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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극서 한국의 미래 캔다”

    “남극서 한국의 미래 캔다”

    한반도에서 직선거리로 1만 7000㎞ 떨어진 곳. 남극대륙이 대서양으로 길게 꼬리를 드리워 빚어낸 사우스 셰틀랜드군도의 대표 섬 ‘킹 조지’에 대한민국 과학미래의 희망이 숨쉰다. 우리나라 남극탐사와 개발의 전진기지인 ‘세종과학기지’에도 을유년 새해의 첫 동이 텄다. 눈앞을 가리는 블리자드(폭설풍)와 영하 20도의 혹한이 살을 에지만 세종기지 대원들의 임무에 쉼이란 있을 수 없다. 어려운 경제사정과 혼란스러운 정치·사회 분위기로 어느 해보다 버겁게 시작한 2005년. 제18차 월동대의 홍성민 대장과 이상훈 대원이 1일 서울신문에 보내온 2통의 이메일 편지에서 우리는 새해의 희망과 각오를 읽을수 있다. ●홍 대장 “희망을 이야기 합시다” 고국의 반대편 남쪽 끝으로 날아온지 벌써 20여일이 지났습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건 빙벽에서 떨어져 기지 앞 바다를 떠도는 유빙(流氷)만은 아닙니다. 자원부국(富國)으로, 과학 선진국으로 거듭나는 우리의 미래가 펼쳐져 있습니다. 처음 짐을 내려놓는 순간, 거대한 설원과 빙원 앞에서 대원들의 눈가가 뜨거워졌던 것은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문명세계와 가장 멀리 떨어진 이곳은 그 자체로 거대한 ‘과학 실험장’입니다. 만년빙으로 축적된 빙하는 수십억년 지구역사를 담은 ‘타임캡슐’입니다. 대원들은 올 한해 땅과 바다에서 다양한 탐사와 연구 활동에 나서게 됩니다. 경제가 어려워 모두들 한숨 짓고 있는 상황에서 이국만리 긴 여정을 시작한 우리들입니다.1분1초라도 허투루 쓰지 않고 멀리서나마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 국력에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우리 자신을 더욱 채찍질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킹 조지섬 안에는 세종기지 말고도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여러나라의 남극전진기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람이 그리운 이곳에서 거기 사람들은 앞으로 1년간 귀한 친구가 되어줄 겁니다. 보수니 진보니, 왼쪽이니 오른쪽이니 하는 복잡한 의미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사람만이 있을 뿐입니다.‘화합’이란 말을 신년벽두에 떠올려 봅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화합을 바탕으로 머지않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이 대원 “문명밖 미개척 세계로의 도전” 건혁 엄마. 아빠가 펭귄나라에 간다고 좋아하던 건혁이, 펭귄처럼 뒤뚱뒤뚱 걸음마를 시작했을 건한이, 그리고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지난해 12월5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지구 최남단에 위치한 ‘문명세계의 종착역’ 칠레 푼타 아레나스에 닿기까지 꼬박 사흘이 걸렸습니다. 다시 칠레 공군수송기에 몸을 싣고 3시간, 킹 조지섬에 도착한 우리를 반기는 건 초속 20m의 칼바람과 검푸른 바다의 넘실거리는 파도뿐이었소. 미래 과학한국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일념만으로 문명 밖 세계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눈과 얼음, 광활한 바다는 자연 그 이상의 무게로 다가옵니다. 그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진 나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은 역시 사랑하는 가족입니다. 며칠 전 16명의 월동대원 이외에 식구가 한명 더 늘었습니다. 고 전재규 대원의 1주기를 맞아 추모흉상이 건립돼 기지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혹한의 날씨에도 사랑으로, 희생정신으로 둘러싸인 세종기지는 훈훈합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 환경복원 원년] 종합생태지구로 거듭나는 ‘남산’

    [서울 환경복원 원년] 종합생태지구로 거듭나는 ‘남산’

    서울 용산에 사는 40대 회사원 이모씨는 남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연초에 새로 만들어진 수복천약수터 근처 소나무 탐방로에 매일 아침 ‘출근 도장’을 찍는다. 소나무숲 사이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과 함께 산책하는 것이 일상의 즐거움이 됐다. 즐거움의 백미는 우렁찬 개구리 울음소리.‘개골 개골’ 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어릴적 시골 고향같은 착각에 빠진다. 올해는 남산이 ‘서울의 허파’로 자리매김한다. 소나무 탐방로가 한 곳 더 늘어나고, 생태 보호구역인 소규모생물서식공간이 새로 들어선다. 또 알에서 부화한 개구리들이 ‘여름 합창’을 선보인다. 청계천과 남산 두 ‘푸른 남매’가 2005년 서울의 환경 원년을 알리는 셈이다. ●남산의 얼굴 소나무 탐방로 2곳 개방 남산의 ‘얼굴’은 뭐니뭐니 해도 소나무다. 소나무는 바위 틈을 뚫고 나올 정도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그들 중에서도 남산 소나무는 크기와 푸른색 모두 최상급에 속한다. 조선의 역대 임금들은 한양을 감싸안은 남산이 푸르러야 왕조가 태평하다는 믿음에 전국에서 질 좋은 소나무를 옮겨와 심었다. 남산 소나무숲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난개발이 이뤄졌던 1950,60년대를 지나면서 많이 황폐해졌다. 하지만 1991년부터 서울시가 펼친 ‘남산 제모습찾기’ 운동의 결실로 현재는 5만여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1차 남산 소나무탐방로가 개방된 것은 2003년 10월. 국립극장 뒤편 200m 5000여평 규모로 지난 68년 철책으로 보호된 지 36년 만에 시민들에게 선을 보였다. 2차 탐방로도 개방된다.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는 이르면 오는 6월 남산 남측순환로 수복천약수터 주변 소나무숲을 5000만원 예산을 들여 탐방로로 꾸미기로 했다.1차 탐방로와 비슷한 규모다.“왜 한남동 부근 소나무숲만 개방하느냐.”는 용산 주민들의 ‘원성’이 배경이 됐다. ●개구리 울음소리 들으며 산책 올여름에는 정겨운 개구리 울음 소리를 소나무숲 사이를 걸으며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3월 사업소가 봄철맞이 청소를 하던 도중 서울타워 남서쪽 계곡과 야생식물원 연못에서 발견된 개구리알은 언론에 보도되면서 ‘스타’가 됐다. 개구리알을 퍼가는 시민들을 막기 위해 따로 공익근무요원까지 배치했을 정도다. 개구리알은 지난해 봄을 거치며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하지만 여름에는 개구리가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 상당수의 올챙이들이 먹이사슬의 ‘숙명’에서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업소 송명호 기획홍보팀장은 “지난해 개구리를 먹고 사는 황조롱이와 뱀의 출현 빈도수가 예년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면서 “올해는 남산 기슭에서 개구리 울음 소리가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생물서식공간도 운영 올해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 생태 공간인 소규모생물서식공간도 남산에서 처음으로 운영된다. 인위적으로 보호되는 도심속 환경보전지구다. 소규모생물서식공간은 지난해 한남동에서 국립극장방향 오른쪽 야산 2300여평에 조성됐다. 고욤나무, 개쉬땅나무 등 23종 1만 3000여그루의 나무들이 심어졌다. 생태연못과 수로 등 자연 생태계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시설도 설치됐다. 대신 들고양이 등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부종은 밖으로 내몰린다. 남산을 포함해 보라매공원 등 서울시내 4개 공원의 1만 7000여평이 지난해 소규모생물서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올해는 수복천약수터 근방에도 추가로 만들어지는 등 2006년까지 매년 한개씩 남산에 들어설 계획이다. 사업소 홍보담당 온수진씨는 “남산에 사람이 아닌 동식물만 살 수 있는 생태 공간이 들어선 첫 성과”라면서 “비록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지만 ‘자연의 보고’ 남산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반지의 제왕(KBS2 오후 10시25분) 피터 잭슨 감독의 2001년작. 일라이자 우드, 이안 매켈런, 비고 모텐슨, 숀 애스틴, 올랜도 블룸 출연.‘팬터지 장르 소설의 아버지’라는 JRR 톨킨의 동명원작을 영화화한 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다. 악의 군주 사우론은 모든 종족들을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절대반지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켰다가 패퇴당한다. 그 뒤, 긴 세월이 흐르고 절대반지는 우여곡절 끝에 호빗 종족의 빌보 손에 들어간다. 빌보는 절대반지를 마법반지로만 알지만 빌보의 친구이자 마법사인 간달프는 그것이 위험한 절대반지임을 알아차린다. 간달프는 반지를 파괴하기로 결정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사우론의 땅 모르도르까지 잠입하는 원정대가 필요하다. 원정대에는 프로도, 샘, 메리, 피핀 등 호빗 종족 뿐 아니라, 인간 아라곤과 보로미르, 엘프 레골라스, 난쟁이 김리 등 종족을 초월한 대원들이 모이는데….172분.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익스트림 OPS(MBC 오후 1시10분) 크리스천 드과이 감독의 2002년작. 루퍼스 스웰, 데본 사와 출연. 세계 최고 수준의 익스트림스포츠 전문가들이 실제 눈사태 현장에서 스키를 타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의 한 설산을 찾아간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산 정상의 리조트에 짐을 풀지만, 그 곳에는 죽었다고 알려진 테러리스트 파블로프가 은신해 있었다. 촬영팀을 CIA로 착각한 파블로프는 헬기와 기관총 등을 동원해 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93분.
  • “한강 낙조 보며 올 마무리를”

    한 해를 마감하는 31일, 한강시민공원에 나가면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30일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북단, 서강대교 전망대, 양화대교 전망대, 선유도공원 전망데크를 ‘한강 낙조(落照) 오경’으로 추천했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는 시간대는 오후 4시40분에서 50분 사이. 마포대교 북단에서는 여의도 빌딩 숲과 LG 쌍둥이빌딩에 붉은 해가 걸렸다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강대교 북단이나 전망대에서는 국회의사당 옆 갈대밭 사이로 저물어가는 석양이 일품이다. 한강시민공원 양화지구 인근 양화대교 전망대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양화석조’로 알려질 정도로 바닷가 낙조만큼 강물이 붉게 물들어 오묘함을 느끼게 하는 석양을 볼 수 있다. 밤섬 너머로 지는 ‘율도낙조’도 ‘용산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선유도공원 전망데크에서 성산대교 남단 쪽을 바라보면 해가 다리와 겹쳐 넘어가면서 강물에 차분히 흘러내려앉는 모습이 마치 솟아오르는 해돋이를 착각할 정도로 아름답다. 사업소 최세욱 기획과장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며 마주치는 낙조도 좋지만 한강에 나가 고층빌딩숲 사이로 불덩어리가 내려앉는 광경을 지켜보는 황홀경은 바닷가 낙조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해넘이 섬 강화도

