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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풍경소리없는 成佛寺

    “성불사(成佛寺)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주승(住僧)은 잠이 들고 객(客)이 홀로 듣는구나…” 우리 국민들의 서정을 한없이 우려내던 이은상(李殷相)의 시제(詩題)가 깃든 성불사를 지난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남북농업협력단의 방북길에 들를 수 있었다.황해북도사리원시 서북방 15㎞ 지점의 정방산성 깊숙이 자리잡은성불사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더니 아름다운 색깔의 규암과 운모편암의 바위산들이 낙락장송과 낙엽수들과 한데어우러져 마치 한편의 그림폭을 펼쳐놓은 듯했다. 898년,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103년전,궁예가 송악으로 도읍을 옮긴 해에 건립된 성불사는 극락전·응진전·명부전·청풍루·운하당·산신각으로 구성돼 있는데 극락전만이 6·25 동란때 불에 타 수년전에야 복원했다고 한다.그런데 기적적으로 극락전 바로 앞의 오층탑은 옛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나머지 산사(山寺)들과 어울려 고색이창연하다. 그런데 웬일일가.살랑살랑 미풍이 이는데도 풍경소리가들리지 않는다.유심히 살펴보니 극락전 처마끝에 풍경들이달려있지않았다.풍경이 없으니 소리가 날 리 없다.마치정방산성 성문 맞은편의 정방폭포에 물 한방울 흐르지 않는 현상과 궁합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가뭄이 하도 극심하여 그토록 수량(水量)이 풍부해 장엄한 물줄기를 내리쏟던폭포수마저 완벽하게 메말라 있었다. 풍경이 없는 성불사와 물이 메말라 버린 정방폭포는 우리일행을 한없이 쓸쓸하게 하였다.누군가 중얼거리듯 부르는 바리톤의 ‘성불사’ 노래는 차마 처연하다고나 할까. 북한의 산하는 바야흐로 뙤약볕에 불타고 있다.남한의 경기도 북부나 강원도보다도 가뭄이 더 심해 밀·보리 등 밭작물은 반타작하기 힘들고,북한주민의 주식이나 다름없는옥수수와 감자는 쑥쑥 자랄 때인데도 생육을 정지하고 있다. 성불사를 방문한 날이 마침 6월1일,그곳의 아동절(어린이날)이라 울긋불긋 차려입은 유치원 어린이들이 절 구경차나들이를 나와 우리 일행과 사진을 함께 찍는 등 자연스레어우러졌다.비록 천진난만한 밝은 표정과 씩씩한 말씨이지만 5∼6세의 어린이들이라고 보기에는 영양 및 성장상태가 좀 좋지 않아보였다.마치 6·25 동란때의 우리들의 자화상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키가작고 무언가 부족한 듯한 50대 후반,60대초의 덜 자란 모습을 자주 보지 않던가.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우리보다 기술수준이 훨씬 앞질러 우리는 구경도 제대로 못했던 트랙터와 경운기들이 북한에서는 매년 1만대 이상씩 농촌에 공급,가동되던 시절이있었다. 그로부터 중국과 소련 및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벨트·베어링·타이어 등 부품공급이 끊기고 외화부족으로 에너지 도입이 여의치 않으면서 대외경제마저 봉쇄되어 북한은 이른바 자력갱생의 길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아니면,체제붕괴밖에는 없었다. 그때의 ‘천리마’‘전진 20호’ 등의 트랙터와 이앙기들이 2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북한의 서해안 평야지대 곳곳의 모내기에 동원되고 있었다.총 공급대수의 20% 정도만이겨우 가동되다 보니 모내기의 거의 대부분은 군·관·민이 총동원되어 ‘모내기 전투’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남한에서는 물리적 수명이 아직 멀쩡한데도 농촌 곳곳에 농기계들이 버려져 녹이 슬고 있는 현상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농작물 씨앗과 가축 품종들도 퇴화되거나 요즘 우리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토종에 가까워 개량종으로의 갱신이 시급하다.그러자면 비료와 농약·사료의 공급이 제때 제대로뒷받침되어야 한다.때맞춰 보내진 농협 남해화학의 밑거름(요소비료)이 포장째 논두렁에 수송되어 농민들이 흰 입자들을 훨훨 모논에 뿌리고 있는 장면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밑거름만 주면 뭣하나,결실기에 웃거름(복합비료)이 뿌려져야 풍작을 거둘 수 있지”라고 동행한 농업전문가 한사람이 한숨을 섞어 내뱉는다.그렇다,평화와 통일의 밑거름과 웃거름,그 모두가 우리가 분담해야 할 몫일 수밖에없다. 성불사를 뒤로 하는 우리 눈앞에는 “가는 길 험난해도웃으며 가자!”라는 입간판이 점점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성불사 처마에 우리 모두 풍경을 달아보자. 김 성 훈 중앙대 교수
  • 초점 인물/ 한나라당 강신성일의원

    배우 출신 한나라당 강신성일(姜申星一) 의원이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화제의 영화 ‘친구’가 공전의 히트를치게 된 ‘사회적 분위기’를 개탄해 눈길을 끌었다. 강 의원은 “이 영화는 머지않아 관람객 1,000만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수립할 기세로 있다”면서 “그러나 평생을영화와 함께 살아온 사람으로서 차마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욕설과 잔인한 폭력장면으로 얼룩져 있는 영화가 열광적으로 환호되는 ‘사회심리학적 배경’에 전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그러면서 그 배경의 하나로 ‘억압된 사회구조와 정쟁만 일삼는 정치구조’를 적시했다. 김상연기자
  • [데스크 시각] 여의도 일제청산 바람

