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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역대 FA 최고액의 뒤안…/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역대 FA 최고액의 뒤안…/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그제 프로농구 역대 자유계약(FA) 선수 최고액 계약을 전하며 달콤쌉싸래한 느낌을 곱씹어야 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이 커다란 영광과 결실로 돌아온 당사자에게 축하를 보낼 일이다. 공교롭게도 한날 다른 동료는 그의 연간 보수 총액에 26분의1밖에 안 되는 계약을, 그것도 1년만 유지하게 됐으니 감사하고 축하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리그 전체 사정을 돌아보면 마냥 기꺼워할 순 없다. 우선 역대 최고 몸값을 ‘내지르며’ 영입한 구단은 원 소속 구단에 보상 선수 1명과 그의 지난 시즌 보수 총액 3억 6000만원의 절반인 1억 8000만원을 내줘야 한다. 원 소속 구단이 보상 선수를 원하지 않으면 보상금은 곱절인 7억 2000만원으로 뛴다. 그러면서도 구단에 부여된 샐러리캡 23억원을 맞춰야 한다. 한 선수에게 9억 2000만원을 지급하고 원 소속 구단 보상도 하고 나면 이 구단의 나머지 16명이 7억~10억원의 돈을 갈라야 한다. 선수를 내보내거나 연봉을 깎는 게 불가피해진다. 문제는 이런 FA 제도의 허점이 매년 지적됐지만 고쳐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렇게 가혹한 보상을 강요받는 건 해당 선수가 지난 시즌 보수 순위 30위 안에 든다는 이유 하나만이다. 샐러리캡이 23억원으로 너무 빡빡한 것도 문제다. 어려운 구단 사정 때문이라지만 매년 조금씩 현실화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는데 한국농구연맹(KBL)은 요지부동이다. 2차 협상 이전에 다른 구단과의 사전 접촉이 의심된다는 풍문이 늘 있지만 한 차례도 적발된 사례가 없는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러고 보면 KBL엔 더 심각한 난제들이 쌓였다. 지난 시즌 관중 동원에 철저히 실패했다. 이전 2015~16시즌보다 관중이 늘어난 곳은 삼성이 유일했다. 2.8% 줄어든 구단부터, 가장 심한 곳은 36%나 빠졌다. 전체 10개 구단 평균 11.2%가 감소했다. 좌석점유율은 28%에 그친 구단도 있었고 평균 56%에 머물렀다. 팀당 54경기씩 전체 270경기에 든 관중수는 여기 차마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물론 KBL은 무료 관중을 도려내고 객단가를 높이는 과정에서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이번 시즌 새해 맞이 카운트다운 경기, 금요일 밤 8시 경기, 열차 타고 선수와 함께 이동하는 부산 올스타전 같은 혁신적인 시도로 긍정적인 몸짓도 있었지만 철저히 ‘마니아 스포츠’로 전락하지 않나 두려워진다. 그런데도 KBL이나 각 구단에서는 관중 감소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시즌 결산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휘부가 너무 안이하다는 KBL 출입 기자단의 탄식 소리만 드높다. 그러고 보면 김영기 총재가 진즉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는데도 구단이나 KBL 이사회는 차기 집행부에 대한 고민을 차일피일 미뤄 왔다. 정치권 인사가 냄새를 맡는다는 소식에 화들짝 놀라 김 총재가 일단 재임하고 구단들이 돌아가며 맡는다는 원칙에 의거, 빠른 시일에 차기 총재를 선출하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제발 농구인들이 현실을 냉철히 인식해 시즌을 돌아보고 10년 뒤를 내다보는 마스터플랜을 짜는 대오각성을 했으면 한다. bsnim@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사람이 곧 풍경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사람이 곧 풍경

    사람은 곧 풍경입니다.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몸으로 표현하는 기예를 볼 때면 세상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한 네 곳의 지역 명사 체험여행을 따라가 봤습니다. 여정 전체에서 길어올린 건 ‘흥의 발견’이었습니다. 틀에 갇힌 춤사위는 없었고, 악보 위에 박제된 음악 역시 없었습니다. 불의 마법을 이해한 도예가도, 300년 전의 맛을 기억하는 종부의 손도 그랬습니다. 이번 여정은 그러니까 사인사색의 풍경을 좇는 인문여행입니다.●인간문화재 하용부(경남 밀양)뼛속 깊은 ‘춤꾼 DNA’… 나비 같은 몸짓에 홀리다 기쁨을 아는 얼굴이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희열을 길어올리지 못한다면 절대 지을 수 없는 표정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실없는 농담 섞어가며 강연을 진행했다. 그의 얼굴에선 무슨 일에서든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같은 대한민국 장년 남성의 전형적인 표정이 엿보였다. 한데 춤판이 열리면서 그의 얼굴은 완벽하게 변했다. 입가엔 옅은 웃음과 침울한 슬픔이 교차했고, 눈가엔 열락의 세계가 흐르는 듯했다. 어떻게 저리 쉽게 변할 수 있을까. 경남 밀양의 춤꾼 하용부 이야기다. 춤을 선보이기 전 그는 다소 장황하게 자신의 과거를 관객들에게 풀어냈다. 한데 솔직히 그리 재밌는 스토리는 아니다. 학창 시절에 껌 좀 씹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이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이가 어디 한둘일까. 그의 진가는 역시 몸짓에 있다. 몰아치다 늦추고, 주는 듯 빼앗아간다. 손오공이 여의봉을 다루는 재주가 저랬을까 싶다. 하용부는 가만히 서 있어도 춤이 된다는 ‘전설의 명무’ 하보경의 손자다. 춤꾼의 DNA를 타고 났다. 5세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전통춤을 추기 시작해 여태 춤꾼의 계보를 잇고 있다. 나라 안팎을 오가며 우리 춤을 알리는 일도 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그의 공연은 밀양연극촌(055-355-2308)에서 열린다. 즉흥 춤 공연과 춤사위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거친 숨소리와 나비처럼 떨리는 손짓을 지근거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춤을 배우는 시간도 흥겹다. 처음에 멀쑥해하던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저마다 흥의 세계로 빠져든다. 밀양은 한천의 고향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한천의 역사가 근 80년을 헤아린다. 제주 등에서 들여온 우뭇가사리를 겨우내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해 양질의 한천으로 되살려 낸다. 한천테마파크(1577-6526)에 박물관, 기념품점, 한천 맛집 등이 들어차 있다.●아리랑박물관장 진용선(강원 정선)‘한류 원조’ 아리랑… 세계를 울린 역사에 놀라다 강원 정선의 아리랑 박물관에서 알게 된 사실 몇 가지. 미국 장로교단에서 발행한 찬송가 229장(Christ, You Are the Fullness)은 우리 아리랑을 번안한 것이다. 유엔이 아프리카 나라들에 보급한 음악책 일부엔 아리랑이 담겨 있다. 엮음 아리랑은 요즘의 랩보다 수세기 앞서 빠른 비트의 음악을 실현했다. 이처럼 아리랑의 이면엔 우리가 모르는 역사가 무수히 숨어 있다. 이를 발견하게 하는 이가 진용선 아리랑 박물관장이다. 아리랑 박물관은 세계를 울린 아리랑 이야기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진 두 장을 제외한 전시물 모두가 진본이다. 진 관장이 젊은 날을 통째 바쳐 수집한 것들이다. ‘대지’의 작가 펄 벅이 지은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The Living Reed) 역시 이곳에 있다. 아리랑을 담아낸 소설로, 평단으로부터 한국 외교관 100명이 할 일을 펄 벅 한 명이 해냈다는 극찬을 받았다는 책이다. 아리랑은 일본에도 수출됐다. 요즘으로 치자면 ‘한류의 원조’다. 1930년엔 고바야시 지오코란 여가수가 아리랑 앨범을 냈다. 앨범 재킷엔 ‘금색가면’이란 이름을 박았다. 차마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가명을 쓴 것이다. 요즘의 ‘복면가왕’인 셈이다.한국전쟁은 사람과 국토를 산산조각 냈지만, 역설적으로 아리랑이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위문 공연차 한국을 방문한 뮤지션들이 세계에 다양한 장르로 아리랑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진 관장이 거둔 결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들이 부르고 연주한 아리랑 음반을 찾아낸 것이다. 야전화장실에서 통역관의 아리랑 휘파람 소리를 듣고는 이를 재즈풍으로 재해석한 오스카 페티포드의 ‘아디동(아리랑) 블루스’, 종군기자가 기록한 아리랑 멜로디를 보고 편곡해 불렀다는 미국 여가수 엘리 윌리엄스의 ‘아디동’, 미국 포크 음악의 비조로 꼽히는 피트 시거의 ‘아리랑’ 앨범, 그리고 1970~80년대 폴 모리아 악단의 ‘아리랑’ 등과 만날 수 있다. 홍익여행사 등 몇몇 여행사에서 관련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정선아리랑열차를 타고 가는 상품이다. 진 관장의 강연을 듣고, 군립예술단의 공연을 보고, 정선 아리랑의 여러 가락들을 배울 수 있다.●재령 이씨 13대 종부 조귀분(경북 영양)종가의 300여년 손맛에 반하다 경북 영양엔 전설적인 요리서가 전해온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가의 레시피 ‘음식디미방’이다. 이름 그대로 경상도 양반가의 음식을 담고 있는 책이다. 340년 전 석계종가의 1대 종부인 ‘여중군자’ 장계향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 “어두운 눈으로 등잔불을 밝혀가며 간신히” 썼다. 그런데 구슬이 서 말이라도 이를 꿸 사람이 있어야 보배가 될 터. 당대의 음식을 현재로 소환하는 이가 바로 석계 가문의 13대 종부인 조귀분 여사다. 종부에서 종부로 300년 넘게 이어져 온 손맛을 식탁 위에 펼쳐 놓는다.두들마을은 재령 이씨 집성촌이다. 이 마을 가운데 터를 잡은 석계종택에서 ‘음식디미방’ 속 요리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잡과편(떡의 일종) 등 비교적 손쉬운 음식들이 대상이다. 조 여사가 강연자로 나선다. 음식디미방의 레시피대로 만든 한상차림을 맛볼 수도 있다. 물론 값은 녹록하지 않다. 유물전시관과 두들마을의 고택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 감동을 주는 건 조 여사와의 대담이다. 봉제사 접빈객(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맞는 일) 등 종부가 걸어온 삶의 뒤안길 이야기가 잔잔하고 재밌다. 그는 일행 중 한 명이 종부의 삶을 살아 보고 싶다고 하자 “종부 될 생각일랑 아예 말라”고 했다. 물론 힘든 종부의 삶에 빗댄 농담이니 오해 없길. 하기 싫다 말하면서도 그럴수록 더 꼼꼼하게 차려내는 이가 종부이니 말이다.●흑자 도예가 김시영(강원 홍천) 흙과 불의 연금술사, 黑에 빠지다 시종 겸손하면서도 구태여 자신의 가치를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그는 스스로를 불의 길을 개척한 이라 했고, 흙의 연금술사라고도 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그의 삶을 뒤따라가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김시영 작가는 국내에서 드문 흑자(黑磁) 명인이다. 말 그대로 검은빛의 도자기를 빚는 이다. 고려청자, 조선백자는 익숙하다. 한데 까만 도자기라니, 도무지 생경하다. 흰빛을 즐기는 우리네 정서에 비춰 보면 검은빛은 어둡고 묵직한 주제에 더 잘 어울린다. 백의민족이란 고전적인 수사와도 동떨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대학 시절 우연히 마주한 흑자는 이후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강렬했다.흑유(黑釉) 또는 흑자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 널리 만들던 검은 도자기다. 흰빛을 즐겼던 조선시대에 맥이 끊겨서 그렇지 고려 때만 해도 청자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철분이 든 약토(유약)를 발라 굽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검은빛이 나온다. 더 중요한 건 불이다. 김 작가는 “흑자의 7할은 불”이라고 했다. 가마에서 얼마나 불에 노출시키느냐에 따라 오묘한 색채의 무늬가 자기에 침착된다. 이를 요변(窯變)이라 부른다. 김 작가는 그 불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부린다. 그가 흑자 재연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대학시절 태백산맥 종주 중 발견한 흑자 파편 때문이다. 이때 마주한 신비로운 검은색은 결국 그를 도예가의 길로 이끌게 된다. 강원 홍천의 ‘가평요’(033-434-2544)에 가면 다채로운 빛깔을 내는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만날 수 있는 전시장이다. 흑자를 계승하게 된 사연, 흙과 불의 조화에 따라 사뭇 다른 빛깔로 태어나는 흑자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다. 그의 두 딸도 도예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 작가 역시 서예가였던 아버지 옆에서 먹을 갈면서 검은빛에 동화됐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김 작가는 오는 8월 1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Trans: 흙, 쇠, 나무’전을 연다. 변화무쌍하면서도 직관적인 그의 작품들과 만날 수 있다. angler@seoul.co.kr
  •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고통을 기억할 때, 치유는 시작된다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고통을 기억할 때, 치유는 시작된다

