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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순의 낮꿈꾸기] ‘차별금지법’,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강남순의 낮꿈꾸기] ‘차별금지법’,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하는 차별금지법 개신교 보수단체 ‘동성애’ 이유 줄곧 반대 예수가 말한 ‘서로 사랑’은 원수까지 포함 연대 않고 ‘혐오’ 강화는 예수 정신에 위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 중요 ‘예수 믿는다’는 기독교인들 입법 앞장을2007년 이후 ‘차별금지법’ 입법이 여러 차례 시도되곤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입법이 시도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언제 입법이 가능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차별금지법’ 입법에 가장 큰 반대 세력은 개신교 그룹이다. ‘차별금지법’ 입법을 반대하는 개신교 그룹들의 논리는 매우 단순하다. ‘차별금지법’ 통과는 ‘하나님이 반대’하는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에이즈가 폭증’할 것이며, 따라서 이 ‘사회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이유이다. 이러한 개신교 보수 단체들은 ‘차별금지법’은 물론 ‘학생인권조례’ 제정까지 전국 곳곳에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주요 관심은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 금지 항목이다. 그런데 이들이 ‘동성애 반대’의 근거로 삼고 있는 성서에서, 정작 예수의 가르침에 관한 인용은 없다. 기독교를 태어나게 한 중심인물인 예수의 가르침에서 이러한 ‘동성애 혐오’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과연 있느냐는 물음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적 지향’을 근거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반(反)성서적’이고 ‘반기독교적’인 것인가. 1896년 미국 캔자스주 한 교회의 담임목사인 찰스 셸던은 ‘그의 발자취를 따라서: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설교집을 출판한다. 이 책은 셸던 목사가 매주 흥미로운 연속극처럼 쓴 설교 모음집이다. 이 책은 5000만 권 이상이 팔려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의 하나라고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책의 부제인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What Would Jesus Do)의 약자인 ‘WWJD’는 티셔츠, 팔찌, 스티커 등의 상품으로 등장했고 ‘WWJD 산업’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이 WWJD는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하여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예수는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둘째, 예수는 종교적 배경이나 성별 또는 장애 여부 등에 근거한 차별이나 혐오가 아닌, ‘모든’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을 가르친다. 예수는 ‘제자됨’의 증표가 무엇인가를 제시하는데, 그것은 바로 ‘서로 사랑’이다. 예수는 ‘당신들이 나의 제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증표는 바로 서로 사랑하는 것’(요한복음 13장 34~35)이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기독교인이라면 그들의 중대한 책임적 과제는 혐오가 아닌 ‘사랑의 원’을 구체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예수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이웃은 물론 원수까지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과제와 책임임을 역설한다. 그에게 ‘이웃과 원수 사랑’의 가르침은 다른 말로 하면 ‘모든’ 사람을 사랑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무조건적 사랑’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의 ‘서로 사랑’이란 무엇인가. 기독교 안에서 이 ‘서로 사랑’이라는 가르침은 식상할 정도로 상투화된 구호가 돼 버렸다. 교회에서 기도로, 예문으로, 설교로 이 가르침은 반복되고 암송되지만 정작 이 가르침이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어떠한 구체적이고 실천적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과 성찰은 부재하다. 책임적으로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 예수가 ‘서로 사랑’을 예수의 제자됨의 증표라고 할 때, 이 ‘서로’는 누구인가. 이 ‘서로’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기독교인 또는 이성애자뿐인가. 아니면 이슬람교, 불교 등 기독교가 아닌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성소수자들, 장애인, 여성, 고아,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도 포함되는가. 예수가 ‘이웃 사랑’만이 아니라 소위 ‘원수 사랑’도 해야 함을 가르칠 때, 이 ‘서로’란 결국 ‘모든’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둘째, ‘사랑한다’란 무슨 의미일까. 사랑의 행위는 낭만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회정치적 정황과 연계돼 있다. 이 사회의 주변부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의 조건이나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소수자’(the Least)들에게 환대와 책임적 돌봄을 하는 것을 예수는 소위 ‘최후심판’의 ‘기준’으로 제시한다(마태복음 25장).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 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에 근거한 그 어떤 차별도 금한다는 것이 그 주요 정신이다. 이 ‘차별금지법’의 정신은 예수의 ‘서로 사랑’의 정신, 그리고 ‘이웃은 물론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예수의 정신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어떠한 사회정치적 차별이나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도록 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는 사람과 연대하지 않고, 오히려 혐오를 강화하는 것은 예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이다. 성서는 ‘모든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지음받았다는 ‘존재론적 평등성’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창세기 1장 27절). 이러한 ‘모든 인간의 평등성’에 대한 이해는 ‘존재’라는 현대의 인권 사상을 실천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이다.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가 있는 건물 옆 공터에서 한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국가인권위 해체를 주장하며 시위를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 시위는 단상과 의자들이 놓여 있는 매우 계획적이고 조직화된 시위였다. 단상의 배경 플래카드에는 시위의 목표를 “대한민국 갉아먹는 국가인권위 즉각 해체하라”라고 집약해 놓았다. 주변에 놓인 플래카드나 피켓들을 통해 이들이 국가인권위 해체를 주요한 사명으로 생각하며 열성을 다해 매일 시위하는 기독교 단체임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시위장면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이날 시위현장에서 이들이 국가인권위 해체를 주장하는 근거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부추김으로써 국가 안보를 무너뜨리고 둘째, ‘맹목적 동성애를 옹호’함으로서 ‘청소년 에이즈 폭증’을 가져오며 셋째, ‘불법체류 난민 인권에는 버선발,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가 하는 일들은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적 용어로 하자면 대한민국에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자유, 평등,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일들이다. 기독교의 중심에 있는 예수는 특정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존귀한 존재로 바라보며 정의, 사랑, 환대, 책임의 삶을 살아갈 것을 가르치고 있다. 기독교인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어떻게 타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사는가’가 예수의 가르침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차별금지법’,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예수는 ‘모든’ 사람이 귀한 사람으로 존중되며, ‘모든’ 사람들의 삶에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세상을 위하여 소위 ‘죄인들과 다양한 소수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하는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아주 작은 출발점이다. 기독교의 중심인 예수 정신과 그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한다면, ‘예수를 믿는다’는 기독교인들이야말로 이 ‘차별금지법’ 입법에 앞장서야 한다. 오직 그러한 ‘서로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예수 믿는 이들을 보면서, 이 사회는 비로소 그들이 ‘예수의 진정한 제자’임을 알게 될 것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열린세상] 누구나 첫 투표는 이렇게 어렵나요?/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누구나 첫 투표는 이렇게 어렵나요?/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이 사람 얼굴 알아요.” 선거공보를 처음 제대로 본다는 그는 30대 초반의 발달장애인이다. 특수학교인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 유권자가 됐지만, 아무도 선거가 무엇인지 알려 주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 날 왜 사람들이 회사에 가지 않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20대를 그냥 보내고 장애인 복지관 시민인권 수업에서 ‘선거’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그 무렵 도착한 선거공보를 보게 된 것이다. 생애 첫 투표를 앞두고 그에게는 혼란스러운 일이 참 많았다. 살면서 그렇게 큰 우편 봉투는 처음 받아 보았다고 한다. 안에는 알록달록 인쇄물이 여러 개 있었는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한꺼번에 배달 온 것인지 신기했다’고 한다. 그 사진들을 하나 하나 넘겨 보다가 얼마 전 구청에서 있었던 행사에서 악수하며 자신을 끌어안던 한 남자(현재 구청장)의 얼굴을 알아본 것이다. 복지관 선생님들이 ‘투표는 우리나라를 위해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원래 어른이 되면 하는 것인데 어른이 되고도 한참 후에야 처음 하는 이 투표가 괜히 더 설?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투표소에서 기분 나쁜 일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아주 가까이 있는 것만 볼 수 있었던 시각장애인이 투표용지가 잘 보이지 않아서 동행인과 함께 투표하려고 했다가 혼이 났다고 한다. “괜찮아요. 잘하실 거예요.” 투표가 재미있을 것 같다며 잘해야겠다는 결심에 차 있는 그의 모습은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비장애인 중심의 투표소가 내뿜는 경직성과 권위주의가 걱정될 뿐이었다. 사실 지난 번 선거에서 한 뇌병변 장애인은 ‘걸음걸이가 온전치 못하다’(그렇기 때문에 온전한 판단을 할 수 없을 것이다)며 투표소에서 쫓겨났었다는 이야기를 전하지 못했다. 거소투표를 신청해 도착한 발달장애인들의 투표용지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신 투표하던 어느 시설의 대표 이야기는 더욱 할 수가 없었다. 개표가 모두 마무리되고 다음날 그에게 연락을 해 보았다. 그의 생애 첫 투표가 어땠을까 궁금했다. 힘없는 목소리기 전해 온다. “너무 어려웠어요.” 어떤 점이 제일 어려웠는지 물어보니 다시 이야기한다. “빈칸이 너무 많아요.” 정답이다. 종이도 빈칸도 너무나 많았다. 그해 받았던 투표용지는 7장이었다.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기초비례대표,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광역비례대표, 교육감을 전부 선출하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우편배달 온 선거공보를 7개로 나누어 기호 순서대로 분류하는 것도 꽤 복잡한 일이었다. 애초에 배달 올 때 그렇게 한 봉투 안에 일곱 더미가 왔었더라면 쉬웠을까? 어려운 한자어와 외래어로 채워진 글자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들이 가득 찬 선거공보 더미를 찬찬히 읽는 것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첫 투표이기에 어려웠을까? 발달장애인이라서 어려웠을까? 아니다. 이런 식이면 누구에게나 귀찮고 어려운 일일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 및 설비, 참정권 행사에 관한 홍보 및 정보 전달, 장애의 유형 및 정도에 적합한 기표방법 등 선거용 보조기구의 개발 및 보급, 보조원의 배치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공직선거 후보자와 정당은 ‘장애인에게 후보자 및 정당에 관한 정보를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정도의 수준으로 전달하여야’ 한다고도 적혀 있다. 대만 투표용지에는 선거포스터와 똑같은 후보자 사진이 인쇄돼 있다. 읽기 쉬운 선거공보, 접근하기 쉬운 투표소, 사진이 박힌 투표용지는 발달장애인을 넘어 노인, 글자가 어려운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018년 5월 발의된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 내년 총선은 또 이렇게 다가오고 있는데 말이다. 정국이 언제 멈출지 알 수 없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래도 ‘가을국회’는 열릴 것이다. 그에게 말해 주고 싶다. 첫 투표라서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이라서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부디 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블랙홀에서 살아남아 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
  • “조국은 소시오패스”…막말 국회 만든 ‘허수아비’ 윤리특위

