경 임플란트를 개발했다. 팽창형 음경임플란트는 비뇨기과 수술 중에서도 매우 까다로운 수술에 속해 있어, 해당 수술의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에도 권위자는 몇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수술일수록 숙련도가 중요한 만큼, 만족스러운 수술 효과를 위해서는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술을 집도한 경험이 있는 비뇨기과 전문의를 선택해야 한다. 특히 첫 수술 시 성공률이 가장 높고 합병증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일단 발기부전이 의심된다면 권위 있는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세계에서 5번째, 아시아 최초의 발기부전 음경임플란트 수술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로 지정 받은 세움비뇨기과 박성훈 원장은 “어떤 수술이든 그 질환에 대해 많은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가진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최상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해 한 20 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200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치료 결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수술 결정에 있어 여러 가지 고민이 되겠지만 치료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기부전 수술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식시장 굴곡의 60년] 새달 3일 ‘환갑’ 맞는 주식시장

    [주식시장 굴곡의 60년] 새달 3일 ‘환갑’ 맞는 주식시장

    세계 14위 ‘폭발적 성장’…코스피·코스닥 다시 날자 주식은 자본주의가 낳은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듯이 자본주의에서는 주식을 거래하며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다음달 3일이 되면 자본주의 태동과 함께 출범한 국내 주식시장이 어느덧 환갑을 맞는다. 1956년 12개의 상장사로 출발한 국내 증시는 18일 현재 코스피(770개)와 코스닥(1157개), 코스넥(110개)을 합쳐 2037개의 기업을 거느린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1397조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1720조원)의 80%를 웃돈다. 국내 증시는 지난 6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극복하며 세계 14위 규모로 발돋움했다. 1956년 3월 3일 대한증권거래소가 서울 명동 사옥에서 개소식을 열고 거래를 시작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상장사는 조흥·저축·한국상업·흥업 등 은행 4개, 대한해운공사·대한조선공사·경성전기·남선전기·조선운수·경성방직 등 일반기업 6개, 정책적으로 상장한 증권거래소와 한국연합증권금융 등 12개에 불과했다. ●시가총액 1397조… 작년 GDP의 80% 웃돌아 당시 상호를 그대로 유지하며 현재까지 상장을 유지한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증권거래소와 증권금융은 1974년 상장 폐지됐고, 은행 4곳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라졌다. 1호 상장사의 영예를 안은 조흥은행은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가 되면서 2004년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다만 1970년 경방으로 이름을 바꾼 경성방직, 한진그룹에 인수된 해운공사와 조선공사가 각각 한진해운과 한진중공업이라는 상호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걸음마 수준이던 주식시장은 군사정권의 등장과 함께 발전했다. 경제개발계획을 세운 정부는 투자 분위기 조성을 위해 1962년 증권거래법을 제정했고, 1961년 4억원에 불과한 주식거래 대금은 이듬해 983억원으로 무려 233배나 폭증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급격한 팽창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았다. 투기 세력이 증권거래법 제정과 함께 주식회사로 전환된 증권거래소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주가가 6개월 만에 100배나 치솟았다. 당시에는 주식 거래 시 2개월간은 매수 대금을 내지 않고 이자만 물면 거래소가 대신 결제하는 제도가 있었다. 투기 세력은 이를 이용해 엄청난 물량의 거래소 주식을 이자만 내며 거래했고, 1962년 5월 31일 거래소가 지급 불능에 빠지고 말았다. 이른바 ‘증권파동’이다. 휴장에 들어간 거래소는 정부 지원으로 닷새 만에 문을 열었으나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후유증을 남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월 10일부터 단행된 통화개혁으로 시장 혼란이 가중되면서 다시 33일간 휴장에 들어갔다. 증권파동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정치자금 확보를 위해 투기 세력을 조종했다는 폭로가 나오며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4대 의혹 사건’ 중 하나로 남았다. 상처를 털고 일어난 주식시장은 1968년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 등으로 추진력을 얻으며 비약했다. 1972년에는 ‘8·3 경제긴급조치’에 따른 기업 재무구조 개선과 은행금리 인하로 주가지수가 127%나 뛰었다. 