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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논쟁의 장은 열려야 한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논쟁의 장은 열려야 한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얼마 전 메일함에서 눈에 띄는 메일을 한 통 발견했다. 메일을 보낸 측은 생물학 연구정보센터의 과학분야 설문조사기관 SciON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교과서 시조새 관련 논란’에 대하여 설문조사에 응답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실시된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현재 SciON에 공개되어 있다. 최근 오래전 멸종된 시조새의 족보(?)를 둘러싼 갈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이하 교진추)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냈고, 이에 고등학교 과학교과서를 출간하는 7개의 출판사 중 5개가 이 청원을 받아들여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시작된 갈등이었다. 이 사건을 접하자마자 도버교육위원회 사건이 떠올랐다. 2005년 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소도시 도버의 교육위원회는 ‘진화론은 생명체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일한 과학이론이 아니기에, 생물학 시간에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도버 지역 학부모 11명은 해당 지침이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 논쟁은 그해 12월 ‘지적 설계는 과학 이론이 아니라 종교 이론이기에 이는 위헌’이라는 판결문을 통해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최근 시조새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움직임은 도버교육위원회 사건의 그것보다 더욱 석연찮은 느낌이 든다. 사실 이전부터 진화론은 확정된 이론이 아니라 단지 ‘가설’에 불과하며, 지적 설계가 종교적 교리를 넘어 과학 이론이 될 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은 심심찮게 제기되어 왔다. 이는 진화론을 비롯한 고생물학 연구가 가진 본질적인 한계 탓이다. 진화론의 경우, 연구 대상이 품고 있는 시간의 길이와 간극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그것을 훨씬 넘어서기에 남아 있는 몇 가지 화석을 징검다리 삼아 이론의 상당 부분을 논리적 추론으로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SciON의 응답자 다수가 지적했듯이 시조새를 둘러싼 문제 제기에서는 진화론 자체의 취약점보다는 이 논쟁을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취약점이 더 많이 노출되었다. 교진추의 청원이 제시된 이후 교과서에서 해당 부위가 삭제되는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청원에 대한 정확한 검토나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토론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삭제하여 아예 이에 대한 논쟁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서둘러 이를 덮어 버리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이 여기에서도 역시 드러난 것이다. 사실 세상 모든 과학 이론은 완벽하지 않다. 철저한 종교배척주의자이자 과학중심주의자인 리처드 도킨스조차도 과학 이론은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킨스는 그렇기에 과학 이론이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과학이론은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언제든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이전의 이론을 버리고 새로운 이론으로 거듭날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가치 있는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이번 시조새 논란은 과학 이론이 가진 ‘열린 자세’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누구든 특정 과학 이론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반론을 제기당했다는 것이 그 이론이 틀린 것이거나 가치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서 말했듯 진화론은 태생적 한계로 인해 그 어떤 과학 논란보다 반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반론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덮어 버리거나 삭제하게 된다면 해당 이론은 결국 사라져 버릴 것이다. 중요한 건 반론이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론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심도 있는 논쟁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논쟁의 장조차 열어주지 않은 채 서둘러 문제를 봉합해 버리려는 태도가 오히려 더 우려스러운 것이다.
  • 덕유산 칠연계곡…일곱 개의 연못·폭포가 한 줄로

    덕유산 칠연계곡…일곱 개의 연못·폭포가 한 줄로

    덥습니다. 한여름은 아직 당도하지도 않았는데 더위는 벌써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가뭄까지 겹쳐 어지간한 개천들은 말라깽이 칠십 할머니 젖가슴만도 못하게 쪼그라들었지요. 이럴 땐 수량 풍부한 계곡에 들어 시원하게 탁족(濯足)을 즐기는 게 최고일 겁니다.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덕유산은 안으로 젖줄기 같은 계곡을 여럿 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전북 무주의 칠연계곡입니다. 일곱 연못 사이에 일곱 폭포가 있다고 해서 이른바 ‘칠폭칠연’(七瀑七淵)의 정취로 이름난 곳입니다. 명성으로야 구천동계곡을 따라가겠습니까만, 세상엔 2등만의 풍경도 있는 거지요. 한여름의 구천동이 갖지 못한 적요함, 그리고 작고 예쁜 폭포와 연못 등 독특한 풍경들을 품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에 발을 씻고 기껏 무주까지 와서 구천동계곡은 건너뛰고, 칠연계곡으로 가란다. 그게 무슨 얘기냐는 푸념이 나올 만하겠다. 그렇다면 늘 가던 곳만 갈 거냐는 반문 역시 성립하지 않을까. ‘무슨 산=어느 계곡’이란 정형화된 등식으로 스스로를 얽매는 건 옳지 않다는 거다. 칠연계곡의 정체성은 뭔가. 단답형으로 규정하긴 어려우나, 빼어난 탁족처라 한다면 무리가 없지 싶다. 흐르는 물에 발을 씻으며 더위를 쫓기 좋은 곳이다. 선조들은 탁족을 세속에 얽매이지 않는 초탈한 삶의 비유로도 썼다. 아이들과 물놀이를 할 사람은 일찌감치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리는 게 좋겠다. 물놀이 즐기기 적당한 얕고 너른 개울이 드물기 때문이다. 대신 작고 예쁜 소(沼)들이 많다. 소 주변에서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늘어지게 오수를 즐기거나, 책을 읽기 딱 좋다. 칠연계곡의 소들은 거개가 작다. 위험해 뵈는 곳도 많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소라도 물이 도는 곳은 위험할 수 있다. 덥다고 수영금지 표지판이 붙은 소에 무턱대고 뛰어들지 말라는 뜻이다. 아울러 소 주변은 매우 미끄럽다. 오르내릴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흔히 칠연계곡의 들머리를 덕유산 안성탐방지원센터로 잡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용추폭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게 옳다. 폭포치고는 비교적 흔한 이름인 데다, 차도에 인접해 있어 스쳐 지나기 십상이지만, 깊은 산자락에 꼭꼭 숨어 있었다면 ‘비경’ 소리를 들었을 만큼 빼어난 자태를 하고 있다. 용추폭포를 품고 있는 마을은 사탄동이다. 부디 이름만으로 ‘종교적인 핍박’을 하진 마시라. 한자로는 모래 사(沙)에 여울 탄(灘)을 쓴다. 한글로 풀면 모래여울 마을이라는 예쁜 이름이다. 사탄동에서 좀 더 위로 올라가면 통안마을이다. 통안마을 위로는 ‘점방’(작은 가게) 하나 없다. 마실 물 등은 이 마을에서 준비해 가야 한다. ●늘어선 활엽수림… 짙푸른 숲그늘 이러구러 숲길로 접어든다. 안성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곧바로 칠연계곡이 이어진다. 신갈나무와 고로쇠나무, 물박달나무 등이 계곡을 어루만지며 늘어서 있다. 아그배나무와 함박나무 등 잎이 도드라진 나무들도 간간이 얼굴을 내민다. 깃대종(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중요 동·식물)은 구상나무지만 눈에 띄는 나무는 죄다 활엽수다. 당연히 숲그늘도 짙푸르다. 침엽수에 견줘 피톤치드는 적겠으나, 그만큼 쉴 곳이 많다. 바람 소리도 곱다. 침엽수의 뾰족한 잎을 스치는 새된 소리에 견줘 훨씬 부드럽고 상큼하다. 물은 더없이 맑다. 그 안에 깃대종인 금강모치 등이 산다. 탐방지원센터 관계자는 요즘 어디서 들어 왔는지 무지개송어와 산천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했다. 금강모치 등 작은 물고기들이 이들의 주요한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최근 덕유산 국립공원 측이 생태계 교란종에 대한 퇴치작전에 돌입한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계곡을 왼편에 두고 산길을 오른다. 한 굽이 돌 때마다 여울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계곡 밖의 들녘은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상황. 하지만 칠연계곡을 흐르는 물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칠연계곡은 덕유산의 서쪽 사면을 타고 흐른다. 동쪽으로 흐르는 구천동계곡과 반대 방향이다. 명성의 차이만큼, 방문객의 발걸음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같은 덕유산의 물줄기인데도, 칠연계곡 탐방안내소 관계자들이 은근히 건너편의 구천동에 경쟁 의식을 갖는 이유다. 풍경도 낫고, 덜 알려져 조용한 데다, 송어 양식장 등 물을 흐릴 수 있는 시설도 없다며 자랑이다. 탐방지원센터에서 10분가량 오르면 문덕소다. 칠연계곡에서 첫 번째 만나는 비경이다. 제법 규모가 크고 깊은 못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너른 반석 위를 지난 물이 세차게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하얀 포말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계곡 훑고 온 바람, 이마에 땀 거둬가 문덕소에서 20분 남짓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나무다리를 건너면 동엽령과 중봉을 거쳐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1614m)에 이르는 산행코스가 이어진다. 길 오른편의 나무계단 쪽 길로 들어서야 칠연폭포와 만날 수 있다. 이곳부터 칠연폭포 끝자락까지는 10여분이면 족하다. 칠연폭포는 한 줄로 이어지는 일곱 연못 사이에 일곱 폭포가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른바 ‘칠폭칠연’의 풍경이다. 계곡의 이름 또한 이 폭포에서 비롯됐다. 칠연폭포는 한눈에 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숲 사이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이어져 있다. 그래서 신비감도 더하다. 칠연폭포가 펼쳐지는 구간엔 두 곳의 전망대를 조성해 뒀다. 폭포 쪽으로 내려가려면 미끄러짐에 유의해야 한다. 물기 많은 바위들은 빙판이나 다름없다. 길을 막아 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길을 낸 것도 아니다. 일렬로 늘어 선 폭포의 중간쯤 되는 곳의 너럭바위에 앉아 위아래를 훑어본다. 계곡을 훑고 온 바람이 이마의 땀을 거둬 간다. 얕은 폭포를 지나 온 계곡물은 작은 소로 빨려 들어간다. 이 과정이 일곱 차례 반복된다. 과장 좀 보태면 금강산 상팔담의 축소판이다. 세숫대야를 20배쯤 확대한 것 같은 연못들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다. 숲에 인적은 드물다. 칠연폭포가 길의 끝이기 때문이다. 그 덕에 숲은 늘 섬뜩할 정도로 적막하다. 나무의 삭정이가 부러지는 소리에도 화들짝 놀랄 판이다. 무더위도 덩달아 무릎을 꿇는다. 하산길에 칠연의총(七淵義塚)에 들러도 좋겠다. 조선 말기 일본군과 싸우다 숨진 의병장 신명선과 의병 150여명이 묻힌 곳이다. 칠연계곡 초입, 그러니까 안성탐방지원센터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난 다리를 건너면 나온다. 이 의병부대는 1907년에 거병해 무주와 진안 등지에서 일본군 수비대를 격파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일본군 토벌대의 추격을 받아 칠연계곡에서 옥쇄(玉碎)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 사진 무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가는 길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덕유산 나들목으로 나온 뒤, 죽천교차로에서 우회전해 19번 국도로 갈아탄다. 이어 죽천삼거리에서 좌회전, 727지방도를 따라 10분가량 곧장 올라가면 용추폭포 앞에 닿는다. 대중교통은 덕유산 탐방안내소 바로 아래 통안마을에서 안성터미널까지 오전 9시·11시 30분, 오후 1시·2시·4시 30분·6시(이상 통안마을 출발 기준) 하루 6회 군내 버스가 오간다. 적상산이나 나제통문 등 무주 북부의 명소들을 먼저 찾을 경우 무주 나들목으로 빠지는 게 낫다. ▲맛집 무주의 대표 먹거리는 역시 어죽이다. 물 맑은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여낸다. 읍내 군청 앞의 금강식당(322-0979)과 ‘육지 속의 섬’ 내도리로 건너가는 앞섬다리 부근의 앞섬마을(322-2799), 뒷섬마을의 큰손식당(322-3605) 등이 이름났다. ▲잘 곳 무주읍 당산리의 무주이리스호텔(324-3400), 설천면 삼공리의 제일산장(322-3100), 설인관광펜션(322-0558) 등이 깨끗하다고 입소문난 업소들이다. 좀 더 안락한 잠자리를 원한다면 무주리조트나 티롤호텔 등도 좋겠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3) 廣州 곤지암 향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3) 廣州 곤지암 향나무

