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차르
    2026-03-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363
  • [황제의 옥새8] “조선 독립 요구 문서에 옥새 찍어 헤이그 보내야”

    [황제의 옥새8] “조선 독립 요구 문서에 옥새 찍어 헤이그 보내야”

    서울신문은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 독립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나와 베델은 용 남작이 매우 중요한 일을 말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변장을 했어도 그에게서는 신사의 기품이 느껴졌다. 보통의 조선 양반에게서 흔히 볼 수 있던 어리석음이나 게으름 같은 느낌이 없었다. 넓은 이마는 지성인의 면모를 보여줬고 달걀형 얼굴 또한 그가 상류 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곱고 예리한 눈과 넓은 미간, 반듯한 코와 입술의 모양에서 애국의 열망이 묻어났다. 이 우울한 조선 땅에 용 남작 같은 이가 몇 명만 더 있었어도 역사는 지금과 같지 않았을 텐데... “존경하는 베델과 빌리!” 그는 열정에 가득 차 있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제가 오늘 조선을 구할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우리에게도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베델은 더 이상 그가 말을 하지 못하도록 손가락으로 입을 막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우리는 작은 램프로 더 가까이 얼굴을 맞댔다. 그림자가 더 크게 만들어졌다. 남작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묘수를 찾았어요. 오는 9월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국제회의(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립니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주재해요. 그곳에 대한제국 대표가 참석해 전 세계에 정의를 촉구하며 도움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조선의 생존이 달린 일이죠.” 베델이 급하게 끼어 들었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회의죠? 조선 특사가 헤이그에 가도록 일본이 가만 내버려 둘까요?” “제 말을 천천히 들어 보십시요.” 조선의 젊은 친구가 영국인 편집자를 제지했다. “앞서 제가 유럽과 러시아에 다녀온 사실을 두 분은 잘 알고 계시죠. 사실 저는 그때 폐하(고종)의 서신을 갖고 세상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 신발 속에 숨겨 지구의 반을 돌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고위층에게 전달했습니다. 조선의 독립을 도와 달라고 말이죠.“ 용 남작은 니콜라이 2세의 비밀 평의회 의원 한 명의 이름을 말했다. 그는 지금(이 소설을 발간한 1914년)도 유럽 외교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에 여기서는 가명을 쓰고자 한다. ‘애스터리스크(‘*’표시, 작은별을 의미) 왕자’쯤으로 해 두자. “그는 저에게 ‘조선에서 자행되는 일본의 행위들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조선이 국제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한다면, 그리고 동양의 작은 독립국에 서서히 칼을 들이대는 일본의 진실을 폭로할 수 있다면 차르(니콜라이 2세)가 분명 뒤에서 도울 것’이라고 확언했습니다. 일본이 손에 끈을 들고 이 나라의 목을 조르고 있음을 모두에게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 밤 희미한 전등 불 아래서 무너져 가는 나라에 찾아온 마지막 희망을 잡아보고자 열망에 가득찬 눈빛으로 열변을 토하는 그 애국자를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 남작과 자리를 함께 한 영국인(베델)과 미국인(빌리)은 마치 전 세계의 운명이 자신들의 손에 놓여 있는 것같은 전율을 느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기나긴 항해 끝에 신대륙을 발견하고 찬송가를 부르던 그때만 해도 조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던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둠 만이 가득한 곳으로 변했다. 아무 힘도 없는 우리 세 명이 이 땅을 구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기댈 수 있는 곳은 러시아 차르 뿐이었다. 그만이 일본인 교살자의 손에서 조선을 구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용 남작을 지원할 수 있었다. 악인들의 감시 속에서 무섭고도 지루한 삶을 지내던 우리들에게 그 사실은 새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난 러시아가 이번 게임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잘 모릅니다. 조선을 도우려는 약속 뒤에 분명 뭔가 노리는 것이 있겠죠. 다만 이분(애스터리스크 왕자)는 뭔가를 함부로 말하지 않으며 일단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분입니다. 그를 믿고 이 모험을 감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황제의 옥새’는 9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의료진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의료진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충북도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응원활동을 전개한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0일 오후 도내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을 전담하고 있는 충북대병원과 중국 우한교민에 이어 유럽입국자들까지 품어준 진천 혁신도시 내 법무연수원을 잇따라 방문했다. 이 지사는 도민을 대표해 의료진 등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꽃다발과 간식을 제공했다. 도립예술단 오케스트라 단원 4명은 이 지사의 충북대병원 방문에 동행해 의료진들에게 음악을 선물했다. 단원들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3번 1, 3악장’ 등 3곡을 연주하며 의료진들에게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선사했다. 법무연수원은 연주공간이 마땅치 않아 방문하지 못했다. 도 관계자는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주거나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을 연주곡으로 선택했다”며 “다음주에는 청주의료원과 충주의료원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내 중증환자들이 입원 치료중인 충북대병원은 9병상이던 음압병상을 40병상까지 확대운영하고 있다. 법무연수원은 요즘 하루 평균 100여명의 유럽 입국자들이 진단검사를 위해 머물고 있다. 도는 의료진들의 활동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등에 올리는 방법 등으로 응원분위기를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도내 11개 시군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자발적으로 현수막 등을 통해 의료진 응원에 동참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가천오케스트라 코로나19 극복 온라인 미니연주회

    가천오케스트라 코로나19 극복 온라인 미니연주회

    가천대학교 음악학부 재학생들로 구성된 가천오케스트라가 코로나19로 지친 재학생과 시민들을 위해 온라인 미니연주회를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가천오케스트라는 지난 10일 벚꽃이 만개한 대학 바람개비동산에서 목관 5중주와 현악4중주로 미니 연주회를 열었으며 이를 하이라이트 동영상으로 촬영, 편집해 16일 대학 홈페이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목관 5중주로 ▲모차르트의 미뉴에트(Minuet)▲스콧 조플린(Scott Joplin)의 엔터테이너(The Entertainer)▲케네스 밀러(Kenneth B. Miller)의 봄의 노래(Ode to Spring)등이 연주됐으며 현악4중주로▲엔니오 모리코네(E.Monecone)의 가브리엘 오보에(Gabriel’s Oboe)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악장(Eine kleine Nacht Musik) 등을 선보였다. 연주 곡은 마음을 위로해주고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희망을 전할 수 있는 곡들로 구성했다. 재학생은 A씨는 “학교를 가지 못해 답답했는데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의 따뜻한 연주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며 “코로나 19가 빨리 진정돼 아름다운 캠퍼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가천오케스트라는 앞으로 캠퍼스 곳곳을 배경으로 성악, 클래식 등 미니 음악회를 열어 온라인을 통해 계속 업로드할 계획이다. 가천오케스트라(지휘:김근도 교수)는 지난 2014년 결성됐으며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기악전공 학생 20명과 성악전공 학생 5명으로 구성됐으며 지역사회와 기업 등 신청을 받아 연 15회에 걸쳐 재능기부 무료 공연을 펼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여의도 차르’ 김종인의 쓸쓸한 퇴장

