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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장사(壯士), 이광영/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장사(壯士), 이광영/박록삼 논설위원

    그는 건장한 상체에 굵은 팔뚝을 가졌다. 다듬어지지 않은 턱수염이 너풀거렸다. 몸이 불편해 늘 휠체어를 탔다. 그럼에도 자동차를 개조해 스스로 운전하며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5·18부상자회 총무, 부회장을 지내며 5·18이 ‘사태’가 아닌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되도록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다. 수십 년 전 집에서 그와 아버지가 나누던 얘기를 귀동냥하던 중 “짜장면 여섯 그릇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더라”며 씩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심각한 얘기들이 많았을 텐데 유독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고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했던 그였지만, 어린 눈에는 기운 센 장사(壯士) 같았다. 진각 스님이자 광주의 시민군이고,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이자 계엄군 헬기 기총소사의 증인인 고 이광영(1953년생)씨다. 그는 지난 23일 ‘5·18에 원한도, 서운함도 다 묻고 가겠다’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 공교롭게 같은 날 세상을 떠난 학살자의 소식을 들었는지 알 수 없다. 80년 광주를 가두방송으로 알렸던 전옥주씨도 지난 2월 세상을 떠났다. 고통과 트라우마로 점철된 신산한 삶을 산 영웅들이 하나둘씩 스러져 간다. 다시 한번 명복을 빈다.
  • 모니카 ‘사이버 불링’ 논란에 백화점 행사 취소…“성숙해져야”(종합)

    모니카 ‘사이버 불링’ 논란에 백화점 행사 취소…“성숙해져야”(종합)

    백화점 행사로 불똥 튄 ‘사이버 불링’ 논란 최근 불거진 댄서 모니카에 대한 ‘사이버 불링’(특정인을 사이버상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 논란. 파장이 커지자 모니카를 저격한 댄서들은 사과에 나섰지만, 이들이 출연하기로 했던 백화점 행사는 결국 취소됐다. 온라인상에서 행사 취소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패션 브랜드 ‘페치’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12월 3일부터 12월 9일까지 예정이었던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의 팝업스토어가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됐다”며 “고객분들의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더현대 서울점 고객게시판에는 해당 팝업스토어와 연계된 ‘스페셜 쇼케이스’ 행사의 취소를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들은 이 행사에 참여하는 댄서 라인업을 문제 삼았다. 더현대 서울점 측에는 “‘사이버 불링’에 가담한 댄서들의 공연을 보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항의 전화도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한 모니카가 춤 장르를 설명하던 중 ‘팝핑’을 ‘팝핀’이라고 설명하자, 100명이 넘는 댄서들이 모니카의 전문성이 의심된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팝핑’이 정확한 명칭이라는 지적이었다. 논란 확대되자 댄서 호안 “진심으로 죄송” 하지만 지적에 그치지 않고 과도한 조롱과 비난으로 이어지면서 ‘사이버 불링’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모니카의 팬들은 댄서들을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또 모니카를 저격한 댄서들이 출연하는 행사를 취소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갈등이 격해지자 가수 팝핀현준이 나서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니카도 팝핑이라고 말을 했고 g를 빼면 팝핀이라고도 한다는 말을 한 것 같다”며 “짜장면이냐 자장면이냐 이 문제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모니카가 팝핑이라는 장르를 폄하하거나 잘못 알려주려는 의도로 얘기한 건 아닐 것”이라며 “사이버 불링을 했던 댄서들은 사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모니카를 최초로 저격했다고 지목된 댄서 호안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날 호안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미처 생각지 못했던 파장에 당혹스러웠다”며 “이번 일로 상처를 받은 모니카와 불쾌감을 드린 모든 대중 팬분들 그리고 동료 댄서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모니카를 저격하고자 한 의도가 없었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겠다는 마음에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댄서신 관심 커져…성숙한 문화 만들어야 호안에 이어 모니카를 저격했던 댄서들의 사과가 잇따라 나왔지만, 항의는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더현대 서울점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행사 취소를 브랜드 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이후 댄서신은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 이번 사태를 통해 더욱 성숙한 스트릿 댄스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네티즌들은 “한 명을 놓고 ‘사이버 불링’ 했으면 그 책임을 져야지”, “사과문에서도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옳은 정보 전달 핑계를 대다니”, “이번에 저격한 댄서들도 스우파 인기의 수혜자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반성을 촉구했다.
  • 모니카 ‘사이버 불링’ 논란…백화점 행사에도 ‘불똥’[이슈픽]

