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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7) 리콴유 싱가포르 前총리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7) 리콴유 싱가포르 前총리

    싱가포르는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를 아시아의 용으로 키운 이는 리콴유(李光耀·85) 전 총리다.1959년부터 1990년까지 31년간 싱가포르를 이끌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그를 가리켜 “수에즈 운하 동쪽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시대가 인물을 만드는지, 인물이 시대를 만드는지의 오랜 의문에 후자라는 해답을 준 이”라고 극찬했다. 광둥 하카(중국대륙을 떠나 다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주민)에서 ‘건국의 아버지’가 된 리 전 총리. 그는 지난해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싱가포르는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래서 살아남는 데 필요하다면 무조건 오케이였다.” ‘리콴유 개혁’의 핵심은 다름 아닌 ‘국가 생존’이었던 것이다. ●국가생존 전략 ‘12345 비전´ 서른여섯에 그가 총리가 된 1959년, 싱가포르자치령의 1인당 국민소득은 400달러(40여만원)에 불과했다. 실업률은 13%를 넘었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 여러 인종이 뒤섞여 툭하면 폭동과 파업이었다. 그나마 자원이 있는 말레이시아에 기대 살아보려고 1963년 말레이시아연방에 가입했지만 이내 인종 갈등으로 쫓겨났다.‘원치 않는 독립’이었다. 1965년 싱가포르공화국을 세운 변호사 출신의 젊은 엘리트 총리는 ‘12345비전’을 내걸었다.1명의 부인,2명의 자녀,3개의 침실,4바퀴 달린 승용차,500달러 주당 소득이라는 야심찬 청사진이었다. 당시 싱가포르는 아내를 네 명까지 둘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을 연상시킨다. 문제는 비전을 현실화시킬 수단이었다. 당시 싱가포르는 돈도 자원도 없었다. 마실 물조차도 없어 말레이시아에서 사다 먹는 형편이었다. 리 총리는 ‘없으면 오게 하자.’고 생각했다. 돈, 물건, 사람을 끌어 모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면 유인책이 필요했다. 규제부터 대폭 풀었다. 외국기업이라도 사업설명서를 제출한 뒤 승인만 받으면 국가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했다.2차 오일쇼크의 와중에도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국제공항을 지었다.1981년 개항한 창이 국제공항이다. 정부 주도의 투자회사(GIC)와 국부펀드(테마섹홀딩스)도 만들었다.GIC는 훗날 우리나라의 한국투자공사(KIC) 모델이 됐다. 의사소통(영어)이 되는 인력자원, 해고가 자유로운 노동시장, 편리한 교통, 빗장 푼 규제 등은 싱가포르에 돈과 사람을 가져다 주었다.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나던 1990년,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1만 2200달러)은 취임 당시보다 무려 30.5배나 불어났다.‘(말레이시아에서)버림받은 작은 섬’이 아시아의 금융·물류 허브로 변신한 것이다.2006년 싱가포르의 외국인 투자 유치액(242억달러)은 우리나라(112억달러)의 두 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도 지난해 싱가포르(2위)는 우리나라(29위)보다 훨씬 앞섰다. ●강력한 리더십 근간은 실용·반부패 리 총리가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단행했던 것은 부패 척결이다.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신설,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최측근이자 절친한 친구에게도 예외는 없었다.2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을 받던 테체앙 당시 국가개발부 장관은 오랜 동지였던 리 총리의 단호한 태도 앞에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청렴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리 총리는 공무원 월급을 파격적으로 올렸다. 지금도 싱가포르 총리의 연봉(132만달러·13억원)은 미국 대통령(약 44만달러)의 3배, 한국 대통령(2억 4000만원)의 5배가 넘는다. 대신,‘파인(벌금) 공화국’ ‘태형의 나라’라는 별명도 얻었다. 인구 450만명의 작은 도시국가가 거대 미국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공공기물을 파손한 미국인 청년(마이클 페이)에게 기어코 곤장 6대를 때린 일화는 유명하다. 리 총리는 포커게임으로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 때문에 도박을 지독히 혐오했다. 그러나 “세계경제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2005년 싱가포르 정부의 카지노산업 허가를 지지했다. 이같은 실용주의와 원칙주의는 그가 퇴임한 후에도 강력한 ‘그림자 리더십’을 발휘하는 근간이 됐다. 물론 정치 인생을 둘러싸고는 논란이 따른다. 그는 부유한 중국계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 유학(영국 케임브리지 법대)을 거쳐 변호사가 됐다. 이후 노동운동가로 변신, 좌파와 연대해 권력을 잡은 뒤 좌파를 몰아내고 화교자본을 끌어들여 정권을 지켰다. 그의 통치철학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섞여 있는 것은 이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런 그도 벌써 여든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나라의 위대한 거인’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90년대 DJ·리콴유 사상논쟁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90년대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벌인 사상논쟁이다. 리 전 총리는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거부하고 자주적 정치체계를 만들려 애썼다.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 박정희 전 한국 대통령과 ‘닮은꼴 리더십’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 근간이 바로 유교적 철학에 바탕을 둔 ‘아시아적 가치’였다. DJ는 아시아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의 폐해에 눈돌렸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지도자들간의 이례적 사상논쟁이었다. 당시에도 국제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지만 지금도 종종 국제 심포지엄 화두로 오르내린다.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리 전 총리가 자유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몰랐다거나 평가절하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길고 고통스러우니 도달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 아시아적 가치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리콴유 업적’ 빛과 그림자 정호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익에 도움되면 누구와도 손잡는다는 실용주의 표방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외국인 고문을 영입한 MB(이명박 대통령)정부는 리콴유 정부와 여러모로 닮았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1950∼1960년대 일반 대중이 무지하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 것이 리콴유 개혁이었다.”며 “지금은 사회수준이 높아지고 이해관계도 복잡해져 (우리나라에)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경계했다. 그는 “(리콴유의)강력한 리더십과 부패청산 의지 등은 MB정부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목이지만 지나친 엘리트주의, 국익 앞에 개인을 희생시킨 전제주의 등 부정적 유산도 많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뛰어난 소수에게 최상의 대우를 해주는 엘리트주의는 가뜩이나 작은 도시국가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었다. 엘리트와 열패자 사이의 위화감이 심각하다. 국내 금융계조차 싱가포르투자청(GIC) 사람들의 엄청난 엘리트의식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탄압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나친 원칙주의는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을 억압하기도 했다. 청렴했다고는 하지만 독재자란 굴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2001년 홍콩 중문대가 리콴유에게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주려 하자 학생들이 “독재자”라며 거세게 반대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권력 세습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싱가포르 현 총리(리셴룽)는 그의 장남이다.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테마섹의 최고경영자(호칭)는 그의 며느리다. 그 자신 지금도 싱가포르투자청(GIC)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의 싱가포르 열풍이 요즘보다 더 극심했던 적이 있다.YS(김영삼)정부 출범 초기 때다.‘리콴유-권력과 리더십’ 책을 쓴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싱가포르를 배운답시고 어찌나 많이 갔던지 싱가포르 정부가 대사관을 통해 ‘업무에 지장이 많으니 자중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였다.”고 비화를 소개했다. 양 교수는 “리콴유는 사회주의적 가치관에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가부장적 철권통치를 휘두른 사람”이라며 “작은 도시국가이기에 리콴유식 개혁이 가능했던 대목도 있고 우리나라와는 사회구조의 틀도 다른 만큼 옥석을 가려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지속 성장에 주목했다. 양 교수는 “서방의 많은 학자들이 싱가포르 경제가 1987년에 과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싱가포르는 견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MB정부가 배워야 할 대목은 바로 이 점”이라고 환기시켰다. 소유는 국가가 하고 경영은 민간에 맡기는 싱가포르식 공기업 민영화 모델도 ‘노사정위원회 위상 강화’라는 전제조건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GIC와 테마섹이 꼭 잘한다고는 볼 수 없는 만큼 (싱가포르식 모델 도입에)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최저가입찰제는 돈 먹는 하마?

    최저가입찰제는 돈 먹는 하마?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줄이려 도입한 ‘최저가입찰제’가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예산을 부풀리는 ‘돈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민원 발생과 예상치 못한 현장 상황 등을 내세워 잦은 설계변경을 눈감아줌으로써 공사비가 부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군은 최근 5년간 설계 변경이 2000건이 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지방예산 10%(12조원) 줄이기 위한 계획이 무색할 정도다. 17일 광주·전남시민단체인 행정·의정감시연대(위원장 이상석)에 따르면 정보공개청구 자료분석 결과, 전남도청과 도내 22개 시·군에서 2002∼2006년 5년 동안 발주한 공사에서 설계변경은 1만 1086건이다. ●5년간 순천 2043건 변경·여수 609억 늘어 설계변경이 가장 많은 곳은 순천시로 2043건이고 여수시 1816건, 광양시 976건, 곡성군이 746건 순이다. 지난해 발주한 건설공사는 순천시가 1200여건, 여수시는 2300여건, 광양시는 60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설계변경을 하면서 공사비는 당초 계약 금액보다 큰 폭으로 불어났다. 건설현장 주변에서는 “설계변경으로 업자들 뒷주머니만 채워 준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공사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여수시 609억원, 신안군 330억원, 광양시 94억원, 영광군 90억원이다. 이들 설계변경 가운데 추가 사업비가 가장 많은 공사는 목포시의 남악신도시 택지조성(옥암 2-1공구)으로 51억여원, 여수시의 국도대체우회도로(종화∼둔덕)가 50억여원, 장성군의 지하차도 개설공사가 49억원 등이다. 설계변경 사유는 현지 실정 반영, 물량 증가, 예산 확보에 따른 추가 시공 등이 차지했다. 설계변경으로 공사비가 늘어나면 국비뿐 아니라 시·도비와 시·군비가 예산분담 비율대로 늘어나게 된다. ●예산절감 무색… 의회 사전승인 절차 절실 이같이 빈번한 설계변경을 막으려면 설계단계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시민사회단체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타당성을 정확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일선 군 관계자는 “설계변경은 공사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민원 발생이나 장애물 등 사유로 이뤄지고 있고 예산범위(계약금) 내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상석 감시연대 위원장은 “설계변경은 입찰업체 사이에 아무런 경쟁도 없고 최저가입찰제를 무력하게 하는 부작용이 따른다.”며 “예산증액이 따르는 설계변경은 해당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제동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Seoul In] 매주 화·목 교통혼잡지역 버스단속

