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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수정의 시시콜콜]‘노룩(No Look) 월급’

    [황수정의 시시콜콜]‘노룩(No Look) 월급’

    우등생의 조건 세 가지가 있다.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학원가에서는 한물 간 우스개이지만 현실에서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유효할 ‘진실’이다. 이 우스개를 일인칭 여성 관점으로 한번 바꿔 보자. (시)아버지의 재력, 남편의 무관심, 나의 정보력. (시)아버지가 받쳐주는 경제력이 짱짱하고, 생활비를 어떻게 쓰든 남편은 간섭하지 않으며, 돈과 시간이 넘쳐 ‘웰빙’의 방편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릴 능력까지. 이쯤되면 “아름다운 인생”을 연발할까. 우등생의 3대 조건은 사교육 시장에만 대입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앞세워 점잖은 척 물타기했을 뿐 모든 서민들의 일인칭 시점의 로망이다. 내친김에 한 가지만 더. 일 안하고도 따박따박 월급 받기!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난데없이 인터넷 검색어에 올랐다. 한국당의 침몰 속에 한동안 근황을 들을 수 없던 그다. 김 의원의 맏딸은 시아버지의 자회사에서 5년여간 3억 9000여 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평범한 가정주부가 남편이 대표인 회사에 이름만 걸어 알토란 같은 월급을 챙겼으니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이러니 ‘노룩(No Look) 월급’이라는 신조어가 돈다. 지난해 공항 입국장에서 수행비서를 쳐다보지도 않고 여행가방을 한 손으로 휙 밀어 ‘노룩 패스’로 구설에 올랐던 김 의원을 빗댄 우스개다.인터넷 공간의 분노는 들끓는다. 아이를 키우며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초읽기 전쟁을 벌이는 직장맘들은 부화가 치민다. 김 의원의 해명은 성난 여론에 불을 붙였다. 네티즌들은 “명백히 불법 취업인데, ‘딸의 시댁에서 일어난 일이라 답변할 게 없다’는 말이 책임있는 정치인이 할 소리냐”며 성토한다.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경단녀’(경력단절여성)들의 심기야말로 불편하기 짝이 없다. 최근 경단녀들의 집단 울분에 뇌관을 건드린 주인공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딸이다. 박 회장의 딸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가 경영 경험이 전무한 전업주부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입사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경단녀들의 어깻죽지를 꺾었다. 재벌 아버지의 해명은 설상가상. “오랫동안 쉬어 인생공부가 필요했다. 예쁘게 지켜봐 달라” 잠시만 쉬어도 직장 복귀가 원천불가한 경단녀들에게 재벌 아버지의 넘치는 딸 사랑을 곱게 봐줄 아량이 있을까. 주 52시간 단축 근무, 최저임금 몇 백원에 누군가는 생계가 걸렸다고 아우성들이다. 가마솥 더위에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자. 그러니 고위 공직자나 재벌들은 다른 건 몰라도 ‘사과의 기술’만은 미리미리 습득했으면 한다. 아들딸한테 해줄 게 너무 많은 실력자 아버지라면 더 열심히, 국민 정신건강을 위해.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트럼프 이번에도 ‘先공격 後협상’ 전략 구사… 김현종 “트럼프 8년 집권 예상… 리스크 상존”

    트럼프 이번에도 ‘先공격 後협상’ 전략 구사… 김현종 “트럼프 8년 집권 예상… 리스크 상존”

    컵라면·햄버거 먹으며 총력전 세탁기 등 구제 노력 계속할 방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철강 관세 협상 일괄 타결은 도널드 트럼프식 협상 전략의 진수를 보여 줬다는 평이다. 이번 협상이 끝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선(先)공격 후(後)협상’ 전략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방식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수입 규제에 이어 철강 관세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FTA 협상에서 미국의 최대 관심 사항인 자동차 시장 양보를 얻어 냈기 때문이다.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협상 관련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농축산물 추가 개방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했다”면서 “지난해 협상 출발선부터 입장 차가 컸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약 20개가 넘는 대미 철강 수출국 입장에서 볼 때 여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관세가 25% 또는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계속 남아 있으면 쪽박 차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본부장은 한 달 가까이 미국에 머물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고위 정부 관계자와 정치권·재계 인사들을 만나 마라톤 협상을 이어 갔다. 이와 관련,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본부장이 당초 1주일간 머무를 계획이었으나 회담이 순탄치 않자 협상팀과 함께 4주간 호텔방을 전전하며 햄버거와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전했다. 정부는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나 태양광 모듈 등에 대한 통상압박에 대해서도 구제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세계무역기구(WTO)는 다자 조약이므로 우리의 의무와 권한을 계속 행사할 것”이라며 “소송보다도 협상을 통해 결과를 내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미 측이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 편에 서 달라는 요구가 없었냐’는 질문에는 “그런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과는 급한 이슈들에 많이 진전을 이뤄서 다음 절차는 중국과의 관계를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지난주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이 있었고, 다음주 신통상정책 발표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중국과 도시 대 도시 차원에서 FTA를 체결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이번 협상 타결로 미국발 통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8년 동안 백악관에 있을 것 같은데 그동안 계속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전략에 정부가 앞으로는 가만히 앉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무역전쟁 전략을 충분히 숙지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미리 읽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는 통상당국이 미 정책 입안자들과 아웃리치(접촉)를 강화해 수입 규제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퍼블릭 IN 블로그] 또 꺼낸 코스닥 활성화 대책… “건수 늘리기” 또 비판받는 금융위