    가슴 아픈 뉴스를 잘 보지 못합니다. 특히 여리고 순전한 아이들을 어찌어찌했다는 학대 기사는 제목만 봐도 끔찍해서 피해 보려 애씁니다. 눈앞 장면처럼 어룽대는 잔상과 통증에 난감하게도 사무실에서도 울컥하곤 하거든요. 그래서일까요. 트라우마가 된 과거를 드잡이하듯 집요하게 붙들고 작품으로 복기해 내는 작가들이 유독 커 보입니다. 그들도 실은 형벌을 받듯 아파하면서 쓰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는 더더욱이요. 최근 대통령의 5·18 기념사는 울림이 컸습니다.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가치라고 믿는다”, “오월 광주의 시민들이 나눈 주먹밥과 헌혈이야말로 우리 자존의 역사”라는 대목에서 3년 전 이맘때 나온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포개졌습니다. 1980년 5월 광주, 그해 여름을 끝내 건너오지 못한 소년의 이야기는 치받아 오르는 감정에 여러 번 숨을 고르고 읽어야 했습니다. ‘읽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쓰는 건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는 말에 작가는 그러더군요. “살인 현장을 조사하는 프로파일러분이 직업 때문에 길을 가다가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바닷가에 가면 뛰어들고 싶다고 하는 인터뷰를 봤는데, 5·18 자료와 영상만 보다 보니 딱 그 상태가 되더라”고요. “인간이 너무 참혹해서 매일 눈물이 났는데 1년 반을 그렇게 보내니 벌을 받는 것 같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심장 가운데를 통과하듯’ 써야 했다고 했죠. 무참한 폭력 뒤로 밥을 나누고 망자를 흰 천으로 덮어 주는 ‘반짝이는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작가가 줄곧 품어 온 질문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했습니다. “오월의 광주에서 인간은 생명을 맨 앞에 두고 예를 갖추고 싶어 하고 존엄을 지키려는 존재였다”는 작가의 말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제문학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수백 명의 목소리로 전쟁, 원전 사고 등 고통의 역사를 치밀하게 직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책 한 권 쓸 때마다 200~500명을 인터뷰한다는 그의 작품들은 ‘목소리 소설’로 불립니다. 그 저작들은 그에게 “다성악 같은 글쓰기로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담았다”는 평과 함께 2015년 노벨문학상을 안겼죠. 최근 국내에 출간된 ‘아연 소년들’에서 그는 ‘사람이 양동이 반만큼의 살점으로 남는’ 전쟁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전하면서도 진저리치듯 고백합니다. “전쟁에 대해 쓰면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나를 지킬 힘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다 써 버렸다”고요. 그렇게 지독한 작업을 어떻게 40여년간 이어 왔을까요. “고통도 정보의 한 형태이고, 우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입니다. 때문에 저는 계속해서 정보를 남길 겁니다.” 고요한 얼굴로 작가가 들려준 답입니다. 차마 바로 볼 수 없는 장면과 기억들은 불과 몇 년 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숱하게 쌓이고 있습니다. 아프고 힘든 게 싫어서 고개 돌리고 달아나려는 우리에게 이 작가들은 충언합니다. 고통을 되새기는 자리에서 치유가 시작된다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기억하는 데서 함부로 상처 난 삶이 복원된다고요.
  • 장하성 “최근 정부 인사에 감동…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경제”

    장하성 “최근 정부 인사에 감동…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경제”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경제, 제가 꿈꿔왔던 것을 현실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서 이 직책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참모진과 일부 내각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장 실장은 “최근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인사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감동했다”며 “뭔가 변화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아 차마 더 이상 다른 말씀은 드리지 못했다”고 공직을 받아들인 이유를 밝혔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었다”면서 “과거에도 이런 정치권 정부의 자리에 대한 제안 있었지만 학자로서 인생을 마치겠다고 생각했다. 학자는 자신이 생각 연구한 결과가 사회발전 연관되어서 성과내는 거라 그런 역할에 충실하겠다 했는데 마지막이어서 마음이 흔들린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그제 오후에 대통령이 전화해서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굉장히 짧은 시간에 왔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재벌 개혁과 관련해 “재벌 개혁 문제는 이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인 김상조가 말했기 때문에 그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존 재벌에 인위적 강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빈자리 메울 수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의 성장 없다면 우리에게 오히려 문제가 된다. 과거에 했던 소신과 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잘사는 구조 만들기 위해서는 일자리 그리고 우리들 삶의 출발인 기업의 생태계에 잡혀야 한다”며 “재벌 개혁하는 건 새로운 개혁 구조 개혁의 성공 신화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비단 펼친 물길에 달빛마저 쉬어 가누나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비단 펼친 물길에 달빛마저 쉬어 가누나