그러나 1973년 발생한 석유파동으로 또 한번 수난을 겪는다. 배럴당 3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가 11달러로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에도 물가가 오르는 현상)에 빠졌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해 11월 28일 183개 상장 종목 중 절반이 넘는 93개가 하한가를 쳤고, 주가가 연고점 대비 20%나 빠졌다. 건설업 호황과 함께 활기를 되찾았던 증시는 1979년 2차 석유파동과 10·26사태 등 정치적 혼란이 겹치며 전년 고점 대비 29.6% 하락하는 등 또 한번 시름을 겪었다. 주식시장 초창기에는 상장 종목이 많지 않아 종합적인 주가 움직임을 파악할 필요가 없었다. 시장이 팽창한 1964년 미국 다우존스 방식과 유사한 ‘수정주가평균지수’라는 일종의 종합지수가 개발됐다. 당시 상장된 15개 종목 중 12개를 골라 100을 기준으로 지수를 산정했다. 수정주가평균지수는 개별종목 주가를 수식에 따라 산출한 것으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지금의 코스피와 다르다. 1972년과 1979년에는 지수 산출에 사용되는 상장 종목을 대폭 늘린 한국종합주가지수(KCSPI)와 KCSPI Ⅱ가 차례로 개발됐다. 하지만 주가평균식인 이들 지수는 고도성장기에 접어든 주식시장에 적합하지 않았다. 주가가 높거나 변동성이 큰 일부 소형주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았고, 특정 종목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1983년 1월 4일 코스피가 출범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 산정 방식은 간단하다. 전 종목의 시총을 기준일인 1980년 1월 4일 시총으로 나눠 100을 곱하면 된다. 뉴욕증권거래소는 1966년부터 시가총액식 지수를 산출했고, 일본도 1969년 도입했다. 1983년 1월 4일 122.52포인트로 출발한 코스피는 1989년 3월 31일 1003.31을 기록해 사상 첫 ‘네 자릿수 시대’를 열었다. 1987년 8월 19일(500.73) 500을 찍은 지 1년 7개월 만에 2배로 뛰었다. 당시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밀레니엄 시대에는 여유 있게 2000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 코스피가 2000을 찍은 건 예상보다 7년이나 늦은 2007년 7월 25일(2004.22)이다. 100에서 1000을 가는 데는 9년 3개월이 걸렸으나 1000에서 2000으로 오르는 건 18년 4개월이 소요됐다. 1990년대 후반 불어닥친 외환위기가 주식시장을 10년 이상 후퇴시켰다. 코스피는 1998년 6월 16일 280까지 추락했는데, 이는 1987년 1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국가 경제와 직결” 외환위기를 극복한 2000년대 중반 주식시장은 다시 낙관론에 휩싸였다. 늦어도 2009년에는 3000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밋빛 전망을 산산조각 냈다.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한 코스피는 이해 10월 24일 938.75까지 떨어져 1000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수년간 박스권 안을 헤매는 코스피는 단기간 2000선 재탈환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앞서 수많은 위기를 극복했듯이 언젠가는 다시 날개를 펼 것이라는 게 환갑에 접어든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모두의 기대다. 임순영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경제와 주식의 밀접한 관계를 산책 나온 주인과 애완견에 비유했다”며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곧 국가 경제의 성장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당신이 오카야마에 간다면

    당신이 오카야마에 간다면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다 기차 때문이다. 일본 기차 여행이 편리한 건 여행 좀 해본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라지만,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200km 넘게 떨어진 오카야마가 이렇게 쉽게 연결될 줄은 몰랐다. 꼭 가야 할 곳이라며 기나긴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아도 좋은 동네. 느긋한 오카야마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This stop is Okayama첫 번째 역오카야마岡山 청명함, 단출함 그리고 느긋함 오카야마는 오사카와 히로시마 사이 세토내해와 접해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 간사이 지방, 서쪽으로 히로시마와 규슈, 남쪽으로 시코쿠를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이곳은 예로부터 교통과 물류의 요지였다. 게다가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해 땅과 바다에서 거둬들인 수확도 풍부했다. 스스로를 청명한 고장이라 칭하는 이곳은 이름처럼 자연과 더불어 느리고 풍요롭게 발전해 온 지방이다. 그러한 오카야마로 최근 외국 여행자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어디로 발길을 돌려도 좋은 그 느긋함을 찾아서다. 오카야마시는 오카야마현의 최대 도시지만 도심 풍경은 단출하다. 서쪽 오카야마 기차역에서 동쪽으로 30여분 거리 안에 오카야마의 자부심인 오카야마성과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고라쿠엔을 비롯해 다수의 미술관과 심포니홀 등 문화 공간이 흩어져 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오카야마성. 