    [퍼블릭 IN 블로그] 또 꺼낸 코스닥 활성화 대책… “건수 늘리기” 또 비판받는 금융위

    시계를 5년 전으로 돌려보자. ‘창조경제’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임기 첫해 코스닥 정책을 내놨다. 상장 문턱을 낮춰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돕는 게 핵심이었다.# “코스닥시장委 분리” “상장 쉽게”… 5년전과 닮은꼴 코스닥시장위원회가 한국거래소 이사회의 간섭에서 벗어나 상장, 공시 등의 결정을 독자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그 무렵이다. ‘독자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상장을 ‘쉽게’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윽고 2013년 7월 금융위원회는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거래소 이사회에서 분리해 독립기구로 설치하는 방안을 발표한다. 그러면서 위원회를 “코스닥시장 운영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라고 못박았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2014~2015년 사이에는 아예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거래소에서 완전 분리하거나, 거래소의 자회사로 만드는 방안이 검토됐을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실제 2015년 6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코스닥 자회사를 부산에 설립하겠다”고 밝히면서 코스닥시장 강화를 위한 ‘분리론’에 불을 붙였다. ‘혁신성장’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도 전 정부의 정책을 쏙 빼닮았다. 지난 1월 금융위의 발표문에는 ‘코스닥 상장요건 전면 개편’, ‘코스닥 시장 독립성 제고’라는 익숙한 표현이 등장한다.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상 강화와 위원장 분리 선출 방안도 빠지지 않았다. 기업 상장과 상장 폐지 심사 권한은 코스닥위원회로 넘어갔고, 예산에 대한 심의·의결권도 민간 인사가 차지한 코스닥위원장이 갖게 된다. 업계에서 “코스닥 운영이 민간에 넘어갔다”, “코스닥 시장 분리 수순”이라는 말이 떠도는 이유다. # “상장 대상 늘 것”… 질보다 양적 성장에만 초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금융위 관계자는 “상장 요건 개편에 따라 잠재적 상장 대상이 종전 4454개사에서 7246개사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여전히 코스닥 시장에서 중요한 건 질보단 양이라는 뜻이다. 우려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코스닥시장위원회의 독립은 사실상 한국거래소가 통합 출범한 2005년 1월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코스닥이 유가증권시장과 통합하면서 진입 기준이 엄격해진 탓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회수가 어려워졌지만, 그 전에는 벤처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이 멈출 줄을 몰랐다. # 체질개선 빠진 정책… IT버블 재현 땐 개미만 쪽박 많은 기업이 모험 자본을 맛보는 사이 망한 기업도, 쪽박을 찬 개미들도 많았다. 그 극단적 사례가 2000년대 초반 IT버블 사태다. 실제 1996년 7월 코스닥 시장이 출범한 이후 상장된 1978개사 중 718개사가 상장 폐지된 가운데 718개사 중 567개사는 1996~2003년 사이 상장된 기업이다. “상장 건수 늘리기에 맞춰진 정책은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투자위험의 부담을 최종적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2013년 금융위를 향했던 이 비판은 2018년에도 유효하다. 투자자 보호, 시장의 체질 개선보다는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금융위의 정책이 유독 정권 초 반복될 때마다 ‘재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로또 당첨자들은 행복할까…대다수가 대박이 쪽박으로

    [특파원 생생 리포트] 로또 당첨자들은 행복할까…대다수가 대박이 쪽박으로

    ‘로또가 과연 인생 역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우리는 항상 돈벼락인 로또 당첨을 꿈꾼다. 또 ‘로또 당첨=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지금의 궁핍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매우 ‘행복’해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매주 서너 명씩 나오는 로또 당첨자들의 소식에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에 부푼다. 벼락에 맞을 확률(70만분의1)보다 더 어렵다는 로또 당첨 확률(814만분의1)을 뚫은 사람은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답은 제각각 다르지만, 대부분은 ‘노’(NO)라는 답을 얻는다. 최근 미국 뉴욕대 로스쿨 조사에 따르면 복권 1등 당첨자의 파산 확률은 3분의1에 이른다. UC버클리의 심리학자 캐머런 앤더슨 교수는 “갑자기 불어난 재산으로 인한 행복감이 고작 9개월”이라면서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영원히 행복을 누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거액 복권 당첨자들의 삶을 추적한 ‘공짜 돈’(Money for Nothing)의 저자인 에드워드 어겔은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후 이전보다 더 행복하게 산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뜻하지 않은 대박이 결국 인생 쪽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1월 9일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한 여성이 역대 파워볼 기록 가운데 두 번째, 미국 복권 사상 일곱 번째로 많은 금액인 5억 5900만 달러(약 5950억원)에 당첨됐다. 하지만 이 여성은 익명성을 요구하며 당첨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복권 당첨의 흑역사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즉석 복권인 파워볼을 긁는 게 취미인 시카고의 우루즈 칸에게 10년여 만인 2012년 6월 100만 달러(약 10억원)의 행운이 찾아왔다. 하지만 칸은 당첨금을 일시금으로 찾아온 지 한 달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청산가리 중독사였다. 경찰은 끝내 범인을 잡지 못했고 그의 재산은 아내와 딸에게 돌아갔다. 2006년 1700만 달러(약 181억원)짜리 파워볼에 당첨된 에이브러햄 셰익스피어는 3년 뒤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셰익스피어에게 접근한 여성 도리스 무어에게 암살당한 것이다. 2002년 3억 1500만 달러(약 3556억원) 파워볼에 당첨된 웨스트버지니아의 잭 휘태커는 4년 만에 모든 재산을 날리고 파산을 선언했다. 경제적 파산뿐 아니라 그의 가정도 산산조각 났다. 그는 이혼했고, 외손녀와 딸은 마약 남용으로 세상을 떴다. 2016년 자신의 남은 재산이었던 집 한 채마저 화재로 타버리면서 빈털터리가 됐다. 휘태커는 “전처는 ‘차라리 그 복권을 찢어 버렸어야 했다’고 말하곤 했다”며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파워볼 당첨 복권을 태워 버릴 것”이라고 절규했다. 1985년 390만 달러(약 415억원)에 당첨되고서 몇 개월 뒤 다시 같은 복권 게임에서 140만 달러(약 149억원)에 당첨되는 등 평생 한 번도 오기 어려운 행운을 두 번이나 거머쥔 에블린 베이쇼어는 놀음으로 2000년 재산을 탕진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내 돈을 원했고 내게 손을 벌렸다”면서 “결국 무일푼이 되고서야 ‘돈’에서 해방됐다”고 고백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여상규 “웃기고 있네” 발언에 손혜원 “당신은 웃깁니까?”

    여상규 “웃기고 있네” 발언에 손혜원 “당신은 웃깁니까?”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일침을 가했다.손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은 웃깁니까? 우리는 피눈물이 납니다”라는 글과 함께 여 의원의 기사를 링크했다. 이후 2시간 후 손 의원은 여 의원을 비판한 한 교수의 글을 공유하며 “깨진 쪽박은 어디서나 새기 마련이다”라는 여 의원을 언급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판사로 재직했던 여 의원이 1981년 석달윤 씨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석씨는 간첩 조작 사건의 고문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석씨의 아들은 방송에서 “남자 성기에 볼펜 심지를 끼우는 고문이라든가 양쪽 종아리 무릎 뒤에 각목을 끼워 매달아 놓는다든가 했다”며 “검사 앞에 얘기하면 되겠지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검사가 공소사실을 내리치면서 다시 데려가서 다시 해오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씨는 18년형을 살고 1998년 가석방됐다. 2014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여 의원은 당시 씨의 1심을 맡았던 판사였다. 여 의원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 통화에서 “당시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는데 책임을 느끼지 못하냐”는 질문에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이 정말”이라고 말했다. 방송 직후 여 의원의 발언은 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퍼졌고, 이날 온종일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는 여 의원의 이름이 올랐다. 일부 네티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 의원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밀양 참사를 정쟁 대상으로 삼는 정치권

