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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들 스스로 정상적인 삶 살 수 있도록…”

    “서민들 스스로 정상적인 삶 살 수 있도록…”

    한국의 고도성장의 상징인 서울 남대문로 대우재단빌딩. 빌딩 뒤쪽으로는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한평 남짓한 쪽방에서 수많은 독거노인들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김모 할아버지도 지난해까지 이 곳 동자동 쪽방촌 주민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할아버지의 월 수입은 정부로부터 받는 32만원. 상당한 빚까지 지고 있어 이 중 8만 4000원을 개인워크아웃을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에 내야 했다. 월세를 내고 남는 돈은 7만 6000원. 매일 한 두끼니 챙기는 것도 벅찬 생활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사정이 나아졌다. 최근 개인파산신청을 해서 부채를 면제받고, 주변의 도움으로 임대주택에서 살게 됐다. 김 할아버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전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현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지난 10년 동안 서민의 고통을 보듬으며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각종 민생법안을 현실화한 ‘민생지킴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자제한법 결실 경제민주본부가 출범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2000년. 당시는 길거리에 파산자와 실직자가 넘쳐났지만 동시에 ‘벤처 열풍’으로 ‘IT 귀족’들이 출현하던 때였다. 민생연대 이선근 본부장은 “정치적 민주화는 상당히 진전됐지만 경제적 민주화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면서 “머릿속의 구상만 펼치거나 정책 대안만을 제시하는 정당이나 시민단체와 달리 현실에서 서민들의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하고 이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지향점을 두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본부의 가장 큰 성과는 2001년 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 그전까지는 상가 주인이 가게를 비우라고 하거나 매년 20,30%씩 임대료를 올려도 임차인은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 임차인은 5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임대료도 연 12% 이상 인상이 금지됐다. 기존 시민운동과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국민들에게 가장 절실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활동이었다. 경제민주본부의 또 다른 성과는 2003년부터 시작한 이자제한법 부활과 가계부채 SOS 운동. 지구 4바퀴에 해당하는 16만 3341㎞에 걸쳐 전국 민생탐방을 진행, 과중채무자 2만여명을 대상으로 ‘나홀로 빚 탈출’ 상담을 펼쳤다. 이는 다시 고금리 추방, 임대주택 정책 개선 등 서민밀착형 프로그램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경제민주본부 송태경 정책실장은 “‘공공임대 500만호’ 등 비현실적인 구호를 외치는 대신 과중부채와 주거 문제로 고통받는 서민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풀 서비스’ 무료 법률지원 시작 다만 지금까지 활동에서 아쉬운 점은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참여가 부족했다는 것. 이들이 최근 민노당을 탈당한 것도 노선 문제와 더불어 말로만 ‘민생’을 외치면서 실제로 예산과 인력 등은 지원하지 않는 기존 당 지도부의 행태 탓이기도 하다. 민생연대는 최근 제2의 도약을 시작했다. 이번 달부터 후원금·회비 등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로 조직을 개편, 서민들을 위한 무료 법률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순 상담이 아닌 가계부채·고리사채, 임대차 문제 등에 대해 서류 작성부터 검토, 부채증명서 발급 방법 등을 ‘풀 서비스’로 제공한다. 이선근 본부장은 “자문 변호사들과 세무사 등의 도움을 받아 서민들이 스스로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상가·주택임대차보호법 재·개정 운동과 대안기업 육성, 임대차아파트 제도 개선 등 민생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락처는 (02)867-8020·8022, 후원 계좌는 하나은행 116-910111-92607 예금주 송태경.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Local] 부산 동구, 토요일도 복지상담

    부산 동구는 6일 복지서비스 공백을 위해 다음 달부터 토요일에도 ‘복지상담창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주민생활지원과 직원 5명이 교대로 돌아가면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복지와 관련된 상담을 진행한다. 반응이 좋으면 일요일에도 창구를 여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동구는 범일동 안창마을, 부산역 주변 쪽방촌 등 저소득층 거주지역이 많아다른 구에 비해 비교적 복지 수요가 높은 실정이다. 복지 행정에 관한 민원 문의는 2006년 1196건,2007년 1570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도시재정 업그레이드](하)쪽방촌, 첨단도시로 거듭난다

    [도시재정 업그레이드](하)쪽방촌, 첨단도시로 거듭난다

    ‘쪽방촌’‘기지촌’이 환골탈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구(舊) 도심을 첨단 복합단지로 변모시키는 도시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업 추진은 더디기만 하다. 지역이 넓은 데다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초대형 사업인 데도 전문가가 부족하고 도시계획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사업을 우왕좌왕하게 만든다. 지자체와 주민들은 도시재생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가가 모인 공공기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125 일대.1960∼70년대 한국 수출산업의 중추 기지로 구로공단의 배후도시였다. 구로공단은 2002년 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이 바뀌면서 첨단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주변 주거지역은 여전히 60,70년대 수준이다. 낡은 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선 서울의 대표적인 쪽방촌이다. 골목길은 승용차 한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다. 이른 아침 근로자들이 쏟아져나오면서 골목길은 금방 꽉 찬다.‘작은 골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은 집에 들어가면 금방 사라진다. 다닥다닥 붙은 집은 많은 사람을 들이기 위해 방을 작게 나눴다. 한 집에 10가구 이상 살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재개발을 추진했다. 면적이 28만 5000㎡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래서 블록을 4개로 나눠 추진했다. 무려 5000여가구에 이른다. 이 중 주택 소유자는 1700여가구이다. 나머지는 세입자 가구다. 구역이 넓고 주민 이해관계도 얽히고설켰다. 사업이 오랫동안 제자리를 맴돌았지만 전체를 이끄는 전문가는 없었다. 일반적으로 주택 위주의 재개발사업은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주변 도시 인프라 구축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단지내 편익시설만 설치하면 그만이라서 사업성도 높다. 주거개선 위주의 뉴타운사업은 규모가 크더라도 사업성이 뛰어나 민간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가리봉 일대는 주거와 업무·상업 시설을 동시에 개발해야 하는 데다 블록간 이익 배분 등도 복잡하다. 도시 인프라와 편익시설 투자는 블록별 조합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더욱이 업무·상업시설로 개발하는 곳은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민간기업이 사업참여를 꺼리고 있다. 재개발을 추진하더라도 반쪽짜리 사업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지부진한 사업에 불을 댕긴 기관은 대한주택공사였다. 주공의 역할은 도시계획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주공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남부순환도로 1㎞를 지하로 묻고 그 위에는 공원을 만들 방침이다. 만약 4개 블록별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이 같은 사업은 추진하기 어렵다. 주민 대표회의 정문식 감사는 “복합개발방식이라서 민간이 추진하기는 어려운 곳이었다.”며 “인·허가, 주민 갈등 조정,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주공을 사업 시행사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주공은 구로구와 함께 4개 블록을 하나의 사업지구로 묶어 추진키로 방향을 세웠다. 지역 특성에 맞춰 2개 블록은 공동주택단지로,2개 블록은 주택과 함께 업무·상업 지역으로 개발하는 마스터플랜도 내놨다. 사업비가 2조원대에 이른다. 그렇다고 주공이 4개 블록 사업을 독차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 사업 조율과 단지 기반시설 설치 등은 주공이 책임지고 민간이 잘하는 것은 민간에 맡긴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개별 블록은 민간자본을 유치키로 하고 설명회까지 열었다. 주공은 사업 방향을 미래형 첨단도시로 잡았다. 공동주택 5000여가구와 상업·업무시설이 들어선다. 최고 60층짜리 초고층 빌딩과 20∼30층 주상복합 아파트도 짓는다. 백화점·컨벤션센터·멀티플렉스 등도 건립된다. 첨단기업들이 많이 입주한 디지털 1·2·3단지와 연계해 서울 서남부 디지털 비즈니스 시티로 개발하는 것이다. 5∼6월 도시정비계획을 변경하고 연말쯤 설계·시공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아파트를 분양하면 2011년쯤 입주할 수 있다. 임대 아파트 1000여가구도 건립, 기존 세입자들에게 우선 공급한다. 도시마다 가리봉동과 비슷한 지역이 많다. 서울에는 홍제동 유진상가 주변, 청량리 역세권, 마포 합정동 먹자골목 주변 등이다. 인천 가좌동, 부천, 대전 등의 기존 도심지는 도시 확산과 함께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도시 형성이 오래돼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인구가 빠져나가는 등 상대적인 낙후지역으로 변해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 추진은 아직 초보단계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윤병천 주공 도시재생사업 이사 “지역 균형 발전과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주기 위해서는 도시재정비사업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윤병천 대한주택공사 도시재생사업 이사는 6일 “도시재생 사업은 작은 규모의 주택 재개발 사업과 달리 복잡하고 주민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며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업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재개발·재건축사업 컨설팅은 행정 업무를 대행해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으며, 과열 수주전과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공공 전문 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주공이 재개발 등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하는 취지는 민간과 경쟁하기보다는 시장의 투명성 확보, 리스크(위험)가 큰 도시정비사업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없애 조합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윤 이사는 “도시재생사업 시장에 주공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참여 비율은 2%에 불과하다.”며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공이 사업자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주민의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조합방식처럼 추진위를 구성할 수 없다.”며 “일반 조합이 정비구역지정 전부터 추진위를 구성하듯이 주공도 이런 활동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총괄사업관리자로 참여해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해주고도 직원의 인건비 정도만 받고 있다.”며 “사업 추진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민 투표에 의한 시공사 선정도 조합 방식에서 적용하는 시공사 선정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공공기관의 도시재생사업으로 민간 부문의 역할이 축소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공공기관이 전체 그림을 그리고 민간부문은 개별 사업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총괄사업관리자’란 복잡한 도시정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컨트롤하는 믿음직한 기관이 필요하다. 재정비촉진사업법에 따라 이를 대행하는 기관이 ‘총괄사업관리자’다. 개별 조합에서 하기 어려운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시장·군수를 대행해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 지원하고 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기반시설 설치 및 계획 자문, 기반시설 비용 분담금·지원금 등을 관리하는 일도 맡는다.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공서와 민간 업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업이 부진한 곳에서는 시행사로 나서기도 한다. 총괄사업관리자가 개별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는 재정비계획 결정·고시 이후 2년 이내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3년 이내에 사업승인인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다. 토지·건축물 소유주 과반수가 공공기관을 사업시행사로 고르는 경우도 해당한다. 총괄사업관리자는 사업 추진이 부진하거나 문제가 많은 곳의 정비사업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인 셈이다. 총괄사업관리자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도시 재정비 노하우가 풍부하고 도시계획·건축·개발·시공 전문가를 충분히 확보해야 가능하다. 도시재생 사업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이끌 수 있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 주택공사는 현재 부천 소사·고강지구, 부산 시민공원주변 등 전국 10개 지구에서 총괄사업관리자로 지정받았다. 올해도 7개시 10개 지구에서 추가 총괄사업관리자로 지정받을 계획이다. 총괄사업관리자를 지정하면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다. 사업 초기 자금 확보가 쉽고 공공기관이 추진하다보니 주민들이 믿고 따르며 사업 인지도도 올라간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불을 가진 아이/사계절 펴냄

