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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출판예비학교’ 26명 첫 배출

    ‘서울출판예비학교’ 26명 첫 배출

    “나 떨고 있니?”출판계에 소문이 퍼졌다.“웬만큼 이 바닥에서 굴렀다는 사람보다 한국어 실력이 더 낫다더라.”,“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도 잘해서 번역에 문제 없다더라.”이런 소문을 몰고 온 출판계의 젊은 피, 서울출판예비학교 1기생들이 7월부터 드디어 현업에 투입됐다.6개월간의 담금질 끝에 배출된 졸업생 26명이 그들이다. 좋은 책에는 필자뿐 아니라 ‘제대로 된 편집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출판시장의 영세함 때문에 공채제도가 없어서다. 그러다 보니 출판계 지망생들은 방법을 몰라서, 출판사는 한창 현장에서 뛸 2∼3년차 직원들을 구하지 못해 애태웠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것이 바로 서울출판예비학교.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강성남·정연호기자 ■ ‘서울출판예비학교’ 어떤곳 ‘서울출판예비학교’란 노동부로부터 3억원을 지원받아 176개 출판사가 만든 ‘중소기업 직업훈련 컨소시엄’이다. 민음사·김영사·창비 등 국내 주요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가 만들었다. 수강생들은 ‘교육훈련생’ 자격이기 때문에 월 30만원과 점심 식비를 받는다. 배우는데다 웃돈까지 얹어준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하루 6시간씩 주5일간 교육의 강행군이다. 지금 당장 내놔도 책 한권 뚝딱 만들 수 있는 편집자를 내놓겠다는 게 목표이다 보니 교육은 철저하게 실습 위주다. 물론 매번 실습 때마다 냉정한 평가가 뒤따른다.5개팀으로 나뉜 이번 교육생들은 팀별로 책 1권씩을 만들었고, 또 공동으로 참가한 ‘서양문명의 힘-기독교’는 정식 출간을 앞두고 있다. 출판인회의는 1기의 성공에 고무돼 있다. 그래서 내년 과정은 더 세밀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론과 실무 수업의 비율이나 순서 등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보완하고, 지금보다 선발인원을 좀더 줄이는 대신 상·하반기 두차례로 나눠 뽑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더 세부적인 교육을 위해서다. 출판예비학교의 목표는 하나 더 있다. 출판인회의 사무국 노승현 팀장은 ““예비학교 졸업생들은 어쨌든 ‘기수’가 있기 때문에 이들끼리 뭉치면 출판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1기 졸업생들 사이에서 소소한 모임이나 스터디가 만들어진다고 하니 일단 성공이다. ■ 새내기 ‘세계사’ 이소영씨 교육을 마치고 ‘세계사’에 취직한 이소영(25)씨는 자신을 ‘운 좋은 여자’로 표현한다. 이씨의 대학전공은 ‘항공우주’다. 어릴 적부터 편집을 꿈꿨다지만, 그동안 ‘공순이’로 살아왔기에 방법을 찾지 못했다.“친구가 출판사에 들어가는 걸 보고 어렵게 용기를 냈는데, 출판쪽은 모집공고가 나오는 게 아니니까 알아볼 곳도 없고, 정말 답답했어요.”이런 저런 출판 관련 동호회니 모임이니 하는 곳에 기웃거리기도 하고 혼자 끙끙 준비했지만 맥풀릴 수밖에. 그러다 우연히 출판예비학교 소식을 듣고 들어갔는데 역시나 충격이었다.“모두들 ‘오라’가 넘치는 게 제일 당황스러웠어요.” 동기생들은 평소 인문학이나 출판쪽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이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정말 매일매일이 부끄러웠어요. 같은 팀 (신)두영 언니한테 충고도 듣고 이런 책은 좀 읽으라고 면박도 듣고…. 아는 게 없으니까 처음에서 끝까지 일일이 다 물어봤거든요.” 그 덕에 성과는 있었다.“그래도 막판 교정·교열 시험 때는 2등을 해서 조금은 잘난 척할 수 있었어요.” 고민도 없진 않았다. 취업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씨는 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인정받아 교육 중간에 일찌감치 채용이 결정됐다.“출판 현업에서 뛰시는 교수님들이 적성을 보고 적당한 출판사를 추천해주시고, 세심하게 상담해주니까 별 문제는 없었는데, 대우가 문제였죠.” ‘월80만원’ 준다는 얘기까지 들렸다.‘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밖에. “그래도 고마운 건 교수님들이 ‘일정 수준 이상 대우 안해주면 안 보내겠다.’면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생각보다는 후한 보수’를 받게 됐단다.“길을 몰라 걱정되시더라도 힘 내시고, 또 언젠가 내놓을 제 책도 기대해주세요.” ■ 재교육 받은 ‘북21’ 이용우씨 ‘북21’에 들어간 이용우(35)씨는 이미 출판 경험이 있다. 대중음악평론가로서 일간지에 기고도 하고, 한국 대중음악을 다룬 책도 몇권 냈다. 또 대중음악 웹진의 편집위원도 했다. 어깨너머로라도 출판쪽 일을 접해볼 기회가 있었다.“술자리에서 농담처럼 ‘나도 출판사나 해볼까.’하다가 출판예비학교 소식을 듣고는 지원했죠. 처음이라 그나마 경쟁률이 낮을 때 들어와서 다행이에요.” “얼추 따져보니까 대학 1년 과정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과정이더라고요.” 처음에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고생했지만, 무엇보다 ‘편집자’를 재발견하는 수확은 있었다.“흔히 생각하듯 저도 필진 선정하고 교정교열하는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해보니 ‘제2의 저자’라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편집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 거죠.” 원고의 수준이란 게 워낙 천차만별이라서다. “동기들 중에는 ‘저자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는 사람도 있어요.” 교육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든든한 지도교수들. 선발·교육·취업에 이르기까지 출판예비학교가 신경을 써주니 거의 ‘원스톱 서비스’다. “거기다 AS까지 해주신다던데요. 현업에서 어려움 겪으면 언제든지 전화달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가 북21에서 담당하게 된 분야는 ‘21세기북스’의 경제·경영서적 분야.‘전공’이랄 수 있는 대중문화쪽과는 어울려보이지 않는다. “대중문화나 예술·인문쪽이 낫다고는 할 수 있는데, 어쨌든 경제·경영파트가 지금 제일 잘 팔리는 쪽이니까 이쪽에서 출판의 ‘실제’를 한번 겪어보고 싶습니다.” 잘 팔리면서도 가치있는 책을 꼭 내보고 싶다는 게 이씨의 소망이다.
  • 고소득작목 녹차 ‘천덕꾸러기’로

    웰빙(건강) 바람을 타고 소득작목으로 뜨던 녹차가 과잉재배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19일 전남도와 보성군에 따르면 녹차 수매를 전담했던 보성군 관내 10개 대형 가공업체들이 올해 관내에서 생산된 녹차만 수매를 하고 다른 지역 수확량을 거부했다. 이들 가공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녹차 재고량이 쌓이면서 부담을 느껴 올해 처음으로 수매를 중단했다. 이 불똥은 자동화된 가공공장이 없는 순천이나 해남·장흥 등 재배농가들로 튀었다. 일부에서는 수제차로 만들어 팔거나 생잎을 따는 수확 자체를 포기했다. 생잎은 수확한 지 12시간 안에 불에 볶는 등 1차 가공이 돼야 신선도가 유지된다. 대개 2∼3번째 따는 생잎의 경우 기계로 수확해 음료수나 종이봉지에 담아 일회용 차로 소비된다. 이 여파로 올해 녹차 생잎값은 ㎏당 1500원선으로 지난해 2200원에 비해 46.7%가 폭락했다.2004년에는 1800원이었다. 전남도는 녹차를 소득작목으로 보고 ㏊당 1500만원씩 해마다 10억원을 지원,50∼60㏊씩 녹차밭을 늘려 왔다. 녹차밭은 지난해 1600㏊에서 올해 1870㏊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보성군 885, 구례 286, 순천 212, 해남 103㏊ 순이다. 하지만 녹차 가공공장을 세우지 않고 재배지만 늘려 가격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성군 관계자는 “녹차시장이 지난해부터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들어섰고 지금도 녹차값이 비싼 편”이라며 “지자체들이 판로대책 없이 앞다퉈 녹차를 심고 있어 녹차 대란도 점쳐진다.”고 말했다.보성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청포도 송이마다 사연도 알알이

    청포도 송이마다 사연도 알알이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이육사의 시 ‘청포도’중에서) 오락가락하는 장맛비사이로 슬그머니 찾아온 7월. 초록빛 옷으로 갈아입은 들판의 초목들이 왕성한 생명력을 뽐내는 계절이다. 대부분의 초목들에게 초록은 결실을 위한 과정이지만, 청포도에겐 결실 그 자체. 새콤달콤한 청포도 알맹이를 생각만 해도 어김없이 입안에 침이 괸다. 지금쯤 시골마을 포도밭에서는 청포도가 ‘주저리 주저리’열리고 있을까. 아마도 포도밭 주변을 온통 싱그런 향기로 뒤덮고 있겠지. 두고온 고향마을을 생각나게 하는 과일. 청포도를 만나기 위해 국내 포도생산 1번지, 충청북도 영동군 심천면을 찾았다. 글 사진 영동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청포도 주산지 충북 영동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배경이 된 곳은 경상북도 영일군 도구리. 일본인이 경영하는 대규모 포도밭이 있던 곳이다. 항일운동과 구금생활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도구리에 내려온 이육사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포도밭을 보며 시상(詩想)을 떠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첫구절에도 나오듯,7월의 시골마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 청포도. 그래서 첫사랑 순이와 서리를 함께 했던 추억이 담겨 있다. 너 하나, 나 하나…. 하지만 요즘은 옛날만큼 청포도가 흔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 영동의 ‘보만개’마을 심천리 우리나라 포도의 주산지 중 한 곳인 충북 영동군. 유명한 포도생산지인 심천리와 주곡리, 마곡리 등을 아우르고 있는 곳이다. 장마철 한가운데 유난히 뜨겁고 무더웠던 6월28일. 보만개땅으로 알려진 심천리의 심천농장(043-742-2476)을 찾았다. 보만개는 사질토를 뜻하는 이곳의 사투리. 금강의 지천인 날근이강이 휘돌아 나가면서 실어나른 사질토가 쌓여 만들어진 곳이다. 3700평에 달하는 심천농장에서 청포도가 재배되고 있는 면적은 500평 남짓.20%가 채 못되는 면적이다. 수확을 앞둔 청포도를 돌보던 심천농장 주인 조성묵(50)씨는 “판로가 있어야 많이 재배를 하지요.”라며 우리곁에서 청포도가 멀어지는 원인을 진단했다.“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몇년 전만 하더라도 포도수매가 이뤄지는 공판장에 청포도를 내놓으면 상인들이 물건취급도 안했어요.” # 향기로 먹는 청포도 사실 청포도는 캠벨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붉은색 적포도에 비해 당도와 향이 뛰어나다. 특히 ‘향기로 먹는다.’고 할 만큼 청포도의 향기는 상큼하기 이를 데 없다. 문제는 포도를 찾는 사람들의 입맛이 적포도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 대부분의 농가에서 적포도를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적포도의 값은 싸졌던 반면, 청포도는 갈수록 재배면적도 줄고, 값도 비싸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나마 최근 들어 사람들이 점차 청포도를 찾고 있는 추세다. 경제사정이 넉넉해지면서 값은 다소 비싸지만 맛과 향이 뛰어난 청포도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청포도는 ‘로자리오 비앙코’,‘네오 마스카트’ 등 대부분 유럽산이 주종을 이룬다.‘청수’라는 국산 품종도 있긴 하지만, 껍질에 살점이 많이 묻어나와 먹기가 불편한 탓에 농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요즘 출하되는 청포도는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들이다. 청포도가 제맛을 내기에 적당한 온도는 섭씨 15도 정도. 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닐하우스에 열풍기를 달고 가온(加溫)을 한다. 또 ‘GA처리’라는 성장촉진호르몬을 주입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과정들이 청포도의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처음 출하되는 5월쯤엔 1㎏짜리 한상자의 수매가가 12만원, 시중가격은 2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일반 가정에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비닐하우스에 가온을 하지 않아도 되는 7월쯤 들어서는 1㎏당 수매가가 7000원 정도로 대폭 줄어든다. 노지에서 생산된 청포도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7월말쯤 되면 가격이 더욱 내려가기도 한다. # 심천리 청포도 많이들 드셔유 일조량과 함께 포도의 당도가 높아지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낮과 밤의 기온차. 내륙의 고산지역에 위치해 있어 밤낮의 기온차가 큰 심천리 등에 포도 생산지가 밀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곳의 토양이 포도의 생육과 성장에 좋은 사질토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 심천리에서 30년 넘게 포도를 재배해 왔다는 김성광(54·011-466-6075)씨는 “연륜이 있는 포도 장사꾼들은 심천산 청포도라면 셋째딸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가듯, 두말없이 가져간다.”며 자랑이다. 사람이 자라난 환경은 훗날 그가 어떤 향기를 내는 사람이 되는가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포도의 경우도 마찬가지. 송이마다 고르게 당분을 쌓게 하는 기온차, 사질토의 비옥한 토양속에서 청포도는 달고 향기롭게 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민의 정성이 아닐까. 이제야 김씨의 목에 둘러진 수건의 의미를 알겠다. 비록 포도송이처럼 맺혀진 땀방울을 닦는 도구에 불과하지만, 사실은 자식보듬듯 청포도를 키워내는 농민의 정성을 담고 있었던 것. # 알아두면 좋은 몇가지 ●농협 심천지점 경제부에 주문하면 ‘사탕’이라 할 만큼 달고 향기로운 심천포도를 맛볼 수 있다. 전화번호는 (043)742-6090. ●영동 군민들의 기업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와인 생산업체 ‘와인 코리아’의 ‘샤토마니’를 방문해보자. 이 업체에서는 매년 포도 수확철이 되면 포도밭과 와인제조공장을 구경하는 ‘와이너리 투어(winery tour)를 개최한다. 서늘한 토굴속에서 숙성되고 있는 수만병의 와인이 장관이다. 문의 (043)744-3211∼5.(02)572-9287. ■ 화이트 와인 만들어 볼까 나만의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영동군 주곡리의 와인코리아(wine-korea.com)를 방문했다. 영동산 포도만을 사용해 ‘샤토마니’란 브랜드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다. 샤토(chateau)는 성(城)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니는 영동의 명산 마니산을 뜻한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사람이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면 ‘샤토미아’쯤 될까. 자, 이제 맛있는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 보자. 시중에 나와있는 청포도의 당도는 대체로 16∼17브릭스(BLX). 알코올 도수 10도의 와인을 만들기 적당한 당도다. 다음은 여운신(61) 와인코리아 부사장이 알려준 화이트 와인 제조법. 준비물은 청포도와 설탕, 덮개로 쓸 비닐 혹은 랩, 그리고 항아리처럼 주둥이가 작은 용기 등이다. (1)청포도 10㎏짜리 1상자를 준비한다. 포도알을 모두 딴 다음,800g∼1㎏의 설탕과 함께 버무린다. 포도알과 껍질이 분리될 정도만 버무리면 된다. 설탕이 필요한 것은 농가에서 약간 덜익은 포도를 출하하기 때문. 당도가 맞아야 원하는 도수의 알코올을 얻을 수 있다. (2)준비된 용기에 버무린 청포도를 넣고 랩이나 비닐을 씌운다. 바늘을 이용해 비닐 등에 5∼6개의 조그만 구멍을 뚫는다. 공기가 들어가면서 발효가 시작된다. (3)밤이건 낮이건 온도가 20도이상되는 곳에다 보관한다. 여름이라도 밤기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에는 전기장판 등을 둘러 온도를 맞춰준다. (4)1주일정도 지나면 포도알은 발효되어 밑으로 가라앉고 껍질만 위로 뜬다. 포도의 껍질부분에 흰곰팡이가 끼기전, 삼베 등을 이용해 즙만을 짜낸다. 여기까지가 발효단계. (5)이제부터는 숙성단계다. 포도즙을 다른 용기에 옮겨 담는다. 이때 포도즙이 마개역할을 하는 비닐과 맞닿을 정도로 용기속에 가득차야 한다. 또 이제부터는 용기안으로 공기가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6)10∼15도를 유지할 수 있는 서늘한 곳에다 6개월가량 보관한다. 보관중에 비닐이 불쑥 솟아오르면 아직도 발효가 진행중인 것. 이때는 바늘 등으로 공기를 뺀 다음, 다시 비닐을 덮어둔다. (7)세월이 흘러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용기의 아래쪽에 담을 것을 준비한 다음, 용기에 호스를 꼽아 아래로 원액을 빼낸다. 포도찌꺼기 등의 침전물을 분리하는 과정이다. (8)포도주 등 발효주는 보관과정에서도 공기에 노출되면 맛이 떨어진다. 포도주 제조공장에서는 와인병속에 질소를 넣어 공기를 완전히 배출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그럴 수 없으므로, 준비한 병에 원액을 가득 담는 것이 요령. (9)정확히 제조과정을 지켰다면,6ℓ정도의 화이트 와인이 만들어 졌을 것이다. 이제 예쁜 와인병에 옮겨 담으면 나만의 화이트 와인 완성.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을 냉장보관(17∼18도가 적당)한 다음, 생선회나 생선요리 등과 곁들여 먹는다.
  • 옥수수 하모니카 도미솔도