영주 우키타 히데이에에 의해 1597년에 완성된 오카야마성은 아사히강을 해자처럼 두르고 솟아 있다. 본래 흐르던 강의 줄기를 바꿔 지금처럼 성을 휘돌아 나가게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영주의 권위와 힘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키다 나오이에부터 이케다 아키마사까지 총 14명의 영주가 280년에 걸쳐 성의 주인으로서 이 지역을 관할했다. 성에서 가장 높은 6층 천수각에 올라 보면 그들이 조망하려 했던 풍광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 가능하다. 내부에는 이케다 가문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의 성 중 드물게 검은색을 띄고 있어 우조, 까마귀 성이라는 별명도 얻은 이곳은 1945년 세계대전 중 소실되었고, 1966년 복원해 현재 오카야마시가 관할하고 있다. 오카야마성에서 쯔루미 다리를 건너면 고라쿠엔으로 이어진다. 이바라키현의 가이라쿠엔, 이시카와현의 겐로쿠엔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음식과 관련한 레드 가이드 외에 여행 정보를 평가하는 그린 가이드도 펴내는데, 레드와 동일하게 그린 역시 별 3개를 최고점으로 친다. 고라쿠엔은 이 그린 가이드에서 당당하게 별 3개를 받은 곳이다. 과거 영주가 찾으면 기거하는 곳이었다던 엔요테이 안쪽의 가쿠메이칸. 다다미로 칸칸이 이어진 내부의 나무문을 열어젖히니 고라쿠엔의 풍광이 바람처럼 왈칵 밀려들어온다. 나무와 물과 바람과 하늘, 자연의 조화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다. 감탄하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두루미 한 마리가 우아하게 날아간다. 고라쿠엔의 홍보담당자 미카 사카모토씨에 의하면 고라쿠엔에는 현재 8마리의 두루미가 있는데, 이들은 매일 산책길을 걷는 등 일정한 훈련을 받고 있단다. 4마리는 아직 초보이고 훈련이 잘 된 4마리가 시간에 맞춰 공원을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다닌다는 것. 3대 정원의 명성은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약 14만2,000m2의 이 드넓은 정원은 봄의 벚꽃과 매화부터 여름의 꽃창포와 차나무,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경까지 계절을 눈으로 맛볼 수 있다. 어디를 걸어도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드는 고라쿠엔에서 가장 좋은 뷰포인트를 꼽자면 단연 니시키가오카 언덕이다. 6m 가량 올라온 인공 언덕인데 시선을 가리는 건물이 하나도 없으니 내려다보는 전망이 고층 전망대 못지않다. ▶inside Okayama 모모타로의 전설일본 전역에서 통용되는 동화 같은 설화 모모타로 이야기가 이곳 오카야마에선 특히 자주 등장한다. 모모타로가 구술 전술된 이야기기에 이곳과 관련 있다는 역사적 증거는 없으나 오카야마가 복숭아의 고장이란 점, 유난히 물이 맑고 청명한 지역이라는 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카야마의 상징이 되었다. 오카야마 서쪽 외곽에는 모모타로 전설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일본의 고대 왕족을 모신다는 기비츠신사도 있다. 도시 곳곳에서 모모타로의 동상과 그림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맨홀 위의 모모타로가 앙증맞다. 명물 전차 오카덴 오카야마시에선 이곳의 명물 노면전차 오카덴을 타 보자. 오카야마성과 고라쿠엔에 가려면 오카야마 기차역에서 출발해 시로시타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 약 5분 남짓 소요된다. 요즘 일본에서 전차의 부활이 유행인데, 오카야마는 비록 운행 구간이 축소되긴 했지만 한 번도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100년을 이어 왔다. 전차의 부활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회학자들은 주민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것에서 찾는다. 장년층이 속도 위주의 지하철보다 전차를 훨씬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쇼핑은 이온몰 일본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대형 쇼핑몰 이온몰. 2014년 오카야마시에 개관했는데 기차역에서 도보 3분이라는 초중심지에 들어선 것이 특징이다. 지하 2층에서 7층까지 도심 속 쇼핑몰로는 꽤 큰 규모인데 패션부터 리빙, 갤러리, 다이닝까지 입점 점포도 훌륭하다. 특히 1층에 질 좋은 슈퍼마켓을 전면 배치했는데 시민은 물론이고 여행자가 이용하기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This stop is Kurashiki두 번째 역 구라시키倉敷 곳간에서 꺼낸 우아한 미관지구 오카야마시를 벗어나 오카야마현으로 여행 구간을 넓히면 입소문 1순위는 단연 구라시키다. 오카야마에서 기차로 20분이면 닿는 이곳 구라시키에는 에도시대의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된 전통마을이 있다. 구라시키는 에도시대 초반부터 물류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구라시키강을 따라 쌀과 면화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들어섰고, 물길을 따라 배들이 물건을 실어 날랐다. 구라시키라는 도시의 이름 자체가 광, 곳간을 뜻하는 ‘구라’에서 왔을 정도. 이런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바로 구라시키 미관지구美觀地區다. 역사보존지구이자 관광지인 셈인데 다른 지역과 달리 상점가 이층에 일반 시민들이 살아간다. 