    서대문구(구청장 현동훈) 신촌기차역, 옛 녹색극장, 홍제전철역 등 교통이 혼잡한 지역에서 버스 질서를 지키기 위한 합동단속을 한다. 서부지역 시내버스 운수종사자와 구청 직원 등으로 구성된 단속반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4시에 현장을 찾아 차도와 정류소가 아닌 곳에서 승객 승·하차, 무정차 통과, 장기 정차 등 법규를 위반하는 행위를 대상으로 단속한다. 교통지도과 330-1690.
  • [여성&남성] ‘유리천장’ 좌절 그리고 희망

    [여성&남성] ‘유리천장’ 좌절 그리고 희망

    ‘유리천장’은 본래 여성들의 머리 위에 있는 ‘보이지 않는 승진 장벽’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남성이 소수인 직업이 등장하면서 유리천장의 존재를 실감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은 남성이었다. 반면 남성들에게 유리천장은 여성이기도 하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이성의 정보 유통 방식과 동성끼리 뭉치는 문화는 서로에게 유리천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유리천장을 깨뜨리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머리 위 열린 세상을 꿈꾸는 남성과 여성의 ‘좌절과 희망의 이중주’를 들어봤다. ●승진 힘들고 사내정보에서도 소외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신모(28)씨는 대학시절부터 학과 내 몇 안 되는 남성으로 주목받았다. 뛰어난 성적으로 대학 병원에 취직하게 된 신씨는 생각보다 남성 간호사가 많다는 사실에 안도의 안숨을 쉬었다. 하지만 소수인 남성 간호사는 여성에 비해 승진도 힘들고 사내정보 공유에도 너무 취약했다. 신씨는 몇 달 전 군기를 잡겠다는 사소한 이유로 신규 여간호사를 괴롭히는 여성 선배에게 그러지 말아달라고 정중하게 사정을 했다. 하지만 여성 선배들 모두로부터 ‘싸가지(?) 없는 남자 후배´로 낙인 찍혔다. 그는 내심 수간호사가 정당하게 상황을 판단해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신씨는 수간호사로부터 지적받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주변의 여성 동료들도 신씨가 새내기 간호사를 좋아해 감싸고 돈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을 내기 시작했다. 신씨는 “남성들은 보통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면서 승진, 회사 분위기 등의 정보를 주고 받는데 여성들은 어떤 방식인지 모르겠다.”면서 “해명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알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후 그는 일명 ‘왕따´ 대열에 들어섰고, 여성 선배들은 그에게 이유 없는 짜증을 내곤 했다. 그는 대화로 풀어보려고 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여성들만의 ‘대화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또한 남성간호사가 수간호사를 꿈꾸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승진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거니와 기본적으로 환자들에게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환자들에게는 실력과 상관없이 남성간호사가 기피 대상이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남성이라고 끼워주지 않으니 인사고과가 잘 나올 리 없고, 환자들도 피하니 승진은 먼나라 이야기예요. 친구들을 만나면 승진 전략이라면서 술자리 에피소드나 로비 사례 등을 얘기하는데 낄 얘기도 없고 관심도 안 가요.” 향수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윤모(30)씨는 최근 심각하게 부서이동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 있는 부서에서는 승진이 거의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성을 위한 향수 회사여서 여성을 더 선호하기도 하지만, 여성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는 향기를 찾는 일이 남성에게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조향(향수 제조)을 배운 것은 4년전. 당시만 해도 남성 조향사에 대한 전망은 좋았다. 하지만 회사에 취직해 보니 사정은 달랐다. 여성 팀장은 윤씨 앞에서는 좀더 노력해야겠다면서 격려해 주었지만, 사석에서는 남성에게는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하곤 했다. “부서 전체가 회식을 할 때면 핵심적인 대화가 빠진 기분입니다.2차도 따라가는데 내가 있어서인지 떠도는 소문조차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 합니다.” 부서에서 겉돌던 윤씨는 자연스럽게 마케팅부서 남성직원들과 친해졌다. 윤씨는 “마케팅은 그래도 남성들하고 잘맞더라고요. 여성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불분명한 감성으로 향기를 찾는 것보다 명확한 매출신장 방법을 찾는 것이니까요.” ●남자만의 성공모델도 전무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런가 하면 영어교재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이모(31)씨는 남성들은 성공모델이 없어 승진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씨는 “부서원 15명 중에 남성은 3명뿐입니다. 역대 팀장은 모두 여성이었는데 이유는 남성들이 회사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부서에서 유능하다고 평가받던 이씨의 남성 선배는 2년전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몇 시간씩 한자리에 앉아서 책 교정을 보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영어문제를 만들고 편집하고 교정을 보는 과정이 상당히 정적이어서 남성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회사를 그만두는 남성 선배들 때문에 능력있는 후배들의 승진이 힘들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저 같은 경우는 내가 낸 영어문제로 한 권의 책이 나오는 것을 보면 희열을 느낍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언제 나갈지 모르는 놈으로 취급해 답답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주류가 될 수 없는 유리천장 밑에 있는 기분이에요.” 여성 속옷회사에 근무하는 오모(30)씨는 여성에 관한 일이라고 남성이 출세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란제리 회사라고 하면 여성이 대다수라고 생각하는 편견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낡은 사고입니다.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이기는 하지만 남성들이 대부분이에요. 디자인실을 제외하고 상관도 대부분 남성입니다.” 여성의 마음을 읽고 기획을 하는 것 역시 남성들의 몫이다. 상품을 만드는 것도 여성디자이너와 남성개발팀이 협력한다. 제작 역시 남성이 한다. 오씨는 남성이 강세를 보이는 비결에 대해 “선배들이 여성을 위한 속옷이 아닌 기능성 속옷에 중점을 두고 회사를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디자인팀보다 남성들이 중심인 기능성 소재 개발 연구팀이 힘을 얻게 됐다. 오씨는 “남성에게 불리한 직업도 여성에게 불리한 직업도 없다고 생각한다. 유리천장이라는 말은 안 보이는 벽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면 결국 깨진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웃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굵직한 프로젝트는 남자 직원에게만 박모(28·여)씨가 다니는 건설회사는 야근도 많고 업무 강도도 높다. 남성이 대부분이다. 여자라서 체력이 달린다는 말을 듣기 싫었던 그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는 번번이 남자 동기나 남자 후배에게 넘어갔다. 남자 팀장은 박씨의 불평에 “다음에는 꼭 참여할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는 대답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매번 물(?)을 먹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 선배가 안쓰럽다는 듯이 “새 부장은 굵직한 프로젝트는 추진력과 체력이 있는 남자에게 맡긴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명문대 출신인 새 부장은 대학 후배를 끌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새 부장 밑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성도 아니고 명문대 출신도 아닌 쓸모없는(?) 부원이 돼 버렸다. “프로젝트를 못 맡으니 인사고과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고, 남자 후배에게 추월당하는 수모만 당했죠. 공부를 더 할까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는데, 그런다고 여자가 남자 되는 것도 아니고, 비명문대가 명문대 되는 것도 아니니까 답답하죠, 뭐.” 이후 박씨는 핸드백에 늘 사직서를 넣고 다닌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26·여)씨는 다른 직원보다 빨리 승진하기 위해 해외 법인 주재원을 꿈꾸었다. 대학시절 어학연수도 남들보다 오래 다녀온 터라 현지 적응에도 자신 있었다. 해외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여성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문화가 있어 실력만 펼치면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김씨는 입사 1년 만에 여성 해외주재원은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산 공정을 점검하기 위해 태국으로 출장 간 김씨는 ‘여자라서 치안에 너무 신경이 쓰인다.´는 현지 법인의 불평을 들어야 했다. 그가 바깥에 나갈 때면 현지 법인에서는 전용 기사를 붙여 주었다. 대부분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 현지 공장이 위치해 있어 여자 혼자 공장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사가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상관없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본부장은 들은 체도 않고 “다음에는 남자를 보내라.”고 당부했다. 김씨는 출장을 다녀온 뒤 해외주재원 선발 과정에서 여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내 문화를 이해하게 됐다. 그는 “전에는 이런 사내 문화가 단순한 편견인 줄 알고 바꿀 수 있다고 믿었는데 요즘에는 어쩔 수 없는 ‘유리천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능력도 아닌 치안 문제 같은 이유로 해외주재원 선발에 여성이 불리하다는 현실이 너무 화나요. 하지만 그 현실을 나도 모르게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 더 슬프죠.” ●“남성이 하면 로비, 여성이 하면 이상한 행태” 경기도 한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모(31·여)씨는 학교에 여성 간부가 없다는 점이 늘 불만이다. 여성 교사의 비율은 남성에 비해 훨씬 높지만 주요 직책은 대개 남성의 몫이다. 여성 교사가 80%를 차지하지만 모든 부서의 장은 남성이 맡고 있고, 그 아래 차장 자리가 여성의 몫이다.1, 2학년은 교사 10명 가운데 남성은 고작 2명씩이다.3학년도 남성은 3명뿐이다. 박씨는 남성 교사들이 서로 끌어주면서 여성에게 주무부서 자리를 내어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감이 되려면 현재 교감에게 점수를 잘 받아야 하고 교장이 되려면 교장에게 점수를 잘 받아야 하는 인사구조 때문에 여성 교장은 나오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교직에 여풍(女風)이 분다.´고 언론에서 보도하지만 단지 하부구조에만 여성이 많을 뿐이라고도 지적했다. 또 남성 교사들에게 익숙한 ‘승진 로비´도 여성이 하면 이상한 소문만 돈다고 말했다. “남성이 하면 로비고, 여성이 하면 이상한 행태인가요?정말 어이가 없어요.” 직장생활 3년차인 최모(29·여)씨는 직장 여성이 임신하면 능력 없는 직원으로 낙인 찍히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내 여성 간부가 없기 때문이다. 최씨의 별명은 ‘슈퍼우먼´, ‘술상무´, ‘억척 어멈´ 등이다. 그만큼 열심히 일했고, 중요한 프로젝트는 그의 차지였다. 업무와 관련한 자격증도 5개나 취득했고, 특진 대상 1순위로 평가받았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유리천장´은 실력없는 여성이 만들어낸 용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의사인 남편과 결혼한 뒤 상황은 달라졌다. 일은 예전과 같았지만 동료나 상관은 일이 아닌 ‘의사 사모님´으로 그를 평가했다. 회사에는 그가 언제 관둘지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리고 임신을 하자 이제는 최씨를 배려한다는 핑계로 남자 후배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넘기기 시작했다. 상관은 오래 쉬어야 하니 후배 가르치는 일에 열중해 달라는 주문까지 했다. 그리고 지난달 특진 대상을 올리라는 회사의 지시에 상관은 인사고과점수가 평균 이하인 남자 동기를 대상자로 올렸다. 게다가 ‘승진 로비´까지 도맡아서 해주고 있었다. “회사에는 이왕이면 여성보다는 남성을 밀어주는 게 상책이란 소문까지 있어요. 한명이라도 여성 간부가 있다면 우리도 희망을 가질 텐데…. 그래도 제가 이 악물고 버텨서 첫번째 여성 간부가 될 겁니다. 그리고 여성 후배들도 ‘유리천장´을 부수도록 도와줘야죠.”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용어클릭]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미국의 경제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1970년에 만들어낸 신조어로 본래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회사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 미국 정부는 1991년 유리천장 위원회(Glass Ceiling Commission)를 구성해 여성이나 흑인 또는 소수민족 등이 승진에서 차별 대우 받는 일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성들이 소수인 직업이 생기면서 남성 직장인들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하기도 한다.
  • 결혼이주 여성 한국귀화 기간 단축해야

