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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여성 여행객 2명 성폭행 사건…표창원 “외교 적폐 대수술 필요”

    한국 여성 여행객 2명 성폭행 사건…표창원 “외교 적폐 대수술 필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대만에서 한국인 여성 여행객 2명이 성폭행당한 사건을 지적하며 “대한민국 외교 적폐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 의원은 15일 자신의 SNS에 “한국 외교 및 법집행의 위상”을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표 의원은 뉴욕 패션 디자이너 말콤 해리스가 뉴욕 연방 검찰에 기소돼 존 F.케네디 공항에서 즉시 체포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정유라와 해리스의 차이”라며 “한국과 미국 외교 및 법집행 위상과 역량의 차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만 성폭행 피해 사건 등 대한민국 외교 적폐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대만 쯔유(自由)시보에 따르면 한 택시투어 소속 택시기사 잔(41)은 12일 오후 6시 20분경 대만 근교 유명 관광지 진과스(金瓜石)의 한 주차장에서 손님인 한국인 여학생 3명에게 수면제를 탄 요구르트를 줬다. 보도에 따르면 잔은 요구르트를 마시지 않은 1명이 야시장을 구경하는 사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차를 몰고 가 잠든 여학생을 성폭행했다. 피해자들은 교민의 도움을 받아 현지 경찰과 대만 주재 한국대표부에 신고했고 현지 경찰은 잔을 14일 체포해 다음날 구속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피의자’ 이재용… 특혜 없는 특검 소환 뭘 시사하나

    ‘피의자’ 이재용… 특혜 없는 특검 소환 뭘 시사하나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12일 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조사실로 직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어떤 절차로 진행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다른 피의자와 똑같이 진행됐고 출석한 뒤 곧바로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이 부회장이 조사 시작 전 박영수 특별검사와 면담했느냐’는 물음에는 “특별검사는 이 부회장을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국내 1위의 재벌 총수로 ‘중량감 있는 인물’인 이 부회장이 티타임도 없이 조사실로 바로 들어갔음을 특검팀에서 시사하자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통상의 관례를 깨고 티타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면 특검도 이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피의자인 이 부회장을 엄정하게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검찰이 지난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조사할 당시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전 수사팀장이 우 전 수석에게 차를 대접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순실씨도 지난해 11월 처음 검찰에 출석했을 때 향후 조사와 관련해 20분가량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와 재벌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 속에 특검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오른 이 부회장이 향한 곳은 17층과 19층에 있는 영상녹화조사실 중 한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특검팀이 공개한 조사실을 보면 한가운데에 네 명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책상이 놓여 있다. 구석에는 PC와 프린터, 공기청정기도 각각 한 대씩 있다. PC 모니터 뒤편 벽면에는 가로 2m, 세로 1m쯤 되는 거울이 있다. 조사실에서는 거울로 보이지만 반대편 방에서는 조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특수유리다. 이 조사실의 테이블에 특검팀과 이 부회장이 마주 앉는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뇌물공여’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팀장 윤석열(57·23기) 검사와 ‘대기업 수사 전문가’로 꼽히는 한동훈(44·27기) 부장검사가 직접 조사에 나섰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부회장은 윤 팀장과 한 부장검사의 앞에 변호인과 나란히 앉았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실에 들어간 변호인은 한 명이지만 삼성 측은 이미 특수통 출신 전직 검사장과 특검보 경력이 있는 변호인을 선임했다. 조사가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진행되는 만큼 양측이 주고받는 말은 모두 녹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녹화조사는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또는 사건 관계인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조사절차의 투명성 및 조사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4년부터 도입됐다. 현재는 전국 모든 검찰청에 영상녹화조사실이 설치돼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은평구 심리센터 ‘다독임’ 지난해 방문자 33% 급증

    은평구 심리센터 ‘다독임’ 지난해 방문자 33% 급증

    서울 은평구보건소 심리지원센터 ‘다독임’이 구민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0일 은평구에 따르면 2014년 11월 응암보건지소 3층에 문을 연 다독임에서 심리지원을 받은 방문자 수는 2015년 4300여명에서 지난해 6300여명으로 33% 증가했다. 다독임은 구민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지치거나 힘들 때, 우울할 때면 방문해 심리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우울 지수, 스트레스, 알코올 의존도, 자살 생각 등 유형별 진단은 물론 생애주기별 마음 치유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감정 노동자를 위한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 ‘속풀이 한판’, 아동 분노조절 개선을 위한 놀이치료, 비폭력 대화 부모교육, 우울 치료를 위한 긍정심리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주민이 주축이 된 생명지킴이봉사단도 운영 중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심리적인 고위험군을 가장 빨리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가족과 이웃이다”며 “초·중·고등학생의 인식 개선을 위한 생명존중 교육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직접 찾아오기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주민센터·복지관으로 ‘찾아가는 이동상담’, 평일 이용이 어려운 직장인을 위해 인근 대학과 연계한 ‘토요 심리상담’ 코너도 있다. 모든 마음건강 서비스는 주민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마음이 답답하거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싶을 때, 차 한 잔 즐기듯 부담 없이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다독임이 은평구 심리지킴이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식당 소주가 5000원, 서민들 뿔났다

    식당 소주가 5000원, 서민들 뿔났다

    식당 소주 가격 상승 역대 ‘최고’ 직장인 박모(41)씨는 최근 서울 강북권의 한 고깃집에서 소주를 시키려다가 메뉴판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당연히 3000원일 줄 알았던 소주 가격이 그 두 배에 조금 못 미치는 5000 원으로 적혀 있었다. 남들이 ‘폭탄주’를 마실 때도 소주 ‘알잔’을 고집하는 박 씨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박씨는 “임대료 등이 비싼 서울 강남 고급 음식점에서 소주를 5000원에 파는 일은 본 적이 있지만, 강북에서도 이 가격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소주는 쓰디쓴 한 잔을 목에 털어 넣으며 고된 하루의 피로를 푸는 대표적인 서민의 술이다. 그런데 이 소주의 외식 가격 상승세가 조사 시작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품목 중 소주 가격은 전년 대비 11.7%가 올랐다. 이는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 외식 소주를 추가해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의 상승률이다. 2001∼02년 사이 8%가 뛰어오른 이후 한동안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았던 외식 소줏값은 2014∼15년 3.7%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다 작년 상승률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줏값뿐만이 아니다. 김밥(4.7%),생선회(4.3%),쇠고기(4.1%),갈비탕(4%)의 외식 가격도 전년 대비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5년보다 가격이 내린 외식품목은 국산차(-0.1%) 밖에 없었다. 0%대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은 스파게티(0.8%),커피·치킨·오리고기(0.4%),햄버거(0.2%)였다. 이에 따라 전체 외식물가 상승률은 2.5%를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와 비교해 볼 때,주요 외식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해 서민들이 외식 한 번 나가기가 부담스러운 실정이 됐다. 외식물가 상승을 주도한 소줏값이 이렇게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말 주류업체들이 잇따라 소주 출고가를 올리면서다. 소줏값을 외식업계가 계산하기 복잡한 100원 단위가 아닌 500원·1000원 단위로 올리면서 주류업체의 인상 수준보다 더 가파른 상승률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식업계에서 500원이나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올리면서 상대적으로 싼 외식 소줏값의 상승률이 커졌다”며 “출고가 자체가 크게 오르진 않았지만,서비스업인 외식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빅뱅! 4차 산업혁명-새물결을 주도하자] 카페 같은 이곳이 ‘핀테크 심장’… 英, 13만 일자리 만들었다