    모니카 ‘사이버 불링’ 논란…백화점 행사에도 ‘불똥’[이슈픽]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이후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댄서신. 대한민국에 댄스 열풍을 일으키며 앞으로 ‘꽃길’만 걸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난데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댄서 모니카에 대한 ‘사이버 불링’(특정인을 사이버상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 논란으로, 불똥이 백화점 행사로까지 튀었다. 26일 더현대 서울점 고객게시판을 보면 다음달 4일 예정된 ‘스페셜 쇼케이스’ 행사의 취소를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 행사는 패션 브랜드 ‘페치’가 주관하는 것으로, 페치는 ‘스우파’에 자사 의류가 노출돼 인기를 얻자 행사 기간 중 남성 댄서들의 무료 공연을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부터 행사 취소를 요구하는 게시글이 수십여개가 올라왔고, 아직 더현대서울 백화점의 공식 답변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취소를 요구하는 이들은 이 행사에 참여하는 댄서 라인업을 문제 삼고 있다. 더현대 서울점 측에는 “‘사이버 불링’에 가담한 댄서들의 공연을 보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항의 전화도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한 모니카가 춤 장르를 설명하던 중 ‘팝핑’을 ‘팝핀’이라고 설명하자, 100명이 넘는 댄서들이 모니카의 전문성이 의심된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팝핑’이 정확한 명칭이라는 지적이었다.팝핀현준 “짜장면이냐 자장면이냐 문제” 하지만 지적에 그치지 않고 과도한 조롱과 비난으로 이어지면서 ‘사이버 불링’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모니카의 팬들은 댄서들을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이번 더현대 서울의 행사를 언급하며 “‘스우파’ 인기 때문에 생긴 행사인데 이번에 논란이 된 댄서들이 참여한다. 당연히 취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갈등이 격해지자 가수 팝핀현준이 나서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니카도 팝핑이라고 말을 했고 g를 빼면 팝핀이라고도 한다는 말을 한 것 같다”며 “짜장면이냐 자장면이냐 이 문제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모니카가 팝핑이라는 장르를 폄하하거나 잘못 알려주려는 의도로 얘기한 건 아닐 것”이라며 “사이버 불링을 했던 댄서들은 사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모니카를 최초로 저격했다고 지목된 댄서 호안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날 호안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미처 생각지 못했던 파장에 당혹스러웠다”며 “이번 일로 상처를 받은 모니카와 불쾌감을 드린 모든 대중 팬분들 그리고 동료 댄서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모니카를 저격하고자 한 의도가 없었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겠다는 마음에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LA 거주 중국계 72세 변호사 “나 중국식당 7812곳 요리 먹어본 사람”

    LA 거주 중국계 72세 변호사 “나 중국식당 7812곳 요리 먹어본 사람”

