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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제일교회 “진단검사 조작”…방역당국 “조작 불가능”(종합2보)

    사랑제일교회 “진단검사 조작”…방역당국 “조작 불가능”(종합2보)

    신천지, 이태원 클럽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규모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담임목사인 전광훈 목사가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자 방역당국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17일 교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광훈 목사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닐 뿐더러 대상자라 하더라도 자가격리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집회 후 자가격리 통보받았다” 전광훈 목사 측 변호인 대표로 나온 강연재 변호사는 “서정협 서울시장 직무대행자 및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본부장은 전광훈 목사를 강제 자가격리의 대상으로 판단한 근거와 보관 중인 증거를 밝히라”고 촉구하며 “방역당국이 근거도 없이 마음대로 자가격리 대상자라고 통보만 하면 자가격리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자가격리 의무를 위반했는지는 당사자가 자가격리 대상임을 당국으로부터 통보를 받아 인지하고 있을 때부터 이행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전광훈 목사는 그 동안 어떤 통보도 받은 사실이 없으며,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을 마친 후 사택으로 귀가하여 쉬던 중 오후 6시쯤 ‘격리통지서’를 전달받아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15일 오후 2시 자가격리 통보 보내…전광훈 측 인지”정부는 사랑제일교회 측의 이같은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안전소통담당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사랑제일교회 측 주장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는 지난 13일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폐쇄 및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어 같은 날 교회 방문자 및 신도 명단을 확보해 전원에 대해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면서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검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14일에는 이 교회 신도 및 방문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이행 명령도 내렸고, 15일에는 성북구 공무원이 자가격리 통지서를 사랑제일교회에 직접 찾아 전달했다. 교회 측은 2시간 후 팩스로 수령증을 성북구에 제출했다. 박 담당관은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볼 때 전 목사가 본인은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시와 중수본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전광훈 목사를 고발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는 15일 오후 2시 서울시로부터 자가격리 명령을 받고 이를 인지했음에도 같은 날 오후 3시 10분쯤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자가격리를 위반하고, 서울시에 제출한 교회 출입자 명단에 전광훈 목사의 이름을 누락하는 등 부정확한 명단을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회 측 “방역수칙 준수”…집회 전화안내 논란엔 ‘침묵’사랑제일교회는 교인들의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런 사실이 아예 없으며 오히려 당국보다 먼저 나서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교회 내 첫 확진자가 확인되자마자 자체적으로 안내문을 부착하고 교인들의 출입을 금지했으며 교인 각 개인의 휴대전화 번호로 문자를 5차례 이상 보내 보건소 안내에 협조할 것과 집회도 나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사랑제일교회 대표전화에서는 “광화문역 6번 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낮 12시부터 8·15 국민대회가 진행된다”는 음성 안내가 나왔다. 교회 측은 집회 관련 음성안내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사랑제일교회 “서정협·박능후, 명예훼손으로 고발” 조사 대상 명단을 누락하고 은폐 제출해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는 것에 대해선 “당국은 전체 교인 명단과 8월 7일∼12일 방문자 명단 등 2가지를 공문으로 요청했다”며 “실제 존재하는 방명록 원본 사본 일체와 전자문서로 옮겨 기재한 파일 모두를 제출했다”고 했다. 다만 출입구에 출입카드를 찍어야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은 이상 방문자들 중 방명록에 기재되지 못한 경우는 불가피하다며 이를 명단을 변조해 고의로 일부를 누락, 은폐했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전날 교회 직원들과 당국 관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논의한 끝에 이미 제출한 것은 폐기하고 최대한 신속히 현재 교인 중심으로 명단을 재정리해 제출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는 “이런 사정을 다 알고 있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서정협 직무대행자와 박능후 본부장을 각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죄로 고소한다”고 덧붙였다. 사랑제일교회 “검사 결과 조작”…방역당국 “반박할 과학적 증거 있다”사랑제일교회 측은 교회 내 집단감염 자체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증상이 없는데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검사를 받은 교인들 중 일부는 애초 음성 판정이 나왔다가 양성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사를 받은 모든 교인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더 진행할 예정”이라며 “양성 판정을 받은 교인이 누구이고 양성 판정을 받게 된 바이러스 수치와 정확한 검사 결과 분석표를 당국에 정보공개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가 총선 직전 공연장 등 고위험군 시설 내 확진자 발생 사건에 대해 강제검사 대상자 범위를 줄여 검사해 확진자 수가 줄어든 것이라며 “확진자 수라는 것이 정부의 검사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 강제하고 어떻게 조치하느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조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의료계 전문가로 나온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정부가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에 대해서 적용하는 코로나19 강제검사와 자가격리 대상 통보 기준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맞지 않다”며 “질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 14일 한 교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랑제일교회 내 집단감염은 외부의 바이러스 테러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15일 집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는데, 그에 대한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방역당국 “검사 결과는 조작 불가능하며 차별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이에 대해 당국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또 “방역당국의 검사 결과는 조작이 불가능하고, 누군가를 차별할 수도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교인들의 비협조는 여러분(교인)과 우리 모두를 위험하게 한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교회 측은 전광훈 목사가 보석 조건을 어겨 재구속돼야 한다는 언론보도 등과 관련해서도 “위반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교회 측은 “광복절 광화문 집회는 전광훈 목사의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다. 설치된 무대와 집회 모두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허용되고 경찰이 허용한 결과 이뤄진 것”이라며 “전광훈 목사는 약 5분간 연설하고 곧바로 현장을 떠난 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때아닌 ‘연놈’ 논쟁?… 비속어로 보는 페미니즘[아무이슈]

    때아닌 ‘연놈’ 논쟁?… 비속어로 보는 페미니즘[아무이슈]

