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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시대] 보스관리, 선택이 아닌 필수다/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글로벌 시대] 보스관리, 선택이 아닌 필수다/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한 대기업 직원이 사장에게 물었다. “사장님은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과 본인에게 잘하는 사람 중 어느 쪽이 좋으십니까?” 그러자 사장이 답하길 “일도 잘하고 나한테도 잘하는 사람이 좋지.” 이렇듯 보스도 감정을 가진 인간이다. 능력이 있는 인재라 할지라도 감정적인 면에서도 보스와 호흡을 잘 맞춰 나가며 보스를 관리할 수 있어야 오래 살아남는다. 보스관리는 현대 경영학에서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이다. 회사라는 곳은 능력으로 판단되는 곳이니 보스와의 인간관계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우리 사회가 어디나 그렇듯이 회사에서도 능력 있는 사람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보스관리는 인재로서 자기 관리의 일부분이 되었다. 지금 보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래서 견딜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스와의 관계에 있어서 우선 자신이 약자라는 점을 좋든 싫든 인정해야 한다. 보스는 언제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니 못마땅하면 사표 쓰라.”는 식으로 최악의 경우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럴 때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하고 뒷짐지고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또한 보스에게 무작정 적응하려고 노력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피하려 하지 말고 원인을 알고 목표를 확실히 하여 적극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부하직원이 보스를 관리하는 이른바 보스관리(managing the boss)를 잘한다면 즐겁고 성공적인 직장생활이 될 것이다. 보스와의 문제를 푸는 키워드는 바로 보스의 성격과 심리, 히든 어젠다(hidden agenda) 등을 파악하는 데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의견충돌이나 대립각의 배후에 있는 보스의 심리상태나 근심, 걱정 등을 보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고 배후에 있는 숨겨진 문제에 집중하여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스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좋은 보스도 있지만 나쁜 보스도 있다. 따라서 언제든지 ‘나쁜 보스’를 만날 수 있다. 회사라는 큰 물줄기를 헤쳐 나가다 보면 ‘악어’처럼 해를 끼치는 보스도 만나기 마련이다. 나쁘지는 않더라도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보스도 있을 수 있다. ‘악어’의 희생물이 되어 당신의 꿈을 수포로 돌릴 것인가, 아니면 ‘나쁜 보스’조차도 당신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것인가. 시도 때도 없이 일만 벌여 놓고 뒷수습은 못 하는 보스, 유명 인사의 이름만 팔고 다니는 인기 지향인 보스, 자기 뜻대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보스, 도대체 배울 점이 없는 무능력한 보스, 최대한 결정을 미루는 오리무중 보스, 자신의 심복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보스도 감당하기 싫은 사람이다. 좋은 보스를 만나지 못했다면 당신의 보스를 당신에게 ‘좋은 보스’로 만들어야 한다. 리더에게 휘둘리는 사람이 되기보다 리더를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보스를 잘 관리하는 사람은 보스와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다. 보스가 궁금해하지 않도록 알아서 먼저 보고하고 소통을 시도하는 직원을 보스는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스관리의 핵심 또한 먼저 다가가는 소통이다. 이밖에 보스를 관리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감동을 주는 방법, 솔선수범하는 방법,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결정해 매진하는 방법도 있다. 삶을 제대로 체험하는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로 타인과의 만남을 꼽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스와의 관계도 ‘오직 만날 뿐’이라는 인생철학이 중요하다. 늘 고대하던, 자신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려 줄 수 있는 그런 보스를 만나면 좋겠지만 그런 보스를 만나지 못한다면 자신이 보스의 수준을 높여줄 수 있도록 스스로 보스를 도와 현재의 직장을 매력적인 직장으로 만들어 보자. 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 “경인운하 편익 계산도 과장”

    “경인운하 편익 계산도 과장”

    2005년 10월 네덜란드 DHV사가 경인운하의 경제성(B/C, 비용 대비 경제 편익) 분석 결과로 1.76을 제시한 연구보고서의 부실·과장 의혹이 커지고 있다. 20억원의 용역비를 받은 DHV사가 물동량 산정을 위해 필수적인 SP조사를 누락하는 등 부실 조사의 정황이 드러난 데 【서울신문 1월9일자 1·3면 보도〉 이어 운하의 편익 계산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경인운하 경제성 논란이 확대됨에 따라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재검증 보고서를 조만간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운하백지화 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DHV 보고서의 물동량이 과다하게 계산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DHV가 미래 물동량 증가량을 산출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예측치를 과거 10년간의 자료로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2006년 8월 정부가 작성한 비전 2030보고서 등을 봐도 향후 GDP 증가율은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 기관 조차도 잠재성장률은 2006~2010년 4.9%, 2011~2020년 4.3%, 2021~2030년 2.8%로 전망하고 있다. 즉, GDP 성장률은 장기적으로 감소가 예상되지만 물동량 추정은 과거 성장률에 의존해 산정했다는 것이다. DHV 보고서는 경인운하 컨테이너 물량의 경우 2011년 36만 6000TEU, 2020년 61만 3000TEU, 2030년 97만 3000TEU로 산정했다. 이에 대해 한신대 임석민 국제경제학 교수는 “총 길이가 18㎞인 경인운하의 경우 화물트럭으로는 20분이면 갈 수 있지만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바지선은 갑문을 통과하고 하역 작업 시간을 계산하면 최소 2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과연 컨테이너 물류업체들이 경인운하를 이용할 것인지는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인운하의 갑문은 화물선은 1개 이상, 여객선은 2개 정도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본지 취재 과정에서 DHV 보고서가 KDI의 경인운하 재검증에 활용된 정황이 드러난 후 관련 정부기관의 해명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KDI의 운하 재검증은 DHV 보고서를 재검토하는 차원”이라고 검증을 제한적인 부분으로 표현했다. KDI의 물동량 분석은 DHV와 동일한 방식인 로짓모형을 사용했다. 반면 KDI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DHV 보고서를 재검증 과정에서 참고했지만 전면적으로 운하 타당성을 재분석해 연구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KDI의 재검증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불가피한 의혹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경인운하 사업의 주요 추진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 논란은 KDI의 재검증 보고서가 공개돼 DHV 보고서와 비교 분석하면 명확해질 수 있다. 현재 국토부 관계자는 “KDI의 재검증 보고서에 대한 공개 방침을 세우고 관련 기관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부장판사들과 함께 하는 법률상담 Q&A] 도난차량 배상책임

    #사례 잡화점을 운영하는 홍길동은 지난해 말 자신의 봉고트럭을 잡화점 앞 노상에 주차시키고 열쇠를 그대로 꽂아둔 채 출입문도 잠그지 않고 10여 분 간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차도둑이 봉고트럭을 훔쳐갔다. 차도둑은 이달 초 술에 취한 상태에서 훔친 봉고트럭을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했다. Q 피해자의 유족들은 홍씨에게 봉고트럭의 주인으로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고, 홍씨는 비록 자신에게 봉고트럭의 열쇠를 그대로 꽂아둔 채 출입문도 잠그지 않고 자리를 뜬 잘못은 있지만 위와 같은 사소한 잘못으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까지 지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유족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홍씨는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질까? A 운전 도중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사거나 도로에 인접한 가게 안으로 짐을 옮길 때, 운전자들은 도심의 주차난 때문에 흔히들 노상에 주차시키고 열쇠를 그대로 꽂아둔 채 볼일을 보러 자리를 뜬다. 하지만 운전자들의 이같은 행동은 전혀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홍씨는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제6호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운전석으로부터 떠나는 때에는 원동기의 발동을 끄고 제동장치를 철저하게 하는 등 차의 정지상태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다른 사람이 함부로 운전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대법원도 차량의 열쇠를 뽑지 않고 출입문도 잠그지 않은 채 노상에 주차시킨 행위와 그 차량을 훔친 제3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와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운전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반대의 견해도 있지만, 판례는 차량을 도난당한 직후나 그로부터 수일 내에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홍씨 사건과 같이 도난당한 때로부터 20일이 지난 시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자동차 보유자의 책임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차량정비업자가 정비를 의뢰받은 자동차를 열쇠가 꽂힌 채 정비공장 마당에 주차해 두었다가 제3자가 야간에 정비공장에 몰래 들어와 자동차를 훔친 후 음주운전하다가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차량의 보관업무를 게을리 한 과실을 물어 정비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만약 홍씨 사건에서 홍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라면 사소한 잘못으로 큰 경제적 고통을 감내해야만 할 것이다. 잠시라도 운전석을 떠날 때에는 반드시 열쇠를 빼고 출입문을 잠그는 것만이 만약의 손해를 피하는 길이다. 송우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매주 금요일자 ‘사람 일 사람’란에 게재하던 ‘김관기 채무상담실’이 이번주부터 ‘부장판사와 함께 하는 법률상담’으로 교체됩니다. 일선 부장판사들이 돌아가며 생활과 관련된 법률적인 문제 등을 Q&A로 상세히 풀어 드립니다.
  • 자본확충펀드 출발부터 삐걱

    자본확충펀드 출발부터 삐걱

    “돈 갖다 써라.” “안 쓰겠다.” 요즘 금융당국과 은행권 사이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정부가 조성키로 한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놓고서다. 자칫 ‘그림의 떡’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초 펀드 조성 취지인 기업 대출과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서는 돈에 붙는 꼬리표(MOU)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돈 준다는데 마다하는 이유 8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까지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되, 일단 은행권의 수요만큼 1차분을 투입할 방침이다. 그런데 뜻밖의 ‘난관’을 만났다. 수요가 저조한 것이다. 현재 신청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곳은 우리, 광주, 경남 등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회사 소속 은행뿐이다. 농협·수협 등도 신청 가능성이 있지만 이들 특수은행은 애초 감독당국의 자본확충 권고 대상이 아니었다. 국민·신한은행은 물론 하나은행조차도 “신청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한다. 그렇다고 강제로 돈을 갖다 쓰게 할 수도 없다. 정부 스스로 ‘기준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7개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를 제외하고 모두 기준치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비율(Tier1) 9%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측은 “현재 은행들을 대상으로 자금 신청을 받고 있다.”면서 “신청액이 너무 적으면 펀드 조성 및 운용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는 당초 1차 수요를 최소 5조원으로 추산했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다른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 신청에 소극적이니까 자꾸 우리만 찌른다.”면서 “2조원이니 3조원이니 하는 것도 금융당국에서 먼저 흘린 숫자”라고 털어놓았다. ●“MOU대신 구조조정 실적 비례 지원을” 은행들이 기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꼬리표’가 달려서다. 정부가 내건 단서 조항은 인수·합병(M&A) 자제,배당 자제,중소기업 대출 확대 세 가지다. 은행들이 더 걱정하는 것은 경영권 간섭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정부가 경영권 간섭을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말 뿐인데다 나중에 전개될 M&A 싸움에서도 불리한 족쇄가 될 텐데 어느 은행이 이 돈을 갖다 쓰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은행들이 정부의 외채 지급보증을 신청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부행장은 “은행들이 대부분 거의 억지로 BIS비율을 맞춰놓은 상태여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비율이 정부 권고치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추가 대출이나 기업퇴출을 최대한 기피할 것”이라면서 “당초 펀드 조성 취지를 살리려면 MOU를 따로 맺거나 이런저런 꼬리표를 붙이지 말고 구조조정을 열심히 한 은행에 인센티브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실적에 비례해 지원금을 책정하라는 제안이다. 이렇게 되면 여러 은행이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어 특정은행만 ‘찍히는’ 문제점을 피할 수 있고 기업구조조정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실리만 놓고 보면 설득력있는 방안”이라면서 “다만 정부로서는 퍼주기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수용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M&A 자제 등은 남의 돈을 쓰기 위해 (은행들이)지불해야 할 최소한의 차용 조건”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어쩔 수 없이 (자본확충펀드에)손내미는 은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드설계 놓고도 정부·한은 고민 깊어 자본확충펀드 설계 자체도 녹록지 않다. 20조원 가운데 10조원은 한은, 2조원은 산은이 댄다. 산은의 BIS비율이 하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묘안을 짜내느라 정부의 고민이 깊다. 산은이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출자하고 캠코가 자본확충펀드에 돈을 내는 방법도 검토 대상에 올려놓았지만, 산은 BIS비율은 다치지 않는 대신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공적자금’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한은도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라는 전제 아래 직접 대출 방식을 통해 지원할 것인지, 이 경우 담보나 손실 회피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심 중이다. 안미현 유영규기자 hyun@seoul.co.kr
  • 15년 공방… 3兆짜리 ‘잠실판 뉴딜’