    겹쳐난 봉우리마다 품은 편백숲·솔숲… 바람길따라 물빛 흐르는 화폭 한 자락충북엔 고개가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개라는 계립령이 충주에 있고, 속세와 이별하는 속리산 말티재와 ‘울고 넘는’ 박달재, 새재, 죽령 등 무수히 많은 고개가 이곳저곳을 가르고 있지요. 충북의 남쪽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영동이 특히 그렇습니다. 저 유명한 추풍령과 괘방령, 우두령, 도마령 등이 경북, 전북 등과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산이 깊으니 당연히 골도 깊겠지요. 흐르는 물도 맑을 것이고요. 이처럼 산과 물이 빚어낸 모습들을 풍경이라 정의한다면 영동은 그야말로 절경이 담긴 산수화 같은 곳이 아닐는지요. 수많은 고개가 도시의 때를 막고 물길이 이를 정화한 덕에 여태 오지적 풍경들을 잃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렸을 때는 추풍령이 상당히 험한 고개인 줄 알았다.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 가는’으로 시작되는 옛노래 ‘추풍령’(1978·남상규)의 영향 때문일 터다. 그런데 나이 들면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인다. 초등학교 교정에서 선 올드보이들이 느끼는 옛 기억과의 괴리감이랄까. 추풍령이 그랬다. 겨우 220m 남짓한 야트막한 언덕. 차마 고개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높이다. 하지만 물리적 규모와 다르게 추풍령은 고갯길의 변천사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한때 수많은 사람과 물산이 오가던 고개였지만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한순간에 그 지위를 잃었다. 그나마 근근이 이어 오던 국도로서의 명맥 역시 바로 옆에 고속화도로가 놓이면서 가뭇없이 사라졌다. 지금도 여전히 고속도로와 고속철로, 국도 등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이지만 정작 추풍령 고개는 세인의 발걸음에서 벗어나 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추풍령엔 사실 뚜렷한 볼거리가 없다. 한때 나라의 주요한 길목이었다는 역사와 중장년의 가슴을 적셨던 옛 노래의 무대였다는 향수 정도가 남았다. 등록문화재(47호)로 지정된 추풍령역 급수탑, 시골 느낌 폴폴 나는 면소재지 풍경 등이 그나마 볼거리 축에 속할 정도다. 그런데도 굳이 추풍령을 찾은 건 한 시대의 문화와 가치가 남아 있어서다. 이를 기억의 소환이라 불러도 좋겠다. 추풍령에서 퍼뜩 느껴지는 단어는 추풍낙엽이다. 그래서 예전 과거 보러 한양 가던 선비들은 극구 이 길을 피해 갔다고 한다. 한데 이웃한 괘방령은 전혀 달랐다.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벽에 써 붙이는 걸 ‘괘방’(掛榜)이라 부른다. 괘방령은 이를 차용한 이름이다. 그러니 한양 가던 선비들이 어느 길을 선택했을지는 더 물을 것도 없다. 요즘도 입시철엔 자녀의 합격을 바라는 이들의 발걸음이 은근히 많아진다고 한다.풍경으로만 보자면 상촌면의 도마령이 단연 윗길이다. 영동과 전북 무주를 잇는 고개다. 도마령 정상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장쾌하다. 민주지산, 천만산 등 고산준령들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도마령의 구절양장 길을 돌아 내려서면 편백나무 숲과 만난다. 영동의 한 독림가가 평생 동안 애면글면 가꾼 숲이다. 규모는 40만평 정도. 이정표에는 ‘감고을 영동 편백숲’, 소유주가 낸 설명서에는 ‘영동 편백 치유숲’이라 표기돼 있다. 그간 비밀의 숲처럼 감춰져 있다가 최근 2대 산주가 개방을 결정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숲을 보고 있자면 보석의 원석을 대하는 느낌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숲은 여전히 거칠다. 반면 그만큼 싱싱하고 짙푸르다. 산주는 앞으로 숲이 개발되더라도 시멘트는 절대 쓰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시멘트로 대표되는 도시화의 유입을 막겠다는 뜻이기도 할 터다. 산과 물이 빚어낸 풍경 가운데 월류봉을 빼놓을 수 없다. ‘달이 머무는 봉우리’ 월류봉은 영동의 명산인 민주지산에서 내달린 산자락이 황간면 원촌리에서 한천과 만나 불끈 솟아 오른 봉우리다. ‘명품’이라 불러도 좋을 멋들어진 봉우리 네댓 개가 서로 어깨를 겯고 있는 모양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여행차 다녀간 곳으로도 알려졌다. 500년 된 배롱나무가 인상적인 반야사와 반야사 계곡도 돌아볼 만하다. 노근리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양민을 학살한 통한의 현장이다. 철길 아래 터널 등에 총탄과 포탄의 흔적이 여태 남아 있다. 주변에 평화공원도 조성돼 있다.영동의 서쪽으로 간다. 양산팔경을 품은 송호리가 명소다. 송호리는 ‘비단강’이 돌아나가는 곳이다. 원래 이름은 금강(錦江)이지만 영동 사람들은 굳이 비단강이라 풀어 부른다. 마을과 마을을 돌아 나가는 모양새며, 그 와중에 만들어 낸 풍경들이 비단결처럼 곱다는 뜻일 터다. 비단강은 영동 일대를 휘감아 돌다 곳곳에 빼어난 명소들을 빚어냈는데 그중 하나가 송호리 국민관광지다. 송호리 국민관광지의 핵심은 솔숲이다. 강변을 옆구리에 끼고 솔숲 사이를 산책하는 맛이 각별하다. 면적은 약 30만㎡(약 8만 6000평). 양산팔경의 하나인 여의정(6경), 용암(8경) 등이 이 안에 있다. 영동은 우리나라 3대 악성 중의 한 명인 난계 박연(1378~1458)이 태어난 곳이다. 심천면 일대에 국악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편종 등 국악기들을 전시한 난계국악박물관, 국악체험촌, 난계사 등이 몰려 있다. 사실 지방자치단체가 국악의 본향 노릇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많은 이들이 외면하는 국악을 관광에 접목시키는 게 소도시의 역량으로는 버거웠을 수 있다. 50년 넘도록 이런 역할을 꿋꿋이 이어 오는 공로만큼은 인정해야 하지 싶다. 옥계폭포는 박연이 자신의 호를 따왔다는 폭포다. 중부권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달이 뜨는 산’ 월이산 암벽에 그림처럼 걸려 있다. 마지막으로 장선마을 이야기를 덧붙이자. 영동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이다. 도착할 때까지는 도착한 게 아니라고 할 만큼 깊숙한 산골에 터를 잡았다. 마을은 십여 가구 정도로 제법 커 보이지만 실제 주민은 서너 가구에 불과하다.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작은 도랑이 충북과 충남을 가르는 경계다. 도랑 왼쪽은 충남 금산, 오른쪽은 영동이다. 마을 주민들은 하루 수차례 충남, 북을 가로지르며 너나없이 살아간다. 충남 쪽 도랑가에 작은 정자가 있다. 장선마을의 옥구슬 정자 ‘장선경루’(長仙?樓)다. 정자에 앉아 도랑물 졸졸대는 소리를 듣자니 시나브로 해가 진다.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3)→맛집:가선리 일대에 어죽집이 몇 곳 있다. 가선식당(746-8665)은 그중 가장 크고 오래된 집이다. 금강의 별미로 꼽히는 어죽과 도리뱅뱅이를 맛볼 수 있다. 이웃한 선희식당(745-9450)의 명성도 못지않다. 도리뱅뱅이는 충북 영동, 옥천 등의 토속 음식이다. 피라미나 빙어를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돌려 기름에 튀긴 뒤 고추장 양념에 조려 낸다. 영동 읍내의 사랑채(745-6004), 황간면의 인터식당(742-4525) 등은 ‘올갱이’(다슬기의 사투리)국으로 이름난 집들이다. 특히 사랑채는 밑반찬이 정갈하고 맛있다. 부추나 아욱을 주로 쓰는 여느 집과 달리 근대를 주재료로 삼는 것도 이채롭다. →가는 길:영국사, 송호리 등 영동 서쪽의 관광지를 먼저 보겠다면 대전통영고속도로 금산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낫다. 이어 68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 양산면 방향으로 곧장 가면 된다. 월류봉, 추풍령 등 황간 일대의 명소들을 먼저 찾겠다면 경북고속도로 황간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빠르다. 영동 읍내와 와이너리 등은 경부고속도로 영동 나들목과 가깝다. 장선마을은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에도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가선리 방향으로 가다 장선교에서 우회전한다. 이어 펜션 등이 들어찬 마을을 지나고 산 중턱에 있는 작은 마을까지 지난 뒤에 한참을 더 가야 나온다. 영동편백 치유숲(745-3740)도 찾기가 쉽지 않다. 먼저 자계예술촌을 찾아간 뒤 ‘영동 감고을 편백숲’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주소는 용화면 자계리 산 1-3이다. 이제 막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곳이어서 주차시설 등은 갖춰져 있지 않다. 노근리 평화공원은 황간 나들목에서 영동 방면으로 2㎞ 거리에 있다. →잘 곳:송호국민관광지(740-3228) 야영장에서 캠핑을 하는 것도 좋겠다. 오토캠핑장은 없고 전기도 사용할 수 없는 ‘아날로그’ 캠핑장이지만 찾는 이들이 은근히 많다. 송호리 바로 옆의 비단강숲체험마을(745-5432)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의 절을 받는 사람이 누군가 보니

