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차별금지법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LG유플러스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하하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민주노동당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53
  • [단독]청와대·대검찰청 등 66개 국가기관 홈페이지 시각장애인 접근성 낙제점

    [단독]청와대·대검찰청 등 66개 국가기관 홈페이지 시각장애인 접근성 낙제점

    시각장애인 강모(30)씨는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맹인안마사 위헌 소송 판결을 앞두고 안마사가 아닌 다른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청와대, 헌법재판소 등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찾아다녔다. ●그림파일 남발에 스크린리더 무용지물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사용 프로그램인 ‘스크린 리더(화면 읽기 프로그램)’를 사용해 공공기관의 각종 민원게시판을 돌아다니던 강씨는 또 다른 ‘벽’에 부딪쳤다. 강씨가 찾은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홈페이지 초기화면에서 메뉴선택 배너를 그림파일로 만들어 놓고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국제무료법률상담소와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2005년 정보통신부가 제정해 보급한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바탕으로 만든 13개 항목을 기준으로 은행, 법원, 공사, 행정부 등 78개 기관을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50점에도 못 미친 공공기관이 많았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이들 단체가 49.6점으로 평가 이후인 지난 2월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접근이 용이해졌다. 하지만 민원게시판인 국민신문고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Tab 키를 수차례 눌러야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월 새정부 출범과 함께 관련 기준에 맞춰 홈페이지를 새로 열었다.”고 말했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관인 한국점자도서관은 모든 메뉴의 배너가 이미지로 되어 있고,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46.0점을 받았다. ●헌재·대법원 홈페이지 접근성 최고 반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등은 그림파일을 남발하지 않고, 간결한 텍스트 형식의 파일로 홈페이지를 구성해 각각 64.5점과 73.4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4월11일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이 개인·법인·공공기관의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에 접근할 때 장애 때문에 제한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차별행위로 규정, 금지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과 참여연대는 13일 시각장애인 접근성이 낮은 66개 국가기관에 장애인 웹 접근성 개선 건의문을 발송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인권위 “정신병력 이유 보험가입 거부는 차별”

    국가인권위원회는 12일 정신장애 또는 정신과 치료병력을 이유로 우정사업본부가 상해보험의 가입을 거절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개선을 권고했다.조울증으로 정신장애 3급인 윤모(39)씨는 “지난 1월 우체국에서 상해보험 상담을 받았는데,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했다.”며 지난 4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인권위는 이날 “우정사업본부는 진정인의 장애와 보험사고 발생률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심사를 하지도 않고 정신장애 및 정신과 치료병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해보험 가입을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인권위는 우정사업본부장에게 심신상실·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을 무효로 하는 상법 제732조의 적용과 관련해 구체적 기준과 심사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송파, 청각 장애 가구에 ‘초인등’ 무료 설치

    송파구는 청각장애인 가구에 ‘초인등’을 무료로 설치해 주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초인등은 방문객이 버튼을 누르면 집 안에 불빛이 들어오도록 한 청각장애인용 초인종이다. 이번에 보급하는 제품은 구 사회복지과에서 자체 개발한 것으로, 불빛이 반짝이면서 벨소리도 나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초인종을 눌렀는지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구는 지역내 청각장애 47가구 중 동 주민센터에 설치를 희망한 20가구에 초인등을 무료로 설치할 계획이다. 집 안에 청각장애인이 주로 거주하는 방, 거실, 화장실을 비롯해 설치를 희망하는 모든 곳에 초인등을 놓아 준다.앞으로 차상위계층과 저소득 청각장애인 가정까지 지원 폭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규우 사회복지과장은 “장애인용품과 비장애인용품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의 제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업그레이드된 초인등을 고안했다.”면서 “청각, 시각, 지체 장애인 등 유형에 따라 필요한 각각의 편의시설 용품을 찾아내 지속적으로 시설을 확대 설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송파구는 지난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시행하면서 ▲구청과 동사무소에 화상전화기, 시각경보기, 보이스아이 등 장애인 편의용품 설치 ▲민간후원을 통한 10가구에 시각경보기 설치 ▲지역내 공연장에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관람석 설치 등 장애인을 위한 다각도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日 “50년동안 1000만명 이민받자”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이 해외로부터 1000만명의 이민을 받아들일 태세다. 인구 감소와 함께 고령화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다. 자민당의 국가전략본부(본부장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20일 후쿠다 총리에게 일본 총인구의 10%에 가까운 1000만명의 이민수용 정책안을 보고했다. 목표는 앞으로 50년간이다.●인구 1억명 유지가 목표일본이 해외의 이민자와 더불어 사는 ‘다민족 공생국가’를 꾀하는 획기적인 전략이다. 전략본부는 지난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당시 국가의 중장기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총리 직속으로 설치된 기구다. 전략본부의 제안은 50년후 일본 인구가 9000만명을 밑돌 것이라는 예측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본 인구는 지난 2005년 기준으로 1억 2769만명이지만 2046년 1억명 이하로 떨어져 2055년 8993만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50년 후 1억 인구의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이민 수용정책이라는 주장이다.1000만명의 이민자는 현재 영주자격을 가진 일반·특별영주자 87만명의 12배가량이다. 전략본부 측은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이민 정책의 기본 틀을 규정한 ‘이민 기본법’,‘민족차별금지법’의 제정과 함께 ‘이민청’의 신설도 건의했다. 또 현행 10년 이상인 영주 허가를 7년으로 낮추는 데다 귀화 조건도 원칙적으로 입국 후 10년 정도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해외 유학생 100만명의 유치 계획도 담았다. 후쿠다 총리는 이날 “인구 감소사회로 들어선 상황에서 널리 인재를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정책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카가와 히데나오 전 간사장은 “외국인이 살기 좋은 사회는 일본인에게도 좋은 사회다.”며 이민정책의 전환을 강조했다.●보수층은 반발… 입법과정 주목 반면 보수색이 짙은 의원들은 “이민 정책은 국가의 근간과 관계되는 만큼 경제 효과만 중시해 추진할 수 없다.”며 반발, 관련 제도의 구체화 과정에 적잖은 마찰을 예고했다.hkpark@seoul.co.kr
  • [사설] 장애인 차별 근절, 법 앞서 의식 바꿔야

