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마에 오른 정치권 「떡값」/김현철 구속조세 포탈죄 적용
◎“가차명 계좌로 돈세탁… 증여세 포탈”/「조건없는 돈은 면책」 선례깨고 “단죄”
검찰이 이른바 「떡값」수수 관행에 대해 강력한 형사처벌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김현철씨가 챙긴 비자금 가운데 33억3천만원이 비록 대가성이 없는 「떡값」이지만 범죄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조건 없이 오간 돈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지우지 않았던 선례를 깨고,검찰이 적극적인 법 적용을 통해 사법처리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이다.
검찰은 대가성이 없는 돈의 처벌조항을 조세범 처벌법에서 찾았다.이 법 9조는 「사기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하면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연간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으로 다스려 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현철씨가 활동비조로 챙긴 돈이 법적으로 「증여」받은 것이며,33억3천만원에 대한 증여세 13억5천만원을 내지 않았으므로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증여세 포탈이 곧장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사기나 부정한 행위」를 통해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규명돼야 하기 때문이다.대법원은 지난 89년 판례를 통해 「증여사실을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한 것은 부정한 행위가 아니다」고 해석,범죄 구성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이 요건이 성립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신 세무당국으로부터 증여세만 추징당하는 선에서 끝나게 돼,현철씨에 대한 법적용을 놓고 검찰내부에서는 한차례 법리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현철씨가 실명제 실시이후 100여개의 가·차명계좌를 이용해 돈세탁한 사실에 착안,이 법 적용에 무리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돈세탁 행위는 세원추적을 불가능하게 하는 적극적인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부정한 행위」라는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떡값」을 빙자한 정치인들의 자금수수 행위도 앞으로 엄격한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정당이 아닌 정치인 개인이 미신고 상태로 챙긴 돈은 정치자금이 아닌 증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철씨처럼 부정한 방법으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면 정치인들도 형사처벌할수 있기 때문이다.심재륜 대검 중수부장은 『거액의 불로소득을 챙겼다면 어떻게든 처벌할 것』이라고 말해 정치인들의 떡값 수수 행위도 강력 단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현철비리 사건 일지
▲97년2월14일=검찰,김현철씨 관련의혹 조사용의 표명.
▲18일=현철씨,한영애·설훈 등 국민회의의원 6명 명예훼손혐의 고소.
▲21일=현철씨,고소인 자격 검찰 출두.
▲22일=현철씨 귀가조치.검찰,현철씨 한보대출 개입의혹 무혐의 발표.
▲3월10일=G클리닉원장 박경식씨,현철씨 방송사 인사개입의혹 폭로.
▲11일=검찰,현철씨 관련 의혹 진상조사 착수.
▲13일=경실련,박경식씨가 녹화한 현철씨 의혹 비디오테이프 공개.
▲15일=검찰,현철씨 사건 대검 중수3과에 배당.
▲19일=검찰,박경식씨 소환조사.
▲21일=대검 중수부장 교체.한보사건·현철씨 의혹 전면 재수사 착수.
▲4월2일=검찰,대선직후 박태중씨 계좌 132억 출금 확인.
▲18일=대선운동조직 「나사본」 총무부장 백창현씨 소환조사.
▲20일=전 대호건설 사장 이성호씨 비리 본격수사착수.
▲21일=박태중씨,한보청문회 출석 증언.
▲24일=검찰,이성호씨 동생의 (주)세미냉장 회계자료 압수.
▲25일=현철씨,한보청문회 출석.
▲28일=검찰,박태중씨 소환조사.
▲29일=박태중씨,(주)디즈니여행사 대표 김희찬씨 16억여원 수수 확인.
▲30일=박태중·김희찬씨 구속수감.두양 김덕영회장,김씨에 3억 제공 확인.
▲5월2일=검찰,이성호씨 설립 철강판매회사 (주)동보스테인레스 압수수색.이성호씨,7개 케이블TV 주식매집 확인.
▲7일=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한솔 조동만 부사장에 현철씨 비자금 70억 위탁 확인.
▲11일=이성호씨 귀국,검찰 출두.
▲12일=전 대호건설 종합조정실장 김종욱씨 소환조사.이성호씨,현철씨 비자금 50억 관리 확인.
▲13일=검찰,이성호씨 귀가조치.두양·우성·신성 등 경복고 동문기업,현철씨에 매달 6천만원 제공 확인.
▲14일=검찰,현철씨 소환 통보.
▲15일=현철씨 검찰 출두.
▲16일=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 검찰 출두.
▲17일=현철씨 구속 수감.
▲18일=김기섭씨 구속 수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