    문재인 대통령의 절을 받는 사람이 누군가 보니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은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태어났다. 그는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피난을 내려온 부모로부터 1953년 경남 거제도 피난민 수용소에서 출생했다.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 도시락 뚜껑을 빌려 강냉이죽을 받아먹던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가 걸어온 길을 사진으로 되짚어 봤다. 그의 모친 강한옥(90) 여사는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문재인을 데리고 암표 장사를 하기 위해 이른 새벽 부산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차마 아들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돈을 벌 수 없어 먼 길을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시장에서 좌판을 꾸려 장사를 하고 연탄 배달로 가족의 생계를 꾸린 어머니를 떠올리면 문재인은 늘 죄송하기만 하다. 강 여사는 9일 부산 영도구 자택에서 개표 결과를 조용히 지켜봤다. 문재인은 가난한 형편에도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부산 영도로 이사를 와 고등학교 때까지 부산에서 살면서 당시 명문이던 경남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범생’은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흡연과 음주를 하다가 학교 측에 들통나는 바람에 몇 차례 정학을 당한 것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그의 집에서는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은 경희대학교 법대에 72학번으로 입학했다. 재수 끝에 4년 장학금을 받고 대학생이 된 것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학생운동의 선두에 서서 반독재 투쟁을 벌였다. 평생 동반자인 부인 김정숙(62) 여사를 이때 만났다. 시위에서 최루탄을 맞고 기절한 그를 김씨가 물로 적셔 깨우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고 한다. 그녀는 대학교 2년 후배다. ‘안개꽃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그들의 러브스토리다. 그 시절 보통 군대에 면회를 갈 땐 맛있는 음식을 싸들고 갔지만 김씨는 안개꽃을 한 아름 안고 문재인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러브스토리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김씨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감옥으로, 군대로, 문재인이 사법시험을 공부할 때는 전남 해남 대흥사라는 절로 찾아갔다. 그들은 7년 열애 끝에 1981년 결혼했다. 문재인은 1975년 8월 육군에 입대했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제적을 당하고 강제 징집됐다. 특전사 수중폭파요원으로 복무한 그는 이 시절을 회상하면서 “‘내가 군인 체질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흐뭇해했다. 실제로 그는 군 생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주특기가 폭파라는 사실은 점잖은 지금의 이미지와 사뭇 다른 반전이다. 폭파과정 최우수 표창, 화생방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 이 표창을 당시 사령관 전두환에게서 받은 것이 밝혀져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78년 제대 직후 부친을 잃은 문재인은 사법시험에 본격적으로 매진해 1979년 사시 1차에 합격했다. 그러나 부마항쟁과 10·26, 12·12 쿠데타의 소용돌이 속에서 재차 구속된 그는 1980년 유치장에서 2차 시험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문재인은 부산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1982년 처음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나게 된 그는 본격적으로 인권변호사 활동을 같이 시작했다. 특히 6월 항쟁 때인 1987년 부산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를 결성, 문 후보는 상임집행위원을 맡으며 부산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1988년 노 전 대통령은 13대 총선에 출마해 정치권에 들어섰지만, 문재인은 노동·인권 전문 변호사 일을 계속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은 노 후보의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두 사람은 재결합했다. 그 후 문재인은 참여정부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후 시민사회수석으로 청와대에 복귀한 그는 민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비서실장을 맡으며 ‘동지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끝자락을 함께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뇌물 의혹이 불거지자 문재인은 변호인 겸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국민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장례를 도맡았다. 이후 노무현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와의 단일화 끝에 48.02%라는 역대 야권 대선후보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박근혜 후보에게 패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문 후보는 적폐청산의 최적임자로 거론되면서 ‘대세론’을 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플라스틱 쓰레기, 바다표범 옥죈 ‘침묵의 살해범’

    플라스틱 쓰레기, 바다표범 옥죈 ‘침묵의 살해범’

    인간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가 바다생물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무기가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발생했다. 5일 페이스북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에 걸린 바다표범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를 게재한 영국 뉴캐슬 휘틀리 베이의 비영리 단체 세인트 메리 실 와치(the St Mary’s Seal Watch)에 따르면, 바다표범이 사진 속 보다 훨씬 더 작고 어렸을 때 헤엄을 치다 소포용 플라스틱 끈에 몸이 걸렸다고 한다. 바다표범은 장성해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끈에 속박돼 있었다. 몸집이 커지자 끈은 지방층을 짓이겼고 나중에는 근육까지 못쓰게 만들었으며, 결국 목숨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5일 해변을 지나던 일반인이 고통스러워 보이는 바다 표범을 발견했고, 즉시 영국 다이버해양생물구조대(British Divers Marine Life Rescue)에 신고했다. 하지만 의료진들이 오기까지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고, 결국 바다표범은 손을 써보기도 전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책임자 샐리 베넷은 “바다표범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은 분명히 우리가 본 것 중 최악의 사건”이라며 “동물의 부상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는 자원봉사자 일부는 사진을 차마 쳐다보지도 못했고 이를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바다 표범을 돕지 못한 것에 가슴아파했다”고 전했다. 이어 “바다표범이 발견되고 얼마 안 있어 목 주위에 맥주 캔을 비롯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두른 바닷새 '가마우지'를 보았다. 날아다녀서 도움을 주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고, 모든 사람들에게 크기와 상관없이 플라스틱의 묶인 끈을 꼭 잘라서 휴지통에 버려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 한 장의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며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누군가가 부주의하게 투기한 쓰레기 때문에 바다표범의 죽음을 고스란히 생생하게 목격해서다. 트레이시 마틴은 “이 사진을 본 후, 해변을 거닐다 이런 쓰레기가 보이면 싹둑 잘라버리게 작은 가위를 하나 사서 강아지 배변봉투와 함께 들고 다닐 것이다. 어떤 동물도 더이상 고통받아서는 안된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 쇼나 퀘일 역시 “인간의 쓰레기가 바다표범의 내부 장기를 서서히 졸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에게 괴로움을 줄 권리가 없다”는 의견을 남겼다. 사진=페이스북(@stmaryssealwatch)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NBA] 5차전 3시간 앞두고 벌금 2840만원 ‘먹은’ 토마스 분전할까