    최근 서울 여의도 정가에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이 불고있다. 여야 의원들이 망라돼 추진하고 있는 ‘친일잔재 청산바람’이 그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여야 의원 23명은 지난 5일 친일잔재청산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회장 김희선 의원)을 결성했다.우리 국회의원들 입에서 ‘민족정기’라는 말이 나온 자체가 참으로 오랜만의일이다.해방후 반민특위가 와해된 이후 아마 처음이 아닌가싶다. 김희선 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국회는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반민법)을 제정해 일제잔재 청산을 시도했으나 친일세력의 반발로 무산됐다”면서 “선배 의원들이못한 민족정기 수호의 대업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다짐’대로라면 ‘제2의 반민특위’라도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같은데 뒤늦었지만 민족사적으로 참으로반갑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이날 모임에는 여당의대표가 나와 “일본 역사교과서에 대한 대응 못지않게 우리내부의 일제잔재 청산도 중요하다”며 축사까지 했다니 더욱 이들의 행보에힘이 실리는 듯하다. 잘 알다시피 해방후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양대 과제는 통일·민족국가 수립과 일제잔재 청산을 통한 민족정기 확립이었다.그러나 반세기 전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모습은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국토는 양분되고 독립국가에서는 차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외세에 빌붙어 기득권을 누리며 민족반역을 저지른 자들이 다시 권력엘리트로,거대자본가로,명망가·지식인으로 재등장하게 된 것이다.이는 우리처럼 2차대전 당시 외세의 지배 아래 있었던그 어떤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 해방후 때를 놓친 ‘민족정기 확립’은 두고두고 민족적과제로 남아왔으나 이승만 정권 이후 역대 정권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정치인·정당은 극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독립운동 경력을 가진 정치인들마저 대세론을 앞세워‘친일’시류에 편승해 민족정기를 짓밟아 왔다.이같은 형국이고보니 친일경력자가 단상에서 독립운동가에게 훈장을내리고,친일파가 대일외교 전면에 나서는가 하면,심지어 이들이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심사하기까지 했다.친일경력자가큰 감투를 내세워 국립묘지에 버젓이 묻히고, 법원이 친일파가 매국의 대가로 축적한 재산을 실정법을 이유로 보호해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는지도 모른다. 지난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친일문제는 역사학계를 포함해 우리사회의 여러 ‘성역’ 가운데 하나였다.이 때문에친일문제 전문연구자가 손에 꼽을 정도이고,예산이 없어 아직 ‘친일인명사전’ 하나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새천년을 사는 우리의 현주소이다.지난 95년 해방 50주년을 계기로 총독부 청사 철거,‘국민학교’ 명칭 개정 등 잠시 이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설정되는가 싶더니 이 역시 ‘잔칫상의 안주’ 정도로 끝나버리고 다시 대중적 관심에서 멀어졌다. 제발 이번만은 과거처럼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이같은 움직임이 비록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이 계기가 됐다고는 하나 이제라도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를 반면교사로삼았으면 한다.모처럼 여의도에 일고 있는 ‘민족적 바람’에 박수를 보내며 특별법 제정에 앞서 이 문제의 대중적 확산을위해 국회의원·전문연구자·독립운동가·법조계·일반시민들이 참여한 대토론회를 제안한다. 정운현 문화팀 차장
  • 임시국회 어떻게 되나

    4일 첫 본회의와 함께 본격 가동되는 6월국회는 각종 민생·개혁법안을 놓고 여야간 격돌이 예상된다.이번 임시국회가 정기국회 이전에 열리는 사실상 마지막 국회인 만큼 개혁법안의 회기내 처리가 절실한 과제다. 그러나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상당수 법안들이 지난 국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표류해온 것들이고,일부 법안은여야 모두 당내 의견 차마저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과 자민련이 공조에 이상기류가 생긴 점도 변수다.다만,여야 모두 교차투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점이 희망적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돈세탁방지법,모성보호법,민주유공자예우법,부패방지법,약사법,통신비밀보호법 등이 주요 현안이다. 건강보험·공적자금 국정조사,정치개혁특위 시한연장,인사청문회법,검찰청법 등은 정치적 협상력이 요구된다.야당은검찰총장,국정원장,청와대민정수석,서울지검장,대검공안부장 등의 자진사퇴 요구와 함께 오장섭(吳長燮) 건교부장관의 부동산 위장매매 의혹,언론사 세무조사 문제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은 6월 국회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예결특위 위원장이 “어느 당의 몫이냐”는 것도 마찬가지다.국가보안법은 각 당이 당론을 내놓지못한 가운데 한나라당에서 자유투표 움직임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여야 속셈은 여야 모두 “협조할 것은 협조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속내는 저마다 다르다. 한나라당은 건강보험 재정문제, 의약분업,‘나눠먹기식’인선에 따른 인사정책 실패 등을 쟁점화해 전방위 공세를펴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등 야당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자세지만,국보법 등 민감한 법안은 내심 자유투표를 원하고 있다. 자민련은 국회법 처리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민주당과의공조를 통해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태도다.하지만 모성보호법 등에 대해서는 ‘정체성’을 내세워 ‘줄타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운기자 jj@
  • 잘못 나무라는 교사에 고3생 집단폭행