    [빅뱅! 4차 산업혁명-새물결을 주도하자] 카페 같은 이곳이 ‘핀테크 심장’… 英, 13만 일자리 만들었다

    “세계와 거래하라(Deal Globe).” 영국 런던 카나리워프에 있는 핀테크(금융+IT) 스타트업 육성전문기관 레벨39(Level 39)는 전 세계 야심 찬 젊은이들이 모인 곳답게 입구 표어부터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아이디어’ 말고는 가진 게 없는 젊은 창업가들은 여기서 제2의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가 되는 꿈을 꾼다. 레벨39는 이들이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품어주는 ‘부화장’이다. 레벨39는 대학교 캠퍼스 냄새가 물씬 났다. 카나리워프의 초고층 빌딩과 템스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휴게공간 ‘팬트리’에서 창업가들은 생각하고, 대화하고, 토론했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노트북으로 뭔가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사람, 국적·인종이 전혀 다른 누군가와 마주 앉아 손짓 발짓을 하며 이야기하는 사람, 휴대전화로 투자자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사람…. “이곳에선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저는 얼마 전 씨티은행 고위 임원 앞에서 회사의 신기술을 직접 소개했습니다. 프랑스 2대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이 아프리카에서 모바일 뱅킹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협력사로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죠.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이곳에선 가능해요.” 국내 핀테크 업체 KTB솔루션 김태현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레벨39에 왔다. 레벨39를 운영하는 창업 육성 전문 기업 ‘엑센트리’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아 11주간 일정으로 초청받은 것이다. KTB솔루션은 금융거래 시 사용되는 서명의 진위 검증 기술을 개발해 특허까지 취득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레벨39에 머무르는 동안 유럽의 금융사와 기술 계약을 맺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카나리워프는 1980년대 영국 정부가 템스강 동쪽 도크랜드를 재개발하면서 금융 중심지로 육성한 곳이다. 레벨39는 카나리워프에서도 중심에 위치한 50층짜리 빌딩 원캐나다스퀘어 39층에 자리잡고 있다. 레벨39에는 엑센트리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전 세계 220여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레벨39에 입주하는 것만으로도 카나리워프의 주목을 받기에 경쟁이 치열하다. 1500여개의 업체가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입주 업체들은 2~5명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고, 엑센트리로부터 소개받은 글로벌 금융사나 기업 임원들을 만나며 투자를 제안한다. 39층에 입주한 업체 중 투자 유치에 성공하거나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곳은 42층으로 올라간다. 스타트업 꼬리표를 떼고 ‘레벨 업’을 하는 것이다. 매년 입주 업체의 4분의1가량이 물갈이된다. 레벨39 졸업생 중에선 ‘유니콘’으로 불리며 자산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도 있다. 벤 브라바인 레벨39 CEO는 “레벨39는 영국은 물론 유럽 금융의 허브인 카나리워프에 위치해 있어 핀테크 업체들이 세계적인 금융사와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데 유리하다”며 “스타트업이 레벨 업 하거나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기간이 점차 단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18세기 후반 1차 산업혁명의 발원지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세계 패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지금은 잊혀진 옛 영광이다. 영국의 제조업은 사실상 몰락했고, 세계은행 순위 집계에서 이미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 내에서도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보다 뒤 순위다. 그러나 금융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위상을 자랑한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이 매기는 세계 금융도시 순위에서 런던은 뉴욕을 제치고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영국이 레벨39와 같은 육성기관을 통해 핀테크를 키우는 건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도 세계 금융의 허브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영국 핀테크 산업은 2008년부터 해마다 50% 이상 성장했다. 2014년까지 200억 파운드(약 3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13만 5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런던에서만 3000개 이상의 업체에 4만 4000명이 종사한다. 유럽 전체 핀테크 거래 53%가 런던에서 이뤄진다. 전 세계 핀테크 50대 기업 중 24개가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에릭 반데클레이 영국 무역투자청 핀테크부문 고문은 “영국이 핀테크 육성에 성공한 건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해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인재를 적극 끌어들였다. 핀테크 등 스타트업에 투자한 에인절 투자자에게는 세금을 감면했고, M&A를 하거나 연구개발(R&D)에 나선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부여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장려해 신생 핀테크 업체들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도왔다.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금융 서비스는 대부분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에요. 핀테크는 금융이 새로운 시대를 따라가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입니다.” 런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등장인물 노대복 69세, 마을버스기사 양옥화 67세, 노대복의 아내 노운수 45세, 노대복·양옥화의 아들, 택시기사 노만석 22세, 노운수의 아들, 퀵서비스맨 때어느 가을 토요일 저녁 장소한눈에도 오래되고 허름해 보이는 집의 거실이다. 거실 벽은 얇은 나무합판으로 둘러쳐져 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거나 나무합판이 삐져나온 곳이 보인다. 가구나 테이블, 가전제품, 주방의 싱크대 등에도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대 뒤쪽은 주방이다. 싱크대와 냉장고 등이 있고, 냉장고 앞에 식탁으로 사용하는 원목 탁자가 있다. 주방 오른쪽으로는 미닫이문이 있고, 이 문을 나가 좁고 긴 복도를 따라가면 현관문이 나온다(객석에서 현관문은 보이지 않는다). 미닫이문 오른쪽 벽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걸려 있고, 그 바로 옆은 노만석의 방이다. 주방 왼쪽으로는 뒷마당으로 바로 연결되는, 스테인리스로 된 문이 있다. 뒷마당에는 양옥화가 가꾸는 텃밭이 있다. 파나 고추 같은 것들을 키운다. 바로 옆에 방문이 있고(노운수의 방), 그 옆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 이곳은 욕실 겸 화장실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또 하나의 방문이 있다(노대복, 양옥화의 방). 방문이 마치 이 집 인테리어의 전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외의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다. 흔한 액자조차 벽에 걸려 있지 않다. 무대 앞쪽에는 온 가족이 앉을 수 있는 패브릭 소파가 객석을 향해 디귿자로 배치되어 있고 담요 같은 것들이 걸쳐져 있다. 왼쪽 소파에는 마른 빨랫감들이 아무렇게 놓여 있다. 가운데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꽃병이 있다. 테이블은 나무의 밑동을 잘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역시 오래돼 보인다. 무대 밝아지면 대복,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주방을 어슬렁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다. 잠시 후 뭘 찾는지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기억이 났는지 서랍장을 뒤져 손톱깎이를 찾아 소파 쪽으로 온다. 소파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자신의 발을 불만스러운 듯 이리저리 살피는 대복. 한참을 들여다보다 깎기 시작한다. 통증이 있는지 간간이 허리를 펴고 심호흡을 한다. 동작을 반복하다 신경질이 나는지 손톱깎이를 옆 소파에 던져 버린다. 대복 빌어먹을! 발가락을 뽑아내든가 해야지. 소파에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손톱깎이를 찾는다. 다시 발톱을 깎기 시작하는 대복. 곧바로 미닫이문이 열리고 휘파람을 불며 운수 등장한다. 무스로 정돈한 올백 머리, 알이 큰 선글라스를 쓰고, 동선운수라고 쓰인 택시회사의 제복을 입고 있다. 거울을 보며 한껏 폼을 잡는 운수. 그런 모습을 한심한 듯 쳐다보는 대복. 잠시 후 둘의 눈이 마주친다. 과장되게 인사를 건네는 운수. 운수 그간 옥체 건강하셨습니까? 대복 누구? 운수 저는 그러니까, 아들입니다. 대복 그런 이름은 내 머릿속엔 없는데. 여긴 어떻게? 분명 문을 걸어 잠갔는데. 운수 수척해 보이십니다, 아버님. 들어가서 쉬시지요. (혼잣말처럼, 하지만 대복에게도 들릴 정도로 크게) 큰일이야, 빨리 기억이 돌아와야 할 텐데. 대복 뽑아낼 게 있는데 뽑아낼 수가 없네요. 어째야 합니까, 하나님. 운수 하나님은 바쁘셔서 그런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대복 쑤욱, 하고 뽑혀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세상에 있는 건 다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섭니다. 마음에 평안을 찾으시지요. 대복 실수를 하셨습니다. 아주 큰 실수를 하셨어요, 하나님. (발톱에 통증을 느끼는지 인상을 찡그린다) 운수 병원엘 가세요. 왜 가만히 두고 병을 키워요? 대복 내 병을 키우는 건 네놈이다,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또, 또 그러신다. 혈압도 높은 양반이. 대복 어디 가서 뭘 했기에 이제야 기어들어오는 거냐? 운수 뭘 하긴요, 일했죠. 대복 네놈이 야간조인 건 너만 모르고 우리 가족이 다 알아. 운수 일 끝나고 피곤해서 그냥 회사 근처에서 잤습니다. 대복 걸어서 이십 분이면 오는 너의 회사 말이냐? 운수 밤새 운전만 하면 다리가 부어요. 천근만근입니다. 대복 그래, 알지 알아. 나도 사십 년을 운전만 해서 발톱이 이 모양이지. 보이냐? (발을 들어 운수 쪽으로 내민다) 얼빠진 놈. 대체 언제 정신을 차리려고. 운수 그만하세요. 저도 낼모레면 오십이에요. 대복 아유,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겨우 칠십밖에 처먹지 않아서. 운수 먹을 만큼 먹었다는 거죠. 대복 어디서 같잖게 나이 타령이야? 운수 조심하세요. 곧 터집니다, 제 인생에 잭팟이. 뒷일, 감당할 수 있으시겠어요? 대복 감당 못해도 좋으니 제발 좀 터져다오 그놈의 잭팟. 운수 두고 보세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는다) 대복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 발톱을 깎기 시작한다) 어디 이름 모를 강에 가서 돌 껴안고 뛰어들든가 해야지. 운수 (소파에 앉으며) 그 의사 새끼 그거 돌팔이였나봐요. 수술한 지 얼마 됐다고 또 그래요? 대복 내성발톱이란 게 원래 그렇다. 운수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대복 내 자식도 내 맘처럼 안 되는데, 뭔들 되겠냐? 운수 이 자식새끼는 자나깨나 아버님, 어머님 생각뿐입니다. 대복 자나깨나 노름 생각뿐이겠지. 운수 노름이라뇨. 친, 목, 도, 모. 남들이 오해하겠어요. 대복 그래. 하룻밤에 몇 백만 원이 오가는 친목도모. 운수 전 아니에요. 그런 돈도 없고. 대복 얼마나 다행이냐, 네놈이 개털인 게. 운수 총알만 있으면. (대복의 험악한 얼굴을 보고) 농담이에요, 농담. 대복 네 엄마 한 번 더 쓰러지면 네 귓구멍에 총알을 박아주마. 운수 말씀 한번 살벌하십니다. 대복 이 집의 절반이 아직도 은행 거라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응? 내가 평생을 일해 장만한 이 집 말이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51-23번지! 운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느낌이 와요. 운의 바람이 저한테 불어오고 있다고요. 대복 여기 죄 많은 노름꾼 하나가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회개할 수 있게 정수리에 번개라도 내리쳐 주세요. 운수 요즘엔 말이죠, 상대가 어떤 패를 들었는지가 보여요. 대복 세 치 혀로 거짓을 일삼는 죄인입니다. 지옥의 문을 잠깐 열었다 닫아주실 순 없으신가요? 그 틈으로 살짝 밀어 넣고 싶습니다만. 운수 진짜라고요. 앉아서 딱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저놈이 지금 땡을 쥐고 있구나, 삼팔따라지를 쥐고 구라를 치고 있구나, 하는 게 보입니다. 대복 그거 정말 놀라운 일이구나. 어찌나 놀라운지 전혀 믿기지가 않아. 운수 열에 여덟은 정확하게 맞힙니다. 이제야 빛을 보는 겁니다, 그간의 세월 동안 쌓인 경험과 그리고. 대복 돈과 빚이. 운수 네, 그렇죠. 정말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터집니다, 빰빠라밤~. 대복 내 속이나 터지게 하지 마라. (사이) 그런데. 운수 네, 존경하는 아버님. 대복 상대 패가 보이는데 왜 돈을 못 따는 거냐? 운수 중요한 지적이십니다. 대복 이유가 뭐냐? 운수 제 패가 그놈들 패보다 낮아서죠. 대복 아! 그렇구나. 그렇지, 그래. 그걸 몰랐네. 내가 몰랐어. (사이) 어떤 패를 들었는지는 보이는데, 그 패를 이길 수 없는 개패만 들어온다 이거지. 그렇지? 운수 환장할 일이죠. 한 끗으로 밟히고 족보로 밟히고 땡으로도 밟히고. 대복 그러니까, 재수가 없는 놈이구나 너는. 운수 기다리세요. 아스팔트는 깔렸습니다.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대복 노름꾼에 거짓말쟁이에 재수까지 없는 아이입니다. 하나님 곁에 자리가 남아 있나요? 운수 정말, 미치겠다니까요. 대복 정신 빠진 놈. 발톱을 정리하고 대복이 뒷마당으로 나가자 운수는 피곤한지 소파에 깊이 몸을 묻는다. 잠시 후 안방 문을 열고 옥화 등장. 손에 쥔 기저귀를 주방 쪽에 있는 휴지통에 버린 후 소파 쪽으로 와 잠든 운수를 본다. 옆 소파에 걸쳐진 담요를 들어 운수의 몸에 덮어주는 옥화. 뒷마당에서 들어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대복, 가만히 서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소파에 앉아 이불을 개기 시작한다. 운수 (깜짝 놀라 일어나며 잠꼬대한다) 야 이 개새끼야, 이 씨벌놈아. 내 돈이야. (허공의 한 점을 응시하며 씩씩댄다. 뜨악해하는 옥화와 눈이 마주치자 태연한 척한다) 언제 나오셨어요? 옥화 미칠 거면 저 산골 오지 같은 데 가서 미쳐다오. 내가 못 찾아갈 곳에. 운수 며칠 만에 본 아들이 조금은 반갑지 않으세요? 옥화 그럴 리가. 전~혀 반갑지가 않단다. 운수 마음에도 없는 말 하십니다 또. 옥화 네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별일 없었어요? 옥화 없었다. 운수 정말요? 옥화 어제도 없었고 오늘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거다. 하긴, 그런 게 너한테 뭐 중요하겠니. 한 달에 반을 밖에서 자는 애가. 운수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옥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날 도와주는 거다. 운수 그럴까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청하게 손가락만 빨고 집안에 처박혀 있을까요? (사이) 빌어먹을. (일어난다) 옥화 혹시, 여자 생겼냐? 운수 무슨 소리에요? 옥화 정희 엄마가 봤다더라, 네가 어제 젊은 여자랑 시장 입구 족발집에 있는 걸. 운수 (다시 자리에 앉는다) 아, 그분. 평생을 남 얘기로 입을 털어오신 분이죠. 옥화 그래도 없는 얘긴 안 턴다. 누군데? 운수 아무 사이 아니에요. 옥화 말해봐. 어떤 사람인데? 운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옥화 너 갔다 온 거 알아? 운수 나 참. 그냥 아는 다방 여자애예요. 옥화 다방? 운수 (실망한 듯 보이는 옥화를 보며) 대체 뭘 생각했던 거예요? 아직도 저한테 무슨 기대 같은 걸 갖고 계세요? 옥화 그런 거 없다. (사이) 좀 제대로 된 여잘 만나면 세상이 무너지냐? 운수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옥화 알아서 하기는. 알아서 해서 이 모양 이 꼴이지. 운수 어머니! 불편한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아기 울음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온다. 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운수 저거 아직도 안 갖다 버렸어요? 옥화 말 좀 예쁘게 해라. 저거라니. 운수 만석인 어디 갔어요? 옥화 씻는다. 운수 이 자식은 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옥화 이따 데려다주기로 했다더라. 운수 그래요?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되겠냐? 운수 누구요? 옥화 우리! 운수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만석인 절대 안 된다는데, 네가 얘기 좀 잘 해봐. 운수 나도 싫어요. 그리고 그게 그럴 수가 없어요. 대복 (목소리) 여보, 이리 좀 들어와 봐. 옥화, 뭔가 더 이야기를 하려다 말고 방으로 들어간다.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소파에 기대서 거실을 둘러보는 운수. 욕실 문이 열리고, 바지와 러닝만 입은 만석이 머리를 털며 등장. 운수 여, 아들. (모른 체하는 만석을 향해) 인사 좀 하지. 만석 오셨어요. 운수 그래. (방으로 곧장 들어가려는 만석을 멈춰 세우며) 아들아. 이리 좀 앉아봐라. 만석 바쁩니다. 운수 나도 바빠. 딱 일 분만 얘기하자. 만석 (앉으며) 왜요? 운수 (무심하게) 너, 뭐하는 놈이야? 만석 뭐가요? 운수 (주방 쪽에 있는 종이상자를 가리키며) 저거 말이야. 만석 저게 뭐예요? 운수 저거 말이야, 저거. 벌써 며칠째야? 열흘 정도 되지 않았냐? 만석 (알아차리고) 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운수 밖에는 뭐가 밖에야? 그 일주일 새에 저 방 안에 뭐가 채워졌는지 모르냐? 젖병에 딸랑이에 인형에. 그것만으로도 한 살림이다. 만석 오늘 데리고 갈 겁니다. 담당자 만나기로 했어요. 운수 그런 건 바로바로 처리했어야지. 만석 제가 알아서 합니다. 운수 아니지, 아니지. 이건 우리의 문제라고. 네가 저걸 이 집 안에 들여놓았던 순간부터 말이야, 우리 가족은 모두 공범이 된 거라고. 만석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담당공무원과도 이미 다 얘기가 됐거든요. 운수 공무원? 이 자식 순진하게. 걔네들이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누가 알아? 다짐을 받아 놔야지 서면으로다. 만석 믿을 만한 사람들이에요. 애 있는 동안 매일 찾아와서 체크하고. 운수 (말 자르며) 확실하게 하란 말이다. (사이) 여자는? 연락은 됐고? 만석 아뇨. 전화기가 계속 꺼져 있어요. 운수 처음 몇 번은 받았잖아. 만석 받았죠. 운수 뭐라고 그랬댔지? 그 남자 애가 확실하니까 잘 키우든, 아님 고아원에 버리든 알아서 하라고? 만석 그랬죠. 운수 망통 같은 년. 애가 무슨 쓰레기야? (사이) 남자는? 만석 여전히 연락 두절. 출입국 기록을 보면 필리핀 쪽으로 간 것 같다던데. 운수 하긴 나라도 웬 여자가 네 애 낳았으니까 네가 알아서 키워 했으면 외국으로 떴을 거다. 만석 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까 곧 해결되겠죠. 운수 뭐, 하든 말든. 아무튼 요즘 젊은 것들은 이해를 못 하겠어. 대체 어떤 강심장이면 애를 박스에 담아서 퀵으로 보낼 수 있나? 대단해, 대단해. 졸라게 놀라워. 안 그러냐? 만석 전 별로. 어렸을 때부터 하도 놀라운 일을 많이 겪어서. 본인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운수 넌 누굴 닮아서 그렇게 비아냥이 수준급이냐? (말이 없는 만석을 향해) 됐고. 정말 네 애 아니지? 마지막 기회다. 지금 말하면 다 용서해주마. 만석 대체 몇 번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요? 운수 근데 너도 생각을 해봐. 퀵으로 물건을 받았어. 물건을 받았는데 수취인이 없어. 수취인도 없고 돈도 착불이라 못 받고. 다시 연락을 하니까 전화기가 꺼져 있어. 하는 수 없이 집으로 가져왔는데, 짜잔. 램프의 요정처럼 아이가 튀어나왔네? 너라면 이게 이해가 가냐? 만석 이해가 안 가면 이해를 하지 마세요. 어차피 관심도 없잖아요. 운수 네가 이 애빌 가다마사, 띄엄띄엄 보는, 아주 건방진 경향이 있는데. 만석 (말 자르며) 됐어요. 내 애 아니고, 오늘 데려다줄 거고, 그걸로 끝입니다. 그러니 더는 아무 말 마세요. 운수 (곰곰이 생각하다) 그런데 말이야. 이런 경우엔, 뭔가 보상금 같은 거 안 주냐? 일주일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했는데. 만석 안 줍니다. 버려진 애 돌봐주고 무슨 돈을 바래요? 양심도 없어요? 운수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양심이 무슨 소용이라고. 그러다 손가락 빨고 사는 거야. 손해만 보다 빚더미에 올라앉는 거고. 만석 우리 집도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죠. 누구 덕분에. 운수 (기분 나빠하지 않고 반색하며) 그러니까, 뭔가 탈출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들아. 그런 의미에서, 총알 좀 있냐? 이번에야말로 빚에서 좀 벗어나보게. 만석 (어이없어하며) 없어요. 운수 갚는다, 갚아. 이번에 한꺼번에 갚는다. 얼마지 이제까지 빌린 게? 한 백만 원 되냐? 만석 이백십팔만 사천오백 원이요! 운수 거짓말하지 말고. 만석 이자 빼고 원금만! 운수 그렇게 많았냐? 사천오백원은 뭐야? 대복 지난주에 가져간 담뱃값이요. 운수 아, 그래, 백 원짜리랑 십 원짜리 말이지. 집 앞 편의점 알바애가 실실 쪼개더라. 십 원이 남네요, 하면서. 그 뒤로 내가 거길 못 가요. 만석 능력 없으면 끊으세요. 운수 담배까지 못 피우면 이 엿 같은 세상을 어떻게 견디겠냐? 만석 그래서, 얼마요? 운수, 비굴하게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인다. 만석,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만석 여기요. 운수 (지폐를 보며) 뭐냐 이게? 만석 담배 네 갑은 살 수 있을 겁니다. 운수 (손가락 두 개를 힘차게 펴며) 이 두 개를 말한 거지, (손가락을 굽혀서 내보이며) 이 두 개가 아니라. 만석 없어요. 운수 그러지 말고. 이번 주말 지나면 바로 준다니까, 진짜로. 만석 없습니다. (사이) 다음주 할머니 병원 가는 거 알고 있죠? 운수 벌써 한 달이 지났냐? 만석 이번엔 몇 십만 원이라도 좀 내세요. 할아버지도 나도 이제 돈 나올 데가 없어요. 목구멍까지 찼다고요. 운수 알았어, 알았어. (혼잣말처럼) 그러니까 내가 신약으로 하자니까. 만석 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운수 네 할머니이기 전에 내 엄마야. 어디서 돼먹지 않은 소리야? 만석 똑바로 하시라고요, 그러니까.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이게 다예요. 운수 필요 없어, 새끼야. 보자 보자 하니까 지 애비를 허수아비 짚단으로 알아. 싸가지 없는 새끼.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다시 나와 지폐를 챙기고 욕실로 향한다) 두고 봐,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네놈 얼굴에 뿌려줄 테니까. 만석 이백이십오만 사천오백 원입니다. 운수, 가만히 노려보다 욕실로 들어가 문을 세차게 닫는다. 멍하니 지갑을 들여다보는 만석. 