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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스타그램] 이진욱 “블랙데이 짜장면 먹고 ‘시간이탈자’ 보러와요”

    [EN스타그램] 이진욱 “블랙데이 짜장면 먹고 ‘시간이탈자’ 보러와요”

    배우 이진욱의 블랙데이 인증샷이 공개됐다. 14일 CJ Entertainment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블랙데이 짜장면 ‘시간이탈자’ 관람도 잊지 마세요. 오늘은 이진욱 짜장면 요리사”라는 글과 함께 짧은 동영상이 게재됐다. 영상 속 이진욱은 “4월 14일은 블랙데이, 오늘은 내가 짜장면 요리사. 짜장면 맛있게 드시고 ‘시간이탈자’ 보러오세요”라며 짜장면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진욱 조정석 임수정 주연의 영화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는 지난 13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짜장면 컨셉’ 레이양, 올블랙 레깅스로 블랙데이 맞아

    ‘짜장면 컨셉’ 레이양, 올블랙 레깅스로 블랙데이 맞아

    ‘프로듀스 101’ 의 트레이너 레이양이 오늘 블랙데이를 맞아 건강미 넘치는 블랙 레깅스 자태를 뽐냈다. 레이양은 4월14일 블랙데이를 맞아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네요. 참! 오늘 운동복은 블랙데이 짜장면 컨셉입니당”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레이양은 몸매가 드러나는 블랙 브라 탑에 블랙 레깅스를 입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요가로 다져진 건강미 넘치는 S라인 몸매를 선보였다. 특히 슬리퍼를 신고도 굴욕을 찾아 볼 수 없는 8등신 황금 비율을 과시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네티즌들은 “블랙데이 블랙 운동복 멋지다”, “오늘이 블랙데이구나”, “레이양 블랙데이 인증샷 보니 다이어트 자극된다” 등의 반응이다. 블랙데이는 매년 4월14일로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받지 못한 남녀가 짜장면을 먹는 날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미스코리아 출신 트레이너 레이양은 온스타일 ‘더 바디쇼 시즌2‘, MBC ’나혼자 산다‘,’복면가왕‘, KBS ’비타민‘ 등에 출연하며 새로운 예능 대세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2015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엠넷 ’프로듀스 101'의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활동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의 논에는 우렁이와 붕어가 살고 그의 밭에는 해와 별과 바람뿐이다

    그의 논에는 우렁이와 붕어가 살고 그의 밭에는 해와 별과 바람뿐이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김광영(46)씨의 논에는 우렁이가 살고 토종 참붕어가 산다. 추수가 끝난 논의 물을 빼는 날이면 아이들이 논두렁에서 양동이를 들고 기다린다. 바닥이 채 드러나기도 전에 철퍽철퍽 뛰어드는 아이들과 함께 여름내 살이 오른 우렁이를 줍고, 한쪽 둠벙에서 배를 뒤집고 펄떡이는 참붕어를 줍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녁 밥상에는 우렁이 된장찌개와 참붕어찜이 오른다. 그가 경작하는 땅은 그만큼 순순하고 깨끗하다. 철저하게 자연 재배 방식을 고집하는 김씨는 대부분의 유소년기를 서울에서 보냈다. 1998년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시절 대전에 있는 신학대학 석사 과정 2학기 때 돌연 옷 보따리 하나 달랑 메고 논산으로 갔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슬슬 비가 그친다. 길가에 만개한 노란 개나리 군락이며 진달래 무더기가 말갛게 씻긴 낯빛으로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낮아지는 산등성이에 돋아나는 연둣빛 봄의 기운이 더욱 완연하다. 금강의 한 지류를 따라 달리다 주변 풍광에 정신이 팔려 마을 초입에서 길을 놓쳤다. 마침 김씨로부터 전화가 온다. 주말이라 아이들과 함께 딸기를 수확하고, 잠깐 짜장면을 먹으러 나왔는데 차가 고장 나 버렸다는 것이다. 곡절 끝에 만난 김씨는 그러나 여유로운 모습이다. 28살에 내려와 18년 동안 흙과 함께 살았다는데도 어쩐지 도시의 자유로운 젊은이를 연상시킨다. # 신학도가 농부가 된 이유 한창 수확 중인 딸기 밭이 근처라 하여 자리를 옮겼다. 하우스 입구에 마련된 작업장으로 들어가자 대형 고무 통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EM’(유용한 미생물) 발효액을 숙성시키는 통이다. 작업장 한쪽으로는 책상이 있고, 책상 위에는 컴퓨터도 있다. 김씨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명함을 건넨다. 사람이 땅과 새싹을 감싸 안고 있는 예쁜 그림 위에 직함과 이름이 쓰여 있다. ‘농부 김광영’ 그의 내면에 가득 찬 자부심이 그 한 장에 모두 들어 있는 듯하다. 김씨는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부터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바른 사회에 대한 열망이 컸고, 처음 논산으로 들어오게 된 것도 농민회 일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런데 사실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한 후에 마지막으로 만든 게 사람이잖아요. 그 이유는 땅을 경작하고 수확하며 관리할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그는 땅을 택했다. 공부보다도 말씀대로 살고 싶었다. 땅을 빌려 경작하며 배워 가는 한편으로 일 년 반 정도 목회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꾸만 회의가 일더란다. 교인들 앞에서 자신이 말한 대로 살아야 하는데, 꼭 그렇게 살아갈 수만은 없는 것이더라고. 세월이 흘러 믿음으로부터도 멀어졌지만, 김씨는 지금도 가끔 교회에 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특히나 해가 긴 여름날 저녁 혼자 들판에서 일할 때, 어디선가 익숙한 차임벨 소리가 들려오면 허리를 펴고 들판 너머 그 먼 곳을 바라보게 된다고. # 그들이 꿈꾸는 세상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시끌벅적한 웃음 소리와 함께 아내 박현희(43)씨와 아이들이 밭으로 온다. 씩씩한 세현이와 수줍음 많은 정현이, 호기심 가득한 공주님 다현이는 우리 일행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부리나케 딸기 밭으로 들어간다. 금세 한 바구니의 딸기를 따 와서 그대로 제 입에도 넣고 내 입에도 넣어 준다. 흔히 마트에서 사 먹는 것과는 맛이 완연히 다르다. 단단한 육질에 새콤달콤 진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굉장히 큰데도 어릴 때 먹던 밭 딸기 맛 그대로이다. 부부는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에 만났다. 교육학을 전공한 아내 박씨는 남편이 논산으로 온 후에도 학업을 계속하며 대전과 논산을 오갔다. “그때는 뭐든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농촌 현실도 잘 몰랐고. 가까운 곳에 영화관이나 서점 같은 게 없어서 그런 문화적 그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죠.” 처음에는 주위에서 가르쳐 주는 대로 농사를 지었다. 한 해 두 해, 하나씩 알아 가다 보니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건강에 관심이 있어서 건강교실 같은 곳에 다녔는데, 의외로 아픈 사람이 참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규모화된 ‘관행 농사’보다는 작고 소박하게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자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일본의 성공 사례를 본보기 삼아 여러 작물로 시험해 보다가 본격적으로 자연 재배로 벼농사를 시작한 지는 올해로 8년째다. 처음 몇 년은 일반 쌀의 50%밖에 소출이 나지 않았다. 다수확을 위해서는 비료를 넣어야 하고, 비료를 넣으면 병충해가 생겨 약을 쳐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땅은 황폐해져 가는데, 그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때만 해도 안전한 농작물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아 판로가 마땅치 않았다. 읍내에 있는 방앗간에 일반 쌀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를 부탁했는데, 그나마도 반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 한 해 농사를 망치면 그 여파가 3년 동안 간단다. 땅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은 농사만 지어서는 갚을 길이 없었다. 김씨는 2만평까지 욕심을 냈던 것을 5000평으로 줄이고, 가을걷이가 끝나는 대로 일을 찾아 타지로 나갔다. 목수 일부터 빌딩의 선팅지 바르는 일까지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었다. 농장에서 하우스의 연탄만 가는 일을 한 적도 있었다. 일산화탄소 때문에 방독면을 쓰고 하루 평균 2400장의 연탄을 갈았다. 박씨도 남편의 농사일을 돕는 한편으로 학교에서 복지사로 근무했다. 겨울이면 남편은 타지로 나가고, 직장일과 병행해야 하는 육아와 가사는 오롯이 박씨 혼자만의 몫이었다. 이사를 여덟 번이나 다녀야 했고, 겨울이면 물이 얼어 길어다 먹어야 하는 집에서 산 적도 있었다. 그래도 부부는 농사법을 바꾸지 않았다. 여타의 작물들도 철저하게 무농약, 무비료를 고집했다.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더욱 확고해졌어요. 내 아이들이 이 논두렁, 밭고랑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 텐데, 저걸 따서 입에 넣어 우물거릴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약을 칠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내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일은 더욱 할 수 없는 거잖아요.” 3년 전부터는 겨울마다 타지로 돈을 벌러 나가는 대신 하우스 3동을 마련해 논산시의 주력 작물인 딸기 재배를 시작했다. 자연 재배를 추구했던 만큼 하우스는 될 수 있는 대로 안 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도전이 되었다. 철저하게 무농약의 원칙을 지켜 벌레가 생기면 마요네즈를 물에 풀어서 뿌리고, 달걀 껍데기로 칼슘을 보충하고, EM 발효액을 만들어 비료 대신 뿌렸다. 힘은 들었지만 비싼 비료와 농약 값이 들지 않으니 오히려 경제적이었다. 하우스 3동에서 한 해 3000만~3500만원의 수익이 났다. 웬만한 도시 노동자의 연봉이 부럽지 않았다. 아직은 마을 단위로 공동 선별해 ‘무농약 마크’만 달고 출하하지만, 내년에는 뜻을 같이하는 더 많은 농가들이 모여 ‘유기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해당 기관의 철저한 관리와 검사하에 무농약 2년에 유기 전환기 2년을 거치면 5년째 절차가 마무리된다. 현재 완전 유기농 딸기는 국내 전체 생산량의 0.3%에 불과하다. 인증을 받으면 수익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거기에 직접 기른 안전한 먹을거리들이 지천에 널려 있고, 자연 재배 쌀의 소출도 늘어 이제 70%까지 올랐다. 낱알은 더 통통해지고 쌀알에서는 윤기가 흐른다. 5000평의 논에서 직거래만으로도 1500만~2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이 역시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자연 재배와 관행 재배의 차이를 산삼과 인삼에 비유한다. 물을 부어 며칠 동안 놔두어 보면 관행 재배 쌀은 부패해 악취가 나는 반면, 자연 재배 쌀은 그대로 발효가 된다고 한다. 처음에 화학비료와 살충제로 찌든 땅을 해독시키기까지가 힘들지, 이후에는 그야말로 땅과 해, 바람, 별빛이 벼를 키운다. 그 노동력을 손이 많이 가는 유기농 딸기 재배에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이다. 김씨는 자연 재배에 대한 자부심으로 쌀에 대해서만큼은 유기 인증을 받지 않으려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유기농 전문점이나 학교급식 등 좀 더 넓은 시장에서 정당한 가격으로 적절하게 판매하기 위해 지금은 절차를 밟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직거래로만 판매하고 있어요. 도매로 넘겨 버리면 꼭 필요한 사람들이 꼭 필요할 때 살 수 없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자연 재배로 쌀을 생산하는 농가는 현재 20가구 남짓뿐이다. 젊은 귀농인을 중심으로 부쩍 문의가 늘고 있는 추세인데, 충남도에서도 도내 전체 생산 작물의 70%까지 유기 작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각종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는 건강한 땅과 바른 농작물에 대한 인식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누군가는 꼭 가야 하는 길이었다. 누군가가 먼저 가면 뒤에 오는 사람들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부부는 거기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 귀농을 고민한다면 그들처럼 아내 박씨는 귀농을 고민하고 있다면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직접 내려와 부딪치든가, 여유 자금이 있더라도 일단 집만 구해서 내려올 것을 권한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자본을 들여 시설을 갖추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어떤 작물이든 맞는 땅이 있고 맞는 사람이 있단다. 직접 경작해 본 뒤 자신에게 맞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김씨는 귀농 수강생 1인에 20인의 전문가가 붙는 ‘밀착 교육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뜻을 같이하는 스무 명의 귀농, 귀촌인이 모여 이미 70% 이상의 공정이 끝났다. 그는 또 200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논산재배 INTO THE WILD’라는 온라인 카페에 농사 일기를 비롯해 자연 재배와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올려 정보를 나누고 있다. 농촌 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자연 재배 쌀의 직거래 판매도 같이 한다. 건강한 땅에서 나는 바른 농작물이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김씨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꿈꾸는 세상이다. 글쓴이 소설가 서진연 ▲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2013년 제2회 EBS 문학상 우수상 수상 ▲ 소설 ‘붉은 나무젓가락’, 그림동화 ‘옥상에 텃밭이 생겼어요’, 옴니버스 에세이집 ‘가족이 힘이다’, ‘수업’,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등
  • 경찰간부, 페이스북에 “이재명 시장 처형시켜야”…이재명 “경찰청장 사과 요구”

    경찰간부, 페이스북에 “이재명 시장 처형시켜야”…이재명 “경찰청장 사과 요구”

