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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공권 예약·성매매 알선 종용… 해외서 ‘왕’처럼 구는 직장 상사

    항공권 예약·성매매 알선 종용… 해외서 ‘왕’처럼 구는 직장 상사

    직장갑질 119, 해외공관·지사 제보 공개대사 부인, 식사 제공 거절하자 괴롭힘 부당업무 신고… 회사는 자진퇴사 요구일자리 부족한 고립된 업무 환경 ‘발목’ 해외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관저 요리사로 일하던 전문 요리사 A씨는 최근 부당한 업무 간섭과 지나친 감시를 호소하며 사직서를 냈다. A씨는 “8년차인데도 공관에 가거나 장을 볼 때, 식료품 구매 목록을 정할 때 등 매번 대사 부인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야 했다”면서 “대사 부인이 하루에도 몇 번씩 주방에 내려와 업무 지시를 하는 바람에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숨이 가빠졌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A씨처럼 해외 공관이나 대기업 해외지사에서 일하면서 상사의 부당한 업무 지시 등으로 괴롭힘당하는 제보가 잇따른다며 29일 관련 사례를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직장갑질이 큰 이슈로 떠오르며 사내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해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고립된 섬 같은 근무 환경 탓에 괴롭힘을 당하고도 제대로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A씨는 대사 부부가 새로 부임한 뒤 외교부 직원 만찬, 고위 관료 환영식 등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주 업무 외에 일정 금액을 받고 업무 시간에 대사 가족이 먹을 식사를 만들기로 계약했다. A씨는 “재계약이 안 될까 봐 계약서에 서명했는데 부부의 식사를 준비하다 보니 만찬 요리를 만들다 중단하는 등 정작 주 업무에 신경 쓰지 못했다”면서 “업무가 많아져 가족용 식사는 만들기 어렵겠다고 하자 이후로 대사 부인의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기업의 해외지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지사장의 폭언과 갑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한 대기업 해외지사에서 일한 B씨에 따르면 지사장이 직원에게 수시로 “머리도 나쁘면서 어떻게 대학에 들어갔느냐”, “운하로 뛰어내리라” 등 폭언을 일삼았고 직원들은 휴일, 출장 중에도 지사장이나 퇴직한 회사 간부들의 개인 업무를 맡아야 했다. 이에 B씨는 사내 부당행위 신고 창구에 여러 차례 제보했지만 지사장은 “한국의 군대 스타일 문화일 뿐 문제 될 게 없다”며 오히려 B씨에게 퇴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 외에 상사의 개인 휴가 항공권을 알아보게 하거나 아파트 거주 신고 업무를 지시하고 현지 성매매 업소를 알선하도록 종용한 사례도 있었다. 직장갑질 119는 “상사가 ‘왕’처럼 굴며 부당한 지시를 내려도 해외에서는 다른 일자리를 얻기 쉽지 않아 제대로 신고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해외 공관 직원 등을 전수조사해 해외에서 벌어지는 갑질 행위를 찾아내고 민간 기업의 해외지사 역시 갑질 신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남녀 모두 피해자 되는 국제결혼 국내 혼인 시장에서 소외된 한국 남성과 빈곤에서 탈출하고 싶은 개발도상국 여성. 그리고 혼인 문제를 수요·공급의 원리로만 보고 풀려 했던 정부. 비뚤어진 중개 국제결혼의 이면에는 이런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미투’ 운동 등으로 국내 인권 감수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중개 국제결혼의 왜곡된 관행은 그대로다. ‘매매혼’, ‘상향혼’이라고 낙인찍힌 상황에서 참여 여성과 남성 모두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 입장에서 각각 국제결혼을 택할 때 겪게 되는 문제들을 정리했다.“한국에서는 내가 (여자를) 고를 수나 있습니까? 여기(베트남)서는 고를 수 있잖아요.” “베트남 맞선 장소에 가면 여자들 50명, 100명 많습니다. 남자들도 하루 10명, 많으면 20명. 원하는 분 만날 때까지 후보들이 계속.” 2019년 국제결혼 중개 시장에서 자연스레 오가는 ‘막말’이다. 외국 여성 인터뷰, 국제결혼 원정기, 국제결혼 팁 강의 등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튜브에 공개 게시물로 올라온다. 일부 영상에서는 여성에게 “결혼 후 남편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며 다짐과 포부를 묻고 모델처럼 ‘워킹’까지 시킨다. ‘얼굴이 하얗고 예쁘다’, ‘나이는 좀 많네’라는 등 품평이 익명 댓글로 달렸다. 한국의 결혼 중개업체에서 여성을 이렇게 대했다면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결혼 시장에서 여성들은 홈페이지에 상품처럼 ‘진열’돼 있었다. #외국 여성, 한국행 보장 조건으로 ‘상품화’ 국제결혼은 이를 택하는 한국 남성에겐 ‘합리적 선택’이다. 국내 혼인 시장에서는 직업·소득·집안 등을 기준으로 매겨진 등급에 따라 제한된 횟수로 소개팅이 이뤄진다. 국제결혼은 다르다. 여성에게 ‘한국행’을 보장해 준다는 암묵적인 대가로 남성은 나이 차가 제법 큰 여성을 ‘제공’받는다. 적지 않은 중개료를 내야 하지만 맞선부터 데이트, 신혼여행, 결혼식까지 해결해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국제결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결혼을 하지 못한 농촌 총각이나 도시 빈민에게 선택을 유도한다.업계에 따르면 업자들은 통상 1000만원대의 중개료를 받는다. 개인 브로커를 통하면 더 싸질 수 있다. 이 돈에는 ‘원정 여행’ 비용이 포함된다. 원정 여행을 떠난 남성은 중개업자가 데려온 여러 명의 여성을 만나 본 뒤 마음에 드는 한 명을 골라 ‘성혼 확인서’를 작성한다. 일종의 결혼 계약서다. 파기하면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계약이 체결되면 곧장 현지에서 신혼여행을 떠난다. 합방도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한 이주여성단체 관계자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호텔에서 합방한 뒤 서로 맞지 않는다며 여성을 교체한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든 과정은 ‘4박 5일’ 또는 ‘5박 6일’에 걸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후 여성은 현지에 남아 한국어능력시험을 치고 한국 문화를 배우며 비자 발급 작업을 마무리한다. 최근 여러 중개업자는 이런 과정을 전담하는 3개월, 6개월 코스의 ‘신부 기숙사’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했다. 비용은 남성이 댄다. 철저히 남성 중심적으로 짜인 중개 방식이지만 남성 피해자도 나온다. 말이 통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남녀가 한국에서 같이 살게 되기까지 모든 권한은 중개업자에게 있다. 피해 남성들의 모임인 국제결혼피해센터 안재성 대표는 “상당수의 브로커는 예쁜 업소 여성 몇몇을 광고용 ‘미끼’로 쓴 후 막상 현장에는 다른 여성을 내보내거나 돈만 받고 중간 과정에서 ‘파투’가 나도록 미리 짜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남성을 현지로 불러 여성에게 돈을 쓰게 한 뒤 서류 작업 전에 결혼이 중단되도록 미리 계획한다는 얘기다. 금전적 이해관계 속에서 돌아가는 혼인 시장을 악용하는 여성들도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갖기 위해 위장결혼한 뒤 가출하거나 한국인 남편을 두고 베트남 남성과 외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 30년 전 국제결혼 유도… 이젠 손 놓아 국제결혼이 왜 이런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원인은 국내 혼인 시장의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선호사상으로 ‘아들 낳기’를 강조했던 사회에서 출생성비 불균형은 필연이었다. 