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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국물맛… 팔팔 끓는 라면전쟁

    이번엔 국물맛… 팔팔 끓는 라면전쟁

    요즘처럼 라면시장이 ‘맛있었던’ 때가 또 있을까. 농심 ‘신라면’의 독주로 지루했던 라면시장에 지난해 7월 팔도의 ‘꼬꼬면’이 출시된 이후 변화가 찾아왔다. 몸집은 1조 9000억원대로 쑥 커져 올 2조원대를 바라보고 있으며, 무엇보다 다양하고 재밌는 신제품들이 쏟아져 라면전쟁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국물색깔이 라면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로 부상해 업체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재료를 사용해 우려낸 국물맛을 선전하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인기 스타가 참여해 제품을 함께 개발했다는 이야기가 첨가되면 금상첨화다. ‘꼬꼬면’의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하얀 국물 라면에 대한 업체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신라면의 아성에 균열을 일으키며 당당히 하나의 제품군을 형성했으니 이 대열에 합류해야 매출은 물론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서다. 한 유통업체에 따르면 자사 매장에서 ‘꼬꼬면’ 이후 줄곧 20%를 차지하던 신라면의 매출 구성비가 한때 14%대로 떨어졌다가 올 들어서는 16%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식품도 하얀 국물 라면 ‘자연은 맛있다 백합조개탕면’을 선보였다. 바지락, 대합, 백합 등 10가지 해산물과 청양고추 등을 넣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식품업체로는 네 번째 하얀 국물 라면 출시로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면서도 “후발주자인 만큼 건강한 재료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조라면으로 제품 한 개에 지방은 1.8g, 칼로리는 350㎉에 불과하다. 기존 라면과 비교했을 때 지방은 10분의 1, 칼로리는 3분의 2 수준이다. 풀무원은 이 제품으로 2014년까지 매출 400억원을 올린다는 포부다. 올 들어 ‘하얀 국물 라면 제2라운드’를 주도하는 건 유통업체다. 지난 2월 초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자체상품(PB)인 ‘라면e라면’을 선보였고, 이달 초 롯데마트도 ‘손큰 라면’으로 뒤를 따랐다. 두 제품 모두 각 업체 점포에서 라면 매출 순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어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편의점 업체 보광훼미리마트도 지난달 하얀 국물 제품인 ‘칼칼한 닭칼국수’를 출시, 매주 20% 매출 신장을 확인할 정도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여세를 몰아 스타마케팅과 스토리텔링 등 ‘꼬꼬면’의 전략을 택한 제품을 새롭게 내놨다. 인기 개그맨 최효종과 손잡고 하얀 국물 라면인 ‘최효종 백짬뽕’과 빨간 국물 라면인 ‘최효종 홍짬뽕’ 용기면을 동시에 출시한 것.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애정남’으로 활약하는 그의 이미지를 빌려 하얀 국물과 빨간 국물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소비자들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보광훼미리마트 관계자는 “맛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다양한 PB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꼬꼬면’ 이후 팔도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치중하고 있다. 빨간 국물 라면 ‘남자라면’으로 새로운 승부를 거는 동시에 최근 ‘놀부부대찌개라면’ 용기면도 내놓았다. 사실 이 제품은 지난해 부대찌개로 유명한 외식기업 ‘놀부’와 공동 개발해 봉지면으로 처음 선보였으나 ‘꼬꼬면’에 치여 마케팅을 소홀히 했다. 올 들어 월 70만개씩 팔리는 등 반응이 좋아 다양한 기호에 맞추고자 큰 컵을 내놓게 됐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법관 SNS 이용 주의해야”

    법관 연구모임인 사법정보화연구회가 ‘법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고, 의견을 표명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6일 발간했다. 대법원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법관의 SNS 사용에 대한 권고의견을 마련,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상정해 채택할 방침이다. 사법부와 정보기술(IT)·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법관 연구모임으로 350여명이 소속돼 있는 연구회는 법관의 SNS 사용과 관련, “사건관계인이나 사건내용, 특정사건의 위헌 여부, 특정 범죄의 양형의견, 법원에 계류중인 사건 등에 대한 견해를 표명할 때는 법관윤리강령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는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권위있는 문헌을 인용하거나 링크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택하고, 단정적인 결론보다는 정보제공 형식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다만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지위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앞서 서기호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 등이 SNS에 ‘가카 빅엿’, ‘가카새키 짬뽕’ 등의 글을 올려 사회적 논란을 빚자 사법정보화연구회는 공개토론회를 여는 등 연구에 착수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10초 한번 꼴 119 찾았다

    10초 한번 꼴 119 찾았다

    서울시민들은 지난 10년간 10초에 한번꼴로 119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종합방재센터는 2002년 개관 이래 지난해까지 10년간 총 3025만여건의 119신고가 접수·처리됐다고 22일 밝혔다. 방재센터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119신고 변천사’에 따르면 2002~2011년 신고·접수된 전화 건수는 안전관련 상담전화가 83.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구급이 13.6%, 구조 1.3%, 화재 1.2%, 위치추적 0.4%, 장난전화 0.2% 순이었다. ●안전관련 전화 83% ‘최다’ 그동안 화재신고는 줄고, 구조신고와 위치추적 신고 등은 늘었다. 2002년 3만 9308건이었던 화재신고는 2012년 2만 5336건으로 35.5%가 줄었다. 같은 기간 구조 신고는 3만 9459건에서 4만 9365건으로 25%가 증가했다. 조난 환자를 신속하게 구조하기 위해 2006년 도입된 위치추적은 3807건에서 지난해 3만 7458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허위·장난전화는 2002년 1만 5874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72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화재신고↓·위치추적 구조↑ 방재센터 상황요원이 뽑은 황당한 신고에는 ‘기분이 우울하니 소방관을 보내 피리를 불어달라.’, ‘중국 요리 집에 전화해서 대신 짬뽕을 시켜달라.’, ‘장롱을 거실에서 안방으로 옮겨달라.’는 등이 꼽혔다. 방재센터는 23일 오후 2시 중구 예장동 서울유스호스텔에서 개관 10주년 워크숍을 개최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라면시장 쟁탈전 더 뜨거워진다

    브랜드만 200개에 달하는 국내 라면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장 규모는 1조 8000억~1조 9000억원대로 인구는 줄고 먹거리는 다양해지면서 지난 3~4년간 정체기였다. 팔도의 ‘꼬꼬면’, 삼양식품의 ‘나가사끼짬뽕’, 오뚜기의 ‘기스면’ 등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하얀국물 라면’ 제품들이 시장 안착에 성공하며 농심의 1등 브랜드 ‘신라면’의 아성을 위협하면서 라면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A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하얀국물 라면 매출 비중은 서서히 증가해 지난해 12월 33%를 넘어섰고 다소 주춤했다는 지난달에도 27%를 기록했다. 업체마다 분분하지만 이 같은 신제품들의 활약으로 지난해 라면 시장은 2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모처럼 전기를 마련한 라면시장은 올해도 뜨겁게 끓어오를 전망이다. 업체들은 색다른 국물을 표방한 신제품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고, 유통업체들도 잇따라 라면 자체브랜드(PB)를 내놓으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1억 봉지 판매를 달성한 ‘나가사끼 짬뽕’으로 오랜만에 재미를 보고 있는 삼양식품은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또 다른 야심작 ‘돈(豚)라면’을 소개했다. 이제 국물의 색깔이 신제품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 양, 삼양식품은 이 제품에 대해 “돼지뼈 육수의 깊고 진한 맛이 특징으로 색깔은 진한 갈색”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꼬꼬면 2탄으로 얼큰한 맛의 빨간국물인 ‘남자라면’을 내놓겠다고 밝힌 팔도와 어떤 승부를 벌일지 관심을 끌고 있다. 농심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B대형마트에 따르면 하얀국물 라면에 밀려 ‘신라면’의 판매량이 다소 감소했다. 이 대형마트에서 지난달 신라면의 점유율은 12~13%로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11%)과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올해 10여종의 신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 기호와 시장 상황에 맞춰 신제품의 콘셉트와 시기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얀국물 라면 경쟁에 대형마트에 이어 편의점도 가세해 판을 키우고 있다. 보광훼미리마트도 이날 하얀국물 라면 PB 상품인 ‘칼칼한 닭칼국수’를 선보였다. 훼미리마트는 “지난 1월 기준 전체 라면 매출이 전년 대비 37%가량 뛰었다.”며 “사무실, 주택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하얀국물 라면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PB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선장’ 빼곤 다 바꿨다… 피아노·클라리넷·첼로 새 항해가 시작되다