    40년에 걸쳐 미국과 캐나다, 아시아에 있는 중국식당 7812곳을 돌며 음식 맛을 보고 이를 꼼꼼히 기록한 중국계 미국인이 있다. 로스앤젤레스(LA)를 중심으로 세무 분야 변호사로 일한 데이비드 R 챈(72)을 영국 BBC가 화제의 인물로 24일(현지시간) 소개했다. 그는 다녀온 식당 이름을 일일이 장부에 적고 수천 곳의 식당 명함과 메뉴판 등도 수집해 소장했다. 하루에 한 식당을 들렀다고 치면 20년이 넘게 걸린다. 40년이 걸렸다니 이틀에 한 번 꼴은 중국식당에 들러 끼니를 해결한 셈이다. 최근 들어선 거의 매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요리 하나씩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중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음식 탐방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중국음식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점이나 중국문화가 미국에서 어떻게 역동적으로 바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자신이 중국음식 평론가는 아니라면서도 그저 미식가(foodie)인 것도 아니라고 했다. 여전히 젖가락질에 서투르고 카페인을 피하려고 차를 거부하며 설탕과 콜레스테롤이 적은 메뉴를 집착한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식당에 가면 그가 뭘 먹는지 궁금해진다. 그는 원래 광둥성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한 할아버지의 손자로 태어나 어릴적 중국음식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1950년대 처음 중국음식을 맛봤을 때도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다면서 “그 음식은 미묘하지도 않았다. 연회에 갔는데 밥에 간장을 비벼 먹었다. 먹을게 없었다”고 했다.중국 음식은 19세기 초 골드러시를 좇아 낯선 땅을 찾아 온 이들이 가져온 것인데 기록에 남은 최초의 중국식당은 1849년 샌프란시스코에 문을 연 ‘칸톤(광둥)’이었다. 초기 이주자 상당수가 중국 남부 광둥성의 시골마을인 토이산 (台山) 출신이었던 연유다. 이들은 먼바다로 나아가 어업을 하곤 했는데 유혈 종족 분쟁과 경제난 끝에 미국으로 건너가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챈이 처음 중국 요리를 맛보던 당시 중국계 미국인은 인구의 0.08% 밖에 안 됐으며 거의 토이산 출신의 후손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LA 외곽에서도 160㎞ 떨어진 작은 마을에 모두 모여 살아 자급자족적이었다. 따라서 현지인들이나 다양한 인종의 미국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적응해야 했다. 그런데 1960년대 말 아시아 이민자 쿼타 규제가 풀리면서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 등지에서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중국 곳곳의 음식문화가 전해진 것이며 굳이 미국인의 입맛에 적응하지 않아도 중국식당들이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이즈음 미국 시민권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자 대학생인 챈은 중국계 미국인 역사를 돌아보기 위해 전화번호부를 뒤적여 중국식당들을 찾았다. 지방마다 너무 다른, 엄청 다양한 중국 요리들이 있음을 알고 고개를 내저었다. 세무 변호사로 일하며 미국의 다양한 주, 캐나다와 아시아로 출장을 가면서도 늘 중국식당을 가서 맛을 봤다. 미국에서 가장 다양하고 정통한 중국음식을 맛보려면 LA의 중국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샌개브리얼 밸리를 가보라고 권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딤섬 요리를 제대로 맛보려면 샌프란시스코가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뜻밖에도 훌륭한 차우멘(해물쟁반짜장)을 맛본 곳으로 미시시피주 클라크스데일을 꼽았는데 중국계 이주민의 역사가 200년 전에 시작된 곳이었다. 가장 실망스러운 중국음식을 먹은 곳은 노스 다코타주 파고였는데 “볶음밥이 죽밥 같았다. 그런데 누군가 그 위에다 간장 소스를 들이붓는 것이었다”고 몸서리를 쳤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본토에서 엄청난 숫자의 대학생들이 몰려오면서 중국음식이 “민주화됐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어떤 대학타운을 가도 훌륭한 중국 음식점이 있기 마련이다.중국음식을 평범한 미국인들의 뇌리에 각인된 것은 뭐니뭐니해도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일이다.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함께 연회를 열었는데 닉슨 대통령이 젖가락을 들어 앞접시에 여러 요리를 골라 담는 것을 생중계로 지켜본 이들은 엄청 놀라워했다. 베이징 덕, 내장 튀김 등도 메뉴에 있었는데 시각적으로 충격적이었다. 닉슨의 ‘젖가락 외교’ 다섯 달 뒤에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외교적 해빙 후 중국식당들 만개’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중국계 미국인 식당협회의 추계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 전역의 중국식당은 4만 5000개가 넘어 맥도날드, 버거킹,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웬디스 매장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렇게 새로운 점포가 늘어나니 챈으로선 노다지(bonanza)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방문하는 중국 식당 수 같은 목표는 없지만 가능한 많이 찾고 싶다고 했다. 은퇴한 뒤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곳을 찾고 블로그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팔로워 중 한 명은 이런 지적을 했다. 어차피 부인이 중국 사람인데 그녀가 요리하는 것을 먹어도 중국음식인데 뭘 그리 찾아 헤매는 것이냐는 얘기다. 또 주위 사람들이 중국 음식에 대해 물어보는지 궁금해 하며 그의 전문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 [서울광장] 양미리 여행을 기다리며/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양미리 여행을 기다리며/서동철 논설위원