    수도권 동남쪽의 교통의 요충으로 곤지암(昆池岩)이 있다. 교통정보를 전하는 라디오 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는 지명이다. 조선시대 외침에 항거한 역사적 유래가 담긴 지역이지만, 그보다는 소머리국밥집들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휴일이면, 식당가에 주차한 자동차들이 즐비하지만, 곤지암의 뜻이나 유래를 알아보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예 없다. 곤지암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곤지암이라는 바위가 남아있지만, 이를 찾는 이보다는 국밥 한 그릇을 찾아오는 사람만 북적일 뿐이다. 도시의 개발 과정은 그렇게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도 문화도 모두 내려놓게 했다. ●신립 장군 설화 얽힌 바위 위에 싹 틔워 “곤지암은 여러 가지로 유명한 곳인데, 곤지암이 뭔지, 여기가 왜 곤지암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진작에 이 곤지암을 잘 살렸어야 했는데, 좀 늦었죠.” 이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장경숙(42)씨의 이야기다. 들고남이 잦은 수도권이다 보니, 이 지역 사람들조차 곤지암이라는 이름의 바위에 대해서 무관심한 게 사실이다. 실촌읍 곤지암리였던 행정구역 명칭을 2011년 6월에 ‘곤지암읍’으로 고치고 곤지암을 알리려 나서긴 했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장씨는 아쉬워한다. 곤지암은 ‘원조’를 내건 소머리국밥집들이 즐비한 식당 골목 바로 뒤편에 말없이 수백 년을 지켜온 유서 깊은 바위의 이름이다. “큰 바위가 두 개잖아요. 지금 한 쪽 바위에서 향나무가 높이 솟아올랐는데, 참 신기해요. 그 옆의 바위에도 나무가 있었는데 시들시들 죽어가는 바람에 베어냈지요. 그 나무도 저 나무만큼 신기했어요.” 곤지바위라고도 불리는 이 바위에는 나라를 찾기 위해 애쓴 신립(申砬·1546~1592) 장군에 얽힌 이야기가 남아있다. 임진왜란 때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군과 싸우던 신립 장군은 전투에서 패배하자, 강물에 몸을 던져 치욕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했다. 부하들은 장군의 주검을 서울로 옮겨가려 했지만, 곤지암 지역에서 장군의 관은 꼼짝도 하지 않아, 이곳에서 장례를 치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쥐의 형국을 한 장군의 묘소 맞은 편에 고양이 모양의 큰 바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바위 위에서 개나리도 피어나 마을에 이상한 일이 생긴 건 장군의 장례를 치른 뒤부터였다. 누구라도 말을 타고 고양이 바위 앞을 지나려면 말발굽이 땅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장군이 ‘왜 오가는 사람들을 괴롭히느냐’며 바위를 꾸짖었다. 그러자 벼락이 바위에 내리 꽂히면서 고양이 머리 모양의 바위 윗부분은 땅에 떨어지고 몸통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잇달아 옆의 땅이 갈라지면서 연못이 생겼다. 장군의 묘소를 위협하던 고양이 바위가 무너진 뒤에야 비로소 사람들은 이곳을 편하게 지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란히 서 있는 두 바위 가운데 하나는 높이가 3.6m에 너비가 5.9m나 뒤는 큰 바위이고, 바로 옆의 바위는 높이 2m에 너비 4m 쯤 된다. 더 크고 더 아름다운 것만을 찾는 현대인에게 곤지암은 사실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바위에 담긴 슬픈 민족사까지 잊혀지는 건 안타깝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여기 큰 연못이 있었어요. 지금은 언제 연못이 있었는지 상상도 안 되게 바뀌었지만, 물고기들이 뛰노는 넓고 예쁜 연못이었지요.” 장씨의 어린 시절이래봐야 고작 20~30년 전이다. 그 짧은 사이에 마을은 급속히 도시화됐다. 바위 주변으로 시장이 들어섰고, 연못이 메워진 자리에는 학교가 들어섰다. 곤지암 주변으로는 바위보다 훨씬 높은 건물들이 에워쌌다. 큰 바위가 어우러진 연못 풍경은 장씨조차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바위 위에서 나무가 자란다는 게 놀라워요. 봄에는 바위들 틈에서 개나리도 노란 꽃을 피우죠. 한번 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 신기하다고 하지만, 보러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곤지암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말없이 하나의 생명을 키웠다. 누가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마치 오래 전부터 바위가 생명을 잉태했던 것처럼 바위 틈으로 초록의 비늘잎을 가진 향나무가 홀로 사라진 역사를 웅변하듯 솟구쳐 올랐다. ●300년 역사의 증거로 살아남은 나무 거름이 될 흙은커녕 물 한 모금 머금지 못 하는 바위 틈에서 솟아오른 향나무는 키가 9m쯤 되는데, 줄기 둘레는 기껏해야 1m도 채 안 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가 300년에서 400년쯤 됐다고 하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물론 300년쯤 된 여느 향나무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바위 틈에서 자랐다는 특별한 사정을 감안하면, 300년은 넘게 자란 나무로 보인다. 바위 틈에서 시작된 가느다란 나무 줄기는 전체적으로 곧게 뻗었지만 매우 가냘프다. 가냘픈 굵기에 비하면 9m의 키가 안쓰러울 정도로 높아 보인다. 굵기와 높이는 균형을 잃었지만 자라 오르는 어느 한 순간도 비틀리지 않고 올곧게 자랐다는 게 신통하다. 더구나 뿌리가 삐져나온 바위 틈에 눈길이 이르면, 나무의 경이로운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사람과 나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지만, 문화와 역사를 버리면서까지 이뤄내야 하는 개발은 과연 얼마나 오래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바위 위에서 300년 동안 생명을 이어온 나무가 허공에 홀로 쓰는 질문이다. 글 사진 광주(경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곤지암리 453번지. 중부고속국도의 곤지암나들목으로 나가서 이천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1㎞쯤 못 미쳐 오른쪽으로 곤지암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이 길로 접어들어 600m쯤 더 가면 오른쪽에 곤지암초등학교가 나온다. 학교 울타리가 끝나는 부분에 곤지암 향나무가 있다.
  • 동작구, 신대방역에 24시간 무인 무료자전거 주차장 오픈

