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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프로농구] 신한銀, 4연승 ‘휘파람’

    현대에서 신한은행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뒤 신한은행은 유일하게 우리은행에만 상대 전적이 뒤졌다. 하지만 26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우리은행을 86-60으로 대파, 이번 시즌 4연승을 포함해 역대 15승15패로 균형을 맞췄다. 또 시즌 14승3패로 2위 삼성생명(13승4패)과의 승차도 1경기로 넓혔다. 우리은행(5승12패)은 6위 신세계(3승14패)에 두 경기 차로 쫓기게 됐다. 신한은행은 1쿼터에 18-20으로 밀렸으나 체력 안배를 하던 전주원(6점 6어시스트)과 정선민(18점 9어시스트)이 2쿼터부터 코트에 들어오자 쉽게 흐름을 가져갔다. 겨우 5점만 내주는 등 압박 수비로 우리은행 공격을 꽁꽁 묶었고, 최윤아(17점), 선수진, 이연화(이상 13점) 등이 23점을 몰아쳐 간단히 승부를 뒤집었고, 정선민이 3쿼터에 14점을 폭발시키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재건축 시장이 꿈틀거린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서울 재건축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매물은 호가가 오르거나 자취를 감췄다.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 리모델링으로 선회했던 단지들은 재건축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신도시개발보다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규제 완화 공약이 재건축 시장을 후끈 달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주민총회를 열어 리모델링을 결의하고 현대산업개발 및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 시공사로 선정한 여의도 삼부아파트는 대선 이후 입장을 바꿨다.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김동욱 과장은 “부동산 정책이 바뀌고 규제가 풀린다면 재건축이 우선”이라며 “당장 리모델링을 밀어붙이기보다 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유연하게 대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근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재건축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재건축으로 입장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의 바람은 강남지역으로도 불고 있다.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강남구 압구정동 구(舊) 현대 5차도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병행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서기원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일단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 면적을 기존 35평형에서 50평형으로 늘린 뒤 앞으로 서울 한강 르네상스 계획이 확정돼 주변에 초고층 재건축이 추진될 경우 확대된 평형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최근 1∼2주 사이에 호가가 4000만∼9000만원 이상 뛰었다. 매물은 빠르게 회수되고 있다. 껑충 오른 가격에 물건을 잡는 사람은 없지만 매도자, 매수자 모두 시장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잠실주공 5단지 112㎡(34평형)의 호가는 열흘전에 11억 1000만∼11억 50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12억원을 넘어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올랐다. 개포주공1단지 42㎡(13평형)도 1주일여만에 호가가 4000만원 이상 뛰어 8억원을 넘어섰다. 개포부동산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당선되면서 물건이 회수되고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뇌병변 앓는 준희의 ‘특별한 성탄절’

    준희는 지윤이고 지윤이는 준희다. 하지만 둘은 다르다. 쌍둥이로 태어나 외모도, 착한 마음씨도 쏙 닮았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준희는 걸을 수가 없다. MBC ‘닥터스’는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을 앓은 준희의 특별한 성탄절 나기를 함께한다. 이 모습은 24일 오후 6시50분 방송되는 ‘준희의 특별한 크리스마스’에서 볼 수 있다. 8살 개구쟁이 준희의 꿈은 가수가 되어 세계무대를 누비는 것이다. 하지만 뇌병변 때문에 태어나서 아직까지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엄마 도움 없이는 혼자 화장실 가는 것조차도 힘겹다. 준희에게 엄마는 다리이고 방패이다. 또 한 명의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바로 준희의 쌍둥이 누나인 지윤이다. 지윤이는 따뜻한 엄마 품을 기꺼이 동생 준희에게 양보할 줄 아는 속 깊은 누나다.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장애를 갖고 있는 준희로 인해 같은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지윤이 때문에 엄마는 또 마음이 아프다. 요즘 준희의 몸무게는 부쩍 늘었다. 준희를 안는 것이 힘에 부친 엄마는 걱정이 크다. 하지만, 이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준희는 그저 이것저것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딱 8살짜리다. 준희 엄마는 이제 준희를 품안에만 둘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닥터스 팀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뇌병변이 있어도 대부분 까치발을 하고서라도 걸을 수 있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준희는 아예 한 발자국도 뗄 수가 없을 만큼 상태가 심각하다. 의료진은 수술을 하지 않고서는 걸을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결국 종아리 근육을 늘려주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 후, 준희의 다리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의 다리처럼 되었다. 준희에게 재활 치료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작은 다리가 천근만근처럼 느껴져서 한 발자국 옮기기가 쉽지 않다. 그런 준희에게 닥터스팀은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한다. 준희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 박현빈 형이 병원을 찾아온 것이다. 트로트 가수가 꿈인 준희는 박현빈 형의 등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마도 올 크리스마스가 준희에겐 지금까지의 크리스마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 같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렉서스컵 우승 女프로골퍼 9명 따뜻한 이웃돕기 성금

    박세리 선수 등 국내 유명 여자골퍼 9명이 골프대회 우승상금 등을 합친 총 5400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서울시는 23일 박세리 선수 등과 지기라 다이조(千吉良泰三) 한국도요타자동차 대표이사가 24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명예회장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방문, 최근 끝난 호주 대륙대항전 렉서스컵 우승 상금과 기부금 등 모두 5400만원을 이웃돕기성금으로 전달한다고 밝혔다. 참여한 선수는 박세리, 이지영, 김인경, 이선화, 신지애, 안시현, 장정, 이미나, 이정연 선수이다. 이들은 300만원씩을 갹출했다. 한국도요타자동차도 2700만원을 내놓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선수 9명과 한국도요타자동차를 ‘62일의 나눔릴레이’ 제24호 행복 나누미로 선정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현대모비스 자동차 부품 세계 톱10 야심

