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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장 전경, 엘리베이터서 성폭행 시도…여장 군인, 여자탈의실서 알몸 훔쳐봐

    경기 일산경찰서는 30일 수영모와 비닐장갑으로 변장한 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강제추행)로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전투경찰 A(23)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28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에서 귀가 중인 B(27·여)씨를 발로 마구 차며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수영모와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스카프로 B씨의 입을 막았으나 B씨가 격렬히 저항하자 그대로 달아났다가 경찰의 추적으로 근무지에서 체포됐다. A씨는 수영모와 비닐장갑에 대해 범행을 미리 계획하고 마련한 것이 아니라 해경 생활에서 사용했던 일상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직 해경의 설명에 따르면 A씨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서울 마포경찰서는 여장을 하고 찜질방 여성탈의실에 몰래 들어가 여성들의 알몸을 훔쳐 본 육군 모 부대 소속 박모(22) 일병을 30일 수도방위사령부 육군 헌병대에 넘겼다. 박 일병은 지난 29일 오전 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찜질방에서 가슴에 수건을 말아 넣어 여자처럼 보이게 한 뒤 탈의실에서 여자 손님들을 엿보다 이를 수상히 여긴 한 여대생이 종업원에게 신고해 붙잡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또 군기강 사건…육군 일병이 탈의실에서 알몸 훔쳐보다 체포

    또 군기강 사건…육군 일병이 탈의실에서 알몸 훔쳐보다 체포

    육군사관학교 생도 성폭행 사건으로 군기강 문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역 육군 병사가 찜질방에서 여장을 하고 탈의실에서 여성들의 알몸을 훔쳐보다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30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찜질방 여자 탈의실에서 여성들의 알몸을 홈쳐본 혐의로 육군 모 부대 일병 박모(22)씨를 체포해 헌병대로 인계했다. 지난 29일 휴가를 나온 박씨는 다음날 고향으로 가기로 하고 잠잘곳으로 찜질방을 선택, 오전 2시 쯤 서울 서교동에 있는 한 찜질방에 들어갔다. 이어 새벽 시간에 찜질방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점에 착안해 여성 탈의실에 들어간 뒤 다른 사람이 벗어놓은 여성용 찜질복으로 몰래 갈아입었다. 그는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가슴에 수건을 말아 넣어 여성처럼 꾸몄다. 170cm 중반의 날씬한 몸매에 예쁘장한 얼굴이라 언뜻 보면 여자처럼 보일 정도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박씨는 안마기에 앉아 여자 고객들을 엿보다 박씨의 모습을 수상히 여긴 한 여대생에게 적발됐다. 여성들의 알몸을 훔쳐보던 박씨는 남탕으로 돌아와 태연히 쉬고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헌병대로 넘겨졌다.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던 박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경찰이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디지털 치매’ 방치했더니… 공황장애 불렀다

    ‘디지털 치매’ 방치했더니… 공황장애 불렀다

    김모(23·여)씨는 스스로 숫자 건망증이 있다고 생각하고 숫자 암기와 관련된 것들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에 의존해 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본인의 휴대전화 번호 말고는 숫자 암기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씨는 “4~5년 전부터 휴대전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으면 식은땀이 흐르고 불안해진다”면서 “휴대전화가 꺼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멍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 전에는 자취집 도어록 카드를 잃어버렸는데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찜질방을 찾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모(32·여)씨의 증상도 처음엔 김씨와 비슷했다. 숫자 암기가 잘 안될 때가 많았고 종종 지인들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계속 중요한 업무에서 실수가 이어지자 강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2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는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더니 때로는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이씨는 결국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4일 부산 강서구 신호대교 위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경찰 도움으로 병원을 찾은 이씨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가 필수품을 넘어 현대인의 생활 전반을 지배하면서 ‘디지털 치매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무의식적으로 디지털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저하되고 각종 건망증 증세를 보이는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다. 뇌 질환이라기보다 정보 과다로 인해 뇌가 주변 정보를 밀어내는 현상이지만 이씨처럼 극단적인 상태로 치닫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인지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당장 일상 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건 아니지만 뇌의 특정 부분의 발달과 기능에 부조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동인이 되면 디지털기기가 없을 때 자력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치매예방센터 교수는 28일 “치매 직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환자 8명 가운데 1명이 1년 내에 치매로 악화된다”면서 “지금 당장 치매라고 할 수는 없어도 (디지털기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인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 “디지털 치매 증후군을 일반 치매 범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도한 의존, 중독으로 인해 또 다른 정서장애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스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뇌를 자주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고 동시에 일부 기능을 뺀 디지털기기를 선택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디지털기기의 사용 시간을 잘 통제해야 뇌가 불균형적으로 발달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면서 “각종 편리한 디지털기기에 의존하기보다 의식적으로 적절한 두뇌 활동과 신체활동을 병행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20대女, 숫자 못 외운다고 하더니 결국…

    20대女, 숫자 못 외운다고 하더니 결국…

    김모(23·여)씨는 스스로 숫자 건망증이 있다고 생각하고 숫자 암기와 관련된 것들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에 의존해 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본인의 휴대전화 번호 말고는 숫자 암기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씨는 “4~5년 전부터 휴대전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으면 식은땀이 흐르고 불안해진다”면서 “휴대전화가 꺼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멍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 전에는 자취집 도어록 카드를 잃어버렸는데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찜질방을 찾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모(32·여)씨의 증상도 처음엔 김씨와 비슷했다. 숫자 암기가 잘 안될 때가 많았고 종종 지인들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계속 중요한 업무에서 실수가 이어지자 강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2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는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더니 때로는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이씨는 결국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4일 부산 강서구 신호대교 위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경찰 도움으로 병원을 찾은 이씨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가 필수품을 넘어 현대인의 생활 전반을 지배하면서 ‘디지털 치매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무의식적으로 디지털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저하되고 각종 건망증 증세를 보이는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다. 뇌 질환이라기보다 정보 과다로 인해 뇌가 주변 정보를 밀어내는 현상이지만 이씨처럼 극단적인 상태로 치닫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인지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당장 일상 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건 아니지만 뇌의 특정 부분의 발달과 기능에 부조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동인이 되면 디지털기기가 없을 때 자력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치매예방센터 교수는 28일 “치매 직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환자 8명 가운데 1명이 1년 내에 치매로 악화된다”면서 “지금 당장 치매라고 할 수는 없어도 (디지털기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인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 “디지털 치매 증후군을 일반 치매 범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도한 의존, 중독으로 인해 또 다른 정서장애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스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뇌를 자주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고 동시에 일부 기능을 뺀 디지털기기를 선택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디지털기기의 사용 시간을 잘 통제해야 뇌가 불균형적으로 발달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면서 “각종 편리한 디지털기기에 의존하기보다 의식적으로 적절한 두뇌 활동과 신체활동을 병행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세균 범벅 정수기