    스승의 날을 앞두고 고교생들이 잘못을 나무라는 교사에게집단 폭행을 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20분쯤 광주예술고 무용과 3학년 교실에서 중간고사를 치르던 김모(18),정모군(18) 등 남녀 학생 수십명이 시험 감독중이던 김모교사(33)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아 가슴과 무릎 등에 찰과상을 입혔다. 김교사에 따르면 이날 동료 유모교사(62)와 함께 시험지를돌리던 중 유교사가 최근 치러진 수능모의고사 시간에 늦는등 그간 불량한 태도를 보였던 김모군에게 주의를 줬다. 이에 김군과 옆자리에 앉아 있던 정군 등은 유교사를 향해 “x놈…”이라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을 퍼부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 [함께하는 시민운동]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는 한(恨) 맺힌 절규의현장’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세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이는 ‘일본군대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9일로459회째를 맞았다. 단일 집회로는 세계 최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비용 때문에 기네스북에 등재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수요집회는 지난 92년 1월8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됐다.95년 1월18일고베(神戶) 대지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뜻에서 151번째집회를 그 다음주로 미뤘을 뿐,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빠짐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 도쿄(東京)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재판을 고비로 열기가 식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일본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으로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반세기에 걸친 세월을 숨어 지내다시피 살아온 할머니들은 수요집회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며 ‘전사(戰士)’로 거듭났다.집회 초창기만 해도 대열 뒤편에 서서얼굴을 가렸지만‘슬픈 과거’를 털어놓은 뒤부터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의 주체로 떠올랐다. 할머니들의 수요집회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공동대표 윤정옥·지은희·김윤옥)의 운동사와 함께 한다. 86년 권인숙양 성고문사건을 계기로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가 관심을 모으면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심각성이 전면으로 대두됐다. 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방일과 함께 ‘정신대연구회’가 조직됐고 90년 11월16일 37개 여성,시민,종교,학생단체를 중심으로 정대협이 공식 출범했다.무엇보다 정대협에힘을 실어준 사건은 91년 7월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사무실로 찾아온 김학순(97년 작고) 할머니의 처절한 증언. 김 할머니는 “16살 때 만주의 어느 위안소에서 당했던일이 하도 기가 막히고 끔찍해서 평생 가슴 속에만 묻어두고 지냈는데 국민 모두가 과거를 잊은 채 일본에 매달리는 것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며 털어놓은 증언은한·일 양국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수요집회의 주최측은 정대협이지만 매주 나서는 부담을덜어주기 위해 주관 단체는 수시로 바뀐다.전교조,민주노총,참여연대,경실련은 물론,각 대학의 여학생회와 고등학생 단체까지 나선다.지난 3월28일에는 ‘일본 고령자 NGO회의’ 대표단 9명이 수요집회에 동참,일본의 사죄와 역사교과서 왜곡 중단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의 무성의에 지쳐 일부 할머니들은 “인제 그만 할란다”라며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91년부터 정부에 등록된 199명의 위안부 할머니 가운데 지금은 141명만 남았다. 하지만 쌍둥이 딸과 함께 수시로 수요집회 현장을 지키는 홍옥주(42·여) 시인과 국세청 직원 최기영씨 등 일반 시민들,함께 눈물을 흘리는 여학생 등의 대열이 이어지는 한 수요집회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대협은 스위스 제네바의 UN인권위원회,중국 베이징의 UN세계여성대회,국제노동기구(ILO),아시아연대회의 등에서국제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대협 양미강(41) 총무는 “종군위안부 문제는 일본의천황제 파시즘과 군국주의적 국가 권력이 만들어낸 조직적인 범죄”라고 규정했다. 양 총무는 “수요집회는 단순한 시위의 성격을 넘어 역사및 여성의식을 고취시켜주는 교육의 장이 됐다”면서 “정대협이 집회를 끝내려 해도 할머니들의 통한이 살아있는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日문부성앞 교과서 항의 시위 황금주할머니. “일본군의 성노리개로 희생당한 우리를 ‘화장실 역사’라고…,짐승보다 못한 놈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1주일 동안 일본 문부과학성 앞에서 규탄시위를 한 뒤 돌아온 일본군 위안부 출신 황금주(黃錦周·79)할머니는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한 듯 울분을 쏟아냈다.꽃다운젊음을 일본군에 짓밟힌 한이 뼈 속에 사무친 탓인지 할머니의 입에서는 ‘우라질 놈들’ ‘나쁜 놈들’이란 말이떠나지 않았다. “역사의 산 증인인 내가 두눈 부릅뜨고 살아있는데 사죄는커녕 역사 왜곡으로 또다시 욕을 보여…” 한껏 욕설을 퍼붓던 할머니는 “참혹했던 당시를 떠올리면 아직도 피가 끓른다”면서 가슴속에 꼬깃꼬깃 묻어두었던 ‘사연’들을 털어놨다.할머니가 위안부로 끌려간 것은 1941년,19세 꽃다운 나이였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12세때 함경남도 함흥의 한 지주집에 양녀로 들어갔고 정신대공출이 한창이던 때 이 집의 친딸을 대신해 중국 지린성(吉林省) 인근의 군부대로 끌려갔다. 당시 ‘함성학술여자강습회’란 사립학교의 졸업반이던할머니는 “공출을 거역하면 집안을 반역죄로 처벌하겠다”는 협박과 “3년간 군수공장에서 일하면 큰 돈을 벌 수있다”는 회유에 중국행 군용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후 5년간 일본군 위안부 생활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없는 지옥과 같은 삶의 연속이었다.허름한 막사에서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매일 30∼40명의 일본군을 상대했다.성관계를 거부하면 어김없이 구타가 이어졌다. 할머니는 “자궁이 붓고 피고름이 나오면 606주사를 놓아가며 또다시 성관계를 강요했다”면서 “함께 생활하던 20여명 중 나만 빼고 모두 죽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또“일본군이 던져준 고기볶음 몇점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인근 731부대에서 버린 인육(人肉)이었다”며 치를 떨었다. 할머니는 해방이 되자 지린성에서 넉달을 걸어 서울로 돌아왔지만 온몸은 만신창이가 됐다.성병 때문에 10여년이넘게 치료를 받았고 3개월에 걸친 대수술 끝에 자궁을 제거했다.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서울 청량리에 정착,지금껏 홀몸으로 살아왔다.조그만 국밥집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고 전쟁 고아들을 데려다 키웠다. “한맺힌 사연은 아무도 몰라.죽기 전에 역사의 진실을밝히고 청춘을 앗아간 일본의 사죄를 받아낼거야” 10년째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참가해 위안부 문제를은폐하려는 일본을 욕설로 준엄하게 꾸짖어 ‘욕보 할머니’로 불린다.강인하게만 느껴졌던 할머니의 눈가에는 어느덧 통한의 눈물이 맺혔다. 조현석기자 hyun68@
  • 서울대생이 ‘韓國’도 못 읽어?

    “문제의 제시문도 이해하지 못하고 쓴 엉뚱한 답이 대부분이다” 서울대 기초과정위원회 출제위원인 최명옥(崔明玉·국문학과) 교수는 15일 “지난 3월 신입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치른 ‘대학 교양국어’ 과목 시험을 채점한 결과,대다수의학생들이 기초적인 맞춤법이 틀리고 제시문 이해와 논리 전개,한자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최교수는 “韓國(한국)이라는 한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내년부터 영어,수학 과목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초학력 평가를 국어까지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있다. 시험을 치러 낙제하면 영어,수학과 마찬가지로 정규 교과목 수강을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최근 영어와 수학에 대한 기초학력 평가에서 신입생들의기초 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고 학생들의 학력 편차마저심각해 일부 교수들은 단과대별로 우열반 도입을 주장하고있다. 교양 과목인 ‘대학 교양국어’를 수강하는 2,000여명의신입생 중 300명을 대상으로 치른 교양국어 시험에는 비문학적인 글과 문학적인 글에 대한 이해와 표현으로 나눠 주관식 20문항을 출제했었다. 인문대 권영민(權寧珉) 학장은 “최근 몇년 동안 신입생들의 국어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1년만에 TV출연 탤런트 오연수