    현대모비스 자동차 부품 세계 톱10 야심

    돌멩이로 황금을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부품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조립기술이 뛰어나도 훌륭한 차가 나올 수 없다. 국내 최대의 부품기업 현대모비스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글로벌 경영과 품질 경영을 통해 세계 ‘톱10’ 자동차 부품회사로 비상을 꿈꾸는 현대모비스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생산·물류 네트워크는 국내 단일기업으로서는 가장 많은 수준이다. 국내에만도 공장이 8곳이나 있고 중국·미국·인도·슬로바키아 등 해외 4개국에서 10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와 체코 오스트라바 공장이 완공되면 해외 생산기지는 5개국 12곳으로 늘어난다. 현대·기아차의 핵심 부품공급기지로서 두 회사가 진출하는 해외공장에는 어김없이 동반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생산 현대모비스의 주력 생산품은 섀시·운전석·프런트엔드(FEM) 등 3대 ‘모듈(module)’이다. 모듈은 낱개의 부속을 자동차의 구성기능에 맞춰 1차로 조립한 부품 집합체로 일종의 ‘반(半)제품’이다. 현재 섀시 모듈은 국내 250만대·해외 208만대, 운전석 모듈은 국내 245만대·해외 193만대, 프런트엔드 모듈은 국내 75만대·해외 163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모비스 글로벌 경영의 첫 결실은 2002년 중국 장쑤법인(장쑤성 옌청시)의 준공으로 이뤄졌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천리마’,‘프라이드’,‘스포티지’ 등의 3대 모듈을 기아차의 중국법인 ‘둥펑웨다(東風悅達)기아’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2공장이 설립돼 공급능력이 연 43만대로 늘었다. 특히 제2공장에는 해외공장 최초로 연산 24만대 규모의 자동차용 램프 생산라인도 만들었다. 2003년에는 현대차의 중국 진출에 맞춰 베이징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베이징모비스를 세워 현재 ‘쏘나타’,‘아반떼’,‘투싼’ 등에 들어가는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내년에 제2공장이 설립되면 3대 모듈 생산능력이 각 60만대로 늘어난다. 2004년에는 변속기를 만드는 베이징변속기와 범퍼, 캐리어 등 중소형 사출물을 생산하는 모비스중차도 각각 베이징에 세웠다. 상하이모비스에서는 에어백을 연간 100만대씩 생산하고 있다. 인도 첸나이지역에도 현대차 인도공장의 ‘겟츠’,‘베르나’용 모듈 및 범퍼를 생산하고 있다. 올 초 준공된 슬로바키아 법인은 연산 30만대 규모로 기아차 유럽공장 생산차종의 핵심모듈은 물론 범퍼·운전석 패널 등 사출품까지 공급하고 있다. 이곳에서 불과 100㎞ 떨어진 체코 오스트라바에는 현대차 공장을 위한 모듈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부품판매 현대모비스는 애프터서비스(AS) 부품 공급을 위해서도 촘촘한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전세계 현대차·기아차 구매자들에게 신속하게 필요한 부품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를 권역별로 구분해서 핵심 지역마다 물류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벨기에·독일·영국을 비롯해 중동 두바이, 중국 베이징·상하이·옌청, 미국 마이애미, 러시아 모스크바, 호주 시드니 등에 물류기지가 있다. 최근에는 미국 앨라배마, 슬로바키아 질리나, 인도 첸나이공장에 새로 물류거점을 짓는 등 앞으로 28개까지 물류망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2000년부터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과 함께 미국 제너럴모터스(GM)·크라이슬러, 일본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대형 완성차 업체를 직접 방문해 부품전시회와 수주상담을 해 왔다. 최근에는 독일 폴크스바겐 본사에서 중소업체들과 함께 대규모 전시회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 그런 노력의 성과가 지난해 8월 크라이슬러 오하이오공장에 세워진 컴플리트섀시 모듈(차량의 뼈대를 이루는 섀시프레임에 엔진·변속기·브레이크 시스템·조향장치 등이 모두 장착된 대규모 모듈) 공장이다. 크라이슬러의 지프 ‘랭글러’용 부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부품 공급처 다변화의 최초 성과로 기록됐다. 이준형 현대모비스 모듈수출 담당 상무는 “해외 완성차 업체나 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수주 활동을 펼 방침”이라면서 “에어백, 제동장치, 조향장치 등 핵심부품과 함께 모듈단위의 부품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세계 톱10 달성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전세계 부품업계 순위는 2003년 28위에서 지난해 19위로 뛰어올랐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품질로 기술로 세계가 호평 완성차 고급화의 성패는 어떤 부품이 공급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모비스가 첨단 부품기술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이런 기술개발 성과는 현대·기아차가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된 데 크게 기여했다. 대표적인 것이 ‘꿈의 제동 시스템’으로 불리는 ‘차량 자세제어 장치(ESC)’다. 세계 1위 부품업체인 독일 보슈와 함께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ESC는 빙판·언덕·급회전·장애물 등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퀴·조향 휠·차체 등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차를 통제, 미끄러짐을 막는 장치다. 현대모비스는 2003년 연산 100만대 규모의 ESC 공장을 충남 천안에 건설해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 첨단 인공지능형 에어백 시스템 ‘어드밴스드 에어백’도 현대모비스가 내세우는 기술이다. 안전벨트 착용 여부나 충돌 강도는 물론이고 탑승자의 체격, 앉은 자세까지 감안해 에어백의 팽창크기와 팽창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측면충돌 때 운전자의 머리 부분과 여성·어린이를 보호하는 ‘커튼 에어백’도 개발했다. 경량화(輕量化)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경량화는 연비 향상과 주행성능 개선에 큰 역할을 한다. 현대차 ‘그랜저TG’는 다양한 경량화 기술이 적용된 차다. 부품구성 단계를 줄여 프런트엔드모듈(FEM)의 무게를 대폭 낮췄고 운전석 모듈도 기능별로 구성단계를 통합해 부품 수를 절반(무게 8% 감소)으로 줄였다. 차의 뼈대인 섀시모듈의 경우 컨트롤암(바퀴와 프레임을 이어주는 부품)과 스티어링칼럼을 각각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소재로 바꿔 무게를 30%씩 줄였다. 쾌적한 차량 내부와 환경보호를 위해 국내 최초로 운전석 표피를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소재로 바꾸는 데도 성공했다. 기존 ‘폴리염화비닐(PVC)’ 소재와 달리 냄새가 전혀 없고 촉감이 부드러운데다 내구성도 우수하다. 폐차 때에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생산과정에서의 품질 관리에도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첨단 ‘바코드 시스템’이다. 하나의 모듈에 무수한 부속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속들이 제대로 맞춰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잘못하면 차의 불량은 물론이고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바코드를 통해 특정한 부속이 해당 모듈에 맞지 않으면 자동으로 작업이 멎는 시스템이다. 운전석에는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에코스 시스템’이 적용된다. 각종 경고등·오디오·에어백·주차브레이크 등 60여가지의 전장부품이 제대로 기능을 내는지 자동으로 검사하는 시스템이다. 모듈이 얼마나 적당한 힘으로 조여졌는지 검사하는 ‘체결력(締結力) 관리’, 오일의 양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오일 자동주입’, 운전대와 브레이크의 배관에 새는 곳이 없는지 검사하는 ‘배관 에어리크 관리’ 등도 불량률 제로 달성을 위한 첨단 생산시스템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힘들어도 꼭 찍어야죠”

    “힘들어도 꼭 찍어야죠”

