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대한민국 이야기(이영훈 지음, 기파랑 펴냄) 지난해 2월 출간돼 근현대사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킨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의 EBS라디오 특강 노트를 수정보완해 완성한 책.‘식민지 근대화론’의 주창자인 저자는 민족사관과 민족주의를 맹렬히 비판하면서 우리 근현대사는 ‘인간 개체’를 출발점으로 서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 명의 편집자를 대신해 200자 원고지 900여장 분량의 ‘이영훈 사학’을 만들어냈다. 식민지 수탈론, 친일파 청산, 위안부 문제 등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쟁점도 많다.1만 3000원.●현대철학의 모험(철학아카데미 엮음, 도서출판 길 펴냄) 20세기는 천재 철학자들의 시대였다. 니체가 열어젖힌 사유의 문은 베르그송, 화이트헤드, 사르트르, 하이데거, 가다머, 푸코, 들뢰즈, 바슐라르, 비트겐슈타인, 라캉, 아도르노, 벤야민, 하버마스, 데리다, 네그리, 아감벤 등으로 이어지면서 이전 시대의 철학과는 전혀 새로운 사유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이 책은 척박한 인문학 풍토 속에서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집적해 20세기 철학의 다양한 층위를 분석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출판사는 ‘콜로키움·현대사상’ 시리즈를 통해 20세기 현대철학의 다양한 사유세계를 미시·거시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이 책은 그 첫번째 타이틀로 20세기 현대철학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2만 5000원.●오디오 마니아 바이블(황준 지음, 돋을새김 펴냄) 저자는 오디오 전문가도, 평론가도 아닌 유명한 건축설계사이다.20여년간 세운상가 등 오디오가 있는 곳이면 주말마다 찾아가 오디오를 접하고, 음악을 들었다. 오디오와 음악에 관한 개인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6월 초에는 국내 최초의 오디오 청취 공간인 ‘오디오 갤러리움’을 연다.‘오디오 마니아가 되지 않도록 해주는 책’이라는 부제에 걸맞지 않게 기기들의 제작연보 등 전문자료가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초보자들이 기초지식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쓴 점이 돋보인다.2만 5000원.●낭만적인 무법자 해적(데이비드 코딩리 지음, 김혜영 옮김, 루비박스 펴냄) 키드 선장, 블랙비어드, 칼리코 잭 등 전설적인 해적들의 모험과 진실을 밝힌 책. 영국 국립해양박물관의 책임 큐레이터를 지낸 저자는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17∼18세기 ‘해적의 황금기’를 서술했다.‘로빈슨 크루소’나 ‘보물섬’ 등에서 영웅으로 포장된 카리브해의 해적들이 실상 가난한 노무자나 전직 유럽 해군 출신이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당시에는 작위를 받은 해적 선장까지 있었다고 한다. 해적의 황금기는 유럽 해군들이 단결해서 해적을 소탕하게 되는 1720년대에 막을 내린다.1만 3900원.●몸에 좋은 산삼 산양산삼 도감(산삼을 연구하는 사람들 지음, 중앙생활사 펴냄) 산삼과 산양산삼의 효능, 유형, 음용법 등이 모두 들어 있는 ‘산삼 길라잡이’. 세세한 뿌리의 차이까지도 분별할 수 있는 풍부한 사진자료가 인상적이다. 저자들은 뉴질랜드 등에서 대량재배되고 있는 산양산삼의 유입에 대비해 외국삼과 국내삼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도 많이 수록했다. 급증하고 있는 ‘아마추어 심마니’는 물론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산삼에 관심있는 이들이 참고할 만하다.1만 5000원.●아티샤의 명상요결(앨런 월리스 지음, 황학구 옮김, 청년사 펴냄)티베트 불교 중흥을 이끈 11세기 인도 승려 아티샤가 남긴 일곱가지 마음수련법(명상요결)을 해설한 책. 아티샤의 명상요결은 모두 56가지 경구로 구성된 경전으로 천년 넘게 티베트 승려들의 수행지침서로 이용되고 있다.‘모든 현상을 꿈처럼 생각하라.’ ‘당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친절함에 대해서 숙고하라.’ ‘항상 즐거운 마음에 의지하라.’ ‘보상에 대한 모든 희망을 버리라.’ ‘악의로 비꼬지 말라.’ 등의 경구들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마음이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1만 8000원.●우리들의 스캔들(이현 지음, 창비 펴냄) ‘창비청소년문학’의 첫번째 작품. 새빛중학교의 모범생 이보라는 비(非)혼모인 이모가 자기 반 교생으로 오면서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댄스동아리와 관련된 폭력사건이 벌어지고, 엘리트주의자인 담임은 다른 친구들의 잘못을 적어낼 것을 강요한다. 청소년들의 생활과 심리에 밀착한 생생한 묘사가 흥미진진하다. 문자와 채팅, 댓글과 미니홈피를 통해 소통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다.2004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지난해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에 당선되어 동화집 ‘짜장면 불어요!’를 펴냈다.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