    “조국은 소시오패스”…막말 국회 만든 ‘허수아비’ 윤리특위

    “정신병자” “벙어리”…여의도 막말 논란20대 국회 윤리특위 6월 종료…‘유명무실’ 지적의원 징계안 30여건, 심사도 징계도 無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을 놓고 여야 대치가 격화된 가운데 일부 의원들이 막말을 쏟아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장애인 혐오성 표현을 사용해 조 장관을 비판하면서 인권단체 등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한 탓에 혐오표현 논란이 해마다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대전’ 속 장애인 비하 논란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8일 “조국은 목표를 위해 정당성이나 합법성을 생각하지 않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라고 말했다. KBS 뉴스프로그램 ‘사사건건’에 패널로 출연해서다. 함께 나온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의했지만 “사과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같은 날 신상진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빨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신감정을 받으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자 1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 운명의 키를 쥐고 있는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관심 있는 의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꼭 권하고 싶었던 내용”이라고 밝히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박인숙 한국당 의원은 조국 장관에 대해 “정신병이 있다”, “인지능력 장애가 있고 과대망상증도 심하다. 이렇게 정신 상태에 이상 있는데 장관직을 수행하면 안 된다” 등 혐오성 발언을 쏟아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박 의원은 “조 장관의 잘못을 강조하려다 부적절한 표현을 하게 됐다”면서 사과했다. 이에 대해 정신장애인 대안언론 마인드포스트의 박종언 편집국장은 칼럼을 통해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면서 “이들의 발언에는 정신장애인이 무가치한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신장애인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희화화 하지 말라”고 밝혔다. ●여의도 ‘막말’ 백태 정치권에서 조롱 목적으로 장애나 질환과 관련된 혐오표현을 사용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 대책을 비판하면서 ‘벙어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황 대표는 8월 7일 한국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에는 국무회의를 생중계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의원은 이와 관련 “언론은 벙어리를 장애인 비하라고 시비 건다.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쳐다보는 외눈박이 세상이 됐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또다시 논란을 빚었다. 사전적 의미로 벙어리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외눈박이는 ‘한쪽 눈이 먼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을 뜻한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이 잇따르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인권단체는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장애인을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이야기하는 기만적인 행위를 더는 용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는 장애를 이유로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국회 윤리특위 종료…3년간 징계 ‘0건’ 시민사회의 비판에도 매년 국회의원의 막말 논란이 반복된 탓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리특위는 지난 6월 말 활동이 종료됐다. 여야 합의로 윤리특위가 비상설위원회로 전환되면서 특위 운영기한이 연장되지 않아 중단된 것이다. 지난 3년간 윤리특위의 징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활동 종료 당시 의원 징계안 38건이 올라와 있는 상태였지만 심사도 징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끝났다. 38건의 징계안에는 ‘5.18 망언’을 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달창’이라고 비하한 나경원 원내대표, 외교기밀을 유출한 강효상 의원,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서영교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이 포함됐다. 윤리특위의 활동이 끝나면서 이 징계안들은 소관 상임위 없이 방치된 상태다. 상설 운영됐던 19대 국회의 윤리특위도 유명무실하긴 마찬가지였다. 의원 징계안 39건 중 철회된 6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여야는 윤리특위 재구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파행이 이어져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윤리특위 상설화 등 국회의원 윤리 의무를 강화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온라인 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육 개혁’ 천명한 정부에 ‘대학 서열화’ 해소 요구 커져 … ‘국공립대 네트워크’ 주목

