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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력기둥 눈속임 건설업체 배상 판결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 李仁宰)는 6일 “입주 전 설명하지도 않았던 내력기둥이 거실에 설치돼 있었다.”며 김모씨 등 D아파트 입주자 16명이 D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측은 원고들에게 각각 3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측이 지은 34평형 모델하우스에는 내력기둥이 없어 39평형에 입주할 원고들이 자신의 아파트에도 내력기둥이 없는 것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있었고 평면도에도 기둥이 표시돼 있지 않았다.”면서 “피고측은 아파트 실제구조와 모델하우스 분양 안내서가 다를 때 미리 입주자들에게 설명하고 알려줘야 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홍지민기자 icarus@
  • [젊은이 광장] 우리를 파괴하는 ‘착한늑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여론조사를 한다면 ‘우리’라는 말이 최소한 5위 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흔히들 무의식중에 ‘우리’라는 말을 자주 내뱉는다.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 말을 사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내 사람들’이나 ‘우리’를 만드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우리’라는 말이 한없이 따뜻하고 친근한 단어라는 착각을 하고 산다.‘우리 함께 해요.’,‘여러분들 곁에는 우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등의 말을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란 그렇게 따뜻하고 인간적인 말은 아니다.사전에는 ‘우리’를 ‘말하는 이가 자기와 자기 동아리를 함께 일컬을 때 쓰는 말’,‘말하는 이와 제삼자만을 일컬음’,‘말하는 이와 말을 듣는 이만을 일컬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세 가지 설명은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바로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와 자기 동아리’,‘∼만을’이라는 것은 결국 그 곳에 속하지 않는 ‘그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그들’이 단지 ‘그들’ 자체로만 존재하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우리’가 아닌 ‘그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의 적이요,경계의 대상이다.짐승을 가두는 또 다른 ‘우리’에 ‘그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 갇혀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우리나라’를 위해 아낌없이 희생해 온 것은 ‘우리’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살아왔기 때문이다.‘우리’를 위한 싸움은 항상 정당하고,목숨 걸고 싸운 사람은 영웅 취급을 받는다.‘우리’에게 죽음을 당한 ‘그들’을 애도하는 일은 거의 없다.미군의 폭력으로 죽어간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우리’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 때문에 죽어간 ‘그들’도 존재한다.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서 저지른 일부 만행은 미군의 노근리 학살보다 더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사무엘 헌딩턴을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은 ‘우리’라는 동지와 ‘그들’이라는 ‘적’이 존재하는 한 이 세상에 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비단 국가간 전쟁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에도이념이나 목표가 달라서 싸우는 ‘우리’ 정당과 ‘우리’ 단체가 존재한다.인간의 역사는 ‘우리’를 위해 싸웠던 행위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수많은 종교전쟁 역시 ‘우리’의 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들’의 신을 인정치 않으려던 싸움이 아니었던가.이제 더 이상 ‘우리’라는 말에 갇혀 자신을 희생시키거나 희생당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흔히 ‘우리’안에 갇힌 사람은 자신을 공격하는 ‘늑대’를 나쁘게 평가한다. 그러나 ‘우리’와 조금 다른 ‘늑대’를 분리하고,스스로 울타리를 친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일지 모른다.‘착한 늑대’는 ‘우리’ 안에 들어가고 싶어 자꾸 ‘우리’를 건드렸을 뿐인데,‘우리’는 ‘우리’를 해칠 것이라 착각해 ‘늑대’를 공격했고,그래서 ‘늑대’는 사나워졌을지도 모를 일이다.어쩌면 ‘늑대’는 ‘우리’를 부수고 함께 사는 것을 갈망한 ‘착한 늑대’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필자는 ‘우리’를 파괴하는 ‘착한 늑대’이고 싶다.모든 사람이 그러길 바란다. 임 지 혜 명지대신문사 편집국장
  • 기고 / 지속적 관심갖고 가꿔야 할 산림

    나무를 심어 가꾸는 계절이다.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식량농업기구가 칭송할 정도로 그 많던 황폐된 산을 녹화시킨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이다. 그러나 숲 속을 들여다보면 숲가꾸기를 제때 못했고,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종으로 바꾸어 심어주지 못한 탓으로 짐승도 잘 다닐 수 없는 정글이 된 산림이 많다.왜 그렇게 됐을까.그 이유는 정부가 황폐지 산림발달 과정의 제 1단계를 마무리해 놓고는 마치 산림을 다 가꾼 양 착각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기 때문이다.산지녹화 후 30∼40년 동안 제 2단계사업을 충실히 이행해 주어야 산림관리의 궁극적 목표인 제 3단계 지속가능한 산림으로 가꾸어 갈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간과한 결과였다. 산림청에 따르면 목재생산을 우선하고 있는 350만ha의 산림면적 중 약 4분의1인 100만ha가 경제성 있는 수종으로 바꾸어 심어야 하는 형질불량한 산림이며 숲가꾸기 사업을 해 주어야 하는 면적이 200만ha나 된다고 한다.이젠 녹화사업이 끝나 나무를 더 심을 산이 없고,조림을 하려 해도 노동력도 예산도 없다.산주들이 산림에 관심이 없다.경제림 목적의 조림은 경제성이 없으니 임목생장이 빠른 해외조림으로 대치하고 국내산림을 풍치림으로 가꾸어가야 한다는 등의 여론에 밀려 현재의 국가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정부와 산림정책관계자들의 책임회피이며 직무유기일 것이다. 필자가 숲가꾸기 사업과 수종갱신조림을 산림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속이 차지 않는 배추씨앗을 심어놓고 아무리 김을 매고 병충해 구제 노력을 해 봐도 수확할 때 김치를 담글 만한 속이 찬 배추는 수확하지 못하고 잎만 무성한 배추를 수확하게 되는 것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이다.또 다른 이유는 잘 가꾸어진 산림이야말로 산림의 순기능인 목재생산과 대기오염정화기능,수원함양기능을 원활히 할 뿐만 아니라 풍수해,산사태 및 대형산불 등의 자연재해예방 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안 된다.만시지탄이지만 정부는 우리의 산림이 이제 겨우 산지 녹화를 끝내고 산림자원조성시기에 진입해 있음을 직시해 지금부터라도 목재부족시대와 지구환경시대에 대비한 큰 틀의 국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일본의 삼나무와 편백,중국의 홍송,유럽지역의 전나무와 유럽소나무,북미대륙의 더글라스 전나무와 폰데로사 소나무처럼 우리나라도 강원도의 횡성,평창,삼척 등과 경상북도의 울진,봉화,영양 등지의 태백산맥계에 국제 경쟁력이 있는 형질우량한 금강소나무림이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안타깝게도 숲가꾸기 사업의 미흡과 병충해 피해,대형산불 등으로 지속가능한 금강소나무림으로 가꾸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해 있다.지속적인 금강소나무 목재생산과 송이생산,산업이 낙후된 강원도와 경상북도 태백산맥계의 산을 세계적인 소나무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선 현재의 산림분야예산과는 별도로 20∼30년간 장기적으로 예산을 배정받는 ‘금강소나무림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입법화해야 한다. 아울러 아무리 좋은 국가정책을 수립하더라도 이해 당사자들의 공감대와 참여 없이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 산주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정책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젠 산주들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숲가꾸기와 수종갱신조림에 필요한 재원확보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1,2차 세계대전 후 전후배상 과정에서 승전국들이 독일에 산림자원으로 배상할 것을 요구했으나 독일 국민들은 “도시와 공장은 수년 안에 다시 건설할 수 있지만,산림자원이 파괴되면 복원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 며 끝까지 숲을 지켰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책입안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홍성천 경북대 교수 한국임학회장
  • ‘무보수 특보’ 우려 목소리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측근 중 상당수를 무보수 명예직 성격의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지자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권력남용’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5일 기자들에게 “대통령을 돕는 역할인데 직책이 없을 경우 비선이라고 하는 풍토가 있어 대통령이 자리를 주고 싶어했다.”면서 “이강철 전 대선후보 특보는 정무특보,김영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은 노동특보,이기명 전 후원회장은 문화특보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것처럼 선전하면서 고위 공무원들을 계속 늘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사기극”이라며 “일선 소방대원이나 구조대원 등 정말 필요한 공무원들의 숫자와 권능을 보강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그는 “현 정권은 청와대 요직을 논공행상을 위한 전리품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강조했다.다른 당직자도 “가뜩이나 대통령 측근들에게 로비가 집중되고 있는데,실세를 공개적으로 양산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김성순 지방자치위원장도 기자에게 “공직이라는 것은 보수가 있건 없건 간에 국민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인데,무질서하게 자리를 만드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청와대측의 ‘비선 양성화’ 논리에 대해서도 “안그래도 청와대 비서실이 비대한 편인데 그런 식이라면,특보 자리를 수십개 수백개씩 만들어도 된다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다른 관계자도 “특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내각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의 공식라인과 영역이 겹쳐 업무 혼선과 월권 시비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연 박정경기자 carlos@
  • 盧대통령, 이라크전 ‘고민 “”美지지는 했지만 평화신념 변함없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전과 관련해 고민이 많다.국익과 한·미동맹 관계 등을 감안해 이라크전 지원을 결정했지만,마음은 편치 않은 것 같다.국내의 반전(反戰) 여론을 달래는 여러 방안도 검토 중이다. ●“꼭 담화문 발표 해야 하나.” 노 대통령은 21일 아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시민단체의 반전 시위에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하거나 양측이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반전과 평화는 좋은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을 지지해 이라크에 비전투병을 보내기로 한 대(對)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표정은 밝지 않았다.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내가 꼭 담화문을 발표해야 하는가.’하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노 대통령은 “국익 등을 고려해 직접 하는 게 좋겠다.”는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청와대는 시민단체들을 비롯해 국민들에게 이라크전에 찬성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설명하면서 설득해 나가기로 했다. 또 군을 파병하기로 했기 때문에,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군을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그래야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할 ‘몫’을 챙길 수 있는 실리적인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반기문 외교보좌관은 “이왕 보내려면 빨리,소용이 있을 때 보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교육부 보고가 아니네.” 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를 교육부 업무보고로 착각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10시5분 고건 총리 등과 함께 국무회의장에 들어섰다.국민의례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노 대통령은 옆에 있던 윤덕홍 교육부총리를 보자 “교육문제가 잘 해결되면 국정의 절반은 해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잠시 뒤 노 대통령은 “착각을 했어요.”라고 말하자,참석자들은 모두 웃었다. ●각료들도 반전시위 관용 촉구 국무회의에서 몇몇 장관들은 일부 국민여론을 감안,반전시위에 대해서 정부의 관용 대처를 주문했다.시민운동가 출신인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반전평화운동에 대해 (정부가) 포용해야 한다.”면서 “전쟁으로 인한 이라크 국민의 고통도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도 “반전 평화시위에 대해 논리적인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 등이 (강경)대응할 경우 과격화할 수 있는 만큼 포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태헌 박정경기자 tiger@
  • “이창동 장관의 언행·행보 완장 찬 남로당간부 비슷”한나라 임인배의원 맹공