    결혼이주 여성 한국귀화 기간 단축해야

    “한국국적 취득이 늦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아내가 3번 유산을 했습니다. 아내는 국적을 얻지 못해 추방될까봐 잠을 못 자는 등 걱정을 태산같이 합니다.” ●근년 들어 신청 급증… 추방 걱정에 유산까지 지난 2004년 5월 황의구(41·회사원·경북 구미시 상모동)씨와 결혼한 진향란(36·중국인)씨는 오랫동안 이같은 불안속에서 살고 있다. 진씨는 2006년 4월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한국국적 취득신청을 했지만 2년 가까이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3년 전 김진만(39·회사원·경북 구미시 황상동)씨와 결혼한 장옥미(32·중국인)씨도 장기간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비슷한 처지에 있다. 이 부부는 2004년 12월 결혼해 이듬해 8월 아이를 출산했다. 장씨는 지난해 3월 국적 취득을 신청했다.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이주한 여성의 국적 취득 민원처리 기간이 최장 2년(국내 의무 거주 2년을 포함하면 4년)까지 걸리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국적 시대를 맞아 국적 취득 기간을 단축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관련 부서 인력 충원도 절실하다. 16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한국 남성과 결혼해 국내로 이주한 해외여성 등의 최근 3년간(2005∼2007년) 국적 취득 민원 신청 건수는 3만 5000건이다. 우리 사회가 다국적 사회로 바뀌면서 급증 추세다. 연도별로는 2005년 7826명,2006년 1만 2581명,2007년 1만 3908명 등이다. ●8명뿐인 법무부 전담인원 확충·절차 간소화 시급 그러나 이들의 민원 업무를 전담하는 법무부의 인력이 8명에 불과한 데다 국적 취득 요건·절차도 까다로워 민원 처리가 늦어지면서 유산 등 파생적인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별도로 접수된 4만 197건의 귀화 및 국적 회복 민원도 함께 처리하고 있어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에 혼인귀화(간이귀화) 후 국내로 이주하면 ▲국내에 2년 이상 주소를 두거나 ▲혼인 후 3년 경과 또는 혼인 상태로 국내에 1년 이상 계속 주소를 두거나 ▲출생한 미성년자를 양육 중이거나 또는 양육해야 하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국적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귀화자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자녀유무 점검 등 1개월∼1년)의 서류, 현장 조사와 법무부 국적난민과(8∼10개월)의 검토·심사 기간 등을 합치면 국적 취득에 1년2개월∼2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재조사가 필요하면 3∼4개월이 더 걸린다. 결국 유자녀인 경우 1년2개월, 무자녀는 2년 정도 걸린다.‘국내 거주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장 4년 걸리는 경우도 나온다. 중국 조선족 여성이 국제결혼으로 들어왔던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는 인원이 많지 않아 국적 취득까지 6개월∼1년 정도 걸렸다. 이 때문에 해외이주 결혼여성들은 국적 취득 때까지 매년 ‘외국인 등록증’을 갱신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 남편들이 불복종 등을 이유로 등록증 갱신에 필요한 신원보증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배우자가 신원보증 거부하면 추방 당해 구미시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 장흔성(35) 센터장은 “상당수 한국인 남편들이 외국인 등록증 갱신시 필요한 신원 보증을 무기로 외국인 아내들에게 ‘절대 복종’을 강요하는 실정”이라면서 “심한 구박과 폭력 등 심각한 인권 유린마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한국인 남편들이 국적 취득 신청 이후 등록증 갱신때 신원보증을 서 주지 않아 도중에 국외로 추방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신분으로 상당기간 취업을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데다 참정권이 없어 주권 행사도 못하는 등 각종 문제도 도출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국적난민과 관계자는 “혼인 귀화자들의 국적 취득 문의와 신청이 쇄도하고 있으나 일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민원처리 지연으로 민원이 또 다른 민원까지 낳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자체 및 다국적·문화가정 관련단체 관계자들은 “우리 사회가 다국적 사회로 급진전되고 있는 만큼 관련 민원처리 기간을 6개월 정도로 대폭 단축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구미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자동차] 쭉쭉빵빵 컨셉트카 어디로 갔나

    [자동차] 쭉쭉빵빵 컨셉트카 어디로 갔나

    봄 하늘에 뿌려진 벚꽃에 비할 수 있을까. 화려하게 등장해 무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이내 무대 뒤로 퇴장하는 ‘컨셉트카(Concept Car)’의 운명. 컨셉트카는 짧은 일생을 사는 동안 자기만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앞으로 더 나은 후배들의 탄생에 귀한 밑거름이 된다. ●컨셉트카, 도대체 왜 만드나 컨셉트카와 똑같은 양산(대량생산)차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컨셉트카는 그 자체로서 자동차 회사의 미래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하고 기술력을 보여 준다. 또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는 데도 자동차 회사들은 컨셉트카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컨셉트카는 도저히 만들어지기 힘들 것 같은 동화 속 디자인부터 가까운 장래 양산을 전제로 한 일종의 시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곧 출시될 차를 한발 앞서 보여 주는 사실상의 완성차인 ‘쇼카(Show Car)’도 넓은 범주에서 컨셉트카에 포함된다. 쇼카는 예비 구매자들의 관심을 유도해 수요를 자극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널리 활용된다. 자동차 회사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디트로이트,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스위스 제네바 등 특정 모터쇼의 성격에 맞춰 중장기 계획을 짜고 컨셉트카를 개발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우 북미·유럽 지역의 모터쇼에 연간 1대씩의 새로운 컨셉트카를 내놓는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컨셉트카의 탄생 디자인은 컨셉트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출발점은 기초 스케치다. 여러 디자인 원안 중 몇가지를 추려 실제 차에 가깝게 렌더링(rendering)을 한 뒤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3차원 영상으로 형태를 구현한다. 이어 내부 품평회를 열어 실제 제작할 디자인을 최종적으로 선택한다. 실물크기 모델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 윤곽을 바탕으로 ‘테이프 드로잉(형태의 수정을 쉽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 두께의 테이프로 도면을 그리는 것)’을 하고 이에 맞춰 실제 모델로 가공한다. 그 결과를 놓고 다시 품평회를 갖는 등 여러차례 수정을 거듭한 뒤 최종 작품을 확정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16일 “출품 예정 국제모터쇼가 열리기 1∼2년 전에 컨셉트카 제작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디자인을 넘어서 친환경·첨단기술까지 최근에는 디자인 방향뿐 아니라 시장 전반의 경향이 최대한 반영된 컨셉트카 개발에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다.16일 폐막된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친환경 차량들이 대거 등장했다. 현대차가 친환경 컨셉트카 ‘아이모드(i-Mode)’를 최초로 공개했고 기아차도 ‘씨드’의 하이브리드 모델 ‘에코 씨드(eco­cee’d)’를 내놓았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골프 TDI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6개 친환경 차량을 출품했고 영국 랜드로버도 디젤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LRX‘를 선보였다.BMW도 배기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인 ‘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를 내놓았다. ●양산차 개발에 컨셉트카에 대한 평가는 필수 GM대우는 지난해 4월 뉴욕 모터쇼에서 각각 ‘비트’,‘그루브’,‘트랙스’라는 이름으로 3가지 미니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셋 중에 반응이 가장 좋은 것을 ‘마티즈’ 후속 1000㏄ 글로벌 경차의 양산모델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GM대우는 예정에 따라 지난해 말 평이 가장 좋았던 비트를 양산차로 최종 확정했다. 현대차가 2006년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한 컨셉트카 ‘아네즈’와 200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내보낸 ‘엑센트 SR’는 각각 준중형 해치백 ‘아이써티(i30)’와 소형 ‘베르나 3도어’로 발전했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의 양산차를 선보이기에 앞서 지난해 뉴욕 모터쇼에서 스타일과 성능, 기술방향을 담은 같은 이름의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모터쇼에서 컨셉트카 형태로 공개됐던 ‘제네시스 쿠페’는 오는 21일 개막하는 뉴욕 모터쇼에서 양산차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기아차도 200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처음 나온 ‘KCD-2’를 바탕으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를 개발, 올 초 만 3년 만에 일반에 내놓았다. 지난해 뉴욕 모터쇼에서는 미니밴 ‘카렌스(수출명 론도)’의 택시 모델 컨셉트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서울모터쇼에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QMX’를 쇼카 형태로 출품한 르노삼성은 12월 양산차 ‘QM5’를 출시했다. ●“양산차는 별로 멋이 없는데…” 양산차를 컨셉트카나 쇼카처럼 만들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많이 들거나 디자인이 너무 튀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쇼카 ‘QMX’와 양산차 ‘QM5’를 비교해 보자. QMX는 전면 그릴을 일부러 거칠고 투박하게 만들었다. 강렬한 느낌을 줘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QM5에서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취향을 감안해 부드러운 형태로 다듬어냈다. 지붕의 경우 QMX는 통유리이지만 QM5는 파노라마 선루프다.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 사이드미러의 모양도 QM5에서는 QMX의 세련미가 사라지고 기존 자동차들과 큰 차이가 없다. 또 QMX는 차문을 열면 승·하차 편의를 위해 발 받침대가 내려오도록 돼 있지만 QM5에서는 이 기능이 없다. 모두가 경제성 때문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양산차를 쇼카와 똑같이 만들 경우 기본 차값이 엄청나게 뛰는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고장이 났을 때 애프터서비스의 비용도 더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황사주의보때 시내 전역 물청소 한다