한숨을 쉬다 옆에 놓여 있는 빨랫감을 발견하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빈 분유통을 들고 나오는 옥화. 분유통을 싱크대에 넣은 후 소파로 와 앉는다. 옥화 저녁은 어떡할래? 만석 바로 나가봐야 해요. 옥화 뭐가 급하다고 밥도 걸러. 찌개 끓여 놓은 거 데우면 되니까 한술 뜨고 가. 만석 담당 직원이 곧 전화할 거예요. 준비하고 있다 바로 나가야 해요. 옥화 그 사람은 주말에도 일한다니? 만석 그 사람도 빨리 마무리하고 싶겠죠. 옥화 여기 있는다고 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뭘 그리 야박하게. 전화해서 월요일에 데리러 오라 그래라. 만석 이미 끝난 일이에요. 더이상은 안 돼요. 아까 얘기드렸잖아요. 옥화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야. 애를 데려가면 재울 데는 있대? 분유는 탈 줄 알고? 이제야 겨우 적응 좀 했는데, 또 이렇게 다른 데로 보내면 애가 놀라. 월요일에 오라 그래. 만석 그 사람들은 그게 직업이에요. 버려진 애들 보살피는 거. 옥화 버려지다니. 만석 빨리 가야 적응을 하죠. 여기서 계속 살 수 없잖아요? 옥화 왜 못 살아? 그냥 살면 되지. 아버지가 아무 얘기 안 하던? 만석 (얼버무리며) 별말 없었는데요. 옥화 하여튼 도움이 안 돼요. (사이) 한 번 더 생각해봐라. 만석 뭘요? 옥화 우리가 키우는 거 말이다. 만석 (단호하게) 그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옥화 네가 말한 그 절차라는 것만 해결하면 키울 수 있는 거잖냐. 만석 그냥 들은 걸 얘기한 거예요. 저도 잘 몰라요. 사실 알고 싶지도 않고요. 옥화 그 애 얼굴을 봐서 알잖니? 큰 눈망울, 둥근 콧잔등에 숱도 무성하고. 사랑받으며 크면 이쁘게 자랄 거야. 천벌받아, 그런 애 버리면. 만석 천벌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요. 애가 어떻게 되든 말든 버리고 도망간 사람들이죠. 옥화 이 할미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싶다. 만석 자식을 버리는 게 이해가 가요 할머닌? 그래요? 옥화 (당황하며) 그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게 다 인연 아니겠나 싶고. 만석 여긴 그냥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에요. 길어지면 불행한 인연이 될 뿐이죠. 옥화 애 생각을 해봐라. 어디 멀리 외국에 보내져서 소젖 짜고 양털이나 벗겨내게 할 셈이냐? 만석 누가 그래요? 옥화 나도 귀가 있고 눈이 있어. 티비에서 다 봤다. 만석 팔려 가는 게 아니에요, 입양이죠. 외국 가서 더 잘 먹고 좋은 교육받고 더 사랑받고 클 거예요. 그리고 아무려면 어때요. 내 아이도 아닌데. 옥화 우리 손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정머리가 없어졌을까. 민달팽이 집이 없다고, 불쌍하다고 울던 우리 착한 손자는 어디 갔을까. 응? (사이, 달래듯) 그러지 말자. 어디 보내지 말고 우리가 키우자. 만석 우리 형편을 좀 생각하세요. 옥화 입 하나 는다고 당장 내일 굶어 죽는다니? 제 먹을 건 타고나는 거야. 만석 다 있는 사람들 이야기에요. 옥화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 만석 무슨 생각이요? 옥화 그 절차라는 거, 내가 하면 되지. 만석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왜 말이 안 돼? 만석 할머니는 안 돼요. 옥화 내가 왜 안 돼? 만석 암 환자가 무슨 애를 키워요? 옥화 (당황하며) 그게 무슨. 암 환잔 애를 못 키운다니? 만석 입양도 못 할 거예요. 옥화 이 집에 나 혼자뿐이냐? 너도 있고, 운수도 있고, 네 할아버지도 있고. 만석 전 빼주세요. 도와 드리지 않을 거니까. 옥화 그래, 그럼 넌 빠지고. 나랑 네 애비랑, 아니 네 할아버지랑 키우지 뭐. 만석 맘대로 하세요. 근데 애는 오늘 데리고 갈 거예요. 그렇게 하기로 했고요. 얘긴 끝났습니다. 옥화 안 된다. 그렇게 안 둘 거야, 이 할미가. 만석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하셔야 해요. (방으로 향한다) 옥화 (혼잣말처럼) 커갈수록 지 애비를 닮아가는 건지. 만석, 옥화의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서 있다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멍하니 앉아 있다. 잠시 후 대복 안방에서 나온다. 검정색 양복을 입고 있다. 욕실 문을 열고 깜짝 놀라는 대복. 대복 아이고 깜짝이야. 뭔 짓이냐,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목소리만) 뭐가요? 대복 왜 그러고 섰냐고? 운수 (목소리만) 하루에 삼사 분씩 이렇게 물구나무를 서줘야 뇌경색에 안 걸린답니다. 대복 옷이나 처입고 해라. 운수 (목소리만) 아버지, 여긴 욕실이라고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는 대복. 주방으로 가 대충 손을 닦고 거실 쪽으로 나와 소파에 앉는다. 대복 애새끼가 갈수록 이상해져. (사이, 혼자 웃으며) 아, 고놈, 참 여자애라서 그런지 애교가 장난이 아니네. 눈웃음치는 게 어찌나 이쁜지. 안 그래? (옥화가 반응이 없자) 뭐해? 옥화 응? 왜요 왜? 대복 어따 정신을 팔고 있어? 옥화 뭐라고 했어요? 대복 밥 먹자고. 옥화 아, 그래요, 그래야죠. 대복 (일어서는 옥화를 말리며) 이 사람이 나사가 빠졌나. 있어 그냥. 저녁은 무슨. 연씨네 상갓집 가기로 했잖아. 옥화 어디요? 아, 그랬죠, 상갓집. 대복 약 때문에 그래? (문득 생각난 듯) 아, 애는 만석이가 보나? 옥화 (힘없이) 조금 있다 데려다주기로 했대요. 대복 (실망한 듯,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래. 오늘? 뭔 사람들이 주말에도 일을 하나. 옥화 만석일 잘못 키웠나 봐요. 대복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옥화 엄마 없는 손자새끼, 기 안 죽이고 번듯하게 키우려고 어르고 달래고 오냐오냐 키웠더니 어른 되더니 인정머리도 없고, 고집불통에, 저밖에 모르고. 대복 헛소리하지 마. 만석이만 한 놈이 요즘 세상에 어디 있다고. 내가 살면서 유일한 자랑거리가 있으면 만석이 놈이 내 손자라는 거야. 옥화 나도 그런 줄 알았죠. 대복 맘고생을 하면서 커서 그런지 어린놈이 어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옥화 친구도 하나 없는 거 아니겠죠? 대복 헛소리 지껄일 거면 가서 옷이나 챙겨 입고 나와.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될까요? 대복 누굴? 옥화 저 애요. 대복 어허, 이 사람. 물이나 줘. 옥화 왜요? 불가능한 일도 아니잖아요. 대복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무책임한 일이지. 옥화 (물을 가지러 가며) 풍족하게 키우진 못해도 부족하게 안 키우면 되잖아요. 딴 집에 가서 어떻게 클지 누가 알아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데. 대복 당신이 신경쓸 일 아니야 그건. 옥화 그럼 난 뭘 할까요? 왜요? 당신도 암 환자가 뭔 소릴 하나 싶은 거예요? 대복 이 사람, 할 게 왜 없어? 옥화 뭐요? 대복 (무심하게) 잘 보내줘야지. 둘 다 잠시 말이 없다. 잠시 후 물을 떠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옥화. 대복, 마신다. 대복 (곧바로 잔을 내려놓으며) 찬물 없어? 옥화 따뜻한 거 드세요. 대복 사십 년 동안 내가 따뜻하게 마시는 거 봤어? 옥화 배 아프다면서요. 대복 그런 적 없는데. 옥화 지난밤에도 배 붙잡고 끙끙댄 거 다 알아요. 대복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안 돼. 살던 대로 살아야지. 옥화 살던 대로 살아서 이 모양 이 꼴이잖아요. 대복 우리 꼴이 어때서? 이만하면 잘살았지. (냉장고 냉동칸에서 얼음을 꺼내 컵에 담아 휘젓는다) 옥화 거기 찬장 위에 좀 봐요. 대복 왜? 옥화 만석이가 무슨 비타민인가 사왔다고 하루에 하나씩 먹으라고 했어요. 대복 (찬장을 뒤적여 약통을 꺼내 읽는다) 아쿠알렌? 이게 뭔데? 옥화 몰라요, 몸에 좋대요. 대복 당신이나 먹어. 옥화 드세요. 대복 아, 안 먹어. 내가 평생 약이란 걸 먹고 살았던가. 당신이나 꼬박꼬박 챙겨 먹어, 까먹지 말고. (약통을 다시 찬장에 넣는다) 옥화 난 다른 약 못 먹어요. 의사가 그랬어요, 치료하는 동안 다른 약은 먹지도 말라고. 대복 (찬장 문을 닫으며) 아, 몰라. 그럼 낫고 나서 먹든가. (그냥 물만 마신다) 옥화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척이라도 좀 해봐요. 따뜻한 물도 싫다, 약도 싫다, 그놈의 고집은. 대복 칠십 년을 이렇게 살았어. (소파 테이블로 잔을 가져온다) 옥화 앞으로 반백년은 더 살 텐데, 지금부터라도 건강 챙겨야죠. 대복 시답지 않은 소리. 오늘내일하는데 새삼스럽게 뭔 건강 타령이야. 요즘엔 아주 귀가 따가워, 하도 몸 여기저기가 곡소리를 내서. 운전도 그만해야 할까봐.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젠 내가 겁이 나. 차 몰고 가다 승객들 얼굴을 보면 이 사람들, 다 내 저승길에 데려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 요즘엔 정말이지 제발 곱게만 죽었으면 하는 게. (시무룩해하는 옥화를 보며) 괜찮겠어? 상갓집엔 나 혼자 가도 돼. 옥화 아니에요, 같이 가요. 연씨네가 남도 아니고. 대복 인생 참 허무하지. 그 양반이 그렇게 갈 줄 누가 알았어? 옥화 그러게요. 그렇게 시간 아깝다고, 바쁘게 살아야 한다더니 정말 바쁘게 가버렸네요. 대복 그러니까, 뭐든 적당히 하며 살아야 해. (사이) 몸은 어때? 옥화 그냥 그래요. 대복 그냥 그렇다고? 옥화 그냥 그렇다고요. 대복 그냥 그런 게 어떻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옥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대복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그러니까 그게 뭔 말이야? 옥화 아휴, 그냥 그런 줄 알아요. 대복 (멋쩍은 듯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이, 자꾸, 화가 늘어. 옥화 피곤해요. 좀 누워 있다 나올게요. 대복 전기장판 켜놨어. 옥화 벌써 무슨 전기장판을 켜요, 돈 아깝게. 대복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면서 오들오들 떠는 거 보기 싫어. 이불도 깔아놨으니까 가서 누워 있어. 옥화 (문득 생각난 듯) 애들 밥을 차려줘야 하는데. 대복 내가 차려줄 테니까 들어가. 옥화 당신이 무슨. 대복 어허, 들어가. 나도 다 할 줄 알아. 옥화 (머뭇거리다) 그럼, 좀만 누울게요. 대복 들어가, 들어가. 옥화 방으로 들어가고 홀로 남은 대복.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간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넥타이를 꺼내 매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지 번번이 실패한다. 욕실 문을 나와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운수. 대복이 포기하고 소파로 걸어 나오자 헛기침을 하며 소파로 다가오는 운수. 욕실로 들어갈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운수 아, 개운하다. 대복 (시계를 보고, 운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제대로 씻기나 한 거냐? 운수 진정한 신사는 항상 한결같아야 합니다. 대복 네가 한결같이 얼간이긴 하지. 운수 또 그러신다. 하나뿐인 아들이 얼간이면 퍽도 좋으시겠네요. 대복 이럴 줄 알았다면 줄줄이 낳을 걸 그랬지. 운수 그러시지 그랬어요? 대복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그랬다. 네놈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울 것 같아서. 운수 찢어지게 가난한 건 아니었잖아요, 우리가? 대복 (놀란 얼굴로) 네놈 태어났을 때 우리 전 재산이 얼마였는 줄 아냐? 수중에 칠만 원이 있었다, 칠만 원! 자장면 한 그릇에 삼십 원이었는데, 그걸 못 사먹었다, 돈이 아까워서. 운수 귀에 인이 박이겠어요 그 얘긴. 대복 부탁이니 제발 그 쓸모없는 귀에 좀 박아 놔라. 어디 구멍이라도 뚫린 거냐? 왜 맨날 듣고 흘려, 흘리긴? 운수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사이) 어머닌요? 대복 방에 누워 있다. 운수 밥 먹고 바로 일하러 가야 하는데. 어머니! 대복 네가 차려 먹어라. 운수 왜요? 대복 내 마누라가 네놈 종이냐? 앞으론 네가 차려 먹어. 운수 나 참, 계속하실 거예요? 그만하시죠. 대복 밥솥 안에 밥 있고, 냄비 안에 찌개 있다. 그 손 노름할 때만 쓰지 말고 이젠 네 엄마 좀 도와라. 운수 아니, 밥을 나만 먹어요? 숟가락 하나만 얹자는데, 그것도 못마땅하세요 이젠? 대복 (넥타이를 살피면서) 네 엄마랑 난 초상집 갈 거다. 운수 무슨 초상집을 하루건너 하루씩 가요? 대복 난들 아냐? 줄줄이 하나님 품으로 가는 걸 내가 무슨 수로 막아? 운수 또, 또 흥분하신다. 대복 봐라. 네 애비 꼴을 봐. 나도 곧 간다. 차에 치여 가고, 산책하다 심장마비 걸려 가고, 자다 가고, 내 친구들 다 그렇게 갔어. 나도 멀지 않았다. 운수 아버진 오래 사실 겁니다. 걱정 마세요. 대복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물어보자. 운수 묻지 마세요. 대복 너, 나 가고 네 엄마 가면 뭐하고 살래? 그냥 지금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동네 노름판이나 기웃거리면서 주인 없는 강아지마냥 떠돌면서 살고 싶냐? 운수 퍽도 좋겠습니다. 대복 정신 좀 차려라. 네 나이가 벌써 오십이야. 운수 오십이 뭐 어때서요? 대복 뭔가 대단한 건 못 해냈어도 대단한 척은 해야 할 나이 아니냐. 내가 딱 네 나이 때 이 집을 샀다. 빚 하나 없이. 너도 기억하지? 운수 당연히 기억하죠. 제가 그때 결혼했잖아요. 대복 (당황하며) 그랬냐? 운수 말 나온 김에 저도 하나 물어볼까요?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대복 (말 자르며) 묻지 마라. 운수 그 여잘 왜 그렇게 싫어하셨어요? 대복 그런 적 없다. 운수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근본도 알 수 없는 고아여서? 술집에서 니나노 하던 여자라서? 셋 중에 골라보세요. 아니면, 주관식으로 하셔도 되고요. (대답 없는 대복을 향해 채근하듯) 네, 네? 대복 이상한 아이였다. 음침하고 말도 없고 늘 남의 눈치만 살피고. 병 걸린 사람처럼. 운수 멀쩡할 리가 있습니까? 평생을 비바람 속에서 살아가보세요. 누구라도 이상해집니다. 하지만 절 사랑해줬습니다. 저도 사랑했고요. 대복 나는 네가 더 나은 사람을 만나길 바랬다. 운수 거짓말 마세요. 아버진 그냥 그 여자가 싫었던 겁니다. 아님, 제가 싫었던 건가요? 대복 그 시절 우리 대 부모들은 다 그랬다. 어떤 부모라도 그랬을 거야. 우린 옛날 사람이다. 운수 심지어 만석일 낳고 나서도 변하지 않으셨죠. 아버지도! 어머니도! 대복 그 애가 도망간 게 우리 탓이라는 거냐? 운수 (어이없어하며) 그럼, 누구 잘못일까요? 두 분 말고 그 여잘 싫어한 사람이 또 있었나요? 대복 그만하자. 이십 년도 지난 얘기. 운수 그러죠. 그러니까 쓸데없는 얘기하지 마세요, 아버지도. 대복 (분노하며) 쓸데없는 얘기?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게 개차반처럼, 한량처럼, 동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받으면서 살겠다고? 운수 제 인생입니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써요. 대복 신경써라 써. 이 지옥불에 빠질 자식아. 이 동네에서 사십 년을 살았어. 모두가 우릴 안단 말이다. 운수 아버지를 아는 거죠. 어머니를 아는 거고. 대복 너는 뭐 어디서 날아 들어왔냐? 네가 우리 집안 골칫덩이인 것도 다 알아. 운수 그렇게 부끄러우시면 나가 드릴까요? 대복 안 되지, 안 돼. 그럴 수야 없지. 나가서 또 무슨 사골 치려고. 수작 부릴 생각 마라. 운수 아, 그렇죠. 이 집이 아직까지 반은 아버지 거죠? 대복 (정색하며) 더는 안 된다. 한 번 더 사고 치면 그땐 정말 너랑 나랑 갈라서는 거다. 운수 갈라서는 게 그리 낯선 경험이 아니라서. 대복 돈은 어떡할 거냐? 운수 무슨 돈이요? (황당해하는 대복을 향해) 갚을 테니 기다리세요. 대복 원금은 바라지도 않으니 은행이자라도 내놔라. 운수 갚습니다, 원금까지 다. 십 원짜리 하나 빼놓지 않을 테니까 두고 보세요. 대복 말했다. 이자. 운수 알았다고요. 갚는다고요. 이때 방문이 열리고 만석이 거실로 나온다. 외출복 차림이다. 운수 여, 아들아. 아버지 밥 좀 차려다오. 주방으로 향하는 만석. 밥을 차리려 하는 줄 알고 득의만만해하며 대복을 향해 웃음 짓는 운수. 만석이 박스를 살펴보고 소파 쪽으로 가져오자 실망한다. 운수 아드님? 제 말 귓구멍에 들리셨어요? 만석 차려 드세요. 바로 나가봐야 돼요. 운수 뭐 어려운 일이라고. 밥 푸고 찌개 데우고 반찬 꺼내놓으면 되지. 만석 그렇게 하시면 되겠네요. 운수 캬아, 아버지. 보셨죠. 제 아들이 저렇게 자기 소신이 있고 싸가지가 없습니다. 대복 차려 먹어라 네가. 만석아,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라. 운수 아버지, 우리 집안에 언제부터 예의범절이란 단어가 사라진 거죠? 대복 넥타이를 못 매겠어. 만석, 대복 목에 건 채로 넥타이를 매보다가 안 되자 벗겨내 거울 앞으로 가져가 자기 목에 걸고 매듭을 맨다. 운수 하긴. 원래 대단한 집안은 아니죠 저희가. 족보도 없고. 대복 상놈의 집안이라서 미안하구나. 운수 상놈까지는 아니고. 농민이나 소작농, 그 정도 아니었을까요 우리 조상님들은. 대복 내 십이대손 할아버지께선 정오품 정량 별좌 교리셨다. 네놈의 십삼대손 할아버지 말이다. 운수 처음 듣는 얘기네요. 대복 그럴 리가. 삼십 원짜리 자장면 얘기 다음으로 많이 해줬을 텐데. 만석 (넥타이를 대복의 목에 걸어주며) 잠깐 봐요. (정리를 해준다) 됐어요. 운수 아들아, 너는 이 얘기 들어봤냐? 우리 조상 중에 정오품 정, 뭐, 아무튼, 그런 분이 계셨다는데. 만석 근데 이거 너무 낡았어요. 대복 괜찮다. 아직 쓸 만해. 운수 아주 개가 짖는구나, 개가 짖어. 내 말은 다 씹어 드셔들. 만석 이거밖에 없어요? 여기 실밥도 다 터지고. 다른 거 하세요. 대복 괜찮다니까. 운수 손자분 말 들으세요. 온 동네가 영감님을 아신다면서요. 만석 제 거 있는데 가져올게요. 대복 (만류하며) 됐다. 상갓집에 요란하게 하고 가는 거 아냐. 이 정도가 딱 좋아. 만석 할머니랑 같이 가세요? 대복 그래. 저녁 같이 챙겨 먹어라. 만석 저도 바로 나가봐야 해요. 운수 차리고 가라. 네 아버진 배고프다. 대복 밥은 먹어야지. 운수 그래, 밥은 먹어야지. 만석 약속 있어요. 대복 그러냐? 제대로 된 거 먹고 다녀라. 운수 난 약속 없다. 밥 차려줘라. 만석 할머닌요? 대복 방에. 슬슬 깨워야겠다. 만석 제가 들어갈게요. 애도 데리고 나와야 하고. 운수 찌개 데우고 들어가라. 밥 퍼놓고 데리고 나와. 반찬도 꺼내고. 만석 그만 징징대세요. 운수 뭐, 징징? 오냐오냐하니까 이 새끼가 정말. 만석 이젠 제발 철 좀 드시죠. 운수 아유, 그래요. 철이 일찍 들어서 몸이 무거우시겠어요 우리 아드님은. 만석 가족은 안중에도 없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생을 하든 말든 그냥 아버지 편한 대로 살면 그만이죠? 운수 핏대 세우지 마라. 한 대 치겠다 그러다? 만석 할머니 치료비도 그렇고. 할아버지 발톱 수술 못 하는 거 돈 없어서인 거 알고나 있어요? 대출이자가 한 달에 얼만지나 알고 있냐고? 운수 다 아니까 침 튀기지 마라. 만석 아시면 아는 만큼 내놓으세요. 운수 퍽이나 많이 내놓나 보지? 오토바이 그거 타서 얼마나 버냐? 백? 이백? 만석 다른 사람한테 손 안 벌릴 정도는 버니까 걱정 마세요. 운수 아주 그거 돈 조금 빌려줬다고. 만석 모범을 좀 보이시라고요. 운수 왜? 내가 못 미덥냐? 너도 네 엄마처럼 도망갈래? 대복 (엄하게) 그 입 다물어라. 네 귀방맹이 날릴 힘은 나도 아직 있으니까. 운수 좋아요! 한번 해볼까요, 오늘? 삼대가 진하게 한번 엉켜볼까요? 만석 그만하죠. 운수 왜? 막상 하려니까 쫄려? 어이, 아들, 와 봐. 와보라고. 운수, 자리에서 일어나는 만석을 따라가며 뒤통수를 톡톡 친다. 그러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뒤통수를 때리자 만석이 되돌아서 운수의 양손을 잡아챈다. 바닥에 떨어지는 지폐. 곧바로 만석의 멱살을 쥐는 운수. 운수의 팔목을 강하게 쥐는 만석. 대복, 테이블에 있는 컵을 그들을 향해 던진다. 대복 나가라.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네놈들 둘 다 나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마. 적막이 흐르고, 잠시 후 옥화가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차분한 옷차림, 손에 바구니를 들고 있다. 바구니 안엔 아이가 잠들어 있다. 운수와 만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는 옥화. 테이블 위에 바구니를 올려놓고 소파에 앉는다. 대복을 보고 이마를 찌푸리는 옥화. 옥화 아, 또 왜 그 넥타이를 했어요. 버렸어도 벌써 버렸어야 할 걸. 대복 이 사람 버리긴 왜 버려 이걸. 옥화 멀쩡한 넥타이를 두고 왜 자꾸 그것만. 대복 다 자기 몸에 맞는 게 있는 거야. 난 이게 편해. 옥화 그놈의 고집은.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만석 통화한다. 통화가 끝난 후 옥화에게 다가오는 만석. 옥화의 눈치를 보다가 바구니에 손을 뻗는 만석. 옥화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라. 만석 가야 해요, 할머니. 옥화 알았어. 안 보내겠다는 게 아니야. 여기, 이것만 좀 하고. (바구니를 정리한다) 대복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거기, 거기. 바람 안 들어가게 잘 좀 욱여넣어 봐. 옥화 알겠어요, 있어 봐요. 대복 한 번 더 포대기에 싸야 하지 않겠어? 옥화 그럴까요? 바람이 차니까 아무래도. 만석 그 사람이 집 앞까지 차 가지고 오기로 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대복 그렇다는데? 옥화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계속한다) 운수 (상자를 발로 툭 차며) 야, 이것도 같이 가져가. 여기다 담아왔으니 여기에 담아가야지. 옥화 저 상잔 두고 가라. 저기에 또 이 애를 가둘 수는 없어. 그럴 순 없어. 만석 알겠어요 할머니. 그렇게 할게요. 대복 어이쿠. 깼는데? 여보, 깼어. 옥화 (바구니 안을 보며) 간다고 또 인사한다고 깬 거야, 기특하게? 그런 거야? 대복 우루루루루, 까꿍. 웃는다 웃어. 고놈 참. 옥화 한 번 더 해봐요. 대복 그럴까? 우루루루루, 까꿍! 옥화 (만석을 향해) 아가, 방에 파란색 가방 하나 있어. 그거 좀 갖고 나와. 대복 뭔데? 옥화 애한테 필요한 것 좀 쌌어요. 대복 딸랑이도 넣지 그랬어. 그거 좋아하던데. 옥화 넣었어요. 대복 잘했네. 운수 (빈정거리듯) 참, 재미나게 사십니다, 두 분. 알콩달콩, 보기 좋네요. 대복 아직도 안 나갔냐? 운수 나가야지요. 이 집에 제가 있을 곳이 없는데. 대복 밖엔 있고? 운수 글쎄요. 정말 이제부터라도 찾아볼까요?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는다.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만석과 눈이 마주치지만 서로 외면한다) 돈도 생겼겠다. 옥화 밥 한 숟갈 뜨고 가. 너 좋아하는 꽃게찌개 끓여놨어. 잠시 침묵. 운수 됐어요. 약속 있어요. 옥화 그럼 냉장고에 넣어 놓을 테니까 낼 아침에 들어와서 먹어. 운수 그냥 드세요. 얼마 된다고 그걸 남겨요. 갔다 올게요. (나간다) 옥화 (밖에서 들리게 큰소리로)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알았지? 알았지? 대복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만석에게) 왜 그러고 섰어? 앉아. 만석 집 앞에 와 있대요. 대복 벌써? 만석 네. 옥화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잘살아라. 사는 게 제 맘처럼 되는 것도 아니니까 부모 원망 말고 운명이려니, 팔자려니, 누구 탓할 것도 없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세월 가고 세월 가면 언제 이만큼 왔나 싶을 테니 하루하루 즐겁게 웃으면서 살아. 네 세상도 한세상, 내 세상도 한세상, 결국 한세상 사는 거니, 그러니까 너는 멀리멀리, (떨리는 목소리) 발길 닿는 데까지 멀리 가렴. 대복 (꽃병에서 꽃을 꺼내 바구니 옆에 감는다) 꽃바구니 타고. 옥화 그래, 꽃바구니 타고. 어디, 하루하루가 오늘만 같겠니? 대복 그래. 오늘만 같을라고. 전화벨이 울리지만 받지 않는 만석. 그런 만석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옥화. 천천히 바구니를 내어준다. 만석 갔다 올게요. 늦을지도 몰라요. 먼저 주무세요. 대복 그래. 얘기 잘하고 와. 만석 네. 저 가요, 할머니. 반응 없는 옥화. 대복 손짓으로 만석을 보낸다. 만석 밖으로 나간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에 다가가 밖으로 나가는 만석을 지켜보는 대복. 잠시 후 자리로 돌아온다. 그사이 옥화 역시 일어서 서성이다가 가운데 소파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대복 그 옆에 앉아 정면을 응시한다. 대복 갔네. 옥화 갔네요. 대복 그래. (사이) 어떡할까? 우리도 가야지? 옥화 가야죠. 대복 안 가면 안 되겠지? 옥화 안 되겠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잖아요. 대복 그래. 가야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니까. 옥화 네. 대복 그럼 갈까? 옥화 그래요, 가요. 대복 그래. 가자구. 옥화 가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두 사람.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밸러스트 - 문은강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밸러스트 - 문은강