    ‘여의도 차르’ 김종인의 쓸쓸한 퇴장

    개표 상황실 안 나타나… 오늘 특별회견진영을 넘나들며 지리멸렬한 정당을 살려 냈던 ‘여의도 차르’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을 살려 내지 못했다. 올해 80세인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마지막 유세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통합당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번에 도와주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으나 통합당은 참패했다. 15일 선거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 위원장의 총선 당일 행보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통합당 내 가라앉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 평창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율이 높아지면 통합당에 상당히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믿는다”고 했지만, 최종투표율 66.2%로 28년 만에 최고 기록을 달성한 이번 총선의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최근 발간한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2016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실무자들의 만류에도 “지면 진 대로 패배를 선언해야지”라며 상황실로 갔다고 썼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4년 전과 달리 이날 공식 패배 선언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16일 오전 9시 특별 기자회견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당시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뒤늦게 선대위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미 선대위를 맡고 있던 박형준·신세돈 공동위원장, 애초 그를 탐탁지 않아 했던 당내 인사들의 텃세가 계속됐다. 굵직한 대국민 메시지를 담당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김 위원장이 매일 현장 강행군을 이어 간 것도 결국 실패한 전략이 됐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극복 대책으로 100조원의 예산재구성을 내놨으나 돌연 황 대표와 신 위원장이 정부·여당의 긴급재난지원금 카드를 받으면서 상대 진영의 메시지에 갇힌 것도 패착이다. 그뿐만 아니라 차명진(경기 부천병) 후보의 세월호 저급 발언에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등 당내 사고 수습에 진이 빠질 정도였다. 통합당 일부에서 김 위원장이 총선 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그는 이날 “내가 처음부터 이야기했고, 선거 이후에 내가 당내 활동한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일생에 딱 한번 거짓말” 은딩기 케냐 대주교 영면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일생에 딱 한번 거짓말” 은딩기 케냐 대주교 영면

    일생을 살며 단 한 번만 거짓말을 해봤다고 말하면 “에잇, 과장이 심하시네” 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노화 합병증 탓에 89세를 일기로 숨진 뒤 7일 나이로비의 성가족 마이너 성당 묘지에 묻힌 케냐 가톨릭 대주교 은딩기 므와나 아은제키의 간증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 케냐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살아온 그의 일생이 오롯해서라고 영국 BBC가 전했다. 늘 강론을 펼치던 곳에서 영원히 눈을 감았지만 이날 그의 장례식은 100명 정도만 참석해 지켜봤고 수백만 신도들은 텔레비전으로 함께 했다. 코로나19 창궐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케냐 가톨릭주교회의는 고인이 “맞춤한 성당 작별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 것은 200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왕가리 마타이(2011년 작고) 교수를 1990년대 보안군의 단속으로부터 피신시켰을 때였다. 마타이 교수를 아픈 무슬림 소말리아 여인으로 변장시킨 뒤 리프트 계곡의 고향 마을 나쿠루에서 200㎞ 차를 운전해 데려갔다. 마타이 교수는 유명 인권운동가 겸 환경운동가로 다니엘 아랍 모이 정권이 검속하려는 1순위 반체제 인사였다. 마타이가 히잡을 두른 채 멍한 눈길을 건네자 검문소 경비가 “그녀가 아픈가“라고 물었고, 이 진솔한 성직자는 그렇다고 답해 계속 차를 몰아 운전했다는 것이 그가 일생에 단 한 차례 해본 거짓말의 전부였다. 고인을 40여년 알아 온 모리스 크롤리 주교는 “지상의 사람들을 힘 있게, 겁 없게, 그리고 앙심을 품는 일 없게 만든 사람”이었다면서 “틀렸다고 생각하고 그만일 수 있는 사람들을 한사코 바로잡으려 하고 귀기울이게 만들어 친구로 늘 남아 있었다”고 기렸다. 1931년 성탄절에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서른이던 1961년 사제가 돼 서른여덟이던 1969년 케냐의 최연소 주교가 됐으며 예순여섯 살인 1997년 나이로비 교구의 대주교에 올라 2007년에 은퇴했다. 1990년대 초반 리프트 계곡에 종족분쟁이 일었을 때 트럭들을 빌려 수만 명을 성당에 데려가 숨겨준 일로 신도들의 존경을 한몸에 샀다. 카누 집권여당이 야당 지지자들을 박해하고 젊은이에게 총을 들라고 강요하는 등 헌법 파괴를 일삼는다고 미사 강론을 통해 규탄했다. 친구들이 그러다 큰일 당한다고 경고하자 그는 “누구나 한번 죽는다”고 말하며 물리쳤다. 2000년 인터뷰를 통해 이때가 가장 힘든 인생의 고비였다고 돌아봤다. “무고한 이들이 숱하게 박해당하고 죽임을 당했다. 집들은 불태워지고 사람들은 내가 했던 말을 폄하하기 일쑤였다.” 고인은 가톨릭이 아프리카 전통과 관습을 받아들이는 데도 앞장 섰다. 가톨릭 대주교가 쓰는 모자 대신 에티오피아 동료들이 건넨 독특한 모자를 자주 쓰곤 했다. 로렌스 은조로게 신부는 고인이 “아프리카 음악과 클래식, 이를테면 파드힐 윌리엄, 푼디 콘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루드비히 반 베토벤 등을 두루 좋아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결혼 풍습을 가톨릭이 인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그도 아프리카인들의 죄악 개념을 가톨릭 식으로 재정의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에이즈 창궐을 막기 위해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고 권장할 때 그가 강하게 반대한 일이 일례였다. 2003년 한 회합 도중 “콘돔 사용이 늘면서 오히려 에이즈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말해 에이즈 대응 활동가들의 분노를 샀던 일이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美 조 디피·日 시무라 켄…코로나19로 사망한 스타들(종합)

    美 조 디피·日 시무라 켄…코로나19로 사망한 스타들(종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스타들의 사망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인기 컨트리 가수 조 디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6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빌보드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디피는 이날 코로나19에 따른 합병증으로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사망했다. 그는 지난 27일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1990년대 미국 내 컨트리 음악 인기 바람의 선두권 주자로 5곡을 빌보드 ‘핫 컨트리 송스 차트’ 1위에 올려놨다. ‘홈’, ‘서드 록 프롬 더 선’,‘ 픽업 맨’, ‘비거 댄 더 비틀스’ 등의 히트곡이 있다.세계적 히트곡 ‘아이 러브 록 앤 롤’(I Love Rock ‘N’ Roll) 원작자인 가수 앨런 메릴(69)도 코로나19로 이날 세상을 떠났다. 메릴의 딸인 로라 메릴이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그는 해당 게시물에서 “사람들이 죽어간다. 당신이나 당신의 강한 가족에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일은 일어난다”면서 “너를 위해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집에 있으라”고 당부했다. 일본과 영국에서 주로 활동한 앨런 메릴은 밴드 애로스(Arrows)를 결성해 ‘터치 투 머치’(Touch Too Much), ‘마이 라스트 나이트 위드 유’(My Last Night With You), ‘아이 러브 록 앤 롤’ 등의 곡을 남겼다.앞서 지난 26일 미국의 인기 범죄수사 드라마 ‘로 앤 오더’ 등에 출연한 배우 마크 블럼(69)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마크 블럼은 영화 ‘수잔을 찾아서’, ‘크로커다일 던디’, ‘셰터드 글래스’,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조폐국 침입 프로젝트’ 등을 비롯해 드라마 ‘로 앤 오더: 범죄 전담반’ 시즌9, ‘프린지’ 시즌1, ‘모차르트 인 더 정글’ 시즌1 등에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5년 영화 ‘마돈나의 수잔을 찾아서’에서 블럼과 함께 연기했던 팝스타 마돈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가 함께 영화를 촬영했을 때 그가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며 자기 일에 철저했는지 기억한다“고 고인을 추모하며 ”그의 죽음은 코로나19가 농담이 아니란 것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감사해야 하며, 희망을 갖고 서로를 도와야 한다. 그리고 격리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일본의 코미디계 대부 시무라 켄(70)의 사망 소식도 전해졌다. 그는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29일 오후 11시10분 숨을 거뒀다. 시무라 켄은 콩트 그룹으로 데뷔해 개그맨, 배우, 방송인으로 국민스타 반열에 올랐다. 4월 방송 예정인 아침 드라마에 캐스팅 돼 지난 6일부터 촬영 중이었고, 첫 주연작인 영화 ‘키네마의 신’ 출연도 앞두고 있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종인, 통합당 차르로 경제 강조하며 출격… VOG 전망 적중