1990년에는 20~30대 여성 대비 남성이 116.5%로 심각한 비대칭을 보였다. 유리천장을 마주한 고학력 여성의 결혼·출산 포기는 비대칭을 심화시켰다. 당시 국제결혼 주선 업체들은 ‘국제결혼 AS 됩니다’라는 광고까지 내걸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상품화, 위장결혼 등 국내 결혼이주에서 생긴 문제는 한국 사회가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제결혼은 정부가 유도하며 판을 깔았지만 30여년이 지나면서 이젠 정부의 손을 떠났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 건수는 1만 6608건이다. 이제 중개 과정은 더이상 ‘사무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결혼을 한 부부가 브로커가 되기도 하고, 페이스북·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연결 방법도 열렸다. 임선영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장은 “여성가족부에서 결혼 중개업 온라인 사이트를 심의하지만 요즘엔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반 사이트가 아닌 싱글(미혼자) 카페, 돌싱(이혼자) 카페 등 친목 커뮤니티에 모집공고를 많이 올린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국제결혼 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25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 1~7월 4515개의 영상이 게시됐다. 왕지연 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남녀 모두 피해자 되는 국제결혼 국내 혼인 시장에서 소외된 한국 남성과 빈곤에서 탈출하고 싶은 개발도상국 여성. 그리고 혼인 문제를 수요·공급의 원리로만 보고 풀려 했던 정부. 비뚤어진 중개 국제결혼의 이면에는 이런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미투’ 운동 등으로 국내 인권 감수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중개 국제결혼의 왜곡된 관행은 그대로다. ‘매매혼’, ‘상향혼’이라고 낙인찍힌 상황에서 참여 여성과 남성 모두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 입장에서 각각 국제결혼을 택할 때 겪게 되는 문제들을 정리했다.“한국에서는 내가 (여자를) 고를 수나 있습니까? 여기(베트남)서는 고를 수 있잖아요.” “베트남 맞선 장소에 가면 여자들 50명, 100명 많습니다. 남자들도 하루 10명, 많으면 20명. 원하는 분 만날 때까지 후보들이 계속.” 2019년 국제결혼 중개 시장에서 자연스레 오가는 ‘막말’이다. 외국 여성 인터뷰, 국제결혼 원정기, 국제결혼 팁 강의 등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튜브에 공개 게시물로 올라온다. 일부 영상에서는 여성에게 “결혼 후 남편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며 다짐과 포부를 묻고 모델처럼 ‘워킹’까지 시킨다. ‘얼굴이 하얗고 예쁘다’, ‘나이는 좀 많네’라는 등 품평이 익명 댓글로 달렸다. 한국의 결혼 중개업체에서 여성을 이렇게 대했다면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결혼 시장에서 여성들은 홈페이지에 상품처럼 ‘진열’돼 있었다. #외국 여성, 한국행 보장 조건으로 ‘상품화’ 국제결혼은 이를 택하는 한국 남성에겐 ‘합리적 선택’이다. 국내 혼인 시장에서는 직업·소득·집안 등을 기준으로 매겨진 등급에 따라 제한된 횟수로 소개팅이 이뤄진다. 국제결혼은 다르다. 여성에게 ‘한국행’을 보장해 준다는 암묵적인 대가로 남성은 나이 차가 제법 큰 여성을 ‘제공’받는다. 적지 않은 중개료를 내야 하지만 맞선부터 데이트, 신혼여행, 결혼식까지 해결해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국제결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결혼을 하지 못한 농촌 총각이나 도시 빈민에게 선택을 유도한다. 업계에 따르면 업자들은 통상 1000만원대의 중개료를 받는다. 개인 브로커를 통하면 더 싸질 수 있다. 이 돈에는 ‘원정 여행’ 비용이 포함된다. 원정 여행을 떠난 남성은 중개업자가 데려온 여러 명의 여성을 만나 본 뒤 마음에 드는 한 명을 골라 ‘성혼 확인서’를 작성한다. 일종의 결혼 계약서다. 파기하면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계약이 체결되면 곧장 현지에서 신혼여행을 떠난다. 합방도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한 이주여성단체 관계자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호텔에서 합방한 뒤 서로 맞지 않는다며 여성을 교체한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든 과정은 ‘4박 5일’ 또는 ‘5박 6일’에 걸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후 여성은 현지에 남아 한국어능력시험을 치고 한국 문화를 배우며 비자 발급 작업을 마무리한다. 최근 여러 중개업자는 이런 과정을 전담하는 3개월, 6개월 코스의 ‘신부 기숙사’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했다. 비용은 남성이 댄다. 철저히 남성 중심적으로 짜인 중개 방식이지만 남성 피해자도 나온다. 말이 통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남녀가 한국에서 같이 살게 되기까지 모든 권한은 중개업자에게 있다. 피해 남성들의 모임인 국제결혼피해센터 안재성 대표는 “상당수의 브로커는 예쁜 업소 여성 몇몇을 광고용 ‘미끼’로 쓴 후 막상 현장에는 다른 여성을 내보내거나 돈만 받고 중간 과정에서 ‘파투’가 나도록 미리 짜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남성을 현지로 불러 여성에게 돈을 쓰게 한 뒤 서류 작업 전에 결혼이 중단되도록 미리 계획한다는 얘기다. 금전적 이해관계 속에서 돌아가는 혼인 시장을 악용하는 여성들도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갖기 위해 위장결혼한 뒤 가출하거나 한국인 남편을 두고 베트남 남성과 외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 30년 전 국제결혼 유도… 이젠 손 놓아 국제결혼이 왜 이런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원인은 국내 혼인 시장의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선호사상으로 ‘아들 낳기’를 강조했던 사회에서 출생성비 불균형은 필연이었다. 1990년에는 20~30대 여성 대비 남성이 116.5%로 심각한 비대칭을 보였다. 유리천장을 마주한 고학력 여성의 결혼·출산 포기는 비대칭을 심화시켰다. 당시 국제결혼 주선 업체들은 ‘국제결혼 AS 됩니다’라는 광고까지 내걸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상품화, 위장결혼 등 국내 결혼이주에서 생긴 문제는 한국 사회가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제결혼은 정부가 유도하며 판을 깔았지만 30여년이 지나면서 이젠 정부의 손을 떠났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 건수는 1만 6608건이다. 이제 중개 과정은 더이상 ‘사무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결혼을 한 부부가 브로커가 되기도 하고, 페이스북·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연결 방법도 열렸다. 임선영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장은 “여성가족부에서 결혼 중개업 온라인 사이트를 심의하지만 요즘엔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반 사이트가 아닌 싱글(미혼자) 카페, 돌싱(이혼자) 카페 등 친목 커뮤니티에 모집공고를 많이 올린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국제결혼 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25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 1~7월 4515개의 영상이 게시됐다. 왕지연 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스릴러 강국’에 뜬 K스릴러… 김언수 “이야기 기근의 시대, ‘현찰적 관점’으로 장편 써야”