    지구 지표 생물의 총 무게 중 25프로는 개미다. 자신의 무게의 50배 이상을 들 수 있는 이 생물이야말로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근원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자전하고 있는 지구의 비밀은 이 25프로의 개미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엄지로 짓눌러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개미와 당신은 닮아 있다. 어슴푸레하고 고요한 세상 속에서 나는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걱정이다. 개미굴처럼 깊숙하게 숨어 있는 당신의 집이. 당신이. 집은 퀴퀴한 냄새로 가득하다. 때 낀 수저와 밥그릇이 흐트러져 있다. 오래되고 요란한 살림살이 속에 파묻힌 당신이, 그곳에 누워 있다. 자그만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당신은 유충 같다. 당신의 미간엔 잔뜩 주름이 가 있다. 그 언저리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당신이 눈을 번쩍 뜬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쉰다. 밖은 아직 어둡다. 당신은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켠다. 새벽 뉴스가 한창이다. 당신은 합죽한 입을 우물거리며 뉴스를 바라본다. 당신의 굽은 등이 곧 천장에 닿을 것만 같다. 당신은 찬밥을 꺼내 보리차를 부어 숟가락으로 뒤적인다. 합죽한 입으로 밥알을 몇 번 오물거리곤 단번에 삼킨다. 당신은 음식물을 온전히 씹지 못한다. 아내는 그것을 유난히 안타까워했다. 언젠가 치과에 가자는 아내의 손을 떼어내며 당신은 한사코 싫다 말했다. “내는 틀니 안 한다. 그거 하면 불편해서 맘 편히 먹지도 몬한다더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으면 된다. 그게 훨씬 편하다.” “어머니 그거 요즘은 얼마 하지도 않아요. 그냥 저랑 같이 가서 하세요. 고기도 씹어 드시고 하셔야죠.” 아내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여자는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불필요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처리해야 할 업무는 항상 산더미였다. 아내가 불러 간신히 빠져나온 점심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당신과 점심을 함께 하자는 아내의 말이 퍽 고맙게 느껴져 나온 자리였지만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참, 어머니가 하고 싶으신 대로 그냥 해드려.” 그때 당신의 뭉툭한 손톱은 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다. 당신은 국물을 몇 번 떠먹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침 식사를 마친 당신은 민경에게 전화를 건다. “민경아 아무래도 이상타. 느 오빠한테 전화 함 해봐라.” 수화기 너머의 민경은 짜증을 낸다. 당신은 아랑곳 않고 소리를 지른다.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몸도 으슬으슬하니 춥고 정신도 사나운 것이 불안타 안카나.” 새벽부터 전화해 오빠 타령을 하는 당신이 민경은 못마땅한 모양이다. 한참이나 지속되던 말싸움은 엄마 때문에 이 서방 깼다는 민경의 말 한마디에 곧바로 끝이 난다. “이 서방 아침 잘 챙겨 묵여라. 나가 일하는 사람은 뱃속이 든든해야 한다.” 당신은 사위의 아침 식사를 걱정하며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는다. 머플러로 얼굴을 꽁꽁 감싸고 허리끈으로 바지를 바싹 조인다. 그 위에 무명으로 만든 전대를 찬다. 전대를 열자 정돈되지 않은 천 원짜리들이 불쑥 튀어 나온다. 그것을 집어 들고 침을 묻혀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두이, 서이….” 몇 번이나 다시 세어보고선 전대 안으로 다시 돈을 집어넣는다. 이불맡에 있는 소쿠리를 집어 든다. 아침이 오고 있다. “사람이 많이 죽었대요.” 자줏빛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옷가게 여자가 당신의 곁에 와 재잘댄다. 당신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자 여자는 더욱 바싹 다가온다. 당신의 소쿠리에는 더덕과 뭉툭한 과도가 들어 있다. 당신은 더덕을 꺼내 과도로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더덕에서 나오는 진득한 진물은 손톱을 금방 새까맣게 물들인다. 여자는 호들갑스럽게 뉴스의 내용에 관해 떠든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 사람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노. 치아라.” 더덕을 깎는 당신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장사나 할 것이지. 쓸데없이 와가 뭐라 해쌌노.” 당신의 시선은 더덕을 향해 있다. 당신의 핀잔에 여자는 머쓱하다는 듯 홀로 중얼거리더니 옷가게 안으로 쏙 들어간다. 당신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여자는 옷가게에서 좌판대를 꺼내 물건을 밖에 진열시킨다. 죄다 유행이 지난 옷들뿐이다. 반짝이는 외투에 호피무늬 스커트, 형광색의 레깅스까지 진열하고 나서야 여자는 손을 탁탁 털고 기지개를 켠다. 당신은 여자를 한참을 바라보다 고개를 젓는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더덕은 소쿠리에 곱게 누워 있다. 꼭 발가벗은 갓난아이 같다, 당신은 껍질 벗은 더덕을 두고선 민경과 닮았다며 웃어대곤 했다. 더덕의 뽀얀 속살이 민경의 살갗과 닮았다는 것이었다. 민경이 속을 썩일 때마다 당신은 ‘아가 태어날 때 내가 바빠 제대로 옷도 몬 입혀 주고 만날 발가벗겨 놓고 있어서 그런다’며 오히려 민경을 두둔했다. 열아홉의 민경이 덩치 큰 남자 손을 잡고 찾아와 임신했노라고 말하던 순간에도 당신은 더덕의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민경은 비장한 표정으로 ‘우리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제야 당신은 과도를 내려놓았다. 거리는 한산했다. 옷가게의 여자만이 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고개를 들어 민경과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곤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아라. 느그 때문에 손님 안 온다.” 민경은 그날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곤 했다. 마치 한 편의 시트콤 같던 민경의 사담을 들을 때마다 그날의 거리를 상상해 보았다. 결혼할 사람이라며 아내를 처음 소개하던 날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당신은 아내의 손을 부여잡고 몇 번이고 고맙다 말했다. 아내는 난감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 우석이 참말로 좋은 아다. 내 아들이라 하는 말 아니다.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신랑이 될끼다.” 당신은 아내의 손을 연신 쓰다듬었다. 본격적인 출근 시간이 되자 거리는 인파로 북적인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모퉁이에 당신만이 유일하게 멈춰 있다. 구둣발이 금방이라도 소쿠리를 치고 지나갈 것만 같다. 당신이 앉은 자리에서는 모든 것이 거대하게 보인다. 아주 조그만 개미 같은 당신은 지나는 사람들의 발밑에서 묵묵하게 장삿거리를 정리한다. 그러다 문득 분주한 손짓을 멈추고 멍하니 구두들을 바라본다. 앞코가 동그란 구두, 뾰족한 구두, 헤진 구두, 흙투성이의 구두. 저마다의 구두들. 당신은 코를 한번 훌쩍인다. 언젠가 당신에게 정장과 구두를 선물 받은 적 있다. “옷가게 동상한테 비싸게 산 거잉게 오래오래 입그라.” 당신은 거칠한 손바닥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대단타 하드라. 우석이 이리 턱하니 좋은 회사 취직했다고.” 그즈음 당신과 나의 거리에는 과연 어떤 단어가 놓여야 할지 몰랐다. 당신은 엄마와 어머니의 경계선에 놓여 있었다. 선택한 방법은 당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었다. 의식적으로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당신을 생각하면 마음 한켠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나를 괴롭게 했다. “미안타. 고맙다.” 당신은 정장 입은 내 모습을 보고 한참을 글썽였다. 당신은 더덕을 깎다가 과도에 손을 벤다. 손가락 위로 동그랗게 맺히는 핏방울을 입으로 쪽쪽 빤다. 거리의 구두굽 소리가 잦아들 즈음 당신은 벌떡 일어난다. 더덕이 들어 있는 소쿠리를 살짝 밀어 놓고 옷가게로 성큼 들어간다. 나이가 지긋한 손님이 옷을 고르고 있다. 당신은 계산대에 있는 전화기에 손을 뻗는다. 여자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당신에게로 쪼르르 달려온다. “형님 지금 손님 있으니까 이따가 와서 전화기 쓰셔. 응?” 당신은 여자의 말에 대답도 않은 채 수화기를 든다. 익숙한 번호를 재빠르게 누르고 통화 연결음을 듣는다. 찰나에 당신의 표정은 수십 번 바뀐다. ‘연결이 되지 않아….’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적인 음성을 듣고 당신은 한숨을 내쉰다. 여자는 당신의 눈치를 보며 손님에게 다른 옷을 권한다. 당신은 다시 수화기를 들어 민경에게 전화를 건다. 민경이 전화를 받자 당신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오빠한테 전화했나?” 당신은 소리를 빽 지른다. 덕분에 옷가게의 여자와 손님은 깜짝 놀라 당신을 쳐다본다. 당신은 간절한 표정으로 민경의 대답을 기다린다. 한참 뒤 당신은 계산대가 놓인 탁상을 쾅 친다. “그라믄 새언니한테다 전화해 봐야 할 것 아니가. 얼른 전화하그라. 집에만 박혀가 암것도 안 하믄서 그거 하나 몬하나.” 당신이 씩씩거리자 손님은 집어 들었던 옷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밖으로 나간다. 민경과 당신은 한참이나 말다툼을 한다. 민경이 먼저 전화를 끊자 당신은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는다. “형님 손님 있을 때는 이렇게 불쑥불쑥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형님 때문에 그나마도 없던 손님 다 나가겠네.” 여자는 씩씩거리며 팔짱을 낀다. “여기가 뭐 백화점이나? 길거리에서 옷장사하믄서 손님, 손님 따지게.” 당신은 여자에게 역정을 내며 밖으로 나온다. 찬 바람이 당신의 품으로 파고든다. 당신은 옷섶을 여미고 당신의 자리로 터벅터벅 돌아간다. 밸러스트. ‘와 뱃일을 하려 하느냐’는 당신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었다. 출항할 때 항만에서 탱크에 바닷물을 채우고 다른 항구에 도착해선 물을 버리는 이 무게중심 유지 장치는 당신과 민경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늘어날수록 당신과 민경의 무게는 조금 더 가벼워졌고, 당신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나는 가벼워졌다. 적정량의 무게를 유지해야만 나아갈 수 있는 선박처럼 우리는 살아왔다. 서로의 무게를 나눠 가지면서 말이다. 당신의 남편이 죽던 날, 당신은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민경은 당신의 등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당신은 이를 악물고 화장장으로 들어갔다. 당신은 남편이 재로 변하는 과정을 눈도 돌리지 않고 집요하게 응시했다. 당신의 입술은 너무나도 팽팽해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우석이 민경이 내가 잘 키울 것이다. 번듯하게 키울 것이다.” 당신의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아침잠이 많았던 당신이 새벽부터 일어나 거리로 나섰던 것은 그날 했던 말을 책임지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민경은 고작 다섯 살이었다. 제대로 옷도 챙겨 입지 못하던 민경은 껍질 벗겨진 더덕처럼 방 안에 남겨졌다. 옷장에는 소매가 누렇게 변한 옷가지들이 가득이었다. 당신이 거리에서 팔아가는 채소의 가짓수가 늘어갈수록 우리는 나이를 먹었다. 학부모 참관 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면 잠을 참아가며 당신을 기다리곤 했다. 당신을 마주하는 날보다 기다리는 날이 더 잦았다. 대학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도 어김없이 늦는 당신에게 편지를 써놓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머리맡에서 느껴지는 당신의 시선에 눈을 떴다. “우석아 기계 배우는 곳으로 가그라.” 당신은 거슬거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떨리는 손끝에서, 붉어진 귓불에서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더 공부하고 싶었다. 남들처럼 대학은 나오고 싶었다. 어린 민경은 당신의 품에 파고들며 어리광을 피웠다. 당신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을 기다렸다. 언젠가 보았던 당신의 팽팽한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과 민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박용 구조물을 생산하는 하청회사에 취직했다.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뜨내기를 챙겨 주는 사람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착같이 일해야 했다. 밤낮없이 일했다. 아마 당신도 이런 마음으로 일했으리라. 때문에 당신에게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았다. 원청업체에서 구조물 하자를 핑계로 납품을 거부했을 때, 그것이 오롯이 회사에서 가장 어렸던 내 탓으로 돌아왔을 때,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른 채 사장에게 고개를 숙였을 때, 처음으로 당신이 원망스러웠다. 홀로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당신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대문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당신 얼굴은 참 많이 늙어 있었다. “와 인자 오노. 뭐 이리 술은 마셨노.” 당신은 비틀대는 내 손을 잡아끌며 잔소리를 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당신의 온기에 목구멍에서 무언가가 울컥울컥 치밀어 올랐다. “나 기계 만지는 거 싫어.” 울음이 터졌다. “엄마….” 한번 내보인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밖으로 꾸역꾸역 터져 나왔다. 아이처럼 당신의 품에 안겨 울었다. 당신은 등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쌀쌀한 밤바람을 핑계로 당신에게 오랫동안 엉겨 붙어 있었다. “불쌍한 내 새끼. 우짜면 좋노. 우짜면 좋아.” 당신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아마 당신은 울고 있었을 것이다. 후에 번듯한 선박 회사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신은 거리 한복판에서 춤을 췄다. “보소. 우리 우석이가, 우리 아들이, 그 좋은 회사 들어갔다 안하요. 보소. 동네사람들 보소.” 당신은 우스꽝스럽게 팔다리를 휘적거렸다. 옷가게 여자는 그날의 당신을 설명하며 깔깔댔었다. “우석아 나는 그때처럼 네 어머니의 가벼운 표정을 본 적이 없어. 몸짓도 표정도 깃털 같아서 저 위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니까.” 소쿠리가 거리에서 나뒹군다. 당신은 재빠르게 소쿠리를 집어 든다. 생면의 남자가 커다란 천막을 치고 있다. 당신의 돗자리와 방석은 한쪽에 처박혀 있다. 당신은 돗자리를 집어 들어 탁탁 턴다.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진다. 당신은 천막 쪽으로 다가간다. 천막 안에는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네댓 명의 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탁자에는 커피포트와 커피믹스, 종이컵이 그득하다. 당신은 그들에게 다가간다. 당신을 발견한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차 한 잔 하세요.” 여자는 종이컵에 녹차 티백을 넣어 당신에게 건넨다. 당신은 컵을 밀어낸다. “여기서 뭐하는 거요? 여기는 내가 장사하는 덴데. 고새에 남의 물건 치워뿔고 뭐하는 거요.” 여자가 물끄러미 당신을 건너다본다. 당신과 여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얽힌다. 여자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누군가를 불러 귓속말로 속삭인다. 그들은 서로 무언가 이야기하더니 구석에서 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는 여자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당신에게로 다가온다. 당신은 소쿠리를 안고 매섭게 남자를 쏘아본다. 남자는 자신을 장 집사라고 소개하며 정중하게 허리를 구부려 당신과 눈을 맞춘다. “장 집사고 뭐고 난 모르는 일이고 여기는 내 자리요. 이거 다 치우고 비켜주소.” 당신은 장 집사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그는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리고 당신을 후미진 자리로 끌고 간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여기에서 장사하시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천막을 쳐 버렸네요. 어머니께서 양해해 주시고 오늘만….” “없기는 뭐가 없대요. 내가 떡하니 돗자리도 펴놓고 더덕에 소쿠리도 놓고 장사하고 있었구만.” 당신은 나뒹구는 돗자리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과 장 집사를 번갈아 쳐다본다. 장 집사는 얼굴을 찌푸린다. 그는 당신이 무슨 말인가를 더 해주기를 기다린다는 듯 말없이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은 합죽한 입을 앙 다물고 그를 응시한다. 그는 한숨을 푹 쉰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는 여기서 어머님이 장사하시는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이렇게 이미 천막도 치고 있고 테이블도 옮겨 놓았답니다.” 장 집사는 당신의 손에 들려 있는 소쿠리를 흘긋 보며 웃음을 짓는다. “어머니 짐은 이 소쿠리뿐이시잖아요. 어머니께서 양해 좀 해주세요.” 그는 인자하게 웃으며 당신의 소쿠리에 손을 올린다. 당신은 그의 손을 확 쳐내고 소쿠리를 자신의 품에 더 세게 끌어안는다. “나는 여기서 몇 년을 앉아 물건 팔았소. 여기는 내 자리란 말이요. 갑자기 와서 이것저것 놓는다고 이 자리가 댁 자리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요.” 거리를 오가던 몇몇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수군거린다. 장 집사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당신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어머님 이 자리에서 허가받고 장사하시는 거 아니시잖아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절대 못 움직여요.” 당신은 장 집사를 거칠게 밀어낸다. “동네 사람들 여기 보소.” 당신이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자 여자들이 다가와 당신을 말린다. 옷가게 여자가 깜짝 놀라 뛰쳐나온다. 당신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지른다. 옷가게 여자는 당신의 등을 때리며 우선 들어가자고 소매를 잡아끈다. 주변의 여자들도 당신의 등을 은근히 떠민다. “진정하세요. 어머니 진정하세요.” 한 여자가 당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당신은 어깨를 휙 젖힌다. 덕분에 당신의 품에 있던 소쿠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소쿠리 안에 있던 더덕들이 바닥에 나뒹군다. 당신은 재빨리 몸을 숙여 더덕들을 소쿠리에 담는다. 옷가게의 여자는 당신을 따라 땅에 떨어진 더덕을 손으로 급하게 움켜쥐고는 억지로 당신을 자신의 가게 안으로 들여보낸다. “형님도 참. 좋게 이야기하시지. 거기서 그렇게 역정을 내시면 어떡해요.” 옷가게 여자는 당신에게 물을 건넨다. 당신은 단박에 그것을 들이켜고 숨을 몰아쉰다. 한참이나 씩씩거리던 당신은 바닥에 놓인 소쿠리를 내려다본다. 정갈하게 누워 있던 더덕들이 마구잡이로 흩어져 있다. 당신은 더덕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어 정리한다. 여자는 당신을 보며 한숨을 쉰다. “오늘은 여기서 그냥 장사 접고 들어가요. 요즘 감기 기운도 있으시담서.” 당신은 아무 대답 않고 가만히 소쿠리만 바라보고 있다. “아유 암튼 고집은.” 여자는 고개를 젓는다. 한참의 정적이 지속된다. 여자는 못 견디겠다는 듯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인다. 뉴스가 한창이다. 뉴스에서는 어제 발생한 사고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는 몸을 감싸며 혀를 찬다. “불쌍해서 어째.” 당신도 고개를 들어 텔레비전을 바라본다. 사망자 명단이 하단에 천천히 지나간다. 옷가게의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당신과 여자는 동시에 그곳을 바라본다. 장 집사가 한 손 가득 과자와 음료수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죄송해서요. 저희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렸으니 용서해 주십사 하고 왔습니다.” 장 집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과자와 음료수를 당신에게 내민다. 당신은 고개를 돌린다. 눈치를 보던 여자가 멋쩍게 웃으며 그것들을 받아 든다. “어유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여자가 당신 의 등을 쿡 찌른다. 당신은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앉아 있다. 장 집사는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괜스레 옷가게 안을 두리번거린다. ‘참으로 애석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 속 앵커는 사무적으로 비통함을 토하고 있다. “정말 슬픈 일이죠.” 장 집사는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말한다. 당신은 그를 쏘아본다. “저희는 어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이렇게 모였답니다. 기도드리고 찬송도 하려고요. 모든 슬픔의 무게는 함께 나누어야 더욱 가벼워지는 법이지요. 사람은 저마다 짊어질 수 있는 무게의 양이 한정되어 있답니다. 너무 무거워지면 버티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저희는 그 짐을 나누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왜 내 자리에서 하냔 말이요.” 당신은 장 집사에게 삿대질을 한다. “어머니의 자녀분께 저런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 보세요. 부디 어머니의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당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지금 뭐라 했노.” 당신은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지른다. 장 집사와 옷가게 여자의 눈이 동그래진다. “내 자식들한테 저런 일이 와 생기노. 와 생기냔 말이다.” 당신은 소쿠리에 있는 더덕을 꺼내 장 집사에게 던진다. 장 집사는 놀란 얼굴로 당신 팔을 부여잡는다. 당신은 더덕을 내려놓고 온 힘을 다해 그의 등을 때린다. “썩 꺼져라. 나쁜 놈의 새끼. 꺼져라.” 당신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장 집사는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만 본다. 옷가게의 여자는 장 집사의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내보낸다. 당신의 쪼글한 얼굴이 금방 눈물범벅이 된다. “이게 뭔 난리래.” 옷가게의 여자는 혼자 중얼거리며 휴지를 찾는다. 당신은 바닥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앙앙 울고 있다. 조용히 당신의 곁에 앉아 당신의 눈물을 닦는다. 당신은 내가 온 줄도 모르고 미동 없이 울고만 있다. 이따금 점점 늙어가는 당신의 죽음에 대해 그려보곤 했다. 그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건 당신의 죽음과는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 회사에서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는 와중일 수도 있고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도중일 수도 있다. 당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 다가올 일이었다. 당신의 죽음이 필연적이라면 평화롭게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너부러진 더덕처럼 거리에서 쓰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것이 당신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당신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었다. 손을 부여잡고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 목구멍 안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를. 당신과 나의 거리에서는 부끄러웠던 문장을. 우리의 마지막에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찬송가가 울린다. 당신은 눈을 감고 찬송가를 듣는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아픔은 모두 털어내시고 부디 주 안에서 평안하소서. 마이크를 잡은 장 집사가 소리친다. 여기저기서 ‘아멘’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는 인자 집에 갈란다.” 당신은 소쿠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옷가게 여자도 당신을 따라 일어난다. “이제 좀 진정이 된대요? 아이고 오늘 형님 때문에 놀라 자빠지겠네.” 옷가게 여자는 당신 손을 잡고 말한다. “형님도 나이도 드셨고. 우석이랑 민경이도 자기 앞가림 다 하고 있고. 인자 장사는 쉬엄쉬엄 해요. 뭣하러 그렇게 목숨 걸고 하신데요.” “그러게 말이다.” 당신은 옷가게의 유리를 통해 비친 거리를 바라본다. “내도 모르겠다. 아새끼들 데리고 살아보겠다고 길거리에 나왔는데 인자는 내가 나와서 뭐라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해 몬 살겠더라.” 전화벨이 울린다. 옷가게 여자가 손을 뻗는다. “여보세요.” 찬송가는 더욱 크게 흘러나온다. 주위는 어둠에 잠기고 검은 그림자 걷히고. 당신이 옷가게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여자가 황급히 잡는다. “형님, 민경이에요.” 여자의 표정이 불안하다. 당신은 재빨리 수화기에 귀를 댄다. “아야 엄마다. 뭔 일이고.” 당신은 소리를 내지른다. 우리는 오직 주 안에서 평안하리라. 찬송가 소리에 민경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지 당신은 더욱 귀를 수화기에 바짝 가져다 댄다. 민경은 흐느끼고 있다. 당신은 놀라 무슨 일이냐며 민경에게 재차 묻는다. 민경의 흐느낌이 더욱 거세진다. “민경아 아가 울지 말고 말해 봐라. 응? 와 우노. 와 우는 거고.” 당신은 민경을 달래듯이 말한다. 주의 영광 내게 비추어 주소서. “아야 나가서 저놈들 좀 조용히 하라 캐라. 정신 사나워서 살긋나.” 당신은 옷가게 여자에게 말한다. 여자는 어찌할 바 모르고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민경아 아침부터 전화해서 엄마가 짜증내서 그라는 거지? 뭔 일 있는 거 아니고 어매 때문에 그러는 기지? 그래서 우는 기지?” 당신의 꺼슬꺼슬한 목소리가 갈라진다. 민경이 겨우 입을 뗀다. 당신의 동공은 점점 커진다. 주는 귀를 기울이사 다 듣고 계시네. 당신은 민경에게 재차 다시 말해 보라며 다그친다. 민경은 뭉개진 단어들과 함께 흐느낀다. “아니다.” 당신은 중얼거린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은 울고 있는 민경을 뒤로 한 채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뭐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은 허겁지겁 가게 문을 나선다. 당신의 발에 더덕이 들어 있던 소쿠리가 차인다. 옷가게 바닥으로 더덕이 흩어진다. 당신은 그것을 주워 담을 생각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간다. 당신의 자리에는 낯선 사람들이 모여 찬송을 부르고 있다. 당신은 거리의 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사람처럼. 장 집사가 당신을 발견하고 재빨리 눈을 피한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통행에 방해가 되는 당신을 거칠게 밀치며 지나간다. 그제야 당신은 정신이 드는 듯 어딘가를 향해 몸을 튼다. 주의 얼굴 뵈올 때 나의 영혼 기쁘다. 당신의 등 뒤로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그럴 리가 없다. 그라믄 안 되는 일이다. 하늘이 그라믄 안 된다. 세상 사람들한테는 다 그래도, 우리 우석이한테는, 그 아한테는, 그 불쌍한 거한테는 그라믄 안 된다.” 당신의 신발 한 짝이 벗겨져 나뒹군다. 바람이 분다. 거침없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몸을 떠민다. 그러나 더 이상 당신을 따라갈 수 없다. 때아닌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눈이 내리고 있었구나. 나는 나직이 중얼거린다. 아직 추워질 때가 아닌데. 당신은 달린다.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당신은 달린다. 눈송이는 당신의 뒷모습을 지워나간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신발 한 짝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신발 속에는 어느새 차가운 공기가 가득 차 있다. 당신의 신발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당신의 한쪽 발이 걱정스럽다. 당장이라도 신발을 주워 들어 당신께 건네고 싶다. 그러나 손은 닿고 싶은 곳, 그 언저리만을 천천히 맴돌 뿐이다. 살아남아 있는 당신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맴돈다. 지친 영혼이여 부디 평안히 쉬소서. 찬송가는 점점 옅어진다.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도 지워지고 당신이 서 있던 거리 풍경도 점점이 뒤로 물러난다. 흩어진 풍경 사이로 눈발이 분말처럼 반짝인다. 결국 마지막까지 못난 아들이라 죄송하다. 왜 이리도 가벼운 것인가. 당신이 떠나버린 내 몸의 무게는.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⑦ 맥덕청년, 브루어(Brewer·맥주양조사)가 되다.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⑦ 맥덕청년, 브루어(Brewer·맥주양조사)가 되다.