    나이를 먹어 가면서 학창 시절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게 된다. 사회적으로 잘나가 얼굴 보기 어려웠던 친구들도 갈수록 우리 모임에 애착을 갖는 눈치다. 아무래도 철없을 때 처음 만나 이런저런 속사정까지 모두 아는 친구들이니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유들이 생겼는지 몇 년 전까지 저녁 7시이던 모임 시간이 갈수록 앞당겨진다. 네 시쯤 만나 일 끝내고 합류하는 친구를 기다리기도 한다. 약속 시간이 주말로 정해지면 한두 시에 만나기도 하는데 당연히 낮술이 뒤따른다. 정년퇴직해서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친구도 있고, 여전히 정력적으로 일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활발해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옛 친구들과의 모임은 다 그렇겠지만,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40년 넘은 기억을 돌리고 또 돌린다. 그런데 지난달엔 한 친구가 “우리도 조선시대 ‘농가월령가’처럼 제철 수산물을 매달 산지에 찾아가서 먹는 여행 모임을 갖는 것이 어떠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이런 ‘기특한’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우리 모두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 경력이 수십 년이니 일 년치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어렵지 않다. 특히 4월은 거저먹기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몇 년 전부터 기장멸치축제가 열리는 4월이 되면 친구를 찾아 부산에 갔다. 생멸치로 만든 무침이며 구이, 튀김, 탕은 그 자체로 별미지만 옛 친구와 함께 먹으니 더 맛있다. KTX를 타고 내려가 점심을 먹은 뒤 경치 좋은 바닷가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 있게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하루 여행이 즐겁다. 서울역에 돌아와 생맥주 한잔을 마시고 헤어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장 11월 행선지를 두고는 한 친구가 “겨울 양미리가 맛있다는데…” 하니 다른 친구가 “도루묵도 제철이야” 한다. 우리는 언젠가 동해안으로 함께 떠나 양양 기사문항 방파제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은 적이 있는데, 도무지 될 것 같지 않던 낚시로 작은 임연수어 두 마리를 잡기도 했다. 기억이 여기까지 미치니 속초나 양양으로 차를 몰아 이 즈음부터 동해바다에서 많이 나는 양미리, 도루묵, 임연수어를 먹기로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값도 싸서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에게 더욱 고마운 물고기들이다. 그런데 해물월령가(海物月令歌)를 주창한 친구가 다시 “이왕에 멀리 가는 거면 그 지역의 문화유산을 더불어 돌아보면 어떻겠느냐”고 추가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이 친구는 기사문항에 갔을 때도 같은 바람을 말했는데 당시에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번에는 뜻밖에 다른 친구들도 좋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친다. 서울에서 서너 시간 달려 곧바로 관광지 식당에 도착한 다음 밤새 숙취에 시달리다 해장국 한 그릇 먹고 돌아오는 여행도 적지 않았다. 나이를 먹어 가니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다들 아깝게 느껴지나 보다. ‘무엇을 보러 갈 것인가’ 하는 대목에서는 다들 문화재기자 노릇을 한 적이 있는 내 얼굴을 쳐다본다. 영동 지방에는 찾아갈 곳이 넘친다. 가장 북쪽으로는 건봉사가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고성 땅이지만 옛날 건봉사라면 곧 금강산의 초입이었다. 6ㆍ25 전쟁의 상처가 깊지만 여전히 볼만한 것이 많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백두대간을 넘어서면 통일신라시대 사찰인 선림원터도 나타난다. 가는 길 중간의 국립춘천박물관에서는 역시 전쟁 당시 불타 버린 선림원 동종의 흔적을 볼 수 있으니 의미 있는 ‘세트 답사’가 될 것이다. 남쪽의 강릉 굴산사터 당간지주도 보여 주고 싶다. 태백산맥이 거칠 것 없이 바라보이는 벌판에 세워진 압도적 스케일의 통일신라시대 돌기둥과 마주하면 친구들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변에는 맛있는 커피 전문점도 있다. 이달에는 도루묵 축제가 열리는 물치항에서 멀지 않은 양양 진전사터로 도의국사 부도와 삼층석탑을 만나러 가자고 제안하려 한다. 이렇게 꼽아 보니 맨 마지막으로 잡아 놓은 낙산사까지 포함해 다섯 해 동안 둘러볼 11월 프로그램이 마련된 셈이다. 어떤 해산물을 찾아가고, 어떤 역사의 흔적을 둘러볼지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 즐겁다. 12월엔 등산을 겸한 변산반도 산중 암자를 제안해 볼까 싶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나라에서 우리 같은 은퇴 언저리 세대 모임은 낮술로 시작해 다투는 것으로 마무리되기 십상이다. 꼭 제철 수산물일 필요도 없고, 문화유산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무엇이라도 함께할 수 있는지 친구들과 지혜를 나눠 보길 권한다.
  • “‘짱깨’ 무슨 뜻인가요?” 중국 관광객이 물었습니다…당신의 답은?

    “‘짱깨’ 무슨 뜻인가요?” 중국 관광객이 물었습니다…당신의 답은?