    김종인, 통합당 차르로 경제 강조하며 출격… VOG 전망 적중

    미래통합당, 김종인 신임 총괄선대위원장 영입김 위원장 “경제가 비상시국… 그것 먼저 해결해야”“중도 대변 金, ‘총괄’위원장 수락·경제에 방점.. VOG 열흘 전 전망 도움 되셨나요” ● 녹화일 3월16일, 업로드 3월17일●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박사를 신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김 신임 위원장은 “경제가 비상시국”이라며 “그것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도 진영 아젠다를 대변하며 총선이 열리는 해마다, 또 올해는 예외이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해마다 활동하는 김 위원장. 이번 총선 활동은 중단되나 했지만, 김 대표에게 올림픽의 해 활동 여부 판단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던 VOG 예측이 맞아 떨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경제’를 총선 아젠다로 밀어 올린 것도, 공동 선대위원장이 아닌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차르’(tsar)직만을 수용한다는 점까지…. 열흘 전에 어떻게 이렇게 다 맞췄는지 물으신다면, VOG는 ‘정치는 과학이자 맥락’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강남의소리(VOG) 전편은 유튜브 패스추리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무대 존재감은 세계 최고!”…김준수, 뮤지컬 데뷔작 ‘모차르트!’ 10주년 공연 복귀

    “무대 존재감은 세계 최고!”…김준수, 뮤지컬 데뷔작 ‘모차르트!’ 10주년 공연 복귀

    “완벽한 모차르트의 탄생이었습니다. 그의 무대 위 존재감은 가히 세계 최고입니다!”인기 뮤지컬 ‘모차르트!’ 원작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는 작품 한국 공연 흥행을 이끈 주연 배우 김준수를 이렇게 평가했다. 2010년 초연 이후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을 올리는 ‘모차르트!’ 제작진의 선택은 변함없이 김준수였다. 그룹 동방신기 출신 가수 시아준수는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삶을 시작했다. 김준수가 오는 6월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모차르트!’ 10주년 공연 무대에 다시 오른다. 작품은 ‘레베카’,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만든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르베이의 세계적인 히트작이다. 김준수는 한국 초연작으로 데뷔해 모차르트 캐릭터의 감성과 극적인 구성을 매력적인 음색, 힘찬 가창력으로 표현해내며 그해 모든 뮤지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김준수는 “‘모차르트!’는 지금의 김준수를 있게 해준 특별한 작품이다. 데뷔 10주년에 시작을 함께했던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어 행복하다. 10년 전 무대가 아직도 생생한 만큼 그때 감동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의 인간적 고뇌, 자기 자신과의 갈등을 다양한 주변 인물과 관계 속에서 드라마로 풀어낸 작품이다. 뛰어난 극본,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적인 넘버(노래), 화려한 무대미술로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김준수는 최고 천재성을 지녔지만, 자유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모차르트’를 연기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사실상 ‘종신 대통령’ 길 연 푸틴 “대선 재출마 허용 개헌안 지지”

    사실상 ‘종신 대통령’ 길 연 푸틴 “대선 재출마 허용 개헌안 지지”

    ‘30년 철권’ 스탈린보다 2년 더 집권 WSJ “시진핑·에르도안과 독재 반열”블라디미르 푸틴(67)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끝나는 4기 집권 뒤에도 다시 대통령에 입후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헌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하원 심의를 마친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그는 83세가 되는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사실상 ‘종신 집권’이다. 11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국가두마(하원)는 이러한 내용의 개헌안을 찬성 383표, 기권 43표, 반대 0표로 채택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하원 개헌안 심의에서 “발렌티나 테레시코바 하원 의원이 내놓은 제안 가운데 하나는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입후보) 제한을 없애는 것”이라면서 “원칙적으로 그런 방안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계 첫 여성 우주인 출신이자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 소속인 테레시코바는 이날 심의에서 “‘대통령 임기 2회 제한’ 조항이 이미 대통령직을 역임했거나 지금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의 출마를 막아서는 안 된다”면서 “현직 대통령도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입후보할 수 있게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푸틴은 2024년 대권에 다시 도전해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번 역임할 수 있다. 4년 임기로 재임(2000~2008)하고 또 한 번 6년 임기로 재임(2012~2024)하고도 12년을 추가하게 된다. ‘30년 철권통치’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을 능가하는 32년 집권이 가능해진다. 뉴욕타임스는 43년간 재위한 ‘차르’ 표트르 대제보다는 짧다고 꼬집었다. 푸틴이 대통령 임기 제한을 사실상 철폐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처럼 독재자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싱크탱크인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드미트리 트레닌 센터장은 “러시아의 민주주의는 푸틴이 무대에서 퇴장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안은 다음달 22일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야권은 개헌안 국민투표 전날인 21일 모스크바에서 푸틴의 2024년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루돌프 코는 정말 놀라운 코(고윤주 지음, 궁리 펴냄) 15년간 3000여명의 어린이를 진단하고 치료해 온 고윤주 루돌프어린이사회성발달연구소 소장이 말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뉴턴과 아인슈타인 모차르트, 앤디 워홀, 스티브 잡스, 안데르센 등의 위인들도 자폐적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들은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었을 뿐 남들과 다른 발상에 몰두해 각 분야 최고가 됐다. 368쪽. 2만원.일본 작가들 눈에 비친 3·1 독립운동(세리카와 데쓰요 지음·옮김, 지식산업사 펴냄) 3·1운동 전후 조선인의 삶을 그려 낸 일본 작가들의 작품집. 한국문학을 연구해 세종대·인하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저자가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엄선해 해방 전후로 나눠 소개했다. 일본 작가들 눈에 비친 식민지 조선은 서정적인 풍경 속 제국주의가 표방한 근대 문명화가 무색하게 지독한 가난이 주를 이루는 곳이었다. 476쪽. 1만 8000원.선택된 자연(김우재 지음, 김영사 펴냄) 초파리 유전학자가 들려주는 26종 모델생물 이야기. 모델생물이란 초파리, 효모, 쥐처럼 생물학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특별히 선택된 생물이다. 저자는 이들의 특징, 이들을 통한 놀라운 과학적 발견과 생물학의 흐름, 선택의 주체인 과학자의 삶을 조화롭게 엮어 풀어냈다. 284쪽. 1만 4800원.왜 일본은 한국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가(하종문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제국의 탄생에서부터 극우파의 부활까지 일본의 생래적 특성을 그렸다.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로 일본 근현대사를 연구해 온 저자는 일본의 내우외환을 잠재우는 사상이었던 ‘정한론’이 채택된 과정부터 한중일 외교사 150년을 톺아보며 한반도 미래 전략을 제시한다. 344쪽. 1만 8000원.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장영은 지음, 민음사 펴냄)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글쓰기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 여성 25명의 이야기가 출간됐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버지니아 울프, 박경리, 수전 손택 등은 여성의 글은 허영에 들뜬 취미에 불과하다는 편견에 맞서 전 생애를 통해 투사로서의 글쓰기를 행해 왔다. 문학에 한정하지 않고, 미술·학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 작가를 조명했다. 256쪽. 1만 5000원.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양병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과학 교양서를 표방한 공룡 역사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의 젊은 공룡학자인 저자는 공룡의 흥망성쇠를 폴란드의 채석장, 브라질의 오지, 미국의 평원을 누비며 만난 화석을 통해 조망한다. 452쪽. 2만원.
  • [자치광장] 임실, 사계절 명품관광지 도약/심민 전북 임실군수