    [뒷골목 맛세상]해넘이 섬 강화도

    한 해가 저문다. 한 해가 저문다고 해서 서녘 하늘에 곱게 지피는 노을이야 여느 때와 하등 다를 바가 없겠지만, 그러나 한 해가 저무는 무렵의 노을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만은 어쩔 수 없이 만감이 겹쳐 노을 못잖은 붉은 색감으로 켜켜이 타오를 터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감회도 감회려니와, 어쩐지 허송으로 보낸 것 같은 후회와 안타까움에 겹쳐 자칫 가슴을 에는 한 가닥 회한도 없을 수 없으리라. 아아, 나는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조금만 더 정신을 차렸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 어차피 나는 그 정도밖에는 안되는 것일까. 나는 왜 좀 더 마음을 비우지 못했을까. ●자성과 다짐의 나들이 코스로 제격 한 해를 보내고 다가올 새해를 기다리는 순간에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어 자성(自省)의 기회로 삼는 정경은 얼핏 보기에 참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자성이 지나쳐 자칫 회한이며 자학에까지 이른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욱 힘든 짐을 지우는 일이 되고 만다. 만일 그대에게 자성이 지나쳐 힘든 조짐이 보인다면, 그대는 과감히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해넘이 여행길에 나서자. 이왕 한 해가 저무는 무렵이니, 가까운 서해안이라도 찾아 수평선에 펼쳐지는 낙조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서울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서해안으로는 역시 강화도가 제격일 터이다. 신촌로터리 어름에 있는 강화행 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불과 한 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득한 옛 시절에야 서울에서 강화까지의 나들이가 걷고 배를 타는 일정으로 꼬박 이틀이 걸렸다는 사실이 얼핏 상상이 가지 않지만, 어쨌든 한 시간 거리에 섬이 있고 해넘이의 해안이 있다는 것은 서울에 사는 이들의 행운이지 않으랴. 강화읍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외포리에서 다시 석모도행 배를 갈아탄 다음에 보문사를 찾아가자. 보문사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예부터 강화 8경으로 꼽히는 명승(名勝)이지만, 특히 보문사의 눈썹바위에 있는 높이 7미터의 거대한 마애석불좌상 앞에서 내려다보는 서해의 낙조는 더 이상 언설이 필요 없는 장관이다. 강화도의 해넘이 장소로는 구태여 석모도며 보문사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강화도의 서쪽 해안선 일대에 널린 돈대를 위시하여 어디를 가든지 뛰어난 해넘이 장소가 아닌 곳이 없다. 또한 경관이 그럴 듯한 장소에는 이미 횟집이며 카페, 민박집, 그리고 요즘 들어 부쩍 유행하는 펜션들이 눈에 질리도록 저마다 입간판에 뛰어난 해넘이를 내세우고 있다. 황금빛 노을, 노을이 내리는 아름다운 집, 노을과 함께, 추억 속으로, 뱃고동, 추억여행…. 그러나 이왕 석모도까지 찾아온 길이라면 역시 보문사의 마애석불좌상 앞이다. 아름드리 고목의 가지 사이로 저녁 해가 기운다. 이윽고 저녁 해가 그대의 눈길 아래로 떨어지고 그렇게 가없는 하늘은 물론 잔잔한 겨울바다마저 붉게 물들이며 노을이 지피는 순간, 그대의 힘든 몸뚱어리 또한 서서히 노을 속에 함께 지피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어디 그대의 몸뚱어리뿐이랴. 그대의 몸뚱어리가 노을로 지피는 동안에 마음속의 회한이며 자학 따위도 함께 지펴, 마침내 그대를 새털처럼 가볍게 하리라. 그렇듯 새털처럼 가벼워진 그대가 무심코 눈썹바위에 서 있는 거대한 부처님을 돌아보면, 부처님 또한 노을 속에 함께 지피면서 그대를 향해 빙긋이 웃어보일지도 모른다. ●‘강화 8경’으로 꼽히는 보문사 낙조 불교에서는 세상에 하고많은 욕심 중에서도 가장 더럽고 끔찍한 욕심을 무엇인가 이루고자 하는 공부에 대한 욕심으로 규정하고 지극히 경계해 마지않는다. 자칫 공부란 것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현재의 나를 인정하지 못한 채, 좀더 밝고 아름다운 무엇으로 나를 바꾸려 한다면, 바로 그런 공부야말로 얼마든지 더럽고 끔찍한 욕심으로 꾸짖어 마땅하다는 식이다. 대저 공부란 무엇인가.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공부가 아닌가. 그렇듯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제자가 부처에 대해 물었을 때, 운문(雲門)선사는 서슴없이 대답한다.“똥막대기다!” 그렇다.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있는 무엇인가를 찾으면, 부처 또한 똥막대기인 것이다. 역시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제자가 부처에 대해 물었을 때, 백장(百丈)선사는 아예 호통을 친다.“이놈아, 어찌하여 소를 타고서도 소를 찾느냐?” 지난해를 돌아보는 자성에는 무언가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자신을 혐오하거나 기피하여 좀더 밝고 아름다운 다른 자리로 자신을 옮겨가려는 어리석은 불제자들의 공부 욕심이 없지 않을 터이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것이 어찌 다른 자리라고 생길 것인가. 어쩌면 진정한 자성이란, 바로 ‘지금 이 자리’의 자신을 인정하고, 나아가 ‘지금 이 자리’의 힘들고 무거운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길일지도 모른다. 비록 간단없는 회한과 자학이 자신을 피폐(疲弊)하게 하더라도, 바로 그런 피폐마저 너그럽게 껴안을 일이다. 그렇듯 자신과의 화해를 이루면, 비단 저녁노을이 지피지 않더라도 그대는 분명히 새털처럼 가벼워지리라. 새털처럼 가벼워진 그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막히는 일이 무엇이랴.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그대는 언제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자, 그대가 새털처럼 가벼워져서 돌아오는 길이다. 그대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고 마시든지 맛있지 않은 음식이 있으랴. 그러나 그대가 혼자가 아니고 소중한 이와 함께라면 여행길의 한 끼 음식이라도 결코 소홀할 수는 없다. ●한자리서 50년 훌쩍… 고향냄새 물씬 먼저 강화읍의 중앙시장 안에 있는 ‘우리옥’(032-932-2427)을 권하고 싶다. 중앙시장에서 찬거리골목으로 30여m 안으로 들어가면 골목 안에 있는 듯 없는 듯 숨어 있는 평범한 백반집인데, 그러나 상차림을 보면 대뜸 머리가 좌우로 갸웃거려진다. 넉넉한 콩비지 한 대접, 조갯살을 넣은 미역국, 강화도순무김치, 꽁치조림, 고추장아찌, 숙주나물, 감자조림, 시금치, 고사리, 멸치볶음, 표고버섯볶음, 조개젓, 배추김치 등 갖은 반찬에다가, 장작을 때서 지은 강화쌀밥이 먹음직스럽게 김을 피워올리고 있다. 그런 풍성한 상차림인데 값은 고작 4000원이다. 소중한 이와 함께 한 그대가 어쩐지 4000원짜리 백반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면 거기에 3000원짜리 대구찌개를 더해도 좋다. 아니면 계절에 따라 병어회나 병어찜, 생굴, 불고기 등에서 하나를 안줏감으로 추가하여 강화도 특산인 인삼막걸리를 즐길 수도 있다. 추가되는 안줏감들은 각기 9000원에서 1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대가 이제 막 수저를 드는데, 와락, 알 수 없는 친근감이 들어 다시 한번 상차림을 살펴보면, 자칫 오랜 만에 고향에 돌아와 늙은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순간적인 착각에 빠져든다. 실제로 주인 되는 방영숙씨는 힘들고 지쳐서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라면 누구든지 자식처럼 껴안아줄 것만 같은 넉넉하고 수더분한 고향 어머니의 인상이다. 거기에 더하여 납작한 한옥집의 대문부터 비롯하여 주방이며 방에 이르기까지 어쩐지 낡은 손때가 묻어나는 집안의 만만한 분위기마저도 주인 되는 이와 함께 정감을 더한다. 원래 우리옥은 방영숙씨의 고모 되는 방숙자 할머니가 1953년에 현재의 자리에 문을 열었으니 한 자리에서 50년을 훌쩍 넘긴 셈이다. 방영숙씨가 연로한 고모를 대신한 것도 벌써 20여년이니 2대에 걸친 음식이며 집에서 어찌 고향냄새가 아니 나랴. ●공해 없는 저수지서 건진 월척만 조리 만일 그대가 미식가라고 자처한다면, 별미로 강화도의 붕어찜을 빠뜨릴 수 없을 터이다. 강화읍에서 교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송해면의 숭뢰저수지에는 ‘돌기와집’(032-934-5482)이라는 붕어찜 전문식당이 있다. 야트막한 야산 아래 숲으로 담장을 이룬 듯 아늑한 옛 한옥이 산수화 한 폭처럼 고풍스러운데, 주인 되는 구옥순씨 또한 종갓집 며느리처럼 단아한 품새에 말씨마저도 도란도란 음전하여서 한 잔 술이 없이도 저절로 풍류의 마음이 일어날 듯싶다. 강화도라면 대부분이 얼핏 생선이며 조개 같은 해물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강화도는 뜻밖에도 농경지가 넓은 곳이어서 1980년대만 해도 전체 면적의 거의 절반이 농경지에다가 농가도 전체 가구의 70%를 차지하여서 농업이 중심 산업을 이루었다. 그런 만큼 여기저기 유명한 저수지가 많은데, 눈치 빠른 낚시꾼들은 바다낚시가 아니라 바로 민물낚시를 위해 거리가 멀다 않고 강화도로 몰려든다. 원래 민물고기는 저수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데, 낚시꾼들 사이에서 강화도의 민물고기가 맛에 있어서 으뜸으로 소문이 난 탓이다. 하기는 이렇다 할 공장이 드문 강화도에서는 여러 저수지마다 고기 맛을 헤칠 수질오염이며 공해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터이다. 돌기와집의 붕어찜은 무엇보다도 숭뢰저수지의 맛 좋은 참붕어 중에서도 월척붕어만을 재료로 하여,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조리법으로 요리해낸다. 다른 곳에서 하는 대부분의 붕어찜이 20,30분 만에 조림해 내는 데 비해 여기서는 2시간 이상을 조림해 내는 식이다, 그리하여 다른 곳의 붕어찜은 우선 가시며 뼈를 고르느라 수고로운데, 이곳은 머리에서 꼬리까지 가시며 뼈를 고를 수고가 없이 통째로 먹을 수가 있다. 자칫 어느 것이 살이고 어느 것이 뼈며 가시인지 전혀 분간이 가지 않게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드는데, 뼈와 살이 함께 어우러지는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은 과연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일품이다. 얼핏 생각하기로는 2시간 이상 붕어찜을 조리다 보면 형체는 물론 맛까지도 변질될 것 같은데, 붕어 자체의 모양이 전혀 손상되지 않을 뿐더러 맛 또한 붕어의 고유한 향취가 제대로 살아있다. 어쩌면 주인 되는 이의 정성이 아니면 그런 식의 요리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정성에 돌기와집만의 비법이 숨겨진 것인지도. 붕어찜은 대중소에 따라 3만원,2만 5000원,2만원으로 나누어지는데, 각기 붕어의 크기가 아니라 마릿수에 따라 4마리,3마리 2마리로 값이 다르다. 이밖에도 메기매운탕, 민물새우튀김, 추어탕이 있다. 돌기와집은 찾아가기가 약간 까탈스러운 편인데도 불구하고 한번만 맛을 들이면 단골이 된 손님들이 서울이며 인천 각지에서 할아버지에서부터 어린 손자까지 일가족이 동행하여 거리가 멀다하지 않고 찾아온다. ■ 제철 맞은 생선회 푸짐 그대가 회를 좋아하는 이라면 석모도에서 나오는 길에 외포리 선착장의 젓갈시장 옆에 있는, 얼핏 포장마차처럼 보이는 가건물을 놓치지 말일이다. 기실 강화도 일대의 해안선마다 한 집 걸러 한 집으로 죄다 횟집 아니면, 카페나 모텔이나 펜션이나 민박집들이어서 눈에 차일 지경이다. 그런 마당에 구태여 어느 횟집을 골라 권할 수 없지만, 그러나 나의 취향으로는 젓갈시장 옆의 포장마차식 가건물을 지나칠 수가 없다. 거기에는 값싼 횟집들이 서넛 사이좋게 함께 들어있는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가장 안쪽에 있어서 바다가 내다보이는 ‘풍년소라6호’(032-933-9223)라는 약간 엉뚱한 이름의 횟집을 권하고 싶다. 벌써 10년 전부터 이곳에서 횟집을 해왔다는 30대 후반의 박미경씨가 주인인데, 우선 싱글벙글 잘 웃는 이여서 횟감을 고르기 전부터 그만 기분이 좋아진다. 요즈음 같은 겨울에는 숭어가 제철인데,1㎏에 2만 5000원이다. 어른 둘에 어린아이들이 딸린 네 명 한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인데, 매운탕과 함께 밴댕이회며 멍게가 무료로 나온다. 이밖에도 삼식이가 역시 제철인데, 값은 숭어와 같다. 여기에 우럭, 광어, 노래미, 농어 등이 있고, 해삼이며 왕새우, 키조개, 개불 등 취향에 따른 갖가지 해물들이 여느 고급 횟집 못잖게 고루 준비되어 있다.
  • 동해안으로 떠나는 새해 일출여행