    탤런트 오연수가 MBC ‘온달왕자’ 후속 일일극 ‘결혼의법칙’에서 이혼녀 고금새로 1년여의 공백을 깨고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지난 12일 오후 그녀를 만나기 위해 찾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야외촬영장.한 건물 앞에서 그녀는 커다란 짐가방을든 채 처량한 몰골로 서성대고 있었다.바람둥이 남편과 시집살이를 참다 못해 5년여의 결혼생활을 끝장내고,마땅히오갈 데 없어 동생집을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근처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실제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부터 던졌다.“전 이혼 못할 것 같아요.애 때문에라도….”두세번 도리질까지 치며 생각해 볼것도 없다는 듯 곧 답이 돌아왔다.외모는 여전히 처녀 때처럼 날씬하고 예쁘장한데 내면에는 ‘아줌마’로서의 수많은 화학작용이 일어난 듯했다. “아들 성민이가 새달이면 만2돌이 돼요.애기 때문에 일욕심은 접고 더 쉬고 싶었는데 장수봉 감독님과 맺은 인연 때문에 출연하게 됐어요.”KBS사극 ‘명성황후’여주인공까지 마다한 그녀를 드라마로 끌어낸 장PD는 데뷔작이었던 MBC 드라마‘춤추는 가얏고’를 통해 그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은인이자연기 스승이다. 소문난 욕쟁이인 장PD의 욕세례를 ‘애기엄마’가 됐다고빗겨갈 수 없는 법.“말도 마세요.장 감독님은 기분좋고친할수록 욕을 하세요.‘가시내’정도는 욕도 아니예요.어떤 욕을 하는지 차마 못 옮기겠네”하면서도 싫지 않다는표정이다.이번에 함께 출연하는 고두심 정혜선 김해숙 등은 모두 ‘장PD 사단’들.‘춤추는 가얏고’에서 어머니역을 맡았던 고두심은 학력 짧다고 며누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로 나선다. 오연수가 맡은 고금새 역은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일찍부터 생계를 떠맡은 똑순이.이혼 뒤에도 같은 직장에서 계속 마주치는 전 남편과 티격태격하며 새로 만나는 남자 사이에서 시소게임을 벌인다. 연배가 한참 위인 손현주와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게 싫지는 않을까.“출산 전에는 미니시리즈의 처녀 주인공이 탐났지만 지금은 배역 욕심을 다 버렸다”고 짐짓 태연한 반응이다. 얄궂게도 SBS 시대극 ‘소문난 여자’에 출연중인 남편(손지창)과는 방송시간대가 조금 겹쳐 부부끼리 채널 경쟁을하게 됐다.이들 커플은 지난해 오연수 어머니의 카지노 대박,올초 손지창의 친아버지 상봉 등으로 자주 언론의 플래시를 받아왔다. “‘애기아빠’연기에 대해서 조언을 할 때는 꼭 집어서하면 아프니까 빙 둘러서 말해줘요.”“그이가 사업도 같이 하느라 늦게 귀가하는 날이 많아요.저는 눈에 띄게 뭘도와주지는 못하고 뒤에서 집안일이라도 신경 안쓰게 하려고 노력하죠.”결혼 4년째,그녀만이 터득한 ‘결혼의 법칙’은 무엇인지묻자 “그런 건 없는 것 같다”며 손부터 내젓던 그녀가차분하게 풀어놓는 내조론을 듣자니 그녀는 벌써 법칙을꿰고 있었다.두달 전부터는 요리선생을 찾아가 개인요리교습도 받고 있다고. 허윤주기자 rara@
  • [오늘의 눈] 영종도 주민들의 소외감

    인천국제공항이 화려하게 문을 연 이튿날인 30일 영종도거리 곳곳에는 공항 개항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공항건설 10년 동안 소음·먼지에 시달린 영종주민,당국의 홀대에 마음아프다”는 등등. 주민들은 다음달 초부터는 시위를 벌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언뜻보면 역사적인 공항 개항에 찬물을 끼얹는지역이기주의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정을 들여다 보면 딴죽걸기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듯하다. 주민들은 한마디로 공항 개항에 따른 ‘좋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한다.파급효과를 노렸지만 승객들이 고속도로를 통해 곧장 공항으로 가 부대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익을 기대할 여지가거의 없다.공항을 경계하기 위해 섬주변에 군부대 철책이설치돼 공항과 떨어진 지역의 어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공항직원들처럼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 또한 묵살됐다. 하다못해 공항 개항식 때 주민 9,000여명의 대표로 동네노인을 초청해 테이프를 함께 자르는 그 흔한 절차마저도당국이 생략해 ‘영종도 주민은 찬밥신세’라는 소외감이섬전체를 감돌고 있다.앞으로 비행기 소음과 먼지에 시달릴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국의 한 관계자는 “영종도와 용유도 등 공항주변 주민들에 대해 모두 1,584억원에 달하는 적정한 어업보상이 이뤄졌다”면서 “공항이 워낙 큰 사업이어서 주민문제에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 대부분은 보상금을 탕진한 상태다.김정헌(金正憲·36) 영종도 청년회장은 “섬 내에 수익을 창출할 만한 직업이나 업종이 없기 때문에 보상금을 생활비로 써 버린 상태”라고 한숨을 쉬었다. 당국이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질 의무는 없다.하지만 대형국책사업을 진행할 때는 생활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해 주는 것이바람직하지 않을까.주민들이 육지를 오가며 일을 하려해도왕복 1만2,200원인 고속도로 통행료 때문에 엄두를 내지못하는 게 현실이다.영종도 주민들이 공항개항에 가린 어두운 그림자로 방치되는 것은 새 공항의 이미지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다. ■김 학 준 전국팀 기자kimhj@
  • 정지용시인 두 아들 51년만의 재회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히랴…”정지용 시인의 맏아들 구관씨(74)는 3차 이산가족 북측 방문단의 일원으로 26일 남에 온 동생 구인씨(68)에게 아버지가 남긴 불후의 명작 ‘향수’를 암송해 들려줬다.남이건 북이건 아버지가 최고의 시인 대접을 받는 사실에 감격한 구인씨는 형이 암송하는 시에 끝내 눈물을 흘렸다. 구관씨가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겠다고 집을 나선 네 뒷모습을 본 뒤 51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나게 됐구나”하고 소회를 털어놓자 구인씨는 “형님 많이 늙으셨습니다”고 두손을 부여잡았다.이들 두 형제와 여동생 구원씨가 혈육의 정을 나눈 것도 잠시,‘자랑스런 아버지 자랑’에 상봉 첫날이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구인씨가 “아버지는 북에서도 김소월 시인과 최고의 애국시인으로 꼽히시는 분”이라고 하자구관씨는 “이곳(남한)에서도 아버지는 존경받는 분으로 88년 해금됐다”고 알려줬다. 양강도 방송위원회 중서군 주재원 책임기자로 일하고 있는구인씨는 “아버지는 조선작가동맹(KAPF) 소속도 아니셨고혁명적인 시를 쓰시는 분도 아니셨지만 주체문학적인 관점에서 다시 빛을 보게 됐다”며 “애국시인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은덕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인씨는 “아버지는 북한으로 오시던 중 남한의 소요산에서 폭사하셨다”고 북한 문학계의 주장을 거듭해 구인씨의 남행(南行)덕으로 풀릴 것 같던 정 시인 죽음에 대한진실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구관씨는 “내년이면 아버지 탄생 100주년이 된다.자네 참 (아버지)전집을 갖고 있는가”고묻고는 ‘정지용 전집’을 동생에게 선사했다.구인씨는 아버지의 전집을 끌어안고는“아버지가 남한에서 추앙받는지몰랐다”면서 “가족과 고향을 그리면서 50년간 아버지의 시를 외우고 또 외웠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석우 이송하기자 swlee@
  • 87년 납북 재환씨 사망소식들은 이영욱前의원 ‘비통’