    황사주의보때 시내 전역 물청소 한다

    서울시는 16일 올봄의 황사가 예년보다 더욱 심해지고 발생 횟수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황사주의보·경보가 발령되는 즉시 시내 전역에 대한 물청소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시의 이같은 결정은 강해지는 대기의 황사 농도가 시민의 일상생활과 건강은 물론 산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는 지하급수전 60곳과 소화전 550곳을 확보해 용수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황사주의·경보(미세먼지 농도 400㎍/㎥ 이상)가 발령되면 모든 청소 장비와 운전원, 환경미화원을 동원해 물청소에 나선다. 주의보·경보 해제 후에도 버스 중앙차로 정류장, 보호 난간 등 가로 시설물과 가로수까지도 물청소 차량의 방수포 등을 이용해 먼지를 씻어낼 방침이다. 시는 현재 산하 맑은환경본부와 보건환경연구원의 환경정보센터,25개 자치구의 환경관련 부서에 24시간 운영 중인 ‘황사경보 상황실’에서 황사 발생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 또 모든 물청소 차량에 위성 단말기를 부착해 차량의 위치와 살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청소차량 정보관리시스템’도 처음 도입한다. 한편 시는 17∼19일 3일 동안 ‘새봄맞이 대청소’를 한다. 겨울철 차도와 보도 등에 쌓였던 때와 먼지, 제설작업 때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 잔류물 등을 씻어낸다. 17일에는 염화칼슘 잔류물과 먼지 등을 제거하기 위해 간선도로와 중앙분리대 등 도로에 대대적인 물청소를 한다.18일에 보도 바닥과 가로시설물, 가로수, 화단 등에 물청소를 하고 19일에는 이면도로, 골목길, 보도 등 뒷골목 물청소와 터널, 고가차도, 교량, 방음벽 세척작업을 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결혼이주 여성 한국귀화 기간 단축해야

    결혼이주 여성 한국귀화 기간 단축해야

    “한국국적 취득이 늦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아내가 3번 유산을 했습니다. 아내는 국적을 얻지 못해 추방될까봐 잠을 못 자는 등 걱정을 태산같이 합니다.” ●근년 들어 신청 급증… 추방 걱정에 유산까지 지난 2004년 5월 황의구(41·회사원·경북 구미시 상모동)씨와 결혼한 진향란(36·중국인)씨는 오랫동안 이같은 불안속에서 살고 있다. 진씨는 2006년 4월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한국국적 취득신청을 했지만 2년 가까이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3년 전 김진만(39·회사원·경북 구미시 황상동)씨와 결혼한 장옥미(32·중국인)씨도 장기간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비슷한 처지에 있다. 이 부부는 2004년 12월 결혼해 이듬해 8월 아이를 출산했다. 장씨는 지난해 3월 국적 취득을 신청했다.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이주한 여성의 국적 취득 민원처리 기간이 최장 2년(국내 의무 거주 2년을 포함하면 4년)까지 걸리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국적 시대를 맞아 국적 취득 기간을 단축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관련 부서 인력 충원도 절실하다. 16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한국 남성과 결혼해 국내로 이주한 해외여성 등의 최근 3년간(2005∼2007년) 국적 취득 민원 신청 건수는 3만 5000건이다. 우리 사회가 다국적 사회로 바뀌면서 급증 추세다. 연도별로는 2005년 7826명,2006년 1만 2581명,2007년 1만 3908명 등이다. ●8명뿐인 법무부 전담인원 확충·절차 간소화 시급 그러나 이들의 민원 업무를 전담하는 법무부의 인력이 8명에 불과한 데다 국적 취득 요건·절차도 까다로워 민원 처리가 늦어지면서 유산 등 파생적인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별도로 접수된 4만 197건의 귀화 및 국적 회복 민원도 함께 처리하고 있어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상 혼인귀화(간이귀화) 후 국내로 이주하면 ▲국내에 2년 이상 주소를 두거나 ▲혼인 후 3년 경과 또는 혼인 상태로 국내에 1년 이상 계속 주소를 두거나 ▲출생한 미성년자를 양육 중이거나 또는 양육해야 하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국적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귀화자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자녀유무 점검 등 1개월∼1년)의 서류, 현장 조사와 법무부 국적난민과(8∼10개월)의 검토·심사 기간 등을 합치면 국적 취득에 1년2개월∼2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재조사가 필요하면 3∼4개월이 더 걸린다. 결국 유자녀인 경우 1년2개월, 무자녀는 2년 정도 소요된다.‘국내 거주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장 4년 걸리는 경우도 나온다. 중국 조선족 여성이 국제결혼으로 들어왔던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는 인원이 많지 않아 국적 취득까지 6개월∼1년 정도 걸렸다. 이 때문에 해외이주 결혼여성들은 국적 취득 때까지 매년 ‘외국인 등록증’을 갱신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 남편들이 불복종 등을 이유로 등록증 갱신에 필요한 신원보증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배우자가 신원보증 거부하면 추방 당해 구미시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 장흔성(35) 센터장은 “상당수 한국인 남편들이 외국인 등록증 갱신시 필요한 신원 보증을 무기로 외국인 아내들에게 ‘절대 복종’을 강요하는 실정”이라면서 “심한 구박과 폭력 등 심각한 인권 유린마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한국인 남편들이 국적 취득 신청 이후 등록증 갱신때 신원보증을 서 주지 않아 도중에 국외로 추방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신분으로 상당기간 취업을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데다 참정권이 없어 주권 행사도 못하는 등 각종 문제도 도출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국적난민과 관계자는 “혼인 귀화자들의 국적 취득 문의와 신청이 쇄도하고 있으나 일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민원처리 지연으로 민원이 또 다른 민원까지 낳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자체 및 다국적 가정 관련단체 관계자들은 “우리 사회가 다국적 사회로 급진전되고 있는 만큼 관련 민원처리 기간을 6개월 정도로 대폭 단축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구미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한강공원 이제 걸어서 가자

    한강공원 이제 걸어서 가자

    한강공원에 걸어서 가는 길이 훨씬 편해진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366억원을 투입해 한강으로 연결되는 17.65㎞의 도로 40곳과 둔치·지하통로 34곳에 환경정비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한강 접근도로 40곳 가운데 선유도 보도육교와 망원·자양·반포·성동구 한신아파트 나들목 등 5곳을 시범지구로 정해 지난달까지 1차 정비 공사를 했다. 이어 연말까지 석촌·잠실 나들목, 강남·압구정 나들목, 이촌 나들목 등 나머지 35곳도 보도와 차도를 분리해 보도환경을 개선하고 녹화거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들 접근로는 차로 수를 줄여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늘리고 주변을 녹지공간으로 개선한다. 가로등과 포장재 등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뀐다. 시범지구 가운데 망원 나들목∼한가람길 구간은 기존 4차로 중 2차로를 보도로 확장하고, 폭 2m 규모의 자전거 도로도 신설됐다. 차로는 사고석으로 포장해 차량 속도를 저감시키는 등 보행자 위주의 공간으로 개선했다. 또 기존에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로 이용에 불편을 줬던 한강둔치와 지하통로 34곳은 내년까지 밝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틀을 바꾼다. 청담 나들목과 성산 나들목, 나루터길 나들목, 노유 나들목 등은 지하통로의 내부 및 입구 표면을 나무 데크와 스테인리스 등을 활용해 특색있게 꾸민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르네상스를 실현하는 첫 걸음인 만큼 지난해 ‘선전·홍콩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주목을 받았던 건축가들의 작품을 포함했다.”면서 “사업이 끝나면 편안하고 안전한 한강 이용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점쟁이 때문에…” 50년간 머리 안자른 할머니

    “점쟁이 말 한마디 때문에…” 최근 중국에 50년간 한번도 머리를 자르지 않은 할머니가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윈난(雲南)성 자오통(昭通)시에 사는 61세 류(劉) 할머니의 머리카락의 길이는 무려 3.4m, 무게는 4kg에 달한다. 할머니가 50년 동안 머리를 자르지 않은 이유는 바로 점쟁이의 말 한마디 때문. 할머니는 10살 무렵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생사를 해맸다. 그녀의 부모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차도가 없자 결국 점쟁이를 불렀다. 그녀를 살펴본 점쟁이는 “머리를 길러야만 살 수 있다.”는 말을 남겼고 할머니는 결국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점쟁이의 말에 따라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한때 2만 위안(약 280만원)에 머리카락을 사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할머니는 점쟁이의 말을 믿고는 팔지 않았다. 류 할머니는 “점쟁이의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르려고도 했었다.”며 “하지만 정든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하니 아까운 마음이 들어 계속 길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길어버린 머리카락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기도 하다는 할머니.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를 감는 일이 어려워져 현재는 두 달에 한번 씩 머리를 감는다. 그러나 두껍고 상해버린 머리카락 때문에 빗질을 못한지는 이미 40년 가까이 됐다. 할머니는 “머리가 너무 길고 무거워 한번 감을 때마다 3명의 사람이 날 도와야 하고 적어도 2시간은 넘게 소요된다.”며 “머리를 감고 나서도 기계로 말릴 수가 없어 꼼짝없이 집안에 틀어박힌 채 3일 정도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 머리카락을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죽을 때까지 자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6) 슈뢰더·메르켈 독일 前·現 총리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6) 슈뢰더·메르켈 독일 前·現 총리

