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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찾아온 이름없는 기부 천사들] “세탁소 앞에 가보세요”…12년째 온 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찾아온 이름없는 기부 천사들] “세탁소 앞에 가보세요”…12년째 온 얼굴없는 천사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성금을 놓고 갔다. 20일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분쯤 40대 목소리의 남성이 전화를 걸어와 “동사무소 인근의 세탁소 앞에 저금통을 놓고 간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얼굴 없는 천사’를 직감한 직원들이 현장에 달려가 봤더니 그곳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5만원권 다발 5000만원, 돼지저금통에 담긴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 등 24만 2100원을 합쳐 모두 5024만 2100원이었다. 상자에는 ‘어려운 이웃 도와주십시오.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쪽지도 함께 들어 있었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을 전달한 시점과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두루 살펴볼 때 지난 11년간 찾아왔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잊지 않고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년에 시작된 선행은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성탄절과 연말을 전후해 해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지금까지 모두 1억 9700여만원을 기부했다. 그러나 얼굴은 여전히 안갯속에 남아 있다. 전주시는 그의 선행을 기리는 뜻에서 지난해 노송동주민센터 앞에 ‘얼굴 없는 천사 표지석’을 세우기도 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천사의 선행은 이제 전주 시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따뜻한 정과 희망을 안겨 주는 소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의 처가(妻家)/최광숙 논설위원

    ‘영부인 인사’ ‘영부인 예산’이라는 말이 있다. 잘나가려면 ‘영부인 줄’을 잡으라는 것이 관가의 속설이다. 대통령 눈에 들어 출세하는 것보다 오히려 영부인 쪽에 줄 서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이다. 대통령 쪽에는 줄 선 사람이 많고, 영부인 쪽은 상대적으로 적으니 경쟁은 덜 하면서 ‘약발’은 더 받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과거 정권에서 인사 담당 라인 쪽으로 ‘영부인 부탁’이라는 쪽지가 전달되기도 했다고 한다. 인사만 그런 게 아니다. 종교계나 여성계 등 영부인이 관심 갖는 분야에 예산이 팍팍 배정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이지만 영부인은 선출되지 않으면서도 권력을 갖는 자리다. 범부들이 부인한테 꼼짝 못하는 것처럼 대통령도 부인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면 영부인은 ‘파워’를 갖는 법. 게다가 대통령직은 고독한 자리다. 구중궁궐에서 허심탄회하게 말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영부인이다. 참여정부 때 한 고위 인사가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퇴근한 이후 할 일이란 부인과 함께 지내는 것밖에는 없다.”고 말한 것만 봐도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력으로 치면 영부인을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역대 영부인 중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베갯속 내조형’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막후 영향력이 대단했다고 한다. 자연 대통령의 처가 쪽에 힘이 쏠리면서 김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인 박철언씨와 여동생 남편인 금진호씨가 정치권 실세로 떠올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처가 덕을 봐서인지 장인과 처삼촌, 처남 등 유난히 처가 친척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촌 처남이 사고를 쳤다. 우리 속담에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을 한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 처가들의 비리를 보면 대통령과 영부인의 애정 전선이나 처가 쪽 위세와 상관관계가 영 없지는 않아 보인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처가 식구들의 비리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2008년 국회의원 공천권을 빌미로 거액을 챙겨 구속되더니 최근 사촌오빠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둘째 형부 황태섭씨도 제일저축은행 고문으로 있으면서 3년간 매달 1000만원씩 고문료를 받았다고 한다. 외척이 발호하면 집안 차원에서는 패가망신하고, 나라에 화(禍)를 불러들였다는 역사의 교훈을 왜 대통령 가족들만 모를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압수수색·수렴청정·反통합… 의원회관 6층 수난시대

    요즘 국회 의원회관 6층은 조용할 날이 없다. 혼돈의 정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가장 곤욕을 치른 곳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인 604호다. 지난달 경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박원순 서울시장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수사내용을 발표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홍준표 대표 사퇴의 빌미가 됐고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기까지 한나라당을 소용돌이로 몰았다. 사건이 최 의원의 비서 공모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나면서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곧 ‘1억원 금품 거래’ 의혹이 발표되면서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급기야 지난 15일 검찰은 최 의원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최 의원실의 혼란을 지켜본 옆방에도 곧 불길이 옮겨 붙었다. 603호는 쇄신파로 목소리를 높였던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의 사무실이다.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강하게 요구했던 권 의원은 정태근·김성식 의원에 이어 탈당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권 의원은 지난 14일 박 전 대표와 만난 뒤 “우리와 뜻이 다르지 않다.”고 밝히며 갈등이 봉합됐음을 알렸다. 권 의원실과 마주 보고 있는 최경환(619호)·차명진(617호) 의원실에서는 쇄신에 대한 또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지목되면서 쇄신파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수렴청정’이라는 오해를 샀다. 박 전 대표의 의중이 아닌 내용을 쪽지로 전했다거나 쇄신파의 메시지가 담긴 쪽지를 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문수계인 차 의원은 쇄신파와는 별도로 ‘재창당 모임’을 결성했다. 박 전 대표가 참석한 의총에서도 ‘박근혜 비대위원회’로는 쇄신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 의원실과 복도를 사이에 두고 있는 민주당 의원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유력한 당권 주자였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615호)가 궁지에 몰린 분위기다. 야권 통합의 움직임 속에서 졸지에 반(反)통합세력으로 낙인찍혔다. 특히 지난 11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를 박 전 원내대표가 방조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일단 당내 갈등이 수습된 양상을 보이며 6층도 잠시 고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진통과 혼란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온전히 의원실 주인들의 몫이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Weekend inside] 국민참여재판으로 11년 미제사건 매듭

    [Weekend inside] 국민참여재판으로 11년 미제사건 매듭

    2일 오전 10시 서울 동부지법 제1법정.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재판장의 입에 좌석을 가득 메운 피해자 가족들과 방청객들의 시선이 쏠렸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피해자의 소중한 생명을 무참히 빼앗고, 피고인들이 전혀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 정적을 깨는 울림이 퍼지자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피해자의 형은 “최소한 무기징역은 받아야 하는데….”라면서도 “지금이라도 동생 시신만 찾을 수 있다면 (피고인들에게) 더 관대한 처벌도 감수할 수 있다.”며 울먹였다. 11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의 피고인들은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동부지법 형사 11부(부장 설범식)는 이날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공판을 종합적으로 판단,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 김모(46), 서모(49)씨에게 각각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사건 당시인 2000년 시행된 형법상 유기징역의 최고 형량이다. 앞서 공판과 동시에 무려 35시간 동안 이뤄진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공방을 지켜본 9명의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했다. 공판과 국민참여재판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살인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까.’라는 면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법정 공방도 뜨거웠다. 지난달 28일 재판 첫날 검찰과 변호인 측은 10시간 넘게 맞섰다. 29일 역시 밤 12시를 넘겨 다음 날 아침까지 25시간가량 재판이 이어졌다. 2008년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도입된 이래 24시간을 넘겨 재판이 계속되기는 처음이다. 재판부는 “시신과 명백한 살인 증거 없이도 공범자의 자백과 범죄 정황이 명확하다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대 쟁점은 피고인 김씨와 서씨가 실제 공장 사장 강모(당시 49)씨의 살인 사건에 가담했는지였다. 2000년 11월 강원 평창군에서 비닐제조공장을 운영하던 사장 강씨가 살해된 뒤 11년이 지난 지금껏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범행을 털어놓았던 공장 경비반장 양모(당시 59)씨도 자백한 지 8일 만인 지난 4월 위암으로 사망했다. 결국 재판은 뚜렷한 물증이나 증언조차 없는 상황에서 열렸다. 검찰은 “김씨와 서씨는 숨진 양씨와 범행을 계획하고 살해 당시 피해자의 양팔을 붙잡는 등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양씨의 우발적 살인일 뿐 피고인들은 양씨의 협박에 못 이겨 시신 처리만 도왔다.”고 양씨의 단독 범행으로 돌렸다. 재판부와 배심원단은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숨진 양씨가 피해자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칠 때 피고인들은 피해자 강씨의 양팔을 붙잡는 방법으로 범행에 가담하였음이 인정된다.”며 정황 증거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범행을 자백한 양씨가 사망한 것을 알고 자신의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반성의 여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자의 처에게 공장에 불을 질러 화재보험금이 나오면 나눠 달라는 제안을 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극히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장에게 질문을 적은 쪽지를 건네는 등 열의를 보였던 배심원단 가운데 3명은 징역 15년, 2명은 징역 14년, 3명은 징역 13년, 1명은 징역 12년의 양형 의견을 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철퇴맞은 불량 파워 블로그 잠잠하니 파워 카페 비양심 ‘꼼수’