    한 경찰 간부가 이재명 성남시장을 겨냥해 “처형해야 한다”는 글과 함께 이 시장의 머리에 권총을 쏘는 그림을 자신의 SNS에 공유해 논란이 벌어졌다. 서울시내 경찰서에 재직 중인 김모(59) 경정은 지난 29일 오후 “성남시장 이재명이를 즉각 체포해 처형시켜야 한다”는 문구와 함께 이재명 시장의 머리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사진이 첨부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김 경정이 공유한 글에는 “이 자는 미국까지 가서 북 조폭 집단을 대변하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북핵 개발이 한국 정부 탓이란다. 역적놈이 한 지역지자체 수장이란 게 기가 찬다. 김, 노정권때도 북은 핵실험을 했다. 더구나 좌파 정권한텐 조공받고 핵 개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시장은 앞서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간담회를 갖고 강력한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효과가 없었다고 하지만 그 정책을 펼 당시에는 북한의 핵 개발이 거의 진전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후임 정부들이 강경책을 쓰면서 악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경정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속된 경찰서를 근무지로 밝히고 있기도 하다. 김 경정은 자신이 공유한 게시물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페이스북에는 이런 것도 올라오고 저런 것도 올라오지 않나”라면서 “특별한 의미 없이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이같은 내용을 접한 이 시장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총살 처형 하겠다는 현직 경찰간부…나라가 미쳐갑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시장은 “현직 경찰간부가 이재명 시장을 처형해야 한다며 제 이마에 권총을 쏴 죽이는 그림을 올렸다”면서 “저의 미국 맨스필드재단 초청간담회 발언을 조작한 종북몰이와 함께”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제 발언은 대화 협상 중심의 민주정부 10년간 핵문제는 소강상태로 거의 진전이 없었는데, 이후 강경 압박제재 정책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문제가 악화되었으니, 이제 대화 협상에 무게를 두고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였는데”라면서 “이를 가지고 ’민주정부 당시에는 핵개발 없었다고 거짓말‘, ’한국 정부 때문에 북핵 개발 되었다 거짓말' 한 것으로 조작했다. 노무현 물어뜯을 때처럼 짜장면 싫어한다니까 중국 폄훼했다 주장하는 꼴”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일부 언론이 종북몰이 왜곡기사를 쓰고, 이를 근거로 잔인하고 해괴망측한 글이 생산되어 무차별 유포되더니 이제 경찰간부까지 나서 확산시킨다”면서 “권총을 소지하는 현직 경찰간부가 종북몰이와 함께 자치단체장 머리를 권총으로 쏴 처형하겠다니요? 종북은 시대착오적인 병이지만, 종북몰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중범죄”라고 꼬집었다. 이 시장은 정부를 향해 “첫째, 김모 과장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와 문책을 요구한다. 이 사건은 중앙정부 공무원이 지방정부 수장을 총살하겠다고 공개위협한 심각한 사안”이라면서 “둘째, 강신명 경찰청장의 공개사과와 김 과장에 대한 엄중한 형사처벌을 요구한다. 총기를 소지하는 경찰간부의 총살처형 위협은 일베충의 치기어린 위협행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4·13 격전지를 가다] 뜨거운 경기 정치 1번지 수원갑

    [4·13 격전지를 가다] 뜨거운 경기 정치 1번지 수원갑

    ‘경기도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수원갑에서는 전·현직 의원의 치열한 ‘3선 고지전’이 벌어지고 있다. 재선 출신 박종희 전 새누리당 의원과 현역 재선인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두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 김재귀 후보가 두 후보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수원갑은 이른바 부동층 지역구다. ●박종희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 공략 신문기자 출신으로 16·18대 배지를 달았던 박 전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피선거권이 없었던 19대 총선을 건너뛰고 이번에 다시 링에 올랐다. 반면 2009년 10월 재·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입성한 이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과 지역형 일꾼 이미지로 주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수원 구도심이면서도 낙후된 수원갑의 최대 현안은 북수원 전철역 연장이다. 장안구 지역인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입지이면서도 수원 4개구 중 유일하게 전철이 들어가지 않는 지역이다. 이를 의식해 두 후보 모두 ‘인덕원~수원 복선전철 조기 착공’을 1순위 공약으로 앞다퉈 내놨다. 박 전 의원 측은 30일 “이 의원과 인근 지역 야당 의원들이 야합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사업이 멈춰 섰다”며 “주민들이 야당 의원을 6년여 겪으면서 예산·지역 사업 등에서 힘있는 여당 의원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새벽 박 전 의원은 정자1동의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빨간 점퍼를 입고 출근 인사를 하며 연신 허리를 굽혔다. 선거사무소에서 바삐 움직이는 큰딸 하영(24)씨는 아버지에게 청년 세대 여론을 전달하는 물밑 지원군이다. 학부모 김모(42·여)씨는 “박근혜 정부가 잘한 게 없어 야당으로 마음이 갔는데 ‘미치도록 다시 일하고 싶다’는 박 전 의원을 보니 다시 조금씩 기운다”고 말했다. ●이찬열 “교통위원장 돼 현안 해결” 장담 반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출신인 이 의원은 3선 당선 후 국토교통위원장으로 숙원 사업을 해결하겠다고 한다. 파란 점퍼를 입고 지역을 누비는 이 의원의 하루 일과표에는 분 단위 스케줄이 빼곡했다. 강행군으로 입술이 부르튼 이 의원은 “이 동네 한 군데라도 발이 안 닿으면 불안해서 못 견딘다”며 웃었다. 가족도 든든한 지원부대다. 전날 평강보훈요양센터엔 부인 백승일(56)씨와 큰딸 유미(36)씨가 먼저 도착해 짜장면 배식을 도왔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전철 사업에 대해서도 “2022년 차질 없이 개통할 수 있도록 총사업비 2조 9676억원을 확보하겠다”고 반박했다. 성균관대역 개발 사업을 제때 마무리하고, 신분당선 연장선 구간도 조기 착공하겠다고 맞섰다. 손학규계인 이 의원은 ‘손학규 마케팅’도 활발히 벌이며 유권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둘 다 피로도” 틈새 파고든 김재귀 국민의당 김 후보는 “지금 여야 후보들은 지키지도 못할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며 “장안구의 인터넷 쇼핑몰을 열어 지역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연무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칠성(63)씨는 “선거 때만 후보들이 왔다갔다하지 평소에는 한 번도 들른 적이 없다”며 “국회의원은 국민이 만들어 주는 것인데 당에서 (공천권 운운하며) 만들어 주네, 마네 싸움질하는 걸 보고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고개를 저었다. 조원시장 세탁소 주인 이모(62)씨는 “당은 여당이 좋은데 인물은 어느 쪽이 나은지 아직 모르겠다”며 “현역이 얼마나 잘했는지도 의심이고, 여당도 예전에 나왔던 사람이라 피로도가 있다”고 말했다. 수원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짜장면 배달만 앱으로?…이젠 일자리도 연결하는 ‘꺄르르’ 앱

    짜장면 배달만 앱으로?…이젠 일자리도 연결하는 ‘꺄르르’ 앱

    스마트폰 앱(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새로 이사 갈 집을 찾고, 배달 앱을 통해 출출한 속을 달랜다. 이제 이런 모습은 일상 생활에서도 익숙하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O2O(Online to Offline) 앱이 일으킨 변화다.  O2O 서비스로 대표적인 앱은 ‘배달통’ ‘요기요’와 같은 음식 주문 전문 앱과 ‘직방’ ‘다방’ 등 부동산 찾기 앱 등이 있다. 모두 20~30대에서 인기가 높다. 서울 지역의 대학생 박모(20)씨는 “고향을 떠나 어플을 통해 자취 원룸을 구했다”면서 “앱을 이용하면 부동산을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이 없고, 비싼 복비도 물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30~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O2O앱은 ‘카카오택시’다. 콜택시 업체를 끼지 않고 택시기사와 1:1로 연결돼 콜비 부담이 없고, 승차거부 또한 없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직장인은 더욱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O2O앱 수요에 따라 구직자와 고용주를 1:1로 연결해주는 일자리 매칭 앱까지 등장했다. 앱 개발사 워크앤테이크는 일자리 매칭 앱 ‘꺄르르’를 개발, 서비스 중이다.   ‘꺄르르’는 일자리가 필요해 자신의 기술이나 능력을 등록하는 개인 제공자와 기업 제공자, 그리고 제공자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사용자들 간의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고객 사용자의 경우 집과 가까운 순으로 제공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원하는 분야의 특정 제공자 또는 다수 제공자에게 서비스 견적 요청이 가능하다. 또 고객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계약을 체결하는 특허 출원된 역경매의 독창적 매칭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고객 사용자의 견적 요청을 받은 제공자는 견적에 역 제안을 하거나 실시간 꺄르르 톡 서비스를 이용해 소통하면서 서로 제안의 접점을 찾아나가는 등 논의도 진행할 수 있다.   일자리도 다양하다. 아르바이트, 중고품 매매, 일일 운전, 심부름, 운전, 숙소 등 특별한 경력 없이도 시도해볼 수 있는 분야와 가사도우미, 유아돌보미, 펫 시터, 차량 관리, 교육 및 통학, 자동차 정비, 컨설팅 등까지 120여 가지의 폭 넓은 일자리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이미 출시 된 O2O 앱들 역시 평점과 후기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꺄르르의 경우 실제로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사용자들의 평점에 따라 5가지 등급으로 분류, 부여되고 있으며 고객 사용자들은 제공자의 실제 평점과 후기를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워크앤테이크 김유철 대표는 “꺄르르의 유사업종 등록 서비스를 통하면 다수의 일자리 정보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밤에 주로 일하는 대리운전자에게는 낮에 장시간으로 일할 수 있는 일일 대리운전 외에도 13가지 다른 일자리를 패키지로 제공한다”면서 “주부 부업, 대학생 아르바이트, 퇴직자, 실직자 등도 패키지로 묶인 유사업종 등록 서비스를 통해 여러 일자리 정보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꺄르르 앱을 통해 함께 웃고 공존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꺄르르’라는 브랜드 이름을 짓게 됐다”면서 “5월 말까지 200만 제공자 DB를 확보하고 하반기까지 사용자를 일 10만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화처럼 가짜 신분증으로 검찰청 드나드는 게 가능할까

    영화처럼 가짜 신분증으로 검찰청 드나드는 게 가능할까

    영화 ‘검사외전’에서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 분)은 빼어난 외모와 화려한 언변을 이용해 ‘검사’로 다시 태어난다. 가짜 신분증으로 검찰청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진짜 검사를 속이면서 살인죄를 뒤집어쓴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의 누명을 벗겨 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푸른 죄수복을 걸쳐도 ‘간지’가 넘쳐 흐르는 배우 강동원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1000만명 가까운 관객이 극장가를 찾았다. 검사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다. 사건 현장에서 진실을 파헤치고 거대 권력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 아니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재벌 등과 야합하거나 성접대를 받는 등 ‘부정의 화신’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루는 검사 생활은 사실적인 부분도 있지만 현실과 다른 것들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검사외전’과 ‘내부자들’, 드라마 ‘리멤버’, ‘펀치’ 등에 등장하는 검사와 현실 속 검사의 ‘다른 꼴 닮은꼴’을 들여다본다. 영화 ‘검사외전’에서 한치원은 명문대 법대 동문회 자리에서 연수원 기수와 서울 강남의 명문고를 들먹이며 다른 진짜 검사들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이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A검사는 “처음에는 이 사람이 후배 검사인지 아닌지 헷갈릴 수는 있어도 몇 마디만 나눠 보면 바로 알 수 있다”며 “미심쩍은 부분이 있을 경우 주변 검사에게 물어보면 바로 들통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B검사도 “법조인 인터넷 검색 앱에 이름을 쳐 넣으면 사진과 출신 학교, 연수원 기수, 현직 등이 바로 나온다”면서 “요즘 검사가 2000여명에 달하지만 고교 동문끼리는 서로 모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1. 위조한 검사 신분증으론 검찰청 출입 안 돼 한치원처럼 위조한 신분증으로 실제로 검찰청을 오갈 수 있을까. 답은 ‘NO’다. 서울 지역의 C검사는 “검찰청은 출입 통제 시스템에 미리 등록된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다”며 “위조 신분증이 실제와 똑같아 보여도 시스템이 인식을 하지 못하면 다른 국가기관과 마찬가지로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치원이 변재욱 검사 사건 재심의 증인 신청을 위해 부장검사의 사인을 위조하려고 연습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대해 수도권 지역의 D검사는 “증인은 검찰뿐 아니라 피고인 쪽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 만큼 대표적인 허구”라고 말했다. #2. 독대 조사는 무효… 짜장면보다 구내식당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열혈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이 현장에서 직접 조폭을 때려눕히는 장면이 등장한다. 검사가 주인공인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단골 장면’이다. 서울 지역의 E검사는 “검사 생활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현장에 나간 건 딱 한 번인 데다 몸싸움할 일도 없었다”면서 “다들 사무실에서 서류 다발에 치여 사는 신세라 격투기는커녕 운동 실력도 형편없다”고 밝혔다. B검사도 “검사는 경찰의 수사 지휘를 할 뿐 현장에서 직접 수사를 하고 피의자를 검거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검사외전’뿐 아니라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어두컴컴한 조사실에서 검사가 피의자와 독대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E검사는 “검찰 조사실은 실제로는 전혀 어둡지 않고 조사의 모든 과정이 영상녹화된다”며 “계장 등과 동석하지 않고 피의자와 단둘이 조사해 작성된 문서는 아예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니 독대할 일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피의자에게 검사가 직접 손찌검을 하는 장면은 일선 검사들이 제일 억울해하는 대목이다. 서울 지역의 F검사는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조사 도중 화가 나면 서류로 피의자 머리를 때리기도 했지만 2002년 피의자 사망 사건으로 홍경령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구속되면서 구타가 싹 사라졌다”며 “요즘에는 피의자 조사할 때 ‘이 사람이 내 말을 다 녹음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리 화가 나도 욕설도 자제한다”고 밝혔다. 영화와 드라마 속 검사들의 단골 메뉴는 짜장면이다. 실제로 끼니때면 검찰청 주변 중화음식점 종업원들이 오토바이를 탄 채 음식 배달을 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C검사는 “나를 포함해 주변에서는 짜장면 등을 배달시켜 먹는 대신 가격도 더 저렴하고 편리한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편”이라면서 “대신 조사를 받으러 온 피의자에게는 짜장면이나 김치찌개 등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 “최고위층 검사 상당한 권력 휘두를 수도” 그렇다고 검사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픽션’으로만 가득 찬 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고 권력자의 ‘하명’에 따라 검찰이 대거 수사에 나서는 장면 등이다. 검사를 하다 최근 변호사 개업을 한 G변호사는 “정권이 바뀌면 정권 수립의 공신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윗선에서 특정 공공기관 등에 대한 수사 지시가 종종 내려온다”며 “해당 기관장이 비리 등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회식비 유용 등 ‘관행’을 ‘비리’로 키워 터뜨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귀띔했다. 검사 출신의 H변호사도 “인사가 ‘생명’인 검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얘기’가 안 되는 사건이라도 윗선의 뜻을 거스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일으킨 검사는 승진에서 물을 먹고 반대로 향후 재판에서 이기든 지든 (정권 입맛에 맞게) 무리하게 기소한 검사는 승승장구하는 걸 보고 누가 반기를 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당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등 검사가 ‘음지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 역시 ‘아예 없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증언도 나온다. 또 다른 전직 검사는 “영화 등에서 종종 등장하는 ‘정치 검사’는 영화적 요소가 가미된 데다 일선 검사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일 것”이라면서도 “재계나 언론계의 핵심 인사가 직간접적으로 정치권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최고위층 검사들은 상당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②통영이 진하다

