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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이한의 종횡무애] 집주인의 품격

    [조이한의 종횡무애] 집주인의 품격

    독일에서 살 때다. 유학 막바지에 한 집에서 5년을 살았다. 그 집은 베를린에서도 중심부에 있었고 바로 옆에 옛 왕들의 사냥터인 티어가르텐이 펼쳐져 있었다. 이탈리아 건축가가 설계한 그 집은 건축과 학생들이 견학을 올 정도로 베를린 건축사에서 의미 있는 건물이었다. 3층짜리 6개 건물로 이루어진 그 집은 복층 구조인 1, 2층에 집주인들이 살고 3층을 임대 주는 형식이었다. 특히 3층엔 테라스 선룸이 있었으며 슈프레강이 보였다. 작지만 밝고 예쁜 집이었다. 그 집은 보증금도 없었고 임대료도 다른 ‘사회주택’과 비슷했다. 전 세입자가 친구여서 우리가 넘겨받을 수 있었다. 가난한 유학생이 그렇게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었던 데는 베를린 주택 정책의 부분적인 장점이 깔려 있다. 집주인들은 주택조합을 형성했는데 시에서는 부족한 자금을 보조해 주는 대신 한 층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임대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집주인들은 가장 전망이 좋은 3층을 내놓았다. 임차인을 뽑는 기준은 ‘이 집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었다. 전 세입자는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그 집을 얻었다. 집주인 말에 따르면 독일 사람들이 외국인을 꺼리는 경향이 있고, 특히 동양인 유학생은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서 그들을 선택했다고 한다. 베를린시의 주택 정책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집주인의 배려, 전 세입자와의 친분으로 나는 유명 건축가가 섬세하게 신경 써서 지은 훌륭한 집에서 수년 동안 임대료 한 번 올리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 독일의 주택 사정이 언제나 좋은 것도 아니고 통독 직후엔 집 구하기가 어려웠던 적도 있었으며 지금은 임대료가 올라 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사회주택이라는 제도가 있는 한 가난한 이들도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특히 위에 언급한 그 집의 예는 매우 인상적이어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보기도 했다. 그 집에 사는 동안 가난한 세입자라고 눈치 주거나 차별을 받아 본 일은 없었다. 그런 주택조합의 예가 한국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오래전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이미 아파트는 차고 넘치지만 또다시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다. 집이 모자라서 집을 못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정책 입안자들만 모르는 것 같다. 임대주택 비율을 정해 놓고 건축 허가를 내주겠다는 정책은 반갑지만, 난관에 부딪힌 건 어이없게도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 수 없다는 ‘집주인’들의 반대다. 그러므로 누구나 인간적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기 위해서는 정책만으로는 안 된다. 집값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가난한 이들과 살 수 없다는 ‘집주인’들의 인식. 결국 더불어 사는 것은 주택정책에 더해 집주인의 품격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공공의 정책과 개인의 윤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 때다.
  • “사회 주류에 속하지 못한 이들 곁 지키는 법조인 꿈꿔요”

    “사회 주류에 속하지 못한 이들 곁 지키는 법조인 꿈꿔요”

    전과기록 탓 70여개 기업 입사시험 낙방법조윤리시험 응시 제한 인권위 진정“계란으로 바위치기도 결국엔 깨지더라” “사회가 정한 틀에 속하지 못해 아픔을 겪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능하다면 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 곁을 지키는 법조인이 되고 싶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인 송인호(31)씨가 지난 1일 시행된 법조윤리시험을 치른 뒤에 소감을 전해 왔다. 법조윤리시험은 로스쿨 재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반드시 합격해야 하는 시험이다. 모든 로스쿨 재학생에게 적용되는 통과 절차지만 송씨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송씨는 어릴 때부터 성경의 가르침에 따른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거부를 결정했다. 25살이던 2014년 4월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입영을 거부했다. 그해 10월 1심 재판부는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송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고, 2015년 6월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판결을 유지해 송씨는 법정구속됐다. 대법원도 2015년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송씨는 형기 종료일 전인 2016년 8월 가석방됐다. 하지만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다. 송씨는 25일 “출소 후 70여개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지만 전과 기록 때문에 떨어지거나 최종 면접 때 ‘왜 군대 대신 감옥에 갔느냐’는 말을 듣는 등 모두 병역거부 사유로 취직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2018년 5월 대체복무제도 마련 및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한 판사가 건넨 말이 송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송씨처럼 차별을 경험한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법조인이 되는 것은 어떤가요. 로스쿨에서는 당신의 기록을 전혀 문제 삼지 않을 겁니다.” 송씨는 지난해 3월 로스쿨에 입학했고, 같은 해 8월 법조윤리시험에 응시하려 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송씨가 응시 결격사유 중 하나인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 해당한다면서 응시를 제한했다. 송씨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전과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약 한 달 뒤에 인권위는 현행 변호사시험법이 정한 응시 결격사유는 입법 사항으로서 인권위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법조윤리시험 등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표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포함한 변호사시험 응시자들의 권리가 최대한 보호될 수 있도록 응시 결격사유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씨는 올해 1월 검찰로부터 복권장을 받았다. 법무부로부터 “기존에 형을 선고받아 법조윤리시험 응시 결격사유에 해당했던 사람이 복권된 경우 응시 자격을 회복하게 된다”는 답을 들은 송씨는 결국 올해 법조윤리시험을 무사히 치렀다. 송씨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죄라고 주장할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제게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 계란들이 모여 결국 바위를 깨뜨리는 장면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병역법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했고, 같은 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현역 입영에 응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범죄 딱지 너머 내면 보듬는 일… 면접 땐 갈등 대처법 중요”

    “범죄 딱지 너머 내면 보듬는 일… 면접 땐 갈등 대처법 중요”

