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찌개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서한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타로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30만원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호주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363
  • [Seoul In] 강남구 ‘반찬주문제’등 시행

    서울 강남구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반찬주문제’,‘절반메뉴’ 등 새로운 주문제도를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반찬주문제는 한식집에서 찌개와 김치 등만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나머지 반찬은 개별적으로 가격을 매겨 손님이 주문하는 경우에만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000원짜리 된장찌개는 공기밥과 찌개, 김치와 밑반찬이 다 갖춰져 나오지만 반찬주문제는 4000원에 공기밥과 찌개가 기본으로 제공되고, 김이나 나물 등은 추가로 돈을 받는 방식이다. ‘절반메뉴’는 설렁탕집, 중국집 등에 적용한다. 자장면 곱배기가 있듯이 ‘반배기(곱배기의 반대말)’ 메뉴를 개발하고, 삼계탕이나 설렁탕도 ‘반계탕’이나 ‘어린이설렁탕’ 등의 메뉴를 준하도록 했다. 이들 메뉴를 도입,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는 음식점에 대해서는 ▲모범음식점 지정 ▲메뉴판 교체비용 지원 ▲위생점검 2년간 유보 ▲시설개선자금 융자 지원 ▲업소 홍보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음식점 가운데 반찬주문제나 절반메뉴 등을 시행하려는 업소는 강남구청 보건위생과(3451-2415,3451-25877)로 신청하면 된다. 현재 강남구에서는 9700여개의 음식점에서 하루에 180여t의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한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나의 엽기 가족 이야기

    나의 엽기 가족 이야기

    박세회. 그의 가족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들은 안다. ’재미있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정말 ‘독.특.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그래, 그의 가족에게는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다. 라이프 스타일이 남다른 거침없이 당당한 박세회 가족. 철저히 그의 시각에서 바라본 가족들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첫 번째 이야기 나는 외계인 엄마와 살고 있다 ”나는 외계인 엄마와 살고 있다.” 그러면 다들 ‘허허, 나이도 있는 사람이 아직도 엄마라니. 거기다가 외계인은 좀….’하고 심기가 불편해질 테지만 나는 실생활에서 부모님을 아빠 엄마라고 부르기 때문에 내가 여기다가 점잔을 빼며 아빠를 아버지, 엄마를 어머니라고 쓴다면 그건 첫 줄부터 거짓말을 하는 격이다. 그리고 외계인이라는 것은 이제부터 내가 풀어놓을 이야기들이 충분히 설명해 줄 것이다. 먼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얼마 전에 있었던 짧은 이야기 한 토막. ”엄마! 엄마!” 다급하게 엄마를 부르는 동생의 목소리와 팝콘 튀기는 듯한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깜짝 놀라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뛰어간다. 찰나의 순간, 방문을 여는 그 순간, 프라이팬 위에서 사방 팔방으로 널뛰던 기름에 불이 올라붙는다. 동생은 무서워서 지켜보고만 있다가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본다. 순식간에 재난 영화가 된 집안의 시간은 슬로모션처럼 흐른다. 잠시 후 불을 끄고 보니 타고 있던 건 고등어였다. ‘대체 고등어를 불 위에 올려놓고 이 아줌마는 어디 간 거야?’ 그렇게 슬슬 화가 나기 시작 할 무렵 엄마가 그 난리통에도 태연히, 느긋한 걸음으로 화장실에서 나온다. 한 손에는 신문을 들고. ”어? 다 타버렸네.” 순간적으로 숨이 탁 막히며 외계인 아줌마가 저지른 범우주적이고 인간 배타적인 일련의 행동에 혼과 얼이 분리된다. ‘아니 그럼 이 외계인 아줌마는 바깥에서 고등어가 타고 있는데 볼일을 보며 느긋이 신문을 읽고 있었다는 것인가?’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거실 바닥에는 양말이며 수건들이 마치 모내기 때 씨 뿌리듯 바닥에 다 말라비틀어진 채로 널부러져 있고 싱크대에는 설거지가 잔뜩 쌓여 있다. 식탁에는 의자마다 티셔츠며 남방 속옷 등이 걸려 있다. 물론 다 마른 채로. 우리 집이 전형적인 24평형 다세대 주택으로 거실과 부엌의 경계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러니까 방금 전까지 생선이 타다만 냄새가 진동하는 같은 공간에 빨래들이 널려 있는 것이다. 외계인 엄마는 겨울에는 베란다에 빨래를 널면 추워서 잘 마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단지 귀찮아서 마루에 던져 놓는다는 것을.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집에서는 종종, 그러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 물론 난 화를 낸다. 매번, 거르지 않고 정성껏 엄마의 잘못된 점을 소리 높여 지적한다. 이번에도 바닥에 이미 말라버린 양말들을 치우며 생선을 구울 때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만 두르고 신문지를 올려놓고, 옆에서 불이 나나 안 나나 지켜봐 주는 수고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것도 귀찮으면 타이머가 있는 오븐을 기백이나 주고 샀으니 한 번쯤 서보라고도 권해본다. 빨래를 왜 생선 냄새나는 거실에 던져놔서는 안 되는지도 조리 있게 설명해 준다. 하지만 외계인 엄마는 내 말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고등어는 타버렸으니…, 라면 물을 올려놓는다. 대체 이 집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일까? 물론 일상이라는 주제가 무겁기는 하지만 가사분담에 한해 설명해 보자면, 가족 구성원의 역할 분담을 나누어 설명하기보다는 엄마가 하는 일의 여집합을 따지는 편이 더 빠를 것이다. 일단 엄마는 의식주와 관련된 가사는 연간해선 하지 않지만 ‘가끔 기분이 내키면 뭔가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일 그녀가 어디 가야 하는데 꼭 입고 싶은 옷이 있다면 그녀는 세탁기를 돌려 자신이 입을 옷을 꺼내 넌다. 그리고 나머지 빨래는 세탁기에 방치하거나 바닥에 뿌려놓는다. 가끔 날씨가 좋거나 흥이 나면 설거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날씨가 오라지게 좋지 않거나 엄마가 아주 흥이 나지 않는 나머지 날들의 가사는 엄마의 여집합인 ‘우리’가 한다. ‘너희 엄만 뭔가 사회생활을 하시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론 전업주부의 일상으로는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한국의 남성 가장 중에 하루 종일 돈 벌러 나갔다가 집에 들어와서 고참인 엄마의 개인 정비까지 손수 해줘야 하는 이등병 막내 같은 결혼 생활을 28년 동안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있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젠장! 나는 그런 거짓말 속에서 이미 27년째 살고 있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친구에게 해줬더니 나중에 그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우리 엄마를 만나보고 하는 말이 한동안 우리 어머니를 샤론 스톤처럼 다이너마이트 같은 성적 매력을 가진 중년 부인 혹은 메릴 스트립 같은 정서적 카리스마를 가진 예술가로 상상했단다. 물론 그 편이라면 이야기가 훨씬 더 타당성 있고 설득력도 있겠지. 하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우리 엄마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은 외견상 보통 ‘아줌마’일 뿐이며 어떤 예술적인 것도 만들지 않는다. 가끔 겨울에는 뜨개질을 해서 아무도 입지 않는 스웨터나 목도리를 만들기도 하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상한 조리법을 보고는 키위가 들어간 된장찌개 같은 전위적인 창조도 하지만 매번 성공적이지는 않다. 키위된장찌게는 카리스마는 있긴 했지만…. 여튼 친구는 우리 집을 떠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 아버지가 어머니를 정말 사랑하시나 보구나.” 그 말을 듣자 ‘아냐 그런 낭만적인 말로 요약할 수 없어. 이 거짓말 같은 “가족”이란 일상 속엔 좀더 무서운 논리가 숨어 있어.’ 바로 그때, 나는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이야기 끝>     월간 <삶과꿈> 2007.03 구독문의:02-319-3791
  • [우리동네 맛집] 중구 주교동 ‘동신옥’

    [우리동네 맛집] 중구 주교동 ‘동신옥’

    서울 중구 주교동 ‘동신옥’은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고기구이 집이다. 광장시장 옆 좁은 골목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5년 명성으로 초저녁부터 불판 앞에 모인 손님들이 대부분 단골이다. 단골손님 중에 한 명이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맛있는 고기와 음식을 싼 값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천사를 전했다. 오 시장은 시장이 되기 오래 전부터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뒤 지금도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전유성·진미령 부부, 개그맨 신동엽, 탤런트 이정섭 등도 단골손님이다. 본인들도 음식점을 경영한다는 점에서 동신옥의 맛의 비결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오 시장의 가족은 꽃살(등심 살치살)을 조금 구워 먹다가 된장찌개를 곁들인 양푼 비빔밥을 즐겨 먹는다. 음식 이름은 ‘양푼 공구리’. 속어로 ‘공구리(콘크리티드)’를 하듯 뒤섞어 비빈다는 의미다. 꽃살은 소금만 약간 뿌려져 나오는데 윤기가 자르르하고 마블링(지방질이 눈꽃처럼 퍼진 정도)이 좋다. 그래도 1인분(150g)에 2만 2000원에 불과하다. 40년째 식당을 하는 박수길(70·여)씨는 “좋은 재료만 골라 쓴다.”고 말했다. 간단한 비결이지만 재료에 대한 철학이 보통 수준을 넘는다. 고기는 한우 1마리에서 10∼15근만 나온다는 살치살, 치맛살, 제비추리 등을 지방 4곳에서 수시로 실어 나른다. 소금은 전남 영광의 ‘음력6월산’만 골라 2년 정도 묵힌다. 순국산콩으로 된장, 청국장, 고추장 등을 담가 4년을 묵힌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김은 완도산, 김치는 묵은지, 상추와 나물은 경기도 야산에 직접 심은 것, 토하젓은 전남 영암에서 잡은 새우로 박씨가 직접 담근다. 엄격하게 유지하는 온도는 박씨만의 비밀이라고 한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인터뷰] 국내 첫 외국인 교생 마크 토마스

    [인터뷰] 국내 첫 외국인 교생 마크 토마스

    “헬로우! 수업 시작해도 되죠?” 한국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영국인 교생 마크 토마스(29). ‘국내 최초의 외국인 교생’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서울 전동중학교에서 지난 2일부터 한달 일정의 교생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이미 한국 학교에 완전히 적응한 듯 했다. “선생님은 왜 맨날 늦어요?” 라며 장난을 거는 학생들에게 “내가 언제 늦었는데?”라고 받아칠 만큼 여유도 생겼다. 아직은 조금 어눌한 한국어지만 “여러분 조용히 해”라며 학생들을 집중시키는 모습은 한국 선생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을 따라 여행 왔다가 한국이 좋아져서 아예 눌러앉은 그는 이곳에서 선생님이 되려고 한 이유를 묻자 “영국에서보다 한국에서 가르치는 일에 더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2002년에 와서 5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사람들이 모두 좋고 한국 문화도 좋아한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며 한국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음식을 다 같이 떠먹는 찌개문화가 어색했었다. 여러 사람이 같이 가는 대중목욕탕은 아직도 어렵다.”며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적인 차이도 있음을 밝혔다. 자신에 대한 질문에는 수줍어하던 그가 학생들에 대해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처음에는 수업시간에 무척 소란스러워서 통제가 되지 않았다.”며 힘들었던 기억을 먼저 꺼내놨다. 그러나 곧이어 “이제는 괜찮다. 친해져서 힘들었던 것들은 다 잊어버렸다. 교생 실습이 끝나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며 짧은 시간에 많이 가까워진 학생들과의 관계를 말했다. 끝으로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묻자 “친구처럼 편안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며 수줍게 웃었다. 외국인 교생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어떨까. 그가 담당하고 있는 1학년 2반 학생들은 “멋있어요, 너무 인자해요”라고 입을 모으며 그의 영국 신사다운 성품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고 함께 교생 실습중인 김유라(24) 씨는 “외국인이라 학생들이 오히려 더 잘 따른다.”며 부러워했다. 한편 그의 지도교사인 장윤숙 선생님은 “무척 잘하고 있다.”며 칭찬하면서도 “흔히 쓰이는 한자를 몰라 수업이 끊길 때도 있다.”며 보완해야 할 점을 지적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언론에 내내 시달렸을 그가 “오늘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라며 오히려 먼저 인사를 건내는 모습에서 친절한 예비 선생님을 느낄 수 있었다. 나우뉴스 손진호, 박성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인터뷰] 외국인 ‘첫 교생’ 마크 토마스

