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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명제 고통 우리 모두의 몫/정신모·경제부장(데스크시각)

    「경제에는 공짜점심이 없다」는 말이 있다.누가 아무 조건 없이 단지 호의로만 혜택을 베푸는 것 같아도 결코 거저가 아니고 어떤 형식으로든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반드시 대가 치러야 어느 날 갑자기 경제활동을 지배하게 된 금융실명제라는 새로운 제도는 경제 뿐 아니라 정치·사회분야에까지 가히 핵폭탄에 못지 않은 위력을 발하고 있다.여기저기서 죽겠는다는 비명이 터져나온다.주가의 폭락과 함께 「증시붕괴」라는 표현이 나오고 영세 기업이 연쇄도산하게 됐다는 뉴스도 주먹만한 활자로 전해진다.그동안 무자료로 거래하던 유통업자들도 앞으로는 고스란히 세금을 물게 돼 곧 망하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이런 것들이 실명제를 위해 치러야 할 우리의 대가가 아닌가 싶다. 조세형평을 기하고 경제정의를 실현하려면 실명제가 하루빨리 실시되어야 한다고 게거품을 물던 사람들까지도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단행했다」며 딴 소리를 하고 있다.탈세를 일삼던 대기업이나 불로소득으로 하루 아침에 거부가 된 졸부들에 분노하던 영세 업자들 중에도 「약자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거나 「보완책이 미흡하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많다. 얼핏 보면 실명제는 상당히 나쁜 제도로 착각할 만하다.세상 인심은 그야말로 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얘기를 실감할 정도이다.최근 유행하는 노래처럼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불평들을 뒤집어 보면 누구든 우리 사회의 거대한 부패구조의 한 틈바구니에서 함께 숨쉬며 그 더러운 물과 혼탁한 공기를 마시며 부패고리의 일부를 형성해 왔다는 느낌이다.누구나 약자로 동정하는 중소업자의 경우 지금까지 지하경제의 한 고리에 꿰어져 사채 전주들의 온상이 돼온 셈이다.물론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생긴 불가피한 현상이다. ○사채돈줄 온상으로 미처 주민등록증을 챙기지 못하고 은행에 갔다가 창구 직원과 다투는 서민들 역시 마찬가지다.급한 사정으로 자기 돈을 찾는데,그것도 큰 돈도 아닌데 원칙을 따지며 응하지 않는 창구직원이 야속할 것이다.언제나 상냥하게 대해주던 은행들이 마치 관공서처럼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 유쾌한 일일 수는 없다. 개개의 사연들을 따져보면 이렇듯 다 이해도 되고 또 당사자들의 딱한 사정에 동정도 간다.그렇다면 실명제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가.아마 그렇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찬성하지만 자신이 겪는 불편이나 어려움은 못 참겠다는 것일 뿐이다. 불편과 어려움의 강도는 다를 수 있다.더구나 기업으로서는 엄청난 곤경에 처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주민증을 챙겨 다시 한번 은행을 찾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지하경제가 커다란 몫을 차지하는 우리 현실에서 실명제로 타격을 받는 분야가 넓고 크리라는 것은 익히 예상하던 일이다.또 그런 타격과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실명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었다. ○불편 다함께 감수를 지금 겪는 불편과 고통은 지하경제를 뿌리뽑고 경제활동을 투명화,정상화하기 위한 혁명적 조치다.요즘 겪는 고통과 불편이 바로 실명제의 성공을 위해 치러야만 하는 대가다.이런 비용을 아까워하면 실명제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내가 치르기 싫은 대가는 남도 지불하기 싫은 법이다.실명제로 인한 불편과 고통,다같이 참고 이겨내야 한다.이를 대신해 줄 사람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바로 우리들의 몫이다.
  • 안방에 색채혁명/컬러가구로 밝고 화사한 실내 연출

    ◎다양한 색상·디자인으로 소비자에 인기/무늬목과 가격도 비슷… 칠 상태 꼼꼼히 살펴야 밤색 아니면 검정으로 일관되던 안방의 장롱과 화장대·침대를 비롯,거실의 소파와 테이블에 이르기까지 조금은 가라앉은듯 칙칙했던 분위기의 집안가구들에 컬러바람이 불고있다.대자연의 푸르름을 실내로 옮겨놓은듯 가구를통해 집안가득 시원한 녹색이 펼쳐지는가하면 아름다운 꽃밭에 서있는 착각이 들만큼 화사한 느낌의 분홍·보라·아이보리·포도주색등 파스텔계열 색조의 가구들이 요사이 한창 인기이다. 으레「가구는 나무빛깔」이란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에겐 안방 색채혁명으로까지 표현되는 이른바 컬러가구의 등장은 최근 신도시 아파트붐을 타고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주요 수요층은 신혼부부와 자연과 환경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30대 젊은부부들이지만 가구판매점에 따르면 반드시 그런것만도 아니어서 결혼이후 한번쯤 가구를 바꾸는 40·50대도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가구의 캐주얼화로 일컬어지기도 하는최근의 하이그로시(고광택)컬러가구는 2년여전 보루네오가구가 첫선을 보인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바로크·에스아이등 많은 가구메이커들이 이에 참여,더욱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에 부응하고 있다. 보루네오가구 영업부 방한승씨는 『지난해만해도 유색가구와 일반 무늬목가구의 판매비율이 3대7정도에 불과했으나 금년 들어서는 5대5 비율로 수요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 이유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무겁게 가라앉은 것보다는 밝고 화사한 쪽으로 바뀌어 가기때문인것 같다고 분석한다. 즉 기존의 획일화를 탈피,아파트 실내 인테리어에 맞춰 개성있는 가구를 장만하려는 것으로 어떤 사람들은 요즘 가구업계가 공통적으로 내놓는 파스텔 색조들외에 아예 한여름의 녹음을 떠올리게하는 진한초록이나 빨간색같은 강렬한 색상을 주문하는가하면 할로겐 램프아래서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민트컬러를 찾기도 한다는것.이런 경향은 부엌가구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유색가구는 종류에따라 차이는 있으나 종래의 무늬목 가구와 비교,가격의 큰 차이가 없어 장롱 화장대 침대 장식장등의혼례용 세트가 2백50만∼3백만원 안팎이다. 이밖에 고광택 유색가구는 생산과정중 여러번 되풀이해야하는 도장과정에 정밀한 기술을 필요로 해 구입시에는 칠의 상태가 말끔한가를 잘 살펴야 한다.
  • YS개혁과 삼성의 드라이브(김호준 정치평론)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의 과감한 경영혁신 드라이브는 재계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던지면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그는 수십년간 한국 최고·최대의 기업으로 군림해온 삼성을 세계적 기준으로 볼때 2류라고 평가했다. 삼성이 2류라면 그밑의 현대·럭금·대우·선경·쌍용등의 위상은 더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한국이 마치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회장의 이러한 자가진단은 충격이요 경종이 아닐수 없다. 그는 이제까지의 양위주 경영에서 질위주 경영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그래야만 삼성이 일류로 도약하여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시장점유율이 일시 감소해도 좋고 회사가 1년동안 문을 닫아도 좋다면서 만일 그로인해 손해가 난다면 1조원이라도 개인재산을 털어 메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의 경영혁신론은 기본적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때문에 그의 진단과 처방도 국가차원의 자구책으로서 폭넓은 공감을 사고 있다.만일 현대가 그런 선언을 했다면 재계나 일반의 반응이 지금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정치실패와 더불어 무너진 왕회장의 공신력,고질적인 노사분규로 실추된 그룹 이미지등의 회복을 도모하려는 저의가 아니냐는 의구심부터 먼저 제기됐을 것이다. 이회장과 삼성엔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없었기 때문인지 「대변신」의 취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인상이다. 이회장의 경영혁신론이 하필이면 왜 이시점에 나왔느냐는 것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최근 그는 삼성그룹 모태의 하나인 제일제당을 장조카에게 넘겨줌으로써 2세 재벌로서의 집안정리를 끝냈다.그는 또 전자부문에선 별 재미를 못봤지만 반도체에선 큰 돈을 벌어 자동차와 조선사업에 새로 뛰어들만한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여유와 자신감이 그의 경영혁신 드라이브를 낳았다고 하겠다.김영삼정부의 과감한 개혁추진도 이회장을 자극한 주요 동인이었을 것이다. 이회장의 경영혁신은 기본적으로 YS의 개혁작업과 궤를 같이 하고있다.YS의개혁이 목표로 하는 부패척결과 이를 통한 한국의 국제경쟁력제고및 선진국진입이나 이회장이 추구하는 경영혁신과 이를 통한 삼성의 일류도약은 사실상 동의어나 다름없다. 그동안 YS의 개혁은 조연도 없이 주역 혼자서 포치고 장치고 한다는 지적을 적지않게 받아왔다. 그러나 이젠 삼성의 가세로 의미있는 동반자를 갖게 되었다.정부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민간부문의 의식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삼성의 자기혁신은 바로 이러한 민간부문의 각성과 변화를 선도하는 것이다.삼성의 변화는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에서 값지다.삼성은 자체 종사원만 15만명에 달한다.한국에서 가장 좋은 인력의 결집체라는 그 15만이 신사고로 무장한다는 것도 간단히 보아 넘길일이 아니지만 그들이 다른 경쟁 대기업과 하청업체등에 촉발할 새바람은 실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YS의 개혁은 세와 논리면에서 가히 백만원군을 얻은 셈이다. 삼성의 자기혁신이 YS개혁과 동행하며 상승효과를 내려면 몇가지 대목에서 새로운 조율과 다짐이 있어야 할것 같다.첫째,과소비 문제다.보도에 의하면 삼성은 경영혁신과 관련한 해외에서의 현지회의를 위해 기초경비만 수십억원을 지출했다고 한다.회의 참석자들은 하루 숙박비 3백달러가 넘는 일류호텔에서 묵으며 이회장의 훈시를 듣거나 외국업체를 돌아봤다.국내에서 대통령이 고통분담을 호소하며 청와대 메뉴를 칼국수와 설렁탕으로 단순화시켜 내핍을 수범한 것과 너무 대조적이었다.세계일류를 지향하자면 해외에서 일류로 행세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고 말할수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세계초일류인 혼다 자동차의 사장과 중역들이 한방에서 각기 작은 책상을 앞에 두고 일을 보고 있는 모습에 더욱 감명받고 있다.공연한 과소비로 경영혁신에 위화감이나 거부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음은 반부패선언 문제다.정경유착이라든가 부패문제를 논할때 기업은 빼놓을 수 없는 한쪽 당사자다.대통령은 취임초 부패척결과 개혁에 시동을 걸면서 재임중 단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재계에선 이에대해 아직까지 똑 부러지는 대응이 없다.만일 이회장이 재계를 대표하는 반부패의지까지 천명한다면 그의 경영혁신론은 삼성그룹을 뛰어넘는 보편성으로 인해 더욱 돋보일 것이다.
  • 「정신대」매듭 아직 멀었다/박용옥 성신여대교수 사학(일요일아침에)