    ‘교육 개혁’ 천명한 정부에 ‘대학 서열화’ 해소 요구 커져 … ‘국공립대 네트워크’ 주목

    정부가 ‘교육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고교 서열화와 대입 공정성 논란의 근본 원인인 ‘대학 서열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어서 공약 이행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어떤 대학 간판을 따느냐에 따라 취업 시장에서의 유불리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소위 명문대 입시의 공정성 요구는 입시를 어떻게 바꿔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모의 직업과 경제력, 사회적 지위에 따라 교육의 불평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입시제도를 도입해도 공평한 기회로 작용하거나 결과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 국장은 “입시에서 변별력을 요구하고 점수 위주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근본 원인인 대학 서열 체제와 채용시장의 불공정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시급히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 역시 성명서를 통해 “‘출신대학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학벌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지난 대선에서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공약으로 내걸어 대학 서열화 해소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공약은 전국의 국공립대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공동 운영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기능·분야별로 특화하고, 경쟁력을 상향 평준화해 수도권 주요 대학 위주의 대학 서열화를 완화한다는 구상이었다. 이같은 구상은 국공립대들이 공동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학위도 공동으로 수여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정부 출범 뒤 추진된 국공립대 네트워크는 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과 교원 교류, 실험실습기자재 공유, 공동 교육혁신센터 구축·운영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정부의 국공립대 네트워크 정책에는 입학전형을 통합하고 공동학위를 수여하는 내용이 없이 공동 교육과정에 국한됐다”면서 “대학 서열 완화보다 대학 안팎의 교류 협력을 유도하는 재정지원사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권 초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상이 ‘서울대 폐지론’으로 비화되며 동력을 얻지 못한 탓이다. 송 정책위원은 “문 대통령의 교육 개혁 주문으로 국공립대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있겠지만 정부의 사업은 이와 거리가 멀다”면서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해 정책의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檢 개혁에 靑 명운” “청년 가슴 찢어져”… 조국 대전 계속된다

    “檢 개혁에 靑 명운” “청년 가슴 찢어져”… 조국 대전 계속된다

    사퇴 요구했던 경실련 “개혁 메시지 필요” 檢 비판했던 참여연대 “찬반 의미 없어” 청년단체 “청년 문제 행동으로 보여야”성소수자 “학자 시절 인권 감수성 실종”여성단체 “미투 법제도 개선 건의할 것”조국 법무부 장관이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9일 임명된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는 것만이 국민 지지를 회복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를 이유로 장관에 임명된 만큼 학자 시절부터 꾸준히 주장해 온 권력기관 개혁을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여성단체와 성소수자 단체 일각에서는 “조 장관이 소수자 인권 보장에 대해 후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사청문회 이후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검찰개혁 과제를 어떻게 완수할지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철한 경실련 정책실장은 “조 장관이 적임자이고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의 설명을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임명 후 조 장관이 얼마나 검찰개혁을 추진할지 분명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으면 잃어버린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던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은 “이미 임명된 이상 ‘찬반’을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검찰의 수사 선상에 있는데도 장관으로 임명한 만큼 청와대는 명운을 걸고 검찰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 딸의 대입 특혜 논란을 비판했던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조 장관이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장관이 된 만큼 행동으로 보여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 장관을 검찰에 고발한 이종배 사법시험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대표는 “조 장관 임명은 공정 사회를 갈망한 청년들의 가슴을 찢은 결정”이라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부라고 믿었던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조국 퇴진 운동을 계속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소수자 인권에 대한 퇴보적인 입장이 정책에 반영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동성혼 허용은 시기상조이며, 차별금지법은 단계적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조 장관의 발언이 학자 시절 인권 감수성에 못 미친다고 봐서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은 논평에서 “동성애자들이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혼인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중대한 법적 차별의 문제이며, 법무부 장관이라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라며 “그러나 ‘동성혼은 아직 이르다’는 답변에서 어떠한 고민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들은 조 장관이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과잉범죄화로 보는 것을 우려했다.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처벌하는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 조 장관은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또 만 13세 미만과의 성관계는 합의에 의한 것이라도 처벌하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높이는 방안도 과거 기고문에서 반대 의견을 내놨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두 이슈에 대해서는 미투 운동 이후 법 제도 개선과 관련한 면담 요청 등 여성단체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과하다는 조 장관의 인식을 우려한다”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범죄를 특정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성차별 문제 해결에 법무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사라예보서 사상 첫 ‘게이 프라이드 행진’…보수단체 맞불집회

    사라예보서 사상 첫 ‘게이 프라이드 행진’…보수단체 맞불집회

    유럽 발칸반도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게이 프라이드 행진이 열린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행진인 만큼 폭력사태에 대한 위험도 제기되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8일 AP통신은 전날 수도 사라예보에서 수백여명의 시민들이 ‘전통적인 가족 가치’라는 기치를 내걸고 게이 프라이드 행진에 반대하는 도심 행진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는 조용히 마무리됐으나 이튿날인 8일 열리는 게이 프라이드 행진에 맞불집회를 열 예정이라 충돌이 벌어질 위험도 있다. 경찰은 게이 프라이드 행진이 무사히 진행될 수 있도록 경찰을 1000명까지 증원한다고 밝혔다. 게이 프라이드 행진 주최 측은 두려움 속에서도 ‘Ima Izac’이라는 제목의 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밝히는 것을 의미하는 ‘커밍아웃’을 뜻한다. 500여명의 시민들이 행진에 참석할 것으로 추정된다. 발칸반도 국가 중 게이 프라이드 행진을 열지 못한 곳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밖에 없다. 동성 간 성행위를 합법으로 규정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긴 했으나 여전히 정치 원로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극단적인 보수주의 단체의 공격에 대한 우려도 크다. 보스니아계-크로아티아계 연방(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세르비아계 공화국(스릅스카 공화국)으로 구성된 1국가 2체제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정치 체제가 매우 복잡하다. 종교적으로도 이슬람교(51%)와 정교회(31%), 가톨릭(15%) 등으로 분화돼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청각장애인과 세상 잇는 수어, 보편적 언어 정착 필요”

    “청각장애인과 세상 잇는 수어, 보편적 언어 정착 필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지난 4월 특별한 통역이 등장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장애인의 영화 관람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자리였다. 추 의원은 당시 “앞으로 항상 수어(수화언어) 통역을 함께 진행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정론관에 설 때면 수어통역사이자 장애인 인권활동가인 김철환(54)씨 등 3명이 수어 통역을 한다. 29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인 김씨를 국회에서 만났다. 김씨는 “수어 통역이 전문 분야는 아니고 1990년대에 장애인 인권 상담을 하기 위해 수어와 점자를 배웠다”며 “당시 청각장애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소통이 되니 서너 시간씩 대화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11년 영화 ‘도가니’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계기로 수어가 보다 보급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인화학교 사건을 불통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바라봤고, 이후 소수 언어가 보편적인 언어의 지위를 갖게 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수어를 보편적 언어로 정착시키는 운동을 펼치면서 처음에는 청와대가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며 “청와대가 시작하면 다른 공공기관에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청와대에 이어 국회가 두 번째 목표였는데 추 의원이 용기를 냈다”며 “한 번 하고 말 줄 알았는데 계속 부르더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회의나 기자회견을 하면 자막이 없어 청각장애인들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며 “특히 장애인 복지 현안에 대한 내용인 경우에 정작 복지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이 ‘저게 무슨 내용이냐’고 묻는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활동하는 단체와 한국농아인협회, 추의원은 국회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해 달라고 지난 7월 청원을 했다. 장애인 복지 관련 기자회견에 수어 통역 배치를 의무화하고 보건복지위원회부터 단계적으로 상임위 회의에 수어 통역을 제공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글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사진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장애인 비하는 차별… 표현 신중히” 문희상, 의원 모두에게 당부 서한