    장애인 차별을 시정하도록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않을 때는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또 장애인을 악의적으로 차별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린다. 어제부터 시행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주요 내용이다. 이 법에는 이밖에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직접차별, 간접차별, 광고에 의한 차별,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에 의한 차별 등으로 세분화해 구체적으로 금지 규정을 명시했다. 우리는 이같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 장애인의 권리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도약대가 되리라고 기대하며 이를 높이 평가한다. 다만 장애인 인권 존중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법의 시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차별금지법’ 제정 이전에도 장애인복지법·장애인편의증진법·직업재활법 등 장애인을 부축하는 법률이 존재해 왔다. 그렇지만 그같은 장애인 관련법들이 제구실을 다했다고 인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법 제정·시행에 앞서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관한 의식을 얼만큼이나 성숙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키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이번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거꾸로 장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부터는 장애인 고용 사업장이 관련장비 설치, 근무시간 조정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데 민간기업이 이를 부담스러워해 장애인 고용 자체를 줄일 거라는 예상이 그 하나이다. 따라서 법의 시행도 의미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인 인권존중이 우리사회를 떠받치는 기본가치 가운데 하나가 돼야 함을 모두가 인정하는 일이다. 아울러 기업·공공기관의 부담을 줄이는 실제적인 보완책 또한 마련해야 한다.
  • 공공행사 수화통역 없으면 과태료

    오늘부터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수화통역사가 배치되고, 사법·행정기관은 음성지원 시스템과 점자자료 등을 갖춰야 한다. 이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0일 장애인 차별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과 함께 고용, 교육, 교통 등에서 장애인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내놓은 조치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공기업, 학교 등 공공기관이 개최하는 행사에서 장애인은 수화·문자·음성 통역사와 보청기 등을 제공받는다. 단 개최 1주일 전까지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또 공공기관은 각종 선거에서 장애인이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장에 보조원을 배치해야 한다. 사법·행정기관도 장애인이 보조원, 인쇄물음성출력기기 등을 활용해 동등한 수준의 절차와 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 직장에서도 채용 전 의학적 검사를 통해 미리 장애인 여부를 검사할 수 없다. 토지·건물을 임대하거나 매매할 때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거래를 거부할 수 없다. 이는 교통수단, 금융상품 이용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그동안 장애를 이유로 양육권과 친권을 박탈당했던 장애인들은 앞으로 복지시설에 입소해도 자녀의 친권포기각서를 요구받지 않게 된다. 장애를 이유로 입양기관이 입양자격을 제한할 수도 없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인권위 vs 행안부 “조직개편 양보못해”

    2단계 조직개편 문제로 국가인권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직개편의 칼자루를 쥔 행안부와 독립기구인 인권위간 ‘자존심 대결’로 번질 조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일 행안부의 2단계 조직개편 대상에 포함되자 “엄연한 독립기구인 인권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행안부의 조직개편은 행정 기관들의 유기적인 통폐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지, 감사원이나 헌법재판소와 같은 독립기관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면서 “지난 2개월간 인수위와 치열한 논의 끝에 인권위가 독립기구로 인정된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조직개편을 감행한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과 내부 반발 등을 감안해 “예외를 둘 수 없다.”면서 인권위에 대한 조직개편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권위는 200명이 넘을 정도로 지나치게 비대해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인권위가 자체적으로 제시한 조직개편안 역시 마땅치 않다.”면서 “다만 조직개편으로 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양 기관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다음달 10일 시행되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인권위가 행안부에 요청한 증원 처리 여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인권위가 법 시행으로 증원 요청한 인력은 20명 수준이다. 반면 행안부는 각 부처가 요구한 올 증원계획에 대해 전면 보류결정을 내린 만큼, 인권위의 증원 요청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조직개편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장애인차별금지법 순회 설명회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부터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에 대한 지역설명회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설명회는 공무원과 시민단체·장애 관련자 등을 대상으로 19일 대구,26일 부산, 다음달 2일 광주,4일 서울 등의 순으로 열린다. 설명회에서는 다음달 11일부터 시행되는 장차법 제정 의의와 주요 내용 등을 소개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에서 문의가 끊이지 않아 집중 홍보에 들어가기로 했다.”면서 “장애계 당사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인권 현장방문,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순회상담 등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性 소수자들 절망의 외침] 그들에게도 봄날은 올까