    ‘선장’ 빼곤 다 바꿨다… 피아노·클라리넷·첼로 새 항해가 시작되다

    ●한때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서 명성 2006년 홍대 앞 인디음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던 클럽 바다비에 수상한 녀석들이 기웃댔다. 먼저 발걸음을 한 건 리코더로 바흐를 연주해 화제를 모은 권민석(세계적인 리코더 경연인 몬트리올콩쿠르 2009년 우승자). 이어 서울대 작곡과(이론전공) 동기인 김재훈(27)도 친구 따라 클럽에 들렀다. 김재훈이 작곡한 리코더-피아노 이중주를 연주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던 모양. 김재훈은 내친김에 티미르호란 이름의 프로젝트 앙상블 그룹을 결성했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리코더와 기타, 피아노의 편성은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바다비의 유명 인사 조 까를로스를 만난 건 그 즈음이다. “난 ‘클래식보이’였으니까 완벽한 화성과 연주만 듣고 연주했다. 조 까를로스 형이 혼자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했다. 자작곡인데도 군데군데 틀렸다. 그런데 듣다 보니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 한 켠이 먹먹해졌다. 취권의 고수 같았다. 록음악의 ‘R자’도 몰랐던 내가 형을 쫓아가 같이 음악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어떤 날은 티미르호만의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했다. 이튿날에는 조 까를로스가 주축이 된 5인조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에서 ‘후르츠 김’이란 저렴한 이름으로 신들린 듯 멜로디언을 불어 젖혔다. 게다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멤버들은 큼지막한 선글라스에 콧수염을 길렀다. “그때까지의 내 삶과 전혀 다른 익명의 생활을 시작했다. 꼭 ‘배트맨’ 주인공처럼. 동시에 그동안 편협하게 클래식만 고집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작곡가로 깨달음을 얻었다.” ●“앨범마다 악기 편성 다르게 할 것” 2010년 불나방쏘세지클럽은 “더는 보여줄 것이 없다.”며 해체했다. 한 해 앞서 1집 ‘티미르호’를 발표했던 김재훈도 ‘외도’를 접고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2년여 만인 올 초 티미르호의 2집 ‘동화’를 발표했다. 전곡을 작곡하고 피아노와 프로듀싱을 도맡은 김재훈을 빼고는 다 바꿨다. 리코더 대신 다른 관악기 클라리넷(김주민)을, 기타 대신 다른 현악기 첼로(이창현)를 영입했다. 오는 4월 7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앞두고 분주한 티미르호의 리더 김재훈을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모호한 팀 이름과 멤버 교체 사연부터 물었다. ‘바이칼호 옆에 있는 호수쯤 되는 줄 알았다.’고 물었더니 “2집 구상을 그 근처 홉스굴 호수에서 했다.”고 재치 있게 넘겼다. 이어 “긴 항해를 떠난다는 의미로 처음부터 배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김재훈호’ 뭐 이런 식인데, 뭘 붙여도 촌스럽더라. ‘팀 이름을’ ‘팀이름은’, 반복하다가 티미르호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재훈은 자신을 선장, 다른 멤버를 선원이라고 부른다. 그는 “작곡가로 한 가지 편성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악기를 성공적으로 풀어내는 게 꿈이었다. 록밴드에서는 멤버가 바뀌면 영입·탈퇴란 식으로 민감하게 접근하지만, 항해란 콘셉트를 잡고 나니 승·하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1집 구상 전부터 2집 이후로는 피아노를 뺀 현악기와 관악기를 계속 바꿔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몽환적이면서도 예쁜 그림책을 보는 듯한, 한편으로는 3중주 편성으론 믿기지 않을 만큼 풍성한 음색을 드러내는 티미르호의 2집 수록곡 ‘달의 바다’는 심지어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연주 음반에선 이례적인 일. “짬뽕 먹고 싶은 걸 라면 먹어 가며 아낀 돈 200만원을 털어서” 만들었단다. 침체된 음반시장에서 연주 음반을 고집하는 건 웬만한 뚝심으론 불가능할 터. 티미르호의 앨범에는 유명 가수의 피처링도 없다. 김재훈은 “목소리를 덧입히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3중주로만 가겠다는 건 나와의 약속이다. 피처링을 한두 곡 넣으면 잠깐 관심을 받겠지만, 지금의 날 좋아하는 분이나 앞으로 날 알아 갈 분들에게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조급해하지 않고 미련하더라도 내 방식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10집은 오케스트라와 작업하고 싶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저장된 사진 파일을 보여 줬다. 이미 발표한 1·2집은 물론 9집까지의 앨범 재킷이 있었다. 설명을 듣고서 더 놀랐다. 1~9집 재킷 사진이 큐브 퍼즐처럼 모여 10집 재킷을 이루는 방식이다. 두 장의 앨범을 뮤지션이 10집까지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김재훈은 “서양 음악에 기반을 둔 작곡가로서 꿈이 있다면 10집은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작업하고 싶다. 십수 년 뒤 먼 훗날의 일일 테지만 나에 대한 사슬을 묶어 두려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스펙’을 수식하는 많은 표현(그는 최근 올해 졸업생 대표로 모교 학보와 인터뷰도 했다)보다 이런 뚝심이야말로 티미르호의 음악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정렬 판사 중징계 사유 재판 공개죄 아닌 괘씸죄?

    재판 합의 내용을 공개해 중징계를 받은 이정렬(42·사법연수원 23기)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징계 사유에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다 서면경고를 받은 전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가 이 부장판사에게 지난 16일 보낸 징계의결서에는 징계양정(量定) 사유로 ‘서면경고’가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양정은 징계 대상자의 성실도나 업무 처리 과정에서의 과실 등을 고려해 징계를 조정하는 기준으로, 보통은 정상을 참작한다며 징계를 낮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부장판사는 ‘석궁 테러 사건’을 일으킨 김명호 전 교수의 복직 소송 항소심 과정에서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지난 13일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시 법관징계위원회는 이 부장판사가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원조직법 65조를 어겨 “법관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중징계 사유를 밝혔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과도한 징계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이 부장판사가 지난해 받은 서면경고가 중징계의 또 다른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말 페이스북 계정에 ‘가카새끼 짬뽕’ 등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패러디물을 올렸고, 앞서 법원 인사 관련 비리 의혹을 제기해 두 차례 서면경고를 받았다. 이 부장판사는 징계위 결정을 따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바다 위 특급호텔 ‘클럽 하모니’ 3박 4일 부산~규슈 노선 승선기