    ‘스릴러 강국’에 뜬 K스릴러… 김언수 “이야기 기근의 시대, ‘현찰적 관점’으로 장편 써야”

    ‘스릴러 강국’ 스웨덴에 ‘K스릴러’ 대표 주자 소설가 김언수(47)가 떴다. 지난해 스웨덴에서 대표작 ‘설계자들’이 출간된 데 이어 그의 작품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24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한 2019 스웨덴 예테보리국제도서전 측은 ‘콕’ 집어 김언수를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도서전 참석차 스웨덴을 방문한 작가는 2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이 곳에서 만난 독자들과 자신의 문학관, 한국 문단에 대한 성토까지 거리낌없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놨다. 그의 언변은 거침없이 내달리는 그의 소설을 닮아서, 한 시간 동안 풀어낸 정보량이 ‘설계자들’ 마냥 두꺼웠다. (‘설계자들’은 406쪽에 달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현지 독자들 만나 북 토크를 하고 온 것으로 안다. 반응들이 어땠나. “작년에 예비사절단으로 스웨덴에 온 적이 있다. 오전 9시였는데도 50명쯤 되는 북 토크 자리가 꽉 찼다. 어떻게 이런 일이! 알고 보니 9시 30분에 하는 북 토크 주인공이 스웨덴의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여서 자리 잡으려고 내 세션에 앉아준 거다.(웃음) 스웨덴 사람들은 (북 토크를) 듣고 있는 표정들이 굉장히 진지하더라. 작은 서점에서 진행한 행사였는데 작년에 했던 모든 문학 행사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숨 쉬는 소리도 안 들릴 정도의 집중도였다. 예테보리도서전을 운영해서 남은 돈으로 이 어마무시한 호텔을 지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20만원 짜리 티켓을 사서 북토크를 듣는, 책에 대한 관심이 어마무시한 나라다.” -스웨덴에서 받은 질문 중 인상 깊었던 질문이 있나. “이 동네에선 정유정 작가라든가 나같은 우리나라 스릴러 작가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너희들은 스릴러를 왜 이렇게 쓰냐’고 하더라. 정해지는 스릴러의 룰이 있고 그걸 안 지키면 혼난단다. 스웨덴 스릴러는 딱딱하고 논리적이다. 한국 문학은 기본적으로 시적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설계자들’의 경우 이들이 말하는 스릴러의 공식도 따르지 않는데, 스웨덴에서 번역 출간되고 미국 메이저 출판사인 펭귄 랜덤 하우스의 자회사 더블데이에 판권이 팔렸다. 그 힘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국력이 세진 결과다. 프랑스 시골에 갔는데 젊은 여성들이 내 책을 사가더라. 방탄소년단의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내 소설을 사가는 거다.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니다. 책이라는 것이 한 나라의 문화를 파는 것인데, 일본과 중국에 비해서 우리나라 브랜드는 양질의 재료들이 있었는데도 그 동안 안 알려졌다. 어느 발화점 넘어 영화나 한식 같은 것들에서 엄청난 열풍이 불었다. 할리우드와 유럽 영화는 100년 동안 이야기 세계를 지배해왔지만, 이젠 거기에 다들 질렸다. 한국 문학엔 뭐 없는지 예전에 후추 찾듯이 찾고 있는데, 정유정 작가라든가 (내가) 덤으로 끼어 들어가고 있는 거다.” -우리나라 문학은 유난히 장편 소설보다 단편에 집중한다. 김 작가는 정유정 작가 등과 함께 장편 쪽에 힘을 주면서 기존 한국문학과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단편은 이야기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단편은 신춘문예 시스템이 만드는 ‘문제’다. 나는 17살부터 신춘문예에 지원했는데 32살에 등단했다. 그 때까지 단편만 쓴 거다. 옥탑방에 들어가서 첫 장편을 썼는데, 태백에 있는 폐교에서 펑펑 울었다. 장편을 하나도 모르고, 장편 쓰는 근육이 없었던 거다. 70매짜리를 쓰는 근육과 1500매를 쓰는 근육은 다르다. 어릴 때는 근육이 잘 붙지만 늙어서는 아니다. 외국은 책을 내야 작가고, 장편 소설 쓰기를 적극 권한다. 전 세계가 이야기 대기근의 시대다. 넷플릭스 판권료는 계속 올라가는데 소설가들은 가난하다. 한국문학이 가진 장점이 있는데 등단하는 친구들한테 단편 말고 장편을 쓰게 한다면 10년쯤 후 우리나라는 어마무시한 나라가 될 것이다. ‘해리포터 1’은 산발적으로 돈을 벌었는데 ‘해리포터 2’는 삼성전자의 1.5배를 벌었다. 이야기 산업의 엄청난 파워다. 우리나라는 이야기 전문가가 없다. 단편으로 시작해서 장편 쓸 때쯤 되면 다 이미 진이 빠져 있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은 이야기인데 이야기 산업의 체질을 떨어뜨리는 거다. 좌백(무협 소설 작가)과 대학을 같이 다녔는데, 하루에 10시간씩 글을 쓰더라. 문제는 ‘그런 사람들을 문단에서 써주냐’는 거다. 드라마나 영화쪽 사람들은 본인들이 필요하니까 쓰지만, (무협 등 장르소설 작가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나 대우나 논의가 없다. 출판사 사람 만나면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소설 써서 종이 팔겠다고 마음 먹으면 사양 산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의 소스를 만들겠다고 하면 미래 산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종이를 못 버린다.” -허진호 감독이 ‘설계자들’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제작 상황은 어떤가. “국외 판권은 영국의 ‘더 잉크 팩토리’에 팔렸다. 국내에선 2010년에 판권이 팔렸는데 제작에 세 번 실패했다. 허진호 감독에게 가서 판권 기간이 끝날 때까지 하고 있는 중인데, 설계자들은 영화로 만들기에 좋은 소설이 아닌 거 같다. 맨날 엎어지니까. 문학하는 사람들 만나서 순수, 아우라, 진정성 이런 얘기 하다가 영화 하는 사람들 만나면 현찰 얘기가 나온다. 현찰적, 독자적 관점인 거다. 재미없으면 빼야 한다. 이전에 문학을 할 때 ‘작가는 자기 영혼에 대해 써야한다’는 관념이 있었는데 영화쪽 선배들을 만나보니 촌스러운 개념이었다. 누가 김언수 소설에 관심이 있나. 없다. 김언수 안에 아무것도 안 들어있다. 김언수는 후지지만 김언수의 이야기는 위대할 수 있는 거다. 자기 존재 개인을 증명하는게 아니라 행위와 액션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문학은 그런데 여전히 ‘나’, 에고(Ego)를 보여주려고 한다. 멋은 있는데 돈은 안 들어온다. 대한민국 소설가 평균 연봉이 200만원이다. 이야기 대기근의 시대에 왜 소설가가 밥을 굶느냐. 모두가 콘텐츠를 원하는데 우리가 이야기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 곳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는 어떤 얘기를 할 계획인가. “‘영상과 문학’이라는 주제는 미래에도 소설가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나는 소설이 더더욱 입지가 커지고 더더욱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을 한다. 소설은 이야기의 완전체다. 영화 제작에 100억이 든다면 소설은 언어라는 무한한 질료랑 1인 노동자만 있으면 되니까 저렴하다. 헐리우드 대자본이 요구하기 때문에 소설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왕좌의 게임’이나 ‘하우스 오브 카드’ 보면 21세기 셰익스피어는 이런 거구나 싶다. 내가 읽었던 웬만한 소설보다 인간의 내면 우리 자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영상과 소설은 같이 이야기를 만들면서 진화해갈 것이라고 생각람자.. 근데 우리는 문학과 영화판이 서로를 무시한다.” -예테보리도서전에 초청된 한국 작가들 라인업, 이런바 ‘순문학’을 하는 작가들 사이에서 ‘김언수’는 도드라진다. 앞으로 한국 작가들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둘 때, 어떤 것들이 보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제는 아무도 책을 안 본다. 예전에 소설로 독자들이 바로 갔다면 이제는 뮤지컬, 영화 등 치환된 형태로 보는 거다.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21세기가 되면서 필터가 하나 더 생긴 거다. 변화를 약간 인정하자는 거다. 요즘 세대는 책을 안 읽는 둥 멍청해진다는 둥 계몽을 할 게 아니라 할리우드가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독자가 영화를 보다가 작가가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영화는 멍하게 보게 되는 거지, 독자가 영화감독이 되는 선순환이 안 일어난다. 훌륭한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선 책을 읽는 훈련을 해야 하고, 상상력의 근육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매우 산업적인 이유 때문에 소설은 부흥할 거라고 본다. -소설을 왜 쓰는가. “소설 쓰는 게 좋다. 이야기의 핵심은 체험이다. 한 인간은 짧은 생에 유한자의 삶을 산다. 그러나 이야기를 만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배우 최민식씨가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악마를 연기하고 나서 악마에서 못 빠져 나와 6개월에서 1년 정도 고생했다고 하더라. 소설가들도 마찬가지다. ‘설계자들’에서 킬러 얘기가 나오는데 (캐릭터에) 들어가기도 어려운데다 들어가고 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현실이 몽롱해지고 소설 속 세계가 선명해진다. 그 느낌이 아주 좋다. 책을 읽는 행위는 다른 삶을 체험하기 위한 것. 이 과정 자체로 재미있다. 돈이 안 돼서 그렇지. -이야기의 영감은 어디서 떠오르나. “영감이 안 떠오른다. 영감을 안 믿는다. 필립 로스는 “아마추어는 영감을 기다린다. 프로는 옷을 입고 일을 하러 간다”고 했다. 나는 들어가야 하는 이야기를 계속 보고, 잘 안 들어가지면 들어갈 때까지 본다. 예전에는 잘 안 보이는데도 억지로 들어가서 썼다. 그런데 지금은 계속 본다. ‘소설을 쓰지 말고, 살라’고 했는데 그 말을 알아듣는데 10년 걸렸다. 너무 늦게 배워서 내가 낸 책이 몇 권 없다. -다음 작품, ‘빅 아이’는 언제 나오나. “내년에 문학동네에서 만드는 웹진에 연재될 계획이다. ‘빅 아이’는 세상을 보는 큰 눈이라는 의미도 있고, 참치 이름이기도 하다. 1960년대 한국 어부들의 얘기다. 달러를 벌 수 있는 데가 월남전, 파독 간호사와 광부, 원양어선 선원들이었는데 이들 중 선원들이 독일 광부들의 스무배를 벌었다고 한다. 사모아에 가면 비석들이 많은데 그 바다에서 어부들이 1000명쯤 죽었다. 내년 3월에 연재 시작해서 9월에 끝난다.” -글 쓰는 과정에서 영상화를 염두에 두나.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다 염두에 두고 쓴다. 소설은 문학은 원 소스를 갖고 있는 것이고 맨 앞에 가야하는 것이다. ‘해저 2만리’, ‘어린 왕자’, ‘장발장’ 다 훌륭한 이야기다. 소설의 본령은 슬픔의 감정을 노래하는 마음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있다.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건 노래와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이야기로 삶을 정리하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드라마와 소설을 보는 거다. -최근에 읽은 좋은 작품은? “최근에는 (‘빅 아이’ 때문에) 어구, 미끼 이런 것들만 보고 있다. 찰스 부코스키 소설을 좋아한다. 위로 받는 느낌. 나보다 100배 한심한 미국 소설가인데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더라. -웹소설이나 장르문학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필드에 모아놓고 싸우면 승자만 남겠지. 나는 좋은 이야기와 나쁜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순문학과 장르문학이 있는게 아니라. 이종격투기처럼 다 모아 싸우는데, 쿵후하는 사람과 복싱하는 사람은 안 붙는, 이런게 우리 콘텐츠 체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문학은 혼종 교배를 해서 엉켜있지 않으면 유전적으로 질환이 많이 생긴다. 한 번 붙어봐야 한다. 뭐가 ‘고급한 것’이고 뭐가 후진 것인지.” 예테보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BTS-선미-청하가 대세” 2019 슈퍼모델, 예선 완료 ‘본선 서막’

    “BTS-선미-청하가 대세” 2019 슈퍼모델, 예선 완료 ‘본선 서막’

