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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아, 여름이다!/탐조인·수의사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아, 여름이다!/탐조인·수의사

    햇살이 뜨겁다. 하지만 햇살만 뜨겁다고 여름은 아니다. 내게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개천가 갈대밭에서 들리는 이 소리다. 개객개객개객 개객 칫 개객 칫~. 개구리 소리 같기도 하고 새소리인가 싶기도 해서 늘 소리의 주인공이 무척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갈대 위쪽에 날아 앉아 입을 크게 벌리고 노래하는 연갈색의 새를 봤을 때의 반가움이란! 그 새의 이름은 개개비, 시골 어른들은 개구리새라고도 한단다. 번식지에 온 초기에는 쑥스러운 건지 용기가 나지 않는 건지 갈대 약간 안쪽에서 울어서 누가 이렇게 열심인가 궁금해서 찾아봐도 잘 안 보이지만 개개비 수가 늘어 경쟁이 커지면 높다랗게 튀어나온 갈대 줄기 위쪽이나 높지 않은 버드나무 꼭대기로 올라가서 튀게 노래하는 녀석들도 많아진다. 그렇게 하면 천적 눈에도 잘 띄기 때문에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위험한 일이지만 암컷에게 잘 보이려는 간절함으로 과감히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덕분에 탐조인은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을 볼 수 있다. 한자리에서 노래하던 녀석이 뭔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른 갈대로 날아간다. 갈대 줄기 중간쯤에 내려앉더니 갈대를 잡고 벽 타기 하듯 샤샤샥 움직여서 갈대의 거의 끝으로 올라가서는 이제야 좋은 자리를 잡았다는 듯 목청을 가다듬고 노래를 시작한다. 노래는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낼 수 있는 소리들을 이리저리 섞은 변주도 있고, 때로는 때까치처럼 빠르게 쪼쫏쪼로 하는 소리도 섞여 있어 듣고 있노라면 꽤나 재미있다. 어떤 노래를 부르는 수컷이 암컷에게 인기가 있을지는 개개비들만이 알겠지. 사람처럼 개개비들도 각자의 취향이라는 게 있을지도 몰라. 바람이 불자 갈대가 흔들린다. 개개비가 자리잡은 갈대도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사람이 뱃멀미를 하듯 개개비도 저렇게 흔들리면 멀미가 나지 않을까 싶은데 가느다란 발가락으로 갈대 줄기를 부여잡고 꿋꿋하게 노래를 한다. 어떤 녀석은 머리털까지 세우고 노래를 하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크게 벌린 입속이 유독 밝은 주황이라 더 눈길이 간다. 암컷 개개비도 노래와 함께 외모도 볼지 궁금하다. 여름이 깊어가면 선택받은 개개비는 노래하는 대신 열심히 자기 닮은 아기새를 키우게 되겠지. 그런데 한여름에도 열심히 노래하는 개개비들을 보면 어쩐지 마음이 짠하다. 내년에는 너에게도 좋은 짝이 생길 거야. 그러니 더 열심히 노래 연습 하렴!
  • [핵잼 사이언스] 무려 25만 년 동안 처녀?…짝짓기 없이 번식하는 호주 메뚜기

    [핵잼 사이언스] 무려 25만 년 동안 처녀?…짝짓기 없이 번식하는 호주 메뚜기

    암수 짝짓기를 통한 번식은 자연의 섭리지만, 짝짓기가 어려울 때 혼자서도 어떻게든 후손을 남기는 동식물이 적지 않다. 곤충 가운데서도 생각보다 많은 종이 빠르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나 수컷을 만날 수 없는 환경일 때 처녀생식(Parthenogenesis)을 통해 개체 수를 늘린다. 수정되지 않은 알이 스스로 부화해 어미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딸들이 태어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처녀 생식이 가능한데도 굳이 짝짓기를 통해 새끼를 낳는 이유에 대해서 연구해왔다. 사실 짝을 찾는 과정 자체가 험난할 뿐 아니라 짝짓기를 통해 후손을 남길 경우 유전자의 1/2만 전달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상당한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동식물이 무성 생식 대신 유성 생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지금까지 여러가지 가설이 제시됐다. 가장 그럴듯한 주장은 유전자를 혼합해 매우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쉬울 뿐 아니라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침입하기 어려워진다. 유전자가 다른 개체들은 집마다 다른 열쇠를 지닌 것처럼 면역 반응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호주에서 보고된 독특한 처녀 생식 사례는 이 가설에 도전하고 있다. '와라마바 비르고'(Warramaba virgo)는 호주 넓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녹색 메뚜기이다. 그러나 이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호주 과학자들은 예상치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바로 모든 개체의 유전자가 거의 같은 암컷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종 전체가 처녀 생식을 통해 짝짓기 없이 번식한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모든 와라마바 비르고 개체가 25만 년 전 우연히 이종 교배를 통해 태어난 암컷 한 마리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연히 와라마바속 메뚜기 2종(W. flavolineata와 W. whitei)이 이종 교배를 통해 암컷 새끼를 얻었는데, 놀랍게도 이 개체가 수컷 없이 스스로 번식한 것이다.연구팀은 실험실에서 두 종의 메뚜기를 교배해 그 새끼로부터 약간의 알을 얻었지만, 실제 새끼로 부화하지는 못했다. 노새처럼 후손을 남길 수 없는 2세만 나온 것이다. 따라서 25만 년 전 생식력을 지닌 와라마바 비르고 암컷은 정말 우연히 나타난 돌연변이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이렇게 무성 생식으로 번식하는 메뚜기가 25만 년 동안 멸종하지 않고 현재 부모 종 이상으로 번성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성의 진화를 연구해온 과학자들에게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다. 와라마바 비르고는 전염병에 시달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기후 변화와 인간의 상륙으로 수많은 호주 토종 동식물이 사라지는 동안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과학자들은 이 미스터리한 처녀 메뚜기의 성공 비결을 연구하고 있다. 아마도 비결 중 하나는 모든 개체가 짝짓기 없이도 알을 낳을 수 있어 암컷이 절반인 경쟁 메뚜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방식이 유리한 점만 있다면 모든 메뚜기가 다 암컷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야기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 기세 꺾인 진보교육… 尹정부와 자사고·고교학점제 갈등 불가피

    기세 꺾인 진보교육… 尹정부와 자사고·고교학점제 갈등 불가피

    6·1 지방선거의 시도교육감 선거는 ‘진보 교육감의 입지 약화’로 요약된다. 17개 시도 중 14곳이 진보 성향 교육감 체제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성향 교육감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두고 교육감들도 진보·보수로 양분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일 오전 1시 현재 진보 교육감 당선이 유력·확실한 지역은 서울(조희연), 울산(노옥희), 광주(이정선), 전남(김대중), 전북(서거석)이다. 충남(김지철), 세종(최교진)은 진보 진영 후보가 시간이 갈수록 2위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경기(임태희), 대구(강은희), 대전(설동호), 강원(신경호), 충북(윤건영), 경북(임종식), 제주(김광수)에서는 보수 후보들이 일찌감치 당선권에 들어갔다. 인천, 부산, 경남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다. 이날 함께 치른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보수인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2014년 17곳 중 13곳, 2018년 14곳을 차지한 데 비하면 강세는 확실히 꺾인 모양세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진보 교육감이 8년 동안 교육 현장을 이끌면서 다양성이 약화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민들도 진보 교육감에게 염증을 느낀다는 점이 드러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이 심해지고,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문재인 정부 교육 실패에 진보 교육감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진보·보수에 따라 입장이 다른 교육 정책을 두고 충돌은 불가피하다. 예컨대 코로나19에 따른 기초학력 신장에는 양 진영 간 이견이 없지만, 실행 방식은 다르다. 문재인 정부 교육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은 ‘줄 세우기 교육’을 지양하면서 학교 지필고사를 최소화했지만, 보수 교육감들은 윤석열 정부 교육부와 발맞춰 일제고사 부활 등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보수 측은 ‘반지성·반자유·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육 아웃’을 구호로 내걸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전교조 명단 공개와 시국선언 교사 징계 등이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교육계에 또다시 이념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보 교육감 숫자가 줄면서 앞선 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한 초·중·고 교육 정책도 상당 부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문 정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평준화 정책을 추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자사고 존치를 밝힌 상태여서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폐기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1호 교육 공약’으로 꼽히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5년 전국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윤 대통령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고교학점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자격고사화, 학생부종합전형 강화와 짝을 이루는 제도다. 여기에 맞춰 대입에서 수시 비율을 늘려야 한다. 새 정부가 2024년 2월까지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놔야 하는데, 고교학점제를 옹호하는 진보 교육감들과 이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오는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따라 진보 교육감과의 갈등도 예고된다. 대입제도와 교육과정, 교육재정 등을 다루는 국가교육위는 국회 추천 9명, 대통령 지명 5명, 교원 관련 단체 추천 2명, 대교협·전문대교협 추천 2명, 지방자치단체 추천 1명, 교육부 차관과 시도교육감협의회대표 2명 등으로 구성된다.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다. 진보 교육감이 국회와 어떻게 협력하느냐도 관건이다. 대통령은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도 지자체장 대부분을 국민의힘이 차지했지만 국회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 우세를 점한 상태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과 진보 교육감이 정부에 맞서 공동 전선을 펴면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2년 동안 여소야대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교육 정책마다 진보와 보수가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기세 꺾인 진보교육… 尹정부와 자사고·고교학점제 갈등 불가피