    옥수수 하모니카 도미솔도

    한여름 밤, 저녁 밥상을 물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어도 반찬이 부실해서인지 금방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럴 때 마당에 까실까실한 멍석을 깔고 누워 밤하늘에 쏟아질 듯 가득한 별을 보며 먹던 것이 있다.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아서였을까.“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알 길게 두줄 남겨 가지고 우리 아기 하모니카 불고 있어요…”라는 노래를 부르며 먹던 옥수수.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또 아버지가 마당 구석에 피워놓은 모깃불에 던져 넣었던 노릇노릇 익은 옥수수를 꺼내 주실 때면 동생과 서로 먹겠다며 다투었던 재미난 기억들이 떠오르는 추억의 옥수수. 올 7월에도 어김없이 강원도 산골에는 옥수수가 익어가고 있다. 파란 옥수숫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자랐으며 중간에 달린 주머니에는 아이 팔뚝만한 옥수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추억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옥수수 밭으로 가보실까요. 글 사진 횡성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이미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를 한 옥수수의 출하는 끝났고, 노지에서 나는 옥수수로는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학담리에서 가장 먼저 수확을 한다. # 옥수수 익어 가는 마을 학담리로 들어서자 크고 작은 옥수수 밭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초록의 바다. 바람에 노란 머리를 흔들어 대며 족히 2m 넘어 보이는 늘씬한 몸매를 뽐내고 있는 옥수수. 자동차의 창문을 내리자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근처에 제과점도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는 냄새인가 알 수가 없다. 참 이상하네?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에서 내려 옥수수 밭으로 향했다. 그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의 진원지는 바로 여기였다. “뭐 하러 왔드래요.”라며 옥수수 밭에 나오는 김영철(69)할아버지가 말을 건넨다.“냄새가 하도 좋아서 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라고 하자 껄껄 웃으며 “그럼 이맘때면 옥시기(옥수수의 강원도 사투리) 익는 냄새가 정말 좋지, 이거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라고 말한다. 매일매일 밭을 돌아보며 옥수수가 잘 익고 있나, 혹시 쓰러진 녀석은 없나 살피신다는 할아버지. 역시 농사는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지어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 최고의 웰빙 간식 “할아버지 옥수수 몇 개 좀 따 갈게요.”라며 아이들이 걸어온다.“이 놈덜 맛있는 것은 알아서. 자 옜다.”라며 서너개를 떼어준다.“할아버지 감사합니다.”라며 희석이(12·공근초 6년)는 신이 나서 돌아선다. “옥시기는 다른 곡식과 틀려서 농약을 전혀 치지 않는 최고의 간식이야.”라며 “여기를 봐. 이렇게 알맹이를 몇십 겹이나 싸고 있잖아. 이러니 벌레나 해충이 생길 수 없어.” 그래서 옥수수를 씻어 먹는 사람이 없구나. 참 깨끗하고 건강한 천연 식품이 바로 옥수수다. “아마 낼이면 첫 수확을 할거야. 이렇게 노지에서 자란 옥시기는 영양이 아주 많고 쫄깃쫄깃 달콤한 맛이 일품이야.”라며 장대만한 옥수수사이로 사라진다. “저기 봐. 저기 달린 것이 옥수수야. 신기하지. 수염도 길지. 연하야. 어떤 것이 맘에 들어 한 개만 따갈까.”,“엄마 저거 제일 큰 걸로 따 줘.” 마을로 산책 나온 연하와 연희는 엄마와 함께 옥수수를 들고는 신나서 걸어간다. # 달콤 쫄깃한 맛이 최고 옥수수를 삶아서 바람이 잘 부는 정자에 앉아서 먹었다.“선민 오빠, 말 좀 해라. 벌써 몇개째야.”라는 성진(11),“야 맛있는 것을 어떡해.”하며 정신없이 먹고 있는 선민(12). 도대체 여기 사는 녀석들이 얼마나 맛있기에 저리들 싸우며 먹나. 가지런한 옥수수를 하나 골라 들었다. 생긴 것도 예쁘다. 어찌 이리 이빨 하나 빠진 것 없이 가지런할까. 한 입 베어 물자 달콤함이 입안에 확 퍼진다. 그리고 알알이 톡톡 터지며 옥수수의 육즙과 함께 씹힌다. 참 이상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여름철에 가끔씩은 옥수수를 먹었는데 이렇게 맛있던 기억은 전혀 없다. 옥수수 알갱이들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한개를 게눈 감추듯 후딱 먹었지만 더 먹겠다고 싸우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입맛만 다시고 돌아섰다. “우리 학담리 옥수수는 미백찰옥수수란 품종으로 옥수수 맛이 전국에서 최고입니다.”라며 “일교차가 심해 광합성 산물을 잘 저장해서 영양도 뛰어나며 농약을 하나도 주지 않은 정말 친환경적인 먹을거리가 바로 옥수수입니다.”라는 이현재(33·옥시기닷컴)씨. 이씨는 또 “아마 주말부터 첫 수확을 시작해서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가 옥수수가 제일 많이 나는 철입니다. 무슨 음식이든 제철에 먹어야 맛있는 법입니다.”라며 “또한 옥수수는 껍질을 까보았을 때 알이 노랗고 마르지 않아야 찌거나 구을 때 제맛을 느낄 수 있지요.”라고 부연한다. 옥시기닷컴(033-344-0850,www.ocsigi.com) 은 인터넷으로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는 곳. 주문하면 당일 수확한 옥수수를 포장해 바로 택배로 부치기 때문에 싱싱하고 맛있는 강원도 찰옥수수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 옥수수 간식 만들기 쫀득쫀득하게 잘 쪄진 옥수수. 어릴 적 옥수수로 하모니카 불던 여름날의 추억을 간직한다. 한알씩 톡 터트려 먹는 그 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옥수수에는 주성분인 녹말을 비롯, 신경조직에 필요한 레시틴과 피부를 좋게 하는 비타민E가 들어 있어 누구에게나 좋은 음식이다. 최근 옥수수를 찌거나 삶아 먹을 때 항산화성분이 많이 생성되어 심장병과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옥수수를 그냥 쪄서 먹는 것도 담백하지만 옥수수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많다. 약간 단 듯하면서도 구수한 옥수수로는 쿠키를 비롯해 머핀, 빵, 케이크 등 맛있는 간식을 만들 수 있다. 곧 여름 방학을 맞아 집에서 나뒹구는 시간이 많아질 개구쟁이들을 위한 옥수수 간식을 한번 만들어 보자.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옥수수 피자 바게트 재료:베이컨 30g, 피망 60g, 햄 45g, 맛살 75g, 양파 120g, 완두콩 1/3통, 옥수수캔 1/3통, 양송이 60g, 피자치즈 250g, 피자소스 90g, 마요네즈 90g, 후추약간, 바게트빵 만드는 법:(1)베이컨, 피망, 햄, 맛살, 양파, 양송이를 0.7㎜ 크기로 썬다.(2)(1)과 나머지 재료를 모두 섞는다.(3)바게트를 25∼30㎝로 자르고 가로로 썬다.(4)바게트의 평평한 부분에 피자소스를 얇게 펴바른 뒤 그 위에 (2)재료와 피자치즈를 올린다.(5)예열된 230℃의 오븐에 피자치즈가 녹을 정도로 굽는다. # 옥수수 머핀 재료:박력분 200g, 달걀 4개, 설탕 200g, 버터 220g, 옥수수분말 64g, 베이킹 파우더 1작은술, 소금 2g, 옥수수 통조림 30g 만드는 법:(1)팬에 컵유산지를 한 개씩 깔아 놓는다.(2)밀가루, 옥수수가루, 베이킹 파우더, 소금을 체에 내린다.(3)버터를 부드럽게 한 후 설탕을 넣어서 섞어준다.(4)달걀을 조금씩 넣으며 크림처럼 될 때까지 섞어준다.(5)체질한 (2)의 가루를 넣어 잘 섞어준다. 반죽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가루재료도 함께 반죽기에 넣어 섞어주면 손으로 섞는 것보다 좀더 부드러운 머핀이 된다.(6)반죽에 체에 밭친 옥수수 통조림을 넣고 잘 섞어서 틀의 절반이 조금 넘도록 부어 예열된 180℃에서 25분 정도 굽는다. # 옥수수 빵 재료:박력분 700g, 옥수수가루 500g, 설탕 300g, 버터 350g, 계란 6개, 우유 600g, 베이킹파우더 7g 만드는 법:(1)박력분, 옥수수가루, 베이킹파우더를 체친다.(2)(1)위에 버터를 올려 1㎝크기로 썰어준다.(3)(2)에 설탕을 넣고 섞는다.(4)우유에 계란과 소금을 넣고 (3)에 몇회에 나누어 붓고 나무주걱으로 섞는다.(5)한덩어리로 뭉친 후 1㎝ 두께로 밀어준다.(6)빵 모양을 만든다.(7)계란에 물을 약간 섞어 (6)의 표면에 발라준다.(8)180℃ 오븐에서 20∼25분 굽는다.
  • 미셸위 · 박세리 US 여자오픈 공동3위

    3일 3·4라운드를 치른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총상금 310만달러)의 챔피언은 4일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마미골퍼’ 팻 허스트(미국)의 18홀 연장전으로 가려지게 됐다.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순위가 요동친 가운데 메이저 2연패와 생애 첫 승을 벼르던 박세리(29·CJ)와 미셸 위(17·나이키골프)는 선두에 2타 뒤진 공동3위(2오버파 286타)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우승보다 더 큰 자신감을 수확했다. ●반짝 컴백은 아니었다. 18번홀을 가뿐하게 파세이브로 마감한 박세리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하루에 36홀을 소화하느라 녹초가 될 법도 했지만 얼굴엔 슬럼프를 완전히 빠져나왔다는 흡족함과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지난 LPGA챔피언십에서 25개월 만에 첫 승을 거둔 뒤 도전한 메이저 2연패의 꿈은 무산됐지만 과거 전성기의 모습 그대로였다. 언더파가 전무한 가운데 상위 15명을 제외하곤 모조리 두 자릿수 오버파를 기록한 죽음의 코스에서 날린 샷은 ‘완벽한 부활’을 웅변해준다. 드라이버샷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평균 80%로 수준급. 비거리는 245야드로 조금 모자란 듯했지만 거리보다는 페어웨이를 지켜야 하는 코스 특성을 감안하면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그린적중률은 68%로 소렌스탐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공동2위. 홀당 평균 퍼트 수 역시 1.69개로 오전·오후에 걸쳐 높이가 바뀐 그린에도 잘 적응했다. ●생애 첫 승, 시기가 문제 3라운드 공동선두에 이어 4라운드에서도 한 때 선두자리에 이름을 올렸던 미셸 위의 기량도 눈부셨다. 페어웨이 적중률 57%(공동 65위)는 아쉬웠지만 드라이버샷의 비거리는 평균 264.9야드로 1위. 그린적중률도 60%(공동 18위)로 그런대로 무난했다. 특히 마음고생이 심했던 홀당 퍼트 수가 평균 1.57개로 줄어든 건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다만 ‘과연 첫 승은?’이라는 물음에 언제 답을 해줄지는 미지수. 미셸 위는 지난 4월 크래프트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1타차로 연장 승부를 놓쳐 공동 3위, 지난달 LPGA챔피언십에서는 마지막 홀 뼈아픈 보기 때문에 공동 5위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는 이제 겨우 17세다.LPGA 규정 때문에 투어 전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굵직한 대회에만 나선 그의 첫 승은 ‘시간문제’라는 게 중론. 메이저 3차례를 포함해 올시즌 네번째 출전한 여자대회에서 연속 ‘톱5’에 든 미셸 위는 이번주 HSBC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출전, 다시 한번 정상을 노크한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13) 친환경 쌈채소로 신화 창조