    [NBA] 5차전 3시간 앞두고 벌금 2840만원 ‘먹은’ 토마스 분전할까

    2승2패 상태에서 11일 오전 9시(한국시간) 홈 코트인 TD 가든에서 열리는 워싱턴과의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2라운드(콘퍼런스 준결승) 5차전 팁오프 3시간 전에 아이제아 토마스(보스턴)가 궂긴 소식을 들었다. 지난 5일 버라이즌 센터에서 열린 3차전 도중 벤치에 앉아 있었을 때 홈 팬과 입씨름을 했고 급기야 ‘f---’이 들어간 욕설을 내뱉고 말았는데 한 목격자가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이에 따라 NBA 사무국은 “노골적으로 부적절한 언어‘를 썼다는 이유로 2만 5000달러(약 284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동영상에는 올스타로 뽑힌 토마스에게 문제의 팬이 벤치에 앉아 있는 내내 야유를 퍼부었고 참다 못한 토마스가 손가락질을 하며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할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브래드 스티븐스 보스턴 감독은 “분명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면 절대적으로 벌금을 내야 한다”며 “이것이 내 반응이다. 주워담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NBA 사무국은 처음에 이 소동이 8일 4차전 도중 벌어졌다고 밝혔다가 보도자료를 정정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한편 원정 3·4차전에 부진했던 토마스는 콘퍼런스 결승 진출에 분수령이 될 5차전 전날 ”NBA 6년 경력에 가장 중요한 일전이 될지 모르겠다“며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로 다루고 있다. 내가 경험했던 경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승부로 다루고 있다. 바라건대 다른 모든 선수들이 같은 방식으로 다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홈 1·2차전 평균 43득점에 야투성공률 51.8%였는데 원정 3·4차전 평균 16득점에 야투성공률 45.5%로 떨어졌다. 그가 이전 두 차례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섰을 때 두 경기 연속으로 20득점 이하에 머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토마스의 절치부심이 시리즈 향배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사진으로 보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으로 보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은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태어났다. 그는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피난을 내려온 부모로부터 1953년 경남 거제도 피난민 수용소에서 출생했다.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 도시락 뚜껑을 빌려 강냉이 죽을 받아먹던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사진으로 그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봤다. 그의 모친 강한옥(90) 여사는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문재인을 데리고 암표장사를 하기 위해 이른 새벽 부산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차마 아들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돈을 벌수 없어 먼 길을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시장에서 좌판을 꾸려 장사를 하고 연탄배달로 가족의 생계를 꾸린 어머니를 떠올리면 문재인은 늘 죄송하기만하다. 강 여사는 9일 부산 영도구 자택에서 개표결과를 조용히 지켰봤다. 문재인은 가난한 형편에도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부산영도로 이사를 와 고등학교 때까지 부산에서 살면서 당시 명문이던 경남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범생’은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흡연과 음주를 하다가 학교 측에 들통나는 바람에 몇 차례 정학을 당한 것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그의 집에서는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은 경희대학교 법대에 72학번으로 입학했다. 재수 끝에 4년 장학금을 받고 대학생이 된 것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학생운동의 선두에 서서 반독재 투쟁을 벌였다. 평생 동반자인 부인 김정숙(62) 여사를 이때 만났다. 시위에서 최루탄을 맞고 기절한 그를 김씨가 물로 적셔 깨우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고 한다. 그녀는 대학교 2년 후배다. ‘안개꽃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그들의 러브스토리다. 그 시절 보통 군대에 면회를 갈 땐 맛있는 음식을 싸들고 갔지만 김씨는 안개꽃을 한 아름 안고 문재인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러브스토리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김씨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감옥으로, 군대로, 문재인이 사법시험을 공부할 때는 전남 해남 대흥사라는 절로 찾아갔다. 그들은 7년 열애 끝에 1981년 결혼했다. 문재인은 1975년 8월 육군에 입대했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제적을 당하고 강제 징집됐다. 특전사 수중폭파요원으로 복무한 그는 이 시절을 회상하면서 “‘내가 군인체질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흐뭇해했다. 실제로 그는 군 생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주특기가 폭파라는 사실은 점잖은 지금의 이미지와 사뭇 다른 반전이다. 폭파과정 최우수 표창, 화생방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 당시 사령관 전두환에게서 받은 것이 밝혀져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78년 제대 직후 부친을 잃은 문재인은 사법시험에 본격적으로 매진해 1979년 사시 1차에 합격했다. 그러나 부마항쟁과 10·26, 12·12 쿠데타의 소용돌이 속에서 재차 구속된 그는 1980년 유치장에서 2차 시험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문재인은 부산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1982년 처음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나게 된 그는 본격적으로 인권변호사 활동을 같이 시작했다. 특히 6월 항쟁 때인 1987년 부산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결성 문 후보는 상임집행위원을 맡으며 부산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1988년 노 전 대통령은 13대 총선에 출마해 정치권에 들어섰지만, 문재인은 노동·인권 전문 변호사 일을 계속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은 노 후보의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두 사람은 재결합했다. 그후 문재인은 참여정부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후 시민사회수석으로 청와대에 복귀한 그는 민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비서실장을 맡으며 ‘동지 노무현’과 흥망성쇠를 같이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뇌물 의혹이 불거지자 문재인은 변호인 겸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국민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장례를 도맡았고, 이후 노무현 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와의 단일화 끝에 48.02%라는 역대 야권 대선후보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박근혜 후보에게 패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문 후보는 적폐청산의 최적임자로 거론되면서 ‘대세론’을 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6일 동안 죽은 아내와 집에서 지낸 남편의 순애보

    6일 동안 죽은 아내와 집에서 지낸 남편의 순애보

    아내에 대한 남편의 지극한 사랑은 죽음도 쉬 갈라놓기 어려웠다. 사무치는 그리움과 차마 끊을 수 없는 부부의 사랑은 '새로운 장례법'을 만들어냈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하순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웬디를 다른 세상으로 보낸 남편 러셀 데이비슨(50)의 독특한 추모 방식과 거기에 깃든 부부의 고민, 죽음에 대한 사유 등을 소개했다. 러셀은 웬디를 병원 장례식장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집에 두고서 함께 생활했고, 비록 직접적 대화는 아니지만 얘기를 놔눴다. 밤이 되면 침대에 눕혀 함께 잠이 들기도 했다. 얼핏 정신이상자의 엽기적인 행동처럼 보이지만 러셀과 웬디는 이미 생전에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이는 그 결과물로서 스스로 선택한 방식이다. 웬디의 죽음을 알린 뒤 찾아온 친구와 친척들은 은은한 촛불을 밝힌 채 향을 피워놓고 그녀가 살아있는 듯 얘기 나누고, 또 그녀의 삶과 아름다움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웬디는 2006년 11월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병원을 오가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그리고 3년 전, 6개월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다. 웬디와 러셀 부부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생을 마무리할 것인가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병원에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지 않겠다는 것. 부부는 당장 캠핑카를 샀고, 유럽 전역 여행을 시작했다. 한창 여행하던 지난해 9월 암으로 인한 웬디의 고통이 너무 커서 결국 여행은 중단되고 말았다. 러셀에 따르면 생전 웬디는 로얄더비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치료 받았지만 병원의 장례식장을 이용하지 않고 집에서 죽기를 결심했다. 러셀은 "웬디는 아무 고통도 없이 나와 아이들, 그리고 사랑하는 반려견 엘비스의 품 안에서 평안하게 숨을 거뒀다"면서 "우리는 웬디를 플라스틱 가방에 담아 장례식장에 두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죽음은 우리 사회의 금기와도 같아 아무도 거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TV나 영화의 영향 탓인지 망자와 함께 있는 것을 무서워하곤 하지만 웬디의 죽음이 결코 그렇지 않다는 확신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특히 러셀이 이 추모 기간에 웬디에게 쓴 편지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러셀은 '가슴이 많이 아프오. 이 아픔이 과연 가실 수 있는 것인지, 스스로 아픔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소. 너무도 많은 눈물을 흘렸고, 그럼에도 곧 진정될 것이라 생각하오. 부디 다음 생에서 더욱 유쾌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오. 웬디 당신은 우리들에게 결코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며, 우리 나와 우리 아이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영원히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것이오. 당신은 품격과 존엄성, 그리고 아름다움, 사랑스러움을 가진 채 살고 죽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똑똑히 보여줬소. 당신이 우리에게 준 모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오.'라고 적었다. 그리고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오'라고 마무리했다. 러셀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처럼 장례를 치르고 추모를 하기를 권했다. 떠난 사람은 물론, 남아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추스리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합법적으로 영안실에 망자의 시신을 보관할 필요가 없으며 집에서도 특별히 시신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6일이 지나서 내 차로 웬디를 화장터로 옮겼고, 이 사실을 경찰에도 알렸다"고 덧붙였다. 웬디의 삶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는 이들 부부가 살던 지역 더비에서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21년을 함께한 개의 손을 놓던 날