    국내여행 | 남쪽바다가 건네는 말②통영이 진하다

    통영은 진하다. 색이 진하고, 향이 진하고, 맛이 진하다.역사가 그러하고, 문화가 그러하고, 사람이 그러하다.좁은 골목에도 음악가와 화가의 삶이 얽혀 있고, 낡은 가옥에도 소설가와 시인의 인생이 묻어 있다. 얽히고 묻은 것들은 하나같이 묵직하다. 참 농밀하기도 하다. 그래서 통영의 여운은 오래도록 맴돈다.강구안. 멀리 동피랑과 나폴리 모텔이 보인다세병관의 서쪽 망루인 서포루동피랑의 상징인 벽화세병관 마루에 앉아 회상하다 통영 앞에는 어김없이 비경, 예향, 미항이라는 수식어가 달라붙는다. 수식어 대신 ‘동양의 나폴리’만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통영이 나폴리가 되기 이전에 통영은 이순신의 고장이다. 임진왜란 이후 왜군에 치가 떨린 조정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5개 수영을 아우르는 삼도수군통제영을 마련한다. 뼈아픈 치욕은 무너진 궁궐의 재건보다 먼저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하도록 했다.1604년에 설치된 삼도수군통제영은 300여 년간 경상, 전라, 충청의 삼도 수군을 지휘하던 본영이었다. 초대 통제사는 임진왜란 당시 초대 통제사인 이순신. 그의 한산도 진영이 최초의 통제영이었다. 이후 6대 통제사가 지금의 통영으로 통제영을 옮겼다.삼도수군통제영을 거닐어 본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이 발끝에서 단단하게 전해진다. 400년 넘게 닳은 돌층계 위로 겨울비가 흩날린다. 층계 끝의 문에는 지과문止戈問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그칠 지止, 창 과戈, 즉 창을 거둔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칠 ‘지’자를 창 ‘과’자 밑으로 가져와 두 글자를 합치면 싸울 무武 가 된다. 이것은 평상시에는 창을 거두지만, 유사시에는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무장의 기상이다.무장의 다짐은 지과문을 지나 세병관에도 고스란하다. 세병관이라는 이름은 두보의 시구 ‘만하세병挽河洗兵’에서 가져왔다. ‘하늘의 은하수로 피 묻은 병기를 씻는다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挽河洗兵.’ 즉, 전쟁이 그치고 평화를 갈망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씻을 세洗의 삼수변을 제거하면 먼저 선先이 된다. 평상시에는 세병이나, 유사시에는 선병. 평화를 바라는 마음 중에도 전투를 유념한다. 세병관의 현판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단다. 목이 아프도록 현판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세병과 선병 모두 결국은 백성과 조국을 지극히 아끼는 마음인 것을.삼도수군통제영과 어우러진 통영 시내의 모습이 통영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는 듯하다 국보 305호 세병관은 정면 9칸, 측켠 5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된 목조건물이다. 이는 우리나라 단일 면적의 목조건물로서는 가장 큰 규모이다. 세병관은 삼도수군통제영의 의전과 연회를 행했던 객사건물이었으나 일제시대에는 기둥 사이에 벽을 세우고 초등학교로 사용됐다. 긴 세월 동안 몇 차례의 보수는 있었을지언정 삼도수군통제영의 다른 건물들이 소실될 때에도 세병관은 당당하게 세월을 견뎌냈다.세병관의 마루로 올라선다. 동쪽 망루인 동포루와 서쪽 망루인 서포루, 북쪽 망루인 북포루가 좌청룡과 우백호, 북현무로서 세병관을 감싼다. 정면으로는 멀리 미륵산 자락이 너울대고, 세병관 뒤로는 여황산이다. 마루가 맑고 서늘하다. 세병관 마루에서 바라보는 통영시내는 겨울비로 흠뻑 젖었다. 삼도수군통제영의 기와 너머로 통영의 땅과 바다가 들어온다.통영이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을 숱하게 잉태한 이유를 파헤치다 보니 삼도수군통제영이라는 답이 나온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삼도수군통제영으로부터 파생된 것들로 인해 통영의 문화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란 말이다. 통제영의 12공방은 임진왜란 당시 군수품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조선시대 한양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통영 12공방 장인의 수가 가장 많아서 1895년 폐영 당시 250명에 달했다고 한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생산품 역시 최상품이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통영소반 위에 안주를 차리는 것으로 부를 과시했다고 한다. 통영에서는 버선 한 켤레, 빗 하나, 갓 끈 하나조차 허술하지 않으니 그 안목들이 오죽했을까.한편, 통제영 300년이라 함은, 통제사가 300년 동안 부임했다는 이야기다. 통제사는 조선시대 정2품의 벼슬이었다. 정2품의 양반이 통제사로 부임하면 통영으로 홀로 오는 것이 아니라 식솔들과 노비들을 모두 끌고 온다. 일년 반마다 새롭게 부임하는 통제사는 한양의 최신식 유행을 퍼트렸고, 이는 통영의 복색을 세련되게 만들었다.뿐만 아니라, 세병관에서 의전과 연회 때마다 연주되는 예악을 들음으로써 통영의 음악도 풍부해졌다. 예악은 궁궐이 있는 한양이 아니고서는 듣기 힘든 고급 음악이었다. ‘전라도 가서는 소리하지 말고, 경상도 가서는 춤추지 말라’고 했다. ‘통영 가서는 춤도 소리도 하지 말라’가 되겠다. 충청, 경상, 전라 수군이 모여 저마다 춤 한 사위, 노래 한 가락 읊조리는 곳이 삼도수군통제영이었기 때문이다. 춤과 소리를 잘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축적되고 융합되었고, 순간마다 땅은 비옥해졌다. 이후 이 땅은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전혁림 등과 같은 근사한 꽃들을 피워냈다.서호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강구안 골목의 대표적인 조형물 ‘이중섭 물고기’강구안 골목의 오래된 가게 사이로 세련된 감각의 가게들이 함께 공존한다히히히 강구안, 정겨운 서호시장‘어, 나폴리 모텔이다.’ 통영의 강구안 해안가를 거닐다 중얼거렸다. 나폴리 모텔은 2009년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에서 남여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는 장소다. <하하하>는 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영화로, 영화의 배경인 통영의 매력이 가득 담긴 영화다. 강구안에서 나폴리 모텔을 보니 ‘하하하’가 아니라 ‘히히히’ 하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이제 강구안은 늘상 웃음소리로 소란하다. 물론 영화 때문은 아니다. 오래된 강구안 골목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강구안은 바다가 육지로 들어온 항구를 일컫는다. 통영에서는 중앙동, 항남동 등의 일부 해안을 옛날부터 강구안이라고 불렀다.통영의 명동으로 불릴 정도로 번화했던 강구안이 통영여객선터미널의 이전으로 쇠락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은 골목재생사업을 시작했다. 덕분에 지금 강구안 골목에는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 70년간 이어 온 돼지국밥집, 55년 동안 풀무소리 끊긴 적 없는 대장간, 30년 넘은 목욕탕들이 여전히 소곤댄다. 그 사이로 게스트하우스와 작은 카페들도 함께 살 비비며 공존한다. 골목 어딘가에는 화가 이중섭과 유치환 시인이 술잔을 기울이던 곳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강구안은 새벽 1시에 후루룩 먹는 우짜우동과 짜장을 섞은 요리 맛처럼 달큰하고 뜨뜻하다, 히히히.서호시장은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건너편에 위치한다. 예전 서호만 터를 매립해 만든 새 땅에 자리한 시장이라 새터시장으로도 불린다. 이른 아침부터 서호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굴이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통통하고 뽀얀 굴이 곳곳에서 보인다. 볼락과 학꽁치가 지천이다. 시장 한 켠 방앗간에서는 아침부터 고소한 기름 짜는 냄새가 번지고, 과일이며 나물이며 바구니마다 수북하다. 부지런한 상인들은 새벽부터 좌판을 벌였을 것이다. 알뜰한 사람들은 조금 더 싱싱하고 조금 더 저렴한 물건을 찾아 시장 골목 여기저기를 누빈다. 새벽 조업을 마친 어부들은 뜨끈한 해장국으로 거친 속을 푼다.서호시장에는 시래기를 뭉근하게 끓인 시락국, 국물이 시원하고 맑은 물메기탕, 해장에 최고라는 졸복국 등 다양한 해장국 가게가 많다. 시장의 활기가 궁금하다면 아침에 갈 것. 오후가 되면 비교적 한산해진다.▶travel info 욕지도·통영FERRY욕지도 여행의 출발은 통영이다. 통영의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삼덕여객선터미널에서 여객선과 카페리가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할 경우, 1시간 30분, 삼덕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할 경우 45분이다. 삼덕여객선터미널의 경우 통영 시내에서 차로 15분 거리 떨어져 있으므로 교통편에 따라서 터미널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통영→연화도→욕지도 하루 5회 왕복운항 여객운임 편도 9,700원, 승용차 차량운임 편도 1만5,000~2만6,000원 삼덕→욕지도 하루 8회 왕복운항 여객운임 편도 7,600원, 승용차 차량운임 편도 1만8,000~2만4,000원FESTIVAL 욕지섬문화축제 욕지섬문화축제는 욕지도의 대표적인 축제다. 1992년부터 10월 중순경에 개최되는 이 축제는 120여 년 전 처음으로 사람들이 욕지도에 살기 시작한 것을 기념하는 축제다. 욕지도 특산물인 고구마와 고등어를 주제로 한 ‘GO(구마)GO(등어)페스티벌’과, 과거 어민들의 어선인 전마선을 체험할 수 있는 ‘전마선노젓기대회’와 같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STAY욕지도 옵타티오펜션 전 객실이 바다 전망이다. 일반형 객실 외에도 가족단위 여행객이 머물면 좋을 복층형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복층형 객실의 2층 천장의 창을 통해 욕지도의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www.optatio.co.krrestaurant욕지도 늘푸른횟집 욕지도의 싱싱한 고등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고등어회를 주문하면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친절히 설명해 준다. 고등어회뿐만 아니라 욕지도 고등어로 만든 고등어조림도 일품이다. 칼칼한 양념이 밥도둑이 따로 없다. 055 642 6777통영 통굴가 제철 굴을 코스로 즐길 수 있다. 가격에 따라 코스에 나오는 메뉴가 조금씩 다르다. 통통하고 맛이 진한 굴을 다양한 요리로 즐겨 보자. 055 645 2088통영 분소식당 겨울이면 제철 물메기탕이, 봄이면 도다리쑥국을 맛볼 수 있다. 시원한 국물과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보드라운 물메기살을 호로록 맛보다 보면 어느새 속이 뻥 뚫린다. 졸복으로 만든 졸복해장국도 인기. 055 644 0495MUSEUM박경리 기념관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박경리 선생은 통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기념관 내부에는 선생의 친필 원고를 비롯하여 유품, 사진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뒤쪽으로는 선생의 묘소가 자리한다.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산양중앙로 173 09:00~18:00,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다음날 휴관 무료 055 650 2541~3 pkn.tongyeong.go.kr윤이상 기념공원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한 공원. 전시실과 카페 및 기념품숍, 각종 공연과 세미나와 같은 실내행사를 위한 메모리홀, 야외행사장인 경사광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실에는 윤이상의 생애와 함께 생전 사용하던 악기 및 친필 악보를 비롯하여 생전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경상남도 통영시 중앙로 27 도천테마공원 09:00~ 18:00 1월1일, 설날 및 추석연휴, 매주 목요일, 공휴일 다음날 휴관 무료(단, 공연 및 세미나는 별도) 055 644 1210 www.isangyunmemorial.com통영옻칠미술관 옻칠과 회화를 접목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정제하고 안료를 배합하여 옻칠을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각도에 따라 다르게 빛나는 광채가 신비롭다.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용남해안로 36 10:00~18:00,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설날, 추석 휴관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055 649 5257 www.otchil.org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윤정 취재협조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www.hanbada.or.kr,통영시 www.tongyeong.g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짜장면과 탕수육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짜장면과 탕수육