    보호직은 보호관찰 대상, 소년범, 이탈 청소년을 지도·관리하는 공무원으로 소년원, 보호관찰소 등에서 일한다. 다른 직류와 달리 남녀를 구분해 각각 선발한다. 보호직 공무원들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지만, 이들을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인사혁신처 도움으로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 이현동 주무관과 수원보호관찰소(수원준법지원센터) 금예슬 주무관을 만나 공부 팁과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보호직을 선택한 이유는. 이현동(이하 이)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최근 범죄자들에게 사회와 격리시키는 형벌을 주기보다 사회에서 다시 살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나오고 있어 사회복지학 부전공을 살려 보호직에 지원하게 됐다.” 금예슬(이하 금)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자연스럽게 보호직 공무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호직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사회적·인간적 관계를 회복시키는 일을 하는 공무원이니, 사회복지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 지원했다.” -보호직과 교정직을 헷갈리는 이들이 많다. 보호직은 어떻게 다르나. 이 “보호직과 교정직 모두 법무부 소속이다. 대다수 교정직은 징역형을 받은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기관에서 근무한다. 반면 보호직은 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고자 보호관찰, 수강, 봉사, 상담, 조사, 전자감독 업무를 수행한다. 그중 소년원은 아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가도 정상적이고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소년원은 교정시설과 다르게 학교와 같이 운영하며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훈련과정도 마련돼 있다.” 금 “보호직 공무원은 소년원이나 보호관찰소, 청소년비행예방센터 등에서 일한다. 소년원은 수용시설이지만, 보호관찰소는 범죄인을 구금하지 않고 사회에서 생활하도록 하면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지도 감독을 한다. 주기적으로 보호관찰소에 출석하도록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러 직접 보호직 공무원이 출장을 가기도 한다. 보호관찰소에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도 지도 감독하고 있다.” -현재 소속된 곳에서 하는 구체적인 업무는. 이 “서울소년원의 교무과 당직전담조 직원이다. 주야간 소년원 생활관에서 수용 질서 유지를 위한 감호 업무를 수행한다. 한마디로 24시간 소년원의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식사, 취침, 기상 등 모든 생활을 지도한다.” 금 “수강 명령 담당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수강 명령이 내려진 이들에게 강의 등 교육을 집행하는 부서다. 성폭력, 가정폭력 등 범죄 유형별로 나눠 법을 교육하고, 잘못된 인지를 치료하는 등의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실제로 일해 보니 어떤가. 이 “소년원 아이들은 험악하고 부담스러울 것이란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일해 보니 소년원의 아이들도 교육을 잘 받고 질서도 잘 지킨다. 특히 체육 시간에 웃으며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시설 밖 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은 소수다. 그 아이들로부터도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금 “역시 처음에는 상대해야 할 이들이 범죄자라는 사실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만난 이들은 범죄자라기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같았다. 대면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다.” -소년원 아이들의 일상은 어떠한가. 이 “소년원에 들어오면 생활지도, 일반 교과 교육, 직업훈련을 받는다.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잘 생활할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 학교를 자퇴한 아이들에게는 직업 훈련 교육을 하고, 전담 교사들이 학습 지도도 한다. 종종 보호직 공무원들이 아이들의 생활지도뿐만 아니라 직업훈련, 교과 교육을 보조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이 보호직 공무원에 적합할까. 이 “다양한 소양을 갖춘 이들이 보호직 공무원에 적합하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때는 행정력, 문서 위주의 업무가 공무원의 주된 업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 와 보니 기술적인 능력이 더 필요하다. 기술적 능력이란 건 대단한 게 아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잘하고,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풀어 주고, 힘들다고 하면 듣고 해결해 주는 능력이다. 약간의 법적 지식이 있으면 더 좋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 따뜻한 시각을 가진 이들이 보호직에 도전했으면 한다. 상담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보호직 공무원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더 자주 아이들의 고민을 듣게 된다. 충분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금 “주로 범죄인이라는 특수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보호직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보호관찰소에 오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지만 범죄인이라고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지도 감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시험공부는 어떻게 했나. 자신만의 공부 팁이 있다면. 이 “독서실에서 지내며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필기시험을 두 번 봤는데, 첫 시험 때는 기출문제를 소홀히 한 탓에 성적이 낮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출문제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이다. 공부 범위가 매우 광범위해 기출을 해독해야 학습량을 줄여 가며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암기해야 할 부분은 공책에 빼곡히 적어 놓고 꾸준히 봤다. 매일 할당량을 정해 암기했다.” 금 “기본서를 다 본 다음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자주 틀리는 문제나 개념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다. 이를 따로 노트에 정리하고서 시험 직전에 집중해서 봤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약점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슬럼프에 빠졌을 땐 어떻게 했나. 이 “하루는 미친 듯이 드라마를 몰아 보기도 하고 게임을 한 적도 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서 잠들기 전에 반성과 각오를 하면 이튿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종종 자신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 슬럼프는 공부를 시작하고서 한 달에 한 번씩 왔다. 시험에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독하게 마음을 먹게 되더라. 하루 쉬고 나서는 다음날 힘을 내서 공부했다.” 금 “슬럼프가 왔을 때는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기분 전환을 했다.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힘이 되더라.” -보호직에 관한 정보는 많은 편인가. 금 “정보가 부족해 함께 면접을 준비한 수험생들과 함께 보호관찰소를 방문했다. 보호관찰소에서 실무자가 나와 설명도 해주고 시설 견학도 해줬다. 그때 좀더 실무적인 정보를 들었다.” -면접은 어떻게 준비했나. 실제 면접에서 나온 질문은. 이 “3개의 메인 질문과 추가 질문이 나왔는데 보호직에 한정된 질문은 많지 않았다. 주로 공직자의 자세를 물었고 보호직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관련법 지식을 묻기도 했다. 가령 ‘이런 상황에서 내가 공직자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고 물은 뒤 응시자가 답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진다. 그간 갈등과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도 물었다. 면접 준비는 스터디를 활용했다.” 금 “나도 스터디 모임을 활용했다. 공직자의 가치관, 업무를 하다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면접 전 보호관찰소 실무자가 이야기해 준 경험담이 많은 도움이 됐다. -실제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 있을까. 이 “범죄예방정책학을 공부하면 범죄예방정책 분야에서 시행하는 정책과 제도를 자세히 알 수 있다. 관심을 두고 공부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금 “심리, 상담 기술 등을 계속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제2, 제3의 최숙현 나오지 않도록 이제 우리가 피해자 곁에 있을 것”

    “제2, 제3의 최숙현 나오지 않도록 이제 우리가 피해자 곁에 있을 것”