    한나라당은 20일 새 정부의 몰아치기식 인사정책에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다.부처의 1급 일괄사표 확산과 관련,김영일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내각이 비판세력에 전쟁을 준비하고 지휘하는 종합사령실로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조해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1급은 할 만큼 한 사람들’이란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의 발언으로 미뤄 정권 차원의 물갈이 작업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특히 군수뇌부의 기수파괴와 대폭 물갈이가 안보불안을 부채질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황우여 정책위 부의장은 “북핵문제와 이라크전 발발로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 군이 인사문제로 술렁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관실 정책보좌관제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이 “차관이나 차관보가 있는데 왜 ‘큰 정부’를 만들려 하는지….”라고 하자 김 총장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비꼬았다. 임인배 수석부총무는 “말만 정책보좌관이지 내 사람 심기 아니냐.”면서 “대선 논공행상을 위한 위인설관 인사”라고 성토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부대변인단이 총출동해 각료들의 언행을 꼬집었다. 임 부총무는 “조용한 사람도 완장을 차면 설치고 돌아다니던 남로당 간부들의 행동과 비슷하다.”며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공격을 받으니 장관직이 재밌어지고 전의가 생긴다.”고 한 발언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해수 부대변인은 윤영관 외교장관의 교수직 유지와 관련,“‘반칙과 특권’을 유지하려는 처신”이라고 지적했고 박순자 부대변인은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영변폭격설 실언을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새영화/ ‘러브 인 맨하탄’ - 호텔 女청소원과 의원후보의 사랑

    가정환경과 직업이 도통 안 어울리는 두 사람을 ‘짝짓기’하는 것이 할리우드식 로맨틱코미디라고 정의할 때,‘러브 인 맨하탄’(Maid in Manhattan·21일 개봉)은 바로 그 정의에 딱 들어맞는 영화다. 하지만 뻔한 사랑 타령에 자잘한 에피소드와 낭만이 얼마나 적절히 뒤섞였는가에 따라 로맨틱코미디의 질이 결정된다면,이 영화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것 같다. 배경은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대도시 맨해튼.호텔에서 객실을 청소하는 직원 마리사는 손님의 고급 옷을 입어보다가 유력한 상원의원 후보 크리스토퍼와 마주친다. 크리스토퍼는 마리사를 객실에 묵고 있는 손님으로 착각하고 데이트를 신청한다.진실을 말할 기회를 놓친 채 꼼짝없이 끌려가게 된 마리사는 점차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데…. ‘또 신데렐라 얘기군.’하고 관객이 불평해도,영화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그래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하층 계급에 관한 애정은 남다르다. ‘조이럭 클럽’‘스모크’등에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위트있게 그려낸 중국계 웨인 왕 감독은,긍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호텔 직원들의 삶에 오래도록 초점을 맞춘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을 수상한 노라 존스의 노래는 감미롭고도 쓸쓸한 정서를 잘 살렸다.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을 연기한 배우는,가수이기도 한 제니퍼 로페즈와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랠프 파인즈. 김소연기자 purple@
  • [밀레니엄] 발탁승진