    “장애인 비하는 차별… 표현 신중히” 문희상, 의원 모두에게 당부 서한

    문희상 국회의장은 20일 “그 누구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과 정치인은 마땅히 장애인과 관련된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최근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일부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발언에 대한 관리·감독을 국회의장이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며 “이와 관련해 문 의장이 오늘 여야 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서한에서 “본의 아니게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께 큰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국회 수장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명시한 헌법 조항과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언급했다. 문 의장은 “평소 언어 습관대로 무심결에 한 표현들이 장애인과 그 가족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언어폭력이자 차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존중은 바르고 고운 말의 사용에서부터 출발한다”며 “격조 있는 언어 사용으로 국회와 정치의 품격을 지켜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앞서 장애인 단체는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쏜 발사체에 대힌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며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문희상 의장 “의원들, 장애인 관련 표현 신중해야” 당부

    문희상 의장 “의원들, 장애인 관련 표현 신중해야” 당부

    문희상 국회의장은 20일 “그 누구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과 정치인은 마땅히 장애인과 관련된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최근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일부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발언에 대한 관리·감독을 국회의장이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며 “이와 관련해 문 의장이 오늘 여야 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문 의장은 서한에서 “본의 아니게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께 큰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국회 수장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명시한 헌법 조항과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언급했다. 문 의장은 “평소 언어 습관대로 무심결에 한 표현들이 장애인과 그 가족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언어폭력이자 차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존중은 바르고 고운 말의 사용에서부터 출발한다”며 “격조 있는 언어 사용으로 국회와 정치의 품격을 지켜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앞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쏜 발사체에 대힌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며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성소수자 향한 혐오와 폭력…연극 ‘래러미 프로젝트’ 한국 무대로