    ※기사의 주제 특성상 명확한 전달을 위해 비속어 표현을 그대로 기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합니다.#1 ‘걸레 같은 년’→‘광대 같은 게’→‘이 나쁜 년’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게임이 최근 혐오 논란을 빚었다. 게임 대사 중 ‘걸레 같은 년’이라는 표현에 대해 항의가 빗발치자 게임사는 이 대사를 ‘광대 같은 게’라고 수정했다.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광대’가 일부 과격한 남성혐오자들 사이에서 남성을 비하하며 사용하는 단어라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대사는 ‘이 나쁜 년’으로 다시 수정됐다. 그러나 12세 이용가인 게임에 ‘년’이 들어가는 대사가 적절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 ‘고운 년 잡아들이라고 하니 살찐 년 잡아들인다’ 제주 방언 속담도 ‘연(년)놈’ 논란에 휩싸였다. 제주도가 2014년 제주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버스정류장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한 문구인데, 이 문구를 최근 한 매체가 소개하면서 여성 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말뜻을 못 알아 듣고 동문서답한다’는 뜻의 속담이지만 특정 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제주도 측은 “제주 방언이긴 하지만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인 건 맞다”면서 해당 게시물을 철거하기로 했다. 년은 왜 놈보다 ‘심한 욕’ 됐을까 두 사건을 둘러싼 온라인 댓글 창에는 때아닌 ‘연놈’ 논란이 일었다. 누군가 “미친놈은 괜찮으면서 미친년이라고 하면 여성혐오냐”고 성토하면 “그럼 미친년이랑 미친놈이 같으냐”고 맞받아치는 식이었다. 영상 번역업계에서는 “잡놈은 (자막에 넣는 게) 가능해도 잡년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년이 놈보다 심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있을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년과 놈은 둘 다 비속어에 해당한다. 년은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놈은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각각 정의한다. 같은 욕설이지만 놈에는 년에는 없는 ‘남자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가 덧붙는다. 처음부터 놈과 년이 욕설이었던 것은 아니다. 15세기 중세국어에서 놈은 사람을 일반적으로 이르는 평칭으로 사용됐다. 훈민정음 서문에는 ‘제 뜻을 실어 펴지 못할 놈이 많아’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때의 놈은 백성을 의미한다. 조항범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년은 15세기 문헌에는 보이지 않지만, 일부 방언에서 여성을 의미하는 평칭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역시 놈처럼 평칭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 방언에서 큰딸은 큰 년, 육지에서 온 여성은 육지 년이라고 불린다. 놈과 년이 남성과 여성을 낮춰 부르는 비속어로 사용된 것은 16세기에 이르러서다. 한글로 쓴 편지글인 ‘순천김씨묘 출토간찰’에는 ‘선금이 년도 이제는 거역하고 영금이도 하 형편없이 되었으니 밥이나 편안히 얻어먹느냐’, ‘미개 놈이 구게를 그만두지 않았으되’ 등의 구절이 나온다. 조 교수는 “현대국어에서는 둘 다 비속어로 인식되지만, 여성에 대한 비하의식이 가미돼 년이 더 비하의 의미가 강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남성중심사회에서 최대의 모욕은 ‘여성형 욕설’ 많은 문화권에서 욕설은 사회의 주류인 남성에 비해 낮은 존재로 대상화된 여성을 비하하는 소재로 활용된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형 욕설은 남성사회에서 권력의 침탈, 누가 서열이 높은가를 보여주는 방식”이라면서 “욕설의 언어관습을 살펴보면 여성한테 욕할 때는 년을 쓰고 남성한테 욕할 때는 놈을 쓰는 게 아니라, 남성이 열등하다고 여기는 다른 남성을 모욕할 때 여성형을 쓴다. 욕설에서 가장 모멸감과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심화한 형태는 여성형으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는 여성에 상대방을 빗대어 ‘너는 나약하고 내가 짓밟을 수 있는 존재’라고 과시한다는 것이다.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상대방의 어머니를 강간한다거나 어머니와 아들의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소위 ‘패륜의 코드’가 욕설에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김교수는 “가부장제 문화에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고, A라는 남성을 B라는 남성이 모욕할 때 A에게 귀속된 여성을 B가 성적으로 취하는 방식이야말로 A의 권위에 대한 가장 큰 침해가 될 수 있다”면서 “부계혈통의 순수성을 담보하는 어머니의 순결을 의심하는 것은 곧 상대방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금기를 깨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비속어, 여성 고정관념 강화 장치로 조 교수는 “우리나라 말에는 남존여비 사상이 단어 만들기에도 상당수 반영 돼왔다”면서 “남성형과 여성형 단어가 결합할 경우, 긍정적인 의미일 때는 남성형이 앞에 오고 부정적인 의미일 때는 여성형이 앞에 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욕설의 의미인 연놈에서는 여성형이 앞에 오지만 긍정적인 단어인 부모, 아들딸 등에는 남성형이 앞에 오는 식이다. 똑같이 부부를 의미하는 옛말에서도 평칭인 ‘남진겨집’은 남진(남편)이 앞에 오지만, 낮춰 부르는 ‘가시버시’는 가시(아내)가 앞에 온다. 권력관계가 반영된 비속어는 무의식 중에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문학평론가 쇼샤나 펠만은 자신의 글 ‘여자가 읽을 때, 여자가 쓸 때-자전적 페미니즘 비평’에서 “우리 스스로 이미 남성적인 정신을 내표하고 있어서 사회에 말을 던질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자로서 던지도록’ 훈련받은 것은 아닌가. 텍스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남성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 남성 중심적인 견해에 자기를 동일화하도록 주입받아온 것이다”라고 밝혔다. 윤명희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는 우리 사회와 문화가 배어 있다”면서 “예를 들어 ‘걸레’는 몸이 헤픈 여성을 뜻하는 속어로 쓰이는데 몸이 헤픈 남성에는 대응하지 않는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면서 여성의 정절이나 성적 보수성을 강요하는 성차별적인 관행을 답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폐업시대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폐업시대

    최근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고용 사정도 어렵지만, 특히 경제 내에서 중요한 고용주인 자영업자들이 폐업으로 내몰리며 관련 고용 사정이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적용되기 시작한 2018년 1분기 167만명이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20년 1분기 144만명으로 감소했고, 2분기 들어서는 137만명까지 약 30만명 줄어든 것으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계절조정 후)에서 나타난다. 다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2018년 1분기 401만명에서 2020년 2분기 414만명으로 같은 기간 13만명 증가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형편이 어려워지자 당장 폐업하지 않되 고용원을 없애고 주인이 혼자 운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사정이 계속 악화되면 폐업하겠지만, 우선은 손실이 발생해도 영업은 지속하면서 일단 고용원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식으로 버티는 가운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형태로 전환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폐업이 현실화되지 않았어도 역시 사정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단기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일단 폐업하지 않고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이유는 사업을 위해 투입된 고정비가 존재하는 경우다. 고정비가 크다면 영업을 계속하면 일부 비용을 건질 수 있는 측면도 있고, 버티다 보면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단기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사업 자체를 접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해도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이라면 결국 견디지 못하고 폐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동비용의 급격한 상승 시기에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전환하며 본인의 노동량을 늘리면서 사업을 지속해 왔다면, 이제는 그 충격이 고용원 존재 유무(有無)와 관계없이 자영업자 전반으로 확산되며 본격적으로 사업이 무너지는 폐업시대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 말(2019년 12월) 561만명이던 전체 자영업자 숫자는 올해 상반기 말(2020년 6월) 547만명으로 14만명 감소했는데, 반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20만명이 감소한 후 최대 폭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를 일부 흡수하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마저 최근에는 일부 감소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근로자들의 퇴직금처럼 소기업자와 소상공인이 폐업?사망하는 등 공제 사유가 발생했을 때 지원하는 주요 공제금의 지급 관련 건수 역시 올 상반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더구나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 내지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한번 결정된 임금은 조정이 어려워 일종의 ‘하방(下方) 경직성’을 지니기 때문에 급증한 노동비용 부담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현재 같이 각종 세금 및 공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가처분소득 확대를 통한 소비 증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특히 최근 1주택 소유를 비롯해 실제 거주 수요자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 조세 부담은 일반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위축시켜 전반적인 소비 수요를 감소시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따라서 자영업 종사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폐업시대가 장기화될 수 있음을 감안하고 대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기화된 폐업시대에는 소득 감소로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가 증가하기 때문에 동일한 품질에 대비해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지, 또는 동일한 가격에 비추어 얼마나 차별화된 포인트를 가졌는지 등과 같은 사안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며 사업계획을 짜야 한다. 수요가 확대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결국 전반적으로 이윤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저렴한 가격 또는 차별화를 갖추지 못한 사업은 생존 자체를 담보하기 어렵다. 또한 정부도 이러한 폐업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급격한 노동비용 상승을 유발했던 정책에 대한 궤도 수정과 함께 최근 주택 가격 통제 목적으로 세금 징수를 강화하면서 가처분소득의 흐름을 약화시켜 경제 전반의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큰 현재의 부동산 관련 조세 정책들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서둘러야 한다.
  • “메갈리아, 여혐민국 바꿀 유일 수단” “남녀간 성 대결 심해졌다”

