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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권 대선구도 재편 전·현 대통령 대리전?

    범여권 대선구도 재편 전·현 대통령 대리전?

    전·현직 대통령이 대선구도에 깊숙이 개입하고, 여기에 범여권 대선주자들과 정파들이 휩쓸리는 전례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과 범여권 대선주자가, 또는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 정면충돌하는 아슬아슬하고 복잡한 그림이다. 노무현(사진 왼쪽) 대통령은 2일 청와대브리핑 기고를 통해 대선주자들의 처신과 열린우리당의 무원칙한 통합 흐름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반면 같은 날 김대중(오른쪽·DJ) 전 대통령은 심대평 국민중심당 공동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것은 양당제도이며, 금년 후반기 대선에 가면 양당대결로 압축될 것”이라고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범여권의 여론 지지율이 열악하고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현실이 전·현직 대통령의 활동반경을 넓혀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이 정치노선과 철학면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2일 기고에서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규정하면서 4·25 재·보선 승리를 평가절하한 것은,DJ에게는 ‘수모’로 여겨질 만하다. 차남 홍업씨의 당선을 돕기 위해 이희호 여사와 박지원씨 등 자신의 측근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역으로 DJ가 이날 “진보세력이 국정을 잘못 이끌자 국민이 지금 지지를 철회했다.”고 한 것 역시 노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언급일 수 있다. 두 거두(巨頭)가 목소리를 키우면, 고만고만한 정치세력들은 ‘선택’의 길목으로 내몰리게 된다. 활로가 보이지 않아 부심하던 대선주자들은 반전의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호남 출신인 정동영 전 의장이 ‘반노(反盧)-친(親)DJ’ 노선으로 ‘전향’한 것이 단적인 예다. 노 대통령 밑에서 통일부장관을 역임한 그는 2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북송금특검 등을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이어 노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김근태 의원도 3일 반노 입장을 뚜렷이 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DJ와의 연대설이 진작부터 나돌고 있다. 영남 출신 대선주자인 김혁규·유시민 의원 등이 친노 행보를 굳건히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DJ와 노 대통령 밑에서 두루 등용됐던 한명숙·이해찬 두 전 총리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의원은 2일 자신을 가리켜 “친노가 아니라 중도로 봐달라.”고 했다. 대선주자들이 두 거두를 앞세우고 싸우면, 범여권 대선구도는 DJ의 유지(遺志) 대 노무현의 소신, 호남 대 영남, 민주당 중심 대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재편될 소지가 다분하다. 문제는 가뜩이나 작은 대선주자들의 키가 전·현직 대통령의 그림자에 가려진다는 점이다. 범여권의 통합 논의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입김을 멈추지 않는다면 열린우리당은 분당이 불가피하고, 그때부터 범여권은 ‘노무현 연출’ 대 ‘DJ 연출’의 활극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김승연회장 보복폭행 혐의 수사] ‘모르쇠 도련님’…“내 전화번호 모른다”

    “휴대전화 번호가 어떻게 됩니까?”(경찰) “모릅니다. 기억이 안 납니다.”(김승연 회장 차남)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밤샘 조사를 받은 김 회장 둘째 아들(22)의 지능적인(?) 답변이 베테랑 수사팀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김 회장 차남은 수사에 대비해 철저한 사전 교육을 받은 듯 단서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소한 것이라도 ‘전혀 모른다.’로 일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청담동 G가라오케와 청계산 공사현장, 북창동 S클럽에서 김 회장 부자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친구 이모씨의 인적 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입을 다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초등학교 동창으로 사건 당일 단둘이 술을 마시러 갈 정도로 절친한 사이지만 집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 등 기초 정보도 모른다고 잡아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한국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차남은 또한 지인들의 연락처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경찰 출두 때 휴대전화도 가져오지 않았다. 심지어 “내 휴대전화 번호도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해 조사실에 있던 경찰들의 혀를 차게 만들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승연회장 보복폭행 혐의 수사] 경찰 내우외환…잇단 정보유출에 본청 감찰까지

    ‘수사에 올인하기도 힘든데 정보 유출에 감찰까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들의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만족할 만한 물증은 나오지 않고, 내부 정보까지 유출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특히 경찰청이 ‘늑장수사’에 대해 당초 계획과는 달리 일정을 앞당겨 감찰 조사를 시작하면서 일선 경찰들이 수사에만 ‘올인’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최고 변호인단의 지원 사격 아래 일사불란하게 입을 맞춘 김 회장 측과 달리 경찰은 ‘적전분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내부에 적이 있다?’ 극도의 보안이 필요한 압수수색영장은 신청 단계에서 언론에 유출됐고, 핵심 목격자로 거론되는 김 회장 차남의 초등학교 동창생은 신병 확보도 되기 전에 존재가 공개됐다. 두 가지 모두 김 회장 측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손을 쓸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그동안 이번 사건 수사는 남대문경찰서 4개팀(24명)에 서울경찰청 형사과와 광역수사대 수사인력 20명이 합류한 사실상의 ‘특별수사본부’에서 맡았다. 여기에 2일부터 서울경찰청에서 5명의 인력이 추가 투입돼 김 회장 차남의 친구를 쫓고 있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이다 보니 주요 정보가 새어 나가는 구멍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남대문서의 한 관계자는 “사방이 적이다. 서장도 못 믿는다. 영장도 다른 팀에서는 알 수가 없는데 어디에서 새어 나갔는지 모르겠다.”면서 “먼저 정보가 나가니까 건진 게 없지 않나.6500억원이나 있는 재벌(정확하지는 않으나 김 회장의 재산 규모를 암시)이 하룻밤 새 CCTV쯤이야 못 바꾸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수사보다 감찰 걱정에 한숨만… 서울경찰청 수뇌부가 김 회장이 연루된 폭행 첩보를 인지한 시점은 늦어도 지난 3월 말이다. 하지만 ‘단순폭행’으로 오판(?)해 사건을 남대문서로 이첩,‘뒷북수사’를 자초해 놓고도 비난이 거세게 일자 일선 경찰들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사건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나도 이번 사건을 마치면 직위해제되든지 지방에 보내질 것 같은데 내가 뭘 잘못했나. 원래 내사 기간은 2개월이고, 그 동안 내사하고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4월 초부터 내사를 진행하고 소환 계획을 세웠는데 지금 감찰반에서 조사하겠다고 기다리고 있다. 사건 끝나면 바로 조사 들어간다고…”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최초 첩보를 입수했던 광역수사대 역시 분위기가 흉흉하기는 마찬가지다. 첩보 보고자인 오모 경위는 언론에 사건 개요를 흘렸다는 이유로 이미 감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광수대에서 수사팀에 합류한 사람들도) 위에서 시키니 할 수 없이 하고 있을 뿐이다. 사건에 대해 함구하라고 지시가 떨어져 더 이상 말 할 수 없다.”고 털어 놓았다. 또다른 경찰관은 “경찰도 ‘곤조’가 있다. 자신이 인지해서 혼자 진행한 사건이면 남에게 내주기 싫어한다. 기자도 기사를 쓰다가 데스크에서 ‘이건 아니다. 그만 해라.’‘다른 애한테 넘겨라.’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나.”라면서도 “방법이 잘못됐다. 정식으로 항의 절차를 밟든지,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지적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해리왕자 이라크 파병 확정”