    |베를린 이종수특파원|수출 5년째 세계 1위,2006년 경제성장률 2.7%, 실업률 지속적 감소…. 독일의 경제 호황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독일의 발전은 유럽이 따라가야 할 모델”이라고 격찬했을 정도다. 근년 독일 경제호황의 틀을 다진 지도자를 들라면 현지에서는 어김없이 ‘어젠다 2010’으로 상징되는 과감한 개혁 정책을 밀어붙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꼽는다. 반면 메르켈 총리의 지속적인 개혁 정책 덕분이라는 분석도 덧붙는다.‘쌍두마차의 공조’라는 분석이다. ●폴크스바겐사 이사 영입… 노동 개혁안 마련 1998년 사민당-녹색당 연정으로 슈뢰더가 처음 총리로 취임했을 당시 독일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2001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급락했고 고질병인 실업률도 크게 증가하면서 경제 전반적으로 침체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현상이 경기 순환적 요인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경제 구조의 취약성에서 생겨난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메스’를 댈지가 문제였다. 수십년 동안 연방 정부가 지원해온 실업자 정책 등 관대한 사회복지제도에 익숙한 노동계의 반발이 불 보듯 뻔했다. 이는 사민당의 지지율 하락을 의미했다. 취임 초기 “실업률 감소가 정책 성공의 잣대”라고 공언했던 슈뢰더 총리가 마침내 2003년 3월 연방 하원에서 ‘어젠다 2010’이라는 칼을 뽑았다. 이를 위해 2002년부터 폴크스바겐사의 피터 하르츠 인사담당 이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해 4단계 노동시장 개혁안을 마련했다. ‘어젠다 2010’의 주요 골자는 ▲노동시장 유연화 ▲사회보장제도 개혁 ▲세율 인하 및 세제 개혁 ▲관료주의적 규제 철폐 등이었다. ●‘어젠다 2010’으로 개혁 토대 다진 슈뢰더 예상대로 반발은 거셌다. 노동조합 등 노동계뿐만 아니라 슈뢰더가 이끌던 사민당 내부에서 강력하게 저항했다. 특히 실업자들의 구직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실업수당을 받는 기간을 32개월에서 12개월(55세 이상은 18개월)로 줄이는 개혁 방안에 대한 반발이 가장 거셌다. 또 사회보장연금을 받는 나이를 65세에서 67세로 높이면서 노동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슈뢰더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미스터 바스타’(BASTA·‘내가 하는 대로 따라와’라는 뜻의 독일어)라는 별명에 걸맞게 개혁 정책을 밀어붙였다. 경기 부양을 위해 소득세율도 낮췄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1인 자영업자의 창업절차도 간소화했다.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면서 공감대를 조금씩 넓혀 갔다. 그러나 경제 개혁의 성과는 당장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개혁 원년인 2003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대폭 늘어났다. 개혁 효과가 당장 보이지 않자 사회보장 혜택이 줄어든 유권자들은 사민당을 외면했고 전통적으로 사민당이 강세였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등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이에 슈뢰더는 ‘조기 총선’으로 정국을 정면돌파하려고 시도했다.2005년 9월 조기 총선 결과 사민당은 제2당으로 전락하면서 기민당과의 연정 파트너로 대연정의 한 축이 됐다. 후임 총리가 지지율을 의식해 독일 개혁의 항로를 바꿨다면 독일 경제의 르네상스는 사라질 뻔했다. 다행히 메르켈 총리는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독일판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메르켈 총리는 ‘어젠다 2010’의 틀을 유지하면서 연금 및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물론 기업세제 개혁, 노동시장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구체적으로 올해부터 법인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등 기업의 조세부담률을 38.6%에서 29.8%로 대폭 낮춰 투자 활성화에 주력했다. 또 실업자 지원정책을 취업 알선 위주로 바꾸고 청소년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확충했다. 신규 직원 채용시 수습기간, 즉 해고 가능기간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메르켈은 과감한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경기 활성화를 위한 투자 확대 방안을 펼쳐 나갔다.‘50세 이상 연령층의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이니셔티브 50 플러스’ 정책을 마련했다. 연방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도 내년까지 총 60억유로를 추가로 투입할 방침이다. ●슈뢰더 개혁 공조… 호황 유지한 메르켈 그 결과 독일 경제는 2005년 부진의 늪을 딛고 2006년부터 호황으로 돌아섰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활기를 띠면서 경제성장률은 2.7%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신뢰 지수도 1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수출이 8.3%나 증가하는 데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보다 0.1% 포인트 높은 2.5%를 달성했다. 독일 노동청 발표에 따르면 실업자 수도 지난해 361만명으로 2006년보다 87만 7000명이 줄었다.‘독일병’이라는 오명 대신 ‘유럽의 새 발전 모델’이란 수식어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독일 경제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가 더 강하게 경제개혁을 추진했어야 했다.”며 “유가 상승과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여파로 국제 경제의 침체는 독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경제개혁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개인복지의 축소, 임금 삭감 등으로 새로운 빈곤층이 형성되면서 구매력이 약화돼 내수가 어려워져 장기적으로는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vielee@seoul.co.kr ■ “좌파 저항속 노동시장 개혁 슈뢰더 아니면 못했을 것” |베를린 이종수특파원|독일 경제 호황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까지 갈까? 궁금함을 풀기 위해 독일의 대표적 거시 경제학자인 볼프강 세잔(64) 코트부스 공대 교수를 12일(현지시간) 만났다. 그는 “독일 경제 호황은 슈뢰더 전 총리와 메르켈 총리의 경제개혁을 비롯, 국내외의 좋은 경제 상황이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구체적인 배경으로 ▲슈뢰더-메르켈 총리로 이어지는 지속적 경제개혁 의지 ▲세계 경제의 호황 ▲기업의 구조조정 ▲임금 인상 억제 등을 꼽았다. 시장경제론자인 그는 더 나아가 “연방 정부 혼자의 힘으로는 현재의 경제 호황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독일 연방정부의 개혁 의지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지는 않았다. 특히 슈뢰더 전 총리의 역할과 관련,“사민당과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노동시장을 개혁한 것은 슈뢰더 아니면 못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결과 슈뢰더 전 총리는 총선에서 패하고 그가 이끌던 사민당은 분열했지만 경제 회복의 토대를 다졌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외로 과소평가했다. 그는 “큰 틀에서 볼 때 메르켈 총리는 경제 개혁을 했다기 보다는 슈뢰더의 개혁을 유지관리했다.”면서 “경제 개혁을 둘러싼 갈등을 조정한 점이나 국제 무대에서 독일의 위상을 드높인 점은 높이 살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잔 교수는 “그러나 이는 경제학자들의 엄밀한 평가고, 국민들은 최근의 경제 호황을 메르켈의 업적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독일 경제 앞에 드리운 그림자도 지적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한 미국의 경제 침체가 세계로 확산되고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독일 경제의 호황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특히 유로화 강세가 독일 경제에 호재만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메르켈 총리가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게 되면 실업률이 개혁 이전처럼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독일 정부는 최근 세계 경제 침체와 금융위기 우려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7%로 낮췄다. 인터뷰 다음날 공항 가는 길에 만난 택시 기사에게 독일 경제 호황의 주역을 물어 보았다. 그는 “슈뢰더냐 메르켈이냐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며 “두 사람의 공조가 주요 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들려줬다. vielee@seoul.co.kr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어록 ▲“실업률 감소가 정책 성공의 기준이다. 다음 총선까지 실업률을 내리지 못하면 다시 선출될 권리가 없다.”(1998.8) ▲“해가 뜨면 기민당(CDU) 덕분이고 바람과 눈, 추위는 ‘악당’인 사민당(SPD) 탓이라고 한다.”(2000.5) ▲“국가의 지원을 줄이고 개인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2003.3) ▲“당신도 개인적으로 경기활성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2004.1) ■ 앙겔라 메르켈 총리 어록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사회 복지다.”(2005. 총선) ▲“국가는 지원만 하는 게 아니다. 국가는 울타리가 아닌 정원사 역할을 해야 한다.”(2006.5) ▲“머리로 벽을 받고 들어갈 수는 없다. 그래 봤자 언제나 벽이 이긴다.” (2008.1. 독일 기차기관사 파업 관련)
  •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39) 바람직한 학기초 행동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39) 바람직한 학기초 행동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 첫 입학한 1학년 학생은 새로운 분위기가 매우 어색할 겁니다. 한 학년씩 올라간 학생 역시 학기 초의 새로운 반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럴까요?담임선생님이 달라지고 교실이 달라지고 교과서가 달라져서 서먹하기도 하지만 학생이 가장 서먹해 하는 이유는 친구들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모든 아이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합니다. 전 학년에서 친구들에게 인기 있었던 아이는 새 학년에서도 여전히 인기 있는 아이가 되고 싶어 하고 그렇지 않았던 아이도 새롭게 시작하는 교실에서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외향적인 아이조차도 학기 초에는 누구와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워하곤 합니다. 많은 아이는 새 학기가 곤혹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선택하는 전략이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가만히 있기는 쑥스럽기 때문에 누군가가 먼저 아는 체 해주기를 기다리면서 다른 일을 합니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합니다. 학기 초의 교실풍경을 보면 많은 아이가 가만히 앉아 각자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 년 가운데 교실이 가장 조용한 때가 바로 학기 초이기도 합니다. 서로 말을 걸어 주기를 기다리면서 서로 다른 일을 합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아이가 용기를 내서 친구에게 말을 건네는 일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다 눈이 마주치는 친구가 있으면 좋으련만 다들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 친구에게 말을 시키면 싫어할 것만 같습니다. 음악을 듣느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친구는 아는 체하면 짜증을 낼 것만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동시에 음악을 듣고 있는 친구는 방해한다고 화를 낼 것만 같아 쉽게 말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다 슬그머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식으로 행동해 버립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한 사람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 자신만의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 행동은 지금 나에게 가능하면 말을 걸지 말라는 낯가림의 신체 언어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누구나 쑥스러워 하는 초기 만남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요사이 학교에서는 많은 활동이 모둠별로 이루어집니다. 학기 초에 결성된 모둠에 따라 공부나 숙제, 발표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학기 초에 수줍음 행동이나 낯가림 행동을 하는 아이는 이 모둠 결성에서 주도권을 얻지 못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어떤 모둠에도 속하지 못하고 혼자서 학교 활동을 하거나 모둠에서 배제된 아이끼리 모인 모둠에서 힘겹게 학교생활을 해 나가기도 합니다. 학업성취도가 우수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요. 학기 초에 심하게 낯을 가리거나 수줍게 보이는 아이는 본질적으로 그렇다기보다는 주위 친구에게 수줍거나 낯가림 행동을 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는 상호작용의 많은 부분이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의 친구거부 행동을 하면서도 왜 다른 친구가 말을 시키지 않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속내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친구들이 마음을 읽어 주기를 바라면서 혹은 알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면서 반응해 주지 않는 친구들에게 속상해 하고 그 속상함이 또 혼자 있는 행동을 하게 하는 악순환으로 흐르면서 결국은 위축행동까지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종래에는 능동적이고 활동적인 모둠 구성원이 되지 못하고 마는 것입니다. 사람의 의사전달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정도이고 나머지는 비언어적 신체언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언어 교육만큼이나 신체언어도 중요하게 교육되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책을 읽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노는 시간에 책을 읽는 행동은 친구를 의도적으로 밀어내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노는 시간에는 친구에게 가까이 가서 눈을 맞추고 미소짓는 것이 공부시간에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신체언어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먼저 아이에게 다가가서 눈을 맞추고 미소지으며 말을 건네는 행동을 실천한다면 아이 역시 학교에서 신체언어를 어렵지 않게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0) 유혹하는 그림 ‘춘화’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0) 유혹하는 그림 ‘춘화’