    기세 꺾인 진보교육… 尹정부와 자사고·고교학점제 갈등 불가피

    6·1 지방선거의 시도교육감 선거는 ‘진보 교육감의 입지 약화’로 요약된다. 17개 시도 중 14곳이 진보 성향 교육감 체제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성향 교육감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두고 교육감들도 진보·보수로 양분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일 오전 1시 현재 진보 교육감 당선이 유력·확실한 지역은 서울(조희연), 울산(노옥희), 광주(이정선), 전남(김대중), 전북(서거석)이다. 충남(김지철), 세종(최교진)은 진보 진영 후보가 시간이 갈수록 2위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경기(임태희), 대구(강은희), 대전(설동호), 강원(신경호), 충북(윤건영), 경북(임종식), 제주(김광수)에서는 보수 후보들이 일찌감치 당선권에 들어갔다. 인천, 부산, 경남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다. 이날 함께 치른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보수인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2014년 17곳 중 13곳, 2018년 14곳을 차지한 데 비하면 강세는 확실히 꺾인 모양세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진보 교육감이 8년 동안 교육 현장을 이끌면서 다양성이 약화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민들도 진보 교육감에게 염증을 느낀다는 점이 드러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이 심해지고,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문재인 정부 교육 실패에 진보 교육감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진보·보수에 따라 입장이 다른 교육 정책을 두고 충돌은 불가피하다. 예컨대 코로나19에 따른 기초학력 신장에는 양 진영 간 이견이 없지만, 실행 방식은 다르다. 문재인 정부 교육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은 ‘줄 세우기 교육’을 지양하면서 학교 지필고사를 최소화했지만, 보수 교육감들은 윤석열 정부 교육부와 발맞춰 일제고사 부활 등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보수 측은 ‘반지성·반자유·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육 아웃’을 구호로 내걸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전교조 명단 공개와 시국선언 교사 징계 등이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교육계에 또다시 이념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보 교육감 숫자가 줄면서 앞선 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한 초·중·고 교육 정책도 상당 부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문 정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평준화 정책을 추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자사고 존치를 밝힌 상태여서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폐기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1호 교육 공약’으로 꼽히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5년 전국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윤 대통령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고교학점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자격고사화, 학생부종합전형 강화와 짝을 이루는 제도다. 여기에 맞춰 대입에서 수시 비율을 늘려야 한다. 새 정부가 2024년 2월까지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놔야 하는데, 고교학점제를 옹호하는 진보 교육감들과 이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오는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따라 진보 교육감과의 갈등도 예고된다. 대입제도와 교육과정, 교육재정 등을 다루는 국가교육위는 국회 추천 9명, 대통령 지명 5명, 교원 관련 단체 추천 2명, 대교협·전문대교협 추천 2명, 지방자치단체 추천 1명, 교육부 차관과 시도교육감협의회대표 2명 등으로 구성된다.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다. 진보 교육감이 국회와 어떻게 협력하느냐도 관건이다. 대통령은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도 지자체장 대부분을 국민의힘이 차지했지만 국회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 우세를 점한 상태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과 진보 교육감이 정부에 맞서 공동 전선을 펴면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2년 동안 여소야대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교육 정책마다 진보와 보수가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기세 꺾인 진보교육… 尹정부와 자사고·고교학점제 갈등 불가피

    기세 꺾인 진보교육… 尹정부와 자사고·고교학점제 갈등 불가피

    6·1 지방선거의 시도교육감 선거는 ‘진보 교육감의 입지 약화’로 요약된다. 17개 시도 중 14곳이 진보 성향 교육감 체제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성향 교육감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함께 발을 맞추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 현재 진보 교육감 당선이 유력한 지역은 서울, 울산, 광주, 전남, 충남, 세종 등 6곳으로 집계됐다. 경기, 대구, 대전, 강원, 충북, 경북, 제주는 일찌감치 보수 후보들의 우세가 점쳐졌다. 인천, 부산, 경남, 전북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보수인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2014년 17곳 중 13곳, 2018년 14곳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강세는 확실히 꺾였다.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진보 교육감이 8년 동안 교육 현장을 이끌면서 다양성이 약화한 측면이 있다”며 “국민들도 진보 교육감에게 염증을 느낀다는 점이 드러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학력 저하 현상이 심해지고,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문재인 정부 교육 실패에 진보 교육감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진보 교육감과 보수 교육감의 입장이 다른 교육 정책을 두고 충돌도 우려된다. 예컨대 코로나19에 따른 기초학력 신장에는 진보와 보수 간 이견이 없지만 실행 방식은 다르다. 문재인 정부 교육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은 ‘줄 세우기 교육’을 지양하면서 학교 지필고사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보수 교육감 후보는 윤석열 정부 교육부와 발맞춰 일제고사 부활 등을 꾀하고 있다. 경기 임태희, 대구 강은희, 충북 윤건영, 경북 임종식 등 당선이 유력한 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반지성·반자유·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육 아웃’을 구호로 내걸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전교조 명단 공개와 시국선언 교사 징계 등이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당선으로 교육계에서 또다시 이념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보 교육감 숫자가 줄면서 앞선 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한 초중고 교육 정책도 상당 부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평준화 정책을 추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자사고 존치를 밝힌 상태여서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문재인 정부 1호 교육 공약’으로 꼽히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5년 전국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도록 하는 고교학점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자격고사화, 학생부종합전형 강화와 짝을 이루는 제도다. 여기에 맞춰 대입에서 수시 비율을 늘려야 한다. 새 정부가 2024년 2월까지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놔야 하는데, 고교학점제를 옹호하는 진보 교육감들과 이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오는 7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진보 교육감과의 갈등도 예고된다. 대입제도와 교육과정, 교육재정 등을 다루는 국가교육위 21명의 위원은 국회 추천 9명, 대통령 지명 5명, 교원 관련 단체 추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추천 2명, 지방자치단체 추천 1명, 교육부 차관과 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 2명으로 이뤄진다.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 교육감이 국회와 어떻게 협력하느냐도 관건이다. 대통령은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도 지자체장을 국민의힘이 차지했지만 국회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 우세를 점한 상태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과 진보 교육감이 윤석열 정부에 맞서 공동전선을 펴면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2년 동안 여소야대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교육 정책마다 진보와 보수가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동률의 아포리즘] 대광초, 보이스카우트는 이제 그만/서강대 교수(매체경영)

    [김동률의 아포리즘] 대광초, 보이스카우트는 이제 그만/서강대 교수(매체경영)