    검찰 조직이 ‘발탁 인사’로 소용돌이치고 있다.발탁인사설로 인사항명 기미까지 빚어지더니 선배가 후배 밑으로 발령이 났다.흔히 조직내 발탁인사는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경영관리의 기법으로 소개되어왔지만 검찰 인사에서는 파란을 불러왔다.정부와 기업내 발탁인사의 명암을 박기준(朴基俊) 갈렙앤컴퍼니 대표이사가 진단했다. ●발탁인사 의미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그들과 더불어 한팀이 되어 (top at the team) 국정을 운영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대통령이 이러한 인식을 하게 되면 한팀이 되어 일할 사람을 가려서 뽑아야 한다.좋은 사람을 배치하고 그가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그는 알아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개혁성 인물을 대거 발탁하고 주요 보직자를 내부 승진해 기용했다.”고 차관급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또 처·청장의 경우 경영마인드를 갖춘 인사를 발탁했다며 경영 마인드를 강조했다. 개혁성과 경영마인드 등 명쾌한기준을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다.그러나 개혁성이 있다거나 경영마인드가 있다고 해서 모두 중용되는 것은 아니다.두 가지를 모두 갖춘 인사들은 공무원 가운데 많다.그 중에서도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분명 다른 기준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사에는 몇가지 큰 원칙이 있다.우선 가장 중요한 인사 원칙이 ‘연공서열’이다.이 원칙 아래서는 먼저 조직에 들어온 사람이 먼저 승진하고,봉급도 많이 받는다.또 다른 원칙은 ‘성과주의’다.조직에 더 많이 기여한 사람이 승진도 먼저하고 봉급도 많이 받는다.‘능력주의’도 있다.능력있는 사람이 승진도 먼저하고 봉급도 많이 받는 것이다. 관료제적 전통과 연공서열이 존재하는 우리나라 행정부에서의 발탁인사는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그러나 현재 발탁인사,발탁승진은 현실이 되고 있다. 발탁인사란 승진연한에 관계없이 조직 발전의 공헌도 및 개인의 능력,자격,경력,업적에 따라 특정인을 승진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발탁인사의 명암 발탁인사는 밝은 면이 있는 반면 어두운 면도 있다.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기존체계를 흔든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조직의 활력을 불어 넣는 측면에서 보면 첫째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조직의 리더로 임명되면서 관리층이 전반적으로 젊어진다.따라서 새로운 시도가 생기고 자유로운 사고가 숨쉬는 공간이 마련된다. 둘째 발탁인사는 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발탁인사가 제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채용과정의 활력을 가져와 유능하고 야심적인 사람들을 끌어들이기가 쉽다. 셋째 조직내 평가제도를 바꾼다.인사의 근거가 나이가 아니라 성과와 능력이라면 성과와 능력을 평가받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 되므로 평가의 객관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게 된다. 넷째 순환보직제도도 영향을 받게 되는데,배치 및 이동에 있어 자신의 능력,적성,희망 등을 근거로 한 적재적소 배치를 요구하게 되고,적성과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성과를 축적할 수 있는 순환을 원하게 된다.마지막으로 성과와 능력에 대한 강박관념은 자발적 헌신,성과 지향적 마인드와 자기 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연결되어 좋지 않은 조직관습을 떨쳐버릴 수도 있게 된다. 부작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인들의 승진 및 상향의지를 꺾는다는 점이다.사람은 누구나 성장의지를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예상하며 살았던 원칙이 갑자기 바뀌면서 자신의 성장의지가 외부적 힘에 의해 송두리째 꺾여지는 것은 절망적인 일이다. 두번째 문제점은 발탁인사자에 대한 조직적 저항을 부를수 있다는 점이다.이에따라 배제된 사람들의 냉소주의로 조직응집력을 해칠 수 있다. 세번째는 해바라기성 조직문화가 팽배해 질 수있다.이는 평가제도가 합리적으로 정착되지 않는 경우 발생하게 된다.특히 인사권자의 주관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초기단계에 주로 나타나는 과잉충성 현상이다. 네번째는 발탁된 사람이 결국 조직내에 발을 못붙이고 뒤처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이것은 인사권자가 바뀔 경우 발탁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견제로 오히려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경우를 말한다.장관의 임기가 1년이 되지 않는 공직사회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일반적일 수 있다. 발탁인사가 이뤄지면 그 결과를 누구나 납득해야 한다는 수용성문제가 대두된다.그래서 누구나 인정하는 기준과 누구나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발탁되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기존체계가 흔들려 안정화 시키는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지금까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공정성이 필요할 때 우리 사회는 나이를 내세웠다.그리고 그것은 누가 봐도 그럴듯한 것이었던 게 사실이다.적어도 공직내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통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발탁인사가 일반화되면 새로운 공정성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발탁인사 관리와 성공을 위한 기초 정부지도자는 발탁인사 등 새로운 인사원칙을 활성화시키려면 이에 대한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발탁인사를 통해 달성하려는 개혁비전을 명확하게 개발하고 경영관리적 측면에서 끊임없이 국민,공무원과 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료주의가 비전을 앞서게 된다.리더십은 인류역사 속에서 계속되는 주제지만 경영관리(management)는 20세기의 산물이다.복잡한조직이 출현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경영관리 기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변화와 움직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지만 경영관리 과정은 복잡한 조직내에 질서와 일관성을 심는 과정이다.경영관리와 리더십은 충돌할 수 있지만 둘다 필요하다. 경영이 없고 리더십만 있으면 변화를 위한 변화만 있게 되고 경영만 존재하면 위험회피적 통제만 중시하게 된다.리더십의 역할이 크게 발휘될 때에는 변화가 생기고 반드시 위험이 따르게 된다.따라서 효과적인 리더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에 익숙해야 한다. 감수되어야 하는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무모함도,위험없이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따라서 발탁인사를 통한 리더십 발휘는 경영관리적 시각을 갖고 발생하는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발탁인사라는 메시지를 만든 사람은 자동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관료제하에서는 위에서 정한 방침이 밑으로 자동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그러나 방침은 전달되지만 그 방침의 중요성이 인식되기는 어렵고,인식되더라도 쉽게 잊혀진다.대통령이 관료제적 안이함을 치유해 나가려 하면서 관료제적 이점을 그대로 사용하려 해서는 안된다.방침은 중요하게 인식되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해야만 제대로 전달된다.커뮤니케이션의 완성은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발탁인사로 시작한 참여정부의 시도가 리더십과 함께 경영관리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발탁인사때의 새로운 기준인 성과주의,능력주의 인사원칙이 지속적으로 적용되려면 성과와 능력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연공서열 원칙하에서는 인사대상자들의 나이,기수 등이 필요한 자료이다.그러나 인사원칙이 바뀌었으면 당연히 필요한 자료도 바뀌어야 한다.그것은 발탁인사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법 문흥수 부장판사는 “법관의 승진 자료가 되는 판사 평가가 법원장에 의해 자의적,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기초로 한 승진 및 재임명 제도는 판사들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이 말이 사실이라면 법원은 인사의 객관성을 높이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발탁인사의 수혜자 정부내 발탁인사의 진정한 혜택자는 국민이다.그것은 정부에서 발탁인사로 인해 조직활력과 성과 지향성이 증진되면 국민에게 더 좋은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그렇다.이러한 전제가 충족되려면 조직활력이 성과지향성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성과지향성은 정부가 국민의 입장에 서야만 가능하다.정부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정부의 존재목적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다. 민간기업은 고객을 중시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그러한 곳에서 관료제적 병폐가 자란다.대통령과 정치인이 선거로 평가를 받지만 행정관료는 무엇으로 평가받는가를 생각해 보면 정치인과 관료로 이루어진 정책 결정시스템은 국민에게 제공하는 정책서비스,집행서비스의 가치로 평가받도록 인식되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것은 두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하나는 유능한 사람이 제대로 된 자리에 있어야 일이 제대로 된다는 것이고,또 하나는 인사 때문에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크게 영향을 받는 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지도자들은 후자에 무게를 두었지만 이제는 전자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그것이 발탁승진의 진정한 혜택을 국민에게 돌리는 길이다.
  • 앨런 파커 감독의 ‘데이비드 게일’ 사형제에 대한 항변

    스릴러라는 장르에 정치적 메시지를 온전히 담기 위해서는 특별한 솜씨가 필요하다.‘미드나잇 익스프레스’‘버디’‘페임’ 등의 대표작을 자랑하는 앨런 파커(59) 감독이,모처럼 내놓은 신작에서 그 솜씨를 유감없이 펼쳤다.올해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된 덕에 국내팬들이 한껏 기대를 품고 있을 ‘데이비드 게일’(The Life of David Gale·21일 개봉).한 사형수의 억울한 죽음을 통해 사형제도의 불합리성을 웅변하는 영화는,논픽션으로 착각할 만큼 현실감각이 뛰어나다. 제목은 사형수 주인공인 케빈 스페이시의 극중 이름.강간살인범 게일은 사형을 며칠 앞두고 잡지사 여기자 빗시(케이트 윈슬렛)에게 독점 인터뷰를 자청한다.빗시와 사흘동안 면회를 하면서 게일은 자신이 살인범으로 몰린 사연을 들려준다.처음엔 반신반의하던 빗시는 점점 게일이 억울하게 음모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감지한다.하지만 사형까지 남은 시간은 단 사흘뿐. 영화는 두사람의 인터뷰 얼개를 빌려 게일이 사형을 선고받기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해 보여준다.죽음을 앞둔 한 인간의절박한 이야기는 시작부터 담담한 회고담 형식과는 거리가 멀다.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젊은 철학교수 게일은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 ‘데스워치’의 맹렬회원.그런데 귀찮게 쫓아다니던 여학생의 유혹에 넘어가는 바람에 인생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꼬인다.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풀려나지만 학자로서의 명성과 가족을 송두리째 잃고 만다. 사형제도 반대론자인 감독은 자신의 ‘정치적’노선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최대한 오락성을 살리려 했다.스릴러 장르를 빌린 것도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오락적 장치를 대입하려는 복안인 셈.예기치 못한 불행에 허우적대는 한 남자의 삶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던 영화는,아들이 보고 싶어 아내에게 매달리는 부정(父情)을 부각시켜 어느새 스크린을 달궈놓기도 한다. 게일에게 동정이 쏠리기 시작하는 건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게일이 유일한 의지처이자 데스워치의 여자 동료인 콘스탄스(로라 리니)를 강간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즈음이다.누군가의 음모에 억울하게 휘말렸다고 확신한 빗시는 분초를 다투며 단서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재기하려 몸부림치던 게일이 끝내 사형수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진실’은 종결 자막이 올라가기 직전 몇차례 반전을 거듭하며 깜짝쇼처럼 껍질을 벗는다.복선과 반전으로 실화인양 아귀를 맞춰가는 시나리오가 놀랍도록 규모있다. 반전을 귀띔할 힌트.드라마는,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사람들의 음모와 배신에 관한 후일담이라는 것.시시각각 타락해가는 인간성을 투사해낸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황수정기자 sjh@
  • 서상섭의원등 4명 ‘反戰 활동기’바그다드서 제2信 “美軍 올테면 오라” 국민들 ‘담담’