    철퇴맞은 불량 파워 블로그 잠잠하니 파워 카페 비양심 ‘꼼수’

    내년 3월 결혼할 직장인 김모(28·여)씨는 ‘혼××’라는 이름의 인터넷 카페에서 인증한 예물업체를 통해 100만원짜리 결혼반지를 맞추고 금 한 냥을 맡겼다. 회원 수가 7만명이 넘는 대형카페인 데다 카페 공지에 “인증업체 이용한다.”고 적혀 있어 믿고 계약을 했다. 그러나 예물업체 사장은 사기를 치고 잠적했다. 김씨는 카페에 항의 글을 남겼지만 얼마 뒤 카페지기는 통보도 없이 글을 삭제했다. 김씨는 “카페를 믿고 예약했는데 문제가 생기니 발뺌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이용후기를 쓰면 현금을 준다.”고 해 카페에 가입한 회원들은 카페지기가 보내는 수십통의 업체 광고메일과 쪽지에 시달렸다. 카페지기가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홍보를 해준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제품을 홍보하는 ‘파워블로거’들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유사한 수법으로 뒷돈을 챙기는 ‘파워카페’는 법망에서 벗어나 있다. 정보 공유나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만든 카페가 본래의 취지를 저버리고 상업적 행위에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관계당국은 파워카페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파워카페의 비양심적인 짓은 비일비재하다. 회원 수 5만명이 넘는 한 스마트폰 동호회 모임에서는 휴대전화 이용 정보와 관계 없는 ‘주식 손실 시 100% 환불, 무료 추천 종목’이라는 쪽지가 단체 메일로 매일 전송된다. 회원 수 3만명 이상인 한 자동차 동호회에서는 카페지기가 특정 업체와만 거래하고, 또 시중가보다도 비싸게 공동구매를 주도해 회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 회원은 카페에 이 같은 폐해를 알리는 항의성 글을 올렸다가 강제 탈퇴당했다. 회원 수가 많으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카페를 넘기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러나 네이버 등 포털 측은 파워카페의 심각성을 알지만 적극 대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포털 관계자는 “최근 카페의 목적과 다른 상업적 메일이 회원들에게 대량 살포되고 있다는 신고가 적지 않지만 카페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적극적으로 걸러내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고 접수 후 문제가 있다면 경고하거나 카페지기를 물러나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파워블로거 사태 이후 세부적인 규제 사항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이용희의 ‘세습정치’ 테크닉

    올해로 팔순을 맞은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은 현역 의원 중 최고령이다. 29세 때 정계에 입문해 9·10·12·17·18대 총선에서 당선된 5선 의원이다. 줄곧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18대 총선을 앞두고 ‘비리 전력자 배제’ 기준에 걸려 공천을 받지 못하자 선진당으로 옮겨 당선됐다. 이 의원의 장수 비결은 ‘지역구 관리’에서 나온다. 그의 호주머니에는 항상 지역구 민원 현황이 적힌 쪽지가 들어 있다고 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선진당이 충북에서 당선시킨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22명이 모두 이 의원의 지역구 소속일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 의원이 요즘 ‘세습 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이 의원의 아들인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 지난 8월 말 민주당에 입당한 뒤 이 의원 지역구의 민주당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자신은 선진당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하며 당내 경쟁자들이 이 지역에 발을 들일 틈을 주지 않으면서 당적이 다른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진당 내부에서는 탈당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 의원도 “자꾸 나가라고 하니 비켜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갈등은 이 의원이 선진당에 입당할 때부터 예고됐었다. 선진당은 18대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부여받기 위해 민주당 및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을 마구 받아들였다. 선진당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지금도 선진당 의원들 상당수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으로 들어갈 궁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습 정치’와 ‘지역당’을 만들어주는 것도, 끝내는 것도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2) 살인사건의 유일한 증거 ‘글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2) 살인사건의 유일한 증거 ‘글씨’