    동작구, 신대방역에 24시간 무인 무료자전거 주차장 오픈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4번 출구 앞 자투리 공간에 신개념 무료 자전거 주차장이 탄생했다. 동작구는 사업비 3억 9000만원을 들여 국내 발명가가 특허 취득한 ‘방사형 다단 주차방식’의 새로운 무료 자전거 주차장을 마련했다고 19일 밝혔다. 원심 형태의 기둥 주변에 자전거를 보관하는 방식으로, 외국에서 개발된 자전거 주차 시스템과 비교해 주차공간을 30% 이상 더 확보할 수 있다고 구는 설명했다. 실제로 높이 4m, 넓이 70㎡의 좁은 곳이지만 112대나 세울 수 있다. 대당 최소 주차면적이 2.2㎡인 점을 감안하면 평면 주차면적 대비 3.5배나 많이 보관한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벨로 자전거’ 주차도 가능하다. 24시간 무인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급스러운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공간에 자전거를 보관해 도난이나 훼손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이용자 등록장치를 통해 간단하게 교통카드를 등록한 뒤 주차장 입구 거치대에 자전거를 올려놓고 카드리더기에 태그하면 순식간에 빈 공간을 찾아 주차시킨다. 주차 시간은 평균 15초로, 일반 창고형 자전거 주차장의 45초에 견줘 3분의1이다. 구는 무인 시스템을 구축해 운용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지하철 아래 도림천 다리에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또 주민에게 140대의 자전거를 무상으로 대여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도입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충실 구청장은 “지하철 역사에 인접해 출퇴근 구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6) 울산 동구 전하로 -현대중공업 ‘전하문’서 만세대까지 691m

    [길을 품은 우리 동네] (6) 울산 동구 전하로 -현대중공업 ‘전하문’서 만세대까지 691m

    무더위가 본격화된 지난 주말 오후. 울산 동구 전하로에서 17년째 이발소를 하는 김재원(48)씨는 연신 헛부채질만 해댔다. 손님은 없었고 (실제로) 파리가 날아 다녔다. 다달이 가게세 내기도 버겁다고 푸념한다. 32년 전 대구에서 이사온 김씨는 지그시 눈 감고 20여년 전 한 날을 떠올렸다. 집안까지 날아들던 최루탄이며, 하루가 멀다하고 가게 앞을 오가며 데모하던 이들과 그들이 내지르는 함성이 길 위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졌던 시절이었다. 그때야 “절마들이 배가 불러가 저리 데모질이네.”라고 욕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립기만 하다. 전하로의 술집이며, 이발소며, 여관이며, 식당, 옷가게 등은 배 만드는 거친 사내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때로는 어깨동무 노랫가락에, 때로는 싸움박질에 늘 흥청거렸다. 그 시절 왁자지껄함은 낮도 밤도 가리지 않았다. 울산의 최근 수십년 역사를 고스란히 목격하고 품어온 전하로의 결을 하나씩 더듬어 봤다. 오후 퇴근시간 즈음이었을까.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자 오토바이 수백대가 거리로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하나같이 잿빛 작업복에 흰 안전모, 그리고 갈색 작업화 차림이었다. 전하로를 따라 올라오는 오토바이 물결 뒤로 거대한 크레인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현대중공업(방어진순환도로 1000번)의 배 만드는 노동자들이었다. 쇠와 불을 능숙히 부리고, 거친 바닷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내들은 퇴근길에도 거침이 없었다. 물론, 근사한 오토바이는 없었다. 대부분 125㏄ 스쿠터였다. 하루의 노동을 마친 이의 지친 표정이지만 세상에 주눅들지 않는 기계 노동자 특유의 당당한 자부심이 함께 배어 있었다. 전하로는 울산 동구를 커다랗게 감싸고 도는 방어진순환도로의 오지벌 삼거리에 있는 현대중공업 ‘전하문’(4.5도크 문)에서 ‘만세대’까지 이어지는 691m 길이다. 사람과 차가 경계없이 섞여 지나다니니 차도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다. 완만하게 경사진 전하로를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녹수길, 바드래길이 얼기설기 뻗쳐 있고, 왼쪽으로 진성길이 얽어져 있다. ●사람사는 맛 나는 돌멩이·최루탄의 길 최근 20~30년 동안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모두 울산 전하로로 모였다. 1972년 현대중공업이 들어서며 사람이 북적거리고 돈이 돌자 무엇을 해도 안 되는 장사가 없었다. 이름 그대로 ‘밭 아래 마을’이었던 전하동(田下洞)의 전하로는 울산 최고의 번화한 거리로 자리 잡았다. 1만 6000명 남짓이던 인구수는 17만명이 넘게 불어났다. 라면집, 막걸리집, 여관, 당구장, 옷가게, 식료품가게, 자전거포 등등 부지런하기만 하면 누구든 돈을 벌 수 있을 때였다. 마치 개척시대 금을 좇아 미국 서부로 몰려들었듯 전국 팔도에서 울산 동구로 모여들었다. 1987년 6월 항쟁의 외침이 전국을 휩쓸던 시기, 이곳은 오히려 조용했다. 하지만 그 외침이 잦아드는 시기에 전하로 등 이곳저곳의 길은 비로소 용광로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절박한 심정으로 부르짖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민주노조 건설을 촉발시킨 1987년 7~9월 투쟁이 시작됐다. 공장과 ‘만세대’를 잇는 이 길 위에서 노동자들은 돌을 던지고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그것도 옛 얘기가 됐다. 1989년 128일의 파업과 1990년 골리앗 투쟁 등 1980~1990년대 노동자 대투쟁의 신화를 써 내려가던 현대중공업은 벌써 17년째 무분규 사업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계 안팎의 논란 속에서도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노사가 상생하며 지역의 시민들과 연대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힘겹게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배 만들려 온 이들이 살던 ‘만세대’ 그 시절 전국 각지에서 배를 만들기 위해 모여든 이들이 살던 곳이 바로 ‘만세대’다. 원래 이름은 일산 1~3지구다. 15~20평 아파트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5층 아파트였지만, 족히 1만 세대는 살겠다 싶어서 그냥 ‘만세대’라고 불렀다. 지금은 e-편한 세상이니, 푸르지오니 하는 32~56평 아파트가 주를 이루는 28~35층짜리 근사한 중대형 고층아파트로 변신하는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풍요로워진 셈이다. 그들만큼 전하로의 상인들도 넉넉해졌을까. 울산 동구에 등록된 오토바이만 10만대다. 출퇴근의 오토바이 물결은 아예 울산 동구의 상징 비슷하게 됐다. 오토바이 점포를 운영하는 정인욱(55)씨에게 “돈을 잘 벌겠다.”고 묻자 아래 위로 훑어본다. 그는 “동구에만 오토바이 점포가 50개가 있어요. 한 달에 세 대 정도 팔라나? 대부분 펑크난 바퀴 때우러 오는 사람들이지, 뭐. 때우면 3000원 받는데, 어쨌든 그것만으로도 먹고는 사니까 다행이지.”라고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렇다. 오토바이 점포는 사정이 나은 축이었다. 전하로가 시작하는 지점 60m 즈음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드는 전하1길 전하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찬수(68)씨는 “밥을 못 먹고 살 정도”라면서 “옛날에는 밥은 잘 먹었지.”라고 옛시절을 떠올리며 푸념했다. 1982년부터 문을 연 박씨의 옷가게는 일반 옷 외에도 현대중공업의 작업화, 작업복 등을 주로 팔았다. 1년에 1벌씩 지급되는 작업복으로 부족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여벌의 옷을 찾았던 까닭에 가게가 늘 문전성시였다고 그는 회고했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김재원씨 역시 “현대중공업 사람들은 이제 퇴근 뒤 술먹으려면 아예 더 번화한 남구로, 대왕암공원 쪽으로 가버린다.”면서 “낮에도 이렇게 썰렁하지만 밤에도 한산하기만 하니 데모 많던 옛날이 차라리 훨씬 좋았다.”고 편치 않은 속을 내비쳤다. 노래방, 휴대전화 가게, 삼겹살집, PC방 등 가게들은 그 옛날 어느 때처럼 전하로 양쪽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한국 현대사의 뜨거웠던 한 장면을 기억하고, 그 역사가 침잠해 가는 과정을 지켜본 울산 동구 전하로는 ‘제2의 영화’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글 사진 울산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7회는 광주시 남구 ‘정율성로’를 소개합니다.
  • 승인 거부·분양 부진… 경기 택지개발 ‘애물단지’