    올해 28회를 맞이한 ‘2019 슈퍼모델 선발대회’가 본선 진출자를 확정 지었다.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2019 슈퍼모델 선발대회’ 예선이 치러졌다. 1200명에 가까운 지원자들 사이에서 서류 전형에 합격한 98명의 예비 모델들이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날 ‘2019 슈퍼모델 선발대회’ 예선은 1차 평상복, 2차 체형복 심사로 나뉘어 진행됐다. 지원자들은 쉽지 않은 여정 속에서도 꿈에 한발자국 다가갈 수 있다는 희망에 모두의 표정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가득했다. 안현준 SBS스포츠 아나운서의 진행에 맞춰 1차 예선 평상복 심사가 시작됐다. 지원자들은 조별로 10명씩 무대에 올라 단체 포즈 후 각각 개별 포즈와 자기 소개를 했다. 심사위원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자신감 있게 자신을 소개했다. 1차 예선을 통과한 40명의 지원자들은 2차 예선 체형복 심사를 받기 위해 동일한 검정 체형복을 입고 또 한 번 무대에 올랐다. 한 조당 5명씩 무대에서 개인별 워킹과 포즈, 장기자랑을 선보이고 개별 인터뷰를 가졌다. 지원자들의 장기자랑은 춤이 대세였다. BTS의 ‘불타오르네’와 ‘상남자’, 선미의 ‘날라리’, 청하의 ‘벌써 12시’와 ‘스냅핑’ 등이 무대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졌다. 지원자들은 검도, 발레, 스포츠댄스, 성대모사 등 저마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1, 2차에 걸친 예선이 종료되고 드디어 본선 진출자 명단이 공개됐다. 총 24명이 예선에 통과해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본선 진출자들은 “떨어질 줄 알았는데 감사하다”, “본선 진출은 생각 못했는데 꿈 같다”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한편 ‘2019 슈퍼모델 선발대회’는 경주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셀라피, 우리육우 등과 함께 하며 SBS 미디어넷이 방송, 제작한다. 예선에 합격한 24명의 후보자들은 오는 11월 18일(월) 18시 경주시 예술의 전당에서 본선을 치른다. 본선은 SBS를 통해 생중계 된다. <다음은 ‘2019 슈퍼모델 선발대회’ 본선 진출자 명단> ◆남자 정재우(25), 고종렬(26), 김지수(17), 이석기(17), 백준현(29), 이주헌(19), 박정하(20), 정범종(21), 정현우(17), 이재빈(23) ◆여자 양하영(20), 민하경(27), 조아람(21), 오요안나(23), 김예슬(26), ELLIE(20), 황윤지(19), 오성은(17), 이수빈(15), 이지현(22), 장원진(22), 이시영(22), 하타나카 코토하(23), 최경원(26)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산림복지진흥원 직무급제 도입…동기라도 ‘임금차’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27일 보수체계를 직무급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산림치유원·숲체원·치유의숲 운영 등 산림복지 전문 공공기관으로 직무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에 노사가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직무급제는 각 직무의 중요도, 난이도 등에 따라 보수를 차등해서 지급하는 제도로 동일 직급, 동일 경력자라도 현재 맡은 직무에 따라 보수가 달라진다. 호봉(연공)이 낮은 청년층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복지진흥원은 직무평가를 바탕으로 등급을 4∼7단계로 구분해 차등화된 직무급을 지급할 계획이다. 동기라도 수행 업무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연봉 차이가 발생해 실질적인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더 가까운 보수체계가 된다. 또 과도한 연공성에 의한 임금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직급별 급여 상한값을 설정하고 ‘하후상박형’ 인상률을 도입키로 했다. 복지진흥원은 직무급제 도입에 대한 노사 간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와의 협의, 전 직원 순회 설명회 및 의견 반영 등의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직원 90% 이상의 동의를 받아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이창재 원장은 “직무급제 도입을 통해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 문화에 변화를 예상된다”며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확립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씨줄날줄] 위장약과 발암물질/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위장약과 발암물질/장세훈 논설위원

    속이 쓰릴 때 주로 찾는 게 제산제다. 위에서 산이 과다 분비되면 염증을 유발하거나 위벽을 헐게 만드는데, 염기 성분의 제산제가 이러한 산과 만나 중화 반응을 일으켜 속쓰림을 없애 주는 원리다. 같은 원리로 탄산수소나트륨이 포함된 ‘베이킹 소다’는 대표적인 천연 제산제다. 베이킹 소다 반 스푼을 물 한 컵에 타서 먹으면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가루를 낸 뒤 볶은 달걀 껍질, 검게 변한 바나나, 미역귀 등도 속쓰림을 줄여 주는 데 도움이 된다. 우유는 속쓰림을 예방하는 데는 효과적이나 속쓰림이 생긴 뒤에는 이를 더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장약’, ‘속쓰림약’으로 불리는 제산제가 널리 팔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장병 치료제의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 511억원에 달한다. 과도한 음주 문화와도 연관이 적지 않다. 상당수는 약국에서 처방 없이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된다. 한발 더 나아가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상비약(현재 13개 품목)에 제산제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약사회와 편의점업계 간 팽팽한 의견 차로 2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제산제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식약처는 26일 위장약 ‘잔탁’을 포함한 269개 품목의 제조·수입·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주원료인 라니티딘 성분에서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탓이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 있다고 지정한 인체 발암 추정물질(2A) 중 하나다. 라니티딘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이 지난 한 해에만 2665억원어치가 팔렸고, 현재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사람만 무려 144만 3064명에 이른다고 한다. 병을 고치려 복용한 약이 정작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식약처의 ‘오락가락’ 대응, ‘뒷북’ 행정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지난 16일만 해도 “국내 유통 중인 잔탁 등에 있는 라니티딘 성분을 검사한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불과 열흘 만에 정반대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해당 의약품의 장기 복용에 따른 안전성 여부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조사도 미국 등 해외에서 위험성이 지적된 뒤에야 이뤄졌다. 스스로 신뢰를 허물고 혼란을 자초한 꼴이다. 특히 지난해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 계열 고혈압약 사건 당시 “의약품 원료부터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식약처의 본분은 국민 생명 보호다.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선제적인 검사 없이는 요원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shjang@seoul.co.kr
  • 문 대통령, 유엔외교·한미정상회담 마치고 귀국길

    문 대통령, 유엔외교·한미정상회담 마치고 귀국길

    3차 북미정상회담 ‘촉진자’ 역할에 주력 제74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5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욕 존 F. 케네디(JFK) 국제공항에서 환송 행사를 마치고 대통령 전용기편으로 미국을 떠났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뉴욕 방문 기간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통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있도록 ‘촉진자’ 역할을 하는데 주력했다고 자평했다. 청와대 측은 “한미 양국 정상은 조기에 북미 실무협상이 개최돼 실질적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실무협상이 3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실질적 성과 도출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진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패를 딛고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려면 ‘바텀업’ 방식의 실무협상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 것이 필요하며 실무협상을 징검다리 삼아 3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취임 후 3년 연속으로 유엔총회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지난 두 번의 유엔총회 참석에 이어 올해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를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하며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생태·문화기구 유치, 유엔지뢰행동조직과 DMZ 지뢰 협력 제거 등을 구체적 협력이 가능한 사례로 제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청담역·코엑스 등 가깝고 명문학군 갖춰

    청담역·코엑스 등 가깝고 명문학군 갖춰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상아아파트2차 주택재건축을 통해 공급하는 ‘래미안 라클래시(삼성동 상아2차)’를 분양한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강남 중심부인 삼성동에 오랜만에 공급하는 신규 아파트인 데다, 지역 선호도가 높은 ‘래미안’ 브랜드 아파트라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분양사 관계자의 설명이다.아파트는 지하 3~지상 최고 35층, 7개동 총679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 중 11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일반분양 물량 전체가 전용면적 71, 84㎡ 타입의 중소형으로 구성됐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1층 전체에 필로티를 적용하고 게스트하우스, 개방형 발코니, 세대 창고 등 알파 공간을 제공한다. 단지 중심부에는 소품, 휴게공간, 수공간이 어우러진 갤러리 가로가 설치되며 곳곳에 주민들의 놀이 및 운동시설을 배치해 여가와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한다. 또한 사우나를 비롯해 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 독서실, 키즈룸 등이 들어간 커뮤니티센터도 마련해 운동과 교육 등을 단지 내에서 누릴 수 있게 설계된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강남 중심부에 위치한만큼 우수한 인프라를 자랑한다. 먼저 강남 명문학군이 인접한 우수한 교육 환경을 갖췄다. 경기고를 비롯해 언북초, 언주중, 영동고, 진선여고 등이 인접했으며 대치동 학원가도 가깝다. 지하철 7호선 청담역이 인접해 있으며 주변에 학동로, 삼성로를 통해 올림픽대로를 이용하기 편리하다. 영동대교 등을 통해 성수동 등 강북권으로 이동하기도 수월하다. 코엑스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이마트,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갤러리아 명품관, 청담동 명품거리 등 쇼핑·문화시설이 가깝고 청담근린공원이 인접했다. 선릉과 정릉,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등도 인근에 있다.
  • 金도 특혜 없어… 화살은 공정하다