    바다 위 특급호텔 ‘클럽 하모니’ 3박 4일 부산~규슈 노선 승선기

    1980년대 중반 미국 TV시리즈 ‘러브 보트’(The Love Boat)가 국내에 방송됐다. 우리나라 제목은 ‘사랑의 유람선’. 배에 커다란 수영장이 있고, 그 주변에서 사람들이 일광욕을 하거나 바에 앉아 음료를 마신다. 밤마다 한껏 멋을 내며 파티를 하기도 한다. 기항지 도시 관광에 나서거나 배 안에서 여유로운 휴식도 취한다. 독신 남녀의 야릇한 사랑 이야기는 양념.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환상이 샘솟는 시간이다.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하려면 지중해에 가야 하나 생각했다. ‘클럽 하모니’호에서라면 그 시절의 환상이 어느 정도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Day1>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캐비아·한우 안심 정찬 부산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을 끝내고 나가니 ‘클럽 하모니’호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핀란드에서 건조한 2만 5558t급 쇄빙선을 1989년부터 1년 이상 시간을 들여 크루즈선으로 개조했다. 1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 배는 이탈리아에서 운항하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첫 한국 국적 크루즈선’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계단을 올라 들어선 4층 로비는 4성급 호텔 수준이다. 객실 383개는 11.6~19.8㎡ 규모로 3~5·7층에 분산돼 있다. 2~9층에는 병원과 레스토랑, 클럽, 바, 뷔페, 카페, 극장, 사진관, 헬스클럽, 스파, 키즈카페 등 별별 것들이 다 들어와 있다. 가히 ‘바다를 떠다니는 호텔’ 그 자체다. 창밖이 어둑어둑해진 오후 6시 30분. 배가 항구를 천천히 벗어난다. 생수통에 담긴 물이 살짝 찰랑거린다. 바다가 보이는 곳(오션뷰 룸)이라 약간 흔들림이 있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중간에 있는 방(인사이드 룸)이 낫다고 한다. 이 크루즈선이 ‘호텔 수준’임을 실감시키는 건 역시 정찬이다. 저녁 식사는 5층 크리스탈로 레스토랑과 7층 뷔페식당에서 할 수 있다. 선상신문에 나온 메뉴를 확인하고 적어도 한 번은 정찬을 먹어 볼 것을 권한다. 전복 새우 냉채-해산물 꼬치와 메로 소갈비구이 약밥(첫날), 아보카도 캐비아-거위간 라비올리-메로구이 해산물 스프-한우 안심구이(둘째 날) 등 고급스러운 구성이다. 서울 시내 호텔에서 먹었다면 10만~15만원은 훌쩍 넘길 법하다. Day2> 첫 도착지 나가사키 원조 짬뽕 맛보자 조식 역시 뷔페와 한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날 아침으로 준비된 한식 메뉴 육개장은 식사 시간 30분 전에 동이 나 버렸다. 그만큼 맛이 빠지지 않는다. 아침 식사를 끝냈다면 슬슬 나가사키 탐방에 나서 보자. 일본 전체로 봤을 때 서쪽 끝인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한반도와 중국은 물론 17세기에는 포르투갈, 네덜란드와 교류한 교통 요충지다. 유럽형 건물이 곳곳에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래도 일단 나가사키는 ‘짬뽕’이다. 원조집인 ‘시카이로’(四海?) 항구 근처에 있다. 113년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당시 중국 유학생들이 양이 적은 일본식 식사가 불만이라고 하자 남은 재료를 몽땅 넣어 풍성하게 만든 것이 시초가 됐다. 우리나라 짬뽕과 많이 다르다. 국물이 멀겋고 칼칼하지도 않다. 시카이로 근처 구라바엔(Glover園)은 19세기 중·후반에 형성된 외국인 마을로, 나가사키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비밀의 정원’이라 불릴 만큼 큰 정원 사이에 아기자기한 서양 건축물이 조화롭게 들어서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로 유명한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이유를 알 만하다. 조금 진지한 분위기로 전환한다면 원폭자료관을 꼭 가보길 권한다.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전 나가사키의 역사와 모습, 폭발 시간인 오전 11시 2분을 가리키며 멈춘 괘종시계, 찌그러진 소방용 망루, 남쪽 벽만 남은 우라카미 성당, 파편·고열·방사선 등으로 상처 입은 민간인의 사진과 옷가지 등 피해 현장을 그대로 담아냈다. 일본 초중고 의무교육 과정으로 이곳을 방문한 학생들은 한결같이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이 왜 당했나.”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 처지에서는 일본 역사 교육의 현재를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Day3> 세련된 후쿠오카서 즐기는 여유로운 쇼핑 일본인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꼽힌다는 후쿠오카는 서울과 비슷한 모양새다. 서북에서 남동으로 가로지르는 나카가와(那珂川)를 중심으로 서쪽(옛 후쿠오카)은 사무라이가 살던 부촌, 동쪽(하카타)은 상인 도시였다. 서쪽 끝에는 후쿠오카 타워(234m)와 호주에서 공수한 모래로 만든 모모치 해변이 있다. 힐튼호텔과 번쩍거리는 후쿠오카 야후 재팬 돔, 젊은이들이 결혼식장으로 선호한다는 마리존 등 부유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풍긴다. 동쪽으로 옮겨 갈수록 시내는 번화해진다. 나카가와와 하카타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캐널시티는 복합 쇼핑몰로, 정통 규슈라멘을 맛볼 수 있는 라멘스타디움(5층)을 비롯해 상점, 극장, 호텔, 식당 등이 즐비하다.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쇼핑 메카는 하카타역을 중심으로 한큐백화점, 아무 플라자가 있는 하카타 시티다. 후쿠오카 토산품인 명란젓부터 온갖 캐릭터 상품, 명품 브랜드 등이 가득하다. 이 번화가에서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에 학문의 신, 스기와라 미치자네를 모셨다는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宮)가 있다. 매주 주말, 특히 대입시험 기간에 일본 각지에서 수험생과 부모가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룬다. 궁으로 가는 길목에는 스기와라의 시신을 옮겼다는 소 동상이 있다. 신화를 좋아하는 일본은 이 소에도 영험한 힘을 주었다. 소머리를 만진 손을 자신의 머리에 비비면 머리가 좋아진다나. 그래서 소머리가 반들반들해졌다. Day 4> 영화처럼 화려한 드레스 입고 볼룸댄스 운영선사인 하모니크루즈의 신재희 사장은 이 크루즈 여행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행복한 놀라움과 친숙한 새로움이 키워드입니다. 즐거움과 재충전의 시간을 동시에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역시나 그렇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 소화하기에 3박 4일은 다소 짧아 보인다. 매일 밤 바에서는 뉴올리언스 재즈를 들려주는 ‘빅 밴드’ 공연이 열린다. 극장에서는 여성 그룹 ‘메리 지’가 아이돌 그룹의 춤과 노래를 선사하고, 클럽에서는 ‘케이걸스’가 신나는 분위기를 이끈다. 남성은 정장, 여성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볼룸댄스를 배우기도 한다. 8층에서는 운동을, 9층에서는 스파를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면세점에서 담배와 주류만 살 수 있는데 3월 중순에는 모든 제품 입점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제 날이 따뜻해지면 갑판에 있는 수영장과 자쿠지에 몸을 담글 수 있게 될 것이다. 시내 관광을 하지 않는 승객들을 위해 오후 프로그램을 대폭 추가한다니 시간을 더 쪼개야 할 듯하다. 효도 관광도 좋고 가족 여행도 좋다. 친구들끼리 추억을 남기기에도 충분한 크루즈 여행이 눈앞에 확실히 열렸다. 글 사진 후쿠오카·나가사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알고 타면 더 재미있는 크루즈 ▲부산역에서 출항지인 부산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 사이에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소요 시간은 30분. (051)405-6154. ▲먼저 수하물 검사소에서 짐을 부친 뒤 터미널에서 입국 수속을 한다. 수속은 오후 12시부터. ▲선상카드와 선상신문은 꼭 챙기는 것이 좋다. 선상에선 카드가 결제 수단이다. 하루 일정을 담은 4쪽짜리 선상신문도 매일 확인하자. 오전에 방마다 배달해준다. 4층 로비 데스크에도 비치돼 있다. ▲‘하모니 크루즈’의 강점이라면 시내 관광 일정이 비교적 다양하고 여유롭다는 것이다. 나가사키의 관광의 경우 시내 관광과 온천, 17세기 네덜란드 거리를 재현한 하우스텐보스 등 3개 코스가 준비돼 있다. 관광 요금은 성인 기준으로 10만~15만 6000원이 추가된다. ▲나가사키에서는 짬뽕만큼 유명한 것이 카스텔라다. 달달하며 간혹 설탕 알갱이도 씹힌다. ‘후쿠사야’(福砂屋)는 무려 4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나가사키도’(長崎堂)와 ‘분메이도’(文明堂)도 상당히 유명하다. ▲후쿠오카 시내 관광은 온천 포함 여부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뉘며 비용은 10만~12만원이다. 항구에서 시내까지 다소 거리가 있어 자유여행보다는 옵션투어가 나을 수 있다. ▲하모니크루즈는 첫 출항 완판을 기념해 2월 말까지 진행하던 운항 요금 이벤트를 4월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3박 4일’과 ‘4박 5일’ 상품 가격을 인사이드룸의 경우 44만 9000원, 오션뷰는 49만 9000원, 발코니 뷰는 117만 9000원으로 통일했다. 이 요금제는 3월 중순에 추가로 취항하는 인천-제주-규슈(나가사키·후쿠오카)-부산 구간도 동일하다. 1600-1073.
  • ‘부러진 판사’

    ‘부러진 판사’

    대법원은 13일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소송 합의내용을 공개한 이정렬(43) 창원지법 부장판사에게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대법원 징계위원회는 이 부장판사의 징계 여부를 심의,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고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며 이같이 의결했다. 공개 금지된 재판 합의 내용을 밝힌 행위로 징계를 받기는 이 부장판사가 처음이다. 이 부장판사의 징계 수위는 지인을 법정관리 기업 변호사로 소개·알선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선고된 선재성(50) 부장판사에게 내려진 정직 5개월보다 높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법적 의무인 재판 합의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징계 사유를 밝혔다. 이 부장판사의 징계 조치를 놓고 법원 일각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정치적 의사를 표명해 온 판사들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서기호(42) 서울북부지법 판사의 재임용 탈락과 맞물려 사법계가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징계위는 위원장인 박일환 대법관을 포함해 법관 3명과 변호사, 교수 등 외부 인사 3명이 참여했다. 결정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다. 이 부장판사는 징계위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았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불복하면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전 교수의 복직소송 항소심 주심을 맡았던 이 부장판사는 ‘부러진 화살’이 흥행하자 법원 내부게시판에 “당초 합의 결과는 판사 3명이 만장일치로 김 교수의 승소였지만 내가 판결문 초고를 작성하던 중 청구 취지에 오류가 발견돼 변론을 재개하고 결론이 바뀌게 됐다.”며 당시 재판 과정을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스스로 법원조직법 65조를 어겼다는 사실을 인정, “어떤 불이익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법원조직법은 1949년 제정 당시부터 합의재판부 판결의 통일성과 익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1, 2심은 합의 과정을 반드시 비밀에 부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하급심의 법률적 하자 유무만 따지는 3심은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 등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패러디물을 올렸다가 창원지법원장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았다. 안석·이민영기자 ccto@seoul.co.kr
  • 젊은 법관들 반발… 서부지법 판사회의 소집