    신윤복의 그림 ‘춘화 감상’이다. 그림은 간단하다. 방안이다. 왼쪽 위편에 상이 놓여 있고, 무엇을 담는 그릇인지는 모르지만 그릇 둘이 있고, 아래에는 화로가 놓여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아마도 요강으로 보이는 물건이 있다. 두 여자가 무언가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데, 왼쪽 여자는 저고리 깃과 고름 곁마기 끝동을 모두 자주색 천으로 댄 삼회장을 갖추어 입고 있으니, 호사스러운 양반가의 여성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저 커다랗게 틀어 올린 구름 같은 가체(큰머리)를 보라. 이런 큰 가체는 여간한 부자가 아니면 하지 못한다. ●춘화첩 보며 욕망 달래는 소복 입은 과부 왼쪽 여자의 입성에 비해, 오른쪽 여자는 확연히 다르다. 이 여자는 아래 위가 모두 흰옷이다. 저고리 깃도, 옷고름도, 곁마기 끝동도 모두 흰색이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짐작했겠지만, 이 여성은 상중에 있는 과부다. 아마도 남편이 죽었을 것이다. 부모, 시부모가 죽은 사람도 소복을 입기야 하지만, 그 경우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소복을 입은 젊은 여인은 바로 과부일 뿐이다. 두 여자의 앞에 놓인 것은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자세히 보면 예사 그림책이 아님을 알 것이다. 사람 둘이 엉켜 있다. 바로 남녀의 성관계를 그린 것이다. 그림은 여러 장으로 만들어져 있고, 한 페이지씩 넘겨보게 되어 있다. 이 그림은 환하게 그려져 있지만, 사실은 어두운 방안이다. 왜냐고? 그림책 앞의 촛불을 보라. 불꽃은 바람에 날려 오른쪽으로 드러눕다시피 하여 꺼질락 말락 하고 있다. 어두운 밤의 방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은밀히 두 여인이 한밤중에 춘화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과부라 해서 성욕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과부는 참을 수 없는 욕망을 춘화첩을 보면서 달래고 있는 것이다. 과부의 억눌린 성적 욕망에 대해서는 이미 말한 바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문제는 춘화의 존재다. 인간의 성적 욕망 내부에는 포르노그래피를 향한 상상력이 존재한다. 성에 관해서는 그 어떤 치밀한 언어적 표현도 시각적 예술을 넘어설 수는 없는 법이다. 어느 고대건 중세건,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성적 상상력을 구체화한 조각과 회화가 존재한다. 오늘날 인터넷에 범람하는 포르노 사이트야말로 인간의 가장 내밀한, 그리고 한없이 복잡하고 한없이 다양한 성적 욕망을 시각화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수면 위에 떠오르지 않는 무량한 그 형상물이야말로 슬프게도 인간의 리얼리티일 것이다. ●인조 때 중국서 ‘성행위 조각품´ 들어와 그 포르노그래피의 한국에서의 원조가 바로 그림 속 두 여성이 보고 있는 춘화다. 춘화는 중국, 일본, 한국에 모두 있고, 또 서양의 경우는 더 풍부하게 남아 있다. 다만 한국의 춘화는 조선후기에 비로소 생산된 것이다. 박식하기로 이름난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의 여러 글에서 춘화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일부분을 읽어 보자. 일찍이 북경에서 온 그림책을 보았더니 그 속에 남자와 여자가 성관계를 하는 여러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었다. 또 진흙상으로 만든 조각을 상자 속에 넣고 기계장치를 조작해 움직이게 한 것도 있었다. 이름을 춘화도라 했는데, 사람의 성욕을 돋우게 한다 하였다. 대개 북경에서 춘화도가 수입되었고, 때로는 조각품도 있었던 것이다. 특히 진흙으로 만든 조각품 중에는 인형을 상자 속에 넣고 기계장치를 해서 성행위 장면을 재현하도록 하는 신기한 것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규경은 이어서 박양한(1677∼?)의 ‘매옹한록’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 책에 의하면, 그런 그림은 춘화라 하고 그런 조각은 춘의(春意)라 한다 하였다. 이규경은 자신은 두견석으로 조각하고 자작나무 갑에 넣은 춘의 조각을 보았는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했다고 한다. ‘매옹한록’의 기록은 계속된다. 중요한 것이니 직접 읽어 보자. 명나라 말기에 음란한 풍조가 날로 퍼져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혹은 조각으로 만들고 혹은 그림으로 그렸는데, 조각으로 만든 것은 춘의라 하였다. 사신이 와서 바친 예물 중에 상아로 만든 춘의 하나가 있었다. 인조가 승정원에 내렸는데, 상아로 남녀의 면목을 새긴 것으로 기계장치를 작동시키면 남녀관계의 동작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보지 못하던 것으로 모문룡이 우리를 모욕하려고 보낸 것이라 생각했고, 중국사람들이 평소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는 것은 까마득히 몰랐다. 인조가 마침내 깨부수어 버리라고 명하였다. 이때 조정 신하들 중에 손에 쥐고 감상하는 자가 있었는데, 조정에서 그 일을 비판해 그 사람의 청로(淸路)를 막아버렸다. 우리나라의 곧고 깨끗한 풍속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 기록을 보면 인조 때 처음 남녀가 성관계를 갖는 조각품이 전해져 상당한 충격을 던졌던 것이다. 또 이 기록을 통해 인조 당시까지는 조선에 전혀 춘화나 춘의가 없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박양한은 춘의를 만지작거리며 감상한 사람의 벼슬길을 막아버린 것을 두고, 조선이 도덕적인 나라라고 했지만, 과연 그럴까. 이런 향락적 문화는 풍요한 경제력 위에서 가능한 법이다. 박양한 자신이 명나라 말기부터 음풍이 번졌다고 하고 있거니와 사실이 그랬다. 중국에서는 춘화나 춘의가 한나라 이래로 지배층 사이에 유행하였다. 다만 그것이 민간의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퍼진 것은 명대 말기에 와서이다. 명대 말기 상품경제의 발달로 도시문화가 꽃피자 자연히 소비와 향락열이 번졌고, 그 중에서도 특히 성적 욕망이 분출되었으니, 춘의와 춘화는 애당초 경제적 풍요 위에 꽃핀 성적 욕망이었던 것이다. 일본에서조차도 에도막부 이후 도시문화의 발달과 함께 춘화가 서민들에게 널리 유행했다. 화려한 채색 판화(우키요에,浮世繪)로 만든 춘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1719년 제술관으로 통신사행에 끼어 일본에 갔다 온 신유한(1681∼?)은 일본 여행기인 ‘해사동유록(海사東遊錄)’에서 일본의 남자는 품속에 반드시 운우도(雲雨圖)를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성욕을 돕는다고 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 일본의 서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키요에 춘화일 것이다. ●광통교 다리 위에 걸어놓고 팔던 춘화 이규경은 ‘화동기원변증설(華東妓源辨證說)’이란 글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요사이 춘화가 북경에서 들어와 널리 퍼졌다. 사대부들이 많이 돌려가며 보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즉 춘화는 북경에 드나들 수 있는, 또 북경 현지에서 춘화를 구입할 수 있는 세력 있는 양반층이 아니면 접할 수 없는 것이었다. 김창업(1658∼1721)은 1712년 연행정사로 중국에 파견되었던 형 김창집을 따라 북경에 다녀와서 기행문 ‘연행일기’를 남긴다. 이 책의 12월23일 조에 춘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날 선비 차림의 한 사람이 그림을 팔러 오는데, 소년과 미인이 성관계를 하는 그림이었다. 서장관 노세하가 더 들추어 보려고 하자 김창업은 춘화 같다고 하면서 말린다. 김창업은 그 사람을 보고 선비냐고 묻고 그렇다고 답하자 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어찌 춘화를 가져와 남에게 보이냐고 힐책하자 그 선비는 그림을 싸서 달아나고 만다. 이 일화에서 김창업이 정확하게 춘화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김창업은 그야말로 혁혁한 서울의 명문가 안동김씨 집안 사람이다. 형 김창집이 영의정까지 지냈으니 말해 무엇하랴. 이런 명문가가 되어야 비로소 북경에서 춘화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비록 춘화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고 있지만, 그 자신이 춘화를 보지 않았다면 과연 단박에 춘화라고 하는 판단이 나올 수가 있었을까? 이렇게 하여 전해진 춘화는 드디어 조선에서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사대부가에서 춘화를 가지는 것은 별반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19세기 중반에 창작된 서울의 풍물을 노래한 ‘한양가’에서는 광통교 다리 위에서 걸어놓고 파는 그림을 잔뜩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 춘화가 들어 있으며,‘춘향전’의 한 이본에도 춘향의 방 안을 묘사하면서 춘화를 꼽고 있다. 춘화를 감상하는 것은 18세기 이래 조선의 성풍속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던 것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페놀·포르말린 사고 8일째 낙동강 수계 르포