    金도 특혜 없어… 화살은 공정하다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세대 교체’ 효과올림픽 金 기보배·장혜진 도쿄행 실패공정한 경쟁 앞에선 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31), 리우올림픽 2관왕 장혜진(32)도 예외는 없었다. 지난 24일 경북 예천군 진호국제양궁장에서 마친 2020년 도쿄올림픽 양궁 리커브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은 한국 양궁이 왜 세계 최강일 수밖에 없는지를 드러낸 무대였다. 이날 여자부에서는 세계랭킹 1위 강채영(23·현대모비스)이 합계 94점으로 1위로 통과했고 이은경(22·순천시청)이 88점으로 2위, 최미선(23·순천시청)이 87점으로 3위에 오르며 세대 교체를 알렸다. 장혜진은 22위에 머물며 20위까지 부여된 3차 예선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고 기보배는 32명을 뽑는 2차 중간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남자부에서는 이우석(22·국군체육부대)이 합계 93점으로 1위를, 베테랑 오진혁(38·현대제철)이 90점으로 2위, 김우진(27·청주시청)이 89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한국 양궁은 파벌이나 특혜 논란이 없는 대표 선발로 유명하다. 대한양궁협회가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오로지 성적으로만 선수를 선발하는 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100명이 참가할 수 있는 1차 선발전에 나가려면 국내외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 필수다. 올해 선발전에서는 현 국가대표 선수들에 한해 1~2차 선발전을 거치지 않고 3차 선발전부터 참가시키는 프리미엄마저 없앴다. 금메달리스트이든 무명의 선수이든 모두 원점부터 출발하는 무한 경쟁체제다. 양궁협회 측은 매년 실력 우선 선발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현장 지도자와 선수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총감독을 제외한 지도자들의 임기도 2년 정도로 아시안게임, 올림픽 주기에 맞춰져 있다. 대회를 마치면 아무리 좋은 성과를 이룬 코치진이더라도 다시 서류를 접수해 프레젠테이션까지 하는 공개면접을 봐야 하다보니 파벌이 형성될 틈이 없다. 협회 관계자는 “1980년대부터 실력으로만 대표를 뽑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공정성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다”면서 “지도자와 선수들 모두 특혜를 내려놓는 게 한국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푸른 하늘 은하수… ‘반달’ 동심에 젖어 서울 보물단지를 만나다

    푸른 하늘 은하수… ‘반달’ 동심에 젖어 서울 보물단지를 만나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2차 윤극영의 반달’ 편이 지난 21일 강북구 수유동 일대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우이신설선 4·19묘지역 2번 출구에 집결, 도미니코수도회~윤극영 가옥~4·19민주묘지~북한산2코스둘레길~‘아나키스트’ 유림선생 묘~근현대사기념관을 둘러봤다. 이날 코스에서 서울미래유산은 윤극영 가옥과 4·19민주묘지, 근현대사 기념관 등 3곳이었다. 참가자들은 속세와 연이 닿지 않는 수도원 방문 기회를 의미 있게 받아들였으며, ‘반달 할아버지’ 윤극영 가옥에서 반달 노래를 합창하면서 동심에 젖었다. 4·19민주묘지에서는 안내자의 인솔에 따라 민주영령들에게 묵념하고 묘역과 4·19기념관을 참관했다. 기념관 옥상에 올라 백운대(836m)와 인수봉(810m), 만경대(799m)가 삼각뿔을 이루는 삼각산을 조망하는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 코스인 근현대사기념관 관람이 끝난 뒤 참가자 조진주 강북구 문화해설사가 준비한 호박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면서 깜짝 파티를 즐겼다.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명료한 해설과 깔끔한 진행으로 호평을 받았다.삼각산 아랫동네 수유동과 우이동에는 서울사람들이 깜짝 놀랄 보물단지가 숨어 있다. ‘중세의 반도체’라고 할 수 있는 도자기를 굽던 도요지다. 보통 도요지는 지방에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깼다. 고려 말~조선 초에 조성된 상감청자와 분청사기 가마터 20여기가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왜 삼각산 아래 첫 동네에 도요지가 깃든 것일까. 고려 말 왜구의 잦은 출몰로 말미암아 전남 강진에 있던 왕실용 가마가 초토화되고, 도공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면서 안전한 장소를 찾아 서울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광주 일대에 관요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왕실과 한양에서 사용하던 그릇 대부분을 이곳에서 구워냈다. 도자기의 생산과 유통경로에 대한 기존의 역사서술과 인식을 뒤집는 중요한 발굴 성과였다. 이를 반영하듯 가마터에서는 고려 상감청자에서 조선 분청사기로 넘어가는 기간에 생산된 귀중한 도편이 대거 출토됐다. 실전된 청자의 비법을 살려낼 실마리가 빛을 발할 날이 머지않았다.2009년 서울역사박물관의 첫 지표조사 이후 가마터의 정확한 위치와 범위 및 성격을 밝히기 위한 학술발굴조사가 이뤄졌다. 2011년 수유동에서 분청사기를 구웠던 가마터가 확인됐다. 가마터는 삼각산 남동쪽 구릉의 아래쪽 계곡과 인접해 있다. 아카데미하우스와 통일교육원에서 도보로 30분 거리다. 이준 열사 묘역을 지나 탐방로를 따라 100m쯤 올라가면 나타난다. 신익희 선생 묘역 아래쪽이다. 수유동 가마의 구조는 아궁이와 계단이 없는 단실요의 형태를 띤다. 가마의 길이는 19.8m, 폭은 1.4~1.6m 정도다. 2014년 서울시기념물 제36호로 지정됐다. 우이동 청자가마터에 대한 발굴조사는 2012년에 이뤄졌다. 출토유물로 미뤄 14세기 후반에서 15세기 초반 사이에 운영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가마의 구조는 아궁이 앞에 불을 피우는 공간과 아궁이, 소성실, 연도부로 이뤄졌다. 수유동 가마와 마찬가지로 계단이 없는 단실요 형태였다. 길이는 21.1m, 폭 1.4~2m, 경사도 14도가량의 형태였다. 우이동 청자 가마터는 우이동 만남의 광장 위 옛 그린파크호텔 본관 뒤편 수영장주변 구릉지에 해당한다. 구릉 정상부에서 다량의 청자 파편과 가마벽 파편 등이 발견됐다. 도선사입구 버스정류장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다. 보존을 위해 흙을 덮어둔 상태여서 가마터를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다. 수유동과 우이동 가마터는 1973년 한강유역 동작구 남현동에서 8세기 통일신라시대 도요지가 발굴된 이래 서울 북쪽 끝자락에서 발견된 가마터다. 가마터는 오래된 도시 서울에 또 한 가지의 현란한 빛깔을 덧칠했다.삼각산은 서울을 수도로 정한 조선 풍수의 핵심이다. 한양천도 때 무학대사 이야기의 시발점이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태조가 승려 무학을 시켜 도읍 터를 정하도록 했다. 무학이 백운대에서 맥을 따라 만경대에 이르고, 다시 서남쪽으로 비봉에 갔다가 한 개의 돌비석을 보니 ‘무학오심도차’(무학이 길을 잘못 찾아 여기에 온다)라는 여섯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도선(신라의 도선국사)이 세운 것이었다. “문득 깨달은 무학은 길을 바꿔 정남 쪽 맥을 따라 백악산 밑에 도착했다. 세 곳 맥이 합쳐져서 한 들로 된 것을 보고 드디어 궁성(경복궁) 터를 정했다”고 한양천도와 경복궁 입지 풍수를 전한다. 무학의 길은 약 300년 전 고려 때 이미 정해져 있었다. ‘고려사’에 따르면 1101년(고려 숙종6) 왕이 백관을 거느리고 삼각산 아래에 와서 도읍지를 살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때 마들(노원)과 해촌(창동), 종로, 용산 등 4곳이 명당으로 꼽혔다. 이 중 백악산 아래에 남경을 정했다. 삼각산이란 고려시대 개성에서 남쪽을 바라봤을 때 우뚝 솟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세 봉우리가 삼각뿔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북한산은 땅 이름이지, 산 이름이 아니다. 신라 때 서울의 지명인 한산의 북쪽이란 뜻에서 ‘북한산’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한강 건너 남쪽 남한산 또한 산 이름이 아니라 한산의 남쪽 즉 ‘남한산’이란 뜻이다. 한강은 ‘한산의 강’이란 뜻이다. 삼각산을 중심으로 생긴 한양예찬론은 조선의 모든 지리를 총 정리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북으로 화산(삼각산)을 진산으로 삼은 한양 땅은 용이 서리고 호랑이가 끌어안은 자세요, 남쪽은 한강으로 띠를 삼고…”라고 서술돼 있다. 단순히 명당론이나 풍수도참설이 아니라 성리학의 인문지리, 군사안보,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 수도를 옮겼다.삼각산은 조선 개국과 한양도성의 설계자 삼봉 정도전의 호 삼봉의 유래와 닿아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삼봉이라는 호는 알려진 것처럼 정도전이 태어난 충북 단양 ‘도담삼봉’에서 따온 게 아니라 삼봉재를 짓고 살던 서울 삼각산에서 비롯됐다. 도담삼봉설은 역사학자 한영우 교수가 1973년에 출간한 ‘정도전 사상의 연구’에서 “아이를 길에서 얻었다고 해서 이름을 도전이라고 하고, 부모가 인연을 맺은 곳이 삼봉이므로 호를 삼봉이라고 지었다”고 쓴 글에 의해 정설로 굳어졌다. 그러나 한 교수는 1999년 펴낸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에서 “삼봉이라는 호는 단양의 삼봉에서 차명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의 옛집인 개성 부근의 삼각산에서 차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발 물러났다.정도전은 호의 유래에 대해 직접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유고문집 ‘삼봉집’에 몇 가지 추측할 수 있는 단서를 남겼다. ‘정도전의 호 삼봉은 도담삼봉이 아니다’라는 글을 쓴 언론인 조운찬씨는 ‘삼봉에 올라’라는 시에서 “…삼봉마루에 올라/서북쪽으로 송악산 바라보니…”라니 구절과, 또 다른 시 ‘산중’의 내용이 도담삼봉과의 거리나 방향은 물론 풍경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이사’라는 시에는 5년 동안 3번 집을 옮긴 내용이 나오는 데 이사한 곳이 부평, 김포 등으로 삼각산 부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무엇보다 ‘삼봉집’ 어디에도 단양이나 도담삼봉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과 서울의 설계자 정도전이 스스로 호를 딴 삼각산이라는 신령한 산 이름을 젖혀두고 북한산이라는 땅 이름으로 호칭하는 게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23차 왕십리 ■집결장소 : 9월28일(토) 오전10시, 왕십리역 4번 출구, 시계탑 앞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사)서울도시문화연구원 (www.suci.kr)
  • 보육·교육 넘어 평생교육도시로… 그래서, 맹모성동지교