    15년 공방… 3兆짜리 ‘잠실판 뉴딜’

    롯데는 15년 숙원사업을 풀게 됐다며 크게 반겼다. 롯데는 “행정협의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남은 행정절차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공군의 비행안전 확보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설계대로라면 제2롯데월드는 112층(555m)으로 건립된다. 롯데는 1994년 초고층 빌딩 건립계획을 세우고 국방부와 협의를 벌였으나 국방부가 성남공항의 비행고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반대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서울시 승인절차도 보류된 상태였다. 롯데는 “건축 비용과 주변 교통개선 비용 등으로 1조 7000억~2조원 정도를 투입하고 5년 내 공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공사 중 연인원 250만명, 완공 후에는 2만 3000명을 상시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주변 아파트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도 올랐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아파트는 잠실주공 5단지. 이날 부르는 가격이 3.3㎡당 2000만~3000만원가량 오르고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신천동 월드부동산 김성래 대표는 “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 112㎡는 7억 8000만원으로 호가가 많이 오르고 문의전화도 많다.”면서 “침체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잠실 일대 부동산 시장에 중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희경 윤설영기자 saloo@seoul.co.kr
  • 능력·학벌은 중요하고 학점은 왜 아닌겨?

    취업 희망자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높은 연봉’과 ‘고용 안정’이었다.‘기업문화’는 거의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업무 능력’은 물론 ‘학벌’이 있어야 하지만 ‘학점’과 ‘열정’,‘자격증’ 등은 덜 중요한 것으로 인식했다.  개별기업의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높은 연봉’,신세계는 ‘이미지’,현대중공업·포스코·LG전자·SK텔레콤은 ‘복리후생 및 근무환경’에서 좋은 평판을 받았다.반면 한국전력은 ‘고용 안정’을 최고로 쳤지만 ‘기업발전 가능성’과 ‘많은 인재’ 항목에서 지극히 낮은 점수를 받았고,현대자동차도 ‘높은 연봉’이 선택의 이유이지만 ‘많은 인재’ ‘구성원의 자부심 만족도’ 등에서 거의 점수를 받지 못했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www.saramin.co.kr)은 8일 자사 회원 구직자 1149명을 대상으로 ‘매출액 100대 기업 중 입사 선호 기업’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가 14.4%(165명)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밝혔다.한전(10.3%),포스코(4.9%),현대자동차(3.4%),한국수력원자력(3.1%),LG전자(2.8%),현대중공업(2.7%),SK텔레콤(2.7%),한국가스공사(2.3%),신세계(2.3%),대한항공(2.2%),국민은행(1.9%),KT(1.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구직자들은 삼성전자의 선호 이유로 14개 조사 항목 중 ‘높은 연봉’(43.0%)을 가장 많이 들었다.이는 현대자동차(41.0%)도 마찬가지였다.선호도 2위인 한전은 ‘고용 안정’(57.6%)이 장점으로 나타났다.하지만 한전의 경우 ‘기업발전 가능성’(3.5%)과 ‘많은 인재’(0.8%)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중공업(48.4%),포스코(37.5%),LG전자(37.5%),SK텔레콤(29.0) 등은 ‘근무환경·복리후생 우수’가 선호 이유였다.신세계를 선호한 구직자들은 ‘기업이미지 우수’(37.0%)를 장점으로 뽑아 눈길을 끌었다.  또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업무 능력’(19.1%)이 수위를, ‘학벌’(13.5%),‘토익·토플 점수’(10.4%)가 다음을 이었고 ‘인턴·연수·유학 등 다양한 경험’(9.4%)이 4번째로 자리했다.반면 학점(0.9%)과 열정(5.8%),자격증(6.6%) 등은 덜 중요한 것으로 인식했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구직자들이 학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현상에 대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한학점이 없거나 있어도 평점 3.0정도로 낮게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임 팀장은 “지금은 대학생들이 입학하면서부터 학점을 잘 관리하고 있어서 평점 3.0을 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서 “이제는 기업들이 제시한 기준학점만 넘으면 된다는 사실을 구직자들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업기업 결정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복리후생 및 근무환경’(30.8%)과 ‘연봉 수준’(17.4%),‘기업 안정성’(12.5%)이 10%대를 넘겼다.‘제품 사용’(0.4%)과 ‘고객 서비스 경험’(0.6%)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대기업 입사에 필요한 토익점수로는 800~850점(17.7%) 혹은 850~900점(14.0%)선으로 생각했다.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 입사 합격선은 구직자들의 생각보다 높은 900~930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2009 CES 8일 개막… 전자업계 CEO들 총출동

    국내 전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소비자가전쇼(CES) 2009’에 총출동한다. CES는 해마다 가장 먼저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멀티미디어 전시회로 업체마다 시장을 주도할 첨단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인다. 가전제품의 새로운 흐름 등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전시회라서 각국의 주요 가전업체 CEO가 몰려들 수밖에 없다. 올해 CES도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등 주요 국내 전자업체들과 소니, 샤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노키아, 모토롤라, HP 등 해외업체들이 대거 참가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참여업체 수가 지난해 3000여개보다 300여개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이윤우 부회장을 비롯해 박종우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 이상완 LCD총괄사장, 최지성 정보통신총괄사장, 권오현 반도체총괄사장 등이 CES 행사장을 찾는다. 박 사장은 프레스 콘퍼런스를 통해 올해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 제품 경향을 설명하고, 7일 기자단과 현지 간담회를 연다. 이 부회장과 다른 CEO들은 삼성전자 전시부스를 방문하고 현지 거래처와 만난다. LG전자는 백우현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을 비롯해 지난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강신익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과 안승권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본부장, 안명규 북미지역본부장 등이 참가한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등도 행사장을 방문하고 거래처와 접촉한다.한편 현대기아차도 이번 행사에 완성차 메이커로서는 처음으로 단독 부스를 꾸려 차량을 전시한다. 현대기아차는 마이크로소프트 (MS) 등과 손을 잡고 자동차에 정보기술(IT)를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는 콘셉트카 아이모드(i-mode) 외에 제네시스와 모하비 등을 통해 차량 및 홈네트워크의 첨단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30년 방치 방학역길 새단장

    30년 방치 방학역길 새단장

    30년만에 도봉구 방학역 서쪽 도로가 만들어졌다. 5일 도봉구에 따르면 30년간 미개설 상태로 방치돼 주민불편과 청소년 우범지역 등으로 자리잡았던 1호선 방학역 서쪽 320m 도로가 1년간의 공사 끝에 완전 개통했다. 구는 지저분했던 방학역 벽에 삼색(노랑, 초록, 파랑)으로 무늬를 멋지게 그려 넣었다. 또 도봉산의 아름다움과 도봉 10경 등 멋지게 담은 사진액자 16점,구청 로고 등을 담아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시켰다. 주민들이 방학북부역 중앙버스 정류소를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인도도 만들었다. 이와 함께 방학역 굴다리도 새롭게 꾸몄다. 기존 배수망을 도봉로 방향으로 변경했고 차도는 아스팔트 포장, 보도는 우레탄 탄성포장으로 바꿔 자동차와 주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30년간 주민들의 민원이 잦았던 방학역 주변 정비 사업이 마무리된 셈이다. 어려운 점도 많았다. 방학역사 일부분을 철거했으며, 도로를 무단 사용했던 인근 택시회사 등 사업장의 반대 민원도 만만치 않았다. 임남규 토목하수과장은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주민 모두의 안전과 주거개선 등을 위해 꼭 필요한 공사였다.”면서 “이번에 새로 만든 방학역 서측 도로는 도봉로 이면도로의 기능뿐 아니라 ‘문화의 거리’ 등으로 도봉구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월계1교 교통체증 확 줄인다