    동해안으로 떠나는 새해 일출여행

    삶은 해마다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어 아름답다. 지난 한해가 아쉬웠든 힘들었든 어떠랴. 우리에겐 묵은 고민을 털고 새로운 날을 맞을 수 있는 시간이 준비돼 있지 않은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듯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그동안 힘들었다는 핑계로 가족들에게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자. 우리 가족이 새해에 이뤄야 할 꿈은 무엇인지 힘차게 솟구치는 ‘불덩이’에게 외쳐보자. 그런데 일출을 보러 가는 길이 힘들어서,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새벽 바닷바람이 부담스러워 해맞이를 포기한다? 그건 변명일 뿐이다. 조금만 꼼꼼하게 찾아보면 춥지 않고 편안하게 일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호텔이나 콘도, 민박집이 적지 않다. 새해에는 노부모를 모시고,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함께 해맞이를 즐겨보자. ●창밖으로 펼쳐지는 황홀한 ‘일출쇼’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수평선 위로 낮게 깔린 구름을 붉게 물들이며 불덩이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힘차게 하늘로 솟구친다. 마치 천지창조의 신새벽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입에서는 짧은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오전 7시40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콘도에서 본 일출은 잠시 황홀경에 빠지게 만들었다. 콘도 베란다에서 바라본 일출이었지만 직접 바닷가나 전망대에서 나가 본 일출과 다름없을 정도로 진한 감동을 일으켰다. 쌉싸래한 바다 내음과 뺨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손에 잡힐 듯 다가온 홍시같은 붉은 해는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동해안에는 이 처럼 바닷가에 인접한 콘도와 호텔, 민박집이 많아 가족단위 일출 여행에 적합하다. 노령의 부모나 갓난아기가 있어도 좋다. 베란다 창밖으로 또는 콘도 입구에만 나와도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 최북단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불과 12㎞ 떨어진 금강산콘도(033-680-7800)는 바닷가에 가장 인접한 콘도. 창밖에 펼쳐지는 청정해역 마차진리 앞바다의 풍광이 일품이다. 해오름의 절경과 철썩거리는 파도소리, 희미한 등대 불빛, 고기잡이 어선의 움직임을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221개 객실 중 111개 객실에서 ‘일출쇼’를 볼 수 있다. 또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해안 인근에 자리잡은 하일라비치(631-7601)와 천진블루비치호텔(681-1070)도 동해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이름난 숙박지다. 속초시 낙산비치호텔(672-4000)은 관동 팔경의 으뜸인 낙산사 의상대와 확트인 동해 바다를 굽어보는 낙산사 경내에 위치해 있다. 인근 해맞이 모텔과 바닷가모텔, 설악웰컴콘도 등도 바닷가로 향한 객실이 있어 일출을 보기에 충분하다. 대표적인 일출 명소인 정동진에는 썬크루즈(610-7000)도 있다. 정동진 해안 절벽위에 세워진 초호화 육상유람선으로 211개 객실 중 100개 객실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또 강릉에는 현대 경포대호텔과 경포타임모텔, 동해시에는 동해비치호텔, 꿈의궁전호텔, 별장모텔 등이 있다.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해맞이는 상서로이 새해를 시작하는 일종의 의식.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서울에서 고성으로 가족과 함께 해맞이를 하러 온 김선미(35)씨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위해 기억에 남을 멋진 여행을 하고 싶었다.”면서 “일출을 보며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고 즐거워했다. 통일전망대에서 만난 70대 할아버지는 “함경도가 고향인데 연초에 한번은 고향땅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고 가야 일년내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애인과 정동진을 찾은 20대 후반의 한 직장인은 “친구가 정동진 일출을 보러 갔다 온 뒤 결혼에 골인했다는 말을 듣고 이 곳을 찾았다.”며 “해가 떠오르는 순간 프러포즈를 할 생각”이라며 작업중(?)임을 암시했다. 한편 대부분의 숙박시설에는 대규모 인파가 찾는 설날 아침과 주말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지만 평일에는 예약이 어렵지 않다. 휴일을 피해 해돋이를 감상하는 것도 복잡함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꼭 챙기세요각 지역의 일자별 일출·일몰시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한국천문연구원(www.kao.re.kr)에서 검색할 수 있다. ■이것도 함께 ‘해’요 동해안 일출 여행의 장점은 가족들과 함께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강원도 고성에서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는 7번 국도변에는 설악산과 낙산사 등 명승지가 많다. 고성 통일전망대는 우리나라 최북단 전망대. 날씨가 맑은 날에는 휴전선 너머 북한 지역과 금강산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 마을인 명파리 마을을 지나간다. 그러나 민통선 지역이라 출입이 다소 까다롭다. 금강산콘도 인근에 있는 통일전망대 안보공원(033-682-0088)에 들러 출입신청서를 작성해야 하고 8분짜리 안보영화를 봐야한다. 아이들에게 통일의 꿈을 심어주는데는 제격이다. 속초로 내려오면 아름다운 경치와 수려한 산세로 우리나라 제일산으로 꼽히는 설악산에 이른다. 권금성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직접 산에 오르지 않아도 설악산의 겨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관리사무소(636-7700). 이어 신라고승인 의상대사가 창건한 낙산사(672-2447)의 홍련암과 해수관음상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의상대의 일출은 강원도 지방문화재 48호로 지정돼 있다. 관동팔경 중 한 곳인 양양의 하조대는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에 세워져 기묘한 풍광을 자랑한다. 하조대 무인 등대앞 파도의 몸부림도 장관이다. 강릉 정동진에 내려오면 정동진역과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모래시계 공원(640-4533)이 있다. 모래시계는 지름 8.06m, 폭 3.20m, 모래무게 40t으로 세계 최대 모래시계로 1월1일 0시 반바퀴 돌려 새롭게 시작한다. 서울 광화문의 정동쪽에 위치했다 해서 붙여진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기도 하다.96년 침투한 북한무장잠수함의 내부를 실제 들어가 볼 수 있는 통일공원(640-4469)도 인근에 있다. 먹을거리가 남도만큼 다양하지는 않지만 청정 바다와 산에서 나온 웰빙 먹을거리가 많다. 해안가 포구 어느 곳에 가도 청정바다에서 갓 잡은 각종 회를 맛볼 수 있다. 특히 100% 태양건조 오징어만을 고집하는 고성의 금강산 건어물은 들러볼 만하다.KBS 인간극장 ‘일심이네 집’으로 소개된 곳으로 마당에 오징어와 양미리를 말린다.20마리 한축에 1만 5000∼3만원이다.(681-6262) 고성 최북단 마을인 명파마을의 해금강 식당(682-0665)은 주변 산에서 난 산나물로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산채비빔밥(5000원)이 입맛을 돋군다. 허균과 허난설헌이 어릴때 뛰어놀던 초당 생가터에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초당두부가 유명하다. 정동진역 인근에는 초당두부집이 즐비해 일출을 본 뒤 추위와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다.초당두부백반.5000원. ■일출축제 함께 ‘해’요 ●전국은 해맞이 준비중 동해안 등 전국 일출명소는 해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가족, 연인, 친구 등을 위한 다양한 해맞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출의 명소로 널리 알려진 강릉시(640-5127) 정동진에서는 12월31일 밤부터 1월1일 아침까지 해돋이 축제가 열린다.1년에 한번씩 상하 위치를 바꾸는 모래시계 회전식과 신년 카운트다운, 불꽃놀이 등이 펼쳐지며, 인근 경포대에서는 불꽃놀이와 소망풍선날리기 등이 펼쳐진다. 고성군(680-3369)통일전망대 해맞이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면서 금강산 관광 길목에 있어 통일을 기원하는 실향민들의 단골 해맞이 명소. 금강산, 해금강의 비경과 함께 일출의 멋진 추억을 선사한다. 또 속초해수욕장과 설악해맞이 공원에서 벌어지는 속초 해맞이 축제(639-2541)와 망상·추암해수욕장에서 33발의 폭죽이 터지는 동해 추암 해맞이 축제(530-2481)도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갈두산에서 열리는 땅끝마을 해남이 해넘이 축제는 땅끝노래마당과 강강술래, 달집태우기 민속놀이 위주로 진행된다. 땅끝관광지 관리사무소(061-533-9324). 취하도록 아름답다는 표현을 할 만큼 장관을 이루는 남해 보리암 일출(055-860-3228)과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을 가진 여수 향일암 해돋이(061-690-2225)도 장관이다. 백두대간 능선 태백산 해맞이 축제(033-550-2081)는 해발 1567m의 태백산에서 해넘이와 해돋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새해 일출을 볼 수 있는 여행 상품도 다양하다. 우리여행사(02-733-0882)는 31일 떠나는 정동진 일출(4만 9000원)과 터사랑(02-725-1284)의 땅끝일출(7만 8000원), 테마캠프(02-725-8142)의 태백산 추암일출(3만 9000원) 등이 있다. 동해안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1)심해저의 두얼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1)심해저의 두얼굴