    서기호(42·사법연수원 29기) 서울북부지법 판사의 재임용 탈락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가운데 오는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판사회의가 소집된다. 이른바 ‘서기호 사태’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불만이 가시화된 것이다. 일선 판사들은 또 이정렬(43·23기)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자 한층 술렁였다. 서울서부지법 판사들은 17일 오후 4시에 소속 판사들을 중심으로 단독판사회의를 개최하기로 13일 결정했다. 판사회의를 주도하는 법관들은 서 판사와 같은 기수대인 28~30기다. 판사회의는 구성원인 판사 5분의1 이상 또는 내부 판사회의 의결을 거친 뒤 내부 판사회 의장이 회의의 목적 및 소집의 이유를 명시, 요청하면 각급 법원의 장이 개최하도록 규정돼 있다. 판사회의는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사건 이후 3년 만이다. 서부지법 관계자는 “민·형사 단독판사 24명 가운데 5분의1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법관 근무평정 관련 제도 개선 논의를 안건으로 회의를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 “비밀유지 의무 위반” 현재 북부·수원 등 다른 재경지법에서도 같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부지법을 시작으로 판사회의 소집이 확산될 조짐이다. 재경지법의 한 관계자는 “점심시간을 전후해 판사회의 소집에 대한 논의가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있었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유지원(38·29기) 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에 “연임심사, 근무평정의 문제점과 제도적 개선을 논의하자. (탈락의)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해달라. ”며 동료 법관들에게 판사회의 개최를 제의하는 동시에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일선 판사와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줄 것을 건의했다. 이 부장판사가 정직 6개월을 받은 사실도 사법부를 동요케 한 또 다른 요인이다. 대법원은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재판 합의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사법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을 뒤숭숭하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합의 내용을 공개한 것은 잘못이지만, 이 부장판사가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더라도 중징계를 받았을까 의문이 든다.”며 징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또 다른 판사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조직에 밉보인 판사를 사법부가 몰아낸 모양새가 된 것 같다.”면서 “서기호·이정렬 사태는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고 해석했다. ●일부 “가카새끼 발언으로 중징계” 사태의 당사자인 서 판사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재임용 탈락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의중이 가장 크게 반영됐을 것”이라며 재임용 탈락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안석·이민영기자 ccto@seoul.co.kr
  • 톱스타 이효리의 하루 따라가 보기

    톱스타 이효리의 하루 따라가 보기

    많은 사람들이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둔다. 인기 연예인이 드라마에 입고 나온 옷이나 액세서리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고 동대문시장에서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는 것은 순식간이다. 톱스타들이 눈을 뜨고 잠들기까지 무엇을 입고, 먹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는 늘 주목을 받는다. MBC에브리원은 이런 스타의 하루를 쫓고 스타의 단골집까지 파헤치는 ‘대박코드 777’을 6일 밤 11시에 첫 방송한다. 첫 번째 스타는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가수 이효리. 등산을 좋아해 청계산을 자주 오르는 이효리는 산을 찾을 때 늘 가는 김밥가게가 있다. 이곳에만 있는 독특한 김밥을 사서 등산하며 먹는다. 건강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는데 과연 어떤 것일까. 등산을 마치고 나면 아침과 점심을 동시에 해결하는 식당에 들른다. 즐겨 앉는 자리가 있는데, 갤러리가 있어서 편하고 조용하게 식사를 즐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식당에서는 이효리뿐 아니라 배우 하희라, 전광렬, 한혜진 등 쟁쟁한 스타들도 만날 수 있다. 가로수길에서는 한류 스타 보아, 애프터스쿨의 가희도 단골손님이라는 주얼리 가게에서 개성 넘치는 패션을 소개하고, 곱창집을 찾아 이효리의 털털한 모습을 전한다. 한편 ‘대박코드 777’에서는 돈에 관한 사람들의 마음, 대박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헤치는 ‘돈의 심리학’, 피자와 짬뽕의 절묘한 조화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개그맨 전유성의 대박집 성공 비결 등을 함께 방영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부러진 화살’ 징계 청구

    ‘부러진 화살’ 징계 청구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재판 합의내용을 공개해 법원조직법을 어긴 창원지법 이정렬(43) 부장판사에 대해 징계가 청구됐다. 창원지법은 31일 대법원 징계위원회에 이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전 교수의 복직소송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이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법원조직법(제65조 합의의 비공개)을 어기고 김 전 교수 재판 관련 합의내용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당시 게시판 글에서 “심판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원조직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그동안 사건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법원 내부에서조차 ‘엉터리 판결을 했다’, ‘외부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메일을 받아 실정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합의내용을 공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이로 인한 불이익은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창원지법 측은 “이 부장판사가 법원조직법을 위반해 법원장이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법원장은 법관이 윤리강령이나 실정법을 위반한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구두·서면 경고를 하거나 대법원 징계위원회에 징계청구를 할 수 있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 등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패러디물을 올려 소속 법원장으로부터 지난해 12월 26일 서면경고를 받은 바 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영화 ‘부러진 화살’ 제2 도가니 되나… 법조계 술렁

    2007년 ‘석궁테러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이 지난 18일 개봉된 이후 법조계의 심기는 불편하다. ‘부러진 화살’의 사회적 관심이 만만찮아서다. 영화 ‘도가니’의 힘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석궁테러는 성균관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55) 전 교수가 복직소송을 벌이다 2007년 1월 패소하자 당시 재판장이었던 서울고법 박홍우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에게 석궁을 쏜 사건이다. 김 전 교수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죄 등이 적용,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지난해 1월 23일 만기 출소했다. 사건에 등장하는 법조인들이 화려하다. 1997년 김 전 교수가 낸 부교수 확인 소송에 대한 1999년 항소심 재판장은 현재 양승태 대법원장이다. 당시 김 전 교수의 청구는 기각됐다. 2007년 복직소송 항소심 주심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가카새끼 짬뽕’ 사진 등을 올려 논란을 빚은 이정렬 창원지법 판사다. 이 판사는 당시 ‘판사가 석궁을 맞을 정도로 판결을 잘못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이례적으로 “제가 주심으로 관여했던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가 기득권층을 옹호했다고 하는 것은 재판부를 떠나 제 개인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 아닐 수 없다.”는 글로 판결 취지를 적극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도 없지 않다. 박 판사가 피습을 당한 뒤 대법원은 긴급 간부회의와 전국 법원장회의를 갖고 “사법부에 대한 테러”로 규정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김 전 교수의 유죄를 확신한 셈이었다. 김 전 교수 측은 사실상의 “재판 지휘”라며 “이후 재판은 엄벌을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이 김 전 교수 측에 불리하게 진행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전 교수가 박 판사에게 쏜 것으로 알려진 ‘부러진 화살’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 다른 9개의 화살에서는 혈흔조차 검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전 교수는 “수사당국이 증거를 일부러 없앴다.”는 논리를 폈다. 다른 웃옷과 달리 혈흔이 없는 박 판사의 와이셔츠는 증거 조작이라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분석을 통해 조끼·속옷·내의·와이셔츠 등에서 발견된 혈흔이 모두 동일한 남성의 유전자형임을 확인하고 김 전 교수 측의 혈흔 감정 신청을 기각했다.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가 잘못된 판결은 아니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 전 교수는 화살이 우발적으로 발사됐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2개월전부터 석궁발사 연습을 했고, 사건 당시 횟칼을 가방에 소지한 점 등을 들어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사라진 화살에 대해 “김 전 교수에게 불리한 결정적 증거물을 수사기관이 일부러 폐기·은닉할 이유가 없어 증거조작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박 판사가 자해한 뒤 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도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능하다고 봤다. 재판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당시 와이셔츠의 혈흔은 박 판사의 노모가 빨아서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노모의 세탁에 깜짝 놀란 박 판사의 제지로 다른 옷은 세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교수 측 주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나 영화로 재현된 ‘석궁테러사건’은 사회 불만과 맞물려 논란을 낳고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가카짬뽕 판사 “석궁판결 지적은 엄청난 모욕”

    가카짬뽕 판사 “석궁판결 지적은 엄청난 모욕”

