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직원인데요…”/교통경관,“그래서요?”(청와대)
지난 8월 청와대의 K모 비서관은 젊은 교통경찰관에게 수모를 당한 적이 있다.청와대 구역으로 통하는 효자동 국립중앙박물관 담장부근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비서관은 박물관 정문쪽의 가장자리 두번째 차선으로부터 청와대쪽으로 우회전을 했다.남대문쪽에서 올라오느라 우회전 허용차선인 가장자리 끝차선으로 진입할 수가 없어,두번째 차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교통경찰관이 달려왔다.
『우회전 허용차선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청와대 직원인데…』(이말은 하지말았어야 했다)라고 말끝을 얼버무렸다.「좀 봐달라」는 뜻이라고 할수 있다.
젊은 경찰관은 그말을 듣자 『그래서요』하고는 빤히 쳐다봤다.「개혁시대 아니냐」는 뜻임에 분명했다.
결국 K씨는 딱지는 딱지대로 떼이고,망신은 망신대로 당했다.그와는 달리 봐주는 사례도 있었을 수 있다.그러나 그것도 망신을 당하고 벌과금을 면제받는 정도였을 것이다.
지난 9월1일 청와대 비서실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앞으로 한통의 공문을 보내 경찰을 편하게 했다.
「청와대직원 교통질서 위반 단속철저 요청」이란 이 공문은 모두 3개항으로 돼 있었다.
1항은 『정부종합청사를 비롯한 광화문지역 일대에서 청와대직원들이 교통질서 위반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의 철저한 근절이 요망된다』였다.
2항은 『따라서 청와대 관계자등이 교통질서 위반을 할 때는 신분증을 제시토록해 신원을 철저히 확인함은 물론,벌칙을 엄격히 적용할 것이며…』이고 3항은 『위의 결과를 통보해 주시면 적극 시정조치하겠는 바 협조바랍니다』였다.
같은 날 총무수석실은 역시 3개항의 교통질서 지키기의 솔선이행을 촉구하는 회람을 각 비서실에 보낸다.
회람은 『청와대 직원들이 교통질서를 위반하는 것은 구시대적·권위주의적 행태가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증거이며 마땅히 시정되어야 한다』고 못박고 『앞으로 교통질서를 위반해 청와대 직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자에게는 벌칙을 엄격히 적용토록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통보하였으니…』로 이어졌다.
청와대 주변 교통경찰이 더 세졌다.누구나 K비서관이 될 수 있다.그대신 청와대 직원들이 얻은 것도 없지는 않다.
공문발송이후 경찰들이 봐주지 않는 대신 불합리하게 만들어진 교통체계를 부분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우선 문제가 가장 많았던 효자동쪽 우회전 차선체계가 개선됐다.한차선만을 우회전 차선으로 하게 되면 남대문 쪽에서 올라온 차량들이 우회전 차선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는 청와대 직원들의 원성을 감안,우회전 가능차선을 하나 더 늘렸다.가장자리에서 두번째 차선을 직진과 우회전 동시허용 차선으로 바꾼 것이다.
삼청동 입구에서 청와대로 들어가는 삼거리의 차선도 청와대로 갈 수 있는 차선을 명확하게 표시했다.그전에는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 박물관쪽으로 U턴하려는 차량과,삼청터널로 가려는 차량,청와대로 진입하려는 차량이 엉켜붙곤 했던 곳이다.
예외 없는 법적용,그러나 잘못된 것은 고친다는,작지만 의미있는 개혁정신이 청와대 주변의 교통체계 개선과 단속에서 반영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직원들이 궁금해 하는게 많다.대표적인게 청와대 직원 사칭 사기사건이다.어떻게그런 일이 가능한지,어떤 방법으로 사람을 속이는지 농담삼아 궁금해 한다.
청와대 직원들의 출입비표에는 청와대란 말이 한자도 없다.「비」또는 「경」이란 글자와 사진,이름만 들어 있다.「비」는 비서실,「경」은 경호실의 약자다.혹시라도 출입비표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까봐 끼리끼리만 알아 볼 수 있게 표시한 것이다.
출입비표의 뒷면에도 「확인관」이란 단어와 철인만 찍혀 있다.경호실 확인관이란 말이지만 직원들이나 알 수 있는 표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