    고층빌딩을 휩쓸어 버리고, 지구의 자전축까지 요동치게 한 그야말로 지축을 뒤흔드는 해일이 밀어닥쳤다. 수만의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물고기 썩는 야릇한 비린내가 시신과 뒤엉켜 매혹적인 인도양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바닷물이 1㎞나 후퇴하는 등 예징을 드러냈지만 관광객들은 오히려 희한한 볼거리로 착각하기도 했다. 예보시스템 부재라는 후진적 상황이 문제겠지만, 바다를 보는 일반의 지식이 고작 이 정도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태평양에서 들이칠 해일은 없겠지만, 지진의 천국인 일본을 곁에 두고 있으니 방심할 형편이 못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 연재물의 금년도 마지막회 분을 심해저 이야기로 채우지 않을 수 없다. ●83년·93년 日지진해일 우리나라에도 영향 1983년 5월26일, 일본 아키다현 연안에 쓰나미가 엄습하여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이때의 쓰나미도 수백㎞나 떨어진 외양에서 발생하였다. 이같이 해저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자주 일본을 습격하고 있다. 일본어 ‘tsunami’가 국제 해양학의 공식 용어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기상청 지진담당관실 자료에 따르면,1983년과 1993년의 일본 지진해일이 우리의 울릉도와 묵호, 속초, 포항 등지에까지 밀어닥쳤다. 이번 해일도 심해저의 깊은 바닥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인류는 심해의 역동성에 관하여 제한적인 정보만 갖고 있을 뿐이다. 가까운 바다도 잘 모르는데 하물며 먼 바다이겠는가. 지진해일의 전파속도는 gH로 표기한다. 여기에서 ‘g’는 지구의 중력가속도(9.8m/sec),H는 수심. 수심이 1000m라면 지진파의 속도는 356㎞/hr. 이번 해일은 수심 2000m보다 더 깊은 해저에서 일어났으니 해변에 밀어닥쳤을 때의 역동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해양물리학자인 한국해양연구원장 변상경 박사는 “한국도 지진해일의 공격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심해저가 항상 인류에게 위협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심해저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인류에게 재앙을 몰아다 줄 해일의 진원지가 되는가 하면, 미지의 자원보고로 우리를 유혹하기도 한다. 누구나 바다가 넓고 깊은 줄은 안다. 그러나 바다는 좀체 제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수십m쯤이야 스킨스쿠버들도 드나들지만 인간능력으로는 수백m를 내려가는 것도 어렵다. 수압 때문이다. 그런데 바닷사람 중에는 수천m 수심의 바다를 대상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이번 해일을 지켜보면서, 심해저를 더 잘 알기 위해 대양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존재도 한번쯤 돌이킬 필요가 있다. 지진 예고는 물론이고 자원 고갈시대를 예비하는 측면에서도 해저연구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의 평균 수심은 4071m. 가장 깊은 마리아나해구는 1만 1034m나 된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몇몇 국가들은 엄청난 수압에 견디는 심해 유인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연구원의 김웅서 박사가 지난 6월15일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IFREMER)의 유인잠수정 ‘노틸(Nautile)’을 타고 우리 과학자로는 가장 깊은 태평양 수심 5000m가 넘는 곳까지 들어갔대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김웅서 박사를 만났다.“지진해일은 물론이고 지구의 모든 비밀이 숨어 있는 심해저와 마주친 순간,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더군요. 드디어 수심 5043.6m 심해저에 이르러 라이트를 켜니 영겁의 세월을 지켜왔을 심해의 푸르디 푸른 물이 창 밖을 가득 채우고 있더라고요. 푸른빛과 녹색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신비한 빛 속으로 태평양 바닥이 어스름하게 모습을 드러내는데,‘이곳이 태평양 밑바닥이구나.’하는 생각에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아직까지 그 누구의 방문도 허락하지 않은 처녀지에 도착했다는 생각에 정말 정신이 아득했습니다.” ●지구의 70%는 바다… 그속엔 산맥·화산·계곡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 그 바다의 대부분은 이같은 심해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인간의 발길이 닿은 바다래야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심해저에도 육지와 마찬가지로 산맥과 화산, 계곡, 평원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깊게 파인 해구가 있으며, 높은 산맥도 솟아 있다. 수심 수천m의 열수구에서는 쉼없이 뜨거운 물이 솟구쳐 온갖 동식물이 모여 사는 해저의 천국이다. 심해저는 해양지각이 대륙지각 밑으로 밀려들어간 곳으로, 화산활동이 활발하며 지진도 자주 발생한다. 지구의 거대한 판이 충돌하는 곳이어서 이번처럼 지진해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심해저 평원에는 미세한 입자의 진흙층이 두껍게 깔려 있고, 그 위에 망간단괴가 잔뜩 널려 있다. 딱딱한 상태가 아니라 억겁의 세월 동안 축적물이 쌓여 마치 스폰지 같다. 심해저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심해 생물이 산다. 이곳에는 100만년에 2∼6㎜정도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망간단괴들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망간단괴의 크기로 보아 옆에 있는 고래뼈는 수백만년 전의 것이 틀림없다. 태고의 비밀을 목격하는 일은 천지창조의 순간을 목격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진해일이 심해저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면, 망간단괴 같은 자원은 인류에게 보내는 축복의 선물이다. 심해저 자원은 흡사 해일처럼 밀어닥칠 수도 있는 자원고갈에 대비하는 보물들이다. 심해저 광물자원은 공해상, 혹은 배타적 경제수역의 수심 800∼6000m해저에 분포한 망간단괴, 망간각, 해저 열수광상 등이다. 망간단괴는 수심 4000∼6000m대에 분포하는 감자 모양의 산화물로 망간과 철, 구리, 니켈, 코발트 등 40여종의 전략금속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바닷물과 퇴적물 속에 함유된 금속 성분이 매우 느리게 침전,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동심원을 이루면서 100만년에 고작 2∼6mm씩 성장하고 있으니, 감자 크기로 자라려면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리겠는가. ●망간단괴 100만년에 2~6㎜ 자라 한국은 남한 면적 4분의3 크기의 단독개발 광구를 이미 확보해 두고 있다. 부존자원 매장량만도 약 4억 2000만t, 연간 300만t씩 100년 동안 채광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오랫동안 심해저 자원개발을 주도해온 강정극 박사는 이를 국가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중장기적 과제라고 역설한다.“남한 면적에 버금가는 신천지가 태평양에 별도로 존재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언젠가 자원고갈 사태가 도래할 것이 분명하다. 북동태평양의 우리 광구에서 쉼없이 탐사를 해온 덕분에 선진국 버금가는 심해 탐사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 국가적 투자가 뒤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망간각은 수심 800∼2500m 해저 사면의 암반을 뒤덮고 있다. 바닷물에 포함된 금속이온의 침전에 의해 매우 느린 속도(100만년에 1∼10㎜)로 형성되므로 망간단괴처럼 억겁의 세월이 걸린다. 우주항공, 전자산업 등 첨단산업의 핵심 재료인 코발트·니켈·구리·백금 등 30여종의 다양한 금속성분이 이렇게 축적되고 있다. 해저 열수광상은 중앙해령이나 해구같이 마그마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 열수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다른 해저 광물자원에 비해 얕은 수심(1200∼2500m), 육지와의 근접성, 황화물 형태의 금속결합, 단위 면적당 높은 금속함량(금, 은, 아연, 구리 등) 등의 이점을 갖고 있어 가장 먼저 개발될 심해저 광물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해저 열수광상 분포지역은 화학합성에 의해 살아가는 원시생명체의 서식처로도 판명되어 생명의 기원 및 신물질 개발을 위한 연구 대상으로도 주목된다. 해양연구원 심해저자원연구센터장인 김기현 박사는 “자원 빈국인 우리 실정에서는 안정적으로 전략금속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육상 채취보다 가격면에서 불리하지만, 향후 자원고갈 시대에는 충분한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석유나 가스도 지금은 육지 생산량이 높지만 그것 역시 유한해 해저유정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형편에서 태평양 망망대해를 1500t급의 우리 연구선 ‘온누리호’에 의존해 모두 탐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도, 가능한 일도 아니다. 중국의 엄청난 해저자원 투자 실태를 보면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미래를 모르기 때문이다. ●자원고갈 대비 심해저 광물자원 부상 이처럼 심해저는 ‘자원의 마지막 보고’란 축복과 ‘가공할 재앙의 진원지’란 야누스적 위력을 갖고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해일이 머나먼 심해저에서 시작되었음을 생각하면, 멀고 깊은 바다도 늘 우리 곁에 있는 ‘위협’이고 또 ‘축복’인 셈이다. 위대한 해양생태저술가 레이첼 카슨(R. Carson)의 책 제목처럼 ‘우리를 둘러싼 바다(The sea around us)’는 지금도 인류에게 심각한, 그러나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21세기 벽두를 강타한 이번 해일은 숱한 메시지 중 하나일 뿐이다. 해일이나 태풍의 파괴력으로, 생태환경의 오염으로, 때로는 자원고갈 시대의 마지막 보고로 인류에게 절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우리라고 이 메시지에 등 돌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심지어는 우리 관광객들 다수가 머나먼 그곳에서 희생되지 않았는가. 남극기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태평양 심해저에서 망간단괴를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태평양뿐 아니라 인도양이나 남극조차도 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셈이다.2004년 12월의 마지막 나날들, 이 순간에도 어부와 선원, 부두노동자와 해군·해병대원, 등대지기와 해양과학자들이 바다의 전선을 지키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편하고 따뜻하게 연말연시의 정겨운 자리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리라. 해일로 무참하게 휩쓸려간 그들 아시아·아프리카인들도 바다에서의 고난의 삶을 엮어가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죽음에 국제적 연대의 애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우리를 둘러싼 바다 앞에서 인간은 그저 만경창파에 뜬 일엽편주에 불과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 [여의도 IN] 이명박 “국정을 정치판 착각”

    “진보·보수라는 이분법으로 편가르면서 아웅다웅 싸우는 나라가 21세기에 어디에 있습니까?.” 한나라당 대권 주자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28일 기자들과 오찬 모임을 가졌다. 이 시장은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려고 애썼지만 화제가 리더십과 행정수도이전 문제 등으로 넘어오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정치적 색채를 드러냈다. 특히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의 경박함을 꼬집으며 “진보가 뜨니까 진보인사인냥 행동하고, 뉴라이트(신보수) 얘기가 나오니까 뉴라이트 인 척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나아가 “국정도 경영인데 정치판으로 착각하는 게 문제다.”라면서 “코드를 끼리끼리 맞추다 보니 다수 국민이 소외됐고 그 결과 젊은이나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경제회복에 대한 희망을 읽게 된 게 아니냐.”면서 정부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않았다. 이어 정부의 ‘행정특별시’ 구상에 대해서는 “충청도민을 한번 더 속이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여의도 IN] “노사모여 ‘행동’ 하라”

    [여의도 IN] “노사모여 ‘행동’ 하라”

    “정치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도 함께 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씨가 24일 오전 ‘노사모’ 회원들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글을 노사모 홈페이지에 남겼다. 그는 먼저 “뒤에 팔짱끼고 서서 감놔라 배놔라 잔소리하는 것이 얼마나 속 들여다보이고 꼴불견이겠냐.”고 지난 9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노사모 회원들도 대통령이 평당원인 우리당에 입당해 당이 제 길을 잘 갈 수 있게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지도적 당의 지위를 이용해 겉으로는 개혁에 앞장 서는 척 좋은 말은 골라 하고 개혁은 입으로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말과 행동이 따로 놀며 우왕좌왕함으로써 당원들도 갈피를 못잡게 하는 당내 지도자들도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집권당의 지도자라는 이름만으로 성역이 될 수는 없다.”면서 “잘못은 비판받고 수용하고 바로잡아가야만 국민의 지도자로서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조정래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