    한나라당 서상섭 안영근,민주당 김성호 송영길 의원 등 4명의 국회의원이 11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도착해 반전·평화활동에 본격 착수했다.서상섭 의원이 바그다드 현지에서 보낸 르포 및 활동상을 두번째로 싣는다. 한국시간으로 11일 새벽 이곳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암만에서 요르단과 이라크 국경까지 예정을 바꾸어서 밴을 타고 6시간,이라크 국경에서 바그다드까지 6시간을 이동하는 도중 일부 지역은 전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서인지 삼엄하기도 했다. ●붐비는 국경초소 외신기자 등 출입국자들로 붐비는 국경초소는 엄격했다.이라크 정부는 바그다드를 오가는 7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혹시나 자국의 정보를 유출하는 통로가 되지 않을까 크게 염려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우리 일행은 이라크 정부의 초청 케이스이기 때문에 비교적 보안검색이 용이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경초소를 통과하는 데만 1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이어 이라크 국경초소에서 바그다드까지 540㎞의 도로 주변에는 마을도 별로 없고 의외로 한산할 정도였다. 바그다드 외곽에서 이라크 국회 외교관계위원회 위원장과 국회의원 등 4명이 우리 일행을 환영나왔다. 이들 일행의 안내를 받으며 숙소인 알 라시드 호텔까지 왔다.호텔 도착 시간이 현지시간으로 밤 12시인데도 우리를 환영하는 만찬으로 환대했다. ●의외로 차분한 바그다드 국경에서 바그다드까지,그리고 바그다드 시내에서 본 이라크는 겉으로는 전쟁 발발 직전이라는 분위기가 크게 감지되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이곳이 전쟁이 일어날 곳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의외로 차분했다.모든 것이 정상적이었고 평온했다.호텔이나 상점·거리는 평온했고,국민들은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없고 일상적인 표정을 짓고 있어 전쟁 위기 상황을 생각했던 필자가 신기할 정도였다.평온하게,제대로 돌아가는 이슬람 세계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문득 뭣 때문에 전쟁을 하려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이 만난 이라크인들에게 영어로 전쟁에 관해 몇마디 물어보았다.그랬더니 미국이 전쟁을 하려는 것은 원유를 빼앗아가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하는 이들이 많았다. 일부 이라크인들 중에는 걸프전 때처럼 민간인 지역에 특별한 피해를 입히지 않은 미국에 신뢰를 갖고 있기까지 했다.새로운 사실이었다. ●속전속결 바라는 분위기도 미국이 이라크 정부나 군 시설 등에 공격을 집중하고 민간지역에 해를 입히지 않을 경우 전쟁이 예상외로 속전속결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또 속전속결을 기대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울러 이라크 국민들은 겉으로일지는 모르지만,후세인 대통령에 대한 종교적·민족적 신뢰를 보내면서 전쟁 필요성은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전쟁이 일어날테면 어서 빨리 일어나라는 기류도 강했다.인상적인 것은 전쟁 뒤를 더 걱정하는 모습이 많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곳에서 전쟁이 이어지거나 전쟁 뒤에 종교적·민족적 피의 복수전을 우려한 것이다.매우 복잡한 생각에서 임박한 전쟁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다시 말해 전쟁을 통해 만약에 후세인 대통령이 물러나는 상황과 그에 따른 혼란을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후세인이 권좌에서 물러나면피비린내나는 내전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 이를 불안해하는 것이었다. ●전쟁은 없어야 한다 이곳 바그다드의 기온은 서울과 비슷하다.우리 일행은 오늘 오전 하마디 의회 의장,오후에는 라마단 제1부통령과 면담했다.그리고 이라크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로부터 이라크 사태에 대한 입장과 미국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이들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나는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한반도에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우리 일행의 활동이 앞으로 한반도 평화 문제가 국제사회의 최우선 관심사로 부각될 경우,아랍권과의 관계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그래서 이번 우리 일행의 방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감히 생각해본다.
  • 김해공항 또 ‘위기일발’ 지난달 169명 탄 여객기 관제사 지시 반대쪽 착륙

    지난해 4월 120여명의 사망자를 낸 김해공항 중국 민항기 사고의 악몽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김해공항에서 또다시 대형참사가 생길 뻔한 아찔한 일이 벌어져 당국이 경위조사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1일 건설교통부와 항공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전 9시51분 승객 169명을 태우고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던 말레이시아 항공 MAS66편 여객기가 안개 때문에 김해공항으로 회항,착륙도중 관제사의 지시(왼쪽 활주로)와는 정반대인 오른쪽 활주로로 착륙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이 활주로는 유도로 보수 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민간여객기에 대한 착륙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그러나 군용기는 일일평균 20여차례 뜨고 내려 관제위반 여객기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김해공항은 군공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민간과 공군 제5전술비행단이 공동으로 관제를 담당하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왼쪽 활주로 착륙을 4차례 지시했으나 문제의 항공기는 이상하게 오른쪽으로 착륙했다.”면서 “시계가 불량한데다 복행지시를 내릴 상황이 아닐 만큼 항공기는 이미 활주로에 착륙중이었다.”고 말했다.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는 “항공기 조종사가 ‘레프트’를 ‘라이트’로 착각해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 공군과 합동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관제위반 사실 등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면 항공사에 관련내용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문기자 km@
  • 英사격훈련 개전 오인 이라크軍 항복 해프닝

    이라크 군인들이 영국군의 사격훈련을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착각,쿠웨이트 국경을 넘어와 영국군에 항복하려 했다고 영국 타블로이드판 신문 선데이 미러 인터넷판이 1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의 제16 공수부대원들이 통상 훈련의 일환으로 지난 4일 박격포와 대포 등 무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을 때 10여명의 이라크 군인들이 항복을 의미하는 흰색기를 흔들었다는 것.놀란 영국 공수부대원들은 이라크 군인들에게 “당신들을 겨냥해 사격을 한 것이 아니며 항복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이라크로 되돌아갈 것을 명령했다.영국군 소식통은 “전선에 있는 영국 군인들은 믿지 못했을 것이다.이라크인들이 손을 들고 항복을 원한다고 말하며 갑자기 나타났을 때 그들은 훈련중이었다.”면서 이라크인들은 사격소리를 듣고 이를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공수부대원들은 매우 거칠지만 이라크인들의 처지가 불쌍하다고 생각해 그들을 돌려보내기로 했다.”면서 “이라크 군인들은 장비를갖추지 못하고 제대로 된 군화도 신지 못하고 있는 등 군인이라고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영국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이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부인했다. 연합
  • [길섶에서] 너와 나

    대구 지하철 참사에 대한 당국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왠지 사람이 무서워진다.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너와 나’의 관계 탓이다.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등장인물Ⅰ(방화범):늘 죽고 싶다.하지만 혼자 죽기는 억울하다.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가눌 길이 없다.승객들과 함께 죽는 길을 택하지만 본인은 살아 남는다.‘너 죽고 나 죽자’형이다.▲등장인물Ⅱ(기관사):인간은 과연 존엄한가.수백명의 목숨이 자기 손에 달려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떤 느낌도 없다.다른 사람은 무의미하며 오로지 자기만이 존재한다.혼자 살아 남는다.‘너 죽고 나 살자’형이다.▲등장인물Ⅲ(소방대원):극단적인 자기희생 정신의 소유자.사투끝에 많은 목숨을 구해내지만 자기 목숨은 구하지 못한다.‘너 살고 나 죽자’형이다.▲등장인물Ⅳ(탈출에 성공한 승객들):극한적인 생사의 갈림길에서 서로 의지하며 탈출에 성공한다.‘너 살고 나 살자’형.나는 네 유형의 등장인물 가운데 방화범보다 기관사가 더 무섭다. 염주영 논설위원
  • 리오리엔트/너희가 세계 경제중심이라고? ‘유럽의 착각’ 깨기