    “메갈리아, 여혐민국 바꿀 유일 수단” “남녀간 성 대결 심해졌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을 올려 여성이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메갈리아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 성범죄 수사 등 차별 여전”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 성범죄 수사 등 차별 여전”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올라온 뒤 여성 가해자가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메갈리아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5년 지나도 여성 차별 여전”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5년 지나도 여성 차별 여전”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이슬람국가(IS)를 좋아한다.” 2015년 1월, 터키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IS에 가담했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0대 한국인 남성 김모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가입 이유로 여성혐오를 꼽은 그의 행적에 ‘페미니스트’는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약 반년 뒤인 8월, ‘메갈리아’가 탄생했다. 일베(일간베스트)나 디시인사이드 등 남초 사이트는 물론 일상에서 숨 쉬듯 벌어지는 여성혐오에 대항해 거울로 반사하듯 보여 준 미러링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방식이었다. ‘김치녀’는 ‘한남충’으로, ‘맘충’은 ‘애비충’으로 치환하는 이들의 방식이 ‘여혐혐’인지, ‘남혐’인지를 놓고 사회가 들썩였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메갈리아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극과 극이다. 한쪽에선 ‘여자 일베’라고 비난하지만, 다른 쪽에선 ‘여성들의 해방구’라고 평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국 페미니즘사(史)에서 메갈리아는 빼놓을 수 없는 전환점이라는 점이다. 본 사이트는 1년도 안 돼 폐쇄됐지만, 수많은 메갈리안은 남았다. 온라인에서 꿈틀대던 여성의 목소리는 2016년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집회를 거쳐 2018년 혜화역에서의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로 나타났고, 2020년 현재 정치권까지 뒤흔드는 주요 의제로 자리잡았다. 그간 소수 운동가와 학자들의 영역이었던 페미니즘은 메갈리아 이후 일상의 영역으로 확대됐고, ‘영 페미니스트’를 넘어 ‘영영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1020 여성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메갈리아를 단순히 혐오세력으로만 지칭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한계도 있다. 미러링이 또 다른 혐오라는 지적과 함께 페미니즘 전반에 대한 백래시(반발)도 커졌다. “너 ‘메갈’이냐”는 말은 과거의 ‘빨갱이’ 같은 낙인이 됐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이후 5년간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 논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앞으로 여성운동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를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각성 메갈리아 통해 일상 속 여혐 인식“페미니즘은 ‘특별한 것’ 아니다” 깨달아 “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차별 ‘미러링’은 여혐민국 바꿀 수단페미니즘 논의 활발…차별은 여전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천 n번방 공론화, 혜화역 시위수많은 여성이 취지 공감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활발한 페미니즘 논의를 보고 겪으며 조직된 힘을 경험한 까닭이다. 해시태그 공유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는 이들이 일상에서 여성운동을 실천하고 효능감을 얻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올라온 뒤 여성 가해자가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변화 여성 의제 다양화 성과…성 대결은 심각“사회 전반에서 여성 목소리 들어달라”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5년간 많은 사람이 여성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함이나 좌절감도 커졌다”면서 “의도적으로 젠더 이슈에 대해 거리를 두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갈리아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감히 내 마당 넘었니?”…자전거 타던 5세 아이 살해한 이웃

    “감히 내 마당 넘었니?”…자전거 타던 5세 아이 살해한 이웃

    미국의 20대 남성이 자신의 마당으로 넘어온 옆집의 5세 아이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CNN 등 현지 언론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에 살던 캐넌 히넌트(5)는 지난 9일 오후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며 각각 8세, 7세의 누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이웃집 남성인 다리우스 세섬스(25)가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노는 어린 캐넌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그 자리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총소리에 놀라 달려 나온 캐넌의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끌어안고 “도와달라, 우리 아들을 살려달라”며 외치는 사이, 아이에게 총을 쏜 세섬스는 현장에서 달아났다. 캐넌의 아버지는 “아이에게 총을 쏜 남자가 도망치는 것을 봤지만, 나는 아들 곁을 떠날 수 없었다. 아들 곁에 있고 싶었다”고 당시 심정을 고백했다. 어린 캐넌은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미소로 놀고 있는 아이를 총으로 쏴 죽게 만든 범인은 범행 다음 날인 10일 경찰에 체포됐다. 현재 경찰은 이 남성을 상대로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나, 아직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숨진 캐넌의 아버지 조차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평상시 이웃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 노력했고, 체포된 세섬스와도 어떤 불화도 없었다”고 말했다.현지에서는 숨진 캐넌이 자전거를 타다 무심코 범인의 집 마당을 넘었는데, 이에 범인이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지 경찰은 아직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캐넌의 유가족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고펀드미를 통해 모금운동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이트의 캐넌 페이지에는 “아름다운 5살 소년이 자전거를 타다가 총격을 당했다. 왜냐하면 그가 이웃(세섬스)의 마당을 침범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캐넌의 장례식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엄수됐다.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을 직접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인종차별반대 운동이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사건의 범인이 흑인이고, 피해자는 백인 아이라는 점에서 언론이 소극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위메프, 7월 우수 신규 파트너사 ‘TOP5’ 선정

    위메프, 7월 우수 신규 파트너사 ‘TOP5’ 선정

    위메프가 7월 한 달간 우수한 매출을 기록한 신규 입점 파트너사 5곳을 선정했다. 위메프는 7월 우수 판매자로 ▲㈜오란다 ▲엠에스인터네셔널 ▲㈜케이미트 ▲㈜한마당 ▲㈜잇서를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선정된 기업 모두 위메프의 ‘신규 파트너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입점한 파트너사들로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프로그램 시행 이후 신규 입점 파트너사는 3만5000여 곳을 돌파, 이들이 7월 한 달간 위메프에서 거둔 거래액은 11월 대비 13배 이상 늘었다. 이러한 성과는 신규 파트너사가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안착할 수 있게 돕는 실질적인 정책 지원과 MD들의 집중적인 서포트에서 비롯됐다. 위메프는 지난해 11월부터 신규 파트너사에 ▲판매수수료 0% (결제실비 VAT포함 4%) ▲서버비 면제(월 9만9000원) ▲1주 정산 등의 혜택을 지속 제공 중이다. 파트너사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당초 1월까지였던 프로그램 운영 시한을 올해 10월 말까지 연장했다. 주방·욕실 샤워기 필터를 판매하는 오란다는 타사와 차별화된 위메프의 상품 노출, 저렴한 수수료 혜택과 주 정산을 매출 증대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오란다 이명은 대표는 “신규 사업자들을 위한 위메프의 지원 정책으로 빠른 자금 회전이 가능해 신속하게 물량을 확보해 판매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담당 MD들의 상품광〮고특〮가 마케팅 전문 솔루션도 파트너사 매출 성장에 주효했다. 육류 유통회사 케이미트 담당 최다윤 MD는 “품질이 뛰어난 파트너사의 상품을 위메프 고객들도 맛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위메프에 입점시켰다. 이후 기부가 결합된 육류 프로모션에 케이미트 합류를 성사시켜 매출이 급성장했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온라인 시장에서 위메프를 믿고 따라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주식회사 잇서를 맡은 임준영 MD는 “위메프의 판촉 정책을 최대한 파트너사에 맞게 잘 활용하기 위해 지속해서 경쟁사 상품 컨디션을 확인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 파트너사가 목표로 하는 매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롯데건설 ‘속초 롯데캐슬 인더스카이’ 평균 경쟁률 12.4대 1 기록