    성소수자 향한 혐오와 폭력…연극 ‘래러미 프로젝트’ 한국 무대로

    성소수자 증오범죄를 고발한 미국 유명 연극 ‘래러미 프로젝트’가 한국 무대에 오른다. 원작의 문제의식에 답보 상태인 차별금지법 등 현재 한국 사회 저반에 깔린 혐오 정서 등 우리 사회 상황에 맞게 재해석했다. 극단 북새통은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주목하는 프로젝트 ‘플랜큐’(PlanQ)의 첫 작품으로 연극 ‘래러미 프로젝트’를 오는 22~25일 강남씨어터, 9월 5~15일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한다.‘래러미 프로젝트’는 1998년 미국 북서부 와이오밍주 래러미에서 실제 발생했던 성소수자 증오 살인범죄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당시 대학생이던 매슈 셰퍼드는 두 명의 남성에게 잔혹하게 폭행당한 뒤 마을 외곽에 묶인 채로 발견됐으나 병원에서 숨졌다. 가해자가 밝힌 폭행 이유는 “그가 동성애자라서”였다. 이 사건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고, 증오범죄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 미국에서는 극단 텍토닉 씨어터 프로젝트가 오랜 사건 인터뷰를 통해 2000년 처음 연극 무대에 올렸다. 19년 전 미국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현재 한국 사회와도 다각적으로 연결된다. ‘일베’와 ‘메갈’ 등으로 대변되는 남녀 서로를 향한 ‘젠더혐오’에 여전히 성적 다양한 지향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폐쇄적인 문화, 그리고 총선 표를 계산해 차별금지법 통과를 막고 있는 정치권까지.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남인우 연출은 단순한 원작 재현이 아닌, 우리 현실에 기반해 원작을 변주하기 위해 많은 토론과 연구·조사를 진행했다. 한편 극단 북새통의 프로젝트 ‘플랜큐’는 이번 연극 외에도 젠더와 장애 등 사회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리얼돌’은 인형이라 괜찮다고요?…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리얼돌’은 인형이라 괜찮다고요?…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요즘 ‘리얼돌’이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제작된 리얼돌 수입을 금지한 세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지난 6월 대법원이 확정했습니다. 문제가 된 리얼돌은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형태와 크기로 만들어 졌습니다. 이후 한 리얼돌 판매 대행업체가 ‘사용자가 원하는 얼굴로 리얼돌 얼굴을 제작할 수 있다’고 공지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여성들은 분노했고,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청원 시작일로부터 한 달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얼돌을 찬성하는 남성들은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은 단순한 남성용 성기구에 불과하고, 리얼돌을 사용하는 개인의 성적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리얼돌이 여성용 성기구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실제 인물의 얼굴이 아닌 리얼돌은 괜찮다고 주장합니다. 남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도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얼돌의 모사 대상으로 표적화된 여성들은 일상에서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와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또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남성다운 일’로 여기고 일종의 놀이로 소비하는 사회에서 리얼돌은 단순한 인형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두 페미니스트 철학자,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와 윤지선 작가 겸 독립연구자를 통해 리얼돌 논란을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리얼돌 금지가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고요?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의 수입을 금지한 인천지법(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전체적인 모습에서 실제 여성의 신체 부위와 비슷하게 형상화돼 있다”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서울고법(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취소하며 다음 헌법재판소 판례를 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성기구는 인간이 은밀하게 행하기 마련인 성적 행위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런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 이를 근거로 리얼돌의 금지는 개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김지영 교수는 성적 자유를 침해받는다는 그 ‘개인’이 누구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즉 여기서 ‘개인’은 남성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 윤김지영 교수의 말입니다. “성적 욕망의 주체를 남성으로만 설정하고 있는 남성 지배 문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여성은 남성의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신체 형상이 남성에게 특화된 성기구로 전락한 이 위계적 현실이야말로 여성들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사람의 형상 전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표현하는 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신체를 폄하하고 상품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신체의 고유한 속성이 파괴되는 것을 볼 때 그것이 내 신체와 아무런 관계가 없더라도 폭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인간의 은밀하고 사적인 성 활동과 성기구 사용에서도 인간 신체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할 여지가 있고 여성 혐오적인 요소가 부각된다면 타인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국가가 엄연히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얼돌이 여성용 성기구와 차이가 없다고요? 리얼돌 수입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국내 업체는 리얼돌이 “여성의 성기 모습을 단순화한 남성용 자위기구로서 기능적인 측면에 중점을 뒀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얼돌 논란을 다룬 기사들에서도 ‘여성용 성기구가 있는 것처럼 리얼돌도 남성용 성기구에 불과하다’는 댓글이 상당수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여성용 성기구인 ‘딜도’와 리얼돌은 같을 수 없다고 윤김지영 교수는 지적합니다. “딜도는 남성 성기와 유사한 모양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색상과 조명, 바이브레이션(떨림) 기능, 온도조절 기능, 자동세척 기능 등을 갖추면서 남성의 신체 형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바이브레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여성용 성기구는 리얼돌이 추구하는 인간 신체 형상의 완벽한 재현과는 거리가 멉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남성용 자위기구는 여성 신체와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가격대가 높아지는 반면 여성용 자위기구는 남성 성기가 갖지 않은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수록 가격대가 높아진다”면서 “이런 차이를 통해서도 여성의 성기구는 남성 신체에 대한 통제력을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남성용 성기구인 리얼돌은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력, 통제력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성기구는 인간의 성적 감도를 다각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인간 형상의 사실적인 모사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면서 “리얼돌은 여성의 성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여성이라는 존재를 성적 기능으로 환원하고,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서 여성을 인지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실제 인물의 얼굴을 하지 않은 리얼돌은 괜찮다고요?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만들면 초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리얼돌을 판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얼굴 주문 제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제 인물의 얼굴로 제작하지 않은 리얼돌의 유통은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윤김지영 교수는 리얼돌이 타인의 얼굴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핵심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설령 실제 인물의 얼굴을 본뜬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성적 행위들을 실현하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이 남성용 리얼돌의 판매 목적”이라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불법촬영, ‘지인 능욕’(실제 인물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사진), ‘딥페이크 포르노’(인공지능 기술로 특정인의 사진을 기존 포르노그래피에 정교하게 합성해 만든 영상물)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리얼돌을 통해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범죄자들이 불특정 다수의 실제 여성 사진을 무작위로 수집해 딥페이크 포르노나 지인 능욕 등 사이버 성범죄에 이용하고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처벌되거나 통제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또 몇몇 남성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리얼돌을 성적으로 이용한 콘텐츠를 ‘강간인형 사용 후기’라는 자극적인 해시태그를 걸어 영상으로 유포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리얼돌도 실제하는 여성을 표적해 능욕하는 범죄 도구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2심 재판부는 리얼돌의 얼굴, 유두, 성기 부분(이하 별도 부분)은 이에 해당하는 각 제품을 소비자가 별도로 구매해 리얼돌에 탈부착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별도 부분이 리얼돌보다 표현의 구체성 수준이 높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별도 부분의 향후 주문 제작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2심 재판부, 그리고 2심 판결을 확정한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는 현실을 간과했다고 윤지선 연구자는 비판합니다. ■여성용 리얼돌을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요? 이런 주장은 리얼돌 판매에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윤김지영 교수는 말합니다. “여성들을 위해 남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존재하려면 그만큼의 수요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리얼돌은 남성용으로 제작되는 걸까요? 남성을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대상화한 역사가 여성들에게는 없습니다. 그 반대의 역사가 있었을 뿐입니다. 오랫동안 남성들에게 여성의 몸은 아동,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매순간 성적 품평과 성적 대상화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강간 문화’(남성들의 성적 공격성을 장려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신념·환경을 가리키는 말)에 대한 해체 의지가 리얼돌을 반대하는 목소리로 나타난 것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도 “남성의 신체를 본뜬 여성용 리얼돌을 만든다고 해서 인간 몸의 온전한 이미지가 훼손되는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성을 남성의 성욕을 해소해주는 존재로 규정해온 성차별 구조가 여성용 리얼돌의 판매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장애인 등 성소외자를 위해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모든 장애인의 성에 관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장애인은 이를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는 ‘성에서의 차별 금지’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장애인에 대하여 장애를 이유로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조항대로라면 장애인 등 성소외자에게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윤지선 작가는 리얼돌을 성기구로 인정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리얼돌이 성소외자의 성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성적 욕구는 기존의 자위기구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습니다. 또 남성 노인이나 남성 장애인들은 때로 성매매를 통해 성욕을 일방적으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성 노인, 여성 장애인들은 무성적 존재로 치부돼 그들의 성적 욕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남성들의 성적 침해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리얼돌의 사용이 단순히 성소외자의 성적 쾌감을 충족하는 문제를 넘어 성적 권력을 경험하고 싶은 남성들에게 과연 어디까지 성적 자유를 허용할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이번 리얼돌 논란이 “‘여성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남성의 성적 행위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여성의 인권과 자유는 왜 남성의 성적 자유를 위해 희생돼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총평했습니다. “리얼돌은 단순한 성기구가 아닙니다. 인형은 사랑받는 대상이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훼손과 대체, 폐기가 가능합니다. 이런 취약성이 지금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위상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리얼돌 문제가 앞으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섹스로봇’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시야를 확장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사만다’, ‘하모니’, ‘록시’ 등 다양한 섹스로봇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 파트너의 부재를 사람이 아닌 리얼돌, 섹스로봇과 같은 인공물이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감정, 욕망을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 존재의 축소를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윤지선 연구자는 말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정치인들 잇따른 비하 발언에 멍든 장애인들 “황교안 사과하라“

    정치인들 잇따른 비하 발언에 멍든 장애인들 “황교안 사과하라“

    장애인단체 “‘벙어리’ 표현은 언어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정치인들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 지속장애인단체들이 ‘벙어리’ 발언으로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8개 장애인 단체는 9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벙어리’라는 표현은 언어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며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 행위이며 법률 위반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농인(聾人)이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황 대표가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것은 농인을 무시한 것”이라며 “황교안 대표는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강석화 한국농아인협회 부회장은 “35만명의 농인을 대표한 한국농아인협회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황 대표는 즉시 사과하고 장애인 인권을 무시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운 개인 대의원은 수화를 통해 “벙어리, 병신 같은 장애인 비하 표현이 예전에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였다”며 “누군가를 조롱할 때 장애인 비하 표현이 사용되면 나에게 하는 말 같이 느껴져서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에는 국무회의를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들은 공적인 위치에 있는 정치인들의 낮은 인식수준에 분노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지난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또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비하 발언을 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바 있다”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그것도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과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비롯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는) 장애인 인권교육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하는 기준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2014년 ‘벙어리’, ‘귀머거리’, ‘장님’ 등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표현을 언론보도 등 공적 영역에서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이러한 표현이 특정 장애인을 비하해 사회적 평판 하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지라도, 불특정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편견을 심화할 수 있어 인간 고유의 인격과 가치에 대해 낮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하라” 장애인 차별 구제소송 기각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하라” 장애인 차별 구제소송 기각

    장애인들 “리프트는 살인기계…안전한 엘리베이터 설치해달라”장애인들이 지하철역에 위험한 휠체어 리프트 대신 안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최병률)는 14일 이원정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등 지체장애인 5명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 구제 청구소송을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씨 등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서울 지하철역인 신길역, 영등포구청역, 충무로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구산역 등에 있는 휠체어 리프트 시설을 철거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현재 해당 역에는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돼 있으나, 추락 위험이 높아 장애인 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은 2017년 10월 지체장애인인 고 한경덕씨가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면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다 계단 아래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 이후 리프트의 위험성을 계속 강조해 왔다. 이씨 등은 판결 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을 이용할 때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면 엘리베이터에 비해 2~3배 이상 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리프트가 멈춰 1시간 이상 공중에 떠있거나 휠체어가 뒤로 쏠릴 때도 많다”면서 “리프트로 인한 공포와 어려움을 줄이려고 소송에 참여하게 됐는데 결과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소송을 함께한 사단법인 두루의 최초록 변호사는 “소송 시작부터 원고들이 바란 것은 ‘동선 확보’ 단 한 가지다.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이라며 “비장애인에게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 장애인에게 적용 안 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사설] 여성인권·민주화 운동가 이희호 여사를 떠나보내며