    영국 해리 왕자의 이라크 파병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리 왕자의 이라크 파병은 4월에만 12명의 영국군이 이라크에서 전사한 뒤 안전문제로 논란이 벌어졌다. 리처드 대넛 영국 육군 참모총장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참모총장으로서 결단을 내렸다. 해리 왕자를 포함한 모든 장병을 지휘하는 입장에서, 그가 소속된 연대와 함께 이라크로 갈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넛 참모총장은 5월 내로 이뤄질 해리 왕자의 파병 문제에 관해 각계와의 협의를 거쳐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강조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대넛 참모총장은 “상황이 변하게 되면 보다 진전된 성명을 내놓겠다.”고 덧붙여 해리 왕자의 파병이 취소될 여지도 남겨 놓았다. 찰스 왕세자의 차남으로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해리 왕자가 이라크에 파병될 경우 무장세력의 표적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라크의 저항세력도 해리 왕자가 파견되면 그를 납치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선’지는 “해리 왕자가 파병될 경우 최전선이 아니라 행정병 자리가 주어질 것”이라고 지난주 보도했다. 또 옵서버지는 해리 왕자의 복무 현장을 보호할 특수 부대가 이미 이라크에 파병됐다고 보도했다.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 ‘수상한’ 압수수색

    ‘수상한’ 압수수색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초동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찰이 압수수색마저 부실하게 해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김 회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일정이 미리 새나간 데다 노동절 휴일이라는 이유로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회장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경제사건이 아닌 폭력사건으로 재벌 총수의 집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1일 오후 2시13분부터 2시간30분여 동안 김 회장의 가회동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폐쇄회로(CC)TV와 사건 당일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에쿠스 및 체어맨 차량을 정밀 감식하는 등 증거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뒤 50여일이 지난 데다 압수수색영장 신청이 30일 밤 언론에 유출되면서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영장 집행 방침이 미리 알려진 탓인지 한화 측은 직원들을 정문에 대기시켜 취재진과 포토라인을 협의하는 등 ‘차분하게’ 경찰을 맞이했다. 특히 집 앞에 대기하고 있던 한화 관계자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고 있었다.3시쯤 온다더라.”며 압수수색에 충분히 대비했음을 시사했다. 한화 측 변호사 3명이 경찰 도착 20분전에 자택에 온 것도 압수수색 시점이 조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강대원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은 압수수색을 끝내고 나오면서 “압수수색이 당초 기대에 못 미쳤다. 결과는 추후 수사브리핑에서 밝히겠다.”면서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이 작용한 것 같다. 한화 측이 미리 뭔가 조치를 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에쿠스와 체어맨 차량 바퀴 안쪽에 묻어 있던 흙과 김 회장의 검정색 점퍼와 운동복 하의, 등산화와 조깅화, 청계산에서 묻어온 것으로 의심되는 씨앗과 나뭇가지 등을 압수했다. 또한 한화그룹 법인 명의의 휴대전화 발신내역을 추적한 결과, 청계산과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사건 당일 전화를 걸었던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회장 명의의 전화가 아니어서 발신자가 누구인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서 지난 30일 오후 11시쯤 자진 출석한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을 1일 오전 4시30분까지 조사했다. 김 회장의 아들은 “때린 적이 없다.”“아버지도 가담한 적 없다.”고 일관되게 자신과 김 회장의 폭행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윤모씨에게 얼굴을 맞고 계단 아래로 넘어져 눈썹이 찢어진 피해 사실만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막바지에 경찰이 피해자와의 대질신문을 추진했지만 김 회장 차남이 거부해 성사되지 않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승연회장 ‘보복폭행’ 수사] 김회장 ‘폭행’ 직접증거 없으면 수사 원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차남은 보복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다만 3월8일 새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차남이 피해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인정했다. 다수의 피해자가 일관되게 김 회장측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지만, 김 회장은 법률적으로 운신할 폭을 활용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상석 변호사는 “수사나 재판은 진실게임이 아니다.”라면서 “증거가 승소를 가져다 주고 증거에 바탕한 정의가 유·무죄를 가리는 척도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이 청계산 근처에 있었다는 직접 증거가 나오지 않고, 그 장소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수사는 원점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청계산 근처와 북창동 주민들이 “신음소리가 들렸다.”거나 “검은 차가 가게 앞에 늘어섰다.”는 식의 간접 증언도 결정적인 증거 능력에는 못미친다. 일단 납치·감금 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 측면에서 현재까지는 김 회장에게 불리할 게 없는 상황이다. 한화 경호팀 중에서 “김 회장이 S클럽에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고, 김 회장과 차남도 이를 뒤집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 김 회장이 직접 폭력을 행사했는지 안했는지가 처벌에 큰 변수는 안된다. 집단폭력 사태를 지휘한 사람이 김 회장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목해 때리라는 명령이 없이 지휘와 통솔의 위력만 갖추고 있어도 이른바 ‘두목급’으로 대접받는다. 보통 일행 가운데 가장 높은 형이 선고된다는 얘기다. 김 회장이 현장에 없었다면 교사범이 되지만, 처벌 측면에서는 큰 의미는 없다. 다만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어서 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될 가능성은 있다. 검찰과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뢰성과 김 회장측이 제시한 알리바이를 비교해 영장 청구 또는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김승연회장 ‘보복폭행’ 수사] 예고된 ‘뒷북수사’ 물증없어 암초에