    안드레 군더 프랑크 지음 이희재 옮김 / 이산 펴냄 1980년대 초 사회과학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의 뇌리엔 안드레 군더 프랑크(75)란 이름이 각인돼 있다.사회과학 붐을 일으킨 진원지였던 종속이론의 대표적 이론가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특히 그의 저작 ‘저발전의 발전’은 종속이론의 물꼬를 연 책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그는 라틴 아메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가 저발전의 늪에 빠진 것은 봉건제 때문이 아니라 서양 자본주의의 수탈 때문이라고 주장,종속이론 진영의 우상이 됐다.그러나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이름은 차츰 희미해졌다.그런 그에게 다시 한번 학문적 명성을 안겨준 책이 ‘리오리엔트(ReOrient)’다.그동안 학계에서나 가끔 논의되던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지 4년만에 한국어로 완역돼 나왔다. 도서출판 이산에서 펴낸 ‘리오리엔트’(이희재 옮김)는 서양 지성계에 일대 충격을 던진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철옹성이나 다름없던 서양 근대학문의 역사서술과 사회과학이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마르크스나 베버 같은고전적인 이론가는 물론 아날학파의 거장 페르낭 브로델,‘근대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이매뉴얼 월러스틴,문명의 충돌을 주장한 새뮤얼 헌팅턴까지 그의 비판엔 성역이 없다.비판의 논거는 무엇일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책 제목이 암시하듯 저자는 유럽중심주의에 함몰된 시각을 수정하고 세계사와 현대 경제에 관한 사고의 틀을 완전히 바꿀 것을 요구한다.저자에 따르면 이른바 유럽중심주의란 것은 유럽지향의 역사가와 사회이론가들이 유럽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발명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유럽중심주의는 19세기 후반 이후 오늘날까지 유럽 혹은 서양의 패권을 재생산하는 정치적·경제적·문화적 버팀목 구실을 해 왔을 뿐만 아니라 식민지배를 통해 전세계로 전파됐다.이같은 견해는 “유럽사는 없다.오직 세계사만이 존재한다.”고 한 프랑스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의 관점과도 맥이 통한다. 책은 유럽중심사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드러났는가를 소상히 밝힌다.마르크스는 유럽만이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할 수 있는 자본주의적 맹아를 지니고 있으며,‘아시아적 생산양식’으로 대표되는 아시아는 정체성이 고착화돼 있다고 믿었다.나아가 아시아가 이런 상황에서 탈피하기 위해선 유럽으로부터 진보의 수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한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자본주의의 피와 살이라고 여긴 베버는 유럽이 아닌 지역의 종교는 모두 신화적이고 신비적이며 주술적인,한마디로 반(反)합리주의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따라서 합리적 정신이란 효모를 가진 ‘서양’은 발흥했고,그것을 결여한 ‘나머지 세계’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저자는 유럽의 역사가로선 예외적으로 넓은 시야를 지닌 페르낭 브로델조차 “중국이 낙후된 것은 이슬람이나 서양보다 덜 발달된 경제구조 때문이었다.”는 식의 그릇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저자에 의하면 유럽인들은 지리학도 ‘발명’했다.‘유라시아’란 말 자체가 유럽중심적이기 때문이다.유럽은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변경의 일개 반도에 지나지 않는다.그럼에도 유럽인들은 유럽중심으로 ‘역사의 진전’을 지도상에 표현해 왔다.예컨대 메르카토르 도법에서는 조그만 섬나라인 영국이 인도만큼 크게 그려진다. 이 책은 ‘아시아 시대의 글로벌 경제’란 부제에 걸맞게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세계경제 체제를 조망한다.저자는 유럽의 세계지배는 1800년 이후 지금까지 길어야 200년 남짓 이어진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근대 유럽의 경제성장은 유럽 스스로 달성한 것이 아니고,‘유럽 예외주의’로 이룩한 것도 아니다.1800년 이전의 유럽은 세계경제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중요하지도 앞서지도 않았다.1800년 이전에 세계경제에서 우세를 점한 지역이 있다면 그것은 아시아였다.그 정점에 중국이 있었다.” 그러나 유럽중심자들은 이와 같은 전체론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보지 않는다.합리성이나 기업가정신,기술혁신 등을 모두 유럽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예외적 현상으로 간주한다.저자는 이를 강력히 비판하며 재미있는 비유를 든다.“유럽은 아시아 경제라고 하는 열차의 3등칸에 달랑 표 한 장 끊고올라탔다가 얼마 뒤 객차를 통째로 빌리더니 19세기에 들어서는 아시아인을 열차에서 몰아내고 주인 행세를 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저자가 단순히 아시아의 재부상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쓴 건 아니다.그는 유럽중심주의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인종중심주의와 자민족중심주의에 반대한다.그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패권을 쥔 중심이 주도하는 일방적 질서가 아니라 세계의 모든 지역이 평등하게 교류하면서 공존하는 ‘다양성 속의 통일성’이란 인류 보편의 이상이다.이 책은 99년 세계사학회가 수여하는 ‘으뜸저작상’을 받은 데 이어 2000년엔 미국사회학회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민영화 만병통치약 아니다” 스티글리츠교수 내한강연

    *고용문제는 ‘국가 어젠다' 실업보험제 도입 바람직 “무조건적인 민영화에는 반대합니다.” 지난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60·사진)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주최 ‘기로에 선 한국경제:경제정책’이라는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고 “개인이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동아시아 경제위기때 세계은행 부총재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긴축처방 등을 강도높게 비판했던 그는 노무현 정부가 창설할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 해외경제자문위원회의 초대 위원장 물망에 오르고 있다.다음은 강연의 요약. ●민영화는 만병통치약? 민영화가 반드시 효율성을 가져다 준다는 증거는 없다.‘현명한 민영화’에는 찬성하지만 ‘잘못된 민영화’,특히 전기 등 공공재의 민영화에는 반대한다. 금융이나 자본의 이동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실물경제를 떠받치는 선에서다.한동안 칠레에서는 돈이 넘쳐나 사람들은 부자가 된 것으로 착각했다.그러나 외국인자본이 빠져나가자 실물경제의 붐은사라졌다.민영화 과정에서 외국인 자본도 중요하지만 외국인 자본이 고용을 창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할 수 있는 권리’는 중요 시장 경제가 완전고용을 창출하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권리’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다.실업은 자원의 낭비이다.따라서 고용은 가장 중요한 국가적인 어젠다가 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은 다른 시장과 달리 회사 측과 근로자 간에 힘의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의 힘은 약하다.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가 가장 많다.물론 노동 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되어있는 것도 문제다.근로자를 해고하고 불이익을 주는 등 회사가 온갖 종류의 왜곡된 인센티브를 쥐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근로자들로부터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앗아가는 회사들도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일과 소득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이를 위해 연금 등의 다른 사회보험을 통합하고구직활동에 인센티브를 주는 실업보험체계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또 실업보험 비용의 일부는 회사가 내게 해서 근로자의 실업이 회사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그래야 회사도 마음대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을 것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대한포럼] 민영화한 공기업?

    만약 누군가를 소개하면서 ‘거짓말을 잘 하는 정직한 사람’이라고 했다면 당사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듣는 사람은 금방 혼란에 빠질 것이다.도대체 정직하다는 건지,부정직하다는 건지 종잡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한걸음 더 나가 ‘다정다감한 냉혈한’이라거나 ‘부지런한 게으름뱅이’라고 소개했다면 어떨까? 이쯤 되면 아마도 놀리는 것으로 생각해 화를 버럭 냈을 법하다.한마디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측이 ‘민영화 된 공기업’의 CEO들에 대해 경영전횡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재벌오너의 전횡도 문제지만 일부 민영화한 공기업 CEO들이 마치 재벌오너라도 되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노 당선자와 인수위 관계자들의 발언이 전해지자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민영화한 몇몇 기업들이 거명되면서 누구 누구가 폭탄을 맞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민영화 된 공기업’ 가운데 대표적인 곳으로 포스코(옛 포철)와 KT(한국통신)·국민은행·KT&G(담배인삼공사) 등을 꼽을 수 있다.이들 기업은 국가에서 민간으로 소유형태가 바뀐 것 말고도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재벌 못지않은 거대기업이다.그러나 재벌과는 달리 1인지배주주가 없다.주식분산이 잘돼 있다는 얘기다.연간 1조원 안팎의 엄청난 이익을 남기는 초우량 기업으로,상장기업이며,외국인 지분율이 높다는 점도 일치한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런 공통점들이 합쳐져 과거와는 좀 다른 정부·기업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정부는 해당 기업에 대해 개입하고 싶어도 그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해당 기업들은 정부에 그다지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도 기업을 잘 꾸려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이런 관계는 종래의 관치나 정부에 의존하는 경영 행태들과는 분명히 다르다.그 싹을 잘 키워 나간다면 우리 경제가 관치에서 시장자율로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민영화 된 공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자 한다.우선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표현이다.그 자체로 모순이다.민영화했다는 것은 국가소유에서 민간소유로 바뀌어 더 이상 공기업이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이들 기업을 ‘민영화 된 공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누군가를 ‘다정다감한 냉혈한’이나 ‘부지런한 게으름뱅이’라고 소개하는 것과 같다.따라서 앞으로는 ‘민영화 된 사기업’이라고 불러야 옳다. 잘못된 언어사용도 문제지만 그런 표현의 저변에 깔린 의식과 사고는 더욱 위험하다.인수위가 걱정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한다.‘민영화 된 사기업’의 CEO들이 재벌오너라도 된 것처럼 착각해 경영전횡을 한다면,그리고 이를 통제할 장치가 미약하다면 그것은 문제다. 그러나 일단 시장을 믿어야 한다.해당 기업의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감시자의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설혹 시장에 의한 통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해도 시행착오를 감수하는 편을 택해야 한다.요컨대 그것을 또 다른 관치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굳이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새정부가 빈대 몇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해서다.입을 꾹 다물고 있는 포스코·한국통신·국민은행 등의 반응도 이해가 안 간다.왜 버럭 화를 내지 않는가? 누군가가 나를 ‘다정다감한 냉혈한’이라거나 ‘부지런한 게으름뱅이’라고 소개하는 데도 입 꾹 다물고 참아낼 건가? 염 주 영 yeomjs@
  • 새영화 / ‘8마일’ - ‘백인 래퍼’ 에미넴의 절규