    롯데건설 ‘속초 롯데캐슬 인더스카이’ 평균 경쟁률 12.4대 1 기록

    롯데건설이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에 공급하는 ‘속초 롯데캐슬 인더스카이’가 1순위에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다. 13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속초 롯데캐슬 인더스카이’의 1순위 해당 지역 청약 접수 결과, 440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5452명이 몰려 평균 12.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128㎡C 타입에서 나왔다. 1세대 모집에 총 226명이 접수해 22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면적별로는 ▲59㎡ 7대 1(31세대 모집 217건 접수) ▲84㎡A 30대 1(113세대 모집 3,384건 접수) ▲84㎡B 9.8대 1(37세대 모집 363건 접수) ▲84㎡C 5.4대 1(76세대 모집 409건 접수) ▲84㎡D 21.4대 1(16세대 모집 343건 접수) 등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비규제지역인 속초시에서 처음으로 공급되는 ‘롯데캐슬’ 브랜드 아파트인데다 동해 바다와 청초호, 영랑호, 설악산의 자연경관 조망이 가능한 점에 이어 초ㆍ중학교, 속초시청, 설악로데오거리 등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입지여건까지 갖췄다는 점이 높은 청약 성적을 이끈 요인으로 분석된다. ‘속초 롯데캐슬 인더스카이’는 지하 2층~지상 29층, 8개동, 전용면적 59~128㎡, 총 568세대 규모로 공급된다. 전용면적별 세대 수는 ▲59㎡ 37세대 ▲79㎡ 173세대 ▲84㎡ 352세대를 비롯해 최상층 펜트하우스 ▲117㎡ 3세대 ▲128㎡ 3세대 규모로 구성된다. 롯데건설이 새롭게 선보인 차세대 디자인 ‘롯데캐슬 3.0’을 통해 차별화된 문주와 외관 입면 디자인이 적용되며, 고급 커뮤니티 센터인 ‘캐슬리안 센터’도 도입된다. 전 세대는 현관에서부터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현관 에어샤워 시스템이 기본 제공되며 발코니 확장 시 강마루와 바닥 타일 중 선택이 가능하다. 각 세대별로 이용할 수 있는 세대개별창고를 제공해 자전거나 유모차 등 계절, 레저용품까지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다. 단지는 오는 21일 당첨자 발표를 진행하며, 9월 1일~3일까지 정당 계약을 진행한다. 계약금은 500만원 정액제(전용면적 117, 128㎡ 제외)로 책정돼 있으며, 계약금 완납 시엔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타이치 나오는데 라건아는 안 된다니… 서머매치 역차별 논란

    타이치 나오는데 라건아는 안 된다니… 서머매치 역차별 논란

    서머매치 4개 구단 국내 선수들만 뛰어라건아 귀화 뒤 6년간 외국인으로 분류아시아쿼터제 타이치 내국인 준해 출전‘국가대표 센터’ 라건아(31·전주 KCC)가 한국농구연맹(KBL)이 주최하는 이벤트 대회 출전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역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KBL은 지난 12일 “2020 현대모비스 서머매치를 이달 29~3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리그가 조기 종료돼 아쉬운 팬들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 경기로 지난 시즌 상위 4개 팀(원주 DB, 서울 SK, 안양 KGC, 전주 KCC)이 참가한다.그러나 KBL이 해당 보도자료에 ‘국내선수 출전(라건아 출전 X)’이라고 명시해 논란이 됐다. 라건아는 2018년 특별귀화해 대한민국 여권과 주민등록증도 모두 가진 한국인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 ‘아시아쿼터제’ 적용을 받는 일본인 나카무라 타이치(23·DB)는 출전이 가능하다고 알려지면서 역차별 논란이 더 커졌다. 라건아는 귀화 시점부터 6년간 리그 정규 경기에 한해 특별 귀화 선수 적용을 받는다. 한국인이지만 기량이 국내 선수보다 월등한 점을 고려했다. 특별 적용을 받는 기간까지 라건아의 기록은 외국인 선수 기록으로 분류되고 라건아를 데리고 있는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다른 구단처럼 2명 보유할 수 있지만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이 70만 달러가 아닌 42만 달러로 줄어든다. 선수 영입에 쓸 수 있는 돈에 제약이 있다 보니 KCC는 올해 외국인 선수로 타일러 데이비스(23)만 영입했다. KCC 관계자는 13일 “구단 입장에서도 이번 조치가 당황스럽다”며 “라건아가 처음으로 큰 부상을 입고 오랜 기간 재활하면서 농구가 고팠다고 하더라. 지난주부터 팀 훈련에 합류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출전을 못 하게 돼서 선수 본인도 실망했다”고 말했다. KCC 구단은 라건아 출전을 둘러싸고 특별 규정을 적용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그래도 팬서비스를 고려한다면 아쉽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KCC는 미디어데이가 열리는 18일 관련 회의를 지켜볼 생각이다. 라건아 출전을 둘러싼 역차별 문제와 관련해 KBL 관계자는 “나카무라의 경우 아시아쿼터가 도입됐을 당시에 샐러리캡이나 출전 시간 규정이 국내 선수에 준해 적용하기로 돼 있어서 출전이 가능하게 됐다”며 “아무리 이벤트 대회라고 하더라도 대충할 수 없는 게 KBL의 입장이다. 명확한 대회요강이 있고 다른 팀과의 전력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기존의 특별 규정이 이번 대회에도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다시 광복 펴다