    동냥을 못 주겠으면 쪽박이라도 깨지 말아야 한다. 밀양 참사 수습에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을 정치권이 또 네 탓 공방이다. 하루 아침에 38명의 생명이 날벼락을 맞아 온 나라가 혼비백산이다. 이 와중에 기회를 놓칠세라 야당은 정부와 여당 공격에 날 새는 줄 모른다. 밀양 참사 현장에서는 맹추위 속에 장례식장조차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슬퍼할 시간도 없을 판에 한가하게 정치 공방이라니. 신물이 올라 온다. 자유한국당은 밀양 참사 당일부터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청와대와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 정부는 정치 보복만 하고 있다”며 이낙연 국무총리가 사퇴하라고 공격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현송월 뒤치다꺼리하느라 국민 생명을 못 지켰다”고 아예 색깔론을 덧입혔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옛말이 있다. 잇따른 대형 참사를 빌미 삼아 현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싶은 야당의 계산이 빤하다. 그 계산이 얕아도 너무 얕으니 여론은 부글부글 끓는다. 그런 한심한 정쟁 시비나 걸 거면 사고현장에 뭣 하러 내려갔는가, 국민 수준을 대체 뭘로 보느냐는 등 원색적인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의 대처 수준도 딱하지만 여당이라고 크게 나을 것도 없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참사 현장에서 “이곳의 행정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느냐”며 홍 대표에게 시비를 걸었다. 국민 눈에는 그저 개긴도긴의 수준이다. 한 달 만에 대형 참사를 또 겪은 국민 심정을 이해한다면 이유 불문하고 이런 급수 낮은 공방은 있을 수 없다. 네 탓 입씨름할 시간이 있거든 이 같은 참사가 없도록 한시라도 빨리 제도 정비에 신경을 쏟으라. 사고가 날 때마다 지난 정권 탓이네 현 정권의 무능이네 하는 삿대질이 누구한테 무슨 도움이 되는가. 지난달 제천 화재 때도 여야는 무의미한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소방관 몇 명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정치권은 시끄럽게 입만 놀리다가 결국 뒤로 빠졌다. 정작 재난의 근본 책임은 안전 관련 법 개정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방치하는 정치권에 있다. “국민 화병 유발자” 소리를 듣고 싶지 않거든 한국당은 속 보이는 정쟁 시비를 더 걸지 말라. 현 정부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국정 전략으로 정했다. 제1 야당의 책무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민생 안전을 지킬 실천의지가 과연 있는지 국회 안에서 감시하고 자극하고 채찍질하는 일이다.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유비 “장남 유선에게만 상속” 유언했다면…남은 두 아들 ‘쪽박 ’ 차나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유비 “장남 유선에게만 상속” 유언했다면…남은 두 아들 ‘쪽박 ’ 차나

    221년 7월, 유비는 공명의 만류에도 관우의 복수를 위해 75만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로 진격한다. 유비는 관우의 아들 관평과 장비의 아들 장포를 선봉으로 연전연승을 거듭해 오나라를 불안에 떨게 한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혜성처럼 나타난 오나라의 지략가 육손에 대패해 백제성으로 피신한다. 유비는 그 충격으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다. 결국, 223년 4월 삼국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관우와 장비의 곁으로 떠난다. ※ 원저 : 요코야마 미츠테루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유비는 아들 셋을 후사로 남겼다. 유선, 유영, 유리는 제각각 자신이 유비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황제가 되면 촉나라의 모든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촉 전체가 황제의 땅이기 때문이다.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All or Nothing), 이런 상속 방식이 오늘날에도 인정될 수 있을까. 황제가 되지 못한 다른 형제들이 재산 일부를 나누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까. 게다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 하나. 관우에게 원군을 보내지 않은 책임을 지고 처형된 유봉이 있다. 불쌍한 유봉의 유가족을 보호해줄 방법은 없을까. 유비가 사망하는 순간 법적으로 상속이 시작된다(민법 제997조).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1순위로 자녀, 2순위로 부모, 3순위로 형제자매, 4순위로 4촌 이내의 방계(傍系) 혈족이다. 배우자는 자녀나 부모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 하지만 자녀나 부모가 없으면 형제자매나 4촌 이내의 방계 혈족이 있더라도 단독으로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제1003조). 상속 비율은 어떻게 될까. 상속인들 사이에서는 원칙적으로 성별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같은 비율로 상속한다. 다만, 배우자는 자녀나 부모보다 50%를 더 상속받을 수 있다(제1009조). 유비가 3형제 이외에 부인 한 명이 있는 상태에서 9억원의 재산을 남겼다고 치자. 이 경우 법률로 정해진 상속액은 3형제가 각각 2억원씩이고, 부인이 3억원이다. 이런 법정 상속 비율에 의한 상속은 상속인들이 유비가 사망한 것을 알고도 3개월 동안 아무런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상속재산보다 빚 많을 땐 어쩌나 상속되는 것은 재산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재산에는 빚도 포함된다. 즉 유비가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었는데 죽은 후 3개월 동안 상속인들이 아무런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그 빚도 상속받은 것이 되어 유비 대신 나누어 갚아야 한다. 물론 빚이 재산보다 적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재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다. 유선과 같은 상속인으로서는 물려받은 것도 없는데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 매우 억울할 수 있다. 평생 전쟁터만 쫓아다니고 가정도 돌보지 않더니 죽고 나서 빚까지 갚으라고 하다니. 이 경우 유선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먼저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제1041조). 유선은 유비가 죽은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동안 유비의 재산과 빚을 조사할 수 있다. 그 결과 상속을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상속 자체를 포기하면 된다. 이 경우 유선은 가정법원에 상속을 포기한다는 신고를 해야 한다. 유선이 상속을 포기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유비가 남긴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상속을 하면 된다. 3개월의 기간 내에 ‘나는 아버지가 남긴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빚도 상속하겠다’라고 신고하는 것이다(제1030조). 재산이 빚을 넘는 범위 내에서만 한정적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방법이다. ●특정인에게 더 많이 주고 싶다고? 그런데 이렇게 법적인 비율대로 상속하게 되면 촉나라가 해체될 수 있다. 촉이 제각각으로 찢어지기 때문이다. 유비 입장에서는 걱정이 태산 같을 수밖에 없다. 나중에 장남인 유선이 제사를 지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다. 그래서 유비가 꾀를 냈다. 죽기 직전에 유선을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상속을 포기하도록 한 것이다. 앞서 본 것처럼 민법에도 상속을 포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유비의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유비의 시도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 유비의 재산을 상속하는 것은 유비가 사망함으로써 시작된다. 상속의 포기는 앞서 본 것처럼 일정한 기간 내에서만 가능하다. 또 가정법원 등에 신고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그런데 상속이 시작되기 전에는 이런 절차와 방식에 따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유영이나 유리가 아버지인 유비의 부탁을 받아 생전에 상속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론 아무런 의미 없는 행위를 한 것이 된다. 즉 유비가 죽기 전에 상속인들이 한 상속 포기의 의사표시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 자신이 살아 있을 때에 한 상속 포기의 의사표시가 무효라는 것을 안 유비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모든 재산을 유선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긴 것이다. 유비의 유언은 그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만일 유영과 유리가 ‘촉을 위한다’는 유비의 큰 뜻을 이어받아 유비가 죽은 후에 상속을 포기했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유영과 유리에게도 가족과 가신들이 딸려 있다. 이들을 먹여 살릴 책임이 있는 것이다. 유영과 유리 마음대로 상속 재산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유영과 유리는 자신이 가진 법정상속분의 2분의1에 대해서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제1112조). 유비의 유언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상속분에서 일정 부분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앞의 예를 대입해 보면, 유영과 유리는 유선에게 자신들의 상속분 2억원의 2분의1에 해당하는 1억원에 대하여는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 또 유비의 부인은 1억 5000만원을 법적으로 상속받을 수 있다. ●‘억울한 죽음 ’ 혼외 상속인도 보호해야 유봉은 유비의 양자였다. 양자도 친자와 마찬가지로 상속권이 있고, 상속순위와 상속분도 같다. 따라서 유봉도 살아 있었더라면 유선, 유영, 유리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비가 사망해 상속이 개시된 시점에는 이미 사망한 상태이어서 재산을 상속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유봉의 가족들에겐 매우 억울하다. 가장인 아버지가 관우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억울하게 죽은데다 생계마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보호할 방법은 없을까. 결과적으로 유봉의 자녀나 부인은 유봉을 대신해 상속인이 된다. 유봉의 상속 순위와 상속분을 그대로 물려받는다(제1001조). 유비가 남긴 재산을 유선, 유리, 유영, 유봉의 대습상속(代襲相續)인 4명이 각각 4분의1로 나누어 상속받게 된다. 상속권은 말 그대로 상속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의 재산을 당연히 상속받을 수 있는 권리가 기득권처럼 보장돼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부모가 재산을 물려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 것일 뿐이다. 상속권은 부모에 대한 효를 다하면 부수적으로 따라올 가능성이 있는 권리 아닌 권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 돈이 피보다 진한 사례도 본다. 차라리 상속재산이 없느니만 못한 사례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특파원 생생 리포트] ‘이혼남=쪽박’ 공식 깨는 美… 권리찾기 활발