    사상 최저 투표율이 우려되는 17대 대통령 선거일을 하루 앞둔 18일. 많은 이들이 휴일(?)을 맞아 해외로, 교외로 여행계획을 짜느라 분주한 이날,1급 뇌병변 장애를 가진 정희선(28·여)씨는 생애 첫 투표권 행사를 위해 투표소까지 제대로 이동할 수 있을지를 걱정했다. 정씨의 집에서 투표소까지 휠체어를 밀고 동행해봤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1가 45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험홈’. 정씨는 수동 휠체어 위에서 활짝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100일이 겨우 지날 무렵 뇌성마비가 찾아왔다. 사지가 오그라들거나 펴진 채로 접히지 않는 등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5세 때부터 보호시설에 맡겨진 뒤 30곳을 전전했다. 하지만 시설에선 투표는커녕 외출도 못하게 했다.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할 수 없었고,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26세가 돼서야 한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한 달 전 좀더 공부해서 검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천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투표라는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시설에 있으면서 투표할 생각조차 못할 땐 ‘나도 멀쩡한 시민인데, 왜 정당한 권리조차 행사할 수 없을까.’란 자괴감이 들어 참담했어요.” 함께 문을 나섰다. 동소문동 투표장이 마련된 곳은 1㎞ 남짓한 거리에 있는 예닮교회. 차가 다니는 일방통행 도로라 아스팔트가 깔려 있다. 휠체어가 움직이긴 편하지만 투표소까진 과속 방지턱이 6개나 있었다. 길가엔 주차선만 많이 그려져 있을 뿐 인도는 겨우 200m 정도밖에 안 됐다. 그나마 턱이 높아 올라가기 힘들었다. 인도는 포기하고 차도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자동차들이 휠체어는 아랑곳없이 씽씽 내달리기만 했다. 장애로 인해 정씨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라 과속 방지턱이나 인도로 올라가는 턱에선 자칫 휠체어가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급경사를 내려갈 땐 휠체어를 꽉 쥔 손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결국 비장애인들이 5분이면 걸을 거리를 휠체어를 밀어주는 사람이 있음에도 두 배가 훨씬 넘는 시간이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숙달되지 않은 사람이 휠체어를 밀면 자칫 넘어지기 쉬워요. 힘드시죠?” 정씨에겐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는다. 선거날 동행해줄 도우미가 정씨가 원하는 사람을 찍을 뿐이다. 기표소는 일어설 수 있는 비장애인 중심으로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동이 힘든 중증장애인의 경우 거주지에서 투표할 수 있는 ‘거소투표’ 제도가 있지만 이 역시 장애인이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해야 하고 장애가 있다는 걸 통·반장에게 확인까지 받아야 한다.“도우미들에게 일일이 부탁하기도 어렵고 제가 직접 움직이긴 더 힘들어요. 공무를 보시는 분들이 직접 찾아와 투표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7대 대선 유권자 가운데 4급 이상 장애인은 81만여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2%에 이른다.“정치가 아무리 혐오스러워도 투표하지 않고 비판만 하면 옳지 않아요. 저도 장애인 정책을 살펴보고 2명의 후보를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는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장애인들의 주거권과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해 줬으면 좋겠어요.” 정씨의 얼굴에 활짝 피어오른 미소가 겨울햇살에도 밝게 빛난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장애인에 교통편 제공 02-503-1790~1 장애인들의 투표를 돕는 제도는 두 가지가 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겐 거주지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거소투표제도가 있다. 하지만 부재자투표 때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선 이미 신청이 끝났다. 장애인에게 왕복 교통편을 제공하는 장애인투표지원제도도 있다. 신청 마감은 18일이지만 선거일인 19일에도 해당 구·시·군 선관위로 신청하면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문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합안내센터 (02)503∼1790∼1.
  • [기고] 30년 묵은 건강보험 패러다임 바꿔야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올해로 만 30세가 되었다. 제도 도입 12년째에 전국민의료보험을 달성함으로써 세계적 기록이라 하여 수많은 국가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였다. 나이 30이면 이립(而立)이라 불러 스스로 자립이 가능한 때로 여긴다. 그런데 자립은 고사하고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과 담배 부담금까지 쏟아 부어야 겨우 재정이 안정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의료보험 30년의 성과로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영아사망률이 선진국보다 낮으며, 국민들의 의료이용률이 높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건강장(健康場)이론으로 밝혀진 바와 같이 우리의 건강에는 경제발전에 힘입은 생활환경의 개선이나 보건소 망을 통한 보건사업,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등이 더 많은 기여를 하였음을 알아야 한다. 의료이용도가 높아진 것도 자랑거리가 못된다. 우리 국민들이 1년간 의사를 찾는 횟수는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하여 2배 이상이다. 한데 이것은 우리 제도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의료보험 수가가 낮다 보니 병·의원에서 선진국처럼 환자를 하루에 30∼40명 보아서는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하루에 80여명은 보아야 하는 박리다매형 의료를 통해서만 수지를 맞출 수가 있다. 환자들은 2∼3분의 짧은 진료시간에 의사로부터 진료내용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없으니 자연스레 의사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고, 한번 진료에 차도를 느끼지 못하면 다른 병원이나 의사를 찾는 의료쇼핑이 일반화되었다. 더욱이 암과 같은 난치성 질병에는 건강보험이 새 의료기술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기 때문에 돈이 있는 환자라도 치료에 어려움을 겪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문제까지 있다. 여기에 더해 DJ 정권은 의료보험이 조합으로 분산 관리되기 때문에 보험료가 조합마다 차이가 있어 형평에 어긋나고,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의료보험을 통합하고 이름도 건강보험으로 바꾸었다. 이같은 의료보험의 통합은 독점화와 관료화로 인하여 오히려 비효율을 증가시켰고 의료비를 관리하는 기전을 없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은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기본 틀을 ‘1977년 패러다임’에 가두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외면하고 강제와 명령에 의한 규제 위주로 관리하였기 때문이다.1977년 패러다임이란 1000달러 소득 시대에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전국민에게 조기에 제공하기 위한 틀이었다. 소득 파악이 어려운 지역주민에게 건강보험을 쉽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낮게 할 수밖에 없었고, 저수가가 당연시되었다. 1977년 패러다임을 2만달러 소득시대에도 붙잡고 있다 보니 의료는 하향 평준화되었고 환자나 공급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제도가 되었다. 이제 먼저 차상위 저소득계층은 건강보험이 아니라 의료급여로 의료를 보장하여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건강보험에 경쟁원리를 도입하여 효율성을 제고하고 의료 선택권을 허용하여 소비자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의료기관에 건강보험 환자만 보도록 하는 제도를 고쳐 건강보험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순수 민영의료를 허용하여야 한다. 의료보장성을 건강보험 의료를 통해서만 한다는 고식적 개념을 버리고 민영보험과 연계하여 보장성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하여야 한다. 의료는 기술과 노동이 집약된 서비스 산업으로서 21세기 우리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할 신산업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의료를 분배의 볼모로 잡아두는 패러다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 법원 “시동 켜 놔 도난당한 차 사고때 차량보험사 배상해야”