    [김승연회장 ‘보복폭행’ 수사] 예고된 ‘뒷북수사’ 물증없어 암초에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가 ‘예고된’ 암초에 부딪쳤다. 대기업 총수의 폭행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도 초동수사가 부실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이 1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김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김 회장에 대한 조기 사법처리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영장 신청단계에서 노출돼 큰 소득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설사 김 회장 측이 3월8∼9일 상황을 뒷받침할 증거를 가지고 있었더라도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어디에서 유출됐는지 모르지만 ‘생색내기’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동경로 남는 GPS 장착 안돼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김 회장 자택의 폐쇄회로(CC)TV 화면과 승용차에 탑재된 위성항법장치(GPS) 자료를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자택 정문과 진입로에 설치된 CCTV는 녹화 기능이 없고 감시 기능만 있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감식한 에쿠스 차량(2000년 10월 출고)도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이동경로가 고스란히 남는 ‘모젠시스템’이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김 회장의 사건 당일 행적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달 29일부터 1일 새벽까지 김 회장과 둘째 아들을 잇따라 소환해 밤샘 조사를 하고 피해자들과의 대질신문까지 했지만 이렇다할 소득을 얻지 못했다. “청계산에 가지도 않았고 때린 적도 없다.”는 김 회장 부자와 “청계산과 북창동 S클럽에서 김 회장과 아들에게 직접 맞았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철저하게 평행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소환된 한화 직원들과 경비 용역업체 관계자들도 김 회장의 폭행 연루를 입증할 만한 배신(?)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당일 김 회장 부자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 차남의 초등학교 동창생이 진술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신병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선 자택 압수수색과 사건 당일 김 회장 일행의 휴대전화 발신 추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경찰이 증거 확보에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사건 발생 40여일 만에 언론보도에 등 떼밀려 본격수사에 들어갔다는 데 있다. 경찰은 늦어도(?) 사건 발생 10여일 뒤인 3월20일쯤 ‘김 회장 등 32명(경호원 6명, 폭력배 25명)이 피해자 조○○ 등이 자신의 둘째 아들과 싸움을 하였다는 이유로 3월8일 20시30분쯤 강남구 청담동 ○가라오케에서 피해자 4명을 자신의 경호원, 폭력배 등에게 시켜 강제로 차에 태워 서초구 청계산 주변 창고로 납치한 후 약 20분간 감금하고 집단폭행해 얼굴 등에 상해를 가했다….’는 6하 원칙에 입각한 정제된 첩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서울경찰청 형사과를 거쳐 같은 달 28일에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내사 지시가 떨어졌다. 남대문서로 사건이 이첩된 뒤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남대문서는 같은 달 29일 내사에 착수한 뒤 4월17일 한화 경호과장 진모씨를 조사한 것을 제외하면 S클럽과 주변 업소, 한화 관계자들을 탐문한 것이 전부였다. ●경찰, 증거인멸 자초한 셈 이때는 이미 가회동∼청담동∼청계산∼북창동으로 이어지는 사건 당일 김 회장 측의 동선에 있는 도로 CCTV화면을 확보하기에는 늦었다. 도로에 설치된 CCTV 화면의 보관 기간은 10∼20일이기 때문이다.‘뒷북수사’로 인적이 빈번한 청계산 상가 공사현장의 목격자도 확보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 북창동 S클럽의 CCTV 화면도 입수하지 못했다. 장희곤 남대문서장은 지난 30일 중간수사 브리핑에서 “S클럽 사장이 (CCTV가) 일체 작동 안 된다고 진술해 더 이상 확인할 필요를 못 느꼈다.”는 미심쩍은 해명을 했다. 결국 광역수사대-서울경찰청 형사과-남대문서로 사건이 표류하는 동안 외압이 개입할 소지와 증거가 인멸될 시간을 경찰이 자초한 셈이다. 재벌총수가 연루된 폭행 첩보를 ‘단순폭행’으로 오판(?)해 초동수사를 사실상 포기한 경찰의 자충수인 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승연회장 ‘보복폭행’ 의혹] 집·사무실 압수수색영장… 물증확보 총력

    경찰이 ‘보복폭행’ 사건에 연루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해 이르면 1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어서 김 회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김 회장 영장 청구를 위한 물증 확보를 위해 김 회장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과 중구 장교동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피해자 6명 진술 일치 서울 남대문경찰서 장희곤 서장은 30일 중간 브피핑을 통해 “피해 종업원 6명이 일관되게 김 회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함에도 피의자가 이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아들을 조사한 뒤 보강수사를 거쳐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29일 오후 4시 남대문서에 자진출석한 김 회장은 11시간20여분 동안 진행된 경찰 조사를 마치고 30일 오전 3시20분쯤 귀가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인 청계산 폭행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김 회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자와 목격자 진술이 ‘김 회장이 보복폭행 현장에 모두 있었고 직접 폭력을 휘둘렀다.’는 내용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김 회장의 폭행 가담과 현장 지휘 사실이 대부분 인정된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술집 CCTV 고장나” 경찰은 이날 오후 귀국한 김 회장의 아들을 오후 11시5분부터 불러 밤샘 조사를 했다. 김 회장이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한 상황에서 경찰로서는 차남의 진술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27일 이동통신사에 김 회장의 휴대전화 발신 추적을 신청한 뒤 영장을 발부받아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S클럽 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는 고장나 물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청계산 폭행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에 규정된 집단 체포·감금의 경우 2년 이상 유기징역 형에 해당하는 사안이어서 김 회장의 혐의 내용 중 가장 무거운 것에 속한다. 경찰은 휴대전화 발신 추적 결과와 함께 청담동 G가라오케와 청계산, 북창동 S클럽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차남의 친구로부터 증언을 확보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또 김 회장 집과 집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김 회장 일가가 피해자에 대한 회유·협박이나 수사 무마 등을 시도했는지 등 정황을 밝힐 수 있는 자료를 입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발부 여부는 檢·法 손에 먼저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한다. 검찰은 경찰에 보강 수사를 지시할 수도 있고 김 회장을 다시 검찰로 불러 직접 조사하거나 경찰의 영장 신청을 기각, 불구속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 현재 검찰 내에서도 “납치 혐의가 사실이라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과 “구속까지 할 사안은 아니지 않으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검찰 내 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목격자 증언 외에 확실한 물증이 없어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법원은 “구속 영장 발부를 처벌의 일부로 생각하는 관행을 없애겠다.”며 검찰과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구속영장 발부에 엄격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데다 김 회장이 혐의를 끝까지 부인, 증거인멸 우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임일영 김효섭 박창규기자argus@seoul.co.kr
  • [김승연회장 ‘보복폭행’ 의혹] 귀국한 차남 “아버지 청계산 폭행 몰라”

    [김승연회장 ‘보복폭행’ 의혹] 귀국한 차남 “아버지 청계산 폭행 몰라”

    “국민과 아버지께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저도 피해자입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의 핵심 인물인 둘째 아들(22)이 30일 오후 7시30분쯤 중국 베이징발 남방항공 CZ315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했다. 그는 지난 25일 교환학생으로 있는 서울대 동양사학과의 중국 답사여행에 동행, 해외 도피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었다. 예정보다 1시간 10여분 늦게 도착한 그는 다소 긴장한 듯 무뚝뚝한 표정이었으며 검은 모자를 눌러 쓰고 게이트를 나섰다. 그의 얼굴 오른쪽 눈가에는 지난달 8일 유흥업소 종업원으로부터 맞아 오른쪽 눈 주위를 10여바늘을 꿰멘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는 대기 중이던 취재진 앞에서 1분여 동안 사진 촬영에 응했으며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짤막하게 대응했다.‘아버지가 청계산으로 갔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고, 이어 ‘피해자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내가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에 잠시 들른 그는 출석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은 오후 11시5분쯤 변호인 및 한화그룹 관계자와 함께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계산에 아버지랑 함께 갔느냐.’‘본인이 직접 때렸느냐.’‘아버지가 때리라고 시켰느냐.’는 질문 공세가 이어졌지만 입을 꾹 다문 채 김 회장이 조사받았던 1층 폭력팀 진술녹화실로 사라졌다. 피의자 겸 피해자 신분인 그는 남대문서 수사과장과 강력2팀장으로부터 ▲술집 종업원을 보복 폭행했는지 ▲김 회장이 직접 폭력을 휘둘렀는지 ▲아버지와 함께 청계산에 갔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승연회장 이르면 오늘 영장