    집에 들여놓는 렌털 정수기 가운데 50%가 마시기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대형 찜질방, 사우나, 스포츠센터 52곳 가운데 30%에 이르는 16곳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지난 16일까지 목욕탕을 포함한 1400㎡ 이상 대형 목욕장업소를 단속, 32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음용수 수질기준 초과가 16건, 무신고 영업이 11건, 유통기한 경과 식품보관이 2건, 원산지 거짓표시 2건, 무표시 식품원료 사용 1건 등이다. .A업소의 경우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정수기 물에서 수질기준치의 61배를 초과하는 세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먹는물 수질기준을 위반한 16곳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해당 자치구에 의뢰했다. 원산지 거짓표시는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무신고 영업 등에 대해서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집에서 쓰는 렌털 정수기의 경우 법적으로는 수질검사 대상이 아니어서 희망자들 가운데 샘플링기법으로 선발된 가정에 대해 시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0곳 가운데 53곳은 관리소홀로 인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먹는 물 기준의 최고 110배에 이르는 세균이 검출되는가 하면, 2곳에서는 총대장균군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관련 법률 개정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친구 성매매시킨 여고생들

    친구를 집단 폭행하고 강제로 성매매까지 시킨 여고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남원경찰서는 박모(17)양 등 3명을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4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과 관계를 가진 이모(35)씨 등 남성 8명도 성매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양 등 3명은 여고 친구였던 김모(17)양을 집단 폭행하고 강제로 끌고 다니며 성매매를 시킨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전북 남원에 사는 김양은 지난 1월 19일 전주에 잠시 놀러 왔다가 학교를 그만둔 친구 박모양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다. 박양은 자신의 후배인 최모(16)양과 김모(16)양을 데리고 약속 장소에 나와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를 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박양이 김양에게 “내 욕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다”고 따지며 후배 2명까지 합세해 집단 폭행했다. 이어 박양은 폭행을 당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김양을 집에 보내지 않고 조부모와 함께 사는 자신의 집과 모텔, 찜질방으로 끌고 다니며 강제로 성매매를 시켰다. 이들은 한 차례에 12만∼18만원을 받고 김양에게 성매매를 시키며 때로는 자신들도 함께 성매매에 나섰다. 김양이 아홉 차례에 걸쳐 성매매한 대가로 받은 돈 70만원은 이들이 가로채 유흥비로 사용했다. 김양은 20여일간 박양 등에게 끌려다니며 강제로 성매매를 하다가 자신을 찾아 전주 시내를 돌아다니던 부모에게 발견돼 이들의 굴레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박양은 경찰에서 “김양이 내 욕을 하고 다녀서 기분 나빠서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서산 용유지… 늦바람 난 벚꽃