    “헬로우! 수업 시작해도 되죠?” 한국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영국인 교생 마크 토마스(29). ‘국내 최초의 외국인 교생’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서울 전동중학교에서 지난 2일부터 한달 일정의 교생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이미 한국 학교에 완전히 적응한 듯 했다. “선생님은 왜 맨날 늦어요?” 라며 장난을 거는 학생들에게 “내가 언제 늦었는데?”라고 받아칠 만큼 여유도 생겼다. 아직은 조금 어눌한 한국어지만 “여러분 조용히 해”라며 학생들을 집중시키는 모습은 한국 선생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을 따라 여행 왔다가 한국이 좋아져서 아예 눌러앉은 그는 이곳에서 선생님이 되려고 한 이유를 묻자 “영국에서보다 한국에서 가르치는 일에 더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2002년에 와서 5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사람들이 모두 좋고 한국 문화도 좋아한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며 한국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음식을 다 같이 떠먹는 찌개문화가 어색했었다. 여러 사람이 같이 가는 대중목욕탕은 아직도 어렵다.”며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적인 차이도 있음을 밝혔다. 자신에 대한 질문에는 수줍어하던 그가 학생들에 대해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처음에는 수업시간에 무척 소란스러워서 통제가 되지 않았다.”며 힘들었던 기억을 먼저 꺼내놨다. 그러나 곧이어 “이제는 괜찮다. 친해져서 힘들었던 것들은 다 잊어버렸다. 교생 실습이 끝나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며 짧은 시간에 많이 가까워진 학생들과의 관계를 말했다. 끝으로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묻자 “친구처럼 편안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며 수줍게 웃었다. 외국인 교생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어떨까. 그가 담당하고 있는 1학년 2반 학생들은 “멋있어요, 너무 인자해요”라고 입을 모으며 그의 영국 신사다운 성품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고 함께 교생 실습중인 김유라(24) 씨는 “외국인이라 학생들이 오히려 더 잘 따른다.”며 부러워했다. 한편 그의 지도교사인 장윤숙 선생님은 “무척 잘하고 있다.”며 칭찬하면서도 “흔히 쓰이는 한자를 몰라 수업이 끊길 때도 있다.”며 보완해야 할 점을 지적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언론에 내내 시달렸을 그가 “오늘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라며 오히려 먼저 인사를 건내는 모습에서 친절한 예비 선생님을 느낄 수 있었다. 디지털콘텐츠팀 글 :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 영상 :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데스크시각] 이제 달팽이 껍질을 벗자/박정현 기획탐사부장

    유대인과 한국인은 많이 닮았다고 한다. 머리가 좋고, 교육열이 강하고 대단히 부지런하다는 점은 닮은꼴이다. 대표적인 차이점으로는 자선과 기부가 꼽힌다.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은 어렵게 쌓은 재력을 바탕으로 자선을 한다. 자선을 장기적인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돈을 베푸는 것이다. 한국인은 사회 기부에 인색한 편이다. 그래서 끼리끼리 모여 김치찌개를 끓여먹는 한국인 사회를 미국인들은 ‘스네일 커뮤니티’(달팽이 사회)라고 비꼰다. 느린 달팽이가 아니라, 외부와 단절된 채 자신들만의 공간에 파묻혀 지내는 ‘외톨이’ 한국인들이라는 표현이다. 부지런히 살면서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 한국인이 목표가 된 1992년 LA 흑인 폭동사태도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다. 동료학생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32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교포학생 조승희도 외톨이다. 버지니아 공대 측은 그를 ‘고립된 생활을 한 학생(loner)’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박사는 “평소 대인관계가 좋지 않았고 홀로 고립된 생활을 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그가 가질 수 있는 정신질환은 성격장애와 편집증과 같은 정신불안이나 만성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버지니아 공대 교포학생의 총기 난사사건을 바라보는 한·미 양국의 시각은 약간 다른 것 같다. 미국은 겉으로 정신의학적 결함을 가진 ‘개인 조승희’의 돌출행동으로 진단하는 분위기다. 우리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후유증에 마음놓을 수 없는 현실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낸 교포 학부모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정부는 재외국민의 신변안전·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고 버지니아 공대에 재학중인 한인학생들을 소개하거나,250만명이나 되는 재미교포와 유학생들의 신변을 지키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무엇보다 버지니아 공대 희생자들을 인도주의 측면에서 추모하고 애도하는 일에 재미교포뿐 아니라 우리 국민도 동참해야 할 때다. 미국의 슬픔은 곧 우리의 슬픔이다. 그게 인도주의다. 그런 다음에 이민 104년째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가난에서 탈피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을 맹목적으로 미국으로 보내지 않았는지를 되새겨봐야 한다. 총기난사 사건이 보도되던 그제 신문에 한 미국인의 기사가 눈길을 끈다. 문화비평가로 5년전 ‘발칙한 한국학’을 냈던 미국인 스콧 버거슨이 얼마전 펴낸 ‘대한민국 사용후기’에 관한 얘기다. 그는 한국인은 뭐든지 극단적이라고 꼬집으면서, 작은 미국이 되려고 용을 쓰는 한국인의 모습이 너무나 싫다고 했다.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은 수적으로 훨씬 많으면서도 성공사례에 가려져 있다. 미국에서 공관장을 지낸 전직 외교관은 “60만∼70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이민 1.5세대는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대는 미국식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별 문제가 없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적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1.5세대의 상당수는 사회 적응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낀 세대라는 것이다. 그는 “조기유학생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왕따 신세”라면서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왕따를 당하다가 어느 순간에 눌려있던 분노가 폭발해 막대기로 같은 반 아이들을 때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빗나간 아메리칸 드림은 앞으로도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미 한인 사회가 총격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모금에 나선다고 한다. 기부가 사회적 존경과 직결되는 미국 사회에서 인색한 한국인이라는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적절한 움직임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미국에 동화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제 ‘달팽이 껍질’을 벗어던져야 할 때다. 박정현 기획탐사부장 jhpark@seoul.co.kr
  • 「미스·서울청년회의소」윤정덕(尹貞德)양-5분데이트(96)

    「미스·서울청년회의소」윤정덕(尹貞德)양-5분데이트(96)

    상냥하고 매력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미스·서울청년회의소」 윤정덕양은 올해 만 21세의 아가씨. 68년에 인천(仁川) 인화(仁花)여고를 졸업했다. 서울 청년회의소에 근무한지는 1년째, 현재 회장실에서 일하고 있다. 상업을 하는 아버지 윤덕성(尹德成)씨(60)의 1남2녀중 둘째딸. 둘째딸이자 막내딸이기도해서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친구들을 만나 이런 저런 잡담을 늘어놓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고. 그밖에는 책을 읽으면서 소일한다고. 주말이면 언제고 「라키트」를 들고 「테니스·코트」로 달려가는 열렬한 「스포츠」애호가이기도 하다. 영화감상도 상당히 즐기는 편. 기억에 남는 영화로는 『닥터·지바고』와 『순애보』를 꼽는 순정파 아가씨. 좋아하는 음식은 풋고추를 듬뿍 넣어서 얼근하게 끓인 된장찌개. 특히 보리밥에 된장찌개, 매큼한 깍두기를 넣어 비벼먹는 맛은 한여름에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자신의 식도락을 펼친다. 이렇다 할 남자친구는 아직없고…. 결혼은 2~3년 뒤에나 천천히 할 생각이란다. 그러나 『건강한 남자, 무뚝뚝한 성격의 남자가 좋아요』란다. 특히 어머니는 건장한 사위를 원하고 있다고. [선데이서울 70년 8월 23일호 제3권 34호 통권 제 99호]
  • [우리동네 맛집] 마포구 성산동 ‘석천’

    [우리동네 맛집] 마포구 성산동 ‘석천’

    10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당이라면,‘맛있는’ 음식점이라고 주위에 소개해도 절대 쑥스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역대 마포구청장들의 단골집’이라는 부제가 붙는다면 신뢰도가 급상승할 것이 자명하다. 마포구 성산동 ‘석천’은 역대 마포구청장들의 단골집이다.1997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꼭 10년째다. 소박한 이 2층집엔 청국장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있다. 겨울에만 청국장 찌개를 내놓는다는 이순자(62) 사장은 “청국장이나 간장, 된장, 고추장을 모두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맛과 향이 풍부하다.”고 소개했다. 석천의 자랑거리는 간장게장과 꽃게탕. 부임한 첫날 이곳을 찾은 인연을 이어가는 신영섭 마포구청장도 이 집 간장게장 하나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통통한 꽃게에서 알과 살을 발라 따뜻한 밥 위에 얹어 한 입에 넣으니 진하고 짭조름한 느낌이 입 안에 가득하다.“조선간장을 이용해 담근 것”이라는 이 사장의 말에, 혹시 짜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짠맛보다는 은근한 맛의 느낌이 더 강하다. 또 다른 별미인 꽃게탕은 인천에서 유명한 꽃게탕집 할머니에게 배운 비법으로 만든다.“근처에 식당을 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뒤 겨우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전했다. 멸치, 야채, 고춧가루 등 가장 좋은 국산 재료로 육수를 만든다. 푹 삶은 감자를 넣어 더욱 깊고 구수한 맛을 내는 것이 독특하다. “구청장님이 예약한 날에는 특별히 고등어구이 하나를 준비해 놓는다.”는 이 사장은 “입이 소박해 두 분이 오면 간장게장 하나(한 마리)와 고등어구이로 점심을 해결한다.”고 귀띔했다. 꽃게는 인천 연평도에서 제철에 잡아 급속냉동시킨 것을 쓴다. 활게는 움직일 수록 살이 빠져 오히려 냉동꽃게의 살이 더 풍성하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올해는 꽃게 어획량이 적어 걱정이란다. 마포구청 직원들은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주로 먹는다. 점심에만 내놓는 메뉴다. 특히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한 된장찌개는 속풀이에 그만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우리집 밥상에 봄이 올라왔네

    우리집 밥상에 봄이 올라왔네

    평소 아이들에게 나물 한번 제대로 먹이기가 쉽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런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편식 버릇을 떨치기가 그리 쉽지 않아 고민하는 어머니들이 많다. 추운 겨울 꽁꽁 언 땅을 뚫고 싹을 피워낸 봄나물들. 그 어떤 보약이 이보다 좋을까. 지난주 한 TV 방송에서는 잘못된 건강정보를 무분별하게 적용한 사람들의 실태를 보여줬다. 몸에 좋다고 가려 먹은 것이 오히려 영양결핍을 초래했다. 건강은 고루 잘 먹어야 지킬 수 있다는 건 두말이 필요없는 진리다. ‘영양의 보고’ 봄나물을 좀더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쿠킹아트센터(02-6273-8577) 장경진 실장으로부터 달래, 두릅, 냉이, 돌나물 등을 이용해 샐러드, 샌드위치, 수프, 파스타 만드는 법을 알아봤다. 만들기도 쉽고 맛있는 이 요리들은 아이들과 나물을 좀더 친하게 만들고 어른들의 입맛도 늦게나마 교정하기에 제격이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부드러운 목넘김이 좋다 - 두릅수프 ▲재료 두릅 1팩(약 100g), 감자 1개, 양파 1/4개, 닭육수 1컵, 생크림 1/2컵, 우유 1/2컵, 버터 1/2큰술, 소금 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두릅은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낸다. (2) 양파는 채썰고 감자는 납작하게 썬다. (3)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른 후 양파, 감자 순으로 담가 반정도 익을 만큼 볶는다. (4) (3)에 닭육수를 넣어 살짝 끓인 후 데친 두릅과 함께 믹서에 간다. (5) (4)를 냄비에 담고 생크림, 우유로 맛과 농도를 맞춘 뒤 버터,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 입안에 감도는 바다향기- 달래해물샐러드 ▲재료 달래 1묶음(약 70g), 주꾸미 3마리, 중하 3마리, 청오이 1/2개, 배 1/3개 소스 : 식초 4큰술, 설탕 1큰술, 모과청 3큰술, 마늘 2톨, 꽃소금 1작은술, 레몬 1/4개 분량 ▲만드는 법 (1) 달래는 5㎝ 길이로 자른다. (2) 주꾸미는 데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 새우는 등쪽에 있는 내장을 제거 한 후 데쳐 반으로 저며 놓는다. (4) 오이, 배는 채썬다. (5) 마늘은 다져서 분량대로 소스를 만든다. (6) 해물에 소스를 약간 넣어 버무려 나머지 채소와 함께 접시에 담는다. ■ 동서양의 환상적인 만남 - 냉이 파스타 ▲재료 파스타 140g, 냉이 1컵, 파르메산 치즈, 소금, 후추 소스 : 냉이 1/2컵, 올리브유 3큰술, 잣 1/2큰술, 치즈가루 1큰술, 마늘 1톨 ▲만드는 법 (1) 냉이는 뿌리 쪽 부분의 흙을 살살 긁어 껍질을 벗겨 끓는 소금물에 데친다. (2) 분량의 소스는 믹서에 간다. (3) 파스타는 10분 정도 삶아 간 소스, 데친 냉이, 소금, 후추로 버무리고 완성 그릇에 담은 후 파르메산 치즈를 갈아서 위에 뿌려준다. ■ 봄의 상큼함이 입안에 확~ - 돌나물 샌드위치 ▲재료 모닝빵, 돌나물, 칵테일새우, 토마토, 파프리카. 소스 : 칠리소스, 머스터드 ▲만드는 법 (1) 돌나물은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닦아 놓는다. (2) 모닝빵은 반을 갈라 팬에 살짝 굽는다. (3) 토마토, 파프리카는 원형으로 썬다. (4) 새우는 칠리소스로 버무린 후 팬에 살짝 굽는다. (5) 빵에 머스터드를 바르고 돌나물, 토마토, 파프리카, 새우 순으로 담고 칠리소스를 뿌려 마무리한다. ■ 봄나물의 효능 싱싱한 봄나물, 효능이 높다는 것은 이미 상식화돼 있다. 춘곤증을 이기는 데도 좋을 뿐만 아니라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을 몸에 넣는다는 자체가 생기를 돌게 한다. 늘 이맘때면 봄나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언급된 냉이, 두릅, 돌나물, 달래 등 4가지 봄나물에는 어떤 효능이 있는지 정리했다. # 달래 백합과에 속한다. 예부터 여름철 배탈이 났을 때나 종기에 물렸을 때 쓰였다고 한다. 정신안정과 숙면을 위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타민C가 풍부하며 알칼리 채소이기 때문에 빈혈, 동맥경화, 불면증, 장염, 위염에 효과가 있다. 막 된장을 풀어 찌개를 끓여도 맛있고 초장에 무쳐서 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 돌나물누워서 하늘을 구경하는 풀(와경천초)이라고도 한다. 바위나 돌무더기 위에 자라며 잎 조각이 연꽃잎과 닮았다 하여 ‘석련화’라고도 했다. 갱년기 장애가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기 때문인데, 돌나물은 이 에스트로겐을 대체할 수 있는 놀라운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또 칼슘 식품의 대명사 우유보다 무려 2배나 칼슘 함량이 높다. 그래서 골다공증에 아주 효과적인 식품이다. 또한 평생에 걸쳐 조절이 필요한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 두릅 두릅은 두릅나무의 어린 순이다. 향기가 신선해 마음을 안정시킨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이 먹으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단백질과 회분, 비타민C가 많고 단백질의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의 조성이 좋아 영양도 매우 좋다. 일반적으로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찍어먹는다. 만성 신장병으로 몸이 붓고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이 먹으면 신장기능이 강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 냉이 겨자과에 속한다. 잎과 뿌리가 달착지근해서 별미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이른 봄, 된장을 풀어 냉이를 넣어 끓이는 냉잇국은 최고다. 또한 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쳐 먹어도 되고, 생 콩가루에 비벼 쪄서 먹어도 좋다. 냉이는 코리, 아세틸콜린, 후말산 등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맥경화와 간에 지방이 고이는 것을 막아주고 변비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지혈작용도 있기 때문에 폐출혈, 자궁 출혈, 그리고 생리 불순에도 좋다는 게 정설로 알려져 있다.
  •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섬유질 보고 봄나물 샐러드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섬유질 보고 봄나물 샐러드