    문:누군가 차량을 훔쳐갔다. 운전자가 시동을 켜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차 도둑은 보행자까지 치고 달아났다. 누가 교통사고의 책임을 져야 하나. 답:차량 보험회사 2006년 10월5일 밤 10시35분.M벤처기업을 다니는 최모씨는 회사 승용차를 몰고가다 서울 도봉동 한 편의점 앞에서 멈춰섰다. 담배를 사기 위해서였다. 금세 다녀오려고 차 시동을 끄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운전석 문도 잠그지 않았다.1분 후 그가 편의점을 나왔을 때 회사 승용차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다음날 밤 11시, 차도둑이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도둑은 “승용차를 일주일만 사용하고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승용차는 돌아오지 않았다.10여일 후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차도둑이 강남구 논현동을 지나다 걸어가던 이모씨를 차로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해자 이씨는 승용차 소유주인 M벤처기업과 보험계약을 맺은 G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보험회사는 도난 중에 발생한 사고라 이씨의 피해를 보상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김진성 판사는 18일 “보험회사는 피해자 이씨에게 14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운전석을 떠날 때는 차의 시동을 끄는 등 정지상태를 안전하게 유지, 다른 사람이 함부로 운전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면서 “운전자가 이러한 주의 의무를 위반해 차량을 도난당했고, 교통사고까지 발생했기에 차량보험회사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30) 어려운 공부 쉽게 만들기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30) 어려운 공부 쉽게 만들기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과연 그럴까요? 책상 앞에서 끙끙대는 아이들에게나, 시험점수를 받아들고 맥 빠져 하는 아이들에게 ‘세상 일 가운데 공부가 가장 쉽다는데 그 쉬운 공부를 왜 그리 하기 힘들어하느냐?’고 물어보십시오. 절대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말을 하는 어른들조차도 학창시절을 되돌려 보면 공부는 그리 쉽지 않았다는 기억이 날 겁니다. 그런 기억에도 불구하고 공부가 쉽다고 말씀하는 분들의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공부를 ‘쉽게 쉽게’ 해서 우수한 학업성취를 보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지 실제로 공부가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쉽다고 믿고 있는 어른들도 인생을 살아 보니 공부보다는 세상살이가 더 고단하다는 것이지 공부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라는 데에는 많이들 공감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공부가 가장 쉽다.’는 말보다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공부’라는 말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 좀더 설득력이 있을 겁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얻는 쉬운 방법이 공부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공부 잘하기를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것이지요.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쉬운 방법이 공부인데, 실제 공부는 그리 쉽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목표를 향해서 그냥 무작정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방법일까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공부”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모든 공부를 다 똑같이 어려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쉬워하는 과목이 있고 어려워하는 과목이 있습니다. 어떤 학생이 버거워하는 과목을 어떤 학생은 쉬워하기도 합니다. 공부의 용이함을 결정하는데 어떤 요인이 작용하는지 알아내 쉬운 과목은 더 쉽게 공부할 수 있게, 어려운 과목은 어떻게든 쉽게 공부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어려운 공부를 쉽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가장 쉬운 것이 공부’라는 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학습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공부의 용이함을 결정짓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부를 쉽게, 또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공부를 바라볼 때에 설명이 용이합니다. 지구에는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가 있습니다. 각 생명체는 자기가 속한 종(種)의 생존에 가장 적합한 생존방법을 진화 발전시켜 왔습니다.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음식입니다. 먹을 것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지요. 그런데 자연계에는 식량이 풍부할 때도 있고 부족할 때도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먹을 것이 풍족할 때 어떻게 먹고 부족할 때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종에 따라 식량의 가용성에 대처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곤충들은 식량이 풍부할 때 실컷 먹으며 번식한 다음 식량이 떨어질 때에는 사망하는, 짧게 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식량이 풍부한 곳을 찾아서 이리저리 이동하는 방법을 택한 종도 있습니다. 얼룩말이나 누(gnu) 같은 동물들은 먹이를 찾아 대초원을 헤맵니다. 체내에 저장하는 방법을 택한 동물들도 있습니다. 곰을 포함한 동면하는 동물들은 먹을 것이 많을 때 최대한 많이 체내에 저장한 다음 자면서 먹을 것이 많아지는 철을 기다립니다. 인간이 택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인간은 식량공급의 불규칙성에 대처하기 위해 식량이 풍부할 때 저장하고 식량이 부족하면 그 저장고에서 꺼내 먹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저장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장한 곳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실컷 저장해 놓고 저장한 곳을 잊어버리면 살아남을 수 없지요. 그래서 인간은 저장을 담당하는 신체 부위인 뇌를 그 어떤 동물보다 발달시켰고 그 뇌는 생존에 관계된 것을 가장 잘 저장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우리 인간은 먹을 것과 먹지 못하는 것을 잘 기억하고,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을 잘 기억하고, 음식을 내게 나눠준 사람과 내가 나눠준 사람을 잘 기억하고, 식량이 있는 장소와 없는 장소를 잘 기억하고 학습합니다. 즉 생존과 관련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잘 학습·기억하고 관련없는 것은 학습도, 기억도 잘 못합니다. 에빙하우스 망각곡선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그림의 초록선이 학습 후 시간경과에 따른 학교 공부의 망각 정도를 나타낸 것입니다. 학생들은 학습한 것의 40% 정도를 배운지 19분이 지나면 잊어버립니다.2일이 지나면 배운 것의 약 20% 정도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생존욕구 충족시키는 것은 쉽게 배우고 망각도 안해 그러나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나타낸 기억곡선(빨간선)을 보면 한 번 배운 것은 거의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학습의 예로 ‘음식 혐오 학습’을 들 수 있습니다. 특정 음식을 먹고 탈이 났을 경우 바로 그 음식을 다시 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웬만해서는 평생 그 음식을 다시 먹으려 들지 않기도 합니다. 단 한 차례의 배탈로 다시는 그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니요. 대단히 강력한 학습이지요. 이런 종류의 학습을 ‘생태학습’이라 부릅니다. 생태학습에는 식량 얻기, 포식동물로부터의 도피, 안락한 휴식 등과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즉 생존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들을 사람들은 쉽게 배우고 망각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공부를 가장 쉬운 것으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이런 특성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공부를 생존과 관련이 있는 내용으로 변환시키거나 연합시킬 경우 학습 효과가 크게 나타납니다.‘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쉬운 공부’를 먼저 한 다음 그것을 응용하고 일반화하면 어려웠던 공부가 ‘가장 쉬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 [Zoom in 서울] 서울시, 보도 453㎞ 정비 ‘르네상스 10년 계획’

    [Zoom in 서울] 서울시, 보도 453㎞ 정비 ‘르네상스 10년 계획’

    서울시는 17일 보도의 경사나 보도블록 사이의 틈새, 보도간 턱을 2017년까지 없애는 내용의 ‘서울거리 르네상스 10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걷기 쉽고, 보는 사람이 즐거운 ‘보행자가 행복한 거리’ 조성 계획은 1단계로 2010년까지 5026억원을 투입, 서울시내 전체 1635㎞ 가운데 30%인 453㎞를 정비한다. 4대문 안에 있는 창경궁로 등 18개 노선과 광진구 천호대로, 성동구 한양대길 등 자치구의 주요도로들이 대상이다. ●창경궁로 등 18개 도로 대상 2017년까지는 1510㎞(교체대상 1182㎞+신규 노후 보도블록 328㎞)에 대해 추가로 정비를 마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평탄성·경사·틈새·보도턱 낮춤·시공방법 등을 규정한 5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시공계약서에 이를 명시하기로 했다. 사업을 시행하는 자치구에는 지금까지는 자치구가 모두 사업비를 충당했으나 이 가운데 30%를 지원하고, 사업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들쑥날쑥하던 보도블록 사이의 틈을 2∼3㎜ 이내로 제한, 하이힐이 틈새에 끼지 않도록 했다. 또 맞닿은 보도블록간의 높이가 3㎜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고,3m 길이를 기준으로 최고 1㎝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 평탄성을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지금까지는 일정한 기준이 없었던 보도의 경사도 기준도 새로 만들었다. 최대 기울기를 4도 이내로 제한했다. ●횡단보도 볼라드 제거 횡단보도에 설치된 볼라드(차량 진입방지 기둥)를 없애는 대신 휠체어 등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1∼1.5m가량 턱이 없는 통로를 설치한다. 이 구간 차도와 보도의 높이 차이는 1㎝ 이내로 제한했다. 대신 휠체어 등의 통로 외 부분은 높이 25㎝의 턱을 둬 차량의 보도 진입을 막기로 했다. ●알록달록 보도블록 보도블록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다. 똑같은 보도블록 대신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색상과 크기, 모양을 사용한다. 맨홀 뚜껑은 보도블록과 어울리는 모양으로 개선하고, 높이도 보행로와 같게 했다. 가로등이나 교통표시판 등 기둥형태의 기로시설물을 통폐합해 하나의 기둥에 설치하도록 했다. ●예산낭비 논란도 현행 보도블록 교체에 드는 비용은 1㎞에 3억원인 반면 새로운 보도블록 교체에는 1㎞당 10억원가량을 책정했다. 이에 따라 2010년까지 5026억원,2017년까지 대략 1조 5000억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이를 두고 전시행정, 예산낭비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시는 “교체 비용이 1㎞당 10억원이 드는 것은 보도에 ‘녹지띠’를 구축하는 사업비와 가로 기둥 정비 사업 비용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면서 “기존 보도블록의 수명이 5년 안팎인데 비해 새로운 보도블록은 이보다 수명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36) 다시 에티오피아로