    다시 광복 펴다

    일흔다섯 해를 맞은 광복절을 앞두고 잊힌 독립운동가를 기억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만화라면 좀더 다가가기 쉬울듯하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함께 일본의 만행을 잊지 말자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의 증언을 시로 풀어낸 재외 한국작가의 시집, 해방 후 혼란을 극복하지 못해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원자폭탄을 재건에 활용한 일본 등 주목할 만한 책을 다양한 장르로 추려 봤다.●잊힌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라 ‘의병장 희순’은 조선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의병장 윤희순을 다룬 만화다. 한양 선비 윤익상의 딸로 태어난 그는 1895년 을미사변과 단발령 시행으로 가문의 남성들이 의병에 참여하자 후방에서 식량 조달과 군자금 모집, 탄약 제조 등을 맡았다. 이어 여성 의병단인 ‘안사람 의병단’을 조직하고, 중국으로 망명해 ‘노학당’을 운영하며 항일 전사를 양성했다. ‘조선독립단’을 조직해 무장투쟁에까지 나선 윤희순의 삶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민족의 암흑기에 이국에서 조선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 짧은 생애를 마친 김산(본명 장지락)은 ‘한국의 체 게바라’로 불린다. 신문기자인 님 웨일스가 1937년 중국에서 김산을 만나 불꽃같이 살았던 그의 삶을 기록했고, 1941년 미국에서 ‘아리랑의 노래’로 출간했다. 1984년 국내에 번역된 책을 박건웅 작가가 신간 만화 ‘아리랑’으로 다시 냈다. 의학을 공부하다 혁명을 위해 이국을 누비며 투쟁한 식민지 조선 청년의 고뇌와 투쟁이 깊은 울림을 준다. 잊힌 독립혁명가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이가 바로 약산 김원봉이다. 영화 ‘밀정’(2016)을 비롯해 다양한 각도로 그의 삶을 재조명하지만, 월북 행적 때문에 논란도 많다. 허영만 작가가 ‘독립혁명가 김원봉’으로 약산의 삶을 만화로 복원했다. ‘정의(正義)로운 일을 맹렬(猛烈)히 실행한다’는 뜻으로 붙인 의열단의 탄생과, 그들의 일제에 맞선 폭력투쟁, 광복 이후의 삶까지 생생히 담았다. ●여전히 생생한 피해자·가해자 증언 열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에밀리 정민 윤은 대학 시절 논문을 작성하다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접하고 이를 시로 쓰기 시작했다. 그의 시 35편을 담은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은 남성성, 군국주의, 제국주의, 전쟁, 인종차별을 다룬다. 특히 7명 위안부의 증언을 시로 풀어낸 2장 ‘증언´에서 일제의 만행을 시로써 고발한다. 위안부로 시작한 그의 시는 현대에 벌어지는 성차별, 성폭력에 관한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닿는다. ‘악한 사람들’은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을 실험하고 죽인 731부대를 소환했다. 이제서야 “그때를 후회한다”고 하는 전범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악을 타자화하면 결국 타인을 악으로 만들게 된다”고 주장한 저자 제임스 도즈는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조직적, 구조적, 심리적 과정을 분석한다. ●해방 이후 한국과 일본에 주목하다 ‘26일 동안의 광복’은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1945년 8월 15일부터 조선총독부 청사에 성조기가 게양되는 9월 9일까지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다. 일본 패망과 조선 해방을 직감한 여운형의 전화로 시작하는 해방 전야부터 송진우와의 좌우합작 시도까지 단 하루가 1부, 해방 이튿날부터 9월 9일까지 ‘분단’에 이르는 25일을 2부로 구성했다. 저자는 75년 전 가장 밝았던 광복, 그날 이후 25일간은 어둠이 빛을 삼켜 가는 시간이었다고 결론짓는다. 1945년 8월 15일 이후 일본은 흔히 ‘잿더미’로 상징된다. 매년 3월에 열리는 도쿄대공습 추도식 전이나 8월 ‘종전의 날’이 다가올 때마다 미디어에서는 패전 당시에 촬영된 불탄 들판 사진 등 ‘잿더미’를 끌어온다. ‘‘잿더미’ 전후공간론’은 암시장으로 대표되는 당시 일본 사회와 각종 문학 작품을 통해 일본이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동시에 ‘일본인은 이 비참함에서 다시 일어섰다’라는 서사를 생산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미화한 이미지가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의 현실을 가린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코로나 백신의 조건, 안전과 평등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코로나 백신의 조건, 안전과 평등

    획기적 소아마비·홍역 백신, 자폐 등 안전 논란열대지방 관련 백신 없는 건 가난한 이들 소외러시아가 지난 11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름은 ‘스푸트니크 V’. 과거 우주 개발 경쟁에서 첫 테이프를 끊었듯, 코로나 백신 개발에서도 미국을 따돌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 세계는 물론 러시아 내부에서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잇따른다. 1차 임상시험 한 달 만에 서둘러 백신을 등록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딸도 백신을 접종했다며 안전성 문제를 돌파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스튜어트 블룸 암스테르담대 과학기술학부 명예교수의 ‘백신의 두 얼굴’은 현대의학 발전의 가장 중요한 지표이자 공공보건의 승리로 평가받는 백신의 명암을 조명한다. 현대인에게 백신 접종은 일상 다반사다. 어릴 때는 물론 해마다 독감 예방 접종을 하고 있으니, 우리는 백신 접종으로 삶을 유지한다 하겠다. 그런데 부작용도 적지 않다. 우선 안전성 논란이다. 소아마비와 홍역 바이러스 백신은 전 세계 아동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하지만 자폐와 연관이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들이 퍼지면서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라는 극단적인 일까지 벌어진다. 우리는 또 매년 겨울이면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받는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변이 때문에 해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샘플을 수집해 그 해 유행할 가능성이 큰 인플루엔자의 백신을 만든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일을 관장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WHO와 각국 공공 보건당국이 무슨 근거로 인플루엔자 유행을 선언하는가. 거기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개입된 것은 아닌가” 묻는다. 백신 접종에서 소외되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질도 살핀다. 저자가 보기에 1970년대까지는 각종 백신이 널리 보급되면서 숱한 사람들의 목숨을 살렸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서면서, 즉 신자유주의 물결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백신에도 경제 논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열대지방은 기생충병과 관련한 질병과 사망이 많은데도 기생충병과 관련한 백신이 사실상 없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이 백신 개발에 관심이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코로나19에 지친 전 세계인들이 지금 백신 개발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더불어 전 세계인들이 차별 없이 접종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책을 통해 그 가능성은 물론 코로나 백신의 향방을 가늠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정수기 렌털시장 출렁… LG전자·SK매직, 코웨이 아성 흔드나