    [性 소수자들 절망의 외침] 그들에게도 봄날은 올까

    7년째 동성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는 김현정(가명·여·30)씨는 파트너가 미국지사로 발령을 받아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김씨는 법적 가족관계로 인정받지 못해 ‘가족비자’가 아닌 ‘학생비자’로 체류할 수밖에 없었다. 억지로 학교를 다니며 6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했던 김씨는 결국 학비부족으로 1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안정된 삶’을 위해 가족을 일군다. 그러나 김씨와 같은 성(性)적 소수자에게 가족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성소수자라는 고된 손가락질을 이겨내고 끝내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일궈도 험난한 제도적 차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가족은 ‘안정된 삶’이 아닌 ‘고된 삶’의 시작이다. ●수술 동의서에 도장도 못 찍는 부부들 성적 소수자 김흥근(가명·42)씨는 2006년 여름 위경련이 일어나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는 검사를 위해 가족 동의서를 요구했으나, 같이 살고 있는 파트너는 김씨와 법적인 가족이 아니라 도장을 찍을 수 없었다.“서로 연락이 뜸한 동생은 보호자로 인정되는데 배우자나 마찬가지인 파트너는 보호자가 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김씨는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친구사이’에 몸 담으며 수 많은 제도적 차별 사례를 봐왔다. 현정씨가 겪었던 비자문제도 김씨가 많이 접했던 사례다.“제가 아는 한·일 동성애 커플은 법적 부부로 인정받지 못해 비자 문제로 6개월에 한 번씩 일본을 다녀옵니다. 부부지만 부부가 아닌 셈이죠.” 레즈비언 커플들은 제도적 차별이 더 심각하다.5년째 동성 파트너와 살고 있는 손규희(가명·27·여)씨는 신용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대출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은행이 내세우는 ‘남편을 보증인으로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단지 배우자가 여자라는 이유였습니다. 대출문제는 미혼모 등 모든 비혼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여성 커플들은 성적 소수자의 아픔과 비혼여성의 아픔을 모두 품고 살아가야 합니다.” ●법적 어려움에 위장 결혼도 6년째 동성 파트너와 살고 있는 성민현(가명·44)씨는 국민연금 문제를 지적한다.“지금까지 국민연금으로 2000만원을 납부했는데, 내가 죽는다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는 ‘서로 법적인 혼인관계가 아니므로 전혀 받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죠.” 남들과 다를 바 없는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 성씨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는 ‘배우자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도 큰 상처다. 또 파트너가 직장의료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해 지역의료보험에 따로 가입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김경배(가명·29)씨는 이런 작은 차별이 성적 소수자들에게는 인생이 달린 문제라고 말한다. 심지어 법적인 차별을 피하기 위해 게이와 레즈비언이 위장결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커밍아웃을 할 자신은 없고, 결혼을 해야 하니 집안에 핑곗거리를 삼는 거죠. 어쩔 수 없이 두 동성커플이 합의해 서로 엇갈려 위장 혼인신고를 합니다. 제도적 차별이 일반인에게는 별 것 아닌 듯보이지만, 성적 소수자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성적 소수자 문제는 소외 계층의 문제 “왜 이렇게 어렵게 사니?그냥 생긴 대로 살지.” 레즈비언 조미선(가명·여·37)씨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항상 되묻는다.“왜 꼭 정상가족의 틀에 맞춰야 하죠?” 조씨는 법률이 규정하는 정상가족에게만 제도적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성소수자처럼 제도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가족을 이룰 권리조차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씨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성적 소수자만의 행복추구권이 아니다. 성적 소수자의 문제를 통해 ‘제도적 차별’을 받고 있는 다른 소외계층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제도가 원하는 가족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민주주의와 복지의 시작이 아닐까요.”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그들이 느끼는 제도적 차별 제도적 차별은 성적 소수자들에게 얼마나 심각하게 다가올까. 이들은 제도적 차별이 주변의 왜곡된 인식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 사회의식조사 기획단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387명의 성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적 소수자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가.(복수응답)’란 질문에 38.2%가 ‘제도적·법률적 차별’이라고 답했으며,‘가족으로부터의 소외 및 차별’은 30.0%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나타났다.‘교제와 결혼의 어려움’(25.2%)과 ‘정체성 형성 과정의 혼란과 갈등’(23.9%)이 그 뒤를 이었다. 성적 소수자들이 세간의 손가락질보다 제도적 차별을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에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제도 개선은 불투명하다. 이들에 대한 편견이 너무 깊어 과연 제도적 변화가 가능할지 자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성적 소수자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팽배한 이 시점에 과연 제도 개선이 가능할지 스스로 의심할 때가 많다.”고 아쉬움을 타나냈다. 제도적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정부조차 이 일에 관심이 없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성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못해 ‘적대적’이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난 10월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등 7개 부분이 삭제된 것이 불을 지폈다. 성적 소수자는 여전히 인권의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다. 성적 소수자 모임은 연대를 이뤄 지금까지도 이 법안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친구사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성적 소수자 인권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임에도 한국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런 문제점의 근본 원인은 사회 제도의 눈높이가 ‘정상가족’에 맞춰져 있는 현실이다. 가족에 대한 제도적 혜택이 ‘일정연령 이상의 남성과 여성이 만나 혼인신고를 한 가족’에 한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최현숙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은 “사회의 모든 기준이 정상가족의 기준에 맞춰져 성적 소수자와 같이 정상 가족을 일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폭력으로 다가온다.”면서 “성적 소수자들은 가족을 구성할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장은 커밍아웃을 한 성적 소수자로서는 처음으로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보호장치 무엇이 있나 동성애 가족들은 ‘사랑’으로 맺어져 ‘친밀감’과 함께 살아간다는 점에서 일반 가족과 차이가 없다. 정서적이고 경제적인 공유관계를 오랫동안 맺고 살아도 그들의 삶은 순탄치 않다. 그러나 일부 선진국에서는 성적 소수자들의 아픔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프랑스에서 1999년 제정된 PACS(민간결합계약)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성인 커플에게 기혼자와 동등한 재정적·사회적 권리를 주는 법안이다. 거주지의 관할 법원에 등록을 하면 배우자 사망에 따른 상속권 보장, 사회보장과 파트너의 경조사 등에 따른 유급 휴가 등을 신청할 수 있다. 등록 뒤 3년이 지나면 세금 감면 혜택도 따른다. 최근 PACS법은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성애자들의 결혼 도피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법안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혼한 남녀를 중심으로 묶여 있었던 ‘가족의 경계’를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덴마크와 독일은 각각 1989년과 2001년에 ‘동반자 등록법’을 제정해 동성 커플의 법적 관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나라에서는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성적 소수자의 인권 확대가 세계적 시류인 만큼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배우자를 직접 등록하는 방법으로 제도적 차별을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배우자 등록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쯤 발의할 예정이다.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배우자 등록법은 동성혼과는 명백히 구분된다. 동성혼이 기존의 혼인제도에 그대로 편입된 형태라면 배우자 등록법은 혼인제도와는 별도로 운영되며, 등록이 된 커플에 한해 혼인 관계에 버금가는 제도적 혜택을 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최현숙 위원장은 “일반 국민들이 동성혼을 정서적으로 과격하게 느낄 수 있고, 또 동성애자들을 현 혼인제도에 그대로 편입시킨다면 또 다른 비정상 가족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배우자 등록법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문제제기로 견고한 한국의 가족주의 한계를 되짚어 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국무회의 의결 안건] 성별·장애 등 이유 모든 차별 금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장애·종교 등을 사유로 차별하는 모든 행위가 금지된다. 차별행위에 대한 입증 책임도 차별행위자가 져야 한다. 정부는 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차별금지법’ 제정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법안은 성별·연령·인종·피부색·출신지역·장애·신체조건·종교·정치·혼인·임신·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직접적인 차별뿐만 아니라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불리한 결과를 낳는 ‘간접차별’과, 이를 표시·조장하는 광고, 성별·장애·인종이나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괴롭힘 등도 금지하도록 했다. 법원은 이런 차별에 대해 중지 등 조치를 명령하고, 임금 등 근로조건을 시정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조치와 손해배상 판결을 내릴 수 있으며, 차별행위에 고의나 과실이 없었음에 대한 입증책임은 차별행위자가 지도록 했다. 정부는 회의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영리목적이 아니라도 6개월 동안 침해된 컴퓨터 프로그램의 총 시장가격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하도록 한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개정안은 프로그램 송·수신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복제는 허용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자체 공무원 평가에 ‘성과평가계약평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지방공무원임용령’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 제도는 연초 각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 관련 성과목표를 정해놓고 기관장과 계약을 맺은 뒤 연말에 이를 토대로 평가받는 방식(절대평가)으로 시행된다. 각 지자체장은 현행 목표달성도 평가(상대평가)와 이 제도 중 기관 특성에 맞는 것을 선택, 시행할 수 있다. 정부는 이밖에 공무원 정원과 관련,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수요를 반영해 산정한 총액인건비를 기준으로 각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정원을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에 관한 개정령안’도 처리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종교플러스] 차별금지법 범기독교 토론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우리신학연구소 등 기독교 관련 11개 단체가 공동주최하는 ‘차별금지법 관련 범기독교 토론회’가 12월4일 오후 5시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고상균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원,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장 등이 참석해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사안중 ‘기독교 인권 측면’의 올바른 접근 방법을 모색한다.
  • [사설] 차별금지법안 인권구제 미흡하다