    보육·교육 넘어 평생교육도시로… 그래서, 맹모성동지교

    서울 성동구는 회색빛 공장과 달동네, 열악한 교육 인프라로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곳이란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모두 옛말이 됐다. 특색 있는 카페와 공방 그리고 청년창업기지와 연예기획사로 붐비는 성수동은 ‘한국판 브루클린’으로 부상해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하철 4개 노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인 왕십리는 상업 중심지로 떠올랐고, 뚝섬 경마장 터는 한강을 낀 대형 녹지공간인 서울숲으로 변신했다. 대표 달동네였던 옥수동·금호동은 대형 아파트촌으로 천지개벽해 인문계 고등학교를 두 곳이나 유치하며 구 전체가 교육도시로 비상할 채비를 마쳤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있다. 2014년 민선 6기 첫 임기 취임 이래 성수동 일대 대기업 프랜차이즈 신규 입점 제한 등 사회적경제 개념을 도입한 도시재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없는 지역발전을 이끌어 내는 한편 교육·보육 인프라를 꾸준히 확충하며 교육특구를 넘어 평생학습도시 완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를 서울에서 유일하게 평생학습관이란 이름을 가진 금호동 소재 독서당인문아카데미센터에서 지난 18일 만났다.-성동의 속도감 있는 교육·보육 인프라 확충 사업은 다른 지자체 사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인데. “도시란 보육·교육이 있는 삶터, 문화·레저가 있는 쉼터, 일자리가 있는 일터의 3박자를 갖춰야 한다. 이에 첫 단계로 보육·교육 강화에 매진했다. 그 결과 전국 최고 수준의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자랑하는 보육특구가 됐다. 이와 함께 한강변에 전 종목을 아우르는 전용구장 등 체육시설을 조성했고, 성수동 중공업 지역에서 확보한 일자리로 5년 연속 일자리대상을 받으며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가 있는 구로 거듭났다.” -성동만의 보육·교육 인프라 확충 방안을 소개한다면. “우선 부모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매진했다. 성동의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58.6%로 서울 25개 구 평균(39.4%)보다 월등히 높다. 종교시설이나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부지를 무상 또는 10년 이상 장기 대여하는 방식으로 건립비를 대폭 줄인 어린이집을 곳곳에 지은 덕분이다. 동시에 ‘교육을 위해 찾는 도시’가 되기 위해 학교 지원 예산을 (전임자 시절인) 2014년 25억원에서 올해 55억원으로 대폭 올렸는데 이는 학생 1인당 지원액이 서울 최고 수준으로 많은 것이다. 드론, 사물인터넷(IoT), 3차원(3D)프린터 등 미래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4차산업혁명체험센터 등 분야별 체험학습센터 11곳을 만들었다. 4차산업혁명체험센터에서 11월 초 대한민국 출신 로봇 공학자인 데니스 홍의 강연도 열린다. 이런 노력으로 이제 초·중등생 학부모 사이에서 성동에도 갈 만한 초·중등학교가 있다는 확신이 생기고 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는 입시 정보에 목마른 지역 고교생과 부모를 위한 맞춤형 컨설팅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도선고·금호고 등 2개의 인문계 고교도 유치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의 명문고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계속 노력하겠다.” -보육·교육 정책으로 이룬 실질적인 성과를 소개한다면. “보육시설과 체계가 잘돼 있다는 평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지면서 신혼부부들이 첫 살림집으로 성동구를 굉장히 선호한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성동이 서울 자치구 중 출산율 1위 도시로 떠오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다른 구로 전학 가는 일이 많아서 초등학교 입학설명회부터 체험학습교육관과 프로그램을 대거 확충했고, 그 결과 저연령대 학령인구가 증가했다. 2009년 기준 성동은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전입 대비 전출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곳이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전입이 많은 구 10위로 자리매김했다. 교육특구,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평생교육도시 등 교육 3관왕을 달성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다만 왕십리뉴타운 내 중학교 신설 문제가 있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완성하겠다.”-교육특구를 위해 추가로 인프라를 계속 만들 예정인지. “취임 이래 4차산업혁명체험센터, 글로벌체험센터, 산업경제체험센터 등 체험학습공간 11곳을 설치했다. 향후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 과학문화미래관이 서울숲에 5000억원을 투입해 건립된다. 마장한전물류센터 이전 부지의 경우 2021년 이주가 완료되면 주민센터와 문화체육시설, 청소년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한전과 협의 중이다. 교육과 관련된 부분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사업은 2024년 마무리된다. 이 외에 2022년까지 총 45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아파트촌이 형성된 금호·옥수 지역에 영유아 복합문화센터인 성동 맘앤키즈 복합문화센터의 문을 여는 등 보육과 교육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다.” -교육특구를 넘어 평생학습도시 조성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공공기관을 주민을 위한 열린 지식쉼터로 꾸민 성동 책마루, 미래를 준비하는 4차산업혁명체험센터, 인문학 특화 평생학습관인 독서당인문아카데미센터 등을 건립해 온 마을을 배움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데 프로그램도 기존에 미취학 어린이나 중장년 이상 연령층에 한정돼 있던 것을 아동·청소년·청년층으로 대폭 확대했다. 4차산업혁명체험센터의 조부모·손자녀의 세대 통합 정보 문해 교육, 한양대 학생들이 스마트폰 활용 강사로 나선 ‘청년과 청춘의 협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평생교육 사업의 성과와 노력을 인정받아 교육부로부터 지난 3월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됐다. 향후 동주민센터, 체험학습센터 등을 망라한 학습공간 연계망을 구축하고 학습동아리 등 상생·소통 학습공동체를 조성해 성동구를 4차 산업혁명과 사회적경제를 이끄는 ‘혁신학습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앞으로 한 번 더 선출돼 3선을 마친다고 해도 50대인데 정치적 포부가 있다면. “성동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싶다.” 진행 주현진 부장 jhj@seoul.co.kr 정리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정책 개발·소통 능력자상생·사회적 경제 육성 4년째 공약이행 최우수 2014년 46세의 젊은 나이로 역대 최연소 성동구청장에 당선된 뒤 지난해 민선 7기 서울시 25명의 구청장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69.5%)로 재선에 성공했다. 정책 개발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초선 시절인 2015년 9월 건물주와 세입자 간 상생경제의 틀인 일명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전국 지자체 처음으로 제정했다. 이는 다른 지자체의 상가 임대차 관련 조례 제정은 물론 국가 정책에도 반영되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또 전국 유일의 소셜벤처 육성을 위한 조례 제정으로 지역에 사회적경제와 소셜벤처 육성의 토대를 마련했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구와 국회에서 잔뼈가 굵었다. 1989년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권한대행)이 되면서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등에서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1993년 25살에 입대하면서 학생운동을 정리하고, 1995년 양천구청장 비서실장으로 일하며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였다. 2000년 16대 총선(성동구)에서 당선된 임종석(전 청와대 비서실장) 의원의 보좌관으로 뛰면서 성동구와 인연을 맺었다. 임 의원 보좌관으로 일한 8년 동안 당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보좌진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 동북권역 부회장,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 등 각종 지자체장협회를 이끌며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람을 대하는 매너와 소통 능력이 좋다는 평이다. 4회 연속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평가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2018~2019년에는 성동구가 소통(민원서비스)·안전(재난안전관리 평가)·혁신(정부혁신) 분야에서 대통령상 3관왕을 석권했다. ▲1968년 전남 여수 출생 ▲전남 여수고,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한양대 사회복지학 석사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권한대행(1989) ▲양천구청 비서실장(1995~1998) ▲임종석 국회의원 보좌관(2000~2008)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보좌진협의회 회장(2005~2006) ▲국회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2012) ▲노무현재단 기획위원(2014)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2015~2018) ▲서울시구청장협의회 동북권역 부회장(2018~2019.7)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2015~현재)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2018~현재) ▲민선 6·7기 성동구청장(2014~현재) ▲부인 문혜정씨와 1남 1녀
  • “검사 파견 최소화” 지시한 조국