    미국이란 나라는 어쨌거나 연구대상이다.29세 현역가수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한 발상이 그렇고,R등급임에도 개봉 첫주 미국에서만 5000만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려준 관객취향도 그렇고….‘8마일’(8 mile)은 미국 출신의 세계적 힙합가수 에미넴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라밤바’ ‘글리터스’ ‘보디가드’ 등 인기가수의 삶은,지금껏 할리우드 영화의 짭짤한 소재가 돼왔다.그런 영화들은 대부분 요절한 생을 돌아보거나 한창 주가높은 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가공의 드라마를 덧입히는 접근방식을 써왔다.‘8마일’은 그런 점에서 더 독특하다.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좋을 만큼 침착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에미넴의 주변과 음악세계를 돌아봤다. 단순히 한 스타의 성공 후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은 영화의 특장.‘힙합계의 엘비스 프레슬리’란 별칭을 얻기까지 힙합계의 ‘백인 틈입자’로서 겪었던 시련이 골간이 된 건 물론이다. 건달의 비위를 맞추면서까지 가난을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어머니(킴 베이신저)와,트레일러 박스를 전전하며 사는 지미(에미넴)에게 꿈은 하나.힙합가수로 정식 앨범을 내는 것이다.하지만 프로 래퍼를 꿈꾸는 그에게 흰 피부는 도리어 원죄다.흑인의 영역으로 굳어진 힙합세계의 문턱을 넘기 위해 한 청춘이 좌절과 분노를 거듭하는 과정이 드라마의 얼개.낮엔 철공소 노동자로,밤엔 흑인들의 아성인 아마추어 힙합클럽을 오가는 지미에게 랩은 절규이며 분노이고 또 희망이다. 극의 주요 설정으로 자주 펼쳐지는 랩 경연무대 덕에 에미넴의 팬이라면 콘서트 실황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자신의 이야기에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스크린에 데뷔한 에미넴의 연기는 기성배우 뺨치게 현란하다. 욕설과 비어로 중무장한 ‘랩 정신’이 기성세대 관객들에겐 적잖이 불편할 수도,아니면 전혀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 같다.감독은 ‘LA 컨피덴셜’의 커티스 핸슨.
  • 확률&통계...인생역전 꿈꾸는 ‘인류의 게임’

    ‘인생역전의 꿈’으로 전국을 들끓게 하는 로또 열풍,어느 때보다도 많은 여론조사가 등장했던 지난해 대통령선거.그 이면에는 확률 게임이 움직였다.벼락맞는 것보다 낮은 확률을 믿고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복권을 샀다.확률에 의한 대통령선거 표본조사는 투표함을 열기 전에 승자와 패자의 길을 갈랐다.통계와 확률의 역사와 응용사례 등을 한림대 수리정보과학부 이기원(정보통계학) 교수가 짚어봤다. 확률게임의 역사는 4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대인들이 확률게임 도구로 사용했으리라고 생각되는 양이나 염소,사슴의 복사뼈가 등장한다.4면 주사위로 간주할 수 있었던 복사뼈는 이집트 제1왕조대에도 게임 도구로 사용됐는데,기원전 1800년경에 유행하던 게임인 ‘사냥개와 자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이 게임은 복사뼈를 던져 나타나는 면에 따라 사냥개와 자칼을 각각 일정한 수만큼 전진시키는 게임으로 우리의 윷놀이와 비슷한 종류다. 리나라에서는 경주 안압지에서 발굴된 14면 목제 주사위가 가장 오래된 확률게임 도구다.이 주사위는 6개의 사각면과 8개의 삼각면으로 되어 있는데 각 면에는 ‘술 석잔 한번에 마시기’‘스스로 노래 부르고 스스로 마시기’‘술을 다 마시고 크게 웃기’ 등으로 해석되는 벌칙이 적혀 있다. 현대에 가장 대표적인 확률게임은 복권이다.로또를 포함한 복권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은 추첨식 복권이다.번호가 적힌 복권을 판매한 뒤 추첨해 동일한 번호에 당첨된 사람에게 해당 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1400년대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우리나라에서는 1969년 9월15일 시작된 주택복권이 여기에 해당한다.초기 액면금액은 100원,1등 당첨금은 300만원이었다. 복권 중 가장 인기 있는 로또는 1530년 이탈리아의 제노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또한 우리나라에서 1990년부터 발행돼 인기를 끌었던 즉석식 복권(찬스복권)은 스위스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여러 겹으로 접힌 봉함 속에서 번호를 기재해 사전에 추첨한 당첨번호와 대조하는 방식과 긁어내기 방식이 쓰인다. 근대적인 의미의 확률이론을 처음도입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지롤라모 카르다노(1501∼1576)였다.의사,철학자,공학자,수학자 등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던 카르다노는 그의 사후인 1663년에 발견된 책을 통해 확률이론의 창시자로 알려졌다.이 책은 4면 주사위라고 할 수 있는 복사뼈와 주사위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각각의 게임에서의 승률에 대해서 처음으로 논했다. 카르다노의 사후에는 갈릴레오-갈릴레이(1564∼1642)가 등장한다.그에게 던져진 문제는 3개의 주사위를 던져서 합이 9가 되는 구성(1-2-6,1-3-5,1-4-4,2-2-5,2-3-4,3-3-3)과 10이 되는 구성(1-3-6,1-4-5,2-2-6,2-3-5,2-4-4,3-3-4)은 6가지로 똑같은데 왜 실제 게임에서는 10에다 거는 쪽이 더 유리한지를 구명하는 작업이었다.갈릴레이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세 개의 주사위를 던졌을 때 나올 수 있는 216가지의 경우가 모두 같은 정도로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그 중에서 합이 9인 경우는 25가지 방법으로 나올 수 있고 합이 10인 경우는 27가지 방법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실상 이전 사람들이 같은 확률로 나온다고 생각했던 조합들이 사실은 다른 확률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예를 들어 1-2-6과 같이 모두 다른 값으로 합이 9가 되는 방법은 6가지가 있으나 1-4-4처럼 두 주사위가 같은 값이 나오면서 합이 9가 되는 방법은 3가지,3-3-3과 같이 모두 같은 값으로 합이 9가 되는 방법은 1가지밖에 없다.따라서 합이 9가 되는 방법은 6+6+3+3+6+1=25이지만 같은 식으로 계산했을 때 10이 되는 방법은 6+6+3+6+3+3=27이 된다. 릴레이의 풀이 이래 유명한 일화는 17세기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과 피에르 페르마 사이의 정리다.‘슈발리에 드 메르(Chevalier de Mere)의 문제’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이 논의는 파스칼과 페르마의 사이에 오간 서신들을 통해 윤곽을 살필 수 있다.페르마의 답장 내용으로 미루어 이 당시에 이미 우리 고등학교 수준에서 다루고 있는 확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이미 정립이 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문제의 핵심은 확률과 기댓값의 차이에 대한 명백한 인식이다.프랑스의 귀족으로 도박에 심취해 있던 드 메르의 문제 제기는 다음과 같았다. ‘주사위를 한번 던질 때 1이 나올 확률은 1/6이다.4번 던져서 최소한 한번은 1이 나올 확률은 2/3(=4×1/6)가 된다.또 주사위를 2개 던질 때 더블-에이스(둘 다 1이 나오는 것)가 나올 확률은 1/36(1/6×1/6)이니까 주사위 두개를 24번 던질 때 최소한 한번 이상 더블-에이스를 기록할 확률도 2/3(24×1/36)이다.그러나 실제로는 앞 경우가 아주 조금 더 자주 나오는 것은 왜일까.’ 이 문제를 갈릴레이 방식으로 풀기가 힘들다는 점은 그 경우의 수로부터 명백해진다.2개의 주사위를 24번 던질 때 나올 수 있는 경우는 2.2×10의 37승(=36의 24승)가지가 된다.이 문제를 요즘 방식으로 풀면 그 확률이 각각 51.8%와 49.1%로 계산돼 도박사들의 실제 경험이 옳다는 것을 알 수 있다.파스칼과 페르마는 근대적 확률계산 방식을 이용하여 이 문제를 풀어 의문을 해소시켰다.드 메르 등이 계산한 것은 주사위 한 개를 4번 던질 때 1이 나오는 횟수의 기댓값과 주사위 두개를 24번 던질 때 더블-에이스가 나오는 횟수의 기댓값에 불과하며 확률이 아니다. 또를 살펴보자.로또와 관련된 기댓값의 예로는 800억원이 넘는 1등 상금을 걸고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던 10회차 추첨에서 1등이 13명 나온 것을 들 수 있다.한번 베팅에 1등이 나올 확률은 814만 5600분의1로 알려져 있다.10회차 때 복권 총 판매량이 2100억원 가량이었으니까 이를 게임당 베팅금액 2000원으로 나누어 보면 총 베팅 횟수는 1억 500만회가 된다.따라서 1등으로 당첨되는 베팅은 모두 12.89(1억 500만×1/814만 5600),즉 13명의 1등 당첨자가 기대되는 것이고 이는 실제와 딱 맞아떨어졌다.같은 방식으로 11회차를 계산해봐도 비슷하다.복권 총판매량 919억원에 같은 방법을 적용하면 1등 당첨자는 5.6명으로 기대된다.실제로 11회차 1등은 5명이었다. 통계에 대한 연구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적절한 용어의 선택과 활용이다.지난해 대통령선거 여론조사와 관련해 등장했던 황당한 용어 중에 ‘당선가능성’이라는 것이 있었다.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해당 후보 지지여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지표로서 쓸데없이 유권자들의 생각을 어지럽게만 할뿐이다.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불확실성을 재는 도구들인 확률과 통계에 대한 일반인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선거여론조사와 신뢰도-표본 공평할수록 예측 정확해진다 확률은 선거예측에서 중요하다.적정한 표본에서 높은 확률을 구해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다.미국에서 오늘날과 같은 정밀한 여론조사의 틀이 갖춰지기까지는 역사에 남을 만한 2차례의 ‘망신’이 있었다.첫번째는 1936년 대통령선거 여론조사다.무조건 많은 표본을 모으면 되는 걸로 착각하고 있었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사(社)는 1000만장이 넘는 설문지를 보냈고,이 중 회수된 240만장을 바탕으로 민주당 프랭클린 루스벨트 후보의 완패를 예측했다.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다.충격으로 그 회사는 몰락했다.두번째는 48년 대선이다.‘할당법’이라는 주관적인 조사방법에 의존하고 있었던 당시 여론조사기관들이 한결같이 민주당 해리 트루먼 후보의 패배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역시 반대였다.이후 여론조사 결과가 불리하면 잘못된 조사결과가 실린 신문을 흔들며웃고 있는 트루먼의 사진을 내보이는 후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두차례의 실패는 모두 확률론에 기초한 통계학의 기본원리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 결과다.통계학의 원리는 ‘표본추출의 공평성’이다.즉,여론조사 결과가 실제와 다르게 나오는 것은 표본추출이 공평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표본이 모집단을 얼마나 잘 닮느냐 하는 문제는 표본의 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박빙의 대결이 아닌 한 선거결과 예측에 필요한 표본 크기는 1000명 내외로도 충분하지만 오차의 폭을 줄이려면 표본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오차를 절반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표본 크기를 4배로 늘려야 한다.이는 2000년 미국 대선 때 애초 1600명 내외의 표본으로 조사를 수행했던 갤럽이 선거 1주전 표본을 6000명 수준으로 늘린 데서 잘 나타난다.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예측에서 실패했지만…. 36년과 48년의 실패는 표본에 공화당 지지자들이 꾸준히 많이 반영되도록 설계돼 있었던 탓이었다.이는 여론조사에 확률적 방법을 도입하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이후로는대선 여론조사가 빗나가는 경우가 드물었는데,76년 지미 카터가 당선될 때와 2000년 갤럽의 해프닝이 전부다. 우리나라 대선 여론조사 역사는 15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보았다시피 상당히 정확한 예측력을 자랑한다.
  • [CEO칼럼] 국제금융허브로 가는 길