    [자치광장] 임실, 사계절 명품관광지 도약/심민 전북 임실군수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음악축제’로 세계적인 명품 관광지가 됐다. 1920년 8월 모차르트 기념음악제를 모태로 시작된 잘츠부르크 음악페스티벌은 여름에 열리지만 사계절 내내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올해는 100주년을 맞아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축제를 준비해 음악과 여행을 사랑하는 세계인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의 성장 배경에 음악축제와 알프스의 아름다운 경관이 있다면 임실군에는 ‘고(故) 지정환 신부’가 이끈 대한민국 최초의 ‘치즈 이야기’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옥정호’가 있다. 잘츠부르크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악도시가 된 것처럼 임실군도 ‘치즈 테마 축제’로 관광도시의 꿈을 키워 가고 있다. ‘임실N치즈축제’는 2015년 첫 회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다섯 번째 열린 임실N치즈축제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축제 기간을 전후한 방문객이 6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수립했다. 10월 한 달 동안 임실군 전체 인구의 20배가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 셈이다. 임실N치즈축제의 성공은 관광임실을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떠올랐다. 치즈축제 무대인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여름에는 아쿠아페스티벌, 겨울에는 산타축제를 개최해 유명세를 더했다. 지난해 12월 21~25일 열린 임실산타축제에는 11만명이 방문해 겨울축제로 명성을 다졌다. 현재 조성 중인 사계절 장미원이 문을 열면 봄에는 장미, 가을에는 국화와 함께하는 임실N치즈축제를 개최해 ‘사계절 축제의 고장, 임실’을 완성하게 된다. 전북의 보물 ‘옥정호’도 관광 임실의 한 축으로 육성된다. 옥정호 생태관광지가 완공되면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1000만명의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반려동물 천국 프로젝트’로도 세계적인 관심을 모을 계획이다. 주인을 살리고 죽은 오수의견 설화를 테마로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한 데 이어 ‘국제도그쇼’를 개최해 대한민국 최고의 반려동물 축제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민선 7기 반환점을 도는 2020년 치즈 테마 축제, 옥정호 생태관광지 조성, 국제도그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임실을 잘츠부르크에 버금가는 사계절 명품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웅대한 포부를 다짐해 본다.
  • 세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쇼핑거리

    세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쇼핑거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레몬처럼 상큼하고 고추냉이처럼 톡 쏘는 공기에 코가 짜릿했다. 도시가 건네는 기분 좋은 인사였다. 잘츠부르크는 알프스 산맥 동쪽 끝에 앉아 있는 작은 도시다. ‘소금(Salz)의 성(burg)’이라는 의미다. 중세시대, 황금에 비유될 정도로 고가인 소금이 주변 산에서 많이 났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잘츠부르크는 스펙도 화려하다. 모차르트가 나고 자란 곳이며, 1969년 개봉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세계인에게 잘 알려졌다. 한 명의 인물과 한 편의 영화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도시. 모차르트 초콜릿은 최고 인기 기념품이고, 어디서나 ‘사운드 오브 뮤직’ 음악이 들린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250년 전 죽은 음악가가 잘츠부르크를 먹여 살린다고, 50년도 더 된 영화 한 편이 생명력을 연장했다고도 한다. 게다가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점은 인구 15만명에 불과한 이 도시에 연간 600만명의 여행자가 몰려드는 강력한 배경이기도 하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잘차흐강은 과거 산에서 채굴한 소금을 수송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구분해 준다. 마카르트 다리를 건너 사람들이 몰려가는 방향으로 걸었다. 노란색으로 칠한 작은 집, 모차르트 생가가 나왔다. 게트라이데 9번지. 여기가 바로 잘츠부르크 구시가지 여행의 시작점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거리, 게트라이데(Getreidegasse)가 펼쳐진다. 좁은 길 좌우엔 간판을 대롱대롱 내건 가게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간판들은 깃발처럼 툭 튀어나와 달려 있다. 디자인은 모두 다르지만 철제라는 공통점이 있고 하나같이 예쁘면서 뭐 하나 튀지 않는다. 이 중엔 200년도 더 된 간판도 있다. 서로 가리지 않기 위해 조금씩 길이와 높이를 다르게 달아 놓은 것도 특징이다.오래된 간판일수록 그림이 크고 글자는 작다. 중세시대 글자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판에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를테면 빵집은 빵을, 카페는 커피잔을, 보석가게는 반지를 그려 넣은 식이다. 퍽 직관적이면서도 친절하다. 독일어를 모르는 여행자라면 중세시대 문맹과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셈이다.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거리의 문화를 따르기 위해 특별 제작한 빈티지 간판을 달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관찰력이 좋은 한국인 여행자라면 태권도장 간판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쇼윈도보다 간판을 보기 위해 자꾸 시선이 위로 향했다. 게트라이데에선 어린아이의 시선이 된다. 화려한 원색과 귀를 찌르는 소음으로 뒤덮인 쇼핑거리를 다닐 때마다 게트라이데를 떠올린다. 그곳에선 ‘더 크게, 더 요란하게’ 식의 사고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잘츠부르크 하면 미라벨정원이나 호엔잘츠부르크 성 같은 거대한 건축물보다 작은 철제 간판이 달린 거리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경쟁보다 조화를 택한 마음씨가 부러워서일지도 모르겠다.
  • GS25, 30주년 기념 트로트 음원 ‘진심’ 발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출범 30주년을 맞아 트로트 음원 ‘진심’ 송 싱글 음원을 발매했다고 11일 밝혔다. GS25는 지난 10일 노래 ‘진심’을 지니, 멜론 등 각종 음원사이트에 공개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트로트 3총사와 함께 제작한 ‘진심’은 ‘작사의 신’ 이건우 작사, ‘박토벤’ 박현우 작곡, ‘정차르트’ 정경천이 편곡을 진행했다. 노래는 ‘코러스의 대가’ 김효수가 맡았다. GS25는 ‘진심’ 발매를 기념해 다음달 15일까지 커버송 이벤트도 진행한다. 참가를 희망하는 고객은 공개된 반주 음악(MR)에 맞춰 부르고, 해당 영상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거거나, GS리테일 홈페이지에 영상 URL을 게시하면 된다. 해시태그 ‘#GS25 #30주년 #진심메들리’는 필수다. 응모작엔 심사를 통해 1등 순금 마이크 30돈(1명), 2등 아이폰11프로 256GB(5명), 3등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7명), 4등 마샬 블루투스 스피커(10명)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한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밸런타인 메들리 세트’도 출시한다. 트로트 감성을 잘 살린 패키지 디자인에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재미있는 연출을 할 수 있는 포토 프레임 카드 등이 동봉됐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캐스팅도 모르고 예매하라니”… 랜덤박스 된 뮤지컬 ‘모차르트!’