    나는 지금도 초등 오학년 때 내 짝꿍을 잊지 못한다. 그 짝꿍을 생각하면 늘 안타깝고 묘한 슬픔이 밀려온다. 베이버부머 막내쯤인 내 세대는 많이 가난했다. 초등 때 내 짝은 특히 그랬던 것 같다. 까만 피부에 새초롬한 내 짝의 몸차림은 늘 허술했다. 공부를 제법 잘해 통지표를 받을 때 살짝 웃는 모습 외에는 웃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늘 우울한 표정이었으며 말수가 적었다. 어느 봄날 교실 청소가 끝나 쓰레기를 비우기 위해 쓰레기 하치장을 찾았다. 순간 한 소녀가 줄행랑을 쳤다. 내 짝이었다. 가난했던 내 짝은 거기서 몽당연필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내 짝은 노골적으로 나를 외면하고 거리를 뒀다. 말을 걸어도 무반응이었다. 자존심이 몹시 상했을 그때 내 짝의 슬픔을 한참 지나 어른이 되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눈빛이 유난히 초롱했던 내 짝이 어느 하늘 아래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길 바랄 뿐이다. 목소리 때문에 초등 때에 곧잘 합창단에 불려갔다. 내가 다니던 초등 합창단이 우여곡절 끝에 본선 무대에 진출하게 됐다. 그때 우리가 불렀던 레퍼토리는 ‘푸른 잔디’, ‘ 초록빛 바다’쯤으로 기억한다. 우리 합창단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도심의 어느 초등학교 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세상에! 모두가 멋진 유니폼을 맞춰 입고 새까만 구두에 스타킹까지 완전 구색을 갖춘 복장이었다. 부모들로 짐작되는 관객들 또한 우리 어머니들과는 차림새가 달랐다. 이십여명쯤 되던 우리는 기가 팍 죽었다. 나중에 알았다. 그때 우리 다음 올라온 초등이 부잣집 아이들이 다닌다는 사립학교라는 것을. 더구나 우리는 교과서 노래를 레퍼토리로 고른 반면 그 사립초등은 영어 노래를 무대에 올렸다.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많은 아이들은 저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우리가 떨어지고 사립초등 합창단이 본선에 진출한 것은 노래 실력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꽤 있었다. 토요일 방과후엔 곧잘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다. 그땐 운동장 수도꼭지가 늘 잠겨 있었다. 수도요금을 겁낸 학교 측이 단수해 놓은 것이다. 대개 집이 학교에서 가까운 아이가 물을 가득 채운 주전자를 준비했고, 그 물을 번갈아 마시며 갈증을 달랬다. 그나마 봄가을 한 달간은 아예 운동장 사용 자체가 금지됐다. 보이스카우트 아이들의 야영훈련을 이유로 학교 측이 사용을 금했기 때문이다. 보이스카우트. 지금의 장년세대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청색 유니폼에 멋진 모자, 가슴엔 휘장까지…. 로프까지 매단 복장은 그 아이들이 나와는 다른 세계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 줬다. 지금 신세대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우울한 추억쯤 된다. 가끔 출근길에 만나게 되는 사립초, 국제학교의 스쿨버스를 보면 불현듯 유년 시절의 그때가 떠오른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짝꿍에게 가난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용기 내어 다정하게 말해 주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모교인 대광초를 방문하고 취임식에 대광초 시절 은사를 초대했다고 한다. 앞서 대선 땐 그가 보이스카우트 복장을 한 사진이 제법 나돌기도 했다. 집안 환경을 고려할 때 이해는 간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사람도 많다. 이재명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조차 남루한 흑백사진의 소년 이재명을 보고 맘이 짠해 찍었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 시사하는 바가 무겁다. 당선인이 대광초를 찾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자유다. 하지만 취임 후에는 대광초, 보이스카우트 출신임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사립초등이 던지는 의미는 크고 많이 복잡하다. 윤 당선인은 깨달아야 한다. 당선인이 좋아서 찍은 사람도 있지만 대안이 없어 선택한 사람도 많다는 것을. 대광초등과 보이스카우트의 추억은 이제 잊어야 한다. 대한민국 새 대통령에게 행운이 있기를.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동성애자 호주 절벽에서 살해 34년 만에 단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동성애자 호주 절벽에서 살해 34년 만에 단죄

    1988년 케임브리지 수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호주를 여행하던 미국 청년 스콧 존슨(당시 27, 사진)은 시드니의 절벽 아래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는데 사후 34년 뒤에야 범인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당시 그의 사인은 극단적 선택으로 내려졌다. 물론 유족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유족들은 존슨이 동성애 증오 범죄에 희생된 것이라며 호주 경찰에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끈질기게 싸워야 했다. 범인 스콧 화이트(52)가 3일 뉴사우스웨일즈(NSW)주 대법원에서 최대 12년 7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헬렌 윌슨 판사는 동성애 혐오 범죄란 증거가 그다지 많지 않다면서도 중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화이트는 2030년에야 가석방 신청 권한을 갖는다. 화이트는 법정이 요구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 1988년 12월 존슨과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시드니 만리 해변에 있는 노스 헤드 절벽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짝을 찾는 곳으로 유명했다. 화이트에 따르면 둘은 이곳을 찾아갔고 싸움이 시작되자 존슨 박사를 벼랑 아래로 밀어버렸다. 윌슨 판사는 화이트가 도발하지도 않는 존슨에게 일격을 가해 그를 벼랑 아래로 밀어버린 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화이트는 “인간의 목숨에 무자비할 정도로 무관심한 듯” 굴었다고 개탄한 뒤 “존슨의 죽음으로 세계를 진보하게 할 준비가 돼 있던 한 사람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윌슨 판사는 화이트가 “거리의 아이”였으며 “이견이 생기면 주먹으로 해결하곤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화 난 젊은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변호인들이 화이트의 자백을 되돌리려는 시도를 막아 버렸다. 어쩌면 단순한 사건의 진범이 정의의 심판을 받는 데 왜 이렇게도 오래 걸린 것일까? 동성애가 NSW주에서 범죄가 아닌 것으로 규정된 것은 존슨이 죽기 2년 전의 일이었다. 유족들은 경찰이 증오범죄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생 스티브는 형 스콧에 대해 “특별한 지적 은총을 받았고, 내가 만나본 가장 겸손한 인물이었다”고 돌아봤다. 스티브는 형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폭력배들에 목숨을 앗긴 것이라며 몇십년 동안 재수사를 하라고 캠페인을 벌였다. 2012년과 2015년 부검의들은 사건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차례 모두 존슨 박사가 스스로 극단을 선택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2017년 11월에야 한 부검의가 동성애 혐오 폭력배에 의해 살해됐다고 결론내려 재수사가 진행됐다. 경찰은 이듬해 100만 호주달러(현재 환율로 약 9억원)를 현상금으로 내걸어 제보자를 찾았고, 유족들이 2020년 현상금을 보태 곱절로 늘어났다. 화이트의 전 부인은 2019년 재수사 과정에 전 남편이 이따금 젊은 동성애자 남성들을 “혼냈다(bashing)”고 뻐겼으며 존슨 박사를 살해했느냐는 추궁에 부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화이트 역시 2020년 기소되기 전에 경찰관들에게 순순히 존슨을 죽였다고 인정했다. 앞서 경찰은 1980년대에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데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아울러 게이 공동체를 보호하는 데 실패한 것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호주의 절벽들에서 떠밀려 목숨을 잃은 남성 동성애자는 8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 삭힌 홍어의 쿰쿰함…이 와인과 어울리네[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삭힌 홍어의 쿰쿰함…이 와인과 어울리네[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남도식 삭힌 홍어와도 어울리는 와인이 있을까요?” 최근 문정훈(49)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식품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 전남 목포에서 홍어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으로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물론 쿰쿰한 암모니아향이 매력적인 홍어를 즐길 땐 ‘홍탁’이라는 이름으로 막걸리를 마시죠. 무색무취의 희석식 소주도 일반적인 선택입니다. 이 사장은 “홍어에 와인은 생소하지만, 어울리는 와인이 있다면 주류 리스트에 추가해 손님들에게 새로운 홍어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문 교수는 “꼭 찾아 드리겠다”고 약속했죠. 미션 수행을 위해 문 교수와 기자를 비롯한 업계의 전문가들(양진원 라꾸쁘 대표, 엄은진 나라셀라 마케팅팀장, 유민영 와인비엠 대표, 장준우 셰프)은 지난 일요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촌의 와인바 ‘라꾸쁘’에 모여 홍어 세 접시와 스타일이 다른 와인 26종을 앞에 두고 ‘극한의 테이스팅’에 돌입했습니다. 전날 목포에서 올라온 귀한 홍어와 선별한 와인들을 차마 ‘씹뱉’하지 못하고 일일이 삼켜 넘기는 고역을 5시간 참아 낸 결과 이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①홍어를 일반적인 해산물로 접근해 와인과 매칭하면 어울리지 않는다. ②홍어의 강렬한 맛을 씻어 주는 드라이한 청량함을 갖고 있거나 홍어의 맛에 밀리지 않는, 보디감이 묵직한 와인이 좋다. 먼저 평소엔 해산물의 ‘치트키’로 등장하는 샤도네이, 리슬링, 쇼비뇽블랑 등의 화사한 화이트와인들은 삭힌 홍어의 맛과 향에는 좋은 짝이 아니었습니다. 이 화이트 품종들이 내뿜는 꽃, 과일, 광물(미네랄) 뉘앙스가 쿰쿰한 홍어의 맛과는 이질적이어서 마치 군인용 워커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매칭한 듯 어색함이 묻어났죠. 다만 깔끔하게 떨어지는 카바(스페인식 스파클링 와인)만큼은 홍어의 맛을 해치지 않고, 입안을 경쾌하게 씻어 주는 효과도 있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사장님, 무난하게 카바는 기본적으로 넣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던 와인은 짙은 오크향이 특징인 미국식 레드와인이었습니다. 이 스타일의 와인은 보통 육향이 진한 스테이크와 매칭을 하지만 예상 외로 삭힌 홍어와 잘 어울렸답니다. 묵직한 보디와 오크에서 오는 바닐라, 타닌, 스파이시함 등이 삭힌 홍어의 존재감에 밀리지 않고 홍어의 강렬한 맛을 잘 감싸 안는 느낌이었는데요. 이 와인을 가져온 엄 팀장은 “지방이 있는 삶은 돼지고기를 올려 먹는 삼합에도 제격이어서 대중적으로도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사장님, 미국식 레드와인은 강력추천입니다.” 이 밖에 와인과 음식 페어링을 연구하는 양 대표는 “한국 와인 중에선 청수 품종으로 만든 달콤한 화이트 와인인 크라테가 홍어와 어울렸다”면서 “마치 블루치즈와 소테른 페어링 같은 조합을 생각나게 했다”고 평했고, 홍어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유 대표는 “드라이한 셰리 와인이 베스트였다”고 했습니다. ‘홍어 마니아’인 장 셰프는 “크리미한 ‘홍어애’는 안 어울리는 와인이 없다”면서 과음을 하더니 해장용으로 홍어애를 넣은 홍어라면을 해 줬답니다.
  • 교육부 고교학점제, 尹정부 정책과 충돌 우려