    법무부가 다음달 2일 입법예고할 차별금지법안을 공개했다. 법안을 보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인종 등을 이유로 한 비합리적인 차별 행위를 금지하고 예방하며, 나아가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규정한 기본법의 골격을 두루 갖췄다. 늦은 감은 있지만 헌법이 보장한 평등 이념에 따른 인권 법안이 마련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유형·무형의 차별이 뿌리깊게 존재하고 있다. 그러한 차별로 인해 적지 않은 개인이나 집단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차별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태어난 이상은 차별없이 살아야 한다는 이념을 실현할 기반이 생겼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법안에는 몇가지 미흡한 점이 눈에 띈다. 차별의 구제 항목에서 인권위의 권고안과 크게 차이가 난다. 먼저 소송 지원 부분이 빠졌다. 피진정인이 인권위의 차별 결정에 불응하고 중대한 사안일 때 인권위가 소송을 지원하도록 한 항목이다. 국가가 소송을 지원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누락되었겠지만 피해자가 약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송 지원이 어떤 식으로든 반영됐어야 옳다. 악의적 차별로 발생한 손해의 2∼5배를 배상토록 한 부분도 법안에는 없다. 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염두에 둔 인권위의 가중적 손해배상은 차별을 억제하는 중요한 조항이다. 사용자의 정의도 법안에선 근로기준법을 따르고 있으나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용자가 많은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 물리는 강제이행금 조항도 없다. 법안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된다. 이 땅에서 차별을 줄이고 차별 받은 약자가 제대로 구제 받기 위해서는 법안의 보완이 필요하다. 국회의 내실있는 법안 심사를 기대한다.
  • 처벌 빠진 차별금지법