    [농업 희망을 쏜다] (13) 친환경 쌈채소로 신화 창조

    “인터넷 클릭 한번이면 최신 농업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기술 평준화’시대 아닙니까.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지요.” 충북 충주시 신니면 마수리에서 쌈 채소를 재배하는 장안농장 류근모(46) 대표는 평범한 귀농인도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마케팅이 있으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10년전 귀농한 뒤 농약없는 유기농 쌈 채소로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70억원. 그는 “농업은 생산에서 마케팅은 물론 상품 디자인에다 홍보까지 원스톱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면서 “농사꾼도 철저히 공부하지 않으면 망하는 직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웰빙 붐’을 타고 유기농 쌈채소로 승부 류 대표는 농사의 ‘농(農)’자도 몰랐다. 고향인 충북 제천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다. 기계설계학과를 전공한 뒤 서울 양재동 화훼시장에서 다소 생뚱맞은 화분대여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가게문을 닫아야 했다. 이후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등을 오가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웰빙에 관심이 갔다. “채소의 유통 과정을 살펴보니 웰빙 열풍에 맞춰 앞으로 10년 이상은 유기농 쌈채소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특히 생산 사이클이 짧은 채소가 자본이 부족한 저에게는 제격이라고 생각했지요.” 1996년 맨주먹으로 낙향한 그는 곧바로 유기농 채소 재배에 뛰어들었다. 부모님이 유산으로 물려주신 충주 땅에 양재동 화훼시장 시절 지었던 비닐하우스 철근을 뜯어와 다시 세웠다. ●‘생태순환 농법´으로 부가가치 창출 그는 땅을 신뢰하는 재배법에 초점을 맞췄다.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흙에다 옥과 맥반석, 숯 등을 섞어서 우려낸 물을 채소에 공급했다. 한약재와 각종 미생물을 함께 발효시킨 퇴비도 손수 만들어 뿌렸다.‘물 정화장치’까지 고안했다. 채소에 공급되는 물은 사람이 마셔도 될 만큼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했다. 팔리지 않은 쌈 채소는 소에게 먹인 뒤 배설물을 썩혀 유기농 퇴비로 활용하는 ‘생태순환 농법’을 채택했다. 자연스레 유기농 소를 만드는 부가이익도 생겼다.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장안농장의 쌈채소는 일반 채소보다 가격이 수십배에서 최고 100배에 이르는 최상품으로 팔려나갔다. 98년에는 정부로부터 유기농 품질인증을 받았다.2001년에는 농림부가 선정한 우수농장에 뽑혔다. 농장 규모는 8만㎡, 직원은 85명에 이른다. 쌈채소 이외에도 취나물 등 우리의 고유나물 50가지를 재배하고 허브, 겨자채, 쌈케일 등 외국산 쌈채소 100가지도 생산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이 지역 최대의 농장으로 성장했다. ●인터넷 주문판매… 안전성·신선도 유지 장안농장의 쌈채소는 이마트의 전국 지점 10곳과 인테넷 주문을 통해서만 판매된다. 일반 채소와의 차별화 등 브랜드 유지를 위해 재래시장에는 공급하지 않고 있다. 류 대표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특히 인터넷 주문판매의 경우 안전성과 신선도를 중시하는 상위 1%의 고소득층을 단골 고객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은 농업이 갖춰야 할 시스템을 다 갖췄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동안의 목표는 ‘유기농을 넘어선 유기농’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완공된 ‘장안 쌈채소박물관’과 ‘장안 유기농업연구소’,‘장안 쌈채소공원’ 등이 그 연장선에 있다.1년에 2차례 여는 쌈축제는 올해로 열번째 돌을 맞았다. 귀농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기농 대안학교와 유기농 대학을 설립, 후계 농업인 양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웰빙 체험 프로그램 준비 류 대표는 “농산물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으며 그 안에 문화를 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농촌을 찾아와 농산물을 직접 보고 먹는 최고급 농업 마케팅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달 중 문을 여는 ‘쌈밥 체인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미국의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처럼 우리 고유의 쌈채소를 이용한 세계적인 체인점 사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류 열풍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죠.” 아울러 올 가을엔 깜짝 놀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인 등 외국인과 국내 고소득층을 겨냥한 ‘최상위 명품 마케팅’이다. 한달에 1차례 고객 10여명을 대상으로 2박 3일의 최고급 웰빙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프랑스 최고 요리사가 만드는 유기농 요리 체험에다 산삼 캐먹기, 요가, 숯가마 체험 등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웰빙 체험을 할 수 있어 참가비는 수백만원으로 책정되겠지만 참가자는 전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충북 충주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국내 채소산업 현황·과제 국내 채소산업은 식생활의 서구화로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고전을 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산 채소들이 밀려오면서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 결과에 따라 관세가 낮아지면 더 불리하게 된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채소류 생산량은 958만t으로 2004년 1046만t보다 다소 줄었다. 이는 세계 채소 생산량의 1.1%로 중국, 인도, 미국, 터키 등에 이어 11위에 해당된다. 특히 마늘(36만t)은 3위, 고추(41만t)는 8위, 양파(95만t)는 11위 등으로 나타났다. 채소류는 잎채소, 뿌리채소, 열매채소, 양념채소 등으로 나뉜다. 잎채소의 대표격인 배추의 생산량은 233t으로 2004년의 287만t보다 54만t이나 감소했다. 반면 중국 등으로부터의 김치 수입은 크게 늘었다.2002년 1042t에 불과했으나 2004년 7만여t에 이어 지난해에는 11만t이나 들어왔다. 국내 김치 소비량의 9.2%를 외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뿌리채소 가운데 감자는 2003∼2004년 호황을 누렸지만 그 여파로 지난해 재배면적이 30% 이상 늘어나면서 올해 가격이 폭락했다. 당근은 관세를 적용해 수입하는 품목이어서 이미 국내 생산을 잠식하고 있다.2001년 15만여t이던 생산량이 지난해에는 12만여t으로 줄었다. 양념채소의 경우 고추·마늘·양파는 공급과잉이 심각하다. 지난해 고추 생산량은 16만여t이지만 수입은 절반에 가까운 7만여t이다. 재고량도 5만여t에 이른다. 마늘과 양파는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 지난해 37만t과 102만t으로 2004년보다 4.8%,8% 늘었다. 열매채소는 식물방역법에 의한 수입금지로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 다만 웰빙붐을 타고 토마토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생산량은 44만t을 기록했다.2001년 21만t의 두배를 넘는다. 농림부와 전문가들은 “국내 채소산업은 생산량이 줄어도 그 틈을 수입농산물이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에 가격이 좀체 오르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품목별로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都·農교류’ 주말농장·농촌체험 마을서울 서초구 양재동 청계산 기슭에 자리잡은 대원농장은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자녀들과 함께 채소를 가꾸거나 종자를 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 쪽에선 직접 뜯은 상추로 삼겹살을 싸서 먹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명실상부한 국내 ‘1호 주말농장’다운 모습이다. 대원농장은 김대원 대표는 이 곳에서 10대째 농사를 짓고 있다. 벼농사에 이어 꽃과 채소도 심었으나 89년부터 주말농장으로 전환했다. 주말농장을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도 소득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매년 작황과 시장 수급에 따라 소득이 일정치 않았으나 5000평을 3평으로 쪼개 1500명에게 분양하는 현재의 수입은 1억 5000만원이다. 그것도 선금으로 받는다. 또한 판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회원들이 직접 심고 가꾸니까 노동력도 절약된다. 김 대표는 그러나 “주말농장을 하려면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면서 “돈을 받고 땅을 내줬으니 알아서 하라는 생각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원농장은 1년에 2차례 거름을 주고 밭갈이를 해주며 모종과 씨앗을 무료로 제공해 준다. 현재 농협을 통해 분양되는 전국의 주말농장은 322곳으로 도농교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농협 홈페이지(www.nonghyup.com) 주말농장 코너나 팜스테이 홈페이지(www.farmstay.co.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충남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 주민들은 농가외 소득이 평균 1억원을 넘는다.‘추부깻잎’의 명성 때문이다. 23년전 만인산농협조합이 기존의 뚝뚝하고 질긴 깻잎 대신 향이 많고 부드러운 깻잎 개발에 나선 이래 전국 최고의 명품으로 우뚝섰다.600 농가가 연간 올리는 매출은 80억∼100억원, 올해에는 90억원으로 추정된다. 추부깻잎 정보화마을로 지정되면서 깻잎뿐 아니라 포도와 배 등을 집접 수확할 수 있는 농촌체험마을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정효동 정보화마을 위원장은 “이 곳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깻잎 뒷면은 자줏빛이 나고 향이 강한 게 특징”이라면서 “막걸리와 우유에다 솔잎을 숙성시킨 유기농 비료를 주는 등 친환경 재배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3㎏짜리 박스당 가격은 1만 2000원으로 일반 깻잎보다 3000∼4000원 더 받는다. 깻잎 짱아찌·김치·홍삼액 등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으며 세척 공장에다 전국 직배 시스템도 갖췄다. 온라인(chubu.invil.or)으로 주문을 받는다.8월27일에는 포도주를 직접 만드는 와인 축제를 벌인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World cup] 초전박살! 스위스 ‘초반 10분’ 실점 많다

    [World cup] 초전박살! 스위스 ‘초반 10분’ 실점 많다

    ‘초반 10분에 승부를 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4일 새벽 4시 하노버 니더작센슈타디온에서 열리는 독일월드컵 G조 스위스전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자력으로 16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반면 무승부만 거둬도 52년 만에 2라운드(16강)에 오르는 스위스는 일단 촘촘한 수비 그물을 칠 것이 틀림없다. 이후 단박의 역습을 통해 승부를 가르겠다는 전략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칠 줄 모르는 ‘영건’들이 주축인 스위스에 토고·프랑스전처럼 일찌감치 선제골을 내준다면 아드보카트호의 16강행은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움츠러들 이유는 없다.19일 토고-스위스전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알프스 뒷문’에 의외로 구멍이 많다는 분석이다. 스위스는 프랑스·아일랜드를 제외하면 약체들과 맞붙은 유럽예선 4조에서 10경기 동안 7실점했다. 터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무려 4실점하는 수모를 당했다. 월드컵 목전에 치른 평가전에선 강호 코트디부아르·이탈리아와 1-1로 비겼고, 중국에는 4-1로 이겼다. 본선 G조 프랑스·토고를 상대로는 2경기 연속 무실점. 대표팀 출범 이후 17경기에서 14실점이지만 올들어 5경기에서 3실점에 그치는 등 수치상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전체 실점의 절반인 7골을 전·후반 10분 이내에 내줬다는 것. 평균연령 24.8세의 젊은 팀 스위스는 초반 상대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움직임에 대한 마크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후반 시작과 함께 ‘조커’가 투입됐을 때도 마찬가지. 아무리 상대 경기를 꼼꼼히 준비했더라도 처음 몸으로 부딪치는 공격수의 플레이스타일에 익숙해지기까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베테랑에 견줘 젊은 선수들은 시행착오 극복에 다소 많은 시간이 걸린다. 뤼도비크 마냉(27·185㎝)-필리페 센데로스(21·190㎝)-파트리크 뮐러(30·182㎝), 혹은 요한 주루(19·192㎝)-필리프 데겐(23·184㎝)이 버틴 스위스의 포백라인은 제공권과 몸싸움에 강하지만 경험과 스피드는 떨어진다. 프랑스와 토고전에서도 초반 손발이 맞지 않아 여러차례 상대에 뒷공간을 내주는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중앙수비의 핵인 센데로스는 대인방어에는 능하지만 협력수비에는 약하다. 프리미어리거답지 않은 어이없는 실수도 많다. 토고전에서도 상대 공격수에게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내줬다. 한국이 중원에서 찔러주는 패스의 정확도를 높인다면 이천수, 박지성의 순간 공간 침투에 의한 득점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정환을 프랑스전처럼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할 경우에도 의외의 수확이 기대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orld cup] 무승부 주역과 조연들

    ●박지성 개인적으로 플레이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귀중한 승점을 위해 골을 넣어 자랑스럽다. 강팀과 경기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모두 좋은 위치에 올라와 있다. 또 예상 외로 조 1위를 유지하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가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4년 전처럼 매 경기를 잘 풀어가다 보면 그 때 그 곳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이운재 열심히 싸워 준 후배들이 고맙다. 스위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겠다. 토고와의 1차전 때처럼 나 혼자 잘해서 된 건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에 잘 배치돼 있었기 때문이고, 내가 한 두 개 좋은 방어를 했을 뿐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전반 32분 비에라의 헤딩슛은 분명 노골이었다. 심판의 선언이 난 건 물론이고, 경기도 이미 끝났다.●조재진 (헤딩 어시스트 당시)지성이 형인줄 몰랐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우리 선수가 있다는 걸 봤고, 떨궈주면 (골이) 되겠다 싶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발로 내보내면서 토고전과 똑같은 주문을 했다. 사이드로 빠지지 말고 포스트 플레이에 충실하라는 것이었다. 원톱 포지션이라 고립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최대한 내 플레이에 충실하려 했다. 팀으로서도 만족하고 개인적으로도 만족한다. 스위스전에서도 내 역할에 충실하겠다.●설기현 무엇보다 승점 1점이 반갑다. 그것도 상대가 프랑스였지 않았나. 동점골을 크로스한 것보다 더 큰 수확은 토고, 프랑스전에서 얻은 우리 모두의 자신감이다. 마지막 스위스전에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 이유다. 그러나 매 경기 결승이라는 각오로 뛰겠다. 후반 교체로 나섰을 때 아드보카트 감독의 특별한 주문은 없었다.(내 경기)스타일을 잘 아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지 않겠느냐는 표정이었다.라이프치히(독일) 박준석특파원 pjs@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ㄹ형에게 바지락을 선물하며

    [한승원 토굴살이] ㄹ형에게 바지락을 선물하며

    ㄹ형,내 토굴 앞 바다에서 캔 바지락을 조금 보내드립니다. 부담스러워하지 마시고 맛있게 삶아 국을 내어 드십시오. 아마, 다른 어떤 바다에서 난 것보다 더 향기롭고 고소할 것입니다. 저의 토굴로 찾아온 사람들이 말합니다.“선생님에게는 세월이 거꾸로 흐르는 듯싶습니다. 얼굴이 날이 갈수록 희어지고 눈이 맑아지십니다.” 물론, 저를 기분좋게 하려는 덕담일 터이지만, 그러할지라도, 서울에서 이리로 이사온 이후, 비쩍 말라 있던 제 체중은 63㎏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은 아마 제가 살고 있는 장흥 안양 율산마을 앞의 오염되지 않은 여닫이 바다에서 나는 석화 무침과 바지락과 붕장어 곰국으로 끓인 시래깃국을 상식하고, 가끔 이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회를 먹고 앞산에서 딴 차를 마시고 마음을 비우고 사는 까닭일 터입니다. ㄹ형, 귀하고 맛있는 것을 혼자서만 감추어놓고 먹으면 입술이 부르틀 뿐 아니라 살이 내린다고, 어린 시절 어른들이 말했는데, 저는 내내 그것을 굳게 믿고 살아왔습니다. 때문에 저는 ㄹ형에게 율산 마을 앞 갯벌에서 나는 바지락을 선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을 공동양식장을 일 년에 한 차례씩 개장하는데, 저의 늙은 아내는 거기에서 6일 동안 힘들게 캔 것들을 자식들과 친지들에게 고루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아내가 고맙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듯, 고생은 아내가 하지만, 고맙다는 인사는 남편인 제가 다 받게 되었습니다. ㄹ형, 지도에서 보면 장흥 율산 마을은 ㄷ자 모양의 득량만 서북쪽 연안에 위치해 있는데, 그 앞 여닫이 드넓은 갯벌은 생금(生金)밭이라고 소문나 있습니다. 자궁 모양의 득량만 바다의 갯벌은 유달리 차지고 무르고 깊어 플랑크톤이 많으므로, 큰 고기들은 이리로 알을 낳으러 들어오곤 합니다. 여기에서 잡힌 모든 해산물들은 다 맛있습니다. 가뜩이나 마을 뒤에는 드높은 사자산 엉덩이 부분과 삼비산 자락(일명 일림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그 아래에는 2층으로 된 특이한 1급수의 청록색 저수지 둘이 있는데, 그곳에서 흘러나와 농토를 적신 물이 여닫이 연안 바지락밭으로 들어옵니다. 바지락은 청정의 담수가 잘 공급되어야 오동통하게 살찌고 고소하고 진한 단맛이 납니다. 율산 마을 바지락밭만큼 담수가 잘 공급되는 곳은 이 나라 어디에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마을의 한 가구에는 40평쯤의 바지락 밭이 배정되어 있는데, 그것은 1400평의 논하고 바꾸어주지 않습니다. 모 심을 일도 없고, 농약을 치거나 거름을 하거나 밭갈이할 일도 없고 누가 도둑질해갈 우려도 없습니다. 아무 때든지 용돈이 궁하면 바구니와 호미만 들고 나가 캐다가 시장에 팔면 되므로 그것을 대학 가르치는 밭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또 마을 공동 바지락 양식장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한 해에 2억원 이상이 수확됩니다. 또 그 아래쪽의 키조개 양식장 피조개 새조개 양식장 임대 수익이 아주 짭짤하여 마을 어촌계의 재정은 근동에서 제일 넉넉합니다. 웰빙 세상이 되면서 우리 마을의 바지락은 시장으로 출하될 새가 없습니다. 외지 사람들의 주문을 받아 팔기에도 부족합니다. 장흥 버스터미널 근처의 수산물 가게에는 외부의 바지락이 스며들어와 율산 바지락 행세를 하고 있을 지경입니다. 이 바지락 국을 내어 수제비를 해먹어도 좋고, 술 마신 이튿날 보얗게 국물을 내어 마셔도 좋을 것입니다. 고단백 식품인데다가 천연 이뇨제가 들어 있는 이것은 산후조리에도 좋다고 합니다. 많지 않은 것이지만 고향 친구의 향기와 맛이라 여기시고 달게 드시기 바랍니다. ㄹ형, 이제 그것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기는 합니다만, 나는 고소하고 시원한 바지락국을 마실 때마다 ‘새만금 제방 공사는 참으로 미친 짓이다.’하고 생각하면서 슬퍼합니다.
  • 강진군 ‘친환경 농법 1번지’로