과거와 현재, 관광과 일상이 그윽하게 맞물려 있는 모범적인 예라 하겠다. 구라시키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여, 미관지구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을 건너 뛴 듯 에도시대의 전통가옥과 거리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된 쌀 창고를 개조한 공간에 아름다운 일상용품을 전시한 구라시키 민예관, 수백년이 넘은 상인의 집을 개조한 료칸, 옛 방적공장을 개보수한 아이비스퀘어 등은 이 미관지구를 떠받치는 장소들이다. 미관지구를 풍요롭게 하는 상징적인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오하라 미술관이다. 1930년 일본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설립된 오하라 미술관은 무려 3,5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작가 목록이 모네, 로댕, 엘 그레코, 샤갈, 고갱, 모딜리아니, 르누아르, 세간티니, 피카소 등 놀랍도록 화려하다. 오하라 미술관은 구라시키에서 방적공장을 일군 오하라 마구사부로와 그가 후원했던 화가 고지마 도라지로의 합작품이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문화 후원에 관심이 높았던 오하라 마구사부로에게 화가 고지마 도라지로는 서양의 대작을 소장할 것을 권유한다. 1920년대 고지마 도라지로는 직접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 세심하게 작품을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모네와 마티스에게서 직접 작품을 구입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구라시키의 자랑이 된 오하라 미술관은 그렇게 태어났다. 안타깝게도 고지마는 미술관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그의 뛰어난 감식안과 선견지명은 지금껏 수많은 주민과 여행자들의 예술적 허기를 채워 주고 있다. 오하라 미술관에서 대각선으로 강을 건너 내려가면 아이비스퀘어에 닿는다. 붉은 벽돌로 쌓은 외벽을 담쟁이덩굴이 싸고도는 모양이 이름 그대로다. 이곳은 옛날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하여 호텔과 레스토랑,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1974년 완성되었는데 건물의 기본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시설을 바꾸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가미해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로 현지 주민들의 결혼식 야외 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161개의 객실을 보유한 아이비스퀘어호텔 역시 과거의 기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당시 골조를 살리며 공사하느라 몹시 애를 먹었지만 그 덕분에 특유의 분위기를 이어 올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니까 이곳 구라시키는 과거 곳간 창고가 넘쳐나는 물류지대에서 한동안 방직공장이 즐비한 도시였다가 그 역사를 잘 보존해 오늘날 여행자를 품는 곳으로 변모된 셈이다. ▶inside Kurashiki 아기자기한 미관지구 구라시키 미관지구를 생동감 있게 하는 것은 단연 아기자기한 가게들이다. 천편일률적인 토산품 가게가 아니라 제 개성을 뽐내는 곳들이 많다. 공업용 테이프를 생산하던 회사가 이제는 디자인 중심의 마스킹 테이프를 생산하는데 이를 활용한 체험도 가능하다. 이 밖에 과거 구라시키의 직물 생산의 전통을 재현한 가게, 다양한 디자인의 향초 공방 등이 오밀조밀 이어진다. 구라시키강의 유람선3월부터 11월까지는 구라시키강을 오가는 유람을 즐길 수도 있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버드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는 미관지구의 풍광은 또 다른 맛이다. 풍요로운 반달, 무라스즈메 구라시키 미관지구에서 자주 눈에 띄는 간식은 반달 모양의 ‘무라스즈메’다. 과거 풍요로운 곳간을 상징하듯 곡물을 활용한 전통 간식이다. 구수하면서도 달콤해 자꾸 집어 먹게 된다. 반죽을 달궈진 팬 위에 얇게 펴 부치고 그 위에 팥소를 넣어 만두처럼 덮어 내는데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3개 만들기 체험 500엔. 오카야마 대표 음식들 오카야마현의 대표 음식을 나열하자면 마마카리, 문어, 기비 당고(수수경단) 등이다. 물론 대표 과일인 하얀 복숭아와 피오네 포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중 청어과 생선 밴댕이에 해당하는 마마카리는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데, 초밥으로도 전채로도 인기다. 또 가쓰오부시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타코 샤브샤브, 문어밥으로 먹는 타코메시도 대표 메뉴다. ●This stop is Kojima세 번째 역 고지마幸島 청바지를 입은 도시 인구 7만2,000여 명의 작은 도시가 청바지로 인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계단부터 개찰구까지 청바지가 수놓아져 있고, 기차 역사 밖으로 청바지가 나부끼며, 청바지 래핑을 두른 버스와 택시가 거리를 누비는 이곳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에 있는 작은 마을 고지마다. 고지마는 일찍부터 방직·섬유산업이 발달해 한때 일본 학생복의 90% 이상을 생산했던 곳이다. 이곳에 청바지가 보편화된 건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 전파된 서양 문화와 맥을 함께한다. 