    서산 용유지… 늦바람 난 벚꽃

    호수가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물안개 피어오르고 신록과 봄꽃들이 주변을 예쁘게 장식합니다. 그 자태가 단풍 물든 가을 못지않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의 유명 호수들은 밀려드는 사진작가들로 몸살을 앓습니다. 충남 서산의 용유지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른 봄 풍경만 놓고 보자면 자태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빼어나다는 곳이지요. 이맘때 용유지는 딱 그림 병풍입니다. 둥글고 얕은 구릉들이 사위를 감쌌고 벚꽃은 곳곳에 흐드러졌습니다.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와 편백나무들이 수직 세상을 펼쳐 놓으면 둥글게 휜 왕버들과 관목들이 어느새 균형을 맞춰 놓지요. 서산은 여느 지역에 견줘 벚꽃 개화가 늦습니다. 수종도 다양해 5월 중순까지 여기저기서 벚꽃이 피고 또 집니다. 시점만 잘 맞춘다면 늦바람 난 벚꽃에 흠뻑 취할 수 있습니다. 용유지의 봄 풍경에 매료된 이들은 한결같이 경북 청송의 주산지나 전남 화순의 세량제에 견줄 만큼 빼어나다며 상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인들이 절정에 이른 용유지를 보기란 쉽지 않다. 우선 벚꽃 개화 시기가 해마다 조금씩 다르다. 신록으로 물드는 시기도 마찬가지. 날씨도 변수다. 바람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물살이 일지 않아 명경지수가 펼쳐지고 주변의 모든 풍경들이 물 위로 수렴되는 진기한 장면과 조우할 수 있다. 해 뜰 무렵과 저물녘에 바람이 잦아들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이런 여러 조건들이 맞아야 명불허전의 용유지와 마주할 수 있다. 그러니 도시의 월급쟁이들이 몇년 내리 겨냥만 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용유지는 흔히 용비지라 불린다. 표지석에 분명히 ‘용유지’(龍遊池)라고 음각돼 있지만 용비지란 이름이 더 흔하게 쓰인다. 용유지는 인위적으로 조성됐다. 저수지 주변에 자작나무와 메타세쿼이아, 편백나무, 벚꽃 등이 조화롭게 식재돼 있다. 다만 언제, 왜 축조됐는지는 불분명하다. 김재신 서산시 문화관광해설사 등에 따르면 1960년대 김종필 전 총리 주도로 삼화목장(현 농협 한우개량사업소) 등이 조성되면서 함께 축조됐을 거란 견해가 일반적이다. 강원 횡계의 대관령 목장을 닮은 이국적인 구릉지대가 운산면 일대에 형성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야산의 나무를 베 초지대로 만들었고 산자락 중턱엔 “권력자의 별장으로 추정되는 건물”도 세웠다. 용유지 주변에 메타세쿼이아와 주목 등을 식재한 것도 별장이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용유지 또한 당시 나라를 쥐락펴락하던 ‘용’(龍)들이 ‘노닐기’(遊) 위해 지금의 모습으로 꾸며졌을 거란 추정이 설득력을 갖는다. 호수는 아름답다. 주변을 에두른 벚꽃이 절정의 자태를 뽐내고 자작나무와 편백나무, 삼나무 등도 신록의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연초록 초지대도 싱그럽다. 그 풍경들이 고스란히 물 위에 반영된다. 그야말로 기쁨 두 배다. 호수 주변을 자박자박 걸을 수도 있다. 눈엔 풍경을, 가슴엔 치유를 담는 산책로다. 호수는 출입이 금지된 영역이다. 소들이 풀을 뜯는 목장 안에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이 돌 때면 목장은커녕 마을 입구에도 발을 디딜 수 없다. 전염병이 돌지 않을 땐 출입 제한 조치가 상대적으로 완화된다. 문은 잠갔으되 문 옆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막지 않는다. 이제 2~3년 내에 마음 편히 용유지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지 관계자는 “벚꽃이 피는 봄철에만 용유지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호수 주변에 관목 등으로 울타리를 쳐 방목 한우를 관광객들로부터 격리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실 한우개량사업소는 국내 씨수소의 정자 95%가 생산되는 곳이다. 김 해설사의 표현처럼 “주변에 암소가 있어야 수소의 정자가 잘 ‘영근다’ 해서 암소 축사를 따로 조성”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소들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국내 한우 개량 사업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방문객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서산은 내포(內浦·충남 서북부) 불교문화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많은 절집과 불교 문화유산들이 늘어서 있다.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서산을 돌아볼 예정이라면 단연 개심사가 첫손에 꼽힌다. 절집의 명물, 진분홍 왕벚꽃이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전후에 활짝 피기 때문이다. 여미리도 둘러보는 게 좋겠다. 지역의 향토 자원을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관광 자원화한 곳이다. 마을 정미소 자리엔 갤러리가 들어섰고 디미방에선 지역 특유의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놓는다. 노란 수선화가 흐드러진 유기방 가옥과 고려시대 세워진 여미리석불입상, 300년 동안 마을을 굽어본 비자나무 등 볼거리도 많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나들목을 나와 647번 지방도로를 타고 개심사·해미 방향으로 달리다 문수사 입구를 지나 첫 번째 마을에서 좌회전해 들어간다. 마을회관을 지나 11시 방향으로 난 농로를 따라 곧장 가면 용유지 제방이 보인다. 서산마애삼존불상, 개심사, 해미읍성 등이 다 이 지역에 몰려 있다. 가족들이 묵기 좋은 숙박업소를 찾는다면 최근 개장한 ‘백제의 미소’ 펜션(663-0890, 이하 지역번호 041)이 추천할 만하다. 너른 대지에 다양한 형태의 한옥들로 구성됐는데, 별채 형식의 독립된 공간에 황토방과 찜질방이 결합돼 있다고 보면 알기 쉽다. 요금은 인원에 따라 8만원부터다. 서산시 초입의 향토(668-0040)에선 서산의 전통음식인 우럭젓국과 꽃게장, 게국지를 세트 메뉴로 즐길 수 있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우럭에 무와 청양고추 등을 넣고 짭조름하게 끓여낸 우럭젓국, 말린 감태에 밥 한술 얹어 찍어 먹는 비릿한 꽃게장이 일미다. 서산시청 뒤 진국집(664-4994)은 토속 음식 게국지로 소문났다. 글 사진 서산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18세 차이 ‘돌싱 커플’ 4년간 母子 행세하며 상습사기

    “옆 아파트 201호에 살고 있는데 저희 엄마 연락받으셨어요?” 김모(28)씨는 지난 1월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미용실에 들어서며 주인 유모(40·여)씨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유씨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씨는 무안한 표정으로 대뜸 휴대전화를 건넸다. 전화기에서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언니 저 몰라요? 전에 머리 하러 갔었는데. 제가 지금 병원인데 아들한테 3만원만 빌려주세요. 이따가 들어가는 길에 바로 드릴게요.” 너무나 태연한 말투에 유씨는 단골손님이겠거니 하며 의심 없이 김씨에게 돈을 건넸다. 그러나 돈을 갚는 사람은 없었다. 유씨는 한참이 지나서야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김씨와 진모(46·여)씨가 함께 벌인 사기행각이었다. 이들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 인근 제일·노륜산·군자 등 재래시장 등을 돌며 아들과 엄마로 행세를해 상인들의 돈을 편취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1월 17~21일간 9회에 걸쳐 28만원을 속여 뺏은 것으로 확인했다. 황당한 건 이들이 사실은 모자(母子)가 아니라 18살 차이 나는 ‘커플’이라는 사실. 2009년 이혼한 김씨는 이듬해 인터넷 채팅으로 이혼녀 진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절도·사기 등 전과 14범인 김씨와 전과 2범인 진씨는 부모 자식뻘 나이 차에도 죽이 잘 맞았다. 찜질방과 여관을 전전하던 이들은 엄마와 아들 행세를 해 생활비를 벌기로 머리를 짜냈다. 붐비는 영세시장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누볐다. 주로 여주인이 혼자 지키는 미용실, 정육점을 타깃으로 했다.빌린 돈은 가게마다 3만~4만원 정도. 편취 금액이 비교적 적어 신고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한 지역에서 며칠간 바짝 돈을 챙기고서 소문이 나기 전에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둘은 PC방에서 현금 20만원을 훔쳐 광주광산경찰서에 특수절도 혐의로 지명수배돼 있었으며, ‘모자연기 사기’로도 수배 중이었다. 이들은 “2010년 10월부터 최근까지 40~50차례 현금을 편취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여죄가 더 있을 걸로 보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30일 김씨와 진씨를 상습사기 및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SPO, 강남일진 ‘역삼패밀리’ 소탕