    아빠는 동네 반쪽이산의 채석장에서 일을 하다 그만 한쪽 눈을 잃었다. 엄마는 오늘도 봉고 차에다 화장품을 싣고 다니며 장사를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동배네 집은 시장통 골목의 허름한 쪽방. 언제부터였을까. 학교에서 동배는 문제아다. 동배네 가족은 온갖 그늘을 다 짊어지고 있는, 어쩌면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아직 구구단도 못 외우고, 준비물이라고는 챙겨와 본 적이 없으며, 짝꿍 지갑에서 슬쩍한 돈으로 오락실로 줄달음질치는 아이. 이 ‘문제적’ 꼬마 주인공의 상처엔 어떻게 해야 희망의 새 살이 돋을까. 초등학교 교사로 ‘우리 엄마 데려다줘’‘손바닥에 쓴 글씨’ 등을 써낸 작가 김옥씨의 새 동화에 해답이 있다.‘불을 가진 아이’(김윤주 그림, 사계절 펴냄)는 그러나 어두운 어조로 동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린 주인공의 현실은 고달프지만, 책이 슬픔을 녹여내는 요령은 천연덕스럽고 여유있다. 밥상에서 생선을 뒤집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빠에게 매를 맞기도 하는 동배는 아빠가 일하는 반쪽이 산에 불을 지르는 꿈을 꾸며 울화를 푼다. 그래도 착한 아들이 되고 싶은 속마음은 늘 굴뚝같다. 수학여행을 다녀오면서 비록 가짜이지만 반지를 아빠 선물로 사오고, 엄마가 집을 나가버릴까봐 날마다 애가 탄다. 좌충우돌 사고뭉치로 보일 뿐 동배의 심성이 곱다는 건 독자들도 금세 알아 차린다. 서문에서 작가는 말한다. 동배의 상처를 쓸어 주는 처방은 그 무엇도 아닌 ‘사랑’이라고. 우툴두툴 꼬인 데가 많은 아이의 마음을, 와락 껴안아 체온을 나눠 주는 훈기있는 동화다. 초등2학년 이상.8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마음 주고 몸도 주고…돌아버렸네”

    “마음 주고 몸도 주고…돌아버렸네”

    『사랑주고 마음주고 님은 멀어져 갔네. 마음주고 몸도주고 님은 멀어져 갔네…』싸움을 하다말고 곧잘 유행가가락에 맞춰 이상한 노래를 부르던 50대의 여인이 같이 살던 남편이 가출하자 20살이나 손아래인 그의 배다른 아들을 육체의 노예로 사로잡아 5년동안 뜨거운 관계를 맺어오다 며느리에게 들켜 쇠고랑을 찼다. 20세 연상(年上)의 불붙은 정열…감쪽같이 “오 내사랑” 5년 그는 젊은아들을「섹스」의 노예로 만들어 한껏 즐기다가 아들이 결혼하자 새로 들어온 며느리까지 학대하며 아들의 국부를 잡고 황혼질투전(?)을 벌이기도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5일 서울용산경찰서에 간통혐의로 구속된 전금례(全錦禮)여인(53·가명·서울용산구 용산동)과 그의 배다른 아들 김순성(金純星)씨(31·가명·회사원). 이들이 눈이 맞고 정이 들어 육체가 불덩어리로 변한 것은 5년전 일. 9년전 전여인을 세째번 부인으로 맞게된 김씨의 아버지 김노인(64)은 4년동안 함께 살다가 세상이 싫다며 어느 이름모를 절간으로 들어갔다. 주인없는 집에는 전여인과 그의 배다른 아들이 남게됐다.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학의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모회사에 취직했다. 64년 4월하순께.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취해 집에 돌아온 김씨는 여느때처럼 전여인과 한방에서 잤다. 새벽녘이었을까? 술이 깨기 시작한 김씨는 이상한 체온을 느꼈다. 전여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로 김씨의 그곳을 매만지고 있었다. 김씨는 조용히『왜 이러십니까?』하고 떠밀었다. 김여인은 대답대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김씨의 뭄뚱이를 터질듯이 껴안는 것이었다. 그 순간 김씨도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날부터 두사람의 관계는 한남자와 여자로 불륜의 정부 사이가 됐다. 전여인은 직장에서 돌아오는 김씨에게 깍듯한 대접을 했다. 나이는 비록 20살 위이지만 전여인의 정열은 대단했다. 하룻밤에도 몇번씩이나 김씨에게 뜨거운 육체를 식혀달라고 요구했다. “나혼자만 팽개쳐 두기냐”…침실 덮치고 망칙한 행패 김씨는 50대여인의 몸뚱이를 식혀주기에 힘이 벅찼다. 그러나 불륜의 관계는 5년동안 이웃에 들키지 않고 탈없이 계속됐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비록 배다른 사이지만 어엿한 모자관계로 행세해온 이들에게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김씨가 지난해 11월 25일 모여대를 졸업한 강칠숙(姜七淑)여인(24·가명)을 아내로 맞아들이면서부터. 결혼은 했으나 따로 방을 얻을 돈이 없었던 김씨는 계모와 함께 한집에서 살았다. 전여인은 벽하나를 사이에 둔 오른쪽 방을, 김씨는 왼쪽방을 썼다. 전여인은 아내를 새로 맞이한 아들이 자꾸만 멀어져가자 질투의 불길을 태웠다. 눈치를 챈 김씨도 전여인의 질투가 폭발할까봐 몹시 조심하며 아내몰래 드나들며 몸으로 시중(?)들기를 잊지않았다. 그러나 50대여인의 질투는 드디어 폭발했다. 지난해 12월 14일 밤이었다. 전여인이 술에 취해 아내와 함께 자고 있는 방에「팬티」만 입고 뛰어들어 며느리 강여인이 신혼여행때 입던 잠옷으로 갈아입고 김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왜 나를 두고 너희들끼리 먼저 왔느냐』며 한바탕 고함을 치던 전여인은 그래도 분을 가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씨에게 달라붙어 김씨의 국부를 붙잡으며『너를 꽁꽁 말려서 죽이고 말겠다』고 막무가내였다. 이들 세식구는 이날낮 김씨친구의 초대를 받고 나들이를 갔다고 전여인만 남겨놓고 부부가 먼저 돌아왔던 것. 엉겁결에 이 광경을 목격한 김씨의 아내 강여인은 깜짝 놀랐다.(아무리 모자간이지만 성장한 아들의 그 부분을 붙잡고 앙탈을 하다니…) 노래속에 비밀이? 방문 연 새댁은 봤다 강여인은 세상에 흔히 있는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질투려니하고 넘겨버렸다. 그러나 남편의 행동은 날이갈수록 수상쩍기만 했다. 남편은 집에 돌아와 초저녁에는 자기와 자리를 같이하고 새벽녘이면 잠옷차림으로 시어머니방에 들어가 잠자고 아침에 돌아오곤 했다. 그래도 모자간의 정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강여인이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은 김씨 가 외국에 가는 수속을 한 구청에서 교부받아다 놓은 호적등본을 우연히 본뒤부터였다. 지금까지 자기에게 친어머니라고 해왔던 전여인이 남편의 계모인 사실을 알게됐다. 이와 더불어 남편이 잠자리를 비우는 습관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됐다. 한편 전여인은 남편이 잠자고 나온날 아침이면 발을 씻는다며 세숫대야에 물을 떠오라고 했다. 또 강여인이 시어머니의 이부자리를 치우러 들어가면 이불과 방바닥에는 남자의 음모가 떨어져 있을 때도 있었다. 의심은 더욱 짙어만 갔다. 남편 전씨는 강여인과 잠자리를 함께 하다가도 옆방에서 전여인이 벽을 툭툭치며 어디가 아프다고 소리치면 곧장 옆방으로 들어가 자고왔다. 그러다가다도 두사람은 싸움을 하기가 일쑤였다. 아들과 대판 싸움을 벌이다가도 전여인은「히트·송」 에 가락을 맞춰 노래하며 빈정됐다. 『사랑주고 마음주고 님은 멀어져 갔네 마음주고 몸도주고 님은 멀어져갔네…』 노래속에 전여인의 비밀의 숨겨져있는 것 같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강여인이 못볼 것을 보고야마는 비극의 날은 오고야 말았다. 지난 2월 20일 새벽 2시쯤, 여느때처럼 밤중에 잠자리에서 빠져나가는 남편의 뒤를 강여인은 숨죽여 밟았다. 강여인이 방문을 열었으나 서로 엉킨 두몸뚱이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였다. 강여인의 가슴은 내려앉고 폭발하는 분노를 누를길없어 자기방으로 되돌아 오고말았다. 차마하니 있을 수 없는일, 못볼것을 보고야만 며느리 강여인은 그저 눈물만이 어이없이 얼굴을 적셨다. 며느리의 고발로 경찰신세를 지게된 전여인은 8·15때 남동생과 월남, 서울시내 모요정에서 접대부를 하며 착실히 돈을 모았다. 전여인이 김씨의 아버지 김노인과 재혼한 것은 9년전일. 주벽이 심한 김노인은 두번째로 아내를 여의고 세번째로 전여인을 맞았으나 4년동안 함께 살다가 훌쩍 집을 나가버린 것. 아마도 미치광이처럼 육정으로 기승을 떨어 견디다 못해 홀연히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를 일…. 불륜의 육정은 끝내 백일하에 드러나고 법의 판가름을 받게 되었지만 그 이전에 악몽을 깨칠만한 한가닥 양식이나마 없었던게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태석(安泰錫) 기자> [선데이서울 71년 4월 25일호 제4권 16호 통권 제 133호]
  • [30일 TV 하이라이트]