    “캐스팅도 모르고 예매하라니”… 랜덤박스 된 뮤지컬 ‘모차르트!’

    출연진 미공개에 “팬심 악용 상술” 제작사 “공개 뒤 환불 가능” 해명“뮤지컬 티켓이 랜덤박스인가? 진짜로 너무하네요.” “캐스팅이 없어 의아했는데 많은 분들이 성토하시는군요.” 국내 대형 뮤지컬 제작사가 인기 뮤지컬 개막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를 마련했지만, 정작 뮤지컬 팬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제작사 측은 ‘할인 이벤트’에 방점을 뒀지만, 팬들은 “팬심을 악용한 과도한 상술”이라는 반응이다.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오는 6월 1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모차르트!’ 10주년 기념공연의 일부 티켓 예매를 지난달 20일 오후 8시부터 시작했다. 제작사는 ‘리멤버2010 10주년 기념 할인’ 이벤트를 내걸고 8월 9일까지 이어지는 공연 중 개막 공연부터 6월 18일 10회차에 대해 선예매를 진행했다. 티켓도 10년 전 가격으로 내렸다. 2010년 1월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한 ‘모차르트!’는 그간 김준수, 임태경, 박은태, 전동석, 박효신 등이 주인공을 거치면서 모두 매진을 이끄는 뮤지컬계 대표 배우로 성장했다. 작품 자체도 초연 당시 연일 매진에 이어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총 11개 부문 수상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하지만 작품을 기다려온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표 한 장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뮤지컬 공연을 선택할 때 관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출연배우를 공개하지 않고 예매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뮤지컬 팬은 누가 출연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예매를 두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어떤 상품이 들었는지도 모르는 채 고가의 상품을 기대하며 구매하는 ‘랜덤박스’에 비유했다. 또 다른 한 팬은 “제작사가 배우를 향한 팬심만 믿고, 팬들을 ‘자동 티켓 구매기’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MK 측은 ‘10년 전 가격’을 강조했지만, 팬들은 실제 할인되는 가격이 1만~2만원 수준에 그치는 점도 불만이다. 관람료는 주말 기준 가장 비싼 자리가 15만원, 가장 저렴한 자리가 8만원이다. 이벤트 기간 티켓값은 각각 13만원과 7만원이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배우는 관객이 관람을 결정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출연 배우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매부터 시작한 선례 또한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EMK 관계자는 “작품의 10주년을 기념하고 알리기 위해 초연 개막 공연 날짜에 맞춰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라면서 “4월 1일 출연진을 공개한 뒤 4월 19일까지 예매 취소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취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사퇴 압력 직면한 WHO 사무총장 “낚시질 기사와 음모론이 문제”

    사퇴 압력 직면한 WHO 사무총장 “낚시질 기사와 음모론이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하는 사태를 막지 못한 중국을 노골적으로 두둔해 물러나라는 국제 온라인 청원을 자초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낚시질 기사와 음모이론”이 올바른 사태 대처를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8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려움이 아니라 팩트가 중요함을 간략하게 얘기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스스로와 다른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에 접근해야 한다”면서 새롭게 출현한 바이러스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들이 “영웅적으로 해결에 앞장서는 이들의 의욕을 꺾고, 일반 대중에게 혼동과 공포를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WHO에서 우리는 바이러스와 싸울 뿐만 아니라 우리의 대처를 방해하는 낚시질 기사와 음모이론과도 싸우고 있다”면서 “(영국 일간) 가디언 제목이 오늘 얘기하듯 ‘그릇된 정보가 가장 심한 오염체’라고 단언했다. 해당 기사는 이 신문의 오피니언 면에 실린 감염학자 애덤 쿠차르스키의 기고였다. 그는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잘못된 주장과 싸우는 최선의 방법은 “진짜 바이러스처럼 치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최근 몇주 동안 지구촌에 바이러스를 중국의 실험실에서 실수로 만들어냈다는 설을 시작으로, 러시아 채널 원 방송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제약업계가 손잡고 꾸민 짓이라고 버젓이 음모론을 주장하는 등 가짜 뉴스의 폐해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본토 사망자 수가 이날 0시 현재 722명이며 누적 확진자 수가 3만 4546명에 이를 정도로 사태를 방치한 중국 정부를 올바르게 이끌지 못한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책임을 돌리려 한다는 비판도 뒤따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조사팀이 10일이나 11일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전문가도 팀에 합류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WHO는 이날도 신종 코로나 사망자 수가 9일 2002∼2003년 중국을 휩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망자 수(774명)를 넘어설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도 지난 나흘 동안 발원지인 허베이성의 일간 기준 신규 확진자가 비교적 안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라이언 긴급대응팀장은 “바이러스 통제 조처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뉴스”라면서도 “현재 수많은 의심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내비치긴 했다. 그는 이어 “감소한 것이 아니다.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에 지난 나흘 동안은 상대적으로 차분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클래식 음악가 중 가장 혁신적인 사람 누군가 봤더니...

    클래식 음악가 중 가장 혁신적인 사람 누군가 봤더니...

    올해는 ‘영웅’ ‘전원’ ‘합창’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교향곡을 작곡한 악성 루트비히 반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때문에 클래식 음악계는 연초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베토벤이 단순히 유명한 작곡가가 아닌 다른 음악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준 음악가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팀은 이론물리학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문화 및 예술 창작물의 혁신성과 영향력을 수치로 계산해 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데이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EPJ 데이터 사이언스’에 실렸다. 지금까지 많은 분야들이 수량화, 계량화됐지만 창의성의 산물인 문화예술 분야는 수치적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인공창의성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분야에서도 개략적인 수치적 평가지표를 만드는 것은 불가피한 문제였다. 이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개별 창작품들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반응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대규모 객관적 실험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작품을 빅데이터화했다. 우선 연구팀은 1700~1900년에 작곡된 서양 음악 악보로부터 동시에 연주되는 음정으로 만들어진 코드워드를 추출한 뒤 작품간 유사성을 파악할 수 있는 네트워크 과학기법을 적용했다. 유사도를 통해 작품들이 서로 얼마나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각 작품들이 얼마나 혁신적이며 후대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가했다.이 방법으로 연구팀은 18세기 바로크와 고전주의 대표적 음악가인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를 거쳐 고전-낭만 전환기인 1800~1820년 이후 베토벤이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음악가로 부상하고 그 영향을 받아 리스트, 쇼팽 등 낭만주의 음악가들이 등장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특히 베토벤은 사후 100년 이상 최고의 영향력을 유지한 음악가로 판명됐으며 후기 낭만주의 시대 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과거의 관습은 물론 자신의 이전 작품과도 끊임없이 차별화를 시도한 최고의 혁신적 음악가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박주용 카이스트 교수는 “문화예술 창작품의 창의성 평가라는 난제를 네트워크 과학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며 “코드워드를 활용한 네트워크 과학 알고리즘으로 음악은 물론 문학작품, 그림, 건축, 디자인 등 분야의 창의성 분석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박성국의 인터미션] “힘들 거야 우린… 정치 때문에”