    교육부 고교학점제, 尹정부 정책과 충돌 우려

    교육부가 16일 ‘2022∼2024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대입전형을 운영하는 대학들에 575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고교학점제 추진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다 정시 확대를 밝힌 터라 향후 혼선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교육부는 대입전형과 고교 교육과정 간 연계를 높이고, 학생·학부모의 입시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 대학을 선정해 지원한다. 지난해 75개 대학을 선정해 총 553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선정 대학을 90여개로 늘리고, 지원 액수도 키웠다. 기존 2년 단위 사업을 올해부터 3년 단위로 개편한다. 대학들이 이번 달 말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교육부가 평가해 5월에 선정 대학을 발표한다. 대입 공정성 및 책무성, 수험생 부담 완화, 학생 선발 기능 강화 및 전문성 제고 등을 따져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특히 올해 대입 공정성 및 책무성 등을 비롯해 일부 영역의 배점을 줄이고 20점짜리 ‘고교교육 연계성’을 추가했다. 고교 연계 프로그램 운영 계획, 고교교육 반영 전형 연구 및 평가 체계 개선 계획 등을 살핀다. 쉽게 말해 고교학점제를 대입전형에 반영하는 대학을 지원해 제도를 정착하고 확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김혜림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학생들이 선택과목을 많이 이수하고 있고 진로선택 과목은 석차등급이 (성적표에) 안 나오는 등 현장의 변화가 있어 대학들이 미리 고민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새 정부 교육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고교학점제 취지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확대해 정시를 늘려 가겠다고 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교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학생의 선택과목이 수능 과목에 들어가지 않으면 자연스레 공부를 소홀히 하게 돼 오히려 수능 과목에 대한 사교육을 부를 수 있다. 애초 수능 자격고사화, 학생부종합전형 강화와 짝을 이루는 제도로 설계됐지만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를 반영해 대입제도를 설계하려면 수시 비율을 늘려야 하는데, 조국 사태 이후로 교육부가 갑자기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도 정시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데, 고교학점제 강화 얘기가 나오니 향후 방향이 상당히 모호해졌다”고 말했다. 새 정부는 2024년 2월까지 대입제도를 개편하고 2028학년도부터 이를 적용한다.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하는 2025~2027학년도 대입제도에 속한 학생들이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새 정부 출범 이후 고교학점제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긴 하다”면서 “새 정부 인수위원회와 소통하면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尹 당선인은 수능 늘린다는데,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반영 대학 지원

    尹 당선인은 수능 늘린다는데,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반영 대학 지원

    교육부가 대입전형에서 고교학점제 운영을 지원하는 대학들에 575억원을 지원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고교학점제 추진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정시 확대를 밝힌 만큼 향후 혼선이 불가피하게 됐다. ●고교학점제 확대 위해 올해 지표 20점 신설 교육부는 ‘2022∼2024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16일 발표했다. 대입 전형과 고교 교육과정간 연계를 높이고, 학생·학부모의 입시 부담을 완화하는 데에 기여한 대학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75개 대학을 선정해 총 553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선정대학이 90여개로 늘고, 지원 액수도 575억원으로 확대했다. 기존 2년 단위 사업은 올해부터 3년 단위로 개편한다. 평가는 대입 공정성 및 책무성, 수험생 부담 완화, 학생선발 기능강화 및 전문성 제고 등을 따져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대입 공정성 및 책무성 지표를 비롯해 일부 지표를 줄이고 20점짜리 ‘고교교육 연계성’을 추가했다. 고교 연계 프로그램 운영 계획, 고교교육 반영 전형연구 및 평가체계 개선 계획 등을 살핀다. 고교학점제를 대입전형에 반영하는 대학을 지원해 제도를 정착하고 확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고교학점제는 올해 직업계고 학교에 먼저 도입되며, 일반고에는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된다. 시도별로도 사실상 고교학점제를 도입한 지역이 많고 내년에는 거의 모든 고등학교가 고1부터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현장에 정착했고 고교학점제도 단계적으로 시행 중인 만큼 2023∼2024학년도 대입 계획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김혜림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학생들이 선택과목들을 많이 이수하고 있고 진로선택 과목은 석차등급이 (성적표에) 안 나오는 등 현장 변화가 있어 대학들이 미리 고민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수능과 충돌하는 고교학점제, 대학들은 혼란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새 정부의 교육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고교학점제 취지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수능을 확대해 정시를 늘려가겠다고 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교처럼 고교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선택과목이 수능 과목에 들어가지 않으면 자연스레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되고, 오히려 수능 과목에 대한 사교육을 부를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애초 수능 자격고사화, 학생부종합전형 강화와 짝을 이루는 제도로 설계됐다. 원래대로라면 수능 비중을 줄이고 고교학점제에 기반을 둔 학생부 종합전형을 늘리면서 수시를 확대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목표였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대입제도가 꼬여버렸다.이번 사업에서도 수도권 대학은 수능위주 전형을 30% 이상 운영해야 하고, 특히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등 서울의 주요 16개 대학 참여 요건은 40% 이상을 설정했다. 대학들이 이 사업에 대해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를 반영해 대입제도를 설계하려면 수시 비율을 늘리는 게 맞는데, 조국 사태 이후로 교육부가 갑자기 정시 확대 목소리가 높였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정시 확대를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의 방향이 상당히 모호해졌다”고 말했다. ●꼬여버린 대입제도, 피해는 학생들에게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2025 교육과정 개정을 발표하면서 “2025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교육과정이 바뀌면 대입에 반영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면서 “지금처럼 한 번의 시험을 치르는 수능 체제가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의 틀을 함께 내놓겠다는 애초 약속과 달리 다음 정부로 대입제도 개편의 공을 넘겨버렸다. 대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대입제도의 틀을 틀어버리면서 앞으로의 대입제도도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새 정부는 2024년 2월까지 새 대입제도를 발표하고, 이에 따라 2028학년도부터 새로운 대입제도를 적용한다.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하는 2025~2027학년도 대입제도에 걸린 학생들은 자칫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교육부도 이를 감안한 듯, 이번 사업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고교학점제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인정하고는 “정시 비율은 사업 참여를 위한 요건이고, 고교학점제는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대학들이 준비할 부분이기에 두 부분이 서로 상충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측면에서 이뤄지는 활동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사업에서는 최근 4년간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유형Ⅱ)의 지원 규모를 8곳에서 20곳으로 확대한다. 지원 규모는 50억원이다. 지원할 대학은 오는 25일까지 사전 접수해야 한다. 선정 대학 발표는 5월 말쯤 한다.
  • “1번 찍으면 여자들이 좋아할 것” 손혜원 홍보 영상…역효과에 결국 삭제