    “검사 파견 최소화” 지시한 조국

    과로사 이상돈 검사 일한 천안지청 찾아 “30대에 매달 사건 수백건 처리하다 순직” 인력 부족 집중 거론되자 “개선안 만들 것” 수사 언급 있었냐 질문엔 “얘기 안 나와”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조 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 장관은 25일 오전 대전지검 천안지청을 찾아 수사관 등 직원 20명이 모인 자리에서 검찰 제도, 조직 문화 등에 관한 의견을 들은 뒤 곧바로 평검사 13명과 2시간가량 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20일 의정부지검에서 열린 첫 번째 ‘검사와의 대화’ 이후 5일 만이다. 천안지청에 소속된 평검사 16명 중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안, 인사 제도, 형사부 업무 과중, 사기 저하 문제 등에 관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도한 검사 파견, 인력 부족 문제가 집중 거론되자 조 장관은 파견 검사 인력을 최소한으로 줄여 형사부, 공판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을 지시했다. 천안지청은 지난해 9월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던 중 과로로 쓰러져 숨진 이상돈 검사가 근무하던 곳이다. 조 장관은 간담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천안지청을 두 번째 간담회 장소로 정한 배경으로 이 검사를 언급하며 “30대의 나이에 매월 수백 건의 일을 처리했고, 한 건의 미제 사건만 남길 정도로 열심히 일하다가 순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 후 청사를 나서면서는 “제가 주로 경청했고, 들은 얘기를 취합해 법무부 차원에서 어떤 개선안을 만들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1, 2차 간담회 내용은 조만간 열리는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첫 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자택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와 관련된 기자들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간담회 중에) 이번 수사와 관련된 검사들의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1차 간담회 때와 마찬가지로 간담회에 참석한 검사들과 단체 사진을 따로 찍지는 않았다. 조 장관은 간담회가 끝난 뒤 집무실이 있는 정부과천청사 대신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해 26일부터 열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비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봐야겠다, 뒤집어진 세상”..‘나의 나라’ 무게감 다른 ‘숨멎’ 티저

    “봐야겠다, 뒤집어진 세상”..‘나의 나라’ 무게감 다른 ‘숨멎’ 티저

    ‘나의 나라’가 무게감의 차원이 다른 사극의 서막을 열었다. ‘멜로가 체질’ 후속으로 오는 10월 4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연출 김진원, 극본 채승대,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나의나라문화전문유한회사) 측은 25일, 새로운 나라가 태동하던 시기 서로 다른 신념과 욕망이 뜨겁게 부딪치는 4차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숨 막히는 흡인력을 자아냈다. ‘나의 나라’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각자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권력과 수호에 관한 욕망을 폭발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동안 숱하게 다뤄왔던 격변의 시대를 밀도 높은 서사와 역동적인 묘사로 차원이 다른 사극의 문을 연다. 이날 공개된 티저 영상 속, 뒤집어진 세상 위에 세워질 ‘나의 나라’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이들의 모습이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개국’이라는 대의 앞에 이성계(김영철 분)와 남전(안내상 분)은 뜻을 모았다. “나는 앞으로 간다. 너는 어찌할테냐”는 이성계의 물음에 남전은 “장군께선 군림하십시오. 피는 제가 묻히겠습니다”라며 비장한 결의를 드러냈다. 그들 사이에 이방원(장혁 분)이 파고들면서 균열은 시작된다. “누가 보면 한신, 백기나 되는 줄 알겠소”라고 남전의 결기를 비웃던 이방원의 눈빛엔 야심이 서려있다. 그런 이방원을 ‘맏이’로 여기는 이성계의 속내를 알게 된 남전은 견제를 시작한다. 왕좌를 의미심장하게 쓸어내리는 이성계와 피를 묻힌 얼굴로 “나는 감히 말 위에 올라 칼까지 차고 궐로 들어간다. 봐야겠다. 뒤집어진 세상”이라고 선언하는 이방원의 강렬한 한 마디는 결코 피할 수 없는 피의 갈등을 예고한다. 시대가 가진 혼돈은 거인의 역사 뒤에 묻힌 ‘그들’에게도 격랑을 일으킨다. 어머니의 죽음에 분노하던 한희재(김설현 분)는 “내게 그럴 힘이 없다. 너는 있느냐?”는 이화루 행수(장영남 분)의 말에 차갑게 돌변하며 힘을 키우겠다 다짐한다. “가서 살려야 할 목숨과 죽여야 할 목숨”이 있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터를 누비는 서휘(양세종 분)의 모습과 “이제 고려는 뒤집히는 거냐?”는 한희재의 물음에 “왕이 먼저고 나라는 그 다음”이라는 남선호(우도환 분)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서로를 넘고 또 맞서야 할 운명에 맞닥뜨린 이들은 혼돈 속에서 장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이 신념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무사 서휘, 계급을 뛰어넘어 강한 힘을 꿈꾸는 무관 남선호,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당찬 여장부 한희재의 관계를 풀어냈다면, 이번 티저 영상에서는 새로운 나라를 향한 이들의 신념이 부딪치면서 그 뜨겁고 치열한 이야기의 서막이 열렸다. 냉혹하고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이방원과 새로운 나라를 여는 이성계, 새 나라에서 누구보다 강한 힘을 쥐려는 남전의 권력다툼은 휘몰아치는 칼의 시대를 예고한다. 여기에 남다른 정보력으로 자신만의 힘을 키워나가는 한희재와 행수의 대립도 궁금증을 증폭한다. 격변의 시기를 살아내는 이들의 야심이 서로 엇갈리며 팽팽한 긴장을 엮어낼 예정. 사극 ‘레전드 조합’의 밀도 높은 연기 앙상블 역시 완벽한 시너지를 기대케 한다. 한편 JTBC 새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는 ‘그냥 사랑하는 사이’, ‘참 좋은 시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 섬세하고 세련된 연출로 호평받는 김진원 감독이 메가폰을 맡아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보인다. ‘마스터-국수의 신’ 등 역동적이고 굵직한 서사를 밀도 있게 그려내는 채승대 작가가 집필을 맡아 완성도를 책임진다. ‘나의 나라’는 오는 10월 4일 금요일 밤 10시 50분 JTBC에서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한중도시발전연맹 중국대표단 하동 방문

    한중도시발전연맹 중국대표단 하동 방문

    경남 하동군은 한국과 중국 각 3개 도시가 참여해 구성된 한중도시발전연맹의 중국 칭양구 대표단 6명이 내년 대표단회의 일정 협의 등을 위해 하동을 방문했다고 25일 밝혔다.한중도시발전연맹은 지난 4일 2019 세계한상지도자대회가 열린 칭다오에서 하동·남해·구례군과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의 칭양구와 라이시시, 구이저우성 안순시 관링자치현 등 한·중 6개 지방정부가 참여해 구성됐다. 한중도시연맹은 도시연맹의 고위급 교류를 비롯해 정부·국민간 우의 증진, 정부간 협력체제 구축, 행정·경제·문화·과학기술 등 분야별 교류, 상품전시회·박람회 참가 등을 통한 제품 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교류를 하기로 했다. 한중도시발전연맹 사무실이 있는 산둥성 칭다오시 칭양구 대표단은 25·26일 1박 2일간 하동군을 방문해 산업시설 견학과 실무회의를 한다. 대표단은 첫날 금성면 갈사만 간척지와 해양플랜트연구원을 견학하고 다음날 윤상기 하동군수와 좌담회를 했다. 이어 군청 소회의실에서 하동·남해·구례군 담당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실무회의를 갖고 내년 상반기 하동에서 열릴 한중도시발전연맹 대표단 회의 등 교류행사와 공동발전방안 관련 논의를 한다. 한중도시발전연맹 대표단은 지난 4일 칭양구에서 열린 1차 도시대표단 회의에서 해마다 상·하반기 한국과 중국에서 번갈아가며 교류행사를 갖기로 하고, 내년 상반기 회의를 하동군에서 열기로 했다. 윤상기 군수는 “글로벌 시대에 동북아에서 바다를 마주하는 한중 6개 지방정부가 경제 번영과 공동발전을 위해 적극 협력하자”고 말했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김해에 드론 전용비행 연습장 10월 시범개장