    짜장면은 마음 저편에 떠오르는 추억이다. 어릴 적 가족 외식 땐 이만한 맛이 없었고 학창 시절엔 친구들과 눈을 마주하며 웃음꽃을 피우게 하던 성찬이다. 중년이 되고도 그 느끼한 기름 맛이 가끔 생각나는 것은, 한국인의 ‘국민 음식’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탕수육 한 접시를 곁들이면 부러울 게 없다. 그러나 짜장면과 탕수육에는 중국인들의 고단한 역사가 담겼다. 짜장면의 유래를 따지다 보면 1882년 구한말 임오군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식 유신(維新) 움직임 탓에 형편없는 처우를 받던 조선군 병사들이 무장봉기를 하자 일본군은 유혈 진압을 했고, 이에 맞서 청나라 군대가 한반도에 진주했다. 이후 중국과의 교역이 크게 늘었는데, 주로 산둥 지역 상인들이 인천항을 통했다. 인천항에는 중국에서 온 일용 노동자들도 많았다. 이때 산둥식 된장을 밀국수에 간단히 비벼 먹는 음식이 등장한다. ●중국집 2만 4000여곳… 화교 500여곳 운영 산둥 출신 중국인의 음식점은 춘장에 물을 타서 푼 뒤 양파와 돼지고기 등을 넣고 단맛의 소스를 곁들인 짜장면을 탄생시켰다. 산둥 된장 본래의 짠맛을 줄이고 달짝지근하고 구수한 맛을 더했다. 그러나 중국 화교는 1940년대 최대 8만여명에 이르다가 남북이 분단되고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하나둘씩 한국을 떠났고, 1960~70년대에는 우리 정부가 그들의 재산권 행사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면서 눈물을 훔치며 돌아갔다. 또 1990년대에는 중국 인민국 수교와 대만의 국교 단절로 귀향 행렬이 계속된다. 중국인들이 떠난 음식점은 한국인들이 인수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중국집 2만 4000여곳 가운데 화교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5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탕수육도 물고 뜯기는 19세기 제국주의 패권 다툼 시절에 탄생한 음식이다. 대영제국의 기세를 자랑하던 영국은 청나라에서 수입한 차와 도자기, 비단 등에 열광했다. 영국은 동양의 신기한 물건들을 수입하면서 매년 막대한 양의 은을 지불했으나, 나중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무역 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녹말 등 입혀 튀긴 돈육 포크 쓸 수 있게 고안 그러자 영국 상인들은 몹쓸 꾀를 냈는데, 식민지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귀해진 은 대신에 지불 대금으로 유통시킨 것이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백성들의 아편 사용을 금지시키고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압수해 불에 태웠다. 결국 영국과 중국 사이에 아편전쟁이 터졌고, 1842년 해전에서 패전한 중국은 강화조약을 통해 영국인들의 상주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땅에서 마치 주인처럼 굴던 영국 상인들은 중국의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불만이었고 젓가락을 쓰는 음식 문화도 마땅치 않았다. 눈치만 살피던 중국인들은 하는 수 없이 돼지고기를 한 입 크기로 썰어 간장, 생강, 후추 등으로 밑간을 하고 계란 흰자와 녹말가루를 푼 물로 튀김옷을 입혀 튀겼다. 소스는 녹말가루와 설탕, 간장 등을 푼 물에 버섯, 당근, 오이 등 채소와 식초를 넣어 만들었다. 탕수육은 ‘달고 신맛이 나는 고기’라는 뜻이다. 또 포크로도 충분히 찍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이후 탕수육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에도 전해져 고급 청요릿집에서 맛볼 수 있게 된다. 졸업식 날 어머니가 사주신 짜장면과 탕수육은 그동안 학교생활을 잘해줘 고맙고 기특하다는 애정이 담긴 부모님의 마음이다. kkwoon@seoul.co.kr
  • 전기차 타고 둘러 본 제주의 봄

    전기차 타고 둘러 본 제주의 봄

    제주가 ‘탄소 없는 섬’이 된다. 목표는 2030년께. 가파도에선 벌써 자동차 등 ‘내연기관’이 사라졌다. 제주 본섬에도 전기차 시대가 문을 열었다. 아직 여러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우 불편한 것도 아니다. 자연에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해 그저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정도다. 지금 제주는 초봄이다. 흰 눈과 연둣빛 새순이 공존하는 풍경을 만끽하기 딱 좋은 때다. 그래서 간다, 제주로. 전기차 타고 봄 캐러. 전기차는 뭐가 좋은가. 우선 냄새가 없다. 나도, 남도 내 차 때문에 매연 맡을 일은 없다. 그리고 조용하다. 최고급 승용차 홍보 문구처럼 ‘시동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마찬가지다. 소리 없이 미끈하게 치고 나간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지 싶다. 출력도 나쁘지는 않은 편. 주인의 뜻을 아는지, 페달 밟는 대로 쭉쭉 달려 준다. 무엇보다 좋은 건 자연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 아직 일반 연료를 쓰는 차량보다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그쯤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차량 충전은 급속과 완속으로 나뉜다. 완속은 100% 충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데 소요시간이 너무 긴 게 문제다. 전기 잔류량에 따라 최소 4시간, 최대 6시간 정도 충전해야 한다. 갈 길 바쁜 여행자로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급속 충전은 소요시간이 짧다. 잔류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얼추 30분 안팎이다. 대개 30~40% 남았을 때 충전한다고 보면 20분 남짓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단점은 80%밖에 충전할 수 없다는 것.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다. 100% 충전의 경우 140여㎞를 달릴 수 있는 것에 견줘 80% 충전 시 110㎞를 조금 넘게 운행할 수 있다. 여름에 에어컨을 켜거나, 겨울에 히터를 트는 등 전기 소모가 늘면 잔류량도 급격히 줄어든다. 따라서 늘 충전을 염두에 두고 운행해야 한다. 알뜨르 비행장으로 먼저 간다. 봄처럼 포근한 날씨에 아지랑이 이는 들녘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다. ‘알’은 아래, ‘뜨르’는 들녘을 뜻하는 사투리다. 1930년대 일제가 중국 본토 공습을 위해 ‘아래 들녘’에 건설한 전진기지다.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알뜨르 비행장에서 발진한 비행기들이 중국 난징(南京)까지 날아가 폭격했다고 한다. 현재 활주로는 사라졌고, 당시 조성한 항공기 격납고 20기 가운데 19기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1기는 부서져 잔재만 남은 상태다. 주차장 옆 격납고 안엔 비행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당시 일제가 사용했던 ‘제로센’(零戰)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것이다. 제로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주력 전투기로, 자살공격조인 ‘가미카제’에 이용됐다. 알뜨르 비행장 인근의 도순다원은 한겨울에도 초록빛 제주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초봄 풍경이 특히 예쁘다. 초록빛 녹차밭과 눈 덮인 한라산이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룬다. 물론 날씨가 좋아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안개 잔뜩 낀 날도 나쁠 건 없다. 촉촉하게 젖은 차밭 사이를 걷다 보면 봄이 멀지 않았음을 단박에 느끼게 된다. 바다 쪽 풍경도 곱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차밭 너머로 물비늘 반짝이는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규모나 명성으로는 오설록녹차박물관을 품은 서광다원이 앞서지만, 서정적인 풍경이라면 도순다원에 한 수 양보해야 한다. 서귀포 바닷길을 휘휘 돌아 동쪽으로 간다. 목적지는 지미오름. 제주 동부의 특급 전망대다. 봄이 먼바다 어디쯤 왔는지 살피기에 이만 한 곳 찾기도 쉽지 않다. 야트막한 오름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풍경들을 두 눈으로 하나하나 주워 담자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파란 바다 위로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하도 앞바다와 우도, 성산일출봉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발 바로 아래는 두문포 마을이다. 우도행 철부선이 수시로 오가는 곳. 마을 뒤로 검은 돌담이 경계를 이룬 초록 밭이 조각보처럼 드넓게 펼쳐져 있다. 그 위로 레고 블록을 닮은 집들이 꼬리 치며 이어진다. 멀리 들녘 너머엔 한라산이 우뚝하다. 그 사이로 크고 작은 오름들이 봉긋봉긋 솟았다. 한라산이 너른 치마 펼쳐 오름들을 보듬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주차장에서 지미오름 정상까지는 30분쯤 걸린다. 제법 거친 된비알도 있지만, 거리가 짧아 그리 품은 들지 않는다. 비탈길 몇 굽이 돌면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튿날. 장대비가 쏟아진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하다. 이런 날은 대부분의 관광객이 실내 시설을 찾기 마련이다. 인기순으로 보자면 으뜸은 아쿠아플라넷 제주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섬 내 여러 시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유명 관광지 섭지코지와 등을 맞대고 있어, 발품 한 번에 두 곳을 묶어 볼 수 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아쿠아리움과 공연장인 오션 아레나, 해양과학관인 마린 사이언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 동물은 500여종 4만 8000마리다. 하이라이트는 지하 1층의 메인 수조 ‘제주의 바다’이다. 가로 23m, 높이 8.5m인 수조는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바다 풍경을 눈앞에 펼쳐 놓는다. ‘박물관은 살아있다’와 ‘테디베어 뮤지엄’에도 은근히 많은 사람이 찾는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착시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이다. 여러 작품을 배경으로 매우 독특한 모양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테디베어 뮤지엄’은 그야말로 테디베어의 모든 것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제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정원도 예쁘다. 둘 다 중문관광단지에 있다. 봄꽃은 피었을까. 비를 맞으면 꽃잎이 더욱 붉어진다. 맑은 날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 외려 빛깔이 더 곱다. 매화는 아직 이르다. 이제 하나둘 피는 모양새다. 20일 이후면 화르르 타오를 듯하다. 발길 돌려 동백 보러 간다. 빗물에 젖었으니 꽃잎이 그야말로 피보다 붉을 터. 봉오리째 떨어지는 동백꽃의 고절한 자태를 감상하기에 딱이다. 위미항 인근에 100년 넘는 동백 군락지가 있다. 조천읍 선흘리의 동백동산이나 유료 시설인 카멜리아힐 등도 이름났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로는 위미 동백군락지가 으뜸이다. 동백군락지 주변 길은 온통 붉다. 가수 이미자의 노래처럼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든 꽃잎’ 때문이다. 꽃이 떨어진 나무 아래가 붉은 비단 이불 깐 듯 곱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3월 18~2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2016’ 행사가 열린다. 전기차와 관련된 나라 안팎의 각종 정보와 마주할 수 있는 자리다. 홈페이지(www.ievexpo.org) 참조. 하나투어제주(www.hanatourjeju.com)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만든 ‘그린 앤드 스마트 제주 투어’가 엑스포 기간 운영된다. 1일 코스가 6만 8000원이다. 전기차 렌트가 포함된 2박 3일 개별여행 상품도 있다. 숙소(2박), 전기차 엑스포 입장권(2장) 포함 29만원이다. 일반 여행상품보다 저렴하고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다. →전기차 엑스포 측에 따르면 제주에서 렌트할 수 있는 전기차는 모두 66대다. SK렌터카(726-6460)가 10대로 가장 많고, 평화렌터카(742-9944)와 AJ렌터카(726-3322)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다만 평화렌터카는 7월까지 단기 임대가 불가능하다. 도내 급속충전기는 모두 110기(2015년 12월 말 기준)다. SK렌터카의 경우 이 가운데 33곳에서 충전할 수 있다.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모든 충전기가 공유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계기판에 요금은 표시되지만 실제 결제되지는 않는다. 아직은 ‘전기값’이 공짜란 뜻이다. 렌터카 회사에서 지급하는 교통카드를 대면 커플러(일종의 플러그로 주유기의 손잡이와 모양이 비슷하다) 박스가 열리고, 이를 전기차 접속 단자에 꽂으면 계기판에 충전 예상 시간이 표시되면서 자동으로 충전이 시작된다. 급속충전기는 읍사무소 등 공공기관, 관광지, 대형 호텔 등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 곳에 설치돼 있다. →맛집:제주와랑와랑(733-5588)은 한치 짬뽕으로 이름난 집. 오징어 대신 한치를 넣고 다소 슴슴하게 끓여낸다. 해물짜장, 탕수육도 깔끔하다. 서귀포 보목동에 있다. 방주할머니식당(783-1253)은 두부 요리를 잘한다. 직접 농사지은 재료를 써 정갈한 맛을 낸다. 조천읍 선흘리에 있다.
  • 예전 세뱃돈은 담뱃잎 요즘 세뱃돈은 가치株