    [문학이 머문 풍경]조정래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

    “언제 떠올랐는지 모를 그믐달이 동녘 하늘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작가 조정래가 발표한 소설 ‘태백산맥’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림자들은 무덤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막한 어둠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현실 투쟁에 패배한 하대치 일행이 ‘야산대장’ 염상진의 묘에 성묘한 뒷 상황을 이같이 설명하며 소설은 끝난다. 토벌대에 쫓긴 이들 패잔병은 끝없이 펼쳐진 적막과 어둠속으로 빨려든다. 그 어둠 건너편엔 초롱초롱한 별들이 가을밤 산골짜기를 비추고 있다. 별들은 야산투쟁에서 숨진 대원들의 넋이다. 이 별들은 희망이고 언젠가 완수해야 할 ‘혁명’의 불길이다. “마지막 남은 이들 대원이 사라져가는 곳은 어딘가.”라는 물음을 남긴 채 전체 1만 7000장 분량의 원고지가 대단원을 장식하는 대목이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당시만 해도 금기시됐던 ‘빨치산’과 ‘남로당’의 실체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일대 ‘사건’이었다. 좌우 대립과 전쟁과정에서 탄생한 ‘야산 대원들’을 역사의 한 축으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일제 말기∼해방∼여순사건∼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격랑을 대서사시처럼 엮어낸다. 역사의 베틀은 남해안의 한 포구인 벌교에서부터 조계산, 지리산, 태백산, 거제포로수용소 등으로 무대를 옮겨가며 한올 한올 짜여진다. 그 중심인 지리산의 골짜기와 능선들은 단순히 지형지물만이 아니다. 그 자체가 역사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이 이데올로기란 ‘괴물’과 버무려져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그들에게 염상진·김범우·염상구·하대치·최익승·심재모·소화·외서댁·들몰댁… 등의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이들은 한많은 시대를 살아간 우리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죽임과 죽음, 보복의 악순환으로 내몬 원인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보다는 ‘땅’에서 비롯된 점을 부각시켰다. 종문서는 불살라졌으나 당장 부쳐먹을 자갈논 한뙈기 없는 민초들은 일제와 손잡은 지주의 소작농으로 전락한다. 이들에겐 ‘내땅’을 가져 보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지주들의 땅을 빼앗아 나눠 준다는데 누가 싫어할 사람 있겠느냐.”는 한 소작인의 말처럼 ‘땅=생명’이었다. 소설 태백산맥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지명 이름이 현실과 똑같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 소설에 묘사된 지명은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작가는 “역사의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현장답사를 되풀이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 증언을 들었다.”고 밝힌다. 소설 현장인 벌교읍은 실제로 여순반란사건때 좌우익 대립이 심각했고 억울한 죽임과 보복성 살해가 난무했었다. 주민 나모(72)씨는 “어렸을 때 읍내 북국교 등지에서 빨치산과 토벌대가 번갈아 인민재판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시체가 중도방죽 제방에 널려 있었다.”고 말했다. 지리적으로도 제석산과 진광산 등이 포구를 감싸안으며 북쪽으론 조계산과 맞닿아 있다. 섬진강을 사이로 조계산과 지리산이 태백산맥을 따라 금강산까지 이어진다. 광주에서 주암호를 따라 낙안읍성 쪽으로 가다 보면 순천시 외서면과 벌교읍을 가르는 석거리재가 나타난다. 이 고개에서 우측으론 염상진 부대가 한때 해방구로 삼았던 보성군 율어면이다. 선수머리∼벌교읍 사이엔 제법 넓은 농토(중도방죽)가 펼쳐진다. 중도방죽은 실제로 일본인 중도(中島·나카시마)가 땅에 주린 소작농을 꼬드겨 둑을 쌓아 만든 간척지이다. 중도 들판은 소설 속에서 그릇된 토지 소유관계의 역사를 집약한 중심 소재이다. 중도방죽 이외에도 읍내 곳곳에는 소설의 무대들이 작품속에서 묘사된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봉화가 타오른 제석산, 순천 쪽으로 이어진 관문인 진트재(국도 2호선), 하대치 일행이 군용열차를 털었던 경전선 터널, 새끼 무당 소화와 정하섭의 사랑이 깃든 무당집, 현부잣집 재각, 양철지붕의 청년단 건물, 염상진의 목이 내걸렸던 벌교역 광장, 보복으로 점철된 죽임의 현장인 홍교, 양심적 지주 김사용의 퇴락한 기와집, 땅벌과 염상구가 주도권을 다퉜던 철교, 토벌대 사령부로 사용됐던 남도여관, 금융조합 건물 등등…. 요즘 이곳엔 일주일이면 200∼300명의 답사객이 몰린다. 그러나 작품에서 묘사된 지명을 알리는 간판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아직도 ‘빨갱이’와 ‘토벌대 후손’ 주민들 사이에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나 보다. 일부 원로 주민들은 소설속의 장소들을 ‘기념화’하는 사업에 떨떠름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백산맥 문학관을 짓는데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전한다. 보성군은 그러나 내년쯤 제석산 자락인 현부자집 아래에 문학관을 착공키로 했다. 지난해부터는 문화해설사를 배치해 답사객들을 돕고 있다. 또 내년 봄 중도방죽 2.4㎞구간에서 가족 걷기대회를 열고 이때 작가 조정래씨를 초청해 ‘문학강좌’도 마련한다. 선수머리 입구엔 갯벌 체험장을 조성, 녹차밭 등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에 나선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좌익도 우익도, 지주도 소작농도 없다. 소설속의 전투와 살벌함을 느낄 만한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농어가가 산재한 조용한 포구마을을 둘러싼 산자락에 어둠이 내린다. 들물때가 됐는지 홍교 밑 갈대 숲에 바닷물이 흘러든다. 보성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참여정부 좌파정책 없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6일 “일부 우파나 언론이 정부정책에 대해 좌파적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지만 사실 이 정부 들어 나온 좌파적 정책은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16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우리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우리 경제의 문제점으로 대·중소기업간의 경기 양극화와 소비·투자 부진 등을 들면서 “때가 되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라며 “성장엔진의 구조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국민, 근로자 등이 근본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영화 ‘파이란’ 원작자의 역사소설

    영화 ‘철도원’‘파이란’의 원작자로 국내 팬이 많은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淺田次郞ㆍ53)의 역사소설 ‘칼에 지다’(전2권, 양윤옥 옮김, 북하우스 펴냄)가 출간됐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문예춘추’에 연재됐던 이 작품은 단행본으로 출간된 후 130만부가 팔려나갔던 베스트셀러. 지난해 말 국내에 개봉된 영화 ‘바람의 검 신선조’의 원작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130여년 전 도쿠가와 막부가 흔들리던 시절, 막부에 고용된 무사 집단 신센구미(新選組)에서 활약했던 요시무라 간이치로가 소설의 주인공. 놀라운 칼솜씨를 지녔으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벌이에 몰두하는 타락한 무사로 멸시당하는 주인공은 끝내 천황을 거역한 역적으로까지 내몰린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뒤 신문기자가 신센구미 이야기를 취재하는 형식으로 소설은 꾸며진다. 장대한 스케일, 비정한 무사세계가 무협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각권 1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임영숙 칼럼] 개성의 봄

    [임영숙 칼럼] 개성의 봄

    개성에 다녀왔다.15일 개성공단의 첫 제품 생산 기념식에 참석했다. 서울 경복궁에서 오전 8시 출발한 버스가 군사분계선과 북한의 임시 출입국사무소를 거쳐 리빙아트 개성공장에 도착한 것은 11시였다. 남북의 출입국사무소에서 소요된 시간을 빼면 서울에서 개성까지 채 두 시간도 안 걸린 셈이다. 북녁 땅이라 그동안 멀게 느껴진 것일 뿐 사실 개성은 서울에서 불과 70㎞ 거리에 있다.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점심을 먹은 후 선죽교와 표충비를 둘러보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6시45분이었다. 누가 말했던가.‘아침 식사는 서울에서, 점심은 개성에서, 저녁은 다시 서울에서’라고…. 이웃 마실 다녀오듯 그렇게 가볍게 북한에 다녀왔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 전력시비로 무겁디 무거운 우리 국회를 생각하면 겨울비 내리던 개성이 더 상큼하게 여겨진다. 색깔시비로 어지러운 가운데 남북협력사업의 첫 결실이 이루어지는 포스트모던적 상황 속에서, 꼼수 정치의 너절함보다는 개성공단의 희망을 바라보고 싶어서일 게다. 개성공단은 남북 공동번영의 터전이다. 북한의 값싼 땅과 노동력, 그리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이 결합해 남북 모두에게 큰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6·25 당시 남침의 주공격로였던 개성이 평화지대로 바뀜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완화 효과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남북 통일의 초석이 된다. 현대아산이 토지공사와 함께 개성시 봉동리와 판문군 일대 2000만평을 공단과 주거 및 관광지로 개발하는 이 사업은 오는 2012년 마무리된다. 그때까지 남쪽에 10만개, 북쪽에 73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완공 이후엔 남한 경제에 연간 24조 4000억원, 북한 경제에 연간 7000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효과가 달성되려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풀려야 한다. 미국은 북한산 제품에 대해 최고 수백%의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과 일본도 다른 나라에 비해 4∼5배 높은 관세를 물리고 있어 북한산 제품은 수출경쟁력이 없다. 이제 가동이 시작된 개성공단 시범단지의 생산품은 대부분 내수용이지만 오는 2007년부터 가동될 본 공단은 수출공단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시범단지의 앞날도 미국의 전략물자 반출 제한으로 언제든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 싱가포르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처럼 개성공단 제품도 한국산으로 인정해 특혜관세를 적용하도록 다른 나라들과의 FTA 체결 때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략물자를 엄격히 관리하면서 반출품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6개월째 중단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고 6자회담에 적극 나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삼십몇년만에 가장 포근하다는 12월의 봄 같은 날씨 탓인가. 개성엔 벌써 봄이 온 것처럼 느껴졌다. 성을 연다는 개성의 지명 그대로 북한이 굳게 닫힌 문을 열고 국제사회로 나온다면 이 착각은 현실이 되지 않을까. 개성공단은 그 가능성에 희망을 갖게 했다. 이미 몇차례 방문한 바 있다는 한 중소기업인은 “개성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이 달라졌다. 색깔이 밝아졌고 돈이 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귀경길 자유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마친 다른 중소기업인이 큰소리로 말했다.“리빙아트 대박 터졌네. 냄비 사려는 아줌마들이 롯데백화점에 몰려와 번호표를 나누어주고 있대. 남의 일이라도 기분 좋은 일이야. 하긴 남의 일도 아니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니까.” 주필 ysi@seoul.co.kr
  • [공무원시험 대강연회 지상중계] 명강사 8인 ‘족집게 강의’

    [공무원시험 대강연회 지상중계] 명강사 8인 ‘족집게 강의’