    “아들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는데….” 15일 남북적십자사의 이산가족 생사 확인 결과 87년 납북된 것으로 알려졌던 장남 재환(宰煥·당시 25세·)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영욱(李榮旭·68·전 민정당 의원) 변호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이 변호사는 오는 26일부터 2박3일동안 제3차 이산가족 방문단으로 평양을방문,재환씨를 상봉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지난달 말 상봉 후보자 200명의 명단이 북한으로 보내진뒤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렸다”는 이 변호사는 “영리하면서도 사려가 깊었던 아들이 꼭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이렇게 가슴아픈 소식을 들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이 변호사는 “26일 평양에 가면 아들이 초라한 몰골을 하고 나타나 99년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정치범수용소에 있는데도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상봉의 날만 기다렸다”고 안타까워했다. 미국 MIT 경영대학원 박사 과정에 다녔던 재환씨는 87년 7월20일 유럽 여행을 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한 요원에게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북한은 “제3국을 통해 의거 입북했다”고 발표했었다.이씨는 중·고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서울대 영문학과에 입학,2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었다. 송한수기자 onekor@
  • 2001 우수기업 우수상품/ 웅진식품 ‘아침햇살’

    ‘아침햇살’은 지난 99년 웅진식품에서 내놓은 곡물음료.출시 이후 비슷한 음료들이 잇달아 나오고 곡물음료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1년 5개월만인 지난해 여름 판매량이 3억병을 넘어섰으며 현재 5억병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매월 평균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셈이다. ‘아침햇살’의 성공비결은 무엇보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적절히 만족시킨데 있다.설탕과 향,방부제,색소를 넣지 않았다. 우리 정서에 맞는 한국적인 입맛을 끌어내,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특히 바쁜 직장인의 아침 대용식과 여성들의 미용 음료로 사랑받고 있다.전체 쌀음료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선두 상표다. ‘아침햇살’의 성공에는 꾸준히 쌓아온 회사의 품질력이 큰역할을했다.생산공법은 이미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에까지 특허 출원된 상태다. 쌀을 고도의 기술을 적용해 추출,경쟁음료와 차별화했다.또 생산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유의 공정조건과 살균 노하우를 적용해 다른기업에서는 차마 흉내내지 못하는 품질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웅진식품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선발제품이 히트하면 유사제품이 출시되는데 2∼3개월이 걸리지 않으나 쌀음료 유사제품이 출시되는데 6개월 이상이 걸렸다는데서 이 제품의 강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아침햇살의 성공에 힘입어 해태음료에서 ‘백의민족’ ‘천하일미’를,롯데에서 ‘별미별곡’시리즈를,동원식품에서 ‘상쾌한 아침’ ‘오곡음료’ 등 곡물음료를 줄줄이 내놓았다.현재 20개가 넘는 회사에서 30종에 가까운 쌀음료가 시장에 나와있으며 1,6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웅진식품은 ‘아침햇살’의 성공에 힘입어 ‘초록매실’‘쑥향기’등의 건강음료를 내놓았다.현재 2002년 월드컵 때 일본의 차음료에맞설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음료를 만들기 위해 기술개발에 여념이없다.
  • [매체비평] 언론개혁 핵심 과제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 의지를 표명한 이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MBC와 KBS는 언론개혁문제를 집중 조명한 PD수첩과 100분토론을 방송했다.신문에서도 한겨레와 대한매일은 기획기사를 싣는 등 언론개혁 문제에 많은 지면을 배정했다.반면 평소 족벌·재벌신문 등으로 불리며 문제의 중심에 위치한 신문들은 언론개혁 의지가언론 장악 음모라거나 심지어 좌파적 발상이라고까지 매도하며 강력히 반발했다.언론개혁을 찬성하는 시민과 현업 언론인이 90%이상 된다는 조사결과는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가 오늘날의 언론상황에 대해염증을 내고 있다는 말이다.따라서 이를 좌파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강변에 불과하다. 언론개혁의 의제들은 다양하지만 그 중 특히 반대가 심한 사안은 소유주의 횡포를 막기 위해 신문사 소유권에 제한을 두자는 주장이다. 언론개혁의지가 좌파적 발상이라고 일부 신문이 매도한 것은 아마도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한 말인 듯하다.답은 ‘소유권 제한’은 가능하다는 것이다.소유권은 자본주의의 핵심적 요소임에 틀림없다.그러나 그것은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사회적 공익을 위해서는 적절하게제한될 수 있다. 특히 높은 수준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사의소유에 대해서는 일반기업보다 더 강한 소유 통제가 필요하다.일반상품의 독점보다 언론상품의 독점은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때문이다.오늘날 사회제도 중 제약을 받지 않는 부분이 과연 있는가. 가깝게는 민영상업방송사나 케이블텔레비전,위성방송도 특정 주주의지분이 3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받는다.그보다 공적 성격이 약하고자본주의 원칙을 강력히 적용받는 은행도 소유지분에 일정한 제한을받고,심지어 일반기업도 소유분산을 하도록 하고 있다.따라서 공적성격이 강한 언론사의 소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 자본주의 원리에어긋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네 신문사들의 소유상황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형식은 분명주식회사지만 내용은 그게 아니다.심한 경우 한 사람이 주식의 99.9%를 보유한 경우도 있고,대부분 가족 구성원 몇몇이 소유하거나 가족이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이나 회사 소유다.이익이 나지 않는 신문의 주식을 갖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자기가 독점적으로 갖고 있다는 항변도 한다.그러면 그 신문사 소유자는 이익도나지 않는 신문을 붙들고 적자누적의 고통을 받으며 신문을 운영하느냐고 반문해 봄직하다.그 답은 항상 불명확하고 모호하다.이들은 자본주의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이윤 획득이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은폐된 부수적 이익에 관심을 두고 사회적 공기인 언론사를 운영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언론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올바른 정보와 의견을 사회에 전달해야할 책임과 의무를 지닌다.바로 이러한 기능이 충실히 수행될 수 있도록 한국 헌법은 언론 자유를 부여했다.이 자유는 분명 온 국민이 자신이 향유할 자유를 언론기관에 위탁한 것이다.그래서 언론은 사회의공기요, 목탁이요, 거울이라 한다.쭈그러진 영상을 보여주는 거울은더 이상 거울이 아니다.편견과 음모,사견과 치졸한 이해관계와 무한정한 상업성이 판치는 무질서의 공간으로 작동해온 언론은 개혁돼야한다. 류한호 광주대교수언론정보학
  • [씨줄날줄] 민주인사 전태일