    예전 세뱃돈은 담뱃잎 요즘 세뱃돈은 가치株

    붉은 돈 봉투 ‘훙바오’ 주는 중국 영향설… 새 돈 드물었던 시절, 신권은 사회적 지위 과시 수단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옷섶을 파고드는 바람은 아직도 매섭다. 하지만 귀성객들의 마음은 이미 따뜻한 고향집 대문간에 닿은 듯 푸근하다. 설 아침 정성껏 준비한 명절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고 나면 온 가족이 둘러앉는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세배를 하는 자식, 손주에게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주는 모습은 언제 봐도 정겹다. 세뱃돈은 단순히 용돈이 아니라 새해의 무탈과 복을 기원하며 주는 돈이라고 해서 ‘복돈’이라고도 불린다. 가족과 친지들의 복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에 세뱃돈을 미리 새 돈으로 바꿔 오는 번거로움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설 풍경에서 꼭 빠질 수 없는 세뱃돈.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이 세뱃돈을 주고받았을까. 세뱃돈은 꼭 새 돈으로만 줘야 하는 걸까. ●조선 문신 최영년 시집 ‘해동죽지’에 최초 등장 흔히들 세뱃돈이 우리의 아주 오래된 풍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뱃돈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반으로 추정된다. 조선 말기 문신이자 서예가였던 최영년이 작성한 시집 ‘해동죽지’(海東竹枝)에 ‘세배전’(歲拜錢)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이 최초다. 조선 후기 순조 때 학자였던 홍석모가 연중행사와 풍속들을 정리한 ‘동국세시기’에선 세뱃돈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 김영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20세기 전엔 세뱃돈 대신 세찬(음식)이나 세초(담뱃잎)를 주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물자와 화폐(엽전)가 귀하던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새로 지은 음식을 나눠 먹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는 얘기다. 설에 ‘돈’을 주는 풍습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일제강점기 영향설’과 ‘중국 영향설’ 두 가지 추론이 있다. 일단 일제강점기 영향설의 근거는 이렇다. 일본은 에도시대(1603~1868년)에 경제가 발달한 일부 도시 지역에서 세뱃돈을 줬다고 한다. 20세기 초중반까지 일제 식민 치하를 겪으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본의 풍습이 건너왔을 것이란 추론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다. 김 연구관은 “일본에서 세뱃돈이 전국적으로 퍼진 것은 1960년대부터”라고 소개했다. 그보단 중국 영향설에 더 무게가 실린다. 중국에서는 정월 초하루, 즉 설날이 되면 결혼하지 않은 자식에게 ‘돈을 많이 벌라’는 뜻으로 돈을 주는 풍습이 있다. 과거에는 이 세뱃돈을 ‘야쑤이첸’(壓歲錢)이라 불렀지만 지금은 ‘훙바오’(红包)가 더 널리 쓰이는 말이다. 훙바오는 세뱃돈을 담아 주는 붉은색 봉투를 이르는 말이다. 중국에선 붉은색이 악한 기운을 쫓고 행운을 불러온다고 여겨진다. 중국 문화권 영향을 받았던 한국과 일본, 베트남 등에는 세뱃돈 문화가 지금도 남아 있다. ●화폐개혁 단행된 1960년대 이후부터 일반화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이후부터 세뱃돈이 일반화됐다. 1960년대 ‘환’에서 ‘원’으로 화폐단위가 바뀌는 화폐개혁이 단행됐고 1970~1980년대 경제 성장과 함께 화폐 사용량이 늘면서 세뱃돈이 설 대표 풍속으로 자리잡았다. 시중은행 영업점에는 신권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세뱃돈을 새 돈으로 주는 것은 우리의 전통 풍속은 아니다. 김 연구관은 “중국에서는 꼬깃꼬깃한 돈이라도 빳빳한 봉투(훙바오)에 담아 준다”며 “우리나라의 과거 사료에서도 세뱃돈을 ‘새 돈’으로 줬다는 기록은 없다”고 전했다. 세뱃돈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1960~1970년대에도 신권으로 세뱃돈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은행이 신권을 적게 찍어내 고액 거래 고객들을 제외하곤 일반인들은 은행 창구에서 신권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관계자는 “이전에는 명절에 새 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며 “새 돈 구하기가 어려웠던 만큼 세뱃돈을 새 돈으로 주면 그만큼 정성과 노력이 더 담겨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새 돈의 희소성 때문에 ‘세뱃돈=새 돈’ 선호 현상이 생겨났을 것이란 분석이다. ●짜장면 30원이던 1970년대 중고생 200원 받아 최근 세뱃돈으로 줄 새 돈 교환 수요가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매년 설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공급하는 화폐 규모가 늘고 있다. 설 직전 10영업일간 화폐 순발행액은 2013년 4조 4000억원에서 2014년 5조 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5조 2000억원 선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한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뱃돈, 꼭 새 돈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마음을 담은 깨끗한 돈이면 충분합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세뱃돈의 단위 역시 화폐의 변화와 물가 상승률에 따라 ‘성장’해 왔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70년대 세뱃돈의 평균 액수는 초등학생이 100원, 중·고등학생이 200원이었다고 한다. 당시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이 30~50원 전후였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1980년대에는 초등학생 1000원,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는 5000원씩 세뱃돈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최근엔 5만원권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신권 중 5만원권의 인기가 가장 높다. 세뱃돈 금액도 5만원 안팎으로 껑충 뛰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49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중·고등학생이 원하는 세뱃돈 금액은 1인당 평균 5만 5458원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은 6만 6638원이었다. 반대로 세뱃돈을 주는 입장인 어른들은 ‘적당한 세뱃돈’ 금액으로 중·고등학생에게는 1인당 3만 9788원을, 대학생에게는 1인당 6만 4610원을 주겠다고 응답했다. 세뱃돈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간의 금액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세뱃돈을 반드시 ‘돈’으로 줘야 한다는 인식도 변하고 있다. 응답자의 35.1%만 현금을 고집했을 뿐 나머지 응답자들은 기프티콘이나 문화상품권을 받아도(줘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자산가들은 수억원 가치 재테크 상품 주기도 자산가들 사이에선 손주들에게 세뱃돈 대신 주식이나 재테크 상품을 주는 모습도 흔하다. 황세영 한국씨티 강남CPC센터장은 “예전엔 손주들에게 줄 세뱃돈을 정기예금 통장에 넣어서 줬지만 최근엔 금리가 워낙 내려가다 보니 장기로 보유할 수 있는 주식(가치주)을 세뱃돈으로 선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액도 수천만원에서 억원 단위까지 뛴다. 일종의 증여인 셈이다. 유학이나 이민 인구가 늘며 외화 세뱃돈도 인기다. KEB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시절이었던 2007년부터 해마다 외화 세뱃돈 세트를 판매해 오고 있다. 미국 달러, 유로화, 캐나다 달러, 중국 위안화, 호주 달러 등으로 구성된 외화세트는 구성에 따라 약 2만원, 약 3만 6000원 두 종류다. 해마다 이맘때 1만 5000세트(원화 환산 5억원 선)를 내놨는데 매번 매진됐다. 올해는 3만 세트로 판매량을 늘렸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잠시만 안녕 최남단 분교

    잠시만 안녕 최남단 분교

    한때 학생 20명… 제주 등으로 떠나 “폐교 아닌 휴교” 내년 신입생 예정 ‘아침이면 붉은 해가 바다에서 뜨고, 저녁에는 붉은 해가 바다에서 지는/ 마라도(가파도)는 남쪽 바다 외딴 섬이나, 우리들은 슬기로운 마라(가파) 어린이/ 너도나도 배우고 배워 바르게 자라, 우리 학교 마라교(가파교)를 널리 빛내자.’ 국토 최남단 마라도의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교가에는 해바라기하는 외딴섬에 살지만 열심히 배워 학교를 빛내겠다는 섬 소년, 소녀들의 야무진 꿈이 엿보인다. 5일 마라분교에서 졸업식에서는 유일한 재학생이었던 김영주(13)군이 이런 교가를 부르며 정든 학교를 떠났다. 반세기 동안 마라도에 울려 퍼졌던 이 노래는 이제 한동안 들을 수 없게 됐다. 씩씩한 모습으로 목청껏 소리 높여 ‘마라분교를 빛내자’고 노래하는 재학생도 신입생도 없어 마라분교가 다음달부터 휴교하는 탓이다. 1958년 8월 가파국민학교(현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으로 설립 인가를 받은 지 57년 만이다. 김 군은 선배 정모양이 2014년 졸업한 후 5, 6학년 2년간 ‘나 홀로’ 학교를 다녔다. 그 덕에 김군의 졸업성적은 전교 1등(?)이다. 지난 2년간 학교 컴퓨터와 선생님 사랑도 독차지했다. 체육 시간에 같이 축구, 야구를 할 친구나 후배가 없는 게 내내 아쉬웠다. 김군은 제주 본섬 중학교에 진학, 3월에 마라도를 떠난다. 오동헌 교사는 지난 4일 마지막 수업에서 김군에게 “중학교에 가서도 바른 생활로 마라분교를 빛내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했다. “짜장면 시키신 분”이란 이동통신사 광고로 유명해진 마라도의 유일한 교육기관인 마라분교는 관광 자원이기도 하다. 소박한 모습의 학교 건물과 파도소리가 들리는 작은 운동장에 향수에 젖은 육지 관광객들은 셔터를 눌러 대고 운동장을 서성거렸다. 김군 어머니 김은영(47)씨는 “마라도 주민에게 마라분교는 학교 이상의 의미”라며 “학교가 문을 닫으면 왠지 마을 전체가 휑하니 쓸쓸해질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마라분교에 학생 수가 많을 때는 20여명이나 됐다. 그러나 주민들이 생업을 찾아 제주 본섬 등으로 이주해 1990년대 들어 한 자릿수로 줄었다. 1995년과 2000년, 2007년에도 ‘나 홀로’ 학교로 명맥을 유지했다. 졸업생은 모두 89명이다. 마라도에 주소를 둔 사람은 지난해 현재 137명이나 실제 거주자는 70여명 정도다. 현재 마라도에는 7, 6세 여자 어린이 1명, 4세 남아와 여아 1명 등 미취학 어린이가 4명이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휴교가 됐지만 당장 폐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취학 아동들이 마라분교에 입학한다면 2020년까지 신입생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이마트 신제품 ‘피코크 엄마기준 볶음라면’ 출시

    이마트 신제품 ‘피코크 엄마기준 볶음라면’ 출시

     이마트가 프리미엄 자체 식품 브랜드(PL) ‘피코크’의 어린이용 상품을 확대한다.  이마트는 어린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라면인 ‘피코크 엄마기준 볶음라면’(4입·4400원)을 출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제품은 이마트가 한영실 숙명여대 교수 연구팀과 산학협력으로 만들었다.  이마트가 어린이용 볶음라면을 출시한 이유는 이마트 자체 조사결과 아이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지만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권하기 싫은 식품 중의 하나가 라면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마트는 한 교수팀과 함께 6개월에 걸쳐 엄마들의 걱정을 덜 수 있는 라면을 만들었다. 이 라면은 일반 라면과 달리 기름에 튀기지 않고 고온에서 급속으로 구워 열량과 지방 함유량이 현저히 낮은 게 특징이다.  기름에 튀긴 라면이 12~17% 정도의 지방함유량을 보이는 반면, 구운 면으로 만든 엄마기준 볶음라면은 2~4%에 불과하다. 또 라면의 열량이 450~550㎉에 이르는 데 반해 이 볶음라면은 345~370㎉로 열량이 최대 100㎉ 이상 더 낮다.  특히 엄마기준 볶음라면은 면에 탄력을 더하기 위해 대부분의 라면에서 사용하고 있는 ‘면류첨가 알칼리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열풍으로 빠른 시간 안에 구웠기 때문에 면의 식감이 좋고 오래 두어도 잘 불지 않는다.  또 엄마기준 짜장볶음면은 짜장의 검은색을 구현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카라멜색소 대신 카카오 분말을 사용했다. 카카오에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어 활성산소 억제 효과가 있다.  이마트가 이번에 엄마기준 볶음라면을 출시함으로써 ‘피코크 엄마기준’ 상품군은 볶음밥, 스프, 라면과 같은 식사류에서 쿠키, 시리얼, 잼, 와플, 에너지바 등과 같은 간식류까지 모두 50종의 상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피코크 엄마기준은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지난 3개월(지난해 10~12월) 매출이 그 전 3개월(지난해 7~9월) 매출보다 113.4% 신장하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2016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의 질주: -김지윤