    공무원 시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만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13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신문 공무원 시험 대강연회’에는 각 과목별로 명강사들이 총출동, 공무원 7·9급 시험 준비요령 및 과목별 점수를 높이기 위한 비법 등을 소개했다. 영어는 시험 비중을 감안,2명의 교수가 특강을 했다. 강연회에 미처 참석하지 못한 시험 준비생들을 위해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 국사-심태섭 교수 전 분야에 걸쳐 출제된다. 따라서 특정 부분만 공략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최근 지문형 문제가 많이 나오고 있다. 국정교과서의 비중이 높아 지문 그대로 문제화되기도 한다. 국정교과서를 기본으로 수험 준비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9급의 경우, 국정교과서 활용 문제가 특히 많다.7급은 상대적으로 지문 활용도는 낮은 편이고 암기력을 요하는 문제 비중이 크다. 직렬별로 출제 경향이 조금씩 다르다. 행자부와 검찰직에서는 원인, 현상, 결과 등을 묻곤 한다. 단답형의 보기가 많은 법원직 또는 등기직과 차별화된다. 지방직은 지역과 관련된 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충남의 경우 수덕사 대웅전에 관련된 문제를 출제하는 식이다. 지난해 대구 시험에서는 노태우 정부에 대한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최소한 응시하는 지역의 중요문화재나 중요인물 등은 숙지해야 당황하는 일이 없다. 법원직, 등기직에서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문제가 종종 출제된다. 세계문화유산, 백두산정계비를 이용한 간도귀속문제 등이다. 올해도 북한의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나 중국의 동북공정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의 경우 최근 출제경향이 수능시험과 매우 유사해 수능시험 교재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지문과 보기의 길이 등 출제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 이와 함께 주의할 것은 많은 수험서를 이것 저것 보지 말라는 것이다. 국정교과서와 문제집 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교재 전체를 정독해 한 권이라도 내 것을 만들어야 한다. 매번 동일한 사람이 출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수준은 유동적일 수 있지만 난이도나 경향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2005년도 문제 역시 이전 시험의 기출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정교과서의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남부행정고시학원 ■ 행정법-홍성운 교수 행정법은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 공무원 시험준비 자세로서의 능률적인 방법은 행정법 관련 문제들에 대한 간단한 내용을 피상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학은 논리적인 학문이다. 처음과 끝이 인과관계로 맺어져 있어서 각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큰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이것이 이해 위주의 행정법 공부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예습·복습이 합쳐진 행정법 강의를 통한 반복 학습만이 체계 완성의 지름길일 것이다. 매번 강의를 들을 때 책의 목차를 보면서 현재 공부하는 부분이 행정법 전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짚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분석하여 동종유형의 문제, 더 나아가서는 응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2004년에 시행된 국가직 9급 시험 문제, 각 시·도 지방직 9급 시험 문제, 국회직 8급 시험 문제 등과 함께 최근 10년 동안 행정법 기출문제들을 ‘신월 행정법’에 정확하게 반영시켜 놓았다. 아울러 최근에 제·개정된 법령은 철저히 숙지해야 한다. 행정법 관련 법조문에서 조문내용을 묻는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고 있는 경향이다. 최근에는 판례문제가 점증하는 추세이다. 신월 행정법에서 주요 판례를 완벽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그 판례 요지를 정리해 두어야 할 것이다. 행정법에 대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다. 행정법은 7·9급 공무원시험 등에서 10여년 동안 출제돼 왔기 때문에 출제경향이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다. 특히 올해 처음 시행된 행정법총론의 출제경향도 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행정법의 출제 흐름을 파악하여 꾸준히 정진하면 행정법총론의 정복은 의외로 빨리 올 수 있다. 한교고시학원 ■ 헌법-채한태 교수 헌법은 다른 법률에 비해 추상적이어서 공부하기에 어려움이 따르는 과목이다. 무조건 암기해서는 고득점을 딸 수 없다. 일반적인 원칙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고, 원리를 이해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왕도는 없으나 효율적인 방법은 있게 마련이다. 첫째, 헌법조문을 수시로 낭독할 것을 권한다. 각각의 문언을 분류해 읽는 것이 그 방법이다. 둘째, 헌법의 목차를 중심으로 맥을 잡는 것이 우선이다. 세부내용은 목차를 통해 큰 틀을 잡은 후 정리한다. 셋째, 기출문제를 완벽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수다. 기출문제를 통해 출제유형과 경향을 파악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넷째, 헌법재판소의 판례와 관련 개정법률을 중심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장르별로 살펴 보면, 헌법서론편에서는 고유한 의미의 헌법, 근대입헌주의 헌법, 현대복지국가의 헌법, 형식적·실질적 의미의 헌법이 중요하다. 헌법의 제정과 개정은 매년 1문항 정도 출제된다.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제도와 관련해서는 정당, 선거, 공무원,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매년 2∼3문제가 출제된다. 가장 분량이 많은 기본권편은 특히 중요하다. 기본권의 내용과 위헌·합헌을 중심으로 출제된다. 통치구조편에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차이점을 확실히 정리해 둬야 한다. 행정부 관련, 국무총리의 지위 및 권한, 국무위원과 행정 각부의 비교, 감사원의 권한 등이 정리 사항이다. 법원 조직 중에서는 대법원의 조직, 사법부 독립, 상소제도 등이 중요하다. 또한 헌법에 관련된 부속 법률과 헌법조문 내용의 출제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헌법조문을 발췌해 정확한 숙지여부를 묻는 문제도 2∼3문제씩 출제되고 있다. 헌법 관련 부속 법률에서는 국회법,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정당법, 정부조직법, 부패방지법 등이 자주 출제된다. 남부행정고시학원 ■ 국어-김재정 교수 7·9급 공채 시험에서의 국어시험은 국어과목에 관한 실력을 측정한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의외로 많은 수험생들이 현재의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과 공무원 시험의 국어를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무원 국어시험에 수능에서 요구하는 발상을 토대로 한 문제가 최근 몇 문항씩 출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능에서의 언어영역은 국어가 포함된 통합 교과이지, 국어과목 그대로가 아니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5년에 한 번씩 바뀌는 고교 교육 과정에 따라 2002년부터 7차 교육과정이 실시되고 있으나 공무원 국어시험은 고교 교육과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험이 아니므로 5차,6차,7차 과정을 포괄적으로 학습해 두는 것이 좋다. 문법과 한자, 한문 분야에서 반드시 만점을 획득해야 한다.7·9급 시험에서 90점 이상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학습 범주가 뚜렷한 문법과 한자, 한문에서 반드시 만점을 받아야 한다. 문학과 어휘 분야는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수월하고 상대적으로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러나 학습 범주가 너무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만점을 기약하기 어렵다. 때문에 한 두 문항 정도는 틀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시험 수준에 적합한 교재와 강의를 잘 선택해야 한다. 합격을 위해서는 시행 착오를 최소화하고 단기간에 국어 시험에 관련된 제반 사항의 틀을 잡아줄 수 있는 잘 짜여진 교재와 강의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떤 교재와 강의를 선택할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에는 과장된 광고 등에 현혹되지 말고 먼저 시험 준비를 한 선배들의 조언을 참조하는 것이 좋다. 분명한 것은 우직하고 끈기 있게 시험 준비를 한 자가 결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수험생 여러분의 분발을 촉구한다. 한교고시학원 ■ 경제학-박지훈 교수 수험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수학적인 개념 이해에 익숙하지 못해 무조건 암기하려만 한다. 하지만 경제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배운 함수관계만 이해한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오히려 경제학은 돌출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만 이르면 고득점을 할 수 있는 전략과목이다. 무엇보다 경제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이론은 내용이 방대하고 상호연결돼 있어 특정 부분만 학습해서는 안된다. 전체를 논리적으로 이해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기본서로 출발해야 한다. 경제학원론 교재를 3개월간 천천히 정리한 후, 이론정리를 기본으로 문제풀이 연습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수리적 표현에 익숙해져야 한다. 대부분의 이론이 그래프로 표현되기 때문에 직접 손으로 써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래프를 눈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실패를 좌초하는 일이다. 그래프 그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시험에서도 실수를 줄이고 문제풀이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이다.7급 국가직 시험에서는 미시경제학 30%, 거시경제학 50%, 국제경제학 20% 등의 비중으로 출제된다. 경제학원론을 이해하면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기본서에서 다루지 않거나 응용해야 하는 문제들이 출제되기도 한다. 응용문제는 매년 5문제 내외의 비중을 차지한다.2002년 3문제,2003년 6문제였다.2004년의 경우 지난해보다는 평이하게 출제됐지만 경제원론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 4문항 출제됐다. 응용문제 역시 원리이해가 기본이지만 응용력 향상을 위해서는 문제집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기출문제도 완벽하게 숙지해야 한다. 출제경향이 기출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7급 기출문제뿐만 아니라 행정고시, 사법시험, 감정평가사시험 등의 기출문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남부행정고시학원 ■ 영어-김민권 교수 공무원 시험을 1∼2년 정도 준비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영어 어휘를 어휘책에 나와 있는 알파벳순의 어근을 따져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더욱이 7급은 9급에 비해 7개 과목이라는 적지 않은 과목 부담이 있다. 그렇다면 하나의 대안이자 여태까지 효과를 보고 있는 방법이 각자 자신이 준비하는 시험에 맞게 어휘집을 선택해서 순환개념으로 해 나가는 것이다. 문법의 경우는 2002년을 기점으로 많게는 6∼7문제까지 포함됐다. 물론 과거 문법문제 비중이 크지 않을 때에도 기본적인 문법지식을 강조해 왔다. 그렇다고 무작정 과거에 해 왔던 방식대로 문법책을 보고 그에 해당하는 문제를 풀어봐서 실력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목차위주의 공부다. 예를 들면,3형식 가운데 ▲4형식으로 오인하기 쉬운 동사 ▲동족목적어 ▲재귀목적어 ▲동사구 등으로 목차를 세워 목차를 보고 내용을 생각하는 지금까지의 공부방법과 반대로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처음엔 낯설고 어색하지만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 확신한다. 독해는 문법과 어휘의 총아다. 그러므로 다양한 사고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다행히도 공무원 수험 영어에서는 그다지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는 독해지문은 잘 나오지 않는다. 지문 자체만 잘 이해하면 큰 무리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출제된다. 철저한 분석만 하면 독해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독해지문을 수식어와 비수식어 그리고 품사 개념으로 분석해서 문장구조를 익히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문장을 볼 수 있는 시각이 몇 배 넓어질 것이고, 어느 부분의 해석이 틀렸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절대로 눈으로만 하는 공부는 금물이다. 한교고시학원 ■ 행정학-최승호 교수 객관식 시험이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서나 문제집의 세부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행정학을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정작 행정학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돼 있고, 중요한 주제들 간의 연결이 어떤 식으로 돼 있는지 방향성은 잃어버린 채 세부적인 내용에만 치중하는 것이다. 그러면 암기량은 늘어나지만 성적은 올라가지 않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학교 수업이나 학원 강의를 통해 행정학의 전체 흐름을 들어본 후에 중심책을 차분히 정독하고, 참고서나 문제집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즉 행정학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기본서를 읽거나 문제집의 반복적인 확인이나 암기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중심책을 반복적으로 학습해 익숙해지는 것이 지름길이다. 중심책이란 기본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험장에까지 가지고 갈 최종 정리교재를 말한다. 중심책의 선택기준은 다른 사람들이 보니까 나도 봐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공부 스타일에 적합하면 된다. 이와 관련, 중심책의 내용을 대신하는 서브 노트를 작성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서브 노트는 행정학의 흐름과 세부적인 핵심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 노트를 말한다. 서브 노트를 작성하는 것은 반복학습에 있어서 시간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주제의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며, 수험생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방식이다. 객관식 시험의 특성상 문제집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개인적으로 문제집은 보충교재라고 생각한다. 즉, 어디까지나 중심책이나 서브 노트가 주교재가 되어야 하고, 문제집은 보완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집의 문제 중에서 기출문제는 중심책이나 서브 노트를 일독 하는 단계에서 확인되어야 한다. 한교고시학원 ■ 영어-김신주 교수 외국어 수험공부의 핵심은 그들의 어법 즉, 문법을 익히는 것이다. 출제 비중이 가장 높은 독해는 시험경향에 맞춰 많은 지문을 접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글의 구성 방식에 대한 이해 없이 단어 조합을 해석하는 데 급급해 한다면 고득점을 받을 수 없다. 문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법 공부가 기본이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전치사+명사’가 형용사나 부사로 쓰인다는 것은 독해시 아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문법이다. 또 영어문장의 형태를 이해한다면 독해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주제, 예시, 결론의 순서가 일반적인 영어문장의 형태이며, 중요사항은 한 문장의 앞 부분, 한 단락의 첫 문장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연결사의 의미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추가(in addition,moreover), 예시(to illustrate), 대조(on the opposite,conversely), 역접(however,yet) 등 연결사의 의미별로 분류해 정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문법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병치법, 수의 일치, 시제 일치, 가정법, 수동태, 부정사, 동명사 분사 등이다. 문법책은 중요 내용이 간략히 정리된 것이 좋으며, 이해 위주로 반복해야 한다. 어휘 문제도 3∼4문제씩 꼭 출제된다. 다의어 정리가 고득점의 지름길이다. 단어를 암기할 때는 기본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것과 더불어 그 단어가 문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다.1∼2문제씩 출제되는 생활영어는 상황별로 문장을 정리해 반복학습함으로써 눈에 익히도록 한다. 공무원 시험에서 영어를 정복하지 못하면 합격은 요원하다. 쉬운 길을 택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교재를 이용해 정석대로 공부할 것을 권한다. 또 좋은 영어지문을 가능한 한 많이 접하면서 수험공부뿐 아니라 교양인으로서의 자질도 함께 길러 나갈 것을 권한다. 남부행정고시학원
  • [깔깔깔]