    1970년 11월12일 아침,전태일(全泰壹)열사는 이미 분신(焚身)을 결심하고 있었다.밥상이 들어왔다.라면이었다.만일 어머니와 여동생이그 아침이 최후의 조찬인 것을 알았더라면 아마 라면은 아니었을 것이다.가슴이 북받쳐 잘 넘어가지 않는 라면 가닥을 억지로 삼키고 있는 그에게 여동생 순옥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오빠,… 15일까지 돈 좀 안돨까?”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눈물을 감추느라 고개를들 수 없었다.젓가락을 놓았다.“순옥아,… 미안하구나.하지만 아무리 어렵더라도 돈 때문에 어머니에게는 조르지 마라.” 그는 이 말한마디를 남기고 일어섰다.그렇게 집을 떠난 아들을 어머니 이소선(李小仙)여사가 다시 만난 것은 다음날 오후 3시경,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고 얼굴은 화상으로 일그러져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형상이었다.“제가 못다 이룬 일 어머니가 꼭 이루어 주십시오” 중환자실을 찾아온 어머니에게 그가 당부한 말은 이것이었다.그는 세번씩이나 어머니의 다짐을 받았다.친구들에게도 같은 다짐을 몇번씩 받았다.전태일은 그날밤 10시가 조금 지나 “배가 고프다”는 마지막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12일 아침 라면 몇가닥 입에 넣은 후 빈속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로부터 30여년,국무총리 산하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생존권 차원을 넘는 민주화운동임을 공식으로 인정했다.이제 그를 ‘열사’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이번 결정은 ‘객관적인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울시에서 난색을 표명해왔던 추모 표석 설치,전태일거리 지정 등 역사적 재평가작업에 새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위원회측은 보상금 액수와 관련,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사망 당시 평균임금에 취업 가능기간을 곱해 산정한 호프만식 계산법을 적용하면 보상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에 따라 보상금액은 추후 결정하고 구체적 명예회복 조치는 계속 논의키로 했다. 그의 부활은 많은 사람을 부끄럽게 한다.그와 그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을 향해 ‘불순세력’으로 매도하던 사람들만이 아니다.그의 눈부신 부활 앞에서 같은 시대를 살았던우리 모두 부끄러울 뿐이다.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한다.전태일 열사의 부활이 이 진리를 다시한번 확인해 준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현장] “종철아 아부지가 왔대이…”

    “종철아 아부지가 왔대이…” 12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보안분실)509호실. 지난 87년 1월14일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중이던 박종철(朴鍾哲)군이 물고문을 당하다 숨진 이곳에서 박군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가 열렸다. 14년 만에 처음으로 스님 3명과 함께 아들이 숨진 현장을 찾은 박정기(朴正基·72)씨는 준비해온 아들의 영정과 위패,촛불,국화·장미꽃다발 등을 제상에 하나하나 올리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14년간 아들의 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굳게 닫힌 대공분실의 철문 주변만을 맴돌며 애끊는 마음으로 살아온 박씨. “이제야 너를 편히 보낼 수 있을 것 같구나.더이상 외로워 말고 편히 쉬거래이…” 박씨는 조사실 방 안에 진한 향내음과 함께 경남 양산 통도사 성전암 백우 주지스님 등의 염불과 목탁소리가 울려퍼지자 염주를 돌리며눈을 감은 채 고통 속에 숨져간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떨었다. 어머니 정차순씨(69)는 이날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아들이 고문을 당하다 숨져간 현장을 차마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령제가 끝난 뒤에도 박씨는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4평 남짓한 어두운 조사실의 낡은 테이블과 침대,욕조 등을 어루만지며 조사실 곳곳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박씨는 “종철이가 외롭게 떠난 자리에 직접 와보니 ‘종철이가 살아 있으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면서 “여건이 허락한다면 매년 기일마다 이 곳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여분 남짓 치러진 위령제가 끝나고 ‘고밀양춘삼박종철영가(故密陽春三朴鐘哲靈駕)’라고 씌어진 위패가 태워져 욕조 속으로 흩어지자 박씨는 다시 한번 영정 속의 아들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떨구었다. 조현석 사회팀기자 hyun68@
  • “세기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테크노피아’ 기대감에 박수치며 호들갑스레 맞았던 새천년.그때의즈문둥이들이 훌쩍 자라 어느새 돌바기가 되었다.흥분이 가라앉고 보니,아뿔싸,우리는 얼마나 경솔했던가.지구촌 이쪽저쪽에서 요란스레울려댄 세기말 경보음들을 들뜬 마음에 파묻어버린 탓에 지난 한해유례없는 자연재해와 빈곤,질병의 천형 등을 댓가로 치러야 했다. ‘보거를 찾아 떠난 7일간의 특별한 여행’(질베르 시누에 지음,홍세화 옮김,예담 펴냄)은 일단 용감하다.다들 시들해질 만할 때(원서는지난해 5월 프랑스에서 출간) 세기말 문명 병폐를 정면으로 꺼내들었다.하물며 요령있기까지 하다.한 아버지가 빼빼마른 중국인에게서 산 마법의 양탄자에 아들을 함께 태워 문명이 피폐화시킨 지구촌 곳곳을 일주일간 가상여행한다는 얼개.토픽만보고 발길을 돌릴 독자들도한번쯤 멈춰세울만한 포장이다.공부잘하라,성공하라,독려하기보다 아이가 살아갈 지구공동체의 환부를 함께 아파하고 짊어지려는 아버지의 사랑은 한차원 윗길임이 틀림없다. 부자가 가는 곳마다 지구촌은 신음중.중앙아시아 아랄해는 개발의 삽질로 물고갈·생태계 파괴가 기승이며,프랑스 방데해변에선 유조선침몰로 온통 기름 뒤집어쓴 가마우지를 차마 눈뜨고 봐줄수 없다.산업국들의 이기주의가 지구 온난화를 촉진하는 한켠에선 해마다 3,000만명이 굶어죽고,아프리카 소년 보거가 절대빈곤 속에 에이즈에 허덕일 때,미국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선 인생이 무료한 백인소년들이 총기를 난사,급우들을 잡아죽인다. 아버지의 독특한 ‘화술’이라면 신문에서 어제 본 따끈한 사건들을인류학적,때로는 신화적 상상력과 어긋매낀다는 점이다.인류의 공통조상 ‘루시’가 이디오피아에서 발굴된 것은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인종차별,인종청소 광풍을 무색케 할 노릇.15억년된 우주에 크로마뇽인이 출현한지 고작 3만4,000년.그러나 유전자조작식품들은 이 오랜진화의 산물인 유전자를 순식간에 휙휙 바꿔치며 생태계 질서를 헝클어놨다. 충격적인 수치와 통계를 인용해 환경파괴,아프리카 빈곤,독점자본의만행 등을 고발하는 책의 약점은,제시하고 고발할뿐 해결의 가닥잡기는 등한시하는 듯하다는 것.그래서 때론 유엔 보고서 같다.번역도팍팍한 편이라 주독자층으로 상정된 청소년들이 읽기엔 부담스러울지 모르겠다.차라리 부모들이 먼저 새김질해 아이들에게 들려주자.마법양탄자는 프랑스에만 있는건 아닐터.지은이는 프랑스 현대작가이며,옮긴이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그 홍세화다. 손정숙기자 jssohn@
  • 연·고·한양대 논술분석