    ●체험, 삶의 현장(KBS1 오전 9시) 2007년 한 해 동안 명사 및 유명 연예인 150팀,294명이 모은 정직한 땀의 결실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홍렬·박주아 MC가 주축이 된 체험봉사대가 쪽방촌과 장애영아원을 찾아 작지만 큰사랑을 더불어 나누고 돌아온다. 한국전력사회봉사단,CJ푸드시스템 봉사단, 파주시 봉사단 등이 함께 참여해 온정의 열기를 더한다.●두뇌왕 아인슈타인(KBS2 오전 10시40분) 방송가의 베테랑 재치 입담꾼 이지연, 거침없이 톡톡 튀는 소탈한 이정민, 상상플러스의 똑 부러지는 안방 마님 최송현, 아나운서계의 반듯하고 듬직한 훈남 조우종.KBS 간판 아나운서들이 총출동해서 다채로운 개인기를 펼쳐보인다. 두뇌왕 아인슈타인에 도전할 최고의 아나운서는 누가 될까.●늘푸른 인생(MBC 오전 6시10분) 2007년 한해 동안 뽀빠이가 찾아간 곳은 충북 옥천군 옥천읍 소정마을부터 충남 공주시 의당면 월곡마을까지 모두 51곳. 전국 방방곡곡의 노인들을 만나뵙고 재미와 감동, 삶의 지혜까지 배울 수 있었다. 안방을 훈훈하게 덥혀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함께 하며 이 해를 마무리해 본다.●퀴즈 육감대결(SBS 오전 10시50분) 적극적인 스킨십을 선보인 신정환 강수정. 오누이 커플, 조형기와 메이비. 환상의 커플, 김나운 조원석. 웃음으로 모두를 교란시키라는 특명을 받은 전원주, 한 영. 청춘스타 변진섭, 김혜림, 신지.12명의 스타들이 왁자지껄 퀴즈대결을 펼친다. 올해 최후의 육감왕은 어느 커플이 될 것인지?●사랑의 공부방-네발 자전거(EBS 낮 12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밴드부를 꾸려온 경기도 안성시 행복나눔 지역아동센터. 연주 도중 줄이 풀리는 낡은 악기에도 만족하며 꿈을 키우던 아이들에게 전하는 네발자전거의 따뜻한 선물은 최신형 악기다. 힘을 얻은 아이들이 한스밴드와 함께 노인 요양시설을 찾아가 환상의 공연을 펼친다.●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5시30분) 산업과 교통 수단이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으로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다른 측면도 크다. 대기로 배출되는 온실 가스의 약 4분의1이 삼림 벌채 등 무분별한 토지이용 변경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지구 온난화에 삼림 벌채가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벌채 방지를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해본다.●싱싱일요일(KBS2 오전 8시) 강원 양양 최종대·박소연 부부. 최씨는 대본만화를 그리던 만화가였다. 그러나 2000년 갑작스레 강원도 양양으로 내려갔다. 장모의 전통 장(醬)사업이 잘 되지 않자 급하게 처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졸지에 장모로부터 장담그기를 배우게 된 그는 이제 만화보다 장맛에 더 이끌리게 되었다는데….●너나들이(MBC 오후 1시10분) 정년퇴직을 앞 둔 이현우 아나운서(1977년 입사)와 1977년에 태어난 최윤영 아나운서, 새내기인 문지애, 손정은, 허일후 아나운서의 토크가 이어진다. 김정근 아나운서가 공개하는 생방송 중 NG 뒷이야기들이 재미있다.2008년 방송 신고식을 할 새내기 아나운서 4명도 첫선을 보인다.
  • [사회공헌] 동아제약-의료봉사단체에 의약품 지원

    [사회공헌] 동아제약-의료봉사단체에 의약품 지원

    국내 제약업계 1위 동아제약의 사회공헌 활동은 초기 장학사업에서 점차 학술·문화 지원사업으로 확대돼 왔으며 최근에는 더욱 생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1998년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시작해 젊음의 이미지로 탈바꿈한 동아제약은 2005년 ‘박카스 봉사단’을 발족해 해마다 전 직원이 환경정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동아오츠카와 수석문화재단을 통해 분기별로 직원들이 ‘밥퍼 나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올 5월에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직접 임직원들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밥퍼 나눔운동본부 급식소를 찾아 1200명의 노숙자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제약회사답게 의약품 지원이 많았다.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간호병동,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등 각종 의료봉사단체에 의약품을 지원했다. 1987년 수석장학회를 세운 강 회장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면 사회적으로 평판이 좋아지고 소비자의 신뢰도 얻어 기업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해왔다. 동아제약 사회공헌 활동의 출발이 된 장학사업은 올해에도 계속됐다.8월에는 대학생·고등학생 35명에게 총 1억 3000만원의 장학금을 줬다. 수석장학회는 1992년 회사 창립 60주년을 맞아 수석문화재단으로 개명하면서 학술·예술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의료부문의 발전을 위해 ‘동아의학상’과 ‘약사금탑상’을 제정, 시상하고 있다. 동아의학상은 한 해 의학연구와 저작 부문 발전에 기여한 의사에게 주는 상으로 올해로 39회째다. 약사금탑상은 1973년 동아제약과 대한약사회가 제정한 상으로 지역주민의 보건 향상에 기여한 약사들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로 9년째 계속되고 있는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학생들에게 우리 국토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도전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한 행사로 젊음의 패기를 사회공헌과 연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감리교회 노숙자에게 방한복 전달