    취임 일성으로 어깨가 무거워 잠을 잘 못 자고 있다던 이숙진(56) 스포츠윤리센터 초대 이사장은 요즘도 잠을 줄여 가며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본격적인 신고 상담 업무를 9월 중으로 앞당기고자 어제도 밤 12시에 퇴근했다”며 “통상 3~6개월 이상이 걸리는 준비 기간을 한 달로 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들은 새벽 2, 3시에도 퇴근한다”며 “야근을 계속하고 있는데 초창기니까 미안하지만 조금만 참아 달라고 직원들을 달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1월 조재범 사건이 알려지자 당시 여성가족부 차관이었던 이 이사장은 체육계 성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7차례 스포츠 인권 정책을 권고한 민관 합동기구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장은 지난해 5월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을 골자로 한 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문 위원장은 당시 “체육계와 완전히 독립된 인사가 운영하는 독립성과 전문성·신뢰성을 갖춘 별도의 스포츠 인권기구 설립 방안을 권고했다”며 “(스포츠윤리센터는) 기존의 체육계 내부 절차로부터 독립된 구제 절차를 마련해 어떤 경우에도 피해자를 우선으로 하는 든든한 장치”라고 말했다. 철인 3종 선수였던 고(故) 최숙현씨는 생전 여섯 곳의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 최 선수를 외면했던 스포츠 인권기구와는 확실히 달라야 한다는 국민 기대가 한껏 팽배해 있지만 스포츠윤리센터는 법인 등기도 마치지 못한 상태로 일단 출범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5일 첫 출근을 한 뒤 지난 12일 법인 등기를 완료했고 13일 사업자등록번호를 받았다”고 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최숙현 청문회를 비롯해 수차례 국회에 출석해 스포츠윤리센터를 제2, 제3의 최숙현 방지책으로 앞세웠다. 스포츠 미투 촉발 이후 첫 정부 대책 발표의 물꼬를 텄던 이 이사장에게 다시 배턴이 넘어온 것이다. 스포츠윤리센터가 높아진 국민 눈높이를 만족시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배정받은 예산은 22억 9100만원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의 0.18%에 불과하다. 경찰 등 공무원 파견권을 부여하는 등 스포츠윤리센터의 법적 권한을 대폭 강화한 ‘최숙현법’은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법 시행까지는 시일이 남았다. 스포츠윤리센터에 직접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권은 여전히 대한체육회와 체육회 산하 종목 단체에 있다. 이 이사장은 ‘스포츠윤리센터가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스포츠계 모든 문제가 윤리센터 출범으로 단번에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우리의 역할은 스포츠계 성폭력·폭력 피해자가 신고한 사건을 상담·조사하는 것에서 출발해 스포츠 인권에 관한 정책 개선안이 나오도록 견인하는 데까지”라고 범위를 좁혔다. 서울신문은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빌딩 9층에 있는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해결할 1호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1호 사건이란 개념은 없다. 모든 사건을 소중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기존 스포츠 인권기구들에서 사건을 이관받아 매뉴얼에 맞게 절차를 밟을 것이다. 9월부터 직접 조사 사건도 챙겨야 한다. 직권조사 사안은 이사회 심의를 받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스포츠 인권을 향상시키는 일이 엘리트 스포츠를 위축시킬 거라고 걱정한다. 폭력을 성적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여기는 생각이 뿌리 깊다. “인권을 강조하는 건 오히려 엘리트 스포츠 선수의 사기와 의욕을 고취시킨다. 다른 영역에서는 인권 침해를 성적 향상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는 스포츠계도 폭력보다 나은 방식으로 성적을 올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왜 스포츠만 인권 침해가 훈련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30년 넘게 여성과 인권 분야에 투신하고 천착해 온 이유는. “대학 때 학보사 기자로 일하면서 여성노동자와 빈민 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집중 취재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뿌리 깊은 차별이 성차별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 성차별의 문제를 현장과 정책 연구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스포츠계 역시 많은 어린 선수가 뿌리 깊은 성차별의 희생양으로 남아 있다. 한 우물을 파고 살아도 맑은 물을 못 보는 상황이다. 아직도 멀었다. 한 영역에서 제대로 된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내 역할에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않다. 현장에 발 닿은 스포츠윤리센터에서 뿌리 깊은 성차별 관행에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한 반감을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가.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스포츠윤리센터에는 스포츠를 잘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 스포츠윤리센터 수장인 제가 체육 단체에 몸담은 적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스포츠를 모른다’, ‘체육계를 잘 모른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매우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일을 해야 하는데 체육계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지 않은 제가 오히려 운신의 폭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체육계 성폭력·폭력 사건과 일반적인 성폭력·폭력 사건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체육계 폭력은 훈련과 체벌을 명분으로 이뤄진다. 비교적 폐쇄적인 공간에서 특정한 관계에 있는 지도자와 선수 혹은 선수 간 신체 접촉에서 출발한다. 다른 영역에서의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위계적인 관계에서 일어난다.” -최 선수가 제때 도움을 받지 못했던 기관과 차별화되는 스포츠윤리센터만의 프로세스는. “프로세스는 지금 만들고 있다. 상담 신고 매뉴얼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해 보고 있고 비리 조사와 관련된 부분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최 선수가 도움을 요청한 6개 기관이 절차와 매뉴얼이 없어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게 아니다. 문제는 선수가 처한 상황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였냐다. 저희는 최 선수가 6개 기관에 실망했던 것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스포츠윤리센터의 한계는 무엇인가. “스포츠윤리센터는 징계 요구밖에 할 수 없다. 특수 법인이기는 하지만 국가 기관은 아니다. 벌칙 조항은 없다. 결국 행정기관처럼 과태료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체육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문체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 장관도 ‘스포츠윤리센터는 거의 준사법기구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하긴 했다. 또 징계 정보 시스템은 아직 구축도 안 돼 있는 상태다. 저희는 수사권이 없고 조사권만 있어 행정적 조치만 할 수 있다. 범죄 혐의가 있는 아주 심각한 사안을 저희가 다루고자 특별사법경찰관 관리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그 단계가 돼야 실효적 처벌이 가능해진다. 잘 통과됐으면 좋겠다. 당장 특사경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내년부터 파견 경찰을 통해 추진하려 한다. 경찰 지휘를 받아 수사하는 것과 실제로 문체부 공무원이 수사권을 갖는 것은 (신속성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스포츠윤리센터 예산은 지금보다 늘어나야 할 것 같다. “문체부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 저도 요구하고 있다. 기금 변경을 통해서 이번 주 정도에 내년 추가 직원 채용이나 추가 사업비가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 8월 출범했으니 내년에 단순 2배로 늘어나는 정도는 아닐 것 같다. 지난번 이사회에서 ‘200억원은 돼야 하지 않냐’는 얘기가 나왔다.”-지방 체육인과 장애인 체육인에 대한 접근성은 어떻게 늘려 갈 계획인가. “지방에 권역별 스포츠윤리센터를 만들어 해당 지역 사건 당사자의 접근성 부분을 강화하자는 구상이 있다.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우리의 역할과 기능이 정립되고 난 다음에 물리적 확대를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조직 키우기만 한다는 비판은 받기 싫다. 작지만 강한 조직이 되고 싶다.” -스포츠 인권기구 사이의 교통정리는 어떻게 되나. “문체부 주관하에 계속 만나서 회의하고 있다.” -지금도 남 몰래 고통받는 피해자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스포츠윤리센터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옆에 있겠다. 용기를 내 주셨으면 한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초대 이사장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이화여대 여성학 석·박사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제도개선비서관실 행정관,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문재인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차관
  • “여성이 행복해야 함께 사는 남성도 행복해”