    김승연회장 이르면 오늘 영장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30일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서울남대문경찰서는 자신의 아들을 때린 술집 종업원들에게 보복 폭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회장을 상대로 29일 오후 4시부터 30일 새벽까지 폭행을 직접 행사했는지 여부, 폭행을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 회장은 ‘1차 폭행’ 장소로 거론되는 청계산에는 가지 않았으며, 직접 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주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벌총수가 폭행 사건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은 이날 밤 11시10분 수사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김 회장이 주요 범죄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으로 일관해 저녁 식사 이후에는 피의자와 대질신문하려 했으나 응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김 회장 얼굴을 보여주고 확인했는데, 때린 사람이 맞다는 확인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현재까지 조사된 내용만으로도 김 회장이 보복폭행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출두에 앞서 경찰서 밖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개인적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모든 의혹을 경찰 수사에서 밝히겠다.”고 밝혔다. 청계산에 직접 갔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폭력팀 내 진술녹화실에서 변호사 입회 아래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과 강력 2팀장으로부터 사건 전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김 회장을 상대로 지난달 8∼9일에 걸쳐 서울 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을 직접 폭행했는지와 폭행을 지시했는지 여부, 전기충격기와 쇠파이프 등 흉기를 사용해 폭행했는지와 조직폭력배 동원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또 피해자들을 납치 및 감금했다는 주장과 사건 발생 뒤 회유와 협박을 했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캐물었다. 경찰은 김 회장의 차남이 30일 오후 6시20분 중국서 귀국해 자진 출두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승연회장 경찰 출두] 김회장 차남 오늘 귀국할까

    술집 종업원 보복폭행 사건의 핵심 인물로 경찰 소환 통보를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모(22)씨가 30일 예정대로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화그룹과 서울대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 답사프로그램에 참가해 지난 25일 중국 선양을 통해 중국에 입국했다. 한화 관계자는 “김씨는 이번 한학기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환학생으로 등록돼 공부하고 있고, 이번 중국 답사 프로그램도 학생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30일 예정대로 귀국할 것”이라고 전했다. 답사 일정에 따라 단체비자를 받아 현재 베이징 인근의 역사현장을 돌아보고 있는 김씨는 30일 오후 3시20분(현지시간) 중국 남방항공편으로 베이징을 출발해 같은 날 오후 6시10분(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경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이날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와 학생 등 역사현장 답사팀 23명과 함께 베이징 시내 쯔진청과 이허위안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베이징대학도 방문했다. 미국 예일대에 다니는 김씨는 이번 학기부터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들어와 지난 25일 동양사학과 중국 답사팀과 함께 선양을 통해 중국으로 입국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세계효문화본부 홍일식 총재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세계효문화본부 홍일식 총재

    벌써 5월이라는 생각에 문득 피천득 선생께 안부 전화를 걸었다. 새달 29일이면 백수(百壽)라는 만 99세를 채우는데도 아직 듣고 말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하신다. 지금도 애지중지하는 인형과 함께 눈을 지그시 감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신다. 어두워 잠자리에 들 때면 늘 그러했듯 팔베개를 해주며 꿈속을 함께 걸으신다. 또 밝은 낮에는 집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감상하며 어린 아이처럼 히죽거리다가 감흥에 젖어 시구도 절로 읊으신다. 이래저래 5월은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한다. 기념할 날도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새삼 가족과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가정의 달’이라고 했던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가정의 달´ 맞아 되돌아본 효 ‘효행’이 새삼스레 생각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륜의 덕목 중 가장 으뜸으로 여긴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만한 스승 없고, 형만한 아우없다.’는 속담에 얼마나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일까. 지난주 홍일식(72) 전 고려대 총장을 만났다. 그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세계효문화본부’ 총재를 맡아 ‘21세기의 효’는 어떠해야 하며, 또 ‘한국인에게는 무엇이 있는가.’에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 성북동 사무실에 들어서자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맞이한다. 젊어 보인다고 하자 “손님을 만나려면 최소한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느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어 자리에 앉더니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다. 일찍이 역사의 신은 준비 없는 사람에게 미래의 영광을 준 적이 없다. 미래는 세계화이고 따라서 다음 세대는 세계 시민권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과거 농경사회 때는 어떠했습니까. 헐벗고 굶주려, 배고파서 못살겠다고 했지요. 그 다음에는 산업사회가 왔습니다. 배고픔은 없었지만 대신 힘들다고 했습니다. 노동시간의 단축을 요구했지요. 정보화시대인 지금은 바빠서 못살겠다고들 난리입니다. 다들 몸은 하나인데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허덕입니다. 각종 스트레스 속에,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떠밀려 가는 사회에 살고 있지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인류 문명의 큰 흐름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다가올 전문지식사회의 문제는 ‘고독´ 그러면서 다가올 미래는 ‘고도의 전문지식사회’이며 이때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외로움, 바로 ‘대중 속의 고독’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만 하더라도 한 지붕 아래, 한 가족끼리도 벽을 쌓은 채 가식화된 인사를 나누며 지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치닫는 현대사회가 사람을 고독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으며, 때문에 미래 인간의 최대 과제는 ‘고독 탈출’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미래사회의 주인공은 바로 이 고독으로부터 해방·탈출할 수 있는 사상과 문화를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캄캄한 밤에 지팡이도 없이 표류하는 인간에게 기댈 수 있는 언덕과 길잡이로서의 철학사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야 말로 ‘21세기 리더’라고 부연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능력은 지금이 최상이며, 더 떨어지지 않게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단국가인 데다 지하자원도 없이 세계 10대 교역국이 된 것에 만족하고 더 이상 부의 축적에 욕심 부려선 안 됩니다. 미래의 국가는 민족주의도 사라지고, 세금 받는 영역에 불과합니다.” ●미래 문화시대 대비할 우리 유산 효 결국 미래는 문화의 시대, 즉 문화영토의 사회일 수밖에 없다고 예견한다.“천만 다행히도 우리는 지금 이 미래를 준비할 능력과 함께 사상·문화의 유산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서 효문화·효사상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구인들의 경우 스스로 고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이미 동양의 철학·사상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 가족학(Family Science)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으며 “이것이 다름 아닌 동양의 혈연·가정학의 변형이요, 우리의 효문화·효사상에 대한 새로운 가치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또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스웨덴만 하더라도 최근 들어 노인들의 고독 탈출을 위한 데모가 잦다고 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생겨난 버지니아텍 사건만 하더라도 현대문명이 빚어낸 ‘고독의 늪’에 그 원인이 있다면서 누구나 다 정도의 차이일 뿐 ‘조승희적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효사상이 인류의 구원인 까닭도 여기에 있단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950년대에 TV가 나와 1980년대까지 한 지붕 가족관계를 토막냈습니다. 그 이후에는 컴퓨터가 나와 인간관계를 100배나 더 미세하게 단절시켰지요.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선 부모·자식 간의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자기희생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미래지향적인 효사상을 정립해야지요. 예컨대 과거 집안의 효자라고 했을 때, 그 집 아들은 부모에 대한 효성은 지극한 반면, 자신의 갈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해 사실상 인생의 낙오자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럴 수는 없지요. 현대의 효는 부모를 즐겁게 해주는, 즉 자식이 출세하고 올바르게 잘 살아가면 그게 바로 진정한 효 아니겠습니까.” ●효사상도 혁명적으로 변해야 옛날에는 부모만 한 스승이 없다면서 무조건 따라오게 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자식한테 배워야 하는 문명시대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지금의 부모 세대는 도덕적으로 힘든 일을 했을 때 비로소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서 “어른들이 담배꽁초도 줍는, 그런 천지개벽하는 대변혁의 가치관이 필요한 때”라고 거듭 주문했다. “효사상은 오늘날 인류문명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자 미래를 이끌어갈 유일한 철학이지요. 우리는 그 사상과 문화영토 개척의 향도로서 앞장서 나가야 합니다.” 고려대를 나와 이 학교 여자교우회장까지 지낸 홍 총재의 부인 역시 평소의 덕행을 인정받아 1996년 ‘신사임당’에 추대됐다. 슬하에 3남1녀를 두었다. 딸은 한서대 교수를 거쳐 지금은 성북보건소 의학과장이다. 장남은 국민대 교수, 차남은 사업가이며 삼남은 경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 총재는 가끔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다. 최근에는 중국 ‘열하일기’의 무대를 다녀왔다. 여기에서 홍 총재는 “당시 70만 여진족이 1억이 넘는 한족을 무너뜨려 270년간 꼼짝 못하게 한 비결이 글로벌 리더십”이라고 얘기했더니 자식들이 다 감동했다고 귀띔했다. 이런 테마여행이 올해도 몇 차례 예정돼 있어 부푼 기대감이 어렸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6년 서울 출생 ▲55년 양정고 졸업 ▲59년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양정고 교사 ▲64년 동대학원 석사 ▲77∼2001년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80년 동대학원 문학박사 ▲90∼91년 베이징대 교수 ▲92∼94년 성곡학술문화재단 운영위원장 ▲94~98년 고려대총장 ▲97년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 ▲99년 세계효문화본부 총재 ▲2001년 한국향토사전국협의회 회장 ▲2002∼2004년 학교법인 동원육영회(한국외국어대) 이사장 #주요 저서 육당연구, 한국개화사상사, 문화영토시대의 민족문화, 중한대사전, 한국인에 무엇이 있는가,21세기와 한국문화 외 다수. ■ 세계효문화본부는 현대적 의미의 효개념 재정립과 효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9년 12월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국가 청소년위원회 인가). 주요 사업으로는 효정신 함양을 위한 출판(계간지 ‘헬로 효’ 발행), 효문화 가치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한 홍보 및 세미나 개최, 세계 각국과 효문화 사업 교류협력, 효박물관·효문화센터 건립 및 운영 추진 등이다. 그동안 ▲2000년 5월 ‘효의 세계화’ 세미나 개최 ▲2003년 9월 세계효문화축제 개최 ▲2004년 11월 한·중·일 국제청소년 효문화 포럼 등의 행사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김승연회장 경찰 출두] 이런 경찰에 수사 맡겨도 되나?

