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신청서 제출한 노창희 유엔대사
◎“높아진 국제지위 발판,통일외교 펼때”/“유엔 이용한 북의 정치선전 대비해야
노창희 유엔대사는 5일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유엔 사무총장에게 한국의 유엔가입 신청서를 제출,유엔 가입에 필요한 요식행위를 마친 뒤 『이제 곧 한국의 유엔 가입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유엔대표부를 책임진 일선 외교관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대사는 한국의 유엔 가입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발언권을 강화해 줄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며 또 하나는 남북한 관계를 보다 정상화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나 유엔 가입이 실현된다 해서 저절로 국제적 위상과 발언권이 강화되고 남북한 관계가 정상화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국제평화와 안정문제 등 세계의 많은 문제에 대해 직접 우리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갖게 돼 분명히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발언권이 강화될 토대가 마련되는 것은 틀림 없는 일이지만 어떤 목소리를 낼까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노대사는 지적했다.
노대사는 특히 북한의 비현실적인 여러 노선,예컨대 하나의 조선정책,대남혁명통일전략 등 교조적인 사고방식이 아직도 기회 있을 때마다 고개를 쳐들고 있음을 지적,북한은 그같은 생각을 버리고 남한은 북한의 잘못된 생각을 바꿔주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령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뒤 평화협정 체결,한반도 핵문제,주한미군문제 등을 가지고 종전처럼 계속 선전적 차원에서 유엔을 이용하려 한다면 남북한의 관계는 당분간 오히려 악화될는지도 모른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노대사는 그러나 북한이 종래의 고집을 버리고 유엔에 가입키로 하는 등 역사의 물결에 순응했 듯이 시간이 가면 현재 그들이 고수하고 있는 많은 비현실적인 노선과 정책들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88년 가을의 서울올림픽 성공을 예로 들어 『서울올림픽 이후 3년도 못되는 기간 동안 한반도 주변환경이나 국제사회가 얼마나 급격히 변화했느냐』고 반문하면서 남북한 관계의 전반적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으며 『이런 속도로 가속이 붙는다면 금세기내 민족통일의 기반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대사는 『이제 통일을 위한 주변 환경을 급속히 정비하여 본격적으로 남북관계 발전에 신경을 써야 될 시점』이라며 『이번 유엔 가입이 조국의 통일을 향한 첫 걸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북한도 그런 차원에서 유엔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엔본부 이모저모/「남북 나란히 배석」 북측 소극적 반응/“옵서버 설움 씻게됐다” 대표부 희색
【뉴욕 연합】 ○…노창희 유엔대표부 대사는 5일 하오 3시27분께(미국 동부표준시간·한국시간 6일 상오 4시27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38층 사무총장실로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 총장을 방문,역사적인 한국의 유엔가입신청서를 제출.
○…5일 유엔가입 신청을 마침으로써 사실상 유엔가입 절차를 끝낸 유엔대표부외교관들은 감개무량한 표정들.
노대사는 물론이고 신기복 차석대사를 비롯한 유엔 외교실무자들은 그동안 비정상적이었던 우리 외교의 일각이 정상화된데 의미를 부여.
대표부의 일선 실무자들도 옵서버시절의 설움을 회고하며 파행을 거듭해온 우리의 유엔 외교가 정상화된데 기쁨을 표시하면서 이번 우리의 유엔 가입이 한국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
○…남한대표부는 5일 상오 북한대표부측에 우리의 유엔가입 신청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는 친절을 베풀었으나 북한대표부측은 『이미 알고 있었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노대사는 남한대표부의 한 실무자(참사관급)를 북한대표부 실무자와 접촉케 해남한이 5일 하오에 유엔가입 신청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자신이 지난 5월27일제의한 남북한 유엔대사 접촉 희망을 상기시켰으나 북한대표부측 실무자는 여전히 남북한 유엔대사 접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게 한국 대표부 실무자의 전언.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할 경우 동서독처럼 유엔총회의 좌석을 이웃으로 할것인가 아니면 알파벳 순으로 따로 앉을 것인가가 주목됐는데 북한쪽이 남북한 이웃좌석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ROK의 대한민국과 DPRK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별도의 좌석에 앉게 됐다.
오는 9월17일 개막되는 46차 유엔총회에서는 제비를 뽑아 파나마가 맨 앞줄 첫번째 좌석에 앉게 돼 ROK(대한민국)는 앞에서부터 8∼9번째 좌석에,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는 훨씬 뒷좌석에 자리를 차지하게 돼 남북한간에는 가입초기부터 상당한 거리가 두어지는 듯하다.
○…유엔대표부는 눈앞에 다가온 유엔 가입을 앞두고 회원국 대표부에 걸맞는 공관이 필요하다고 판단,적당한 건물을 물색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