    한국 여성운동의 초석을 다지고,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에 헌신해 온 이희호 여사가 그제 밤 97세를 일기로 소천했다. 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전에 선구적인 여성인권운동가였고, 투철한 신념의 민주 투사였으며, 포용의 가치를 실천한 평화운동가였다.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로 고인의 업적을 기리며 깊은 애도를 표할 정도로 그가 대한민국 현대사에 남긴 발자취는 넓고도 뚜렷하다. 미국에서 유학한 고인은 1950년대 여성문제연구원 창립을 주도하고, 대한YWCA연합회 총무로 활동하면서 남녀차별 철폐 등 여성인권 신장에 힘을 쏟았다. 1962년 정치인 DJ와 결혼하면서 민주화 투쟁에도 적극 나섰다. 정치인 아내로 내조에 그치지 않고, 가장 든든한 정치적 동지이자 후원자를 자처했다. 1971년 대선 때 “제 남편이 대통령이 돼서 만약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 타도하겠다”고 했던 연설은 유명하다. DJ가 1997년 4수를 결심하도록 이끈 이도 고인이었다. DJ의 당선으로 여성인권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여성부 창설의 모태가 된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출범했고, 가정폭력방지법과 남녀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 여성의 공직 진출도 확대됐다. 고인은 DJ 퇴임 이후 2011년, 2015년 두 차례 북한을 공식 방문해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조성에도 힘을 보탰다. 고인은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과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살기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현장에 서 있었고, 이후 수없이 남북 관계가 부침을 겪는 과정을 지켜봐 온 고인이기에 한반도 평화통일의 염원에 대한 무게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정치 대립이 심화되고, 사회 갈등과 분열의 골이 깊어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라’는 메시지가 주는 울림도 작지 않다. 여성인권, 민주화, 평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동시대를 사는 모두의 과제이고, 책임일 것이다. 고인이 평생 동지이자 반려자였던 김 전 대통령의 곁에서 영면하길 기원한다.
  • “아내를 밟는 자, 나라를 밟는다”… 파격의 ‘1세대 페미니스트’

    “아내를 밟는 자, 나라를 밟는다”… 파격의 ‘1세대 페미니스트’

    “유복한 환경이 빚”이라며 여성차별 반기 혼인신고 캠페인·여성부 창설에도 기여 근로여성 조사로 차별적 대우 철폐 운동 ‘암탉’ 등 생활 속 여성 비하 언어 없애기 남녀상속 차별 없애는 가족법 개정까지지난 10일 별세한 이희호 여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반자이자 부인이기 이전에 한국에서 여성 인권 운동의 문을 연 ‘1세대 페미니스트’였다. 유복한 가정환경이 ‘빚’이었다는 이 여사는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국내에 알려지기도 전에 가부장제에 맞서고 여성의 권리를 외쳤다. 이 여사가 주도한 여성 운동은 지금은 당연하지만, 당시엔 파격이었다. 대표적인 게 ‘혼인 신고를 합시다’ 캠페인이다. 당시에는 결혼하고도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아 뒤에 들어온 첩 때문에 본처가 호적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여사는 1959년 한국 YWCA(당시 대한YWCA연합회) 총무를 맡으면서 전국 YWCA에 포스터를 보내고, ‘첩을 둔 남자를 국회에 보내지 말자’, ‘아내를 밟는 자 나라 밟는다’ 같은 플래카드를 만들어 거리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또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 이태영 박사, 여성 교육자 황신덕 여사, 헌정사상 첫 여성 당대표 박순천 여사 등과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회를 결성하고 남녀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연구회는 여성법률상담소를 설치해 억울한 여성들의 동반자가 됐고, ‘근로 여성 실태조사’를 실시해 여성의 노동환경 개선,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이 여사는 연구회장 시절인 1968년 ‘직업여성 세미나’를 열고 여성 직장인들이 겪는 차별을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발표문은 “여성들의 직장 진출이 눈부신 현재에도 남녀 임금 차이, 결혼 즉시 퇴직 등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대우가 여전히 여성에게 가해지고 있다”면서 “최소한 노동법상 규정된 보호 조항이라도 지켜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회에서 이 여사가 시작한 차별 철폐 운동은 1989년 가족법 개정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개정안은 모계·부계 혈족을 모두 8촌까지 인정하는 등 친족 범위의 남녀 차별과 남녀 상속 차별 등의 내용을 없앤다는 게 골자였다. ‘아내의 권리가 남편과 같고, 딸의 권리가 아들과 같다’고 천명한 가족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여성은 비로소 남편이나 아들에게 종속된 상태에서 벗어나 남성과 동등한 권리 주체가 됐고, 이는 2000년대 호주제 폐지 운동으로도 이어졌다. 이 여사는 제도뿐 아니라 일상 속에 녹아 있는 남성 중심주의를 타파하려고 애썼다. 그는 자서전 ‘동행’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남자는 도둑질 말고는 뭐든지 해도 된다’ 등 무심코 던지는 말 가운데 여성비하가 많다”면서 “이 원인은 가부장제”라고 썼다. 이 여사의 활동은 김 전 대통령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내가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한 것은 아내의 조언 덕이었다”고 수차례 밝혔다. 국민의 정부 시절 여성부가 창설되고, 여성부와 문화관광부, 환경부, 보건복지부에서 4명의 여성 장관이 나온 것도 이 여사의 노력과 관련이 깊다. 가정폭력방지법, 남녀차별금지법이 시행된 것도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여성단체들은 11일 성명문을 발표하고 고인을 애도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이 여사께서 협의회 이사로 계셨던 1961~1970년은 전쟁 후 3·15 부정선거를 비롯한 여러 정치 사건이 벌어졌고, 뿌리 깊은 성차별이 남아 여성단체가 싸워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면서 “여사님이 있어 대한민국 여성운동이 지금과 같은 성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장애인·고령자는 이용하기 어려운 웹사이트