    경찰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승연 한화 회장 차남의 출국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등 ‘보복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9일 발생한 사건 수사가 한 달 반 동안 지지부진했던 이유가 미심쩍다. 경찰 윗선(?)의 광범위한 외압이나 로비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외압이 없었다면 경찰 보고계통에 문제가 있다는 해석이 성립한다. ●경찰 보고 체계에 구멍 경찰은 발생 10여일 뒤 첩보를 입수하고도 한달 반 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언론보도 이후 전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이 한화 회장의 연루를 초기부터 알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을 덮으려다 외부에 알려지자 거짓 해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9일 0시7분쯤 112 신고가 접수돼 폭행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신고 내용도 ‘한화그룹 아들이 폭행한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됐다. 또 사건 발생 2∼3일 뒤 한화그룹 고문으로 있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남대문서장에게 “이 사건을 조사하느냐.”고 문의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6일 서울청 광역수사대에서 ‘범죄첩보 보고’를 통해 이 사실을 한기민 서울청 형사과장에게 문서로 보고했고, 한 과장은 구두로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했으나 이택순 경찰청장까지 보고되지는 않았다. 결국 외압이 없었다면 경찰 보고시스템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결론으로 귀착된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29일 “언론보도 보고를 24일에 받았고, 지휘보고를 26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차원의 수사팀이 꾸려질 만큼 파장이 큰 사건이 경찰청장이나 경찰청 차장 등 수뇌부에는 보고조차 되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첩보보고 내용이 이름과 날짜, 시간, 폭행장소 등이 정확하게 기재돼 있고, 상당수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이 이미 사건을 조사해 개요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뒷북 수사 경찰은 김 회장의 차남이 25일 출국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뒷북만 쳤다. 경찰은 25일에야 처음으로 출국 여부를 묻는 전산 조회를 했다. 출국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문의하지 않고 경찰 자체 전산망에 의존했고 경찰 전산망이 실제 출입국 일자보다 하루 늦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더구나 26일 오후 출입국 전산망으로 확인 가능했던 사실을 28일 새벽에야 한화 측의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파악했다. 결국 경찰은 김씨의 출국도 모르고 26∼27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를 연출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재보선이후 범여권 통합의 3대 돌출변수

    1. 김홍업의 정치행보와 DJ의 속마음 4·25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업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하지 못했던 형(김홍일 전 의원)과는 파괴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홍업씨가 목소리를 키울 경우, 그것은 사사건건 DJ의 의중, 즉 김심(金心)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 홍업씨는 26일 아침 일찍 동교동 자택으로 DJ에게 당선인사를 가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DJ의 후광’에 쏟아지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사양하지 않았다. DJ가 홍업씨에게 건넸다는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덕담과, 홍업씨가 박상천 민주당 대표에게 밝혔다는 “아버지가 그렇게 기뻐하신 것은 처음 봤다. 평생 그렇게 반갑게 저를 맞이해준 적이 없었다.”는 소회 등이 여지없이 공개되는 정황도 예사롭지 않다. 그의 행보가 ‘홍업=DJ 대리인’ 쪽으로 향할 것임을 시사하는 듯하다. 이런 홍업씨가 그의 말대로 “통합에 최대한 협력”한다면 범여권 통합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의 시야가 민주당과 DJ의 정치적 이익으로만 좁혀진다면 통합은 세력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어려워질 수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 심대평 ‘충청 독자세력화’ 나설까 심대평 국민중심당 공동대표는 범여권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신 ‘충청권 독자세력화’를 주장, 이번 대선에서 확실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자신의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민심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충청권 출신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해서는 “손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정 전 총장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화답해 ‘정-심 연대’ 구도가 부각되고 있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상당하다. 심 대표는 정 전 총장과 결합하면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고, 정 전 총장은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심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몸값’을 높이기 위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국민중심당이 충청권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호남과 충청을 결합시키는 ‘서부벨트론’을 유효한 대선 승리 카드로 보고 있는 범여권 사이에서 목소리를 높이되 판세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막판에 가서야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3. 정세균 ‘제정당 연석회의’ 파장은 26일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대통합을 위한 제 정당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연석회의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 주장하는 방법이다. 현 열린우리당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정 의장은 재·보선 결과를 제안 명분으로 삼았다.‘무소속 돌풍’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것이다. 정 의장은 “재·보선을 통해 대통합의 당위성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물론 ‘후보 중심의 제3지대론’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임을 분명히 했다. 기존 정당을 구체적으로 접촉해 늦어도 다음달부터 6월10일 이내에 ‘후보자 중심의 정당’ 틀을 짜겠다는 복안이다. 조정식 홍보기획위원장은 제 정당 연석회의 역할에 대해 “후보들이 독자적인 세를 구축한 뒤, 오픈프라이머리와 신당 창당을 합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제3신당의 ‘키(Key)맨’은 대선후보이기 때문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경우, 늦어도 5월 이내에 출마선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범여권과 유력후보들이 ‘각자도생’ 중인 상황에서 제 정당 연석회의는 불가측성을 더할 전망이다. 오히려 이 제안은 당내 주자들의 결단을 요구하는 소리로 들린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자만에 무너진 한나라당 불패신화