    ●엄마의 착각 고스톱을 너무 좋아하는 엄마. 하지만 집에서는 고스톱을 같이 칠 상대가 없어 딸이 인터넷 모사이트에서 고스톱을 치는 법을 알려 드렸다. 얼마 후 식사도 거르고 온라인 고스톱에 매진하던 엄마가 새벽에 딸을 깨웠다. 딸 : 왜 깨우고 그래, 졸려 죽겠는데…. 엄마 : 얘, 엄마 고스톱머니 엄청 많이 땄다! 딸 : 그런데 뭐…. 엄마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물어봤다. “얘, 이 돈은 언제 입금해주니?” ●상담 문)컴퓨터를 하나 구입하려고 합니다. 요즘은 잠자고 일어나 보면 더 좋은 컴퓨터가 더 싼 가격에 나오는 시대가 되어 막상 사려니 망설여지네요. 도대체 언제 컴퓨터를 사는 게 가장 싸게 사는 걸까요? 답)무덤에 들어가기 직전. 그때 사는 게 가장 쌀 거예요.
  • [김영희 이혼클리닉] 채팅으로 만난 유부녀를 사랑하는데…

    [김영희 이혼클리닉] 채팅으로 만난 유부녀를 사랑하는데…

    20대 중반 남성입니다. 채팅으로 한 여자를 알게 됐습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아이 둘을 키우는 30대 중반 유부녀입니다. 인터넷에서 대화만 주고받다 처음 만났는데 좋았습니다. 만남이 계속되다 보니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녀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잘못된 일인 줄 알기에 죄책감으로 힘들지만, 서로 사랑하는 탓에 관계를 끊을 수가 없습니다. 날마다 술을 마시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녀도 저만큼 힘들어하고요. 제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있는데, 선생님 도와주세요. -차승진(가명)- 채팅으로 가정파탄이 늘고 있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나이 어린 초등학생에서부터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차마 말하기조차 민망스러운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이 어린 여중생들이 용돈이 필요하다며 채팅을 통해 성인 남자들과 성관계를 맺고, 카드빚을 갚기 위해 청부 살인을 하고, 동반 자살사이트를 만들어 동반 자살을 하고…. 얼마 전엔 30대 가정주부가 채팅으로 만난 고등학생과 오랫동안 불륜을 저질러 오다 남편에게 들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느냐고 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도처에서 불륜이 넘쳐나면서 진실된 사랑을 찾아보기가 점점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이룰 수 없는 애달픈 사랑을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한 행위는 사랑이 아닌 쾌락을 위한 몸부림일 뿐입니다. 짧은 순간의 욕정이 사라지고 나면 양심의 가책으로 마음이 괴롭지만 마약과 같은 짜릿한 쾌감 때문에 관계를 끊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추하게 망가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가엾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거짓된 사랑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어서 진실된 사랑이 발붙일 곳이 없어서 통곡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승진씨, 당신은 지금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남편 있는 유부녀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남편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어 간통죄로 고소를 하게 되면 당신과 그 여자의 인생은 더할 수 없이 비참해질 뿐만 아니라 가엾은 어린 두 아이가 엄마를 잃게 되고, 아내의 추잡한 행동으로 가정이 파괴된 남편은 두 아이를 끌어안고 피눈물을 쏟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니 당신은 평생 씻지 못할 죄를 짓게 됩니다. 지금 20대 중반이라면 앞날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이 태산 같아서 헛된 사랑놀이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습니다. 젊은 나이에 인생을 다 걸 만큼 그 여자를 사랑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성인이 된 당신이지만 아직도 인격적으로 더 많이 성숙해야 할 시기이니 만큼 지금 저지르고 있는 행동이 더할 수 없이 수치스러운 실수라 생각하고 하루빨리 관계를 청산하십시오.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안정된 후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을 때 아픔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고 스스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승진씨, 그 여자는 남편과 자식이 있으면서도 앞날이 창창한 ‘어린’ 남자를 유혹하여 두 남자 사이를 넘나들며 살고 있습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이 있습니다. 젊음을 헛되게 보내면 머지 않아 땅을 치고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옵니다. 지금은 내일을 위해 눈코뜰새 없이 혼신을 다해 뛰어야 할 때입니다.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여자 문제로 매일 술을 마시고 괴로워하며 허송세월해선 안됩니다. 잘못된 줄 번연히 알고 있기에 비난받을 각오를 하고 제게 공개된 상담을 의뢰해온 당신에게 저는 인간적인 연민을 느낍니다. 쉽게 만난 여자와 적당히 즐기고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이 남자들 마음이라는데, 그 여자와 관계를 사랑이라고 믿으며 마음 고통을 앓고 있으니 말입니다. 승진씨, 수습할 수 없는 큰 일이 닥치기 전에 매몰차게 돌아서십시오.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합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극한 대치’ 국보법 향방은

    “강행 처리도 배제하지 않겠다.” “힘에는 힘으로 맞설 수밖에….”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을 놓고 여야간 힘 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말싸움을 넘어 물리적 충돌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는 지난 3일에 이어 주말인 4일에도 법사위를 열어 막말을 주고받는 등 격한 공방만 되풀이했다. 여야 지도부는 5일에도 그간의 강경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6일 법사위도 ‘막가파식 공방’으로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칼 빼든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5일 국보법 폐지안 등 주요 법안의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이런 강공은 내년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평당원들이 개혁입법 처리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지도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당내 분위기와 맞물린다. 한나라당이 국보법 폐지안의 상임위 상정부터 저지하고 나서면서 대화로선 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판단하게 된 것 같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6일 오후 2시 국회 법사위를 열어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시키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 대해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것과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은 법사위에 상정시키고 제안 설명만 한 뒤 본격 논의는 연말 임시국회에서 진행하겠다는 복안이다. 열린우리당의 강행 의지는 천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 말미에 더욱 구체화됐다. 그의 속마음을 내비친 ‘키워드’는 국민회의 시절인 지난 99년 1월 전교조 합법화를 골자로 하는 교원노조법의 ‘날치기 통과’였다. 천 원내대표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내용이라면 강행처리 못할 것도 없지 않느냐.”며 국보법 폐지안 역시 강행처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이날 “국회법을 중심으로 모든 수단을 다 쓸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또 법사위에서 최연희 위원장이 ‘사실상 의사진행 거부 또는 기피를 했다.’고 주장한 것도 이를 위한 대외적인 명분 축적용으로 해석된다. 열린우리당은 그러나 한나라당과의 협상 가능성을 완전 차단하지는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지연전술 차원에서라도 대안을 내놓고 토론에 나선다면 우리로서는 시일이 더 걸리거나 대폭 양보해야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공식적으로는’ 환영할 수밖에 없다.”고 미묘한 입장임을 털어놓았다. ●한나라당 “한치도 못 물러선다” 국보법 폐지안은 법사위 상정도 아예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일단 법사위에 상정만 되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이 가능한 데 열린우리당을 어떻게 믿고 받아들이겠느냐는 논리다. 불신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얘기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주에 개정안 등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결사 저지’라는 강경론에 밀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원내대표단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이 어제까지 연 사흘 동안 법사위를 열어 여야간 정치적 합의와 국회법까지 무시해가며 국보법 폐지안을 힘으로 상정하려는 그런 일을 강행했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법사위 상정을 막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들은 상정만 해놓고 토론은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여야 합의로 정기국회에서 다루지 않기로 한 법인데 무엇 때문에 힘으로 상정하려 하겠느냐.”며 “저들이 국보법을 상정하려는 데는 나름의 꿍꿍이속이 있다. 일단 상정해놓고 힘으로 밀어붙여 날치기하려는 게 불을 보듯 뻔한 데 우리가 어떻게 막아서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도 “열린우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면 힘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천정배 원내대표는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회의를 기피해 자신들이 법사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겠다고 하는데 대단한 착각”이라며 “법안 날치기를 넘어 국회 자체를 날치기하겠다는 얘기”라고 몰아세웠다. 전광삼 박록삼기자 hisa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4)거문도의 역사와 삶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4)거문도의 역사와 삶