    인류사를 돌이켜 볼때 피정복지의 여성들은 정복자들에 의한 강간으로 인하여 2중적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그러나 그 강간행위는 대개 인면수심한들 개개인에 의한 것이지 일본처럼 국가가 주관자가 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가 않다.그런 점에서 볼때 강제 연행되어 일본군의 성적 노예가 된채 자유없는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던 정신대의 문제는 인류사의 신랄한 비판을 받아야 하며 행위 발의 및 주관자는 그에 대한 백배사죄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또한 고통당한 생존자에게는 마땅히 응분의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명백한 국가주도 한국인에게 있어 여성의 정절문제는 여성 자신에 한하는 것이 아니었다.이것은 실로 민족정신과 문화의 우뚝한 긍지였다.일본의 무력에 어쩔 수 없이 문호를 개방해야 했던 1876년 대표적 위정척사론(위정척사론)자인 최익현선생은 목숨을 걸고 조약체결에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렸는데 반대이유의 하나가 『저들이 우리의 재물을 빼앗고 부녀들을 겁탈할 것』이라는 이유였다.이것은 우리의 민족정신과 문화가 유린되고 말것을 예언한 것이다.그러나 최익현선생조차도 일본이 국가적 주관아래 한국여성을 유린할 것이라는 것까지는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4일 일본정부가 내놓은 종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관방장관의 담화및 조사결과의 발표문은 작년 7월에 「강제성을 인정할 자료는 없었다」고 발표하였던데 비한다면 상당한 진전이 있는듯 보이나 과거 반성의 진실된 태도에는 아직도 미흡하다 하겠다. 정신대 문제의 중요 쟁점은 첫째 「강제성」의 인정이다.이들은 이에 대하여 「종군위안부 모집이 감언 강압에 의해 총체적으로 본인들 의사에 반해 행해졌다」는 지극히 우회적 표현을 썼으며 위안소 생활에 대해서도 「강제적인 상황」이라는 소극적 표현을 쓰고 있다. ○용서못할 비인도 둘째 종군위안부의 규모인데 이에 대하여 「충분한 자료가 없어 위안부 총수를 제시할 수는 없으나 많은 수의 위안부가 존재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표현함으로써 정확한 숫자발표에서 오는 막중한 죄의 책임을 희석하고 있다.1930년대초 이래 패전 직전까지 강제 연행된 한국여성의수는 줄잡아 20만명인 것으로 그동안의 조사연구자에 의해 밝혀져 있다.일본에는 우리가 아직 접하지 못한 보다 많은 자료가 있는 것은 명명백백한 일이다.자료가 없다고 하는 것은 무성의한 태도이며 오만한 태도이자 더 나아가 자신의 죄를 아직도 감추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셋째는 일본정부의 사죄의 태도이다.이에 대하여 담화문에서 「상처입은 모든 사람에게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했다.강간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가장 막다른 길에 든 자나 하는 행위이다.그렇다면 종군위안부의 문제는 인류의 평화적 삶의 권리를 강탈한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다.그런데도 그들이 작은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때 행해지는 정도의 용어인 「사과」라고 표현한 것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죄를 감추려는 행위인 것이다.일본 신생당의 하타 쓰토무 당수가 말한 것처럼 영어의 「Apologize」에 해당하는 용어인 「사죄」라는 용어를 겸허한 자세로 썼어야 했다.그렇지 않고서는 「역사연구 역사교육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언급의 진실성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역사적 교훈 돼야 정신대 문제에 대한 이번의 일본측 발표를 통해 양국 정부는 외교적 차원의 논란을 매듭지으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그러나 정신대의 문제는 한일 양국 국민에게 다같이 큰 역사적 교훈이 된다는 점에서 보다 철저한 자료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일본에는 전범자로서의 만행과 죄악상이 얼마나 끔찍하고 인류사에 수치스러운 것인가를,또 한국인에게는 나라 잃은 슬픔과 참상이 어떠한 것인가를 철저히 깨닫게 하는 기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이런 의미에서 볼때 자료의 발굴조사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과감히 이루어져야 한다.민간 연구자는 물론 국사편찬위원회와 같은 공공기관을 통해서도 책임있는 자료수집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일본은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원자탄 피폭 박물관이며 평화공원을 세워 해마다 그날을 기념함으로써 일본2세로 하여금 전쟁피해자가 바로 일본인 것처럼 착각케 하는 사업을 행하고 있는데 자신의 죄를 진정 반성한다면 전쟁중일본군에 의해 짓밟히고 희생된 영령들에게 사죄하고 위로하는 기념관 내지 사죄사업을 행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서울집시(외언내언)