    1. 속도에의 욕망과 잃어버린 것들 우리는 속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내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던 근대적 속도가 낯설고 경이로웠던 시절에, 속도는 삶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여 무한한 공간을 열어주는 듯했고, 그 가능성의 마력에 매혹된 도시의 길들은 질주하는 기계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인간사의 모든 매혹이 그렇듯, 익숙해진 후에는 무뎌짐과 권태가 찾아든다. 이제 빠른 것들은 도처에 흔하게 넘쳐나고 현대가 ‘속도의 시대’라는 말은 진부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더 빠른 것’을 계속 갈구해 왔다. 급기야 ‘클릭 한 번으로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빛보다 빠른 통신망을 이루어내는 데에 이르렀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빨라진 것일까? 사실 ‘속도’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간과해 온 진실이 숨겨져 있다. 속도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현대인들은 줄곧 커다란 대가를 치러왔다. ‘움직임’을 상실하고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는 대신, 인간들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 안에 부동자세로 앉은 채, 혹은 컴퓨터 모니터나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묻은 채 속도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을 따름이다. 자기 자신의 움직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 ‘옮겨질’ 뿐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귀청이 먹먹하게 울부짖는 바람의 저항에 맞서 속력을 높인다는 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건 아찔한 일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몸으로 속도를 내는 이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속도가 주는 고통과 환희의 감각을 날카롭게 느끼고 견디며, 거센 바람 소리로 현재를 가득 채운다. 반면에, 이동하는 ‘탈것’ 안에 안전하게 앉아서 닫힌 창문 밖으로 내다보기만 하는 사람들은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스쳐가는 모든 풍경들을 일그러지게 만든다.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은 그 일그러짐이 심하면 심할수록, 지나쳐가는 대상들이 금방 시야에서 사라질수록,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몸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깥 풍경과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그들은 속도의 체험으로부터 사실상 단절된다. 결국 감각할 수 없는 풍경들은 개별적 장소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 속도에 안전하게 ‘탑승’한 이들에게는 오로지 ‘빠르게 도착해야 하는 지점’만이 남아 있을 뿐이고 수많은 길목들은 소거된다. 이원의 세 번째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문학과 지성사, 2007)는 바로 이런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에서 시인은 속도와 질주에 대한 끈질기고 깊은 사유를 보여 준다. 이 시집에서는 가장 큰 모티프로 ‘오토바이’가 등장한다. 얼핏 생각할 때 또 하나의 ‘속도 제조기’로 느껴지는 오토바이에는 과연 다른 교통수단들과 무언가 차이를 만드는 점이 있는 것일까. 오토바이를 타는 행위 자체가 위험에 직접 노출되어 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토바이는 사실 매우 모순적인 존재다. 기계의 속도를 빌려 질주하면서도 강렬한 신체적 경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속도를 올리며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이 기울어져야 하는데 그때마다 탑승자는 온몸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또한 오토바이는 다른 ‘탈것’들과 달리 길이 아닌 데서도 달릴 수 있다. 자유롭게 길을 벗어나 오프로드를 달리기도 하고 수많은 길을 넘나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원 시 속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게 된다. 1968년생인 이원 시인은 청년기에 사이버 문화를 접한 소위 ‘모니터킨트’ 1세대에 속한다. 80년대 도입되어 90년대를 풍미했던 PC통신은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정보소통의 길을 열어 보여주었다. 아날로그적 유년기와 디지털 청년기의 간극을 몸소 느낀 최초의 세대인 것이다. 필연적으로 이 두 가지 모순된 특징은 어떤 내면적 딜레마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자신을 형성해 준 유년기와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뀐 청년기 사이의 간극과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시인의 시적 언어에 어떤 정신적 흔적을 남겼을까. 오토바이의 모순성은 바로 그러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겹침’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겹침의 힘으로 인해 모든 장소를 사실상 ‘무장소’로 만드는 디지털 세상의 무감각성과 획일화에 대항하여 느낌과 의미, 그리고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서 이 시대의 문학이, 그중에서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장르라 할 수 있을 ‘시’가 어떤 응전력을 획득할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광속도의 디지털문명 속에 살면서 느리게 곱씹어 읽어야 하는 빈 여백투성이인 시를 쓴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에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지. 이 글은 바로 그런 기대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2.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 ‘길 없음’과 찾을 수 없는 ‘나’ 일단 이 시집 제목의 ‘오토바이’ 앞에 붙어 있는 ‘가벼운’이라는 형용사에 눈길이 간다. 그냥 가벼운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라는 것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오토바이가 ‘가볍다’는 것은 사실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튼튼하고 무겁고 길에 잘 붙어 있을수록 안전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볍다고 한 것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내재한 불안을 증폭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이 시집의 오토바이는 너무나 가볍기 때문에 바람결에 떠다니는 가랑잎만큼이나 위태롭다. 오토바이는 금방이라도 길을 벗어날 듯 불안한 주행을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길 자체가 불안하기 짝이 없고, 도무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길이라면 그 위기감은 최고조로 증폭된다. 이원의 시세계의 근원을 살펴보기 위해 바로 전 시집인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2001, 문학과 지성사)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시집에서 ‘길’에 대한 인식이 이미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독특한 것은 ‘길’에 사막의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다는 점이다. 사막이라는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뚜렷한 길이 없다는 것이다. 모래의 특성상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도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길이 만들어질 수 없다. 사막에서 끝없이 부는 바람은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바람결에 움직이는 모래로 인해 사막은 끊임없이 다른 지형으로 변모한다.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속의 시적 화자는 ‘인터넷을 가볍게 따닥 클릭’하는 행위로 많은 것들을 클릭하고, ‘세계를 연속 클릭’하기까지 한다. ‘클릭 한 번에 한 세계가 무너지고 한 세계가 일어선다.’ 그리고 수많은 클릭의 맨 끝에, 화자는 결국 ‘나를 클릭한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 검색 엔진 안에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 나타난 수많은 사이트 어디에도 나라는 실체는 없다. 그러나 꼭 금방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자꾸만 ‘클릭’을 한다. 나는 나를 찾아 차례대로 클릭한다 광기 영화 인도 그리고 나… 나누고 …나오는…나홀로 소송…또나(주)… 나누고 싶은 이야기…지구와 나…… 따닥 따닥 쌍봉낙타의 발굽 소리가 들린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 계속해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부분 검색하는 과정이 무한한 하이퍼링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라는 텍스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하이퍼텍스트를 참조해야만 한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는 착각처럼 나를 찾으려는 욕망은 곧 실현될 것만 같지만, 점점 더 퍼져나가 무수한 파편이 되는 ‘나’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검색어와 연관어를 따라 클릭을 거듭하다 보면 때로는 처음의 검색어와 전혀 다른 것이 되곤 한다. 찾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이다. 마치 계속 모래바람이 불어 지형이 바뀌는 사막처럼, 길이 계속 생명체처럼 모습을 바꾸며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길은 없다는 것, 또한 원하는 목적지에 가 닿을 아무런 방법도, 지도도 없고 어떤 검색 엔진으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시의 요지다. 그러니 이 시의 제목처럼 클릭함으로써 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클릭할수록 나는 ‘편재’한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실체를 찾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존재를 결코 확인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는 셈이다. 이원 시인의 코기토가 디지털문명의 사유를 넘어서서 존재론적 사유로 확장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시로 변주되고 있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결론이 결국 ‘부재’에서 끝났다면 이 시는 부재함으로써 존재한다는 패러독스를 보여 주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존재론적 성찰을 담는다. 모든 부재는 존재를 드러낸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그 사람의 존재감을 오히려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처럼. 그러므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공백이 필요해진다. 주체의 자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비워져야 한다.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생기는 순간마다 제 몸을 삼키는 것이 시간이며 그러므로 매 순간 다시 삼켜야 할 제 몸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시간이며 그 시간의 몸이 바로 나이며”라는 시 구절은 이런 과정의 고통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존재가 ‘없음’으로부터 유래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내적 불안을 동반하는 것처럼 이원 시에서의 ‘길’은 대부분 갑자기 끊기거나 모습을 바꾸는 등 ‘길 없음’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것으로 그려진다.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이 존재를 찾으려는 욕망을 생성시키는 것처럼, 계속해서 변형되고 사라지며 다시 만들어지는 임시적이고 위태로운 길은 건너가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 증폭시킨다. 그리고 이런 길을 건너가려면 길에 매달리고 집중해야만 한다. “내 앞까지 온 길은 거울 앞에서 접촉 불량 회로처럼 끊어졌다.” “내가 일어서자 거울 밖으로 나갈 노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녹슬고 구겨진 길들” 방금 나열한 구절들은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의 수록시 ‘모니터, 캔산소, 거울’에 언급된 ‘길’에 대한 부분들이다. 이원 시에서 길들은 대개 이렇게 위태위태하고 불길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길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더욱 심화된다. 이 시집 속에 나오는 길들은 위험을 배태하고 있는 지뢰밭과 같고, 안전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불안한, 사막과 같은 길에서 오토바이를 탄다고? 3. 휘발되는 불빛들 사이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이 시집의 많은 주인공들은 오토바이를 탄다. 그들은 폭주족, 오토바이 배달부, 퀵서비스맨이다. 오토바이는 자동차 사이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달릴 수 있다. 길이 없는 데서도 달릴 수 있다는, 바로 그 점에서 오토바이는 다른 모든 탈것들과 차별화된다. 폭주족들이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뒤따라 달려오던 한 무리의 폭주족들은 끊어진 길 속으로 빠진다/ 끈적끈적한 괴성과 경적이 함께 묻힌다/ 봄밤이 눈물처럼 반짝이다 마른다 매몰의 시간을 잘 아는/ 길은 금방 아문다/ 시간의 만다라로 타오르며 폭주족들은/ 길을 꿀꺽꿀꺽 삼키며 달린다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이 히드라처럼 꿈틀거린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 ‘폭주족들’ 부분 그 다음 시의 제목이 ‘영웅’이고 역시 폭주족을 다루고 있듯, 폭주하는 이 오토바이족들은 ‘영웅’들로 간주된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사라지고 끊어질 듯 위태로운 길에서 불안을 딛고 달린다. 여기서 오토바이라는 소재는 빛을 발한다. 버스든, 기차든, 비행기든 대부분의 교통수단들에게는 도로, 철로나 항로와 같이 정해지고 계산된 길 안에서 안전하게 달릴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주어진 길을 벗어날 수 있다. 그들은 오프로드를 달림으로써 규정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길은 자꾸만 단절되고 사라지지만, 수동적으로 길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길을 새로 만들어가며 필사적으로 계속 전진하려는 것이 폭주족들의 목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이 도약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며, 전력을 다해 내질렀던 ‘괴성’ 같은 그의 시도는 바닥으로 고꾸라져 버린다. ‘매몰의 시간’이다. 하지만 ‘길은 금방 아문다’. 폭주족들은 길 안에 매몰되어서 그 길을 삼켜버리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안에서 길을 만들어 낳는다. 하지만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라는 구절은 근본적으로 그들의 시도가 절망스럽다는 것을 표현한다. 끝없이 길을 찾으려고 하지만 길은 계속 갈라지고 갈림길들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미로가 된다. 가면 갈수록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진다. 하지만 점점 더 미로화되면서 결국 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텅 빈 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절실해진다. 그래서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이 지점에서 폭주족은 ‘왜 질주하는가?’란 질문에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라고 대답한다. 이 시집의 다른 시 ‘주유소의 밤’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차들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라는 이 시의 의미심장한 구절은 휘발되는 것이 ‘불빛’임을 보여 준다. 불빛은 길을 길답게 만드는 존재다. 길이 길일 수 있는 것은, 그 길을 따라가면 어디엔가 ‘도착’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어딘가 도달하기 위해 전진하려면 길이 그쪽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막처럼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길의 물질성이 사라진 곳에서 물리적인 길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빛이다. 오랜 옛날부터 사막에서 길을 찾는 이들은 별빛에 의지했다. 길이 사라진 데서도 별빛은 오롯이 빛나며 길을 찾는 사람들을 인도했다. 별빛이 만드는 방향성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또 하나의 길이 된 것이다. 소위 ‘전자사막’인 도시의 밤, 어둠이 깔린 도로에서 길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도 ‘불빛’이다. 신호등과 네온사인, 자동차 라이트 등이 만드는 불빛은 도시의 밤길을 길답게 만드는 필수 요소다. 그런데 시인은 이 불빛이 항구한 것이 아니라 ‘잠깐만 빛나는’, 즉 ‘휘발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꿈 역시 휘발되는 것이다. 언젠가 깨고 마는 꿈처럼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빛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질주의 이유가 있다. 휘발되어버릴 꿈, 비전을 사라지기 전에 잡아야 하므로 폭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길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가는 모든 ‘탈것’들은 그 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상당수의 폭주족들은 질주하다 ‘벽’을 만나고 결국은 ‘질주하던 몸은 날계란처럼 터지’고 만다. 그래서 ‘폭주족들’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고. 시체가 불타는 갠지스 강은 인도인들이 몸을 씻으며 기도하는 성스러운 강이다. 숭고한 구도의 마음으로 이 성스럽고 절망스러운, 찰나의 불빛을 따라 길을 만들고 또 만들면서 끝없이 전진하는 인간은 ‘영웅’이 된다. 시 ‘영웅’에서 낡은 오토바이 위의 시적화자는 ‘무서운 속도로’ ‘철가방을 싣고’ 달린다. 이 철가방은 그의 순수한 염원과 욕망을 표상한다. 그의 철가방은 ‘안팎이 똑같이 은색’이고, ‘겉과 속이 같은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으로 상징되는 거짓되지 않은 절실한 욕망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 그릇들은 ‘불에 오그라든 자국’을 숨김없이 노출한다. ‘배달’은 곧 자신의 욕망이 어딘가에 도달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는 시간 안에 달려가려고 애쓴다.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아니 중력을 이탈한 내 생이야”라는 구절은 이 시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력은 짜장면을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유지시켜주는, 말하자면 ‘현실원칙’인 셈이지만 중력을 이탈해버리면 아예 자유로워진다.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든 그쪽이 중심이 된다면 짜장면이 어느 쪽으로 쏠리든 상관없다. 그래서 ‘영웅’은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어/ 기울어진 내 몸만 믿는 나는/ 그래 절름발이야”라고 내뱉는다. 오토바이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한 현장성이다. 달리는 행위 그 자체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오토바이는 반드시 맨몸으로 타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즉, 그의 온몸, 전 생을 지금 이 순간에 걸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게 되는 것이다. 지제크의 책 제목과 같이 ‘삐딱하게 보기’가 가능해지는 순간이다. 지제크는 이 책에서 ‘비스듬한 왜상적 응시’로만 실제 세계를 명확하게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체에 도달하기 위한 ‘길’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진실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상적인 응시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삐딱하게 보기를 결정하는 순간 그는 세상이 규정한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나와야 한다. “삐딱한 내게 생이란 말은 너무 진지하지/ 내 한쪽 다리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그래서 재미있지/ 삐딱해서 생이지 절름발이여서 간절하지/ 길이 없어 질주하지”라고 시적화자는 말한다. 비정상의 영역, 삐딱한 시선의 세상은 진지한 현실원칙들을 위배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 ‘삐딱함’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세상이 허용하는 가치들에서 비껴나 ‘간절’함으로 구해야 하는 것이다. 삐딱하게 보아야 볼 수 있는 저 ‘불빛’은 견고한 어둠에 가끔 생기는 균열에서 흘러 들어오는 것이며 현실세계가 아닌 저 너머의 ‘실재계’에서 오는 것이다. ‘영웅’ 폭주족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모두 이곳이 아니야/ 이곳 너머야 이 시간 이후야”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반짝이는 찰나의 불빛이 가리키는 희미한 저곳을 향해 폭주하여 달려가며, 자신을 땅에 붙들어 놓았던 현실원칙인 ‘중력’을 이탈하려 한다. 하지만 과연 도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에 그는 더욱 비장해진다. “이유 없이 비장해지고 싶을 때가 있어/ 생이 비장해 보이지 않는다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온몸이 데는 생의 열망으로 타오르겠어/ 그러나 내가 비장해지는 그 순간/ 두 개의 닳고 닳은 오토바이 바퀴는 길에게/ 파도를 만들어주지/ 길의 뼈들은 일제히 솟구쳐 오르지/ 길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파도를 타고 삐딱한 내 생을 관통하지” 이 지점에 이르면 도착한다는 것은 이미 그에게 의미가 없다. 도착할 수 없음이 너무 명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질주이며 도약 그 자체이고, “무한한 진행”이다. ‘한 남자가 간다’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흔들린다 지금만 텅 빈다”라는 구절은 그래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비어 있다는 것은 채워짐을 욕망하므로 끝없는 현재로서 질주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 ‘지금’은 텅 비어야 한다. 4.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이원 시에서 없음, 허공의 이미지는 매우 강박적일 정도로 반복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다시피 부재는 역설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며, ‘없음’이 절실해지는 것은 존재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은 그 욕망에 자신을 전부 맡김으로써 폭주가 가능해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속력을 높이다 보면, 공중의 허공으로 몸을 날리다 보면 필연적으로 가벼워진다. 속도가 줄 수 있는 쾌감은 마치 탈중력의 상태와 같은 지극한 가벼움이다. 노자는 유와 무의 관계를 통해 생명성을 강조했다. 특히 ‘무’와 ‘허’(虛)는 생명의 근원으로 해석되곤 한다. 노자는 바퀴의 가운데를 가리켜 ‘무의 쓰임’이라고 하고 바퀴는 바퀴살이 꽂혀 있는 ‘가운데의 없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한쪽 눈은 지금 감옥에 가 있다 내 몸속의 신이 깔고 누워 있던/ 죽음을 엿본 죄다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은 내게서 파내졌으므로 나는 죽음을 모르므로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낯선 얼굴을 매달고 라면을 먹는다/ 낯선 얼굴도 입을 오물거린다 그 입에서도 고소한 스프 냄새가 난다/ 햇빛들이 창 속으로 빠르게 들어온다 부딪쳐 멈출 곳이 없는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얼굴이 달라붙는다’ 부분 욕망은 실현되는 순간 ‘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코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어야 끊임없는 추구가 가능하고, 영원히 지연되는 미완의 쾌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채워짐’은 욕망의 끝이며,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죽음을 엿본 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시는 자연스럽게 오이디푸스를 연상시킨다. 오이디푸스의 눈이 파내진 것은, 삶을 계속하게 하기 위함이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끝나버렸음에도 오이디푸스는 죽지 않는다. 도려낸 눈구멍의 빈자리를 드러낸 채 그는 광야에서 계속 걸어간다. 이 시에서도 시적화자는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 자체를 없애버림으로써 다시 결핍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그는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빈 곳’은 삶을 지속시키는 필수 요인이다. 그는 계속 살아가려고 라면을 먹는다. 삶이란 무한한 진행이므로, 그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장소인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또한 상징적 의미에서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줄지 않아야만 한다.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허공을 난다 울음 속에서 살을/ 쏙쏙 빼먹으며 난다 활짝 열어놓은 안이 불룩하다/ 보여주지 않는 안이 팽팽하다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위태로워 반짝인다 공기들이 비닐봉지의 천수관음으로 붙어간다/ 비닐봉지가 잉잉거린다 바람의 안쪽이 맥박처럼 터진다 천수관음이 된 비닐봉지에/ 시간의 모서리가 닳는다 사라지는 자리가 쌉싸름하다/ 그렁그렁하다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 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 둥근 것은 뜨겁다 비닐봉지가 허공을/ 오므린다 허공이 주렁주렁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비닐봉지가 난다’ 전문 비닐봉지는 비어 있다. 그러므로 가벼울 수 있고, ‘살을 쏙쏙 빼먹으며’ ‘맥박처럼 터진’ 등의 표현에서 보듯 생명력을 충전하며, 터질 듯 생동감 있게 허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닌다.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는 시 ‘비닐봉지가 난다’와 ‘매트리스, 매트릭스’ 두 편 모두에서 비닐봉지가 등장한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에 나오는 것은 ‘검은’ 비닐봉지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두운 색이라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그런데 이 시는 바로 이어서 ‘위태로워 반짝인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는 분명 위태롭다. 그리고 어두컴컴하다. 그럼에도 이 비닐봉지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임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활짝 열어’ 놓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열림, 이 균열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불빛이 있기 때문에 이 비닐봉지에는 빛남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완전히 어둡지 않은 것이다. 이원 시에서 유난히 많이 나오는 어둠의 이미지는 두 가지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눈앞을 가리는 칠흑 같은 절망의 어둠- 시 ‘길’에서 ‘어둠이 길들을 천천히 멍석처럼 말아갑니다’라고 노래했듯 길을 없애고 ‘세계를 닫는’ 어둠, ‘점점 더 가파르’게 변해가는 ‘밤’으로 묘사된 그런 어둠-이기도 하고, 어떤 근원적인 것,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회귀하기를 꿈꾸는 자궁의 어둠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궁에서 분리되어 이 세상에 던져진 순간, 필연적으로 분열을 겪어야 한다. 일체의 분열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원초적인 나, 자궁 속의 어둠을 그리워하지만 그것은 회귀 불가능한 공간이다. 이원의 다른 시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이 ‘어둠’에 관한 어떤 처연한 광경을 보여 준다. 아기는 ‘제가 두고 온 어둠을 미끌미끌한 길을 빨아댄다.’ 아기는 ‘알몸으로 빠져나온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매장의 시간에 익숙한 여자의 손 안에서 아기의 머리통이 녹는다 순식간에 상한다 검어진다.’ 여기에서 ‘검어지는’ 것은 자궁의 어둠과는 다르다. 절망적이고 견고한 어둠 속에서 썩어가는 부패의 ‘검은색’이다. 이에 반해 자궁의 어둠은 어둠이되 ‘적막하고 환한 물속의 집’으로서 어둡지만 환한 곳이다. 그런데 어둠이 환하다면 과연 완전한 어둠이라 할 수 있을까? ‘어두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때로 아름다운 것은 어두운 것이다’(‘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라는 시 구절처럼 환함과 아름다움이 남아 있기에 자궁의 어둠은 불완전해진다. 어둠이되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는 어둠인 것이다. 자궁에는 항상 산도(産道)라는 입구가 있고 ‘열림’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기에, 언젠가 열릴 것이거나 언젠가 열렸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회귀할 수 없는 원초적인 시간에 머물러 있기에 절망적이다. 자궁은 여전히 열린 틈새로 ‘환한 집’을 보여 주고 있지만 돌아가거나 닿을 수는 없다. 다시 시 ‘비닐봉지가 난다’로 돌아가 보자. 이 검은 비닐봉지의 어둠은 어떤 어둠인가. 이 비닐봉지는, 어쩌면 아기를 밀어낸 후 텅 비어 있는 자궁과 같이 활짝 열려 있다. 그러나 보여 주지 않는 비닐봉지의 안은 ‘저 너머의’ 세상이기에 그 안을 제대로 볼 수는 없다. 시인은 비닐봉지가 ‘천수관음’이 된다고 말한다. 천수관음의 천수천안은 모든 이의 괴로움을 천개의 눈으로 보고, 천개의 손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염원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천수관음의 세상은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소원을 성취시키는 유토피아 그 자체이며 현상적 규정을 초월하는 영원불멸한 ‘저 너머’이므로 ‘시간의 모서리가 닳’아서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수관음의 ‘천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는 표현은 불교의 ‘일원상’(一圓相)을 연상시킨다.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시작도 끝도 없는 이 ‘一圓’은 가운데가 빈 허공이기도 하다. 허공을 나는 비닐봉지는 그 자체가 공(空)인 것이다. 반면에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의 비닐봉지는 비어 있지 않고 오렌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무겁다. 그런데 비닐봉지를 들고 가던 여자가 순간 봉지를 놓치고 만다. 아마도 꼭꼭 묶여져 있었을 비닐봉지는 여자가 손에서 놓지 않는 현실원칙이며 생명체를 살게 하는 음식은 그 현실과 직결되는 ‘무거운 것’이다. ‘젖이 불은 유방 같은 오렌지 하나가 매트리스 앞으로 굴러간다.’ 오렌지 하나가 비닐봉지를 탈출한 것이다. 묶여져 있는 비닐봉지에서 오렌지가 나오려면, 비닐봉지는 분명 터져 버렸을 것이다. 터진 틈새로 ‘몸을 놓칠세라 그림자가 앞서간다’. 집요하게 몸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오렌지의 그림자는 나를 현실에 붙들어놓는 ‘중력’과 같은 것이다. 오렌지는 필사적으로 굴러가지만, 그림자는 오렌지를 붙들고 여자는 터진 비닐봉지의 틈새를 알아차린다. 이 균열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봉합할 것인가. 균열을 감수한다면, ‘위태로운 반짝’임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이 반짝임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어서 그녀를 현실로부터 일탈하게 하여, 어쩌면 미치게 할 수 있을 어떤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광기도 위태로움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헤진 그림자로 온몸을 틀어막고 주저앉아’ 멈추어 있기를 선택한다.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 시인이 직접 주석을 달아 놓은 바와 같이 매트릭스는 고어로 자궁이라는 뜻이다. 결국 매트리스로 회귀하려는 오렌지의 시도는 실패한다.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오렌지는 땅바닥을 굴러 매트리스까지 가지 못하고 ‘매트리스와 여자 사이에서 멈춰 있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의 시의 결구는 의미심장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구절이다. 날아가는, 중심을 이탈한, 가벼워진 것들에는 그림자가 필요 없다. 그러나 ‘철망 같은 제 그림자를 온몸에 뒤집어쓰고’(‘광화문에서’) 있으면 결코 가벼움을 획득할 수 없다. 그림자를 떼어내어 버리고, 온전한 ‘텅 빔’이 되어서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이 되어 질주하는 것이 주체의 소망이다. 이 시집에서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시적 화자들의 질주는 영웅적이라고 간주되며, 한계를 넘어가는 위반의 극치를 보여 준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는 것은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없음’은 에너지의 새로운 분출로 다시 시작하려는 근본적인 의지를 내부에 품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창조적인 행위이며, 현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부정함으로써 탄생한 ‘공백’의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5. 흔들리면서 ‘저 너머를 향해’ 가기 자아의 안락과 현실에의 순응을 추구하는 쾌락원칙이 맹렬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그 너머의 금지된 희열을 향한 충동은 여전히 강하게 지속된다. 충동은 현실적인 삶이 부과한 경계 너머의 실재를 향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라캉은 모든 충동을 ‘죽음충동’이라 보기도 했다.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죽음, ‘무’의 상태로 되돌려 공백의 상태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창조의 의지인 것이다. 진정한 새로움은 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공백은 창조의 시작이다. 탈(脫)이데올로기의 시대를 맞았던 90년대 우리 문학은 어떤 세기말적 징후로 가득해 있었다. 방향성을 잃었다는 느낌, 어떤 ‘파국’이 도래하였다는 감각은 이전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복고지향이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나타났다. 거대담론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자기 안으로 침잠했고 일종의 자폐성을 띤 2000년대 시는 1인칭의 내면 고백으로 가득 찼다. 2007년에 나온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는 혼잣말 같은 메모장과 일기장 밖 현실 세상으로 나온 존재가 새로운 시작을 꾀하려 하는 모색의 지점을 보여준다. 방향이 없는 곳에서, 길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저 너머로 넘어가려는 이 시집의 역동성은, 끊긴 길 앞에서 멈추어 정체되어 있던 걸음을 다시 옮기게 만드는 에너지를 분출한다. 가속되는 디지털화, 인문학의 위기와 경제 불황 등으로 인해 ‘문학의 종언’이 이야기되는 시대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더 처절하게 고민하려는 것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문학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면, 이원의 2000년대 시집들에서도 이런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이원의 시편들의 이런 문제의식은 앞서 언급했던 시인의 ‘모니터킨트 1세대’라는 특징과도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위 한국형 ‘X세대’의 맏형 격인 세대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적 변화의 시점에서 성인으로의 전환기를 보낸 이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워진’ 세계를 이해하고 인식하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60년대 이후 출생한 문학인들이 90년대에 활동을 시작하며 주목받았던 것은 탈냉전에 접어들며 가치의 혼란과 부재, 문학의 위기를 논하던 90년대 한국문단에 새 흐름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장정일, 유하의 경우와 같이 60년대 이후 출생 시인들은 소비사회, 매스컴과 테크놀로지 등 변화하는 세태에 대한 새롭고 첨예한 감각을 보여 주었다. 1968년생이며 1992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로 등단하고 96년에 첫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를 출간한 이원 시인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들이 유년기를 보내며 정체성을 형성해 갔던 시기는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시대가 아니었다. 이원 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술과 소비사회에 대한 매우 예민한 반응 역시 디지털 시대에서 태어난 최근의 젊은 세대처럼 태생적인 디지털문화에서 자라나지 않은 까닭 때문일지 모른다. ‘초기 X세대’들은 디지털을 ‘학습한’ 세대이면서도, 처음으로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기본을 만들었던 세대라는 약간 이중적으로 보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세대적 특성은 이원 시에도 일련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원이 전자제품과 사이버문화를 광범위하게 시의 직접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고찰하는 방식은 비교적 고전적이라는 점이다. 기술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에게 테크놀로지는 묵직한 존재론적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기술의 혜택을 보고는 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그 기술을 사용하는 자기 자신을 생경하게 바라보는 자아의 어떤 이질감 같은 것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디지털 환경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후천적으로 익힌 것이기에, 디지털 문화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자신의 몸처럼 편안히 여기는 최근 세대들에 비해 때때로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는 디지털 문명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 세계의 변화에 대한 예민한 인식은 전망 부재의 시대에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 시를 쓰는 것은 물론 읽는 것 역시 ‘길 없음’ 속에서 계속 나아가는 일과 같지 않을까. 이원의 비유를 빌리자면 ‘가벼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일이다. 의미에 도달한다는 것의 불가능성 속에서 간신히 앞으로, 점점 전진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2010년대에 도달하여 출간한 시집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2012) 표지 뒷면에 적혀있는 시인의 말은 뼈저리다. “넘어가지 못한다 해도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넘어가지 못하는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너머에는, 닿아야 했다.” 시인은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시를 마치는 결구에서 이렇게 말한다. ‘첫 페이지는 비워둔다/ 언젠가 결핍이 필요하리라.’ 이원 시집에 등장하는 무수한 ‘오토바이를 탄 이들’은 바로 이 결핍 때문에 달린다. 그들의 목표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어차피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목적은 달리는 것, 그 자체이고 현재를 사는 지금 이 순간, 질주와 속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인 것이다. 불가능성 때문에 추구는 더 집요해지고, 시 ‘영웅’의 화자처럼 ‘온몸이 데는’ 것도 불사하는 경지에 이른다. 서커스에서 불타오르는 원형의 가운데를 뛰어넘는 오토바이 묘기와 같다. 이 불타는 허공으로 뛰어드는 묘기에 무슨 목적이 있겠는가? 단지 통과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삶은 지속되어야만 하는 무엇이다. 그렇기에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질주한다. 온몸을 걸고, 온 생이 기울어지고 흔들리면서. 목적지에 닿기 위해 정해진 길로 달리며 획일화된 ‘무장소’에서 체험을 상실하는 현대인들의 ‘속도’와 달리,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확실히 구분되며, 그 속성들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결핍 속에서, 그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 속에서 순간적으로 강렬해지는 삶, 그 강도 높은 삶의 기록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 도착하리라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 ‘보이지 않는 너머’에 닿고자 하는 것, 그것이 ‘문학’의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형편없이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면서도 다시 또 오토바이 위에서 속력을 높이는 이원 시 속 화자들처럼, 끝없이 의미에 ‘미끄러지는’ 언어들로 계속 행간에 발을 헛디디면서도 이 미끄럽고 위태위태한 길을 속도로 넘어가 보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끝없이 맴돌기만 할 뿐 영원히 실패한다고 해도, 계속 달려간다면 길은 끊어지고 또 새롭게 만들어질 터이다. 어차피 삶은 여정 위에 있다.
  • 1500원 짜장면, 사랑·배려는 곱빼기