    누벨바그 영화의 거장 프랑수와 트뤼포는 ‘영화광’이 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나누었습니다. “1.같은 영화를 두번 본다. 2.영화에 대한 글을 쓴다. 3. 직접 영화를 만든다.”  트뤼포에 따르면 결국 ‘영화덕후’의 끝은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완성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맥주의 세계도 별반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마트에서 맥주를 고를 때 맥주 병(캔)을 꼼꼼히 살피며 맥주 스타일을 따져보게 될겁니다. 기존 한국 맥주 시장을 장악했던 라거(Lager)맥주에서 벗어나 하루는 바이젠(밀맥주)도 마셔보고, 또 하루는 인디안페일에일(IPA)도 시도해볼테지요. 그렇게 맥주에 관심을 갖다보면 이제는 ‘마셔보지 못한 맥주’를 찾게 됩니다. 더 다양하고 희귀한 맥주를 취급하는 바틀 샵(Bottle shop)을 전전하며 새로 들어온 맥주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게 되죠. 여기까지 온 분들이라면 “직접 맥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겁니다. 현재 전 세계 크래프트맥주 시장을 이끄는 미국의 명문 양조장 사람들도 처음에는 홈브루워(Homebrewer·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는 사람)였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여기 두 명의 청년이 있습니다. 모두 대학시절 맥주의 매력에 빠져, 맥주를 직접 만들다가 양조사의 길을 선택한, ‘진성덕후’들입니다. 2014년 4월 소규모양조장에 묶여있던 외부유통 규제가 풀리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60여개의 소규모양조업체가 다양한 종류의 크래프트맥주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맥주 양조사’라는 직업에 대한 진입장벽도 허물어졌습니다. 대기업 주류업체만 맥주를 생산했던 과거에는 양조사가 되려면 대기업에 입사를 해야했습니다. 또 주로 대량생산방식으로 ‘라거’라는 한 가지 종류의 맥주만 만들어지다보니 양조사보다는 자본규모가 품질을 더 많이 좌우했죠. 그러나 크래프트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창의적이고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일 자체가 중요해졌습니다. 맥주를 만드는 ‘사람’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맥주 맛이 다르다는 점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한겁니다. 크래프트맥주 시대, 인생을 맥주에 배팅한 청년 브루어들을 소개합니다. ●“맥주에 제가 상상했던 맛이 그대로 나오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트레비어 황지윤 브루어 지난달 22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의 트레비어 양조장에서 만난 황지윤(27) 브루어는 작업복을 입고 무릎까지 오는 하얀색 고무 장화를 신은 채 양조장 안 여과조에서 맥아 찌꺼기를 치우고 있었습니다. 이날 트레비어 양조장에선 페일 에일(Plae ale) 스타일의 맥주를 빚고 있었는데, 오전에 맥아 분쇄·당화하는 작업을 끝내놓고 오후에는 맥아즙을 냉각시켜 발효조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맥아찌꺼기를 커다란 원통에 옮겨담으면서 황 브루어는 “사람들이 ‘브루어’라고 하면, 고상하게 레시피 구상하고, 시음이나 하는 멋진 직업이라고 상상하는데, 실상은 이렇게 몸으로 하는 일이 훨씬 많다”며 기자에게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죠?”라고 웃으며 되물었습니다. 황 브루어의 하루는 꽉 차 있습니다. 8명의 직원이 있는 트레비어 양조장에서 맥주 만드는 작업에 관여하는 브루어는 황 브루어를 포함해 4명입니다. 양조작업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7시까지 계속되는데 작업 전후 재료 준비와 청소까지 모두 브루어들의 몫입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양조장에 딸린 홈브루잉 전용실에서 새로운 레시피로 맥주를 만들어보기도 하는데, 여기서 만든 맥주 맛이 괜찮으면 양조장의 정식 맥주 라인업으로 고려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일과 휴식이 분리되지 않는 빡빡한 스케쥴이인데요. “힘들지 않냐”고 묻자 “매일매일이 바쁘고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덕후스러운 말을 하더군요. 황 브루어가 맥주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건 대학생이었던 3년 전 부터입니다. 취업이 잘 될 것 같아 전공으로 식품공학을 선택했다는 그는 원래 술을 좋아했지만, 딱히 맥주에 대한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우연히 펍에서 미국 밸라스트포인트 양조장의 스컬핀IPA를 마신 뒤 깜짝 놀랐습니다. 황 브루어는 “맥주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하는 충격을 받았고 이후 다양한 맥주를 마시면서 맥주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얼마 후, 황 브루어는 수업을 듣다가 과 실험실에서 혼자 홈브루잉을 하고 있던 과 선배 황찬우(29·트레비어 대리)씨를 만나게 됩니다. 맥주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던 둘은 즉시 같이 맥주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고, 전국 대학 최초로 ‘홈브루잉 동호회’까지 결성했습니다. 이 동호회 맥주는 학교 축제때 첫 선을 보였는데요. 축제 기간 내내 학우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황 브루어는 “내가 만든 맥주를 사람들이 좋아해줄 때 기분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찬데, 이건 맥주를 직접 만든 사람들만이 알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전문 양조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나란히 트레비어에서 양조사로 일하고 있는 황지윤·황찬우 브루어는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도 맥주의 길을 함께 걷기로 했다”며 “크래프트맥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맥주를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맥주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매일 붙어다니는데다 성까지 같아 자주 친형제로 오해받기도 한다는 이 ‘맥덕형제’가 앞으로 어떤 맥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됩니다. ●“맥주 발효때 기포가 부글거리는 것만 봐도 흥분됩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관열 브루어 “부모님이요? 지금도 탐탁지는 않아 하시죠” 식품공학을 전공한 황 브루어와는 달리 김관열 브루어(33)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공군 학사장교 제대 후 미래를 고민하고 있던 그는 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막연히 주류회사 취직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펍에서 마신 ‘인디카IPA’라는 맥주 한 잔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처음 IPA라는 크래프트맥주 스타일의 맥주를 맛보고 역시 충격을 받은 김 브루어는 경영학도 답게 크래프트맥주에 대한 시장성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혼자 책을 뒤지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크래프트맥주가 미국에서 대유행이라는 것을 알았고 우리나라에서도 곧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는 그는 이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포구 연남동의 한 크래프트맥주 전문 펍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맥주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김 브루어는 부산 최초의 크래프트맥주양조펍인 갈매기펍에서 본격적으로 양조사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러나 김 브루어는 곧바로 체계적인 교육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고 합니다. 홈브루잉과 전문 양조 일은 기본 뼈대는 같지만 많은 양을 일정한 퀄리티로 생산해야된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무척 달랐기 때문입니다. 갈매기펍에서 1년 양조 경력을 쌓은 김 브루어는 과감히 사직서를 던지고 독일로 양조 유학을 떠났고 지난해 브루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한층 업그레이드 된 브루어가 되었습니다.  김 브루어는 “홈브루잉을 즐겼던 ‘맥덕’시절과 비교하면 전문 양조사가 된 지금 맥주에 대한 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김 브루어는 “홈브루잉을 할때는 취미니까 망치면 망치는대로 결과물을 즐겼지만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먹는 맥주를 만드는 지금은 일정한 퀄리티가 꾸준히 나와야되기 때문에 결과를 전혀 즐기지 못한다”며 “예전에는 어떤 레시피로 독창적인 맥주를 만들어볼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어떻게하면 맥주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됐다”고 말합니다. 그의 양조 철학도 “여러번 만들어도 맛의 변화가 크지 않은 맥주, 쉽게 말해 잘 만든 맥주를 꾸준히 내는 것”입니다.  더 이상 맥주를 순수하게 즐길 수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맥주를 직업으로 삼은 일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습니다. 김 브루어는 “물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대기업에 취직해 평범한 길을 간 친구들을 보면서 흔들릴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하지만 맥주를 만들때 발효 과정에서 보글보글 거리는 기포만 봐도 흥분이 될만큼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양조사가 된 것이 행복하다”고 웃었습니다. 이어 “양조작업부터 발효가 끝나기까지 보통 1~2달이 걸리는데, 이렇게 직접 만든 맥주가 세상에 나오면 꼭 내 새끼같다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손님들에게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직업의 매력인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브루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크래프트맥주 열풍이 불면서 현재 크래프트맥주 업계는 한국에서 가장 젋은 산업군 중 한 곳이 되었습니다. 자연히 브루어를 꿈꾸거나 크래프트맥주 쪽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요. 현직 브루어들은 “너무 환상만 보지 말고, 경험을 충분히 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한 후 업계 문을 두드려야한다”고 조언합니다.  김관열 브루어는 먼저 홈브루잉부터 시작해보기를 권합니다. 김 브루어는 “공방이나 집에서 홈브루잉을 해보면서 내가 양조사인지 사업가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이는 맥주양조가 화학과 공학에 대한 상당한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등 이과적 특성이 강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식품공학을 전공한 황지윤·황찬우 브루어는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한 것이 양조 작업을 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이들은 “발효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기 때문에 양조 과정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수월했다”고 돌아봤습니다.   전문적인 양조교육을 받는다면 남들보다 한발 더 앞서갈 수 있습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는 “브루어 직군은 따로 공고를 내는 것보다 지인 추천이나 소개로 채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업계 규모가 작기도 하고, 한국은 미국, 유럽처럼 양조 교육 저변이 넓지 않아 홈브루잉을 하던 ‘맥덕’들이 양조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앞서 김관열 브루어가 지적했듯 홈브루잉과 전문 양조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맥덕’이 양조사로 크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도 미국 UC데이비스나 독일 뮌헨대학교의 양조공학과처럼 양조학을 교육·연구하는 곳이 생겨야겠지만, 현재로써는 국내사설교육기관이나 해외 전문교육기관을 경험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전문적인 양조교육을 마쳤다면 더욱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라고 봤습니다. 직업으로서 현실적인 문제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브루어들은 “아무리 맥주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해도, 업계 전체가 업무 강도에 비해 대우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실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 대표는 “크래프트맥주 열풍이라고는 하지만 양조장 숫자 자체가 많지 않아 업장이 제한적이어서 좋은 브루어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맥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현재는 산업이 성장단계이기 때문에 고생 할 수 있지만 크래프트맥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양조사의 전문성이 인정을 받는다면 대우도 자연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글·사진 울산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이완영에게 성추행 당했다” 기자 출신 A씨의 증언