    “1번 찍으면 여자들이 좋아할 것” 손혜원 홍보 영상…역효과에 결국 삭제

    손혜원 전 의원이 유튜브에 “1번을 선택하면 여자들이 당신을 좋아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손 전 의원은 8일 오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TV’에 ‘2번남을 위한 명상’이라는 2분 12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부각하는 콘텐츠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이 후보를 지원 중이다. 해당 여성에는 가부좌를 튼 여성의 그림자를 배경으로 여성의 내레이션이 담겼다. 영상에서는 “2번남인 당신. 과거에 얽매이지 말아요. 미래를 위해 희생할 필요도 없어요. 행복은 지금 현재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거예요. 여자들이 당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세요?”라면서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여자들을 싫어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짝이 있어요. 그것을 위해 얼마나 또 어떻게 노력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바뀔 거예요”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어 “만약 당신이 이번 선거에서 1번을 선택한다면 많은 여자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 당신을 멋지다고 생각할 거예요”라며 “그럼 당신은 자기부정이나 분노에서 벗어나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거예요. 당신은 여자들을 사랑하고 여자들도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결국 당신은 1번남이 됩니다”라고 전한다. ‘1번남’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남성들, ‘2번남’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남성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귀를 씻었다. 민주당이 청년 유권자를 얼마나 무시하는지는 아주 잘 알겠다”면서 “공당이 어찌 저리 역겨운 멘트를 당당하게 내걸 수 있는지, 민주당의 정치 퇴행은 나날이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논란을 의식한 듯 손 전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손혜원tv 쇼츠(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짧은 영상)는 젊은 청년들이 자원봉사를 위해 자발적으로 작업하여 올리는 것”이라며 “작업 내용에서 주장하는 것은 작가들의 생각일 뿐이다. 그들의 창작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글을 적었다. 이어 “손혜원tv는 그들의 작업 공개를 위하여 플랫폼을 제공하였다”며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자기의 의사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대선주자 “수능 확대”에 또 꼬이는 대입제도[김기중 기자의 요즘 교육]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교육공약을 살펴보니 걱정부터 앞섭니다.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후보든, 단일화 협상을 했다가 결렬됐다 하는 후보든 누가 대통령이 돼도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과정 개편 시간표에 따르면 새 정부는 현재 중학교 1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2024년 2월까지 발표해야 합니다. 후보들의 공약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문제를 지적하고, 공정성을 높이고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확대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25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고교학점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재인 정부 1호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취득한 뒤 졸업하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고교 수업·학사운영이 ‘단위’에서 ‘학점’ 기준으로 바뀌고, 전체 수업량이 줄어듭니다. 국어, 영어, 수학은 물론 공통과목 수업량이 줄어들고 대신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의 학습 시간이 대폭 늘어납니다. 수능은 전국 수험생이 공통으로 한 번에 치르는 시험입니다. 그래서 공통과목 위주로 출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이 수능 과목에 들어가지 않으면, 학생들은 아무래도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교학점제는 원래 수능 자격고사화, 학종 강화와 짝을 이루는 제도로 설계됐습니다. 후보들의 공약대로라면 전체 교육과정이 뒤틀리고 파행적인 교육이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물론 문재인 정부에 있습니다. 수능을 자격고사로 만들겠다는 입장과 달리 ‘조국 사태’로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가 드러나자 태도를 바꿨습니다. 학종의 문제를 따져서 고칠 생각 대신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라며 수능 확대로 돌아섰습니다. 구체적인 대입제도도 대선을 의식해 발표만 하고 다음 정부가 만들라고 미뤘습니다. 새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문재인 정부의 허물부터 치워야 할 판입니다. 지금 내놓은 수능 확대 공약으로는 어렵습니다. 다시 한번 공약들을 살펴보니, 도무지 답이 안 보입니다.
  • [오늘마음읽기]내 옆의 배우자는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을까?

    [오늘마음읽기]내 옆의 배우자는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을까?

    <19회> 확률로 따져본 배우자 선택의 어려움 ‘조금 기다려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후회간단한 알고리즘을 활용한 배우자 선택의 팁26세쯤 선택할 때 최고 상대 만날 확률 37%아무리 때를 잘 맞춰도 60% 이상은 ‘실패’선택 받아들이고 이후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이 친절하게 읽어 드립니다. 열아홉 번째 회에서는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배우자 선택 문제를 확률적으로 따져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최고의 배우자를 고를 수 있을까요?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들려 드릴게요.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단 한 명 배우자의 선택’.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인생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내 옆의 배우자가 어떻게 나의 최고의 선택이라고 만족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한 번뿐인 인생에서 함께할 최고의 배우자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강렬한 만큼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선택장애도 있을 것이다. 인생 최대의 선택을 이미 한 사람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을 보며 ‘너무 결정을 빨리 내린 것은 아닐까’라거나 ‘조금 기다렸다면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질투나 후회를 할 때가 있다. 또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늙었는지를 새삼 떠올리며 초조함을 느끼기도 한다. 배우자의 선택이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 경험과 지혜라는 모호한 덕목에만 기대기보다 과학의 힘을 빌려보자. 확률을 계산해보면 꼭 노년까지 함께 살아보지 않고도 최고의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자,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우리 인생 최대의 고민을 한번 덜어내 보도록 하자. 평생 3명의 사람만을 만날 수 있다고 가정하자. (확률적으로 자세한 설명을 읽고 싶은 독자는 아래 단락을 계속 읽어주시고, 결론만 원하신다면 아래 단락의 내용을 건너뛰셔도 좋다.) 우선, 몇 개의 가정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차례대로 세 명의 배우자 후보를 만나게 된다. 편의상 A는 제일 좋은 사람, B는 중간 사람, C는 가장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만났던 사람을 포기할 때만 다른 사람을 나중에 만날 수 있다. 전체 가짓수는 6개다.A B C, A C B, B A C, B C A, C A B, C B A ①첫 번째 연애 경험만으로 선택했을 때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6개의 가짓수 중에 2개로) 3분의 1이다.A B CA C B ②첫 번째 연애는 경험으로 남겨두고 최소한 두 번째 연애부터 배우자로 선택할지를 결정했을 때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2분의 1이다. B-C-A로 만나게 되면 B보다 못한 C를 선택하지 않고, 다음 사람을 만날 기회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B A CB C AC A B ③세 번의 연애 경험을 모두 가진 후 선택한다면 가장 좋은 사람을 선택할 확률은 3분의 1이 된다.C B AB C A 정리해 보자. 평생 만날 수 있는 사람이 3명이라 한정할 때, 가장 좋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은 첫 번째 연애경험을 가진 후, 두 번째 사람부터 배우자로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경우이다. 당신이 평생 3명의 배우자 후보를 만날 때 가장 좋은 배우자를 선택할 기회가 3분의 1, 다른 사람을 처음에 만났다가 두 번째 이후에 처음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서 최고의 배우자를 선택할 확률이 6분의 3이다. 그래, 솔직히 3명은 너무 적을 수도 있다. 만날 수 있는 이성의 수를 100명이라고 생각해보자. 평생 100명의 인연을 만난다고 가정해본다면 여러분은 과연 몇 명까지 만날 의향과 용기가 있는가? 기억하시라. 여러분은 지난 상대는 다시 만날 수 없고, 지나버린 시간 및 다른 투자 또한 되돌릴 수 없다. 무작위로 만난다고 하면 제일 좋은 사람과 결혼할 확률은 단순히 100분의 1의 확률이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위에서 정해놓은 가정대로 선택한다면, 최소한 37명의 사람을 만나보고 38번째 사람부터 배우자로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100명의 사람 중 최선의 선택을 할 확률이 37% 정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몇 명의 배우자 후보를 만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결혼을 위해 이성을 만나는 통상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고려해보자. 18세부터 40세까지를 그 시기로 본다면, 이 역시 최고의 결혼 상대자를 만날 확률이 높은 나이대는 37%의 분기점이 되는 만 26.1세이다. 다시 말하면, 26세까지는 연애 경험을 해보고 그 이후에 만나는 사람 중 이전 사람보다 나은 사람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인생 최고의 선택을 통해 최고의 파트너를 배우자로 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7%의 확률로 우리는 인생 최고의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 바로 옆의 파트너, 혹은 다음 파트너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아닐 경우가 63%나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최고의 선택이 실패일 수 밖에 없다는 결과를 알고 나서는 어떠한 생각이 드는가? 괜히 연애 못하는 자신을 자학하고 혹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파트너를 구박한 것이 미안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가장 중요한 인생의 문제에 대해서 인생 최고의 선택을 하지 않았을 확률이 70% 가까이나 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인생의 실패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내 옆의 파트너가 그냥 그런 보통 사람이라는 것, 혹은 나에게 주어졌던 기회 중의 최악의 선택이라고 해도 우리는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선택 후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나가는 데 애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정말 길고, 선택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완성시키는 것은 ‘적정한 선택에 대한 만족감’ 그리고 ‘둘이 만들어가는 인생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혹시 파트너가 없다고 해서 자신을 너무나 자학하거나 심하게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그때도 충분히 숙고해서 선택했고 그 결정의 결과대로 지금 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도박처럼 ‘평생 가는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나, 그리고 그와의 인생 이야기’일 것이다. 필자인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광화문숲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을 맡고 있다. 현직 의사들이 직접 글을 쓰는 정신의학신문을 창간했으며 마음 아픈 사람들이 주저 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없애려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가 있다.
  • [핵잼 사이언스] 세계 최초 ‘복제 족제비’ 첫 생일… “어른 됐어요”

    [핵잼 사이언스] 세계 최초 ‘복제 족제비’ 첫 생일… “어른 됐어요”