    페놀·포르말린 사고 8일째 낙동강 수계 르포

    “만약 1991년 페놀사태 뒤에라도 선진국처럼 공단과 주요 공장 등에 완충 저류조 설치를 의무화했더라면 지금처럼 낙동강 주민들이 식수오염 때문에 조마조마해하는 일은 없었겠죠. 정부는 늘 예산 타령만 하고 있지만 국민 건강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게 더 솔직하지 않나요?” 8일 오후 경북 김천시 대신동 코오롱유화 김천공장.1주일 전에 발생한 화재로 을씨년스러워 보이는 탱크창고의 가림막 공사가 한창이었다. 화재사건 모니터링을 위해 이곳을 찾은 한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일면식도 없는 기자를 붙들고 다짜고짜 하소연을 시작한다. 지난 1일 코오롱유화 김천공장의 ‘캐처 탱크’ 폭발로 낙동강에 페놀과 포르말린 등이 흘러들어간 지 1주일. 하지만 아직도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삼고 있는 1000만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1991년 페놀 오염 이후 식수오염 사고만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그때마다 당국은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믿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서울신문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낙동강 수계 주요 도시들을 돌며 낙동강 물관리 실태의 허실을 살펴보았다. ●“17년 전에 ‘소’잃고도 ‘외양간’아직 그대로” 코오롱유화를 비롯, 각종 화학공장이 즐비한 김천산업단지에서 만난 환경문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한 것은 완충 저류조의 의무화였다. 완충 저류조란 오염원이 외부로 나가기 전 일정시간 머물도록 설치된 웅덩이를 말한다. 폐수나 빗물 등이 모두 이곳을 거쳐 폐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가게 돼 이번 코오롱 유화공장 사건처럼 오염원이 화재 방재수와 섞여 빗물관으로 흘러나가는 경우에도 완벽한 정화 처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낙동강 수계 내 11개 주요 산업단지 중 완충 저류조가 설치된 단지는 대구 달성산업단지 등 4곳에 불과하다. 저류조 1기당 많게는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다 보니 환경부 장관의 고시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단지에만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업단지라 할 수 있는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조차도 1단지는 2010년,2·3단지는 오는 12월에나 저류조가 들어서게 된다.4단지에는 폐수를 잠시 모아두는 유수지만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고가 난 김천 산업단지에도 완충 저류조는 설치돼 있지 않다.1991년 페놀사태로 ‘황소’를 잃은 지 17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외양간’을 못 고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인재 구미시 수계수질담당은 “완충 저류조 설치가 유해화학물질 오염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개별공장의 경우 저류조 설치가 의무조항이 아닌 데다 비용 부담 또한 만만치 않아 설치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강에 진짜 괴물 있다면 낙동강에는 수십마리 될 것” “영화 ‘괴물’을 보면 한강에 흘러들어간 포르말린이 돌연변이를 만들어 내잖아요. 만약 한강에 괴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낙동강에는 그런 괴물이 수십마리는 나올 겁니다. 낙동강에 유입되는 화학물질은 그 종류와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조차 불가능할 정도예요.” 취재를 위해 기자가 찾아간 대구의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러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영화에 빗대 설명했다. 유출된 페놀과 포르말린이 강물을 타고 취수장을 지나면서 취수 중단 사태를 맞았던 대구시는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형 할인점마다 생수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는 행렬에서 “언제까지 식수 오염에 시달려야 하느냐.”는 불만을 느낄 수 있다. 실제 낙동강 수계의 공업폐수 배출시설은 7648곳. 이 중 페놀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만 해도 630곳에 달한다. 산업단지 밖 소규모 공장과 생산시설들은 자체 보유한 폐수처리시설로 1차 정화만 한 뒤 낙동강에 그대로 흘려보냄으로써 체계적인 감시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낙동강 주변 축산시설 가운데 자체 정화시설을 갖춘 곳은 39곳(2006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별다른 처리절차 없이 폐수를 버리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종류와 양을 파악할 수 없는 수백가지의 유해물질이 매일같이 낙동강에 쏟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구태우 사무국장은 “1991년 페놀사태 당시에도 낙동강에 유출된 페놀이 수돗물 속 염소와 반응해 클로로페놀로 변해 시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었다.”면서 “낙동강에 배출된 유해물질이 다른 성분과 만나 또 다른 피해를 일으키는 2차오염 여부는 현재 파악 자체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강만큼만 엄격한 관리기준 적용했으면…” 9일 오전 부산. 예정대로라면 이곳 역시 유출된 페놀이 이곳을 지나면서 한바탕 대소동을 빚었을 터였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더 이상 낙동강에서 페놀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뉴스를 접해서인지 사람들의 표정은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낙동강 하류에 위치해 크고 작은 식수오염 사고에 시달려왔던 탓에 “이번 오염사고 소식에 또 노이로제 반응이 나타난다.”는 해운대에 사는 한 노인의 푸념이 예사롭지 않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내 수질 오염 관리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그 어느 곳보다 거세다. 실제 우리나라 먹는 물의 페놀 기준치는 0.005으로 아직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다.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모두 우리의 10분의1 수준인 0.0005을 기준치로 삼고 있다. 부산녹색연합 낙동강특별대책위 최종석 위원장은 “한강 수계는 유역에 공단을 세우는 것을 원천 금지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되는 데 반해 낙동강 수계는 강을 따라 각종 공단들이 무방비 상태로 들어선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서울 시민이 먹는 한강 수계와 같은 관리 기준만 적용해도 부산 시민의 근심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천·구미·대구·부산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페놀사고로 대운하 논란 재점화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페놀유출 사고로 또 다시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를 띄우기 위해 강물을 가둬 놓아야 하는 대운하의 특성상, 유출된 유해물질이 순식간에 강 전체에 퍼지면 국토 전체가 ‘환경 대재앙’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낙동강 수계를 보와 갑문 등으로 가둬두는 대운하 건설을 강행할 경우 낙동강을 식수원으로삼는 지역 주민들은 유출된 오염물질에 곧바로 노출될 전망이다. 실제로 경부운하 건설이 강행될 경우 운하 수계에는 16개의 수중보,19개의 갑문이 들어서게 된다. 강물의 이동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과)는 경부운하가 건설될 경우 낙동강 최상류에서 하구언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 19일에서 108일로 6배 가까이 길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구태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금은 유해물질이 유출되어도 시간이 흐르면 낙동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지만, 대운하가 건설되면 그대로 강 전체에 갇히면서 바닥에 가라앉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열흘 안에 조령에서 바다로 흘러가던 물을 석달 이상 웅덩이에 가둬 놓으면 낙동강은 녹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면서 “조류가 죽어 수로 바닥에 가라앉고, 이것이 다시 오염원이 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페놀사고와 관련한 대운하 논란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선진당 지상욱 대변인은 최근 “상수원 주변의 오염 물질로도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서 “우리의 취수원인 강물을 갑문으로 가둬둔 운하에서 발생할 오염사고는 치명적인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대은 부대변인은 “페놀사고로 낙동강 주변 지역이 훼손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 미래 선진한국의 동력을 여기서 멈춘다면 대한민국의 심장은 세계를 향해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구청장 현장브리핑] 박장규 용산구청장 철도 지하화

    [구청장 현장브리핑] 박장규 용산구청장 철도 지하화

    “용산을 가로지르는 철도만 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서울시가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개발해 세계적 도시로 도약하겠다고 하지만 서울 중심을 통과하는 철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선 어림없습니다.” 용산은 ‘분단구’다. 경부선이 동서를 나누고 경원선이 남북을 가른다. 과거 철도는 용산에 축복이었다. 서울역과 남영역, 용산역을 둘러싸고 상권이 형성됐고 적잖은 주민들이 철도 덕분에 일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인구가 늘고 교통량이 폭주하면서 철도는 도시의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3.2㎞ 구간에 횡단로 겨우 6곳 5일 용산의 ‘동서 분단’ 현장인 백범로 고가차로를 찾은 박장규 용산구청장은 발밑을 지나는 7개의 철로를 바라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서울역에서 용산역에 이르는 3.2㎞ 길이의 철도부지는 폭이 40∼120m에 이른다. 철길로 가로막혀 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부지 양편에는 적산가옥 풍의 낡은 벽돌집들이 거대한 슬럼을 형성하고 있다. 또 전체 구간을 통틀어 동·서간 통행로가 남영역 굴다리와 백범로 고가차도, 전자상가 굴다리 등 6개밖에 없는 탓에 출퇴근 시간이면 상습적인 교통정체가 빚어진다. 실제 3.2㎞ 구간을 관통하는 차로 수는 15개. 전체 차로 폭을 더하면 50m 정도에 불과하다. “동·서간 교통량 분산이 이뤄지지 않아 출퇴근 시간 간선축인 한강로의 정체가 극심합니다. 삼각지에서 한강대교까지 30∼40분이 걸릴 정도면 걷는 것보다 느린 수준입니다.” 용산에서만 내리 3선을 기록 중인 박 구청장은 10여년 전부터 철도를 지하화하거나 부지 위에 데크를 놓아 복개하는 방안을 구상해 왔다. 철길을 덮어 도로를 놓고 녹지를 조성하면 동·서간 흐름이 살아나 남·북 교통축의 정체도 완화되고 주변 경제도 활성화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7000억원대로 추산되는 공사비였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부터 철도부지 소유주인 철도공사를 상대로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고 있다. 공사측도 국제업무단지 시행사에 이촌2동의 철도공작창 부지 56만㎡를 8조원에 매각하기로 해 어느 때보다 자금 사정에 여유가 생길 전망이다. ●“개발이익 환원 당연… 철도공사가 재원 부담해야” “8조원이면 철도공사의 수십년된 부채를 다 갚고도 3조원 이상이 남는 규모입니다. 용산에 터를 잡고 성장해 온 공기업인 만큼 이익의 일부를 당연히 지역사회에 환원해야지요.” 주민들 역시 철도공사가 지가상승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게 된 만큼 일부를 사회 환원 차원에서 철도 지하화 재원으로 내놓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사측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박 구청장은 어떻게든 올해 안에 확답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2012년부터 국제업무단지 착공 전 공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선 지하화든 복개든 올해 안으로 결론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구청장은 “구의 힘만으로 거대 공기업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서울시장, 국토해양부 장관은 물론 대통령도 만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문화마당] 한국문학, 왜 노벨상 못 받을까?/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문화마당] 한국문학, 왜 노벨상 못 받을까?/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한국문학은 왜 세계문단의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아직도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가? 우선은 국력이나 국가의 이미지가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아직도 국제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문화적 특징도 국가로서의 매력도 부족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강국으로 만들지 못하고 권력다툼이나 벌여온 우리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유럽에서 열리는 한국문학 행사에 모이는 현지 청중의 대부분이 대사관에서 동원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그들조차도 중국이나 일본문화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의 지명도나 국력을 세계 4위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우리 월드컵세대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국가 경쟁력과 축구실력은 전혀 상관이 없다. 그나마 그 축구실력조차도 고액과외 덕분이라면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다. 한국문학의 외국 현지 출판이 어렵고, 또 번역출판된 후에도 판매가 부진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전통적으로 문학을 좋아하는 프랑스나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문학 번역 작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 그러니 해외 출판사에서 한국문학 번역을 적극적으로 출간하려 할 리가 없다. 유명 출판사에서 한국문학을 출간하면 되지, 왜 소규모 출판사에 출판지원금까지 주면서 출판하려 하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대형출판사에서는 독자가 없어 판매가 되지 않는 책은 아예 출간하려 하지 않는다. 한국문학이 세계문단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문학이 세계문학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민족문학이나 민중문학 같은 것들은 세계문단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것들이다. 지금은 민족주의나 정치 이데올로기가 근간이 되는 문학은 세계 어디에서도 읽히지 않는다. 또 우리 여성작가들이 1990년대에 많이 썼던 사적인 고뇌나 가족 간의 갈등이나 불륜의 미화 같은 것도 오늘날 세계문단에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이 시대 세계문단의 공통관심사를 알려면,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주요작품들을 살펴보면 된다. 예컨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매슈 펄의 ‘단테 클럽’,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그리고 J K 롤링의 ‘해리 포터’에는 모두 지금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공통 주제가 있다. 즉 절대적 진리나 신념에 대한 회의, 또 하나의 진리나 감추어진 역사 새롭게 조명하기, 열린사회와 닫힌사회의 대립, 이분법적 사고방식의 타파, 경계 해체, 스스로를 진리나 순수혈통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독선과 횡포, 그리고 그들로부터 차별받는 소수그룹과 혼혈들의 발견과 인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은 주제들은 지난 60년대 이래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거대한 인식의 전환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부상하려면, 우리 작가들이 그러한 변화를 알고, 세계작가들과 인식을 같이하며, 공통의 주제의식에 동참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동강난 반도에 갇힌 채 우리끼리만 살지 말고, 지금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에 부단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새로운 문예이론을 공부하며, 열심히 동시대 외국작가들의 작품을 읽어야만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 문단에도 ‘장미의 이름’이나 ‘내 이름은 빨강’ 같은 고유성과 범세계적 보편성을 동시에 갖는 훌륭한 작품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럴 때, 세계문단의 인정과 노벨문학상은 자연히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 시화방조제에 태양광발전소 건립