    강진군 ‘친환경 농법 1번지’로

    전남 강진군이 ‘남도답사 1번지’에 이어 ‘친환경농법 1번지’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요즘 중국인들이 대거 몰리고 있어 명성을 살감하고 있다. 26일 강진군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5차례에 걸쳐 중국 중앙정부의 농업시찰단과 랴오닝성 선양시 농업전문가 등 150여명이 옴천면 친환경농업단지를 다녀갔다. 다음 달 6차 방문단이 또 온다. 중국인들은 농약을 치지 않고 왕우렁이와 참게 등 친환경으로 무공해 쌀을 재배하는 농법에 신기해 하면서도 이를 배우느라 땀을 쏟았다. 또한 종자선별-모내기-재배-수확-도정-출하에 이르기까지 체계화된 농사짓기에 큰 관심을 가졌다. 옴천면 친환경 쌀 생산단지는 전 가구의 절반인 220농가가 참여해 무농약 논 83㏊를 포함해 255㏊ 규모에 이른다. 무농약 쌀은 20㎏에 일반 쌀보다 두배 가까이 비싼 6만 3500원에 팔리고 있다. 또 막걸리에 약초 7가지를 섞어 만든 사료로 비육하는 맥우(麥牛)단지, 민물새우인 토하 양식장(3㏊) 등 차별화된 소득원으로 잘사는 농촌을 만들고 있다. 옴천 맥우단지는 30농가가 한우 1500마리를 길러 서울·광주 등 대도시 백화점 7개 점에 계약출하한다. 옴천면은 인구 917명(449가구)에 불과하고 논면적은 398㏊정도인 시골 마을이다. 면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으로 기온이 낮고 오염원이 거의 없는 천혜의 청정지역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옴천 토하젓’은 궁중 진상품으로 유명했다. 자연여건에 힘입어 2003년 국내 처음으로 면 전체가 친환경 농업지구로 지정됐다. 군 관계자는 “중국 전역에서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1970년대 우리의 새마을 운동을 보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국인들이 한국을 배우려는 기회를 활용해 더 많은 관광객 유치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친환경 농법으로 억대 매출 여성 농사꾼 3인방

    남자도 하기 힘든 농사일에 뛰어들어 친환경 농법으로 연간 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여성들이 농촌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생약초를 길러 가공하는 전남 보성군 웅치면 봉산리 여성농군 이승아(65)씨는 22일 “올해 매출 4억여원에 순소득 1억여원을 넘길 전망”이라고 자신했다. 이씨는 1만 2000여평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어성초와 삼백초를 키운다. 또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발효차·티백차, 된장·고추장 등 15가지 건강식품을 만들어 판다. 직원이 5명이지만 중소기업청 지정 수출유망기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기반을 다졌다. 이씨는 1992년에 연고도 없는 보성으로 이사와 쌀농사 등을 짓다가 2001년부터 친환경 생약초 재배에 눈을 돌렸다. 이씨는 “판로를 뚫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곡성군 입면 삼오리의 양정희(56)씨는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뒤 아이들이 다 크자 1993년부터 배 농사를 짓고 있다. 처음에 과수원 3000여평으로 시작해 지금은 1만여평으로 늘렸다. 쌀겨와 깻묵 등을 섞어 발효시킨 퇴비를 써서 품질을 높였다.2003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저농약 인증을 받아 시중가보다 10%가량 비싸게 판다. 지난해 50여t을 수확해 1억여원을 벌었다. 절반은 미국으로 수출한다. 양씨는 “배가 달착지근해 아파트 부녀회 등에서 믿고 찾는다.”고 소개했다. 고흥군 두원면 용오리의 한혜자(42)씨는 억척 농군이다. 동네의 농가를 설득해 모두 77농가,30㏊에 이르는 작목반을 만들어 대표로 뛴다. 한씨는 “무농약 농산물만이 농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상표가 ‘고흥 우주쌀’이다. 한씨는 지난해 1만 3000여평에서 쌀농사를 지어 40㎏짜리 900여가마를 수확했다. 손끝이 갈라지도록 일한 고추밭 3000여평에서는 마른고추 2000여근을 땄다. 단순 계산으로 1억여원이 채 못 되지만 올해는 이를 넘을 것으로 본다. 직접 기르는 토종돼지에서 나오는 퇴비는 친환경 농사에 들어간다. 한씨는 “농사는 하늘에 달려 있기 때문에 연간 매출액은 차이가 크다.”면서도 “열심히 살면 꼭 보답하는 게 땅”이라고 웃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주말탐방] 금산 인삼약초시험장

    [주말탐방] 금산 인삼약초시험장

    “고려인삼차 좀 빨리 보내주세요.” 지난달초 한국인삼공사에 이란으로부터 이같은 이메일이 날아왔다. 이 이란인은 “암에 걸린 17세 아들이 한국에서 만든 홍삼차를 마시고 통증이 사라지고, 밥도 잘 먹고 있는데 구할 데가 없다.”면서 다급하게 호소했다. 건강보신 식품을 대표하는 인삼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항암효과에다 최근에는 ‘금세기의 페스트’로 불리는 에이즈에도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국내 인삼의 80%가 유통되는 충남 금산의 칠백의총 진입로에 있는 ‘인삼약초시험장’을 들어가 봤다. # 인삼의 비밀을 캔다 금산 인삼약초시험장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연구는 인삼의 ‘품종 개발’과 ‘연작 경감’ 두 가지 부문이다. 옛 한국담배인삼공사 인삼연초연구원에서 해오던 연구였으나 민영화되면서 인삼공사 중앙연구원으로 바뀌자 이런 공익적 연구를 중단하게 됐다. 따라서 이를 국립 및 자치단체 연구기관이 대신하고 있다. 우선 품종개발은 병충해에 강하고 수량과 체형이 좋은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수한 형질을 가진 인삼을 선발, 실험 재배하면서 4세대 정도를 관찰한다. 씨앗을 받아 연달아 심으면서 후세로 가도 당초 우수한 형질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살피는 것이다. 보통 10∼15년이 걸리는 이 과정을 통해 병충해 여부, 수량과 체형 등이 꼼꼼히 점검되고 있다. 농가에도 보급, 실제로 재배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한다. 결과가 좋으면 국립종자관리소의 심사를 거쳐 신품종으로 등록하게 되는 것이다. 연작 장애를 줄이는 연구도 인삼약초시험장의 핵심 과제다. 인삼을 갓 수확한 밭에 다시 연작하려면 오랜 휴경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삼이 4∼6년 자란 밭에는 뿌리썩음병 등 병해에 약한 토양환경이 만들어져 곧바로 심으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 휴경 5년 줄였다 시험장은 비닐하우스에 사용하던 훈증제를 인삼밭에 도입,1차 성공을 거뒀다. 이로 인해 밭 15년, 논 10년이 걸리던 휴경기간을 각각 5년씩 줄였다. 훈증제를 밭에 뿌리고 비닐을 덮어 놓으면 가스가 발생하면서 살균, 살충, 살초 등의 효과를 내는 원리를 적용한 게 실효를 봤다. 인삼재배 농민들이 적극 받아들여 지금은 이같은 방법으로 인삼을 많이 기르고 있다. 휴경기간을 1∼2년으로 더 감축시키는 게 시험장의 목표다. 이처럼 연작 장애가 없어지면 주변에 인삼밭으로 쓸 땅이 없어 다른 지역을 떠돌면서 인삼을 기르는 불편과 생산비를 줄이는 데 크게 보탬이 된다. 시험장은 인삼이 붉게 변하는 ‘적변’을 막기 위해 토질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연구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험포 5개와 비닐하우스연구동, 유리온실을 2개씩 갖추고 있다. 1998년 금산군 농업기술센터 인삼연구실로 출발한 시험장은 지난 1월 충남농업기술원 소속으로 바뀌었다. 현재 농학박사 5명이 재직하고 있다. 인삼은 20여개국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에는 국립 작물과학원과 경북 풍기 인삼시험장만 있다. 김현호 시험장장은 “중국의 경우 각 성이나 대학마다 연구기관이 있는데 국내의 연구 현실은 열악하다.”면서 “‘고려인삼의 메카’ 명성을 유지하려면 정부가 인삼전문연구소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고려인삼의 메카 만들자 국내의 인삼권위자인 이종철 인삼약초시험장 자문연구원은 “삼은 세계에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인(人)’자를 붙이는 것은 고려인삼뿐”이라며 “지금은 고려인삼이 다른 나라에서도 재배되지만 중국 등에서는 한국산 인삼이 최고 인기”라고 자랑했다. 삼에는 미국·캐나다산 화기삼과 중국의 전칠삼 등이 있다. 그는 “고려인삼만이 사람처럼 팔다리가 뚜렷하게 생겨 ‘인’자가 붙여졌다.”고 소개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인은 아들이 효도선물로 고려인삼을 사주면 줄로 목에 매달아 빨아먹고 다닌다.”며 인기를 반영하는 우스갯소리를 들려줬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약국을 하는 중국인에게 홍삼분을 선물했는데 이 중국인이 ‘월경을 못하는 30대 여성이 이걸 먹고 월경을 했다.’고 말하더라.”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 연구원은 고려시대 중국에 인삼을 조공으로 바치면서 일찌감치 한국산 인삼의 우수성이 중국까지 알려진 것으로 추정했다. # 체온을 높인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고려인삼은 열을 내게 해 무더운 나라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화기삼은 열을 떨어뜨린다는 반대 소문도 나돈다. 중국 북부는 고려인삼, 남부지방은 화기삼이 인기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연구원은 “고려인삼이 열을 올린다는 주장을 편 논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 후로 이런 소문이 난 것 같다.”면서 “인삼공사에서 이 얘기를 듣고 전문기관에 용역을 줘 실험을 한 결과 전혀 과학적인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려인삼이 하도 인기가 높다 보니 미국 등 다른 삼을 재배하는 나라들이 상술 차원에서 이같은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웃었다. 오히려 고려인삼은 처음에 혈압을 올렸다 떨어뜨리고, 저혈압은 올려줘 모두 정상으로 유지시켜 준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잘 먹지 않던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인삼을 ‘정력제’로 알고 많이 찾고 있단다. 최근엔 에이즈에도 꽤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날로 찾는 이가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식품의약청이 인삼의 면역효과만 인정하고 정력과 관련된 자양강장과 원기회복 효과는 재검토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금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금산 인삼시장 가보니 “아저씨, 인삼 보고 가세요.” 지난 17일 낮 금산군 금산읍 수삼센터. 상인 길영숙(55·여)씨는 “요즘은 택배주문이 많아지다 보니 직접 찾아오는 손님이 크게 줄어 오늘이 장날(2,7일)인데도 좀 썰렁하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 인은수(55)씨는 “기름값이 크게 오르니까 자동차를 굴리려고 하지 않아 더하다.”고 거들었다. 금산은 국내산 인삼의 7%밖에 생산하지 못하지만 80%가 유통될 정도로 전국에서 소비자와 소매상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총거래액이 5213억원에 이른다. 금산 인삼에 대한 이곳 상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길씨는 “인삼으로 유명한 강화나 풍기 소매상도 금산에서 기른 인삼을 사가려고 애쓴다.”고 귀띔했다. 현재 수삼값은 한채(750g·10∼18개)에 2만 8000원 안팎으로 예전과 큰 변동이 없다. 개성은 6년근으로 유명하고 좀더 더운 금산은 4∼5년근을 주로 생산한다.6년근은 현재 개성과 기온이 비슷한 인천 강화와 경기 포천 등에서 나온다. 금산시장에는 인삼상가와 수삼센터, 약령시장, 쇼핑센터가 있어 소비자들은 관광버스를 대절해 다녀가고 있다. 군에서는 지난해 5124대의 관광버스가 금산 인삼시장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했다. 가장 많은 1713대가 경남에서 온 버스였다.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개통된 덕을 본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이 경기지역으로 851대, 충남이 404대로 나타났다. 대구와 부산은 각각 391대와 375대였다. 금산군 관계자는 “경상도 사람들이 인삼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값싼 중국산 유입 문제는 고려인삼의 메카인 금산에서도 공포의 대상이다. 인씨는 “중국산이 들어온다면 금산도 망가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이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상인끼리 서로 중국산을 들여와 파는지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산에서는 오는 9월22일부터 10월15일까지 해외 15개 업체, 국내 65개 업체들이 참가한 가운데 첫 ‘금산세계인삼엑스포’가 열린다. 금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작년 8300만달러 72개국 수출 성과 인삼은 학명이 ‘Panax Ginseng’이다. 모든(Pan)과 치료(Axos)가 합쳐진 말로 이른바 ‘만병통치’란 뜻이 내포돼 있다. 삼국시대부터 알려진 인삼은 효능이 뛰어난 데다 부작용이 없어 약 중의 약 ‘상약’으로 대접을 받았다. 옛말은 ‘심’. 지금은 ‘심마니’ 등에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인삼이 재배되기 전에는 산삼만 있었다. 근래 산삼종자를 산에 뿌려 자연 속에서 키우는 ‘산양삼’과 논·밭에서 인공재배한 ‘장뇌삼’이 생겼다. 인삼은 산삼보다 줄기와 몸통이 이어지는 뇌두가 짧다. 인삼에는 날것인 수삼부터 이를 증기에 쪄 말린 홍삼, 물에 익혀 말린 태극삼, 그대로 말린 백삼, 인삼 다리만 잘라 말린 미삼, 홍삼이나 태극삼을 잘게 썰어 만든 절편삼이 있다. 인삼은 뇌두가 통통하고 몸통에 우윳빛이 나는 게 좋다. 몸통이 단단한 데다 상처가 없어야 한다. 잔뿌리가 많은 게 낫다. 크기는 별 상관이 없다. 인삼은 재배가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생풀 등을 땅에 썩혀 부엽토를 만들어 거름을 주고 농약살포를 하는 데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 인삼약초시험장 이종철 자문연구원은 “토양이 오염되면 인삼이 썩기 때문에 옛날에는 지푸라기가 떨어지면 부채로 살살 부쳐 날려 버릴 정도였다.”며 “‘인삼 밭엔 오줌도 안 싼다.’고 할 정도로 까다롭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명품’ 대접을 받는 고려인삼은 해외에서 명성이 높다. 홍삼은 한국에서만 생산돼 홍콩에서 미국·캐나다·중국산보다 무려 70∼80%나 비싸게 팔리며, 백삼도 좀더 높은 값에 판매되고 있다. 고려인삼이 사포닌 종류와 함유량 등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화기삼에는 사포닌이 10∼12가지 들어 있지만 홍삼에는 32∼34가지가 들어 있다. 백삼도 28가지에 이른다. 특히 화기삼에 없는 Rh1,Rh2 등 질좋은 사포닌이 들어 있다고 한다. 한국인삼은 72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남아공, 엘살바도르, 네덜란드, 라트비아, 네팔, 터키 등 대륙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총수출량은 2106t(8300만달러). 일본 36%, 홍콩 26%, 미국 11%의 비중을 보였다. 동남아에는 주로 백삼, 홍삼 등이 수출되고 유럽은 인삼차와 인삼분말, 캡슐을 선호한다. 일본과 미국은 인삼진액을 많이 사가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인삼시장인 홍콩에서 한국산 인삼이 차지하는 비중은 5%밖에 안 된다.1990년 1억 6400만달러에 달했던 수출량이 ‘열을 올린다.’는 소문이 먹혀 들고 저가 중국산에 잠식당하고 있다. 농림부 채소특작과 박주환 사무관은 “동남아 등에서는 약효가 뛰어나니까 열을 내는 것이라는 역홍보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잘 사는 유럽 등지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수요자 특성에 맞춰 고품질 인삼류를 생산하는 데 적극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금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6) 가공기술로 고부가가치 창출