    헌법에 규정된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이르면 내년 말 시행된다. 법무부는 28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인종 등을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다음달 2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안 도입을 권고한 뒤 1년 3개월여 만이다. 법안은 이르면 올 11월 법제처 심사와 국회 의결을 거쳐 공포된 뒤 부칙에 따라 1년 이후인 내년 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차별금지법안은 우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인종 등을 이유로 고용이나 재화·용역의 공급 및 이용, 교육과 직업훈련, 법령·정책의 집행 등에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하거나 제한·배제하는 것을 금지했다. 괴롭힘이나 차별을 위한 표시, 이를 조장하는 광고 행위까지도 차별로 간주해 엄격한 법 적용을 지향했다.차별 피해 신고는 피해자 본인은 물론 차별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도 가능하게 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차별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원칙적으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지만, 차별을 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도 차별금지법안에서 금지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직무 등 정당한 사유에 따른 행위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하지만 법안은 공청회 등에서 “피해 당사자가 차별을 입증하기보다 차별한 사람에게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강제이행금 부과, 시정명령권 등 적극적 형태의 구제 조치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실효성을 확보할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인권국 홍관표 서기관은 “차별금지법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처음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적용하는 포괄적 기본법”이라면서 “일반 법령에 개별법과 같은 형사처벌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고 입증 책임도 분담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 고용정책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50여개의 개별 법률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번 법안은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첫 일반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그러나 인권위가 권고했고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도 지적됐듯이 시정명령, 강제이행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적극적 형태의 구제조치가 빠져 실효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단독]장애인 편의 눈감은 공무원 시험

    [단독]장애인 편의 눈감은 공무원 시험

    정부가 장애인 고용확대와 취업기회 확대를 위해 2000년부터 각종 공무원시험에서 장애인 모집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시험장에서 장애인에게 기본적인 편의를 제공되지 않아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달 서울신문이 중앙인사위원회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7,9급 공무원 임용시험,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의 장애인 편의시설 제공여부를 확인한 결과 드러났다. 서울시 등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시각장애인을 위해 보통 시험지보다 크게 인쇄된 ‘확대 문제지’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와 대전시 2곳뿐이었다. 역시 보통 답안지보다 큰 ‘확대 답안지’를 제공하는 곳은 부산시, 경기, 충남, 제주 등 11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시·도 가운데 서울시가 유일하게 올해부터 확대문제지와 확대답안지, 점자문제지를 제공하고 시험시간도 일반 수험생의 1.2배로 연장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올 8월 실시한 7급 임용시험부터 확대 OMR답안지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7,9급시험 모두 확대 답안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확대문제지나 점자문제지는 제공하고 있지 않아 장애인 관련 단체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외무·행정고시 별도문제지 제공안해 비난 외무고시와 행정고시도 확대문제지는 제공되고 있지 않다. 인사위는 다른 수험생과의 형평성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 내년부터는 확대문제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부처에서 시행하는 시험 가운데는 사법시험이 국가주관시험 최초로 2006년부터 점자문제지·답안지, 음성형컴퓨터를 제공하고 있다. 또 시험시간을 1,2차 시험 각각 최대 2배,1.5배까지 연장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처음으로 2명의 시각장애인 1차 합격자가 나오기도 했다.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편의시설은 장애인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주관기관에 따라 제각각이다.2004년 한 국가고시 시험장에서는 청각장애인이 감독관의 지시를 듣지 못해 시험장에서 쫓겨난 사례도 있다. 여러지역의 장애인을 한 곳에 모아 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엘리베이터가 없는 2,3층에 배치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교원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박모씨는 음성컴퓨터를 제공해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다. 박씨는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시각장애인은 점자를 잘 읽어내지 못한다.”면서 “일반인들은 이를 혜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시험을 치르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라고 주장했다. ●“장애 종류·정도에 맞는 편의 시설을”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 조병찬씨는 “사람마다 장애의 종류와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제공돼야 하는 편의시설도 달라져야 한다.”면서 “응시자들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사전에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장애인단체 총연맹 이문희 정책실장은 “장애인 대책을 마련할 때 한번에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급한 대로 하나씩만 개선한 후 잊어버리는 것이 문제”라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내년부터 시험업무의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광범위하게 제공되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사법시험, 지방공무원시험, 교원채용시험에서 확대 문제지와 확대 답안지는 물론 OMR용지를 대신하는 문자기입 답안지 및 체크답안지, 확대·조명기구도 사용할 수 있다. 또 보청기 사용, 시험장에서 보호자 동반, 주의사항 관련 문자전달, 시험 중 약물복용, 시험시간 연장 등도 배려하고 있다. 조병찬씨는 “미국에서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경찰을 하기도 한다. 장애인이 할 수 있는 보직은 개발하기 나름”이라면서 “시험은 OMR 기입을 예쁘게 하는 능력을 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시론] 학벌사회는 현대판 신분사회다/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좋은정책포럼 운영위원장