    “도와주세요. 여, 여기…사람이 죽어 있어요.” 1993년 1월 말 대구 중구의 한 4층 건물. 집주인 모자(母子)가 방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집안에선 장판 밑에 숨겨놓은 비상금 12만원이 사라졌다. 범인이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후 돈을 챙겨 달아난 것이다. 유일한 목격자는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 딸. 그녀도 인질로 잡혔지만,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딸은 “셋방을 구한다.”며 집으로 들어온 젊은 남자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셋방에 대해 꼼꼼히 묻더니 그냥 집을 나섰다. 하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 돈을 요구하며 칼을 휘둘렀다. 여자 2명 정도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돌아온 듯했다. 하지만 작은 방 에서 잠을 자던 아들과 마주 하면서 범행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었어요. 장갑은 물론이고 상하의 모두 검정 가죽이었어요.” 범인은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가족들에게 이불을 덮어쓰게 했지만 딸은 간간이 드러난 모습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게 전부였다. 현장에선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지문이나 족적, 흉기 등 쓸 만한 증거물을 찾지 못했다. “반장님, 이거 오래갈 수도 있겠는데요.” 수사팀이 답답한 마음으로 방을 나오는데 방안에 떨어진 노란색 메모지가 보였다. ‘이철동 956-OOOO’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쪽지를 들고 나왔다. 당시엔 이 한 장의 쪽지가 살인범을 잡는 결정적 증거가 되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연쇄 살인 강도가 남긴 메모 한장 그로부터 한 달 반 정도가 지난 3월 중순, 대구에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달서구의 한 회사 사무실에서 20대 여직원이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여성의 가슴과 배를 20여 차례나 공격했다. 그는 처음부터 여성을 살해할 작정을 한 듯 심장 쪽을 집중적으로 찔렀다. 사무실에서는 현금 55만원과 10만원권 자기앞수표 5장이 사라졌다. 사무실 통화기록과 여직원의 직장(直腸) 온도 등을 통해 추정한 범행시간은 오후 2시쯤. 사무실 사람들은 평일 오후에 흉기를 든 채 회사로 들이닥친 범인의 대담함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경찰은 그 속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간 큰 강도라 해도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평일 오후 2시에 사무실을 털러 가는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정기적으로 이 사무실에 여직원만 있는 시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일 것이다.’ 여기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지문도 머리카락도 찾을 수 없었다. 용의주도한 범인의 꼬리가 밟힌 것은 며칠 뒤였다. 돈이 궁했던 탓인지 범인은 사무실에서 훔친 10만원권 수표 2장에 이서를 한 뒤 현금으로 바꿔 갔다. 지금처럼 폐쇄회로(CC) TV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돈을 바꿔 간 사람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필적만은 정확히 남아 있었다. ‘대구시 달서구 OO2동 ×××-× 이철동’ “이철동? 잠깐, 1월에 있었던 중구 모자 살해 현장에서도 이철동이란 이름이 나오지 않았나.” 경찰은 두 사건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메모지와 수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겼다. 같은 시간 경찰들은 동일수법 전과자들을 뒤져 나갔다. 그 중에서도 여직원이 피살된 사무실을 드나든 적이 있었던 사람들을 추려 나갔다. 이모(당시 28세)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것은 이때쯤이었다. 전과 3범인 그는 여자만 있는 집을 골라 강도를 하는 수법으로 이미 7년 6개월간 교도소 생활을 했고, 약 1년 전 출소한 상태였다. 경찰은 한때 그가 여직원이 살해된 회사에 업무 때문에 수시로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스스로 물증이 없다고 자신한 이씨는 자기를 조사하는 경찰에게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느냐.”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제 남은 마지막 희망은 필적 감정. 경찰은 이씨에게 글씨를 쓰게 했다. 고의적으로 필체를 숨길 가능성을 대비해 평소 그가 남긴 낙서와 메모 등도 수거했다. ●자외선 쬐면 잉크 차이도 확연히 드러나 사람의 글씨체에는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고유한 습성이 반영된다. 어릴 때에는 남의 글자를 흉내내고 베끼기도 하지만 성인이 되면 필체가 고정된다. 필적은 자획의 기울어지는 각도와 글씨를 쓰는 속도, 글자의 간격과 크기, 자간 연결방법, 펜의 이동방법, 문자의 여백, 오자, 심지어 글씨를 쓰는 압력 등 무수한 습관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등 물리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신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미국의 우편연구소는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 500명을 대상으로 같은 필적을 지닐 수 있는지 연구했다. 6명의 문서감정 전문가 집단이 내린 결론은 ‘비슷한 쌍둥이라도 같은 글씨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글씨를 정교하게 베끼거나 가필(加筆)을 한다고 해도 현대과학은 이를 충분히 가려낸다. 입체 현미경, 적외선 현미경, 고정밀 비교분석기 등을 통해 확인하면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잡아낼 수 있다.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어도 똑같이는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적외선 장비를 이용하면 문서를 쓴 잉크가 서로 다른 것인지, 가필한 부분이나 덧칠한 부분은 없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과수는 셋 다 같은 사람의 글씨라고 판정했다. 자획의 위치와 각도, 글씨가 시작하고 끝나는 지점, 자음과 모음을 연결하는 접필 상태, 필순과 특이한 습성까지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찰은 이를 통해 이씨를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이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결정적 증거 부족’으로 판결나는 등 반전을 겪기도 했다. 2년에 걸쳐 상고와 재상고가 이어진 끝에 결국 대법원은 국과수 문서감정실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사형이 확정됐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기사 내 ‘이철동’이라는 이름은 가명임을 밝혀둡니다.
  •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도와주세요. 여, 여기…사람이 죽어 있어요.” 1993년 1월 말 대구시 중구의 한 4층 건물. 집주인 모자(母子)가 방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집안에선 장판 밑에 숨겨놓은 비상금 12만원이 사라졌다. 범인이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후 돈을 챙겨 달아난 것이다. 유일한 목격자는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 딸. 그녀도 인질로 잡혔지만,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딸은 “셋방을 구한다.”며 집으로 들어온 젊은 남자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셋방에 대해 꼼꼼히 묻더니 그냥 집을 나섰다. 하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 돈을 요구하며 칼을 휘둘렀다. 여자 2명 정도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되돌아온 듯 했다. 하지만 작은 방에서 잠을 자던 아들과 마주하면서 범행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었어요. 장갑은 물론이고 상하의 모두 검정 가죽이었어요.” 범인은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가족들에게 이불을 덮어쓰게 했지만 딸은 간간이 드러난 모습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게 전부였다. 현장에선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지문이나 족적, 흉기 등 쓸만한 증거물을 찾지 못했다. “반장님, 이거 오래갈 수도 있겠는데요.” 수사팀이 답답한 마음으로 방을 나오는데 방안에 떨어진 노란색 메모지가 보였다. ‘이철동 956-OOOO’ 경찰은 대수롭지않게 쪽지를 들고 나왔다. 당시엔 이 한장의 쪽지가 살인범을 잡는 결정적 증거가 되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연쇄 살인 강도가 남긴 메모 한장 그로부터 한달 반 정도가 지난 3월 17일, 대구에서 또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한 전자회사 사무실에서 여직원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여직원과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흉기를 꺼내더니 가슴과 복부 등을 20차례 이상 공격했다. 그는 쓰러진 피해자를 소파로 옮겨놓은 뒤 책상 위에 있던 그녀의 지갑에서 현금 55만원과 10만원권 자기앞수표 5장을 훔쳐 달아났다. 사무실 통화기록과 여직원의 직장(直腸)온도 등을 통해 추정한 범행시간은 오후 2시쯤. 사무실 사람들은 평일 오후에 흉기를 든 채 회사로 들이닥친 범인의 대담함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경찰은 그 속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간 큰 강도라 해도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평일 오후 2시에 사무실을 털러가는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정기적으로 이 사무실에 여직원만 있는 시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일 것이다.’ 여기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지문도 머리카락도 찾을 수 없었다. 용의주도한 범인의 꼬리가 밟힌 것은 몇일 뒤였다. 돈이 궁했던 탓인지 범인은 사무실에서 훔친 10만원권 수표 2장에 이서를 한 뒤 현금으로 바꿔갔다. 지금처럼 CC(폐쇄회로) TV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돈을 바꿔 간 사람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필적만은 정확히 남아 있었다. ‘대구시 달서구 OO2동 XXX-X 이철동’ “이철동? 잠깐, 1월에 있었던 중구 모자살해 현장에서도 이철동이란 이름이 나오지 않았나.” 경찰은 두 사건의 연관성을 찾기위해 메모지와 수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겼다. 같은 시간 경찰들은 동일수법 전과자들을 뒤져 나갔다. 그 중에서도 여직원이 피살된 사무실을 드나든 적이 있었던 사람들을 추려나갔다. 이모(당시 28세)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것은 이때쯤이었다. 전과 3범인 그는 여자만 있는 집을 골라 강도를 하는 수법으로 이미 7년 6개월간 교도소 생활을 했고, 약 1년 전 출소한 한 상태였다. 경찰은 한때 그가 여직원이 살해된 회사를 업무 때문에 수시로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스스로 물증이 없다고 자신한 이씨는 자기를 조사하는 경찰에게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느냐.”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제 남은 마지막 희망은 필적 감정. 경찰은 이씨에게 글씨를 쓰게 했다. 고의적으로 필체를 숨길 가능성을 대비해 평소가 그가 남긴 낙서와 메모 등도 수거했다.   자외선을 쬐면 잉크의 차이도 확연히 드러나 사람의 글씨체에는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고유한 습성이 반영된다. 어릴 때에는 남의 글자를 흉내내고 베끼기도 하지만 성인이 되면 필체가 고정된다. 필적은 자획의 기울어지는 각도와 글씨를 쓰는 속도, 글자의 간격과 크기, 자간 연결방법, 펜의 이동방법, 문자의 여백, 오자, 심지어 글씨를 쓰는 압력 등 무수한 습관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등 물리적 요소 뿐만 아니라 정신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미국의 우편연구소는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 500명을 대상으로 같은 필적을 지닐 수 있는지 연구했다. 6명의 문서감정 전문가 집단이 내린 결론은 ‘비슷한 쌍둥이라도 같은 글씨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글씨를 정교하게 베끼거나 가필(加筆)을 한다고 해도 현대과학은 이를 충분히 가려낸다. 입체 현미경, 적외선 현미경, 고정밀 비교분석기 등을 통해 확인하면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잡아낼수 있다.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어도 똑같이는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들어 적외선 장비를 이용하면 문서를 쓴 잉크가 서로 다른 것인지, 가필한 부분은 없는지, 덧칠한 부분은 없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과원은 둘다 같은 사람의 글씨라고 판정했다. 자획의 위치와 각도, 글씨가 시작하고 끝나는 지점, 자음과 모음을 연결하는 접필상태, 필순과 특이한 습성까지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찰은 이를 통해 이씨를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이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결정적 증거 부족’으로 판결나는 등 반전을 겪기도 했다. 2년에 걸쳐 상고와 재상고가 이어진 끝에 결국 대법원은 국과원 문서감정실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사형이 확정됐다. ※기사 내 ‘이철동’이라는 이름은 가명임을 밝혀둡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 [Weekend inside] 예결위 공전해도 ‘쪽지’는 살아있다