    8일 2001학년도 정시모집 논술시험을 치른 연세대·고려대·한양대는 공통적으로 사회적 동의와 소유 인식,인간소외 등 사회현상을 깊이있게 분석하는 문제를 출제했다.예문은 동서고전과 현대문에서 두루 인용했다. 연세대는 인문계 논술시험에서 브레히트의 희곡 ‘동의하지 않는 자’와 플라톤의 ‘크리톤’의 일부를 제시문으로 주고,여기에 드러난다양한 동의의 유형분석과 그 결과를 우리 사회에 구체적 예를 들어적용하라는 문제를 냈다. 자연계는 세계보건기구의 ‘세계보건헌장’과 이를 논평한 캘러한의 글을 통해 선언문이 지니는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생각해보고,이를 바탕으로 ‘국민교육헌장’을 분석하라고 주문했다. 출제위원장 김성우 교수는 “겉보기에는 평이하지만 다양한 의미와함축적 내용을 담고 있는 텍스트를 예문으로 택했다”면서 “고전을얼마나 많이 읽느냐보다 얼마나 다양하고 깊이있게 읽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출제배경을 설명했다. 고려대는 인문·자연계 공통으로 소유에 대한 인식차이에서 비롯된사회현상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문제를 출제했다.예문은이곡의 ‘차마설’,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발췌했다.학교측은 “예시문에 대한 독해·분석력을 시험하고,현대사회에 적용시켜 고찰하는 사고와 표현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에릭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루이스 멈포드의 ‘예술과 기술’,김승옥의 소설 ‘서울,1964년 겨울’ 등 3편의 인용글에서 현대인이 처한 여러 모습을 분석케 한 뒤,존단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바탕으로 극복방안을 제시하도록 했다. 대학별 논술고사 문제는 대한매일 뉴스넷(www.kdaily.com)을 통해 볼 수 있다. 이순녀기자 coral@
  • [굄돌] ‘청출어람’도 윗물이 맑아야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니,어느덧 23년째 접어든 아파트 생활이다.모든 일에 일장일단이 있겠지만,아파트 거주의 편리함이 있다면 다양한면면들의 생활상을 가깝고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소재를 얻는 글쓰기 작업에서,늘 바라보며 지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이웃 계층이 존재한다는 건 분명한 이점이 된다.버릇처럼마주치는 얼굴들의 새로운 이면을 발견하는 일도 색다른 체험으로 간직되는 것이다. 일반 주택가도 마찬가지겠지만,한눈에 수십 수백 가구를 마주 대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확연하게 관찰되는 건 부모의 성격과 교육 방식이 그대로 아이들 모습에 나타난다는 점이다.경비실이나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꼬박꼬박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아이를 보면,항상그 뒤엔 밝은 인사를 이웃에게 전하는 엄마 아빠가 있다. 반면에 차마 옮겨 적기에도 거북할 정도의 욕설을 입에 담고 지내는어린아이를 보면,그 아이를 부르는 부모의 음성엔 언제나 그 이상의욕설이 깜짝 놀랄 만큼 난무하곤 한다.어떻게 자기 자식에게 저런 표현을 쓸까 싶을정도의 비속어가 부모로부터 자식에게,자식으로부터또래의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전파되는 것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아이들 뒤에는,아무 곳에나 가래침을 내뱉는 부모가 있다.책 읽는 부모 밑에는 책 읽는 아이가,허구한 날 싸우는 부모 밑에는 똑같은 문제를 일으키며 싸우는 아이가,씀씀이가 헤픈 청소년 뒤에는 땀흘린 돈의 가치를 모르는 졸부 비슷한이들이 존재한다.불법 과외와 부정입학도 불사하려는 이들의 생활상역시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간에,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내면을가감없이 비춰 주는 투명한 거울과 같다.요즘 아이들이 버릇없다고,청소년 문제가 극에 다다랐다고 혀를 내두를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본 대로 배운다.청소년들은 사회현상을 관찰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한다.삿대질로 일관하는 정치판을 보면서,검은 돈이 오가는 경제 현실을 접하면서 그들이 무얼 배우며 느끼겠는가. 그들을 나무라고 탓하기 전에 스스로의 생활을 평가 내릴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청출어람(靑出於藍)’도 윗물이 맑아진 다음에나 기대해 볼 만한 일인 것이다. 채 지 민 소설가
  • [네티즌 칼럼] 정치개혁 물건너 갔다