    1500원 짜장면, 사랑·배려는 곱빼기

    대전 동구 판암동 주공아파트 5단지 앞에 ‘만리장성’이란 중국집이 있다. 허름한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한 이 가게 문 옆에는 ‘짜장면 1500원’이란 팻말이 걸려 있다. 주인 김창남(60)씨는 “2002년 한·일월드컵 즈음 배달을 하면서 우리 마을에 배를 곯는 아이가 많은 것을 보고 짜장면값을 1000원으로 확 내렸는데 5~6년 전 식자재값이 너무 올라 도저히 감당하기가 어려워 다시 500원을 올렸다”고 회고했다. 짬뽕과 탕수육(小)도 각각 3000원과 5000원이지만 짜장면이 유난히 싸다. 김씨는 “아이들이 많이 먹는 게 짜장면 아니냐”며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 주민들 사정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루 손님이 100명을 넘고 70~80%는 짜장면을 시킨다. 일부 독거노인은 한 달에 열흘 이상 이 집 짜장면으로 배를 채운다. 방학 때는 결식 학생들이 구에서 지급한 쿠폰을 들고 자주 찾는다. 김씨는 “손님들이 ‘양이 푸짐하고 맛도 좋다’고 칭찬할 때보다 가난한 집 아이가 친구를 데려와 3500원짜리 쿠폰으로 짜장면 두 그릇을 시킨 뒤 좋아할 때 ‘우리 집 짜장면이 어린아이들 기를 살려 주는구나’ 하고 생각돼 보람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배달은 하지 않는다. 김씨는 “두 살 터울 남동생 부부와 24년간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데 이 가격을 받고 배달까지 해 주면 먹고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예 전화기 코드를 빼놓았다. 이날도 짜장면 등을 손수 배달하기 위해 가게를 찾아온 손님이 자주 눈에 띄었다. 김씨는 “돈 벌 욕심은 오래전에 포기했다. 식자재값이 너무 오르지 않는 한 정든 이웃들에게 싸고 맛있는 짜장면을 계속 제공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짜장면집·초밥집 창업 어디가 좋을까