    요즘 시장에 나가보면 쌓여 있는 여러 가지의 봄나물이 시선을 유혹한다. 쑥, 냉이, 달래, 두릅, 원추리, 취, 돌나물 등이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겨우내 메말랐던 가지에도 파릇파릇 새싹이 돌고 햇볕이 한층 따사로워진 이 즈음, 향긋한 봄나물들은 봄소식을 가장 먼저 우리 식탁에 전하는 봄의 전령사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장 기본적인 부식으로 나물과 생채, 쌈 등을 즐겨 먹었는데 이는 주로 에너지원의 역할을 하는 곡물과 어울려 비타민과 무기질의 중요한 공급원이었다. 제철에 나는 생채소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말려두었다가 겨울이나 새싹이 돋지 않는 이른 봄에 불려 씀으로써 나물은 연중 어느 때나 밥상에 오를 수 있는 음식이다. 최근 자연식이 붐을 이루면서 우리나라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특히 육식과 고도의 탄수화물, 영양적으로도 훌륭할 뿐 아니라 풍부한 섬유질 섭취의 근원이 되는 나물이야말로 빠뜨리지 말고 먹어야 할 중요한 건강 식품인 것이다. 채식은 본래 한식의 바탕이고, 채식의 바탕은 바로 나물이며 이러한 나물은 사계절의 맛과 향기, 그리고 여러 색깔로 한국인의 식탁을 풍성하고 향기롭게 만들어주는 꽃이다. 우리 조상들은 250여 가지나 되는 나물을 먹었다고 한다. 온 산, 들녘에 나는 풀, 뿌리들이 그 재료가 되었으며 이러한 야생의 채소들은 당연히 고유의 맛과 향과 질감을 가지며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 기타의 생리활성물질 등 영양소의 함량이 월등히 높다. 뿐만 아니라 제철의 채소들은 우리가 이 땅에서 한 계절을 이겨내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품고 있다. 흔히 ‘채소’나 ‘섬유질’ 하면 생으로 먹는 샐러드를 떠올리지만 이러한 채소들은 90% 이상이 수분이다. 이들은 부피가 커서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기에는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채소는 살짝 데치거나 찌게 되면 부피가 줄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소 작용에 의한 영양소 파괴가 중단된다. 또한 식물 세포벽의 변화로 식물 안에 들어있는 영양소들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생으로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이러한 효능이 극대화되고, 본래의 맛과 향을 내려면 자연에서 농약이나 인공비료를 주지 않고 제대로 자란 제철 채소여야만 하는데 현재 우리가 접하는 채소들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요즘 시장에서 사다 끓여먹는 쑥국은 어렸을 적 엄마가 해 주셨던 그 향과 맛이 나질 않는 것이다.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산에 나물’은 제철 나물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계절과 시기에 따라 제공되는 나물이 바뀌는데 강원도 점봉산에서 깨끗하게 자란 제철 나물을 쓰기도 하고, 말려두었다가 불려 쓰기도 한다. 식당이 쉬는 월요일에는 직접 사장님이 산지를 찾아 다니며 나물을 구해오는 경우도 있다. 싱싱한 제철 채소는 생채(샐러드)로 내고, 약간 시들면 나물로 요리한다. 이 곳은 나물 자체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도록 파, 마늘 등의 강한 향신료를 쓰지 않고 들기름과 약간의 소금만으로 조리하는데 자연스러운 나물의 맛과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고,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감칠맛이 난다.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오는 여러가지 나물들을 향긋한 산마늘 잎에 싸서 먹으면 그 맛이 더욱 일품이다. 각종 나물은 물론이고 함께 나오는 제철 반찬과 밥, 담백한 찌개류와 직접 만들어주는 후식까지 모두 하나같이 정성스럽고 맛있다. 이런 모든 것을 맛보려면 단품 보다는 정식을 먹기 권한다. 양도 적당하고, 간이 강하지 않아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안하다. 특히 어르신이나 외국인 손님을 모시고 간다면 더욱 만족스러울 수 있는 곳. 전화 (02)732-2542. 정식 2만 5000원부터. 나물비빔밥 정식 1만 3000원, 맑은 송이전골 2만원.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여성전문병원 ‘한송이 W클리닉´ 원장
  •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필수아미노산의 보고 ‘명태’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필수아미노산의 보고 ‘명태’

    명태는 우리 민족과 가장 친근한 바닷고기다.‘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이 있다. 명태가 문헌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조선조 중종 때(1530년)이지만 그 전부터 먹었으리라고 생각된다. 명태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정문기의 ‘어류박물지’에는 무려 열 아홉 개의 별칭이 나온다. 신선한 명태를 선태라 하고, 말린 명태를 건태 혹은 북어라 하며 얼린 것은 동태, 새끼는 노가리라 한다. 잡는 시기에 따라 일태, 이태, 산태, 사태, 오태, 섣달 바지, 춘태라 하며 크기에 따라 대태, 중태, 소태, 왜태, 애기태 등으로 나뉜다.12월 중순부터 4개월 정도 덕장에서 혹한에 얼었다 녹았다 하여 마른 명태는 황태가 된다. 황태는 살이 노랗고 솜방망이처럼 연하게 부풀어 그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우리나라 동해 연안에서 잡은 토종 명태를 ‘지방태’라고 하는데 몸집은 작지만 짭짤하고 양념도 잘 흡수하며 맛이 좋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동해의 수온이 상승하고 조업권이 위축된 탓에 동해안에서 잡히는 명태는 극히 드물고, 요즘 소비되는 명태의 대부분이 원양어선에서 잡는 것이다. 명태는 어느 한 군데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살로는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내장으로는 창란젓을, 대가리는 귀세미젓을, 알은 명란젓을 담가 먹는다. 싱싱한 생태나 동태로는 매운탕을 많이 끓이고, 이외에도 전유어, 찜, 양념구이를 한다. 또 회냉면에 얹어먹기도 하고, 김치소에 넣기도 한다. 예전에 유난히 추운 함경도에서는 동태의 내장을 입으로 빼내고 그 자리에 두부나 고기, 채소를 섞은 소를 채워 넣어 한 데에 널어 꽁꽁 얼려 두고 겨우내 쪄서 먹는 동태순대를 즐겼다. 명태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식품으로 간질환자나 당뇨병 환자의 식이 요법에 유용하다. 명태살에는 지방 함량이 적지만 명태간에는 많은 지방이 축적되어 있다. 그래서 명태간유는 약용으로 이름이 나 있다. 명태 간유 1g 중에는 비타민A가 3000∼3만IU가 들어 있다. 명태에는 간유 말고도 신체 각부의 세포를 발육시키는 데 필요한 아미노산이 많이 포함 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북어에는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는 메티오닌, 타우린 등의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숙취 해소에 좋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안성또순이집’은 20여년 이상 미식가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큼직하게 썬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두부, 대파, 마늘, 모시조개, 새우 등을 넣은 육수에 싱싱한 생태와 미나리를 올려 즉석에서 끓이는데, 곤이와 내장을 듬뿍 넣어준다. 텁텁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푼 고춧가루가 싱싱한 생태살과 내장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의 육수와 어우러져 많이 맵지 않으면서 시원한 맛을 낸다. 싱싱한 재료를 쓰는 까닭에 비린내가 전혀 없고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는 탓에 명태 고유의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고, 개운한 뒷맛이 나는 점이 필자가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딸려 나오는 시래기나물이나 무나물, 무김치 등도 기본재료로만 담백하게 맛을 낸 것이 맘에 들고, 밴댕이젓도 짜지 않고 맛있다.(02)733-5830. 생태찌개 3만 5000원, 제육보쌈 3만원, 북어찜 1만 5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여성전문병원 ‘한송이 W클리닉´ 원장
  • [웃으며 삽시다]웃기지 않으려거든 장사하지 마라