    [시론] 학벌사회는 현대판 신분사회다/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좋은정책포럼 운영위원장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사건이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다른 이들의 학력 위조문제로 일파만파 번진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그늘인 학벌사회를 단숨에 수면 위로 올려 놓았다. 사람을 처음 소개받거나 알게 됐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그 사람, 어느 대학을 나왔어?”라고 묻는 사회가 한국 사회다. 출신 대학에 따라 능력은 물론 교양과 인품까지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구별하려는 경향에서 자유로운 한국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학벌이 부재한 사회는 없다. 오랫동안 대학평준화를 이뤄온 독일에서도 어느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했는가는 자연스러운 관심사다. 다만 우리 사회처럼 어느 대학 출신인가가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학벌사회라는 말 자체가 문제를 웅변한다. 산업사회·자본주의사회라는 말처럼 학벌이 구조화돼서 전체사회의 재생산 메커니즘이 돼있는 것이 학벌사회다. 학벌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벌이 개인의 사회적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튼튼한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학벌을 기준으로 내(內)집단과 외(外)집단을 나누어, 내집단에는 더없이 관용스러운 반면 외집단에는 대단히 냉정한 사회가 학벌사회이자 바로 한국사회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이 중시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능력보다는 학벌이 중시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번 자리잡은 경향은 이후 일류대 입학에 모든 것을 거는 교육의 무한경쟁을 낳았고, 이는 다시 학벌사회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만들어 왔다. 학벌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는가는 이른바 결혼시장에서도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가 개인의 주요 자산을 이루고 있는 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학벌사회를 어떻게 개혁할지에 대해선 그동안 여러 정책들이 제시돼 왔다. 어떤 이는 직접적 원인인 대학간 서열을 해체하기 위한 대학평준화를 주장하고, 어떤 이는 국립대학들을 네트워크화함으로써 학벌사회의 폐해를 완화하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이는 학벌사회의 정점인 서울대학교를 해체하자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제안들이 세계화시대에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일례로 수백년간 대학평준화를 유지해 온 독일도 최근 엘리트 대학들을 선정해 대학간 경쟁을 부추기는 등 오히려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럼에도 학벌사회를 이대로 놓아둘 수 없다. 학벌사회가 아닌 능력사회로 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기업과 정부를 포함한 사회조직들은 학벌이 아닌 능력을 중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학력기재란을 삭제하거나 공직의 경우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고, 학벌에 따른 차별금지법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의식의 변화도 중요하다. 공적 영역에선 비판하면서도 사적 영역에선 학벌을 따지는 우리의 이중의식이 학벌사회를 재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일지도 모른다.10대 후반에 선택한 대학이 삶의 너무도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사회는 자유와 평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반민주적인 학벌의식과의 결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양한 패자부활전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현대판 신분사회로부터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좋은정책포럼 운영위원장
  • 유엔 “한국 단일민족 이미지 극복해야”