    시골길이 정감을 주는 것은 풍광때문만은 아니다.동네어귀마다 마을이름을 새겨놓은 돌표지판도 낭만적인 기분을 북돋우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간혹 면이나 군의 경계를 나타내는 표지판도 있다. 그런 표지판이란 대개의 경우 비교적 풍광있는 곳에 있게 마련이다.고갯길 일수도 있고 시냇가옆길이거나 정자나무그늘일 때도 있다. 그래서 그 표지판하나에서도 고향의 입구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면이나 군,또는 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도 솟는다. 서울에서 인천이나 수원,혹은 의정부를 거쳐 간다고 치자.그런 냄새가 손톱만큼도 나지 않는다.도계나 시계를 표시하는 큼직한 철판이 걸려있긴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지판을 위한 경계일 뿐이다.서울과 인천이 하나로 붙어있고 서울과 수원이 한도시로 엉켜있다.도시와 도시사이의 공간이 없어진지 이미 오래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인구통계를 보면 시나 도의 경계가 왜 없어졌는가가 증명된다.해마다 전인구의 5분의1 이상이 이사를 다니고 그것도 도시로 도시로 밀려들고 있으니 서울과 인천이 구분될 리가 없다.지금은 서울이란 개념보다 수도권의 개념이 앞세워질 정도로 수도권의 팽창현상은 심각한 문제인데도 수도권집중억제정책은 온데간데 없어진 느낌이다. 더군다나 매 5년꼴로 전인구가 한번씩은 이사다니는 셈이 되어 있으니 우리는 어쩌면 현대판 유목민 아니면 집시가 아닌가도 생각된다.이를 역동적사회라고 평가하는 사회학자는 이제 없다.인구이동의 내면은 서글픈 구석이 많다.높은 인구이동률이 보다 높은 삶을 쫓아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집이 없어 이사를 다녀야하고 일자리때문에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가야하는 현상의 계속이 언제쯤 단절될 것인가.
  • 아시아나기 추락 남은 미스터리/기장·부기장의 산위치 동시착각 의문

    ◎세번째 시도때 위치보고 왜 못했을까 아시아나항공 소속 보잉 737여객기 추락사고 원인은 음성기록장치(CVR)판독결과 조종사의 무리한 착륙시도와 관제탑의 소극적인 관제활동이 복합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같은 원인규명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몇가지 수수께끼가 여전히 남아 있다. 첫번째 의문은 숨진 조종사 황인기씨(48)와 부조종사 박대환씨(39)가 어떻게 사고지점인 운거산을 지난 것으로 동시에 착각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기장 황씨는 공군조종간부후보생 18기 출신으로 소령으로 예편한뒤 88년 8월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했다.지난해 6월12일 기장으로 임명된 황씨의 총비행시간은 7천7백88시간(군용기 4천7백65시간·민항기 3천22시간)으로 1급 조종사 범주에 속한다.사고기인 보잉 737기만 3천22시간을 몰았으며 부산·제주·광주등 국내 1급 비행코스와 일본·사이판등 국제선 비행시간만도 9백84시간이나 되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비록 악천후였다고는 하지만 야간비행이 아닌 주간비행에서 착륙공항 근처의 최대장애물인 운거산의 위치를 착각했었다는 것은 상식이하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조종사가 구름에 가린 활주로를 찾는데만 정신이 팔려있었더라도 부기장인 박씨가 얼마든지 고도계등을 체크할 수 있었다.박부기장은 공사 25기 출신으로 중령으로 예편했고 주로 전투기인 F­5A를 몰아 비행시간이 3천23시간이나 되었다. 두번째 의문은 26일 하오3시33분47초 3번째 착륙시도때의 「공항4마일 지점에서의 위치보고」를 왜 관제탑에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사고전 3분동안의 CVR녹음에는 부기장인 박씨가 광주관제탑에 위치보고를 한뒤(하오3시36분37초) 다시 목포관제탑 관제구역에 들어왔을때 위치보고(하오3시38분30초)를 했다. 이때 목포관제탑은 곧바로 착륙을 허용하면서 「전방향표지시설(VOR)4마일지점」에서 위치를 보고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하오3시38분33초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랜딩기어 작동등 착륙준비를 위한 동작에 들어가 서로 복명복창까지 하면서도 관제탑의 「4마일지점 보고」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보고의무를 기장·부기장이 모두 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4마일 지점」은 공항활주로에서부터 6천6백m 상공으로 운거산까지의 거리는 약 2천5백m였다.따라서 지시한 지점에서 관제탑에 위치와 고도보고만 했더라도 관제탑의 긴급조치로 추락사고는 모면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다.
  • 조종사·관제사 과실여부 수사

    【목포=박성수기자】 광주지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수사본부(본부장 원용복부장검사)는 29일 교통부의 조사결과 발표를 토대로 조종사와 관제사의 과실여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CVR(조종실육성기록장치) 분석결과 기장 황인기씨(47)가 3차 착륙시도전 활주로로부터 11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리빙스케이트 포인트」를 교신해온뒤 다음 교신지점인 4마일 지점에서 교신이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 황씨가 비행거리를 착각,고도를 낮춰 운거산 정상부근에 충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아시아나 항공 목포공항 운항관리사 안상준씨(28)를 소환,당시 기장 황씨가 위급상황과 비행계획 변경승인요청을 해왔는지의 여부등을 조사중이다.
  • “산 넘었다” 착각 고도낮춰 충돌/음성기록 해독 확인

    ◎착륙 만류안한 관제탑도 책임/아시아나기 추락원인 잠정결론 아시아나항공소속 보잉737 여객기 추락사고는 기장 황인기씨(49·사망)의 무리한 착륙시도와 지상 관제탑의 소극적인 관제활동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교통부 사고대책본부는 29일 하오 사고기의 블랙박스에 들어있던 음성기록장치(CVR)해독결과를 발표,『조종사와 부조종사가 목포관제탑및 광주관제탑과 상호교신한 대화내용을 정밀분석,대조한 결과 사고여객기가 악천후 속에서 3차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조종사 황씨가 운거산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착각,비행고도를 정상고도인 1천6백피트보다 훨씬 낮은 8백피트로 하강시키는 바람에 산에 추락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사고대책본부는 『당시의 정확한 고도나 방향·풍속 등은 블랙박스에 들어있는 비행경로기록계(DFDR)를 분석하면 확실히 알수 있지만 현재 조사된 사고원인 분석결과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대책본부의 정종환항공국장은 이날 『조종사 황씨는 3차 착륙시도때 활주로가 잘안보이자 계속 기체를 구름 밑으로 하강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광주 관제탑과 목포관제탑의 관제사는 목포공항의 기상상태가 착륙 허용치 미만임을 조종사에 통보했을뿐 적극적으로 착륙을 만류하거나 착륙불가를 조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국장은 『사고현장 조사결과 사고 여객기는 운거산(높이 3백24m)정상으로부터 약 70m 아래 부분의 산중턱을 상승하는 자세로 충돌,왼쪽 랜딩기어가 먼저 부러지고 이어 오른쪽 랜딩기어가 부러지면서 잡목을 쓰러뜨리고 산 정상을 넘어 기체가 뒤집힌 상태로 추락했다』면서 『이때 부러진 랜딩기어는 산 정상 근처에,엔진 및 동체는 산너머 계곡쪽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흩어졌다』고 말했다. 사고대책본부는 음성기록장치 분석결과 목포·광주관제소와 조종실 녹음기록 내용이 상호 일치하며 26일 하오3시14분 목포관제탑과의 첫 교신이후 추락당시까지의 상호교신내용및 조종실내 대화내용이 정상적으로 녹음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비행경로기록계를 미국에 분석의뢰하기 위해 관계자를 급파했으며 약 1개월뒤 이 계기의 분석이 완료되면 보다 정확한 사고원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 선거일 법에 못박자(김호준 정치평론)