    [웃으며 삽시다]웃기지 않으려거든 장사하지 마라

    얼마 전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 판매점에 근무하는 후배를 만났다. 평소에 잘 웃고 선배들에게 깍듯이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후배였다. 만나자마자 그 후배는 좋은 일이 있다는 듯이 만면에 화사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신입사원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매장에서 월간 제품판매 1위를 했다는 것이다. 궁금해서 비법을 물었더니 별것 아니라는 듯이 이렇게 말한다. ”그냥 사람들이 오면 잠깐 자리에 앉게 하고 나서 이렇게 물어봐요. ‘손님, 둥글레차를 둥글둥글하게 말아드릴까요? 아니면 녹차를 노글노글하게 비벼 드릴까요?’ 그러면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이 말에 뒤집어집니다. 잠깐 웃고 나면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손님, 웃고 나니깐 들어오실 때보다 3일은 젊어 보입니다.’” 자신이 서비스하는 고객들에게 마주치자마자 던지는 유머 한마디는 고객의 마음벽을 깬다고 후배는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고객의 눈을 마주칠 때부터 고객이 떠나는 순간까지 최소한 10번 정도 웃게 함으로써 제품을 팔 뿐만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까지 판다는 것이다. 이렇게 웃고 떠난 고객은 반드시 3~5명의 지인들에게 자신을 추천한다고 한다. 어떻게 웃기느냐고 노하우를 다 공개해 보라고 말했지만 자신만의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조만간에 그 후배의 노하우를 캐러 전자제품을 사러 가야 될 것 같다. 중국 속담에 웃지 않으려거든 장사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웃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웃음은 조금은 소극적일 수 있다. 사업에서의 웃음은 고객만족을 이끌어내지만 고객을 즐겁게 하는 전략은 고객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최근 fun경영, 유머경영이 작은 구멍가게에서부터 대기업까지 온통 열풍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유머경영을 적용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간단하지만 2가지 아이디어를 나누어 본다. 첫번째, 고객에게 유머 한 개를 나누어 보자. 얼마 전 들렀던 미용실의 원장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을 붙인다. “손님, 머리를 감을 때 어디부터 감아야 되는지 아세요?” 모르겠다고 말하자 “눈부터 감아야죠”라고 웃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완전 대박 유머다. 그리고 5개 정도의 유머를 계속해서 쏘아댄다. 유머전문가로서 궁금증이 생겨서 원장에게 어떻게 유머를 다 할 생각을 했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에 머리 깎는 것은 기본에 기본이에요. 말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미용실에 오면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풀고 싶어해요. 그래서 유머를 사용했는데 사람들이 꼬리를 물어 오네요. 유머를 하기 시작하면서 손님이 30% 늘었어요.” 원장님의 말에 150% 공감하고 친구 몇 명한테 가보라고 추천했다. 엄청나게 재밌다고. 작년에 제주도에 여행 갔을 때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잠수함을 타기 위해 통통배를 탔는데 마이크를 잡고 안내하는 사람이 이렇게 안내한다. “손님 여러분! 안전벨트를 매세요. 매지 않으면 앞으로 넘어질 수 있습니다. 넘어지면… 개쪽 팔립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 말 한마디에 손님들은 모두 뒤집어졌다. 유머가 가지는 파워풀한 힘을 새롭게 깨닫는 계기였다. 두 번째, 간판이나 안내판을 재미있게 바꾸어 보자. 요즘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간판 사이에서 유독 재미있는 가게 이름이 있다. 얼마 전 화제를 모았던 ‘스타닭스’를 보면, 이름에서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를 패러디한 치킨집 이름이다. 이 집은 한 네티즌이 재미 삼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 돌고 돌아 유명세를 타게 됐다. 덕분에 오픈 3개월 만에 일산 정발산동의 명물로 떠올라 매출이 30% 정도 올랐다고 한다. 얼마 전 114 상담원이 선정한 재미있는 음식점 이름으로’태풍은 불어도 철가방은 간다’ ‘힘내라 동태찌개’’먹고 갈래 싸 갈래’ ‘이 뭐꼬’’신꼬벗꼬’’주유소(酒有所-술이 있는 곳)’ ‘겹사돈(豚-생고기 집)’’돈방석’’게 섰거라(게 전문 요리집)’’아이 러브 米(쌀집)’ 등이 있었다. 모두 고객을 웃게 하고자 하는 유머 전략의 일환이다. 마이클 르뵈프는 ‘평생 고객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내게 물건을 팔려고 하지 말아요. 대신 꿈과 느낌과 자부심과 행복을 팔아주세요. 제발 내게 물건을 팔려고 하지 마세요. 즐거움과 재미를 팔아주세요.” 즐거움과 재미가 있을 때 고객은 감동하고 다시 방문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는 재미있는 사람이 인기가 있는 비결과 같다. 재미있으면 또 찾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즐거움의 원리를 내 것으로 만드는 하나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자. “어떻게 하면 고객을 즐겁게 해줄까?” 그리고 나부터 웃자. 웃음은 즐거움과 재미의 시작이다. 그리고 유머 하나라도 입에 장착하자. 하하하 글 최규상 한국유머전략연구소 소장(cutechoi@dreamwiz.com)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경 고/유영금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경 고/유영금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는 남편에게 속지 말라 찌개 솜씨를 감탄, 더욱 속지 말라 지린내 풍기는 밧줄을 풀고픈 궁핍한 개수작이니까 더 속지 않으려거든 딸에게 찌개 솜씨를 전수 말라
  • [OUR STORY] 강원도 고성 항·포구 여행

    [OUR STORY] 강원도 고성 항·포구 여행

    유명세를 떨치는 거대한 여행지가 있는 곳은 아니다.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곳도 아니다. 강원도 고성군. 남한 땅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관광지 속초시 옆에 옹색하게 붙어 있으면서,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곳. 게다가 미시령 터널이 뚫려 당일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아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만 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고성은 산과 바다, 그리고 호수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드문 여행지다. 구비구비 진부령을 넘어 만나는 겨울철새들의 낙원 화진포 등 아름다운 호수들과 명태잡이 전진기지 거진항에서 맞는 싱싱하고 맛있는 아침, 그리고 소박하고 아름다운 항·포구 등, 이곳저곳 부지런히 노닐다 보면 하루해가 짧다. 황량한 바람이 도로를 휩쓸고 가는 겨울밤엔 거진읍내 뒤편의 ‘나이트’를 찾아도 좋겠다. 밝은 웃음, 화려한 조명 뒤에 어딘가 음습함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의 그곳과는 달리,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힘든 촌스런 회전조명 아래 한낮의 시름을 맥주 한모금으로 털어내는 어촌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다. 고무장화 신은 어부와 ‘땡땡이 무늬 몸뻬바지’ 입은 아낙들. 한낮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차림새 그대로다. 100년 만에 찾아왔다는 따뜻한 겨울 때문이라선가. 예전 이맘때면 ‘개도 물고 다녔다.’는 거진항 명태도, 물과 얼음의 경계에서 우아한 자태로 유영을 하고 있어야 할 화진포호 큰고니(백조)도 없었다. 그렇다고 실망스러울 것 또한 없다. 올해의 아쉬움은 내년에 더 큰 기대를 안고 이곳을 찾게 해줄 것이므로. 글 사진 고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아름다운 호수가 가득한 곳 “속초가 속초일 수 있는 것은 청초와 영랑, 두 개의 맑은 눈동자가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한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고성이 고성일 수 있는 것은 화진포호와 송지호란 두 개의 맑고 아름다운 석호(潟湖)가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화진포호 등 동해안의 석호들은 내륙의 자연호수와는 달리 담수와 해수가 뒤섞인 기수호(汽水湖). 약 3000년전쯤 지금과 같은 호수의 형태를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석호에는 거센 파도와 해일로 바닷물이 호수로 들어오거나, 장마철 등에 민물이 모래언덕을 넘어 바다로 나가는 ‘갯터짐’ 현상이 교대로 일어난다. 이때 민물과 바닷물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 언제 가도 아름다운 풍광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화진포는 면적만도 72만평에 달하는 국내 최고의 석호다. 호숫가에 해당화가 많아 화진포란 이름이 붙여졌다. 멀리 뒤쪽 백두대간의 설원이 잔잔한 호수위에 투영될 때면 눈부신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호수 주변에 이승만, 김일성 등 당대 권력자들의 별장이 있다는 사실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웅변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백조) 등 수많은 겨울 철새들의 낙원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곳. 거진항에서 화진포호까지 이어진 해안도로가 작년 말 완공돼 보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고즈넉하고 아름답기로 치자면 7번국도변 송지호도 뒤질 것이 없다. 이름처럼 해송 등에 둘러싸인 송지호는 둘레가 약 4㎞(20만평)에 달하는 고성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한 곳. 물색이 워낙 맑아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후보다는 바람이 잠을 덜 깬 이른 아침에 방문하길 권한다. 때마침 안개라도 끼면 맑은 하늘색, 물색과 어우러져 ‘선경(仙境)’이란 단어가 상투성의 옷을 벗게 됨을 느낄 수 있다. 조개나 물고기 화석 등을 전시해 놓은 화진포 해양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연중무휴. 어른 5000원, 중·고등학생 4000원, 초등학생 3000원.(033)680-3352. # 금강산 설경을 눈에 담고 고성 여정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통일전망대’. 전망대 난간에 서면 금강산과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지척으로 다가오고, 말무리 반도 끝자락의 만물상, 부처바위, 백바위 등 북녘땅의 절경들이 줄을 선다. 남한 ‘최북단’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내려는 듯, 동해북부선 철길과 도로가 나란히 선 채 북쪽을 향해, 그리고 통일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사자바위는 사자가 갈기를 세우고 남쪽을 향해 달리는 듯한 형상. 바다에서 보면 코끼리를 닮았다 해서 만물상이라고도 불린다. # 명태와 도치, 그리고 물미역 대진항에서 만난 물미역의 비릿한 갯내음이 구미를 돋웠다. 겨우내 곰삭은 김치만 대하다 보니 그럴 법도 하다. 잘 손질한 물미역에 쪽파와 조개 등을 포개 엊은 다음, 초고추장 듬뿍 찍어 입에 넣어 보시라. 그 상큼한 맛이란.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며 갈매기의 날갯짓까지 입안 가득 들어 차는 느낌이다. 물미역은 억세지기 전 이맘때가 제맛. 음력 정초쯤 되면 부드럽고 들척지근한 맛이 최고조에 달한다. 잎보다 줄기부분의 오톨오톨 씹히는 맛이 각별하다. 활동량이 적어지는 겨울철, 집안에서 이리저리 뒹굴거리며 맛있는 음식만 탐하다 보면 금세 살이 찌기 십상. 물미역 등 겨울철 해조류는 칼로리는 낮고 무기질과 섬유소는 풍부해 겨울철 다이어트에도 적잖은 도움을 준다. 요즘엔 양식 미역이 대부분이지만, 대진항에 가면 바위에 붙어 자생하는 물미역을 맛볼 수 있다.70여명의 해녀들이 매일 아침 채취한 싱싱한 자연산이다.500g 한묶음에 1500원. 택배도 가능하다.1kg 두 묶음에 4000원. 택배비용 4000원은 별도다. 여러 가정에서 한꺼번에 주문하는 것이 택배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 될 듯. 대진항 나잠 영어조합법인 (033)682-0583. 오용분 회장 (011)379-0026. 명태는 ‘맛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이 전해올 만큼 우리와 친숙한 생선. 거진항 등 동해안 항포구에서 겨울철이면 흔히 볼 수 있었다.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날이 갈수록 어족자원이 고갈되는 마당에 해수온도마저 높아져 냉수성 어종인 명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을 지경. 오죽하면 동해안 일대에서 잡히는 명태를 ‘금태(金太)’라 부를까.2월하순에 열리던 명태축제가 예년과 달리 지난 4일 서둘러 막을 내린 것도 해수온도가 더 오르는 것을 저어한 때문이다. ‘1魚4色4味’라는 표현만큼이나 명태는 어디하나 버릴 것이 없는 알뜰한 생선이다. 한류성 어종이면서도 지방이 적은 명태의 살은 국이나 찌개 등에 넣어 끓여 먹거나, 무 등과 곁들여 찜을 해먹기도 한다. 알은 명란젓, 창자는 창란젓을 만들고, 간장은 어유(魚油)를 만드는 데 쓴다. 말린 껍질과 눈알은 튀기거나 구워서 먹는데, 겨울밤 술안주로 그만. 이밖에 칼슘이 멸치만큼 많은 아가미는 식해로, 곤이라 불리는 정자덩어리는 찌개 등에 넣어 먹는다. # 제철만난 도치 생김새가 심통맞게 생겨 ‘심퉁이’라고도 불리는 도치. 마치 올챙이를 뻥튀겨 놓은 듯 이만저만 ‘불친절’하게 생긴 게 아니다. 고집도 세서, 배에 있는 빨판을 이용해 바위 같은 곳에 달라붙어 있으면, 어부들이 발로 차도 안 떨어진다. 하지만 ‘못생겨도 맛은 좋아’라는 광고문구가 도치에겐 대단히 적절한 표현이다. 쫄깃거리긴 하지만 질기지 않고, 부드럽긴 하지만 풀어지지 않는 뽀얀 살.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비린내 없는 생선이다. 게다가 오도독 씹히는 맛이 일품인 도치알은 별미중의 별미. 그래서 예전부터 고성8미(高城八味) 중의 하나로 불리기도 했다. 사실 명태가 많이 나던 시절엔 생선취급도 못받았다. 그물에 걸리면 재수없다고 버려지기 일쑤. 하지만 지금은 특유의 담백한 맛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귀족생선’이 됐다. 도치는 요즘이 딱 제철이다.2월이 지나면 뼈가 굵어지고 단단해져 제맛을 잃기 때문이다. 겨울철 그물에 잡혀 올라온 도치는 뼈가 연해 숙회로 먹기에 알맞다.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갔다 꺼내 껍질의 진액을 완전히 제거한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다시 뜨거운 물에 데쳐내면 도치숙회가 된다. 암도치에서 나온 알에 소금을 뿌려 하루 정도 재워둔 다음, 이튿날 젤리처럼 탱탱해진 알을 적당한 불에 쪄내면 도치알찜이 된다. 또 내장을 제거한 채 1주일 정도 말려 꾸덕꾸덕해진 도치(수토치를 주로 쓴다)에 양념을 한 다음 쪄내면 맛깔스러운 도치찜이 된다.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도치 두루치기(도치알탕). 묵은 김치 위에 알과 고기를 얹은 다음, 찜보다 조금 많다 싶을 정도의 물을 넣고 조려낸다. 양념이 밴 쫄깃한 도치살을 오도독 씹히는 알과 함께 먹다 보면 어느덧 밥한공기 뚝딱. 주의보가 내려져 어선들이 오래 출어하지 못하면 도치요리를 맛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고성군청 문화관광과 (033)680-3350. 고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기도 좋아요 ●대조영 촬영장 설악씨네라마 미시령 자락에 자리잡은 한화리조트 설악씨네라마(seorakcinerama.co.kr)가 새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114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용 전액을 국내 최초로 민간자본으로 충당한 오픈 세트장. 당나라 황궁과 중국 4대정원 중 하나인 졸정원을 모델로 한 측천무후원, 당나라 전통 주거지 사합원 등 이국적 정취를 풍기는 건물들이 3분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고구려 성곽과 관아, 저잣거리 등도 고증을 거쳐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았다. 현재 촬영되고 있는 것은 KBS드라마 ‘대조영’. 여느 세트장과 달리 드라마 촬영이 있는 날도 입장이 가능하다. 주연배우들이 실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줄 듯하다.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어린이 4800원. 지역주민 50%, 한화콘도 투숙객 20%, 성인단체 30명 이상 20% 등 각종 할인혜택도 준비했다.(033)632-8711. ●부처 진신사리 봉안 건봉사 고성군 오대면 금강산 자락에 자리잡은 거찰. 부처의 치아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새긴 불이문,18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능파교, 그리고 바라밀 문양 돌기둥 등은 건봉사가 품고 있는 보물들.(033)682-8100. ●태백준령과 동해 조망 마산봉 만이천 금강의 봉우리 가운데 남한 제2봉이라는 곳.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 뒤편에 우뚝 솟아 있다. 해발 1052m 정상에서 바라보는 눈덮인 태백준령과 동해바다가 장관을 이룬다.
  • “대담한 여행객에 북한 추천합니다”