    “한국은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단일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위원장 레지 드 구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7개항의 결과 보고서를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위원회는 “한국에 사는 다른 민족이나 국가 출신자들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위한 인권 프로그램과 그들의 역사, 문화와 관련된 정보를 초·중등학교 교과목에 포함시킬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민족 단일성에 대한 강조와 순수혈통이나 혼혈 같은 단어 속에 담겨있는 민족적 우월성이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는 점에 유의한다.”고 덧붙였다. 또 인종차별의 정의를 조약의 관련 규정에 걸맞게 헌법이나 법률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하고, 이주노동자와 혼혈아 등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관련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더불어 “인종적인 동기에서 저질러진 형사 범죄를 처벌하는 특별한 법적 조치들을 도입해야 한다.”며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차별금지법’의 빠른 제정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경찰관, 변호사, 검사, 판사 등 형사, 사법 관계 공무원들에게 인종차별 관련 특별교육을 시킬 것도 요구했다. 위원회는 외국인 여성 배우자 문제와 관련,“그들의 남편이나 국제결혼 중개기관에 의한 잠재적 학대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별거나 이혼시 그들의 법적 거주 지위 보장, 국제결혼 중개기관 활동 규제, 한국 사회로의 통합 촉진을 위한 적절한 조치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이들은 연장 불가능한 3년짜리 고용계약만을 허가받고 전업에 대해 심각하게 제한받으며, 장시간 근로에 저임금, 위험한 작업 조건 등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최종찬기자 연합뉴스 siinjc@seoul.co.kr
  • 유엔 “한국 ‘단일 민족국가’ 이미지 극복해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위원장 레지 드 구테)는 한국 사회의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한국이 실제와는 다른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교육, 문화, 정보 등의 분야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내에 사는 모든 인종․민족․국가 그룹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의 증진을 위한 인권 인식 프로그램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민족.국가 그룹들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정보들을 초.중등 학교의 교과목에 포함시킬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하고 나섰다. 위원회는 인종차별철폐조약(이하 조약)과 관련해 지난 해 우리 정부가 제출한 통합 이행보고서를 놓고 9~10일 이틀간 제네바에서 심사를 진행한 뒤,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7개항의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위원회측이 18일 전했다.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당사국(한국)이 민족 단일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 영토내에 사는 서로 다른 민족․국가 그룹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의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뒤, ‘순수혈통’과 ‘혼혈’과 같은 용어와 그에 담겨 있을 수 있는 인종적 우월성의 관념이 “한국 사회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는 데 유의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또 인종 차별의 정의를 조약의 관련 규정에 맞게 헌법이나 법률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고, 이주노동자와 혼혈아 등 외국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 및 제거하는 한편 다른 민족이나 국가 출신자들이 조약에 명시된 권리들을 동등하고 효과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관련법 제정을 포함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위원회는 “조약 관련 규정에 따라 인종적인 동기에서 저질러진 형사 범죄를 금지.처벌하는 특별한 법적 조치들을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위원회는 “인종 차별 행위들을 처벌하는데 활용 가능한 현 형법 조항들이 한국의 법정에서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것에 우려를 갖고 주목한다”고 말하고, 한국내에서 인종 차별 관련 진정이 없는 배경과 관련해 ▲관련 법제의 미비 ▲법적 구제 가능성에 대한 인식 부족 ▲기소 당국의 의지 부족 등이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를 위해 경찰관, 변호사, 검사, 판사를 포함해 형사 사법 체제내에서 일하는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특별 교육을 제공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조약의 각종 권리를 향유하는 데서 한국 국민과 비(非)국민 간의 동등성 보장을 위한 모든 법적.제도적 조치와 더불어, 난민 지위 결정 프로세스의 공정하고 신속한 진행, 난민 신청자 및 인도적 체류허가자에 대한 취업 허용, 그리고 난민의 한국 사회 통합 촉진을 위한 포괄적 조치 도입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외국인 여성 배우자 문제와 관련, 위원회는 “그들의 남편 또는 국제 결혼 중개기관에 의한 잠재적 학대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별거.이혼시 그들의 법적 거주 지위 보장 ▲국제 결혼 중개기관 활동 규제 ▲한국 사회로의 통합 촉진을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는 외국인 여성 배우자에게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거나, 장래의 한국 남편에 대한 핵심적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신분증과 여행문서 들을 압수하는 등 학대를 비롯한 일부 국제 결혼 중개기관들의 문제점이 거론됐다.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 위원회는 “이주노동자들은 갱신 불가능한 3년 짜리 고용계약만을 허가받고 전업에 대한 심각한 제한에 직면해 있을 뿐만 아니라 장시간 근로에 저임금, 불안전하고 위험한 작업 조건 등과 같은 작업장 내에서의 차별적 대우 및 학대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고용 계약 연장 등을 포함한 효과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한편 위원회는 보고서 서문에서 ▲올 5월 채택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과 재한외국인 처우기본법 ▲작년 6월의 외국 이주노동자 통역지원 센터 설립 ▲2004년 3월 채택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 처벌법 ▲작년 5월 채택한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 등을 포함해 그 간의 한국 정부의 노력을 환영하고 심사 과정에서의 적극적 협조를 높이 평가했다. 제네바=연합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DJ 범여권 대통합 훈수 뒤엔 이희호 여사가 있다?

    최근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범여권 대통합을 강력 주문하는 이면에 부인 이희호(85) 여사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범여권 관계자는 29일 “신중하고 우회적인 화법으로 정평이 난 DJ답지 않게 노골적으로 대통합을 촉구하는 행보에 이 여사가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나아가 정치권의 몇몇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을 내줄 경우 대북화해정책 등 DJ가 일궈놓은 치적이 물거품이 될까 아내로서 걱정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 여사 역할론에 대해 동교동과 가까운 한 인사는 “확인할 순 없지만, 정황상 아주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결혼 전부터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등 정치의식이 높고 DJ보다 체력적으로 정정한 이 여사가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낼 법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 여사가 지난 4·25 재보선에서 3남 김홍업씨의 당선을 위해 발벗고 유세에 나섰던 ‘적극성’도 예사롭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리 DJ라도 이 여사에게 유세장까지 내려가라고 시키진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게 당선된 홍업씨가 대통합을 외치며 통합민주당을 탈당할 때는 이 여사의 입장도 십분 짐작된다.”고 했다. 이 여사는 청와대 시절 영부인의 단독 해외순방을 정례화했고, 여성부 신설과 남녀차별금지법 제정 등 주요 여성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여사는 지금도 여러 사회단체의 명예회장직과 강연 활동 등을 소화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광주에서 열린 ‘세계여성평화포럼’의 명예위원장으로서 연설하기도 했다.DJ는 각종 정치적 행사에 거의 빠짐없이 이 여사를 동반하고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장애인의 날에 생각하는 장애인정책

    오늘 제27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편견 없는 마음을, 차별 없는 세상을’이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행사가 전국적으로 펼쳐진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중증 기초생활수급자의 장애수당과 부양수당 대폭 인상, 활동보조인제도 도입 등 참여정부 들어 장애인 관련 지원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돼 왔다. 하지만 장애인 취업률은 여전히 30%를 밑돌고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지수는 24점에 머무는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되기에는 극히 미흡한 수준이다. 장애인정책이 의료적 판단기준에 따라 등급과 지원서비스가 매겨지는 등 재활보다는 시혜와 동정 차원의 지원 관행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장애인 등급을 의료적 기준에서 직업능력과 사회활동능력을 기준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때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장애인이야말로 자활을 하려면 ‘맞춤형 서비스’가 절실하다. 무작정 자격증이나 요구할 게 아니라 장애인 본인의 능력에 맞는 교육과 직업훈련을 제공해야만 자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춘 개별 상담조차 없었다는 것은 장애인정책이 공급자 위주의 행정편의주의적인 정책이었음을 입증하는 단적인 사례다. 정부는 용역과 시범사업 등 준비과정을 거쳐 2010년부터 장애인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지만 가능하면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우리 사회가 함께 나선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 장애인이 불행한 나라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 [스포츠 라운지] 뇌성마비 수영선수 김지은