    “‘짱깨’ 무슨 뜻인가요?”중국인이 직접 물어본다면?실험카메라, 온라인에서 화제“친근함으로 위장된 인종차별 단어” 중국인을 낮춰 부를 때 쓰는 ‘짱깨’. 짱깨는 ‘짜장면’을 속되게 이르는 표현으로 중국인을 비하하는 의미도 담고있다. 이 단어를 중국인이 길에서 직접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4일 중국인 관광객이 ‘짱깨’ 단어의 뜻을 묻자 시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았다. 실험카메라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유튜버 ‘프랭키 프렌즈’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짱깨가 뭔지 물어본다면?”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위장한 한국 남성이 중국어 또는 영어로 한국인들에게 ‘짱깨’ 뜻을 묻고, 답을 듣는 모습이 담겼다. 여성 두명은 길거리에서 ‘짱깨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이 ‘좋은 뜻이냐, 나쁜 뜻이냐’고 묻자, 여성은 “나쁜 뜻이다. 중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이다”고 설명했다.다음에 등장한 여성은 “누가 그런 말을 했냐. 안 좋은 소리인데. 나쁜 말이다. 그런 말 쓰지 말라고 해라. 중국 사람들을 그냥 욕하는 말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내 반중정서가 확산된 이유를 설명한 한국인도 있었다. 영상에서 한복을 입은 한 여성은 “(짱깨는) 중국인을 낮춰서 부르는 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중국인을 싫어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영상에서는 “‘짱깨’라는 말은 친근함으로 위장된 엄연한 인종차별 단어입니다”는 자막이 나온다. 한편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한 ‘프랭키 프렌즈’는 한국 남성이다. 그는 이번 실험카메라 영상을 제작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로 한국에서 차별을 많이 당한 중국인 여자친구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우리 회사보다 낫다”…병사가 직접 자랑한 ‘백골부대’ 뷔페

    “우리 회사보다 낫다”…병사가 직접 자랑한 ‘백골부대’ 뷔페

    최근 군내 병사들에 대한 부실 급식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한 병사가 소개한 ‘백골부대’ 식단이 화제를 모았다. 2일 군 제보사이트인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 드립니다(육대전)’를 보면 3사단 23여단 모 대대에 근무 중이라는 병사가 올린 점심, 저녁 메뉴, 브런치 식단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 부대 식단 자랑하고 싶어서 제보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부대들의 식단이 나아지길 염원하겠다”고 말했다.해당 식단에는 ‘떡갈비’, ‘치즈 돈가스’, ‘제육볶음’ 등 점심 저녁 메뉴와 ‘불고기 버거, ‘비엔나소시지’등으로 이뤄진 브런치 메뉴가 소개됐다. 부대 관계자는 “전기 그릴 등 3억원을 들여 시범운용 중으로 넥슨 직원 식당 수준이다”며 민간조리원 2명, 부사관 3명, 취사병 10명, 설거지병 8명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은 “우리 회사보다 낫네요”, “영양사를 칭찬합시다”, “맛있겠다”, “열심히 나라 지킨 병사들에게 이런 식단을” 등의 반응을 보였다.“유통기한 지난 카레에 썩은 달걀”…군대 ‘부실급식’ 여전해 앞서 지난 달 ‘육대전’에는 강원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제보자는 “19일 화요일 점심에 유통기한이 3개월이 지난 카레를 배식했다”며 “저희 부대는 급양관(간부)이 있음에도 전문 지식이 없는 간부들로 무분별하게 급양감독을 편성해 운용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부들은 업무 외 추가로 급양감독관 업무수행에 부담감이 증대하고 있다”며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를 사용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부대장이 보고를 받고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일 배식한 계란도 누가 봐도 이상이 있어 보여 보고를 했으나 조리 중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그냥 넘겼다”고 덧붙였다. 제보자가 제보한 사진의 카레 제품에는 유통기한이 ‘2021.07.10.까지’라고 명시되어있다. 계란도 겉면이 썩어 있는 등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당시 11사단 측은 “급식된 계란은 11일 저녁 조리 시 발견돼 대대장이 현장에서 확인 후 전량 폐기했고, 참치김치볶음으로 대체해 급식했다”며 “19일 중식 간 유통기한이 지난 카레를 제공했으나 급식 중에 식별돼 즉각 폐기하고 짜장으로 대체해 급식했다. 현재까지 확인 결과 카레를 취식한 인원은 5명이나, 이상징후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사단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사단 차원에서 식자재 보관 및 관리, 현장 급양감독 실태 등 급식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급양감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조리과정의 문제인지 등에 대해 면밀히 확인 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14일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농·수·축협과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던 주요 식자재 조달이 2025년 이후에는 전량 경쟁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속적인 병역자원 감소 등을 고려해 군에서 직영하되, 민간조리원만으로 운영하는 병사식당을 시범 운영하고, 이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하루 기본급식비는 올해(8790원)보다 25% 인상한 1만 1000원으로 책정했고, 2024년에는 이를 1만 50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 SNL 인턴기자 만난 윤석열 “대통령 되기보다 아내와 결혼 선택”