    “대담한 여행객에 북한 추천합니다”

    핵실험을 한, 폐쇄 국가의 대명사인 북한이 평범한 관광을 거부하는 ‘대담한’ 여행객들에게 ‘강추´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4일 주말 특집판 봄철 여행 추천 코너에서 영국 여행사 스텝스 트래블(www.steppestravel.co.uk)의 16일짜리 북한 가이드 여행을 이색 상품으로 소개했다. 영국 글로체스터셔에 위치한 스텝스 트래블사는 미국·유럽·일본 등 일반 여행지나, 크루즈 상품 등 평이한 여행은 취급하지 않고 보르네오 정글 탐험과 실크로드 순례 등 모험과 문화체험 등을 중시하는 여행사다. FT는 “이번 상품은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장군의 생일(4월15일)과 겹쳐 10만명이 참가하는 거대한 매스게임(아리랑 공연)을 볼 수 있고, 비무장지대 방문을 통해 이 지역의 국제정치를 체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격은 1인당 2795유로(약 341만원). 숙식은 4성급 호텔로, 찌개와 김치를 맛볼 수 있겠지만 공산국가의 4성급 호텔임을 감안하라고 덧붙였다. 스텝스 트래블의 북한 관광상품은 4월11일부터 26일까지로, 참가인원을 16명으로 제한한 일회성 상품이다. 평양 시내관광과 묘향산 등산, 개성 시내관광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돌아올 때는 열차를 이용, 북·중 국경지대인 단둥을 통과해 베이징으로 돌아온다. 이 회사는 “전통 우방인 중국·러시아의 체제 변화 이후 북한도 불가피하게 개방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전 세계 최후의 공산주의의 요새인 북한 방문은 여러분에게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추천했다. 현재 이메일 등을 통해 관광객을 모집중인 스텝스 트래블은 주의사항으로 “북한이 언론인이나, 언론과 연관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매우 민감하므로, 만약 당신이 언론과 관계가 있다면 지원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수해로 취소한 아리랑 공연의 관광 판매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웨덴의 관광 전문업체 ‘코리아컨설트’도 오는 4월 ‘아리랑 공연’을 참관할 관광객 모집을 시작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길섶에서] 닭 한마리/황성기 논설위원

    신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 꽤 있었다. 보신탕도 그렇고 ‘닭한마리’도 그 축에 낀다. 초년 기자 시절 몸담았던 사회부에는 지금도 그렇지만 번갈아 회사에서 일하는 내근제도가 있다. 호랑이 혹은 여우 같은 부장과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야 하는 끔찍한 시간들이었다. 점심무렵이면 메뉴를 두어가지는 생각해 두는 일도 내근자 몫이다. 김치찌개 정도의 아이디어밖에 내지 못했던 20대의 과문한 기자가 부장에 낚이듯 간 곳이 동대문의 닭한마리 집이었다. 양재기에 닭이 벌러덩 누워있는 광경에 놀랐다. 맛이야 집에서 해주던 닭곰탕과 비슷했지만 양재기에 끓인다는 발상이 재밌었다. 그렇지만 밥에는 손도 안 대고 닭을 안주삼아 술을 권하는 선배들은 재밌지 않았다. 술잔을 꺼리다 선배들이 “요즘 후배들은…” 하며 호통도 쳤다. 시간은 흘렀다. 동대문 그 집을 가끔 찾는다. 밥이나 국수는 거들떠 보지 않고 닭한마리에 술을 기울이는 자신에 놀란다. 술을 피하는 후배들이 섭섭해 선배와 같은 호통이 튀어나오지만 꾹 삼킨다. 오늘 저녁은 닭한마리에 소주나 한잔 할까나.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소설당선작] 그들만의 식탁/황시운