그러나 고지마 관계자는 이미 그 이전 군정 시기에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들어온 청바지를 고지마의 다수가 공유하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1965년 고지마의 ‘빅존’이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일본산 청바지를 생산했다. 이때만 해도 미국에서 수입한 청바지 원단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몹시 딱딱하고 두꺼워 고지마의 발달된 봉제기술로만 제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73년부터 일본산 원단을 직접 생산하면서 뻣뻣한 청바지 원단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고지마의 장인들은 각종 아이디어를 냈다. 기계에 청바지와 돌을 같이 넣고 돌리는 ‘스톤 워싱’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사쿠라지마의 가벼운 화산석이 그들이 원하는 워싱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청바지의 워싱이나 자연스러운 주름이 절로 완성된 게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인체 곡선에 더 편안하게 맞고 더 아름다운 핏을 내는가를 장인들이 고심한 결과다. 패스트 패션이 등장하면서 고지마의 청바지 브랜드도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고지마는 질 좋은 일본산 청바지라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한 해 입고 마는 나쁘지 않은 청바지가 아니라, 한번 구입하면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은 고급화를 추구한 것. 이는 기성품과 오더 메이드 양쪽 모두에 적용되었는데 방향 전환은 빼어난 한 수였다. 누구의 장롱을 열어도 최소 다섯 장은 들어 있을 만큼 청바지는 흔한 아이템이지만, 고작 몇 밀리미터의 차이로 핏이 미묘하고 불편한 어려운 제품이기도 하다. 고지마에서 주문할 수 있는 ‘오더 메이드 진’은 이런 개개인의 체형과 취향을 십분 이해한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템이다. 베티하우스의 경우 가장 중요한 원단 선별과 패턴 제작부터 시작해, 벨트 레이블, 리벳, 단추, 스티치 등 소소한 부자재도 모두 선택할 수 있다. 원단도 다양해 솜을 누빈 것부터 캐시미어가 함유된 데님도 있다. 평생 패턴을 보관해 주므로 언제든 재주문도 가능하다. 품질 때문에 한 번 입어 본 사람은 다시 찾는데 일본 전역은 물론이고 한국, 중국, 대만뿐 아니라 멀리 유럽에서도 찾아온다는 게 베티 스미스의 이야기다. 인근 체험관에선 자투리 데님 원단을 활용해 핸드폰 고리나 열쇠고리를 만들어 볼 수 있으며, 아이디어 넘치는 소소한 상품 코너도 있다. ▶Travel tip 특급열차를 5일 동안 무제한으로 간사이 와이드 패스 낯선 오카야마현으로의 여행이 수월했던 건 바로 JR에서 의욕적으로 준비한 ‘간사이 와이드 패스’ 덕분이다. 간사이공항에서부터 간사이 지방이 아닌 오카야마현까지 신칸센을 포함해 특급 기차를 5일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차 패스다. 성인 기준 9,000엔(국내에서 구입하면 8,500엔)으로 일본 내국인의 단순 1회 왕복 요금보다 저렴하다. 때문에 바쁜 오사카 여행 전후로 혹은 오카야마를 콕 집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오카야마 공항을 연계하는 직항편도 있지만, 보다 다양한 도시를 보고 싶다면 항공편이 훨씬 다양한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통해 이동하는 방법도 괜찮기 때문. 신오사카 1회 환승을 포함해 간사이공항에서 오카야마역까지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JR은 또 간사이공항 인근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도 연결하므로 하루를 활용해 즐기기도 좋다. USJ는 지난해 해리포터 존 개관으로 월 관람객 신기록을 갱신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승무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서울광장] 쿠바 위기에서 배우자/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쿠바 위기에서 배우자/박홍환 논설위원

    1962년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며칠간 수십억 년 지구사에 운명적 찰나로 기록될 사건이 벌어졌다. 전 세계를 핵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은 쿠바 미사일 위기다. 취임 2년차인 45세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지상군을 남진 배치하고, 함정들을 카리브해로 집결시켰으며, 데프콘2를 발동해 폭격기 조종사들에게 출동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쿠바에 대한 강력하고도 대대적인 봉쇄가 실시됐다. 처음부터 대응책이 확고했던 건 아니다. 정보 입수부터 며칠간 ‘매파’와 ‘비둘기파’ 간 치열한 설전이 이어졌다. 소련이 미국 코밑인 쿠바에 대미 공격용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정보가 케네디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은 그해 10월 16일이다. 케네디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 집행위원회, 이른바 엑스콤을 소집했다. 엿새간의 비밀회의에서 미사일 기지 공습, 쿠바 침공, 해상 봉쇄 등 다양한 대응책이 나왔다. 회의 초기에는 항상 그렇듯 강경파 군 인사들의 목소리가 우세했다. 이들은 즉각적인 공습과 침공을 제안했다. 의회 내 강경 세력도 케네디를 압박했다. 하지만 케네디는 전쟁 발발 때의 치명적 결과를 우려한 온건파들과 뜻을 같이했다. 