    [Weekend inside] 예결위 공전해도 ‘쪽지’는 살아있다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에 반발해 민주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 예산 심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사무실은 문지방이 닳는다. 민원성 예산이 담긴 ‘쪽지’를 전달하려는 동료 의원 및 보좌관,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한 계수조정소위 의원은 25일 “어젯밤에도 친한 의원이 지역구 사업 160억원 증액이 적힌 메모를 가져왔다.”면서 “너무 많은 ‘쪽지’가 밀려와 난감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계수조정소위 의원도 “지난해 여당이 예산을 단독처리하는 바람에 우리당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올해는 꼭 반영시키려 한다.”면서 “민생 복지예산도 늘려야 하고, 지역구 예산도 챙겨야 하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산 증·감액을 마지막으로 ‘가위질’하는 계수조정소위는 공식적으로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과 해당 상임위 및 예결특위의 검토·심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심의한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쪽지’가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다. ‘쪽지’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니다.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 상임위원장, 실세 의원의 ‘쪽지’가 전면으로 배치된다. 물론 자신이 챙겨야 할 예산이 가장 먼저다. ‘쪽지 예산’은 사전에 정부와 조율되기도 한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공무원들이 미리 여야 소위 의원들의 방을 돌며 꼭 증액해야 할 사업의 리스트를 받아간다. 헌법상 예산 증액은 재정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힘센 의원의 ‘쪽지’라도 뒤늦게 들어오면 반영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와의 협상을 토대로 여야 소위 의원들은 의석 분포에 따라 정당별로 예산을 나누고, 당내에선 지역 등을 고려해 다시 배분한다. 소위 의원이 계파별, 지역별로 포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들어오는 ‘쪽지’는 재정부 편성 단계나 해당 상임위 심사에서 삭감 또는 삭제된 예산을 마지막으로 밀어 넣으려는 것들이다. ‘쪽지’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집요하다. 계수조정소위가 열리면 회의실인 국회 본청 638호는 발디딜 틈이 없어진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회의장에 들어와 대놓고 요구하기도 한다. 소위 의원들의 휴대전화에는 ‘쪽지’를 반영해 달라는 문자 메시지가 시시각각 쌓인다. 소위가 열리지 않는 요즘은 밤 늦게 집으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쪽지’의 순기능도 있다. 모든 상임위에서 무분별하게 증액시켜 놓은 예산을 중요 순서대로 거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용편익(B/C) 분석에 따라 기계적으로 누락시켰지만 꼭 추진해야 할 사업이 ‘쪽지’를 통해 부활되기도 한다. ‘쪽지’는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력하면 ‘쪽지’의 실체를 약간은 들여다볼 수 있다. 예결위 홈페이지에는 공개되지 않지만 의원실을 통하면 계수조정소위 의원들이 심사 때 참고하는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를 얻을 수 있다. 이 자료에는 어떤 의원이 어떤 사업에 대해 증액 또는 감액을 주장했는지가 나온다. 또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예결위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예산안 심사보고서’를 보면 부처별 증감액이 사업별로 나온다. 이 중 국토해양부 등 건설 사업과 밀접한 부처의 예산 증감액을 지역별로 보면 어떤 지역 예산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얼마나 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계수소위 본격 가동… 여야 예산 전략은

    계수소위 본격 가동… 여야 예산 전략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가 21일부터 가동됐다. 내년 예산을 둘러싼 여·야·정의 18대 국회 마지막 ‘예산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국회의원 임기 마지막 해인 만큼 지역구 예산을 반영시키려는 ‘쪽지 민원’이 어느 때보다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여야 모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는 ‘토건예산 삭감 및 복지예산 증액’을 외치지만, 의원 개개인의 입장으로 돌아가면 당의 방침과 정반대의 예산이 필요해 어떻게 절충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계수조정소위 의원들은 일단 각 상임위 심의 단계에서 늘어난 9조원가량의 증액분에 얽매이지 않을 생각이다. 22일에는 예산 관련 의원총회를 연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복지 분야에 투입할 1조원 이상의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면서 “이에 대한 동의를 받는 의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집권당으로서 서민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민심 이반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복지 예산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계수조정소위 7명 중 5명이 친박(친박근혜)계로 구성됐다. 박 전 대표는 21일 예산에서 중점을 둬야 할 분야로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비정규직 지원 ▲노인빈곤 해소 ▲청년창업 ▲일자리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를 꼽았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SOC 등 불요불급한 곳에서 3조원을 삭감하는 대신 복지예산 3조원을 증액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은 4대강 후속 사업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정부의 토건사업 예산을 삭감해 이명박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사업을 무력화하고 무상급식, 대학등록금 지원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정권 말기 국정과제 추동력을 떨어뜨리고 복지예산은 확대해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무상급식 논쟁 이후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터라 복지 어젠다를 어느 쪽이 선점하느냐에 따라 표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야당은 일자리·민생예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계수조정소위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지류하천정비 등 과도한 4대강 후속사업 1조 5000억원, 제주해군기지사업 13 27억원, 19개 부처 특수활동비 3000억원, 중복사업 2조 6000억원 등 9조원을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일반예비비 증액분 4000억원과 군 무기 대형직구매사업 3477억원도 주요 삭감 대상이다. 민주당은 대신 반값등록금 2조원, 일자리 및 고용안정 2조원, 의무교육 및 무상급식 지원 1조원, 아동교육 및 보육예산 7000억원 등 모두 10조원을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이창구·이현정기자 window2@seoul.co.kr [용어클릭] ●계수(計數)조정소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 예산안을 세부 사업별로 증액·감액 여부를 심사해 확정하는 소위원회. 정식 명칭은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조정소위원회’다. 계수조정소위는 16개 상임위별 예비심사 결과를 참고로 원점에서 예산안을 다시 심사한다. 증액은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 ‘이국철 비망록’ 시한폭탄 되나?