    “여성이 행복해야 함께 사는 남성도 행복해”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오래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말할 수 없다.”(이주란 작가) 32년 세월을 거슬러 다시 나타난 소설을 두고 까마득한 후배는 이렇게 썼다. 첫 출간 당시 ‘가정파괴범’, ‘과격하며 성적 대결을 조장한다’는 꼬리표가 붙었던 책은 후배 작가에게 현실, 그 자체다. 최근 나오는 페미니즘 소설들에도 비슷한 수식들이 가끔 붙지만 달라진 점은 그런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는 거다. 한국 페미니즘 소설의 시초, 이경자(72)가 돌아왔다. 1980~1990년대, 페미니즘 1세대라 불리는 소설 두 권을 들고서. 최근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복간된 ‘절반의 실패’와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는 각각 1988년과 1992년 첫 출간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두 책은 고부 갈등, 독박 가사와 육아, 가정 폭력, 남편의 외도, 혼인빙자간음, 성 착취, 빈민 여성 등 여성문제의 거의 대부분을 다루는 소설집이다. “제작비도 못 건지면 어쩌나 했어요. 내 나이 일흔둘에 ‘이혼을 꿈꾼다’가 뭐냐고 걱정을 했는데, 출판사 편집자들은 이게 너무 중요한 작품이고, 중요한 것에 비해서 평가받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작가의 걱정과 달리 책은 출간 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203명의 후원자로부터 670만원을 후원받았다.●“‘절반의 실패’, 결혼하지 않았으면 못 썼을 소설” 돌이켜 보면 작가에게 ‘절반의 실패’는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나오지 않았을 소설”이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작가는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확인’이 당선돼 데뷔했다. “결혼 전에는 늘 내가 남자만큼 잘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결혼을 하면서 아무리 소설도 쓰고 잘났다고 해봤자 집에서는 남편 밑에, 시집 밑에 있는 존재라는 것에 분노를 느꼈어요.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여성의 문제였고요.” 초판 머리말에 적힌 말이 이와 같은 맥락이다. ‘어머니라는 여자와 한패가 되는 것은 ‘지옥살이’가 될 거여서, 사람들을 부리고 억누르는 가장인 아버지를 선택했다. 결혼을 하고서야 옛날의 어머니와 똑같은 여자가 돼 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무엇이 여성의 삶을 이렇게 억누르는지를 고민했다.’(395쪽) 작가는 “이런 걸 요새는 ‘명예남자’라고 하더라”고 부연했다. 깨달음 후에는 ‘여성’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거의 모든 책을 끼고 살았다. ‘친족상속법’이라는 이름의 책을 들여다보며 성차별의 근간이 되는 당대의 법을 공부했다. 모르는 것은 취재하고, 더러 여성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는 고정희 시인이 이태영 박사가 있던 법률구조센터에서 일했던 때를 떠올렸다. “걔가 여자들 상담 자료 같은 거 저한테 보여주고, 그때 막 생긴 한국여성의전화에서도 자료를 줬어요. 매춘에 대해 쓰기 위해 미아리 텍사스 주위를 돌고, 경찰이 소개해 준 포주를 만나기도 했어요. 빈민 여성들 이야기를 쓰려고 식당에 위장 취업도 했고요. 그때는 이혼을 안 했기 때문에, 이혼한 여성들도 많이 만나서 얘기 들었죠.”(작가는 2003년 이혼했다.) 그렇게 나온 소설은 KBS 2TV 드라마로도 제작되고, 작가에게 여성단체협의회가 주는 올해의 여성상을 안겼다. 오늘날 ‘한국 페미니즘 소설의 시초’라는 평가도 듣지만 작가가 체감한 당시 분위기는 ‘싸늘’에 가까웠다. “그때 분위기가 그랬죠. 대꾸할 필요조차 못 느끼는 조롱이 많았고요. 그러나 지금은 싸늘하지 않죠. ‘절반의 시대’가 아무렇지 않게 먹히는 시대가 된 거예요.” ‘82년생 김지영’ 같은 소설들이 사회적으로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는 오늘을 보며 그가 느끼는 격세지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 이유는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문학의 밥값’이기 때문이다. “농부는 농사짓고, 기자는 취재해 기사 써서 밥값을 벌잖아요. 소설가는 사회 모순에 대해 질문하고 나름의 해답을 찾아 소설로 형상화하는 게 밥값이에요. 제가 리얼리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까닭은 지방 출신인 탓이라고 스스로는 생각한다. 자신이 서울 중산층 집안에서 자랐다면 이런 소설을 쓰지 못했을 거라고도 했다. “강원도 양양이라는 변두리, 분단의 상처, 노동자 아버지, 화전민 할아버지·할머니에게서 성장한 어떤 원초적인 건강성이라고 해야 하나. 사회적으로 얘기하면 낮은 위치이지만 건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거죠. 저를 ‘참 용감한 여자다’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제가 용감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꾀가 없다고 생각해요. 꾀가 없으니 이런 소설을 쓴다….”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단체 만들기 위해 노력” 그런 그가 2018년 2월 국내 대표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의 이사장이 됐을 때 누군가는 ‘운명’이라 했다.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한창 수면 위로 떠오를 때였다. 취임 후 작가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성차별·성폭력 처리 및 예방에 관한 규정’을 신설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학계에서 ‘미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남자들이 여성을 자기하고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거예요. 제가 등단했을 때 그야말로 ‘성희롱의 바다’ 속에 있었어요. 여성하고 함께 일해본 적도 없으니 여성은 현모양처이거나 유락의 대상이었으니까….”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진보적인 남성도 생활 감정으로는 내려가지 않는 이론과 관념, 태도를 가진 것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겪은 한국작가회의는 남성 일변도와 함께 서울대 중심이었다. 일정 파벌·세력을 갖고 있지 않은 그가 임기 내내 주지한 것은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태도”다. “저는 굉장히 평화주의자인데, 평화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자기 존재감으로 서로 혼합돼서 살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받아야 하고요.” 독립적인 각자가 모여 독립적인 집단을 이뤄야 한다는 게 이경자가 이끄는 한국작가회의 2년의 가장 큰 모토였다. 작가회의가 특정 정치 이념으로 대표되는 걸 원치 않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독립을 중요하게 여겨 특정 출판사로부터 받던 지원도 끊었다고 했다. 맨몸으로, 혹은 단체의 수장으로 살아낸 페미니즘의 세월을 그는 “내 몸에 깃들어 있는 인격에 대한 인식”으로 풀어냈다. “저를 희롱하는 것은 제 인격을 희롱하는 것이고, 자기가 희롱할 수 있는 인격과 함께 산다는 건 스스로를 모독하는 거예요. 타인을 경멸하고 학대하면서 자신이 잘나려고 하는 것은 굉장히 가학적인 거죠. 남성 중심의 가치 체계나 행동 규범, 사회 질서가 남성에게도 이롭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함께 사는 여성이 행복해야 남성도 행복한 거고요.” 오늘날의 페미니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각 시대에는 그 시대의 페미니즘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서구식 개인주의, 이기주의의 영향으로 남녀 상관없이 극단적인 경쟁에 시달리고 있고, 욕망에 제한이 없어요. 요즘 시대의 의식 구조 속에는 로봇 같은 정서가 있는 것 같은데, ‘옳고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시대가 만들어낸 페미니즘이고요. 이경자의 페미니즘은 농경사회의 끝자락을 말하고 있죠.” 그러면서 남녀가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만의 이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맞물려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여성만을 위해서 뭔가를 하면 저항이 와요.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남녀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한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 해결책을 함께 찾아봐야 해요.”●“이제야 소설 쓸 수 있는 몸 됐다… 장편 3개 더 쓸 것” 작가회의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지 6개월, 그는 내년 9월이 임기인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작가회의 일을 놓고 나서야 소설을 쓸 수 있는 몸이 되었다는 그다. “정신력의 크기가 작은 사람이라서, 문학하고 조직의 장하고는 함께하지 못하는 거예요. 이제 일을 그만두니까, 내 정신의 고향으로 돌아온 거 같아요.” 매일 아침,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를 들으며 창작욕을 끌어올리는 작가는 여전히 책상 앞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장편 세 개를 더 쓰는 게 목표다. 쓸 수 있는 몸, 젊은 생각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그는 말했다. “나는 나대로 살아야 하는데, 나를 에워싸고 있는 가짜 공식들이 있어요. 풍속, 가족제도, 남녀관계, 사회 등이요. 나를 둘러싼 잘못된 공식들에 나를 맞춰주면 생기를 잃어버리는 거예요. 나는 누군가, 남존여비는 왜 생겼나, 가부장제라는 건 뭔가…. 끝없이 공부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트럼프, 4년 전처럼 전대 첫날 원맨쇼… 지지자들 “4년 더”

    트럼프, 4년 전처럼 전대 첫날 원맨쇼… 지지자들 “4년 더”

    전대에 깜짝 등장 현장연설로 차별화“나스닥·일자리 슈퍼 V자 회복” 목청“민주당, 우편투표 사기치려 해” 맹공홍보 영상 통해서 “코로나 신속 대처”중산층 혜택·코로나 대응 과장에 비판바이든과 71일간 ‘대선 레이스’ 개막 4년 전 ‘위 아 더 챔피언’(퀸의 노래)과 함께 관행을 깨고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등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에도 전대 첫날부터 무대에 섰다. 2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린 전대 현장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환호를 나누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노리기 위한 전략으로 이날 행사는 예상대로 ‘트럼프 원맨쇼’나 다름없었다. 찬조 연설자들은 열세를 의식한 듯 트럼프의 업적을 나열하기에 바빴고, 과도한 공적 강조로 사실과 다른 주장이 포함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2550표를 싹쓸이하며 만장일치로 대선 후보가 된 뒤 연단에 올라 “4년 더 (트럼프를)”라고 외치는 대의원들을 향해 “12년 더”라고 화답했다. 이어 “민주당이 우편투표로 사기를 치려 한다”고 목청을 높인 뒤 “나스닥 지수가 16번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9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되찾는 등 ‘슈퍼 V자 회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0여분간의 연설에서 “성공이 곧 단합”이라며 코로나19 전 미국의 경제를 떠올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행사에서도 영상을 통해 두 번이나 등장했다. 첫 번째 영상에서 간호사·소방관·우체국 직원 등 코로나19 대응 전선의 근로자와 만났고, 두 번째 영상에서 외국에 억류됐다 구출된 자국민과 대담을 하는 등 민심을 귀담아듣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 줬다. 코로나19를 다룬 홍보성 영상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대인간 전파는 없다고 틀린 정보를 알렸고 중국 때문에 바이러스가 확산됐다고 비난을 이어 가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신속하게 방역·의료 장비를 공급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찬조 연설자들은 하나같이 흑인 시위대를 폭도·약탈·반달리즘으로 공격하며 백인중산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냈다. 지난 6월 흑인시위대가 사유지를 침범했다며 총을 겨눴던 백인 부부도 이날 영상에서 “언론과 동맹국에 의해 자극받은 폭도들이 당신을 파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계 부모를 둔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 대사는 미국을 인종차별주의 국가라 부르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자신의 성공담을 전했다.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도 목화밭에서 일하던 자신이 의원이 된 것을 언급하며 “다음 미국의 세기는 이전보다 더 좋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민주당이 전대에서 ‘민주주의의 암흑기’라고 공격한 데 대한 반격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원맨쇼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지지율이 10% 포인트가량 벌어진 가운데 공격적으로 임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대부분의 찬조 연설이 ‘앤드루 W 멜론 대강당’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대 장소에서 함성 소리와 함께 현장 연설을 한 것도 민주당 전대와 차별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찬조 연설자들의 설명이 과장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트럼프 장남)는 찬조 연설에서 중산층 혜택론을 제기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중위소득이 훨씬 높았다”며 “또 트럼프의 중국 여행 금지 조치가 없었다면 미국인 수백만명이 죽었을 거라 했지만 2월 2일에야 부분 여행 금지가 취해졌고, 수백만명을 구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지명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71일간의 대선 레이스가 공식화됐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확진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 왕따’에 운다