    학교폭력 근절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본격적인 일진 뿌리 뽑기에 나섰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2일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강남구 역삼·대치동의 학원가를 배회하면서 또래 학생들에게 현금과 스마트폰 등을 빼앗고 편의점에서 담배·음료수를 절취하는 등 42회에 걸쳐 1200만원 상당을 갈취한 강모(17)군 등 35명을 공동공갈 혐의로 검거했다. 8명이 불구속 입건, 7명이 소년부 송치, 19명이 훈방조치됐다. 강남권 9개 중·고교의 ‘짱’들로 구성된 이들은 역삼동 놀이터를 활동무대로 삼아 학생들에게 위력을 행사하거나 유인해 협박·폭행하고 현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배터리가 없다며 휴대전화를 빌린 뒤 으슥한 곳으로 이동, 따라온 피해자에게 겁을 줘 스마트폰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학생들만 범행 대상으로 삼았으며, 학교와 이름을 확인해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도록 겁을 줬다. 빼앗은 최신 스마트폰은 장물업자에게 팔아 찜질방, 노래방 등에서 유흥비로 탕진했다. 영세한 식당에 몰려가 음식을 먹고 도망나오는 방법으로 주변 상인을 괴롭히기도 했다. 카카오톡에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역삼패밀리’가 검거된 데는 SPO의 공이 컸다. 새학기부터 학교를 순찰해 온 SPO는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일진들에 대해 내사를 벌여 왔다. 지난달 초 ‘역삼패밀리’ 멤버인 A군이 범행 사실을 자진 신고한 것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훈방조치된 19명은 청소년 선도프로그램인 ‘파인드림 스포츠 캠프’를 이수할 예정이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휴대전화 훔쳐 4000만원 챙긴 중학생 절도단

    동네 친구 사이인 중학생들이 휴대전화 200여대 4000만원어치를 훔쳐 장물아비들에게 내다팔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9일 A고등학교 1학년 박모(16)군 등 11명을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군 등은 중3이던 지난해 8월부터 주로 여중생들로부터 빌리는 척하며 갖고 달아나거나 찜질방에서 몰래 갖고 나오는 등의 수법으로 200여대의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군 등은 자신들의 범행을 ‘휴대폰 사업’이라고 이름 짓고 2명 1팀으로 3개 팀을 구성해 활동하는 조직적인 행태를 보였다. 경찰은 또 이들로부터 휴대전화를 사들인 한모(39)씨를 장물취득 혐의로 구속하고 한씨의 형(41)과 동서 이모(37)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요놈들이 다 먹네 대한민국 예능판

    요놈들이 다 먹네 대한민국 예능판

    어리다고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린이(키즈) 스타들에게 푹 빠져 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 SBS ‘붕어빵’ 등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키즈 예능’ 프로그램이 크게 유행하면서 키즈 스타들이 각종 CF, 드라마 등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키즈 스타들의 인기는 트렌드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광고계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최근 농심은 ‘아빠! 어디가?’의 키즈 스타 윤후와 김민국을 ’짜파게티‘ 모델로 선정했다. ‘국민 귀요미’로 불리는 윤후는 지난달 17일 ’아빠 어디가‘에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맛있게 먹는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농심 측은 “윤후가 짜파구리를 먹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짜파게티와 너구리 매출이 수직 상승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뿐만 아니라 농심 홈페이지에도 윤후를 짜파게티 모델로 추천하는 고객 의견이 폭주해 짜파게티 최연소 모델로 윤후와 민국이를 발탁했다”고 밝혔다. 이달 말부터 방송될 예정인 이 CF에서 윤후는 6개월 기준 약 1억원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윤민수와 윤후, 성동일과 성준 부자는 지난 17일부터 KT의 ‘올레 LTE 워프’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아빠와 함께 체험 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 ‘아빠! 어디가?’의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왔다. 이 CF는 총 4편까지 만들어질 예정이다. ‘아빠! 어디가?’에서 4차원 매력을 지닌 장난꾸러기 부자지간으로 인기 몰이 중인 배우 이종혁과 아들 준수 부자도 한글 학습지 CF에 출연했다. 송종국의 딸 지아도 아빠와 함께 최근 K리그 홍보 모델로 발탁됐다. 출연 아이들에 대한 각종 의류 협찬도 줄을 잇고 있다. 키즈 예능의 진원지인 SBS ’붕어빵‘이 배출한 스타들도 많다. ’붕어빵‘에 출연한 아나운서 박찬민의 딸 민하양은 지난해 MBC 일일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SBS ‘야왕’에서 주다해와 하류의 딸 은별 역으로 출연해 아역 탤런트로 이름을 알렸다. ‘붕어빵’에서 똑소리나는 면모를 보여준 배우 정은표의 아들 지웅군도 학습지와 놀이공원 CF까지 섭렵했고 탤런트 이정용의 아들 믿음군도 지난해 SBS 주말극장 ‘맛있는 인생’을 통해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키즈 예능’은 지상파뿐 아니라 케이블 TV에서도 대세다. KBS는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맞아 키즈 예능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고 케이블 MBC 에브리원은 지난 16일부터 MC 전현무와 배우 심이영이 네 남매의 가상 부모가 된다는 내용의 ‘오늘부터 엄마 아빠’를 시작했다. KBS 조이에서는 지난 22일까지 ‘보이프렌드의 헬로 베이비’를 방영했다. 아이돌이 아이들과 함께 꾸미는 키즈 예능 프로그램으로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시스타, 샤이니 등 정상급 아이돌로 출연자를 바꿔가며 매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이처럼 ‘키즈 예능’이 대한민국을 점령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아이들은 예능계의 단골 아이템 중 하나다. 광고계에 3B(Baby, Beauty, Beast) 원칙이 있듯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다. MBC ‘GOD의 육아일기’와 ‘전파견문록’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키즈 예능의 특징은 리얼리티쇼의 새 모델과 가족간의 관계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키즈 예능’은 귀엽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짜여지지 않은 진짜 리얼리티를 보고 싶어 하는 대중의 심리와 맞닿아 있다”면서 “기존의 ‘1박 2일’, ‘무한도전’ 등 40대 남자들의 리얼리티 예능에 다소 식상한 시청자들이 귀엽고 예측 불가능한 아이들의 모습을 리얼리티 쇼에 담은 키즈 예능을 신선하게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빠! 어디가?’의 경우 5명의 아이들은 각기 다른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최근 ‘키즈 예능’은 어머니보다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를 부각시켰고 남성은 물론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한 20대 여성 시청자는 “프로그램에 다양한 스타일의 아버지가 나오고 그들이 아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남편상을 그려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60대 여성 시청자는 “예전에 아이들을 키우던 추억이 떠올라 좋고 무엇보다 아버지들의 자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 의미있다”고 말했다. 이창태 SBS 예능국장은 “최근 ‘키즈 예능’ 프로그램들은 아이의 엉뚱함과 재미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와 이해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것이 다르다”면서 “분절된 가족 관계 속에 아이들과 소통할 시간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족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재미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지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예능 프로그램의 전면에 나서면서 생기는 그림자도 적지 않다. 실제로 많은 아역 스타들이 어렸을 때 받은 높은 관심 때문에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국민적인 관심이 사그라지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윤후의 경우 인터넷에 입학식 및 학교 급식 사진, 찜질방·등산 인증샷, 미래의 모습 등 일거수일투족이 매일 생중계되다시피 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아이들이 TV나 CF에 자주 노출될수록 사생활을 침해할 여지가 커지고 초기의 순수성을 잃고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아이들이 자의로 TV에 출연했다고 보기 어렵고 자아 형성 전이기 때문에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성장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기적인 출연진 교체 등 제작진의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창태 국장은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들이 유명해지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또래에서 누려야 할 보편적 경험이나 사고를 갖지 못한 채 사회에서 유리될 수 있다”면서 신중론을 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 파문] “주말엔 고급 승용차 4~5대씩 드나들어”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 파문] “주말엔 고급 승용차 4~5대씩 드나들어”