최종 결심을 굳힌 케네디는 10월 22일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쿠바로 향하는 미사일 관련 물자의 해상 검역을 골자로 한 대응책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케네디의 연설은 솔직, 단호했다. 그는 우선 미국 연안에서 17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섬나라에 핵미사일을 배치한 소련의 ‘파렴치한 도전’과 전쟁 위험을 국민들에게 솔직하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 같은 도전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면서도 소련 지도자였던 흐루쇼프를 상대로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 중단을 호소하는 등 여지를 남겨 뒀다. 즉각 “해상 봉쇄는 전쟁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던 흐루쇼프는 나흘 만에 미사일 배치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윽고 미국이 터키에 배치한 중거리 핵미사일 동반 철수를 전제로 소련은 쿠바에 배치한 미사일을 철수했고, 핵전쟁 위기는 막을 내렸다. 이 같은 쿠바 미사일 위기 해소 과정은 너무도 극적이어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영화 소재로 차용되곤 한다. 북핵·미사일 위기를 껴안고 사는 우리로서는 쿠바 위기를 반추할 때마다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냉전이 해소된 지 30년이나 흘렀는데도 여전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현실이 괴로울 수밖에 없지만 언제까지 자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북의 핵무기는 곧 실천 배치된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의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진 이번 북핵·미사일 위기 국면의 우리 대응은 우려할 만하다. 미국이 쿠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교안보팀의 정확한 분석과 조언, 리더의 솔직한 고백, 초당적이고 범국민적인 지지 등에 기인한다. 우리의 위기 대응은 어떤가. 외교안보팀은 우왕좌왕했고, 정치권은 분별없는 주장을 쏟아냈으며, 국민은 양분됐다. 4차 핵실험 직후 외교안보팀은 중국의 대북 ‘지원사격’을 장담했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공들였던 대중 외교는 결국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교력의 한계가 드러났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흐루쇼프의 유연성을 확신했던 미국과의 차이점이다. 얼마나 다급했던지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의 핵개발 전용’ 증거 논란까지 자초했다. 정치권은 더욱 가관이다. 여당에서는 핵무장론을 넘어 김정은 제거론까지 나왔다. 야당은 시대착오적인 북풍 기획설 전파에 열중했다. 힘을 하나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놓고 국민 여론은 갈라졌다. 결국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4차 핵실험 이후 41일이 지났지만 만시지탄이라고 할 것은 없다. 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직접 북핵·미사일 위기의 실상과 그동안의 대응을 설명하고 초당적인 협력과 국민 단합을 호소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와 북핵·미사일 위기는 길고 먼 시공간적 간극만큼이나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기를 대하는 자세까지 달라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정말 한마음, 한뜻으로 북핵·미사일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 해양플랜트로 수조원 잃었지만 설계 기술력 눈뜬 ‘고액 수업료’

    해양플랜트로 수조원 잃었지만 설계 기술력 눈뜬 ‘고액 수업료’

    국내 조선 3사의 수조원대 손실 배경으로 꼽히는 해양플랜트를 놓고 공과(功過)를 따지는 작업이 한창이다. 생산 능력 이상으로 무리하게 수주한 책임이 크다는 자성론부터 발주처의 잦은 설계 변경과 계약상의 불리한 조항 때문에 손실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 그러나 “설계·엔지니어링 기술을 일부 확보한 것은 큰 수확”이라며 ‘전부 잃은 것만은 아니다’는 의견도 많다. ‘수업료’치고는 출혈이 크지만 전무했던 해양 사업 쪽 기술력을 얻게 된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단희수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14일 “플랜트 제작 능력은 우리(조선 3사)를 따라올 자가 없다”면서 “그동안 상세설계 역량을 키웠기 때문에 곧 수익성 있는 사업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세설계는 도면 작성(생산설계) 전의 최종 설계 단계로 기본설계 오류 수정 및 안전성 점검 등의 과정을 말한다. 국내 조선소는 5년 전만 해도 상세설계를 수행할 능력이 없어 외국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에 외주를 맡겼다. 그러나 이제 드릴십과 같은 시추선,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해양 생산설비(선체 부문)의 상세설계는 자체 해결이 가능하다. 한국기계연구원 곽기호 박사는 “상세설계는 학습과 지식 축적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라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과실”이라고 말했다. 대형 해양플랜트의 경우 국내 3사를 제외하고는 제작을 할 만 곳이 없는 점도 강점으로 지목된다. 