    확진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 왕따’에 운다

    “그러게 왜 그 모임에는 나가셔서 온 식구들을 힘들게 하냐고요.” 지난 20일 서울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 70대 후반의 할아버지에게 아들이 면박을 주면서 티격태격 말다툼이 벌어졌다. 가족들이 말려 소란은 이내 정리됐지만 할아버지는 대기실 의자에 죄인처럼 머리를 떨구고 앉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면서 코로나 환자를 둘러싼 주변 갈등이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지나친 ‘낙인찍기’와 따돌림이 사회적 갈등을 쌓는 데다 감염의심 환자들을 위축시켜 음성화하는 등 역효과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최근 회사 내 1호 확진자가 된 A씨는 팀원들에게 사과문자를 보냈다가 맹비난에 시달렸다. 회사의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인신공격에 가까운 악플을 견뎌야 했다. ‘광화문집회에 나갔다 걸린 거면 가만 안 둔다’, ‘서울에서 놀다가 걸려 놓고 (지방으로) 내려온 건 아니냐’ 등의 비난이 잇따랐다. 업무 때문에 서울을 들렀을 뿐이지만 공개된 이동경로를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중이다. 강원 원주의 한 체조교실에서 무증상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B군의 아버지 C씨는 온라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아이가 근거도 없이 슈퍼전파자로 공격받는 현실을 부모로서 보고만 있기 정말 힘들다”고 했다. “아이가 운동했던 체조교실에는 이미 감기 증상을 보인 학생들이 있었다. 아이는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남들보다 일찍 검사를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해도 ‘어디서 감염된 건지 공개하라’는 성토만 쏟아지고 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에도 ‘전염병 따돌림’ 현상은 거셌다. 문제는 코로나는 과거 사태들과는 달리 기세가 언제 꺾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완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사회문제가 될 조짐이다. 완치자에 의한 재감염 사례는 아직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으나 완치 후에도 사회 복귀를 미루거나 대인기피증을 앓는 등 후유증이 심각한 현실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정부의 ‘방역 중심적’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는 “정부가 방역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인권은 어느 정도 침해돼도 어쩔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결국 낙인찍기와 갈등의 부메랑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확진자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축소되는 분위기도 문제로 꼽힌다. 해외 유명인들처럼 환자와 완치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하고, 그 사연에 귀를 기울여 줘야 함께 극복하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구 교수는 “미래 재난이나 감염병에 대한 사회갈등 해소법을 이번에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다면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경합주서 터진 ‘비무장 흑인 피격’… 美 대선 변수 되나

    경합주서 터진 ‘비무장 흑인 피격’… 美 대선 변수 되나

    지난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이어 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경찰의 비무장 흑인 총격 사건이 터지며 인종차별 시위에 다시금 불이 붙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위스콘신은 11월 대선을 앞둔 민주·공화당 모두 사활을 건 ‘경합주’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표심을 가를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소속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24일 “주요 시설 보호 등을 위해 주방위군 125명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커노샤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항의 시위대 수백명이 밤늦게까지 시위를 벌이며 건물 창문을 부수거나 법원 건물 주변에 불을 질렀고,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면서 대치했다.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는 전날 3세, 5세, 8세 아들 셋이 탄 차량 앞에서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등을 맞아 현재 중태다. 이날 CNN 등에 따르면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블레이크가 마당에서 3살 아들의 생일 파티를 하던 중 인근에서 여성 2명이 싸움을 벌이자 이를 말리려고 했다”며 “경찰이 블레이크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당시 경찰은 보디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지 않았으며, 현지 경찰은 연방 검찰이 조사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총격이 미국 영혼을 관통했다”며 즉각적인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에버스 주지사도 트위터를 통해 “블레이크가 법 집행요원의 총에 맞은 첫 번째 흑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인종차별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과 경찰 노조는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며 폭력 시위를 비난했다. 짐 스타이네케 주의회 공화당 대표는 “폭력을 점화하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시위대의 분노를 촉발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피터 디테스 경찰노조위원장도 주지사의 성명에 대해 “전적으로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백인 비율이 높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위스콘신주는 ‘주지사 민주당, 주의회 공화당’으로 세력이 팽팽한 경합주인 만큼 향후 사건 처리가 대선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장애인 비하’ 발언한 이해찬에 인권위 “차별행위 중단하라”

    ‘장애인 비하’ 발언한 이해찬에 인권위 “차별행위 중단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관련 진정 사건을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에 차별행위 중단과 재발 방지책 마련 등 조치를 권고키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인권위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인권위는 24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영입 인재 1호’ 최혜영 강동대 교수에 관해 언급하면서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 대표의 발언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주장하며 올해 1월 인권위에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위 측은 이 대표의 발언이 공개적인 장애인 비하 발언이었고 언론과 방송으로 이 발언을 접한 사람들이 모두 피해 당사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앞서 2018년 12월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도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재난지원금, 구제 아닌 경제정책” 이재명, 윤희숙에 재반박(종합)

    “재난지원금, 구제 아닌 경제정책” 이재명, 윤희숙에 재반박(종합)

    “선별지급론에 허비할 시간 없어전 국민 대상 2차 지급 서둘러야”윤희숙 “한우 대신 생계지원”에 반박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난지원금은 구제가 목적이 아닌 경제정책이라며 서둘러 지급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금의 재난지원금은 구제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는 선별지급론과 같은 어리석음을 놓고 허비할 시간이 없다. 전 국민 대상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경제 위기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며 “수요역량 강화에 집중해 수요확대로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재난지원금이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경제’ 정책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극적인 재정 집행이 방역 성공률을 높이고 오히려 재정 건전성도 덜 악화시킨다는 한국금융위원회의 의견도 있다. 실제로 금융위기 때 긴축으로 실업률과 자살률이 올라간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아이슬란드는 재정 건전성보다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 국가채무비율을 되레 낮추고 경제가 더 빨리 많이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의원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현 상황에 맞는 지원책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고단하고 아이들 돌보느라고 신경이 곤두서있지만, 생계와 일자리에 직격탄을 맞은 이들과 똑같이 생계지원금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이들이 한우나 안경 구매 등을 포기하고 이웃의 생계지원을 지지할 수 있을지는 우리가 얼마나 공동체로서 서로 연대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지사는 그 동안 국채발행을 재원으로 한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그는 3개월 이내 소멸하는 지역 화폐로 개인당 30만원을 지급하는 게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50%에만 지급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선별 지급 주장은 상위소득 납세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자 여당의 보편복지 노선에서 보면 어불성설”이라며 전 국민 대상 지급을 촉구했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방역 집중이 우선”이라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보류한 상태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페이스북, 프랑스에 체납한 법인세(디지털세) 1억 유로 내기로

    페이스북, 프랑스에 체납한 법인세(디지털세) 1억 유로 내기로

    페이스북이 프랑스 정부와의 협상 끝에 지난 10년간 체납한 법인소득세 1억 600만 유로(약 1484억원)를 내기로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프랑스 법인은 2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우리는 납세 의무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우리가 영업하는 모든 시장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전 세계 세무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체납한 법인세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법인소득세는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846만 유로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프랑스 세무당국으로부터 지난 10년간의 영업활동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아왔다. 페이스북 측은 프랑스와 협상 끝에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납부할 법인소득세의 총액을 체납가산금까지 포함해 1억 600만 유로에 합의했다. 이어 2018년 이후 프랑스 상주하는 팀이 유치하는 온라인 광고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프랑스 세무당국에 신고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페이스북은 설명했다.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유럽 각국에서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세율이 가장 낮은 아일랜드 등에 법인을 등록해 조세를 우회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프랑스는 지난해 7월 일명 ‘디지털세’의 도입 논의를 주도해 유럽에서 가장 먼저 제도화했다.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글로벌 IT 대기업이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매출의 3%를 과세한다. 특히 미국의 ‘IT 공룡’들이 주요 표적이라는 점에서 ‘가파(GAFA)세’라고도 불린다. GAFA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이에 미국은 프랑스가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자국 IT 대기업을 차별한다면서 24억 달러(2조 8466억원) 규모의 프랑스제품에 최고 100%의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미국과 프랑스는 진통 끝에 지난 1월 관세부과를 유예하고 OECD를 통해 디지털세의 과세원칙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일단 갈등을 봉합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금호산업 ‘경산 하양 금호어울림’ 다음달 분양