    월계1교 교통체증 확 줄인다

    서울 동부간선도로의 대표적 상습정체 구간인 월계1교 부근 차량 흐름이 원활해진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동부간선도로 월계1교에서 의정부 시계간 6.85㎞를 왕복 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완공목표는 2012년 12월이다. 동부간선도로 용비교~월계1교 구간은 왕복 6차선이지만,월계1교~의정부 시계 구간은 2개 차선이 줄어든 왕복 4차선으로 대표적 정체구간으로 꼽혀 왔다.이 뿐만 아니라 하루 교통량이 무려 13만 5000대에 달해 강북지역 교통난을 야기하는 주범으로 꼽혀 왔다. 이번 확장 공사로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불렸던 하계교가 없어진다.하계교는 심하게 굽은 S자 커브 다리로 야간 추락사고가 빈번했던 곳이다.상계교도 사라진다.대신 강 아래로 지하차도를 만들어 중랑천을 건너게 할 방침이다. 시는 이들 두개 다리 철거로 안전성 확보뿐 아니라 중랑천 수위도 17㎝ 정도 낮아져 홍수 피해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밖에 경원선 월계역에서 녹천역 사이 구간이 자리를 옮기고 이 구간을 따라 3개 차선의 도로가 자리한다. 즉 월계1교에서 상계교 구간은 중랑천을 기준으로 노원구에 기존 3개 차로(서울→의정부)와 도봉구에 신설 3개 차로(의정부→서울)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시는 당초 2007년 10월 확장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월계1교~당현교 약 1㎞ 구간에 대한 하천점용 허가를 둘러싸고 서울지방국토관리청과 협의가 지연되면서 착공이 늦어졌다. 이광세 토목부장은 “공사가 마무리되면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연계,서울 강북지역의 교통난해소와 동북부 지역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공기업 CEO에게 듣는다] (9) 김선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공기업 CEO에게 듣는다] (9) 김선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장애인이 먼저 직장에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김선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의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공단은 장애인의 취업을 지원하는 조직이다.직업능력을 키우고,일자리를 찾아 연결해 주는 것이 주업무이다.최근의 경제사정 악화로 일자리 찾기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위기관리 TF팀 운영 김 이사장은 최근 공단 본부와 15곳의 지사, 전국의 직업능력개발센터 5곳 등에 위기관리 TF팀을 구성,운영하고 있다.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 등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TF팀을 통해 공단은 장애인 고용이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또 고용보험 등 실업 관련 기금을 활용해 실직의 위험에 노출된 장애인과 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고 있다. 만약 실직하는 장애인이 생기면 재취업까지 교육과 알선 등을 돕는 방안도 찾고 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의 일정도 대부분 기업의 CEO를 만나는 일에 맞춰져 있다. 훨체어를 이용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3∼4곳을 찾아다니며 장애인 고용을 늘려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기업방문은 더욱 잦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종교지도자들도 만나,종교계가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 및 유지에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늘려 김 이사장은 임기 중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전국에 30곳 이상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장애인 표준사업장은 대기업이 근로자의 30%를 장애인으로,그 가운데 50%는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최고 10억원까지 지원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대기업은 장애인고용의무(2%)를,장애인은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1차적으로 올 연말까지 8개 정도의 사업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현재 3곳과는 양해각서(MO U)를 체결해 놓은 상태다.가장 먼저 설립된 포스위드의 경우 현재 장애인이 30명 근무 중이나 1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필요한 인력 양성을 위해 기업중심의 맞춤형 직업능력개발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공단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맞춤일자리 사업처럼 기업이 원하는 기술,능력을 갖춘 장애인을 양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일자리 창출 역량 높여 김 이사장은 이제 공단이 일자리를 찾아 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 더 심혈을 쏟고 있다.기업주가 장애인을 고용하겠다는 믿음에 의지하기보다 장애인도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일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면 일자리는 더 많이 늘어난다는 믿음이다. 서울시와 국회 등 공공기관에서 장애인이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아웃소싱하는 대부분의 업무를 장애인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국회의 각종 사무 업무에서부터 속기 등 전문업무까지 장애인들도 할 수 있다.공연기획,세탁,청소업무,콜센터,교사,상담원 등 장애인이 할 수 있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다. 김 이사장은 “기업주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조차도 장애인의 직무수행능력을 믿지 못하는 게 문제이다.”면서 “공단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연간 1만 1000개 정도이나 공공기관과 기업주가 인식을 바꾸면 연간 3만여개의 일자리를 장애인의 몫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현재 600여명의 인력과 연간 2300억원의 예산으로 펼치는 각종 사업이 주 고객인 장애인과 기업을 최대한 만족시켜 나갈 수 있도록 경영혁신을 꾀하고 있다.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도록 홍보도 강화하고 장애 어린이의 진로지도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장애인의 실업률은 23.5%로 일반인(3.6%)의 6.7배에 이르러 장애인 4명 중 1명은 실업 상태에 있다.”면서 “장애인의 고용을 높이는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李대통령 국정연설] 이르면 이달 개각… 인선검토 마친듯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비상경제정부 체제로 나가겠다.이에 걸맞은 국정쇄신도 계속 단행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피력했다.바로 이 ‘지속적인 국정쇄신’이라는 용어를 놓고 말들이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시스템 개혁 등 큰 그림의 국정쇄신이라는 해석에서부터 인적쇄신,즉 개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李대변인 “국면전환 깜짝쇼 없다” 이와 관련,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국면 전환을 위한 깜짝쇼는 없다.”며 “필요하면 언제든 인사를 단행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당장 인적쇄신을 포함한 개각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로선 이 대통령의 최측근들조차도 인사 시점이나 폭 등에 대해선 정확히 모르는 상태다. 이 대통령은 당장의 상황적 필요성보다는 국정쇄신을 위한 큰 틀을 재정비한다는 차원의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은 공·사석에서 인사 문제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인사 파일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끝내고 인사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교체될 장관과 청와대 수석 후임으로 3배수씩 추천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후임 장관·수석 3배수 추천설도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부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지난해 말로 당겨서 받은 게 조기 개각 및 청와대 개편과 맞물린 것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인적쇄신은 이르면 이달,늦어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2월25일을 전후해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설로 돼 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하리수, 김구라와 극적화해 “미웠지만 이제 용서”

    하리수, 김구라와 극적화해 “미웠지만 이제 용서”

    개그맨 김구라와 가수 하리수가 방송을 통해 극적인 만남을 갖고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사실 두 사람은 과거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을 진행할 시절 하리수에 대한 욕설을 했고 하리수 역시 공개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낸 적이 있어 껄끄러운 사이다. 오는 2일 방송되는 SBS ‘절친노트’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 이뤄졌다. 이날 김구라는 신세를 진 스타들을 한명씩 찾아가 스타들의 일일도우미로 변신했고 마지막 주인공으로 하리수를 찾아갔다. 제작진은 “김구라가 누구를 만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몰래 촬영을 준비한 제작진조차도 무척 긴장을 했다.”고 촬영장 상황을 전했다. 하리수가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으로 직접 찾아간 김구라는 하리수에게 “내가 하리수씨 결혼할 때 축의금도 냈었다.”며 친근함을 표시했고 하리수 뿐 아니라 남편 미키정과도 만남을 가졌다. 하리수는 이번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매니저와 많은 다툼이 있었지만 김구라가 많이 달라졌다는 소문을 듣고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김)구라 오빠도 힘든 시절이 있었고, 나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세상 살다보면 그 일 보다 힘든 일이 많다. 그 정도야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라며 지나간 일은 잊었다고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였다. 제작진은 “이같은 하리수의 반응에 김구라가 ‘네가 우리 엄마같다. 누나같다’고 말하며 하리수의 넓은 마음에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이날 김구라는 하리수의 음식점에서 손님맞이와 서빙일을 도와주는 등 일일도우미로 나서기도 했다.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새해에는 이런 뉴스만 들렸으면 ②스포츠

    새해에는 이런 뉴스만 들렸으면 ②스포츠

    인터넷서울신문은 2009년 기획물로 ‘희망뉴스’들을 준비했습니다. 첫 회 정치 부문에 이은 두번째 스포츠 편입니다.실제로 아래와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비록 가상이지만 ‘정색하고’ 써 봤습니다.짧은 시간이나마 편히 즐기시고 행복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찬호야 너 때문에 졸려죽겠다”  2009년 한해 국내 야구팬들은 박찬호 때문에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냈다.완벽하게 부활한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녘부터 TV를 켰던 것.지난 IMF 당시 나왔던 “박찬호 박세리 때문에 그나마 살 맛 난다.”는 소리가 10여년만에 다시 들렸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필라델피아 필리스)는 2009년 세계 최고의 메이저리거로 거듭났다.리그 27승으로 다승왕 타이틀을 따내며 사이영상도 거머쥔 것.  한 시즌에 27승 이상을 거둔 것은 지난 1990년(밥 웰치 오클랜드 27승) 이후 처음이다.  박찬호는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뒤 필라델피아행 비행기를 탔다.그가 필라델피아에 새 둥지를 튼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은 “홈구장인 시티즌스뱅크 파크는 타자들에게 유리하다.”며 걱정했다.하지만 첫 경기부터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이더니 거침없이 승수를 쌓았다. 특히 8~9월에만 9승을 올리며 ‘여름 사나이’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박찬호는 시즌이 끝난 후 “지난해 겨울,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많은 이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임에도 오히려 내게 ‘힘내라.’고 격려하는 것을 보고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며 “어깨에 조국을 걸고 국민들의 희망을 던졌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탱크 최경주,사상 첫 그랜드 슬램  ‘탱크’ 최경주가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최경주는 2009년 4월 마스터스 대회 우승으로 ‘그린 재킷’을 입은 뒤,이어진 3개의 메이저대회(US오픈,브리티시오픈,PGA챔피언십)를 모두 석권하며 그랜드 슬램의 기적을 일궈냈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최경주가 ‘황제’ 타이거 우즈와 우승을 놓고 연장 접전을 펼쳤던 마스터스 대회(파72·7445야드)다.  마스터스는 올해로 75년째를 맞이한 가장 권위있는 대회이다.경기가 치러지는 오거스타 내셔널 코스 중 11,12,13번 홀은 ‘최악의 난도’를 자랑(?)하며 일명 ‘아멘 코스’로 불린다.  마지막 라운드 시작전 우즈의 우승이 점쳐졌다.3라운드가 끝날때까지 우즈는 최경주에 4타를 앞서며 ‘황제’의 면모를 과시했다.그러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드라마 같은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4라운드 문제의 ‘아멘 코스’에서 최경주가 탱크 모터를 뜨겁게 달구며 5타를 줄인 반면, 황제는 위용을 잃고 1타를 더했다.이후 최경주는 선두를 유지해 ‘신만이 점지한다’는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의 기록.  황제를 제친 탱크에게 더 이상의 적수는 없었다.그는 세르히오 가르시아(US오픈), 필 미켈슨(브리티시오픈),비제이 싱(PGA챔피언십)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를 각각 꺾으며,진정한 강자로 우뚝 섰다.  이로써 최경주는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주인공이 됐다.더구나 한 해에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진정한 그랜드 슬램’은 타이거 우즈조차도 달성하지 못했을 정도로 진귀한 기록이다.사상 첫 ‘그랜드 슬래머’ 최경주는 골프 역사계에 길이 남게 됐다.  덧, ‘골프의 성인’ 트레이시 존스 주니어(보비 존스)가 1930년 US오픈,US아마추어선수권,브리티시오픈,브리티시아마추어선수권을 한꺼번에 제패했고,우즈가 2000~2001년 4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을 했지만 ‘그랜드 슬램’으로 공인되지는 않았다.    ●박태환,김연아 ‘좋은 시절 다 갔네’  박태환 김연아의 국내 독주 체제가 끝났다.수영의 ‘재빠른’, 피겨의 ‘나자래’ 선수가 ‘제대로’ 성장하며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을 펼쳤기 때문이다.  ‘재빠른’은 2009년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 42초85를 기록, 박태환(1분 42초 70)에 이어 2위로 결승 패드를 찍었다.‘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1분 43초 07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자래’ 선수도 아사다 마오를 잇따라 제치면서 김연아의 최대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올해 17세인 나자래는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하며 ‘피겨 엘프’로 떠올랐다.김연아(163cm)보다 5cm 더 큰 나자래는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한 절도있는 연기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들의 성장이 더 의미있는 건 ‘완벽한 인프라’의 구축으로 인한 결과물이란 점이다.이명박 정부와 재계는 스포츠 강국 육성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시설 확충,지도자 해외 연수 등을 통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꿈나무들을 위한 지원대책도 마련돼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호모 리터니즈/진보경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호모 리터니즈/진보경