    건설업자 Y씨가 고위공직자 등 사회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원 원주시 부론면의 한 별장. 취재진이 20일 별장 주변에 차를 대자 40대 남성 관리인이 건물에서 나왔다. 별장을 살펴보기 위해 인근 야산에 오르자 관리인이 다가와 “여긴 사유지니까 들어오지 마라”면서 취재진의 접근을 제지했다. 인근 마을과 200m쯤 떨어져 있는 문제의 별장은 호화롭기 그지 없었다.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도로변을 끼고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인 6800여㎡(약 2000평) 대지에는 총 6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가장 안쪽에 3층과 4층 건물이 한 채씩, 또 2층 주택이 두 채, 식당 및 오락공간으로 보이는 건물 한 채와 관리자용 숙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잔디가 깔린 정원은 정원수, 바위, 벤치 등으로 잘 꾸며져 있었고 수영장 2개와 정자 2채, 모형 풍차까지 갖추고 있었다. 해병대 출신인 Y씨는 주로 주말을 이용해 지인들을 불러 이곳에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에 사는 정모(48·여)씨는 “2011년 말쯤 주말에 종종 고급 승용차 4~5대가 별장을 드나드는 것을 봤다”면서 “그런 날이면 밤새 불이 켜져 있고 다음 날 늦게 차들이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유명 코미디언이나 가수 등 연예인도 자주 드나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별장에는 노래방과 당구대, 영화관이 있고 찜질방도 있다고 귀띔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Y씨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전했다. 이웃 주민 박모(51)씨는 “약 1년 전부터 별장에서 일하던 인부나 기사들이 모두 그만 두고 Y씨도 잘 보이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Y씨의 동생이 관리인으로 별장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은 Y씨는 인근 주민들과 별다른 교류 없이 인사만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웃 주민 김모(72)씨는 “마을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고 한두 번 음료수 몇 박스를 보내오긴 했다”면서 “어쩌다 마주치면 인사는 했지만 마을회관에 찾아오거나 이웃 주민을 집으로 초대한 일은 없다”고 귀띔했다. 다른 주민은 “별장에서 일하는 인부나 식당 직원들도 전부 외지인들을 고용했다”면서 “관리인으로 일하는 동생이 직원들을 직접 차로 출퇴근시켰다”고 말했다. 글 사진 원주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씨줄날줄] 스마트폰 절도/정기홍 논설위원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전화의 변천사는 의외로 짧은 편이다. 마티 쿠퍼란 미국 모토로라사 연구원이 1973년 발명해 1983년 출시한 것을 첫 제품으로 친다. 무게가 771g이나 나갔다니 어깨에 메고 다녔을 법하다. 휴대전화라기보다 선(線)이 없는 군대 무전기를 변형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7월 소형 휴대전화가 처음으로 보급된 이후 서서히 유선전화를 밀어내고 ‘휴대전화 세상’을 구가했다. 이후 2009년 말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해 ‘손 안의 인터넷’ 역할을 하면서 생활 패턴을 바꾸는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휴대전화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보조금 제도’다. 1997년 도입된 이후 한 개당 5만~30만원대를 보조금으로 지급했지만 시장에는 언제나 ‘공짜폰’이 활개 쳤다. 이동통신업체가 ‘약정요금제’ 등으로 휴대전화 값을 벌충한다는 실상을 알면 땅을 칠 노릇이지만 보조금이 한국산 휴대전화를 세계 1등으로 만든 공신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피처폰을 대신한 스마트폰이 시판되면서 공짜폰은 드물어졌지만 업체를 옮겨다니며 공짜 수준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메뚜기파’들은 지금도 시장에 득실거린다.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휴대전화는 5400만개에 이른다. 이 중 스마트폰은 무려 3000만개다. 최근 고가 스마트폰이 이를 노리는 ‘검은 손’ 때문에 엉뚱한 조명을 받고 있다. 100만원대의 분실된 최신 스마트폰이 홍콩이나 중국에 밀반출돼 고가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주로 찜질방에서 훔치거나 택시와 버스에 놓고 내린 것이다. 지난달엔 6만 3000개의 분실 스마트폰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일당이 붙잡혔다. 도난당한 이들 스마트폰은 3~5일이면 중국으로 건너가 팔린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절도의 타깃이 된 데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훔칠 수 있기 때문이라니, 도둑질치곤 이보다 쉬운 게 어디 있을까 싶다. 스마트폰이 중국까지 가는 루트가 흥미롭다. 장물아비가 새벽에 서울 홍대역과 강남역 등의 도로변에서 택시를 향해 스마트폰으로 수신호를 하면 곧바로 흥정이 된다. 한 개에 10만~45만원 선에 거래된다고 한다. 택시기사 입장에선 스마트폰을 2~3개만 팔아도 50만~60만원은 거뜬히 손에 넣을 수 있으니,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면도 있겠다. 해외로 밀반출되는 스마트폰의 규모는 한 해에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갤럭시S3의 경우 중국에서 60만원가량에 팔린다. 우리 기술로 만든 스마트폰이 암거래에서 최고의 인기라니 뿌듯하다고 하기엔 너무 찜찜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설날이 서글픈 사람들 2제] 방 한 칸 없는 떠돌이들 “찜방은 마지막 안식처”