    SNL 인턴기자 만난 윤석열 “대통령 되기보다 아내와 결혼 선택”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 ‘SNL코리아’ 코너 ‘주기자가 간다’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30일 SNL코리아에 출연한 윤 전 총장은 ‘밸런스 게임’을 했다. ‘밸런스 게임’이란, 어느 것도 선택하기 쉽지 않은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선택하는 형식의 게임이다. 이날 윤 전 총장은 ‘내 캠프에 이재명 일하기 vs 내가 이재명 캠프에서 일하기’ 라는 질문에 당황한 듯 웃으며 “다 싫다”고 답했다. 이어 “(둘 중 하나를) 꼭 골라야 하냐”며 “그럼 이재명 후보가 제 캠프에서 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빚 내서 내 집 마련하고 이사한 날 짜장면 시켜먹기 vs 이재명 후보의 장기임대주택에서 빚 없이 살기’ 라는 질문에는 “빚을 내더라도 내 집 마련하고 짜장면 먹는 게 훨씬 낫겠다”고 말했다. 주기자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 사모님과 결혼하기 vs 아니면 대통령 되기’라는 질문도 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답은 무조건 1번(전자)이네”라고 답했다. ‘정말 확실한 답변이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촬영 영상이) 공개돼 나온다”며 “대한민국 남자 누구한테 물어봐도 전자로 답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배우 주현의 성대모사를 하며 청년들에게 “아이구 그냥, 그냥 기죽지 말고 용기를 가져 용기를”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앞으로의 각오를 묻는 말에는 “그동안 내로남불 정권 아래서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텐데, 제가 국민께 스트레스 안 받게 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 [2021 베스트브랜드 대상] 오뚜기 ‘3분 카레’

    [2021 베스트브랜드 대상] 오뚜기 ‘3분 카레’

    ㈜오뚜기 ‘3분 카레’(사진)는 시장에서도 40년간 부동의 1위를 유지 중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3분 카레를 포함한 오뚜기 3분 요리류의 누적 판매량은 약 18억 개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약 39개씩 소비한 셈”이라며 “시장 1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신제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웰빙 바람이 불던 2000년대 들어서 맛과 영양, 편의성을 두루 갖춘 카레 제품들로 주목을 받았다. 2003년에는 강황 함량을 50% 이상 늘리고 베타글루칸·식이섬유·귀리 등을 넣어 영양성분을 강화한 ‘3분 백세카레’를, 이후 2014년에는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렌틸콩을 주원료로 한 ‘3분 렌틸콩 카레’를 출시했다. 2017년에는 3일 숙성소스와 각종 향신료를 직접 갈아 만든 카레분을 사용한 ‘3일 숙성카레’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그대로 카레·짜장’ 등 데우지 않고 바로 섭취 가능한 제품을 통해 오뚜기가 추구하는 ‘이지(Easy)+리치(Rich)’ 가치를 실현해 나갔다. 지난 2019년에는 오뚜기 창립 50주년 기념 에디션 ‘스페셜티 카레’와 함께 ‘스페셜티 카레 3분’을 출시했다. 오뚜기 3분 요리만의 노하우로 만든 스페셜티 카레 3분은 레드와인으로 숙성해 향긋한 풍미를 내는 큼직한 쇠고기와 로즈메리, 타임, 카르다몸, 월계수잎, 오레가노 등 5가지 허브를 조화해 한층 풍부한 맛과 향을 살렸다.
  • 전주는 멋있다…전주는 맛있다