    세계 최초의 복제 검은발족제비가 무사히 성장해 ‘어른’이 됐다. 멸종위기에 처한 검은발족제비 종(種)이 새끼를 낳고 개체 수 증가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은발족제비는 북아메리카 평원에 서식하는 가장 희귀한 포유류 중 하나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FWS)은 지난해 멸종위기에 처한 검은발족제비의 개체 수 확보를 위해 1988년에 죽은 야생 검은발족제비 ‘윌라’의 냉동 세포를 이용해 복제했다. 검은발족제비 종에 대한 복제가 이뤄진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복제를 통해 태어난 검은발족제비에게는 ‘엘리자베스 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의 6일 보도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앤은 지난 1년간 건강하게 성장한 끝에 첫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복제 검은발족제비를 돌보는 올리버 라이더는 “엘리자베스 앤은 이제 번식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번식에 성공해 건강한 새끼를 낳는다면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검은발족제비를 구하는데 소중한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엘리자베스 앤은 현재 콜로라도의 보호센터에서 서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엘리자베스 앤의 출생 당시의 몸 상태와 현재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번식할 수 있는 수컷을 고르고 있다.라이더 박사는 “엘리자베스 앤과 짝을 이룰 수컷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온유’다. 엘리자베스 앤은 가까이 다가오는 다른 동물에게 자주 적대감을 보여왔다”면서 “우리는 엘리자베스 앤이 짝짓기 과정 중 다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녀에게 적합한 파트너의 선택은 거의 마무리 됐다”고 설명했다. 검은발족제비는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미국 남서부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했지만, 1970년대 후반에는 야생에서 거의 멸종한 것으로 여겨졌다. 대초원 대부분이 농경지로 전환되면서 서식지를 잃은 탓이다. 1980년대 당시 서식지 전역에 퍼진 개 홍역 등 전염병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후 미국 연방기관과 지역사회, 동물원, 원주민, 동물보호단체 등이 힘을 합쳐 검은발족제비 보호를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앤을 복제하는데 사용된 세포도 멸종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라이더 박사는 “엘리자베스 앤의 이야기는 멸종위기에 처한 모든 종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야생동물의 유전자 다양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제는 멸종위기에 처한 모든 동물의 세포를 저장해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적어도 저장해 둔 세포가 있다면, 미래에는 엘리자베스 앤의 방식을 멸종위기에 있는 다른 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FWS)은 지난해 4월, 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검은발족제비 대부분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족제비 백신은 인간이 접종하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을 약간 개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와와 며느리 감을 찾아요”...연휴에 공원에 나붙은 男女이력서

    “사와와 며느리 감을 찾아요”...연휴에 공원에 나붙은 男女이력서

    춘제 연휴 기간을 맞아 중국의 한 공원에서 진행된 소개팅 행사에 자녀의 반려자를 찾아주기 위해 나선 중장년층의 부모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다.  중국 광시성 난닝시의 한 공원에 자녀의 짝을 찾겠다며 공원을 찾은 부모들의 모습이 공개돼 이목이 집중된 것.  최근 중국 SNS 웨이보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 속 중장년층 부모들은 저마다 자녀의 이름과 나이, 학력, 출신 고향 등을 적은 이력서 종이 한 장을 들고 맞춤 소개팅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었다.  매년 이 시기 명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 각 지역의 공원에서 진행되는 이력서 소개팅에는 배우자를 찾는 젊은이들 대신 사위나 며느릿감을 찾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자녀의 이력서 한 장으로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 특히 일부 소개팅 주선 업체가 주선하는 혼인에까지 이르는 성공률이 높은 업체가 등장할 경우 이력서를 들고 공원 찾는 중장년층의 수는 하루 평균 1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력서로 불리는 자녀의 개인정보를 담은 종이 한 장에는 이름과 나이, 학력, 출신 고향 외에도 과거 결혼 경험 유무와 자녀 유무, 원하는 상대방의 외모와 나이, 경제력, 직업 등 상세한 내역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력서 상에는 ‘여자, 1998년생, 48kg, 160cm, 전문대졸, 연봉 2만 위안 이상인 남자 원함’ 등과 같은 상세한 정보가 적혀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빼곡하게 적힌 이력서는 공원 한쪽의 나뭇가지와 바닥에 정리돼 약 1주일 동안 게재되는 방식이다. 해당 벽보에 적힌 이력서 중 평소 이상형이라고 여겼던 상대방의 연락처로 연락을 주고 받는 방식이다. 이 같은 이력서 소개팅에 참여하는 중장년층의 부모들은 대부분 고학력, 고소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상당하다.  일부 이력서에는 자녀의 기본 정보 외에도 소득 수준과 자녀 명의의 부동산, 중형차 보유 여부 등 개인이 소유한 재산 내력까지 공개된다.  이날 자녀의 이력서 한 장을 손에 쥐고 공원을 찾은 60대 한 모 씨 역시 고학력, 고소득의 외동딸이 올해 서른 살이 됐지만, 미혼인 것이 고민이라면서 이력서 소개팅 현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한 씨는 수많은 벽보 중 자신의 자녀의 정보를 담은 이력서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 이력서를 부착했다.  그는 “이 공원을 찾은 지 벌써 1개월이 넘었다”면서 “몇 년 전까지는 다른 부모들이 붙인 벽보를 눈 여겨 보는 것으로 만족했는데, 딸이 올해 들어와 서른이 됐는데도 여전히 미혼 상태라는 점에서 마음이 급해서 직접 벽보를 붙이게 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딸의 정보를 공개하고, 그들의 선택에 우리의 미래를 의지한 것같아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현재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경제적으로 독립한 여성들의 상당수가 결혼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여성의 결혼적령기는 여성의 나이 25세를 일컫는데, 27세 이후에도 미혼인 상태의 여성에게는 ‘셩뉘’(剩女, 잉여 여성)이라는 별칭을 붙여 부를 정도로 결혼을 서두르는 문화가 남아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결혼 정보회사에서는 일명 ‘셩뉘’로 불리는 여성 중 30세 이상의 여성에게는 가입비와 소개팅 주선비용 등에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이날 공원에서 무작위로 진행된 소개팅 현장에는 정작 소개팅을 받는 자녀 당사자들은 단 한 명도 참가하지 않았다. 자녀 대신에 부모들이 이력서 한 장으로 상대를 선택하는 대리 소개팅이 진행됐던 셈이다.  이날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력서 소개팅에 참석한 자녀들은 사실상 소개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100% 행복 없어… 가혹한 진실… 암흑 속의 마지막 촛불은 ‘양심’

    100% 행복 없어… 가혹한 진실… 암흑 속의 마지막 촛불은 ‘양심’

    美이민자 운영 시설 배경방화 사건의 진상 파헤쳐선의 기반한 삶 희망 기대인생을 살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희생도 무릅쓰고자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한 헌신이 때로는 사회 정의에 반하고 진실을 감추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를 온전한 행복이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앤지 김(52·한국명 김수연)의 장편소설 ‘미라클 크리크’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선의에 대해 고찰한다. 변호사인 작가는 데뷔작인 이 책을 통해 지난해 미국 최고 권위의 추리문학상인 ‘에드거상’ 신인상 부문을 받았다.미국 버지니아의 작은 마을 미라클 크리크가 배경인 소설은 한국인 이민자 유씨 가족이 운영하는 고압 산소 치료시설 ‘미라클 서브마린’의 화재로 시작한다. 자폐, 뇌성마비, 불임 등을 치료하는 이 대체의학 시설은 장애 아동의 부모에겐 기적을 향한 한 줄기 희망이었지만, 어느 날 산소 탱크가 화재로 폭발하면서 치료 중이던 자폐아 헨리와 또 다른 환자 아이의 어머니 킷이 사망하고 네 명이 중상을 입는다. 화재는 담뱃불에 의한 방화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놀랍게도 죽은 헨리의 어머니 엘리자베스가 살인 용의자로 재판을 받게 된다. 엘리자베스가 방화에 사용된 것과 같은 브랜드의 담배와 성냥을 사용하고, 친구 테리사에게 “때로 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까지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과 관계된 유씨와 유씨의 딸 메리, 이웃 맷 등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진실을 고수하며 각자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모든 인물들이 방화할 수 있는 동기가 충분한 가운데 사건의 진상이 서서히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롭다. 나흘간의 살인 재판을 다룬 이 책은 법정에서 진실이 얼마나 쉽게 모습을 바꿔 가는지도 보여 준다. 무엇보다 작가는 유씨 가족을 비롯해 치료를 받던 특수 아동과 보호자들, 불임 부부의 애틋한 마음과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특수한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삶의 고단함에 지쳐 극단적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번 거짓말을 하면 이를 지키고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인간의 습성도 적나라하게 펼쳐진다.열한 살 때 미국에 이민 와서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작가는 “책 속의 무수한 맥락들이 내 인생의 궤적과 맞닿아 있는 사적인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민자 아이들이 겪는 문화 충격과 고충을 녹여 냈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교육열로 자식의 성공을 열망하면서도 여전히 미국 사회의 이방인으로서 자괴감만 느끼는 한인 부모들의 자화상도 꼬집었다. 죄와 죄 아닌 것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에서도 작가는 불의에 굴하지 않은 선의의 힘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지만,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순간에도 돋보이는 한 줄기 양심은 결국엔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이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하찮기 짝이 없는 사소한 것들 수백 개가 모여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506쪽)라는 한 인물의 고백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임은 결국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강조한다. 정의의 가혹한 본질과 인간의 나약함을 명쾌한 법정 드라마로 풀어놓은 통찰력이 날카롭다.
  • 국영수 필수이수 줄이고 선택과목 확대… 사교육 부채질 우려