    10년 전 필자가 싱가포르에서 근무할 때 김영삼씨가 대통령이 되면서 국제화 내지 세계화가 핫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다.그러자 여러 기관과 언론이 앞다투어 싱가포르를 배우자며 줄지어 조사팀과 취재팀을 현지에 보냈다. 몇 달이 지나자 싱가포르의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이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왜 당신 나라에서는 몇번 설명해 주면 그것을 서로 공유하지 않고 계속 사람을 보내 우리들을 피곤하게 하느냐.”는 것이었다.그렇게 핫이슈로 국제화,세계화를 추진했는데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오히려 몇 년 뒤 외환위기를 맞아 온 국민이 한동안 힘든 세월을 견뎌야 했다. 이유는 꼭 그렇다고는 볼 수 없지만 국제화,세계화를 마치 외국에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많이 내보내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은행은 물론 종합금융,리스,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이 해외에 마구 나가 매우 위험한 거래를 했다.그런가 하면 대우그룹은 ‘세계경영’ 기치아래 해외에 650개의 지점 및 현지법인을 거느리면서이를 곧 1000개로 늘린다고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다녔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이 부실을 키웠고 그러한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져 오히려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등급을 낮추고 국제 투기꾼들의 투기대상이 되어 고통스러운 환란을 맞게 되었다. 우리 나라가 세계화를 추진할 당시 싱가포르 주변국들도 국제금융센터를 만든다고 나섰다.태국 정부는 방콕을 미국의 국제금융센터(IFC)와 같은 무역 뱅킹센터로,말레이시아 정부는 칼리만탄섬의 사라와크주에 있는 라부안이라는 조그만 어촌 도시를 국제금융센터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개혁을 추진했다.이즈음 우리나라로 치면 중앙은행과 금융감독원 업무를 같이 담당하는 싱가포르의 통화당국(MAS)에 국제금융국을 담당하는 ‘푸’란 여성국장이 있었다.“이웃 나라에서 국제금융센터를 만들면 싱가포르가 경쟁자들에게 업무를 빼앗길 것이 걱정되지 않는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우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국제금융센터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오늘날과 같은 금융중심지를 만드는 데 약 30년이 걸렸습니다.” 푸 국장이 말한 대로 그 후 10년이 되었지만 방콕이나 라부안이 국제금융센터로 크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그렇다.국제금융센터나 지역의 금융허브를 만들려면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또 많은 비용을 들여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계획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할 인재들과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그리고 전폭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안정되어야 하며 시장 참가자들에게 세금혜택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외국인들이 살기 편한 각종 인프라(통신·학교·의료시설 포함)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금융중개회사들도 많이 들어서야 한다.또 그들이 장사할 만한 주변의 터전을 마련해서 각종 장·단기 금융시장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법과 질서를 지키고 정직해야 하며 상대방에게 친절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국제어인 영어도 어느 정도 알아듣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외국금융기관들이 안심하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장사를 할 것이다.국제금융허브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멀고도 험하다.그러나 참고 또 견디면서 일단 이룩해 내면 우리 후손들이 그 열매를 따먹을 수 있을 것이다.한마디로 국제금융허브로 가는 길이 바로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 김 종 욱
  • [향락산업 퇴폐로 달리는 사회] 4. 향락 부추기는 사회구조