    김해에 드론 전용비행 연습장 10월 시범개장

    경남 김해시는 생림면 마사리 딴섬생태누리공원 일원에 조성하고 있는 드론 연습장을 오는 10월부터 두달간 시범 운영한다고 25일 밝혔다. 시는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이며 미래 유망산업으로 각광받는 드론산업 육성을 위해 9900㎡ 규모 드론 전용 비행연습장을 조성하고 있다.시는 진입로 공사 등을 이달안에 마무리하고 10월부터 두 달간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3월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한다. 시에 따르면 드론연습장이 있는 생림 지역은 비 관제권역이어서 별도 신고나 허가 절차 없이 25kg 이하 드론을 가시권(150m) 이내로 비행할 수 있다. 시는 사방이 트이고 풍광이 뛰어난 낙동강 친수공간에 드론연습장이 위치해 주변에 민가나 방해시설물이 없고, 소음과 안전 문제 우려도 없어 드론 비행을 하기에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는 앞으로 드론 관련 기업체나 교육기관, 동호인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김해 드론 연습장을 많이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는 두달간 시범운영을 통해 드론연습장 이용현황과 개선사항 등을 점검·분석하고 개선사항을 보완한 뒤 내년 3월 정식 개장한다. 시범운영기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드론 기초이론과 기본 조작법을 배울 수 있는 드론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는 드론캠핑, 드론축구체험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체계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해 정식 개장에 맞춰 본격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시에 따르면 김해에는 드론 동호인 350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드론 전문교육기관이 국토부 지정 기관 3개와 사설기관 9개 등 모두 12개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드론 상설 실기시험장도 운영되는 등 드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선미 김해시 미래산업과장은 “김해 드론연습장이 시 드론산업 육성과 드론문화 활성화에 마중물이 되도록 운영·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해시 드론 체험교육은 시 공공시설예약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김해시 미래산업과로 문의하면 된다. 김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文의 DMZ 평화지대구상’ 北안전보장 ‘묘수’될까

    ‘文의 DMZ 평화지대구상’ 北안전보장 ‘묘수’될까

    DMZ 남북 공동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추진유엔기구 유치, 국제사회 협력 대인지뢰 제거日경제보복 겨냥해 과거성찰 및 자유무역 강조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한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국제평화지대 구축은 북한 안전을 제도적·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4회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뒤 “DMZ는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 공동유산으로 남북 간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연속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으며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DMZ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생태·문화 관련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 공히 국제적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또한 “DMZ에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데, 한국군 단독 제거에는 15년이 걸릴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안정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북한이 그동안 체제안전 버팀목으로 여겨온 핵을 포기한다면 재래식 군사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이 가장 두려울 수 있는 만큼 DMZ에 국제평화지대를 만들어 실질적으로 무력 충돌이 소멸하는 상황을 만들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된 이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안전보장 포석인 셈이다. 이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체제안전과 관련,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말이 아닌 ‘액션’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선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자체가 북한은 끊임없이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구받지만, 미국은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하게 되는 구조 속에서 북한이 신뢰의 끈을 놓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안전보장을 담보하는 장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을 고민한 끝에 나온 구상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비핵화 중재자로서 전쟁위기가 일상화된 한반도에 ‘봄’을 불러왔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오랜 교착국면을 거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가운데 나온 문 대통령의 고육책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유엔총회 때와는 전혀 다른 한반도 정세 속에서 문 대통령의 고심이 컸고, 대통령이 DMZ의 국제평화지대화라는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완전한 종전을 통한 전쟁불용 ▲남북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통한 진정한 평화 등을 3대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남북 상호 안전보장’과 관련, “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며 북한도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길 원한다. 서로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며 “적어도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지지·협력으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했다.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그 행동 자체로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 시작을 선언했으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걸음이었다”며 “두 정상이 거기서 한 걸음 더 큰 걸음을 옮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동아시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침략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상호 긴밀히 교류하며 경제적 분업과 협업을 통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왔다”며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그 기반이 됐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은커녕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경제보복을 감행한 일본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 대통령, 유엔총회서 한반도 평화 강조…‘평화’ 54번 언급했다

    문 대통령, 유엔총회서 한반도 평화 강조…‘평화’ 54번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한반도 평화에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빈곤퇴치·양질의 교육·기후행동·포용성을 위한 다자주의 노력’을 주제로 유엔총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총회 일반토의에 참석해 미국·볼리비아·요르단 정상 등에 이어 12번째 연설자로 나섰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연속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이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앞선 정상들의 연설이 밀리면서 예정보다 10분 늦어진 오후 1시 43분쯤 연설을 시작한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당위성을 언급했다. 유엔 총회장 내 한국 대표단 자리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조태열 주유엔 대사 등이 나란히 해 문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다.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 등은 방청석에서 연설을 지켜봤다.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북한 대표단들이 경청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미국 대표단 역시 통역기를 꽂고 문 대통령의 연설에 집중했다. 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생태·문화 관련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평화유지·군비통제·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되면 국제적 평화지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연설은 17분가량 이어져 오후 2시에 끝났다. 문 대통령이 연설 중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평화’였다. 모두 54번 언급됐다. ‘평화’는 2년 전과 작년 유엔총회 기조연설 때도 각각 34번, 32번 등장해 연설문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였다. ‘평화’ 다음으로 자주 언급된 단어는 북한(12번), 대화(9번), 비핵화(4번) 등이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도 각각 세 번씩 나왔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사설] DMZ 국제평화지대 구상, 북미 화답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간 24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갖고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를 유엔 회원국들에 제안했다. DMZ의 국제평화지대화는 70년간 남북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인 DMZ를 군사적 충돌이 영구히 불가능한 지역으로 만들어 평화를 확산시키자는 구상이다. 지난해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선언 2조 1항에서 ‘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뜻을 모은 바 있으며 9·19 군사분야 합의에서도 ‘DMZ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의 전쟁 위험 제거로 이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비핵화가 달성되면 북한이 재래식 무기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만큼 동서 250㎞, 남북 4㎞의 광대한 지역을 평화지대로 설정해 충돌을 소멸시킴으로써 체제안전 보장을 이루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이 획기적인 것은 남북이 공동으로 가입한 유엔 산하 기구와 평화·생태·문화와 관련한 기구를 평화지대에 유치하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 생태계의 보고가 된 DMZ 전역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킨다는 데 있다. 또한 DMZ 내 38만발의 지뢰를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어 단시간 내에 제거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국제평화지대 구상이 실현되려면 북한과 미국의 화답은 물론 유엔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성공을 거두고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연내에 열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유엔 기조연설에 앞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재확인한 것은 대북 메시지로 적절했다. 비록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던 대북 정책의 ‘새로운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아쉬웠으나 싱가포르 합의 정신을 강조한 것은 향후 북미 협상에 청신호를 던졌다. 하노이 회담의 교훈을 북미 정상은 되새겨야 한다. 북미가 기존 셈법을 버리고 과감한 양보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통 큰 거래에 나서야 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한이 얘기하는 안전보장이나 제재해제 문제 등에 열린 자세로 협상한다는 게 미국 기본 입장”이라고 한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미묘하지만 미국의 입장 변화를 감지하게 하는 대목이다.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1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과 5번째 중국 방문 가능성을 밝혔다. 북핵 회담 성공이 전제이지만, 연말까지 남은 3개월이 한반도의 명운을 좌우한다는 점을 남북미 정상이 명심했으면 한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야만과 광기에 희생된 예술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야만과 광기에 희생된 예술

    20세기에 들어서자 베를린은 새로운 예술 중심지가 됐다. 파리는 건재하는 듯 보였지만 지는 해였다. 보불전쟁의 승리로 힘이 커진 프로이센은 그 여세를 몰아 다른 독일 연방국들을 설득, 회유해 통일을 이루었다. 통일된 독일 제국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무섭게 성장했다. 프로이센의 수도에서 독일 제국의 수도로 위상이 높아진 베를린은 그 중심이었다. 1905년 키르히너는 드레스덴공대 친구들과 ‘다리파’라는 작은 그룹을 만들었다. 이들은 1911년 베를린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불과 2~3년 사이에 다리파는 새롭고 독특한 세계에 도달했다. 반 고흐와 고갱의 업적을 흡수해 그들을 뛰어넘은 것이다. 키르히너는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 화가다. 표현주의는 기존의 미술 언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 충동, 힘을 표현하기 위해 묘사의 사실성을 희생했다. 키르히너는 단순 명료하고 날카로운 선과 서너 가지 원색의 조합으로 강렬한 효과를 만들어 냈다. 익명의 군중이 어깨를 부딪치며 오가고, 깃털 모자로 치장한 매춘부들이 어슬렁거리며 고객을 찾는다. 현대 도시로 팽창한 베를린 거리의 역동성과 소외가 모던하게 표현돼 있다. 그러나 나치는 아방가르드 미술을 혐오했다. 그 속에 들어 있는 사회 비판 정신을 불온시했고, 형태 왜곡은 독일 민족의 순수함을 위협한다고 보았다. 1933년 집권하자 표현주의, 신즉물주의, 추상 등 아방가르드 미술을 전부 ‘퇴폐미술’로 규정하고 말살 정책을 폈다. 미술관에 소장된 현대 미술 작품을 압수했고, 1937년 그 작품들로 ‘퇴폐미술전’을 열어 모욕하고 조롱했다. 순회 전시회를 마친 후 작품들을 헐값에 처분하고 나머지는 불태워 버렸다. 한 시대의 문화가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된 것이다. 키르히너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화가 중 하나였다. 전시회는 취소됐고 미술관에 걸렸던 작품은 뜯겨 나갔으며 베를린 예술아카데미는 그를 쫓아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정신질환을 얻은 키르히너는 오랫동안 병과 싸우며 작품에 매달렸다. 그러나 1937년의 폭풍에는 더이상 버티지 못했다. 절망과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던 키르히너는 1938년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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