    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너나없는 경제난 속에 지자체들도 덩달아 고민의 늪에서 헤매는 신세다. 18일 성남시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분양아파트 건립사업이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를 든 시의회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관련 예산 1880억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위례신도시 개발을 위한 공유재산 관리계획조차도 승인받지 못하고 있다. 당초 성남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분양아파트 건립에 필요한 신도시 내 부지 6만 4713㎡를 3400억원에 매입, 아파트 1137가구를 직접 지어 판매수익금 1017억원으로 수정·중원구 도시정비사업에 필요한 순환용 임대주택 2332가구를 건립해 제공할 예정이었다. 성남시는 또 수정구 신흥동 2458 일대 8만 4235㎡에 대한 성남신흥(성남1공단) 도시개발구역을 지정·고시된 날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실시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않았다며 해제해 갈등을 빚고 있다. 성남1공단은 2005년 6월 변경된 도시계획에 따라 일반주거용지 2만 9407㎡와 일반상업용지 2만 6778㎡, 도시기반시설용지인 공원 2만 8050㎡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이 1공단에 대한 공원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사업시행자 지정을 거부, 시행사와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특히 토지 소유주들은 400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하겠다는 입장까지 내세웠다. 용인시는 역북 도시개발사업지구 내 공동주택 부지 매각에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0년 3월 동부권 역북지구 41만 1777㎡ 부지에 3200여가구를 짓는 택지조성사업 계획을 승인받고도 3만 2032㎡에 대한 분양만 끝난 상태다. 그런데 토지 보상비만 3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위해 용인시는 19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 개발사업이 늦어질수록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시는 특히 전체 35%를 차지하는 임대아파트 부지를 일반분양 용지로 변경하고, 용적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택지개발 부지를 분양하지만 건설사들로부터 눈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천시는 마장지구를 2010년 7월까지 68만 8469㎡(3517가구) 규모로 개발하려 했지만 LH가 수익성 등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 지난 14일에야 국토해양부에 실시계획 승인을 요청해 1년 3개월 만에 개발을 재개하는 수난(?)을 겪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구제역 매몰지 상수도 예산 ‘줄줄’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 상수도를 공급하면서 과도한 예산을 집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7일 발표한 ‘토양·지하수 환경보전사업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가축 매몰지에 지방 상수도를 설치하기 위해 2010~2011년 총 6411억원이 쓰였다. 급수 인원은 23만 3000명으로 1인당 사업비가 275만원이다. 상수도시설 공사비는 사업 범위가 확대되면서 계속 늘어났다. 구제역 발생(2010년 11월) 이전인 2010년 8월 당시는 총사업비가 320억원에 그쳤으나 구제역 발생 직후인 그해 12월 1545억원, 2011년 3월 4634억원, 7월 6411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구제역 사태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식수 오염 우려 때문에 예비비를 긴급 지원하면서 사업 규모가 커진 측면이 있다. 이 같은 까닭에 지역별 편차도 컸다. 상수도가 공급된 150개 지방자치단체 중 1인당 소요비용이 1000만원이 넘는 곳은 충남 아산시, 경북 울진군 등 23곳이나 된다. 김상우 사회사업평가관은 “매몰지는 5m 정도 깊이로 조성되기 때문에 소규모 급수 인구를 가진 지역에는 100m 깊이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나 소규모 급수시설을 통해 훨씬 낮은 비용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부정적이었다. 예산정책처가 올해 3월 19일부터 한 달간 전문가 4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수도 공급이 시의적절하고 타당하다’는 의견은 17.9%에 머물렀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길섶에서] 귀농의 전제조건/임태순 논설위원

    많은 사람들이 귀농, 귀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우연히 귀농 컨설턴트를 만났다. 그에게 귀농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고 물어봤다. 시간이 날 때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농사에 대해 배워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먼저 살고 싶은 곳에 가서 현지 주민들과 잘 사귀어 놓으라고 충고했다. 현지 주민들의 눈 밖에 나 ‘왕따’를 당하면 살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향후 충북 수안보에 정착하려는 A씨는 주말 등 틈만 나면 수안보로 내려가 동네 사람들에게 열심히 눈도장을 찍는다.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차도 태워주고 채소, 과일 등을 대량 구매하는 등 선심을 썼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이젠 웬만한 마을 사람들과 눈인사를 할 정도가 됐다. 농촌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시와 달리 주민들끼리 서로 알고 지내는 공동체 사회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농촌에 가면 당연히 농촌의 법도를 따라야 할 것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사고 많은 혜화교차로, 수술대 오른다