    [특파원 생생 리포트] ‘이혼남=쪽박’ 공식 깨는 美… 권리찾기 활발

    양육·접견권 등 엄마와 동등 권리 추진 미국 사회에서 이혼은 남자에게 치명적이었다. 집과 재산뿐 아니라 사랑하는 자녀까지 아내에게 고스란히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 영화에서 이혼남이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집을 나가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자녀의 양육비는 책임지지만, 정작 자녀는 한 달에 하루나 몇 시간 만나고 돌아서야 하는 것이 미국 이혼남의 모습이다.하지만 최근 미국 사회에서 ‘이혼남=쪽박’이라는 공식이 바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미국 20여개 주에서 이혼 후 ‘아빠의 권리’ 인정을 입법화했거나,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부모로서의 ‘친권동일행사’로 불리는 이 같은 움직임은 이혼 후에도 남성, 즉 아빠들이 자녀의 양육과 접견권, 자녀와 시간 보내기, 자녀 문제 의사결정 등에서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아니면 엄마와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진행된 여성 위주 양육권 지정 관행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미국에서 부부가 이혼할 경우 엄마, 즉 여성이 자녀를 기르고 돌보는 데 더 적합하다는 인식은 100년 이상 된 미국 사회의 고정관념이다. ‘이혼남 권리 찾기’를 주장하는 전국부모협회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엄마의 자녀 양육권 인정은 아빠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의 법 구조에서는 여성에게 책임이 있는 이혼의 경우도 남성을 재산뿐 아니라 자녀까지 빼앗기는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혼남의 요구가 타당하더라도 여성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사법적 편향성’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어 남성이 보호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서면서 자녀 양육권을 두고 이혼남을 배려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 같은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20여개 주 이상에서 ‘이혼남 권리 찾기’ 입법화가 진행되고 있다. 켄터키주와 플로리다주는 올해 자녀 양육권에 대해 부부의 동일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시간주에서는 주의회에서 동등한 부부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워싱턴DC가 이 문제에서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혼시 자녀 양육권 문제를 부모의 입장이 아닌 자녀 입장에서 보고 있다. 즉 기계적으로 여성에게 자녀 양육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아빠, 엄마 중 누구와 사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나에 따라 양육권을 결정하고 있다.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도 부부의 동등한 권리를 위한 법안을 마련 중이며, 특히 버지니아는 ‘법적 양육’ 등 딱딱한 용어를 ‘부모와 시간’ ‘결정의 시간’ 등으로 바꾸면서 부모 권리의 접근법 자체에 변화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여성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단체 관계자는 “1980년 최고 45%에 이르던 이혼율이 해마다 줄고 있으나, 아직 이혼에서 약자는 여성”이라면서 “이혼 과정에서 양육권 등에 대한 조정과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굳이 남성 권리를 입법화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서울광장] ‘그런 세상’과 청춘의 값/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런 세상’과 청춘의 값/황수정 논설위원