     2007년 ‘석궁테러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되면서 법조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석궁테러는 성균관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뒤 복직소송을 벌이다 2007년 1월 패소한 김명호(55) 전 교수가 당시 재판장이었던 서울고법 박홍우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에게 석궁을 쏜 사건이다. 김 전 교수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죄로 징역 4년형이 확정돼 복역했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법조인들이 화려하다. 1999년 김 전 교수의 1997년 부교수확인 소송 항소심의 재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이었다.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07년 복직소송 항소심 주심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꼼수면’을 이정렬 창원지법 판사다. 이 판사는 당시 ‘판사가 석궁을 맞을 정도로 판결을 잘못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이례적으로 “제가 주심으로 관여했던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가 기득권층을 옹호했다고 하는 것은 재판부를 떠나 제 개인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 아닐 수 없다.”는 글을 올리며 판결 취지를 적극 설명하기도 했다.  박 판사가 피습을 당한 뒤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이 긴급 간부회의와 전국 법원장회의를 갖고 이를 “사법부에 대한 테러”로 규정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기도 전에 피고인의 유죄를 확신한 셈이었다. 김 전 교수 측은 이를 사실상의 ‘재판 지휘’라며 이후 재판은 엄벌을 하기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에서도 재판이 김 전 교수 측에 불리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에 수긍하는 시각도 있다. 김 교수가 박 판사에게 쏜 것으로 알려진 ‘부러진 화살’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고, 다른 9개의 화살에서는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전 교수는 증거를 일부러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상의와 달리 혈흔이 없는 박 판사의 와이셔츠는 증거가 조작됐다는 김 교수 측 주장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분석을 통해 조끼·속옷·내의·와이셔츠 등에서 발견된 혈흔이 모두 동일한 남성의 유전자형임을 확인하고 김 교수 측의 혈흔 감정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의 한 판사는 “일이 이렇게 복잡하게 될 줄 알았다면 피고인의 주장을 차라리 받아들이는 것이 옳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화살이 우발적으로 발사됐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2개월전부터 석궁발사 연습을 했던 점을 들어 고의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라진 화살에 대해서는 “김 전 교수에게 불리한 결정적 증거물을 수사기관이 일부러 폐기·은닉할 이유가 없어 증거조작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박 전 교수가 자해한 뒤 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도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능하다고 봤다. 재판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당시 와이셔츠의 혈흔은 박 판사의 노모가 빨아서 없앤 것으로 밝혀졌다. 노모의 세탁에 깜짝 놀란 박 판사의 제지로 다른 옷은 세탁되지 않았다는 것.  ‘부러진 화살’ 논란은 법원 안팎에서는 영화의 흥행을 위한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사법부가 한층 투명한 재판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일말이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36) 목졸려 살해된 시신, 라면박스만 없었어도… 범죄가 흔적을 남기기 위해… 35) 그녀와 만난 남자는 모두 죽는다 마약에 눈먼 20대 명품녀의 엽기적 살인행각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깔깔깔]