    8·12보선일자를 둘러싼 여야공방이 민주당의 보선거부 카드 철회와 함께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을 맺은건 다행이다. 그렇지 않아도 장마철 무더위에 시달리느라 짜증스럽던 판에 여야가 하찮은 절차문제를 놓고 티격태격 하는 모습은 정말 쳐다보기 피곤한 것이었다.자기네가 제시한 일자보다 불과 닷새 빠르게 잡힌 선거일을 두고 『투표율 저하를 노린 혹서선거 음모』운운한 민주당의 비난은 많은 사람들에게 당략적인 트집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았다.정부·여당이 내세운 8월12일은 혹서기이고 민주당이 주장한 8월17일은 그렇지 않다는 논법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이기택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선거일을 늦추지 않으면 선거를 보이콧 하겠다』며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과잉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으니 당내에서 그의 지도노선에 의문이 제기됐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우리 정치사에서 선거일 시비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된 단골 쟁점중의 하나다.선거가 겨울에 실시되면 동토선거라는 비난이 제기됐고 선거일을 주말에 잡으면 기권율을높이려는 책략이란 의심을 받아왔다.과거에 정부와 여당이 선거일 결정을 놓고 뜸을 들이면서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했던것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었다.정부·여당의 선거일 결정을 지연시킨 가장 큰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선거일이 결정되면 권력누수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충성분자들의 우려였다.그 와중에 「길일」을 택하느라고 여권의 유력인사들이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다녔던 우스운 이야기는 지금도 정치권에서 많이 전해 내려온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선거일이 언제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후보자의 사람 됨됨이나 소속 정당과 정견등이 선택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지 선거일이 큰 변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설사 정부·여당이 선거일자를 자신들에 유리하게 꿰맞추더라도 그런 얄팍한 술수에 넘어갈 만큼 우리 민도가 낮은 것도 아니다.선거일 시비야말로 우리 정치권의 착각과 후진성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반증인지 모른다. 지난해 3·24총선이 공고된건 선거실시 18일전인 3월초였다.이에앞서 정부·여당은 총선일 결정을 미루면서 『선거일을 너무 빨리 확정할 경우 선거바람을 조기에 과열시킬 우려가 있다』고 그 이유를 둘러댔다.그러나 2월초 공천이 끝나자 마자 각당 후보자들은 선거구별로 득표활동을 본격화하는가 하면 여야지도부가 지방순회에 나서 사실상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그럼에도 선거일에 대해 당시 청와대는 「3월중 실시」라는 막연한 시사만 되풀이해 국민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2·18대선의 경우도 선거일이 정부에 의해 확정·발표된건 선거실시 1개월여 전인 11월12일이었다. 선거일 시비가 이는 이유는 간단하다.법에 선거일이 못박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선거일이 법에 명문으로 나와 있다면 선거일 결정이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이라는 발상은 있을 수가 없다.또한 선거일을 겨냥하여 『투표율 저하 음모』운운하는 비난도 원천적으로 나올수가 없다. 우리 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선거는 대통령 임기만료 70일전∼40일전에,즉 12월15일부터 1월14일 사이에 치르도록 돼있다.의원 선거는 의원임기만료 1백50∼20일전에,다시 말해 1월1일부터 5월10일 사이에 실시토록 돼있다.또한 이번 춘천과 대구 동을과 같은 의원보궐선거는 결원이 생긴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선거일은 작게는 30일간,크게는 1백50일간의 진폭속에 결정하도록 돼있으며 바로 이 턱없이 큰 진폭때문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과 연방 상하의원 선거일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짝수해의 11월 첫 월요일 다음의 화요일이 법정선거일로서,작년엔 11월3일이 그날이었다.주단위의 각급 선거도 거의 모두 이날 동시 실시된다.그래서 선거의 해가 되면 미국선 여야는 물론 유권자와 출마자를 가릴것 없이 모두가 선거일이 언제인지를 정확히 알고 대비한다. 작년에 우리 국민이 11월 중순까지도 한달뒤의 대선일을 몰랐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선거일을 미리 정확히 알고 대처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 선거과정과 결과에서 얻어지는 정치적 수확이 결코 같을수가 없을 것이다. 선거일을 법으로 못박고 있는 나라는 미국하나만이 아니다.스웨덴은 3년마다 9월의 세번째 일요일을선거일로 삼고 있고 벨기에는 4년후 최초의 일요일을,핀란드는 3월의 3번째 일요일과 그 다음날을 포함한 이틀간을 각각 선거일로 정해 놓고 있다.우리도 이처럼 선거일을 명문화한다면 선거 때마다 재연되는 무익한 소모전만은 지양할수 있을 것이다.그건 YS가 주창해온 「예측 가능한 정치」와도 부합하는 일이다. 끝으로 한가지 첨언하고 싶은건 지자제실시와 더불어 시작된 선거일상화 시대를 맞아 선거일을 굳이 법정공휴일로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투표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건 투표율을 높이자는 취지이지만 그 「약효」가 별로 없다는건 선진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입증된 일이다. 2년전에 나온 한 주장에 의하면 평일을 선거일로 지정해 하루 쉴 경우 5천여억원의 GNP 손실이 있다고 한다.투표율제고라는 실효도 없이 엄청난 경제 손실만 가져오는 투표일 공휴제를 과연 고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도 일본·프랑스·독일 등처럼 일요일에 선거를 실시하여 국력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거일 명문화 문제와 더불어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아닌가 싶다.
  • 김현식씨 남의 표로 탑승해/사망자 뒤바뀌어 확인소동(조약돌)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실을 맨 처음 신고했던 생존자 김현식씨(21)는 직장상사인 송종희씨(31)대신 급하게 출장가는 바람에 송씨이름으로 된 항공표를 사용,한때 송씨가 사망자로 분류돼 가족들이 생존여부를 확인하느라 소동. 김씨는 또 사고를 처음 신고했으나 탑승자명단에 없어 비슷한 이름의 김해식씨(58)가 사고로 사망했음에도 김씨로 착각돼 생존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가족들이 한때 안도. 그러나 27일 서울여의도병원으로 옮겨진 김씨가 이 경위를 밝히고 아시아나측이 명단을 정정하자 다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 아시아나는 대리탑승자인 김씨의 경우 계약관계가 성립안돼 법적보상대상이 되지않는다고 판단했으나 도의적책임과 함께 그의 공로를 인정,배상금에 상응하는 보상을 결정.
  • 돈으로 못사는 건강/장준근 산야초연구소장(굄돌)