    ‘근원 수필’을 뒤적이다 명치가 아팠다. 머릿속이 엉킬 때 두통약 대신에 읽고 또 읽는 책이다. 월북 화가 근원(近園) 김용준의 수묵담채 같은 문장은 언제나 위안이다. 그런데 새삼 거슬리더니 명치 끝에 딱 걸려 내려가지 않는 대목은 이렇다. “예나 이제나 공부라고 한다는 사람들은 모조리 그렇게 빈복(貧福)을 타고났는지, X선생도 몇날 며칠이나 군불 맛을 못 봤는지 올올 떨고 앉았으면서도 입만은 살아서 칸트가 어쩌니 헤겔이 어쩌니 하고 떠들고 있었다.”가난이 복이라니. 공부와 가난복이라니. 형용모순에 이율배반. 근원이 알던 X선생은 현실에는 없어진 전설의 인물이다. 보일러 터진 방에 살아서는 칸트를 애초에 만날 수 없다. 밥 먹여 주지 않는 철학 따위에 눈 돌릴 새가 없다. 입만 살아 헤겔을 말할 배짱은 더더구나 없고. 그 좋았던 근원이 명치에 걸린 것은 지난주다. 지난주의 주인공은 단연 수능 수험생들이었다. 야단법석 한쪽에 초라한 조연이 있었다. ‘행인 1’쯤 되는 열아홉살 이민호. 현장실습 중 압착기에 눌려 숨진 특성화고 3학년생이다. 또래들이 수능을 본 날 이군의 빈소는 차려졌다. 생수 공장에서 고장 난 기계 주변을 혼자 서성이는 열아홉살이 자꾸 눈에 밟힌다. 특성화고는 예전의 공업고다. 특목고를 죽이든, 일반고를 살리든, 절대평가를 도입하든,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 불공정하든 딴 세상 이야기다. 그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사는 꿈을 꿀 뿐이다. 얼마나 순진한 꿈이었는지는 졸업반에 현장실습을 나가서야 안다. 전공과 상관없이 주당 70시간의 노동을 감당하기 일쑤다.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수당을 합쳐 봤자 월급은 100만원 남짓. 말도 안 되는 이 현실마저 목숨을 잃어야 겨우 한마디씩 세상에 고발할 수 있다. 지난해 지하철 구의역의 김군이 그랬고, 올 초 통신사 콜센터에서 ‘콜 수’를 못 채웠던 홍양이 그랬다. 겨우 열아홉살들이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우리들의 위선을 우리는 모두 못 본 척 보고 있다. 학벌사회를 극복하자면서 현실의 손가락은 엉뚱한 곳을 가리킨다. 이군 엄마의 눈물에 엄마들은 냉가슴을 쓸었다. “어떻게든 내 자식은 대학을 보내서 다행”이라고. 청춘의 값이 이렇게 초라할 수가 없다. 정부의 모르쇠 반응은 이상할 정도다. 교육을 빙자한 노동력 착취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진작에 매를 들어야 했다. 표준협약서를 작성하는 현장 실습장의 지침이 휴지 조각이라는 사실은 교육부가 더 잘 안다. 그런 교육부는 이군이 사경을 헤매던 지난주 직업계 고교의 취업률이 또 올랐다고 자랑했다.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목매도 정책이 콧방귀도 안 뀌는 이유가 있다. 비정규직, 알바, 학종, 로스쿨만 일별해도 가늠된다. 청년 문제들은 기회의 차별이 논쟁의 근간이다. 서민들은 발을 굴러도 정책이 맹탕에 뒷북인 이유는 하나. 정책 제조자들의 발등에 그 불이 떨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에게 비정규직 아들딸이 있을까. 시급 몇십원을 따지는 알바생 자녀가 있을까. 학종이 금수저들에게 불리한 흙수저 전형이었다면 득달같이 손질됐을 것이다. 서울대 교수가 고등학생 아들의 이름을 자신의 논문 수십 편에 공저자로 올린 끔찍한 자식 사랑은 ‘실화’다. 실력자 아버지가 뒷심을 써줄 수 있는 ‘보험’이 아니라면 로스쿨 제도는 진작에 대수술됐을 것이다. 합리적 의심의 배경은 도처에서 쉬지 않고 불거진다. 천신만고 끝에 마무리된 내각에서도 징후들은 차고 넘쳤다. 인사검증에서 수십억 연봉이 논란이 되자 어느 장관은 “그런 세상이 있다”고 눙쳤다. ‘그런 세상’의 성문 바깥에 사는 열아홉 청춘들이 추운 광화문광장에 나왔다. 현장 실습장에서 기계부품만은 안 되게 해 달라고 매달린다. 몇날 며칠 군불 맛을 못 봐도 입만은 살아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 그래야 청춘인데. 청춘을 이보다 더 헐값에 후려쳐 넘기지는 말자. 교육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이 따뜻한 빵처럼 정책을 반죽하면 된다. 내 아들딸의 목구멍으로 넘어갈. sjh@seoul.co.kr
  • [조지선의 스타심리학] 장수 밴드의 비결

    [조지선의 스타심리학] 장수 밴드의 비결

    음악 밴드의 성과 지표는 크게 세 가지다. 발매한 음반의 수 같은 생산성 지표, 빌보드 차트 같은 고객 만족 지표, 그리고 활동 기간의 장수 지표다. 롤링스톤스는 지표마다 감동이지만 ‘근속 기간’은 특히 압권이다. 1962년에 밴드를 결성했으니 올해로 55년째 바쁘다. 원년 멤버 6명 중 믹 재거, 키스 리처즈, 찰리 와츠는 아직도 활동 중이다. 일찍 세상을 떴거나 초기에 제명된 두 명을 제외하면 탈퇴한 이는 빌 와이먼뿐인데 그조차 무려 30년 넘게 밴드와 함께했다. 중간 하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롤링스톤스처럼 장수 밴드가 되고 싶은 새내기들은 그 비결이 궁금하다. 탁월한 음악성? 가사에 담긴 선도적 정신? 전략적 기획력? 다 중요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비결은 없다. 다만 하늘이 준 기회를 잡아 인기 밴드가 됐을 때 음악 앞에 겸손함이 필요하다. 일단 첫 히트곡을 내야 하는데 이게 참으로 어렵다. 안타깝게도 실력과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살가닉은 노래의 질이 음원의 상업적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인공적인 온라인 시장을 만들었다. 이 시장을 찾은 만 명의 사람들은 무명 밴드의 신곡 48개 중에서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내려 받았는데 유일한 정보는 이전 고객들이 각 음원을 다운로드한 현황이다. 가수 후광 효과는 제거하면서 순위 정보가 구매에 영향을 주는 실제 상황처럼 실험 환경을 꾸민 것이다. 연습에 몰두하는 꿈나무에게 미안하게도 음악의 질은 성공을 결정하지 않았다. 따로 측정한 객관적 질이 동일한 두 노래 중 어떤 건 대박, 다른 건 쪽박이었다. 형편없는 곡들은 거의 망했으니 음악의 수준과 성적이 무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기의 시장 움직임은 예측 불가였고 최종 결과는 무작위적 행운에 가까웠다. 베스트셀러 타이틀은 음악적 수월성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 아니다. 역사에 기록된 뛰어난 밴드의 초기 성공도 마찬가지다. 실력은 못지않으나 무명으로 사라진 뮤지션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프를 보며 흥분하는 살가닉에게 미국 방송사 NBC의 공동 연구진이 한마디 했다. “교수님, 너무 당연해 보여요. 실패할 작품은 알아봐도 성공할 작품은 모르거든요.” 첫 성공을 거둔 밴드가 세상의 인정을 자축하는 동시에 행운에 감사하는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 수준의 심리적 역량이라면 장수 밴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들을 보면 갈 길이 아직 멀지만 초기 성공으로 얻은 인지도는 큰 힘을 발휘한다. 배후에는 자기 충족적 예언 현상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저 밴드 좋던데, 신곡도 괜찮겠지?” 이런 기대를 가진 사람은 노래를 구매하고 소개하는 등의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실제 음원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예언이 스스로 자기를 실현하는 거다. 살가닉은 후속 연구에서 이 현상을 확인했다. 몇천 명에게 새 노래들을 들려준 뒤 1위부터 48위까지 선호도 순위를 정했다. 그리고 새 고객들에게 거꾸로 뒤집은 가짜 순위를 제공했는데, 예를 들면 1위를 48위로, 48위를 1위로 둔갑시킨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48위로 제시된 노래(실제 1위)가 시간이 흘러 권좌를 되찾을지 여부다. 결과는 예스. 그러나 가짜 1위가 시장에서 한동안 정상을 차지한 뒤였다. 음악성만으로 일궈 낸 짜릿한 차트 역주행은 이게 다였다. 47위로 제시된 노래(실제 2위)는 맥을 못 추었고 가짜 2위는 승승장구했다.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1위를 하는 인기 밴드는 착각한다. 우월한 재능 때문에 성공을 거듭하는 거라고. 이 와중에 자기 충족적 예언의 역동을 알아채는 겸손함을 갖춘 음악인이라면 초심을 잃지 않을 것 같다. 자만은 불평을, 불평은 멤버들 간의 갈등을 부른다. 다른 건 몰라도 “실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라고 서로 말할 수 있는 밴드라면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을까.
  • 철원 육군 총기 사고, 유가족이 공개한 영상 보니