    뼛조각을 쥔 남자의 손가락에 양념이 엉겨 붙어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땀으로 번들댔다. 엄마는 간혹, 맨밥만 끼적이고 있는 내 쪽으로 슬며시 음식이 담긴 접시들을 밀어주었다. 그러나 꼬리찜의 기름이 둥둥 뜬 나박김치, 허연 밥풀이 앉은 겉절이, 되는 대로 헤쳐 놓은 나물들까지, 어느 것 하나 남자의 흔적이 묻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나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된장찌개로 수저를 가져가려다 또다시 멈칫했다. 밥풀이 잔뜩 묻은 남자의 숟가락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찌개냄비를 휘젓고 있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남자의 수저와 엄마를 번갈아 쳐다봤다. 내 시선을 의식한 엄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남자는 양 볼이 메어져라 우겨 넣은 음식들을 우물대다 말고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남자의 수저를 흘끔댔다. 남자도 쥐고 있던 자신의 수저를 내려다봤다. 수저엔 여전히 밥풀과 음식의 양념들이 지저분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커다란 식탁 앞에 둘러앉은 우리 세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흔치 않은 순간이었다. 남자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러나 남자는 곧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식사에 열중했다. 엄마 역시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찌개를 떠먹었다. 음식을 씹고 삼키는 소리 외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맞은편의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기엔 우리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커다란 식탁의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남자와 엄마의 얼굴이 차츰 흐릿해졌다. 나는 잠시 멀거니 찌개 위에 뜬 기름기를 바라보았다. 찜 그릇이 다 비워지자 남자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남자의 시선은 엄마가 덜어놓은 내 접시 위 꼬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속이 울렁댔다. 나는 수저를 놓고 일어섰다. “왜, 좀 더 먹지 않고…….” “그러지 그러냐. 이거, 오늘 고기가 유난히 단데 말이다.” 엄마의 걱정에 남자도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남자의 손은 이미 내 접시 위의 꼬리를 덥석 집어 들고 있었다. “전 다 먹었어요. 마음 쓰지 말고 더 드세요.” 나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엄마를 향해 짐짓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집안 가득 밴 음식냄새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뼈에 붙은 고깃점을 다 훑은 남자가 크게 트림을 하며 양념이 묻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엄마는 급히 남자에게 물수건을 건넸다. 그러나 남자는 건네받은 물수건으로 손가락에 묻은 음식 찌꺼기를 닦는 대신 땀이 흐르고 있는 얼굴과 목덜미를 훔쳐냈다. 남자는 엄마의 네 번째 남자였고 내게는 세 번째 저기요였다. 엄마의 남자들에게 나는 단 한번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다. 나를 낳아준 아버지에게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내게 아버지는 엄마의 이야기 속에나 존재하는 흰 피부의 키가 큰 남자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흰 피부와 큰 키를 가진 엄마의 다른 남자들에게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가능하면 호칭을 생략하려 애썼지만 부득이한 경우 나는 늘 그들을 저기요, 라고 불렀다. 저기요, 식사하시래요. 저기요, 전화 받으세요. 저기요……. 코끝을 쏘는 고추냉이의 냄새와 생선 비린내를 감지하는 순간, 경화제를 섞은 실리콘을 휘젓던 팔에서 힘이 쑥 빠지고 말았다. 독한 경화제 냄새 속에서도 용케 부품들의 생생한 냄새를 찾아내고야 마는 유난스러운 후각에 진저리가 쳐졌다. 모두들 퇴근하고 난 토요일 밤, 휑한 제작실의 공기가 후각을 한층 예민하게 만들고 있었다. 충분히 저은 실리콘을 골판지 틀 안에 천천히 붓자 후각을 자극하던 부품들의 냄새도 실리콘 반죽 속에 갇혀 버렸다. 드라이어의 온도를 최대한 낮춰 틀 위에 가져다 댔다. 원칙적으로 실리콘 틀은 자연건조시켜야 하지만 납품기일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제작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지금쯤 그는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는 아내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별스러운 걸 기대했던 게 아니야. 나는 그저 소박한 식탁에 마주 앉아서 대수로울 것 없는 잡담이나 나누며 함께 밥 먹는 일상을 원했던 것뿐이라고.” 오 년여의 시간을 정리하던 날 그가 말했다. 시종일관 차분하다 못해 냉랭하기까지 했던 나와 달리, 그날 그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말들을 두서없이 쏟아놓았다. 도저히 널 이해할 수가 없어, 라고 말할 땐 눈물이 그렁하게 맺히기도 했다. 그 뒤로도 서너 번쯤 더 그를 만났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막막한 심정으로 마주 앉아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다 헤어졌다. 나는 누군가와 식탁 앞에 마주 앉아서 잡담이나 늘어놓으며 보내게 될 일상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결국 얼마 후, 그는 결혼을 했다. 드라이어를 내려놓은 뒤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빼 물었다. 그러나 곧 담배를 담뱃갑 속에 도로 집어넣었다. 제작실 문에 걸린 금연 푯말을 일별한 후 문을 열고 나섰다. 복도를 서성이다 빈 사무실로 들어섰다. 책상 위에 걸터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과식 소화불량에 파라나 정―변비 식욕부진에 카이셀 과립’. 맞은편 건물 위에 세워진 전광판의 글자들이 색깔을 달리하며 우르르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애초부터 자신들 사이에 괴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조화로운 모습이었다. 불을 켜지 않았지만 좁은 사무실은 전광판이 뿜어내는 빛만으로도 충분히 밝았다. 볕에 널어뒀던 북어껍질을 거둬들이는 엄마의 손이 붉게 빛났다. 노을은 엄마의 손뿐만 아니라 부엌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엄마는 나무 도마 위에 북어껍질을 뒤집어 올려놓고 절굿공이로 타닥타닥 두드렸다. 좁고 동그란 엄마의 어깨가 유연하게 들썩였다. 엄마는 편편하게 다듬어진 북어껍질을 물에 담가둔 뒤 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살짝 데친 숙주를 잘게 썰고 으깬 두부를 면포에 싸 꼭 짜냈다. 핏물을 뺀 소고기까지 다져낸 엄마는 준비해둔 재료들을 한데 그러모아 양념하고 치대기 시작했다. 얇은 면 티셔츠가 등에 들러붙어 있었다. 엄마의 뒷모습엔 다양한 표정이 담겨 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음식을 만드는 순간의 엄마는 다른 어떤 때보다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뒷모습이 만들어내는 표정은 언제나 그늘져 있었고, 그늘 속의 엄마는 날이 갈수록 창백해졌다. 엄마는 물에 불린 북어껍질을 건져 비늘을 긁어냈다. 물에 분 북어껍질은 탱탱하게 되살아나 있었다. 그러고는 반듯하게 잘라낸 북어껍질에 소를 넣어 아물린 뒤 계란 옷을 입혀 지져냈다. “너무 기름지면 개운한 맛이 덜하니까 주의해야 해. 소고기 대신 북어대가리로 육수를 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지.” 지져낸 전은 한 김이 빠지자마자 냉동실에 넣어 식혔다. 잠시 뒤 엄마는 북어대가리와 무, 그리고 파만으로 우려낸 육수에 나박나박 썬 호박과 함께 식혀뒀던 전을 넣었다. 엄마는 국물이 한소끔 끓자 된장을 풀면서 다시 말했다. “된장은 마지막에 풀어라. 처음부터 장을 풀고 끓이면 떫은맛이 나기 십상이거든. 맑게 끓이려면 국간장으로 간을 해도 괜찮고.” 엄마는 썰어놓은 파와 미나리를 끓고 있는 탕 속에 집어넣으며 처음으로 내 쪽을 돌아봤다. “지금이야 쓸데없는 소리 같겠지만 들어둬라. 들어두면 언젠가는 써먹을 날이 있겠지.” 신문을 뒤적이던 저기요가 엄마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식구가 쓰기엔 너무 큰 식탁은 곧 엄마의 음식들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저기요는 벌써부터 커다란 식탁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집안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뒀지만 어글탕의 비릿한 냄새는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또다시 위가 저릿대기 시작했다. 엄마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엄마보다는 엄마가 만든 음식에 홀려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언제나 엄마가 야물게 차려내는 음식에만 열중할 뿐, 엄마에게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법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엄마의 남자들이었지만 솜씨 좋은 요리사를 찾는 단골손님들 같기도 했다. 엄마 역시 그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 틈에서 나는 맛깔스러운 음식을 차려내는 요리사의 딸로서 그들 모두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엄마의 남자들과 엄마 사이에 음식 이상의 어떤 것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 따위도 문제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마치 잘 차려진 음식상에 어울리지 않게 놓인 이 빠진 종지 같았다. 나는 날마다 타들어 갔다. 엄마가 만들어내는 온갖 맛깔스러운 음식들도 나를 살찌우진 못했다. “어머니 음식 솜씨가 이렇게 대단하신데 어떻게 넌 그렇게 비쩍 마를 수가 있었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어머니, 한영이 얘, 다이어트 한답시고 걸핏하면 굶고 그러죠?” 처음 인사를 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날 그가 말했다. 엄마는 말없이 엷게 웃어 보였고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서글서글한 성품의 그는 식사를 하는 내내 감탄 어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엄마와 나의 세 번째 저기요는 흐뭇한 얼굴로 그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평소에도 음식 타박 없이 무엇이든 잘 먹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그 날, 두 남자가 게걸스레 먹어댄 음식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나는 저녁 내 치밀어 오르는 구토를 가까스로 참아냈다. “야, 어머니 음식 솜씨 정말 대단하시더라. 나 완전히 횡재한 기분인 거 있지? 어머니 닮았으면 너도 보통 솜씨는 아닐 거야. 그렇지?” 그 뒤로도 그는 종종 벌쭉벌쭉 웃어가며 만족스러워하곤 했다. 자신의 예상이 완벽하게 빗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조차 실망하는 기색은커녕 넉살 좋게 객쩍은 농담을 던지며 나를 위로하려 들었다.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딸은 엄마 닮는다는데, 그 피가 어디로 가겠냐? 안 해봐서 그렇지 너도 했다 하면 보나 마나 끝내줄 거라니까.” 그때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그의 말이 사실이면 어쩌나 싶어 한동안 몹시 불안했다. 엄마는 그 유난스러운 손맛 때문에 한순간도 자신의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거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손가락까지도 어쩌면 그렇게 쭉 고르고 하얗던지, 처음 봤을 땐 꼭 멀미라도 치밀 것처럼 속이 다 울렁댔더랬지. 그렇게 훤칠한 양반이 매번 앉은 자리에서 해장국을 두 사발씩이나 뚝딱뚝딱 비워내는데, 인연이 닿으려고 그랬던 건지 볼 때마다 속이 짠한 게….” 결국 나는 솜씨 좋은 해장국집 외동딸이 자신의 가슴을 짠하게 한 남자를 위해 뚝배기에 아낌없이 퍼 담아줬던 선지 덩어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었다. 한번도 묻지 않았고 엄마 역시 이후의 일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었지만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멀미기가 치밀 만치 하얀 피부를 가졌던 그 훤칠한 양반은, 사실 선지 해장국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혼기 놓친 해장국집 외동딸 따위가 눈에 찰 리 만무했을 것이다. 입에 맞는 해장국을 먹기 위해 일생을 걸 남자가 도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엄마의 첫 번째 남자이자 나의 아버지였던 양반은 머지않아 해장국보다 더 나은 먹거리를 찾아냈을 것이다. 그리고 끝. 통속적이지만 명쾌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엄마는 가정식 백반으로 식당의 메뉴를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음식 장사에 매달렸다. 타고난 손맛 때문인지 식당은 언제나 손님들로 붐볐고, 덕분에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달리 생각해 보려 해도 엄마는 그때 음식 장사를 시작해선 안 되는 거였다. 선지 덩어리를 퍼 담아 주다 만난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를 들쳐 업고 기껏 다시 시작한 일이란 게 음식 만드는 일이었다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는 해도 엄마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너무 무지했고 무책임했다. 생의 대부분을 음식 냄새 속에 갇혀 지내는 동안, 엄마는 요리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점점 무관심해져 갔다. 엄마가 찾아낸 새로운 삶이었을 저기요들조차 모두 엄마의 백반 집과 갈비 집의 단골손님들이었다. 이를테면 엄마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온 셈이었다. 남자들과 살림을 합칠 때마다 엄마는 마치 정해진 수순을 밟는 사람처럼 담담하게 행동했다. 간혹 내 의견을 물어오기도 했지만 내가 보이는 반응에 그다지 신경을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나는 물론, 단 한번도 엄마의 결정에 반대하거나 돼먹지 못한 심술을 부려 엄마와 저기요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사실, 엄마의 방으로 옷가지 몇 벌을 옮겨왔을 뿐인 단골손님들에게 내가 불손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각자 어딘가 조금씩 불편하고 거북하긴 했지만 우리들의 동거는 대체로 평화로웠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만만한 게 뭐라고, 아무튼 제작팀을 무슨 개똥대가리로 안다니까! 납품기한 하나 제대로 조절 못하는 즈이 놈들 책임은 간데 없고 허구헌날 나만 들볶으면 안 될 일이 된대? 에이, 썅!” 작업가운을 벗어 던진 제작팀장이 담배를 빼물었다. 그러고는 서너 번쯤 신경질적으로 빨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진 뒤 제작실을 나가버렸다. 부서져라 닫은 문에 걸린 금연푯말이 덜렁댔다. 팀장은 종종, 자신이 늘 하는 말처럼 제작팀을 개똥대가리 취급하는 이 개 콧구멍만 한 회사를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말 기세로 성깔을 부려대곤 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지, 그는 덜렁대는 금연푯말이 채 멈추기도 전에 다시 제작실 문을 기세 좋게 열고 들어와 나머지 팀원들을 몰아치곤 했다. “다들 들었지? 개 썅! 드럽고 치사하지만 어쩌겠어, 까라면 까는 수밖에. 자, 분발들 하자고!” 결국 그는 이 개 콧구멍만 한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퍽 유능한 관리자인 셈이었다. 예열 된 오븐 안에 모형들을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타이머를 조절한 뒤 새로 작업할 음식의 부품들을 정리했다. 팀장은 조금 전 오더가 넘어온 열한 가지나 되는 스테이크의 메뉴와 자료들을 내게 넘기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주말까지는 완성해야 된다고 지레 숨넘어가는 소리를 해댔다. 물컹대는 스테이크의 표면을 마른 수건으로 세심하게 닦아낸 뒤 작업판 위에 접착했다. 골판지로 스테이크와 부품들의 주변을 두르고 파라핀으로 테두리를 마무리했다. 온갖 음식 부품들과 화공약품의 냄새가 뒤섞인 작업실은 마치 거대한 냄새창고 같았다. 종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환풍기 소음 때문에 골이 지끈거릴 지경이었지만 이 지독한 냄새를 빼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스테이크의 틀을 완성한 뒤 성형이 끝난 초밥 부품들의 착색 작업을 시작했다. 날 생선을 주로 쓰는 일식은 무엇보다도 색감의 표현이 중요하다. 각각의 생선부품들에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간단한 스프레이 작업 후, 보다 세밀한 표현을 위해 붓을 들었을 때 작업대 위에 올려뒀던 핸드폰의 램프가 깜빡였다. 발신번호를 확인한 나는 그대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램프는 한참을 더 깜빡이다 꺼졌다. 칠 개월 만이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망설임 없이 뛰어넘어도 괜찮을 만큼 달라진 상황들이 단순한 것도 아니었다.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머리가 무거워졌다. 잠시 후, 다시 램프가 깜빡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붓을 쥔 채로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붓에 묻은 물감은 이미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시너 통에 붓을 헹군 뒤 천천히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 나야.” 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 낯설었다. “좀 만났으면 하는데……, 시간 괜찮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비어져 나왔다. 전보단 확실히 낮아진 목소리도 조심성 없는 그의 성품을 감춰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달라진 상황들로 인해 망설이고 있는 것은 나뿐인 것 같았다. 결국, 아직은 서로의 목소리를 잊어도 좋을 만큼 멀리 오진 못한 셈이었다. 모형음식이 필요한 이유와 그것의 가치는 일맥상통한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대량생산으로 맞춘 듯이 찍어내는 싸구려 모형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모형음식의 예술적 승화 운운하며 걸핏하면 씨알도 안 먹힐 소릴 해대는 제작팀장이나, 직원들 보너스조차 변변히 챙겨주지 못하면서 소규모 주문제작만을 고집하고 있는 회사의 오너조차도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모형음식은 신기한 볼거리도, 획기적인 전시 아이템도 아니라는 점이다. 가짜들에 대한 환상 따위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환상만으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여러모로 열악한 여건들을 감수하면서까지 뒤늦게 이 일을 시작한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모형음식은 음식을 포함한 모든 환상들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했다. 유일했고 완벽했다. 착색을 마친 모형에선 금방이라도 물기가 비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붓을 내려놓은 뒤에야 참았던 숨을 조심스레 몰아쉬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전화에 약간 놀라기는 했지만 언제고 그가 연락을 해오리라는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 그가 나를 떠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깨달음이었다.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을 쏘이자 딱딱하던 생선 모형들이 노골노골해졌다. 고추냉이를 표현한 초밥 위에 접착제를 바른 뒤 부드러워진 생선을 얹었다. 손으로 초밥을 꼭 감싸 쥐었다. 따뜻했다. 헛헛하던 속이 비로소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먹을 수 있든 없든, 그런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애초부터 나는 혀를 홀리는 음식 따위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엄마가 남자들과 살림을 합칠 때 그랬던 것처럼 그들과 헤어질 때 역시 나는 별다른 감응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헤어짐의 원인이 내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는 그럴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저기요가 짐을 꾸리며 내뱉은 말은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저놈의 자식이랑 같이 밥상머리에 앉아 있다 보면 내가 무슨 개, 돼지가 된 것 같단 말이야! 더러워, 아주 더러운 기분이야!” 