    전주는 멋있다…전주는 맛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아, 듣기만 해도 얼마나 예스럽고 고즈넉한 곳인가. 가을과도 딱 어울린다. 단청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가을 단풍의 색은 전주의 고옥(古屋) 느낌을 그리도 닮았다. 한옥마을. 전국에 한옥들이 모여 있는 곳은 많다. 예전부터 내려오던 곳도 있고 새로 조성한 곳도 많다. 서울만 해도 북촌과 남산골, 익선동, 은평에 한옥마을이 있다. 대구 옻골, 달성한옥마을과 대전 이사동, 강원 강릉 오죽과 왕산, 고성 왕곡마을, 충북 청주 오창, 충남 아산 외암, 경북 경주 교촌과 송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 전남 순천 낙안읍성, 영암 구림마을 등 한옥마을이야 전국에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전주 한옥마을이 가장 특별한 이유는 전주라는 큰 도시의 도심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기와 처마가 이리저리 이어진 곡선이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그 아래 숨어 있는 골목이야말로 전주한옥마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리저리 돌다 갑자기 끊기는 막다른 골목을 어디 요즘 사방격자 도시에 익숙한 도시인들이 알겠나? 차 한 대 들어가지 못할 만큼 좁은 골목은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세대들도 이 ‘불편한’ 마을을 찾아온다. 전주 한옥마을이 가진 저력이다.●경기전~전주향교~한벽당~전동성당 ‘쉼’있는 마을 통칭 한옥마을이라 부르지만 행정구역상 명칭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이다. 인근 구도심과 함께 전주 역사문화벨트에 속한다. 경기전을 끼고 전주향교, 한벽당, 전동성당을 품은 이 평평하고 너른 마을을 오목대와 이목대가 둘러쌌다. 그 간극을 길게는 100여년 가까운 한옥 고택들이 채우고 있다. 실핏줄 같은 골목이 이들을 연결하니 비로소 마을 자체가 숨을 쉰다는 느낌을 준다. 곳곳에 나지막한 담장과 그 위로 삐죽 튀어나온 기와집 처마들이 옆집과 파도처럼 줄줄이 이어진다. 자고 일어나면 수직과 수평으로 이뤄진 직선의 세상에서 살다 온 이들에겐 그 얼마나 생경한 풍광일까.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곡선미를 자랑하는 한옥 지붕 아래서 대대로 살아온 우리에겐 정말 숨통이 트이는 ‘곡선 처방’이다. 수직 스트레스에 대한 ‘백신’ 같은 곡선을 눈으로 받아 마음에 항체를 형성한다. 전주 한옥마을에 찾아가면 아직 잔여 백신이 잔뜩 남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옥마을엔 한복을 입은 이들이 한가득 골목을 메우며 용의 눈에 점을 찍는다. 가을 노염을 피해 곡선 처마 아래 몸을 숨긴 한복 차림의 젊은 관광객들. 길을 걷는 양반님네 행차, 추노꾼과 함께 꼬치구이를 사 먹는 관기(官妓) 차림까지 있다. 물론 현대화된 것도 있고, 저승사자인지 군관인지 정체(신분)를 알기 어려운 차림새도 섞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곡선 거리에 곡선 옷이 다닌다. 또 한 차례 눈이 쉬어 가는 순간이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새마을운동 노래 2절) 근대화 시절, 개발은 절대 미덕이었다. 철근 콘크리트 앞에서 기와 역시 적폐였다. 만지면 손을 벨 만큼 반듯반듯한 직선의 교차 속에 대한민국의 ‘새마을’이 곳곳에 들어섰다. 이후 최근까지 거침없이 줄곧 이어진 신도시와 부동산 개발 열풍 덕분에 모든 국민이 서로 비슷한 집(집값은 아주 다르지만)에서 살게 됐다. XY좌표로 아파트를 표시해도 되고 몇 열의 몇 번째로 집을 지목하는 콘크리트의 매트릭스에 길들여졌다.●일제와 개발 맞서 100여년 전통 지킨 전주의 힘 그런데 어떻게 전북의 중심지 전주에는 이런 한옥마을이 오롯이 남았을까. 전통과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전주 시민의 성향이 이를 지켜낸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모든 중세 및 근대도시에도 한옥마을이 있었지만 교조적 개발주의의 광풍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을사늑약(1905년) 이후 일본인들이 대거 전주에 들어왔다. 