    “권력을 이용한 군사정권에서도 없었을 온갖 형태의 일들이 벌어졌다. 구속되면 언론에 모두 공개하겠다. 비망록이 다 밝혀지면 온 나라가 시끄러워진다.”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은 지난달 9일 이후 지난 17일 새벽 구속 수감되기 전까지 무려 5차례에 걸쳐 “구속됐을 경우 비망록 5권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덧붙인 ‘엄포’다. 그러나 예고된 대로 공개한 첫 비망록에 담긴 “정권 실세 60억원 전달”과 “폭로 중단 회유”라는 주장은 검찰뿐만 아니라 정치권, 경제계에도 만만찮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檢, 비망록 여론추이·파장 예의주시 검찰은 이 회장의 비망록 내용과 관련, “자기들끼리 주고받은 녹취록일 뿐”이라거나 “사후 기억에 의존해 쓴 비망록을 증거로 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절하 하면서도 여론의 추이 및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개된 비망록에는 이 회장의 폭로 중단을 회유하고 일종의 협상을 담은 A스님의 구체적인 발언이 들어 있다. A스님은 이 회장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정부 안에서는 SLS 사건의 뚜껑을 열 수 없다. 더 이상 폭로와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적혀 있다. 이 회장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맞서자 A스님은 “청와대 누구와 연락하면 되나.”라고 제안했고, 이 회장이 청와대 인사 4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전달했다고 말하는 부분도 있다. 이후 A스님은 이 회장의 부인에게 “(청와대 인사에게) 글을 팩스로 넣어 주었다. 그쪽에서 받았다고 연락이 왔는데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는 대목도 비망록에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구명 로비 명목으로 60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렌터카 회사 대영로직스의 대표 문모(42)씨와 관련해 A스님이 “이 회장이 문 사장에게 돈을 준 것은 100%이지만 B의원이 99% 안 받았다. 중간에서 누가 먹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분도 들어 있다. 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녹취록에 언급된 60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A스님은 18일 기자와 만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폭로를 만류한 것일 뿐 청와대 사람을 만나서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면서 “허위 보도를 한 인터넷 언론사 두 곳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3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도 제기했다.”고 말했다. ●A스님 “인터넷언론사 상대 35억대 손배소 제기”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18일 대영로직스 대표 문씨에 대해 강제집행면탈 공범 및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씨는 이 회장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현금 60억원을 받아 챙기고 SLS그룹 계열사의 120억원대 선박을 빼돌리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문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회장이 회사 재산을 빼돌리려 한 것이며, 모두 이 회장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정치권 FTA 대치] “24일 vs 새달 2일”… 여야, D데이·방식 싸고 수싸움

    [정치권 FTA 대치] “24일 vs 새달 2일”… 여야, D데이·방식 싸고 수싸움

    민주당이 1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선(先) 비준, 후(後) 재협상’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라는 외길 수순을 밟아 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시기와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여야의 합의 처리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오는 24일이 1차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당 소속 재선 의원들과 오찬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24일 본회의에서 다수결 원칙에 따라 비준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다만 “비준안을 강행처리한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내 강온파가 모처럼 비준안 처리에 한목소리를 내는 데다, 이 대통령 국회 방문 이후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줄어든 만큼 처리 시기가 빠를수록 좋다는 논리다. 야당 내 온건파의 ‘암묵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문제는 야당 내 강경파의 ‘물리적 저지’ 여부이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에 나설 경우 내부 이탈표가 생겨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비준안을 처리하려면 재적의원 295명 중 절반(148명) 이상이 출석해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수치상으로는 한나라당 의원 169명만 있어도 가능하지만, 당내 온건·혁신파가 강행 처리에 부정적인 만큼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힘들다는 것이다. 비준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국회는 파국으로 치닫고, 이 경우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여권 수뇌부를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온건파 의원은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처리를 시도할 것이고, 각자의 결단에 따라 강행 처리 동참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비준안 처리가 무산 또는 연기될 경우 2차 고비는 다음 달 2일 본회의가 될 수 있다. 비준안을 예산안과 묶어 ‘패키지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희태 국회의장 입장에서도 비준안과 예산안에 대한 직권상정 부담을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일 수 있다. 여당 의원들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생색내기용’ 예산 확보가 절실한 만큼 예산안 처리는 의원들의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쪽지 예산’(의원들이 쪽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지역구 예산을 늘리기 위해 시도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등으로 회유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게 된다. 다만 이때는 야권 대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시기여서 비준안 처리를 막으려는 야당의 저항 강도가 오히려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다음 달 2일에도 비준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야권 대통합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국회 의사 일정이 올스톱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대통합이 무산될 경우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비준안 처리 부담을 덜 수 있는 반면 여당 지도부는 그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국토위 의원님들 지역구서 큰소리치겠습니다

    국토위 의원님들 지역구서 큰소리치겠습니다

    우리나라 건설 관련 예산을 관장하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이상행동’을 보였다. 1차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2012년도 국토해양부 예산안을 심사했건만, 이례적으로 문을 걸어 잠근 채 회의를 진행했다. 소위 의원들이 회의 비공개를 결정한 것이다.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면 속기록도 공개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길이 없다. 정보위원회 등 국가 기밀을 다루는 위원회를 제외하면 모든 소위는 공개가 원칙이다. 소위는 이후 3차례 더 열렸고, 국토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일사천리로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4대강 예산을 둘러싼 공방 속에서 2008년부터 3년 연속 예산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갔던 국토해양위로의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올해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무슨 일을 했을까. 국토위 소속의 한 의원은 14일 “지역구 예산 청탁이 너무 많아 우리끼리 비공개 속에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실토했다. 국회 행정실에 따르면 국토위 예산소위 위원들이 자신의 예산은 물론 수많은 동료 의원들의 청탁성 지역구 예산을 한꺼번에 밀어 넣는 바람에 올해에는 의원별 증액요구 자료를 정리하지 못한 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올렸다. 서울신문이 이날 국토위를 통과한 세출예산을 분석한 결과 국토위는 정부안보다 무려 3조 9722억원을 증액했다. 국토위가 통과시킨 건설 예산 사업은 모두 293개였다. 이 중 87개(6092억원)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에는 들어 있지 않았는데 국토위가 알아서 신규로 끼워 넣은 사업이었다. 정부 편성안보다 100억원 이상 증액된 사업도 95개(2조 9823억원)나 됐다. 반면 국토위에서 감액된 예산은 7개 사업 86억 6000만원(인천공항공사 지분매각 백지화에 따른 4314억원 자연 감액분 제외)뿐이다. 특히 도로 건설 예산이 집중된 교통시설 특별회계 사업에서 27개 사업이 상임위에서 새로 들어갔고, 산업단지 진입도로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역발전특별회계 사업에서도 32개 사업이 추가됐다. 심지어 고추 말리는 데 쓰이는 판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유명무실해진 청주공항과 양양공항의 활주로 증설을 위해 26억원이 새로 책정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애초 2012년 도로 부문 예산안은 고속도로와 국도건설 사업의 투자효율성 제고를 위해 신규사업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는데, 국회에서 모두 뒤집어지게 생겼다.”면서 “의원들의 임기에 맞춰 완공시기를 당겨야 하는 사업과 착수비나 설계비를 우선 넣어야 할 사업이 주로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국토위는 지난해 삭감됐던 4대강 예산 중 2000억원을 회복시켜 주기까지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지난해 예산안이 정부안대로 강행처리되는 바람에 여야 모두 지역구 예산을 챙기지 못했다.”면서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모든 의원들이 예결위 계수소위에 ‘쪽지’ 청탁을 하는 현상이 극심해질 것이며, 이에 따라 복지 예산 증액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찰떡호빵 찰떡합격 영양만점 수능만점