    서울복지재단은 10일 기독교 대한감리회 서울연회와 함께 서울시의 일자리갖기 사업에 참가한 노숙인 1040명에게 ‘희망의 방한 파카’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방한 파카는 김기택 감독을 비롯한 감리교인들이 한 해 동안 모은 정성을 통해 마련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측은 지난해에도 쪽방거주자를 위해 희망의 쌀 2000여 만원어치를 전달했다.방한 파카 전달식은 11일 오후 2시 성동구 송정동 ‘24시간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열린세상] 색깔을 분명히/ 김형태 변호사

    [열린세상] 색깔을 분명히/ 김형태 변호사

    동네 골목어귀에 사진들이 길게 붙었다.12명의 대통령 후보들이 저마다 한 표를 바라며 웃고 있다. 질풍노도의 저 1987년 대선. 서울 여의도 광장이며 보라매 공원에는 수십만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지후보를 놓고 택시기사와 손님이 멱살잡이를 하던 그 시절의 국민적 열정은 이제 간 곳이 없다. 정치의식이 높아지고 이성적 판단이 대세를 이루게 되어서가 아니다. 후보들 사이에 정책상 뾰족한 대립각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럴 법도 하다. 서민을 내세운 정권에서 집값이 치솟고 부자와 없는 이의 간격이 더 커졌다. 그러니 정책선거가 아니라 인기투표가 될 수밖에 없다. 제일 인기 높은 아이를 반장으로 뽑는 초등학교 교실 같다. 후보들도 그렇다. 짚신장수 큰 아들과 나막신장수 둘째, 모두 다 잘되길 비는 어머니라도 된 걸까. 비가 오면 첫째가, 해가 나면 둘째아들이 장사를 망치니 두 아들 모두 잘되는 방법이 없다. 부자와 없는 이, 돈과 환경보호, 양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그런데도 일부 후보들은 ‘부자와 중산층 그리고 서민을 위한 대통령’식의 구호를 내건다. 정동영 후보의 ‘가족행복’ 구호도 그렇다. 어떻게 하면 가족이 행복하게 된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노동자 월급이 오르면 대체로 그 가족은 행복할 게다. 하지만 월급을 올린 사장 가족은 수입이 주는 만큼 불행할 터. 월급이 올라도 그 회사가 공해를 쏟아놓거나 부정비리로 사회와 국가를 오염시킨다면 노동자 가족들도 결국은 불행하리라.‘가족의 행복’이란 구호를 보고 노동자, 사장, 환경보호론자 중 어느 가족들이 표를 던질지 모르겠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허름한 해장국집에서 국밥을 먹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또 어떤가. 모두가 가난했던 1960,70년대나 IMF 경제위기 시절도 아니고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본다는 후보가 해장국집이 웬 말인가. 물론 그 상황이 절실히 와닿는 이들도 아직은 많다.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 145만원을 못 버는, 무려 18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이 광고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 후보가 대표하는 정당이나 정책은 궁극적으로 하위계층이 아니라 대기업이나 상류층에 가깝다. 삼성같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설립할 수 있게 금산분리를 완화하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해서 해장국집이 아니라 송도신도시 고층빌딩에서, 규제철폐를 선호하는 대기업 경영자들과 회의하는 장면을 보여 주는 게 맞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어느 수준으로 공개할 것인지, 종합부동산세를 유지할 것인지, 비정규직은 어떻게 할 것인지, 환경보호를 위해 개발을 자제하여 돈을 포기할 것인지. 후보들마다 자신이 어느 계층을 위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표를 위해 그냥 좋은 게 좋은 거고 국민 모두를 잘살게 하겠다는 식으로 자신의 색깔을 흐릴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19세 사회초년병이나 아흔살 은퇴교수, 영등포 쪽방 주민이나 재벌기업 회장, 사리판단이 정확한 이나 지역감정에 휩쓸리는 이, 모두 똑같은 한 표다. 그래도 그것이 정당한 이유는 누구나 이 세상에서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유지하면서 생존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누가 내 편인지를 분명히 알고 자기 편에 표를 던져야 다양한 가치가 정확히 정치에 반영되어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된다. 정당제도를 헌법차원에서 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거에 ‘중간’이나 ‘모두’는 없다. 어느 한쪽을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노동이냐 자본이냐, 환경보존이냐 돈이냐. 후보들이나 유권자 모두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색깔을 분명히 할 때다.
  • [데스크시각] ‘경제대통령’ /손성진 경제부장

    대공황이 닥쳤을 때 미국의 대통령은 ‘후버댐’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31대 후버다. 후버빌(빈민촌)과 후버담요(노숙자들이 이불 대용으로 쓴 신문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후버가 출마 당시 내건 모토는 ‘경제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는 경제를 일으키기는커녕 미국을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뜨리고 말았다. 후버와 비근한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YS다.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다가 국민들을 수렁으로 밀어넣은 점에서 비슷하다. 우리에게도 후버빌과 같은 쪽방촌이 생겼고 후버담요와 같은 박스 종이를 덮고자는 노숙자들이 밤거리에 넘쳐나게 되었다. 또 하나,YS도 경제대통령을 부르짖었다는 점도 같다. 경제대통령을 내걸었던 사람은 YS뿐만이 아니다. 카드 사태와 벤처 거품을 만든 DJ 역시 경제대통령이었고 14대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도 경제대통령을 외쳤다. 노무현 대통령도 간판만 붙이지 않았지 예외는 아니었으며 17대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이 타이틀을 붙이고 나왔다. 다른 후보들도 한 목소리로 ‘경제, 경제’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이 수식어를 선호하는 것은 국민들의 갈망을 역이용하려는 목적이다. 국민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언제나 ‘먹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허상에 불과했던 ‘경제대통령’을 좇아 표를 찍어왔다. 결과는 불행했다. 국민들은 일종의 사기를 당한 셈이 됐다. 외환위기와 그 후유증을 10년에 걸쳐 겪어온 국민들은 이번에도 경제대통령에 끌리고 있다. 경제하면 떠오르는 대통령은 박정희다. 진정한 경제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십중팔구 박정희를 첫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생활고에 시달린 국민들은 정치 독재의 과오를 묻어둔 채 그의 경제 치적에 향수를 느끼고 있다. 이런 심리에 편승해 후보들은 박정희를 등에 업지못해 안달이 날 정도며 진보진영의 후보는 박정희를 성공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그렇다. 여러 비판과 반론이 있지만 박정희가 한국 경제를 부흥시킨 ‘경제대통령’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노조를 짓밟고 재벌을 키웠지만 수출과 성장 드라이브 정책으로 대한민국을 이만큼 키워놓는 데 주춧돌을 놓았음은 사실이다. 박정희를 떠올리며 국민들은, 이번 후보들의 공약이 5년 후에 부도수표로 판명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다시 속지 않기 위해 어느 후보를 고르느냐 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경제회복을 열망한다면 유권자 스스로 후보들의 경제공약을 분석하고 비판한 다음에 표를 던지는 주도면밀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명박 후보의 반대쪽에서는 30대에 거대 기업가가 되어 경제대통령을 자처한 후버에 빗대어 경제대통령론을 비판하지만 그 또한 맞다. 박정희가 원래 경제의 문외한이었듯 역사상 경제를 부흥시킨 대통령들이 꼭 경제전문가는 아니었다. 루스벨트나 레이건이 그랬다. 거꾸로 YS가 나라를 궁지에 빠뜨린 것은 경제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후보들의 공약이 얼마나 실천 가능한 로드맵을 동반했는지, 유능한 참모진을 두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더 강조할 것은 후보의 진정성과 투명성이다. 국민들의 희망대로 경제에 몰입할 수 있는 참된 의지력과 금권과 결탁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신념을 지녔는지 검증받아야 한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 시대로 접어들었다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은 몹시 피폐해졌다.2만달러는 평균 통계치가 보여주는 왜곡이다. 성장은 강조되어야 마땅하지만 양극화의 비극은 다음 정권에서는 반드시 치유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진정한 경제대통령이 등장해서 경제 살리기에 대한 염원과 갈증을 해소해 주리라고 기대해도 좋을까? 손성진 경제부장 sonsj@seoul.co.kr
  • 현진영과 손잡고 돌아왔다… ‘정재욱표 부드러운 발라드’