    “이완영에게 성추행 당했다” 기자 출신 A씨의 증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증언이 나와 파장이 일파만파 커질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30일 대학원에 재학 중인 A(45)씨와 당시 직장 상사였던 언론사 부장의 말을 인용해 이 의원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보도했다. A씨는 당시 25살이던 1995년 5월 초순 노동 관련 전문지 기자로 일하면서 청와대 직속 노사관계위원회 취재과정에서 노사관계위원회 운영과장이던 이의원을 만났다. 취재가 끝난 A씨는 이 의원의 제안으로 고용노동부 사무관 B씨와 함께 3명이 정부과천청사 인근 단란주점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이 의원은 A씨에게 폭탄주 여러잔을 권했고, A씨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A씨는 이 의원의 차 안에 있었고, 이 의원은 자신의 성기를 A씨의 손에 대고 셔츠를 들어 올려 가슴 쪽을 만지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A씨는 소속 언론사 부장에게 이를 알렸지만, 사건은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고 묻혔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년이 지난 상황에서 이를 폭로한 이유에 대해 “이 의원이 개인이 아닌 국회의원”이라면서 “성폭력을 저지른데다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불거진 위증 교사 의혹 등을 볼 때 국회의원이 돼서는 절대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하루 아침에 결정한 것은 아니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얘기를 듣고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다”면서 “총선 당시 불거진 성추행 피해자를 찾아내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수소문해도 당사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 과정에서 ‘이완영 후보가 지난 2008년 대구지방노동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노래방에서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하려고 했다’는 내용이 SNS로 퍼지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A씨의 당시 소속 언론사 부장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서 “당시 A씨가 그런 얘기를 한 것을 분명히 들었고 윗선에 보고했다”면서 “지금 생각하면 큰 오류인데,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개인이 더 큰 상처를 입을까 우려해 사안을 넘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이 의원에게 물어보니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한다”면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취재에 응하는 것도 용납되지 않지만 며칠을 취재한 것 같으니 답은 전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년 전 일을 지금 얘기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정치적인 의도나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홍준표 “국민 고통 주는 북핵 해결 못 한 반기문 대통령 될 수 있나”