    ●英 침략행각 고스란히… ‘포트 해밀턴’ “186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해군 함정과 상선이 거문도에 드나들었고,1885년부터 1887년까지는 해군이 기지를 두었다. 그 동안과 그 후 몇 해 동안 해군 사병과 해병대원 10명이 이 섬과 근처 해역에서 사망하여 섬에 묻혔다.1886년에 사망한 2명과 1903년에 사망한 1명의 해군 병사의 기록은 비문에 새겨져 있으나 나머지의 묘지는 이제 알 길이 없다.” 거문도를 ‘포트 해밀턴(Port Hamilton)’으로 병기한 거문도 영국군 묘지에 가면 ‘주한 영국대사관, 한·영협회, 영국부인회는 한·영수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1983년 이 패를 세웠다.’는 동판이 세워져 있다. 묘지의 주인공에만 관심을 갖는 위 기록으로 보면 워낙 표현이 온건하여 영국군이 잠시 나들이라도 나왔다 간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그러나 거문도 무단점령은 두 말할 것 없이 제국주의적 침략 행각이었다. 거문도는 남해안과 제주도의 중간에 있는 섬으로 대한해협과 대마해협의 문호에 해당한다. 영국은 일찍이 거문도를 주목,1845년에 사마랑을 보내 탐사를 한 뒤 해밀턴항으로 명명했다. 서구열강은 이곳이 동북아의 군함과 무역선 중간기착지로 적당하다고 판단했다.1866년 미국의 아시아함대 슈펠트 제독도 5일간의 정밀탐사 끝에 ‘해군기지로 손색이 없다.’고 결론내렸다.1878년에 이곳을 다시 찾은 영국 실비아호 선장 존은 아예 ‘영국이 이곳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항을 찾던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대한 대응이란 관점에서 무단점령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해석상의 명분일 뿐이다.35세에 외무차관,39세에 인도 총독, 후일 옥스퍼드대학 총장이 된 커즌은 소용돌이에 휘말린 조선에 관해,“블라디보스토크나 나가사키 사이에서 함부로 차는 축구공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거문도 점령은 동아시아에서의 거점확보가 핵심 의도였다.1885년 영국군은 거문도를 해군기지화하면서 22개월간 장기 점령한다. 김윤식 등 조선정부의 요인들은 보고를 받고도 섬의 위치조차 몰라 강화도 앞의 주문도와 착각하기도 했다. 조선정부의 무능이 이 정도였다. ●섬 3개 사이 만 숨어있어 군항에 딱 이 엄청난 국제적 사건을 이해하려면 한번쯤은 이곳에 들러봐야 한다. 거문도엘 가다 보면 뱃길을 따라 초도, 손죽도 등이 펼쳐져 이곳이 다도해임을 누구나 알게 된다. 동·서도가 삼산교라는 교각으로 연결되며, 그 가운데에 고도(현재의 거문리)가 자리해 삼산도(三山島)라 불렸다. 등대로 가다 보면 3개의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늑한 만이 요새처럼 숨어 있어 군항으로는 그만인 곳이다. 초대형 선박의 입·출항은 어렵지만 중간 연락항으로는 그만이다. 영국이 욕심 낸 이유를 알 만하다. 제국주의의 살아 있는 전시장과도 같은 섬 거문도. 영국군 묘역 바로 아래 바닷가에는 중국과 통신하던 해저 케이블이 남아 있다. 당시만 해도 전선(電線)은 ‘제국주의 침탈의 동맥’이었으니, 이는 본국과 교통하며 우리나라를 삼키려 한 야욕의 증거이기도 하다. 집단취락의 흔적인 일본식 여관, 소화13년(1938)에 건립한 거문항 확충비, 삼도(三島)신사터 등 식민의 흔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야마구치(山口縣)현의 기무라 추다로(木村忠太郞)가 무인도를 개척하여 거문리를 조성한 까닭에 왜인들 사이에서는 더러 ‘목촌(木村)의 거문도’라거나 ‘왜도(倭島)’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왜인 후손들이 일본에서 ‘거문도회’를 조직, 이따금 이곳을 찾아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한다니 그것도 참 우스운 일이다. 삼치와 고등어, 갈치잡이가 주업이다. 일본인도 예전에 이곳에서 주로 어업에 종사했다. 그 고등어가 이곳에 ‘거문도 파시’를 열었다.5월말에 시작,10월까지 파시가 이어졌는데, 이 전통은 일제시대부터 76년 무렵까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60∼70년대에는 겨울 동안에 삼치파시도 이어 열렸다. 고등어와 삼치가 한창 들던 60∼70년대는 거문도의 전성시대였다. ●60~70년대엔 고등어·삼치 많이 잡혀 이곳에서 어획된 삼치는 모두 일본으로 수출됐다. 한창 삼치가 들 때는 배 한 척이 출어해 보통 2∼3t, 많게는 6t까지 잡아 올리기도 했다. 경남 통영이나 삼천포 등지에서 200여척의 배들이 몰려 장관을 이뤘다.17세부터 어업에 종사해온 정복래(81)씨는 ‘파시평(波市坪)’이란 역사적 용어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이 말뜻을 ‘온갖 장사치들이 모여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곳에서 동·서도를 잇는 삼선교까지 이런 배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술집은 말할 것도 없고 옷과 비단, 신발가게에 강진 칠량에서는 옹기배까지 찾아들어 고기와 물물교환을 했다. 거나한 술판에 싸움 잘 날이 없었던 때도 이 무렵이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인 유곽이 들어차 포구에 창녀들이 진을 쳤다. 당시 거문리에는 우물이 12곳이나 있어 수백 척의 배들이 몰려들어도 식수 걱정이 없는 곳이었다. 영국군이나 일본인이 동·서도를 마다하고 굳이 거문리로 몰려든 것도 풍부한 식수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거문도 사람들은 고등어보다 삼치를 더 가깝게 기억한다. 고등어 잡이가 경상도 선망배에 의해 독점되었고, 그 선망배들은 밤에 작업한 뒤 낮에 잠깐 항구에 들러 물만 얻어 싣고 떠나 주민생활과 깊은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고등어는 모두 부산에 모였다. 그렇지만 폭풍이라도 불라치면 이곳에는 인근의 고깃배들이 몰려들어 며칠씩 묵어가는 바람에 골목길이 흡사 장터 같았다. 한 척에 수십명이 타던 시절, 어선 수십 척만 들이밀어도 그들이 푸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1970년대 중반을 지나며 거문도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어족자원이 고갈되면서 더 이상 어로선단이 몰려들지도 않았고, 많은 거문도 사람들이 원해나 원양어선을 타고 외지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로지 갈치잡이만 성해 대부분의 주민들이 말린 갈치나 생갈치 위판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여기서 솟구친 의문 하나. 왜 60∼7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어획고를 올리던 거문도가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었을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되면서 대일 청구권자금에 의한 노후 선박과 그물이 대거 유입되었다. 이를 계기로 ‘기다리며 잡던 어업’에서 ‘쫓아가 잡는 어업’으로 변신, 단기간에 엄청난 어획량을 올렸으나 그만큼 어자원은 급감했다. 여수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김진영 박사의 말을 듣자.“삼치나 고등어는 떼를 지어 움직이는 외해종(外海種)이다. 서식 공간은 정해져 있고 먹이도 제한돼 있어 이들 어류는 자기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고등어를 우리는 연간 20만∼40만t씩 잡아 올린다. 엄청난 양이다. 치어기의 생존 조건이 좋으면 일시적으로 급증하기도 하지만 어류 번성의 주기는 2∼3년이다. 확실히 우리의 ‘어획 강도’가 너무 높다. 샅샅이 뒤져 씨를 말리는 ‘완전어획’으로 연안을 찾아든 외해종 치어까지 모조리 잡아버려 결국 어자원 고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은 ‘느림의 철학’이 여기서도 문제가 되고 있었다. 한 마리라도 더 잡아들이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을 터이니 작은 놈들까지 싹쓸이할 것이 뻔한 이치 아닌가. 자원이 고갈되면서 우리는 고작해야 1년생 고등어를 사먹고 있으니, 이덕무가 ‘청장관전서’에서 말한 바 ‘소년어’를 잡아먹고 사는 격이다. ●또 하나의 명물, 100년된 등대 거문도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또 있다. 바로 거문도 등대이다. 백도의 아름다운 절경도 소중하지만 이 섬의 역사를 알려면 이 등대를 찾는 게 훨씬 정확하다.1905년에 세워진 등대이니 내년이면 100년. 열강이 각축하던 100년 전에 등대가 세워졌다는 것은 거문도가 전략적 요충지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등대로 가는 바닷가 벼랑길은 지나치기 아까운 절경이다. 동백나무 터널을 수백m나 통과해야 한다. 등대가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이만한 숲이 남아 있을 턱이 없다. 한준봉(56) 소장은 “등탑 자체가 문화유산 감인 데다가 숲조차 뛰어나서 연간 1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해양수산부에서 거액을 들여 새 단장을 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등대지기의 삶은 고달프다. 한 소장도 평생 오동도와 백야도, 소리도, 거문도 등 등대만을 돌아다녔다. 그는 아내의 출산 경험담도 털어놨다. 병원없는 절해고도에서 애를 낳는 바람에 자신이 직접 탯줄을 자르고 뒤처리까지 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 앓기라도 할라치면 장장 6∼7시간이나 배를 타고 여수까지 나가야 했다. 이렇듯 등대지기의 애환은 끝이 없다. 이곳에는 한 소장 말고도 김계인(54)·한현성(29)씨 등 2명의 등대원 ‘홀아비’들이 더 있다. 이곳에 초임 발령을 받은 한씨는 총각이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묻자 “등대에서 살겠다는 아가씨만 있다면….”이라며 말꼬리를 감춘다. 농촌 총각 문제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남들 모르는 ‘등대총각’은 어쩌랴. 혹시라도 동백꽃 피고 지는 등대섬에서 살 뜻이 있다면 누구든 나서 보시라. 마침 관사도 비어 있어 새 삶에 운이 트이기도 할 것이니. 단, 등대의 삶이 결코 낭만이 아니라는 점은 알아둘 것. 영국군 묘지, 등대 100년, 일본인 어촌은 언뜻 무관한 항목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거문도 위쪽 손죽도에는 왜구와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이대원 장군의 사당이 있으니 이 역시 외세와 관련된 역사의 일부이다. 구한말 거문도의 지식인이었던 귤은(橘隱)은 거문항의 만(灣)을 삼호(三湖)라 명명했다. 호수처럼 잔잔하다는 뜻인데, 실제로 거문도는 역사 속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 [독자의 소리] 겨울철 새벽 가로등 켜야 한다/우도형

    해마다 겨울철에 느끼는 것인데 아침시간의 도로는 너무 어둡다. 비단 도로뿐만 아니다. 주거지까지도 아침시간엔 ‘암흑’에 가깝다. 특히 비까지 오는 날은, 길을 나서면 한밤중으로 착각할 정도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도로의 가로등은 대부분 꺼져 있다. 마주 오는 자동차들의 전조등 불빛과 도로의 빗물이 반사돼 운전자들로서는 차선을 구분하기조차 힘들고 시야확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가로등 없는 새벽부터 아침까지의 시간은 운전자들에게만 불편을 끼치는 게 아니다. 아침운동에 나선 사람들이나 등교에 쫓기는 학생들, 새벽공사를 하는 인부 등 너무나도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가로등을 일찍 소등하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주변의 밝기에 따라 가로등 점·소등 정책을 신축성 있게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도형
  • [이진의 섹스&시티]사랑은 ‘성’적순?

    요즘 TV 드라마의 주인공들 대부분이 ‘도시의 보헤미안’입니다. 경제력도 있고 자기계발을 위해 수입의 일정부분을 지출하고 여가생활도 즐기는 이들은 ‘화려한 싱글’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섹스도 화끈하게 언제 어디서나 작업태세를 갖추고 ‘나에게 오는 사람 막지도 않고 가는 사람 말리지도 않는다.’라는 생각에 원 나이트 스탠드도 ‘쿨’하게 하는 사람들이죠.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화려한 싱글’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랍니다. 대부분 절대고독에 외로움을 외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경제력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섹스 생활은 별볼일 없는 게 현실이죠. 그래서 대다수의 싱글들은 커플을 부러워합니다. 정기적인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궁금해 하죠. 과연 그들은 얼마나 자주 하나? 하지만 커플이라고 해서 꼭 섹스를 정기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제 친구 지혜는 4년째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죠. 남자친구와 첫눈에 반해 몇 달 만에 부모님 몰래 동거를 감행한 그에게 솔로들이 넌지시 물었습니다. 얼마나 자주 섹스를 하는지를 말이죠. 그러자 그는 ‘우린 섹스 안 해. 안 한 지 오래됐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하더군요. 전에는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남자친구와 섹스를 했는데 지금은 서로가 바쁜 관계로 본의 아니게 ‘섹스리스 커플’이 됐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둘다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 맡아 바쁘고 매일 지쳐서 귀가하기 때문에 즐기기가 힘든 상태라고요. 섹스를 안 하면서 관계가 유지가 될 수 있느냐고 솔로들이 묻자 그녀는 ‘섹스=사랑’이 아니라면서 오히려 둘 사이가 예전보다 좋고 친구 같다고 대답했죠. 서로에게 신뢰가 쌓여서 정기적으로 섹스를 안 해도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요. 반면 소연이 커플은 이렇습니다. 사귄 지 2년쯤 되는 이들은 섹스를 일주일에 한번씩 한답니다. 시간을 맞춰 모텔과 자취방을 오가면서 섹스를 즐긴다고 합니다. 소연과 그녀의 남자친구는 섹스는 일주일이라는 규칙을 만들고 2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고 합니다. 이제는 그 규칙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서로 좋아서 섹스를 한다기보다 규칙을 지키려고 섹스를 한다더군요. 또한 그녀의 남자친구는 섹스를 사랑으로 착각해서 소연이가 혹시라도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을 때는 애정 전선에 문제가 있다고 확대해석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별로 내키지 않을 때도 남자친구와 트러블을 피하려고 섹스에 응하고 있었고요. 그녀는 이제 의례적인 섹스에 진저리가 난다고,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다짐했죠. 연애 선배인 지혜커플의 경우를 보고 말이죠.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닌 것 같아요. 섹스 그 자체도 아니고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섹스만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소연이가 ‘남자친구의 사랑=섹스’라는 생각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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