    금호산업 ‘경산 하양 금호어울림’ 다음달 분양

    금호산업은 경북 경산시 하양택지지구 A6블록에서 ‘경산 하양 금호어울림’을 다음달 분양한다. 경산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금호어울림’ 브랜드 아파트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다. 경북 경산시 하양읍 서사리 206-7 일원에 선보이는 경산 하양 금호어울림은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5개 동의 총 626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단일 전용면적 59㎡로 구성됐다. 타입별 세대수는 △59㎡A 327가구 △59㎡B 133가구 △59㎡C 54가구 △59㎡D 112가구 등이다. 경산 하양 금호어울림은 계획도시로 조성되는 하양택지지구 내 중심입지에 자리한다. 단지 옆에 고등학교(예정)가 들어서며 인근에 유치원, 중학교가 나란히 신설될 예정이다. 지구 내에 하주초교가 증축공사를 진행 중이고 무학중·고교, 하양여중·고교 등이 가깝다. 대구가톨릭대(효성캠퍼스)와 대구대, 영남대(경산캠퍼스) 등도 인접했다. 단지 가까이에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 하양역이 2023년 개통될 예정이다. 하양시외버스터미널도 가깝다. 대경로와 대학로, 4번 국도를 통한 경부고속도로 진·출입이 쉽고 대구광역시, 영천시 등으로의 접근성이 좋다. 단지 옆으로 경산지식산업지구 진입도로가 신설될 예정이다. 생활 편의시설도 있다. 중심상업지구(예정)가 단지 도보거리에 있고 하나로마트, 하양꿈바우시장, 메가박스 등도 가깝다. 단지 옆으로 근린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며 무학산과 금호강, 명곡저수지, 체육공원이 가깝다. 축구장과 정구장을 갖춘 하양생활체육공원도 이용할 수 있다. 단지가 들어서는 하양택지지구(연면적 약 48만 1630㎡)는 약 5000여 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계획도시로 향후 일대가 주거, 상업, 문화 등 자족 기능을 갖춘 미니신도시로 개발된다. 또 인근에서 판교테크노밸리의 약 6배 규모인 경산지식산업지구(382만 3804㎡)가 조성 중이다. 경산 하양 금호어울림은 단지를 남향 및 판상형 위주로 배치해 채광과 통풍을 살렸다. 4베이 신평면(일부 제외)을 적용했고 팬트리와 드레스룸 등의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단지는 공원형 아파트로 조성된다. 단지 중앙에는 수변을 갖춘 소원(중앙)광장이 조성되며 어린이테마놀이터 2개소와 유아놀이터 1개소, 커뮤니티 마당 등이 들어선다. 커뮤니티시설로는 피트니스센터와 작은도서관, 독서실, 어린이집, 경로당, 게스트하우스, 계절창고 등이 마련된다. 금호산업 분양 관계자는 ”미니신도시로 조성되는 하양택지지구 내 물량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저렴하게 공급될 예정”이라며 ”경산시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금호어울림 브랜드 아파트로 4베이 신평면 등 금호어울림만의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견본주택은 경북 경산시 중방동 35-5번지(임당역 인근)에 있다. 입주는 2023년 1월 예정. 서울비즈 biz@seoul.co.kr
  • ‘조선인 차별’ 선동 NHK의 기만적 사과…문제내용 삭제 안해

    ‘조선인 차별’ 선동 NHK의 기만적 사과…문제내용 삭제 안해

    재일한국인 차별을 선동할 수 있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물의를 빚었던 일본 공영방송 NHK가 마지못해 사과하면서도 문제가 된 글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다시 한번 사람들을 우롱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NHK 히로시마 방송국은 ‘1945 히로시마 타임라인’이라는 제목의 자사 트위터 계정에서 조선인 차별적인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24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NHK는 “일련의 트윗은 원폭에 피폭된 분들의 수기나 인터뷰를 바탕으로 올린 것이지만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충분한 설명 없이 발신함으로써 지금의 여러분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배려가 불충분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기를 제공했던 분이 1945년 당시 품었던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낳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 폐를 끼친 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했다. 문제가 된 것은 NHK가 ‘만약 75년 전에 SNS가 있었다면? 1945 히로시마 타임라인’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3월 시작한 가상 트윗 중계. 태평양전쟁 말기와 패전 후 상황을 당시 실존 인물 3명의 일기를 토대로 가상의 트윗을 만들어 올렸다. 그러나 이 중 일부 글이 일본인이 조선인에 대해 갖고 있던 우월적이고 왜곡된 사고와 인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1945년 6월 16일 중학교 1학년 소년이 쓴 것으로 꾸민 가상 트윗에서 “조선인 놈들은 ‘이 전쟁 금방 끝나요’, ‘일본은 질 거예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무의식중에 발끈해 맞받아치려고 했지만 중과부적. 게다가 상대가 조선인이라면 할 말이 없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고 적혀 있다.전쟁이 끝난 그해 8월 20일자 가상 트윗에서는 “조선인이다!! 전승국이 된 조선인 군중이 열차에 올라탄다!”고 썼다.이에 “당시에 그런 일기가 존재했다손 하더라도 지금 가상의 트윗으로 발신하는 것은 차별을 선동하는 것”,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 알 수 없다” 등 비판이 빗발쳤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서 “전후 75년이 지났는데, 새롭게 차별의 씨앗을 뿌리지 말아달라. 이게 대체 무엇은 위한 기획인가“라고 했다. NHK는 그러나 사과를 했으면서도 문제가 된 글들은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사과의 진정성은커녕 문제를 제기한 네티즌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재명 반박 윤희숙 “재난지원금 목표는 구제…한우 대신 생계 지원”(종합)

    이재명 반박 윤희숙 “재난지원금 목표는 구제…한우 대신 생계 지원”(종합)

    “개인에게 현금 뿌려 경기 부양은 난망”이재명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간접 비판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25일 “지금의 재난지원금은 구제를 목표로 해야 한다”며 생계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 대한 2차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을 주장했다. 윤 의원의 주장은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언급하는 선별 지급과 비슷한 맥락인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 국민 지급’과는 대조를 이룬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모든 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고단하고 아이들 돌보느라고 신경이 곤두서 있지만, 생계와 일자리에 직격탄을 맞은 이들과 똑같이 생계지원금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밝혔다. 윤 의원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이들이 한우나 안경 구매 등을 포기하고 이웃의 생계 지원을 지지할 수 있을지는 우리가 얼마나 공동체로서 서로 연대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생계를 위협 받는 이들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현 상황에 맞는 지원책이라는 입장으로 해석된다.통합,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 강조 윤 의원은 “지금과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는 개인 간의 반복된 상호작용의 고리가 단절돼 있다”면서 “개인에게 현금을 뿌려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은 난망”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날 “2차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 주장은 상위소득 납세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자 여당의 보편복지 노선에서 보면 어불성설”이라며 전 국민 대상 지급을 거듭 촉구했다. 윤 의원의 글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이 지사의 발언 등에 대한 반박으로도 해석된다. 통합당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사실상 당론으로 못 박았다. 1차 지급 때 민주당에 끌려다녔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선별 지급’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긴급재난기금을 나눠주는 데 있어 어디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을 것인가 예의주시하면서 준비해야 한다”고 선별 지원을 요구했다. 이재명 “하위 50%, 50.1% 구별 합리적 근거 없다…평등 원칙 위배” 이 지사는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재난지원금을 일부에게 지급하거나 전 국민에 지급할 재원을 하위 50%에게만 2배씩 지급하자는 주장은 헌법상 평등 원칙을 위반해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고 보수야당의 선별복지 노선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일각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50%에만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온 데 따른 비판이다. 전날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을 집행할 경우 전액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정 총리 “2차 지원금 전액 국채 의존, 매우 신중”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대응책으로 거론되는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전액 국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정부로서는 매우 주저할 수밖에 없다.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 정부의 가용 자원이 아주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소득 하위 50%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재정당국의 부담도 다소 줄어들 것”이라며 “이를 통해 빠른 결정과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지사는 “별 차이도 없는 하위 50%와 하위 50.1%를 구별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더 많은 세금을 냈거나 내야 할 사람들을 경제정책 집행에서 배제해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되고, 부자에 대한 관념적 적대성의 발현이라면 더더욱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NHK, 히로시마 원폭 가상 트윗 ‘조선인 차별 조장’ 사과