    정수기 렌털시장 출렁… LG전자·SK매직, 코웨이 아성 흔드나

    정수기 렌털 시장에 지각변동이 심상치 않다.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코웨이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대기업 프리미엄’을 앞세운 후발주자 LG전자와 SK매직이 ‘턱밑 추격’을 목표로 질주하고 있다. 13일 렌털업계에 따르면 정수기업계 시장점유율을 가늠하는 렌털 계정 기준으로 코웨이의 점유율은 1994년 60%로 정점을 찍은 뒤 이달 현재 50% 수준으로 줄었다. 올 2분기 코웨이의 국내 렌털 계정은 631만여개로 추정된다. 2, 3위를 다투는 LG전자와 SK매직은 각각 239만개와 194만개다. 2016년 코웨이(570만개)의 10분의1(LG전자·43만개), 5분의1(SK매직·97만개)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무섭다. 웅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코웨이는 그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혼란을 겪었다. 한국 정수기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지만, 모기업 웅진그룹이 건설, 화학 등 전혀 다른 분야로 무리한 사업 확장을 펼치다가 계열사 극동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 알짜 계열사인 코웨이가 매각되기에 이른다. 지난해 초 코웨이를 다시 인수했으나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차입금을 조달하면서 다시 어려움에 빠졌고 코웨이는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됐다. 결국 지난해 말 게임 강자 넷마블에 인수된 뒤에도 최근까지 CS닥터(방문설치·수리기사)들의 파업으로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졌다. 47일간 파업 끝에 지난 11일 극적으로 노사 합의를 이뤘지만 빠른 수습이 필요한 시기다. 그러는 동안 2009년 처음 가전렌털 시장에 진출한 LG전자와 2008년 동양매직 시절 렌털사업에 뛰어든 SK매직은 기존 2~3위인 쿠쿠와 청호나이스를 여유롭게 제치고 업계 2~3위를 다툴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 계기는 정수기 트렌드 변화다. 기존 저수조형보다 더 위생적이라고 평가받는 직수형으로 바뀌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LG전자는 연 1회 직수관 무상교체 등 서비스를 강조하고 나섰다. SK매직은 열에 변형되기 쉬운 플라스틱이 아닌 스테인리스 직수관을 내세우며 몸집을 키웠다. LG전자의 정수기 매출은 2016년 1131억원에서 지난해 4398억원으로 약 4배 성장했다. SK매직의 올해 상반기 렌털 매출은 3500억원이며 올해 약 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웨이는 회사 내홍을 수습하는 동시에 후발주자들의 도전을 이겨 내야 하는 이중고에 놓였다. 지난해 게임기업 넷마블에 인수됐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시너지는 나오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코웨이 관계자는 “모회사인 넷마블의 정보기술(IT) 경쟁력과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구독경제에 기반한 ‘스마트홈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성장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하루 새 355억원… 트럼프는 바이든보다 해리스가 두려워졌다

    하루 새 355억원… 트럼프는 바이든보다 해리스가 두려워졌다

    ‘트럼프 방역 무능 일침’ 청중 없이 진행‘해리스 효과’ 하루 평균 모금액 3배 모여“트럼프 망상 탓 미국인 80초마다 1명 사망”저격수다운 면모 발휘 ‘끝장 토론’ 평가 트럼프 “해리스가 바이든 조롱” 이간질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전 부통령) 대선 후보와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나선 12일(현지시간) 첫 공동 유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흔들리는 코로나19 리더십에 일침을 놓듯 델라웨어 윌밍턴의 한 체육관에서 청중 없이 진행됐다. 전날 지명된 해리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저격수다운 면모를 보였으며, 일간 USA투데이는 “첫선을 보이기보다 끝장 토론을 벌였다”고 평가했다. 둘은 이날 민주당을 상징하는 감청색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등장했다. 체육관 밖에 수백명의 지지자가 모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입장은 허용하지 않았다. 바이든 후보는 먼저 “어제 정치자금 모금 기록을 세웠다”며 ‘해리스 효과’라는 취지로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온라인 모금 플랫폼인 ‘액트 블루’가 해리스 지명 직후 24시간 동안 약 3000만 달러(약 355억원)를 모금했다고 전했다. 종전 일일 평균 모금액인 1000만 달러의 3배에 이른다. 이어 바이든 후보는 “실직자가 1600만명을 넘은 것은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의 기록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지도자를 만나는 대신 골프장에 갔다”며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것조차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또 “오늘은 해리스 후보를 소개하는 날이자 샬러츠빌에서 있었던 그 끔찍한 날의 3주년”이라며 “신나치주의자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횃불을 들고 나온 현장을 기억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양쪽 모두에 훌륭한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그를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7년 8월 극보수 진영은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철거에 반발해 폭동을 일으켰는데, 한 백인 우월주의자가 반대 측 시위대에 차를 몰고 돌진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양측에 다 훌륭한 사람이 있다”고 언급해 인종차별 비판을 받았던 것을 다시금 상기시킨 셈이다. 이어 연단에 오른 해리스 의원은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라는 상징성을 의식한 듯 “나는 나보다 앞선 야심 찬 여성들을 유념하고 있다. 이들의 희생과 결단이 오늘 여기 나의 존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 대응에 실패해 50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며 “전문가보다 더 잘 안다는 대통령의 망상적 믿음은 미국인이 코로나19로 80초마다 한 명씩 사망하는 이유”라고 비난했다. 클린 에너지 혁명, 건강보험 회복, 여성 권리 보호, 인종차별적 사법제도 개혁 등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일일 브리핑에서 해리스 의원에 대한 질문에 “대실패가 될 것으로 본다. 그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TV) 토론을 기대하고 있다”며 “(2016년 대선에서) 팀 케인 상원의원을 완패시킨 것보다 더 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6월 민주당 경선 TV 토론회에서 해리스 의원이 바이든 후보를 공격한 것을 염두에 둔 듯 “아주 이례적인 지명이라고 생각했다. (해리스는) 바이든을 공개적으로 조롱했다”고 겨냥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남종섭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장, 전교조 경기지부와의 정담회 개최

    남종섭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장, 전교조 경기지부와의 정담회 개최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남종섭(더불어민주당·용인) 위원장은 13일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실에서 장지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지부장 및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경기교육 차별해소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함께해 나가기로 다짐했다. 이날 장지철 지부장은 “신임 교육행정위원장님의 취임을 축하드리고, 교육현안에 대한 논의를 함께해 나가고자 면담을 요청했다”며 “전교조는 현재 법외노조로 남아있고 대법원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교사로써 경기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또 “의회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표했다. 남종섭 위원장은 “경기교육에 대한 차별해소와 우리 아이들의 교육력 제고는 의회의 관심사항”이라며 “전교조에서도 열린 자세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대안을 함께 고민해 준다면 의회 역시 동반자로서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또 “경기교육이 진정 단 한명의 아이도 외면당하지 않고, 그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데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다양한 기능 혼합된 복합개발상가 인기 속 ‘어반그로브 고덕’ 눈길