    [김유민의 노견일기] 21년을 함께한 개의 손을 놓던 날

    2013년 11월 로라와 이별했어요. 21년을 함께 했어요. 다들 충분히 사랑받고 오래 살다 간 거니 호상이라는데 저는 보내기 힘들었어요. 몇 살에 가든 아쉽고 슬픈 건 마찬가지인 듯해요. 가족 품에서 보내주고 싶었는데 결국 병원에서 보내줬어요. 활동적인 애였는데 눈이 안 보이니까 너무 힘들어해서 보내줬어요. 눈 보이고 힘 있을때 좋아하는 산책 많이 시켜주고 시간을 같이 보내주는 것,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차마 버리지 못한 로라 물건들. 이젠 아팠던 모습보다 예뻤던 모습이 더 많이 기억나요.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이 보고 싶어요.2013년 로라를 보내고 쓴 글 누구한테라도 말하고 싶어서요. 오늘 저희 로라가 하늘나라로 떠났네요. 나이가 많아서 눈도 멀고 귀도 멀어버린 로라. 제가 결혼하고 바로 아기를 가지고 출산하게 되면서 데리고 나오려고 했지만 로라가 나이도 많은데 환경이 갑자기 바뀌는 것도 힘들 것 같고, 애기 보는 데 아직 익숙치 않아서 신경 써주기도 힘들 것 같고, 그런 이유들로 친정에 놓고 나왔었어요. 애기 돌 지나고 좀 할 만해지면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시간이 짧았나봐요. 서울에 있는 친정집에 자주 간다고 가긴 했는데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나서 엄마한테 로라 안부 물었더니 많이 안 좋다고 이제 그만 보내주자고. 그 얘기 듣고 바로 서울 올라왔어요. 같이 우리집 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진짜 와서 보니 평소 우리 로라 모습이 아니었어요. 보이진 않아도 눈빛은 항상 반짝였는데 초점없이 하루종일 집을 왔다갔다… 보이지 않으니 여기저기 몸을 찧고 놀라는 모습. 그러다 너무 지치면 잠깐 잠들고, 밤새 힘들게 숨을 몰아쉬고… 눈이 보이지 않아도 적응하면 되니까, 옆에서 내가 도와주면 되니까… 다니던 병원에 가서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러 나오는데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산책길, 10분이면 가던 길을 30분을 넘게, 앞장서서 가던 길을 내 냄새에 의지해서 겨우겨우 걷는 모습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네요. 겨우 병원 도착하고 주치의 선생님을 만났어요. 동물 사랑하고 믿는 선생님이라 그 선생님을 봬야 했어요. 그런데 저한테 이제 그만 보내주라고. 로라가 너무 힘들다고. 결국 그 말을 또 들었네요.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다들 저한테 보내주라고. 결국 오늘 보내줬어요. 제가 안은 채로 보내줬어요. 보이지 않는데 다른 사람 품에서 주사 놓고 잠이 들면 무서울까봐. 축 늘어지는 모습. 분홍색 혀가 보라색이 되는 모습 보니 멍… 꿈 같고… 아기 안고 가야 해서 장례식장 차량에 태워서 화장하는 곳까지 이동했는데 너무 후회되네요. 내가 안아서 갔어야 했는데… 끝까지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했는데, 우느라 아무 말도 못해줬어요. 화장 전에 얼굴 잠깐 보고 뺏기듯이 화장터로 보냈어요. 내 새끼가 혼자 저 불구덩이에 들어가는구나. 이제 내가 같이 가줄 수가 없구나. 재가 돼서 나온 로라 보니 또 멍… 집에 들어가니 문 뒤에 있을 것 같고, 다른 방에 있을 것 같고. 미치겠어서 빨리 짐 싸서 집으로가고 있어요. 사실 실감이 안나요. 친정 가면 로라가 달려나올 것 같아요. 저보다 더 허전하실 엄마 두고 온 것도 미안하고. 한번 더 불러보고 싶은데. “로라야” 하고 불러보고 싶은데. 우리 로라 잘 갔겠죠? 잘 지내고 있겠죠? 내일부터 추워진다는데. 한번도 밖에서 자본 적도 없는데. 어두운 거 엄청 무서워하는데. 천둥 번개 치면 옆에서 안아줘야 하는데. 비 맞는거 정말 싫어하는데. 이렇게 보고 싶은데… 4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정말 많이 보고 싶은, 행복만 주고 간 로라를 추억하며. 로라 가족으로부터.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유민의 노견일기]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 갑자기 내리친 번개에 젖소 32마리 떼죽음

    갑자기 내리친 번개에 젖소 32마리 떼죽음

    갑자기 내리친 번개에 애지중지 키우던 젖소 32마리가 떼죽음 당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USA 투데이 등 현지언론은 미주리주 텍사스 카운티에 위치한 카불에서 젖소 32마리가 번개가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달 29일. 이날 새벽 농장주인 자레드 블랙웰더는 평소처럼 젖소에게 여물을 주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에 우유를 짜기 위해 다시 농장을 찾았을 때 목격한 것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죽어있는 32마리의 젖소들. 블랙웰더는 "처참한 상태로 젖소들이 죽어있어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였다"면서 "폭풍우를 피해 한 쪽으로 모여있다가 번개를 맞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사에 나선 미주리주 농업국 측도 "일반적으로 젖소는 비바람이 불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 밑으로 모인다"면서 "이같은 사고가 간혹 발생하기는 하지만 32마리 젖소의 죽음은 지역 내 최대 숫자"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가장 상심이 큰 사람은 졸지에 32마리의 젖소를 잃은 농장주 블랙웰더다. 두당 2000~2500달러(220~280만원) 정도로 추산돼 전체 피해규모는 약 6만 달러(약 6800만원). 블랙웰더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피해액 전체를 보상받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번개에 맞아 죽은 젖소는 식용으로도 사용이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아버지의 주름에 들어앉은 가족의 기록

    아버지의 주름에 들어앉은 가족의 기록

    아이의 달큰한 살내음, 오종종한 입에서 만드는 앙증맞은 단어들, 금방 못 신게 될 작은 신발…. 어김없이 지나가고야 마는 ‘가족의 어느 한때’를 함축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늘 이 한때를 통과하지만 이 시간들이 추억으로 맺힐 때 사무치게 그리울 것이란 진실은 잊고 산다. 지나고 나서야 귀함을 알게 되는 기억들이 소설로 영글었다. 이기호(45) 작가의 가족 소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마음산책)이다.지난해 펴낸 짧은 소설집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가 10만부 가까이 팔리며 독자들과의 두터운 교감을 이룬 그가 이번에 낸 짧은 이야기들은 작가 가족의 자전적 기록들이다. 한 월간지에 2011년부터 3년간 ‘유쾌한 기호씨네’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44편의 소설로 묶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소설은 때론 삭제되고 지워진 문장들을 종이 밖으로 밀어내며 완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 모든 가족 이야기는 그런 소설과 많이 닮아 있다. 나에게는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가 꼭 소설의 다른 말인 것만 같다”고 했다. 쓰지 못한 것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것들 때문에 소설이 온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라는 부연과 함께.책장 어디를 펴들어도 이야기에 깊숙이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건, 분량이 짧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그의 가족 이야기에 자꾸 나의 가족 이야기가 포개지기 때문이다. 가족사진을 찍은 뒤 영정 사진을 찍겠다는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에서 가족의 얼굴을 더듬게 되는 순간이 그러하다. ‘어쩌면 아버지의 얼굴 구석구석에 가족 모두가 들어 있어 아버지의 독사진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가족사진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83쪽). 침대에서 자면 아이들이 따라 올라와 떨어질까 봐 좁은 방바닥에 세 아이와 붙어 자는 아내를 애잔하게 보며 남편은 그 틈에 비집고 누워 이렇게 생각한다. ‘누운 자리는 좁았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68쪽)고. 웃음과 안쓰러움, 실망과 감동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교차하는 가족 관계를 다뤘기 때문일까. 익살과 비애를 솜씨 좋게 버무려내는 작가의 장기는 더욱 활기가 넘친다. 잔소리가 많아 가족 모두가 피하는 조카가 다운증후군 오빠가 다치지 않으려면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할 때, 편견으로 뭉친 어른은 아이들의 깊이 모를 속내에 허를 찔린다. 작가는 당초 글의 연재를 중단한 이유에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놓여 있다고 고백한다.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많은 아비와 어미가 자식을 잃고 슬퍼하고 있을 때, 그때 차마 내가 내 새끼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문장으로 옮길 자신이 없었다”고. 그는 “연재를 중단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책으로 내는) 용기를 내본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소소하고 흔한 풍경이 더 아름답고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설] “사드 비용 미국이 부담” 약속 깬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한 미군에 배치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을 한국 정부에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마저 무시하고 사드를 전격 배치한 지 이틀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한 미군에 배치한 사드 비용을 10억 달러(약 1조원)로 잡고 한국 측에 이를 부담시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술 더 떠 “한국 정부가 돈을 지불하는 게 적절한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우리는 사드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요구는 한마디로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약속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국방부는 미국과 사드 배치를 공식 협의하면서 비용 문제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를 것이라고 누누이 밝혔다. SOFA 규정엔 한국에 배치되는 미군 전력에 대해 한국 측은 부지와 기반 시설을 제공하고 미국 측이 전력 전개와 운영·유지 비용을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우리 정부는 사드 장비의 비용을 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강조해 왔다. 사드 배치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사드 배치에 합의하면서 한·미의 공식 약정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실무진 간의 합의가 있다고 했지만 아직 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될 정도로 우리의 고통은 컸다. 지난해 1월 사드 배치 논란 초기 사드 무용론이 거셌다. 종심이 짧은 한국의 지형상 수도권 방위조차 못 하는 사드는 일본에 주둔한 미군 보호용이란 지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북핵·미사일을 저지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미국 주장의 진정성을 믿었고 한·미 동맹이 굳건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당위성에 손을 들어 줬다. 작금의 사태는 국민적 동의도 없이 절차도 무시한 채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박근혜 정부의 졸속 처리가 자초한 것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엄청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마당에 사드 비용까지 우리가 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정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 청구서를 내밀며 한·미 동맹 자체적 이익 수단으로 삼는 발상은 한국민의 진정성을 우롱하는 처사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청구서’는 철회돼야 한다. 백번을 양보해 SOFA 개정에 대비한 협상용 발언이라고 해도 미국 대통령의 입으로 할 말은 아니다.
  • 봄바람 날린다 오월을 달린다