    많은 사람이 명절이면 마음의 안식을 찾아 이동한다.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를 고생스럽게 달려 그리운 고향을 찾는 것은 미우나 고우나 가족 때문이다. 하지만 도심 속 찜질방에서 설을 맞는 이들도 있다. 몸도 마음도 찜질방 만한 안식처를 찾기 어려운 이들을 만나 봤다. 7일 서울 성북구의 한 찜질방. 지난해 7월 출소한 김모(47)씨는 한쪽에 마련된 어두운 영화관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평생의 절반이 넘는 25년을 교도소에서 보낸 김씨는 출소하는 날 18년 만에 가족을 봤다. 김씨는 “젊어서 나쁜 일은 한 번씩 다해봤다”면서 “그렇게 살고 나니 이젠 가족을 볼 면목이 없었다”고 말했다. 출소 후 갱생보호시설을 전전하다 이곳에 흘러들었다. 그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기는 하지만 그럴려면 집도, 직업도 없어야 한다”면서 “보조금을 타내려고 찜질방 등에 머무는 이들이 많은데 그러다 다시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밤이면 일수를 걷으러 다닌다는 김씨는 ‘장기투숙자 우대 가격’으로 매일 6000원의 찜질방비를 내며 지내고 있다. 김씨와 비슷한 처지의 장기투숙자는 이곳만 30여 명. 이모(38)씨는 1999년 한 방송사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가수다. 앨범을 내느라 큰돈을 들였지만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지금은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전국의 밤무대를 떠돌고 있다. 오후 10시쯤 찜질방을 나서 다음날 오전 6~7시까지 노래를 부른다. 시원찮을 때도 월 200만원은 벌지만, 신용불량자인 터라 매달 120만~150만원을 빚 갚아야 한다. 이번 설에도 ‘행사를 뛰느라’ 가족은 찾지 못한다. 이씨는 “찜질방 노래자랑에서 1등을 해 한 달 무료 이용 쿠폰을 받은 적도 있다”며 씁쓸히 웃었다. 습관처럼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최모(32)씨는 전직 경찰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친척집에 머물면서 경찰 생활을 했지만 조직 생활이 맞지 않았다. 심부전증까지 앓게 돼 경찰을 그만두고 지금은 한 방송사의 청원경찰 일을 하고 있다. 눈칫밥을 먹기 싫어 친척집은 뛰쳐나왔다. 최씨는 “6년 사귄 여자친구가 근처에 살아 겸사겸사 찜질방에서 지낸다”면서 “수입은 적지만 맘 편한 게 제일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세상만사가 어지럽게 뒤섞인듯한 찜질방이지만 허모(62)씨에게는 집과 같다. 허씨는 1년 전 만 해도 목수였다. 처가와의 마찰로 가족과 별거를 시작하며 이곳에 왔다. 지금은 인력 사무소에 나가 하루하루 일감을 구해 근근이 산다. 새벽녘 인력사무소를 찾아 떠날 때면 비슷한 처지의 노인 10여명이 무료 배식소를 찾아 찜질방 밖으로 나서는 것을 본다. 허씨가 생각하는 찜질방은 이렇다. “별거 뒤 월세로 혼자 살았는데 쓸쓸해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오래 있다 보니 참 이곳 사람들이 더 가족 같네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길섶에서] 막내 매너/임태순 논설위원

    동네 불가마방 입구에 평소엔 보지 못하던 팻말이 하나 걸려 있었다. 팻말에는 ‘막내 매너를 지킵시다’라고 적혀 있었다. 찜질방에선 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나가는 사람이 종종 입초시에 오른다. 나가는 사람은 급한 마음에 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나가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은 열 손실이 없는 게 좋다. 꼬리가 길다는 등 뒷담화가 나오기 마련이다. 아마 팻말은 이런 사람들에게 뒷마무리를 잘해 달라는 당부였을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도 ‘막내 매너’가 좋지 않으셨다. 방을 둘러본 뒤 나갈 때 방문을 완전히 닫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문 틈 사이로 추운 바람이 들어오면 뒤치다꺼리는 막내 동생 몫이었다. 막내 매너는 지하철에서도 중요하다. 전동차 찻간을 오가는 승객들의 꼬리는 길다. 뒷사람이 오는 줄 알고 연결통로의 문을 닫지 않기 때문이다.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면 경로석의 어르신들은 문을 닫고 다니라고 언성을 높인다. 집안에서야 막내가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지만 지하철 등 공공생활에서는 막내 매너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민원계 ‘정여사’들 때문에… 公기관 죽을맛

    법적으로 이미 끝난 사건 등에 대해 생떼를 쓰듯 문제를 제기하는 악성, 고질 민원인 때문에 공공기관이 골치를 썩고 있다.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악용해 막대한 양의 정보를 반복적으로 요구하거나 직업처럼 집회나 농성을 해 행정력이 낭비되는 일도 적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1년 7월 ‘고충 민원 특별조사팀’을 만들어 해결에 나섰지만 현장은 여전히 수많은 ‘정 여사’(개그 프로그램 주인공)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A(63)씨는 사실혼 파기 소송을 낸 뒤 4년째 검사와 판사, 변호사 등을 번갈아 고소하고 있다. 동거녀와의 재산 분할 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선 아들의 심문조서가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A씨는 판사를 증인심문조서 위조, 검사를 공조, 상대 변호사를 방조 혐의로 각각 고소했다. 모두 기각되자 대검찰청, 윤리특별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경찰서와 법원 등에 무더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검사는 “조사 결과 재판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확인시켰지만 A씨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난 무고죄, 명예훼손죄로 몰릴 거다”라면서 소송에 집착하고 있다. B(72·여)씨는 친척들이 유산을 빼돌리려고 자신의 호적을 없앴다며 17년 이상 시위를 해 왔다. 시도 때도 없이 관할 면사무소를 찾아 욕설을 퍼부었고 월 1~2회 서울에 올라와 찜질방을 전전하며 권익위 앞에서 며칠씩 1인 시위에 나섰다. 황당한 것은 B씨의 호적이 멀쩡히 살아 있다는 점이다. 그는 모든 게 조작됐다며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이지만 관계 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토지감정평가사의 뇌물 요구를 신고한 뒤 보상금을 달라고 20년간 법적 분쟁을 벌인 민원인도 있다. 그는 1994년 5월부터 40여건의 고충 민원, 부패 신고, 고소, 소송 등을 해 왔다. 군복무 중 부상 후유증으로 간질을 앓게 됐으니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5318회에 걸쳐 민원, 행정심판, 소송을 요청한 사람도 있다. 공무원들은 “일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더라도 온라인에 왜곡돼 올라가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어서 허투루 대할 수가 없다”면서 “이런 악성 민원인을 만나면 업무가 마비된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권익위 분석에 따르면 이처럼 악성, 고질 민원을 제기하는 이른바 특별 민원인으로 분류된 28명은 5년 동안 총 5734건의 민원을 반복해서 제기했다. 1인당 평균 205건씩의 민원을 낸 셈이다. 처리하는 데 평균 4.8명의 조사관이 투입됐다. 장태동 권익위 고충민원특별조사팀장은 “법, 제도로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신뢰할 수 있게끔 처리 과정에 입회시켜 납득시키는 게 열쇠”라고 설명했다. 노성훈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악성 민원이 실정법을 위반하고 공무를 방해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 처벌해야 한다”면서 “큰 틀에서는 공공기관 신뢰도가 상승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서울시 ‘떠돌이 가정’ 긴급 구호