공급자(발주처) 위주의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의 위상이 예전보다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발주처는 유리한 지위를 활용해 계약서에 ‘독소 조항’ 등을 넣기도 했다. 예를 들어 설계 변경 등의 사유가 발생해 공사 기간이 지연되더라도 책임을 발주처가 아닌 조선소가 떠안는다는 내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본설계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발주처가 일부 또는 전부 책임을 지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을 조선소가 아닌 발주처가 부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유가가 떨어지면서 국산 기자재 활용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기회로 꼽힌다. 과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을 때는 비용 절감에 소극적인 발주처가 핵심 기자재의 대체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산 기자재 탑재율은 20~3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외국에서 모두 조달했다. 그러나 유가가 30달러 밑으로 하락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상철 박사는 “국산 기자재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발주처도 저렴한 국산 기자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내년부터 해양플랜트 시장이 차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올해 인력 충원을 할 방침이다. 국내 조선 3사는 상반기에만 최대 500명의 신입을 뽑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그림 같은 도자기, 도자기 같은 그림

    그림 같은 도자기, 도자기 같은 그림

    ‘현대의 옷’을 입은 전통 도자기…시간·공간 아우른 반부조 작품 조선의 청화백자와 철화백자, 그리고 달항아리가 널따란 판에 놓여 벽에 걸렸다. 용, 소나무, 새 등 도상부터 매끄러운 질감까지 분명히 도자기인데 한 발 옆으로 걸어가 보면 평면이다. 약간의 부조감만 있을 뿐이다. 판의 두께는 8㎜ 정도다. 기능성을 배제한 채 순수한 이미지만 지닌 도자기다. 백자평면 작업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이승희(58)의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오는 18일부터 열린다. 중국 도자기의 본고장인 장시(江西)성 징더전(景德鎭)에서 주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2년 만에 갖는 국내 개인전에서 2014년 이후 제작한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도자와 회화가 결합된 그의 작품은 볼 때마다 신기하다. 3차원의 도자기를 어떻게 평면에 담을 생각을 했을까. 그의 평면도자기 작업은 ‘불편함’에서 출발한다. 일본 도자기 전시에 작품을 보내면서 ‘이렇게 운송이 불편한 도자기를 아예 이미지만 보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평면도자 작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법이 문제였다. 30년 넘게 흙덩이를 주무른 그였지만 재료부터 소성 방법(굽는 방법)까지 생각대로 되는 게 없었다. 이런저런 구상을 해 보다가 한계에 부딪혀 고민하던 중 지인의 권유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자기 도시인 징더전을 방문하게 됐다. “그동안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징더전에서 다 가능해 보였습니다. 1000년이 넘게 도자기를 생산하고 수출한 곳이어서 작업 과정이 매우 세분화돼 있고, 분야마다 대대로 이어 온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들이 도처에 있거든요.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구경 삼아 갔다가 아예 눌러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 그는 말도 통하지 않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골목골목을 뒤지며 재료상부터 가마, 전문 기술자를 찾아다녔다. 어느 정도 작업할 체제가 갖춰지자 구도자처럼 틀어박혀 온갖 구상과 실험을 거듭했다. 단순히 입체를 평면에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조형성을 살린 예술적 평면을 구현하고 싶었던 그는 4~5㎝ 두께의 흙덩이 판에서 시작해 5㎜의 두께를 얻기까지 수없는 실험을 반복했다. 끈질긴 인내심과 실험 정신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전통 도자 기법으로 3차원의 도자기를 2.5차원의 평면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전통적인 도자 기법으로 사각의 넓은 판을 만든 후 그 중심에 묽은 흙물을 70여회 발라 평면적 두께감을 주고 그 표면에 안료로 그림을 그린다. 붓 자국을 조심스럽게 긁어내 미묘한 입체감을 표현하고 면도칼로 선을 정리해 마무리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험을 거듭하는 그는 시각과 촉각, 그리고 시간과 노력을 통해 터득한 미세한 바람의 흐름과 빛의 반사까지도 정교하게 계산해 가며 작업을 한다. 고전적인 도자기는 시간과 공간을 압축한 그의 반부조 작품을 통해 현대의 옷을 입고 재탄생한다. 그는 흙의 종류, 수분량, 불의 온도, 염료의 농도 등을 매일매일 작업노트에 기록하고 소성 전후의 유약 색 변화를 정확하게 감지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기록으로 남긴다. 