    현진영과 손잡고 돌아왔다… ‘정재욱표 부드러운 발라드’

    발라드의 계절 가을.‘잘가요’‘가만히 눈을 감고’ 등으로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 가수 정재욱(31)이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낸 싱글 앨범의 타이틀곡은 간결하고 담백한 후렴구가 인상적인 ‘그만하자’. “기존의 내지르는 창법을 바꿔서 목소리에 최대한 힘을 빼고 절제해서 ‘살살’ 불렀어요. 이전보다 폭넓고 부드러운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가수의 꿈을 품고 대구에서 무작정 상경한 지 올해로 10년째. 그간 몇곡의 히트곡도 있었지만, 그의 가수생활은 험난하기만 했다. “연습생 시절 사이비 매니저에게 사기 당하고, 갈월동 쪽방에서 하루 10시간씩 연습한 음반 타이틀곡은 다른 가수에게 넘어가고, 어렵게 히트한 앨범의 수익금은 회사 대표가 횡령해 구속되는 불운의 연속이었죠. 강산이 한번 변하는 세월만큼 고생하다보니 이젠 어떤 상황이든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오랜 공백을 깨고 올초 재즈힙합 ‘소리쳐봐’로 재기에 성공한 현진영이 프로듀서를 맡았다는 점이다. 정통 발라드와 힙합가수의 만남이라는 자체가 이채롭다. “이번에 현진영씨와 같은 소속사 식구가 됐는데, 진영이형 나름의 깊이가 느껴지는 의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도 잘 끄집어내 주셨고. 서로의 음악적 장단점을 잘 절충한 앨범 같아요.” 조성모의 노래 선생님으로도 유명한 정재욱의 매력은 무엇보다 한국적 발라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색을 지녔다는 데 있다. “목소리도 외모도 밋밋한 게 장점이자 단점이죠. 그동안 주로 슬픈 느낌의 메이저 발라드 곡들을 자주 불러왔는데, 결혼식장에서 축가로 ‘사랑의 서약’을 부르거나 곡에 아무리 발랄한 가사를 붙여봐도 제가 하면 왠지 모르게 구슬프게 들린데요.” 그동안 이름보다 노래가 더 유명한 가수 1순위에 꼽혔지만, 앞으로는 각종 TV 쇼, 음악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라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처음으로 싱글 앨범도 냈고, 새로운 곳에서 둥지도 틀었으니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해야죠. 저도 이번엔 ‘얼굴없는 가수’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현장 행정] 구로구 ‘가리봉동 개명작업’

    [현장 행정] 구로구 ‘가리봉동 개명작업’

    구로공단역, 공단로에 이어 가리봉동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구로구의 공단 잔재 털어내기 행보의 하나이다. 디지털단지 조성과 대규모 재개발 사업에 이어 ‘공돌이’,‘공순이’,‘쪽방촌’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가리봉동의 명칭 변경 작업이 한창이다. 구로구는 5일 과거 구로공단의 회색 이미지와 낙후되고 영세한 가리봉동의 지역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가리봉동의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민 의견을 수렴한 이후 구의회 지명위원회가 조례안을 만들어 의회를 통과하면 명칭 변경은 마무리된다. 구 관계자는 “가리봉동이라는 이름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어 함부로 없앨 수는 없지만, 가리봉동이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디지털단지를 지원하는 첨단 배후도시로 바뀌는 데다 명칭 변경을 바라는 주민들도 많아 명칭 변경 절차를 밟게 됐다.”고 말했다. 가리봉동의 유래는 ‘가리’에서 찾고 있다. 가리는 갈라졌다는 뜻으로 구로구의 전체 땅 모양이 바짓가랑이처럼 갈라져 있는 것과 연관된 이름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손꼽히는 가리봉동은 그동안 ‘쪽방촌’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지역간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2003년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개발 청사진이 그려졌다. 사업시행자인 주택공사가 현재 세부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기존 가리봉동은 전면 철거된다. 개발이 완료되면 29만㎡ 규모에 호텔과 컨벤션센터, 연구개발(R&D)센터, 주상복합시설 등이 들어서 인근 디지털단지를 지원하는 배후도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구는 16일까지 공모전 홈페이지(www.planin.kr)와 우편으로 가리봉동의 새 이름을 공모하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 호감이 가며, 가리봉동의 인문·사회·문화적 환경 등이 반영되는 이름을 추천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공단로(구로3동 디지털단지 일대)도 ‘디지털단지로’로 명칭이 변경됐다. 공단로는 구로공단의 형성과 함께 붙여진 이름이다.1967년 수출산업공업단지로 출발해 얻은 구로공단이라는 이름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첨단 디지털단지로 변신을 추진해온 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는 2000년에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명칭이 바뀌었다.2004년에는 지하철역(1호선)의 이름도 ‘구로공단역’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바꿨다. 공단에서 디지털단지로 변한 이곳은 현재 첨단 기업 7000여개가 입주해 대한민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려지고 있다. 구는 디지털단지로의 명칭 변경을 기념해 다음달 ‘구로문화축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축하행사를 연다. 구 관계자는 “주민 대부분이 가리봉동의 명칭 변경을 희망하고 있어 조사 대상 주민의 3분의2가 찬성해야 하는 변경 절차를 통과하는 데에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구로구의 명칭 변경 -2000년 12월 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명칭 변경 -2004년 4월 지하철 역명 변경(구로공단역→구로디지털단지역) -2007년 7월 공단로가 ‘디지털단지로’로 개명 -2007년 9월 가리봉동 개명 추진
  • 파주 운정신도시 물순환시스템 ‘블루 네트워크’

    파주 운정신도시 물순환시스템 ‘블루 네트워크’

    총연장 8.8㎞의 8개 실개천이 20만㎡의 인공호수로 거미줄처럼 흐르면서 인공폭포·음악분수와 어우러져 신도시의 환상적 경관을 연출한다. 파주 운정신도시에 도입되는 ‘다목적 물순환시스템’의 미래다. 주택공사와 파주시는 4일 ‘최첨단·고품격 신도시’를 목표로 조성 중인 파주 운정택지개발 1·2지구에 1200억여원을 들여 물순환시스템을 도입, 친수공간 ‘블루 네크워크’(Blue Network)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임진강 원수 가둬 인공호수 조성 운정지구의 물순환시스템은 단지 남쪽방향에서 북쪽 방향으로 흐르는 소리천(연장 4㎞)의 오수를 상류 20㎞에서 유입되는 파평면 율곡리 농어촌공사취수장의 임진강 원수로 대체, 수중보로 가둬 순환취수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취수장에서 취수하는 하루 5만 8000㎥와 임진강원수의 하루 유입량 6000㎥를 합친 6만 4000㎥의 물은 단지내 3곳에 설치되는 연못 지하수로를 통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압송되고, 다시 연못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유하돼 단지 곳곳을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누비는 8개의 실개천을 이룬다. 실개천의 총 면적은 4만 5000여㎡에 이른다. 실개천 물은 기존 와동저수지를 넓혀 조성될 20만 1000㎡의 인공호수로 모여든다. 인공호수는 우수저류지를 겸해 홍수에 대비한 수해방지 기능을 한다. 또 실개천들과 더불어 주민들의 여가·휴게공간으로 활용된다. 수변공간에는 인공폭포와 음악분수·경경관조명이 설치된다. 보행교가 5곳에 설치되고 호수와 실개천 주변 경관을 바라보는 관찰데크 등도 곳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유람용 선박 운행도 구상중 소리천의 폭은 현재 20m에서 40∼70m로 넓혀진다. 파주신도시개발본부는 소리천에 유럽형 무동력 유람용 선박을 띄우는 방안까지도 구상 중이다. 주택공사는 이 물순환시스템 조성을 위한 턴키공사 발주공고를 지난달 14일 낸 데 이어 21일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현장설명회엔 GS건설·SK건설·삼성중공업 등을 포함한 국내 유수 환경토목 설계·시공회사 31개 업체가 대거 참여했다. 물을 주제로 기존 신도시와 차별화된 ‘저공해 첨단신도시’를 지향하는 대형 신도시 공사의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택공사는 오는 11월까지 기본설계를 제출받아 오는 12월20일 실시설계 적격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첨단도시 면모도 갖춰 첨단신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물순환시스템과 함께 도시 전체를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이어 교통·환경·의료·금융·방범·교육 등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유비쿼터스 센터’도 설치된다. 운정 1·2지구는 총면적이 954만 9000㎡규모. 오는 2009년 9월부터 2012년까지 4만 6000가구,12만 4000여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인권·환경 강조… 세금 많이 거둬 복지강화