    지난해 9월 이혼한 후 여덟 살배기 아이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견모(여)씨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혼 당시에는 남편으로부터 월세보증금과 양육비를 지원받기로 합의했지만 지금은 연락이 끊긴 상태다. 결국 카드 체납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견씨는 월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지난해 11월부터 아이와 함께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아가고 있다. 서울시가 견씨 사례와 같이 아이와 함께 여관, 찜질방, 공원 화장실,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임시거주 위기가정’을 발굴해 긴급지원에 나섰다. 시는 당장 지원을 받지 않으면 자녀와 함께 한겨울 노숙인으로 나앉게 될지 모르는 위기 가정 42가구에 긴급 생계비 및 자립지원시설 등을 지원했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25개 자치구, 시교육청 및 각 학교, 지역복지관, 숙박업협회, 찜질방협회 등 현장에 밀접한 기관의 협조를 얻어 위기가정을 발굴했다. 또 희망온돌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120다산콜센터 등 다양한 창구를 활용했다. 이렇게 파악된 위기가정은 총 72가구로 시는 이 중 미성년자나 장애아동이 있는 42가구를 우선 지원했다. 지체장애 6급 아버지가 사업 실패 후 중학생 딸과 여인숙에 사는 가구, 세 살배기 아이와 함께 여관에 사는 임신 8개월 임신부, 수시로 발작하는 장애아동과 함께 여관에 사는 가구 등 모두가 극도의 주거불안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다. 시는 이들에게 긴급 생계비 300만원을 지원하거나 자립지원시설에 자리가 날 경우 입주를 안내하고 있다. 또 가구별 특성에 따라 각 자치구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 지원하도록 했다. 시는 앞으로도 임시거주 위기가정을 추가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긴급복지지원법 등에 의한 임대주택 입주도 추진한다. 김경호 복지건강실장은 “노숙 직전의 주거위기 가구야말로 겨울철 도움이 절실한 대상”이라며 “이들이 더 큰 고통에 빠지는 일을 막고 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강원 횡성군 ‘전통 숯가마’를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강원 횡성군 ‘전통 숯가마’를 가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겨울이 유난히 더디게 가는 듯하다. 어릴 적 겨울은 지금보다 훨씬 길고 심했다. 머리맡에 놓아둔 자리끼가 아침이면 꽁꽁 얼어붙었고, 세수한 후 방문 고리를 잡으면 쩍 하고 들러붙었다. 부엌에서 지핀 불기는 겨우 아랫목에만 온기가 미칠 뿐이었다. 그래서 안방에는 늘 화롯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빨간 숯을 담아 묻어 둔 화로는 그 시절 최고의 난방 기구였다. 또 고구마나 밤을 굽는 도구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이 땅에서 숯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600여 년 전쯤으로 추정된다. 일찍이 신라는 숯불로 밥을 지었고, 석굴암의 습도를 숯으로 조절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도 장을 담글 때는 숯을 넣어 옹기 안의 독소와 냄새를 제거한다. 또한 아기가 태어나면 악귀와 잔병을 물리치기 위해 금줄에 숯덩이를 매다는 풍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나 다름없던 숯은 석유, 가스 등의 연료에 자리를 내주면서 쓰임새가 크게 줄었다. 그러다 숯의 효능이 새롭게 드러나고, 건강과 자연에 대한 관심 즉, 이른바 ‘웰빙’ 붐 속에 숯이 다시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숯이 뜨고 있는 것이다. 강원 횡성군 갑천면 포동리 초입에 들어서자 먼발치 굴뚝에서 흰 연기가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피어올랐다. 전통 방식대로 숯을 굽는 가마에서 뿜어내는 연기다. 강원참숯 고문 서석구(75)씨는 50년 가까이 전통 참숯을 고집하고 있다. 내화벽돌을 쓰지 않고 천연석과 나무로만 제작된 숯가마에 참나무만을 넣고 숯을 굽는 것이다. 숯을 굽는 과정은 가마에 장작을 차곡차곡 쌓는 일부터 시작된다. 하나의 가마에 채워지는 참나무는 10t가량이다. “아궁이에 종잣불을 넣어 가마가 정확히 280도가 될 때까지 불을 땝니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만 봐도 숯의 상태를 알 수 있어요.” 서씨의 말이다. 다른 한쪽 가마에서는 인부들이 긴 철봉으로 참숯을 꺼내고 있었다. 시뻘건 장작불에 1주일 동안 가마가 달궈지면 최고 1300도에 이른다. 열기에 숨이 턱 멎을 정도다. 다가설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가마 밑을 열고 산소를 넣으면서 달궈진 숯을 꺼낸 후 흔히 마사토(磨沙土)로 불리는 화강토로 덮어 식히면 비로소 질 좋은 백탄(白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숯을 거둬낸 가마 안에는 은은한 스모크 향이 감돌았다. 12시간 정도 열을 식힌 뒤 하루 동안 일반인들에게 찜질방으로 개방되고 있다. 숯이 구워지며 내뿜은 많은 원적외선이 고스란히 남아 손님들의 피로를 풀어준다. 원적외선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피로 회복, 신경통, 근육통을 완화시켜 주는 효능을 지녔다. 서씨는 “‘숯쟁이’라고 얕보고 무시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전통 참숯이 제대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공장장인 외아들 정원(43)씨는 백탄에 매료되어 대를 이어 20년째 전통 숯을 굽고 있다. 정원씨는 “불을 대면 순식간에 타올랐다 꺼지는 중국산 숯들과 달리 참숯은 한번 불이 붙으면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며 백탄을 예찬했다. “전통 숯가마들이 자꾸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정원씨는 참숯 굽는 방식을 보존·유지하기 위한 문화 체험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숯 철학’이 실현될 때까지 가마에 참나무를 채우고 불을 넣는 일을 계속할 겁니다.” 서씨와 정원씨는 시원스레 웃었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여행 가방]