고난의 실험을 계속하면서도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어느 정도 제작의 기법이 완성되고 나니 도자기를 보는 방법도 달라지고, 단순히 도자기를 평면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미술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회화적인 표현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대작의 경우 30㎏이 족히 넘지만 담박한 동양적인 미감에 현대적인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어 호기심과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그는 지난해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전시를 통해 이탈리아 밀라노와 영국 런던 등 주요 도시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등 국제적인 작가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올해도 박여숙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이 계획돼 있고, 7월에는 프랑스 발로리스 도자비엔날레에 초대돼 바쁜 한 해를 기약하고 있다. 전시는 3월 18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지방자치의 초석, 재정분권/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방자치의 초석, 재정분권/오일만 논설위원

    미래학의 대가인 앨빈 토플러는 미래 사회의 최고 가치로 다양성을 꼽으면서 지방분권이 미래의 정치 질서라고 간파했다. 일사불란한 중앙집권 체제는 더이상 다양한 가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사회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성찰일 것이다. 국가보다 도시, 지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지방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도 시대 흐름에 발맞춰 1995년 민선 자치를 도입해 올해로 21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성인’으로서 독립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신문사가 한국지방자치학회,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2016년도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가 11~12일 이틀간 경북대에서 열렸다. ‘지방분권, 주민자치, 새마을운동’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올해로 21년째를 맞고 있는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언들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그동안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해 왔던 중앙집권 체제는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글로벌 시대 더이상 효율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하혜수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은 “대한민국이 21세기 승자로 존속하려면 효과적인 지방분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분권의 성공 여부는 예산, 즉 돈 문제로 압축된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복지를 비롯한 각종 예산 수요가 치솟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 재정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조기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형상 지방재정 규모는 연평균 35% 성장하지만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지난해 44.8%로 떨어졌고 국세와 지방세 간 세입은 8대2의 비율이다. ‘20% 자치’라는 자조 섞인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성공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과 재정 분권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표를 의식한 지자체 단체장들이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거나 일부 지자체가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한 지역사업을 벌여 예산을 낭비해 심각한 재정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도 문제지만 예산 당국이 이를 빌미로 지방자치의 핵심인 재정분권을 저지하는 방패막이로 사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프랑스는 우리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단계적인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자치를 성공시킨 사례로 꼽힌다. 재정분권 없는 지방자치는 공허하고, 주민 참여 없는 지방자치는 허상에 불과하다. 중앙·지방 정부 간에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지방자치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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