    홍준표 “국민 고통 주는 북핵 해결 못 한 반기문 대통령 될 수 있나”

    홍준표 경남지사는 29일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홍 지사는 한때 새누리당 내 대선 유력후보 가운데 한명이었으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홍 지사는 이날 송년 인사차 도청 프레스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2심 재판에서 좋은 결과 나오더라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평생 ‘독고다이’로 살면서 국회의원 4번하고 지사 2번하고, 검사 12년 했으면 내 인생은 성공한 것이다”고 자평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외교부 관료로서는 훌륭할지 모르지만 정치 지도자로서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으로 있을 당시 일어난 ‘김선일 참수 사건’ 때 업무처리 과정을 보고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가장 힘있는 자리에 10년 동안 있었으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힘들게 생각하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지금은 그것을 거론하지 않지만 가장 큰 약점이 그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북핵문제를 해결 못 한 사람이 한국 대통령이 돼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홍 지사는 서울신문이 이날 보도한 경남도 하반기 정기인사의 거제 부시장 발령 뒷말과 관련해서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거제 부시장으로 보낸 공무원은 원래는 거제 부시장으로 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거제 부시장으로 가서 내년에 명퇴하겠다고 했다”며 “정년 10년이 남았는데도 거제시장에 출마할 생각으로 거기 가서 명퇴를 하겠다는 데 그것까지 막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보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홍 지사는 “이제 헌법재판소에 맡기는 게 옳지 헌재 앞에 가서 탄핵을 받으라면서 시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촛불이 탄핵까지 이끌었으면 촛불 소명은 다한 것이고 그다음부터는 헌법 절차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방송이든 인터넷이든 저녁 뉴스는 안 보고 새벽에 일어나 국내뉴스를 전부 다 본다”며 “저녁에 뉴스를 보면 걱정이 돼 잠을 못 잔다”고 했다. 또 홍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관련해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크게 분노하는 이유는 춘향이 인 줄 알고 뽑았는데 향단이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도 “자신은 이도령으로 착각하지만 방자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20~40대 66% “나 혼자 취한다”

    20~40대 66% “나 혼자 취한다”

    평균 맥주 4잔… 혼자일 때 양 줄어 고위험 음주자는 여성이 더 많아 20~40대 10명 가운데 6명은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신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20~40대 국민 중 최근 6개월 내 주류 섭취 경험이 있는 2000명(남자 1028명, 여자 972명)을 조사한 결과 66.1%가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혼술’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이 가운데 25.5%는 6개월 전에 비해 혼술이 늘었다고 답했다. 식약처는 의식주를 혼자 해결하는 1인 가구의 생활상이 음주 문화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1990년 9.0%(102만명)에서 2015년 27.2%(520만명)로 계속 늘고 있다. 혼술 장소로는 85.2%가 집을 선택했다. 남의 눈을 의식해야 하는 주점·호프집(7.2%), 식당·카페(5.2%) 등 외부 장소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혼술하는 이유로는 가장 많은 62.6%가 ‘편하게 마실 수 있어서’를 들었다. 17.6%는 ‘스트레스를 풀려고’라고 답했다. 하지만 ‘함께 마실 사람이 없어서’(7.7%), ‘비용 절감’(5.2%) 등 지갑이 얇고 외로워 어쩔 수 없이 혼자 술을 마시는 이들도 있었다. 혼자서 술을 마실 때는 육류(33.0%), 건포·견과류(26.7%)보다는 값싸고 편한 과자(40.9%)를 안주로 더 많이 먹었다. 대부분 도수가 낮은 맥주를 마셨고 소주, 과실주, 탁주, 위스키가 뒤를 이었다. 주종별 1회 평균 혼술 음주량은 맥주(200㎖) 4잔, 소주(50㎖) 5.7잔, 과실주(100㎖) 2.6잔, 탁주(200㎖) 2.7잔, 위스키(30㎖) 3.1잔이었다. 음주량은 여럿이 마실 때보다 혼자 마실 때 더 적었다. 하지만 응답자의 37.9%는 혼술을 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고위험 음주량 이상을 마셨다. 고위험 음주자는 여성(40.1%)이 남성(35.1%)보다 많았다. 고위험 음주량은 알코올 도수 4.5%인 맥주(200㎖)를 기준으로 남자 8.3잔, 여자 5.6잔에 해당한다. 혼술 경험자들은 혼술로 대인 관계가 나빠질 것(14.2%)과 건강 악화(27.4%)를 우려했다. 한편 응답자의 69.4%는 올해 송년회 계획이 있으며, 93.2%는 송년회에서 술을 마시겠다고 밝혔다. 31.3%는 1차에서, 57.3%는 2차에서, 11.4%는 3차에서 술자리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또 79.8%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음주 문화가 달라졌으며, 이전보다 덜 마시고 저렴한 술을 마시게 됐다고 답했다. 오송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대한항공 기내 난동, 미국에서 발생했다면?···“테러로 규정, 엄중 대처”

    대한항공 기내 난동, 미국에서 발생했다면?···“테러로 규정, 엄중 대처”

    지난 20일 베트남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발생한 회사원 임모(34)씨 취중 난동이 만일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기내에서의 술주정을 테러로 보고 있다”면서 항공사 직원들이 강력하게 대처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술주정도 바로 테러로 보고, 테러 단계의 대처를 하는지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게 되는 거죠”라면서 “정당방위라든지 범죄자에 대한 인식에 대한 대응, 또 주변 승객이 느끼는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굉장히 강력한 제재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미국에서 만약 이 정도 상황이 발생했다면) 과거 기내 동영상을 보면 어쩔 때는 30초도 안 걸리는 것 같다”면서 “5분 이내에 그것(기내 난동)에 대해서 바로 행동을 취하게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임씨가 지난 20일 기내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최초로 난동을 부린 시점은 오후 4시 20분이다. 같은 기내에 있던 여자 승무원과 남자 정비사가 임씨를 제압해서 포승줄과 케이블 타이로 결박한 시간은 그날 오후 5시 20분. 결국 임씨가 난동을 부린 뒤로 그를 결박하기까지 약 1시간이나 걸렸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술주정을 하는 승객에 대한 제재가 늦은 이유에 대해 정 교수는 “우리는 그런 데 대해서 약간 좀 관행적으로 관대한 편”이라면서 “또 술주정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항공사가) 이것을 테러나 어떤 문제로 보지 않고 단지 술주정으로 보는 게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VIP 고객에게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항공사의 잘못된 태도와 성차별적인 승무원 채용 문화도 이 문제의 원인으로 제기됐다. 임씨는 당시 대한항공 여객기 KE480편 프레스티지석에 탑승하고 있었다. 정 교수는 “승객에게 서비스를 하던 사람한테 갑자기 돌변해서 ‘미란다 원칙’을 읽어주고, 그 사람(기내 난동 승객)을 제재한다는 건 아주 많은 경험을 하지 않은 승무원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또 승무원도 겁도 나는 건 마찬가지이다. 2·30대 여승무원들이 겁이 안 날 수가 없다”라면서 “(항공사도) 되도록이면 남자 승무원을 태우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남녀 승무원) 인원 비율이라든지 이런 걸로 볼 때 안 되는 경우도 다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임씨가 비즈니스석의 승객이었기 때문에 강력하고 신속하게 대처하기 못했다는 지적에 동의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임씨에게 강력하게 대처했을 경우에 아까 말한 대로 다치거나 하면 회사에서는 승무원들에게 왜 일을 크게 만들었느냐 문책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제압을 신속하게 했다가 그 승무원이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강력히 못 하는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임씨는 지난 20일 낮 2시 20분 베트남 하노이공항을 출발해 오후 6시 3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인 대한항공 여객기 KE480편 프레스티지석에서 양주 2잔 반을 마셨다. 그런 뒤 오후 4시 20분부터 2시간 가량 옆자리 승객의 얼굴을 때리고, 승무원들에게 침을 뱉고, 주변 좌석을 발로 차고,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린 혐의(항공보안법 위반 및 형법상 폭행)로 불구속 입건됐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경찰 “대한항공 기내 난동 30대 남성, 탑승 전에도 양주 마셨다”

    경찰 “대한항공 기내 난동 30대 남성, 탑승 전에도 양주 마셨다”

    지난 20일 베트남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만취 상태로 난동을 부린 회사원 임모(34)씨가 여객기 탑승 전 이미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박민수 인천국제공항경찰대 수사과 팀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 타기 전에도 양주를 몇 잔 마셨다’라고 인터뷰를 저랑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씨가 여객기 탑승 전 마신 술의 양은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임씨는 지난 20일 낮 2시 20분 베트남 하노이공항을 출발해 오후 6시 3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인 대한항공 여객기 KE480편 프레스티지석에서 양주 2잔 반을 마셨다. 그런 뒤 오후 4시 20분부터 2시간 가량 옆자리 승객의 얼굴을 때리고, 승무원들에게 침을 뱉고, 주변 좌석을 발로 차고,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린 혐의(항공보안법 위반 및 형법상 폭행)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같은 여객기에 타고 있던 ‘나우 앤 포에버’로 잘 알려진 미국의 팝 가수 리차드 막스(53)는 대한항공 측이 난동을 피우는 임씨를 4시간 동안 제압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하지만 박 팀장은 “(리차드 막스가 말한) 4시간은 비행기 총 운항 시간을 그렇게 얘기한 것 같다”면서 “(임씨가) 최초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게 (지난 20일) 오후 4시 20분이고, 오후 5시 20분에 (대한항공 승무원과 정비사 등이) 피의자를 제압해서 결박한 시간이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소란을 피운 시간은 한 시간 정도 되고, 결박 당한 후에 고성을 지르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2시간 정도 소란을 피웠다고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또 “임씨가 소란을 피울 당시 기내에는 남성 승무원은 없었고, 남성 정비사가 한 명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임씨가 술에 취해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해 일단 귀가시켰으며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박 팀장은 “조사 자료를 충분히 만들어서 금주 내로 소환해서 (다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기내 난동 막은 팝스타 “승무원 대처 미숙”

    기내 난동 막은 팝스타 “승무원 대처 미숙”

    피의자는 30대 기업대표 아들… 술 취해 1시간 동안 폭행·폭언 대한항공 “규정대로 대응” 해명 베트남 하노이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기내 난동이 1시간이나 지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의 유명 팝발라드 가수 리처드 막스(53)는 난동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1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하노이에서 인천으로 오던 KE480편에서 프레스티지석 A물산 2세 임모(34)씨가 다른 승객에게 시비를 걸고 얼굴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륙 후 1시간 40분이 지났을 때쯤 임씨가 옆 승객에게 시비를 걸고 얼굴을 손으로 때렸다”며 “사무장이 제지에 나섰지만 폭행과 욕설을 계속해 승무원과 승객들이 테이저건과 포승줄을 이용해 임씨를 제압했다”고 설명했다.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는 임씨는 베트남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임씨는 탑승 전 공항 라운지에서 양주 3~4잔을 마시고, 기내에서 양주 두 잔 반을 더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한 차례 제압을 당한 뒤 포승줄에 묶여 있다가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줄을 풀게 하고 다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20분에 시작된 임씨의 난동은 1시간이 지난 오후 5시 20분에야 끝이 났다. 임씨는 포승줄로 2차 제압을 당한 뒤에도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계속했다. 임씨는 인천공항 도착 직후 인천국제공항경찰대에 넘겨져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일각에서는 승객 난동 제지 과정에서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던 리처드 막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승객이 다른 탑승객을 공격했다”면서 “나와 아내는 괜찮지만 승무원 1명과 승객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든 여성 승무원이 이 사이코를 어떻게 제지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고 교육도 받지 않았다”며 “나와 다른 승객들이 나서 난동 승객을 제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리처드 막스의 아내 데이지 푸엔테스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승무원 누구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고 난동 승객을 통제하지 못했다”며 “비행 4시간 동안 무서웠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규정에 맞게 문제의 승객을 제압했고 도착 후 경찰에 인계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서울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대한항공 기내 난동 30대는 A물산 2세…침 뱉고 발로 차고 ‘충격’