    나는 빈 칸에 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다.‘해당 정보와 일치하는 아이디는 다음과 같습니다.jeonghyuns**’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끝 두 자리는 별표로 표시한다는 설명이 붙지만 나머지 철자는 뻔하다.정현수.그러니까 숨겨진 두 글자는 알파벳 ‘oo’인 셈이다.화면 상단의 비밀번호 찾기로 들어간다.아이디와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 인증번호를 차례로 채운다.마지막으로 새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정현수의 보안장치는 너무 허술했다.현실과 가상으로 나누어진 그의 공간.탐사 삼 일째,잠입은 성공적이다. 첫째 날은 집 안을 둘러보고 청소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불청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냄새였다.숙성이라고 해야 할까,부패라고 해야 할까.여러 소(素)들이 섞여 오랜 시간 묵은 냄새.증발된 삶의 흔적들이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고여 있었다.음식 냄새,담배 냄새,가구 냄새,하수구 냄새…….그리고 그의 체취.좀 더 강한 냄새부터 잔향까지.모두가 뒤섞여 도무지 구분되지 않는,냄새들의 저장소.금세 두통이 도졌다.발코니로 다가가 창을 열었다.앞 동은 층고가 낮고 뒤쪽은 야트막한 산이 배경인 아파트의 21층.벌거벗고 집안을 활보해도 될 만큼 자유로운 높이에 그는 살고 있었다.발밑으로 솜뭉치 같은 먼지들이 풀풀거렸다.청소기를 돌리고 썩은 음식들을 내다 버렸다.자정이 넘은 시각,음식물 쓰레기통 뚜껑을 여는 남자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둘째 날은 늦잠을 잤다.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는 그의 침구 속에서,나는 배가 고파 눈을 떴다.냉장고 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생수 두 통뿐이었다.주방 수납장에서 라면 몇 봉지를 발견했다.계란도 단무지도 김치도 없이,끓인 라면을 뚜껑에 덜어 두 끼를 때웠다.정현수의 휴대전화를 충전해 전원을 켰다.다행히 잠금 설정은 되어있지 않았다.전화번호 저장함은 텅 비어 있었다.통화목록도 모두 지워져 아무런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 수백여 통이 쌓여 있다.나는 잠깐 망설인다.메일들을 클릭하는 순간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스팸메일이야 그렇다 쳐도,수신 확인은 그의 실존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되지 않겠는가.어쩌면 나에겐 그것이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우선 광고메일들을 체크해 휴지통으로 보낸다.발신자가 백화점이나 은행,식당,웹사이트 등의 상호로 표시되거나 제목에 ‘대출’,‘오빠’,‘신제품’ 같은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으면 무조건 삭제한다.그러고 나니 순수한 의도와 목적을 가진 듯한 메일 여섯 통이 남는다.지난달에 수신된 두 통은 결혼식과 돌잔치 안내가 제목으로 올라와 있고,한 통은 ‘형 잘 지내요?’로 안부를 전하는 메시지다.네 번째 메일의 제목은 ‘수정 관련사항입니다’,발신인은 ‘한강병원’이다.언뜻 봐선 그의 사적인 일에 관한 내용인 듯싶다.정현수는 유부남이었을까.내용을 살펴본다.안녕하세요.한강병원 원무과 김 대리입니다.제작해 주신 홈페이지에 오류가 발생하여 문의 드립니다.추가로 수정을 원하는 부분도 상세하게 적어두었으니 첨부파일을 참고하세요.비용 관련 협의는 전화로 했으면 합니다.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신인이 ‘리쉬케쉬’인 메일 두 통을 놓고 고민한다.리쉬케쉬는 실명일까,닉네임일까.‘제목 없음’이 제목인 이 메일은 광고일까,아닐까.얼핏 대부업체 상호 같은 느낌도 든다.인터넷 새 창을 열어 검색어를 입력한다. 요가와 명상의 도시 리쉬케쉬.갠지스 강의 상류에 위치한 히말라야의 관문이다.힌두교인의 성지이므로 이곳에서 푸자를 하고 꽃접시를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요가의 본고장이라 수많은 아쉬람과 요가선생들이 있고,비틀스가 구루(guru) ‘마하리쉬 마헤쉬’를 찾아와 머무르면서 더욱 유명해진 도시.장기간 요가와 명상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최적의 장소이며 금주와 채식의 고장.술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고 100% 채식을 하므로 이곳에서는 달걀조차 먹을 수 없다……. 수행자의 도시에서 온 메일.역시 판단하기가 어렵다.어쩌면 그가 가입한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의 이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가입한 카페 목록을 열어본다.삼십대 중반의 남자라면 대부분 가입했음직한 성격의 카페들이 주르륵,여섯 개가 뜬다.등산,음악,사진,재테크,여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CEO클럽.정현수의 직함은 대표이사였다.회사명은 ‘펨토테크놀로지’.첫째 날,그의 명함에 찍힌 회사 전화번호를 눌러보았다.결번이었다.명함 우측 상단엔 ‘네트워크 솔루션’이라는 단어가 인쇄돼 있었다.회사 도메인을 주소창에 입력했다.웹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을 닫게 된 그 회사의 CEO가 정현수였다.한강병원에서 발주를 받은 건 회사를 폐업하기 전이었을까,아니면 이후일까.그가 되기 위해선 그를 완벽히 알아내야 한다.나는 리쉬케쉬에서 온 메일을 열어보기로 결심한다. 수신날짜가 8월 5일인 첫 번째 메일은 사진 한 장과 두 줄의 메시지가 전부였다. 내가 지금 이곳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 잊으려고 노력 중이야.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어.요즘 사귄 새 친구를 소개할게. 허름한 골목길,얼룩소 한 마리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사진.소의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물인지 침인지 모르겠다. 두 번째 메일은 내용 없이 인물 사진만 첨부돼 있다.통통한 체형에 단발머리인 여자는 무표정하다.그렇지만 딱딱하게 굳지 않은,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다.아마도 발신인의 사진 같다.두 통의 메일로는 아무것도 추측할 수가 없다.그녀는 정현수와 어떤 관계일까.수신된 날짜는 10월 17일.내가 그를 발견하기 하루 전에 도착한 것이다. 마른 낙엽을 수북이 덮고 그는 얌전히 엎드려 있었다. 평일 오후의 등산로는 한산했다.매표소 앞 매점에서 김밥과 라면을 사먹고 네 시쯤 오르기 시작한 산행이었다.중년부부 두 쌍과 젊은 여자 한 명,대학생으로 보이는 일행 대여섯 명 정도가 그날 마주친 사람 전부였다.어디서 넘어왔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모두 하산 길이었다.조용한 산길에서 서로 말없이 길을 터주며 걸음을 재촉했다.깔딱고개를 지날 땐 평소보다 심하게 헉헉거렸다.지난밤 과도하게 마신 술과 담배 때문이었다.계곡을 치고 올라온 지 한 시간이 지났다.정상이 눈앞에 보였다.숨이 턱까지 차올랐다.마지막에 사람을 가장 고통스럽게 담금질하는 건 산행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조금 있으면 해가 질 시간이었다.산속의 어둠은 모든 것을 까마득하게 지워버린다.주변은 물론,시야에서 사라진 길 위에 서있는 내 모습 까지도.검은 하늘과 더 짙은 능선의 경계만 구분할 수 있을 뿐이다.야간산행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당혹감을 넘어 두려움으로 온몸을 굳게 만드는 어둠.나는 산속의 어둠쯤 두렵지 않았다.거의 매일 오르내린 덕분에 눈 감고도 헤칠 수 있는 길이었다.호흡은 가빠도 마음은 더없이 고요했다.등산객 이외의 어떤 것으로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 산.그곳에 있을 때 나는 가장 자유롭고 평등했다. 물든 단풍은 정상 근처에서만 볼 수 있었다.발밑에선 낙엽들이 사각,소리를 내며 부서졌다.가을은 아직 오지 않고 가뭄이 세상을 바짝바짝 말리고 있었다.나는 용변 볼 장소를 찾아 길을 등졌다.널찍한 바위 뒤편에 쭈그리고 앉아보았다.굽이진 길 위로 하산하는 일행이 보였다.소변이야 대충 돌아서서 금방 끝낼 수 있지만 엉덩이를 까고 앉아야 하는 일은 더 은밀한 장소여야 했다.아래쪽은 급경사였다.다른 길을 찾아볼 여유는 없었다.나는 내리막 경사를 따라 미끄러지듯 뛰었다.이 정도면 됐다 싶은 곳에 바지를 내리고 앉았다.어느새 파리들이 다가와 윙윙거렸다. 발끝으로 낙엽을 모아 용변을 덮었다.역시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냄새가 심했다.시큼하고 들큼하고 구렸다.손가락으로 코를 싸쥐고 발로 계속 낙엽을 찼다.사위는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대충 정리를 끝내고 비탈길을 오르던 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누가 불러 세운 것 같기도,알 수 없는 신호를 받은 것 같기도 했다.내가 앉아있던 주변을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내려다봤다.불룩하게 솟은 무언가가 보였다.바위도 아니고 흙도 아니었다.나는 슬금슬금 내려가 다시 그 자리에 섰다.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유심히 살폈다.수북한 낙엽 사이로 푸른 옷자락이 보였다.손바닥으로 낙엽을 헤쳤다.역한 냄새가 훅 끼쳤다.푸른 상의에 검은 바지 차림의 누군가가 엎드려 있었다.그의 등에 손바닥을 댔다.차가웠다.이봐요.나는 푸른 옷의 오른팔을 들춰보았다.표피가 터질듯 부풀어 오른 파리 유충들과 딱정벌레 무리가 굼실거리고 있었다. 요동치는 마음과 달리 나는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불현듯 오한이 들고 온몸이 떨려왔다.나는 망설였다.그냥 모른 척 되돌아가고 싶었다.후들거리는 발이 붙박인 듯 움직이지 않았다.휴대전화를 꺼내 ‘119’를 눌렀다.깊은 계곡 안이라 통화불능이었다.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통화를 시도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조금만 기다려요.그 말은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었다.천천히 몸을 움직여 일을 진행했다.구조대원들이 발견하기 쉽도록 그를 덮은 흙과 나뭇가지,낙엽들을 옆으로 치웠다.벌레들이 놀란 듯 꼬물거렸다.파리들이 머리 위를 맴돌았다.냄새 때문에라도 더는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현장 정리를 마치고 돌아서려던 그때,또다시 무언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그의 바지 뒷주머니 위로 반쯤 삐어져 나온 지갑. 나는 침착하게 등산장갑을 손에 꼈다. 어차피 이 사람에겐 소용없는 물건 아닌가.발견한 구조대원이 유족들을 수소문해 돌려줄 수도 있겠지.하지만 나와 같은 누군가가 이것을 먼저 발견한다면…….장갑 낀 손으로 지갑을 빼냈다.몇 장의 카드와 신분증,현금은 십만 원도 채 안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내 의도와 상관없이 유예된 삶에서 벗어날 방도를 궁리 중이었다.좀 더 잘살기 위해 선택한 길인데 어쩌다 보니 한가운데 갇혀버린 채 덜컥 문이 닫혔다.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사람들 또한 그랬다.서른 살 넘은 무직자인 나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어릴 적 친구들뿐.누구도 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나는 이제껏 그 흔한 연애조차 못 해봤다.더 나은 모습으로 더 좋은 상대를 골라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다.현재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없었고 그런 내가 적응할 수 있는 집단이나 장소 역시 없었다.하지만 그건 명백히 내 잘못이 아니다.나는 열심히 노력해 왔다.단 한 번도 샛길로 빠져보지 않은 그야말로 모범생이었다.그렇다 해도 나를 그럴듯하게 돋보일 수식어가 없는 한,내 삶은 유예 중인 거였다.이제 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전면적인 궤도 수정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벌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집마련을 목전에 두고 있는 또래들을 보면 더욱 극심한 절망감에 빠졌다.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오던 길 계속 가는 것도 불안하고 새 길을 찾아내는 것 역시 자신 없다.나는 내 인생의 판을 새로 짜고 싶었다.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갑에서 현금 대신 신분증을 꺼냈다.아이 손바닥만 한 작은 플라스틱 판 안에 그의 정보가 고스란히 들어있었다.이름은 정현수.나와 동성(同性)이고 나보다 한 살이 많다.뿔테 안경에 회색 스웨터 차림의 증명사진 속 그는 나이보다 조금 더 늙어 보였다.주소지는 서울의 남쪽 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이제껏 한 번도 품어보지 못한 생각이,그야말로 섬광처럼 떠올랐다.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댔다.아니다.그것은 전부를 버려야 가능해지는 일이다.지금까지의 나,나의 생활,인간관계,과거 행적까지 모두. 그럴 수 있겠는가. 모든 일은 순식간에 처리됐다.‘그럴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결단은 내리지 못한 채였다.나는 내 지갑의 신분증을 꺼내 그의 것과 맞바꿨다.신용카드 한 장과 그의 명함도 몇 장 챙겼다.현금은 건드리지 않았다.주머니에 지갑을 원래대로 꽂아두었다.오른쪽 앞주머니를 더듬어 휴대전화와 열쇠꾸러미까지 갈취했다.딱딱한 그의 골격이 손가락에 닿았다.헤친 낙엽과 흙을 다시 그의 몸 위에 덮었다.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깜깜한 그곳을 어떻게 등지고 하산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가을밤,산중의 바람은 차가웠다.땀에 젖은 바지가 다리에 자꾸 휘감겼다.어지러워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주저앉았다.멀리서 매점 불빛이 반짝였다.내 삶을 최초로 이탈하는 순간이었다. 두 통의 메일로 봐선 정현수와의 관계를 가늠하기가 어렵다.현재 인도에 머물고 있는 여자는 두 달 간격으로 소식을 전해왔다.그것도 너무나 간략하게.여자의 이전 소식을 알 수 있을까 싶어 메일 보관함을 뒤졌다.정현수가 따로 보관 중인 메일은 없었다.휴지통마저 텅 비어 있었다.그는 관리가 철저하고 주변정리가 깔끔한 사람이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들은 폴더 별로 분리되어 탐사하기가 수월했다.‘사진방’ 폴더를 클릭한다.날짜 및 장소별로 지정된 폴더 안에 인물 사진은 그의 독사진 몇 장뿐이다.나머지는 모두 풍경사진.내친김에 앨범을 찾아보기로 한다.서랍과 책꽂이,장식장,심지어 다용도실까지 뒤졌지만 그 흔한 졸업앨범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그는 누구일까.나는 갑자기 불안해진다.그를 빌리기로 결심한 이후 가장 걱정되는 점이 그의 인간관계였다.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과 통화목록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용기를 내지 않았던가.그러니 오히려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그래도 설마 했지만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최소한의 관계인 가족조차도.모든 인연에 무관한 그의 삶이 어쩌면 의도에 의한 것은 아닐까,궁금해진다. 사흘간의 탐사 끝에 비로소 나는 그가 되어 사는 일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아파트 정문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상가 식당에서 백반을 사먹었다.식사 후엔 동네 주변을 산책했다.나는 정현수 대신,아니 정현수가 되어 거리를 쏘다녔다.그의 옷은 내게 헐렁했다.살을 좀 찌워야 하지 않을까,나는 잠시 고민했다.키는 더 늘일 수 없으니 소매와 바짓단을 줄여야 할 것이다.거대한 체구와는 다르게 정현수는 심플한 취향을 가졌다.살림살이 역시 단출했다.옷장,침대,컴퓨터 책상,주방가구.거실엔 한쪽 벽을 책장으로 채웠을 뿐 마땅히 갖춰야 할 티브이와 소파가 없다.드문드문 꽂혀 있는 책들은 대부분 IT와 경영관련 서적이고 간간이 ‘줄리아나의 리더쉽’,‘협상의 원포인트 레슨’ 같은 처세 관련 책들이 눈에 띈다.옷장 서랍 밑바닥에 통장 대여섯 개가 나란히 깔려 있었다.모든 공과금은 정해진 날짜에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그는 통장마다 맨 앞 장 귀퉁이에 연필로 비밀번호 네 자리를 적어두었다.잔고는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관계없음’으로 인한 정현수의 삶은 외로웠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익숙한 내게는 무척 다행한 일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아버지는 내가 중학생이던 때 엄마와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엄마는 늘 내게 말했다.명심해라.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걸.아버지와 결혼할 당시 엄마는 항공사 승무원 시험 최종합격을 앞두고 있었다.사랑에 빠져있던 엄마는 결혼을 선택했고 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어긋난 거라고.그때 내가 승무원의 길을 택했더라면…….평생을 잊지 못할 아쉬운 선택에 엄마는 탄식했다.그건 모르는 일이죠.그 길에서 또 어떤 일이 엄마를 어긋나게 했을지.어쩌면 지금보다 더 참혹했을 수도 있어요.나는 혼자 중얼거렸다.알밤을 맞을 일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의 고귀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믿는 일이,원래 주어진 참혹한 삶을 인정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였다. 졸업 후 여기저기서 취업 제의가 들어왔다.금융권의 계약직 사원으로 취직한 동기들이 앞다퉈 나를 데려가려고 나섰다.나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이년째 낙방 중이었다.마음만 먹으면 중소기업 정규직 자리도 널려 있었다.서른이 넘도록 용돈을 타 쓰는 일이 괴로웠던 나는 솔깃했다.하지만 엄마가 고집을 부렸다.출발점이 어디냐에 따라 네 인생이 달라지는 법이야.지금 그렇게 아무 곳에나 들어가면 너는 평생 그 좁은 바닥에서 푸드덕거리다 끝날 게다.어려워도 더 넓고 깊은 물에 뛰어들어야 해.나중에 후회 없으려면 엄마 말 잘 들어라.그렇게 삼 년이 더 흘렀다.취업문은 좁아졌고 동기들은 제 밥줄 잡고 있기도 힘겨워했다.