그는 순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랬다. 식당근처의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던 남자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엄마의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곤 했다. 엄마도 단 음식을 유난히 싫어하는 그를 위해 음식의 간을 따로 할 만큼 그에게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다. 그는 또, 엄마와 살림을 합친 후부터는 나에게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을 만큼의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나는 그가 엄마 모르게 쥐어줬던 약간의 용돈을 매번 무척 요긴하게 쓰곤 했다. 물론 그런 그에게 특별한 호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나와 함께 한 밥상머리에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꼈을 만큼 별나게 굴지도 않았다. 그때 나는 겨우 열일곱 살이었지만, 사춘기를 무기 삼아 공연한 심술을 부려댈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아저씨는 그저 엄마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 뿐이야.” 엄마의 위로도 별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언제나 웃었다. 엄마에게도, 저기요에게도, 심지어 엄마의 음식들에게조차 나는 웃어 보였다. 엄마의 집으로 많지 않은 짐들을 옮겨오던 날, 세 번째 저기요는 말했다. “너랑 불편하게 지내게 될까봐 은근히 마음이 쓰였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보다.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응?” 나는 그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함께 산 지 오 년이 넘도록 그는 내가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종종 헛웃음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다. 하지만 그도 어쩌면, 그것이 헛웃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모른 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그런 거라면 나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유가 뭐냐? 오 년씩이나 잘 만나던 사람이랑 느닷없이 헤어졌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니냔 말이다. 집에 인사까지 시켜놓고 이제 와서 결혼 못하겠다고 나자빠진 이유가!” 뒤늦게 그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다그쳤다. 하고 싶은 말도 해줄 말도 없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엄마와 엄마의 남자들에게 담담했던 것처럼 엄마도 내게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게 알고 싶은 거죠? 엄마가 그걸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왜냐구요? 도무지 결혼이라는 게 현실 같지가 않아서 싫었어요. 당연한 일 아니에요?” 엄마의 삶을 비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납득할 수 없는 삶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나에겐 엄마의 삶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비록 엄마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내 지난 시간들이 상한 음식처럼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그늘 속에 방치되어 왔다 해도 말이다. 그때, 엄마의 선택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엄마 혼자만의 탓이 아니었다. 게다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가장 괴로웠을 사람은 누구보다 엄마 자신이었을 테니, 나까지 거들지 않는다 해도 엄마는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른 셈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몸의 문제였을 뿐이다. 엄마도 그걸 이해해야만 한다고 믿었다. 초밥모형의 주문처는 확장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회전초밥 집이다. 주문량은 회전용 접시 스물두 개 분량이다. 모리작업을 위해 색색의 접시들을 꺼내 깨끗이 닦았다. 회전초밥 샘플의 경우엔 특별한 데커레이션이 필요 없다. 자료사진과 비교해가며 각각의 접시 위에 초밥모형들을 접착했다. 그러나 업체 쪽에서 넘겨준 자료들은 조악하기 짝이 없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초밥 집에서 판매되는 음식들은 모형에 훨씬 못 미칠 것이 뻔했다. 그런 지경으로 어떻게 가게를 확장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접착제 튜브를 내려놓고 뻣뻣해진 뒷덜미를 꾹꾹 주물렀다. 잠시 후 그를 만나면 함께 식사를 할 것인지 얼른 결정을 해야 했다. 그와 마주앉아 음식을 먹는 일은 보나마나 고역일 것이다. 그렇다고 달리 무엇을 해야 할지, 음식을 먹든 안 먹든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코팅작업을 위해 클리어래커에 래커시너를 배합하고 있을 때 휴대폰의 램프가 깜빡였다. 작업실을 가득 메운 시너냄새를 뚫고, 이미 휘발되었던 그가 온전히 되살아나고 있었다. 레스토랑으로 들어서는 순간, 약속장소를 잘못 선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던 장소이기도 한 레스토랑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긴, 채 일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달라질 것이 무엇이겠는가. 지난 칠 개월은 그와 나, 우리 두 사람을 변하게 하기에만도 벅찰 만큼 짧은 시간이었을 뿐이다. 점심시간인데도 레스토랑은 한산했다. “네가 만드는 음식모형쯤으로 생각하면 돼. 어차피 너에게 실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잖아?” 그는 빈정대고 있었다. 앞에 놓인 음식이 다 식어빠지도록 끼적대고만 있는 내게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널 다시 만나고 싶어, 라고 말했다. 나는 칠 개월 만에 다시 연락을 해온 그가 조금쯤은 초췌해졌거나, 적어도 이전보다는 깊은 눈을 갖게 되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는 전보다 훨씬 부예진 모습이었다. 게다가 타이핀과 커프스버튼의 디자인에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음 직한 동창생 아내의 흔적까지 덕지덕지 바르고 나타났다. 그런 그가 난데없이 빈정거리고 있었다. 화를 내야 하는 것인지, 스테이크의 붉은 속살을 포크로 쿡쿡 찔러대고 있던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아직도 내게 기대하는 게 남았다는 뜻이야? 도대체 당신이 내게 원하는 게 뭔지, 전혀 모르겠어.” 부지런히 음식을 씹고 있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나이프와 포크를 양손에 쥔 채 말했다. “화가 나면 그냥 화를 내. 차라리 쥐고 있는 포크로 내 얼굴을 사정없이 찔러버려. 제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사람 좀 질리게 하지 말란 말이야! 넌 늘 그런 식이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이미 결정해 놓고도 망설이는 척……. 그런 식으로 너 자신을 방어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나본데, 웃기지 마. 넌 그냥 꽁무니를 빼고 있는 것뿐이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그걸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나는 딱딱한 음식모형을 만드는 여자에게 가장 잘 어울릴 만한 표정이 뭘지 항상 궁금했다. 회사를 나서기 전에 한 움큼이나 되는 약을 먹어뒀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목구멍을 타고 신물이 역류했다. 쥐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물 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주말에 전화해. 주중엔 당신뿐 아니라 누구와도 잘 수 없을 만큼 바빠. 그리고 다시 만날 땐, 제발 그 타이핀이랑 커프스버튼은 빼고 나타나 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테이블이 흔들렸고 그릇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스레 울렸다. 동시에 뺨이 얼얼해졌다. 아프긴 했지만 화가 나거나 불쾌하지는 않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놨다. 나이프의 날엔 스테이크소스가 지저분하게 엉긴 채 굳어 있었다. “진정해. 혹시 포크로 내 얼굴을 찌르고 싶더라도 참아 줘. 우린 칠 개월 만에 만났어. 그 사이 당신은 결혼을 했고, 당신 말대로 난 여전히 마주앉아 함께 음식을 먹으며 사소한 잡담이나 나눌 만큼 편한 상대가 못돼. 당신도 알잖아.”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레스토랑을 나왔다. 그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러나 머지않아 다시 연락을 해올 것이다. 그때 가서 그를 다시 만나건 만나지 않건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단순한 몸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 일을 두고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제대로 봉합해두지 않았던 탓에 꾸덕꾸덕해진 클리어래커에 시너를 다시 배합해 접시 위에 가지런히 데커레이션 된 초밥의 코팅작업을 했다. 래커의 양을 조절해가며 최대한 얇고 고르게 펴 발랐다. 실제 음식이건 모형음식이건 간에 실없이 번쩍대는 음식이 입맛을 돋울 리 없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음식모형도 그렇고, 그와의 관계도 그렇고, 엄마나 저기요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긴장을 늦춰서도 안 된다. 자칫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그 모든 것들은 대책 없이 무너져 버리고 말 것이다. 오후엔 사무실에 다녀온 제작팀장이 다시 한번 작업가운을 벗어 던지며 길길이 날뛰었고 망할 놈의 환풍기는 아예 규칙적인 박자까지 맞추며 덜덜 돌아갔다. 나는 완성된 초밥모형만을 간신히 넘긴 뒤 서둘러 퇴근했다. 한번 뒤집힌 속은 다시 약을 먹어도 쉬 가라앉지 않았다. 어둠에 잠겨 있는 방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눈을 뜨자 침대 끝에 걸터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주무시지 않고, 무슨 일이에요? 이 시간에…….” 묵직한 머리를 흔들어 남은 잠을 털어내며 물었다. “아저씨가 들어오지 않으셨다.” “겨우 그것 때문에 이 밤에 주무시지도 않고 그러고 계신 거예요? 곧 들어오시겠죠. 좀 늦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며칠 전부터 꽃게가 잡숫고 싶다고 하셔서 수산시장에 다녀왔다. 새벽부터 서둘렀는데도 점심때가 다 돼서야 돌아왔지 뭐니. 돌아와선 또 한참이나 게를 손질하고 찜통에 쪄냈지. 그런데 아직까지도 들어오지 않으시는구나.” 그러고 보니 미처 맡지 못했던 비린내가 나는 것도 같았다. 순간 비어 있던 위가 저릿해졌고 동시에 신물이 올라왔다. 처음엔 그저 감전된 것처럼 저릿하기만 하던 위의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나는 이불을 덮어쓰고 누워버렸다. 허리를 구부린 채 통증을 참아내고 있는 나를 향해 엄마는 말했다. “어쩐지 영 안 들어오실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하긴, 오 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 그동안 너나 그 양반이나, 참 용케도 견뎌내는구나 싶었다.” 웅크린 몸 구석구석에서 식은땀이 배어났다. 한동안 말없이 이불을 덮어쓴 내 몸을 토닥이던 엄마가 이불을 걷어내고 나를 바로 눕혔다. “약 어디 있니. 하루 이틀 이런 것도 아닌데, 어디 약이 있을 거 아니냐.” 엄마는 비칠비칠 일어나 약을 찾아 먹고 다시 누운 내 배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만 하면 됐지 않니. 그게 다 뒤숭숭한 에미 팔자 같이 겪어내느라 얻은 병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만, 너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그만 마음을 풀었으면 좋겠구나. 도대체 내가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네가 먹어줄는지……, 정말이지 모르겠다. 네게 필요한 건 약이 아니라 차진 속을 덥혀 줄 음식이야. 이런 약 따위로 나아질 일이 아니라는 걸 너도 알잖니.” 엄마는 전에 없이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참을 수 없이 뒤틀리던 속도 차츰 가라앉았다. 배를 쓸어주던 엄마가 이불 속을 더듬어 내 손을 찾아 쥐었다. 목구멍이 따끔댔다. 딱히 뭐라 단정지을 수 없이 복잡한 감정이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감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식탁을 바꿔야 해요. 지금 건 너무 커……. 너무 커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엄마가 도무지 보이질 않아요. 그 커다란 식탁 앞에 앉아 있으면 온통 엄마의 음식들만 보여. 나뿐만이 아니라 거기선 누구도 엄말 제대로 볼 수 없었을 거예요.” 엄마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엄마는 땀으로 끈적이는 내 얼굴을 한번 더 쓸어준 뒤 방을 나갔다. 나는 방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뒤에야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사위는 여전히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림자만 가득한 방안을 휘둘러보았다. 빛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사람이 있는 곳에 그림자마저 묻어버릴 만큼 완벽한 어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빛은 끊임없이 사물을 굴절시키고 왜곡한다. 속고 있으면서도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굴절된 삶 속에서 진짜를 가려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참을 수 없는 피곤이 밀려왔다. 다시 잠들기까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몸으로 익힌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사소하기만 한 몸의 기억이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가. 그는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낯설었다. 망설이듯 주춤대는 손길이나 어딘지 불편한 듯한 신음을 내뱉는 목소리까지. 하지만 어쩌면 그는 줄곧 같은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손은 차가웠고 가슴을 그러쥔 아귀의 힘은 너무 강했다. 삽입 전의 행위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태도는 지루했다. 서너 차례 타이밍을 놓치면서부터는 눈에 띄게 조급해하기까지 했다. 삽입 이후의 상황은 더욱 나빴다. 치골이 부딪힐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고 유난히 건조하고 까슬까슬한 그의 피부가 불편했다.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웠다. 나는 연속되는 천장의 무늬와 삐걱대는 매트리스의 소음에 몰입했다. 마치 커다란 식탁 위에 누워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 기분 따위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는 순식간에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마지막 타이밍만은 놓치지 않고 정확히 페니스를 빼낸 그는 내 아랫배 위에 사정했다. 끈적끈적한 정액을 뒤집어 쓴 아랫배가 환한 형광등 아래서 번들대고 있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참기 위해 앙다문 입술을 파고드는 그를 힘껏 밀쳐냈다. 쫓기듯 욕실로 들어간 그는 비누의 향이 너무 강하다며 한참동안 투덜댔고, 결국 비누를 사용하지 않은 채 샤워를 마쳤다. 어쩌면 그는 뭔가 다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조금도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함께 있는 내내 우리는 아귀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삐걱댔다. 지난 밤, 샤워를 마친 그는 아무렇게나 팽개쳐져 있는 셔츠에 물을 뿌리고 단정하게 걸어놓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천연덕스레 잠들어 있는 그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 조용히 일어나 옷을 입었다. 방을 나오기 전, 화장대 위에 놓인 타이핀과 커프스버튼을 가져다 변기 속에 빠뜨리고 물을 내렸다. 그의 동창생 아내의 세심한 배려를 단숨에 삼켜버린 변기는 크릉크릉 거친 숨을 토해냈다. 아마도 그는 사라진 타이핀과 커프스버튼 때문에 한동안 몹시 곤란해질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내게 연락을 해오지 않을 것이다. 간혹 단순한 몸의 문제가 마음을 건드리기도 하므로 어쩌면 나는 그런 그가 조금쯤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래 전의 내게 그러한 사실은 분명히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이미 흉터로 남은 일은 더 이상 상처가 될 수 없다. 잊혀졌던 흉터를 확인하는 일이 괴롭긴 하겠지만 역시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엄마의 짐작대로 세 번째 저기요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네 번째 남자의 귀가를 포기한 엄마는 다시 식당으로 돌아갔다.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굳이 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엄마는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엄마는 더 이상 음식을 만들거나 권하지 않았다. 그것은 식당에서조차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과거와는 달리 최종적으로 음식의 간을 보는 일 외엔 주방 일에 일체 참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라진 엄마가 네 번째 저기요를 찾는 일까지 그만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케이크 전문점에서 주문한 케이크 모형은 총 열세 가지이다. 생과일주스를 비롯한 음료까지 합하면 모두 스물다섯 가지나 된다. 나는 벌써 한 시간 가까이 음료를 만들 젤라틴에 첨가할 색을 결정하기 위해 색상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테스트용 물감을 풀어 샘플을 여러 개 만들어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색을 찾아내지 못했다. 가스레인지 위에선 중탕한 젤라틴이 끓고 있었다. 감색 수채물감에 흰색을 약간 섞어 젤라틴과 혼합했다. 역시 너무 들떠 있었다. 견본의 색과 별 차이는 없어 보였지만 여름 음료의 색감이 힘없이 들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심해(深海)와도 같은 색을 만들고 싶다. 한여름, 뜨겁게 달궈졌던 머리꼭지까지 서늘해질 만큼 강한 색감이어야만 한다. 완성된 샘플들을 모두 버리고 또다시 불려둔 젤라틴을 중탕했다. 건조 테이블 위에선 케이크의 틀이 천천히 굳고 있었다. 엄마는 끝내 커다란 식탁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설사 엄마가 다섯 번째 남자를 만나, 그를 다시 커다란 식탁 앞에 앉힌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다지 이상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끝내 엄마가 진실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해도 그건 엄마 몫의 삶일 뿐이다. 누구나 그렇다. 어차피 그 모든 것들은 단순한 몸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마음은 한 곳을 향해 있게 마련이고 그걸 흔들어놓을 만한 몸의 문제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불필요한 갈등은 몸의 균형마저 깨뜨리고 말 뿐이다. 아침과 점심을 모두 거른 탓인지 비어 있던 속이 다시 저릿해졌다. 또다시 한 움큼의 약을 삼키며 엄마의 말을 돌이켜봤다. 엄마는 내게 필요한 것은 약이 아니라 차진 속을 데워줄 음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내 속을 데워 줄 수 있는 것은 혀를 홀리는 음식이 아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을 한꺼번에 얼려버릴 만큼 차가운 색감의 음료모형이다. 애초부터 나는 혀를 홀리고 배를 채워주는 음식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먹을 수 있든 없든, 그런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지극히 사소한 몸의 문제에 지나지 않으므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밖의 것들은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진짜보다더진짜같아야한다진짜보다더진짜같아야한다진짜보다더……. 나를 지배하고 있는 주문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저릿하던 속이 가라앉고 포근한 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 월1000만원 매출 여고생 사장님