    찰떡호빵 찰떡합격 영양만점 수능만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열흘여 앞두고 유통업계가 본격적인 ‘수능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이색적인 제품 출시 및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해태제과는 처음으로 수험생용 한정판 과자를 내놓았다. 카레맛 감자칩인 ‘대박기원 카레칩’은 포장지에 ‘328,119’라는 숫자가 쓰여 있다. 숫자는 내년도 전국 4년제 대학교의 입학 정원. 회사 측은 “모든 수험생들이 대학 입학 정원 안에 들기를 바라는 합격기원 메시지”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응원메시지 담은 충전식 상품권 겨울철 대표 간식 호빵이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찰떡을 품에 안고 나왔다. 삼립식품이 내놓은 찰떡호빵 2종은 수험생을 위한 제품. ‘꿈이 이루어지는 찰떡호빵’, ‘절대 떨어지지 않는 찰떡호빵’으로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수험생의 두뇌활동과 눈 보호를 위해 호빵답지 않게 DHA와 오메가, 블루베리 등이 들어 있다. 프랜차이즈 떡 카페 ‘빚은’은 ‘떡하니 장원급제’라는 이름을 단 수능용 상품 22종을 내놨다. 이 중 장원급제 세트는 장원급제자의 관모를 형상화한 독특한 포장 안에 소담떡, 찰떡, 엿까지 담아 의미를 더했다. 홈플러스는 수능을 겨냥한 디지털 맞춤형 상품권을 선보였다. 응원 메시지와 사진을 자유롭게 추가해 나만의 상품권을 만들 수 있다. 충전식이어서 간직하기도 좋은 데다 쇼핑, 주유, 도서구매, 어학, 명품몰 등 다양한 제휴업체에서 쓸 수 있어 유용하다. ‘환타 응원 메시지 팩’은 환타 오렌지향(250㎖)의 캔 뒷면에 간단한 응원과 격려 메시지를 적을 수 있도록 하얀 말 풍선이 그려져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수험생 건강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요즘 비타민 등 건강식품 매출이 늘고 있다. 온라인몰 11번가(www.11st.co.kr)에 따르면 비타민 가공식품의 10월(1~28일) 매출이 전월에 비해 세 배나 올랐다. 이에 따라 11번가는 수험생들을 위한 건강식품 기획전을 새달 9일까지 진행한다. 비타민과 건강보양식, 수험생 간식으로 좋은 과일, 견과류 등 총 32종의 제품을 최대 68% 할인 판매한다. DHA가 풍부한 고등어 또한 수험생을 위한 슈퍼푸드 중 하나. 최근 국내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노르웨이 수산물 수출위원회는 노르웨이 고등어의 영양을 널리 알리기 위해 30일까지 수험생 응원 이벤트를 진행한다. 블로그(blog.naver.com/norgeseafood)의 이벤츠 페이지를 개인 블로그나 카페에 스크랩한 후 스크랩된 주소와 이벤트 참여 의사를 댓글로 남긴다. 이어 메모로그에 수험생 가족 혹은 지인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쪽지를 통해 편지를 보내는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 수신인(수험생)의 주소와 이름, 연락처를 남기면 된다. 20명을 선정해 응원 메시지가 담긴 편지와 함께 노르웨이 고등어(2㎏)를 증정한다. ●본죽 ‘불낙(不)죽… 새달 1일까지 아침 배달 본죽은 새달 1일까지 수험생들에게 아침죽을 배달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홈페이지(www.bonjuk.co.kr)에 사연과 사진을 올리면 매일 1명(팀)을 선정해 해당 수험생이 있는 학급에 ‘불낙죽’을 배달해준다. ‘아닐 불(不), 떨어질 낙()’으로 한번 먹으면 시험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수험생 전용 영양죽이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뷔페 레스토랑 패밀리아에서는 11월 한 달 동안 수험생을 포함한 4인 가족 식사 시 수험생 1명에겐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커피전문기업 쟈뎅(www.jardin.co.kr)은 수험생들에게 자사의 인기 커피세트를 증정하는 행사를 펼친다. 새달 5일까지 정일학원, 비타에듀, 대학학원 등 서울 지역 6개 대입 입시학원 학생 약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외박자살’ 이병 유족 “선임병이 구타·폭언”

    지난 16일 외박을 나와 자살한 육군 김모(20)이병의 유족이 구타 등 가혹 행위 피해를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이병의 부모는 18일 “아들이 제대를 앞둔 선임병의 구타와 폭언을 고민하다가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26일 광주의 한 부대에 배치된 김 이병은 어머니에게 전화해 “나 매일 맞고 혼난다. 자살하고 싶다. 고참이 불을 꺼놓거나 폐쇄(CC)TV 없는 곳에서 때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병의 부모는 최근 면회를 다녀온 아들의 친구로부터 “‘아들이 부대에서 자주 뺨을 맞는 등 선임병들의 구타 등으로 힘들어했다’는 내용의 말을 들었다.”며 “가혹행위 부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병의 아버지(49)는 “최근 군부대에 이를 따졌으나 책임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대는 최근 이병 5명을 면담했으며, 구타나 폭언을 한 의혹이 있는 병장 2명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의 한 관계자는 “면담 결과 한 차례 구타가 이뤄진 의혹이 있지만 경미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헌병대 조사를 통해 유족과 친구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해당자들을 군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사건 진상규명과 가해 병사들의 사과 및 조문을 요구하며 장례를 거부하다 이날 오전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의 병장을 포함해 김 이병과 같은 중대 소속 사병 10여 명이 장례식장을 찾은 뒤 장례를 치렀다. 김 이병의 아버지(49)는 “군에서 제대로 수사해주지 않는다면 인권위에 제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이병은 지난 16일 오전 7시 50분쯤 광주 광산구 모 중학교 숙직실 앞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김 이병의 시신 주변에서는 “뺨을 맞았다.”는 내용의 종이 쪽지 메모가 발견됐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계좌 전환의 날’ 주도한 크리스천 페이스북 인터뷰

    ‘계좌 전환의 날’ 주도한 크리스천 페이스북 인터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은 갤러리를 운영하던 20대 여성이 대형은행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대형은행의 계좌를 없애고 중소은행이나 신용조합으로 돈을 이체하자는 ‘계좌 전환의 날’을 주도한 크리스틴 크리스천(27)이다. 지난 5일 그녀가 개설한 ‘계좌 전환의 날’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월가 시위대를 포함, 12일 현재 2만 6000명 이상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서울신문이 페이스북 쪽지를 통해 단독 인터뷰한 크리스천은 “구제금융을 수혈받은 대형은행들이 빈곤층을 괴롭히는 데 분노했다.”고 밝혔다. →‘계좌 전환의 날’을 시작한 계기는. -수년간 미국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높은 수수료와 형편없는 서비스에 좌절해 왔다. 최근 BoA는 계좌에 2만 달러(약 2300만원) 이하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고객들에게 직불카드 수수료를 매달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내가 맞서야 할 때라는 걸 깨달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살아난 대형은행들이 빈곤층과 노동자 계층을 타깃으로 괴롭히고 있다. →1605년 영국 국왕 제임스 1세를 살해하려던 가이 포크스가 체포된 11월 5일을 ‘D데이’로 택한 까닭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2005)가 나온 이후 미국인들은 가이 포크스를 영웅으로 여기고 있다. 나는 ‘사람들의, 사람들을 위한 평화로운 운동’을 통해 11월 5일이라는 날짜와 가이 포크스의 가면에 새로운 생명력과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이번 캠페인이 대형은행에 던지는 메시지는. -은행뿐 아니라 모든 기업을 향한 메시지다.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에 눈뜨고 있다. 우리가 기업의 편에 서고 기업들의 횡포에 당하던 시대는 끝났다. 우리 돈을 원한다면 먼저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비자와 고객들을 대하고 윤리적인 기업 관행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행동이 또 다른 경제위기나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내가 내 나라 경제를 망하게 하려고 한다니,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 캠페인이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 뭔지, 우리가 왜 이런 어려움에 처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15일 한국에서도 시위가 열린다. 시위에 참여하는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 마음도 한국의 시위대와 함께할 것이다. “증오는 증오를 몰아낼 수 없다. 사랑만이 가능하다.”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메시지를 기억해 달라. →‘계좌 전환의 날’과 ‘월가 점령 시위’가 미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갈까. 미국식 자본주의가 변할까. -이 캠페인은 반역도 아니고 무정부주의 운동이나 테러도 아니다. 비윤리적 관행으로 운영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보이콧)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아이들 독서 쉬운 것부터