    ●어느 경찰이 뽑은 황당 사건 5 5위. 짬뽕 덜 먹었는데… ‘배달그릇 내놔라.’ 하는 중국집 주인 아저씨 때문에 화가 나 서로 폭행한 혐의. 4위. 어느 야산에 자살하러 올라갔다가, 갑자기 너무 추워 불 피우다 산불 낸 사건. 3위. 회식 중 재미 삼아 여종업원에게 똥침 놓아 입건된 사건. 2위. 열차 안에서 지독한 발냄새 때문에 폭발물로 오인한 소동. 1위. 수영장에서 대변 보고 도망친 범인으로 인해, 수영장 측이 수영도 할 수 없는 좁은 소형풀로 몰아 넣어 콩나물 시루를 만들어 놨다며 이용객들이 분통을 터뜨린 사건. ●난센스 퀴즈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바람은? 신바람. ▶닭은 닭인데 먹지 못하는 닭은? 까닭.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녀석이 톱밥 속으로 숨어들었다. 녀석은 밀크셰이크처럼 어감이 달콤한 밀크스네이크 종이다. 먹이 줄 것과 따뜻하게 해 줄 것, 간단한 러시아 단어로 적어 놓은 메모지를 들여다보았다. 이반이 출항하기 전 남긴 글이다. 이반은 녀석의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 선물처럼 케이지를 앞에 내려놓았다. 한국 사람과 러시아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아, 이반은 러시아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 새 같은 애완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뱀이라니, 나는 검정 바탕에 노랑, 빨강 줄무늬가 있는 이국의 낯선 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뱀은 집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다고 생각해. 녀석을 보고 놀란 나에게 위로라도 하려는지 이반은 한국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고 했다. 명자, 이반은 내 이름을 부르고 입으로 휘이휘이 휘파람 부는 흉내를 냈다. 그러면 집안이 텅 비게 돼, 녀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종종 휘파람을 불던 내게 이반은 러시아 속담을 빗대 말했다. 나는 멀찍이 녀석을 내려다보며 이반의 익살에 웃음을 내보였었다. 이반을 만난 것은 클럽 로즈에서였다. 로즈는 P시에서 속칭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외국인 거리에 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군들이 드나들었는데 미군이 철수하고 러시아 선원과 상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날도 나는 로즈에서 맥주를 마시며 립스틱이 번지지 않았는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젊은 러시아 청년 하나가 보드카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담 장 앞에서 한국 얘기를 듣던 선원 중 하나였다. 술을 마실 때 거울을 보면 안 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귓불에 입술을 갖다 대며 그가 속삭였다. 흔한 작업멘트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의 나긋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반이라고 했다. 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처음 출발하는 곳이 고향이라고 말했다. 나는 시베리아 열차가 끝없이 달리는 드넓은 숲과 초원을 떠올렸다. 그에게 러브 오브 시베리아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손을 허공에 올려 내 얼굴을 길게 그려보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왼쪽 손목에 새겨진 푸른색 돛이 펄럭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가 여주인공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가 그린 얼굴이 허공에 그대로 떠 있는 것처럼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러시아 사람과 첫 대면을 할 때 영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영화 속 여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이국의 여자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대개 영화 속 지명이나 주인공의 이름을 들먹이는 선에서 끝이 났다. 러시아말로도, 한국말로도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가 턱을 괴고 조용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여행지처럼 나를 설레게 했다. 음악이 흘렀고, 클럽 로즈는 마치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을 품고 있는 대합실 같았다. 그의 손목에 새겨진 푸른 돛 때문이었을까, 나는 문득 그라면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월요일만 아니라면 언제라도 좋아요, 월요일 여행은 불행하거든요, 러시아 속담이에요. 느닷없는 제안이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나는 벽면에 붙은 러시아 달력을 바라보았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마치 오래 전에 만난 사람처럼 손을 잡고 아무 손님도 잡지 못한 나타샤를 지나쳐 거리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만국기가 꽃잎처럼 나풀거렸고 만국기의 행렬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두 블록 떨어진 내 숙소로 걸어올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이반이 러시아 속담을 말하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출 것만 같다. 시계가 밤 아홉시를 넘겼다. 녀석은 원색의 몸을 감춘 채 아직 기척이 없다. 나는 열선을 펴서 케이지 크기만큼 접었다. 그 위에 타월을 깔고 케이지를 얹었다. 사람 옷 입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판매원이 열선 까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겨울철, 스스로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 열선은 생명줄과 다름없다고 했다. 녀석에게 25도의 체온으로 이국의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불행일 수 있었다. 나는 콘센트에 코드를 꽂고 케이지에서 멀찍이 물러섰다. 거실의 불을 낮추고 이반이 남긴 메모지를 냉장고에 붙였다. 주방 창가로 가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북향으로 나 있는 주방에서 밖을 보면 아래층에 있는 중국집 ‘홍루’의 뒤꼍이 훤히 보였다. 홍루 뒤꼍에 가로등 빛이 희미하게 새들었다. 쥐라도 쫓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담자락을 타고 지나간다. 지난봄, 가게의 주인이 바뀌면서 홍루(紅樓)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홍루는 붉은 다락방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 사는 화교들은 늙은 기생의 방이라는 별칭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변두리 사거리의 허름한 중국집 이름 홍루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빛이 꺼져 가고 휑하니 바람만 몰아 불었다. 멀리 텍사스 거리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등 뒤로 손을 넘겨 자주색 민소매 드레스의 지퍼를 올렸다. 목선이 등 뒤로 깊게 파인 드레스였다. 이반을 만났을 때 이 드레스를 입었다. 이반이 긴 허리를 굽히고 마른 등에 입술을 댈 때면 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간지러움을 참아내곤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빨강 립스틱을 덧바르고 귓불 뒤에 향수를 뿌렸다. 구제를 구입해 수선한 밍크를 꺼내 걸치고 자투리로 만든 밍크 모자를 머리에 비스듬히 얹었다. 진주 귀걸이를 하고 장갑을 꼈다. 은색 스팽글이 촘촘하게 박힌 카우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텍사스촌에 접어들자 겨울 내내 공중에 걸려 있던 해진 만국기가 바람에 나풀댔다. 그 아래, 술에 취한 러시아 선원 두 명이 러시아 혁명가 스텐카 라진을 부르며 지나갔다. 나는 시애틀 노래주점을 지나고 캄차카 노래방을 지나 클럽 로즈로 걸음을 옮겼다. 로즈에는 러시아 민요인 백만 송이 장미가 흐르고 있었다. 낮고 고혹적인 중년 여가수의 목소리가 담배 연기와 흐린 불빛에 섞여 들었다. 손님이라고는 한국 선원 두 명과 러시아 선원 두 명이 전부였다. 마담 장이 표정 없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자리에 앉아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얹었다. 한국 선원과 함께 있던 나타샤가 다가와 서툰 한국어로 언니, 마셔? 라고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러시아 닭 꼬치인 샤실릭을 시켰다. 담배를 피워 물고 천천히 로즈 안을 둘러보았다. 마담 장이 무료하게 하품을 해댔다. 필리핀에서 온 구잘은 러시아 선원과 섞여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날 무렵 나타샤가 보드카와 샤실릭을 내왔다. 나는 담배를 끄고 보드카를 한 잔 따랐다.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자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목까지 치닿았다. 이반은 보드카를 마시는 순간이면 고향을 떠났다는 것도, 추운 바다 위를 떠돈다는 것도 모두 잊는다고 했다. 나는 열기가 되뿜어져 나오는 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샤실릭 꼬치에서 닭 가슴살 한 점을 빼 마요네즈에 찍어 입에 넣었다. 내가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였다. 러시아 선원들이 골목을 차지하고 거리의 젊은 여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짐을 꾸려서 떠났다. 고작 러시아 선원의 비위나 맞추며 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마담 장도 미군을 따라 미국으로 갔던 여자였다. 나는 미군 대신 러시아 선원을, 맥주 대신 보드카를, 영어 대신 러시아어를 몸에 익혔다. 이 거리에 나타샤와 구잘이 찾아들었다. 나타샤는 러시아에서 발레리나였고 구잘은 필리핀에서 가수였다고 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꿈을 찾아 이곳을 떠났고 또 누군가는 또 다른 꿈을 좇아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텍사스촌으로 되돌아 온 사람들은 좀체 이 거리를 다시 벗어나지 못했다. 마담 장이 러시아 민요 대신 빠른 행진곡으로 음악을 바꾸었다. 선원들이 경쾌한 해군의 노래에 맞춰 무릎과 팔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드카 병이 순식간에 비어 갔다. 시계는 벌써 열한 시를 넘겼다. 한국 선원이 나타샤의 뺨을 비비며 등줄기를 훑었다. 선원 하나가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순간 그녀가 마담 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담 장이 전화를 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아가씨가 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여자였다. 계산을 마친 그들이 클럽 안을 빠져 나갔다. 손님은 이제 러시아 선원만 남았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살집이 많은 러시아 선원 하나가 보드카를 마시며 계속 나를 주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선원은 보드카 병을 쥐고 일행을 벗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구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틀거리는 선원보다 구잘이 먼저 내 테이블 앞에 와 선다. 러시아 선원이 들으라는 듯 러시아말로 이번에도 손님을 채 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선원이 멈칫거리는 사이 구잘이 밖으로 나갔다. 선원이 내 앞에 앉는다. 그는 잔에 보드카를 따르며 자신의 고향 이야기로 말을 건넸다. 나는 그에게 이반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를 추켜올리며 자신이 이반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주색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며 슬쩍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해군의 노래가 끝나고 러시아 혁명가가 시작되었다. 구잘이 필리핀 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구잘의 친구가 러시아 선원의 팔을 꿰찼다. 멍청이! 저 언니 나이 많아, 주름 많아, 구잘이 선원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구잘의 말에 선원이 내 앞에 앉은 선원에게 손짓을 보냈다. 동료가 만류하는 손짓을 무시하듯 선원이 지갑을 꺼내 보드카와 샤실릭 값의 두 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지켜보고 있던 구잘이 거칠게 다가왔다. 언니 년 나빠! 그녀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놀란 선원이 성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의 돈을 챙겨 일행 쪽으로 가버렸다. 망할 년! 어린 년이! 마담 장이 구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언니 년, 나빠! 구잘이 악다구니 끝에 손을 풀었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샤실릭 꼬치가 꾸들꾸들 말라갔다. 러시아 혁명가가 끝나고 경쾌한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이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러시아 년들을 한국 놈들에게 붙이고 필리핀 년들은 러시아 놈에게 붙이고, 이렇게 갈보 년들 불러대는 것도 신물이 난다구!” 그녀가 보드카를 마시며 넋두리를 해댔다. 쿨럭쿨럭, 천식 때문인지 잔기침이 뒤따랐다. “그래도 옛날에 이 바닥에서 명자, 하면 알아줬는데, 사내들을 홀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 그 시절에는 먹물 튄 년이 드문 때였으니…….” 그녀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흐릿한 불빛을 타고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거에 혹해서 사내놈들이 많이 찝쩍댔지…… 그때 한 놈 잡아 떠나지, 무슨 미련이 있다구…….” 그녀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 홀로 앉은 재즈가수의 독백처럼 한없이 낮았다. “너나 나나, 진즉에 이 바닥을 떴어야 하는데……, 사나운 팔자는 이래도 저래도 막히니…….” 그녀는 마치 거울을 보듯 나를 보고 있었다. 손님은 더 이상 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코트를 걸쳤다. 카우치 백을 열어 계산을 마치고 조용히 로즈를 나왔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나는 홍루 앞에서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기고 모자를 반듯하게 썼다. 보드카 때문인지 속에서 열이 올랐다. 어두운 계단을 지나 2층 현관문을 열었다. 녀석은 아직도 톱밥 속에 파묻혀 있다. 녀석에게 다가가 케이지 밑에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댔다. 따뜻했다. 월요일에 길을 떠나면 여행이 불행하게 된다고 했던 이반은 정작 월요일에 떠났다. 이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히 그가 월요일에 떠났기 때문이리라. 나는 욕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고 드레스를 벗었다. 거울에 깡마른 몸이 드러났다. 이반이 명자, 라고 이름을 부른 뒤 커다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려 보이면 나는 러시아 회화 책을 뒤지듯 그가 허공에 그려낸 그림을 꼼꼼히 살폈다. 이반은 종종 그렇게 자신이 탈 배가 지나갈 곳을 손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그럴 때마다 이반의 손목에 새긴 푸른 돛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깡마른 몸에 샤워기의 물을 뿌렸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것은 녀석 때문이었다. 문득 녀석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나는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케이지에서 멀찍이 떨어져 톱밥 위를 보았다.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은 줄곧 톱밥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일까, 나는 케이지 안을 살폈다. 톱밥의 곡선이 흐트러짐 없이 처음 그대로였다. 나는 냉동실 문을 열고 이반이 사 놓은 먹이를 하나 꺼냈다. 먹이는 알루미늄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개수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포장된 먹이를 그대로 담갔다. 재스민 차를 우려내 창가로 간다. 눈이 흩날렸다. 홍루 지붕에는 엘피 가스통 4개와 물탱크,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작업복과 면장갑, 깨진 그릇이 나뒹굴었다. 그 낡은 지붕 아래 자장면과 짬뽕 옆으로 적힌, 익숙하나 한 번도 맛을 본 적 없는 횡서 끝자락의 낯선 메뉴를 떠올린다, 어쩌면 남자가 만들어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감조차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그 메뉴 밑으로 삐뚤삐뚤하게 적힌 러시아 음식들. 흑빵과 함께 홍루의 남자는 육개장과 비슷한 쌀단까나 빈대떡과 비슷한 블린 같은 러시아 음식도 만들었다. 종종 러시아 사람들이 중국 음식 중에 끼어 있는 러시아 음식을 주문하였다. 눈이 내려앉는 홍루 뒤꼍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등을 보이고 양파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것은 언제나 남자의 등이다. 남자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사람처럼 묵묵히 앉아 양파를 깠다. 넓은 고무 대야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물에 붇고 있는 양파 껍질을 벗겨 낸다. 인조털이 달린 두툼한 점퍼에 가려진 남자의 양 옆 어깨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나는 껍질과 뒤섞인 혼탁한 물에 한 쪽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남은 양파 알을 찾는 남자의 기울어진 어깨를 본다. 언뜻언뜻 삐져나오는 남자의 붉고 물에 불은 손. 남자는 허리를 펴고 위를 올려다보는 법이 좀체 없다. 남자의 등 뒤로 살금살금 나타샤가 다가간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익살스럽게 굽히고 남자의 등 뒤에 몰래 다가섰다. 나타샤가 두 손으로 남자의 눈을 가린다. 남자가 양파 껍질이 묻은 젖은 손을 차마 나타샤 손에 포개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나타샤가 손을 풀었다. 