    한나라당이 재·보궐선거 불패신화를 이어가지 못한 것은 스스로의 잘못에 기인한다. 소속 대선주자들의 높은 지지율, 범여권의 지리멸렬에 자만해 돈 썩는 냄새를 풍기다가 유권자들의 외면을 자초했다. 한나라당은 어제 실시된 국회의원,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3곳의 국회의원 선거 중 경기 화성에서만 승리했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경북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재·보선 공천을 앞두고 금품수수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단순히 구설수를 타는 게 아니라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받고, 후보매수까지 시도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제명처분 등 진화에 나섰으나 엎질러진 물이었다. 의협 회장으로부터 떳떳하지 못한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들도 대부분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급기야 전재희 정책위의장이 “한나라당이 집권해서 부패하려면 오히려 집권을 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나라당은 당직개편을 넘어 정풍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 재·보선 결과에서 보듯 지금의 당지지율은 허상일 수 있다. 새 모습을 못 보여주면 언제라도 지지율은 떨어진다. 재·보선 표심은 기존 정치권이 모두 불신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구태, 대다수 지역에서 공천조차 포기한 열린우리당,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민주당이 한 묶음으로 비판받아야 한다. 무소속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투표율이 저조한 것 등이 그 때문이라고 본다.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당선된 것은 유감스럽다. 비리혐의로 사법처리되었던 홍업씨를 민주당과 동교동계가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당선시킴으로써 우리 정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앞으로 대선국면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
  • [재보선 당선자 인터뷰] 김홍업 “민주세력 통합에 힘 쏟을 것”

    25일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민주당 김홍업 당선자는 “이제는 아버지를 떠나 국회의원 김홍업으로 봐달라.”면서 “주민들의 성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여곡절 끝에 전남 무안·신안 보궐선거에서 승리, 감격에 겨운 듯 눈시울을 붉혔다. 김 당선자는 “군민들의 엄숙한 명령을 잘 헤아려 혼신을 다해 국정에 임하겠다.”며 “낙후된 지역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 땅의 민주세력 통합과 민주주의 실천에 온 힘을 다 쏟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 초반 공천을 둘러싼 지역내 거센 비판여론에 직면해 고전했으나 민주당 중진 인사들과 어머니인 이희호 여사가 선거운동에 가세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역할론에 대해 “많은 분을 만나 말씀을 듣겠다. 통합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이번 선거에서도 저의 승리를 통해 확인된 만큼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선된 배경에 대해 그는 “지역발전과 민주세력 통합에 대한 지역민의 큰 기대가 반영됐고 나에 대한 평가도 반영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욱 잘해서 지역민들의 바람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당선자는 김 전 대통령의 차남으로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을 역임했다.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부인 신선연(53)여사와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무소속 돌풍… 한나라 참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민주당 김홍업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각각 전남 무안·신안과 대전 서을에서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25일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3곳에서 경기 화성의 고희선 후보만 승리, 지난 2004년 이후 지속된 ‘재·보선 불패’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의원 1곳 등 14곳에 후보를 낸 열린우리당은 전북 정읍시 기초의원 1곳을 제외하고는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지도부 책임론과 열린우리당의 추가 탈당 움직임 등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초 기대에 비해 참패한 한나라당 임명직 당직자들은 이날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은 김홍업씨는 부친과 친형인 홍일씨에 이어 금배지를 달게 돼 새로운 기록을 쌓게 됐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자정 현재 대전 서을에서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3만 9858표(60.1%)를 얻어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를 1만 5285표차로 앞서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경기 화성에서는 한나라당 고희선 후보가 2만 6408표(57.0%)를 얻어 열린우리당 박봉현 후보를 1만 2107표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전남 무안·신안(개표율 88.8%)에서 민주당 김홍업 후보가 2만 1227표(49.4%)를 얻어 1만 3987표(32.5%)를 얻은 무소속 이재현 후보를 7240표차로 앞섰다. 이로써 이번 재·보선에서는 한나라당이 1석, 민주당 1석, 국민중심당이 1석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원내 의석분포는 한나라당 128석, 열린우리당 108석, 통합신당모임 24석, 민주당 12석, 민주노동당 9석, 국중당 6석, 무소속 12석으로 재편됐다.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재·보선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기초단체장 지역 6곳 가운데 서울 양천과 경기 양평, 가평, 동두천, 경북 봉화 등 5곳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됐고, 충남 서산에서만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다.9곳에서 치러진 광역의원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이 3곳, 무소속이 6곳을 차지해 무소속 약진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편 이날 전국 55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재·보선 투표율은 27.7%로 지난해 10·25 재·보선(32.2%)에 비해 6.5%포인트 낮았고 이는 2000년 이래 실시된 14차례의 재·보선 투표율 가운데 세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국회의원 보선 3곳의 투표율은 30.1%로 잠정 집계됐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4·25 재보선] 각당 표정