    사고 많은 혜화교차로, 수술대 오른다

    종로구는 오는 10월까지 혜화교차로의 교통체계 개선 사업을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2010년 교통사고 다발 지역으로 분류된 혜화교차로는 불합리한 도로 구조와 교통체계 때문에 서울에서도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5지형 교차로여서 혼잡이 극심한 데다 회전 차량이 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례가 많고 우회전 차량 신호위반이 많다. 불법 주정차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구는 서울시와 함께 2010년부터 특별도로 교통안전 진단에 착수, 진단 결과에 따라 지난해 교통체계 개선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지방경찰청·혜화경찰서와 협의를 거쳐 최근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완료해 이달부터 교통체계 개선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공사는 ▲대학로·창경궁로 유턴차로 신설 ▲차로운영 개선 ▲문형식 표지판 설치 ▲교통신호 운영 개선 ▲횡단보도 이설 및 신설 등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김영종 구청장은 “사업을 마무리하면 혜화교차로 교통 소통이 원활해지고 보행 환경이 개선돼 교통사고 감소와 교통안전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아쉬움만 남긴 12년만의 도전 4년 뒤 올림픽 본선행 스파이크”

    “아쉬움만 남긴 12년만의 도전 4년 뒤 올림픽 본선행 스파이크”

    남자배구 대표팀의 막내 전광인(가운데·21·성균관대), 최홍석(오른쪽·24), 신영석(왼쪽·26·이상 드림식스)에게 올림픽 예선전은 난생 처음 밟아본 큰 무대였다. 날카로운 첫 경험은 진한 아쉬움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던 남자배구는 4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이번 예선전 마지막 경기를 마친 지난 10일 밤,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호텔에서 이번 대회를 통해 느낀 점과 4년 뒤의 각오를 들어봤다. →큰 대회는 처음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기분이었는지. 신영석 첫 경기인 이란전에서 코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블로킹 잡자, 속공 뚫자.’고 계속 생각했다. 여기서 지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전광인 지난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리그에 나갔을 때의 느낌을 아직도 기억한다. 재미있는 경기를 치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짜릿했다. 월드리그도 이 정도인데 올림픽예선전은 어떨까 생각하며 많은 기대를 했다. 이란전이 시작될 때 ‘이제 시작하는구나. 공만 보고 미쳐 보자.’고 되뇌었다. →본선 진출이 좌절됐는데 어떤 느낌인지. 신 충격이었다.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내 플레이에도 실망했고 성적도 실망스럽다. 연습한 플레이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 아픈 선수도 많았다. 지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한국 배구가 정말 많이 뒤처지겠구나 생각했다. 최홍석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배구선수들이 손 흔들며 입장하는 모습을 본 이후 줄곧 올림픽 무대를 동경했다. 처음 뛰는 예선전이라 기대도 많았고 준비도 했다. 그러나 다들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고 연습한 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 선배들이 쌓아놓은 것을 우리가 이어가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 전 이기고 싶다는 욕심이 지나쳤던 것 같다. 몸 상태도 안 좋고 팀에 보탬이 되지도 못한 것 같아 형들과 감독님에게 죄송했다. →본선 좌절의 원인은 어디에 있나. 신 변명하긴 싫다. 우리 선수들이 부족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다. 올림픽예선전이 있는 해라면 V리그 일정을 앞당기거나 라운드를 줄이는 등 일정 조율이 있어야 했다. 6개월 시즌을 치르며 부상이 없는 선수는 거의 없다. 몸을 추스르고 예선전에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최 시즌 뒤 단 5일 쉬고 대표팀에 소집됐다. 정신력만으로 이겨내기엔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2016년에는 철저히 예선전만을 위해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 외국의 경우엔 어린 선수들을 뽑아놓고 그 선수들을 키워 올림픽에 내보낸다. 우리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기량차도 크게 느꼈겠다. 자신의 활약을 점수로 치면. 신 센터에게 가장 중요한 게 블로킹이다. 이번 대회에서 내 플레이는 100점 만점에 0점이었다. 국내리그에선 공격수들이 스피드가 있으면 타점이 낮아지는데 여기 선수들은 빠르면서도 타점이 높았다. 블로킹을 따라가기도 바쁜데 공이 손에 닿지도 않는다. 신장과 체격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내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고 많이 배웠다. 최 세르비아의 레프트인 밀로스 니키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키는 나와 비슷한데 수비도 잘하고 공격도 좋았다. 나는 대회 전부터 공격보다는 리시브에 중점을 뒀다. 초반에는 잘 됐는데 호주나 푸에르토리코전에서는 흔들렸다.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그래도 정말 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잘한 것 같아서 자신감이 붙었다.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 주고 싶다. 전 1점, 아니 마이너스를 주고 싶은데. 무엇보다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했다. 경기를 즐기면서 하는 편인데 이번에 그러지 못했다. 수비형 레프트로서 리시브를 잘한 것도 아니고 공격도 안 됐고 그렇다고 서브를 잘 때린 것도 아니고…. 일본의 레프트 후쿠자와 타쓰야의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공을 때릴 때 최대로 타점을 잡아서 때린다. 블로킹에 걸려도 맞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내가 공을 매달려서 때리는 스타일이라 그 점이 눈에 띄었다. →가장 인상 깊은 경기는. 신 이란전이다. 존경하고 싶을 정도로 플레이가 좋았다. 특히 센터인 세예드 무사비는 속공이나 블로킹 모두 이상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무사비는 2008년 태국 AVC컵에서 처음 본 뒤 롤모델로 삼고 그 선수의 모든 블로킹 영상을 갖고 있다. 최 일본전이다. 이기고 싶었고 이겼더라면 분위기를 반전해 본선행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경기라 더욱 안타깝다. 5세트 초반 4연속 실점으로 시작해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경기를 내줘 많이 속상했다. 일본 수비가 너무 강해 계속 받아올려서 반격하니 내 리시브도 흔들리고 볼 처리도 안 됐다. →4년 후의 각오와 팬들에게 한마디. 신 4년 뒤에 대표팀에 남을 수 있을까?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 월드리그 활약을 보고 기대 많이 하셨을 텐데…. 지금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 올림픽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 최 영석이형은 주장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아무튼 아시아에서 한국 배구의 위상을 떨어뜨려 죄송하다. 다시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전 팬들도 우리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이번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글 사진 도쿄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신형 싼타페·K9 ‘내수 일등공신’

    신형 싼타페·K9 ‘내수 일등공신’

    지난달 선보인 현대차 신형 싼타페와 기아차 K9의 판매호조 덕에 자동차 내수 판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12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12년 5월 자동차산업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9% 증가한 13만 3055대를 기록했다. 지난 2월(7.2%) 이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월의 증가세가 2011년 2월의 설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단축 등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내수판매는 지난해 10월(-7.9%)부터 신차 부재, 유가 상승,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7개월 동안 감소세를 이어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5월의 호조는 8개월 만의 반등인 셈이다. 지난달 국산차는 유럽 경기불안 및 국내 가계부채 부담에도 현대와 기아차의 신차출시 효과 등으로 0.7% 증가하면서 올해 월별 최고 실적인 12만 1347대를 기록했다. 특히 신형 싼타페와 K9의 약진이 돋보였다. 지난달 현대차 싼타페는 총 7809대 팔렸다. 현대차의 5월 판매량 5만 8050대의 13.5%에 달한다. 전월 싼타페 판매대수 1695대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신형 싼타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기아차 K9도 지난달 1500대가 팔리며 국내 대형 완성차 중 가장 많은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현대차 에쿠스는 960대가 판매됐고 제네시스는 1295대, 쌍용차 체어맨(W·H)은 433대가 팔렸다.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싼타페와 K9의 판매 호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싼타페는 예약주문이 2만대 이상 남았고 K9 예약주문은 3400대 이상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한 달에 싼타페를 6000여대, 기아차가 한 달에 K9을 2000여대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한 달 이상 주문이 밀려 있는 셈이다. BMW 320d 등 수입차도 다양한 모델과 저배기량을 내세워 호조를 이어가며 전년 동월 대비 33.4% 늘어난 1만 1708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수출 역시 3%(27만 203대) 증가했지만 유럽 재정 위기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늘면서 증가세는 전달(3.9%)보다 둔화했다. 업체별로 보면 주력차종들의 수출 확대 노력 등에 힘입어 현대차는 전년 같은 달 대비 2.1% 증가한 10만 3783대를, 기아차는 같은 기간 21.4% 증가한 9만 9191대를 각각 판매했다. 한국지엠은 부분변경 모델 투입을 앞둔 크루즈의 물량이 줄어들면서 12.3% 감소한 5만 2869대,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각각 유럽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33.6%(7708대)와 8.8%(6059대)씩 줄었다. 하지만 이런 내수 증가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김정회 지경부 자동차조선과장은 “본격적인 회복세라고 표현하려면 2~3개월의 통계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유럽발 재정 위기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판매가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김택진 “세계 공략할 친구 생겼다”