    [농업 희망을 쏜다] (6) 가공기술로 고부가가치 창출

    “원전 기술자가 감을 재배하겠다고 하니까 모두들 이상하게 보더군요. 그 좋은 직장을 왜 관두냐는 것이죠.”전남 함평군에 있는 감 가공업체 ‘감나루’의 백성준(49) 사장은 농삿일과는 인연이 멀어 보인다. 하얀색 와이셔츠를 걸친 모습은 영락없는 일반 회사원이다. 하지만 그가 일군 ‘감의 신화’는 과수농가의 희망이 됐다. 시중에서 1개에 300원하던 홍시를 3000원에서 1만 2000원까지 받게 한 ‘벤처농기업’의 대표주자다. 백 사장은 “농업은 미래산업이자 생명산업”이라고 강조한다. 감을 ‘벤처등록 1차 농산물’로 둔갑시킨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기술의 힘의 컸다. ●설계 엔지니어, 벤처농업의 CEO가 되다 백 사장이 감과의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4년.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소속으로 전남 영광 원전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있을 때다. 당시 백 사장의 부인은 영광에 있는 감 과수원을 샀다. 하지만 감이 열리지 않는 묘목 1년생인 줄도 모르고 시세의 4배를 줬다. 그만큼 농업에는 관심도 없는 문외한이었다. 이후 간간이 과수원을 일궜고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외환위기가 닥친 97년 직장을 그만두고 과수 농꾼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99년 감을 첫 수확해 도매상에 넘겼다. 하지만 감이 물러지면서 팔리지 않아 모두 반품 처리됐다.15년에 걸친 직장생활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도매 중개인들은 떫은 맛을 없애면 모두 사주겠다고 귀띔했다. 그게 자극이 됐을까. 대학에서 기계학을 전공한 백 사장은 그 때부터 ‘감 연구자’가 돼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감이 떨어질 때에는 당도가 높지만 상품화하기에는 너무 무르다. 미리 수확하면 떫은 맛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떫은 맛을 없애고 무르지 않으며 당도가 높은 감이 있다면 사시사철 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쳤다. ●농업이 과학을 만나면 고부가가치가 탄생한다 백 사장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물질의 흐름과 관리를 기획하고 설계하던 경험을 살려 고분자화학과 기계설비를 농업에 적용했다. 감의 떫은 맛은 탄닌이라는 수용성 성분에서 나온다. 따라서 입안에서 탄닌 성분을 녹지 않게 하면 떫은 맛을 느끼지 못한다. 이후 건조로를 통해 떫은 감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압력과 온도를 맞춰 급랭했다가 해동하는 연구를 2년간 계속했다. 마침내 단단하면서도 떫은 맛이 사라진 전혀 새로운 감을 만들었다. “2001년 도매상인들을 쫓아다니며 맛을 보라고 했더니 신기해 하더군요.” 매출이 급증해 지난해에는 감 단일 품목으로 12억 68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원가 대비 순이익률이 무려 250%에 이른다. 사실 떫은 맛을 없애는 탈삽기술은 새로운 게 아니다. 기존의 기술로는 떫은 맛을 제거하는 데 20일이 걸리고 감이 물러져 상품화가 쉽지 않은 게 문제였다. 그러나 감나루는 24시간 이내에 떫은 맛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수확한 뒤 단단한 상태에서 단맛을 유지하는 홍시를 유통시킬 수 있게 됐다. 떫은 감을 무른 연시로 만드는데 사용된 기술이 과거 인체유해 논란에 휩싸이곤 했지만 감나루는 친환경 공법으로 특허를 받았다. ●홍시 아이스크림으로 대박 백 사장은 2003년부터 과수농원을 감나루란 기업으로 문패를 바꿨다. 이어 탈삽기술을 응용,‘아이스 홍시’와 연시와 곶감의 중간단계인 ‘반건시’도 잇따라 내놓았다. 아이스 홍시는 1개에 3000원, 반건시는 크기에 따라 달랐지만 백화점에서 최고 1만 2000원까지 받았다. 특히 아이스 홍시는 탈삽된 감을 영하 20도로 얼린 뒤 여름철에 껍질을 벗겨 판매하기 때문에 ‘홍시 아이스크림’으로도 불린다.‘감동’이라는 브랜드로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지난해 8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서울과 대전 등에는 학교급식용으로 공급될 정도다. 백 사장은 “탈삽기술은 과일뿐 아니라 차와 모과, 채소 등에도 상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채소의 경우 엽록소를 파괴하지 않고 급냉·해동할 수 있어 유통혁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상추는 오뉴월에 1관(3.75㎏)짜리가 7000원 하지만 8월에는 4만원까지 가격이 뛴다. 하지만 감나루의 기술을 적용해 냉동저장하면 8월에도 1만원 이하로 채소를 팔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 ●감 단일품목으로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다 백 사장은 지난 9일 중국 산동성 쯔보(치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이스 홍시 공장 설립건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앞서 2004년에는 중국 북경시 1만평에 연산 1000t 규모의 아이스 홍시 생산공장 계약을 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70억원을 투자했다. 백 사장의 지분은 49%다. 백 사장은 “중국산 감이 세계 생산량의 75%를 차지하지만 90% 이상이 사료 등으로 쓰인다.”면서 “새로운 탈삽기술을 사용해 감을 상품화하면 감 소비가 늘 뿐 아니라 중국 농촌지역의 소득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이같은 효과를 노렸다. 중국에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농기업에 대한 투자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오는 2008년 북경 올림픽의 공식빙과로 지정받아 시장을 세계로 넓힌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전남 함평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정부 인증 받아도 대출 기피 여전 감나루 백성준 사장이 중국에 진출한 속사정은 따로 있다. 과일과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떫은 맛을 없앨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어도 국내에서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 사장은 “정부가 기술을 인증했지만 금융기관은 자금을 대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다른 기업들은 로열티없이 기술을 공유하자고 달려드는 등 무임승차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때문에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는 줄 알면서도 중국 정부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정은 감나루에 국한된 게 아니다. 새싹채소를 재배하는 건강나라의 한경의 대표는 “정부가 사업성을 인정해 줘도 농협이나 금융기관은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담보부터 찾는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작은 사업에도 수억원이 필요한데 땅이 전부인 농민들이 무슨 수로 수억원 어치의 담보를 제공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농기업대표들은 특히 농민이 만든 농협이 농민 위주로 생각하지 않으며 정책자금 지원의 주체를 농협에서 일반 금융기관으로 확대,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생 연구위원은 “제조업처럼 농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모델이 개발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농기업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한 역할을 농협이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 관계자는 “대출시 담보 위주에서 사업성이나 수익성 평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농업의 리스크가 커 농업 쪽으로 자금이 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다만 농기업자금팀을 신설, 대출 관련 모델을 개발 중이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했다. 정책자금 지원을 일반 금융기관과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농림부의 결정에 따르겠지만 농협이 경쟁력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책자금 지원 잔액은 25조원에 이른다. 신한은행 여신심사 관계자는 “담보는 미래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될 때 채권보전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이지 농업에만 차별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평가받는 쪽에서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1차산업의 리스크나 미래의 판매 예측은 제조업이나 IT쪽보다 쉽기 때문에 사업성만 좋다면 돈을 빌리는 데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보다 농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평가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농협이나 금융기관이 담보가치만 따질 게 아니라 미래의 수익구조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감나루’ 성공요인 분석 감은 사과 등 다른 과일보다 비타민 함유량이 훨씬 많은데도 떫은 맛 때문에 한철에만 소비되는 ‘비선호 과일군’으로 분류됐다. 카바이트를 사용한 기존의 홍시 가공법은 인체에 유해한 가스가 발생하고 폭발의 위험성마저 있는데다 감의 조직이 액체 상태로 바뀌어 유통과 저장에 어려움이 있었다. 더욱이 늦가을과 초겨울에 집중 출하돼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고 유해성분에 대한 우려는 소비자들의 웰빙 트렌드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감나루의 탈삽기술은 이같은 문제점을 일시에 없앤 혁신적인 친환경공법이다. 또한 홍시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꿔 ‘단단한 홍시’라는 전혀 새로운 상품을 탄생시켰다. 냉동했다가 먹는 아이스 홍시는 ‘당도’와 ‘점도’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지만 설탕과 착색색소가 전혀 첨가되지 않아 시장에선 자연식 영양식품으로 인기를 끌게 했다. 가격이 3000원으로 비싼 게 흠이지만 1000원짜리 아이스 홍시로 다양화하는 전략도 세웠다. 감을 활용한 감주스, 감식초, 감조미료 등의 개발로 부가가치 창출의 맥을 이어갔다. 특히 감나루가 가공기술만으로 중국에 진출, 중국 정부의 투자를 이끌어 내 농업 분야도 기술과 경영능력만 뛰어나다면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1차산업으로만 여겼던 농업의 외연을 확대시킬 수 있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우리 농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농업의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농기업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제품 개발이 요구된다. 김영생 농촌경제硏 연구위원
  • [휘닉스파크클래식] 제2의 ‘임성아 영광’을 꿈꾼다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챔피언의 산실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06시즌이 26일 휘닉스파크클래식(총상금 2억원)을 시작으로 개막한다.26일부터 3일간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골프장(파72·6264야드)에서 치러질 이 대회는 개막전인 만큼 동계훈련의 성과와 올시즌 판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관전 포인트는 지난해 KLPGA 최우수선수 2연패를 달성하고도 3년째 국내 무대에 머물고 있는 송보배(20·슈페리어)와 지난해 신인왕 박희영(19·이수건설)의 맞대결. 대부분의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LPGA로 진출,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가운데서도 묵묵히 국내를 지키고 있는 송보배는 지난해 LPGA 멤버 배경은(21·CJ)에게 내줬던 상금왕 타이틀 탈환을 위해 첫 대회부터 우승을 다짐한다. 동계 해외 전지훈련 막판에 어깨 인대를 다쳐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쉽게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각오다.2년차를 맞아 국내 최고를 노리는 박희영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휘닉스파크골프장에서 열린 PAVV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해 자신감도 크고, 아시아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도 이미 1승을 올려 상승세에 올라 있다. 지난해 박희영과 신인왕을 다툰 최나연(29·SK텔레콤), 올 아시아여자프로골프 투어 말레이시아오픈과 마카오챔피언십 등 2승을 수확한 지은희(20·LIG), 지난해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챔피언십을 제패한 김혜정(20·LIG) 등 또 다른 2년차들도 주목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 우승컵을 꿰찬 신지애(18), 아마추어 시절 박희영과 쌍벽을 이룬 안선주(19·이상 하이마트) 등 루키들도 관심이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세계쇼트코스수영] 박태환 또 은메달 ‘역영’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야외 수영장.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출발대에 선 박태환(17·경기고·당시 대청중 3년)은 심판의 “준비” 구령에 그만 먼저 물에 뛰어들고 말았다. 이어진 ‘부정출발’ 판정. 국제수영대회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는 ‘원스타트 룰’ 때문에 역대 한국의 올림픽 출전 사상 최연소(15살)로 나선 박태환은 어깨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눈물만 펑펑 쏟아냈다. 그러나 그는 1년 8개월 만에 ‘월드스타’로 변신했다. 한국 남자수영의 ‘기대주’ 박태환이 세계쇼트코스수영선수권대회에서 또 한 개의 또 은메달을 보태며 한국수영의 80년 역사를 거듭 고쳐 썼다. 박태환은 9일 중국 상하이 치종경기장에서 벌어진 대회 마지막날 남자 1500m 결승에서 14분33초28에 터치패드를 찍으며 세계 랭킹 1위 유리 프릴루코프(14분23초92·러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종전 최고기록(14분42초51)을 무려 9초 이상 앞당긴, 쇼트코스 세계 랭킹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틀 전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놀라게 한 건 물론,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의 쾌거를 달성한 박태환은 이로써 이번 대회 2개의 은메달을 수확하며 세계적인 중·장거리 스타로 급부상했다. 박태환은 특히 자유형 400m에 이어 홈 관중의 열광적 응원을 등에 업은 ‘라이벌’ 장린(19)뿐 아니라 아테네올림픽 1500m 은메달리스트인 라슨 젠슨(미국)까지 큰 격차(16초27차)로 따돌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의 기대도 부풀렸다. 푸른색 반바지 수영복 차림의 박태환은 6번 레인을 배정받아 검은색 전신 수영복을 착용한 5레인의 프릴루코프와 초반부터 팽팽한 2파전을 벌였다. 박태환은 레이스의 1000m까지만 해도 프릴루코프에 불과 2초차로 따라붙으며 긴장감을 유지했으나 이후 페이스가 떨어져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마카오 동아시안게임 1500m에서 박태환에 0.05초 차로 금메달을 빼앗았던 장린은 14분42초82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장린은 400m에 이어 이번에도 박태환에 큰 격차로 뒤져 현지 언론의 표적이 됐다. ●쇼트코스대회란 정규코스의 절반인 25m 길이의 풀에서 벌이는 경영대회.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지만 턴당 0.52초의 기록단축효과 등 박진감 때문에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주류’로 편입됐다. 이번 대회에도 중장거리의 1인자 그랜트 해켓(호주)이 불참했을 뿐 세계 10위권 선수들이 대거 출전, 그 무게를 짐작케 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1) 쌀 전쟁 막 올랐다