    봄바람 날린다 오월을 달린다

    바람 맞기 좋은 계절이다. 차창으로 밀려드는 바람에 귀밑머리 날릴 때의 기분이라니. 그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한국관광공사가 5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운치 있는 드라이브 코스’를 제시했다. 바다와 강, 오지를 두루 아울렀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기 가평 75번 국도 물빛 그윽한 북한강서 수상 스포츠 짜릿함까지 75번 국도는 가평 설악면에서 청평, 가평, 북면을 거쳐 강원 화천 사내면까지 이어진 도로다. 줄곧 물길을 끼고 가는 길이 인상적이다. 달리기 시합하듯 북한강과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 특히 아름답다. 가평읍을 지나면서 가평천이 내내 함께한다. 산과 물이 그려 낸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수상스키와 플라이 피싱, 번지점프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도로 변의 쁘띠프랑스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낭만적이다. 사진이 유독 예쁘게 나와 내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관람객의 행동과 소리에 반응하는 미술 작품을 전시한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 캠핑장과 공원 등 놀거리 가득한 자라섬, 가평레일파크 등 75번 국도를 따라 볼거리, 놀거리가 주렁주렁 열렸다. 가평군 관광사업단 (031)580-2511~3.■ 강원 강릉 헌화로 한쪽은 절벽·한쪽은 바다… 아찔한 해안 드라이브 헌화로는 강릉 옥계 금진해변에서 심곡항을 거쳐 정동진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다. 도로와 해안이 맞닿아 있고, 코앞의 바다는 옅은 옥빛에서 청록색까지 다채로운 물빛을 뽐낸다. 도로 이름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헌화가’에서 따왔다. 출발점인 금진해변은 서핑의 명소다. 헌화로의 하이라이트는 금진해변에서 금진항을 지나 심곡항에 이르는 구간이다. 한쪽은 아찔한 해안 절벽, 다른 쪽은 탁 트인 쪽빛 바다다. 2㎞ 남짓한 거리가 짧아 아쉽다면 금진항이나 심곡항에 차를 세우고 걸어 보자. 도로와 바다 사이에 길이 있어 걷기 편하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다 바다가 보이면 정동진이다. 하슬라아트월드, 등명락가사, 강릉통일공원, 강릉커피거리, 영진해변, 주문진수산시장으로 동선을 짜면 알찬 바다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강원도 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14.■ 강원 정선 만항재 1330m 하늘과 맞닿은 길에 백두대간 구름 물결 만항재는 고원 드라이브의 정수다. 고갯마루가 무려 1330m에 달해 우리나라에서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가장 높다.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1573m) 턱밑까지 오른다. 백두대간의 고산 준봉이 어깨쯤에서 물결치는 풍경도 매력적이다. 출발점은 38번 국도와 414번 지방도가 갈리는 정선 고한읍 상갈래 교차로다. 여기서 정암사를 지나 만항재 넘어 태백의 화방재까지 16㎞쯤 달린다. 만항재는 사계절 풍광이 아름답다. 특히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으로도 유명하다. 드라이브는 낮밤을 가리지 않는다. 별을 좋아하는 이는 야밤에 은하수를 만난다. 호젓한 드라이브를 꿈꾸는 이는 새벽녘에 선물 같은 아침을 맞는다. 고도가 높아 이른 아침에 안개 낀 몽환적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정선군 문화관광과 (033)560-2368.■ 경북 봉화~강원 영월 88번 지방도 고즈넉한 경치·푸르른 정취… 오지 기행의 정수 경북 봉화 춘양에서 강원 영월까지 이어지는 88번 지방도는 오지 기행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도로다. 봉화 만산고택에서 영월 청령포를 지나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까지 이어진다. 조선 양반 가옥의 원형을 보여 주는 만산고택과 천년 고찰 각화사는 봄 정취가 가득한 곳.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여의도 면적의 18배에 달하는 규모가 자랑이다. 호랑이 숲, 백두대간 자생식물원 등 26개 전시 공간이 조성됐다. 수목원 홈페이지(www.bdna.kr)에서 예약해야 한다. 영월은 박물관이 많은 곳. 미디어기자박물관, 아프리카박물관 등 다양한 박물관과 만날 수 있다. 김병연의 흔적이 남은 김삿갓 유적지와 단종이 묻힌 장릉을 지나면 선암마을이다. 한반도를 빼닮은 모습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봉화군 문화관광과 (054)679-6341, 영월군 문화관광과 (033)370-2542.■ 충남 금산 방우리~적벽강 금산·무주로 연결된 금강 물줄기와 호젓한 데이트 금산 방우리와 적벽강을 잇는 드라이브 길은 금강 물줄기와 동행한다. 청정한 금강 상류 마을에서 시동을 걸어 전북 무주를 거쳐 다시 금산의 금강을 만나는 독특한 코스다. 금산 부리면 방우리는 ‘육지의 외딴섬’으로 불리는 마을이다. 금강을 끼고 금산 끝자락에 방울처럼 매달려 방우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전북 무주를 에돌아야 닿는 곳이다. 방우리에서 출발해 37번 국도와 601번 지방도를 경유하면 금강 다리를 수차례 건너는 호젓한 길이 이어진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은 충남 금산을 지나며 ‘적벽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강줄기가 육중한 암산으로 둘러싸여 붉은빛을 띠는 곳이다. 높이 30m 기암절벽 아래 고요한 수면과 자갈밭이 넉넉하게 펼쳐진다. 보석사, 칠백의총, 금산인삼약령시장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금산군 문화공보관광과 (041)750-2371.■ 전남 곡성~구례 17번 국도섬진강 바람 따라 ~ 메타세쿼이아 길 따라 봄 속으로 전북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전북 남원의 요천과 만나 제법 큰 강이 된다. 남원에서 내려오는 17번 국도는 곡성부터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기 시작하고, 구례를 거쳐 50㎞ 가까이 이어진다. 봄기운이 완연한 5월에는 시원한 바람 맞으며 즐기는 드라이브의 명소로 손색이 없다. 호젓한 드라이브를 원한다면 가정역 인근의 두가세월교를 건너 섬진강로를 따라 달려도 좋다. 17번 국도 인근에 여행지가 많다. 영화 ‘곡성’을 촬영한 메타세쿼이아 길, 섬진강을 따라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섬진강기차마을, 도깨비를 테마로 내세운 섬진강도깨비마을, 섬진강과 지리산을 품에 안은 사성암, 지리산을 대표하는 화엄사와 반달가슴곰 생태체험장 등이 지척이다. 곡성군 관광문화과 (061)360-8358, 구례군 문화관광과 (061)780-2224.■ 경남 남해도 일주도로 바다위 운전하는 듯… 봄빛·쪽빛 짜릿한 보물섬 투어 남해는 봄에 더욱 아름답다. 다랑논에서 마늘이 쑥쑥 자라고 노란 유채 꽃이 흐드러지며, 작은 어촌은 쪽빛 바다를 품고 빛난다. 남해는 1973년 남해대교가 준공돼 하동과 연결되고, 2003년 창선·삼천포대교로 사천과 이어지면서 드라이브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나비처럼 생긴 남해는 양 날개 위쪽으로 하동과 사천이 이어진다. 따라서 드라이브는 남해대교로 들어와 창선·삼천포대교를 통해 나가거나, 그 반대로 진행하는 게 좋다. 남해 왼쪽에는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과 남해유배문학관, 가천다랭이마을 등이, 오른쪽에는 상주은모래비치와 물건리 방조어부림, 독일마을, 원예예술촌 등이 있다. 특히 물건리에서 미조항까지 이어진 ‘물미해안도로’는 바다 위를 운전하는 듯 짜릿하다. 남해군 문화관광과 (055)860-8601.
  • 국민의당 권양숙 친척 특혜채용 의혹 제기…盧재단 “허위사실 유포에 분노”

    국민의당 권양숙 친척 특혜채용 의혹 제기…盧재단 “허위사실 유포에 분노”