    [정책선거 원년으로] 인권·환경 강조… 세금 많이 거둬 복지강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민주노동당 경선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권영길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지만, 노회찬·심상정 후보의 ‘대선후보 교체론’도 만만치 않다. 진보정당의 세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 비전을 점검해 본다. 1. 3인3색 정책 공약 ‘크고 강력한 정부, 사회 소수자에 대한 관심.’ 민주노동당 대선 경선의 권영길·노회찬·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큰 틀에서 전통적 좌파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를 강화하고,‘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가해 ‘시장실패’를 극복하겠다고 밝힌다. 부동산 투기 근절,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교육 3불(不)정책 유지 등의 공약에서 이런 기조가 드러난다. 인권·환경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서 보수 진영과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에 한목소리를 낸다. ●권영길 후보는 권 후보 공약의 초점은 ‘통일’이다. 남북 긴장관계가 완화된 상황에서 통일의 물꼬를 트는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권 후보의 통일공약인 ‘코리아 연방공화국’ 정책은 3단계로 구성된다.2009년까지 ‘통일국가 준비기’를 거쳐 2010년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출범하고 2012년까지 이행기를 거쳐 2013년 통일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권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10대 의제’를 제안하고 있다. 통일을 국시로 명문화하는 ‘통일헌법’ 제정,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군축과 동북아 협력안보체제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권 후보는 남북정상 핫라인 구축,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3단계 남북관계 공동조치’를 제안했다. ●노회찬 후보는 노 후보는 ‘복지 카드’에 방점을 찍는다. 일자리, 교육, 의료, 주택문제만큼은 모두가 평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4대 기본권 국가완전책임제’가 핵심이다. 노 후보 측은 “복지는 오롯이 국가의 책임”이라며 “4대기본권 보장을 위해서 사적 소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가계부 혁명’ 공약이 눈길을 끈다. 출산, 보육, 노인수발 등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공공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공공복지서비스’ 공약이나, 파트타이머와 장기실업자를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실업부조 제도도 주요 공약이다. 복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유세·사회복지세 등의 세금을 부유층으로부터 걷는 방안도 제시한다. ●심상정 후보는 심 후보는 ‘서민경제’에 초점을 맞춘다. 국내 서민경제, 한반도 평화경제, 동아시아 호혜경제에 집중한다는 ‘세 박자 경제론’이 기본 틀이다. 그중에서 ‘세 박자 주택정책’,‘서민금융 세 박자 방안’ 등 생활에 밀접한 주택·서민금융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다. 임대소득 비과세 특혜를 폐지하고 무주택세대주에게 아파트 분양 청약자격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쪽방·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주거빈곤층을 지원하는 ‘지하방 탈출 사다리 정책’도 눈에 띈다. 고금리 사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해 서민은행 설립, 서민금융기금 모금, 서민의무대출법(금융기관이 총자산의 일정액을 저소득 서민 지원에 사용하는 제도) 제정을 주장한다. ●“공감대 확보 미흡” 전문가들은 후보 3인의 공약에 대해 “추상적 구호에 그치는 공약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태호 전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증세를 할 때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가 제시되지 않으면 조세저항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원은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조건 정규직화를 주장할 게 아니라 ‘비정규직의 결함’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이 유연화된 상황에서 부자들을 향해 무조건 증세를 외치기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지에 초점을 맞춰 사회보험체계나 인적자본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 눈길끄는 생활밀착 공약 바야흐로 ‘쩨쩨한 공약’의 시대다. 국가와 민족을 운운하는 거대담론보다 아이디어 톡톡 튀는 생활밀착형 공약이 더 환영받는 탓이다.‘생활 속의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들의 공약, 어떤 게 있을까. ●친환경 ‘산소 적립카드’ 권영길 후보는 바이오디젤 연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산소카드 발급제’를 약속했다. 산소카드란 화물운송 노동자들을 위한 것으로,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에 따라 캐시백이 쌓인다. 이렇게 적립된 캐시백은 고속도로 통행카드를 살 때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한다는 방안이다. 바이오디젤을 독립적인 수송에너지로 법제화하고, 경유와 바이오디젤의 혼합 비율을 현행 0.5%에서 1%로 높이는 등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성간 결혼도 가능? 노회찬 후보는 ‘성 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우리나라에서 동성간 결혼도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노 후보 측은 “성 소수자도 사랑하는 사람과 살 권리가 있고 다른 가족처럼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방송인 홍석천씨 등 성 소수자와 자주 만나며 자연스레 체득한 공약”이라고 밝혔다. 노 후보는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성전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공약도 내놓았다. ●“날씬한 여성만 미인이냐” 심상정 후보는 여성의류 생산업체가 모든 신체사이즈의 옷을 만들어 파는 것을 의무화하는 ‘빅사이즈 옷 제작 의무화’공약을 내세웠다.‘날씬해야 미인’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이로 인해 여성의 건강권이 침해받는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공약이다. 이를 어기는 업체에 대해서는 1억원 이상의 벌금이나 공장 폐쇄 등 강력한 처벌조항도 뒤따르게 된다. 심 후보 측은 “진보가 딱딱하고 무겁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3. 민노당의 과제는 ‘좋은 공약은 민노당에 다 있다.’는 평가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동시에 ‘그 공약, 실현될까?’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민노당이 공약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대중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더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공감대 형성해야 집권도 가능”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것은 민노당의 집권 가능성과도 연관이 있다. 서울신문이 지난 18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권영길 후보 0.8%, 노회찬 후보 0.4%의 지지율을 보였다. 민노당 법제실장을 지낸 김정진 변호사는 민노당의 비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설득의 문제”라며 “민노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증세도 우리나라 세금부담률이 높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데올로기·거창한 구호 벗어나야” 민노당의 과제는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납득시키는 데 있다. 하지만 자주파(NL)·평등파(PD) 등 정파 논쟁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념에 따른 정파간 이해관계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당내 최대 정파인 NL이 권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자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일제히 반발한 것은 전형적인 사례다. 민노당 당원인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진보정당이 아니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나 통일 문제 등에서 구태의연한 정파적 입장을 반복한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진 변호사는 “민노당이 삶과 직결된 문제보다는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집중해온 측면이 있다.”면서 “민노당이 학교급식운동,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지지기반을 넓혀온 것처럼 민생활동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용대 민노당 정책위의장은 “당이 언제나 거창한 구호만 내세운 건 아니다.”라며 “서민과 노동자가 당으로부터 혜택받을 수 있는 방안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노량진 고시생·외국인 무료 건강검진

