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 검찰 고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6일 김용철(49·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의 차명계좌 비자금 조성과 금품제공 의혹 등과 관련, 이건희 회장 등 삼성그룹 핵심 인사들을 업무상 횡령, 뇌물공여, 증거인멸 교사,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연대 등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이 고발한 인사는 이 회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및 전략기획실장, 김인주 삼성그룹 사장 및 전략기획팀장,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 근무자 및 굿모닝신한증권 도곡동지점 근무자 등 5명이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분쟁에 경영 역량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돼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검찰이 조사를 하면 성의껏 임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은 고발장에서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 행위와 검찰 수사 대비 사건 은폐 ▲불법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불법 계좌 개설 의혹 등을 범죄 사실로 적시했다.
김 변호사의 진술확인서도 첨부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 회장 등이 삼성 계열사들에 손실이 생기는 것을 알면서도 이 회장의 아들 재용씨의 재산 증식과 보호를 위해 계열사와 재용씨 사이의 각종 유가증권 거래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회장 등이 계열사별로 비자금 조성을 지시해 김 변호사 등 임원 명의의 은행 및 증권계좌가 불법적으로 개설돼 사용됐으며 정치인, 경제부처 및 국세청 공무원, 검사ㆍ판사, 재야 법조인, 학계, 언론계 등에 거액의 현금이나 선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과 연관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미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이 맡는 방안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대검 중수부가 맡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고발장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하겠지만 현재의 수사 단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고발인 측이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을 포함해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거나 제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