    (36) 다시 에티오피아로

    지난 10일 월요일 도쿄를 출발, 간사이와 두바이를 거쳐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습니다. 계절은 냉건기라서 낮에는 무지하게 뜨겁고 밤에는 두툼한 자켓이 필요할 만큼 아주 춥네요. 우리나라 교육부에 해당하는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제가 다니는 학교에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하나 제공했고, 제가 첫 수혜자가 되어 이번에 에티오피아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좀 앓았습니다. 기후탓인지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호텔에서 그저 잠만 잤는데 역시나 몸이 안 좋을 때는 수면탕이 최고더군요. 끊어놓은 비행기표를 변경할 수가 없어 몸을 대충 추슬러 지난 주말에 하라르라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디레다와(Dire Dawa)라는 에티오피아의 제 2도시까지 비행기를 탔고, 디레다와에서 버스로 다시 하라르까지 왔습니다. 아디스아바바에서 하라르까지 버스가 다니지만 저 같은 외국인이 혼자 가기에는 위험하다고 해서 일부 노선만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디레다와는 작년 여름에 홍수피해가 심해서 사람들이 많이 죽은 곳입니다. 작년에 TV에서 헬기로 유엔 구호물자가 도착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아주 평화롭네요. 참고로 디레다와는 에티오피아의 국내 도시지만 디레다와행 비행기는 국제선 청사를 이용해야 합니다. 비행기에서 독일인 친구를 만났는데 기내에서 제공한 빵과 주스를 먹는 저를 아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더군요. 사실 작년에 저도 저걸 어떻게 먹나 그랬었거든요. 1년 반을 이곳에 있었다면서 암하릭어로 숫자를 10까지 세어 주면서 중요하니 배우라고 해서 제가 100까지 세어줬습니다. 디레다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호객꾼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지만 뭐 이젠 많이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공항에서 디레다와 시내까지 가는데 40birr(1USD≒9.04birr)를 요구해서 못 들은척하고는 결국 10birr에 해결을 했습니다. 차를 타고 버스터미널까지 왔는데 친절한 젊은 친구가 가방을 들어주길래 고마워했더니 하라르행 버스에 가방을 싣자마자 20birr를 내라고 하네요. 음…5birr 줬습니다. 가방이 무거우니 두 사람 몫의 차비를 달라고 해서 가방이 차지하는 공간이 크지 않고, 나보다 가볍다고 그냥 20birr만 내고 배째라고 했습니다. 디레다와에서 하라르까지 버스 요금은 11birr.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을 그냥 주고 말지 그러느냐고요? 이 사람들이 너무 쉽게 돈 버는 것도 원하지 않고, 제 연구지역이 이곳이기 때문에 앞으로 여기서 지낼 날이 몇 년이 될 지 모르거든요. 처음부터 포지셔닝을 잘 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계속 돈을 쏟아 부어야 할 겁니다. 디레다와에서 하라르까지는 중국인들이 도로를 싹 포장해놔서 그냥 씽씽 달렸는데 중간에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그만 차도 길 바닥에 퍼져버렸습니다. 도로에서 한참을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 저를 구경하더군요. 같이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데 그냥 포즈 잡아줬습니다. 두어 시간을 땡볕에 서 있었는데 딱 한자리, 빈 좌석이 남은 차가 와서 누구 탈 사람 없느냐고 하는데 같이 길에서 서성이던 사람들이 전부 저를 먼저 보내야 한다면서 양보를 하더군요. 제게는 돈 다시 낼 필요 없고, 잊지 말고 이 친구를 호텔에 내려주라고 운전기사에게 당부까지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이 에티오피아에는 많습니다. 정부에서 운영한다는 호텔에 투숙을 하기로 했는데 방에 전화도 없고 물도 전기도 제한적으로 공급이 됩니다. 밤마다 바퀴벌레와 기타 등등의 벌레들이 제 신발바닥과 조우를 해야 하고요. 왜 거기 가서 그렇게 고생하느냐고요? 아직은 불편한 게 많지만 에티오피아, 정말 매력적인 곳이거든요.       <윤오순>
  • 「미스·서울대 부속병원」이명옥(李明玉)양 - 5분데이트(128)

    「미스·서울대 부속병원」이명옥(李明玉)양 - 5분데이트(128)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에 목소리조차도 부드럽고 나지막한 이명옥양(2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관리과에 근무하는 마음씨 곱고 상냥한 아가씨다. 68년에 서울여고를 졸업하고 곧장 병원에 취직했으니까 벌써 직장생활 4년째로 접어든다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거의 정해진 일과. 『집에 돌아가면 조용한 음악을 즐겨 들어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다는 그 시끄러운 해외「팝송」은 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차이코프스키」와 「슈베르트」「드보르작」의 음악이 특히 좋아요』 그동안 모은 「클래식」음반만도 40장이 넘는다. 그만큼 그녀는 「클래식」음악에 심취되기를 좋아한다. 또 빼놓을 수 없는 다른 취미는 붓글씨. 한가한 시간이 있으면 가끔 글씨쓰기를 즐긴다는데 실력이 만만치 않은 듯한 눈치다. 『결혼은 아직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25살쯤에 하고 싶어요. 상대방은 건강하고 착실하면 되겠죠』 침착하고 내성적인 명옥양은 모든 일에 조심스럽기만 하다. <란(蘭)> [선데이서울 71년 4월 18일호 제4권 15호 통권 제 132호]
  •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12) 경기 평택~화성 태안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12) 경기 평택~화성 태안