    NHK, 히로시마 원폭 가상 트윗 ‘조선인 차별 조장’ 사과

    일본 공영방송 NHK가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전후 상황을 가상의 시민이 트위터로 전하는 연재 기획에서 한국인 차별을 조장하는 듯한 표현이 실릴 것에 대해 사과했다. NHK 히로시마 방송국은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전쟁(태평양전쟁) 시대에 중학교 1학년이 보고 들은 것을 충분한 설명 없이 발신해 현대의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이 방송국은 지난 3월부터 ‘만약 75년 전에 SNS가 있었다면? 1945 히로시마 타임라인’이라는 제목으로 태평양전쟁 당시 히로시마 원폭 투하 전후 상황을 중계해 왔다. 당시 실존인물 3명의 일기를 토대로 가상의 트윗을 매일 올려 화제를 모았는데, 이 중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의 가상 트윗 일부가 당시 조선인을 차별적으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태평양전쟁 중인 1945년 6월 16일 이 남학생의 가상 트윗을 보면 “조선인 놈들은 ‘이 전쟁 금방 끝나요’, ‘일본은 질 거예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무의식 중에 발끈해 분노에 차 받아치려고 했지만 중과부적”이라며 “게다가 상대가 조선인이라면 할 말이 없다”고 기술돼 있다. 전쟁이 끝난 같은 해 8월 20일의 가상 트윗에선 “조선인이다!! 전승국이 된 조선인 군중이 열차에 올라탄다!”라며 “‘패전국은 나가!’ 압도적인 위력과 박력. 고함을 치면서 초만원인 열차의 창문을 깨부수고 가서 앉아 있던 승객을 내팽개치고 깨진 창문으로 전원이 우르르 몰려왔다”고 썼다. 이에 대해 현재 일본에 사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송국은 “수기를 제공해 주신 분이 1945년 당시에 가진 생각을 현재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오해를 낳아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고교생 등 관계자 여러분께도 폐를 끼친 것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왜 돌아다녀!”…‘코로나 왕따’가 코로나보다 무섭다 [아무이슈]

    “왜 돌아다녀!”…‘코로나 왕따’가 코로나보다 무섭다 [아무이슈]

    “왜 그러게 집회를 나가서 온 식구들을 힘들게 하냐고요.” 지난 20일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할아버지에게 아들로 추정되는 남성이 면박을 주면서 둘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부인과 손자로 보이는 가족들이 말리면서 소란은 금방 정리됐지만, 할아버지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죄인’처럼 머리를 떨궜다. “너 때문에~” 불필요한 낙인찍기로 갈등 키워코로나19와의 사투가 일상이 되면서 코로나 환자와 생존자를 둘러싼 과도한 ‘눈치 주기’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생존 본능에 따른 일정 수준의 경계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지나친 낙인찍기와 따돌림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회사 내 1호 확진자가 된 A씨는 팀원들에게 ‘사과문자’를 돌렸다. ‘본인의 부주의 탓에 걱정을 끼쳐 잘못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감염 경로는 모르겠지만 너 때문에~’라는 소위 ‘저격형 악플’을 견뎌야 했다.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닌데’라며 악플을 질타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광화문집회에 나갔다 걸린 거면 가만 안 둔다’, ‘서울에서 놀다가 걸려놓고 지방에 내려온 건 아니냐’ 등의 비난이 잇따랐다. 지방에 근무하는 A씨의 이동 경로에 서울 지역이 다수 찍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A씨는 업무상의 이유로 잠시 서울에 올라온 것뿐이었다. “무증상 감염 우리 아이, 슈퍼전파자인 양 비난”  강원도 원주의 한 체조교실에서 무증상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 확진자 B군의 부모 C씨는 온라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 중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아이가 어느새 감염원으로 둔갑해 슈퍼전파자인 양 나오는 것을 부모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이가 운동한 체조 교실에는 이미 감기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었고 아이가 작은 증상을 눈치 채 자처해서 남들보다 일찍 검사를 받았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 글이 알려지자 ‘아이 잘못이 아니다. 힘내시라’라는 댓글이 잇따랐지만, 인터넷상에는 ‘얘는 어디서 감염된 거니 어디서 옮아왔는지 공개하라’는 등의 글들이 남아있다. C씨는 계속해서 감염 경로 등에 관한 해명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에 방어본능 커져…완치자도 ‘눈치’  전염병에 대한 스트레스는 짜증과 분노 등의 다양한 감정을 낳는다. 방어본능에서 발동하는 혐오 감정도 그중 하나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에도 ‘전염병 따돌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문제는 코로나가 과거 사태와는 달리 기세가 꺾일지 모르는 데다, 너무 긴 시간 시민들의 생활을 제한하면서 사회적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완치자에 대한 은근한 차별이 대표적이다. 동료 눈치에 완치 후 사회 복귀를 미루거나, 친구들에게 만남을 거절당해 상처를 입었다는 완치자들의 사연이 조금씩 소개되고 있다. 실제 한 인터넷 맘 카페 등에서는 부모가 코로나 완치 학생과 놀지 말라고 했다는 사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환자 격리’가 ‘사회적 분리’로 이어져서는 안돼 정부의 ‘방역 중심적’ 태도가 갈등을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는 “우리 정부가 방역과 확진을 막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보니 인권이 어느정도 침해돼도 어쩔 수 없다는 시그널을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것이 낙인찍기와 갈등의 부메랑이 돼 우리 사회에 돌아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확진자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축소 되는 분위기도 문제로 꼽힌다. 최근 후유증을 언급한 부산대 교수의 목소리가 이례적으로 언론에 소개된 것 외에 환자와 완치자가 적극적으로 경험을 털어 놓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사회가 환자를 격리하고 엄격하게 분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구 교수는 “외국처럼 확진자들이 나와 적극적으로 경험을 털어놓고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로 미래 재앙이나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다루는 법을 학습하지 못한다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감내해야 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트럼프 장남, 세 아들 앞에서 총 맞은 흑인의 범죄 전력 리트윗