    [농업 희망을 쏜다] (1) 쌀 전쟁 막 올랐다

    마침내 외국 쌀이 국내 밥상에 오르게 됐다. 농민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로 ‘쌀 전쟁’이 시작됐다고 본다. 쌀 수입 자체를 저지하려 했고, 시판에 앞서 불매 운동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세계화에 따른 불가피한 개방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면서 수입물량을 한정한 것은 적지 않은 수확이라고 덧붙인다. 빗장을 활짝 열어젖히기 이전에 쌀을 포함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면 개방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아가 쌀만 고집할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에도 눈을 돌릴 때라고 강조한다. 쌀산업 등 농업의 현실과 우수 농기업 및 선진국 사례 등을 통해 우리 농업의 갈 길을 20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수입쌀 시판으로 농민들의 시름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15년째 벼농사를 해 온 김모씨는 “무조건 막아야죠.”라고 말한다.“배스인가 버스인가 하는 미국 물고기가 토종 물고기를 없앴다는 소리를 못들었냐.”고 볼멘 소리다. 그렇지 않아도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쌀 소비가 줄고 있는데 외국쌀까지 들어오면 그만큼 국산쌀이 덜 팔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공급 과잉으로 쌀 값이 떨어지고 농가소득도 줄 것이라는 우려가 깔렸다. ●쌀값 떨어뜨릴 요인이나 급락할 수준은 아니다? 농업 전문가들은 이런 걱정이 ‘기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지난해 산지 쌀 값은 평균 15∼20%나 떨어졌다. 하지만 2003∼2004년 정부가 쌀 값 안정을 위해 시장에서 격리했던 쌀을 지난해부터 푼 결과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쌀 수입에 따른 심리적 요인으로 농가들이 앞서 쌀을 내놓은 측면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 박사는 9일 “수입쌀은 가격이 싸고 맛도 좋을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고 정부가 ‘수입이익금(mark-up)’을 부과해 가격을 국산쌀과 비슷하게 유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산 쌀값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도 시장개방 초기에는 수입쌀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결국 일본쌀이 낫다는 신뢰가 퍼지면서 쌀 시장을 지켜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밥쌀용으로 수입되는 쌀이 국내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0.5%에서 올해 0.9%로 높아지는데 불과하다는 점을 든다. 우리 국민이 불과 이틀이면 소비할 분량이다. 그만큼 시장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관세화 유예기간 마지막 해인 오는 2014년에는 수입물량 비율이 3.7%까지 높아지고 갈수록 쌀 소비까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쌀 값은 더 떨어지게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밥쌀용 수입쌀 1만t이 풀릴 때 국산쌀 가격은 1㎏당 10원씩 떨어질 것으로 추정한다. 올해 수입쌀 5만 7000t이 모두 나오면 80㎏짜리 쌀 한 가마니 가격은 4500원 정도 떨어지게 된다. 김정호 연구원은 2010년에는 13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들 선택에 달렸다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손재범 정책실장은 “쌀 농업의 특성상 가격 기능에만 맡기면 시장은 실패할 수 있다.”면서 “쌀 농가가 무너지면 빈곤층 형성으로 사회적 비용이 새로 드는 만큼 정부가 수급을 정책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북지원 확대, 생산조정제 도입, 다른 작물로의 전환 지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그는 수입쌀 시판이 ‘위기’이자 ‘기회’이며 우리 농업에 경각심을 자극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에 쌀시장의 운명이 걸렸다고 강조했다. 수입쌀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도 시판을 막겠다는 것보다 소비자들에게 국산쌀 애용을 호소하는 차원임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고민은 적지 않다. 수입쌀이 좋다는 인식이 퍼져 수요가 크게 늘어도 문제다. 거꾸로 소비자가 외면해 수입쌀 값이 떨어지는 것도 국산쌀의 동반 하락을 이끌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박동규 박사는 수입쌀 값이 국산쌀보다 20㎏ 1포에 3000∼4000원 이상 싸면 소비자가 수입쌀을 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가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수입쌀이 국산쌀보다 못하다는 평가 속에 가격만 약간 낮게 책정되는 경우다. 지난 5일 수입쌀 공매에서 국내 대형할인업체와 백화점이 입찰에 나서지 않은 것은 농민단체 등의 반발을 의식해서지만 시장 반응이 불확실한 탓도 있다. ●농민들 유통조직 단일화해 대표 브랜드 만들어야 농업문제를 주로 연구하는 민간연구소 GS&J의 이정환 이사장은 “농민단체들이 불매운동에 주력하기보다는 산지로 내려가 재배법을 통일시키고 수탁제를 통해 품질이 균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주부들 입장에선 미국쌀과 국산쌀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며 계절에 관계없이 쌀의 밥맛과 안전성을 똑같이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농림부 오경태 식량정책과장은 “국산쌀을 대표할 절대적인 브랜드가 없다.”면서 “미곡종합처리장을 통·폐합해 쌀 유통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도 쌀 브랜드가 많지만 결국은 몇개 대표 브랜드가 일본시장을 지켜냈다고 덧붙였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어떤 쌀 들어오나 한국인의 밥상 위에서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을 대표하는 쌀들이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됐다. 과연 어떤 수입쌀이 한국인의 밥그릇을 점령할까. 국내로 반입되는 수입쌀은 미국 캘리포니아산 칼로스를 비롯해 중국의 ‘칠하원’, 호주산 ‘선라이스’, 태국산 안남미 등 네종류다.1등급 칼로스쌀 1369t은 이미 반입돼 1차 공매가 끝났다. 나머지 미국산 4135t, 중국산 1만 2767t, 태국산 3294t, 호주산 993t도 6월 말까지 공매를 거쳐 국내 식탁에 오를 예정이다. 미국산 칼로스는 주로 캘리포니아주의 농가에서 재배된다. 밥을 지으면 국산쌀처럼 기름지고 찰기가 많은 ‘자포니카’ 계통의 품종이다. 낟알의 길이를 폭에 비교했을 때 그리 길쭉하지 않고 모양도 적당히 둥근 중단립종(中短粒種)이다. 단립종인 국산쌀보다 조금 더 날씬하다. 중국산 칠하원 쌀은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헤이룽장(黑龍江) 등 동북 3성에서 생산된다. 자포니카 품종(단립종)인데 낟알이 짧고 통통해 한국쌀과 크기와 모양이 가장 비슷하다. 우리에겐 ‘싸구려 쌀’로 인식돼 있지만, 밥맛으로 치자면 수입쌀 가운데 가장 경계해야 할 ‘다크 호스’라는 게 먹어 본 사람들의 중론이다. 중국 주재원으로 있다 최근 귀국한 김모(36)씨는 “한국 쌀보다 찰진 정도 등 밥맛이 되레 낫다.”고 평가했다. 호주산 선라이스도 자포니카 계통의 품종이다. 호주의 건조한 날씨와 강한 햇볕 아래 농약을 많이 쓰지 않고 생산되는 게 특징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국산쌀로 ‘둔갑’ 막을 묘책은 “쌀도 지문을 갖고 있다?”‘설마’ 하겠지만 사실이다. 물론 사람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손가락 지문이 아니다. 식물체마다 핵산(DNA)의 무늬와 크기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이른바 ‘쌀 핵산지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수입쌀이 국산쌀로 둔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번주부터 미국산 칼로스 쌀이 시판된다. 국산쌀과 섞어서 파는 것도 허용됐다. 때문에 수입쌀 비중을 속이거나 국산쌀로 둔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은 9일 “지문감식으로 ‘범인’을 가려내듯 쌀 판별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과학원 유전육종과 김연규 연구위원은 “1999년부터 3년에 걸쳐 ‘핵산지문법’을 통한 벼 품종판별기술을 개발,2건의 특허를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점쟁이처럼 쌀의 품종을 맞출 수는 없어도 이미 확보된 품종의 유전자와 비교해 같은 종류인지는 알아 낼 있다고 자신했다. 칼로스 쌀이 국산쌀로 시판된다고 가정하자. 둔갑된 수입쌀의 DNA를 잘개 쪼갠 뒤 DNA 분석기에 넣고 전기를 흘러보내면 고유한 무늬와 크기가 나온다. 이를 미리 코드화한 수입쌀 DNA 지문과 비교하면 국산쌀인지, 수입쌀인지 알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선 해마다 수입쌀의 DNA 지문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서 개발된 벼 품종 120개의 핵산지문은 이미 코드화했다. 품종을 판별하는 데 5일이 걸리고 1차례에 20만∼30만원 든다. 수입쌀 비중을 알려면 기간은 같지만 비용은 50만∼60만원이 든다. 육안으로는 가장 긴 게 태국쌀(장립형), 그 다음이 미국쌀(중립형)이고 국산쌀(단립형)이 가장 짧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5·끝) 에필로그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5·끝) 에필로그

    봄볕속에 하얀목련이 피었다. 하얀목련의 젖무덤 꽃망울속에 생명 존재의 향기가 피어난다. 너무도 신비롭고 고귀하기만 한 존재의 향기속에서 우리 삶의 온갖 애환과 연민을 맛본다. 노란병아리 솜털처럼 돋아나는 차싹속에 온 우주를 깨어나게 하는 봄향기가 묻어나고 있다. 그 설레이며 기쁜 봄속을 떠받치고 있는 차나무속에 수선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금잔옥대(金盞玉臺), 제주도 모슬포 대정에 귀양간 추사가 그 작고 초라한 우거에서 한묶음 피어난 수선화를 보고 울었다는 그 꽃이다. 제주도에서 일지암으로 시집을 온 금잔옥대가 3년 만에 그 활짝 웃는 얼굴을 내보인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자연의 질서와 환경이라는 것이. 그 생명의 위대함에 절로 눈물이 난다. 우리는 이같은 자연의 흐름에 역행해 살고 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고, 우주의 생명과 리듬을 뒤틀고 행복을 추구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속도의 포로가 되어 욕망의 포로, 즉 매달림의 포로가 되어 살아가는 삶의 끝은 허무와 허우적거림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같은 삶의 종착점에 대해 고민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연의 질서와 사회의 질서가 파괴되며 인간의 근본적인 이성이 상실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시대의 차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같은 이성의 회복에 있다.18세기 초의·추사·정약용 등 당시대의 최고 지식인들이 차를 마시며 새로운 시대 변혁의 역사를 도모했던 것처럼 차를 통해 이시대의 정신성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차의 새로운 길인 것이다. 우리 차는 이제 막 발아단계를 벗어나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각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먼저 차의 역사성 복원이다. 우리는 차에 대한 역사성의 복원에 서둘러야 한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이어오면서 우리곁에 자리했던 차문화의 복원은 매우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자료를 복원하기 위한 관련 전문가의 육성은 기본이다. 그같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차학회다. 열악한 조건과 환경 그리고 인력의 어려움 속에서도 차학회는 꾸준히 세미나를 개최하며 한국차의 역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역사에서 차는 어둠속 깊은 창고에 갇혀 있었다. 먼지를 털어내고 빛을 쪼여주기 위해서는 과학적 세밀함과 학문적 규명작업이 서서히 이루어져야 한다. 인물사, 사상사, 문화사, 제다사, 그리고 육종사등 각 분야별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같은 접근은 차가 단순한 전통문화라는 당위성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서 자리잡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관련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에 여러 대학에서 차학과가 신설돼 정식학과 과목으로 강의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그런 대학들에도 관련 전문가가 없어서 애를 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사람의 전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예산이 투여되어야 한다. 향후 한국차를 위해 각 대학이나 관련단체들의 관심과 배려가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다도철학이다. 우리는 곳곳에서 다도, 이른바 차의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행다 즉 차의 행위에 국한된 것이다. 물론 그속에 차의 철학이 깃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행다속에 깃든 차의 철학적 요소들은 아직 우리에게 모호한 상징적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그같은 다도철학은 마치 차가 일상에서 편하게 마시는 것이 아닌, 번잡한 일상사를 벗어나 먼 산속에서 고고하게 마시는 고급문화로 인식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같은 인식은 일반대중들의 접근을 막을 뿐만 아니라 차를 차인들이라는 틀속에 고정시키는 폐해를 낳기도 한다. 다음은 육종의 문제다. 우리는 몇해 전 우리의 전통차는 야생차에 있다고 말하는 주장을 듣기도 했다. 현재 우리 차밭에 있는 대부분의 차들이 전통차가 아니라 일본에서 들여온 품종인 일본차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그같은 주장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육종학에서 보면 모든 식물들은 여러 가지 교배를 통해 새로운 품종을 탄생시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점에서 야생차는 우리의 전통차라는 당위성은 있지만 그것이 곧 우리차의 전부라는 사실은 맞지 않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야 하는 것은 하나의 산업으로서 생산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과 식물이 그러하듯이 늘 우수한 품종이 탄생해 그 사회뿐만 아니라 종족들을 이끌어간다. 차나무 역시 마찬가지다. 육종학을 통해 좀더 우수한 차나무가 끝없이 개발 보급되어야 한다. 중국이나 일본 타이완은 이를 위해 수없이 많은 자본과 전문가들을 투입, 새로운 육종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그같은 새로운 육종실험의 결과 획기적인 차나무 교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한사람의 차인으로서, 한사람의 차농사꾼으로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육종을 통해 탄생한 차나무는 수확뿐만 아니라 차맛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그 잠재적 시장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차가 단순한 가내수공업을 통해 몇 사람만 나누어 마시는 것이라면 이같은 관점이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는 이제 세계적으로 농업산업의 한축으로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 일본을 비롯한 차 생산국들은 산업적 측면 즉 무역적인 측면에서 세계시장을 겨냥해 장단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차의 소비량은 2003년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소비량이 40g이었으나 2004년에는 90g으로 늘어났다.2006년 현재 그 소비량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모르지만 불과 1년사이에 배로 늘어난 것을 볼때 이미 차는 우리나라에서도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음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한해 차 생산량은 약 3800t이다. 그러나 수입도 만만치 않다. 약 3000t가량이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대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수입하는 차는 대부분 티백시장으로 대표되고 있으며 한국 차생산자들의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정도로 자라나고 있다. 우리나라 차 시장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6000억원, 일본의 경우는 약 1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중국은 그 규모를 환산하기 힘들 만큼 거대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차 생산을 위한 새로운 육종은 우리차 생산에 결정적인 영향를 미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들여다볼 때 차는 전남 경남지역 등지에서 농가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분야로 주목받을 만하다. 국가차원에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시장가치로 발돋움하고 있는 차에 대해 국가의 지원과 관심은 절실한 문제 중 하나다. 대체농업으로서 차는 그 무한한 가치와 생산성을 잠재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다에 있어서의 변화도 필요하다. 현재 전통차시장은 약 5%정도다. 이는 차농가들이 제다에 있어서 전통차생산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의 제다에 있어서 새로운 방향성에 눈을 떠야 하는 것이다. 최근 한 신문에 녹차샐러드가 개발되어 미식가들의 각광을 받는 것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었다. 유럽에서 개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차 샐러드는 차상품의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돼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제다에 대한 관심도 변해야 한다. 차상품의 영역이 녹차요구르트, 녹차아이스크림 등 웰빙산업과 맞물린 제다의 변화가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그것은 향후 차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논의하고 각성할 것은 차인들의 화해와 상생을 통한 차문화의 발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천개의 차 모임이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각 차인들간뿐만 아니라 차인회들간 불화와 반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같은 현실을 보며 차에 관심이 있는 일반대중들은 “차인들이 왜그래?”라는 눈총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차계의 현실이다. 차의 근본정신을 망각한 불신과 반목이 우리 차문화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같은 현실을 타계하는 것 역시 차인들의 몫이다. 차의 근본정신은 화합과 상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화합과 상생을 통한 차인들의 결합은 한국 차문화의 발전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것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차인들은 차를 처음 대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정신을 통해 이땅에 건강한 차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헌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차문화에 대한 미래는 매우 밝고 넓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도 긴 역사속에서 향기와 자취를 잃지 않고 우리곁을 지켜온 것이 바로 우리의 차였기 때문이다. <일지암 암주> ■ 연재를 끝내며 차이야기를 쓰는 동안 여러 사람으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 차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써달라는 주문과 격려였다. 사실 그동안 다인들은 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차에 관심이 있거나 입문을 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차에 대해 더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가까이 할 만한 이야깃거리들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연재는 그런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사회에서 차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써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지만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대체농업산업으로써 각 분야에 응용되고 접목되고 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문화적인 가치와 내용을 동반해야 한다. 오늘의 한국차를 이끌었던 선배다인들은 각 분야에 일가를 이룬 분들이었다. 의재 허백련, 효당 최범술, 응송스님, 금당 최규용선생, 창선 한웅빈선생, 명원 김미희, 예용해, 청남 오제봉, 토우 김종희, 청사 안광석선생 등은 차가 한국문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매개체였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웠다. 그분들은 차를 알게 하고 차의 효용성과 그 정신성에 주목했다. 우리에게 잃어버린 차의 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선배다인들이 뿌린 씨앗은 지금 이땅에 발아를 하고 있다. 우리의 삶 이곳 저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아직 그같은 확대와 팽창을 담아낼 콘텐츠를 갖고있지 못하다. 차의 묘목, 차의 제다, 차의 문화성, 차의 사상성과 철학성 등 전분야에서 우리는 이제 막 그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차인들에게 나침반도 지도도 없다. 누군가 앞장을 서서 그같은 지도를 그리고 이끌어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초의스님이 주석하며 잃어버린 한국차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일지암의 암주로서 차에 대한 사명감은 막중하기 이를데 없다. 초의스님은 차를 통해 당시대의 삶과 문화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냈다. 그리고 그속에서 우리차의 생명과 살림살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우리에게 각인시켜주었다. 그런 점에서 일지암은 우리차 역사의 한복판에서 역사성과 사회성 그리고 창조성을 발휘해야 하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막 발아된 씨앗에 무슨 얼굴과 내용이 있겠는가. 아주 조심스럽게 사랑하며 그 씨앗이 잘자라서 아름다운 얼굴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영양소를 듬뿍듬뿍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차에 대한 최소한의 심평기준을 세우기 위해 마련한 대한민국차품평대회, 반도의 끝머리 해남에서 지역차생산공동체인 남천다회와 함께 가꾸는 다원, 그리고 차 잡지에 연재하고 있는 차의 현대사 이야기들, 한발짝 더 나아가 국제규모의 문화대전에 손과 발을 내미는 것은 초의스님과 선배다인들의 다맥과 정신사를 이어가는 초석이 되기 위함이다. 이른 새벽 일지암 유천의 수곽소리에 잠을 깨어 한잔의 맑은 청수를 초의스님 영정에 올리는 다례의식에는 우리차의 정신성과 합리성을 통해 이땅의 다인들뿐만 아니라 중생들의 아픈 삶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배어있다. 수없이 들려오는 소리들, 그리고 그속에 들어있는 아픈 생채기들이 이땅의 차인들속에 깊이 배어있다. 그같은 아픔속에서도 한발짝 한발짝 앞으로 나가는 것은 이시대를 살아가는 한사람의 승려로서, 다인으로서 차의 성지 일지암을 지키는 지킴이로서 할 수 있는 작은 소명의식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할 수만 있다면 이땅의 중생들 곁으로 차가 다가갈 수 있도록 기꺼운 마음으로 헌신하리라.
  • 꽃물결 출렁이는 남도-섬진강 매화마을