    향락가 주변에는 온갖 범죄가 독버섯처럼 자란다. 매매춘과 마약거래·인신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카드깡’을 비롯한 탈세 범죄가 일상화돼 있다.조직폭력배는 향락가에 기생하며 자금을 마련한다.지난해 12월 경찰의 ‘조직폭력배 소탕작전’에서 검거된 3300명 가운데 34.8%인 1148명이 유흥업소 주변 조직폭력배였다. 향락은 주택가까지 번져 밤이 되면 시민들이 대문 밖으로 나서기를 꺼려할 정도다. ●생활 속에 파고드는 매춘유혹 회사원 이모(32)씨는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서 앳된 소녀에게서 가로 6㎝,세로 8㎝ 크기의 수첩형 광고물을 건네받았다.표지를 넘기자 전라의 여성이 묘한 포즈를 취한 사진이 붙어 있었고,‘진한 7일’,‘1일데이트·주말여행·애인·결혼까지’ 등 자극적인 문구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이씨는 일본에나 있을 듯한 이런 매춘 권유가 한국에서,그것도 대낮에 있는 것을 보곤 몹시 놀랐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주택가에 출장마사지 전단을 배포,매춘을 알선한 박모(30)씨를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객 중에는 대학교수나 회사 간부,대학원생 등도 포함됐다. 출장마사지 윤락업주들은 별도의 사무실을 차리지 않고 ‘점조직’으로 활동하며,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만들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등 교묘한 수법을 사용한다. ●세금도둑 향락산업 ‘청량리 588’의 한 업주는 “화대를 현금으로 내면 6만원,신용카드로 내면 7만 8000원”이라면서 “차액은 ‘카드깡’ 업자의 수입”이라고 말했다.카드깡 업자는 대부분 유령 가맹점을 차려놓고 과세를 피한다. 단란주점 등에서 술값을 카드로 결제할 때 매출전표에 술집과 다른 주소지가 찍혀 나오는 것은 모두 소득원을 분산시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행위로 보면 된다. 유흥업소 매출액의 10%는 부가가치세로,종업원 봉사료(팁)의 5%는 원천세로 징수되지만,접대부 고용을 숨기고 현금결제를 고집하기 때문에 세금은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국세청 관계자는 “유흥가의 탈세가 교묘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힘들고,세금추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살인으로 치닫는 향락풍토 무분별한 향락 풍토는 살인과 강도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호스트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김모(21)씨 등 3명은 ‘고객’인 유흥업소 여종업원 이모(23)씨를 목졸라 숨지게 한 뒤 금품 5000여만원어치를 훔친 혐의로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고급 승용차 할부금에 시달리던 이들은 이씨가 명품 옷으로 치장하고 ‘팁’을 넉넉하게 줘 돈이 많을 것으로 보고 범행을 모의했다. 지난해 8월에는 사채업자 최모(38)씨가 다른 업자들과 청량리 윤락가 주변 3억여원 규모의 사채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 흉기에 찔려 숨졌다.숨진 최씨는 청량리 윤락가 폭력조직의 행동대장 출신으로 일대에서는 ‘큰손’으로 통했다. 이창구 박지연기자 window2@kdaily.com ◆건설업자의 접대비 증언 “술과 여자가 없으면 되는 일이 없습니다.” 10일 서울 서초동의 중견 건설업체 H건설 사장 김모(42)씨는 기자와 만나 “건물 하나를 지으려 해도 계약 전·후 관련자들에게 최소 6,7차례 룸살롱 접대를 하며,수천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리 정보를 캐내기 위해 부동산업자,건축사무소,시청 관계자,은행 등을 돌아다니며 접대를 해야 한다.”면서 “계약이 성사되면 정보를 준 쪽에 일명 ‘오찌(소개비)’ 명목으로 또다시 접대를 해야 한다.”고 했다.계약 자체도 룸살롱 안에서 해야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씨는 “공사비가 100억원이면 접대비가 10억원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부실공사가 되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고 꼬집었다. 강남구 삼성동의 A인터넷 벤처업체 홍보담당 과장 이모(33)씨는 100만원 이하의 접대는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결제한다고 폭로했다. 사장이 소액 접대는 개인카드를 사용,소모품비나 회식비 명목으로 돌리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이씨는 “다른 벤처기업도 이같은 편법을 사용해 장부상으로는 법적 접대비 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치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선 이후 회사측이 정치권·재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기 위해 지난달에만 수천만원의 접대비를 썼다고 증언했다.이씨는 “강남 룸살롱에서 1000여만원을 한번에 지불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일부 경영진은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쓴 뒤 회사 접대비로 처리해 사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세청과 조세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1년 24만 352개 기업의 접대비 지출액은 3조 9635억 400만원이었다.거품경제기였던 97년의 3조 4988억 2500만원보다 오히려 13% 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tomcat@kdaily.com ◆향락 키우는 인터넷 ‘인터넷이 향락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인터넷을 통해 왜곡된 신종 향락 행태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회사원 김모(30)씨는 8일 오후 6시 퇴근하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했다.김씨가 방문한 곳은 컴퓨터에 장착된 화상카메라를 통해 상대의 얼굴을 보며 채팅할 수 있는 S사이트.말만 잘 통하면 서로 알몸을 보여주기도 한다. ‘로그인’한 김씨는 ‘생생남’이란 아이디로 ‘화끈방,캠녀만’이란 제목의 대화방을 만들었다.잠시 후 ‘섹시녀’란 여성이 쪽지를 보내왔다.채팅방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주문이다.김씨는 ‘비번 9818’이란 답장을 보냈고 이때부터 둘만의 은밀한 ‘만남’이 시작됐다. 같은 시각 이모(19·고교 3년)군은 김씨와 ‘섹시녀’의 ‘낯뜨거운 대화와 노출’을 엿보고 있었다.이용료가 1500원인 ‘엿보기 아이템’을 구입한 이군에겐 ‘벗고 노는 은밀한 대화방’ 어느 곳에나 투명인간처럼 들락날락할 권한이 1시간 동안 부여됐다. 중소기업 부장인 김모(44)씨는 한달 전 인터넷 화상채팅을 즐기다 만난 ‘캐서린’과 밀회를 즐기고 있다.아내의 의심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한 달에 2000원을 이용료로 내고 한 인터넷사이트의 ‘가상전화번호’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사용 중인 휴대전화의 번호와는 별개로 가상의 번호를 하나 더 받은 김씨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은밀한 전화통화를 즐길 수 있다.밀회가 지겨워지면 김씨는 즉시 번호를 바꿀 생각이다. 경찰은 “하루 수만명이 인터넷 화상채팅 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음란이용자를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첨단기술이 발전하면서 익명으로 향락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황장석기자 surono@kdaily.com ◆향락산업 부추기는 사회 “향락 범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전국에서 발생하는 ‘향락형 범죄’를 담당하는 경찰청 방범국 관계자는 10일 “윤락,원조교제,시간외영업,무허가영업,호객행위,변태영업,갈취,인신매매 등 죄목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모른 체 눈감는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이 ‘잠재적 향락 범법자’로 몰리는 원인은 향락을 부추기는 사회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밀실 문화의 ‘젖줄’인 기업 접대비는 5조원에 이른다. 또 한국은행과 관련 업계 등은 은행권이 지난해 소규모 개인사업자(SOHO)에게 대출한 금액 52조원 가운데 60%에 가까운 30조원대가 현금순환이 빠른 향락업소에 집중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매매춘을 금지하는 법규는 형법,윤락행위방지법,공중위생법,식품위생법,미성년자보호법 등 10여개에 이르지만 효율적이고 일관성있는 단속을 하지 않아 대부분의 법 규정이 사장돼 있다.적발된 사람은 그저 운이 나빴다고 말한다.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윤락행위방지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람은 1만 591명,유해업소로 단속된 업소는 8만 1384개로 집계됐다.그러나 서울 ‘미아리 텍사스’에서만 하루 평균 3000여건의 윤락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풍속대상으로 지정된 업소가 60만여개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박 겉핥기식’ 단속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성 산업의 수요자인 남성의 의식변화와 남성 중심의 사회풍토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스러기선교회 강명순 원장은 “가정과 사회에서 위축된 남성이 매춘을 통해 가부장적 권위를 회복하려는 망상에 빠져 있다.”면서 “성적으로 군림하면 마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하는 것으로 착각해 성매매에 집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성을 사는 남성보다는 윤락 여성에게 단속이 집중되고,적발된 여성이 대부분 ‘벌금형’을 받게 돼 이를 상쇄하기 위해 윤락에 더욱 집착하는 역효과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청소년 문화단체인 ‘하자센터’ 김찬호 박사는 “향락문화가 번창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불투명한 사회구조 때문”이라면서 “공정한 룰이 없는 파행적 산업화가 이뤄지다보니 음성적 접대문화가 만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면서 “사회인식의 변화와 불합리한 법 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개발원 황장임 책임연구원은 “상대방에게 대가를 바랄 때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것이 향락 제공”이라면서 “향락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가 혁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구 박지연기자 windo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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