    자존심도,지조도,배알도 국어사전에서 지워진 지 오래이다. 정형근·김용갑 등 극우인물과 이재오·김문수 등 좌파활동가 출신이 태연히배를 맞춘다.비위가 약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바람직한 것은 진보 대 보수로 편을 가르고 판을 다시 짜는 것이다. 임기의 과반을 넘긴 지금,김대중정권의 정치개혁 시도는 실패했다. 당연하다.정치개혁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쟁취하는 것이지 대통령이 인위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행여 꿈에라도 김대중정권에서의 정치개혁을 기대하지 말라.하지만 바른 방향으로의 모색은 있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서구의 진보 대 보수 구도는 교계와 학계의 양대 산맥을 가진다.막연히 보수주의가 아니라 ‘기독교민주당’하는 식으로교계를 끼고 있다.마찬가지로 사회민주당들은 학계·언론계를 끼고있다. 참된 정치개혁은 어떻게 우수한 정치인재를 항구적으로 공급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가에 있다.다종교 국가인 한국은 불교나 기독교가 정치를 좌우할 만큼은 아니다.대신 지역주의가 기승해 보수주의의 발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주의의 발판은? 마땅히 학계와 언론계를 보듬어 안고노동계와 문화계가 뒤를 받쳐야 한다.민주노동당이 대안이 아닐까 하는 시각도 있다.순진하다.민노당은 이익단체에 불과한 노조를 전면에내세운다. 이익단체는 이익단체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은행파업 등노조의 위력과시가 국민의 눈에는 소수 이해집단의 사회에 대한 공갈로 비친다. 그렇다면 껴안고 죽더라도 저 썩어빠진 기성 정치권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정치개혁의 핵심은 언론이다.이 나라 언론은 보수 일변도이다.이건 자연스런 사회발전의 결과가 아니라 마땅히 도려내어야 할,식민지와 분단과 독재의 살아남은 암종들이다.언론개혁 없이는 이나라에 눈꼽만큼의 희망도 없다. 애초부터 혁명이 정치개혁의 지름길은 아니었다.최선은 진보신당에기대는 환상론도 아니고 정계개편으로 하루아침에 갈아엎는 것도 아니다. 김대통령은 김중권대표 체제를 구축했지만 정치개혁과는 다소 거리가멀다. 집권당 차기 대선후보도 밀실논의가 우려된다.당연히 민의와는동떨어져 있다. 집권당 개편과 예정된 개각에서도 보수 야당과의 공조복원이 중점적으로 얘기된다.이것은 기존 성과에 만족하고 남은 2년은 포기하겠다는 발상에 다름아니다.물론 지금은 경제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설수 있다. 만에 하나,그렇다면 정치개혁은 물 건너 간 것이다.적어도정치개혁은 개혁 인물을 주도적으로 내세우는 데서부터 활로를 찾아야 한다. 각 정당도 참신한 개혁정책을 내세우기보다는 기존 인물을 중심으로죽기살기식 대권 잡기에 혈안이 돼 이전투구의 싸움을 재연출할 것이다.민생도 경제도 수박겉핥기로 흐를 수밖에 없다.이런 때 우리는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진보의 토양이 될 학계·언론계·노동계·문화계가 부패하지 않도록 줄기차게 감시하는 것이다.특히 언론계의 반지성적이고 지역주의적 행태,구태한 냉전적 사고를 강도있게 비판하지않는다면 다시 한번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은 어두워질 것이다. 2001년 새해에는 현재 정치권의 가파른 호흡들을 하나하나 가다듬는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실패한 언론 부분을 어떻게든 개혁의 반석에올리는 노력이 진행돼야 하고,문화계·노동계·학계 등의 건강성 회복과 중심으로의 복원이 뒤따라야 한다. ■김 동 렬㈜심플렉스 인터넷 고문 drkim@simplexi.com
  • 방송 또 선정성!

    지난 8월 박지원 당시 문화부장관이 ‘장관자리를 걸고’ 퇴폐 프로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잠깐 주춤했던 방송의 선정성이 다시 위험수위로 ‘원위치’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를 더 이상 않겠다’는 결의는 잠시뿐,지상파·케이블TV 가릴 것 없이 너도나도 ‘성(性) 끼워팔기’에 정신없이 뛰고 나섰다.그러나 정작 TV프로의 선정성 여부를 가려내고 제재조치를 취해야할 방송위원회의 자세는 소극적이다.경고,시청자에 대한 사과방송 등징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사들은 ‘꿀밤 한대 맞는다’는 식이다. 지난주 SBS ‘한밤의 TV연예’.인기가수 백지영씨의 포르노테이프에대해 상대편 남자의 진술을 여과없이 내보내 프로그램의 ‘성가’를드높였다.‘한밤…’은 연예인 사생활을 시시콜콜 파헤친다는 비난이끊이지 않지만, 그 덕분에 연예 정보프로그램 중 시청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청자 사과,연출정지 명령을 받는 등 화려한 전력의 인천방송(iTV)‘김형곤쇼’는 결국 방송위원회의 ‘프로그램 중지 명령’이라는 극약처방을 받았다.지나친성적묘사와 전직 대통령에 대한희화화가 그 이유다.그러나 제작진은 ‘우리보다 더한 곳도 얼마든지많은데’하며 사뭇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힘없는 방송사라 시범 케이스로 당했다”는 얘기도 일부에서 들린다. 케이블TV의 선정성은 지상파 TV를 능가한다.뮤직비디오,수입영화의외설적인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아예 ‘성인 취향’을 내세우고 자체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곳도 있다.특히 코미디TV의 ‘라이브 색시(色時)쇼’프로는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을 지경.진행을 맡은 컬트삼총사는 초미니에 끈티 차림의 ‘야한걸’들을 앉혀놓고 스타킹을 신겨주는가 하면,이들의 몸속에 얼음을 집어넣고 온몸을 더듬으며 누가빨리 꺼내나를 겨룬다. 패자에 대한 벌칙은 여성출연자 입에 물린 바나나를 손 안대고 까먹기다. 코미디TV도 지난 10월부터 수차례 경고를 받았지만 끄떡없다.한 관계자는 “김형곤쇼가 방송중지 당한 게 남의 일 같지는 않지만 우리식대로 밀고 나갈 생각”이라며 아예 배째라식이다. 방송진흥원 최영묵 연구팀장은 “지상파는 케이블을,케이블은인터넷방송을 벤치마킹하며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경쟁만 할 뿐 브레이크가없다”고 지적한다. 방송위원회가 올 출범후 내린 주의, 경고,시청자사과 등 제재는 총 600여 건이나 된다. 그러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별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실시되는 프로그램 등급제 역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더 심화시킬 우려도 많다.‘19세 이상가’등으로 등급을 표시하게 되면 TV는 아마 지금보다 더 많은 선정·폭력물을 보여줄 공산이 크기때문이다. 방송위원회의 제구실이 절실해지고 있다. 허윤주기자 r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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