    우리 아이에게 맞는 책 읽기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에게도 성공하는 사람들의 책 읽기 습관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 맞춤 독서법’(이소영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과 생각의 실마리들을 던져준다. 저자는 우선 “내 아이를 관찰하면서 아이의 수준과 특징을 살피라.”고 주문한다. ‘지금 우리 아이의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 아이 수준·특징 파악이 첫 번째 저자는 아이들의 특징과 성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부모들의 조급함을 경계했다. “아이는 같은 놀이라도 반복하면서 친근감과 재미를 느끼듯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 주기를 원한다. 부모가 이런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책을 읽어 주려 한다면 아이는 오히려 책에 실증을 낼 수 있다. 사 놓은 책을 다 읽어 줘야겠다는 성급한 마음을 내려 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 주자.” ●조급함 경계… 좋아하는 책부터 “아이들이 알고 있는 단어와 새 낱말을 연결해 어휘력을 키우고 어휘와 문장, 글의 관계를 연결하면서 책을 읽게 하라. 아이들이 스스로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면서 이야기 지도를 만들어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하자.”는 독서법도 소개했다. 학년별로 이해할 내용도 지적했다. “1학년이 ‘내 생각 알기’에 집중해야 한다면, 2학년은 다른 사람의 생각 이해하기, 3학년은 이야기 순서와 차례 알기, 5학년은 예를 들어 설명하기가 필요하다.” 책 읽기가 밥을 먹는 것처럼 무의식중에 습관이 된다면 일단 절반은 성공이다. “강가나 산, 놀이공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아이에게 동시를 읽어 줘 보자. 하늘의 구름과 산림의 싱그러운 향취 속에서 이는 신비롭고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학년별로 이해할 내용 달라 거실 한쪽 벽에 커다란 책 나무를 그려 넣는 방법도 권했다. “매일 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함께 쪽지에 책 제목을 쓴 뒤 이를 하나씩 책 나무에 붙인다. 책 나무 아래에는 아이의 키 높이에 맞는 책꽂이를 마련해 아이의 책을 꽂아 놓고,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예쁜 쿠션도 놓아 둔다. 아이가 책 나무 아래에서 놀이하듯 부모가 책을 읽어 주는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책을 펼쳐 보게끔 한다.” 저자는 어떻게 아이에게 줄거리를 익히게 할지, 어휘력을 늘릴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을 해야 할지를 백석의 ‘개구리네 한솥밥’,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책 먹는 여우’ 등 30여권의 책 속 장면들을 예로 들어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리고 책이 제공하는 정보와 내용의 관련성을 생각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상상력의 날개를 펴게 하라고 조언한다. 1만 3000원.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편지로 말하다 |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 중에서 - 강인숙 저

    편지로 말하다 |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 중에서 - 강인숙 저

    시인 김상옥이 딸 훈정에게 훈정에게 부산서 너를 만난 적에 네 얼굴이 해쓱해서 걱정이다. 집에 와서 그 말을 했더니 엄마가 앉으면 네 말뿐이다. 지난 일요일은 네 생각에 못 견디겠다고 엄마도 동생들도 말해쌓더라. 서울서는 보고 싶은 생각뿐인데 너도 아마 그렇겠지. 공부도 소중하지만, 몸이 더 소중하니 부디 몸조심하여라. 엄마는 네 얼굴이 해쓱하더란 말을 듣고 걱정 걱정이다. 아버지는 서울 돌아와서 이틀째나 앓아누웠다가 이제 겨우 일어났다. 그동안 돈이 없어 어떻게 지냈느냐? 조 선생한테 받을 돈은 월급 타면 꼭 네한테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따로 일금 오천 원은 너희 학교 교장 선생(유치환) 이름으로 보내었다. 네 도장이 없어 찾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교장 선생께 보냈으니 교장 선생이 너를 부르거든 찾아가거라. 그러면 돈을 현금으로 바꿔줄 것이다. 말하지 아니해도 집에 돈이 없는 줄, 네가 더 잘 알 것이니 부디 아껴 써라. 그리고 이 돈으로 우선 급한 데부터 먼저 쓰도록 해라. 그중에 일천오백 원은 ‘근포’네 집에 엄마 ‘다노모시’(계돈) 넣던 것이 있으니 이 달 삼십일께에 넣어 주도록 해라. 어제는 이곳 서울서 제일 높다는 ‘시민회관’에서 음악, 무용, 이조 공중의복 발표회가 있었다. 할머니와 엄마를 데리고 구경갔댔다. 엄마는 몇 번이나 네 생각하여 같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애석해했다. 할머니는 그저 황홀해서 넋을 잃고 있었다. 홍우는 공부 열심히 한다. 얼마 안 있으면 1등 한다고 큰소리하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돈이 없으니 그의 뒤를 충분히 돌봐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동안 상상 외로 돈이 많이 소비가 나서 큰 걱정이다. 그러나 아버지 몸만 건강하면 좋겠으나 건강이 염려된다. 훈아도 몸살을 해서 얼굴이 해쓱하다. 그래도 학교는 결석하지 않고 매일 잘 다닌다. 성적은 아주 형편없다. 말 잘 듣고 공부도 힘써 하고 있다. 이 편지 받거든 곧 화답하여라. 회답할 때 봉투에 ‘김상옥 아버지께’- 이렇게 쓰면 남이 흉을 본다. 네가 아버지한테 편지 낼 때는 ‘김훈정본제입납(金薰庭本第入納)’이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배달부가 잘 모를 터이니 그만 ‘김상옥 귀하’라고 써도 무방하다. 그리고 뒷봉투에는 ‘여식(女息) 훈정(薰庭) 올림’ 이라 쓰면 남이 보아도 흉보지 않는다. 이만. 아버지가 초정(草丁) 김상옥 선생에게는 큰딸 훈정 씨에게 구두를 사주는 이야기를 쓴 시가 있다. 명동에 불러내서 구두를 사주었더니 아이는 신이 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데, 그 뒷모습을 아버지는 오래오래 지켜보는 이야기다. 초정 선생이 딸을 객지에 보내고 쓴 이 편지에도 그런 잔정이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우선은 건강 걱정이다. 부산에서 만났을 때 안색이 창백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애를 졸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공부도 소중하지만, 몸이 더 소중하니 부디 몸조심하여라.” 하는 당부가 간곡하다. 그 다음은 돈 문제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교장 선생님에게 송금했다는 대목이다. 이 교장 선생님은 문우(文友)인 유치환 선생이다. 그런 분이 가까이 계셨으니 아버지도 딸도 마음이 든든했으리라. 돈의 용도 중에 재미있는 것은 어머니가 들었다는 ‘다노모시’다. ‘믿음직스럽다’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일제강점기에는 계(契)를 그렇게 불렀다. 해방이 된 뒤에도 일본어의 잔재는 구석구석 남아서 1960년대까지도 지방에서는 이처럼 통용되었다. 없는 돈을 애써 마련해 보내면서 시인 아버지는 절약의 미덕을 훈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음에는 가족의 근황이 자세하게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집에 편지 쓸 때에 “김훈정본제입납(金薰庭本第入納)”이라고 쓰는 것이 옳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배달부가 잘 모를 터이니 “김상옥 귀하”라고 써도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때 훈정 씨는 “김상옥 아버지께”라고 썼던 것이다. 육체적, 경제적 염려와 더불어 글쓰기에 대한 훈수까지 하는 자상한 시인 아버지다. 그 지나친 다정함이 문제였다. 너무 예민하고 섬세했던 시인 아버지는, 강한 개성 때문에 이따금 자녀들과 부딪쳤단다. 한번은 훈정 씨가 아버지와 함께 골동품상에 갔는데, 자기가 골라놓은 골동품을 아버지가 내놓으라고 해서 승강이를 벌인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만 해도 화가 나 미치겠는데, 어버지의 언사가 좋지 않았다. “이런 건 너 따위가 가질 물건이 아니야!” 기분이 좋은 날 아끼던 골동품을 딸에게 주었다가 화가 나면 도로 찾아가기도 했다는 시인 아버지… 그렇게 유별나다. 1주기 때 영인문학관에서 <김상옥 시인 유품·유묵전(遺墨展>을 하는데, 사방을 뒤져서 소장자를 찾아내는 정성이 갸륵했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 열심인 것은 사위인 김성익 교수였다. 초정 선생은 사위를 아주 잘 두었다. 김 교수가 너무나 성심껏 전시회를 준비해 감동받았다. 어느 아들이 저러할까 싶게 종이쪽지 하나라도 보물처럼 다루고, 지푸라기 하나라도 더 보태서 전시회를 조금이라도 낫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혈적이 되는 비결은 예술을 통한 공감일 것이다.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의 저자 강인숙 관장은 영인문학관을 운영하며 문인과 예인의 육필원고와 편지 등을 2만 5천여 점 이상 모았다. 그중 이 책에는 노천명 시인에서 백남준 아티스트까지 예술가의 육필 편지 49편을 모았다. 《삶과꿈》에서는 강인숙 원장의 도움으로 한 사람만을 위한 작품, 낡은 서랍 속 뜨거운 마음을 6회에 걸쳐 훔쳐본다. 글·사진_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기 기자의 훈련기] (17) 제비뽑기에 달린 방배정