    노량진 고시생·외국인 무료 건강검진

    “평소 운동 안 하시죠. 복부 비만에 근육량도 정상보다 부족한데요. 공부도 좋지만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는데요.”(간호사) “시간도 없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보니 소홀했어요. 틈나는 대로 운동할게요”(고시생) 지난 3일 오후 3시 노량진1동 삼익아파트 앞. 노량진 학원가 고시생들을 위한 건강검진이 한창이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20대가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체지방 분석 코너는 20m가량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였다. 동작구가 사실상 ‘건강 사각지대’에 놓인 고시생과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200여명의 고시생들이 이날 결핵과 B형간염, 체성분 분석, 금연 상담을 받았다. 검사 결과, 정밀 검사가 필요한 고시생의 경우 보건소에 의뢰해 치료해줄 계획이다. 또 더 많은 고시생들에게 건강검진의 혜택을 주기 위해 노량진 일대의 학원 153곳에 안내문을 보냈다. 김용혜 질병관리팀장은 “지방에서 올라와 쪽방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고시생들이 많다.”면서 “이들은 건강관리에 소홀해 전염병 감염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외국인에게도 무료 건강검진 혜택이 주어진다. 희망 외국인은 오는 12월까지 보건소(820-9477∼8)를 찾으면 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슬럼. 짧게는 ‘도시의 빈민굴´, 길게는 ‘도시사회 병리현상의 하나로 빈민이 많거나 주택환경이 나쁜 지구´라 정의되는 곳. 경기 성남 건설에 ‘광주대단지 사건’(1971년)의 상흔은 왜 불가피했을까? 서울 신림동 난곡 주민들은 왜 ‘낙골(落骨)’이란 자조적인 별명을 지어 불렀을까? 88올림픽 유치와 동시에 상계동은 왜 철거됐고,2005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노숙인은 왜 격리수용돼야 했을까? 올해부터 추진되는 월 사용료 70만원짜리 ‘30평 임대주택’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2003년 이후 노숙인들을 기겁하게 만든 쪽방 월세의 상승 배경엔 정부의 영등포1가 철거정책이 있었다는 사실은 왜 뉴스조차 되지 못했을까? 화훼마을·구룡마을·포이마을·아래성뒤마을 등으로 대표되는 비닐하우스촌 사람들은 왜 주소 하나 부여받지 못해 ‘있어도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을까? 물음표투성이다. 한국에서 슬럼은 분명 정치적 현상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길이 없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정아 옮김, 돌베개 펴냄)는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도시의 빈곤화 현상을 진단한 책이다. 용도변경 주택, 야영 및 노숙, 난민수용소, 무허가 토지개척, 해적형 분양지, 슬럼 지주들의 셋집 등 세계 곳곳의 슬럼을 유형별로 분류했다. 각 나라가 처한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이 슬럼 형태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도 분석했다. 미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역사학 교수인 지은이는 전지구적 슬럼화 이면에 도사린,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정치’와 국경 안의 ‘국민국가 정치’의 상호공조를 폭로한다.1976∼1992년 사이에 19개 국제통화기금(IMF) 채무국에서 146건의 폭동이 일어났다는 지적이나, 국내 정치경제 엘리트들이 사회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은 슬럼화의 원인을 국경 안팎에서 동시에 찾는 지은이의 시각을 반영한다. 지은이의 지적은 한국 상황에 빗대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저자 또한 세계 슬럼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국에 각별히 주목한다.“가난한 주택소유자·세입자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적 진압이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이루어진 것은 단연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거나 “한 가톨릭 NGO는 남한이야말로 ‘강제퇴거가 가장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이루어지는 나라, 남아공보다 나을 것이 없는 나라’라고 했을 정도”라는 등의 서술은 한국의 슬럼화가 세계적인 수준임을 보여준다. 저자가 예견하는 슬럼화의 앞날은 가히 ‘묵시록적 미래’라 할 만하다.2030∼2040년이면 슬럼 인구가 20억에 육박하고,“경제적 지구화에 전지구적 공중보건 인프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파국이 닥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한다.“슬럼, 준슬럼, 슈퍼슬럼, 이것이 도시진화의 결과”라는 도시계획전문가 패트릭 게디스의 섬뜩한 말도 아예 책 첫 장에 인용했다. 2006년 연말 경남 함안에서 근무력증 독거 장애인 조모씨가 얼어 죽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단칸방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피하지 못해 꽁꽁 얼어버렸다는 소식에 평범한 장애인들은 ‘거리의 투사’가 됐다. 한국 철거민들이 왜 그토록 전투적인지도 저자의 지적 한 마디면 충분히 설명된다.“한 사람의 이데올로기적 관점은 그가 사는 주택의 위상에 따라 형성된다.” 슬럼화는 주거공간을 넘어 인간의 삶 전반을 파괴하고, 파괴된 삶 속엔 독기만 남는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딱지 노린 집 쪼개기 막겠습니다”

    “딱지 노린 집 쪼개기 막겠습니다”

    용산구의회가 개발 이익을 좇아 몰려드는 투기꾼을 몰아내는 데 발벗고 나섰다. 우선 박길준 의원 등 11명으로 ‘소규모 공동주택 건축허가에 대한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입주권 등 부동산 취득권리(일명 딱지)를 노리고 다세대주택을 무분별하게 신·증축하는 악성 투기를 막기 위해서다. 투기의 움직임은 최근 용산이 ‘서울의 블루칩’으로 부상하면서 감지됐다. 서울시가 초고층 빌딩(620m,150층) 건립을 허용한 데 이어 미군기지 이전과 용산민족공원 조성이 확정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투기 목적 지분쪼개기 지난해에만 5배 늘어 그러면서 투기 목적으로 다세대주택을 신축·매각하는 ‘지분쪼개기’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지난해 다세대주택의 가구수는 전년(196가구)에 비해 5배 많은 1067가구 증가했다. 구의회 등은 투기꾼의 발목을 잡기로 결정했다.1차로 건축법과 서울시 건축조례 등에 따라 개발예정지 주변의 다세대주택 건축허가를 제한했다. 제한 지역은 ▲보광·한남·이태원·동빙고동(109만 5800㎡) ▲후암·용문·이촌동·한남동 등 10개 지역(14만 1000㎡) ▲갈월·남영·용문·원효로·한강로3가·한남동(21만 1775㎡) ▲동자·후암·한강로1가·한강로3가(28만 5289㎡) ▲서계·청파1·3가·원효로1∼4동(51만 7057㎡) 등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묻지마 투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투기꾼들이 ‘용산구라면 무조건 잠재적 개발예정지’라고 소문을 퍼뜨리면서 건축허가가 제한되지 않은 지역을 골라 다세대주택을 신·증축해 나갔기 때문. 대부분 세대당 평균 전용면적이 40㎡(12평)에 못 미치는 ‘쪽방’이었다. 특히 용산2가동의 경우 민족공원이 조성되면 입주권과 대지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다세대 가구수가 155가구 늘어났다. ●15평 미만 신축은 건축허가 엄격히 제한하기로 2차 작전에 돌입했다. 세대당 전용면적이 50㎡(15평) 미만인 다세대주택(20세대 미만)의 경우 용산구 건축위원회 자문을 받아 건축허가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지난 3월9일 결정한 것이다. 더 이상 딱지를 노린 쪽방 만들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마침내 지난 4월17일 ‘소규모 공동주택 건축허가에 대한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건축허가 처리 실태를 조사했다. 건축계획서 등을 사전에 검토하고, 현장에 나가 계획서대로 건축물이 지어지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문제점을 미리 파악해 불합리한 건축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조사특별위원회는 형평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조사지역을 결정할 방침이다. 조사기간은 내년 4월17일까지이다. ■ 박길준 특위위원장 용산구의회 ‘소규모 공동주택 건축허가에 대한 조사특별위원회’의 박길준(61) 위원장은 “‘서울의 꽃’ 용산구를 투기꾼의 난개발에서 구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축한 다세대주택을 찾아가보니 부엌, 화장실조차 없이 베니어판으로 벽을 만들어 세대를 나누었더라고요. 방화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습니다.‘딱지’가 없다면 누가 그런 집을 평당 3000만원씩 주고 사겠습니까.” 이런 투기 행위가 결국 용산구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위원장은 “지분을 쪼개면서 집주인이 1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났다.”면서 “재개발·재건축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부터 구의원들이 자를 들고 건축 현장에 다니면서 설계도면대로 다세대주택을 짓는지 확인합니다. 문제점이 나타나면 과태료를 물리고,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겁니다. 깐깐한 용산구의원들 때문에 건축허가도, 준공도 받기 힘들다고 소문이 나면 투기꾼이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요?”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데스크시각] 총리님 역량을 보여주세요/임창용 공공정책부 차장