    돈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리면 빨리 죽는다는 말이 있다.후손에게 물려줄 넉넉한 재산이 있으니 장수하겠다고 좋다는 영약이며 용한 명의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닌 것이 역효과를 내기때문이다. 이 세상엔 몸에 좋다고 소문난 약이 숱하게 많다.그러나 완전식품은 없으며 아무리 뛰어난 보약이라도 역기능이 있는 법이다.「돈만 있으면 처녀불알도 산다」는 속담이 있지만 돈을 쏟아 부우면 무엇이든 최고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러한 행위는 목숨을 구걸하는 방황이나 마찬가지다. 건강은 돈으로만 살 수 없다.편히 앉아서 좋다는 것을 부지런히 먹기만하여 질병을 퇴치할 수도 없다.돈 뿌린다고 1백년을 더 살 것처럼 오산하면 안된다. 정신이 병들면 빨리 죽는다.돈으로 장수하겠다는 것이 썩은 정신이다.어느 경제학자는 백성들의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그 나라의 살림이 몰락한다고 경고했다. 필자는 가끔 초청강연에 나가서 이런 이야기를 마지막에 남긴다.『쓸데없는 10년을 살 것입니까.자랑스러운 1년을 살겠습니까!』자랑스러운 1년이바로 건강장수의 지름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군더더기 10년을 더 사노라면 마음이 불안정해지며 갈등과 욕망을 극복할 능력이 쇠진해지는 것이다.결국 빈곤한 정신 속에서 몸을 갉아먹는 질병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루소는 「에밀」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산다는 것은 호흡한다는 것이 아니라 활동한다는 것이다.장수한다는 것은 긴 세월을 산다는 것이 아니고 가장 강하게 생을 느끼는데 있다.세상에는 1백년의 장수를 누리면서도 출생후 곧 사망한 것과 같은 헛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다.어려서 무덤 속에 들어가더라도 훌륭하게 산 사람은 오래 산 사람인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필자가 매우 좋아하는 미국의 철학자 두란트의 한마디도 전하고 싶다.『운명의 장난을 일소에 붙이며 죽음의 부름도 미소로써 응하기를 배우고자 한다』 돈 많다고 우쭐대는 것은 바람개비와 같은 것.정신이 건전함으로써 건강 장수가 보장된다고 믿는다.
  • 나는 실천한다…(화제의 소설)

    ◎양귀자 「나는 소망…」 을 보완, 재구성 인기작가 양귀자의 스테디셀러 「나는 소망한다,내게 금지된 것을」을 신인작가 김융이 패러디한 장편소설. 『어떤 작품의 재창조를 통해 원작이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아니면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을 깨우쳐 주는 것으로 패러디대상인 원작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는 패러디의 정의처럼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에서 지은이 나름대로 미흡하게 느낀 부분을 재구성했다.주인공 강민주를 여교사 선주로,납치한 영화배우 백승하를 포르노교주 성기환으로 바꿨다.그리고 결말도 다르다. 지은이는 광주과학고 2학년때 KAIST에 합격한 이학도로 소설쓰기를 위해 학교를 뛰쳐 나온 이색경력의 소유자이다.김융지음 서지원 5천원.
  • 첨단과학기술/D­22일(대전엑스포’93)

    ◎전기차서 춤추는 로봇까지… “꿈이 현실로”/태양전지 거북선·자기부상열차 첫선/교통수단/과학위성·로켓 발사… 국제항공축제도/기념행사 경제과학의 박람회로 일컬어지는 대전엑스포. 인류의 미래를 향해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이끌어 지구촌을 한마을로 잇는 「지구의 대잔치」대전엑스포는 첨단기술이 무수히 선보인다. 한국의 저력을 세계만방에 과시하고 이를 계기로 경제도약을 이룩해 선진국대열에 진입하려는 두뇌들의 노력이 곳곳에 역력하다. ○조형·시설도 과학적 각양각색의 조형미를 자랑하는 박람회 사상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특수건축물이 조화를 이루고 거기에 최첨단 기술개발품이 어우러져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반도 중허리 대전에서 열리는 엑스포는 이에따라 과학기술사업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전체의 조형에서 위락시설,자연의 재현까지 모두 과학적으로 꾸며졌다는 게 엑스포조직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과학기술사업은 차세대교통수단·우주항공기술·최첨단로봇·에너지신기술등 개발품과 과학기술행사·학술대회등으로 대별된다. 그러나 개중에는 부분적으로 최첨단기술의 새로운 개발이 아니라 선진국 제품을 모방한 흔적이 엿보여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차세대교통수단은 자원재활용 및 환경보호측면에서 신기술을 개발했다. 『과학기술이 나갈 길은 무분별한 발전이 아니라 환경보호측면에서 개발돼야 한다』고 조직위는 강조하고 있다. 이에따라 출품된 제품은 모두가 무공해 차량. 엑스포장 서넘쪽에 설치,운행되는 자기부상열차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차세대주요교통수단으로 기대가 크다. 아름답게 장식된 길이 17·6m,폭3m,높이 3·8m의 자기부상열차는 40인승 1량으로 엑스포기간중 테크노피아관 남쪽에서 서쪽 주차장 사이 5백60m를 곡선으로 운행한다. 「21세기 꿈의 열차」로 불리는 이 열차는 레일에 일정공간을 두고 떠가는 게 특징. 『저도 타볼 수 있습니까』전기자동차를 놓고 엑스포주변에서 오가는 대화다. 축전지의 전력을 이용한 전기자동차는 매연 소음이 없이 시속 최고 60㎞이상을 달릴 수 있는데 6인승으로 이번 행사에서는 귀빈수송·취재·의료등 특수이용에만 사용되고 있어 관람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자동차는 공해없는 미래의 교통수단으로서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무진장 쏟아지는 자연의 힘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교통수단이 이번 엑스포의 특징. 태양전지판을 차의 표면에 덮어 쏟아지는 햇빛을 전기로 변환,자동차구동력을 발생시키는 1인용·3인용 2대로 관람객들을 승차시켜 미래의 꿈을 실감케 해준다. 거북선은 우리민족의 우월성을 세계에 과시한 발명품중의 하나. 그 거북선이 태양전지를 이용해 20명의 승객을 태우고 검푸른 갑천호수를 배회함으로써 한국인의 긍지를 높이는 한편 외국관광객들에게 특색있는 즐거운 놀이를 제공하게 된다. 무한한 환상과 개척의 세계가 우주. 달나라를 기지로 우주의 무한대한 세계를 펼쳐보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이번에도 눈길을 끈다. 과학위성인 우리별2호를 발사해 1천3백25㎞ 상공에서 지구의 적도와 극지방 사이의 경사궤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남극세종기지 지상국과 박람회장내 우주탐험관의 지상국간의 교신,자연탐사·농업작황·환경조사등을 실시해 지구는 하나임을 실감케 해준다. 과학로켓의 활약도 관심사. 길이 6.7m,중량 1천2백99㎏의 이 로켓은 엑스포기간중 각종 첨단장비를 탑재하고 발사돼 최고 66.7㎞ 상공에서 대기권·환경보존·무중력상태등을 연구하며 특히 오존측정용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한국 고대 로켓인 신기전은 우리선조의 지혜를 대변하고 있다. 고려말 최무선이 제작한 것으로 불화살을 쏘는 무기. 기록을 토대로 그대로 복원해 발사시험을 함으로써 고대와 근대의 과학을 비교할 수 있게 했다. ○무인비행선 떠다녀 또 엑스포기간중에 지상관측용 무인비행선이 5백m상공을 떠다니며 교통소통·관람객이동·각종사고등 돌발사태를 고성능 카메라등으로 모니터닝한다. 대전엑스포에 선보이는 최첨단 로봇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며 인류에게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대전엑스포의 상징인 꿈돌이 마스코트 로봇은 홍보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소의 기술지원으로 한국미연이 제작한 이 로봇은 우주비행선 모형안에 숨어 있다가 우주음악에 맞춰 우주아기요정의 모습으로 서서히 밖으로 자태를 드러낸다. 꿈돌이 로봇은 자기소개와 함께 인사를 하면서 눈에서는 광채를 내고 머리와 몸통을 앞뒤와 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한편 더듬이인 별 안테나가 빙빙돌며 깜박거리는 모습은 마치 동화속의 요술지팡이와 같다. 이 로봇은 각종 문화행사에 등장하게 된다. 즉석에서 20분만에 관람객의 모습을 조각해내는 3차원 조각로봇이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카메라가 2∼3초만에 관람객을 촬영하고 입체영상을 분석해 전달한다. 한순간의 표정을 찍었지만 컴퓨터는 사진의 주인공이 웃는 모습·찡그린 모습·우는 모습등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보여준다. 당사자가 마음에 드는 장면을 선택하면 로봇이 입체적으로 조각해 사인까지 해서 관람객에게 작품을 건네준다는 것. 변화무쌍한 사람의 표정을 불과 20분만에 조각해내는 로봇의 개발은 세계 최초. 한국과학기술원이 제작해 정부관에 전시하고 있다. 사물놀이 로봇의 춤사위 또한 장관.정부관에 전시된 이 로봇은 북로보·징로보·꽹로보·장로보라 이름붙여 북 징·꽹과리·장구등 4개의 악기를 각각 들고 우리의 전통국악인 사물놀이등을 연주하며 춤을 춘다. 이들이 상모까지 돌리는 장면은 흡사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 ○에너지 신기술 소개 에너지신기술로는 연료전지·태양열주택·열펌프·폐타이어 활용등이 선보인다. 연료전지는 석탄이나 석유등과 같은 화학에너지,즉 연소에너지(수소)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장치. 미래의 무공해전력으로 실용화단계에 이르고 있다. 또 60평규모의 태양열주택은 태양열을 이용해 냉난방·조명·가전제품사용등 이용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열펌프는 낮은 온도의 열을 압축식이나 흡수식등 2가지 방법의 작동매체에 의해 증발과 응축과정을 통해 일정한 온도까지 상승시킨 응축열 및 그에 따른 냉동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 폐타이어를 활용한 고무아스팔트는 도로포장용으로 우수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과학기술행사는 청소년들에게 미지의 세계를 활짝 펼쳐준다. 「창조와 탐험의 우주」를 주제로 8월11일부터 4일동안 엑스포극장에서 열리는 세계우주소년단대회는 20여개국 1천2백명이 참가하며 이어 9월에는 세계로봇경연대회,10월중 3일동안은 국제항공축제를 갖는다. 이밖에 비중있는 학술대회도 엑스포기간중 갖게 된다. 세계의 과학자들이 두뇌를 열고 의견을 교환하게 될 학술대회는 대전엑스포주제심포지엄·전통과학국제심포지엄·세계한민족과학기술자종합학술대회. 이렇듯 대전엑스포는 미래를 향한 환상적인 과학의 세계를 실물과 이론으로 보여줌으로써 무한한 꿈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 미시시피강의 대홍수(뉴욕에서/임춘웅칼럼)