엄마는 내가 큰 물에 몸을 던지는 일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나는 지금 첫 단추를 새것으로 갈아치웠다. 받은 편지에 대한 답신을 보낸다.기쁜 날 참석 못해 미안하다.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당분간 메일로만 연락이 가능할 것 같다.안부를 물어온 정현수의 후배에게도 마찬가지 내용이다.리쉬케쉬의 여자에게는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마지막으로 한강병원 김 대리에게 짧은 메시지를 적는다.보내주신 수정안 잘 받았습니다.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마감이 겹쳐 당장은 진행이 어렵습니다.조금만 말미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며칠 후에 전화 드릴게요. H은행 통장정리기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다.입출금 명세를 기록하는 기계음이 찌익 찍,지루하게 이어진다.다른 은행에 비해 시간이 길다.인쇄되는 내용이 많은 걸로 보아 이곳이 정현수의 주거래은행인 모양이다.답신을 보낸 다음날 전화가 걸려왔다.정현수의 휴대전화가 울리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받아야 하나,말아야 하나.벨소리는 길게 이어졌고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잠시 후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한강병원 김 대리입니다.유지보수비 외에 수정비용을 따로 지불해드려야 할까요.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응답을 하지 않으면 또 전화가 걸려올지도 몰랐다.나는 간단히 답신을 보냈다.그건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투입구에서 빠져나온 통장을 받아 살핀다.한강병원으로부터 매달 일정금액이 입금되고 있었다.김 대리가 말한 유지보수비,프로그램에 대한 사후관리비쯤 되는 것인가.그러잖아도 잔고가 떨어져 걱정하던 참이었다. 전화벨이 울린다.발신번호를 확인하고 수신버튼을 누른다.네,정현수입니다.나는 또박또박,이름을 밝혔다.웹마스터 P가 인사말도 없이 웅얼거린다. “요청하신 작업은 사흘이면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아,예.그렇게 처리해 주세요.” “결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갑에서 정현수의 신용카드를 꺼내 일련번호 열여섯 자리를 불러준다. 홈페이지 수정작업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정현수의 실력까지 덮어쓸 순 없었으니까.김 대리에게 답신을 보낸 후 컴퓨터에서 ‘한강병원’ 폴더를 찾아냈다.나로서는 알 수 없는 파일들만 수두룩했다.집에서 가까운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찾아가 기존 프로그램의 수정과 보완이 가능한지를 물었다.담당자는 원본 파일들을 가져오라고 했다.집으로 돌아와 저장장치에 파일을 복사했다.그리고 어제 그것들을 P에게 건네주고 왔다. 지하철 역 입구에 서서 잠시 고민한다.오늘 저녁으론 무얼 먹을까.내가 살던 집 근처엔 할머니 혼자 삼십 년 넘게 꾸려온 순댓국집이 있다.좁은 공간에 테이블 여섯 개가 전부여도 끼니때가 되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맛 소문이 났다.요즘 자꾸 그 맛이 당긴다.정현수의 집으로 가는 길과 순댓국집으로 가는 길은 서로 반대 방향이다.어떻게 할까.주변을 무심히 둘러본다.길 건너 환한 불빛,‘병천○○순대’ 체인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횡단보도 쪽으로 몸을 돌려 걷는다.어쩌면 할머니 순대를 다시 먹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우울해진다.내 안에 축적된 기호와 습성들을 완전히 지울 방법은 없을까.나는,정현수니까. 온라인 원격교육 사이트에 로그인한다.첨삭해야 할 리포트가 다섯 개 올라와 있다.통신교육업체의 수강생들이 문제지를 풀어 올리면 그것을 채점하는 일이 나의 몫이다.각 과정별로 교재는 무료로 제공된다.나는 그 교재를 읽고 함께 제공된 답안지를 참고삼아 점수를 매긴다.의뢰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완료하면 되는 일이다.딱히 어렵거나 촉박하지도 않다.외부활동 없이 집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된다.대신 보수는 적다.리포트 한 건당 삼천 원.그럭저럭 웬만큼만 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며칠 동안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돌며 일을 찾았다.남은 잔고와 한강병원에서 입금되는 유지보수비로는 관리비와 공과금 납부도 빠듯했기 때문이다.앞으로 생존에 관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정현수의 떡고물을 축내려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니까.결과물을 보고 김 대리는 아주 만족해했다.이번에는 그의 전화를 피하지 않았다.윗선에서 따로 비용지불은 어렵다고 합니다.대신 제가 술 한 잔 사도록 하죠. 수강생의 이름을 클릭하고 점수 칸을 채운다.참고가 될 만한 사항은 교재에서 발췌해 따로 코멘트를 달기도 한다.객관식과 주관식 문항에 꼼꼼히 답을 단 사람들에게서 성실한 삶의 태도가 느껴진다.대부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다.교재 내용은 직장 내 소통과 개인적인 성공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회사 내에서 상사가 지켜야 할 점,동료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설득과 대화의 심리학…….틈틈이 다른 일자리를 더 알아봐야겠다.언제까지나 방구석에 처박혀 지낼 수만은 없다.정현수의 전공과 이력이라면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그러기 위해선 공부도 많이 해야 하겠지.새로운 영역을 배우는 일,마음이 설렌다.그리고 상황이 된다면,아니 무엇보다 먼저,연애를 하고 싶다. “선배님,오랜만입니다.” 몸집이 작고 다부진 체구의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나는 한강병원 로비의 회전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김 대리와 만나기로 약속을 정해놓고 전전긍긍했다.지난번 빚진 거 갚아야죠.정 선배님 얼굴도 보고 싶고,한 잔 사겠습니다.처음엔 핑계를 대며 몇 번 거절했다.서슴없이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그가 정현수의 어느 시절 후배인지,그저 의례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일 뿐인지,알아낼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무작정 미루고 있는 것도 불안했다.세 번째 전화를 받았을 때 어쩔 수 없이 수락을 한 거였다.나는 최대한 정현수처럼 보이도록 치장했다.사진 속 그의 것과 비슷한 뿔테안경을 구입했다.옷장에서 가장 낡은 옷을 골랐다.낡은 것은 오래 묵었다는 증거 외에 그만큼 애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두툼한 회색 니트를 꺼내 입었다.키높이 구두를 신었더니 바짓단을 접지 않아도 되었다. “작년 봄 제작 회의 때 뵙고 이번이 두 번째네요.살이 좀 빠지신 것 같습니다.제가 기억하는 선배님 첫 인상은 꽤나 듬직한 체격이었는데요.허허.” 당혹스런 속내와 달리,나는 머쓱하게 웃었다.불판 위에서 고기가 지글거리며 익어간다.김 대리가 잔을 든다. “과묵한 건 여전하시네요.” 선후배 사이긴 해도 두 번째 만남이라고 하니 저쪽도 어색한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취기가 오르면서 분위기는 조금 부드러워졌다.티브이에서 저녁뉴스가 방영되고 있지만 취객들의 소음에 뒤섞여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다.화면과 자막을 흘끔거린다.불콰해진 김 대리는 말이 많아졌다.이 나라 국민치고 내일이 불안하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침체의 늪에 이제 막 첫발이 빠졌을 뿐인데요,자신이 어떤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요.저희 병원도 감원의 칼바람이 언제 휘몰아칠지 몰라 매일 살얼음판입니다.나는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동조와 연민이 담긴 눈길을 보냈다.따끈한 온돌 방바닥에 엉덩이를 지지며 우리는 조금씩 노곤해졌다. “그런데,신 선배는 아직 연락 없어요?” 우물거리던 입놀림을 멈추고 그를 건너다본다.기어이 우려하고 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그는 정현수와 사적인 관계였다.둘의 공통분모,신 선배라니. “아직…….” “참,세상 일 알 수 없고 믿을 놈 아무리 없다 해도 어떻게 신 선배가 그럴 수 있어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이쯤에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야 할까.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면 곤란한데. “정 선배님이야,회사 일로 알게 됐지만 신 선배하고 저는 수업도 같이 듣고 꽤 가까웠거든요.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고요.” 그가 고기와 술을 추가로 주문하고 담배연기를 후,뱉으며 말을 잇는다. “선배님 많이 드세요.형수님 소식도 들었습니다.지난여름 동문 모임에서요.어딘가로 떠나셨다면서요…….혼자서 얼마나 힘드세요.” 나는 점점 궁금해진다.신 선배라는 사람은 정현수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정현수의 아내는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그에게서 떠난 걸까.혹시 리쉬케쉬의 여자일까.이대로 묵묵히 김 대리의 말을 듣고 있어도 괜찮으리라.아마 정현수였더라도,지금의 분위기에선 그랬을 것이다.그의 몸이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린다. “이게 다 신 선배 때문 아닌가요?그 사람 절대 용서하지 마세요.동업자이기 전에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들었습니다.자기 혼자 잘살자고 그런 짓을 하다니요.결국 경쟁사만 좋은 일 시키고,회사 문 닫고,자기는 도망쳐버리고,친구도 잃고,이게 뭐예요.어떻게 정 선배한테 그럴 수 있냐고요…….” 풀썩,김 대리가 옆으로 쓰러진다.불판 위에선 까맣게 눌어붙은 고기조각이 오그라들고 있다. 김 대리의 말을 정리해 보면 신 아무개와 정현수는 절친한 친구이며 동업자였다.그런데 신씨가 정현수를 배신하고 회사를 닫게 만들었다.이후 정현수의 아내가 그의 곁을 떠났다. 만취해 그대로 잠이 든 그를 힘겹게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선배님 잘살아요.김 대리가 눈을 꿈뻑이며 중얼거렸다.나는 그의 등을 두어 번 다독이고 택시를 잡았다. 메일함을 연다.리쉬케쉬에서 메일이 도착했다.‘회귀’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삶의 의미를,내가 사는 이유를 찾아내고 싶어 떠나온 지 벌써 이 년이 지났어.나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지만 그것이 내가 찾아낸 정답이라면 당신은 아마 웃을 테지?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살아야겠어.다시 나로 돌아가 내 삶을 찾는 것이 방법일 거야.이곳에서의 삶도 그곳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사람 사는 모습은 엇비슷하고 어디에 머물든,어떻게 살든,나는 그저 나일 뿐이더라고…….당신 많이 보고 싶다. 여자의 도착 예정일은 11월 28일이라고 했다.앞으로 일주일 후면 그녀는 정현수를 찾아 이곳에 올 것이다.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연은 무엇일까.나는 그녀를 맞이해야 할까,피해야 할까.그렇게 되면 나의 일생일대 프로젝트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삶을 원했던 이유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나는 무능한 사회부적응자였으니까.새로운 길을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가 어려웠다.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모두 접고 다른 일을 시작하기에 나는 너무 많이 와버렸기 때문에.한 번만 더,이번엔 되겠지.미련을 쉽게 접을 수 없었다.모든 것을 내 손으로 허물어야 하는 일이 아직은 자신 없다.그곳으로 돌아가 다시 내가 된다면 똑같은 고민과 패배감에 휩싸여 매일 산에 오르는 일만 반복할지 모른다.나는,나로 사는 것이 두렵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멍하니 바라본다.우측 선반 맨 위,낯익은 제목이 시야에 들어온다.만년수험생으로 타 분야 서적을 읽을 시간이 없던 내게 친구 녀석이 선물해줬던 책.‘잠깐 머문 곳도 내게는 고향’이라는 인상적인 구절이 떠오른다.의자를 놓고 올라가 그것을 꺼내든다.툭.발밑으로 무언가 떨어져 내린다.누런 서류봉투가 반으로 접혀 있다.도톰하다.책을 내려놓고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낸다. 모두 같은 장소에서 찍힌 수십 장의 사진이다.리쉬케쉬의 여자와 정현수.새하얀 예복을 입은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그와 그녀가 공유했던 삶의 윤곽…….봉투와 책을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두고 쫓기듯 도망치듯 나는 밖으로 뛰쳐나온다.정현수 당신,고작 이런 거였어?그를 빌리기로 작정했던 순간 내가 바라던 상황은 이런 게 아니었다.적어도 나보다 나은 인생일 거라 믿었는데…….이런 삶을 나더러 어떻게 살아내라고.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뒷산을 오르고,다시 내려와 걷는다.인도를 따라 무작정 뛰고 헉헉대며 걷다가 호흡이 잦아들면 다시 뛴다.어느 방향이든 상관없다.지극히 외롭고 무거운 그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정현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지 모르겠다.그의 죽음은 우연한 사고였을까.어쨌든 그는 실족하지 말았어야 했다.그렇게 마침표를 찍은 삶을 내가 이어 사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이것은 무늬만 다른 삶 외에 어떤 뜻이 있는가.지금의 삶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가 되고 어느 지점쯤에 다다르면 나는 또 새 판을 짜고 싶어질까. 리쉬케쉬의 여자처럼 나도,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옷장 안 깊숙이 넣어두었던 등산복을 꺼내 입는다.두꺼워진 허리에 바지 지퍼가 올라가지 않는다.허리띠 버클을 조정해 간신히 채운다.배낭을 메고 그의 신분증과 휴대전화,신용카드와 명함,열쇠꾸러미를 주머니에 넣는다.현금카드,통장,그동안 사용하던 물품들은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마지막으로 현관에 서서 집안을 둘러본다.돌아온 그의 여자가 낯선 흔적을 발견할 수 없길 바라며. 어둑해진 산길을 천천히 오른다.사각거리던 낙엽들이 어느덧 수북이 쌓여 발목을 푹신하게 감싼다.오랜만의 산행이라서일까,무거워진 몸 때문일까.걸음이 쉽지 않다.리쉬케쉬의 편지 내용이 떠오른다.다시 나로 돌아가 내 삶을 찾는 것이 방법일 거야.나는 그저 나일 뿐이더라고.새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남의 인생을 덮어쓰는 일,그것은 결국 누구의 삶도 아니었다.과거를 버려둔 채 현재의 나를 바꿀 수는 없는 거였다.그런데 길이 낯설다.그날 내려왔던 그대로 마른 계곡을 따라 길을 잡았는데 이쯤 나타나야 할 바위가 보이지 않는다.하산 길 이정표를 지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는데. 이정표 지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부쩍 떨어진 기온에 으슬으슬 한기가 든다.그를 다시 만나야 하는 일이 내키진 않지만 내 자리로 돌아가려면 이곳을 꼭 거쳐야 한다.빌린 물건을 돌려주고 맡긴 내 물건도 되찾아야 하니까.이제 회계사 시험공부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다시 나로 돌아가 모든 것을 엎고 새 삶을 시작할 것이다.조만간 납골당의 엄마에게 인사드리러 가야겠다.발걸음이 빨라진다.계곡 깊이 내려앉은 어둠에 더 이상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다.랜턴을 켠다.십여 미터 전방에 그날의 바위가 보인다.나도 모르게 진저리를 친다. 바위 뒤를 돌아 내려선다.낙엽더미에 무릎이 푹,빠진다.벌레도 냄새도 거의 사라졌다.춥고 건조한 초겨울의 바람 덕분이리라.발견 당시 유충들의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던 정현수.죽음 이후의 삶은 이곳에서 더 의미 있고 유용했을지 모르겠다.장갑을 끼고 낙엽을 헤집는다.정확한 지점이 어딘지 헷갈린다.앉아 있던 자리 주변을 몇 군데 파헤친다.다시 몇 걸음 옮겨본다.일어서서 발로 바닥을 굴러본다.어느 지점쯤,돌출된 나무뿌리를 밟은 듯 딱딱한 느낌.자리에 앉는다.장갑 낀 손으로 그곳을 더듬어 굴곡을 살핀다.머리끝까지 소름이 돋는다.잘 있었어요…….나도 모르게 울컥,감정이 솟는다. 수분이 빠져나간 그의 둔부는 아래로 쑥 꺼져 있다.지갑이 꽂힌 자리만 조금 도드라질 뿐.나는 챙겨온 정현수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낸다.먼저 휴대전화와 열쇠꾸러미를 그의 바지 앞주머니에 밀어 넣는다.어쩐지 이전보다 헐렁해진 느낌이다.뒷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낸다.휴대전화의 감촉이 손끝에 와 닿는다.채우고 흐르던 내용물이 사라지고 지지대만 남은 그의 몸.갑자기 누군가 머리칼을 잡아챈 듯 정수리에 극심한 통증이 인다.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펼쳐 신분증을 교환한다.꽂혀있던 내 것을 꺼내고 가져온 그의 것을 쑤셔 넣는다.그리고 재빨리 지갑을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둔다. 모든 것은 끝났다.이제 나는 돌아가 내 삶의 새 판을 짤 것이다.그럼,잘 있어요.인사를 마치고 신분증을 내 지갑에 꽂는다.그런데 뭔가 이상하다.손끝에서 느껴지는 낯선 이물감.신분증을 다시 꺼낸다.바닥에 두었던 랜턴을 집어 그것을 비추어 본다.경련으로 요동치는 내 손바닥 위의 이것은……,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그의 주머니에 있던,내가 꺼낸 신분증에 기록된 낯선 사진과 정보.이름 한재우.주민등록번호 690125……. 무릎이 꺾인 듯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그의 지갑에 넣어두었던 내 신분증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정현수가 보관하고 있어야 마땅할 내 물건.대체 누가 나와 똑같은 짓거리를 한 걸까.여기 이렇게 얌전히 엎드려 있는 이 사람은……,누구인가!나는 거칠게 그를 뒤집어 가슴팍을 움켜 일으킨다. 손에 들린 파란 등산복 밑으로 우수수,무언가 떨어져 내린다.
  • [수출이 살 길이다] 올해 수출 기상도