    철원 육군 총기 사고, 유가족이 공개한 영상 보니

    지난 26일 강원 철원 육군 모 부대에서 진지공사 후 부대로 복귀하던 병사가 총탄을 맞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유튜브에는 유가족과 군 관계자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유가족과 군 수사관, 대대장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유가족은 관계자에게 “사격 훈련 중 전방에 통제를 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김정은이 미사일을 쏘고 난리인데 쪽박(방탄헬멧)도 안 하고 다니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대장이 “당시 진지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고 답하자 유가족은 “걔가 노가다꾼이냐. 군인은 총, 쪽박, 전투화 세 개는 기본적으로 하고 나가야 전쟁을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특히 영상 말미에는 사망한 병사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의 절규가 담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군 관계자는 27일 “이번 사건에 대한 초기 조사 결과, 숨진 A(22) 일병은 도비탄으로 인한 총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영상=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이유정式 대박 좇는 개미 ‘블랙홀’ 장외주식 주의보

    이유정式 대박 좇는 개미 ‘블랙홀’ 장외주식 주의보

    “이유정 변호사 사례에서 보듯 정확한 정보만 가지고 있다면 장외주식에서 수익을 낼 확률은 장내보다 안정적이고 높을 수 있습니다. 장내는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하지만, 장외에선 오직 회사의 가치와 전망, 기존 재무제표만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죠. 장외주식 관련 정보가 궁금하면 문의 주십시오.”(한 기업공개 투자담당자 블로그)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자진해서 사퇴한 이 변호사가 네츄럴엔도텍 비상장주식에 투자해 거액의 매도 차익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인 장외주식은 상장 시 투자자들에게 ‘대박’을 안긴다. 하지만 장외주식은 투자정보가 부족하고 상장주식과 달리 거래가 자유롭지 못해 무턱대고 투자했다간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장외주식을 악용한 사기나 불공정거래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협회가 운영하는 공식 장외시장인 K-OTC에선 지난달 259억원이 거래되는 등 올 들어 8월까지 1237억원어치의 장외주식이 매매됐다. 장외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해 2014년 8월 개설된 K-OTC는 하루 평균 6억~10억원가량 거래가 꾸준히 이뤄진다. K-OTC는 금투협이 등록 기업의 재무제표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증권사를 통해 계약체결 및 결제가 이뤄지는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장이다. 하지만 공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장외주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금투협은 개인 간 거래나 사설 시장에서 거래되는 장외주식 규모가 연간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음성적인 사설 시장에선 양도소득세(대기업 20%·중소기업 10%)를 피할 수 있다는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재영 금투협 K-OTC 부장은 “사설 시장 호가는 브로커가 임의적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고 사기 피해가 빈번히 발생한다”며 “공식 시장에 대한 양도세 면제 혜택을 부여하면 지금보다 3~4배 많은 규모의 거래가 음지에서 양지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달 초 장외주식도 양도세를 내지 않게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장외주식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례는 투자자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1990년대 말 장외시장에서 SK텔레콤 주식을 주당 1만원대에 매입해 상장 후 520만원에 판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로또 1등 당첨과 비슷한 확률인 만큼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장외주식 중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분명히 나오지만 이런 기업을 사전에 찾아내는 분석 능력을 갖추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사실상 개인투자자는 불가능한 일인 만큼 풍문에 휩쓸려 섣불리 투자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닭에서도 DDT 검출…농장 주인 “닭·달걀 모두 폐기처분, 쪽박 찼다”

    닭에서도 DDT 검출…농장 주인 “닭·달걀 모두 폐기처분, 쪽박 찼다”

    달걀에 이어 닭에서도 맹독성 살충제인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가 검출된 경북 영천 산란계 농장주 이몽희(55)씨는 24일 농장을 폐업한다고 밝혔다.이씨는 이날 “오늘부터 폐업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제 의도와 달리 땅이 오염돼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쪽박을 찼지만 어떡하겠습니까”라고 연합뉴스를 통해 말했다. 이씨는 “오늘 저녁에 달걀과 닭을 모두 폐기 처분하기로 했다”며 “지금은 폐기에 따른 뒷정리가 우선”이고 밝혔다. 그는 8년 전부터 영천에서 약 5940㎡ 땅에 축사 9채를 지어 닭 8500마리를 키워왔다. 축사 문을 열어놓고 키우기 때문에 닭이 농장 안에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맨땅에서 흙목욕을 할 수 있다. 제초제나 살충제를 뿌리지 않았고 항생제도 쓰지 않는 등 친환경 달걀을 생산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곳에서 하루 생산하는 달걀 2000개 가운데 1900개 정도 가려서 특정 협동조합에 납품했다. 일반 계란이 개당 200원 정도에 출하하지만 이씨 계란은 개당 750원에 팔렸다. 이씨 농장은 친환경으로 손꼽혔으나 살충제 달걀 파동이 일어난 뒤 풍비박산이 났다. 이달 중순 이씨 농장에서 나온 달걀에서 DDT가 나왔고 뒤이어 한 조사에서 닭에서도 DDT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농장 자리에 다른 사람이 운영한 복숭아 과수원이 있었던 점을 의심했다. 경북도는 이씨 농장 흙에 과거에 사용한 DDT가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하기로 했다. 이씨는 당분간 농장을 정리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닭과 달걀을 폐기한 뒤에도 남은 계분이나 시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 땅에는 농사도 지을 수 없어 지목 변경이 안 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땅이나 다름없으니 아무런 피해가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닭이나 달걀뿐만 아니라 땅과 건물 피해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이 상상도 못 할 금액이다”라고 했다. 농장을 방치할 바에는 농약 무서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재앙 교육장으로 환경단체에 무상으로 빌려줄 뜻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도하지 않은 피해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바랐다. 이씨는 “나는 쪽박을 찼지만 앞으로 다른 사람은 이런 피해가 없도록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재기해야 하겠지만 당장 어디 새로운 곳에서 농장을 한다는 등 계획은 없고 뒷정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상통화 투자하려고요? 5가지 모르면 쪽박 차요

    가상통화 투자하려고요? 5가지 모르면 쪽박 차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다섯 가지 위험 요인을 경고했다.① 전 세계서 법적으로 보증 못 받아요 금감원은 22일 ‘가상통화 투자 시 유의사항’을 통해 “가상통화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모든 정부로부터 보증을 받지 못한다”며 “가상통화 거래소 등에 보유한 계정 잔액은 예금보험공사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통화는 발행자가 사용 잔액을 환급하거나 현금 또는 예금으로 교환할 의무가 없는 만큼 전자화폐나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가상통화로 인해 피해를 입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② 급등락 땐 ‘일시 거래중지’도 없어요 가상통화는 가치 급등락 시 주식시장의 서킷브레이커와 같은 거래 일시 정지 제도 등이 없다. 따라서 투자자는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금이나 원유처럼 실물로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식처럼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거래 상황에 따라 가격이 요동친다. ③ “고수익” 다단계 유사 코인은 사기 최근 등장한 유사코인은 다단계 방식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지만 대부분 사기다. 이날 수원지검은 다단계 방식으로 가상통화를 팔아 140억원을 챙긴 사기단 6명을 붙잡아 구속 기소했다. ④ 전산시스템 취약하면 해킹 우려 가상통화는 분산원장(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내용을 공개하는 디지털 장부)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고 해킹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상통화 거래소 등의 전산 시스템이 취약하면 이용자 계정이 해킹이나 위·변조될 위험이 있다. ⑤ 암호키 분실하면 맡긴 돈 못 찾아요 암호키가 분실되면 맡긴 가상통화를 찾을 수 없게 된다. 또 해킹 등 사고가 발생해도 이용자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불법’ 표적 된 비트코인