    ‘합숙’은 24시간 같이 생활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같이 깨고, 먹고, 운동하고, 씻고, 잔다. 특별히 마음 맞는 동료와 방을 쓴다면 더 편할 테고 우정이 더 돈독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룸메이트는 “그때그때 달라요.”다. 축구대표팀의 방 배정을 기억해 보자.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입성 직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때 방 배치는 ‘적과의 동침’이었다. 포지션 경쟁자들끼리 한 방을 쓰며 노하우와 팁을 공유하도록 했다. 오른쪽 풀백의 차두리와 오범석이, 왼쪽 풀백의 이영표와 김동진이 한 방을 썼다. 이청용은 김재성과, 기성용은 김정우와 함께 자며 그라운드뿐 아니라 방에서도 경쟁 구도를 이어 갔다. 박지성은 스스로가 ‘후계자’로 지목한 김보경을 방졸로 삼았다. 여자럭비대표팀에게도 합숙 때마다 방 배정이 화두다. 하지만 감독·코치가 정해 주는 게 아니라 제비뽑기로 한다. 일요일 밤 합숙소로 들어온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제비뽑기다. 방 호수가 적힌 쪽지를 뽑아 새로운 룸메이트와 새 방에서 짐을 푼다. 5월 첫 합숙훈련 때부터 지금까지 고수한 원칙이다. 모두가 골고루 친해지기 위한 방법이다. 3인 1실로 방을 쓰다 보니 대부분의 팀원들과 방을 써 봤다. 훈련이 고된 날 서로의 코 고는 소리까지 익숙해졌을 정도다. 그라운드의 팀워크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 ‘룸메이트’는 단순히 같이 자고 깬다는 의미 이상이다. 같은 방이 된 세 사람은 합숙 기간에 한 몸(?)처럼 움직인다. 오전·오후 운동을 앞두고 호텔 10~11층에 있는 아이스바에서 얼음을 퍼 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얼음은 물을 차갑게 하는 데도 필요하지만 운동 후 아이싱을 위해서도 듬뿍 담아야 한다. 이 외에도 공 박스나 태클·콘택트 연습을 할 수 있는 더미 등 운동에 필요한 짐을 나르고, 저녁에는 8층 빨래방에서 팀 전체의 유니폼을 세탁한다. 당번이 아닌 날이라도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생활 패턴을 맞춰야 한다. 밤 10시 30분이면 커튼을 치고 온 방을 암흑으로 만드는 김아가다도 있는 반면 야밤까지 지치지 않는 ‘수다력’을 과시하는 서보희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짬이 날 때마다 기사를 쓰기 때문에 룸메이트 눈치를 보는 편이다. 애들이 낮잠 자는데 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들릴까 봐 ‘잠들지 않는’ 트레이너 방으로 옮겨 일하곤 한다. 이번 합숙 때는 최고야, 김선아와 한 방이 됐다. 내게 짓궂게 장난치고 괴롭히는(?) 동생들이지만 어쩌면 올 시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룸메이트니까 더 살갑게 지내야겠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국정감사] 與는 반말, 野는 호통… 혼쭐 난 金외교

    [국정감사] 與는 반말, 野는 호통… 혼쭐 난 金외교

    1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성환 장관이 여야 의원들에게 ‘혼쭐’이 났다. 지난 16일 상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둘러싼 논란을 비롯해 각종 현안에 대한 외교적 대처가 미흡했다는 질타가 이어졌고, 김 장관은 고성에 반말까지 들으며 연신 진땀을 뺐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한·미, 한·유럽연합(EU) FTA 비준안 번역 오류에 대해 “외교부의 무능을 국제사회에 공개한 것”이라면서 빠른 사후조치를 촉구했다. 김 장관은 고개를 낮추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김 장관에게 화를 내다가 반말조로 질의를 이어가 논란을 빚었다. 정 전 대표는 내년 3월 우리나라에서 열릴 예정인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해 “이런 행사를 왜 총선 전에 여느냐. 공연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장관이 “외교문제는 국내정치와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하자 정 전 대표가 갑자기 “그게 무슨 궤변이야.”라면서 반말로 짜증을 냈다. 그러면서 “그게 상식에 맞아?”, “국내 정치와 상관없다는 게 자랑이 아니야. 미국이 만약 중요한 선거가 있다면 그랬겠어.”라면서 “(김성환) 장관 같은 사람이 장관을 하니까 외교부가 문제없이 잘되는지….”라고 몰아붙였다. 정 전 대표는 오후 추가질의 때 “거친 표현으로 결례를 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뒤늦게 사과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최근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언급된 외교부 안모 국장에 대해 “매국노”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자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 등이 이에 맞서 즉각 반발해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소동이 빚어지면서 국감이 정회되는 등 파행을 빚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장관이 대학졸업하고 외교부에 있은 지 오래됐는데 이건 초등학생의 상식에도 안 맞는 것 아니냐.”, “(김성환) 장관 같은 사람이 장관을 하니까 외교부가 문제가 없이 잘 되는지...”라고 꼬집으면서 “대통령을 만나 얘기하라”고 조언했다. 정 의원의 반말조 발언은 보좌관이 질의도중 쪽지를 건넨 뒤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 의원의 이 같은 국감태도를 두고 일각에선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정부와 각을 세워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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