    지난 13일자 뉴욕 타임스지 1면 머리에는 우리의 눈에도 아주 익숙한 사진 한장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홍수에 휩쓸린 어느 집에서 떨어져 나왔음직한 서너평쯤 돼보이는 나무마루바닥에 침구 등 간단한 가재도구를 싣고 범람하는 강물위에 떠있는 모자의 사진이었다.나이 40은 됐을법한 이 부인네는 기다란 널판지 하나로 타고 있는 뗏목을 어디론가 움직여 보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검은 머리에 옷차림까지 한국의 시골여인네 모습 그대로여서 그날 아침 이 신문을 본 많은 재미교포들은 낙동강에 홍수가 난 기사가 실린 것으로 착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은 이 사진은 한국의 것이 아니라 미국 중서부지역 폭우피해 관련사진기사였다.동양계가 분명한 이 여인이 혹시 한국계 미국인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지난 5일을 전후해서부터 연일 중서부 지역에 퍼붓고 있는 폭우는 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어서 13일 현재 사망자만 24명에 이르고 있다.재산피해도 50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미국 최대의 수로인 미시시피강과 미조리강 일대의 6개주에 걸친 이번 수해는 끊임없이 내리는 비로 강변이 계속 범람하고 있어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와주의 드 모인시 같은 경우는수원지가 범람해 25만 시민의 식수가끊겨 버렸다.또 많은 지역에서 단전사태가 발생,도시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병원들이 문을 닫아 수해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도 엎친데 덮친 격이다.어느 고층빌딩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는데 진화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소방전이 마비돼 물을 끌어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물속에서 물이 없어 불을 끄지 못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시시피강 일대의 도로 철도 제방이대부분 폭우에 휩쓸려 서부와 동부를 잇는 육로교통이 모두 막혀있다.전문가들은 요며칠 사이 비가 멎어도 미시시피강 수위가 정상화되자면 8월 중순쯤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북부지방에서는 벌써 10여일째 살인더위에 시달리고 있다.지난 8,9,10,연3일 동안 뉴욕은 화씨 1백도(섭씨 약 38도)를 넘어섰다.56년만에 처음이라는 이번 더위에 무려 20명이 목슴을 잃었다.주로 노인들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희생됐다.특히 필라델피아에서는 11명이나 목숨을 잃어 왜 이곳에서 특별히 피해가 컸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지난해 플로리다 남서부 해안지역을 휩쓴 태풍피해에서도 20여만명이 넘는이재민을 냈다.미국은 수해를 막기 위해 지난 50년 동안에만 5백개의 댐을 막고 1만6천여㎞의 제방을 쌓은것으로 돼있다.여기에 투입된 돈이 자그만치 2백50억달러.이번 중서부지역 수해는 치수사업이 과연 얼마만큼 필요 하냐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에 피해를 입은 상당수 지역이 상식적으로 수해대상이 될만한 곳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이 수해보험에 들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미국의 재해는 현대문명이 아직도 자연의 원시적 상황 앞에서 얼마나무력한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실례가 아닌가 싶다.
  • 의원 자질론/박대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문민시대를 맞은 국회의 일성은 실추된 위상의 회복과 민주국회의 정착이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그동안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굴절되어온 입법부의 위상을 명실공히 제자리로 올려 놓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열리고 있는 제1백62회 임시국회에서 보여준 의원들의 행태는 개혁의지를 의심케 한다. 재산공개파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회의원의 입지를 회복하려면 이를 악물고 뛰어도 시원치않은 마당에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권위마저 스스로 짓밟는 작태가 이어지고 있다. 상임위에서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소속 의원이 수장에게 호통을 치고 삿대질을 해대는 등 한심한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한편에서는 이같은 추태를 부린 의원을 두고 다른 당 소속 의원들은 마치『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듯이「즐거운 마음」으로 성토를 일삼기도 한다. 지난 8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정기호의원이 술에 취한 모습으로 횡설수설하는 웃지못할 사태가 벌어졌다.동료의원들이 밝힌 이유인즉 전날 저녁에 마신 술이아직 안깼다는 것이지만 낮술도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정의원이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계속 마이크를 붙잡고 있는데도 법사위 의원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으며,같은 당소속 의원은 옆에서 재미있다는 듯 웃기까지 했다.소위「선양」이라는 사람들한테서 진지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기자는 차라리 서글픔을 느끼고 회의장을 뛰쳐 나오고 싶었다. 정의원은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국정토론의 장을「술판」이나 안방쯤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했다. 이는 새 시대를 맞아 우리 국회도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국민의 기대를 한낱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만큼 국회를 우습게 알고 어려워하지 않았으니 어떻게 국회의 권위가 설 수 있겠는가. 이런 국회에서 민주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국민들의 냉소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 물가 다잡고 있는가(사설)