    짜장면집·초밥집 창업 어디가 좋을까

    창업은 쉽지 않다. 서울 골목상권의 한식당과 중국집, 치킨집 등은 5년 내에 절반 이상이 폐업한 것으로 조사돼 창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소규모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관련 컨설팅을 받으려면 적지 않은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 이런 소상공인을 위해 서울시는 1일 빅데이터를 이용해 제작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golmok.seoul.go.kr)를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대로변 상권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소상공인들이 창업하는 골목상권 정보는 부족해 이 서비스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상권분석은 43개 업종의 개·폐업 인허가 건수와 교통카드 데이터 신용카드 매출소비자료, 임대 시세 등 약 2000억개 빅데이터를 활용해 임의로 1008개의 골목상권으로 나눠 이뤄졌다. 시는 창업이 많은 외식업종 10개를 선정해 창업위험도를 알 수 있는 ▲점포 수요 대비 공급비율(과밀지수) ▲유동인구와 거래 건수(활성도지표) ▲폐업률·영업지속기간(안전성지표) ▲매출 증감률(성장성지표) 등을 만들었다. 외식업종 10개는 분식집, 양식집, 중국집, 일식집, 한식당, 제과점, 패스트푸드, 치킨집, 커피음료, 호프식주점 등이다. 창업할 사람들은 과밀지수가 낮은 곳을 고민해볼 만하다. 양식집을 개업하고 싶은 사람은 용산구 이태원로 19길을, 중국집을 차리고 싶다면 강남구 삼성로 57길을 눈여겨 봐야한다. 시 관계자는 “과밀지수는 단순히 해당 업종이 얼마나 운영되고 있느냐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수요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만든 것”이라면서 “하지만 과밀지수 등 지표만 믿고 창업을 해선 낭패를 보기 쉽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청담동의 삼성로D 골목상권은 분식집의 과밀지수가 34.65로 가장 낮지만 임대료가 높아 떡볶이를 팔아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런 분석은 상권분석 홈페이지를 활용하면 좋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먼저 예비 창업자는 ‘상권신호등 서비스’에서 4단계(주의-파랑, 의심-노랑, 위험-주황, 고위험-빨강)로 표시된 지역별 창업위험도를 확인한다. 상권신호등 서비스는 지역의 점포밀집도와 유동인구, 매출, 폐업건수 등에 가중치를 적용해 만들었다. 해당 지역의 폐업신고율과 3년 내 폐업신고율, 평균 영업기간, 점포증감률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 지역의 폐업신고율이 높거나, 영업기간이 짧다면 창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008개 골목상권 현황을 보여주는 ‘맞춤형 상권검색 서비스’도 새내기 창업자에게 유용하다. 이 서비스는 지역별 골목상권의 점포 수와 점포당 매출 평균액, 하루 유동인구, 창업생존율, 업종과밀지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맞춤형 상권검색 서비스에선 지역의 주거인구와 근무자 수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다른 상권과 비교하고 싶다면 ‘원클릭 상권검색’에서 관심 상권을 보관함에 담으면 된다. 기존 상인들을 위한 ‘내 점포 마케팅’ 서비스도 있다. 골목상권으로 분류되지 않은 지역의 성·연령·시간대·요일 등의 유동인구와 사람들을 모으는 집객시설, 아파트 가구 수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지정 범위는 가로·세로 100~1000m다. 시 관계자는 “주변 유동인구에 대한 분석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진행할 것인지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신용보증재단 등 창업지원기관을 위한 전문가용 서비스(golmokxpert.seoul.go.kr)와 정책활용 서비스(golmokpolicy.seoul.go.kr)도 별도로 운영한다. 최영훈 시 정보기획관은 “요청이 있다면 전문가용 서비스와 정책활용 서비스의 일부 기능도 골목상권분석서비스에 포함시킬 것”이라면서 “시기는 이르면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생활밀착형 43개 업종의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년 생존율은 19.9%에 불과했다. 특히 골목상권의 10년 생존율은 18.4%로 상가와 오피스 밀집 지역인 발달상권(21.2%)보다 낮았다. 평균 영업기간은 골목상권이 8.96년으로 발달상권(8.34년)보다 길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폐업한 업체만 따져 보면 골목상권이 2.09년으로 발달상권(2.11년)에 비해 짧다. 또 일반 점포의 3년 생존율(58.4%)은 프랜차이즈(73.0%)보다 훨씬 낮았다. 서울의 자영업자 수는 570만명, 평균 창업비용은 9230만원이며 평균 부채는 1억 2000만원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가려운 곳 긁어주는 ‘엄마 손’ 의회 떴다

    가려운 곳 긁어주는 ‘엄마 손’ 의회 떴다

    “뛰고 또 뛰고 주민 곁으로 다가가겠습니다.” 부산 연제구의회가 이 같은 구호 아래 현장 중심의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의원들은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뛰고 있다. 구의회는 지난달 18일 제191회 본회의를 열고 오는 15일까지 총 28일간의 일정에 들어가 있다. 1일에는 상임위원회별로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을 주민 입장에서 세심하게 심의하고 있었다. 구의원들은 불요불급하거나 전시성 예산을 삭감하도록 꼼꼼하게 지적했고 주민 복지 관련 예산은 철저하게 반영하도록 했다. 구의원들은 본회의 때마다 5분 자유발언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놔 구정에 반영하도록 했다. 지난달 25일 본회의에서 김원오 의회운영위원장이 ‘의회와 소통하는 집행부가 돼야’를, 김용을 기획행정위원장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자살예방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라’를 주제로 발언하며 집행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런 노력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원 이후 ‘임산부 전용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비롯해 총 93건의 조례안과 예·결산안 심의 등 150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구정에 대한 서면질문 및 진정서 등 88건과 집행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로 129건을 시정조치하도록 했다. 현장 중심의 의정 활동에도 나서며 주민과 소통하고 있다. 구의회는 지난해 11월 1000여명의 노인을 연산4동 노인복지관에 초청해 짜장면을 제공하고 의류와 신발, 가방 등 300점을 전달했다. 주석수 의장은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엄마손’ 역할을 하는 의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7대 연제구의회는 재선 5명, 초선 4명 등 모두 9명의 의원이 활동한다. 새누리당 소속은 주 의장, 한근아 부의장, 박재식 사회도시위원장, 김용을 위원장, 김원오 위원장, 김옥란 구의원 등 6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은 김봉석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김광수 구의원 등 2명이다. 무소속은 노정현 구의원 1명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서울은 중년’… 평균 나이 40대 첫 진입

    ‘서울은 중년’… 평균 나이 40대 첫 진입

    서울시민의 평균 연령이 40대가 됐다. 1961년 조사 이후 처음이다. 서울시는 26일 지난해 기준 ‘2015 서울통계연보’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연보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평균 연령은 2000년 33.1세에서 14년 만에 7.1세가 올라 40.2세가 됐다. 연령별 비율은 0∼14세 12.2%, 15∼64세 76.0%, 65세 이상이 11.8%다. 2000년에는 0∼14세 18.6%, 65세 이상은 5.4%였다. 2009년 59만 8514명이던 초등학생 수는 5년 만에 23%가 줄어 지난해 45만 7517명으로 조사됐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수명은 늘면서 인구구조가 항아리 모양이 된 것이다. 성별로는 여성(50.7%)이 남성보다 많았다. 45세 미만에서는 남성 비율이 더 높았고 65세 이상에서는 여성이 68만 5000명 많았다. 노인 5명 중 1명은 홀몸이고 홀몸 노인 10명 중 7명은 여성이다. 서울 인구는 1037만명으로 전년보다 1만 8000명 감소했다. 전·월세 가격 상승과 함께 산업시설들이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사한 인구는 24만 9701명이고 33만 2785명이 경기도로 빠져나갔다. 시 관계자는 “경기도로 8만명 이상의 순유출이 발생했지만 다른 지역에서 전입해 오는 인구로 인해 급격한 인구감소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구 수는 419만 4000가구로 늘어났고 가구원은 2.41명으로 줄었다. 2000년에는 평균 가구원 수가 2.91명이었다. 서울시 등록 외국인 수는 26만 6000명(2.6%)으로 전년보다 2만 2000여명 증가했다. 총주택 수는 360만 4000가구(주택보급률 97.9%)로 전년보다 1.6% 늘었다. 주거 형태는 아파트가 44.8%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00년에 비해 50% 상승했는데 이 중 하수도 요금이 380%, 짜장면과 치킨은 각각 60%와 50% 올랐다. 서울 고용률은 60.4%, 실업률은 4.5%로 각각 전년의 59.4%, 4.0%보다 높아졌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너구리’ 잡은 ‘짜왕’

    ‘너구리’ 잡은 ‘짜왕’

    올해 출시된 농심 ‘짜왕’이 전통의 ‘너구리’를 제치고 절대 강자 ‘신라면’과 함께 전국 라면지도를 새로 썼다. 농심이 25일 닐슨코리아 매출액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2015년(1~10월) 전국 라면지도’에서 짜왕이 전국 매출 4위를 차지했다. 전국 매출 1위는 지난해에 이어 부동의 신라면이 차지했다. 지난해 3위였던 안성탕면은 올해 2위로, 지난해 2위였던 짜파게티는 올해 3위로 서로 자리를 바꿨다. 지난 4월 말 출시된 짜왕은 지난해 4위 너구리를 제치고 단숨에 올해 4위에 올랐다. 지난해 4위 너구리는 짜왕에 밀려 올해 5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굵은 면발의 짜장라면인 짜왕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매출 2위를, 부산에서 3위, 인천, 대전, 대구에서 4위를 기록하는 등 젊은 층의 인구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도시 지역에서 유독 강세를 보였다. 짜왕의 4월 말부터 10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700억원에 달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쪽방촌 주민들 “오늘은 내가 나눔 요리사”

    쪽방촌 주민들 “오늘은 내가 나눔 요리사”

    “내 생애 이렇게 맛있는 짜장면은 처음 먹어 봅니다. 오랜만에 귀중한 사람 같은 느낌도 받았고요…고맙습니다 정말.”(돈의동 주민 백모씨) 1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초동교회 4층 강당에 250여명의 어르신이 모였다. 노인들은 식탁마다 놓여진 정성스런 다과에 차마 먼저 손을 대지 못하고 주방만 바라봤다. 다섯 명의 ‘돈의동 셰프’들은 손놀림이 더욱 분주해졌다. 짜장면을 기다리는 이웃 어르신들을 위해서다. 쌀쌀한 연말이면 곳곳마다 이웃과 정을 나누는 배식행사가 많이 진행되지만 이날 열린 ‘사랑의 짜장면 나눔잔치’는 특별했다.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이 같은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성금을 모으고 짜장면 만들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쪽방촌의 두 주민이 동 주민센터에 기탁한 130만원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이었지만 그동안 받은 도움을 이웃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어렵게 돈을 모았다. 마침 중국음식점에서 요리를 했던 경험도 있어 성금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짜장면도 만들게 됐다. 이날 주방에서 만난 기부자 이해완(65)씨는 “어려서부터 부모님 사랑을 못 받고 자라 외로웠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이웃들하고라도 정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마을봉사를 해 왔다. 동네 청소를 시작으로 한 이씨의 선행에 뜻이 맞는 주민 10여명이 의기투합해 지난달 ‘103번지 봉사단’도 만들었다. 이날 봉사단 중 5명은 짜장면을 만들고 5명은 1층과 복도 등에서 주민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이씨는 “중국음식점에서 일을 하다 그마저도 젊은이들에게 밀려 나와 노숙 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을 살려 재능기부를 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웃었다. 그는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하려면 할 수 없다. 스스로 행복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함께 성금을 기부한 오모씨도 한때 노숙생활을 하다 이곳에 정착한 뒤 ‘돈의동 지킴이’라는 어엿한 직업을 갖게 됐다. 그에 대한 고마움이 기부로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구의 예산지원 없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봉사만으로 이뤄졌다. 종로 1·2·3·4가동과 초동교회가 공간 등을 제공하고 ‘월하예당’, 사단법인 ‘종로 효행본부’가 각각 공연과 배식 봉사를 함께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각 한 평이 채 안되는 쪽방촌의 열악한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온정들을 잃지 않고 있다”면서 “구에서도 나눔문화 확산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더 노력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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