    [박성국의 인터미션] “힘들 거야 우린… 정치 때문에”

    클래식 연주회와 뮤지컬, 발레 등 공연 중간 쉬는 시간, 인터미션. 관객은 인터미션에 생리현상을 해결하거나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1부 공연을 반추하며 계속 관람할지 이른 귀가를 할지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간 담쌓고 살았던 공연문화를 뒤늦게 업으로 삼게 된 저의 인터미션에선 무대 안팎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제가 태어난 해부터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온 분이라 처음에는 옆집 할아버지같이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는데, 포디움(지휘대)에 서면 다른 사람이 되더라고요. 팔순이 다 돼 가는데 눈동자는 열여섯 소년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기억이 납니다.” 1992년생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떠올린 클래식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78)의 첫인상이다. 이지윤이 태어나던 해, 바렌보임은 1570년 창단한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4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손에 쥔 이지윤에게 바렌보임이라는 이름은 해외 명반에나 나오는 아주 멀고, 광활한 바다 같은 존재였다. 25년이 지난 2017년 5월, 독일 유학 중이던 이지윤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디션 무대에 올랐다. 연주가 끝나자 그를 한 노신사가 불러 세웠다. 여전히 음악감독으로 독일 명문 악단을 이끌고 있는 바렌보임이었다. 바렌보임의 눈에 든 이지윤은 그렇게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독일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악단의 첫 여성이자 최연소 악장으로 우뚝 섰다.지난달 이지윤의 귀국 기자회견 현장을 지켜보면서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뤘고, 또 창창한 앞날이 펼쳐질 이지윤이 아닌, 한 음악감독이 28년이나 계속 같은 악단을 이끌 수 있는 독일의 문화와 시스템에 대해.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과 예술감독은 단순히 단원 지휘 개념을 넘어, 그 단체의 예술적 방향을 결정·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러시아 클래식 ‘차르’(황제)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1988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됐고, 1996년엔 총예술감독으로 올라 30년 넘게 이끌고 있다.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 예술감독직에 16년간 재임했다. 국내에서 이들과 견줄 만한 단체는 단연 ‘정명훈의 서울시향’일 것이다.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활동하던 정명훈은 2005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요청을 받고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직을 수락했다. 당시 시향은 61세까지 보장되는 정년에, 호봉제로 인상되는 안정적인 급여 시스템 속에 ‘음악 하는 철밥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연간 50억원의 세금을 들이고도 평균 유료 관객 500명을 넘기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정명훈식 개혁과 조율의 결과 서울시향은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의 호평을 넘어 세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수준까지 올랐다. 해외의 수준급 연주자들이 서울시향으로 몰려들었고, 유료 객석 점유율은 90%를 웃돌았다. 그러나 끝은 서글펐다. 시향 대표를 향한 내부 직원들의 폭언 및 성추행 등 폭로와 정명훈을 둘러싼 감사 등 이른바 ‘서울시향 사태’ 끝에 정명훈은 2015년 12월 서울시향을 떠났다. “한국은 결국 정치가 문제죠.” 한 클래식 평론가의 입에서 나온 함축적인 진단이다. 이는 예술이라는 영역을 자신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는 제도권 정치는 물론 예술계의 오랜 파벌 다툼을 아우른다. 이런 진흙탕 싸움은 예술감독 선임에 정권 입김이 더욱 짙게 작용하는 국립 예술단체에서는 더 심각해진다. 국립오페라단은 2011년 8월 취임한 제9대 김의준 예술감독을 비롯해 8년 사이 4명의 예술감독이 각종 자격 시비 등으로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내놨다. 지난해 국립무용단은 안무가와 단원들의 갈등으로 개막 20여일을 앞두고 공연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원로 안무가의 ‘내 사람 심기’와 반발이 있었다. “누가 더 잘하냐가 아니라 누가 더 친하냐가 이 바닥의 경쟁력입니다.” 공연계 한 인사의 말에 이지윤을 바라보는 바렌보임의 눈빛과 표정이 또 한번 떠올랐다.
  •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정치 때문에”[박성국의 인터미션]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정치 때문에”[박성국의 인터미션]

    정통 클래식의 혁신 보여준 바렌보임‘음악 차르’ 게르기예프·베를린필 래틀16~30년 예술감독으로서 성장 이끌어정치·파벌…국립예술단체 수장의 단명“제가 태어난 해부터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온 분이라 처음에는 옆집 할아버지같이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는데, 포디움(지휘대)에 서면 다른 사람이 되더라고요. 팔순이 다 돼 가는데 눈동자는 열여섯 소년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기억이 납니다.” 1992년생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떠올린 클래식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78)의 첫인상이다. 이지윤이 태어나던 해, 바렌보임은 1570년 창단한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4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손에 쥔 이지윤에게 바렌보임이라는 이름은 해외 명반에나 나오는 아주 멀고, 광활한 바다 같은 존재였다. 25년이 지난 2017년 5월, 독일 유학 중이던 이지윤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디션 무대에 올랐다. 연주가 끝나자 그를 한 노신사가 불러 세웠다. 여전히 음악감독으로 독일 명문 악단을 이끌고 있는 바렌보임이었다. 바렌보임의 눈에 든 이지윤은 그렇게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독일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악단의 첫 여성이자 최연소 악장으로 우뚝 섰다. 지난달 이지윤의 귀국 기자회견 현장을 지켜보면서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뤘고, 또 창창한 앞날이 펼쳐질 이지윤이 아닌, 한 음악감독이 28년이나 계속 같은 악단을 이끌 수 있는 독일의 문화와 시스템에 대해.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과 예술감독은 단순히 단원 지휘 개념을 넘어, 그 단체의 예술적 방향을 결정·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러시아 클래식 ‘차르’(황제)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1988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됐고, 1996년엔 총예술감독으로 올라 30년 넘게 이끌고 있다.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 예술감독직에 16년간 재임했다. 국내에서 이들과 견줄 만한 단체는 단연 ‘정명훈의 서울시향’일 것이다.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활동하던 정명훈은 2005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요청을 받고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직을 수락했다. 당시 시향은 61세까지 보장되는 정년에, 호봉제로 인상되는 안정적인 급여 시스템 속에 ‘음악 하는 철밥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연간 50억원의 세금을 들이고도 평균 유료 관객 500명을 넘기지 못했다.그로부터 10년 뒤, 정명훈식 개혁과 조율의 결과 서울시향은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의 호평을 넘어 세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수준까지 올랐다. 해외의 수준급 연주자들이 서울시향으로 몰려들었고, 유료 객석 점유율은 90%를 웃돌았다. 그러나 끝은 서글펐다. 시향 대표를 향한 내부 직원들의 폭언 및 성추행 등 폭로와 정명훈을 둘러싼 감사 등 이른바 ‘서울시향 사태’ 끝에 정명훈은 2015년 12월 서울시향을 떠났다. “한국은 결국 정치가 문제죠.” 한 클래식 평론가의 입에서 나온 함축적인 진단이다. 이는 예술이라는 영역을 자신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는 제도권 정치는 물론 예술계의 오랜 파벌 다툼을 아우른다. 이런 진흙탕 싸움은 예술감독 선임에 정권 입김이 더욱 짙게 작용하는 국립 예술단체에서는 더 심각해진다. 국립오페라단은 2011년 8월 취임한 제9대 김의준 예술감독을 비롯해 8년 사이 4명의 예술감독이 각종 자격 시비 등으로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내놨다. 지난해 국립무용단은 안무가와 단원들의 갈등으로 개막 20여일을 앞두고 공연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원로 안무가의 ‘내 사람 심기’와 반발이 있었다. “누가 더 잘하냐가 아니라 누가 더 친하냐가 이 바닥의 경쟁력입니다.” 공연계 한 인사의 말에 이지윤을 바라보는 바렌보임의 눈빛과 표정이 또 한번 떠올랐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클래식 연주회와 뮤지컬, 발레 등 공연 중간 쉬는 시간, 인터미션. 관객은 인터미션에 생리현상을 해결하거나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1부 공연을 반추하며 계속 관람할지 이른 귀가를 할지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간 담쌓고 살았던 공연문화를 뒤늦게 업으로 삼게 된 저의 인터미션에선 무대 안팎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 숨이 멎을 듯, 풍경 자체가 예술