    올해 국내 주요 업종의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조선업종을 제외한 모든 주요 업종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지식경제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라나라의 수출을 이끌어온 반도체와 자동차 품목의 수출 전망은 매우 어둡다.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의 수출이 감소될 전망이다.이미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1월 수출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가 감소했다. 자동차도 30.8%가 감소했고 올해도 수출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요 수출품목으로 부상한 석유화학 부문 역시 기초 원료 사업은 물론 합성수지 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분야에서 감소할 전망이다.철강을 비롯한 섬유,휴대전화,디스플레이,일반기계 등도 올해는 수출 증가세가 꺾이거나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대형 조선사와 기존의 중소형 조선사들은 이미 수년치의 일감을 확보한 만큼 이번 실물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수출증대가 예상됐다.다만 자본여력이 부족하고,도크와 선박을 같이 제조해야 하는 신생 조선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지경부 관계자는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며 “산업 및 고용 기반의 동요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경제전문가 100인 설문] 경제 발목잡는 것은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경색과 세계 경기침체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경기침체의 어두운 터널을 헤쳐 나갈 해법으로는 규제개혁을 통한 기업환경 개선과 투자 활성화,재정지출 확대,일자리 창출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6%(복수응답)가 금융경색,62%가 글로벌 경기 침체라고 답했다.현 정부의 신뢰도 하락이 결국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이 세 번째로 많은 41%를 차지했다.이어 고용불안·취업난(31%),고환율(22%),내수침체(19%),수출 부진(17%)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답했다.다행히 불안한 노사관계(5%)나 반기업 정서(2%)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비교적 적었다. 금융경색에 대한 걱정은 금융인과 기업인이 각각 85%와 73%로 전문가 그룹 중 가장 높은 편이었다.흥미로운 점은 민간연구기관 종사자의 69%가 현 정부의 신뢰도 하락을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지만 정작 경제관료들은 10%만이 공감을 표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또 대학교수 중 14%는 노사관계를 걱정했지만 정작 기업인들은 6%만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경기회복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분야로는 응답자들의 59%가 기업환경 개선과 투자 활성화라고 답했다.이어 재정지출 확대가 58%,일자리 창출이 50%를 차지했다.기업구조조정(33%),저소득층 복지정책 강화(24%),부동산활성화(22%) 등도 뒤를 이었다.반면 세금인하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대답은 각각 12%와 8%로 비교적 적었다.특히 관료들 가운데 세금인하나 한·미 FTA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기업인의 절대 다수인 91%는 규제개혁을 통한 기업환경 개선과 투자 활성화가 경기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70%가 넘는 관료와 국책연구기관 종사자는 일자리 창출을 경기회복의 으뜸과제로 꼽았다.민간연구소 종사자들은 재정지출 확대(63%),교수들은 저소득층 복지확대(57%)를 우선과제라고 생각했다.직업별 입장 차도 분명했다. 금융인의 69%는 기업 구조조정이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답하였지만 기업인은 19%만이 동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이스라엘, 48시간 휴전안 거부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공습 닷새째인 31일 프랑스가 제안한 ‘48시간 휴전안’을 거부하고,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현지 일간 하레츠와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휴전안 거부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 등이 결정했다. 48시간 휴전안은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이 바라크와 2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제안한 것으로,공습으로 고통받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구호품이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48시간 동안 전쟁을 중단하자는 내용이었다.이스라엘 정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제안에 대해 호의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휴전안을 거부한 데에는 안보내각 회의를 앞두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분노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하마스는 30일 가자지구에서 40㎞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에서 일어난 로켓탄 공격을 비롯,대(對) 이스라엘 테러의 배후로 지목돼 왔다.이갈 팔모르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48시간 휴전안은 하마스의 로켓탄 공격 중단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거부 방침을 시사했다.그는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중단하도록 하기 위한 어떤 절차도 없이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멈출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면적인 지상전을 치르기 위해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과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의 안보관련 각료회의에서 2500명의 예비군 추가 소집을 요청했다.바라크 장관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위해 최대한 빨리 내각이 예비군 소집을 승인해 줄 것을 당부한 것을 알려졌다.이스라엘은 앞서 지난 28일에도 6700명의 예비군을 소집해 지상군 투입에 대비한 바 있다. 한편 닷새째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2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레바논 정부는 가자지구에 현금 100만달러를 지원하고,31일을 희생자 추모일로 지정했다.이라크 정부도 가자지구에 의약품과 식량을 지원키로 했다.노르웨이 정부와 중국정부도 각각 430만달러,100만달러의 현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세계보건기구(WHO)는 부상자 5000명을 치료할 수 있는 외과수술용 도구함 50개를 가자지구에 지원할 예정이며 국제적십자사도 의약품 10t을 보내기로 했다. 세계 각지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도 이어졌다.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하와이의 저택 앞에서도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열렸다.가자지구 공습과 관련해 오바마 당선인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알자지라 방송은 31일 “한 달 전 인도 뭄바이에서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오바마는 당선인의 신분으로 테러공격에 대한 비난의 발언을 아끼지 않았으나 이번 가자지구 공습에 있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미 대선 당시 오바마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아랍권의 민심은 점차 실망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일본 자동차社 올 287만대 감산