    김택진 “세계 공략할 친구 생겼다”

    “살아남기 위해 함께할 친구가 생겼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8일 자신의 지분 14.7%를 넥슨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11일 지분 매각 이후 뒤숭숭해진 사내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지난 금요일 소식에 많이 놀라고 궁금해하실 것”이라며 운을 뗐다. 김 대표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글로벌 게임 시장은 국경이 없을 정도로 치열한 도전의 시장”이라며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분 매각을 두고 추측이 난무하자 김 대표가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가 주식 매각으로 얻은 돈은 약 8045억원. 김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까지 내주면서 이 돈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유명 게임회사 인수, 정계 진출, 부동산 사업 등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엔씨소프트가 개발비 500억원을 투자한 블록버스터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일인 만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엔씨소프트만의 색깔이 있고 넥슨만의 색깔이 있다.”면서 “두 회사가 서로의 장점을 합쳐 글로벌 파고를 넘어가는 모험을 떠나고자 한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각종 추측 보도에 선을 그으며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전략적 제휴’가 글로벌 행보를 위한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두 업체의 만남을 ‘적과의 동침’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넥슨의 김정주 창업자와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공대 동문으로 평소에도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게임 개발에 몰두하며 직접 경영을 챙긴 반면, 김 창업주는 경영 전면에 나서기보다 여러 게임업체를 인수하며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을 보여왔다. 김 대표의 지분 매각은 발표 직전까지 두 회사의 고위 임원들조차도 몰랐을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블라자드 등 외국업체의 공세에 위기감이 커진 것도 전략적 제휴에 힘을 더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이 급변함에따라 두 업체가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저연령층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게임을 히트시켰고 탄탄한 해외 유통망이 강점이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아이온 등 성인들이 좋아하는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개발력을 보유하고 있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모바일 투표 당·민심 왜곡”…민주, 경선 룰 힘겨루기 양상

    “모바일 투표 당·민심 왜곡”…민주, 경선 룰 힘겨루기 양상

    이해찬 신임 대표의 역전승을 이끌어 냈던 ‘모바일 투표’를 둘러싼 표심 왜곡 논란이 민주통합당을 달구기 시작했다. 이런 식이라면 대선 후보 경선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과 함께 모바일 투표의 가중치 적용 조정 등 경선 룰 세팅을 놓고 주자별, 세력별 힘겨루기가 시작되는 양상이다. 지난 9일 마무리된 민주당의 대표 경선 결과에 따르면 김한길 후보는 대의원 투표와 ‘권리당원’ 모바일 투표, 40세 이상 시민선거인단 모바일 투표에서 모두 이기고도 39세 이하 시민선거인단 모바일 투표에 밀려 이해찬 후보와 0.5% 포인트 차로 1위를 놓쳤다. 김 후보는 친노(親) 텃밭인 부산, 이 후보의 고향(충남 청양)인 충남·대전 선거 등을 제외한 전 지역 대의원 투표에서 1만 8748표를 획득해 이 후보(1만 6326표)를 2422표(2.9% 포인트) 차로 앞섰다. 권리당원 모바일 투표에서는 전체 8만 1140표 가운데 김 후보가 2만 6381표(32.5%)를 얻어 1만 9219표(23.7%)에 그친 이 후보를 눌렀다. 40세 이상 시민선거인단 모바일 투표에서도 김 후보는 2만 3442표(24.6%)로 2만 2757표(23.9%)를 받은 이 후보를 이겼다. 그러나 이 후보는 39세 이하 시민선거인단 모바일 투표에서 2만 3238표(31%)를 얻으면서 1만 2912표(17.2%)에 머무른 김 후보를 13.8% 포인트 차로 뒤집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친노 성향의 20~30대 지지층의 몰표가 이 후보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시민선거인단 신청자가 64만명에 달했던 한명숙 전 대표 선출 때와 달리 12만명에 그쳤고 선거인단 마감일인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5만 5000명이 한꺼번에 등록한 것은 ‘김한길 대세론’을 저지하기 위한 조직 동원령이 내려진 게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중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소수 ‘마니아’ 정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분명한 정체성과 개혁적 변화를 지향하는 2030세대의 자발적인 의사 표출이며 대의원 표 차도 적었다. 당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반박했다. ‘모발심’(모바일 투표로 나타난 민심) 왜곡 논란은 대선경선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둘러싼 친노 진영과 비노 진영의 신경전으로 비화됐다. 비노 측 김한길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이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 경선 과정을 통해 경선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심과 민심을 벗어난 결과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매우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표심 왜곡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영환 의원은 “민심 왜곡 현상이 대선 과정에서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모발심’ 논란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흥행에 실패한 모바일 투표는 조직의 충성도를 테스트하는 경향을 띠게 되며 인적 동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친노 조직의 높은 충성도를 감안할 때 문재인 상임고문이 향후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0.5% 포인트는 진 선거로 볼 수 없다. 대의원 투표에서 이긴 함의를 볼 때 대등한 경기로 보이며 비노는 점점 세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서울 도심 속 올레길 2곳… 그대와 걷고 싶네

    서울 도심 속 올레길 2곳… 그대와 걷고 싶네

    ■물·숲·문화 곁들인 트래킹 코스 8㎞ 서울의 대표적 ‘걷고 싶은 길’인 ‘서울숲~응봉산~남산길’이 윤곽을 드러냈다. 성동구는 서울숲과 남산 사이에 구간별로 단절돼 있던 공원과 녹지를 연결하는 공사를 모두 마쳤다고 6일 밝혔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이 길에 있는 중구 신당동 버티고개 생태통로 공사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서울숲에서 남산까지 자전거와 도보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길을 명품 트래킹 코스로 만들기 위해 구는 앞으로도 생태통로와 숲길 등을 추가로 조성할 방침이다. 구는 서울시로부터 4억 1900만원을 지원받아 오는 9월까지 금호산과 매봉산 등에 친환경 숲길과 포토존, 전망대 등을 조성한다. 또 연말까지 중부공원 녹지사업소에서 장춘단 고개에 폭 30m의 생태통로도 만든다. 이 길은 2010년 3월 구에서 서울시에 서울숲에서 남산까지 건강 그린벨트 조성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서울숲에서 응봉산을 거쳐 남산에 이르는 8.4㎞ 구간의 조성계획을 수립했다. 구는 지난해 11월까지 보행로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아 위험했던 대현산공원에 친환경 데크를 설치하고, 야생화 17종과 관목 5종을 심어 꽃길을 만들었다. 또 시민들의 트래킹 안내를 위한 종합안내판과 소책자 제작·배포 등 안내 체계도 구축했다. 응봉산 정상 팔각정 주변에 소나무 6그루를 심어 경관을 아름답게 꾸몄으며, 오는 8월까지 팔각정도 보수하기로 했다. 고재득 구청장은 “이 길은 서울의 대표적인 물(한강)과 숲(서울숲), 문화(남산)가 이어지는 명품 트래킹 코스”라면서 “앞으로 이야기가 있는 문화탐방로를 조성하기 위해 살곶이 다리와 중랑천, 무쇠막 등에 해설판과 설명문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충·효·역사 숨 쉬는 명품 산책로 25㎞ 동작구가 제주도 올레길에 버금가는 수도권 명품 산책로로 조성 중인 ‘동작 충효길’ 2단계 공사가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구는 올 연말까지 고구동산에서 시작해 까치산 정상에 이르는 25㎞ 구간 공사를 마무리 해 충(忠)·효(孝)·역사·자연생태가 살아 숨쉬는 산책로로 조성할 방침이다. 구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실시설계에 필요한 특별교부금 15억원을 확보해 다음 달부터 2단계 공사를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지난달 21일 실시설계 용역 발주에 착수, 오는 29일까지 용역을 마무리한다. 구는 앞서 지난해 11월 고구동산~현충원 근린공원~한강수변길~사육신 역사공원~노량진역 등 1~3코스 10.5㎞ 구간 1단계 공사를 마무리했다. 2단계 공사는 노량진역~노량진 수산시장~노량진공원~보라매공원~국사봉~까치산을 연결하는 4~7코스 14.5㎞에서 이뤄진다. 구는 2단계 4~7코스에 효의 의미를 담은 벽화를 설치해 노인을 배려하는 산책로를 조성할 예정이다. 4코스 노량진길(3.4㎞)은 국내 최대 수산시장인 노량진 수산시장을 거쳐 수험생의 학구열을 느낄 수 있는 노량진 학원가를 관통해 역동적인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대방 삼거리에서 출발해 상도근린공원, 국사봉을 지나 서달산 정상에 이르는 6코스는 ‘사랑’을 테마로 한강의 시원한 물줄기와 아름다운 전경을 보여준다. 마지막 코스인 7코스 까치산길에서는 수천 그루의 수목이 살아 숨쉬는 까치산 근린공원의 잘 보존된 생태환경을 즐길 수 있다. 문충실 구청장은 “동작 충효길은 전국 최대의 산책로로 서울시민과 주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계획대로 연내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출자·출연기관 비리 백태