    땅끝마을 해남에서 출발한 옛길은 어느덧 경기 땅에 다다른다. 안성천을 건너면 시원하게 펼쳐진 평택의 ‘소사평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고려시대까지는 이곳이 조수가 밀려드는 갯벌과 바다 갈대가 무성한 늪지대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조선시대 후기와 일제 때 이뤄진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경작지로 변모했다. 들판은 바둑판처럼 경지정리가 돼 있어 옛길은 지금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한양으로 가는 관문 논길을 따라 한참 걸어 평야 끝자락 소사마을에 이르러서야 옛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소사마을은 충청도에서 한양으로 갈 때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관문으로, 보행자를 위한 국영여관인 원(院)이 있었다. 지금도 이런 이유로 소사원 또는 원소사 마을로 불린다. 소사마을 북쪽 고갯마루에는 대동법시행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대동법은 각 지역의 특산품을 쌀로 일괄 납세토록 한 조세제도로 광해군(1608년)때 경기도에 시범실시된 뒤 전국으로 확대됐다. 초기에 지배층의 반발로 시행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충청도 관찰사로 부임한 잠곡 김육(1580∼1658)이 성공적으로 실시, 전국으로 확대됐다. 김육이 죽은 이듬해(1695) 충청지방 백성들이 그의 은혜를 잊지 못하고 한양으로 가는 길목인 소사원에 비를 세웠다. 대동법기념비에서 마을 길을 따라 200m 가량 이어진 옛길은 이내 촘촘히 들어선 아파트에 가로막힌다. 단지를 돌아 1번 국도와 연결되는 산업도로로 2㎞쯤 가면 ‘배다리방죽’이라고 불리는 저수지가 나온다. 이곳은 1973년 아산만 방조제가 건설되기 전만 해도 상류에서 내려오는 하천과 아산만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방죽에서 옛길의 흔적을 좇아 언덕을 오르면 과수원이 나온다. 완만한 이 산능선은 ‘재빼기 고개’라고 부른다. 이 고개를 넘으면 통복천변 가내마을이 나온다. 하천옆에 있다고 해 ‘가내’라고 붙여졌다. 마을에는 해방 직후까지도 소문난 ‘주막’이 있었는데 한양과 지방을 오가는 여행객들이 들러 목을 축였다고 전한다. ●보전 양호한 칠원길 이몽룡도 이용 평택∼용인간 45번 국도와 통복천을 건너 경지정리된 논길을 따라가면 ‘충청대로’와 합류되는 칠원에 당도한다. 충청대로는 이곳에서 충남 보령까지 이어지며 조선시대 왕이 온천이 있는 온양 행궁으로 내려갈 때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칠원에서 지금의 칠원1동으로 불리는 갈원까지 이어지는 옛길은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가마가 교행할 수 있는 폭 3m를 유지한 채 인적이 드문 구릉지와 논밭 사이를 지난다. 시멘트 포장만 없다면 영락없는 수백년 전 옛길이다. 이몽룡도 한양으로 갈 때 이 길을 이용했다.‘춘향전’에는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남원으로 향하는 대목에서 ‘떡전거리에서 중화하고 중밋오뫼, 진위, 칠원, 소비새들, 천안삼거리를 지나….’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야기꾼들은 여기에 자신의 상상력까지 덧붙여 재미난 얘깃거리를 지어냈다. 평택에서 이몽룡과 춘향이와의 얽힌 얘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갈원에는 옛 주막이 있던 자리에 ‘옥관자정’ 또는 ‘옥수정’으로 불리는 우물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인조가 이곳을 지나다 갈증이 심해 신하에게 물을 떠오라고 했는데, 우물에서 떠온 물 맛이 너무 좋아 ‘옥관자’란 벼슬을 내렸다고 전한다. 이어 평택~안성간 고속도로와 원곡~송탄간 302번 지방도를 가로질러 도일동 사거리에 이른다. 사거리 도로 중앙에는 500년 된 18m 높이의 엄나무 성황목이 버티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노인은 “원래 두그루가 있었는데 한 그루만 남았다. 이 곳을 지나는 사람마다 성황목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고 전했다. 성황목 주변은 감주거리라고도 불렀다. 한양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던 행인들이 평택에서 가장 험한 고개(큰흰치고개)를 넘은 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마신 술맛이 하도 좋아 붙여진 이름이다. 사거리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도일동 마을에는 원균 장군의 묘가 있다. ●원균 태어나 살던 곳 도일동 평택을 대표하는 인물인 원균 장군은 한때 역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군사정권 당시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도 수군절도사로 옥포해전에 참전해 왜선 30척을 격침시키는 등 많은 공을 세웠다. 칠천량 해전에서 아들과 함께 전사했으며 이순신·권율 장군과 함께 선무 1등 공신 원릉군에 봉해졌다. 평택시는 도일동에서부터 진위천 못미쳐 마산리까지 5.5㎞ 구간을 옛길 현대화의 일환으로 복원했다. 이 구간은 지금까지 걸어온 옛길의 연장선이다.‘삼남대로(또는 호남대로)’를 복원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직선의 편리성만 강조한 탓에 옛길은 곡선의 미학을 잃어 버린 채 아스팔트 포장 속에 묻혀 버렸다. 317번 지방도로로 명명된 이 구간에는 작은 흰치고개라 불리는 염봉재, 백현원, 큰 흰치고개, 숲안말, 춘향이 길 등 역사와 지명에 얽힌 이야기들이 전해져 온다. 마산사거리를 지난 옛길은 이내 진위천을 만난다. 진위천은 조선시대에 장호천 또는 구천이라고 불렸다. 당시에는 목교(현 봉남교)가 설치돼 있었으며 관원이나 상인들은 이 다리를 건너 진위현에 당도했다. 관아는 봉남리 진위초교와 진위면사무소에 걸쳐 있었다. 진위면 봉남리는 평택지방의 중심지였다.1938년 진위군이 평택군으로 바뀌기 전만 해도 고을의 읍치(邑治)로서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경부선 철도가 비껴가고 평택역 지역이 개발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옛길이 그런 대로 보전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복원으로 훼손된 도일동∼마산리 옛길 진위초교까지 이어진 옛길은 왼쪽으로 꺾이면서 314번 지방도와 잠시 겹치다 한국야쿠르트 연구소 앞에서 21번 국지도를 따라 오산으로 향한다. 오산에서부터 옛길은 1번 국도과 다시 한몸이 된다. 그동안 평택지역에서 만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화성 태안까지는 거의 일치한다. 오산으로 들어온 옛길은 주택가와 구시가지를 지나 궐동지하차도 지점에서 경부선 철도와 교차한다. 중미고개에 이르자 도로 바로 오른편에는 유엔군 초전투비가 서 있고 왼편으로는 멀리 ‘독산성’이 보인다. 백제때 쌓은 독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물이 부족한 상황을 왜군에게 숨기기 위해 산성에서 쌀로 말을 목욕시켰다고 해 세마대(洗馬臺)로 부르고 있다. 옛길은 잠시 ‘떡전거리’로 알려진 화성 태안읍 병점을 지나 경부선과 옛 1번 국도 사이의 논길을 오가며 수원에 들어선다. 평택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향토사연구가 김해규씨 “옛길 무분별 현대화보다 당시 정취 살리며 복원을” “평택지역의 옛길은 보존 상태가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있습니다.” 평택의 향토사를 연구하고 있는 김해규(46·한광중) 교사는 “새로운 길이 뚫리고 사람과 물자가 유통되면 자연스럽게 옛길은 사라지기 마련이다.”면서 “그러나 평택의 옛길은 일제 강점기에 공사가 시작된 경부선철도와 1번 국도가 비껴가는 바람에 잘 보존됐다.”고 말했다. “안성천에서 넘어온 옛길 배다리방죽∼가내 구간은 거의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도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김 교사는 “최근 10년 동안 동서 또는 남북간 도로가 건설되고 크고 작은 택지개발이 진행되면서 상당 부분 훼손됐다.”며 “보존 상태가 좋은 배다리방죽∼재빼기 구간도 내후년이면 소사벌 택지개발로 제모습을 잃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문화유산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게 원칙입니다. 개발을 하면 원형이 훼손되고 역사·문화적 향취를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김 교사는 민선 지자체 1·2기때 복원된 옛길 도일동∼마산리 구간에 대해 “옛길 현대화라는 명분은 좋았지만 직선의 편리성만 강조한 실패작”이라고 지적했다. 사전 지표조사를 통해 옛길의 정확한 노선은 물론 전통, 근대가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옛길을 현대화하기보다는 문경새재 처럼 원형 그대로 복원하거나 아니면 자전거와 트래킹 도로 정도로 복원하고 길가에 주막거리를 조성하는 등 옛문화의 정취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역사·문화의식 부재가 훌륭한 문화콘텐츠를 잃게 한 결과를 빚어냈다.”며 “옛길 복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1989년 평택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한 김 교사는 평택지역의 향토사를 연구하면서 ‘평택향토문화동호회’를 창립하고 ‘평택호 물줄기 따라밟기’,‘평택의 마을과 지명이야기’,‘평택의 문화유산길라잡이’ 등 다수의 책을 냈다. 평택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사설] 공무원 정년 연장, 구조조정과 병행해야

    정부와 공무원노조가 현재 57세인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을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5급 이상과 같게 60세로 연장해 직급별 정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 우리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복지재정 부담을 덜려면 정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또 주5일제 실시와 마찬가지로 민간부문에 급격한 비용 부담을 안기는 제도를 시행하려면 공공부문이 선도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임기를 두달여 앞두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 정년 연장에 합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참여정부는 지난 5년 동안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한다는 명분 아래 공무원을 무려 5만 8206명이나 늘렸다. 국민들은 늘어난 ‘철밥통’을 먹여 살리는 데 연간 1조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한결같이 공무원 정원동결이나 감축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참여정부의 공무원 비대화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과 무관치 않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공무원의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것은 공무원의 숫자를 더 늘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차기정부의 국정운용에도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공무원의 정년을 연장하려면 구조조정도 병행할 것을 요구한다. 철밥통을 타파할 수 있게끔 퇴출통로도 개방하고 연공서열형 인사 및 보수구조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민간부문처럼 생산성 위주로 바꿔야 한다. 특히 공무원 정년 연장이 20%에 가까운 청년실업과 민간기업에 미칠 파급효과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고 얼마 전 출범한 호주의 좌파정부조차도 공무원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철밥통 구조로는 행정서비스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와 차기정부는 국민 여론과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해 공무원 정년 연장 법안 심의에 임하기 바란다.
  • [구 의정 초점] 종로구 ‘행정불편 공개수집’

    [구 의정 초점] 종로구 ‘행정불편 공개수집’