    4·25 재·보선 결과는 연말의 17대 대통령 선거전 양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나 다름없다.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가 된 대전 서을, 김대중(DJ)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무안·신안 등의 국회의원 보궐 선거결과가 주목됐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추가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지도부 책임론 대두… 강창희 최고위원 사의 25일 저녁 심대평 후보의 한나라당은 ‘재·보선 불패신화’가 4·25 재·보궐선을 끝으로 막을 내리자 망연자실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선거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마지막 선거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큰 것 같다.25일 밤 대전 서을 선거를 진두지휘한 강창희 최고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지도부 책임론’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침통한 분위기 강재섭 대표는 각 지역의 당락이 거의 확정될 무렵인 오후 10시20분쯤 이강두 중앙위의장, 박재완 비서실장 등과 함께 당사에 들렀으나, 침통한 표정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강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이 주신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당은 쇄신과 새로운 각오로 새출발하겠다. 이런 위기를 성찰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도 이번 선거 결과를 숙연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뜻에 따라 앞으로 당을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최선을 다했고,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한나라당으로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선거였다.”고 말했다. 이재오·전여옥·정형근·권영세 최고위원 등도 뒤늦게 당사를 찾아 긴급 대책을 숙의하는 등 이번 선거로 인한 정국 변화와 당내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강창희·한영 최고위원은 각각 대전·광주시당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이에 앞서 김형오 원내대표와 황우여 사무총장,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 나경원·유기준 대변인 등 당직자들은 개표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8시쯤 서울 염창동 당사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 잠시 들렀다가 이내 자리를 떴다. 당직자들은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결과를 예측이나 한 듯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었다. ●대선에는 약? 이번 재·보선 결과가 연말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선거 참패로 당 안에선 지도부 책임론 등 후유증이 불가피하고, 밖에서는 범여권 통합작업이 속도를 내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창호 부대변인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일시적으로 독이 되겠지만 대선을 생각하면 약이 될 수도 있다.”면서 “연이은 재보선 승리와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정당지지율을 믿고 오만하고 해이해진 당 분위기를 일거에 쇄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우리당 간부회의서 “대통합에 힘 보태자” 열린우리당은 25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의 일방독주를 경계하고 대통합의 계기를 만든 선거’라고 자평했다. 정세균 의장은 “이번 선거는 통합세력과 한나라당의 싸움”이라면서 “실질적 통합세력이 성공함으로써 이 여세를 몰아서 대통합을 잘 추진한다면 올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누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선거”라고 밝혔다. 비록 대다수 지역에서 후보는 내지 못했지만 ‘범여권’ 진영의 승리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안도감이 배어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사실상 참패’ 원인을 ‘공천과정의 잡음과 비리, 대선주자들의 지나친 개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재·보선 ‘불패의 신화’가 ‘부패의 신화’로 남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 들어 2005년부터 치러진 네 차례의 재보선 결과인 ‘40대 0’의 악몽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후보를 낸 14곳 가운데 이날 자정 현재 전북 정읍의 기초의원 당선을 제외하고는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는 이날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정 의장과 원혜영 최고위원, 송영길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오후 8시쯤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곧바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향후 당의 진로를 숙의했다. 겉으로는 이번 선거결과를 대통합을 위한 ‘전화위복’으로 삼는 듯했지만 당 소속 의원들의 추가 탈당기류와 복잡해진 정계개편 문제로 속내는 편치 않아 보였다. 송영길 사무총장은 선거결과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제3세력과 마음을 터놓고 논의해 열린우리당이 밑거름이 돼서 반드시 대통합 신당을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열린우리당은 26일 통합추진위원회와 의장 기자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이번 선거결과와 향후 대통합 추진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민주당 홍업 당선으로 중도개혁 통합 가속화될 듯 “호남이 민주당 텃밭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가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민주당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공천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고 선거 운동 초반에 냉담한 바닥 민심을 겪었던 터라 민주당에 이날 김 후보의 당선은 더욱 값진 것이었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은 물론 김 전 대통령까지 평가의 도마에 올랐던 선거였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자체 조사를 통해 김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음에도 개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민주당 상황실에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혼재했다. 상대적 열세지역으로 꼽았던 무안지역의 투표함부터 개표한 상황에서 김 후보가 앞서자 당 관계자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밤 10시30분쯤에는 당선을 확신, 선거상황판에 ‘당선’이라고 쓰여진 무궁화 그림을 붙이는 등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김 후보의 당선에 대해 박상천 대표는 “이번 선거를 기폭제로 삼아 중도개혁세력 통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는 개표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봤으나 당선 후 별도의 축하 전화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당선자는 26일 당사에 들러 당선 인사를 한 뒤 동교동을 찾아갈 예정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국민중심당 한나라 꺾자 환호성… 정계개편 발언권 커질 듯 국회의원 당선이 확실시되자 국민중심당 선거 상황실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국중당은 이번 4·25 재·보궐선거에서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심 후보를 내세우며 총력을 기울여 왔다. 선거 상황실도 중앙당이 아닌 대전 선거사무소에 마련하고, 정진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당직자 전원이 일찍이 현지로 내려가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전통적 ‘표밭’인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의 추격을 뿌리치고 국중당 위치를 확고히 한 심 후보의 당선으로 국중당은 향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 발언권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여러분은 국회의원 한 명을 뽑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진정성을 갖고 대전·충청을 대변할 깨끗하고 능력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인터뷰] 황병기 가야금 명인