    월1000만원 매출 여고생 사장님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해 벌써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여고생 사장이 있다. 부산 대광공업고등학교 1학년 김재희(16)양은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시민자원봉사회중앙회가 공동주최한 제3회 ‘실업계 고교생 사장되기 창업대회(Be The CEOs)’에서 개인 자격으론 최고상인 특상(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김양은 식탁에서 음식의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참살이 정온장치’를 개발해 ‘지엘코리아(GL Korea)’라는 회사까지 차린 뚝심의 여학생. 정온장치는 냉각과 발열이 동시에 가능한 ‘펠티어 소자’를 이용한 제품으로, 식탁 위에 간편하게 올려놓고 음식마다 제각각 다른 적정온도를 설정하면 음식의 참맛을 유지시켜준다. 김양은 “집에서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며 식사하다 보면 찌개가 식어 맛을 알 수 없을 때가 많다.”면서 “음식을 식지 않게 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GL’이 ‘Good Life’의 약자라고 밝힌 김양은 “현대사회는 참살이(웰빙) 열풍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앞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 제품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양은 최근 전자제품 중소기업인 카이네틱에 참살이 정온장치 500개(개당 2만 4000원)를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는 쾌거까지 올렸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남해서 머문 겨울의 일상

    남해서 머문 겨울의 일상

    문득 겨울 바다가 보고 싶다. 몸을 휘청거리게 하는 거센 바람과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가 넘나드는 그런 곳에서 일상을 잠시 접어두는 시원한 여유가 그리워진다. 좀 멀기는 하지만 맛과 멋이 함께 하는 경상남도 남해로 떠나 보자. 비록 다리가 놓여 ‘섬’의 맛은 좀 떨어지지만 보리암, 용문사 등 파란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천년고찰, 층층이 산을 따라 이어지는 다랑이논,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끼고 가는 해안도로 등 마음에 드는 곳 어디든 서 있으면 ‘그림’속의 주인공이 되는 섬, 바로 경남 남해이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남해대교 아래 횟집촌 남해의 맛은 맑고 깨끗한 바다에서 올라오는 싱싱한 해산물. 제일 먼저 찾은 곳이 남해의 관문인 남해대교 밑 설천면 노량리의 횟집촌. # 역시 ‘회’라면 남해가 최고여 노량리 바닷가에는 몇 개의 횟집들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 유진횟집(055-862-4040)에 들어갔다.31년째 노량리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남해 토박이 이영아(51)씨는 “말이 필요 없어요. 일단 드셔 보세요.”라며 회를 내온다. 회 한 점을 된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어, 회맛이 이상하네.’ 연거푸 몇 점을 입에 넣고 씹었다. 도대체 예전에 먹어 보던 회 맛과는 비교가 안된다. 너무 쫄깃쫄깃 씹히는 육질의 감촉이 최고다. 정말 생선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의심이 들 정도다. 역시 바다 물살이 거센 남해의 고기가 최고의 횟감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맛있는 회는 처음이다. 아예 회가 달고 고소하다. 모둠회 작은 것이 5만원부터다. 유진횟집의 별미는 우럭찜도 ‘강추’. # 못생긴 것이 아주 그만이여 지금 경남 남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이 ‘물메기’이다. 원래는 곰치라는 생선인데 각 지역마다 다르게 부른다. 무식한 생김새에 비해 동그랗고 검은 눈이 참 순해 보인다. 미조항 근처에 지산복천지(055-867-7754)는 물메기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집. 물메기는 한 마리를 통째로 요리해 주는데 3만원이다. 잘라서 팔며 신선도가 떨어지고 살이 물러져 한 마리씩 통째로 판다. 물메기 한 마리를 시키면 먼저 회무침이 나온다. 물메기 살을 떠 수분을 살짝 제거한 후 고추장, 갖은 야채 등에 버무려 내는데 주인장의 손맛이 아주 깊다. 간단하게 소주 한두 잔을 기울이면 물메기전이 나온다. 아주 부드러워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먹기에 그만이다. 마지막 코스가 ‘탕’이다. 지리처럼 맑게 해서 물메기의 맛을 그대로 느끼게 한 것이 별미다. 국물 맛이 아주 담백하다. 또한 살아 있는 녀석을 바로 잡아서인지 살이 단단하다. “저흰 원래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아요. 된장과 멸치 등을 넣고 끓인 후 걸러서 맑은 육수를 씁니다.”라는 주인장. 깊은 맛에는 그만큼 정성이 깃들어 있음은 당연지사. 어린 아이의 고사리 손만 한 쫄복도 아주 잘한다. # 우리나라 최고의 멸치, 죽방렴 멸치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는 칼슘이 많은 데다 뼈째 먹을 만큼 부드럽고 맛있어 ‘귀족 멸치’로 불리며 가격도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 멸치찌개와 밥을 깻잎과 상추에 싸서 먹는 멸치쌈밥은 남해의 독특한 별미로 죽방렴 근처의 우리식당(055-867-0074)이 잘한다. 멸치쌈밥의 비결은 죽방렴 멸치를 우려낸 육수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끓인 후 내장을 떼어낸 생멸치를 넣어 익힌다. 여기에 양파 풋마늘 고추 등을 넣어 끓이면 멸치찌개가 완성된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추와 깻잎에 밥과 멸치찌개에서 건진 멸치를 한두 마리 올리고 초절임한 마늘과 된장을 얹어 입에 넣으면 된다. 멸치의 비린 맛이 마늘과 잘 어울린다.1인분에 6000원. # 이제까지 먹은 전복죽이 가짜(?) 남해 미조면 해사랑전복마을(055-867-7571)에서 전북죽을 시켰다. 굴, 오징어 등 간단한 반찬만 먹기를 10여분 만에 전복죽이 나온다. 아니 그런데 ‘때깔’이 다르다. 항상 봐 왔던 하얀색 죽이 아니고 노란색이다. “원래 전복 내장을 넣고 죽을 만들면 이렇게 노랗게 돼요.”라는 주인장. 살아 있는 전복이 아니면 내장을 쓸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우리가 흔히 먹던 전복죽과 차원이 다르다. 고소하고 담백하며 씹히는 ‘살’이 살아 있다. 주문을 해야 죽을 만들기 시작하므로 아주 최상의 ‘죽’맛을 보여준다. 해사랑의 주인이 직접 남해에서 전복 양식을 하고 있으므로 매일 신선하고 좋은 전복만을 쓰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전복죽은 1만원. 전복회도 2인분에 5만원이고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를 이용해 살아 있는 전복을 보내준다. 보통 1㎏에 6∼8개 정도이며 가격은 9만원 안팎이다. ■ 새명물 힐튼남해리조트 경상남도 남해에 새로운 명물이 탄생했다. 바로 ‘힐튼 남해리조트’다. 동남아에서만 볼 수 있었던 풀빌라의 개념을 그대로 도입한 리조트로 우리가 보아왔던 콘도와는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숙소 전체가 파란 남해의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힐튼호텔의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월드와이드 리조트’는 전 세계 59곳의 고급휴양지에 있는 고품격 리조트의 대표적인 브랜드. 바로 이런 고품격 리조트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총지배인 닐스 아르네 슈뢰더) 개장은 한국 리조트 시장을 한층 성장하게 만들었다. 남해는 한국의 몰디브라고 불릴 만큼 깨끗한 바다와 온화한 기후, 작고 예쁜 산과 바다 등의 독특한 풍광이 어우러진 대한민국의 대표 여행지다. 남해 섬 서남쪽의 굴곡진 해안을 매립해 스위트룸 150개, 프라이빗 빌라 20개를 갖춘 리조트는 35평짜리 스튜디오(원룸형,2명이 묵을 경우 조식 포함 61만 1050원이며 비회원 가격이다.)부터 방 2개짜리 45평,52평 스위트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와 규모를 자랑한다. 밝은 톤 원목과 콘크리트, 돌, 유리 등 소재를 섞은 아주 현대적이고 편안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또한 비싼 만큼 아주 세심한 곳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가볍고 따뜻한 오리털 이불과 베개, 편안한 침대, 커다란 벽걸이 TV, 푹신한 소파는 하루를 편하게 보내기에 충분하다. 힐튼 남해의 특징은 ‘욕실’이다. 아름다운 남해 바다가 내다보이는 창문가에 바짝 붙은 욕조, 탑 볼 세면대와 유리 문 달린 샤워 부스, 샴푸와 로션 등 각종 목욕용품도 최고급이다. 힐튼 남해의 또 다른 자랑인 ‘프라이빗 빌라’(78평)는 침실이 4개. 화장실도 4개다. 어른 무릎 정도 깊이의 수영장이 딸린 풀빌라로 작은 자쿠지도 있다. 보통 2∼3가족이 머물기에 충분하다.8명 기준으로 조식 포함 129만 8330원이다. 지금은 바다를 낀 18홀짜리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 3월에는 제트스키, 패러세일링, 요트 등을 즐길 수 있는 수상레포츠 시설과 야외 수영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영양많고 시원한 재첩진국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영양많고 시원한 재첩진국

    요즘은 어떤 조개도 다 맛있는 철이다. 그 중 아주 작은 조개, 재첩에 대해 소개할까 한다. 재첩은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염분이 적은 사질 토양에서만 자연 서식되는 직경 2∼3㎝의 민물조개이다. 하동 방언으로 갱조개(강조개)라고 하기도 한다. 흔히 가막조개, 새조개과로 분류되며 보통 바다 조개보단 작지만 영양분은 두 배 이상이다. 물이 조금만 오염되면 살지 못하는 까닭에 1급수 이상에서만 서식한다. 재첩의 산지로는 섬진강, 낙동강 유역이 유명한데, 우리나라의 재첩 채취 지역은 12곳 정도 된다고 한다.1970년 대에는 ‘재첩국’하면 으레 부산이라는 지명이 따라 붙을 정도로 부산에서 유명한 음식이었지만, 낙동강 하구언의 환경이 바뀌고 생태계가 바뀌면서 하동 재첩이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재첩은 예로부터 간질환, 황달 등에 좋고 병후 쇠약한 사람을 보호하는데 좋다고 알려져 왔는데, 오늘날 영양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비타민B와 류신, 라이신, 메티오닌 등의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또 타우린이나 아미노산은 담즙산과 결합되어 해독작용을 함으로써 간장의 기능을 촉진시키고 황달 치료효과를 나타낸다. 재첩에 포함되어 있는 비타민 B12는 악성 빈혈에 효과적이며, 칼슘과 인의 구성비가 1:1이어서 칼슘의 흡수율이 높은 무기질의 보급원이다. 하지만 비타민 A의 함량이 적은 것이 결함인데 이를 보충하기 위해 재첩국을 끓일 때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부추’를 넣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거리에 위치한 할매 재첩국은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유명한 부산 ‘할매 재첩국’ 집의 서울 분점이다. 부산 광안리에 위치한 본점은 창업주이신 할머니의 큰아들이 운영하고 이곳은 그 동생이 3년 전에 문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서 나는 재첩을 골고루 쓰는 할매 재첩국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와 오랜 시간 쌓여온 ‘손맛’, 진한 재첩국물을 우려내는 비법이다. 재첩국은 모든 식사 메뉴에 따라 나오는데 진한 재첩국의 맛을 보고 싶다면 재첩진국을 권한다. 싱싱한 재첩에 물을 붓지 않고 삶아 진한 조개국물만을 모은 것이 진국이다. 재첩에서 우러난 뽀얀 국물에 재첩의 자잘한 알맹이와 숭숭 썰은 부추가 들어간 재첩국은 국물이 매우 담백하고 시원하면서도, 재첩 특유의 독특한 맛이 진하게 우러나는 것이 여느 조개탕과 비교할 수 없는 깊은 감칠맛이 숨어 있다. 재첩무침은 재첩을 실컷 맛볼 수 있는 메뉴이다. 삶아서 발라낸 재첩살을 듬뿍 넣고, 각종 야채와 시원한 배를 올린 후 새콤달콤한 양념장과 참기름을 섞어 먹으면 자그만 재첩 알맹이 들을 입안 가득 씹는 즐거움과 함께 풍부한 영양분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 함께 딸려 나오는 생선 김치 조림, 계란찜, 홍합찜, 비지찌개, 나물 등의 반찬들도 하나 같이 깔끔하고 맛있으며 양도 넉넉하다. 점심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재첩정식은 밥과 재첩국, 각종 나물이 담긴 큰 그릇이 나오는데 이 그릇에 밥을 넣고 강된장을 조금 넣어 슥슥 비벼 재첩국과 함께 먹으면 속이 든든해진다. 추운 겨울날이나 잦아지는 연말 모임으로 과음한 다음날 찾으며 ‘어, 어,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재첩정식 7000원, 재첩덥밥 1만1000원, 재첩진국 1만2000원, 재첩무침 2만원.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02)501-6667 여성전문병원 ‘한송이 W클리닉´ 원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