    │도쿄 박홍기특파원│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 속에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감산 규모가 한층 커지고 있다.3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10개 자동차업체의 올해 감산 대수는 29일 현재 287만대로 집계됐다.불과 한달만에 100만대나 늘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메이커들은 연말연시의 공장 가동 정지일을 늘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의 감산은 150만대 이상,닛산자동차도 35만대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혼다는 31만 4000대,스즈키는 27만 5000대,마쓰다는 14만 8000대 이상,미쓰비시 자동차는 11만대 이상,다이하쓰공업은 4만 6000대,후지중공업은 7만대,히노자동차 2만 5900대,이스즈자동차는 2만 8000대다.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감산 예정치는 지난달 말 시점에서 190만대가량이었다.그러나 당초 일본과 미국,유럽에서 두드러졌던 판매 저조가 아시아나 중동 등지로 확대되면서 감산 대수도 급증했다.게다가 차종도 처음엔 대형차가 주된 감산 대상이었지만 고연비로 인기를 끌던 소형차로도 확산되고 있다.감산 계획에 따라 미쓰비시 후소트럭·버스는 트럭을 생산하는 가와사키공장에서 내년 1월 연말연시 연휴 이후인 5∼12일 8일간 추가로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쓰비시 자동차도 1월에 최대 11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할 방침이다.도요타와 혼다 등도 가동 중단일수를 늘리기는 마찬가지다.일본 정부는 심각한 자동차 불황과 관련,환경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는 업계를 배려해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자동차를 구입하면 자동차중량세나 취득세를 면제해주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hkpark@seoul.co.kr
  • [Seoul In] LP가스 사용 노점상 안전점검