    ‘불법’ 표적 된 비트코인

    거래소 “수사기관 추적 당해 가상화폐로 자금세탁 불가능” “가상화폐를 이용하더라도 자금 세탁은 불가능함을 알려 드립니다.” 국내 대표적인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은 최근 홈페이지에 이런 공지를 띄웠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만큼 자금 세탁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이 심심찮게 들어와서다.코인원 측은 “비트코인도 수사기관의 추적이 가능하다”면서 “이미 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모니터링 기법을 도입해 (비트코인) 이동경로를 쫓고 있다”고 안내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화폐’로 주목받는 비트코인이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올 들어서만 가격이 3배나 폭등하는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한탕 치기’ 투기 대상으로 인식되고, 자금세탁이나 탈세 등 불법 거래에 악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랜섬웨어(주요 파일을 암호화한 뒤 몸값을 요구하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유포한 해커들이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렵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을 합의금으로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롤러코스터다. 지난 11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개당 3018.54달러(약 342만원)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3000달러를 돌파했지만, 나흘 뒤인 15일에는 2456.92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17일에는 낙폭을 약간 되찾아 2664달러(약 302만원)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최근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외국보다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5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는 비트코인이 개당 460만원대에 거래돼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미국 거래소 가격보다 50% 이상 비싼 것이었다. 해외 거래소에선 시민권자가 아니면 거래 계좌를 만들 수 없는 데다 계좌를 개설해도 비트코인 구매를 위해 송금하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감독 대상이 되는 등 제약이 따른다. 이 때문에 좀더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다가 그만둔 이모(28)씨는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되는 데다 워낙 변동성이 커 하루에도 몇 번씩 대박과 쪽박을 오갔다”며 “주식 투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도박성이 강하다”고 털어놨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원인 중 하나는 마진거래와 신용거래 등 주식시장의 공매도와 비슷한 투자 기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빗썸은 오는 24일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신용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논의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가격이 변동하는 등 법정 화폐와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해외 사례와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오죽했으면..“자금세탁 불가능” 공지까지 뜬 비트코인

    오죽했으면..“자금세탁 불가능” 공지까지 뜬 비트코인

    “가상화폐를 이용하더라도 자금 세탁은 불가능함을 알려 드립니다.” 국내 대표적인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은 최근 홈페이지에 이런 공지를 띄웠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만큼 자금 세탁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이 심심찮게 들어와서다. 코인원 측은 “비트코인도 수사기관의 추적이 가능하다”면서 “이미 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모니터링 기법을 도입해 (비트코인) 이동경로를 쫓고 있다”고 안내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화폐’로 주목받는 비트코인이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올 들어서만 가격이 3배나 폭등하는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한탕 치기’ 투기 대상으로 인식되고, 자금세탁이나 탈세 등 불법 거래에 악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랜섬웨어(주요 파일을 암호화한 뒤 몸값을 요구하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유포한 해커들이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렵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을 합의금으로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몸살을 앓고 있다.이달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롤러코스터다. 지난 11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개당 3018.54달러(약 342만원)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3000달러를 돌파했지만, 나흘 뒤인 15일에는 2456.92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17일에는 낙폭을 약간 되찾아 2664달러(약 302만원)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최근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외국보다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5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는 비트코인이 개당 460만원대에 거래돼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미국 거래소 가격보다 50% 이상 비싼 것이었다. 해외 거래소에선 시민권자가 아니면 거래 계좌를 만들 수 없는 데다 계좌를 개설해도 비트코인 구매를 위해 송금하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감독 대상이 되는 등 제약이 따른다. 이 때문에 좀더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다가 그만둔 이모(28)씨는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되는 데다 워낙 변동성이 커 하루에도 몇 번씩 대박과 쪽박을 오갔다”며 “주식 투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도박성이 강하다”고 털어놨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원인 중 하나는 마진거래와 신용거래 등 주식시장의 공매도와 비슷한 투자 기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빗썸은 오는 24일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신용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논의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가격이 변동하는 등 법정 화폐와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해외 사례와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4차 산업혁명 토대 세울 후보 꼼꼼히 따져 뽑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19대 대통령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우리의 먹거리, 일거리가 차기 정부 5년 사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쪽박을 찰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이 가장 역점을 들여 다듬고 있는 공약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 분야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일구는 방식과 어떻게 그 과실을 우리의 것으로 할 것인가 하는 각론에 들어가면 제각각이고 2% 부족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를 만들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컨트롤타워로 삼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정부 주도인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들과 정반대이다.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고 정부가 계획을 세워서 끌고 가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으므로, 민간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정부는 뒷받침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주도권을 쥐는 게 정부냐 민간이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5년 임기의 대통령이 만든 위원회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 담당 부처의 통합 또는 기능 조정을 통한 맞춤형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주도형의 문 후보는 과학기술정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하는 과학기술부의 부활과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로의 승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홍 후보는 새만금을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심 후보는 태양광, 해상 풍력발전, 전기충전 기술 같은 생태혁신 투자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형의 안 후보는 창업중소기업부 신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주도적 민간 기업에서 일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해 내는 과감한 교육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후보들의 4차 산업혁명 청사진은 모두 장밋빛이다.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연구 개발 지원, 기술 개발에만 머물고 있는 공약에서 한걸음 나아가 경제적 성과로 연결하는 방법론이 보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이 진보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 등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대안 제시도 미흡하다. 그런 점에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어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혁신으로 원치 않는 재취업을 했을 때 줄어든 소득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 주는 임금보험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한 제안은 후보들이 참고할 만하다. 4차 산업혁명에 이르는 길을 주도하는 게 정부냐 민간이냐, 어느 쪽이 옳은지는 밟아 보지 못한 미지의 길이다. 따라서 정답은 없다. 5월 9일까지 후보 간 토론, 완성된 공약을 잘 따져 보고 유권자가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난마처럼 얽힌 규제를 과감히 풀어 창의가 춤추도록 한다는 대원칙만큼은 빼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 고위험 고수익 공모주 투자 ‘뻥튀기’ 공모가부터 걸러야