    한덕수 총리님. 취임하신 지 벌써 두 달이 되어 갑니다. 오시자마자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시며 민생현장을 챙기시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간부들이 바짝 긴장한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임기말 참여정부의 현안을 마무리할 ‘해결사’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요즘 기자실 문제로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한데 어찌된 일인지 총리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항상 현안에 바짝 다가가 해법을 모색해온 총리님이셨기에 궁금증이 생깁니다.‘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국정홍보처가 총리 직속기관이기도 하고요. 이 방안을 사이에 두고 대통령과 언론·정치권의 공방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쌓아오신 ‘해결사’로서의 총리님 역량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와 관련,‘현장’과 ‘담합’에 대해 한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총리님 판단에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까 해서입니다. 결국 이번 정부 방안이 “기자들이 (현장은 안 가고) 죽치고 앉아 담합한다.”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으니까요. 총리님도 오시자마자 공무원들에게 현장을 강조하셨지요. 책상머리에서 청사진이니, 기획이니 만들어내지 말고, 현장에 나가 보라고 말입니다. 쪽방촌, 생활지원센터, 환경미화원의 청소현장 등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그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공무원이 그러한데 하물며 기자는 어떻겠습니까.18년 전 입사 후 지금까지 가장 자주 듣는 단어가 바로 ‘현장’입니다. 기사에 현장이 담겨있지 않으면 데스크에게 그야말로 ‘박살’나지요. 대통령은 기자로서 기본중의 기본이랄 수 있는 자세를 제대로 꼬집어 준 것입니다. 한데 이번 안이 정말 현장을 중요시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기자를 오히려 현장에서 내몰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는지요. 새 방안은 각 부처에 설치돼 있는 브리핑룸과 송고실을 통합브리핑센터로 몰아넣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 만나는 절차를 엄격히 하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합니다. 총리실 기사를 담당하는 제게 가장 중요한 현장은 총리님과 주변 공무원들입니다. 정책을 쏟아내는 각 부처를 담당하는 기자에겐 장관과 주변 참모들이겠지요. 사건기자에게 가장 유용한 현장은 사건들이 취합되는 경찰서입니다. 공무원들의 입을 열게 하고, 감추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보아야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취재원에 가까운 곳이 곧 현장입니다. 취재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통합브리핑센터는 기자에게 현장이 될 수 없습니다. ‘담합’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요즘 송고실은 그야말로 삭막합니다. 기자들이 송고실 부스에 죽치고 않아 있는 듯하지만 실은 경쟁 언론사 기자의 발과 입에 눈과 귀를 항상 대고 있습니다. 소위 ‘물먹으면’ 깨지니까요. 안 듣는 척하면서도 귀동냥하고, 모르는 척 따로 취재해 쓰기도 하지요. 하지만 제 것은 보여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언제 한번쯤 시간 나실 때 출입기자 송고실이 있는 10층 복도에 슬쩍 와보셨으면 합니다. 출입기자가 송고실 밖 복도나 비상구를 서성거리며 통화하는 걸 쉽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취재 내용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사로 먹고사는 기자들의 눈치가 보통입니까. 단어 한마디만 들어도 무얼 취재하고 있는지 귀신같이 찾아냅니다. 혼자 썼다고 뿌듯한 마음으로 신문을 보는데, 다른 신문에 난 것을 보는 순간 맥이 탁 풀립니다. 담합은 서로 이익이 될 때 가능합니다. 요즘 같은 무한경쟁 환경에서 기자들간 기사 담합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전제가 잘못되었다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겠지요. 총리님의 합리적 판단과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겠습니다. 임창용 공공정책부 차장 sdragon@seoul.co.kr
  • [현장 행정] 양천구 무료세탁서비스

    [현장 행정] 양천구 무료세탁서비스

    독거노인 및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양천구가 시행하고 있는 ‘사랑의 빨래도우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달부터는 양천구 전 지역에서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수혜 노인과 장애인 수가 두 배로 늘었다. ●모든 서비스 3일이면 OK 23일 오전 11시 양천구 목3동 다세대주택의 쪽방. 부엌까지 합해야 3평 남짓한 현정숙(78)씨의 집을 빨래봉사원 박양숙(66·목2동)씨가 찾았다. 일주일에 두 번 찾는 박씨의 방문은 단순한 빨래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씨는 지난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한 이후 바깥 나들이는 물론 간단한 집안일조차 할 수 없는 처지. 박씨는 전구 갈기부터 방 청소까지 2시간 정도 일한다. 집은 작아도 집안일은 끝이 없는 법, 쉴 사이 없이 손과 몸을 움직이던 박씨가 대충 일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이불빨래를 챙기려는 순간 현씨가 막아선다. 박씨에게 빨랫감까지 안길 순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염치 없지 뭐. 아우 박씨가 더없이 고맙지만 신세만 지는 것 같아 늘 부끄러워….” 박씨처럼 양천구에서 어려운 이웃의 빨래를 도맡아 하는 자원봉사자는 모두 27명. 무료 세탁서비스는 자원봉사자가 거동이 불편한 가정을 방문해 세탁물을 수거하고 사회복지관내 세탁기를 이용해 빨래를 한 후 가정으로 배달해 주는 사업이다. 수거에서 배달까지는 늦어도 3일 정도 걸린다. 무료에 원스톱인 만큼 웬만한 세탁소 서비스는 저리가라다. ●이용자의 90%가 독거노인 현재 250여명이 무료 세탁서비스의 혜택을 받고 있다. 양천구는 그동안 3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해 오던 ‘무료세탁 서비스’를 신목동과 신월동까지 5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덕분에 한 달 전 120명이던 이용자 수는 무려 두배로 불어났다. 무료세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저소득층부터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까지 다양하지만 독거노인들의 이용률이 90%를 넘는다. 양천구는 빨래 서비스에 밑반찬 제공과 말벗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계해 서비스의 질을 높여 간다는 방침이다. 또 장애인 단체 등과 연계해 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폭도 점차 늘려 가기로 했다. 양천구 주민생활지원과 조민주 주임은 “반응이 좋은 만큼 무료세탁사업 대상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나 위생적이고 건강한 환경 속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묵묵히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목동종합사회복지관 황성운 과장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드릴 수 있는 혜택이 너무 약소하다.”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봉사를 위해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몸 데고 맘 데고 다시 쪽방 갇힌 삶

    몸 데고 맘 데고 다시 쪽방 갇힌 삶

    “더 이상 몸 누일 방 한 칸 없어 쫓겨 다니지 말고, 편히 쉬세요….” 25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남대문경찰서 뒤 ‘쪽방촌’. 화재로 시커멓게 그슬린 건물 맞은편 담장 아래에는 조촐한 빈소가 차려졌다. 이틀 전 화재로 숨진 이모(49)씨의 길거리 추모식. 거리에서 살다간 그는 죽어서도 거리에 남았다. 얼굴 없는 영정 사진 앞에 국화 몇 송이만 놓였고, 난데없는 봄바람에 향불도 붙지 않았다. 빈소는 초라했고, 분향소 앞에 모인 사람들도 더 없이 가난했다. ●1평 남짓한 쪽방촌엔 750명의 고단한 삶이 오랜 노숙자 생활을 했던 노숙인당사자모임 한울타리회 대표 송주상(35)씨는 “살아보겠다고…,1평도 안 되는 방에서 죽지 않겠다며 발버둥친 사람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냐.”며 울부짖었다. 이씨가 화재로 숨진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동 614번지 4층짜리 건물. 이 건물 3층에는 미처 챙기지 못한 신발과 옷가지들이 검은 재로 바스라졌고, 탈출 과정에서 뜯어낸 철창살만 창틀에 매달려 대롱거렸다. 화재 당시 잠을 자던 11명 중 1명은 숨졌고, 5명은 병원 치료중이며, 5명은 회현동사무소의 주선으로 인근 쪽방으로 거쳐를 옮겼다. 불구덩이 쪽방에서 살아나온 이들은 다시 쪽방으로 들어갔고, 화재 건물 1·2층 사람들 또한 하루 방값 7000원을 내며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화마(火魔)로 상처를 입었지만 이들의 삶은 쪽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쪽방에 갇힌 삶’이었다. 중구청에 따르면 쪽방촌에는 700가구 75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중구청은 화재 피해자들을 ‘긴급복지 대상자’로 지정, 최장 2개월까지 월 26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적십자사에서 제공한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생존자 몇몇이 잿더미에서 건진 가재 도구들을 날랐다. 창문을 통해 탈출한 이모(55)씨는 “공기도 안 통하고 빛도 안 들어오는 곳이지만, 방안에서 잔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며 불탄 방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추모(52)씨는 골목길에 쪼그려 앉아 한숨 섞인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부터 거리를 떠돌다 이곳에 와 3년을 살았다.”면서 “팬티 한 장 빼고는 모두 다 타버렸다. 며칠 동안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통해 했다. 노후화된 건물, 다닥다닥 붙은 건물구조, 부엌 한 칸 없어 방에서 밥을 지어먹어야 하는 현실 등 쪽방촌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노숙인복지와 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화재 사고로 사람이 죽어야 쪽방 문제가 잠시 이슈화되지만 화재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1평이 채 안 돼 발도 제대로 못 뻗는 공간, 사방이 꽉 막혀 원천적으로 차단된 빛과 공기, 여름이면 방이 있어도 노숙을 자청할 만큼 더운 실내온도 등 주거환경 전반이 더할 수 없이 열악하다. 화재 건물에서 2년 동안 살았다는 50대 남성은 “옆방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바로 전염된다.”며 밀집 공간의 비위생성을 지적했다. ●화재·전염병 위험에 노출 김윤이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쪽방의 입지 조건이 좋으니까 도시 개발 과정에서 항상 철거 위협에 놓여 있다.”면서 화재 건물 뒤편 쪽방촌을 헐고 들어서는 고층 빌딩들을 예로 들었다. 이동현 활동가는 “화재 대책을 넘어 쪽방 거주민 및 노숙인 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식을 마친 직후 빈소 앞을 지키던 쪽방 주민들과 건물 임대 업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임대 업자들은 “죽은 사람 쳐다보는 거 불쾌하다. 담장에 빨래 널어야 하니까 빈소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송주상씨는 “아저씨들을 상대로 돈을 벌면서 너무한 것 아니냐. 우리도 사람이다.”라고 소리쳤다. 송씨의 말은 너무도 절절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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