    ‘구민들의 민의(民義)를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종로구의회가 연말 행정사무감사 기간에 주민들부터 공개수집한 제보를 바탕으로 구정질의를 펼쳐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구청 공무원들을 무작정 다그치거나 허세나 부리는 구의원의 이야기는 흘러간 옛이야기다. ●공모 5일 만에 28건 접수 13일 종로구의회에 따르면 제179회 정례회 기간(11월27일∼12월24일)에 열린 행정감사는 어느 해부터 알차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운영·시민행정·재무건설 등 3개 상임위원회별로 공무원이나 구의원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참신한 아이디어나 문제점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눈에 잘 띄는 동네 10곳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공개적으로 제보를 수집한 덕분이다. 5일 만에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28건이 접수됐다. 상당수 제보는 도로·건축 문제에 집중됐다. 봉제공장들이 몰려 있는 충신동에는 업종의 특성상 10월부터 12월까지 쓰레기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제보가 들어 왔다. 이를 평소처럼 2∼3명의 청소인력이 감당하기에 버겁다는 것이다. 필요할 때만 인력을 늘리면 고생을 덜하고, 동네도 깨끗할 것이라는 지적에 모두가 공감했다. 지하철 창신역에서 내년에 완공되는 낙산공원까지 관광 셔틀버스를 운행하자는 아이디어도 접수됐다. 동네 쓰레기 상차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공원을 만들어달라는 민원성 제보도 있다. 그중에는 동사무소의 복지담당 직원의 불친절한 언행을 고쳐달라는 따끔한 요구도 있다. 구의원들은 남을 해치거나 사생활 침해, 재판·수사 중인 사안 등만 아니면 무슨 제보든 꼼꼼히 살펴보고 구청에 전달했다. ●동네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나승혁 운영위원장은 주민제보를 근거로 신설동로터리 앞, 숭인동 144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용의가 있느냐고 구정질의를 했다. 또 지하철 동묘역 앞에 경사진 보도블록을 평탄하게 작업하고, 왕산로에 파손된 보도블록에 대한 정비 계획도 물었다. 이에 김주희 건설교통국장은 “신설동 교차로는 최근 고가차도 철거와 교차로 설치공사를 완료했으나 지적하신 대로 횡단보도가 없이 통행의 불편을 겪는다.”고 인정한 뒤 “횡단보도 설치계획안을 시급히 작성해 경찰청과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경사진 보도블록은 내년도 도로보수사업에 반영하고, 파손된 보도는 토목과 도로기동반을 투입해 곧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행정감사는 자치단체의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점을 찾도록 하는 자리다. 감사원 감사처럼 ‘사후 적발 및 처벌’이 아닌 ‘사전 지도’의 성격이 짙다. 종로구의회는 행정감사후 제보처리 결과를 제보자들에게 일일이 통보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역사·조망·문화·도시 4개 테마로

    역사·조망·문화·도시 4개 테마로

    새롭게 바뀌는 ‘광화문 광장’은 차가 점령해버린 서울의 중심을 인간과 자연, 역사가 중심에 서도록 시계 바늘을 되돌리는 작업이다. 북한산을 배경으로 광화문, 남산, 관악산까지 이어지는 서울의 축을 되살리는 것과 광장 가운데 일제시대에 심어진 은행나무를 뽑는 대신 세종대왕상을 옮겨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광장은 광화문이 있는 북쪽부터 전체를 4등분해 ▲광화문의 역사를 회복하는 광장(경복궁 역사의 존)▲육조거리의 풍경을 재현하는 광장(조망의 존)▲한국의 대표광장(문화의 존)▲시민들이 참여하는 도시문화 광장(도시광장의 존) 등 4개 테마로 나눠 조성된다. ●6조거리 재현 광화문과 맞닿은 곳인 ‘경복궁 역사의 존’에선 옛 육조거리와 월대를 재현하고 해태상을 제자리로 복원한다. 또 ‘조망의 존’ 바닥에는 육조의 모습을 줄여 놓은 미니어처와 노두석 등을 통해 과거 행정기관인 이조(吏曹)·호조(戶曹)·예조(禮曹)·병조(兵曹)·형조(刑曹)·공조(工曹)가 현재 어느 곳에 위치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관아의 회랑을 재현해 정조릉 행차 등의 역사문화 체험공간으로 바꾼다. 세종문화회관과 KT가 마주보는 구간은 ‘문화의 존’으로 분류된다. 조선의 문화르네상스를 이끈 세종대왕 동상이 덕수궁에서 옮겨진다. 또 분수를 이용한 ‘물 스크린’, 미디어 폴 등을 설치해 IT(정보기술)과 문화네트워크의 축으로 꾸며낸다.‘도시광장의 존’은 세종문화회관과 이순신 장군 동상 사이로 광화문광장과 지하철 광화문역을 연결하는 지하통로를 만든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과 전시장 등 문화갤러리 공간을 갖춘 ‘선큰(Sunken·지하공원) 가든’으로 지하철과 연계해 시민들이 편하게 공원에 들어오는 출입구 역할을 한다. ●야경이 더 아름다운 도시 광화문의 랜드마크인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도 새롭게 조성된다. 우선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토대로 한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 기법 연출이 가능한 바닥분수와 포토존 등으로 꾸며진다. 분수는 배 모양으로 만들어져 마치 장군이 배위에서 해전을 이끄는 듯한 형상을 하게 된다. 광화문 광장의 경관과 전통성, 상징성, 기능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광장부, 차도부, 보도부로 나눠 각기 다른 색상과 패턴으로 포장한다.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대신 돌과 화강암을 써 고풍스러움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해태상, 세종대왕상, 광장 바닥 등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한다. 광화문광장은 평소 길이 740m, 폭 34m 규모지만 주요 행사때는 양옆 도로를 통제해 중규모 행사는 67m, 대규모 행사는 100m까지 폭을 넓혀 사용한다. 중앙분리대의 은행나무 29그루는 양측 보도로 옮기기로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Zoom in 서울] 세종로에 폭 34m 광화문광장