나는 뒤돌아보고 멋쩍어하는 남자의 표정을 바라보며 식어가는 찻잔을 볼에 대고 눌렀다. 나타샤가 남자 앞에 턱을 괴고 앉는다. 분홍색 털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클럽에서와는 달리 앳돼 보였다. 남자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일을 멈추었다. 나타샤가 일어서더니 뒤꿈치를 모으고 양발을 벌려 발레의 폴리에 자세를 취한다. 두 팔을 뻗어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발 앞굽을 세워 잔걸음으로 뒤꼍을 옮겨 다녔다. 한눈에 봐도 그녀가 백조의 동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타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총총걸음으로 뒤꼍을 돌아 남자 앞에 섰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동그랗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남자를 향해 웃고 있는 나타샤를 보며 식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개수대에 던져놓은 녀석의 먹이가 녹았다. 먹이를 건져서 접시에 담고 알루미늄 포장지를 벗겨냈다. 손가락 한 마디를 좀 넘긴 연한 핑크색 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나는 숨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쥐가 녀석의 먹이라니. 처음 기지촌에 왔을 때처럼, 처음 러시아 선원을 만났을 때처럼 무섭고 낯설었다.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집게로 새끼 쥐를 집어 올려 녀석에게로 갔다. 톱밥 위는 아직도 텅 비어 있었다. 케이지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 먹이를 내려놓았다. 휘파람을 분다. 녀석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휘파람을 분다. 어릴 적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아무도 없는 집 마루에 앉아 허공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대곤 했다. 설령 어른들의 말처럼 뱀이 나온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휘파람을 불면 곁에 누가 있는 것처럼 무서움이 가셨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어서 집이 비었는지 집이 비어서 휘파람을 불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었다. 나는 케이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소파에 앉아 여행자를 위한 러시아 회화 책을 폈다. 90쪽 ‘거리’에서부터 120쪽 ‘모자 가게’까지는 이반이 떠나기 전 러시아어로 읽어주었다. 151쪽 기차여행 편을 한글로 따라 읽는다. ‘그제야 마구 쎄스츠 나 보예즈제?’ 어느 기차에 타야 합니까? 홍루 뒤꼍으로 함박눈이 쌓였다. 나는 눈을 밟으며 홍루로 갔다. 홍루에는 나타샤와 한국인 두 명만이 앉아 있었다. 주방 안으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종업원에게 이반이 즐겨 먹었던 쌀단까와 흑빵을 주문했다. 종업원 대신 나타샤가 내 쪽을 힐금거리며 주방 입구로 갔다. 그리고 주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주문을 받아 전해준다. 나는 낮은 선반 위에 펼쳐진 러시아 회화 책을 잠시 쳐다보았다. 남자도 틈틈이 회화 책을 뒤지며 러시아 말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폴리에 자세로 발을 벌리고 서 있는 나타샤의 뒷모습이 왠지 서글퍼서 고개를 돌렸다. 쌀단까와 흑빵이 나왔다. 이반은 홍루의 쌀단까 맛이 고향의 맛과 같다고 했지만 홍루의 쌀단까 맛은 육개장과 별반 다름없는 맛이었다. 천천히 흑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흑빵이 입안에서 거칠게 씹혔다. 나는 반쯤 뜯어 먹은 흑빵을 남기고 홍루를 나왔다. 케이지 안에 먹이가 그대로 있었다. 녀석이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케이지의 뚜껑을 열고 먼지떨이를 거꾸로 찔러 넣어 천천히 톱밥을 휘저었다.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막대기로 커다랗게 원을 그은 뒤 안으로 조금씩 좁혀가며 톱밥을 감아 올렸다. 녀석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반이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내가 휘파람을 불어 모든 게 텅 비어버린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눈이 녹고 있었다. 녀석이 사라진 지 일주일째, 부두에 배가 들어왔다. 텍사스 거리는 러시아 선원들과 보따리 상인들로 붐볐다. 나는 클럽 문을 열었다. 로즈도 러시아 선원들로 북적였다. 여전히 러시아 음악 백학이 흘러나왔고 조명은 더 흐려 있었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거울이 걸린 자리에 앉았다.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리고 카우치 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언니 머? 구잘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샤실릭을 주문했다. 마담 장이 새로운 선원들을 앞에 두고 예전 텍사스 거리에 몰려들었던 미군들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선원들이 이야기를 채근하듯 마담 장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시절 마담 장의 사랑을 구하려는 한 미국 병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백만 송이 장미를 사다가 거리에 뿌렸노라고 말하자 선원들이 속았다는 듯 몸을 털며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러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백만 송이 장미에 얽힌, 가난한 화가의 슬픈 사랑이야기란 것을 이내 알아챈 모양이었다. 마담 장은 배가 들어올 때마다 선원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했다. 선원들은 이국의 낯선 이야기에 자신들 나라의 이야기가 섞여 든 것을 알아채자 긴장이 풀렸는지 보드카를 연거푸 마셨다. 마담 장이 의자를 돌려 몸을 반쯤 틀고 있는 러시아 선원들을 달래듯 두 손을 들어 허공을 다독였다. 선원들이 다시 마담 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타샤는 한국인 선원들 사이에 섞여 있었고 이미 취해 보였다. 한국인 선원이 길고 곧은 나타샤의 등줄기를 더듬어 내려가다 허리를 감싸 안고 일어섰다. 마담 장이 재빠르게 나타샤와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타샤와 한국인 선원이 계산을 마치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홍루의 남자가 클럽에 들어선 것은 내가 두 번째 담배에 막 불을 붙일 때였다. 남자는 이곳이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소 들뜬 표정으로 구잘에게 주문을 했다. 그의 테이블에 맥주와 마른안주가 올려졌다. 나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셨다. 마담 장이 음악을 바꿨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었다. 러시아 선원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러시아인들의 춤은 마치 목각 인형이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처럼 무릎과 팔이 절도 있게 꺾어졌다. 격렬하면서도 율동 사이사이에 강한 매듭이 있는 러시아 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졌다. 춤이 격렬하면 할수록 더 그랬다. 나는 선원들이 원무를 이뤄 추는 가팍을 보며 이반을 떠올렸다. 이반도 어디선가 함성을 지르며 저들처럼 가팍을 추고 있을까, 나는 보드카를 마시고 샤실릭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에 앉아서 계속 몸을 흔들고 있던 마담 장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육중한 그녀의 몸이 빠른 리듬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선원들의 함성이 추임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음악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들의 춤은 자정까지 계속될 것이다. 구잘이 나타샤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하여 분주히 움직였다. 마담 장은 점점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해갔다. 가끔 이렇게 마담 장이 흥에 취해 선원들과 춤을 추면 그녀가 어김없이 해 오던 일, 러시아 아가씨를 한국 선원에게 붙이고 필리핀 아가씨를 러시아 선원에게 붙이는 일을 잊었다. 더불어 나의 존재도 잊었다. 그녀가 잊는 것은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천식처럼 오래된 이 거리의 모든 것들, 그녀를 되돌아오게 만들었던 익숙한 모든 것들, 그녀의 생 모두를 잊을 것이었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면 무언가 텅 비게 되는 것처럼 그녀도 텅 비어가는 것이리라. 원무에 끼어 점점 격렬하게 몸을 흔들 때마다 그녀가 한줌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기라도 할 듯 깡마른 손을 허공에 내밀었다. 홍루의 남자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남자는 무릎 사이에 손을 찔러 넣고 눈은 줄곧 나타샤를 찾았다. 나는 마지막 보드카를 입에 털어 넣었다. 남자가 취했는지 점점 고개를 떨궜다.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문득 잊고 있던 녀석을 떠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가 고개를 든다. 거짓말처럼 녀석을 찾은 것은 소파 밑에서였다. 환전소에 가기 위해 러시아 동전을 지갑에 넣는 중이었다. 소파 밑으로 굴러들어간 동전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누렇게 바랜 벽지에 노랑 빨강 검정 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소파 안쪽 벽 틈에 일자로 붙어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먹이를 꺼내 따뜻한 물에 담근 다음 물기를 닦아 소파 입구에 놓았다. 집게를 들고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녀석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숨을 삼켰다. 먹이 앞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간 녀석이 고개를 들며 혀를 날름거렸다. 녀석의 여린 혀가 재빠르게 입속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녀석이 먹이 앞으로 다가가 먹이를 덥석 무는 순간 집게로 녀석을 집어 케이지에 넣었다. 녀석의 입에는 삼키다 만 새끼 쥐의 여린 몸이 반쯤 물려 있었다. 로즈 앞에는 며칠째 클로즈라는 안내판만 달려 있었다. 겨울이면 도지는 마담 장의 천식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다고 했다. 나타샤도 가끔씩 목욕탕이나 환전소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한국 선원을 따라 이곳을 떠났다는 말도 있었고 임신을 해서 로즈에서 쫓겨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텍사스 거리는 다 해진 만국기를 걷어내는 상인들로 분주했다. 나는 만국기가 끝나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이반을 처음 만났던 날, 이반의 달콤한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던 순간, 나는 내 여행이 이대로 끝이 나길 간절히 바랐었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만국기가 걷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표 판매소를 지나 환전소로 갔다. 마지막 남은 먹이를 녀석에게 넣어주었다. 녀석이 조심스럽게 먹이에 다가간다. 잠시 목을 추켜세우더니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또 먹이를 먹지 않을 모양이었다. 온수에 목욕을 시키면 좀 도움이 될 겁니다. 수의사는 전화로 간단하게 처방을 내렸다.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상적으로 탈피를 하기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대야에 온수를 받아 케이지 옆에 놓았다. 케이지 뚜껑을 열고 널브러지듯 몸을 길게 풀고 있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집게를 들다가 내려놓았다. 녀석의 외피에 손을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녀석의 차가운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천천히 선을 그으며 머리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녀석의 입을 지나 턱쯤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녀석이 감미로운 몸동작으로 손에 감겨든다. 소름인지 전율인지 무언가 몸속으로 울려들었다. 나는 녀석을 안듯 들어올려 온수에 담갔다. 녀석이 천천히 물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물끄러미 녀석을 보다가 물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미끄러지듯 내 손을 비켜나가는 녀석의 꽁무니를 따라가며 손을 저어 작은 물보라를 일으켰다. 녀석이 점점 생기를 찾은 듯 작은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작은 수건으로 민첩하게 손아귀를 벗어나는 녀석을 떠내 마른 수건을 깔아놓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녀석을 재빨리 수건 위에 굴린 뒤 케이지 안으로 털어 넣었다. 명자, 아주 잘했어, 이반이 보았더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홍루를 지나고 로즈를 지나 도로 건너편에 있는 수족관으로 갔다. 파충류 먹이 있음. 간판 옆에 적힌 글씨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이 햄스터 케이지를 열다가 내 쪽을 본다. “뭘 드릴까요? 손님.” 점원이 케이지 안에서 햄스터를 꺼내며 물었다. “밀크스네이크 종인데……먹이 좀 사려고요.” 나는 나무토막을 기어오르는 비단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뱀을 키운 지 오래되셨나 봐요. 처음 키우는 사람은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거든요.” 점원이 손에 쥔 햄스터를 비단뱀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렇게 한창 클 때는 녀석도 산 먹이를 찾아요, 그래야 탈피를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나무막대를 기어오르던 녀석이 슬그머니 방향을 틀며 혀를 날름거렸다. 케이지에 던져진 햄스터가 꾸물꾸물했다. 움직임을 감지한 녀석도 먹이를 견준 채 꼼짝 하지 않다가 입을 벌리고 먹이를 물어 삼켰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점원에게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속담이 있었나요?” 점원은 손에 묻은 햄스터 털을 털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 냉동 쥐로 드릴까요?” 점원이 물었다. 나는 햄스터의 하얀 몸이 비단뱀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점원은 케이지에서 꿈틀거리는 분홍색 새끼 햄스터 한 마리를 꺼냈다. “녀석들이 종종 냉동 먹이를 먹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탈피를 하려고 그럴 겁니다. 제대로 크고 있다는 증거죠.” 나는 점원에게서 새끼 햄스터를 받아 골목으로 돌아왔다. 날이 풀리고 있었다. 곧 부두에 배가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문이 닫힌 로즈를 지나 홍루에 들러 쌀단까와 흑빵을 시켰다. 남자는 여전히 등을 보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탁자 위에는 너덜너덜해진 러시아 회화 책과 비닐도 뜯지 않은 발레 슈즈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흑빵을 뜯어 쌀단까에 적셔 먹었다. 맞은편 거울에 흑빵을 씹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밥을 먹을 때 거울을 보면 안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이반이 내 귓불 뒤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일 것 같았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 [사설] 대법관 신상털기 SNS의 일탈을 우려한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게 유죄 확정판결을 내린 이상훈 대법관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신상털기’가 도를 넘었다. 포털사이트에는 부인과 자식도 “만천하에 공개해 대한민국 땅에서 숨쉬고 살지 못하게 해야만 한다.”는 글까지 떠도는 등 단순한 비판을 넘어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섬뜩하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증오와 적개심이 들끓는 분노의 도가니가 됐는가. 자신만의 정의의 잣대로 세상을 재단한다면 제 맘에 들지 않는 모든 것은 다 불의요 악이 될 수밖에 없다. 판결 선고 전만 해도 이 대법관은 “사법개혁을 주도한 진보 대법관”이란 말을 들었다. PD수첩 무죄판결 때 ‘개념 판사’라며 칭송하는 트위트를 날린 이들이 누구인가. 바로 지금 SNS 공간에 저주의 언어를 쏟아붓는 사람들이다.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그렇게 쉽게 태도를 바꾸는 게 과연 개념 있는 행동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시 지적하건대 사법부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대법원의 결정마저 작심하고 무시하려 든다면 이 땅의 법치주의는 한갓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일부 정치인과 작가까지 나서 사법부의 정치 난장화(場化)를 부추기는 현실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법원은 자신의 판결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할 날이 올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런가 하면 소설가 공지영은 “사법부에도 조종…” 운운하는 글을 올렸다. 앞뒤 고려 없이 너도나도 SNS의 위력을 이용해 사법부를 옥죄려 한다면 어느 법관이 양심에 따라 소신 있게 재판을 할 수 있겠는가.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막말을 내뱉은 법관이 주목을 받는 판이니 양심이라는 말을 들먹이는 것도 무색하다. 요컨대 SNS상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지켜져야 한다. 스스로 사회지도층 인사로 여긴다면 자신의 SNS 글질이 진정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 창원지법 “판사 ‘가카새끼짬뽕’ 부적절”