    정부가 하반기 물가안정대책으로 내놓은 수단들을 보면 과연 그런정도의 대책으로도 비상이 걸리다시피 한 물가를 잡을수 있다고 보는지 우선 의문이다.국민들이 느끼는 물가상승의 방향과 정부의 대책방향이 어긋나고 물가상승의 기교는 나날이 발전되고 있는데도 물가잡는 방법은 10년전의 안이한 수단만이 동원되고 있다. 정부는 쌀값안정을 위해 정부미를 방출하고 쇠고기값 상승은 수입쇠고기로 막고 채소류는 농협이 집중수매,출하하고 수산물은 정부비축물량을 풀어 안정시킨다고 한다.또 개인서비스요금은 행정단속으로,이미 오른 공산품은 가격환원을 통해 물가를 잡는다는 것이다.물가대책때마다 등장되는 항목들이다.이것들이 가능한 수단이며 물가안정에 효과가 있을 정도로 기능하리라 보고 있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 아닐수 없다. 농협이 취급 가능한 물량은 극히 한정적이고 정부의 비축물량이 물가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많지않다는 것은 물가당국은 물론 중간유통업자가 더 잘 알고 있다.또 쌀과 쇠고기의 경우 정부보유미와 일반시중쌀이,한우고기와 수입쇠고기가 각각 대체성이 상실된 상황이다.수입쇠고기값은 내리는데도 한우쇠고기값은 오르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농산물가격의 핵심은 유통의 문제다.이를 외면한채 다른 데서 답을 찾고 있는 것이 물가대책이 되고있다.공산품도 그렇다.기업들이 1%이내에서 인상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해놓고 있고 실제로 공장도가격은 안오른 것이나 진배없는데도 소비자가격은 왜 오르는가. 극심한 불경기속에서도 상반기물가가 크게 올랐던 것은 그와같은 고식적인 대책이나 홍보차원의 선언 또는 고통분담논리나 행정력의 동원 같은 수단들이 물가제어에 별다른 효능이 없음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수단의 실패는 오히려 물가심리를 부추기면서 부작용을 낳고있다.우격다짐으로 값을 못올리도록 하니까 벌써부터 일부 건자재는 암시장가격이 형성되고 다른 공산품은 신제품이나 규격변경을 이유로 사실상 값을 올려 놓고 있다.물가당국의 안이한 태도는 물가상승의 핑계에서도 드러난다.6월중 물가상승을 수박과 갈치값탓으로 돌리면서 일찍 찾아온 더위와 장마를 이유로 내세웠다. 정부가 올 물가목표를 정할 때에는 이런 저런 변수를 모두 감안한다.그런데도 천재지변도 아닌 날씨탓만 한다면 정부의 예측능력에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다.정부의 물가대책은 사후의 핑계가 아니라 사전에 정밀한 예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물가안정수단을 강구하기 바란다.지금과 같은 물가대책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 「저상일월」 책으로 나왔다

    ◎서울신문 연재 3년간 해제작업 박성수교수는 말한다/1834∼1950년 5대 걸쳐 쓴 한문기록/예천 박씨가문 일기… 연재후 보물지정/“근세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 「저상일월」이 마침내 두 권의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저상일월」은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대저동 큰맛질이라는 선비마을에 사는 박씨 집안이 18 34년부터 19 50년 초까지 5대에 걸쳐 4만2천7백5일을 하루도 빼놓지않고 쓴 대하일기.서울신문에 연재되기 시작한 19 90년1월4일부터 지난 1월21일 1백28회로 끝마칠 때까지 내내 장안의 화제를 몰고 온 우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아버지와 어머니의 생활사이다. 한문으로 씌어진 방대한 분량의 이 일기를 번역하고 역사학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해 완벽한 한국근대사회사로 복원해 낸 사람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박성수교수이다.그는 『연재된 3년동안 매주 원고마감일을 앞두고는 「저상일월병」을 앓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할 뿐』이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5대에 걸쳐 무려 1백17년동안 쓴 일기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거짓말이라 여겼습니다.동양이고 서양이고 그 어디에도 그런 예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박교수는 「저상일월」이 담고 있는 내용의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이렇게 오랜 기간 쓴 일기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네스북에 올라야 할 것이라면서 웃었다.사실 묻혀있던 「저상일월」은 서울신문의 발굴로 연재가 시작된뒤 보물 제10 0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일기는 쓰는 사람의 지적 수준이나 관심사에 따라 내용이 다양하게 마련이지요.또 쓰는 이가 어느 지방 어떤 신분의 사람이냐에 따라서도 일기에 대한 가치평가가 달라질수 밖에 없어요.「저상일월」이 높이 평가되는 것은 단순한 사가의 기록이 아니라 나라일을 적은 역사이기도 하다는 점이지요.그런 점에서 「저상일월」은 우리 일기문학의 금자탑이자 역사상 가장 나중에 나온 편년체 역사기술이라 할만합니다』 「저상일월」은 쓴 가계는 1대 미산 박득령에서 2대 나암 박주대,3대 문파 박면진,4대 동리 박희수,5대 매헌 박영래로 이어진다. 박교수는 이들의일기를 해제하는 작업을 통해 근대 1백년사에 있어서 우리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을 우리 민족의 값진 교훈으로 남겨두자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요즘 젊은이들은 할아버지 아버지의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아요.나라가 망하고 양식까지 빼앗겨 만주로 쫓겨가던 시대의 고난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치 이 시대가 8·15 이후에 갑작스레 생겨난 것인양 착각하지요.이러한 역사적 건망증이 다음 세대의 앞날을 불안하게 합니다.아무리 귀중한 고생이라도 쉽게 잊어버릴 때 그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됩니다』 박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또 하나는 불행했던 우리 근대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다른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것이다. 『우리 근대사에는 두번의 큰 개혁정치가 있었습니다.대원군의 유신정치와 이용익의 광무개혁이 그것이지요.그러나 모두 실패했어요.이 두 개혁이 성공을 거두었더라면 나라가 망하지 않았을는지도 몰라요.이렇게 된 책임은 한두사람에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당대 국민 모두에게 고루 지워져야마땅합니다』 「저상일월」을 쓴 사람들은 바로 이런 역사를 관통해 살아갔고 일기에는 그 「고난시대」와 「개혁시대」의 사회상이 육성으로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종 6년인 18 69년1월 일기에는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하자 사림들이 통탄해 마지 않았다는 기록이 나옵니다.대원군은 결국 이 과격한 개혁정치로 실각하고 말았지요.그때가 18 73년 입니다.올해와 같은 계유년이지요.우연의 일치라고만 볼수는 없습니다.대원군이 권좌에서 물러난 대목은 두고두고 후대 위정자들에게 산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개혁은 신중하게 하라」는 것이지요』 「저상일월」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일기이다.현재도 대를 잇고 있는 박정로씨가 선대의 유업에 따라 7대째 일기를 계속 적고 있다.또 이 집안의 가계부인 「저상일용」도 남아있어 이 시기의 사회경제사 연구의 과제가 되고 있다.박교수의 할일도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 주식회사 일본(외언내언)