    권익위가 개선안 마련에 앞서 17개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2~4월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이들의 운영실태는 말 그대로 ‘비리종합세트’였다. 자치단체장의 선거 관련 보은인사는 기본. 친·인척 등 특정인을 뽑거나 헛돈을 쓴 내역을 들키지 않으려고 말도 안 되는 내부규정을 두기 일쑤였다. ●특정인 자리 위해 정관까지 고쳐 지방공기업 인사운영 기준상 신규 인력은 경쟁시험으로 뽑아야 하는데도 자체 규정에 ‘비공개 추천, 특별 채용’을 명시했다. 경북 A진흥원이 대표 사례로 신규 채용 시 임원이 추천한 직원이나 특별히 위촉된 외부 인사 등을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사위원회를 아예 내부직원으로만 구성해 ‘짜고 치는 고스톱’ 인사는 예사였다. 부산 B기관의 경우 인사위원은 법인 직원 중에서 원장이 임명하도록 하는 규정을 끼워넣었다. 충북지역 등은 비리에 대한 징계 시효를 2년으로 짧게 정해 최대한 처벌이 어렵게 안전장치를 만들기도 했다. 현행 지방공무원법에는 금품수수 등에 대한 징계 시효는 5년이다. 측근 인사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 특채를 남발하는 ‘위인설관’ 비리 사례도 무더기로 확인됐다. 경기지역 C재단은 관할 시청의 지시로 재단이 필요하지도 않은 미술감독직을 신설해 채용 절차도 없이 특정인에게 겸직을 허가했다. D도는 특정인을 모 재단 이사장에 앉히기 위해 도지사가 이사장을 겸임하게 돼 있는 재단 정관까지 고쳤고, 전남지역 E시장은 자신의 선거캠프 본부장을 산하 재단의 사무처장으로 임명해 논란을 불렀다. 업무추진비 공개 원칙을 어기고 버젓이 비공개를 내부규정에 명시하기도 했다. 경남지역의 한 기관은 내부직원은 어떤 경우에도 업무추진비 지출내역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아 입막음을 했다. 지자체가 이들 기관을 인사관리 창구로 앞장서 활용하기도 했다. 한 광역시는 퇴직을 1년여 앞둔 국장급 간부를 산하의 문화관장으로 임용했다. 진흥원의 경영기획실장을 명예퇴직한 과장급이 내려가는 자리로 고정해놓은 시도 있었다. 감사 등 감독장치가 없다 보니 방만한 기관운영으로 혈세를 물 쓰듯 했다. 전남지역 모 기관은 자치단체 관련 부서의 과장 출신이 기관장으로 파견근무하면서 월 300만원의 파견수당을 덤으로 챙겼다. 부산지역의 한 기관도 매월 4급은 122만원, 5급은 105만원 등의 규정을 만들어 파견수당을 퍼 줬다. ●경영평가 지자체 거의 없어 인천지역 F진흥원은 정원이 49명뿐이어서 기관장 전용차량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출퇴근 업무용으로 대형 승용차를 임차해 연간 2500만원의 예산을 허비했다. 만들어만 놓았지 이후 경영 평가를 제대로 실시한 지자체는 거의 없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재정누수가 심각한 인천시도 지난해 경영평가를 처음 실시했고, 강원도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영평가를 한다고 해도 자치단체장이 기관장 교체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금융 사외이사, 전체 이사의 절반 넘게 둬야

    앞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회사는 무조건 전체 이사의 절반이 넘는 사외이사를 두어야 한다. 사외이사도 추천위원회에서 뽑아야 하고 자격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정부는 5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새 법안은 이달 국회에 제출된다. 법률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마련하고자 제정됐다. 지배구조법은 이사회, 감사위원회, 준법감시인 등의 자격과 독립성을 강화했다. ●자산 3000억 이상 저축銀 59곳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재 금융업별로 다른 사외이사의 비율이 일괄적으로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통일된다. 지금은 은행만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규정돼 있고 다른 금융사는 2분의1 이상으로 돼 있다. 예컨대 전체 이사 숫자가 4명이면 은행은 과반인 3명을 사외이사로 둬야 하지만 다른 금융사는 2명만 둬도 된다. 앞으로는 보험·카드 등 다른 금융사들도 은행 수준으로 사외이사 숫자 기준이 강화되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또 무조건 3인 이상의 사외이사를 두어야 한다. 다만 자산 2조원 미만의 금융투자사, 보험사, 카드사와 자산 3000억원 미만의 저축은행은 제외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저축은행 97곳 가운데 지난 2월 기준으로 자산이 3000억원 이상인 곳은 59곳(60%)이다. 사외이사를 두지 않아도 됐던 이들 저축은행도 앞으로는 사외이사를 두고 경영진에 대한 감시를 해야 한다. 사외이사의 결격요건과 독립성도 강화된다. 우선 사외이사 금지 기간인 냉각기간이 지금의 2년에서 3년으로 길어졌다. 금융회사(계열사 포함)의 상근 임직원이나 비상임이사를 지낸 사람은 최소한 3년 안에는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과 이사도 3년 안에는 자회사의 사외이사로 옮겨갈 수 없다. ●사외이사 결격요건·독립성도 강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도 개선된다.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 숫자는 3인 이상이어야 하며, 위원회에 사외이사가 과반수 참여해야 한다. 위원회의 사외이사는 자신을 후보로 추천하거나 투표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입법예고안에 포함됐던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을 받아 빠졌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산 3000억원 이상의 50여개 저축은행에 대한 첫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마무리했다. 오는 8일 금융위원회를 거쳐 부적격 판정을 받은 대주주는 의결권 정지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서울시, 층수제한 풀어 대학생 기숙사 늘린다

