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지니아대 ‘아카데미 빌리지’(세계 문화유산 순례:63)
◎학문주거자연 어우러진 ‘환상의 캠퍼스’/1826년 미 3대 대통령 제퍼슨이 직접 설계 완공/판테온 신전 본뜬 ‘로툰다홀’ 앞에 ‘파빌리온’ 배치
【샬롯빌(미버지니아)〓나윤도 특파원】 워싱턴 DC 남부에 위치한 버지니아주 최고 명문으로 알려진 버지니아대학(UVA)의 대표적 상징으로 돼 있는 ‘아카데미 빌리지’는 학문과 주거와 자연 3자가 한데 어우러진 이상적인 대학캠퍼스의 정형을 이루고 있다.
미국 건국의 일등공신 토마스 제퍼슨이 180여년전 자신의 학문적 이상을 펼치기 위해 고향인 버지니아주 중동부 샬롯빌에 건립한 이 대학은 건국 초기의 대학으로 우드로 윌슨 대통령,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 등 정치인은 물론 작가 애드가 앨런 포,요즘 최고 인기 앵커우먼인 NBCTV의 캐티 쿠릭 등각 분야에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UVA를 미국내 일류대로 만들었다면 이 대학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제퍼슨에 의해 직접 설계되고 이름지어진 캠퍼스인 ‘아카데미 빌리지’ 때문이다.이는 대학이 학문 자체뿐만 아니라 학문을 위한 모든 부대조건까지 갖춘 완벽한 공간이 되도록 최초로 시도했다는 점에서 인간적 측면의 고려없이 학문적 측면만 강조하고 있는 현대의 대학들에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완성도 가장 높은 건축”
따라서 이 빌리지는 1976년 독립 200주년을 기념,미국의 대표적 건축가 모임인 미건축연구소(AIA)에 의해 미국 건축역사상 가장 중요하고,또 완성도가 높은 건축물로 선정됐다.이어 87년에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 의해 포괄적 문화의 가치를 인식한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빌리지는 셰난도 밸리의 동쪽 산맥군인 블루 릿지 마운틴 기슭,락피시 계곡의 빼어난 주변경관의 이점을 한껏 살려 설계됐다.건국초 3대 대통령을 지낸 제퍼슨의 ▲교육자로서의 비젼 ▲건축가로서의 재능 ▲원예전문가로서의 기술 등이 한데 어우러져 노년기에 접어든 그의 인간적 완숙미가 배어난 작품으로 설명되고 있다.
제퍼슨은 죽기 직전 자신의 묘비명에 ‘독립선언서 기초자’‘종교자유를 위한버지니아장전 기초자’‘버지니아대학 설립자’ 등 세가지 타이틀만을 새겨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로 이 대학 건설을 대통령직보다도 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재임(180109)중 또하나의 그의 건축가적 기질을 대표하는 걸작품으로 샬롯빌 고향농장에 몽티첼로라 이름 지은 자신의 집을 건축한바 있는 제퍼슨은 퇴임후 교육자로서의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1817년 10월6일 이 대학의 첫삽을 떴으며 모두 9년 걸려 26년 완공됐다.기공식 자리에는 그의 고향 후배들이기도 한 당시 대통령 제임스 먼로,직전 대통령 제임스 메디슨 등이 참석,3·4·5대 대통령이 나란히 초석을 놓았다.
한글자모의 티읕(ㅌ)자를 거꾸로 세운 모양의 아카데미 빌리지는 가운데 직사각형 잔디밭인 ‘론’(Lawn)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원형건물인 ‘로툰다’(Rotunda)홀을,동·서 양쪽으로는 회랑으로 길게 연결된 ‘파빌리온’(Pavillions)이 건설돼 있다.또 각각 뒷편으로는 모양이 다른 정원과 그 건너편에 파빌리온과 나란히 또 한줄씩의 건물로 된 ‘레인지’(Ranges)가세워져있다.론 남쪽은 블루 릿지 마운틴 쪽으로 탁 터져 제퍼슨의 이상인 인간정신의 무한한 진보를 상징하고 있다.
로마 판테온 신전을 본따 절반 크기로 지은 로툰다홀은 당시 도서관으로 사용됐으며 그 밑에는 강의실이 위치했다.또 파빌리온은 I부터 X까지 로마숫자 번호가 붙은 10채의 2층건물이 동서로 5채씩 서 있으며 주로 교수들의 주거와 연구실 공간으로 활용됐다.
○기공식 3∼5대 대통령 참석
뒷편의 레인지에는 ‘호텔’이라 이름 붙은역시 2층건물이 A부터 F까지 6채가 동서로 3채씩 있어 학생식당과 특별활동룸,학교 오피스 등으로 사용됐다.그리고 파빌리온과 호텔들을 연결하는 방들은 학생 기숙사로 쓰였다.
이들 각 건물과 방들은 모두 회랑으로 연결돼 비나 눈 등 자연의 영향에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들이 항상 밀접히 지낼수 있어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들이 함께 살며 함께 연구하는 제퍼슨의 학문공동체 이상을 실현시킬수 있었다.특히 파빌리온과 레인지 사이의 10개의 정원은 모두 각각의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중앙의 ‘론’과 함께 학문공동체에 충분한 자연의 휴식공간을 제공토록 했다.
로툰다홀의 도서관은 1930년대 다른 곳으로 옮겨졌으나 나머지 건물들에는 오늘날에도 일부 교수들의 주거와 대학원생들의 기숙사로 쓰이고 있으며 특별활동룸 등 학교생활의 중심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이중 일부는 성적이 좋은 학부 4학년생에게도 제공된다.
○학문 필요한 휴식공간 제공
이들 건물이 낡고 욕실 화장실 등이 떨어져 있어 불편한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곳에 방을 얻는 것을 학생들은 큰 명예로 생각하고 있다고 학교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제 학교규모는 엄청나게 커져 1825년 개교 당시 40명이던 학생수는 1만8천명으로,제퍼슨에 의해 처음 임명됐던 8명의 교수는 오늘날 1천7백명으로 증가했다.또 이 대학의 전부였던 아카데미 빌리지도 이제 캠퍼스 한 귀퉁이로 밀려나게 됐다.그러나 그의 학문공동체 정신은 오늘날 컴퓨터시대와 조화를 이루어 수업,연구,행정,학생활동 등 대학의 모든 분야가 컴퓨터로 연결된 ‘전자 아카데미 빌리지’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살아 있다.
◎여행가이드/워싱턴서 남서쪽 200㎞… 부근엔 미 대통령 3명 사저농장도
워싱턴 남서쪽으로 200㎞m 가량 떨어져 있으며 승용차로 약 2시간 걸린다.66번 고속도로를 타고 40여㎞ 서쪽으로 달린뒤 29번 국도로 샬롯빌까지 가면된다.이 길은 고속도로는 아니지만 가운데 넓은 분리대와 4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려 있어 버지니아 시골분위기를 만끽하며 달릴수 있다.이 근처에는 제퍼슨의 몽티첼로 이외에,약간 못미쳐 제임스 메디슨의 사저 몽펠리에와 제임스 먼로의 농장 애쉬 론 등이 있다.또 서쪽의 스톤턴에는 우드로 윌슨 생가도 있어 이 일대는 미 대통령문화의 진수를 맛볼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