    시화방조제에 태양광발전소 건립이 추진된다. 시흥시는 5일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 도로(총연장 11.2㎞) 중 시흥시 관할 5.8㎞의 자전거전용도로에 시설용량 760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양광발전소는 태양전지 생산업체인 ㈜NDN에너지 등이 사업비 600억원을 투자하는 민자사업으로,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소는 시화방조제 차도 옆 폭 6.5m의 자전거전용도로 3.5∼8m 위에 집광판 4만여개를 덮어 씌우는 터널지붕 식으로 건립된다. 태양광발전소 관리센터는 오이도 조각공원에 두고, 시화방조제 자전거전용도로 양쪽에는 태양광·풍력 가로등 330개가 설치된다. 시는 또 시화호 북측 간석지를 매립해 조성하는 멀티테크노밸리(MTV) 등 연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시흥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민주, 호남發 공천 물갈이 칼바람

    통합민주당 1차 공천자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공천 쇄신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탈락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의 이름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등 본격적인 ‘칼바람’이 예상된다.●단수지역·1차 명단 내일 발표 민주당은 2일 광주·전남,3일 전북 지역 공천 신청자 면접을 마친 뒤 이르면 4일 단수 지역 공천 심사 결과와 1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심위는 1차에서 호남 지역 현역 의원을 의정활동 기준으로 30%가량 물갈이하겠다고 선언했다.A∼D등급으로 나누고 각 등급에 25%가 할당되는 만큼 D등급을 받은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광주 지역의 경우 J·K·J·K 의원 등 4명이, 호남의 경우 S 의원과 최근 당 안팎에서 공천 여부로 주목을 받고 있는 K 의원 등 2명이 D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386 친노’ 의원들과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한 예비 후보들의 탈락설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공천심사위원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대선 패배 등의 주 책임자인 만큼 공천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민주당은 단수공천 지역을 먼저 발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현역 의원이 그대로 굳혀져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물갈이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호남지역 1차 공천 대상자와 함께 발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일 광주·전남 지역 공천 신청자 면접을 실시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면접을 도입했고, 이 지역의 공천 경쟁률이 높은 탓에 현역 의원들조차도 그 어떤 때보다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박지원·김홍업 공천면접 치러 이날 면접장에는 비리 연루자의 공천 탈락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박지원 비서실장과 차남 김홍업 의원도 등장했다. 다른 후보들의 경우 5분 안팎의 시간동안 면접을 치렀지만 박 전 실장은 17분가량, 비교적 오랜 시간 공심위원들의 질문을 받았다. 예상대로 그는 현대로부터 150억 뇌물 수수에 대해서는 무혐의를 받았지만 SK그룹과 금호그룹으로부터 각각 7000만원과 300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특별수행원의 홍보비 사용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김홍업 의원도 15분 안팎의 면접을 치렀다. 김 의원은 과거 비리 연루 사실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이미 심판받은 사건”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박 전 실장은 면접 말미에 자신과 김홍업 의원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는 자료를 공심위원들에게 전달했다. 이 자료에서 그는 “당시 검찰은 언론인 계좌를 추적했다.”면서 “홍보비로 1억 전액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과 관련,“협박·공갈 회유로 인한 조작 수사의 결과로, 이에 죄책감을 느낀 동창이 유언으로 양심선언을 했다.”고 설명했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산단 조성 발목잡는 행정절차

    산단 조성 발목잡는 행정절차

    산업단지(국가·지방) 한 곳을 조성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여론이 높다. 단지내 공장을 건립하는 행정 절차도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산업단지를 만들어 공장을 짓기까지의 행정 절차에만 3년, 공단 조성에 1∼2년 등 무려 4∼5년의 기간이 걸려 기업 유치와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전북도에 따르면 자치단체에서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개발계획 수립, 기초조사, 주민의견 수렴 등 준비 단계에만 12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또 광역자치단체나 건설교통부에 산업단지 지정 신청을 내고 이를 승인 받는 데 6개월 정도 걸린다. 특히 실시설계와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등 개발실시단계 절차를 밟는 데 꼬박 12개월이 지나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4계절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1년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이같은 절차가 끝난 후에도 실시계획 승인을 받는 데 또 6개월의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기간 합치면 4~5년 지나야 완공 공단조성 계획을 수립한 뒤 3년 정도가 지나야 겨우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조성 공사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이다. 관계 부처와 협의가 안될 경우 기간은 한없이 늦춰진다. 행정 절차가 끝나 산업단지 조성공사가 시작돼도 규모에 따라 적어도 1∼2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기업이 공단을 분양받아 공장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4∼5년의 기간이 걸린다. 부안군에 조성하는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의 경우 2006년 7월부터 행정 절차를 밟기 시작했으나 18개월이 지난 현재 겨우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실시 설계를 함께 진행 중이나 실제 공장이 건립되려면 앞으로도 빨라야 2∼3년이 지나야 한다. 정읍 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 역시 2006년부터 행정 절차에 돌입한 지 2년여가 지났으나 아직 실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북은 공단 없어 기업 유치 애로 익산시 삼기 산업단지와 종합의료과학단지 조성 사업도 1년여 만에 겨우 준비 단계만 마친 상태다. 앞으로 농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등 중앙 부처 협의와 각종 영향평가 등 복합한 행정절차가 산적해 있다. 이같이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업 유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북 지역은 최근 서해안 시대를 겨냥한 대기업들의 입주가 늘어나면서 공단을 찾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으나 공단이 없어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실과 맞지 않는 복잡한 행정절차가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새 정부에 산단조성 절차 간소화 등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피델 카스트로 동생 라울 국가평의회 의장 선출…쿠바의 앞날은

    라울 카스트로(76) 국방장관이 예상대로 형인 피델 카스트로(82)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후계자로 뽑혔다. 이에 따라 반세기만에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 없는 국가 운영 실험에 들어갔다. 쿠바의회는 24일(현지시간) 라울을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선출했다고 BBC,AP 등이 보도했다. 지난 1997년부터 후계자 수업을 착실히 받아온 라울은 형 피델이 2006년 7월 장 수술로 병석에 누우면서 권력을 잠정적으로 넘겨받은 뒤 지난 19개월 동안 정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와 형 피델의 신임을 키웠다. 그러나 그도 고령이어서 젊은 세대를 발탁하기 전의 과도기적 집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라울, 피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권력 전면에서 은퇴한 피델은 국정 현안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막후에서 라울을 조종하며 쿠바 통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온건파이며 실용주의자인 라울 시대가 개막됨에 따라 국제사회는 쿠바가 중남미 반미(反美) 선봉에서 벗어나 개혁과 개방정책을 본격화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라울이 현상유지를 기조로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개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델이 살아 있는 한 전면적인 개혁을 단행하기 힘들고, 게다가 2인자인 제1부총리에 혁명1세대이며 공산당 이념전문가인 호세 라몬 마차도(77)가 기용됐기 때문이다. 라울은 선출 직후 연설에서 “피델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인물로 육체적으로 우리 주위에 없을 때도 그가 남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해 피델 사후에도 그의 혁명이념을 계승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미 제국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공개적으로 내정에 간섭해왔다.”고 비난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분석가들은 라울 체제가 출범 초기에는 혁명이념을 공고히 하고 경제난 타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감한 개혁·개방정책, 민주화는 체제 안정에 자신감을 얻은 후에 조금씩 단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개혁개방정책, 과감하기보다 점진적일 듯” 미국의 쿠바전문가 줄리아 스웨이그는 “마차도의 중용은 피델이 추구해 온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성형 이화여대 교수도 “보수성향인 마차도의 기용은 이념적 균형을 맞춘 것”이라며 “라울체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카를로스 라헤(56) 부통령과 펠리페 페레스 로케(43) 외무장관 등 ‘젊은피’들을 시험해 그중 1명에게 권력을 넘겨줄 것”으로 내다봤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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