    웹사이트 4개 중 3개는 장애인과 고령자 등 정보 취약계층이 이용하기 어렵게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민간 웹사이트 1000개를 대상으로 접근성 실태를 조사한 결과 ‘미흡’ 평가를 받은 곳이 743개에 달했다. 국가표준인 ‘한국형 웹콘텐츠 접근성 지침’에 따라 평가한 것인데 95점 이상이면 ‘우수’, 75점 이하는 ‘미흡’으로 분류된다. 1000개의 평균 점수는 66.6점으로 2017년 61점보다는 소폭 올랐다. 산업 분야별로 보면 공인중개사 홈페이지가 주를 이루는 부동산·임대업이 평균 62.1점으로 접근성이 가장 떨어졌다. 반면 은행과 보험사들의 홈페이지를 평가한 금융·보험업은 평균 77.9점으로 가장 높았다. 산업군 중 70점을 넘긴 곳은 금융·보험업이 유일하다. 조사 항목 중에서는 웹페이지 내 그림의 의미나 용도를 음성낭독 등으로 설명해 주는 ‘대체 텍스트 제공’이 가장 저조했다. 시각장애인들이 홈페이지 내용을 이해하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활용하는 보조 수단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마우스 조작이 힘든 사용자를 위해 키보드만으로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키보드 사용 보장’도 미흡한 항목으로 꼽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보면 웹사이트는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제재 조항은 없는 실정이다. 과기부는 각 사이트에 평가 점수를 통보하는 한편 점수가 저조한 곳에는 접근성 개선을 위한 컨설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무지갯빛으로 물든 서울 광장···’,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무지갯빛으로 물든 서울 광장···’,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1일 오후 국내 최대 성소수자 문화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0회째를 맞이해 서울광장에서 성대히 열렸다. 퀴어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는 오후 4시부터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입구, 종각, 광화문 광장을 돌며 행진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행사 초기엔 성 소수자들의 문화축제로 한정된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해가 지날 수록 성소수자들에 대한 국민 인식이 많이 개선돼, 보다 조직적이고 활발한 축제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날도 성소수자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 시민들도 축제를 응원하기 위해 시민광장을 찾았다. 퀴어축제의 상징인 무지개색을 이용한 화장과 옷차림을 한 시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광장 곳곳에는 성소수자 인식개선을 촉구하는 여러 기관과 단체 부스 74개가 설치됐다. 국내 인권단체와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캐나다 등 주요국 대사관이 참여했다. 또한 구글코리아를 포함해 여러 기업들과 정의당, 녹색당 등 정당들도 부스를 꾸렸다. 강문민서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기획단장 “각자가 가진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이 다르지만 그 다름이 무지개를 이루는 것처럼 각자의 빛깔을 지닌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부스 체험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비록 제한된 공간이지만 축제를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날 축제에 참여한 시민 민서영씨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소수자들을 포함한 모든 소수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힘껏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를 제외한 불교계, 천주교 관계자들도 참여해 성소수자들의 성평등권을 지지했다. 조계종 시경 스님은 “이곳에 스님이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거 같다“며 ”우리 사회는 소외받고 불이익 받는 사람들이 많은 데 성소수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고 참여 의미를 밝혔다. 하지만 도로 하나를 두고 반대편에서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맞불집회도 어김없이 열렸다. 대한문 광장과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가 진행됐다.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수연씨는 “동성애는 분명 다수의 문화는 아니다. 그 속엔 어두운 부분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 그런 것들은 얘기하지 않고 너무 아름답게 미화하고 포장만 하고 있다”며 “학부모의 입장에서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나오게 됐다”고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성평등 NO, 양성평등 YES’ 등이 적힌 팻말과 플래카드를 들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대한문과 세종로사거리, 주한미국대사관, 세종문화회관, 숭례문 등을 거치는 퀴어퍼레이드에 맞서 러플퍼레이드를 진행하기도 했다. 경찰 또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규모 경력을 투입했고 이날 큰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았다. 글 박홍규, 김민지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손진호,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기자 nasturu@seoul.co.kr
  • “시·청각 장애인 위해 한국영화도 자막·화면 해설 제공해야”

    “시·청각 장애인 위해 한국영화도 자막·화면 해설 제공해야”

    국가인권위, 문체부 장관에 의견 전달시·청각 장애인을 위해 한국영화에도 자막이나 화면 해설 등이 제공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21일 인권위에 따르면 청각장애인 A씨는 2017년 5월 영화관을 찾았지만 자막 지원이 되지 않아 한국영화를 보지 못해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영화관은 “배급사로부터 제공받은 영화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시·청각 장애인의 한국영화 향유권 보장을 위해 영화 자막과 화면해설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영화관을 대상으로 제기된 인권위 진정 사건이 모두 14건이나 있었다. 이중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300석 이상 규모 영화관만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문화·예술사업자’로 규정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진정도 있었다. 인권위는 관련 진정들이 대체로 법을 만들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각하 또는 기각으로 사건을 종결해왔다. 하지만 인권위는 한국영화 향유권을 보장해달라는 시·청각 장애인의 요청이 많아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번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가가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해 필요한 기술·행정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시·청각 장애인의 한국영화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두려움 벗어던진 6만명…벗지 못한 혐오의 색안경