    [스포츠 라운지] 뇌성마비 수영선수 김지은

    그녀가 알려진 건 지난해 10월 울산에서 열린 장애인체전 4관왕에 오르면서다. 말간 피부, 맑은 눈동자, 오뚝한 코 등 ‘얼짱’의 자격을 두루 갖춘 용모 덕도 있었겠다. 하지만 12월 남아공에서 열린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선수권에 참가, 현재 세계랭킹 7위에 오를 정도로 그녀는 빼어난 실력도 갖췄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내년 베이징 패럴림픽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자맥질에 열심인 장애인 수영선수 김지은(24·신라대 체육학과 대학원)을 만나봤다. ●IPC 세계랭킹 7위… 미모에 실력까지 겸비 정말 예쁘다는 말에 그녀는 “얼짱이라고 봐주시니 고맙지요. 그런데 이젠 수영 실력으로 기억됐으면 해요.”라고 답했다. 어릴 적 1년 정도 배우다 ‘남들 눈에 띄는 게 싫어’ 그만둔 물에 다시 들어간 건 지난해 2월 남자친구 손에 이끌려서다. 김지은은 뇌병변 장애(뇌성마비, 뇌졸중, 뇌경색을 총괄하는 개념)를 갖고 태어났다. 지금도 걸을 때 다리가 꼬여 상당히 뒤뚱거리는 편이다. 어릴 때 곧잘 넘어져 아이들한테 놀림도 많이 받았단다. 짓궂은 사내애들은 뒤에서 그를 밀어 넘어뜨리기도 했고 그때마다 어머니가 속상할까봐 상처를 보듬고 울음을 삼킨 적도 많았다. 6살 연상의 태권도 사범인 남자친구는 재활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영을 권했고 이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불투명한 앞날과 ‘뭘 할 수 있겠느냐.’란 무력감에 가벼운 우울증세를 보이던 그의 일상도 달라졌다. 지은은 두 달 뒤 대구에서 개최된 장애인수영연맹회장배에서 우승(장애 7등급),7월 태극마크를 달았다. 선수로 뛰어든 지 1년도 안 돼 IPC 세계랭킹 7위에 오를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한 것. 자유형 50m 개인기록은 38초대.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세계기록(33초53)을 뛰어넘거나 적어도 메달권 진입을 이루고 싶은 게 꿈이다. 대구 연맹회장배 기록이 45초대인데 이만큼 당겨놨으니 무리한 목표는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휴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수영 2시간, 근력강화 훈련 2시간씩을 하고 그때마다 남자친구가 그의 손발이 돼 준다. 그녀는 “솔직히 제게 맞는 영법이 무언지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리고 하체로 힘이 제대로 전달 안 돼 어깨랑 팔만을 이용해 킥의 힘이 없는 게 진짜 고민”이라고 밝혔다. ●“박태환 선수처럼 전담코치 있었으면…” 그녀가 요즘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호주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18·경기고). 어느 날 박태환의 전담팀 기사를 읽던 어머니는 그녀에게 “그럼 네 남자친구는 혼자서 도대체 몇명 역할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 대표팀에서 합숙할 때 지도를 받기는 하지만 전담 코치에 대한 갈망이 클 수밖에 없다. 지은은 “태릉선수촌에라도 가서 유명한 감독님들께 짧은 시간이라도 조언을 듣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털어놨다. 남아공에서 자신보다 훨씬 기형 정도가 심한, 상상할 수도 없는 장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그리고 유명 스포츠용품을 몸에 두르거나 손에 들고 가족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으며 실력을 뽐내는 선진국 선수들을 바라보며 부러움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다른 나라 선수가 유니폼을 바꿔 입자고 하는데 손짓과 몸짓까지 동원해 ‘유니폼이 한 벌뿐이라 그럴 수 없다.’고 설명하느라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요.”라고 씁쓸하게 웃었다.“하지만 힘을 내야지요. 저보다 더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힘을 내시는 분들이 얼마나 더 많은데요.” 지은은 패럴림픽에서 메달 꿈을 이룬 뒤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장애인 체육교육을 전공,30대에 은퇴한 뒤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지은은 지난 4일 장애인이 대통령 면전에서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된, 청와대에서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서명 및 수요자 관점 업무보고대회’에 국민참여단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 프로필 ●출생 1983년 8월19일 부산생 ●체격 170㎝,48㎏ ●학력 부산 개포초-개금여중-대연정보고-영산대 디자인학과-신라대 대학원(체육학과) ●취미 피아노, 그림 그리기 ●경력 2006년 4월 대구 장애인수영연맹 회장배 우승.7월 장애인국가대표 선발.10월 울산 장애인체전 여자 S7(장애 7등급) 4관왕. 12월 남아공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선수권 참가. 현재 IPC 세계랭킹 7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