    비발디 파크서 19일 스노 보드 대회 강원 홍천의 비발디파크 스키월드는 오는 19일 ‘제7회 비발디파크 코리아오픈’ 대회를 연다. 총상금 1200만원 규모다. 높이 6m, 길이 170m 슈퍼파이프에서 주니어·아마추어·프로 부문으로 나눠 하프파이프 종목을 겨룬다. 20일에는 모글스키 대회도 연다. 대회 기간 포토출사대회 이벤트가 진행된다. 에버랜드 윈터 시즌권 판매 에버랜드는 ‘스노 버스터’ 등 모든 놀이시설을 2월 28일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윈터 시즌권’을 2월 10일까지 판매한다. 어른 6만원, 어린이 4만 5000원이다. 매주 목·일요일에 맹금류를 테마로 진행되는 ‘판타스틱윙스 스페셜 탐험’은 27일까지 운영된다. 홈페이지(www.everland.com) 참조. 롯데월드 ‘벨루가 토크쇼’ 론칭 롯데월드가 ‘벨루가 토크쇼’를 선보인다. 가로 6m, 높이 3m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애니메이션 영상 속의 흰 고래 ‘벨루가’와 대화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놀이 시설이다. 30가지 이상의 몸동작과 표정을 지닌 ‘벨루가’가 관객들에게 이름이나 안부를 묻고 그에 따른 반응을 보인다. 한화리조트 겨울 패키지 최대 39% 할인 한화리조트는 다음 달 28일까지 겨울 여행 패키지를 최대 39% 할인한다. 객실+조식+온천으로 구성된 백암의 ‘온천 패키지’는 금요일 11만원, 주말 12만 6000원이다. 쏘라노 객실+워터피아+조식뷔페의 설악 ‘워터피아 패키지’는 금요일 22만원, 주말 25만원이다. 대천 파로스의 ‘조식 패키지’는 객실+조식뷔페+ 사우나(이상 1박 2인 기준)로 금요일 17만 2000원이다. (02)729-3921. 리솜포레스트 힐링 스파 오픈 충북 제천의 리솜포레스트가 해브나인 힐링스파를 오픈했다. 힐링스파존, 아쿠아플레이존(1월 중순 오픈예정), 야외 네이처스파존, 뷰티스파존, 찜질방 등으로 이뤄졌다. 숲 힐링 등 50여 가지 힐링스파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요금은 1월 중순까지 어른 3만 5000원, 초등학생 이하 2만 3000원이다. (043)649-6011. 키자니아 어린이의회 의원 모집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가 어린이의회 의원을 모집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대상이며, 모두 14명으로 구성돼 1년간 운영된다. 어린이 의원이 되면 1년 동안 의원 본인과 보호자 1인에 한해 키자니아에 무료 입장할 수 있다. 홈페이지(www.kidzania.co.kr) 참조.
  • 2년간 노숙인 60명의 삶 추적

    한국에서 노숙자(Homeless)들이 문제가 된 시점은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다. 그전에 흔히 부랑자라고 부르는 노숙인(Rough sleeper)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국사회가 경제적으로 붕괴되면서 대량 양산된 노숙인은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한국의 노숙인’(구인회·정근식·신명호 편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은 등장한 지 15년이 된 노숙인 문제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했다. 2차대전 이후 양산되기 시작해 60여년이 된 영국, 미국의 노숙인들과 달리 한국의 노숙인 역사가 일천한 탓에, 서울대에서 언론정보학, 사회학, 인류학, 사회복지학과 등 사회과학 연구진들이 2009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노숙인 생애사 아카이브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약 2년에 걸쳐 60명의 노숙인을 1·2차 심층 인터뷰하고 노숙에 이르게 된 경로를 추적했다. 한국 노숙의 범주에는 거리뿐 아니라 찜질방, 만화방, 쪽방, 고시원, 노숙인 쉼터 등도 포함된다. 한국의 노숙인은 첫째 고용의 악화와 자영업의 실패, 둘째는 경제적 몰락으로 인한 이혼 등 가족의 해체, 셋째 선천적·후천적 질환에 따른 노동력 상실 등이 원인이었다. 현재 노숙인 정책은 영국의 ‘새정설’(2000년)이 수용되는 상황이다. 노숙인 발생에 따른 위생과 치안 문제 등 위기 관리보다 노숙인 발생을 예방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노숙의 원인보다 노숙을 촉발하는 요인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노숙인의 노숙 경로를 보면 근로 빈곤층에 불리한 사회·경제적 구조가 노숙인을 양산하지만, 노숙을 촉발할 만한 불운에 맞닥뜨렸을 때 극복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즉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나 이혼 등으로 정신적 불안을 겪었거나, 사생아, 조부모 슬하의 방치된 어린 시절, 또는 도박이나 알코올 등에 취약하다든지, 재산이나 인간관계에서 계속 사기를 당한다든지 하는 관리능력의 미흡 등이다. 개인적인 성향이 구조적으로 엮이기도 한다. 인쇄업이나 봉제업과 같이 사양 사업에 종사하다가 퇴직한 후 동료와 사업을 시작했는데 관리 능력이 부족해 사기를 당하는 형태다. 느닷없는 불운을 극복하는 능력은 물질적·경제적 차원의 일시적 지원이 아닌, 자존감의 회복이나 성찰을 통한 자립과 자활 의지를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학들과 연계해 진행하는 ‘인문학 과정’이 중요하다. IMF와 같은 전환기에 세상을 바라볼 안목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 인간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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