    꽃물결 출렁이는 남도-섬진강 매화마을

    ‘춘삼월의 중간인데 날씨가 이리도 짓궂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기상청에서 올봄 꽃소식이 예년보다 이르다고 해서인지 더욱 꽃향기가 그리워집니다. 이번 주말에는 남도의 끝자락 섬진강변으로 떠나 보세요. 아마 세상에서 처음 보는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섬진강의 푸른 물결, 그 위에 하얀 매화가 하늘하늘 춤을 추다 제멋에 겨워 춤사위를 잊고는 하얀 꽃눈을 뿌립니다.‘와∼’하는 탄성과 함께 가던 길을 멈추고 꽃눈에 취해 보세요. 잊고 있던 봄이,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여러분 가슴속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남도의 삼색입니다. 광양 섬진강 매화마을의 하얀 매화, 구례 산수유마을의 노란 산수유. 그것도 부족하다면 광양 옥룡사 입구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동백이 기다리고 있어요. 글 사진 광양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굽이굽이 푸른 물결을 따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가장 아름답게 매화가 핀다는 광양의 매화마을을 찾아 나섰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의 사계(四季)는 모두 아름답지만 으뜸은 당연히 봄이다. 섬진강의 봄 패션은 화려하고 아름답다.3월에는 하얀 매화 무늬가 가득한 옷으로 갈아입고,4월은 노란 산수유, 벚꽃, 배꽃 등 원색의 옷으로 바꾸어 입는다. 그래서 이맘때 섬진강을 따라 함께하는 19번 국도는 자동차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렸다. 구례에서 남도대교를 넘어 섬진강 매화마을로 향했다. 자동차의 창문을 내리자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실려온다.‘아 이것이 꽃냄새인가.’하고 생각이 들 때쯤 갑자기 앞이 환하게 밝아온다. 길가에는 하얀 꽃잎을 가득 매단 나뭇가지가 하늘하늘 흔들며 손짓을 한다.‘말로만 듣던 매화인가.’ 자동차의 속도를 줄였다. 눈이 부신다. 꽃눈을 벗어 던진 하얀 꽃송이들이 수를 놓는다. 차를 세우고 내렸다. 따스한 봄바람에 실려오는 향긋한 꽃내와 뒤로 시원하게 흐르는 섬진강의 파란 물줄기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어린아이라도 된 양 꽃세상에 취해 자리를 뜨지 못한다. 섬진강을 따라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무려 28㎞나 펼쳐져 있다. 예년에는 3월초면 어김없이 매화가 꽃을 피웠지만 올해는 윤달이 들고 겨울이 추웠던 터라 매화가 열흘 정도 늦게 피었다. 그래도 양지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흐드러지게 핀 매화가 반긴다. 남도대교를 건너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861번 도로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로 20여분.“어디가 매화마을이지.”라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있다면 갑자기 “엄마 눈이 왔나봐. 저기 산 좀 봐. 나무, 산에 온통 눈이 덮여 있어.”라고 외칠 것이다. ■ 꽃향기에 취해볼까 하얀 매화꽃이 가득한 매화마을에 들어서면 누구나 시인이요, 예술가가 된다. 활짝 꽃망울을 피운 매화에서 느껴지는 도도함과 청초함은 그야말로 최고다. 예로부터 매화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꽃을 피워 봄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 불의(不義)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상징이며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한다. 벚꽃을 닮기는 했으나 벚꽃처럼 호사스럽지 않고 배꽃과 비슷해도 배꽃처럼 청승맞지 않아 군자의 그윽한 자태를 연상시키는 그야말로 격조있는 꽃이 바로 매화다. 온 마을을 덮고 있다고 생각만 해도 절로 흥분된다. 좀더 운치 있는 풍광을 보려면 마을 뒷동산에 올라가는 것이 좋다. 흰 눈이 나무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듯 그 자태가 정말 곱다. 또한 매화는 흰 매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붉은 빛이 도는 남고매(홍매화), 푸른빛을 띠는 고성(청매화)도 간간이 눈에 띈다. ■ 흥겨운 축제도 열려 섬진강과 매화꽃이 어우러진 백운산 동편자락 10만여평에 군락을 이룬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과 섬진강변 일원에서 오는 19일까지 ‘제10회 광양매화문화축제’가 열린다. 매화꽃길 음악회, 남사당 공연행사, 매실차 시음회, 매화압화 만들기 등 체험행사와 전통연날리기, 무선헬기 비행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광양에서는 백운산에 올라 다도해 조망과 주변의 섬진나루터, 청매실농원의 전통옹기, 섬진강의 재첩잡이 등의 풍경이 볼 만하다. 광양시 문화홍보과 (061)797-2363. ■ ‘취화선’의 풍취 어린 대나무숲 능선을 따라 핀 매화에 취해 비틀비틀 걷고 있노라니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사각사각∼쉬익”하는 대나무 스치는 소리. 이런 매화농원에 멋진 대나무 숲이 보인다.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취화선’의 촬영지였단다. 대나무 숲 위로는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전국에 풍광이 좋기로 소문난 여러 곳을 돌아보았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다. 하얗게 내려앉은 매화의 꽃눈 뒤로 유유히 흐르는 짙푸른 섬진강의 물줄기. 그 뒤로 우뚝 서 있는 지리산과 첩첩이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모습. ‘단원 김홍도가 이곳을 봤다면 아마 세계 최고의 풍경화를 그릴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전망대 밑에는 작은 돌담과 이엉을 이어 지은 초가집이 매화꽃 사이에 정겨운 모습으로 서 있다. 들어가려고 했으나 ‘영화촬영 중’이란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의 학’의 일부를 찍는 세트장이다. 한바탕 꽃놀이를 끝내고 나면 배가 출출해진다. 농원 사무실 앞에는 농원에서 수확한 매실로 만든 먹을거리 장터가 열린다. 매실을 말려 곱게 갈아 쌀과 함께 섞어 만든 가래떡으로 끓인 매실떡국(5000원), 온갖 나물과 매실엑기스를 넣고 비벼 먹는 매실비빔밥(5000원)이 맛을 돋운다. 또한 매실로 만든 사탕과 장아찌, 된장, 고추장도 판다. 홈페이지(www.maesil.co.kr)에서 인터넷으로 주문도 가능하다. ■ 매화마을중 으뜸은 청매실농원 매화마을에 가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 청매실농원(061-772-4066)이다. 주차장에는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가득하다. 간신히 차를 주차하고 언덕길을 5분정도 걸어 올라간다.10만여평이 되는 산 전체에 마치 이불솜을 뿌려 놓은 듯 하얀 매화에 ‘와’하는 탄성이 나온다. 푸른 섬진강을 배경으로 어우러지는 매화가 만들어내는 풍광은 가히 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청매실농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이것 좀 봐. 분홍빛 매화는 너무 예쁘다.”,“아냐 푸른빛이 나는 매화가 더 멋있어. 너무 수줍은 듯 도도해 보이는 것이 나를 꼭 닮았잖아.”라며 수다를 떠는 손지연(22·광주 북구), 김미희(22·광주 동구)씨는 매화의 고운 자태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정말 여기는 천상(天上)의 화원이에요. 여기 좀 보세요. 정말 여러 꽃을 보았지만 매화가 젤 ‘얼짱’인 것 같아요.”라며 연신 폰카와 디카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오랜만에 흙을 밟고 걸었다. 활짝 핀 매화꽃, 바람에 따라 실려오는 매화 향기, 떨어진 매화잎, 지저귀는 새까지 오감으로 느끼는 즐거움에 지친 몸도 마음도 절로 풀려진다. ■ 매화는 내 딸이고 매실은 내 아들이야 광양의 청매실농원에 들어서면 ‘도대체 누가 황량한 산을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농원을 가꾼 이는 홍쌍리(67)씨.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 서면에서 멋쟁이로 불리던 그가 매화마을로 시집 온 것은 43년 전. 꽃다운 스물세살에 시아버지 김오천(1988년 작고)옹과 함께 매화를 하나둘씩 심었다. 당시에 밤나무를 베어내고 매화를 심는 홍씨를 보고 마을사람들은 ‘바보’라고 손가락질했단다. 매화의 열매인 매실은 별로 쓰임이 없어 ‘돈 안되는 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화꽃에 마음을 빼앗기고, 매실의 상큼함에 반한 홍씨의 고집을 어느 누구도 꺾지 못했다. 홍씨는 40여년 동안 매실농사를 작품으로 생각하고 오직 농원을 가꾸며 평생을 보냈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유명한 곳이 됐으며 매실로 ‘장인’의 경지에 올랐다.“평생 매실 농사를 작품으로 생각했어. 나무를 심다가 힘들면 매화로 화관을 만들어 쓰고 노래도 부르며 춤도 추고 신나게 일하려고 노력했지. 항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보석을 주려고 했지.” 지난해부터 매화나무 밑에 야생화 수십만 그루를 심어 매화가 지더라도 항상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농원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33)민간신앙과 차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33)민간신앙과 차