    양천구(구청장 추재엽)내년 1월31일까지 보도와 차도에서 액화석유(LP)가스를 사용하는 영세상인 노점상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구청과 양천소방서,가스판매업체가 함께 재래시장과 지하철역,버스 정류장,횡단보도 주변 등을 중점 점검한다.가스누출과 퓨즈콕 설치,가스용기 보관 적정성,검사받지 않은 가스용품 사용을 살핀다.가스 누출 시설은 공급을 중단하고 개선을 지시한다.건설관리과 2620-3613.
  • ‘길섶에서’ 바라본 무자년 한해 세상살이

     서울신문 오피니언란에 ‘길섶에서’란 코너가 있습니다.소소한 일상에서 느꼈던 감회를 편안한 필체로 옮겨놓는 곳인데 의외로 즐겨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유난히 심란하고 안타까웠던 일들이 많았던 2008년 한해를 돌아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200자 원고지 2.7매밖에 안 되는 짧은 공간이어서 독자를 흡인력있게 끌어당기기 위해 필자들이 겪었을 고뇌와 번민이 오롯이 드러나는 곳이기도 합니다.물론 필자들의 재주를 비교 감상(?)하는 재주는 덤입니다.올 한해 이 란을 수놓은 기사들 가운데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한 10편을 골랐습니다.오프라인에서는 얼마나 많은 독자가 어떤 글을 읽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부득이하게 온라인 클릭수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덕망있는 논설위원님들이 많은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공간인데 클릭 수만으로 재단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기도 하고 무람한 짓인 것 같기도 합니다.해서 순위를 일부러 엉크려 날짜 순으로 배열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많은 클릭 수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만 말씀드립니다.  아무쪼록 2009년 기축년에도 이 란을 채워가는 여러분들이나 이 란에서 삶의 여유와 희망을 느꼈던 독자 여러분 모두 행운이 가득하기를 빌어봅니다.아울러 절망보다는 희망의 노래가 가득 울려퍼지길 기대해 봅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상심의 계절(2월5일)  깊은 밤이다. 메피스토 왈츠가 춤춘다. 작곡가 겸 피아노 연주자 리스트의 곡이다.‘선술집에서의 춤’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겨울 밤 그림자가 창가를 맴돈다. 리스트의 연주는 현란했다. 평론가들은 “피아노가 없어지고, 소리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천재적 연주만큼이나 쇼맨십이 뛰어났다고 전한다. 여성팬을 몰고 다녔다. 그는 관객을 향해 초록색 장갑을 던졌다. 오빠부대 동원의 원조라고 할까. 질투와 비난이 쏟아졌다.  화가 엘그레코가 없었다면, 스페인의 고도 톨레도가 지금처럼 화사한 빛을 더할 수 있었을까. 그는 성당 벽화 등에 ‘암호’를 남겼다. 중심 인물은 둘째, 셋째 손가락을 벌리고 있다. 자신의 그림이라는 표시다. 성화엔 사인을 할 수 없어서였다. 사람들은 속물 근성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지금은 리스트, 엘그레코의 ‘돌출’을 인간적인 측면으로 이해하는 목소리가 높다.‘트로트의 황제’ 나훈아의 바지지퍼가 여전히 화제다. 꿈을 잃었다고 했다. 견디기 힘든 고통속에서 돌출된 인간적인 몸짓으로 이해한다면, 지나친 옹호일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성장통(2월6일)  요즘 이유 없이 몸이 피곤하다. 뼈마디가 쑤시고 잠자리도 편치 않다. 저항력이 떨어졌는지 알레르기도 심해졌다. 자고 일어나도 몸이 찌뿌듯하고 얼굴은 푸석푸석하다. 컨디션이 이 지경이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쉽게 울적해지고, 쉽게 노여움을 탄다.  이런 증세를 얘기했더니 한 동료가 ‘성장통’이라고 진단했다. 나이가 드느라고 아프다는 것이다. 오십견, 갱년기 장애라는 것도 모두 성장통의 한 유형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동료는 “성장이 멈춘 지가 언젠데 성장통이 웬 말이냐?”며 ‘사추기’라고 했다. 인생의 가을을 맞아 마음이 심란해지면서 오는 병이라고 했다. 좌우에서 날아온 강펀치를 맞고 얼얼해 있는데 또 다른 동료가 어퍼컷을 날린다.  “성장통은 무슨, 그건 나이가 들어 근육이 쪼그라들면서 나타나는 ‘수축통’이다.”라고. 억장이 무너진다.  어느덧 인생의 절반을 넘게 살았다. 나머지 생을 잘 살려면 몸과 마음을 제대로 재정비해야겠다. 몸은 건강하게, 마음은 넉넉하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아름다운 시절(3월27일)  며칠 전 작가 이봉구의 ‘명동백작’서평을 봤다. 어둡지만 낭만이 샘물처럼 넘쳤던 1950·60년대 풍류객들 이야기다. 박인환 시인에 대한 회고담이 나온다. 그는 서른 나이에 술과 함께 세상을 떴다.‘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박인환은 어느 술집서 단숨에 ‘세월이 가면’을 썼단다. 저자는 박인환이 활개쳤던 명동이, 가장 아름다웠던 명동이라고 추억했다. 사랑노래가 잡힐 듯하다.  어느 문인의 황망했던 여고시절 추억담이 떠오른다. 새 학기였다. 담임 선생님이 액자를 들고 왔다. 마른기침 끝에 “반훈(班訓)을 만들어 왔다.”고 했다. 액자가 올라갔다. 칠판위 하얀 벽으로 눈동자가 옮겨졌다.‘첫 사랑을 잊지 말자’ 학생들이 까무러쳤다. 포복절도에 교실이 떠내려갔다. 첫 사랑을 그토록 상찬한 선생님은 어떤 이였을까. 박인환류의 사랑 당부였을까. 꿈 많던 시절의 추억을 잊지 말라는 주문이었을까. 사랑없는 사랑이 넘친다. 명동백작이 그리운 시대다.‘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이 새삼 아프게 다가온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자유로운 새(5월20일)  숙제처럼 쌓아 두었던 ‘카르티에 소장품전’과 ‘티파니 보석전’을 토요일 오후 반나절에 모두 다녀왔다. 일본에서 온 손님 덕분이었는데 아름답고 진귀한 보석 구경에 내 눈은 잠시나마 엄청난 호사를 누렸다. 내 것이 될 수는 없는 것들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143.23캐럿의 에메랄드가 박힌 카르티에 목걸이,128.54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로 된 티파니의 브로치 등 엄청난 보석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수백점의 보석 가운데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카르티에 전시회에 소개된 자그마한 브로치였다.  디자이너 장 투생의 1944년 작품으로 ‘자유로운 새’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브로치다. 새 한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형상이다. 그런데 그 새는 새장 속이 아니라 밖에 앉아 있다. 독일의 점령에서 해방돼 자유를 되찾은 프랑스를 표현한 것이란다. 얼굴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고 가슴은 붉은 산호, 날개는 남색 청금석으로 만들었다. 파랑, 빨강, 흰색의 세가지 색깔은 프랑스를 상징한다. 새장 밖의 새…. 생각만해도 자유롭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배호가요제(5월24일)  ‘안개 낀 장충단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요절가수 배호(본명 배신웅·1942∼1971년)를 기리는 ‘배호가요제’가 어제 서울 장충단 공원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동네 골목에 붙은 홍보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올해로 벌써 열두번째란다. 팬클럽인 배호사랑회가 주최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불멸의 히트송 ‘안개 낀 장충단공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뽑은 한국인의 열창 성인가요 20위에 올랐다. 배호는 37년전 세상을 떠났지만 팬들은 그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가수의 이름을 붙인 가요제가 명멸하고 있지만 배호가요제가 롱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0년대 노래방이 등장해 노래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기 전에는 숟가락을 마이크 삼거나 젓가락 장단으로 노래를 불렀다. 참 많이도 불렀다. 오죽하면 ‘노래를 못하면 장가(시집)를 못간다. 엽전 열닷냥∼’하는 노래 촉구송도 있었을까. 우리나라는 노래방이 가장 많은 나라이고 심지어 노래는 한국인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다. 팬들이 꾸려가는 배호가요제는 노래를 향한 한국인의 목마름인 것 같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사람의 향기(7월23일)  인사동을 지나다 우연히 백단향 한통을 구입했다. 제사 때 피우는 일주향(一炷香)밖에 모르던 문외한이 향을 알게 된 것이다. 가족들이 타박했지만 향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여름철엔 시골 뒷마당에서 태우던 짚불처럼 모기, 파리를 쫓아주니 ‘아로마 테라피’가 따로 없다.  용연향(龍涎香), 사향(麝香), 침향(沈香)을 3대 향으로 꼽는다. 팥꽃나뭇과의 상록교목을 벌채해 땅 속에 묻어서 썩인 다음 흘러나온 수지(樹脂)를 수집하여 만드는 침향이나 사향노루 수놈의 샘에서 분비되는 사향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용연향은 향유고래가 즐겨먹는 대왕오징어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토해낸 소화분비물. 용연이란 말 그대로 ‘용이 흘린 침’. 귀하고 비싸다.  주위에 번지르르한 얼굴과 말로 우리를 현혹시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도종환시인이 빗댔다. 향유고래나 사향노루, 팥꽃나무 모두 향기나는 음식을 먹어서 향을 내는 것은 아니며 그들은 그저 바닷물과 풀과 햇빛을 먹었을 뿐이라고. 사람의 향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실패의 교훈(7월25일)  “이제야 인생을 알게 됐다.”선거에 출마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한 선배의 변이다. 정무직인 장·차관만 빼놓고 여러 고위급 보직을 섭렵하는 등 순탄하기만 한 공직생활을 한 그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퍽 달라져 보였다. 항상 진지하고 모범생 분위기만 풍기던 그가 이젠 실없는 농담도 곧잘 던졌다. 일생일대의 좌절을 맛보았는데도 종전보다 더 낙천적으로 바뀐 그를 보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문은 금방 풀렸다. 그 스스로 “선거에 진후 한때 절망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실패한다고 해서 사람이 아주 죽으란 법은 없다는 요지였다. 선거의 패인도 자신의 오만에서 찾는다고 했을 때 그 말의 진정성도 느껴졌다.  그렇다. 누구나 마음먹기에 따라 절망의 심연에서도 희망의 샘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법이다. 염세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조차도 “강을 거슬러 좌절을 경험한 사람만이 자신만의 역사를 갖게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선생의 편지(8월2일)  한창 소설에 빠져있던 고3 여름 무렵이었다. 인생엔 책밖에 없다며 입시 공부는 저만치 제쳐 놓았던 시기다. 집에서 가라던 공대를 포기하고 문학계열로 진학하겠다고 선언한 뒤로 방을 책으로 채워갔다. 책꽂이에 늘어가는 책만으로도 작가가 된 것처럼 의기양양하던 어느날, 불안감이 엄습했다.  습작이랍시고 해보는 글들이 제 눈에도 형편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대 위기였다. 그래서 편지를 낸 것이 이청준 선생이었다.“제게 글쟁이 자질이 있나요.”가 골자인 편지였다. 대작가가 답장 따위 보내 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스스로를 질책하는 편지였으니.    2주쯤 지나서일까, 선생이 답장을 보내왔다. 파란색 만년필의 달필이었다.“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공부하시오. 대학에서 경험과 노력을 쌓을 기회는 많으니 말이오.”라는 요지였다. 비록 길을 틀어 신문쟁이로 늙어왔지만 한낱 고등학생에게 5장이나 답신해준 선생의 따뜻한 격려는 아직도 마음속에 살아 있다.  황성기 편집국 부국장 marry04@seoul.co.kr   ● 버킷 리스트(10월13일)  영화 ‘버킷 리스트’를 DVD로 빌려 봤다. 잭 니컬슨, 모건 프리먼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출연하고 롭 라이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버킷 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말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66살 동갑내기 갑부와 자동차 정비사가 병실에서 만나 의기투합, 목록을 작성하고 실행에 옮겨본다는 내용이다.  의미있는 죽음에 대한 고찰과 죽음으로써 완성되는 삶의 미학을 관조하는 영화다. 스카이다이빙하기,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 장엄한 광경 보기 같은 난제도 있지만 문신하기, 눈물이 날 때까지 웃기, 낯선 사람에게 친절하기처럼 손쉬운 목표도 세웠다.  난 무얼 꼽을까. 얼핏얼핏 생각은 했지만 아직 절실하지 않은 탓인지 정리하지 못했다. 특정시기의 목표나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몇가지 정해 보기는 했지만 인생을 망라한 것은 아니었다. 단순명료화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차일피일 미룰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나의 버킷 리스트엔 무엇을 올릴 것인가. 숙제가 생겼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   ● 노팬티 아이들(10월24일)  이따금 경북 상주 과수원에 가서 자원봉사하고 돌아오는 아줌마가 들려준 이야기다. 인근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5학년 자매들이 과수원으로 와 낡은 그네를 타고 놀았다. 별다른 놀 것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우연히 못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이들이 속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주위를 통해 알아보니 자매들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이른바 ‘조손’(祖孫)가정이었다. 조손가정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일까 싶었다.  서울로 와 아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와주자고 했다. 옷, 학용품 등을 챙겨 지난 추석 과수원을 찾았다. 물론 아이들의 속옷도 준비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소용이 없었다. 옷이 갑갑하다며 다시 벗어 던졌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밀림에 사는 소년 이야기가 떠오르더란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 절대빈곤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조차 못받는 극빈층도 적지않다. 가난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양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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