    서울시가 대학교 기숙사 확충을 위해 기숙사 건축물의 층수와 높이 제한을 완화한다. 또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발생한 여유 부지를 매입해 기숙사를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서울시는 2014년까지 1만 20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추가로 확충하는 내용을 담은 ‘희망서울 대학생 주거환경개선 추진계획’을 4일 발표했다. 이는 지방 출신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 54개 대학의 대학생 46만 4000명 중 지방출신 대학생은 30%(14만명)이다. 지방대생 가운데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은 21%(3만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시는 기숙사 확충을 통해 21%에 불과한 지방 출신 학생들의 기숙사 수용률을 3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시는 먼저 녹지와 조경, 광장 등으로 구분돼 그동안 건축부지로 활용할 수 없었던 대학 내 부지를 기숙사 건축 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보존가치가 낮은 녹지 부지는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통해 건축을 허용할 계획이다. 또 대학 내 2종 일반주거지역에 건축하는 기숙사 건축물의 층수 제한을 완화해 호실 수를 늘릴 수 있게 했으며, 기숙사 배치와 높이 완화가 용이하게 높이완화 배제구역 대상을 ‘5층 미만 저층 주택가 인접지’로만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연경관지구나 공원과 인접한 경우는 건축물 높이 완화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발생한 여유부지와 미집행 초·중·고등학교 학교 부지 중 시에서 매입한 부지를 대학에 장기임대해 통합기숙사를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아울러 대학에서 외부에 기숙사를 건립할 경우 신속하게 기숙사를 건립할 수 있도록 도시관리계획 결정절차도 개선한다. 이제원 시 도시계획국장은 “박원순 시장이 지난달 3일 대학생 450명과 전문가, 관계자 등과 대학생 주거난 해소를 위한 정책 워크숍을 했고, 이를 통해 나온 고민과 아이디어를 정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설 땅 잃는 완성차 업체 3~5위

    설 땅 잃는 완성차 업체 3~5위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등 국내 3~5위 완성차 업체의 ‘쇠락’이 가파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신차를 사는 사람 10명 중 2~3명은 이들 업체의 자동차를 택했지만, 지금은 1.5명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와 수입차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의 5월 내수 판매량은 12만 574대. 현대차가 5만 8050대를 팔아 절반에 가까운 48.1%, 기아차가 4만 750대를 판매해 33.7%의 점유율을 보였다. 3위인 한국지엠(1만 3005대)은 10.7%, 르노삼성(4665대) 3.8%, 쌍용차(4104대)는 3.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3약 업체의 시장 점유율(17.9%)을 모두 합쳐도 2위인 기아차의 절반 수준이다. 이 3개 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수입차의 신차 가격 할인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밀려 현대기아차보다 더 많은 고객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수입차 판매량(등록대수 기준)은 3만 99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 특히 이번 달에는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 닛산 신형 알티마 등 중·대형차가 잇달아 나오면서 가격을 500만원 이상 낮췄다. 따라서 한국지엠의 알페온과 르노삼성의 SM5·SM7, 쌍용차의 체어맨 등은 판매량이 더욱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GM의 글로벌 소형차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면서 약진하는 듯했지만 실제 점유율 상승 폭은 1% 포인트를 간신히 웃돌았다. 상하이차와 결별하고 인도 마힌드라를 새 주인으로 맞은 쌍용차도 주력 모델 코란도C와 렉스턴W를 내놓으면서 재기를 꿈꾸고 있지만, 3%대 점유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곳은 르노삼성차. 2010년 신형 SM5와 SM3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과거 영광을 재현하는 듯했지만 지난해부터 판매가 급감하더니 올 들어선 판매량이 작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독과점 심화는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수입차 업체가 신차 가격을 500만~900만원씩 내리는 것은 치열한 경쟁 때문”이라면서 “80%가 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현대기아차의 결정이 곧 ‘시장 가격’, 현대기아차의 고객 서비스가 ‘국내 표준’이 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경쟁을 통한 발전이나 가격 인하 등을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5팀이 승률 5할… ‘똥줄’ 야구

    요즈음 프로야구 순위는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 4일 현재 1위 SK(24승1무19패)와 7위 KIA(20승2무22패)의 승차는 겨우 3.5경기. 딱 일주일 전 같은 팀의 승차가 2.5경기였는데 1이 늘었을 뿐이다. 팀당 44~47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LG(23승1무22패)까지 상위 다섯 팀이 5할 승률을 넘었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는 얘기. 왜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팀끼리 전력차가 준 데 있다. 지난해 챔피언 삼성은 개막 전 ‘극강(强)’으로 꼽혔지만 투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최형우의 부상 등이 겹치며 고전하고 있다. 반면 매년 하위권을 맴돌던 넥센은 불붙은 타선과 악착같은 근성으로 돌풍의 핵이 됐다.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LG도 거듭 신바람을 내고 있다. 기록도 이를 뒷받침한다. 팀 타율 1위 롯데(.275)나 꼴찌 SK(.251)나 엇비슷하다. 팀 평균자책점도 선두 삼성(3.79)과 8위 한화(4.97)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160경기를 마쳤을 때와 비교하면 더 극명하다. 작년 이맘 때 팀 타율 1위 LG와 8위 한화의 간격은 4푼6리, 팀 평균자책점 1위 SK와 8위 한화의 차이는 2.18이었다. 실력이 고만고만하니 흐름과 분위기에 승부가 좌우되기 십상이다. 3연전을 내리 이기는 ‘스윕(sweep) 시리즈’도 부쩍 늘었다. 지난달 18~20일에는 4개 구장 모두 3연전 스윕이 나오기도 했다. 산술적으로는 0.024%밖에 안 되는 일인데 프로야구 출범 후 두 번째로 나왔다. 선발 로테이션상 강한 투수가 분명 한두 번 출전할 뿐아니라 팀 간 전력차가 크지도 않은데 ‘싹쓸이’가 늘었다는 건 의미 있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팀끼리의 천적 관계가 뚜렷한 것도 아니어서 더 복잡해진다. 꼴찌 한화의 고춧가루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SK와 6차례 만나 모두 졌을 뿐 두산에 3승2패, 넥센에는 4승2패로 오히려 우위였고 롯데와도 2승3패, KIA와는 3승1무5패로 전체적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1위였던 넥센에 3연승을 거두며 상위권을 혼전으로 만든 주인공도 한화였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가장 빡빡했던 시즌은 2001년으로 꼽힌다. 정규리그 우승팀 삼성이 6할 승률(.609, 81승52패)을 넘어섰고 최하위 롯데(59승70패4무)는 승률 .457로 시즌을 마쳤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4위와의 승차도 단 두 경기. 올해도 2001년 못지 않은 ‘살얼음판 시즌’이 되고 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한국, 광고 올림픽 ‘칸 광고제’ 주연 맡는다

    한국, 광고 올림픽 ‘칸 광고제’ 주연 맡는다

    ‘세계 광고인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칸 국제광고제에서 국내 광고회사들이 주요 역할을 맡아 한국 광고계의 위상을 크게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오는 17일 열리는 ‘칸 라이언즈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의 오프닝과 클로징 갈라를 후원한다고 3일 밝혔다. 국내 기업이 칸 광고제의 오프닝과 클로징 갈라를 단독 후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오프닝과 클로징 갈라는 칸 광고제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가장 큰 행사로 음악과 영상이 곁들여진 파티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노션은 이노션 미주법인이 진행한 벨로스터 론칭 캠페인 ‘RE: GENERATION Music Project’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고, 마이크로소프트 애드버타이징과 공동으로 ‘비치클럽 콘서트’도 개최한다. 칸 광고제 세미나는 해마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세계적인 광고회사가 개최권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코카콜라, P&G, 나이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과 덴츠, 비비디오, 사치 앤드 사치, 제이더블유티, 오길비 앤드 매더, 티비더블유에이 등 글로벌 광고회사가 세미나를 개최한다. 현대차도 이번 광고제에서 메인 광장에 ‘벨로스터’를 전시해 전 세계에 현대차를 알릴 예정이다. 제일기획도 글로벌 미디어 팀장인 우성택(왼쪽) 프로와 광고주인 KT의 신훈주(오른쪽) 상무가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으로 선출됐다고 이날 밝혔다. 제일기획은 이로써 5년 연속 칸 광고제의 심사위원을 배출하게 됐다. 특히 KT 신 상무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광고주 출신 심사위원으로 뽑혔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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