    다양한 기능 혼합된 복합개발상가 인기 속 ‘어반그로브 고덕’ 눈길

    최근 다양한 기능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개발단지로 지어지는 상업시설이 인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곳에 머물지 않고 한 군데에서 모든 일상을 해결하려는 수요자가 증가한 점도 인기의 요인으로 꼽힌다. MXD(Mixed Use Development) 이라 불리는 복합개발단지는 주거·상업·문화시설·녹지공간·교통망 등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상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방향으로 개발되는 것을 뜻한다. 일본의 ‘롯본기 힐스’, 프랑스 ‘라 데팡스’, 미국의 ‘배터리 파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복합개발단지는 쇼핑은 물론 외식, 여가, 문화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이 혼합돼 있으며, 다양한 기반 시설들을 누릴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 말 그대로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하다. 특히 MXD 방식은 주변 인프라와의 연계를 고려해 개발되는 만큼, 교통 여건이 우수하고 주거지 밀집 지역 인근에 조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외식, 쇼핑, 예술, 문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 향후 지역 내 명소로 자리매김 하는 경우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복합개발 상업시설은 모든 생활편의시설이 집약돼 있고 수시로 펼쳐지는 이벤트나 행사로 다양한 여가의 즐거움을 제공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일반적으로 교통여건 이 우수한 지역에 위치해 유동인구 확보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이 수도권 남부를 대표하는 고덕국제신도시의 중심상권에서 쇼핑과 외식, 문화, 예술, 여가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개발 상업시설 ‘어반그로브 고덕’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테마가든과 4개의 이색 스트리트를 갖춘 ‘어반그로브 고덕’은 단순히 쇼핑을 넘어 휴식과 여유, 힐링, 문화, 예술 등을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상업시설로 조성된다. 이는 고덕국제신도시에서 선보인 프라자 상가나 스트리트몰에서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어반그로브 고덕’의 중앙에는 포시즌 가든이 배치된다. 왕벚나무 가로수와 팽나무숲, 잔디마당, 바닥분수, 파이어 핏(야외용 화로) 등을 배치해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과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중앙공원으로 이어지는 스트리트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주는 화려한 색상의 ‘로맨틱 런웨이’, 트렌디한 감성과 음악이 흐르는 ‘팝스트리트’, 365일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페스티벌 워크’, 조형물과 분수가 있는 ‘플레이 아지트’ 등 총 4가지 콘셉트가 적용된다. 이를 통해 방문한 고객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고, 체류 시간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입구 초입에는 유명 디자이너 이재형의 작품 ‘매트릭스 레빗’이 설치된다. 숲 속 정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토끼를 콘셉트로 한 이 작품은 높이 약 8m의 대형 조형물로 설치돼 가시성을 높인다. 특히 미디어 파사드가 적용돼 고정된 작품이라는 한계를 넘어, 늘 새로운 느낌과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포토 스팟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키즈와 반려견 수요를 위한 특화 시설도 도입한다. ‘키즈멍(키즈&폣) 스퀘어’는 흥미로운 조형물과 놀이시설을 곳곳에 배치해 가족을 위한 놀이 공간으로 구성되며, 반려견과 자유롭게 산책도 즐길 수 있다. 특히 665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주거시설 ‘힐스테이트 고덕 스카이시티’와 함께 조성돼, 입주민들은 평일과 주말 상관 없이 단지에서 쇼핑과 여가, 문화를 즐기는 진정한 원스톱 라이프가 실현될 전망이다. 고덕국제신도시를 대표하는 복합개발 상업시설인 ‘어반그로브 고덕’은 고덕국제화계획지구에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60,521㎡, 585실 규모에 아웃도어와 인도어, 테라스가 결합된 상업시설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카멀라 해리스와 ‘버싱’/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카멀라 해리스와 ‘버싱’/임병선 논설위원

    불과 50년 전 미국에 버싱(busing) 정책이란 것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피부색에 따른 경계심과 배척하는 마음이 자라지 않게 하려고 도심의 흑인 학생들을 버스에 태워 백인 일색의 교외 학교로 통학시켰다. 반발이 적잖았다. 1971년 연방 대법원은 인종차별을 철폐하려는 학교들에 허용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결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격렬하게 공격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그 시절 상원의원이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지명하며 버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리스 의원은 지난해 6월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 도중 바이든을 겨냥해 “당신은 그들(공화당)과 버싱 반대에 협력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주에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던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가 바로 나”라며 울먹였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면서 흑인인 부통령이 취임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올해 56세인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자메이카계인 아버지와 인도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2004년 샌프란시스코의 첫 흑인 여성 검찰총장을 지냈다. 미국의 흑백 분리 이력은 1990년대에야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를 철폐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못잖았다. 1896년 연방 대법원은 ‘플레시 대 퍼거슨 판례’를 내놓는다. 버스 좌석을 흑인과 백인이 앉는 곳으로 나눈 것이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분리하되 평등하다’ 이론이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1948년 군대에서의 흑백 분리를 철폐했는데, 한국전쟁은 흑인 병사가 처음 참전한 전쟁이다. 같은 해 흑인 학생이 오클라호마주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 떨어졌다. 백인 전용이 이유다. 그는 흑인이 다닐 수 있는 주립대 대학원도 있어야 한다고 소송해 승소했다. 졸속으로 흑인 전용 대학원이 설립돼 그는 다시 법원에 호소해 바라던 대학원에 입학했다. 물론 공간은 백인들과 분리됐다. 당시 터미널 화장실의 변기마저 흑백이 분리됐고, 흑인에게 투표권을 안 주려고 여러 주들은 별의별 입법을 다했다. 읽기 능력 시험에서 백인은 고양이(cat) 철자를 쓰게 하고, 흑인은 헌법(constitution) 등을 쓰고 라틴어 문장을 해석하게 했다. 나치 지도부가 유대인 격리를 정당화하려고 미국 남부 주들의 흑백 분리를 참고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흑백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소녀가 미국 부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문화마당] 도서정가제는 철학의 문제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도서정가제는 철학의 문제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11월 20일은 3년 주기로 돌아오는 ‘도서정가제 재검토 시한’이다. 100일쯤 남았다. 그런데 의회에 제출할 안이 아직 없다. 준비가 없지는 않았다. 출판사, 서점, 소비자, 웹소설, 웹툰 등 출판 각 영역의 협회 대표들이 모여 지난해 7월부터 16차례 회의를 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회의에 들어와 있었다. 어렵게 합의안도 도출했다. 재정가 기간을 18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 도서관 등 공공기관에 대한 할인 10%만 허용, 새 책의 중고책방 유통 금지, 웹툰·웹소설 등의 정가 표시 의무 완화 등이다. 그런데 돌연 문체부가 소비자 후생을 더 고려하는 안을 마련하겠다면서 돌아섰다. 이것은 배신이다. 배신의 배후로 청와대를 핑계 삼았다. 놀라운 일이다. 배경에는 도서정가제 반대 단체의 청원이 존재한다. 작년에 일이 벌어졌을 때 “그래도 도서정가제가 답이다”라는 칼럼에서 이미 그 주장을 세세히 논박한 적이 있으니 더 하지 않겠다. 그런데 도서정가제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반면교사가 될 사례가 최근에 나왔다. 김택규 교수의 ‘온라인 서점의 무차별 할인이 가져온 폐해’에 따르면 2010년 중국에서도 책의 할인 판매 폐해에 따른 논의가 있었다. 할인이 만연하면 지역 서점 경영에 충격을 주고, 도서 유통의 전체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신간 1년 내 할인 판매 금지’와 ‘할인율 15% 이내 제한’ 등을 제안했다. 현행 한국의 도서정가제와 비슷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채택되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온라인 서점의 약진, 지역 서점의 몰락, 출판사 경영의 악화다. 할인 탓이다. 당당, 징둥, 톈마오 등 중국 3대 쇼핑 플랫폼은 도서를 고객 확보를 위한 미끼 상품으로 삼았다. 할인율 50% 내외 이벤트가 수시로 벌어졌다. 2019년 중국 온라인 서점의 도서 평균 할인율은 41%였다. 2018년에 비해 6%나 상승했다. 지역 서점이 버틸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출판사도 견디기 어려워졌다.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온라인 서점은 출판사에 40% 내외의 공급률을 요구했다. 출판사는 할인에 참여할수록 경영이 어려워졌다. 인세, 인건비, 임대료 등 기초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 탓에 2019년 출판 종수가 전년 대비 6.7% 줄어들고 감소폭도 확대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2019년 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이다. 톱10 중 2019년 신간은 전무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 2010년 출판한 류츠신의 ‘삼체’였다. 할인이 일상화하면 신간은 거의 팔리지 않는다. 한계비용이 낮아져 할인 공급이 가능한 구간만 주로 판매된다. 책이 나와도 팔리지 않으니, 좋은 책을 쓰는 데 열정과 시간을 바칠 만한 저자도 줄어든다. 양질의 책을 개발할 출판사의 존재도 불가능하다. 오염된 환경에 곰팡이 번지듯 할인 공세에 맞춤한 저가·저질 콘텐츠만 주로 번성할 뿐이다. 양서를 출판하더라도 잘 판매되지 않으니 수익을 맞추려고 가격이 빠르게 치솟는다. 부조리한 일이다. 중국에선 뒤늦게 이 폐해를 깨닫고, 도서정가제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 법은 문화재인 도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 ‘출판물정가법’ 제1조다. 전 세계 수많은 도서정가제의 취지는 같다. 책을 상품이 아니라 문화재로 보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철학이 있는 정책만이 공동체 전체를 위해 좋은 방향을 제시한다. 책 같은 문화상품에서는 소비자 후생이 가격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반드시 그 후생에 질적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구독 등과 관련해 현행 제도에 손볼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정부가 ‘철학’을 잃어서는 곤란하다.
  • “케이팝 팬덤, 美에 행동하는 법 가르쳤다”