    숨이 멎을 듯, 풍경 자체가 예술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파리로 향하는 유럽횡단 기차 안에서 주인공 제시(이선 호크 분)와 셀린(줄리 델피 분)은 처음 만난다. 부부 싸움으로 시끄러운 독일 커플을 피하려고 셀린이 자리를 옮기다가 미국인 청년 제시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잠깐의 인사로 시작된 대화는 서로를 향한 친밀감과 호감을 키우고, 그러다 도착한 빈에서 헤어지기 아쉬운 제시가 셀린에게 하루 동안 빈 여행을 같이하자고 깜짝 제안을 한다. 빈에 함께 내린 둘은 발길 닿는 대로 빈을 여행한다. 아무 카페에 들어가 차를 마시고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랑, 죽음, 인생, 성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 가고 사랑을 싹 틔운다. 아침과 함께 다가온 이별의 순간, 두 사람은 다시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서로를 떠나보낸다. 영화에서 빈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로 그려진다. 셀린과 제시가 산책하는 장면에 등장한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대관람차가 있는 프라터, 알베르티나 박물관 등 이 영화에 등장한 장소를 돌아보는 상품도 많이 나와 있다. 대부분의 장소가 한 번 나오지만 단 한 곳,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두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하루 동안 빈 곳곳을 돌아다닌 제시와 셀린이 알베르티나 미술관 2층 발코니에 올라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키스를 나눈 장소로, 두 번째는 다음날 아침 헤어지기 직전 미술관 발코니에 위치한 동상 아래 무릎을 베고 누워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로. ●미술관에서 보내는 행복한 시간 빈에 있는 수많은 미술관 가운데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신디 셔먼, 모리야마 다이도 등 현대사진 거장들의 작품을 오리지널 프린트로 만날 수 있다. 이들 작품 앞에 서면 사진은 왜 오리지널 프린트로 봐야 하는지 알게 된다. 인터넷이나 잡지, 사진집에서 만나던 사진 작품과는 전혀 다른 아우라를 가진 작품 앞에서 머리칼이 곤두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조금 뜬금없는 말 같지만 제시도 셀린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진을 찍는 거야. 널 영원히 기억하려고.”‘비포 선라이즈’는 빈을 아주 로맨틱하게 그려 내는 영화다. 실제 빈을 로맨틱하게 만들고 있는 요소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키스’가 아닐까. 빈 남동쪽에 위치한 벨베데레 궁전에는 오스트리아가 배출한 거장 클림트의 ‘키스’ 원화가 걸려 있다. 그림과 실제로 마주하는 감동은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그림 앞에 서면 숨이 턱 하고 막힌다.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림 앞에 서지만, 온몸을 덮쳐 오는 감동은 상상 이상이다. 머릿속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만 같은 압도적이고 기이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눈물을 훌쩍이는 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박물관 안은 촬영 금지인데, 굳이 촬영 금지 표지를 붙여 놓지 않아도 될 듯. 셔터를 누를 생각조차 들지 않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현대미술을 논할 때 클림트와 함께 이야기할 예술가가 한 명 더 있다. 에곤 실레다. 스물여덟이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천재.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레오폴트 미술관으로 향해야 한다. 박물관의 원주인이자 미술 애호가였던 루돌프 레오폴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곳으로, ‘박물관 지구’(Museum Quartier) 안에서도 최고로 사랑받는 미술관이다. 실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그와 가까이 지냈던 클림트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상설전시 외에도 근현대미술과 관련한 특별 전시회가 자주 열리기에 빈 시민들도 새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수시로 방문한다. 빈이라는 도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예술일 것이다. 1273년 루돌프 1세를 시작으로 1918년 카를 1세에 이르기까지 무려 645년 동안 유럽의 절반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빈을 본거지로 삼았고 대대로 어마어마한 미술품을 수집했다. 지금이야 합스부르크 왕조는 패망했고 오스트리아 역시 유럽의 소국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남긴 문화의 향기는 아직도 빈 시내 곳곳에 남아 이 도시의 고고함과 우아함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미술사 박물관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컬렉션을 모아 놓은 곳이다. 100여분의 러닝타임에서 3분의2 이상이 빈 미술사 박물관을 무대로 삼은 ‘뮤지엄 아워스’라는 영화가 있을 정도다. 영화의 줄거리는 특별한 것이 없다. 사촌 동생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빈으로 향한 주인공 앤이 미술사 박물관에서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는 요한을 우연히 만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그런데 미술사 박물관에 발에 들여놓으면 이 말도 안 되는 영화가 정말로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세계 미술사를 아우르는 눈부신 회화 작품들과 조각 및 공예품, 고대 이집트 유물 사이를 걸어 다니다 보면 하루는커녕 일주일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깨닫게 된다.●어깨 위를 흐르는 왈츠의 선율 빈을 찾은 많은 사람이 미술관부터 달려가지만 빈은 음악의 도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 쇤베르크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브람스, 말러와 같은 유명 작곡가들도 빈과 인연을 맺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계 정상급의 교향악단이며, 빈 국립 오페라 하우스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오페라 하우스 중 하나다. 빈에서는 꼭 무지크페어아인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 보시길. 음악 감상은 빈에서는 놓치기에 너무 아까운 기회다. 빈 필이 들려주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를 듣다 보면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빈의 오페라 극장은 좌석에 앉아 보려면 정장을 해야 하는데, 입석표를 사면 자유로운 복장으로도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요금은 4유로 정도. 공연 약 2시간 전에 가면 입석표를 구할 수 있다. 빈 곳곳에서 열리는 야외공연 역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성 슈테판 대성당 뒤편에 자리한 피가로 하우스는 모차르트 추종자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장소다.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를 작곡하기 위해 머물렀던 곳인데, 모차르트는 이곳에서 1784년부터 1787년까지 살았다고 한다. 시내 중심지에는 베토벤 하우스도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의 좁은 계단을 오르면 4층에 한때 베토벤이 머물렀던 방이 있다. 그 방에는 베토벤이 쓰던 피아노와 편지,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다. 그는 이곳에서 교향곡 4, 5, 7, 8번을 작곡했다. 도시 남동쪽에 자리한 시립공원은 수수한 영국식 정원이다. 이곳에서는 슈베르트를 비롯해 요한 슈트라우스, 레하르, 브루크너 등 빈에서 활동했던 음악가들의 기념상을 볼 수 있다. ■ 별처럼 빛나는, 한겨울 밤의 낭만●합스부르크 왕가의 자존심을 간직한 건축물 빈 시내 곳곳에는 ‘해가 지지 않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이 넘쳐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번영을 만날 수 있는 호프부르크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도 등장한다. 호프부르크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제인 카를 1세가 퇴위할 때인 1918년까지 황실의 궁전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지금도 오스트리아 대통령 공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20여개의 박물관과 도서관, 성당, 승마학교,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다. 13세기 초반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해 20세기 초까지 개축과 증축이 계속돼 각기 다른 시대의 건축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호프부르크로 들어서기 전 미카엘 광장에 주의 깊게 볼 건물이 있다. 미카엘 문 바로 건너편에는 주변의 화려한 건물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대적이고 심플한 건물이 서 있다. 100년 전에 지어진 이 건물은 현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돌프 로스의 작품이다. 이 집이 지어질 당시 빈 시민들과 언론은 당시 빈 건축양식의 전통을 반역했다며 일제히 혹평했고 심지어 아돌프 로스는 경찰청에도 불려 갔다고 한다. 결국 창문틀에 화분을 장식하는 것으로 극적인 타협을 했다고 한다. 로스하우스 바로 옆에는 왕궁에 커피와 과자를 납품하던 데멜 카페가 있는데, 슈테판 대성당을 나와 호프부르크로 가기 전 이곳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빈의 남서쪽 교외에는 1996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쇤브룬궁전도 있다. 쇤브룬궁전은 합스부르크가의 여름 별궁으로 궁전 안에는 자그마치 1441개의 방이 있다. 이 중 45개 방만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합스부르크 유일의 여제이자 가장 강력하게 왕조를 주도했던 마리아 테레지아 그리고 프랑스 혁명 중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만 그의 딸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용했던 방과 초상화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작은 베르사유궁전이라 불리듯 1.7㎞에 달하는 정원도 볼거리다.●신고딕 양식의 정수를 보여 준 빈 시청 호프부르크 건너편에 자리한 빈 시청은 프리드리히 폰 슈미트에 의해 완성된 신고딕 양식 건물로 보는 이의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여름에는 필름페스티벌,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스케이트장 개장 등 1년 내내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시청 가까이 자리한 국회의사당은 옛 그리스의 신전 같은 외관이 매우 독특한데, 그리스에서 발생한 민주주의가 오스트리아에 잘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빈을 1박 2일 정도 여행한 후 체코나 인근 도시로 떠난다. 하지만 빈은 사나흘 아니 일주일은 충분히 머물러 있을 만큼 볼거리가 많고 아름다운 도시다. 미술관을 구경하고 빈 필하모닉을 듣고 부드러운 멜랑지 커피를 마시며 영롱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도시다. 빈에서의 마지막 날은 카페 스펄에서 보내 보자. 1880년 문을 연 카페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고백했던 바로 그곳이다. 바로크풍의 실내장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제시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건 끝이 있어. 그래서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야.” 인생도 여행도 언젠가 끝이 나니까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 그렇다면 헤어진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비포 선셋’을 보면 된다.
  • [그림으로 만나는 문화재 이야기] 민중의 자존심, 마리오네트 인형극