    트럼프 장남, 세 아들 앞에서 총 맞은 흑인의 범죄 전력 리트윗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더 ‘트럼프스럽다’는 평가를 듣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관의 총을 맞고 중태에 빠진 몇 시간 뒤 흑인 남성의 범죄 전력을 들춰내는 글을 리트윗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23일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간)쯤 경찰의 총격을 받은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가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이틀째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은 ‘가정 문제’로 현장에 출동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왜 총기를 발사해야 했는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사고 정황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거리에 주차된 차량 쪽으로 걸어가고, 복수의 백인 경찰관이 그를 향해 총을 겨눈 채 뒤따라간다. 남성이 차량 문을 열고 앉으려 하자 경찰관은 그의 등 바로 뒤에서 총을 여러 차례 발사한다. 영상에는 모두 일곱 발의 총성이 울리는 것으로 나온다. 블레이크는 앞으로 쓰러져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총격 직후 한 여성이 차량 옆 경찰 쪽으로 다가와 어쩔 줄 몰라 펄쩍펄쩍 뛰기도 한다. 인권 변호사인 벤 크럼프는 이날 트위터로 “당시 블레이크가 타려고 한 차에 그의 아들 셋이 타고 있었다”며 “그들은 경찰이 아버지를 총으로 쏘는 장면을 봤으며, 영원히 트라우마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크럼프는 블레이크 가족이 자신에게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CNN 방송에 밝혔다.위스콘신주 법무부는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이며, 연루된 경찰관들은 휴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고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거센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 모인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벽돌과 화염병을 던졌으며, 시위 도중 불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국은 시위가 악화 조짐을 보이자 이튿날 오전 7시까지 시 전체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해산에 나섰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주 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위스콘신 지역 흑인 시민들을 향해 즉각적으로 무력 대응하거나 과도한 무력을 사용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린 채로 숨진 사건 이후 경찰의 폭력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경관을 향해 달려들지도 않고 그저 연행되는 것을 마다했다는 이유 만으로 비무장 흑인의 등에 총을 발사한 것이라 충격적이다. 이런 마당에 몇 시간 되지 않아 트럼프 주니어는 우파 평론가 앤디 은고의 글을 리트윗한 것이다. 은고는 흑인목숨도소중해 (BLM) 시위가 소요로 번진 도시들을 잇따라 방문해 시위의 정당성을 허물어뜨리고 문화전쟁을 획책하는 이들이 있다는 식으로 깎아내리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은고의 이날 글은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경찰 총에 맞은 남자 제이컵 블레이크는 경찰을 공격한 범죄 전력을 갖고 있다. 과거에 가정폭력과 성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적도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었다. BLM 소요꾼들이 총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 도시를 파괴하고 있다”였다. 트럼프 주니어는 또 자동차 중개상의 차량들이 연이어 불타는 동영상을 올리고 “평화로운 시위”라고 비아냥대는 제목을 달았다. 24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25일 오전 9시 30분)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여자친구 킴벌리 길포드와 함께 찬조연설에 나서는데 이런 극단적인 우파 성항의 행동이 아버지의 득표 전략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라면 마지막날 후보 지명을 수락하는 연설을 하는 관례를 깨고 첫날부터 등판해 연설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설] 의사의 존재 이유 인증한 전공의 진료복귀 결정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순차 파업에 돌입했던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그제 밤 코로나19 대응 진료에는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 전선만큼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의료 현장으로의 전면 복귀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의사들의 파업으로 큰 구멍이 뚫릴 뻔했던 방역망 위기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전공의들은 코로나19 대응 진료와 대정부 협상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이 전임의, 개원의, 봉직의 등 의사직역 전체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는 예비의사들은 의료직에 입문하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네바선언’을 서약한다. 일생을 인류에 봉사하는 데 바치고,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며, 환자의 나이·질병·장애·교리·인종·성별·국적·정당·종족·성적성향·사회적지위 등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어떤 위협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생명을 그 시작에서부터 최대한 존중하겠다고도 맹세한다. 악조건 속에서도 환자들이 있는 곳에 의사가 있어야 하며, 환자 치료가 바로 의사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부터 수많은 의사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전염병 창궐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했고, 치료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세균 국무총리는 그제 전공의들에 이어 어제는 의사협회 간부들과 만나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며 코로나19 2차 대유행 위기 국면에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파업을 철회해 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 확진자의 급증으로 병상도 부족하다는데 의사들마저 파업에 돌입해 사랑하는 가족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까 확진자 가족들의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의사들은 서약 초심으로 돌아와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길 바란다. 정 총리 약속대로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국가 의료 시스템과 국민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의료정책을 강행하기에 앞서 이해당사자인 의사들과 충분하고도 직접적인 협의를 거쳐 공론화하길 바란다.
  • 그림 판매·MZ세대 매장… 위기의 백화점 ‘무한변신’

    그림 판매·MZ세대 매장… 위기의 백화점 ‘무한변신’

    신세계 업계 최초 미술작품 전시 판매롯데 영등포점 1층 MZ세대 전용매장현대 ‘톰딕슨, 카페’ 인스타 명소 입소문일부 매장 줄 서는 등 고객들 큰 호응백화점들이 ‘무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 쇼핑 쪽으로 소비자 이탈이 심화하면서 사람들이 찾고 머무를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발굴하는 등 고객의 발길을 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해외 명품 브랜드의 집결지인 강남점 3층에서 미술 작품 120여점을 상설 전시하고 업계 최초로 작품 판매까지 한다고 24일 밝혔다. 매장을 거닐며 김환기의 ‘메아리´를 감상할 수 있고 전담 큐레이터에게 소장하기 좋은 작품을 추천받아 구매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위기이다 보니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주는 콘텐츠를 개발한 것이란 설명이다. 김신애 신세계갤러리 수석큐레이터는 “코로나19 와중인 데다 작품들을 선보인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프랑스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 등의 유명 작품을 재현한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의 오브제 작품들이 여러 점 팔릴 정도로 고객들의 관심도 높고 구매 문의도 많다”고 소개했다. 백화점의 ‘얼굴´로 여겨지는 1층의 판매 제품과 콘텐츠를 혁신하는 시도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2월이면 영등포점 1층을 통째로 MZ세대에게 내준다. 기존에 백화점 1층의 공식이었던 화장품이나 명품 매장은 싹 밀어내고 성수동, 홍대 등의 젊은층이 즐겨 찾는 거리 맛집,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매장 등을 들여보낸다. 백화점 관계자는 “만져 보고 구경하고 싶은 희소한 아이템들이 있어야 향후 주요 소비층이 될 젊은 고객들을 매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결과가 좋으면 다른 점포 적용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영업 방식의 틀을 깨는 백화점들의 시도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지난 주말(21~23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기간 롯데백화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15.4%와 -12.2%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교외형 아울렛 6곳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절반에 가까운 43%가 줄었다.현대백화점이 젊은층의 발길을 잡기 위해 최근 본점인 압구정점 4층에 선보인 ‘톰딕슨, 카페 더 마티니´도 ‘인스타그램 명소´로 입소문이 나며 주목받고 있다. 청동 구리로 만든 둥근 조명 ‘미러볼´로 유명한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톰 딕슨이 직접 디자인한 곳으로 주말에는 매장 입장에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는 후문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트럼프 “4년 더”… 바이든과 맞붙는다

    트럼프 “4년 더”… 바이든과 맞붙는다

    재선도전 본격화… 양자대결 구도러닝메이트엔 펜스 부통령 재지명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오는 11월 3일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다. 이로써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간 양자 구도로 막이 올랐다. 공화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주별 경선 결과를 취합해 트럼프 대통령을 후보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반부터 단 한 명의 대의원도 내주지 않으면서 일방적인 대선 후보 지명을 확정 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지명은 50개 주와 미국령 등에서 각각 6명씩 모두 336명의 대의원이 참석해 공개한 주별 경선 결과를 이른바 ‘롤 콜(Roll Call·호명)하는 방식으로 1시간 10여분 만에 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후보 수락연설을 한다. 그의 러닝메이트로는 참석 대의원 만장일치로 마이크 펜스 현 부통령이 이날 승인됐다.트럼프 대통령의 올 대선 가도는 결코 순탄치 않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밀리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경제 상황, 국가 분열적인 리더십 등이 주요 재선 변수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NBC방송과 공동실시해 전날 내놓은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41%)은 바이든 후보보다 9%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경제를 잘 다룰 대통령이라는 응답만 보면 48%가 트럼프 대통령을 꼽아 바이든 후보보다 10%포인트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최대 성과로 내세웠지만 코로나19로 경제 지표가 망가지면서 그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이다. 그가 조속한 백신 개발을 승부수로 판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백인 노동 계층과 부동층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결국 경제지표의 반등 여부가 표심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5월 말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에 숨진 후 전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대한 그의 강경 대처도 논란이 된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미 국민에게 코로나바이러스, 경제 혼란, 인종적 불만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다고 밝히며 힘겨운 재선 투쟁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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