    “케이팝 팬덤, 美에 행동하는 법 가르쳤다”

    트럼프 털사 유세서 한류팬들의 ‘노쇼’디지털 조직 기법으로 단체행동 나서한류, 美 문화상품 우월성 뒤엎고 있어한국적이라 낯선 매력… 美만 겨냥 안 돼 최근 미국에서 1020세대의 ‘케이팝 팬덤’은 인기를 넘어 사회적 조류로 조명받는다. 이들은 지난 6월 흑인시위대의 불법행위를 제보하라며 댈러스 경찰이 만든 아이와치(iWatch) 앱을 다운시켰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클라호마주 털사 유세 입장권을 매집하고 불참해 흥행 참패로 만들었다. 한류의 인기도 여전하다. 미 언론은 곧 공개될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새 곡 ‘다이너마이트’를 연일 조명하고, 영화 ‘기생충’의 신선한 충격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워싱턴DC의 각국 외교관리 사이에서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화제다. 시더바우 새지(49) 인디애나주립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객원조교수에게 ‘미국이 보는 한국 대중문화의 힘과 미래’에 대해 11일(현지시간) 이메일로 물었다. 새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등에 한류 관련 글을 기고하는 한류 전문가로 통한다. -각국의 대중문화가 미국에서 경쟁한다. 한류는 무엇이 다른가. “한류는 미국 10대와 20대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쓰는 노년층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 앱을 쓰는 이들에게 한국 콘텐츠는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털사 유세에서 한류팬들의 ‘노쇼’를 ‘정치적 행동’으로 보는 미 언론의 분석도 있었다. “케이팝 팬덤은 팬들에게 효과적인 디지털 조직 기법을 가르쳐 주었고 BTS는 청년들에게 “너 자신을 말하라”고 알렸다. 팬들은 온라인에서 단체행동을 하는 법을 알게 됐다. 이들은 케이팝 팬인 동시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종차별적인 경찰 행위를 보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깊이 느낀 젊은이다. 따라서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의 문제보다는 인권의 문제다.” -한국 대중문화는 지속적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이미 1950년대 김 시스터스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에게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국가’임을 느끼게 했고, 미국 TV가 세계주의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물론 김 시스터스의 재능은 대단했다. 하지만 아리랑 싱어스(코리아나)와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 몇몇 시도 이후 비, 세븐, 보아, 원더걸스, SNSD(소녀시대), 싸이 등의 진출 전까지는 (한국 대중문화의 진출이) 잘 되지 않았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싸이는 아시아 남성에 대한 서구의 고정관념에 도전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는 매력적이라기보다 재미있었다. BTS의 인기는 완전히 다르다. 팬들은 7명의 멤버를 우상화하고 있다.” -미국 네티즌 글을 보면 한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꽤 있다. “한류는 미국 문화 흐름을 뒤엎는 것이다. 문화강국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나라가 갑자기 미국 문화상품의 우월성을 뒤엎고 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놀랍고 몇몇 문화 민족주의자에게는 무섭거나 심지어 모욕적인 일이다.” -미국 내 한류의 저변을 더욱 확대하려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문화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뭔가 새롭고 다른 점이 미국에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만일 한국이 미국 시장을 특별히 겨냥해 문화상품을 만든다면, 가짜 미국 상품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다만 뮤직비디오 등에서 흑인 외모를 희화화한 ‘블랙페이스’ 행위같이 타 인종에게 잠재적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것들을 피하는 데 관심을 두면 좋겠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英법원“동의 없는 안면인식 기술 사용은 위법”

    경찰이 일반인을 상대로 사용하는 얼굴인식 기술에 대해 영국 법원이 세계 처음으로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인권단체들은 “차별적 안면인식 기술과의 싸움에서 얻은 큰 승리”라고 반겼다. 개인정보 침해 등 첨단 정보기술(IT)의 위험성을 고민하는 각국이 참고 사례로 수용할지도 관심이다. 영국 항소법원은 11일(현지시간) 자유민주당 지방의회 의원 출신인 에드 브리지스(37)가 사우스웨일스 경찰이 사용 중인 자동 안면인식 기술에 대해 인권단체 ‘리버티’와 공동 제기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나온 런던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경찰이 항소하지 않기로 해 판결은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다른 지역 경찰이나 유사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자동 안면인식 카메라의 설치 장소, 감시 대상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고 ▲데이터 보호를 위한 영향 평가가 부족하며 ▲안면인식 소프트웨어의 인종·성적 편견을 보정할 합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브리지스는 2017년 12월 카디프 시내에서 쇼핑할 때, 2018년 무기 반대 집회에 참가했을 때 각각 자신의 얼굴이 감시 차량 등을 통해 동의 없이 촬영됐고 데이터가 저장됐다며 “경찰이 동의나 고지 없이 생체 자료를 분석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2015년 6월부터 런던과 사우스웨일스, 레스터셔 경찰이 안면인식 기술을 시범 도입했다. 이날 판결을 반긴 브리지스는 “경찰이 동의도 없이 수십만명에게 이 기술을 사용했다”며 “우리는 질식할 듯한 감시 없이 공공장소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기술의 장점이 매우 크지만 무고한 시민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사소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지적 사항을 명확히 하면서 경찰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영국은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6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전국적 봉쇄 조치가 결정적이었다. 이날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무려 20.4% 역성장했다. 분기 성장률 -20.4%는 1955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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