    [Zoom in 서울] 세종로에 폭 34m 광화문광장

    서울 세종로 한가운데 길이 740m 폭 34m의 ‘광화문광장’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13일 도심재창조 사업의 핵심사업인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기본설계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광화문광장은 현재 중앙분리대를 중심으로 3개 차로씩 양쪽 6개 차로를 줄여 공원으로 조성한다. 시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폭 34m의 광장이지만 대규모 국가행사에는 모든 차선을 포함해 전체 폭이 100m까지 늘어나는 가변적인 공간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광장은 전체를 4등분해 ▲광화문의 역사를 회복하는 광장(경복궁 역사의 존) ▲육조거리의 풍경을 재현하는 광장(조망의 존) ▲한국의 대표광장(문화의 존) ▲시민들이 참여하는 도시문화 광장(도시광장의 존) 등 4개 테마로 나눠 조성된다. 광화문광장 조성으로 세종로의 차로 수가 현재 왕복 16차로에서 10차로로 감소, 퇴근시간대 차량속도가 30∼4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광화문 앞과 이순신장군 동상 앞의 유턴을 금지하고, 세종로 유턴 지하차도 진출입구를 폐쇄하기로 했다. 광장은 내년 2월 착공해 복원사업이 마무리되는 광화문과 함께 2009년 6월 완공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2007 대선 릴레이 시론(13)] 녹색이 빠진 대선/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2007 대선 릴레이 시론(13)] 녹색이 빠진 대선/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선거 날이 가까워오면서 각 후보들은 공약집 속에 환경의제란 항목을 나름대로 채우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후보도 환경의제를 핵심공약의 반열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표를 잃을 것을 우려해 환경의제를 의도적으로 완성하지 않은 채 방치해 두거나 형식적으로 짜 맞춘 뒤 공약집의 한 귀퉁이에 장식용으로만 달아 놓고 있다. 일전에 시민단체들이 주관한 ‘환경·에너지공약에 관한 토론회’는 이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첫째,‘녹색정치 청사진’을 제시한 진보정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당들은 환경공약을 완성하지 않은 채, 환경정책담당자들이 개인적으로 급조한 것을 발표했다. 그러다보니 정당간 환경공약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고, 또한 구색용으로만 제시하다 보니 후보의 녹색철학과 이념을 읽을 수 없었다. 둘째, 대부분의 정당들은 환경관련 의제들을 개발의제에 부수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제시한 의미 있는 환경공약조차도 개발공약과 마찰을 일으켜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가령 야당의 유력 후보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간판공약으로 내걸면서 환경분야에서는 ‘환경용량을 바탕으로 하는 계획허가제’의 도입을 약속하고 있다. 환경의제가 다른 (개발)공약과 조율 없이 그냥 들러리로 제시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대부분의 정당들은 ‘기후변화 관련 대응’,‘환경과 경제의 상생’,‘국토환경의 보전’을 공약의 주요내용으로 제시하지만, 그 중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환경을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바꾸고 환경을 통해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며 농촌을 바이오 연료 생산기지화하는 등의 공약들은 모두 환경을 경제적 가치 창출의 대상이자 수단으로 삼는 것들이다. 2007년 대선에서 환경의제는 이렇듯 후보들의 주요공약에 끼지 못할 뿐 아니라 제시한 주요 환경공약들조차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환경의제가 뜨지 않고 경제공약의 일부로 간주되는 이 현상은, 따지고 보면 우리사회에 만연한 경제제일주의나 개발만능주의가 대선공약에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생태환경의 위기는 인류의 생존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바, 한국도 이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일본의 아사이 글라스 재단이 발표한 2007년 세계환경위기 시계는 2006년보다 14분 빨라져 9시31분을 나타내고 있다.12시가 환경의 대파국으로 인류의 멸망시점을 뜻한다면,9시를 지나는 시점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매우 불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환경위기 심화로 번영을 위한 정치가 생명을 위한 정치로 옮아가고 있다. 영국, 호주, 미국 등에서 실시된 선거에서 환경문제가 가장 뜨거운 정치쟁점으로 떠올랐거나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를 증빙해주고 있다. 생명을 위한 정치, 즉 ‘녹색정치´가 정치의 새로운 유형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2007년 환경위기시계는 9시28분을 지나고 있다. 위기시간 속으로 이렇게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국가미래를 결정하는 2007년 대선에 출마한 후보 중 어느 누구도 환경위기시대 국가생존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환경을 이용한 개발공약들만 쏟아내는 데 모두가 열중이다. 녹색을 잃은 2007 대선은 한국의 정치유형이 얼마나 퇴행적이고 반역사적인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 KTX 대구도심 구간 11.5㎞ 정비

    경부고속철도(KTX) 대구도심 구간 주변이 대대적으로 정비된다. 대구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11일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경부고속철도 대구도심구간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위·수탁 협약을 체결했다. 정비사업구간은 서구 상리동∼수성구 만촌동 11.5㎞이며 내년 2월 공사에 들어가 2014년 완공된다. 서평 지하차도와 신천 고가차도, 보도육교, 효목 지하보도 등 4곳에는 입체시설이 신설된다. 또 평리·동인·비산·원대·태평·신암·칠성·효목 등 지하차도 8개소와 효목교, 비산·원대·고성·신천·신암 등 보도육교 5개소, 달서천 지하보도, 통로박스 2개소 등 17개의 입체시설이 정비된다. 보도육교 5곳에는 시민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 철도 본선 좌우에는 복합활용공간과 보행자·자전거 겸용도로, 배수로, 도로, 인도 등의 측면도로 및 녹지가 각각 20m씩 설치된다. 보상과 본선구간의 공사는 철도공단이, 측면도로와 녹지 입체시설은 대구시가 각각 맡는다. 정비사업으로 이주해야 할 고속철 주변 주민은 3080여가구로 추정되며, 지급될 보상비는 4300여억원에 이른다.580가구의 동·수성구 지역 보상 대상에 대해서는 감정평가가 끝나 보상협의가 추진 중이고, 중·북·서구지역의 보상대상주민은 2500가구로 내년초 보상대상 지장물에 대한 조사와 주민공람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말까지는 보상을 마칠 계획이다. 이들 가구의 이주는 대구지역 미분양아파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이번 정비사업에 지역업체를 우선적으로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대구 한찬규기자 ckpark@seoul.co.kr
  • 재계 달력마케팅 한창

    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재계를 달구는 경쟁이 있다. 바로 ‘달력 마케팅’이다. 일년 내내 걸어 놓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홍보 매체가 없다. 동시에 그룹의 얼굴이다. 총수들까지 나서 달력에 공들이는 이유다. 경기를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경기가 좋으면 재계의 달력 인심도 덩달아 후해진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신년 달력 100만부를 만들었다. 잇단 악재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 달력 부수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전년과 같은 부수를 찍었다. 핵심고객과 각계 저명인사들에게 배포하는 ‘VIP’용은 5만부를 제작했다. 역시 전년과 같은 물량이다.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으로 유명해진 리움미술관에서 만들었다. 관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다. 미술을 전공한 홍 관장은 해마다 VIP용 달력 제작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저런 파문을 의식, 미술관측이나 그룹측이나 세세한 언급을 자제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나만의 달력’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조 회장은 올해도 자신이 직접 찍은 풍경사진으로 VIP용 달력을 만들었다.7년째다. 제작부수는 예년과 똑같은 1000부다. 사진광인 조 회장은 해외 출장길에 캐논 디지털 카메라만큼은 꼭 챙긴다. 주로 주한 외교사절, 국내·외 최고경영자들에게 선물한다. 최고급 종이를 쓰는 까닭에, 제작비가 일반 달력에 비해 훨씬 비싸다. 효성그룹과 LG텔레콤의 달력은 실용성 측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효성은 해마다 달력 한장에 석 달을 넣는다.LG텔레콤도 한번에 석 달을 볼 수 있는 ‘3단 달력’을 전통적으로 만들어 왔다. 효성은 8만부,LG텔레콤은 1만 6000부 찍었다. 달력의 내용물은 기업체들이 가장 고민하는 대목이다. 해마다 달라야 하면서도 기업 이미지와 부합되는 ‘그 무엇’이어야 하기 때문이다.‘쇼’ 광고로 올 한 해를 풍미한 KTF는 달력 컨셉트도 쇼다. 주제는 ‘쇼 유어 2008’(2008년 당신의 쇼를 보여 주세요). 특정인의 작품 대신 상상력을 유발하는 기하학적 그림을 담았다. 자동차 회사들은 단연 ‘차(車)’가 주인공이다. 현대차는 자사의 신차와 베스트셀러카 사진을 넣어 53만부를 찍었다. 기아차와 르노삼성차도 신차를 앞세워 각각 13만부,21만부씩 만들었다. 올해 추상화를 선보였던 코오롱그룹은 이스라엘 모더니즘 작가 데이비드 거스타인의 작품을 신년 달력 주제로 낙점했다. 제작부수(60만부)가 많은 KT는 벽걸이용에는 이순형씨의 목판화, 탁상용에는 창덕궁 등의 명승지 사진과 판화가 여동헌씨의 작품을 넣었다.SK텔레콤은 김태중 팝아티스트(탁상용)와 오순환 화가(벽걸이용)의 작품을 각각 선택했다. VIP용 달력이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삼성, 한화, 한진그룹과 국민은행 등 일부에서만 값비싼 VIP용 달력을 별도 제작했으나 농협·신용보증기금 등도 새해에 VIP용 달력을 만들었다. 안미현 김효섭 강주리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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