    새벽예불을 끝내고 툇마루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던 흰장갑과 밀짚모자를 눌러쓴다. 싱그러운 햇차를 준비하기 위해 겨울을 이겨낸 차밭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삽과 괭이를 들고 차밭을 정리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 젊은 노동력이 떠나버린 시골에서 사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다행히도 일지암 차밭은 그리 크지 않아 혼자의 운력으로 가능하다. 차밭에는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와 이곳저곳 씨앗을 뿌려놓고 북상을 준비하고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냉이 등 봄나물들은 고단한 운력의 또다른 수확물 중 하나다. 아지랑이 바람결에 매화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앙상하니 가시만 돋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토실토실 맺혀 있던 새빨간 꽃망울들이 순서도 없이 중간중간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천리향인가 바람을 타고 햇살을 이고 산하대지에 골고루 그 향기를 뿌리며 봄이 지나가고 있다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온우주가 자궁이란 말이 실감난다. 차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차는 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차 살림살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차의 형식은 있고 그 정신적 내용은 빠진 빈 알맹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초의스님을 비롯한 옛 차인들이 차를 도라고 했던 것은 바로 일상에서 완전한 삶의 행위로 간단없이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씩 차인들의 찻자리에 초대받으면 금방 알수 있다. 여기저기 제자리에 있지 않은 차도구들, 정결하게 준비되지 않은 청수들…. 그 찻자리는 청향보다 수다스러움과 번잡함이 넘쳐난다. 마음속에서 작은 실망들이 저절로 우러난다. 우선 찻자리는 상큼하고 청량해야 한다. 찻상과 차도구들을 깨끗이 씻어내고 먼저 찻자리까지 정리해야 한다. 그러면 일단 그 찻자리는 청량함과 신선함이 넘쳐난다. 그런 다음 물을 준비하고 물을 끓이고 차를 마시고 난 뒤의 뒤처리까지가 마치 물흐르듯 빈틈 없고 완만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차의 도인 것이다. 그같은 차의 살림살이는 바로 일상의 삶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옛 차인들은 바로 차의 일상을 살림살이와 함께 여여하게 가꾼 것이다. 우리의 차는 매우 그 역사가 깊다. 그리고 그 차의 역사 역시 일반 민중들의 삶속에 깊이 투영되어 함께 해왔다는 점이 간과되어 왔다. 차는 역사속에서 민중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면면히 이어져 왔다. 차가 일반 민중들의 음료로서 애용되었다는 것은 지금의 찻집같은 곳이 고려시대에도 존재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찻집의 이름은 ‘다점’이었다.‘다점’에는 누구나 다 드나들 수 있었다. 조선시대까지 차는 일반민중들이 애용하는 음료 중 하나였다. 그것을 입증하는 민요사료들이 많이 남아 있다. “문수동에 문수동자/화개동천 차객들아/쌍계사의 대중들아/이 차 한잔 들으소서”라는 민요를 보면 화개동천에는 많은 차인들이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의 화개동천은 전통적인 차 주산지로서, 차가 일상에서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다른 민요를 살펴보자.“여보소 작설한잔 하는 재미 들어보소. 우리 사람은 서로 인연 따른 재미로 사네.”라든가,“작설 한잔 마시면서 내 간장을 달래보세.”“엄살많은 시애비는 작설 올려 효도하고”“동지섣달 긴긴 밤에 작설 없어 못살겠네.”라는 등의 민요에서 살펴지듯 작설차는 일상의 적요로운 삶을 달래는 친근한 민중음료였다. 또하나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그 민요속에 차가 가지는 정신적인 측면이 깊이 박혀 있다는 점이다. 잠 안오는 긴긴 동지섣달에 차를 마시는 것이며, 구박하는 시애비의 마음을 달래는 것 등 차에는 사람의 고단한 마음을 달래는 정신적인 측면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민요도 있다.“에헤야 대헤야 우리 인생 작설로 풀어보세”를 볼 때 차는 지친 우리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는 역할을 했다. 차는 우선 약용으로 쓰였다. 차를 생산하거나 차가 재배되는 곳의 민중들은 차를 찧어 발효시켜 메주처럼 처마밑에 차를 매달아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엽전이나 수레바퀴모양의 이른바 ‘떡차’로 불리는 처마 밑 차는 두통약 뱃병약 소화제 해독제 등 만병통치약으로 널리 쓰였다. 구급상비약이었던 ‘떡차’는 차를 마시건 마시지 않는 사람이건 긴 실줄같은 끈을 사용해 처마밑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반민중들이 애용했던 차는 대부분 발효차인 ‘떡차’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일반민중들은 당시 차를 따로 보관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차를 마실 수 있는 다구들도 태부족하거나 아예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반민중들은 차를 쉽게 마실 수 있기 위해서 평소 부뚜막에서 물을 끓이듯 마실 수 있는 차를 애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차를 마시고 싶을 때 처마밑에 걸어둔 차를 한조각 빼어다가 구리솥이나 돌솥 가마솥같은 곳에 넣어 끓여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전되는 차 민요를 통해 일반 선비들에게는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었음도 알 수 있다. “님은 님은 품에 자고/새는 새는 나무에 자고/우리님은 어디 잘고/새 혀 닮은 작설 잎은/선비품에 잠을 자네.”라며 차가 공부를 하는 선비의 곁을 지키는 도우미 같다는 것을 담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된 또다른 민요도 있다. 성스럽고 신령스러운 차약을 먹고 장원급제를 간절히 비는 민요가 그것이다. “둥개 둥개 두둥개야/금자동아 은자동아/천리 금천 내새끼야/영축산록 차약일새/좀티 없이 자라나서/한양가서 장원급제/이 낭자의 소원일세/비나이다 비나이다/부처님전에 비나이다.” 차가 공부를 잘해 장원급제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를 지니고 차를 마시며 공부를 하면 틀림없이 장원할 수 있다는 간절한 염원을 차에 담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차는 또 일반민중들에게 기복을 염원하는 매개처였다. 차는 그런 점에서 민중들에게 가장 중요한 제물이었다. 신령스럽고 고귀한 차를 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믿고 그 차를 올리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당산이나 용신제에도 차는 쓰였다. 옛사람들은 바다 연못 등 물속에 깃들어 있는 용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속에서 죽어간 고혼들을 위해 수륙재를 지낼 때나 또는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용왕에게 수륙재를 지냈다. 그와 관련해 불교의 (범음집)에는 감로다를 올리며 소원을 비는 다게가 있다. “이제 감로다를 가지고/용왕님들께 올리나니/간절한 마음 살피시어/부디 받아주소서” 이와 관련해 (범음집)에는 “용궁에 가득차 있는 설산의 향유(차)가 있어, 용신이 그 차를 좋아한다.”고 적혀 있다. 용왕에게 올린 차는 바다나 못에 뿌렸다. 차는 또 농사의 풍작과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가신’(家神)에게 비는 고사에도 쓰였다. 제주도에서는 정월이나 2월 중에 고사를 지낼 때 제물로 밥 떡 쌀 식혜 다완 무명을 올렸다. 여기서 다완은 차를 담는 그릇이고 그릇에 담긴 것은 차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무녀의 고사 축원문에는 ‘찻잎을 찐 시루를 큰 다완에 담아 젯상에 올렸다’는 말이 나온다. 또한 무속인들은 대부분 고사를 지낼 때 차를 큰 사발에 담아올린다는 축원문이 다수 전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사는 집안에 행운이 오고 액운을 아달라고 비는 것으로, 차는 척사의 중요한 제물로 이용되었음을 알수 있다. 고려 조선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던 솜의 원료인 잠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도 다례를 했다. 세종때 (사시찬요)에는 “잠신제사는 음력 1월15일에 지내는데 누에 칠 여인이 제주가 되어 향과 음식과 떡을 갖추며 술을 쓰지 않고 차를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 삼신 산신 토속신에게도 헌다를 했다. 여기에서 삼신은 환인이나 단군 또는 산신 마을을 지키는 토속신이기도 하다. 민중들은 마을을 수호하는 이들에게 차를 달여 올리고 번영과 행복을 기원하는 소원을 빌었다. “이슬감로로 다린 햇차를/삼신단위에 올려놓고서/금산 산신님 남해용왕님/나라세우신 태조님이요/두손 모아서 빌어 옵니다/이내 한소원 들어주소서” 일반민중들은 단군뿐만 아니라 마을을 수호하는 수호신들이 차를 매우 좋아한다고 믿고 제물로 올렸던 것이다. 이같은 것을 볼 때 차는 민중들의 삶과 신앙속에 오랫동안 하나의 삶으로 존재해왔다고 보여진다.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용으로, 긴긴밤 마음의 시름을 달래는 친구로, 또한 나쁜 액운을 막아주는 척사로, 그리고 긴급한 구급상비약으로 쓰여진 것이다. 차는 그런 점에서 우리민족의 삶과 함께 해온 전통음료로서 새롭게 각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지암 암주 ■ 민중들의 음료 ‘차’ 구전민요에도 담겨 차가 일반민중들의 속에 삶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내려온 고유한 음료였다는 것은 채록된 구전민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지배계층은 각종 역사서나 개인의 시문집을 통해 차생활을 즐겼다는 역사적 기록을 볼 수 있으나 그같은 기록을 가질 수 없었던 일반민중들은 삶의 노래인 민요로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몇가지 차 민요를 소개해본다. “백운계곡 봄 안개에/물소리가 높아지네/고로쇠는 물오르고/보조스님 좋아했던/선동골에 작설나무/백설덮인 양지쪽에/나풀 나풀 돋은 새싹/한잎 두잎 따서 모아/두강 작설 그 맛내려/조심 조심 손질하여/봉지 단지 담아두고/삼짓날에 제비올때/순천장에 옥항아리/깍지말고 사왔어서/옥용골에 이슬받고/도선국사 파둔 샘물/개 안짖고 닭 안울때/옥항아리 물을길어/옥탕관에 물을 끓여/백운차를 달이어서/천년예언 도선국사/이 차 한잔 올리옵세/백운산에 산신님네/백운사의 보조스님/고로쇠물 풍풍솟게/두손 모아 비옵니다.” 이 민요에서는 첫물차를 정성스럽게 딴 후 약으로 쓰이는 고뢰쇠물을 많이 얻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고 있다. 차를 따고 물을 뜬 후 정성스럽게 달여 올리는 간절한 염원이 보인다. 다음은 김수로왕과 왕후 허황옥에게 햇차를 올리는 민요다. “다전리에 봄이오면/삼월이라 삼짖날에/다전리에 햇차 따서/만장산샘에 물을 길어/어방산에 솔갈비로/밥물솟에 끓인 물에/제사장님 다한 정성/김해그릇 큰 사발로/천겁만겁 우려내어/장군차로 올릴까요/바이 바이 차림니더/나라 세운 수로왕님/십왕자의 허왕후님/가락국가 세운 은혜/이 차 한잔 올립니더/합장하고 비옵니다/김해사람 복받으소/잘못한 일 점제하소.” 다전리에 햇차를 딴 후 만장산의 샘물을 길러 고마움을 축원하는 씨족들의 마음이 간절하다. 이 제문은 김해김씨 씨족의 제사때 불리는 제문겸 민요다. 이 민요는 김해가 차를 생산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다완을 생산하는 중요한 곳임을 알리고 있다. 이밖에도 자식의 점지를 기원하는 내용, 차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고단한 삶을 노래한 내용들 등 차에 관련된 민요가 내려오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차는 일반민중들의 삶속에 상서러운 제물로 소원과 발복을 비는 축원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그 차는 또한 민중들의 삶을 수탈하기도 한 이중적인 모순을 지녔다. 국가의 어용 차를 생산하던 민중들은 극심한 고통을 이겨낼 수 없어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같은 어려움을 김종직은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같은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직접 차밭을 만들기도 한 것이다. 긴긴 역사속에서 우리민중들의 삶과 같이 해왔던 차는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의 삶속에 다가오고 있다. 차 인구 700만시대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들의 삶과 걸맞은 새로운 차의 문화양식이 정립되어야 한다.
  • 오빠는 풍각쟁이야/장유정 지음

    오빠는 풍각쟁이야/장유정 지음

    대중가요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대중의 가요, 즉 대중이 향유하는 가요다. 당대의 사회상과 대중심리의 핵심을 알뜰하게 반영하는 노래가 바로 대중가요임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연구는 한 시대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음사 출판그룹의 새 브랜드인 민음in에서 펴낸 ‘오빠는 풍각쟁이야’는 그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본격적인 대중가요 연구서다. 저자는 200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중가요 연구(논문 ‘일제강점기 한국 대중가요 연구’)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장유정(33)씨. 한때 가수를 꿈꿔 대학가요제에 나가기도 했던 젊은 국문학자다. 20세기 대중가요 탄생에 자궁 역할을 한 것은 단연 유성기였다. 캐나다 출신 매체비평가 마셜 매클루언은 유성기를 가리켜 “장벽이 제거된 음악당”이라고 했다. 그가 적절히 지적했듯, 유성기는 음악 대중화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1930년대 일제강점기, 유성기 음반에 대한 인기는 절정을 이뤘다. 유성기 천하요 레코드 예술가의 황금시대라 할 만했다. 당시 ‘매일신보’ 기사는 이렇게 전한다.“1930년의 첫 여름에는 만중표 ‘담배’와 같이 13도 방방곡곡이 ‘에디슨’의 귀한 선물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불행한 조선의 남녀노소는 없게 되었다.…” 저자는 이런 유성기 음반 가사지를 1차 자료로 삼고 당시 신문, 잡지 등의 글을 분석해 대중가요를 둘러싼 한국 근대의 풍경을 복원해냈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밝혀진 사실도 적지 않다. 그 중 하나가 한국 최초의 ‘얼굴 없는 가수’는 누구이며 또 최초의 기생 출신 가수는 누구냐 하는 것. 우리나라 대중가요 초기에도 신비주의 마케팅 차원의 ‘얼굴 없는 가수’가 있었다.‘복면 가수’로도 불린 이 얼굴 없는 가수는 음반에 본명 대신 ‘미스 리갈’‘미스터 콜럼비아’라는 식의 이름을 썼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최초의 얼굴 없는 가수는 1934년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금강산 좋을시고’란 음반을 낸 ‘미스 코리아’다. 그러면 최초의 기생 출신 대중가수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고도의 정한’을 부른 왕수복.‘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임종을 지킨 인물로 알려진 왕 여인이 바로 왕수복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1934년 ‘가신 님에게’를 만들어 부른 김정숙이고, 김소월의 스승 김억과 대중가요 작사가인 김포몽이 동일 인물이란 사실을 밝혀낸 것도 대중가요사 연구의 한 수확이다. 저자는 대중가요를 트로트, 신민요, 만요(漫謠), 재즈송 등 네 갈래로 나눠 살핀다. 트로트는 당시 일본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아 새롭게 나타난 모든 곡을 통칭하는 용어. 일제강점기 트로트는 대중의 비참한 삶을 반영하는 한편 현실을 직시하고 시대 분위기를 일깨운 ‘엘리트 음악’이었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시대인식과 현실에 대한 초극의지가 담긴 노래가 다름아닌 트로트였다. 책에서는 이경설의 ‘세기말의 노래’, 채규엽의 ‘희망의 종이 운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박향림의 ‘지상의 어머니’ 등을 대표적인 트로트 곡으로 꼽아 분석한다.1932년 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한 이경설이 부른 ‘세기말의 노래’의 한 대목.“…가랑잎에 동남풍을 실어 슬렁슬렁 떠나면/달 떨어진 만경창파 위에 까마귀만 우짖어/외로워라 이 바다야 내 사랑 바다야/뒤숭숭한 이 바다가 언제나 밝아지려 하는가…” 온갖 비유와 상징이 동원된 노랫말에서 소극적이나마 당시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저항의지가 엿보인다. 신민요는 기존의 민요 형식을 빌려 새롭게 출현한 자생적인 대중가요를 말한다. 그것은 크게 국토예찬, 봄맞이, 풍년맞이의 세 형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강홍식의 ‘조선타령’, 이난영의 ‘봄맞이’, 강홍식·조금자의 ‘풍년맞이’ 등을 들 수 있다. 신민요 중에는 애상적 분위기의 ‘꽃을 잡고´(노래 선우일선) 같은 곡도 있다. 만요는 희극적인 만담 등을 노래로 만든 일종의 코믹송이다. 박향림의 ‘오빠는 풍각쟁이’, 강홍식의 ‘유쾌한 시골영감’, 유종섭의 ‘뚱딴지 서울’, 김장미의 ‘엉터리 대학생’, 이애리수·전경희의 ‘붕까라’ 같은 곡들은 가사만 봐도 흥미롭다. 특히 ‘오빠는 풍각쟁이’는 해학적인 웃음을 선사하는 곡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 풍각쟁이가 ‘심술쟁이’나 ‘짜증쟁이’처럼 일종의 비어로 사용된 점이 특이하다. 재즈송은 오늘날 말하는 재즈뿐만 아니라 서양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아 나타난 팝송, 샹송, 라틴음악까지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국 정취와 향락적인 정서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재즈송으로 삼우열의 ‘다이나’, 채규엽의 ‘정열의 산보’, 무용수로 이름 높던 최승희가 부른 ‘이태리의 정원’ 등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책에는 초판에 한해 지금은 구하기 힘든 유성기 음반을 복각한 CD레코드 한 장이 보너스로 붙어 있어 관심을 끈다.2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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