    이정렬(42·사법연수원 23기)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해 소속 법원이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입장을 23일 밝혔다. 창원지법은 22일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부장판사의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또 “‘법관이 의견을 표명함에 있어 품위를 유지하고 신중하게 처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윤인태 창원지법원장은 연수를 마치고 다음 주 출근하는 이 부장판사에게서 소명을 듣고 후속 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장은 이 부장판사에 대해 법관의 윤리강령 위반 여부나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구두·서면 경고를 하거나 대법원에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할 수 있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트위터에서 본 신종라면 2가지랍니다.”라며 ‘시커먼 땟국물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이라고 쓰인 라면봉지 사진 2장을 올렸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가카새끼 짬뽕’ 패러디 판사 창원지법 윤리강령 위반 검토

    창원지법은 이정렬(42·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 패러디물이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는지를 따지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창원지법은 22일 열리는 운영위원회에서 페이스북 글에 대한 판사들의 의견을 듣고, 법관윤리강령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법관윤리강령은 법관의 품위 유지, 정치적 중립 등을 규정한 대법원 규칙이다. 창원지법 관계자는 21일 “내년도 사무분담을 논의하는 정례 전체판사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운영위원회에서 페이스북 글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운영위원회에서 윤리강령 위반으로 판단나면 법원장이 대법원에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시커먼 땟국물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이라고 쓰인 라면봉지 사진 2장을 띄웠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2011 하반기 히트상품] 농심 ‘쌀국수 짬뽕’

    [2011 하반기 히트상품] 농심 ‘쌀국수 짬뽕’

    ‘쌀국수 짬뽕’의 가장 큰 특징은 정통 한국식 짬뽕을 그대로 재현한 ‘깊고 얼큰한 맛’이다. 이런 맛을 내기 위해 분말수프가 아닌 액상수프를 사용했다. 오징어, 버섯, 당근 등 건더기 수프의 양도 기존 라면보다 2배 이상 많이 넣었다.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익숙한 소재로 만든 ‘쌀면’도 인기 요인이다. 쌀을 80% 사용해 만든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고 가래떡처럼 뽑아낸 후 바람에 건조시켜 만들었다. 이 제조법으로 유탕면에 비해 칼로리를 약 20% 낮췄다.
  • 언론서 ‘FTA반대’ 판사 페북 글 비난하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글을 올렸던 창원지법 이정렬(42·연수원 23기) 부장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 등으로 표현된 패러디물에 대해 올린 답글이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트위트에서 본 신종라면 2가지랍니다.”라며 ‘시커먼 땟국물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이라고 쓰인 라면봉지 사진 2장을 올렸다. 이는 라면 이름에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 등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조합해 만든 패러디물이다. 이 부장판사는 20일 해당 글에 대한 비판 보도가 나오자 “저 신문 나왔네요. 특히 ‘시정잡배’라는 말씀 마음에 듭니다. 그동안 ‘고고한 사람’인 척하면서 재판하지 않았나 고민이었는데 ‘시정잡배’의 눈높이에서 재판할 것을 다짐합니다.”라며 응수하는 글을 또 게재했다. 앞서 한 언론매체는 서울지역 한 부장판사의 말을 인용, “판사가 대법원장의 거듭된 당부를 무시한 채 판사답지 못한 시정잡배의 언어로 대통령까지 조롱하는 것은 문제”라고 보도했다. 서기호(41·연수원 29기) 서울북부지법 판사도 이날 트위터에 “옛날 무학대사가 이성계로부터 ‘당신은 돼지 같소’라는 말을 듣자 ‘전하께서는 부처님 같습니다. 부처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부처로 보이는 법이죠’라고 했다.”면서 “21세기 무학대사는 이렇게 말한다. ‘시정잡배의 눈에는 모두가 시정잡배로 보이거든요’”라며 해당 보도를 비꼬았다. 한편 대법원과 창원지법은 이 같은 논란에 “현재로서는 이 부장판사에 대해 어떠한 조처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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