    국민의당이 한국고용정보원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친척도 특혜채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무현재단은 “허위사실 유포에 분노한다”면서 안철수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노무현재단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권 여사와 집안 친인척에게 확인한 결과, 고용정보원에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사람은 없다는 것을 다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권양숙 여사가 ‘아무리 선거라고 하지만 사실관계 확인도 안 하고 이럴 수가 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며 “이번 선거기간에 다른 집단에게 고통받고 있어 마음 둘 곳이 없는데 믿었던 사람들이 없는 사실로 공격하니 차마 뭐라 말씀을 못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노무현재단은 이용주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장의 어이없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는 이번 허위사실유포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재단 측은 “노무현재단과 유족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선거에 악용한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관석 민주당 공보단장은 “입만 열면 ‘네거티브 중단하자’고 하면서 당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막말과 허위 논평을 내고, 당 공명선거추진단장이라는 사람은 ‘아니면 말고 식’ 허위 사실 유포로 전임 대통령 가족을 욕보이는 게 안 후보의 새 정치인가”라면서 “안 후보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자신을 포장하지 말고, 박지원 대표를 앞세운 막말과 허위사실 유포의 전위병들부터 단속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적게 탈수록 큰 혜택… 은평 ‘승용차마일리지’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이모(36)씨는 새 차를 산 이후 5년 동안 10만㎞를 주행했다. 1년간 2만㎞ 정도다. 최근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느끼고 ‘승용차마일리지제’에 신청해 솔선수범하기로 했다. 1년간 감축한 주행거리에 따라 마일리지를 지급받을 수 있어 환경보호도 하고 일석이조다. 마일리지는 수도세, 가스비 납부에 쓰거나 기부할 예정이다. 은평구가 자동차 주행거리 감축에 따라 마일리지를 주는 승용차마일리지제를 오는 17일부터 도입한다고 12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기존에 시행하던 승용차요일제 가입자들이 자동차세 5% 감면, 공영주차장 할인 등 혜택만 받고 차는 그대로 운행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승용차마일리지제를 장려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승용차마일리지제는 연간 주행거리 감축률 5~10% 또는 감축량 500~1000㎞를 달성하면 2만 포인트, 감축률 10~20% 또는 감축량 1000~2000㎞를 달성하면 3만 포인트를 제공한다. 또한 감축률 20~30%나 감축량 2000~3000㎞를 달성하면 5만 포인트, 감축률 30% 이상 또는 감축량 3000㎞ 이상을 달성하면 7만 포인트를 준다. 7만 포인트는 7만원의 가치를 갖고, 지방세를 내거나 모바일 상품권 전환 및 기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신청을 원하는 사람은 별도로 마련되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가입 대상은 신청 당시 서울시에 주소를 둔 시민으로 12인승 이하 비사업용 승용차와 승합차 소유자다. 본인 소유 차량 1대만 신청이 가능하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환경오염 예방, 유류비 절감, 최대 7만 포인트의 인센티브까지 1석3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승용차 마일리지제도에 구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천우희·김남길,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눈물 펑펑’

    천우희·김남길,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눈물 펑펑’

    김남길·천우희가 눈물샘을 자극했다. ‘어느날’(감독 이윤기·제작 인벤트스톤) 측은 11일 주연배우 김남길과 천우희의 눈물이 담긴 스틸을 공개했다. ‘어느날’은 어느 날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되어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공개된 스틸 속에는 슬픔이 가득한 강수와 미소의 표정이 담겼다. 영화 속에서 아내가 죽은 후 49제에 차마 가지 못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강수는 한없이 길을 걸으며 애써 괜찮을 척 하지만 결국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스틸에서는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 원망스러운 마음을 내비치는 강수의 모습이 그가 가진 깊은 상처를 보여주는 듯하다. 미소의 스틸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듯 한 모습이다. 의지할 것 하나 없이 보이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미소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애처롭게 만들었다. 스틸 속 그의 공허한 눈빛은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증까지 자아내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다른 운명의 쌍둥이…희귀병 형 살뜰히 챙기는 동생

    다른 운명의 쌍둥이…희귀병 형 살뜰히 챙기는 동생

    쌍둥이지만 2분 먼저 태어난 형에게만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동생은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항상 형을 먼저 생각하고 끔찍히 아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더썬은 여덟 살 먹은 쌍둥이 형제간의 애틋한 우애를 소개했다. 영국 런던 남부 출신의 쌍둥이 형제 브레이와 브로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서로를 의지했다. 둘은 똑같이 29주 만에 태어났다. 형 브레이가 몇 주동안 인큐베이터에 머물러야했을 때도 비교적 건강했던 동생 브로간은 형 옆을 지켰다. 자라면서 각자 다른 침대를 썼지만 동생 브로간은 항상 형과 붙어 잘 수 있는 이유를 찾았고,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싫어할 정도로 유대감이 아주 강했다. 엄마 쇼반 켈리(39)는 “두 아들은 놀라운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형의 이가 빠졌을 때 동생도 치통을 느꼈고, 형이 다리를 다치자 동생도 자신의 다리가 아프다 말할 정도”라면서 “동생은 형 브레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도 서로의 아픔을 함께 느꼈다”며 끈끈한 형제애를 설명했다. 쌍둥이들이 자라 3살이 됐을 때, 아주 잔인한 운명이 이들 앞에 닥쳤다. 바로 브레이가 퇴행성 유전질환인 모세혈관확장성운동실조(Ataxia-Telangiectasia)에 걸린 것이다. 이는 자발적인 운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점차적으로 손상되고 영구적으로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점막과 피부에 붉은 병변이 생기는 것이 특징인 병이다. 브레이가 현재 암과 폐질환의 위험에 처한 것도, 곧 하루종일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일도 다 이 병 때문이다. 엄마 쇼반은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로간은 첫번째 생일에 걷기 시작했지만, 브레이는 4개월이 더 걸렸어요. 게다가 자주 넘어져 다치곤 했죠. 수차례 아들을 응급실에 데려가야했어요. 결국 지역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받은 끝에, 아들의 병명을 듣게 됐죠”라고 말했다. 아빠 브라이언 수엘 역시 “병원의 의료진 중 어느 누구도 우리와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면서 “그날 의사에게 들었던 암, 폐 질환, 휠체어, 조기 사망 등과 같은 단어들이 우리를 무너뜨렸다”면서 절망적인 심경을 전했다. 반면 브레이는 의연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 연연해하거나 우울해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바쁘게 살고 있고 최대한 누리고 있는 중이다. 오히려 동생 브로간이 형의 상태가 나빠질까 두려워하고 내내 걱정하는 편이다. 동생 브로간은 축구를 할 때도 항상 형을 생각한다. 재능있는 축구선수이자 미래의 유망주로 일찌감치 프리미어 리그 클럽 첼시의 유소년팀과 계약을 맺은 브로간은 “전 축구를 좋아해요. 절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전 최고가 되기 위해 열심히 뛰었고, 그래서 형에게 최고의 휠체어를 선물할 수 있게 됐어요”라며 구단과 계약을 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앞으로 브로간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형과 자신을 위해서 뛸 생각이다. 차마 떨어져 지내는 것을 못견디는 쌍둥이들에게 닥쳐올 미래는 더 힘들겠지만, 엄마는 형 브레이가 가능한 오랫동안 병과 싸울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완벽한 아내’ 고소영, 후반부 사이다가 기대되는 이유

    ‘완벽한 아내’ 고소영, 후반부 사이다가 기대되는 이유

    ‘완벽한 아내’ 고소영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통쾌함을 선사하며 후반 전개에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에서는 이은희(조여정 분)가 자신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연관이 있음을 확신한 심재복(고소영 분)의 각성이 한층 더 쫄깃해진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총 20회 중 10회를 넘어서며 후반전 전개를 기대하게 하는 재복의 사이다 연대기를 짚어봤다. 상냥한 은희를 차마 의심하지 못하던 시기에도 잘못된 건 확실히 짚고 갔던 재복. 지난 5회에서 딸 혜욱(김보민 분)의 유치원 교사가 자신을 보모라고 생각하자 재복은 서툰 영어로 “저는 혜욱이 보모가 아니라 엄마입니다. 이분(은희)은 1층에 사시는 이웃이고요”라며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예상치 못한 재복의 반격에 은희 역시 당황한 순간이었다. 은희가 차경우(신현준 분)와 이혼한 것을 알게 된 후에는 그녀의 집을 바로 떠나며 시원한 행보를 보였다. 자신의 짐을 가져다 주려다 은희가 넘어지는 바람에 다시 집에 돌아가게 됐지만 “언니가 나 좀 의심하면 어때서요. 내가 풀면 되지?”라는 은희의 말에 “푸는 건 좋은데, 그거 풀다가 다른 게 들통 날 수 있으니까. 아무도 모르는 은희씨 꿍꿍이”라고 맞받아치며 여전한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특히 지난 8회에서 정나미(임세미 분)의 집에서 발견된 브로치를 강봉구(성준 분)에게서 건네받은 재복은 최덕분(남기애 분)에게 “정나미씨 죽던 날 밤, 아주머니가 떨어트리신 거”라고 슬쩍 떠보며 정면 대결을 시작했다. 은희 역시 나미의 죽음과 관련이 있음을 확신한 후에는 학부모 참관 수업에서 아들 진욱(최권수 분)의 엄마 행세를 하는 그녀에게 “수고했어요. 들어가 주세요”라며 공개 망신을 주고, “은희씨는 구정희 좋아하면 안 돼. 은희씨는 사이코니까”라며 사이다의 화룡점정을 찍기도 했다. ‘완벽한 아내’ 관계자는 “재복이 자신을 둘러싼 미스터리에 은희가 연관이 있음을 확신했다. 전 남편이지만, 영원히 아이들의 아빠일 정희를 지키기 위해 ‘은희씨는 사이코’라는 팩트 폭격을 날린 이유”라며 본방송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 이날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 KBS 미디어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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