    최근 일본서 베스트 셀러가된 고약한 책의 하나가 「미니쿠이 칸코쿠진」(추한 한국인)이다.주일특파원도 했다는 필명 박태혁의 한국인 평론가란 자가 서울서 썼다는 한국인비판서다.주로 이조말의 한국인·한국사회를 비판하면서 일제식민통치를 정당화하고 있다.최근 일본의 혐한분위기에 편승해 잘 팔리고 있는 모양이다. 너무도 악랄한 내용이어서 분노보다 어이가 없게 하는 책이다.모두 사실이라도 한국인이 어떻게 이런책을 일본서 낼수 있을까 의심케 된다.그래서 필자는 한국인이 아닐거란 인상을 받는다.후문을 쓴 가세(가뢰영명)란 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그는 한국을 잘아는 군주주의신봉 극우지식인의 한사람이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악랄한 비판이 아니라 소상한 내용이다.황당무계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역사와 사회현실은 물론 한국인 개개인의 버릇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그렇게 시시콜콜 잘도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알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인 것이다. 임진왜란을 앞둔 일본의 소상한 조선정탐은 유명하지만 한국병합당시의 일제또한 예외는 아니었다.그 결과가 이책을 가능케했을 것이다.오늘도 마찬가지다.정보동물소리를 들을 만큼 오늘의 일본도 정보수집에 열심이다.누구의 통제를 받는 것도 아닌데 외교관 특파원 상사원 해외여행자할것 없이 소속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세계를 감시하고 정보를 모아들이는 일본주식회사의 첩자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시노하라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일본이 우리를 어떻게 감시하고 있나를 보여주는 상징적사건의 하나라 할수 있다.군사기밀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도 일본같은 정보동물근성을 빨리 배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그렇지 않고는 대일무역적자해소나 기술추월같은 것은 백년하청일수 밖에 없다.정보대국이 되지 않고는 극일은 물론 경제대국도 기술대국도 불가능하다.
  • 왜 뉴욕인가(임춘웅칼럼)

    최근엔 좀 뜸해졌지만 한때는 뉴욕 맨해턴의 32번가 일대가 서울의 어느 골목길이 아닌가 착각될 정도로 한국사람들로 붐볐다.그만큼 뉴욕을 보고간 한국사람이 많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뉴욕을 처음 방문한 대부분의한국사람들은 크게 실망하고 만다.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온통 쓰레기통을 방불케 하는 지저분한 거리,어느 벽면 하나 온전히 남겨놓지 않은 낙서들,덜거덕거리는 지하철,무질서하기 비할데 없는 교통질서,이런 것들이 뉴욕은 썩어가는 도시라는 인상을 깊게 심어주기 때문이다.많은 사람들은 뉴욕을 보며 도시문명의 말로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를 연상하게 된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동안뉴욕시의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1980년에 7백만이었던 인구가 90년엔 7백32만으로 매년 조금씩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물론 이는 뉴욕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50년대의 7백90만보다 전체적으로는 준 숫자다. 썩어가는 도시에 왜 사람이 다시 모이는 것일까.루이스 해리스사가 92년봄을 기준으로 1년동안 뉴욕시의 전출입자3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을 보면 일자리가 여전히 큰 전입사유이긴 하지만 이와함께 전입자의 56%가 「문화적 혜택」때문이라고 응답하고있다.뉴욕의 문화적 매력이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사임을 보여주고 있다.문화적 매력으로는 영화 뮤지컬 미술 공연예술 박물관 식당 등을 들고 있다. 왜 뉴욕에 사는가라는 질문에는 『거기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란 명답이 고전으로 돼있다.최고의 예술,최고의 유행,최고의 음식과 함께 하루에도 수백건씩 일어나는 각종 범죄 마약 걸인들이 골목마다 널려있는,가난이 뒤섞인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곳이다.최상과 최악의 것이 공존하는 셈이다. 뉴욕의 겉모습을 보고 실망한 많은 사람들은 고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재키 케네디가 왜 맨해턴에 사는가를 이해하기 곤란할 것이다.캐서린 헵번 같은 대배우도,한국계 입양아 순이와의 염문으로 더욱 유명해진 우디 앨런도 뉴욕에 살고 있다.최악의 것들을 피할 수만 있다면 최상의 것들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은 역시 뉴욕인 때문이다.그들은 범죄를 차단할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전입자중 백인이 83%,흑인이 7%인 반면 전출자에서는 백인 비율이 67%로 내려가고 흑인이 21%로 높아지는 것도 흥미롭다.일반적인 상식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더욱 재미있는 것은 전입자는 미전역에서 몰려든 반면 전출자는 91%가 뉴욕시 근교지역에 새 거주지를 정하고 있는 점이다.뉴욕근교에 살면서 가끔이나마 뉴욕의 문화를 즐기기 위함이리라.지난 26일밤 맨래턴의 센트럴 파크에서 열렸던 이탈리아의 유명한 테너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 자선공연에는 무려 4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뉴욕 일원에서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직업과 문명,문화를 찾아 도시로 온 사람들이 이제는 도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그래서 그들은 전원을 그리며 산다.그러나 도시를 참으로 등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일까.현대인들은 이미 문화에 중독돼 있는지도 모른다.
  • 우이동 시인 동인시집 잔잔한 화제 모아/「구름한점 떼어주고」

    ◎이생진·임보 등 4인의 개인·합작시 수록 북한산자락이 좋아 우이동에 사는 시인들의 동인시집 「구름한점 떼어주고」(작가정신)가 화제다. 우이동연작 13번째인 이 시집은 중견시인 이생진,채희문,임보,홍해리등 4명의 시가 실려 있다.세칭 「우이동시인들」로 통하는 이들의 시낭송회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열린다.멤버는 이들 4명이외에 박희진,김동호,정성수,오수일,한영옥,구순희시인과 서강대 성염교수부부,명지대 이용남교수,한양대 윤석산교수,한학자 오세용,박흥순화백,대금연주자 송성묵씨등이다.객원시인들이자 문우들인 셈이다. 『우이동에는 백운대보다도 키가 큰 사람들이 넷이나 산다/이들 네분 만나기만 하면/우이동 선이천까지 갈것 없다….이생진,채희문,임보,홍해리/그들의 눈은 하늘에 있고/그들의 귀는 땅속에 있다』.이무원시인의 시 「우이동」은 이 모임의 분위기와 4시인의 위인됨을 잘 전달해준다. 이번 시집에는 「북한산진달래」라는 합작시가 실려있다.『착각은 아름답다/착각때문에/봄이 일찍 오는 수가 있다/그럴때마다 나는/진달래 꽃봉우리를 만져 본다…』.한사람이 한연씩 지어 모두 4연으로 이뤄진 이 시는 각각의 개성이 따로 꿈틀대지만 20년 넘게 어울린 사람들답게 한편의 독립시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생진시인의 시작노트에는 『20년 넘게 북한산을 오르내리며 시를 써왔다.내집가까이에 북한산이 있고,그 주위에 시우가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가.그래서 나는 더 많은 시를 쓰게 된다』고 적혀있다.그의 표제시 「구름 한점 떼어주고」를 옮겨 본다. 『내 발이 종로로 향하면/나는 수백만의 인구와 부딪치게 되고/내 발이 우이동으로 향하면/내 인구는 단 하나/그때 나는 수목으로 빈 자리를 채우고/구름으로 주린 배를 채운다/구름도 먹어버릇하면 배부르다/구름만 먹고도 하루를 지낼 수 있는 나/나는 남모르게 행복하다/누가 따라올까 겁이 난다/내 행복과 그의 행복이 다르기 때문/구름 한 점 떼어주고 달랠 수 있다면 몰라도/따라오지 마라 구름 한 점으론/실망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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