    국영수 필수이수 줄이고 선택과목 확대… 사교육 부채질 우려

    교육부가 24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25년 전면 도입하는 고교학점제다. 고교학점제에 맞춰 고교 수업·학사운영은 ‘단위’에서 ‘학점’ 기준으로 바뀐다. 1학점은 한 학기에 배우는 50분짜리 수업 시간 횟수를 가리킨다. 한국사를 제외하고 국어, 영어, 수학에서 필수 이수 시간이 줄면서 수업량이 94단위에서 84학점으로 줄어든다. 고교 전체 수업량도 현재 204단위(총 2890시간)에서 192학점(2720시간)으로 줄어든다. 대신 자율이수 범위가 86단위에서 90학점으로 확대된다. 교과 수업 시간을 전반적으로 줄이고 대신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그러나 현행 대입제도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택과목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목에 들어가지 않으면 소홀할 수밖에 없고, 필수과목 사교육을 부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수능 자격고사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강화와 짝을 이루는 제도로 설계됐다. 그러나 이른바 ‘조국 사태’로 학종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문재인 정부는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되레 서울 주요대학 정시 수능위주 전형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한 상태다. 이런 엇박자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2025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교육과정이 바뀌면 대입에 반영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면서 “지금처럼 한 번의 시험을 치르는 수능 체제가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시나 정시 비중이 중요하지 않다”며 수능 약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의 틀을 함께 내놓겠다는 애초 약속과 달리 “12월까지 마련해 발표하기엔 사안이 가지는 중요성이 크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내년 설립되면 이후 공론을 모을 것”이라고 발을 빼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고교학점제와 연계한 미래형 대입 개선 방안은 2023년 말까지 시안을 마련해 2024년 2월에야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선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공을 다음 정권으로 넘겨버리면서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대입제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선주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수능 위주 정시 비율 상향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수시전형 폐지를 공약 중 하나로 제시한 상황이다. 현재 초등 6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수능이 어떤 모습인지 감을 잡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 새 교육과정에서는 생태전환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등 공동체 가치 교육을 강화한다. 기후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생태환경 교육을 교육목표와 전 교과의 내용요소에 반영한다. 모든 교과에 디지털 소양을 강화하고 학교급별 발달단계에 따라 내용 기준을 개발할 예정이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축소된다. 현재는 중학교 1학년 전체를 자유학기제로 운영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는 1학기나 2학기 중 한 학기만 자유학기로 운영하고 운영 시간도 현행 170시간에서 102시간으로 축소한다. 대신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진로연계학기로 운영한다. 초등학교 6학년, 고등학교 3학년도 2학기 중 일부를 진로연계학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음 학교급에서 공부하는 것들과 학습법을 배우고 진로를 탐색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초등학교에도 선택과목을 처음 도입하는 등 변화가 눈에 띈다. 지금 초등학생은 국가 공통 교육과정으로 정해진 과목만 배우는데, 앞으로는 학년별로 최대 68시간까지 선택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 3~6학년을 대상으로 학년별로 2개까지, 총 8개 과목을 운영할 수 있다. 또 초등학교 1학년의 한글 해득 교육을 강화하고자 국어시간에 34시간 추가 편성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1~2학년 ‘즐거운 생활’ 교과를 재구조화해 주 2회 이상 실외놀이와 신체활동을 늘려나간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토대로 교과 교육과정 개발을 시작해 내년 하반기쯤 새 교육과정을 최종 확정·고시한다. 교원정책과 대입제도 개선, 미래형 학습환경 조성을 위한 학교공간 재구조화와 교과용 도서 개발 등 후속 작업도 진행한다.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초등 1·2학년을 시작으로 연차적으로 적용한다. 2025년에는 초등 3·4학년과 중1·고1 학생들이 대상이다. 학생부는 2023·2024년 개선안을 마련해 교육과정 도입에 맞춰 2024·2025년부터 기재한다. 내년 하반기쯤에는 국정, 검정, 인정 교과서 구분을 고시한다.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이날 발표에서 한국사를 예로 들어 “현행 한국사의 성취 기준은 ‘이해한다´로 돼 있는데 앞으로 ‘탐구한다´는 식으로 바뀐다. 학생들이 단순 암기를 벗어나 자료를 찾고 토론하도록 수업이 바뀌고, 교과서 역시 여기에 맞춰 개선할 계획”이라고 했다.
  • 국영수 필수이수 줄이고 선택과목 확대… 사교육 부채질 우려

    국영수 필수이수 줄이고 선택과목 확대… 사교육 부채질 우려

    교육부가 24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25년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고교학점제다.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고교의 수업·학사운영은 ‘단위’에서 ‘학점’ 기준으로 바뀐다. 1학점은 1학기에 배우는 50분 단위 수업 시간을 가리킨다. 한국사를 제외하고 국어, 영어, 수학에서 필수 이수 시간이 줄면서 수업량이 94단위에서 84학점으로 줄어든다. 고교 전체 수업량도 현재 204단위(총 2890시간)에서 192학점(2720시간)으로 줄어든다. 대신 자율이수 범위가 86단위에서 90학점으로 확대된다. 수업 시간을 전반적으로 줄이고 대신 학생들이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한 셈이다. 현행 대입제도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택과목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에 들어가지 않으면 소홀히 하게 되고, 오히려 사교육을 부른다는 우려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자격고사화, 학생부종합전형 강화와 짝을 이루는 제도로 설계됐다. 그러나 이른바 ‘조국 사태’로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문재인 정부는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서울 주요 대학 정시 수능위주전형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한 상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2025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교육과정이 바뀌면 대입에 반영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면서 “지금처럼 한 번의 시험을 치르는 수능 체제가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의 틀을 함께 내놓겠다는 애초 약속과 달리 “12월까지 마련해 발표하기엔 사안이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내년 설립한 뒤 공론을 모을 것”이라고 다음 정부로 공을 넘겼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고교학점제를 반영한 미래형 대입 개선 방안을 2024년 2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생태전환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등 공동체 가치 교육을 강화한다. 기후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생태환경 교육을 교육목표와 전 교과의 내용요소에 반영한다. 모든 교과에 디지털 소양을 강화하고 학교급별 발달단계에 따라 내용 기준을 개발할 예정이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축소된다. 현재는 중학교 1학년 전체를 자유학기제로 운영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는 1학기나 2학기 중 한 학기만 자유학기로 운영하고 운영 시간도 현행 170시간에서 102시간으로 축소한다. 대신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진로연계학기로 운영한다. 초등학교 6학년, 고등학교 3학년도 2학기 중 일부를 진로연계학기로 운영한다. 다음 학교급에서 공부하는 것들과 학습법을 배우고 진로를 탐색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초등학교에도 선택과목을 처음 도입한다. 지금 초등학생은 국가 공통 교육과정으로 정해진 과목만 배우는데, 앞으로는 학년별로 최대 68시간까지 선택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 3~6학년을 대상으로 학년별로 2개까지, 총 8개 과목을 운영할 수 있다. 또 초등학교 1학년의 한글 해득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국어시간에 34시간 추가 편성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1~2학년 ‘즐거운 생활’ 교과를 재구조화해 주 2회 이상 실외놀이와 신체활동을 늘려나간다. 유 부총리는 “새 교육과정의 안착을 위한 교원 정책 및 대입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 미래형 학습 환경을 위한 학교 공간 재구조화와 교과용 도서 개발 등 후속 지원 또한 차질없이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 [핵잼 사이언스] 기후변화 탓에 일부일처 앨버트로스도 이혼율 높아졌다