    [인터뷰] 황병기 가야금 명인

    전화를 걸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여보세요? 누굴 찾으세요?황병기 선생님 계십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여보, 전화 받으세요. 당신 전화예요. 소설가 한말숙 선생님인가 보다 생각하고 있을 때 네, 전화 바꿨습니다. 차분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떻게 오지요? 차로 오나요? 전철을 타고 가려고 합니다. 5호선을 타고 충정로역에서 내려 8번 출구로 나오세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오거리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경기대학을 지나서 오거리에서 내리세요…. 딴 생각은 말고 내가 알려준 대로만 따라오면 됩니다.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처음 전화를 걸 때 느끼는 약간의 불안함과 긴장감이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때문일까요? 오는 길을 아주 상세하게 일러주시는 자상함 때문일까요?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 서대문구 북아현동 황병기 선생님 댁으로 가는 길이 환하게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야금과의 첫 인연은 ‘부산 피난 때 우연히’ 고은별 | 선생님과 가야금과의 첫 인연이 어떻게 맺어졌는지 궁금합니다. 황병기 | 제가 제동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과 후에 모든 학생이 무엇인가 특기를 배우게 되었어요. 그때 내가 합창반에서 노래를 했는데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마음속으로 악기 하나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6·25 전쟁이 일어나서 부산으로 피난을 갔는데 천막에서 공부를 했어요. 피난 학교 근처에 고전 무용 학원이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그곳에 세 들어 사는 김철옥(金喆玉) 할아버님께서 연주하시는 가야금 소리를 들었는데, 생전 처음 듣는 그 가야금 소리에 그만 매혹되었지요. 그래서 아무 목적 없이 그냥 그 소리가 좋아서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서 법대를 졸업했지만 가야금이 좋아서 매일 연습했습니다. 74년 내가 서른여덟이었을 때, 이화여대에서 제게 국악과 과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때 며칠 생각을 했고 내 스스로가 음악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 그때부터 음악만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오직 음악만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영혼을 쓰다듬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고은별 | 그렇게 음악만 하고 살아오셨는데, 지금 행복하신가요? 황병기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사는 것이지요. 뭣 하러 생각을 해요.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지요. 행복할 것도 없고 행복하지 않을 것도 없고….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죽을 때까지 살고 싶어요. 고은별 | 음악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황병기 |나는 그냥 좋아서 음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가로 이름이 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음악 자체가 좋아서 한 것입니다. 음악의 기능이 다양하지만 나는 오락으로서의 음악은 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지도 않고요. 영혼을 쓰다듬는 음악을 하고 싶고 앞으로도 사람들이 전심전력을 다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나의 첫 번째 음반이 1965년 미국, 하와이에서 나왔는데 음악 비평 잡지인 《하이파이 스테레오 리뷰(Hifi Stereo Review》에서하이 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정신을 해독시켜 주는 음악이다,라고 평했습니다. 내 인생을 걸고 싶은 음악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고은별 | 국악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지 않습니까? 황병기 | 그렇습니다. 주로 오락용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요. 그것이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오락용 음악은 하지 않습니다. 내가 전통음악 작곡과 연주를 병행하는 데 연주자로서 전통음악을 참 좋아합니다.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는 한 곡이 70분입니다. 나는 그것을 작곡했다고 하지 않아요. 전통적으로 우리들은 음악이 어느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에 있어서는 누구누구 작(作)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그냥 만들 뿐이지 내 작품이라고 해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아름다우면 되는 것이지요. 인도에서도 고대(古代) 시인들이 아무리 아름다운 시를 썼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냥 아름다우면 됐지 누가 만들었나 하는 것을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예술품이 누구의 작품이라는 개념은 서양의 사고 방식입니다. 새로 나올 앨범 5집에 들어갈 작품 중에 <낙도음(樂道吟)>이란 것이 있어요. 고려시대 이자헌이라는 사람이 음악으로 높은 자리에 있다가 벼슬을 버리고 강원도 청평산에 들어가서 일생 동안 거문고만 하다 죽었는데, 그 사람이 쓴 시 중에 <낙도음(樂道吟)>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자기에게 거문고가 좋은 것이 있어 한 곡조 타도 무방하겠지만, 알아들을 사람이 너무 없구나 하는 내용의 시입니다. 그러니까 거문고를 타지 않겠다는 뜻이지요. 그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입니다. 나는 제일 즐거운 것이 내 방 안에서 스스로 가야금을 타는 것입니다. 아무도 내 음악을 들어주지 않아도 좋아요. 내 스스로 음악회를 열어 관객들이 와 주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요즈음 맛있는 청량음료가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즐겨서 사먹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인공적으로 어떤 맛도 내지 않은 깊은 산 속의 샘물을 마시고 싶은, 청량음료가 아닌 순수한 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나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순수한 물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있지요. 나는 그런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은별 | 은은하게 달빛이 비치는 한옥(韓屋)의 아늑한 방 안에, 촛불이 켜져 있고 동양란(東洋蘭) 꽃잎의 향이 깊고 그윽할 때, 선생님의 가야금 소리를 들으면 모든 것이 하나 되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황병기 |내 음악에 대해서 수필가가 글을 써서 수상(受賞)까지 한 것도 있고 시를 쓴 분도 있고 화가들도 내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린 적이 있습니다. 2004년 미국 서부지역 산타 크루즈라는 곳에서 공연을 했을 때, 태디 빌이라는 원로 무용가가 작곡가인 남편과 함께 연주를 들으러 왔습니다. 산타 크루즈라는 곳이 봄 여름 약 6개월 간 비가 오지 않아요. 그러다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비가 내리는데, 그 부부가 첫 비가 오는 날에, 3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내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65년 하와이에서 나온 LP 음반에 수록된 <가을>이라는 곡을 들었다고 해요. 그 말을 듣고 무척 감동했습니다. 고은별 | 최근에 유럽과 일본에서도 연주하셨지요? 황병기 |2006년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런던, 파리, 니스에서 독주회를 했고 6월에는 베르사이유 왕궁과 알제리 국립극장에서, 12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국립 국악 관현악단과 함께 연주를 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한·영 상호 방문의 해 개막식 때 연주를 했고, 프랑스 공연은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일본에서 공연한 한·일 문화 교류의 밤에서는 일본 천황의 차남 아키시노 왕자의 부인 기코 왕자비<공식 명칭-아키시노 노 미야의 비(妃) 기코(紀子)>가 9월 6일 일본 황실에서 고대하던 아들을 출산한 후 처음으로 이번 공연에 참석해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할 정도로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기코 왕자비는 주요 단원들을 만나 연주자 한 명 한 명에게 질문을 하고 느낀 점을 말해 주며 우리 음악과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본 공연 가기 전에 이미 공연장 좌석이 전석 매진되었고, 웨이팅 리스트(waiting list 대기자 목록)가 100명이 넘었습니다. 홋카이도(北海島)에서도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대성황이었습니다. 우리 전통음악에 뜨겁게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고 흐뭇했습니다.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좋아서 하면 됩니다 고은별 | 선생님은 국악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입니다. 홈페이지(www.bkhwang.com)에 들어가 방문자들이 남겨 놓은 글들을 읽어보았는데 가야금을 열심히 해서 선생님같이 되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황병기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좋아서 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서 하면 인생도 즐겁고 진짜 내면의 힘이 나오는 것이니까요.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즐기는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지요. 잘 해야겠다는 마음도 버리고 그냥 즐기면 되지요. 그러면 그 안에서 힘이 나옵니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낼 수 있다는 말씀을 듣고 4시에 찾아갔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6시가 되어갑니다. 아래 층에서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와서 서둘러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현관에 화분이 놓여 있고 직경이 30㎝ 정도 되어 보이는 바위 하나가 있는데 가운데서 물이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옆 투명한 화병 속에서 한 아름의 화사한 진분홍 꽃들이 환하게 웃으며 안녕! 하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을>이라는 가야금 곡을 나도 한 번 꼭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 고은별     월간 <삶과꿈> 2007.02 구독문의:02-319-3791
  • 한나라 ‘불패신화’? 우리당 ‘실낱희망’?

    “투표율 83.78%.” 25일 실시되는 재·보궐 선거의 예상 투표율이면 얼마나 좋을까. 위 투표율은 지난 22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의 결과다.1974년(84.2%) 프랑스 대선 이후 최고 투표율로 관심을 끈 이 ‘사건’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정치 무관심이 심화된다는 일각의 편견을 깨뜨릴 만하다. 계몽주의와 시민혁명의 나라에서 날아든 이 뉴스는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이 땅의 유권자에게 엄중한 숙제를 안긴다. 이번 4·25 재·보선 역시 저조한 투표율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 차례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선 투표율은 고작 24.8%(7월26일),31.2%(10월25일)에 그쳤다. 유권자 10명 가운데 2∼3명만 투표에 참가했다는 얘기다. 그렇게 뽑힌 정치인이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허망한 욕심일 수 있다. 전국 55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56명을 뽑는 25일 재·보선은 17대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다는 점에서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라 할 만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으로 여당이 사라진 상태에서 치르는 선거란 점도 특징이다. 또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탈당으로 한나라당이 ‘기호 1번’을 탈환한 뒤 치르는 첫 선거이기도 하다. 2005년 이후 각종 재·보선에서 이어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40대0 불패신화’가 이번에도 재현될지, 열린우리당이 ‘전패굴욕’을 씻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출마한 전남 무안·신안의 선거 결과도 주목된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4일 각각 수도권과 충청권 등 경합지역을 돌며 지원유세를 벌였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도 경기 화성에서 지원유세에 나섰으며, 민주당은 박상천 대표와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등이 무안·신안에서 총력 유세를 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은 도의원 공천과 관련한 돈거래 의혹, 후보 매수 의혹, 선거법 위반 과태료 대납사건 등 불법 혼탁 사례로 얼룩지는 오점을 남겼다. 25일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되며, 당선자 윤곽은 밤 11시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무안·신안처럼 섬이 많은 지역은 자정이 넘어서야 최종 개표결과가 나올 것으로 중앙선관위는 내다봤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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