    [그림으로 만나는 문화재 이야기] 민중의 자존심, 마리오네트 인형극

    체코나 슬로바키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겐 마리오네트(Marionette) 인형극을 보라고 추천하곤 한다. 멋진 풍경과 관광 명소가 전해 주는 기쁨도 있지만, 지역 문화가 스며든 공연은 또 다른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체코 프라하에서 올드타운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마리오네트 국립극장을 발견했다. 간판 위에 커다란 목각인형이 걸려 있지 않았더라면 지나쳤을 법한 초라한 외관이었다. 590코루나(약 3만원)를 내고 표를 한 장 샀다. 이름이 국립극장이지, 100석이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소박한 극장이라 놀랐다. 삐걱거리는 나무 의자와 색 바랜 벨벳 커튼, 퀴퀴한 냄새에서 긴 세월이 느껴졌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는 프라하 마리오네트 국립극장의 단골 공연 프로그램이다. 공연 시작부터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깔깔깔 웃기 시작한다. 마리오네트의 거의 모든 관절에 실이 연결돼 있어서 무척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인형이 뛰고 날아다니고 팔을 휘둘러도 실은 하나도 엉키지 않는다. 뻣뻣한 인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정교한 기술에 넋이 나갔다. 마리오네트는 목각인형의 관절마다 실을 연결해 움직이게 한 인형이다. 기원전 2000년쯤 이집트에서 발견된 나무인형이 마리오네트의 원형 중 가장 오래된 기록이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마리오네트로 꾸미는 인형극은 중세부터 시작했다. 이탈리아 교회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전해 주기 위해 인형에 끈을 달아 공연을 했다. 마리오네트는 ‘작은 성모마리아’를 뜻한다. 르네상스 이후엔 교회를 넘어 사람들을 이야기했다. 인기가 많아지니 유럽 각국에 마리오네트 전용극장이 들어섰다. 그중 유독 체코의 마리오네트가 명성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프라하는 19세기 중반만 해도 독일어 사용자가 체코어 사용자보다 많았다. 체코 귀족과 부르주아는 유럽을 주름잡던 합스부르크 사대주의에 젖어 독일어를 고수했다. 반대로 민중은 체코어를 썼다. 귀족들이 독일어와 독일 오페라에 심취한 동안 평범한 사람들은 체코어로 된 마리오네트를 지켜나간 것이다. 민중이 자국 언어를 고수하며 공연을 이어 갔다는 사실은 마리오네트 인형극이 인형극 이상의 의미를 품는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탈리아,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심지어 미국 뉴욕에도 마리오네트 극장이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마리오네트의 본고장으로 체코를 떠올린다.체코와 한때 한 나라였던 슬로바키아에도 마리오네트 극장이 많다. 작은 지역사회에서 마리오네트 극장은 마을회관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장이었다. 지역 축제에선 인형극이 이벤트의 중심이고, 동네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전통문화인 마리오네트를 받아들였다. 무려 200년이 넘도록 지켜 온 전통이다. 인형극 하나에 자존심과 공동체 의식이 담겼다. 민중 문화를 담은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마리오네트 인형극’은 2016년 12월 유네스코 세계 무형 문화 유산에 등재됐다.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