    두려움 벗어던진 6만명…벗지 못한 혐오의 색안경

    2000년 성소수자 50명 첫 퍼레이드 “축제엔 존재 자체 축하하는 의미 담겨” 가족 참가… 공동체 일원 수용 넓어져 5년 전 동성애 반대 집단서 행진 반대 행사 커질수록 혐오와의 전쟁도 커져가을비가 내리는 대학로에 우산을 받쳐 든 시민 50여명이 행진하고 있다.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과 얼굴을 드러낸 사람들은 손에 무지개색 현수막을 나눠 들었다. 현수막에는 ‘무지개 2000’이라는 낯선 이름 아래 ‘한국성적소수자(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2000년 9월 9일 한국에서 처음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 모습이다.조촐하게 문을 연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올해 스무살이 됐다. 올해 축제는 서울광장에서 21일부터 6월 9일까지 열린다. 50명으로 시작한 작은 축제는 지난해 6만명(경찰 추산 1만 5000명)이 참여하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또 존재감도 커졌다. 축제가 열릴 때마다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돼 성소수자를 둘러싼 논쟁들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지난 20년간 축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한국 사회에 남긴 의미와 과제를 짚었다. ●“존재 긍정하기… 축제의 가장 큰 목적” 20년째 축제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한채윤 서울퀴어퍼레이드 기획단장은 “매년 축제를 기획할 시점이 되면 ‘과연 축제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말한다. 한 줌의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시작해 자금이 부족했고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과도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20년 전 동성애는 지금보다 더한 금기어였다. 두려움을 넘어 거리로 나온 이유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긍정하기 위해서였다. 존재를 긍정해야 사회 속에서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한 단장은 “축제와 퍼레이드에는 소수자로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존재 자체를 축하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벽장에 숨어 있던 성소수자들이 길 위로 쏟아져 나와 “우리가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같이 살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자”는 화두를 던진다는 것이다. 2000년 거리로 나오기까지 1990년대 대학 내 모임들과 인권 단체에서 싹튼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밑거름 역할을 했다. 첫 회 때는 축제를 제대로 다룬 언론보도가 한 줄도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축제를 열다 보니 50명이던 참가 인원이 300명, 2000명으로 매년 늘어났다. 20년간 개인 후원도 꾸준히 증가했다. 참가자수와 주체들이 다양해지며 퍼레이드 규모도 커졌다. 2002년 1t 트럭 1대에서 시작해 올해는 2.5t 트럭 11대가 거리를 메울 예정이다. 코스도 확대돼 서울광장에서 시작한 퍼레이드는 처음으로 광화문광장을 거친다. 두 광장이 시민 사회의 변화에 대한 갈망을 전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규모만큼 참가자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조직위 구성도 인권단체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축제 기획자 개개인이 모이는 경우가 많다. 첫 회 10명으로 시작한 기획단은 현재 48명까지 늘었다. 축제 초반 행사 명칭에 자주 쓰였던 동성애자라는 단어도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양성애자 등 더 많은 소수자를 포용하기 위해서다. 2010년부터 조직위를 맡은 강명진 위원장은 “초창기에는 동성애자라는 단어가 그나마 익숙했지만 대표성이 약한 측면이 있다”며 “축제 내부도 더 많은 소수자를 포용하기 위해 변해 왔다”고 말했다. 축제의 외연도 넓어졌다. 장애인, 여성, 노동자 등 다양한 약자들이 축제의 틀 안으로 들어왔고,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나 아이를 데려온 부모, 이성애 커플 등 성소수자가 아닌 이들이 축제에서 더 많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후 무지갯빛 행렬은 2009년 대구를 비롯해 2017년 부산과 제주, 2018년 전주, 광주, 인천 등 서울 밖으로 확산됐다. ●성소수자 혐오 넘을 방법 고민해야 축제의 역사와 함께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달라져 갔다. 한 단장은 “동성애라고 하면 20년 전에는 아예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나 변태라고 욕했지만, 지금은 최소한 성소수자가 주변에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며 “가족단위 참가자들을 보면 성소수자를 공동체 일원으로 수용하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동체의 마음을 여는 것은 성소수자들이 실질적인 시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현재 유통되는 문화 콘텐츠들은 마치 일상 공간이 모두 이성애자로 메워졌다는 듯 이성애 서사로 가득 차 있다”면서 “이 관습을 깨고 성소수자를 드러내는 것은 정치적 시민권과 생존권을 인정받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림자도 있다.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나설수록 ‘동성애 혐오’도 짙어졌다. 일부 개신교 단체를 중심으로 한 동성애 반대 집단은 2014년 신촌에서 열린 퍼레이드에서 처음 현장에 등장했다. 길 위에 누워 행렬을 막고 차량을 향해 물건을 던졌다. 이후 참가자 보호를 위해 주최 측은 퍼레이드 차량을 더 크고 높은 것으로 바꿨다. 2015년 처음 서울광장에 장소를 잡은 것도 혐오 세력에 떠밀린 측면이 컸다. 강 위원장은 “언젠가 서울광장에서 해야겠다는 막연한 계획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대학로에서 하려다 동성애 반대 단체가 먼저 집회신고를 하는 바람에 서울광장에서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회 축제를 앞두고도 서울시 공무원 10여명이 서울광장 사용을 허용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혐오의 목소리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혐오와의 전쟁은 스무살 축제 앞에 놓인 과제다. 한 단장은 “혐오에 대한 생각을 묻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 혐오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소수자를 괴롭히는 분명한 폭력인데도 우리 사회는 혐오를 하나의 의견인 것처럼 인정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던져 온 ‘동성애를 찬성하느냐’는 질문을 ‘혐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바꾸기 위한 문제제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은 문화 운동의 성과에 비해 제도 변화는 미흡한 교착상태”라며 “차별금지법 제정 등 국회가 구체적인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의 퀴어 담론은 여전히 지식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축제가 일상 속의 인권 문화에 완전히 녹아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불협화음만 커지는 서울광장 퀴어축제

    불협화음만 커지는 서울광장 퀴어축제

    서울시공무원 17명 개최 반대 성명 보수 기독교도 대한문서 맞불 예고 퀴어축제측 “시민에 열린 인권행사”‘시민 모두에게 열린 인권 행사’ ‘천부의 질서와 사회 근간을 뒤흔드는 악행’.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서울광장에서 열릴 ‘서울 퀴어 문화축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축제 주최 측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인권 축체라는 주장을 펴고 있고, 이에 반발하는 보수 기독교단체와 시민들은 일탈의 선정성과 상업성을 지적하며 반대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보수 기독교단체들은 퀴어 축제의 맞불 행사를 열겠다고 선언해 행사 당일 충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퀴어 축제는 2015년부터 서울광장에서 서울시의 승인 아래 매년 열리고 있는 행사. 올해 다섯 번째인 이번 축제와 관련해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서울 퀴어 문화축제’의 핵심 행사인 서울핑크닷과 퀴어 퍼레이드의 서울광장 개최를 허용했다. 서울핑크닷은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이 함께 분홍색 불빛으로 커다랗게 빛나는 점을 만들어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행사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참가자들이 다양한 복장 차림으로 거리를 행진하는 행사를 말한다. 서울시의 행사 허용으로 예정대로 퀴어 축제가 열리게 됐지만, 보수 기독교단체를 포함한 일부 시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에도 퀴어 축제의 서울광장 개최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해 청와대의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서울광장 사용 여부는 서울시 소관”이라며 “사실상 (청와대가) 할수 있는 일은 없다”는 답변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서울시 공무원 17명이 퀴어 축제 개최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보수 기독교단체들이 맞불 행사 성격의 대규모 국민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행사 반대 공무원들은 “지난 4년간 서울광장의 퀴어 행사가 광장의 사용 목적과 규칙을 위반했다”며 “앞으로 퀴어 행사 및 유사 행사의 사용 신고 시 불수리할 것을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및 서울시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퀴어 퍼레이드가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고 모금 판매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다. 보수 기독교단체들은 축제 개최에 강력한 반대를 선언하고 퀴어 축제 이틀째인 다음달 1일 오후 1시부터 대한문광장에서 맞불 행사인 국민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보수 기독교단체들로 구성된 국민대회준비위원회는 “퀴어 문화축제는 동성애자의 인권 보호와 평등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인권과 문화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선정적이고 음란한 공연과 행위들이 남녀노소 서울시민들의 쉼터인 서울광장에서 온종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정면으로 겨냥해 눈길을 끈다. 국민대회 대회장을 맡은 이주훈 목사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건강한 가정은 파괴될 것”이라며 “이를 한국교회가 막지 못한다면 모든 책임이 목회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민대회 준비위는 퀴어 문화축제를 앞둔 5월을 ‘한국교회 특별기도기간’으로 선포하고 교회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퀴어 축제 주최 측은 “퀴어 퍼레이드 철만 되면 음란한 축제라는 프레임을 씌운 비판 목소리가 분출하지만 원래부터 성 정체성과 무관하게 시민 모두에게 열린 인권 행사”임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서울녹색당은 “혐오는 오히려 17명의 서울시 공무원이 내뿜고 있다”며 퀴어 축제 주최 측을 편들고 나섰다. 서울녹색당은 “다수의 시민이 퀴어 행사에 반대하기 때문에 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소수자를 억압하려는 혐오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류상태 전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이와 관련해 “개신교계, 특히 보수 개신교회에선 동성애를 용납하지 않는 성경의 메시지를 문자 그대로 믿는 속성이 지나치다”면서 “어렵겠지만 퀴어 축제도 약자에 대한 보편적 권리 인정과 수용 측면에서 사회적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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