    대한항공 기내 난동 30대는 A물산 2세…침 뱉고 발로 차고 ‘충격’

    ‘대한항공 기내 난동 사건’의 피의자는 A물산 2세 임모(34)씨로 확인됐다. 임씨는 20일 오후 2시 20분 베트남 하노이공항을 출발해 오후 6시 3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인 대한항공 여객기 KE480편 프레스티지석에서 술에 취해 옆자리 승객인 한국인 B(56)씨의 얼굴을 때리는 등 2시간가량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기내에서 양주 2잔 반가량을 마시고 난동을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네티즌이 공개한 영상에는 충격적인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임씨는 자신을 포박하는 승무원에게 “그만해 XX야” “야 네 매출이 어떻게 생기는지 아냐?” “하고 싶은데로 한번 해봐라”등의 욕설을 퍼부으며 얼굴에 수차례 침을 뱉었다. 또 난동을 말리던 객실 사무장 C(36·여)씨 등 여승무원 2명의 얼굴과 복부를 때리고 정비사에게 욕설을 하며 정강이를 걷어찼다. 임씨는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임씨를 항공보안법 위반 및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술에 취해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해 임씨를 보호자인 아버지에게 인계해 일단 귀가시켰으며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임씨가 이용한 베트남∼인천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은 비즈니스석과 동급으로 가격은 편도 191만∼238만원 가량으로 전해졌다. 이를 접한 시민들은 분노했다. “기내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죄냐. 승무원들 위로하고 싶다”, “양주 2잔 반 마신 것 맞냐. 제 정신이냐”, “저 짓을 하고도 그냥 집에 보냈다는 게 더 충격이다”, “사회에서 매장당하게 해주마”, “나라 망신이다”, “돈이면 다인줄 아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스켈레톤 간판 윤성빈 “모든 월드컵 수상 목표”

    스켈레톤 간판 윤성빈 “모든 월드컵 수상 목표”

    “이번 시즌 목표는 모든 월드컵 대회에서 수상하는 것이다.” 최근 캐나다와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1, 2차 대회에서 금과 동메달을 딴 한국 스켈레톤 간판 윤성빈(22·올댓스포츠)이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이같이 다짐했다. 윤성빈은 “1차와 2차 월드컵 모두 시즌 시작할 때 (올해 모든 대회에서 메달을 따겠다는) 개인 목표를 세웠다. 이를 이룰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지난 시즌을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에 이어 2위로 마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번 시즌 두 차례 월드컵도 모두 두쿠르스를 제치고 메달을 땄다. 그는 “두쿠르스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 선수만이 경쟁 상대가 아니다. 2차 대회에서 그가 3등 한 것만 봐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은 “벌써 1등이 돼 (견제받는 것보다는) 2등, 3등으로 쫓는 게 낫다. 평창을 앞두고 너무 빨리 올라가는 게 좋지만은 않다”는 견해도 보였다. 하지만 윤성빈은 “경기 때 마음은 언제나 같다. 도전자이고 딱히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올 시즌 윤성빈의 과제는 유럽 코스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는 “미주 트랙은 훈련도 많이 하고 경기도 자주 해 몸이 기억한다”면서 “하지만 유럽은 경기 있을 때만 타서 이번에 많이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봅슬레이 2인승 세계 1위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BS연맹)는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 원윤종이 잔 부상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대신 김진수(21)·오제한(25·이상 국군체육부대)·전정린(27·강원도청)과 함께 한 4인승에서 월드컵 역대 최고인 5위를 기록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대표팀은 이달 말 다시 출국해 내년 초 독일에서 열릴 월드컵 3차 대회를 준비할 계획이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교통안전 행복운전] 술소주 5잔, 정신은 멀쩡한 것 같은데… 마음과 따로 노는 팔다리…나는 결국 범퍼를 부수고 말았다

    [교통안전 행복운전] 술소주 5잔, 정신은 멀쩡한 것 같은데… 마음과 따로 노는 팔다리…나는 결국 범퍼를 부수고 말았다

    자리가 잦은 연말이다. 들뜬 기분에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도 많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해마다 25만건이 넘는다. 이 수치는 단순히 단속에 걸린 건수에 불과하다. 실제 일어나는 음주운전은 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음주운전 때문에 발생하는 교통사고도 매년 2만건이 넘는다.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2만 4397건. 이로 인한 사망자는 583명, 부상자 수는 약 4만명이었다. 술을 마시면 얼마나 판단이 흐려지고 위험한지 직접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봤다. 실험은 지난 14일 경기 화성의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하승우 교수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음주 전후로 나눠 긴급상황 대처능력, 차선 이탈, 인지능력 등을 측정했다. 교육용 차량으로 실험했고, 돌아오는 길은 대리운전을 했다. ●술 마시기 전 모든 실험 무사통과 먼저 정상적인 상태에서 교관의 차를 따라 6개의 Z 코스를 연속해 빠져나가는 실험과 콘(원뿔) 모양의 도로 유도봉 10개를 지그재그로 피해가는 운전을 해 보았다. 하나도 넘어뜨리지 않고 간단하게 성공했다. 이어서 교관의 차량과 일정 거 리를 유지하면서 좌우로 회전하는 코스 운전을 했다. 시속 40~50㎞로 달렸지만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주행할 수 있었다. 주행 중 전방 50m 앞에 놓인 안전봉을 피하는 긴급상황 대처능력 실험에서도 차가 흔들리기는 했지만 세 차례 모두 안전봉을 피해갈 수 있었다. 다음은 점심 식사와 함께 소주 5잔(평소 주량 소주 1병)을 마시고 20분 뒤 운전대를 잡았다. 술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은 받았지만 어지럽거나 졸립지는 않았다. 걸음걸이도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만만했다. 음주운전이기 때문에 조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정신은 더 멀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교관이 탄 선도 차량을 따라 일반 코스를 시속 50㎞ 정도로 달렸다.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곡선 코스에 진입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나도 모르게 교관 차량 꽁무니를 바짝 따라가고 있었다. 거리 감각이 떨어진 탓이다. 교관이 연신 무전기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라고 호통을 쳤다. 500m 정도 주행하는 동안 네 번이나 덜컹거렸다. 차선을 이탈했다는 신호다. 일반 도로였다면 바퀴가 도랑에 빠진 것이다. ●동영상 보기 전까진 위험성 인지 못해 다음은 위험물 통과 실험. 음주 전에는 가뿐하게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잘 통과한 것 같았는데 Z 코스에서 뒷바퀴가 4차례나 걸렸다. 지그재그로 유도봉을 빠져나가는 실험에서는 절반을 쓰러뜨렸다. 심지어 앞바퀴로도 넘어뜨렸다. 긴급 상황을 가정한 실험은 음주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시속 50㎞로 달리다가 전방 유도봉을 발견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그대로 치고 나갔다. 인지능력이 떨어져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이 길어졌고, 위험물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꺾는 시간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시도했다. 이번에는 조수석 앞 범퍼로 그대로 치고 나갔다. 결국 범퍼가 깨져 타이어에 끼이는 바람에 실험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30여분간 음주운전을 한 뒤 내려왔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계속 운전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교관이 찍은 동영상과 인지능력 테스트 결과를 보고는 아찔했다. 만약 유도봉이 사람이었다면 멀리 튕겨나갈 정도의 중대 사고로 이어질 것이었다. 운전 당시에는 유도봉이 살짝 스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앞 범퍼가 완전히 깨진 것으로 보아 충격이 컸던 것으로 짐작됐다. ●음주 후 흥분 고조… 사라진 절제력 술을 마시면 행동이 성급해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코스를 빠져나오는 실험에서 걸리는 시간이 20초에서 14초로 빨라졌고, 나도 모르게 핸들을 과도하게 꺾는 것이 느껴졌다. 차선을 이탈한 뒤 교관에게 다시 시도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가 하면, 운전 중 불필요한 행동도 보여줬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여전히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도 나타났다. 교관이 술을 마시고도 운전을 잘한다고 하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한 잔 더 마신 뒤 운전해 보라며 남은 술을 권하자 덥썩 받아 마시는 등 절제력은 떨어지고,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 운전대를 잡는 전형적인 음주운전자의 행태를 따라 하고 있었다. 대리운전으로 돌아와 한숨 푹 자고 일어났지만 저녁 식사 때까지 입에서 술 냄새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화성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꽃놀이패 승리 “빅뱅 10년 활동 중 제일 힘들다” 고난의 흙길행

    꽃놀이패 승리 “빅뱅 10년 활동 중 제일 힘들다” 고난의 흙길행

    ‘꽃놀이패’ 빅뱅 승리가 ‘흙길’ 체험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19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꽃놀이패’에서는 흙집에서 잠을 잔 뒤 아침밥을 먹는 조세호, 서장훈, 유병재, 승리, 걸스데이 민아, 헬로비너스 나라의 모습이 그려졌다. 승리는 YG엔터테인먼트 후배 강승윤 때문에 흙길로 가게 됐다. 강승윤은 그를 꽃길에서 흙길로 보내며 악마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에 승리는 “강승윤, 내가 복수할 거야”를 외치며 차디찬 흙집으로 향했다. 그런 그를 기다리던 이가 또 있었으니 승리 때문에 흙집에서 하루를 보낸 안정환이었다. 안정환은 환승권을 이용해 꽃길 행을 택한 뒤 “승윤이가 너 안 보냈어도 내가 너 부르려고 했다. 너에 대한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며 뒤끝을 보였다. 차디찬 흙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승리는 살기 위해 꽁꽁 언 사과를 베어 물었다. 승리는 “거짓말 안하고 빅뱅 10년 활동 중 오늘이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힘들다고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에 조세호는 “너에게도 다시 한 번 파이팅 할 수 있는 시간이 온거네”라고 위로했다. ‘꽃놀이패’는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사진=SBS ‘꽃놀이패’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위下野’ ‘최순실’ ‘장시호’...망년회 건배사가 달라졌다

    ‘위下野’ ‘최순실’ ‘장시호’...망년회 건배사가 달라졌다

    위(we) 하야(下野), 최순실, 장시호, 자괴감, 퇴근해… 송년 모임 시즌이다. 올 송년회 자리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한 해학적인 건배사가 인기다. 이전에는 건강, 성공 그리고 소통과 화합을 기원하는 재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면, 올 연말엔 ‘최순실 게이트’를 빗댄 풍자적 주제가 주류를 이룬다. ●건배사 점령한 ‘최순실 게이트’건배사 ‘최순실’은 최대한 마시자 / 순순히 마시자 / 실려 갈 때까지 마시자이다. 최씨 조카인 ‘장시호’의 이름에서 따온 장소 불문 / 시간 불문 / 호탕하게 마시자도 인기 건배사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2차 담화에서 나온 ‘자괴감’도 새로운 건배사 대열에 들었다. ‘자괴감’은 자, 마시자 / 괴로움 잊고 마시자 감동의 새 날까지로 눈길을 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빗댄 ‘퇴근해’, ‘대통령이 바뀐 해’라는 의미의 ‘바뀐해’도있다. ●정권 초 청와대 인기 건배사는 ‘박근혜’였는데…정권 초기 청와대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 건배사는 ‘박근혜’다. 그 뜻은 박수 받는 대통령 근심 없는 국가 / 혜택 받는 국민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이후 지지율이 4%까지 떨어진 지금 뜻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박수칠 때 떠나라 / 근심 많은 국가 / 혜택 없는 국민박 대통령이 지난 9월 장·차관 워크숍 이후 만찬에서 한 ‘비행기’ 건배사도 다시 송년회에 등장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설명한 의미는 비전을 갖고 / 행하면 / 기적을 이룬다였지만, 이제는 이렇게 바뀌었다. 비전도 없고 / 행실도 나쁘고 / 기가 찬다최고 권력층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 정서가 묻어난다. 건배사의 달인 ’알까기 건배사 200‘의 저자 윤선달(56)씨는 “건배사는 건전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때와 장소에 맞는 건배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너무 진지한 내용보다는 가벼운 뜻과 함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압축과 반전의 문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배사는 사람들을 집중시켜 잔을 부딪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모임에서 갑자기 건배 제의를 받으면 당황하게 된다. 상황에 맞는 건배사 몇 가지를 알아두면 매우 요긴하다. 윤씨는 송년과 신년 모임에 어울리는 건배사를 소개했다. 스마일 ’스쳐도 웃고 마주쳐도 웃고 일부러 웃자‘우하하 ’우리는 하늘 아래 하나‘모바일 ’모든 것 바라는 대로 일어나‘올버디 ’올해도 버팀목 되고 디딤돌 되자‘올보기 ’올해도 보람 차고 기분 좋게‘웃기네 ’웃음과 기쁨이 네게로‘해당화 ’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신대방 ’신년에는 대박 맞고 방긋 웃자‘송년 모임에서 술은 마시는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분위기에서 정을 나누고 소통하느냐가 중요하다. ’오바마‘ 라는 건배사를 잘못 사용해 곤욕을 치른 인사도 있었다. 소통과 화합의 자리에서 건배사로 인해 서로 얼굴을 찌푸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 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아랍 왕자의 모닝커피, 차원이 다르다

    아랍 왕자의 모닝커피, 차원이 다르다

    구름 위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어떤 느낌일까? 갑부 중에 갑부들이 모여 있다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왕세자가 일반인은 흉내 내기도 어려운 일상을 공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2008년 두바이 왕세자로 공식 임명된 셰이크 함단 빈 모하메드 알 막툼(34·이하 함단)은 최근 자신의 SNS에 구름을 발아래 깔고 차를 마시는 모습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그는 깔끔한 흰색 의상을 입고 있으며 한 손에는 커피잔을 쥐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그의 뒤로 펼쳐진 배경이다. 두바이 시내 곳곳에 자리잡은 수많은 고층빌딩들이 구름 위를 뚫고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알려진 부르즈 칼리파도 포함돼 있다. 그가 사진을 찍은 시간은 일출 무렵으로, 왼쪽에는 떠오르는 해가, 오른쪽에는 구름 위로 삐죽 솟은 초고층 빌딩들의 지붕을 볼 수 있다. 이를 소개한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신비로운 구름 담요를 볼 수 있는 초고층 빌딩의 가장 높은 곳에는 아무나 올라갈 수 없다”면서 “이 사진은 두바이 왕자가 가진 부(富)와 낭비벽을 알게 해준다”고 전했다. 실제로 포브스 등 경제지에 따르면 함단 왕자와 아버지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라시드 알막툼(67) 일가의 전 재산은 약 278억 달러(약 32조 47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세계 최고 빌딩 부르즈 칼리파와 인공섬 팜 주메이라 등 두바이의 현대적 건설사업을 이끌었다. 이중 함단 왕자는 2009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왕족’ 4위에 오른바 있으며, 44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SNS 스타이기도 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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