    [핵잼 사이언스] 기후변화 탓에 일부일처 앨버트로스도 이혼율 높아졌다

    조류 중 날개가 가장 큰 새이자 대다수가 평생을 일부일처제를 이루고 사는 것으로 알려진 앨버트로스에게서 기후변화로 인해 ‘이혼’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왕립학회 연구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앨버트로스는 짝을 선택한 뒤 단 1~3%만이 더 푸르고 먹을 것이 많은 목초지로 이동하기 위해 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진이 지난 15년간 남대서양에 있는 영국령 포클랜드제도에서 1만 5500쌍의 검은눈썹앨버트로스를 관찰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현상이 심화하는 동시에 수온이 오르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앨버트로스의 ‘이혼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해일수록 이혼율이 높아졌는데, 가장 수온이 높았던 해에 헤어진 앨버트로스 커플의 이혼율은 평년대비 8% 더 높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앨버트로스와 같은 바닷새에게 바닷물의 수온이 높아진다는 것은 먹이를 찾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고, 사냥을 위해 더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먼 곳으로 이동했던 파트너가 번식기에 돌아오지 못하면, 기다리던 또 다른 앨버트로스는 다른 파트너를 찾아 나설 수 있다. 뒤늦게 파트너가 둥지로 돌아오더라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한 새는 각자의 파트너에게 버림받을 위험성이 높다.30년 간 뉴질랜드 해역에서 앨버트로스를 연구해 온 뉴질랜드 자연보전부 소속 그래미 엘리엇 박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새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긴다. 뿐만 아니라 사냥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며, 사냥을 하고 먹이를 물어오는 과정에서 파트너와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포르투갈 리스본대학의 프란체스코 벤츄라 박사는 “지금까지는 앨버트로스 커플 중 주로 번식에 실패한 경우에만 이혼으로 이어졌다. 1년에 한 개의 알을 낳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이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먹이 공급에 문제가 생길 때에도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앨버트로스가 번식에 성공했다 할지라도, 수온이 높아지고 먹잇감이 줄어들면 이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게다가 먼 곳까지 날아가 먹잇감을 찾을 때 생기는 스트레스가 각각의 파트너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멸종 위기에 놓인 앨버트로스의 개체 수가 매년 5~10%씩 감소하고 있으며, 검은눈썹앨버트로스가 아닌 다른 앨버트로스 개체군에게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IT 스타트업 이끄는 ‘문송’… 네 번째 데스밸리는 넘는다

    IT 스타트업 이끄는 ‘문송’… 네 번째 데스밸리는 넘는다

    스타트업 전성시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불었던 소위 ‘벤처붐’의 지표를 2배 이상 경신한 ‘제2벤처붐’이 최근 도래했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2000년 6만 1456개였던 신설 법인 수는 지난해 12만 3305개로 급증했다. 신설 법인과 개인 창업을 합친 전체 창업기업 수도 지난해 148만 5000개에 달했다. 창업가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공한 창업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2016년 60.2점(세계 46위)에서 2019년 86.0점(세계 7위)으로 훌쩍 뛰었다. 그러나 여전히 5년차 신생기업의 생존율은 31.2%에 불과하다. 새롭게 만들어진 기업 10곳 중 7곳은 5년이 안 돼서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스타트업에 업력 3~7년은 소위 ‘데스밸리’라고 불리는 죽음의 구간이다. ‘태동기’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매출 부진과 자금난 등으로 폐업률이 크게 뛰는 시기인 탓이다. 규제 산업으로 창업 진입 장벽이 높은 금융업의 문을 두드린 대출 중개 서비스 스타트업 ‘핀다’는 2015년 9월에 출범해 이달로 만 6년 2개월을 넘기며 데스밸리를 제법 씩씩하게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핀다는 국내 금융사 48곳과 연계해 사용자의 대출 여력 및 금리 조건을 안내하고 실제 계약까지 연결해 준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대출 승인 금액이 400조원을 넘어섰다. 회원수 80만명, 누적 다운로드 횟수 100만건을 각각 돌파했다. 2019년 금융위원회의 규제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 대출 1호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첫 번째 사업자로 선정돼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3~2024년 무렵에는 상장이 목표다.●창업은 도전보다 선택에 책임지는 자리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이혜민(37) 핀다 공동대표는 작은 체구와 대비되는 강단 있는 목소리로 창업자로서의 행보를 들려줬다. 그는 “예전에는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무조건 도전하라고 조언했지만, 지금은 경고를 먼저 한다”면서 “본인의 의사결정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게 된다. 힘들다고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남이 대신 책임져 줄 수도 없는 굉장히 책임감이 막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핀테크·플랫폼 기업 창업주들이 정보기술(IT) 관련 분야에서 출발한 것과 달리 이 대표는 고려대에서 서어서문학과를 전공했다. 소위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를 외치며 ‘맨땅에 헤딩’해야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오히려 내가 가진 게 많지 않을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제가 개발자였다면 직접 앱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시장 반응을 볼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추가돼요. 그런데 제가 함께할 사람조차 설득할 수 없으면 사실 그 비즈니스는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고, 그렇다면 그 사업은 시작하면 안 돼요. 제 주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으면 고객에게는 더더욱 다가갈 수 없다는 의미니까요. 시작 전 단계부터 더 많은 사전조사를 하고 근거를 마련해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이 큰 도움이 됐어요.” 이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던 중 26살의 나이로 처음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창업 아이템은 늘 ‘내가 진정한 사용자가 되는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소신이다. 화장품부터 유아용품과 유기농 식재료 배송 서비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 플랫폼 ‘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데스밸리를 넘기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금이나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여러 번 은행 문을 두드렸다. 매번 발품을 팔고 가슴을 졸이는 대출 상담 과정에서 소비자는 ‘절대 을’이었다. 그는 “눔을 정리한 이후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소득이 잡히지 않다 보니 상담조차 받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문전박대를 당하며 또 한번 창업가 DNA가 가동됐다. 어려운 대출을 쉽게 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는 구상이었다. 그렇게 2015년 핀다를 시작할 때만 해도 모바일뱅킹은 환전이나 간단한 송금 정도의 제한적인 서비스만 가능했다. 특히나 대출상품은 온라인으로 상담도 받을 수 없던 시절이었다. 1개의 금융기관만 중개할 수 있는 1사 전속주의 규제 가이드라인 탓에 다양한 금융사의 대출상품 정보를 제공할 수도 없었다. 이 대표는 “해당 금융기관에서 신용등급별로 실행됐던 금리의 전월 평균치를 보여 주는 등 우회적인 정보를 제공했지만, 결국 나의 한도와 금리가 궁금한 고객에게는 해답이 될 수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트래픽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다음카카오, 토스, 번개장터 등 다양한 플랫폼에 입점해 영역을 넓혔지만, 제한적인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었다. 만 3년차였던 2018년에 핀다는 본격적으로 데스밸리에 진입했다. 2016년에 두 번에 걸쳐 받았던 투자금 15억원가량이 대부분 소진된 상태였다. 매출도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고 있었다. 회사의 갈림길이었다. 사업을 포기하거나, 당장 수익은 창출하지 못해도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할 시스템을 갖춰 놓거나. 이 대표는 후자를 택했다. 금융기관 20~30곳과 제휴해 수수료를 받지 않을 테니 고객이 바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연결해 달라고 제안했다. 투자자를 찾지 못해 대출을 받아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며 버텼다. 이 대표는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규제가 풀릴 것이라고, 모든 게 디지털화되고 있으니 금융도 언젠가는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2019년 규제샌드박스에 선정되면서 그 믿음이 현실이 됐다. 이후 올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서비스 인가를 받으며 규제 리스크가 해소된 상태다.●스타트업 건강한 엑시트 사례 늘어나야 이 대표는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와 ‘부부 창업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부부가 동업을 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에서 각자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사뭇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에 도전하게 된 것도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 황 대표의 영향이 컸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2학년 때 짝이었어요. 그러다 중3 때 남편은 유학을 갔고, 드문드문 연락을 이어 가다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귀국한 남편과 연인이 됐죠. 당시 저는 직장인이었는데 퇴근하고 남편을 만나러 가면 자연스레 아이디어 회의에도 함께하게 되고 자료 분석도 도와주면서 창업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이 대표가 커리어 관리를 위해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준비할 때도 “네가 공부를 해서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뭐냐. 네가 하고 싶은 사업을 일단 벌려 보라”고 조언해 준 사람이 남편이었다. 지금도 남편은 가장 큰 조력자다. 비슷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힘들 때는 공감해 주고, 정보나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아들을 출산하며 ‘워킹맘´이라는 이름도 획득했다. 주말도 따로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창업자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들의 조력이 필수다. 이 대표는 워킹맘을 희생의 상징으로 미화하기보다 실제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사회 분위기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례로 싱가포르에서는 여성이 출산 후 복직하면 소득세 일부를 나라에서 환급해 준다”면서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는 게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선택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스타트업 열풍이 불면서 초기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엔젤투자’는 활성화됐지만, 여전히 후발 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레이터 스테이지 투자’는 제한적”이라면서 “더 나아가 스타트업에 결승선과 같은 ‘엑시트’ 사례가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엑시트는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의 방법으로 투자자가 기업 가치를 현금화하는 전략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무적 이익을 실현해 다른 신생기업에 투자할 자금과 유인 동기를 얻게 되고, 스타트업은 유니콘기업으로 도약하게 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한 퍼즐이다. “사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한 것은 주로 똑똑한 인재들을 싸게 영입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 왔어요. 기업 자체를 육성할 수 있는 건강한 엑시트 사례가 늘어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스타트업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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