    공모주 투자가 저금리 시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섣불리 투자했다간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공모가 산정 근거를 꼼꼼히 확인하고, 기관투자자의 동향을 잘 살펴야 한다고 금융 당국은 조언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한 68개 종목 중 46개(67.6%)의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를 웃돌았고, 평균 22.7%의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22개(32.4%)는 마이너스 수익률이 났으며, 평균 15.7%의 손실을 기록했다. 공모주 투자가 매력적인 수익률 못지않게 위험도가 높다는 걸 보여 준다. 특히 공모 규모가 1000억원을 초과한 8개 종목 중에선 5개가 상장 첫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공모주 투자 시 공모가가 ‘뻥튀기’로 산정된 건 아닌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모가 산정 근거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모를 주관하는 증권사의 과거 IPO 실적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 경쟁률도 눈여겨봐야 한다. 경쟁률이 셀수록 공모가 대비 상장일 평균 수익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대신 일정 기간 매도를 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물량과 기간도 향후 공모주 주가 추이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다. 공모주를 대량 배정받은 기관이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크라우드펀딩 ‘절반의 성공’

    크라우드펀딩 ‘절반의 성공’

    일반인 영화투자 열기… ‘인천상륙작전’만 수익 펀딩 제조업 등 쏠림… 기술중심 신생 벤처 외면 일반인들의 영화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도입으로 영화 흥행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지금까지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 준 영화는 ‘인천상륙작전’ 한 편에 불과하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란 불특정 다수에게서 돈을 받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25일이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도입된 지 꼭 1년이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 산하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지금까지 257건의 펀딩이 진행돼 116건이 성공했다. 금액으로는 334억원 가운데 180억원을 모집해 성공률이 50% 수준이다. 크라우드펀딩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분야는 영화다. 지난해 4월 ‘인천상륙작전’ 이후 최근까지 18편의 영화가 크라우드펀딩에 나서 이 가운데 11편이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지금도 미국 영화 2편(‘스노든’, ‘골드’)과 국내 영화 2편(‘엄마의 공책’, ‘보통 사람’)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이처럼 국내 영화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비나 마케팅 비용을 조달하고 있다. ●스노든, 원금 상환 조건 내걸기도 영화 펀딩이 잘 이뤄지는 이유는 대중에게 적은 돈으로도 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술적 이해나 전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영화 흥행에 따라 수익률이 빨리 결정된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참여율을 높이는 요소다. 황인범 와디즈(펀딩 중개업) 팀장은 “개인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영화 크라우드펀딩이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특히 본인이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 장르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장벽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펀딩의 성공이 수익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투자 수익이 실현된 사례는 인천상륙작전(수익률 25%)과 현재 상영 중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현재 40% 예상) 정도다. ‘걷기왕’, ‘사냥’ 등은 펀딩 때는 큰 인기를 모았으나 정작 상영이 시작되고는 관객 수가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면서 많게는 원금의 80%를 까먹기도 했다. ●“광고 규제 완화 등 제도개선 필요” 이 같은 ‘대박’ 아니면 ‘쪽박’ 현상을 막기 위해 ‘너의 이름은’ 펀딩에서는 관객 수로 수익률을 결정(이익참가부사채)하는 대신 회사채로 증권을 발행하고, 표면금리(약정금리) 연 10%(6개월 만기 시 5%)를 설정하기도 했다. 펀딩이 진행 중인 스노든도 수익률을 낮춘 대신 원금 상환 조건을 내걸었다. 영화 쏠림 현상 때문에 기술 중심의 중소형 스타트업들이 상대적으로 외면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펀딩에 성공한 전체 116건 가운데 제조업이 33건(29%), 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가 30건(26%)으로 가장 많았고 과학·기술 분야는 13건(11%)에 그쳤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영화 산업의 특성이 크라우드 펀딩과 잘 맞아 시너지를 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신생 벤처기업이 발굴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면서 “앞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잘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광고 규제 등을 차츰 완화해 참여자를 확대하고 향후 2~3년간 현황을 추적하며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되돌아본 2016 문화계] <3> 방송

    [되돌아본 2016 문화계] <3> 방송

    올해 방송계에서도 다양한 콘텐츠가 시청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지상파 드라마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올해 10주년을 맞은 tvN이 줄줄이 화제작을 내놓으며 신흥 드라마 왕국으로 우뚝 섰다. 지상파에서는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체면치레를 했으나 다른 사전 제작 드라마들은 쓴맛을 봤다. 예능계에서는 쿡방만이 건재했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강화하면서 한류 콘텐츠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1월 케이블 사상 최고인 19.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신드롬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10주년을 맞아 화려한 스타 작가들로 라인업을 꾸린 tvN은 그에 걸맞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정의를 좇는 형사들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 ‘시그널’①은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부조리한 현실에 상처받은 대중의 마음을 치유하며 인기를 끌었다. 노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소재의 폭을 넓힌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와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전도연 주연의 ‘굿와이프’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치즈인더트랩’, ‘또! 오해영’, ‘혼술남녀’ 등 20~40대 직장 여성을 겨냥한 오후 11시대 월화 드라마도 성공을 거뒀다. 김은숙 작가의 신작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는 각종 화제성 지수 1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태양의 후예’ 제외한 사전 제작 드라마 쪽박 한편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②는 올해 초 안방극장을 강타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제작비 130억원이 투입된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 제작돼 한국과 중국에서 처음으로 동시 방송됐고 국내에선 4년 만에 주중 미니시리즈 시청률 30%를 넘었다. ‘태양의 후예’ 독점 방영 계약을 맺은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서는 24억뷰를 돌파하며 한류 드라마 3.0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KBS ‘함부로 애틋하게’,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tvN ‘안투라지’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한 다른 사전 제작 드라마들은 기대 이하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박보검의 인기를 등에 업은 KBS ‘구르미 그린 달빛’③, SBS 의학 드라마 ‘닥터스’와 ‘낭만닥터 김사부’가 20%를 돌파하며 지상파의 자존심을 지켰다. 올해 예능계에는 인테리어, 여행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쏟아졌지만 새로운 트렌드는 나타나지 않았고 쿡방만이 건재했다. 또한 비슷한 포맷의 음악 예능이 쏟아지면서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일부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등 ‘복면가왕’에서 시작된 음악 예능의 흥행 불패 신화에도 균열을 보였다. ●기대작 ‘신사임당’ 한·중·일 동시 방송 불발 한반도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이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전반에 걸쳐 한류 확산 금지 정책인 한한령을 강화하면서 국내 한류 콘텐츠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한류스타로 등극한 송중기는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산 스마트폰 광고 모델에서 교체됐고, SBS 드라마 ‘신사임당-빛의 일기’④는 한·중·일 3국 동시 방송을 목표로 사전 제작을 마쳤지만 중국에서 심의가 나지 않아 방송이 계속 연기됐다. 내년 1월 한국과 일본에서 방송을 확정했지만 중국에서 방영되지 않을 경우 막대한 손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그룹도 한한령의 강화로 중국 공연을 승인받지 못해 동남아시아로 공연 장소를 옮기는가 하면 한국 연출진이 참여해 중국과 공동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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