전주 부성 밖에 모여 살았다. 서문 밖 전주천변에 일본인 마을이 형성됐다. 대개 이 시기의 대도시 읍성들이 그렇듯 행정 편의상 성곽이 허물어지고 풍남문만 남았다. 상업에 종사하던 일본인들이 성안으로 들어와 점포를 냈다. 다가동과 중앙동에 일본인 상가가 생겨났다. 1930년대에는 전주부성 내부 공간 역시 개발에 의해 격자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이 생겨났다. 전주 시민들은 슬금슬금 밀려드는 일본인 거주지 확장에 맞불을 놓을 요량으로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집을 짓고 모여들었다. 마치 테마파크에서 일부러 조성한 각각의 구역처럼 풍경이 나뉘게 됐다. 일본식 가옥촌과 한옥마을, 서양식 선교사촌으로 나뉘고 태조의 어진을 모신 조선 경기전과 비잔틴 로마네스크 혼합양식 전동성당이 맞보고 섰다. 유교의 향교와 서양식 학교도 이곳에서 한데 어우러졌다. 한옥도 양식이 혼재됐다. 성곽이 있던 태조로를 중심으로 경기전 인근의 가옥들은 일식 가옥에 조선식 기와를 얹은 혼합 양식이다. 내부 역시 중간에 복도가 있는 등 일본식 건축기법을 보여 준다. 반면 전동성당 뒤쪽 한옥과 향교 쪽 가옥들은 전통 한옥이다. 복합 한옥 공간이라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한옥마을에 사는 이들에겐 큰 갈등의 시기였다. 꽤 너른 대지에 비해 단층인 한옥 특유의 구조 탓에 공간이 부족한 데다 차량이 보급되면서 주차하기도 불편했다. 생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혹여 이웃집 한옥이 양옥으로 개축하면 도미노가 이뤄졌다. 덩달아 화장실을 들인 개량 한옥으로 바꾸거나 번듯한 2층 양옥집을 올리는 경우도 생겼다. 비싼 기와 대신 볼품없는 플라스틱 기와로 올린 사례도 많았다.●볼거리·먹거리·놀거리… KTX 타고 청춘들 명소로 2000년대 후반 들어 한옥마을을 보존하기 위해 전주시가 정비에 나섰다. 낡아빠진 ‘양옥’을 철거하고 신축 한옥을 늘려 나갔다. 인근에 관광지가 밀집해 있는 한옥마을만 제대로 정비해도 예향 전주의 고유한 색깔을 살릴 수 있으리라 판단한 전주시의 판단은 주효했다. 주5일 근무제 시행 후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으며 2011년 전라선 KTX의 개통으로 전주역에 고속열차가 정차하자마자 20~30대 젊은층의 최고 관광명소가 됐다. 2016년 연간 1000만 관광객을 돌파했고 여행잡지 론리플래닛에서 ‘1년 안에 가봐야 할 아시아의 10대 명소’로 전주가 선정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현재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관광트램 도입 계획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한 관광트램은 순환선이며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케이블카 같은 관광시설이다. 경기전~전동성당~전주천~전주향교~오목대 등을 찬찬히 둘러보는 노선이라고 한다. 원래부터도 전주는 ‘한’ 스타일의 도시다. 한정식, 한지, 한선(韓扇) 등 한옥 이외에도 우리 전통을 지켜온 곳이다. 또한 예(禮)를 따지며 예(藝)를 추구하는 전주 사람들의 풍류는 남달라, 다른 어느 지역의 정서와는 딱히 비교하기 어렵다. 마주치면 눈인사라도 나눠야만 할 것 같은 한옥마을의 비좁은 골목에서 자란 정(情)이 가득한 덕이다.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도 잘한다. 가져와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전주식’으로 재해석한다. 카카오 열매를 갈아 만든 수제 초코파이가 전주에서 그리도 맛이 좋아지고, 17세기 초 지은 경기전 너머로 보이는 20세기 초의 전동성당이 퍽 어울리는 이유다. 동문 사거리에서 출발해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넓어진다. 걸음을 멈추고 칼국수, 도넛, 회오리감자, 지팡이 아이스크림, 비빔밥 크로켓(고로게) 등 주전부리를 챙겨 먹으면 위장도 커진다. 몇백 년 세월이 조성한 마을이다. 한옥마을을 지켜보는 오목대와 이목대를 살짝 다녀오면 한옥마을의 전경이 눈에 든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숍과 전시관, 체험관이 있어 둘러보는 데 한나절쯤은 거뜬히 걸린다. 낮 풍경도 좋지만 해질 녘부터 가랑비처럼 푸른 밤이 내리면 한옥마을이 아름다운 야경으로 갈아입는다. 고풍스러운 가로등과 담장, 기와지붕이 밤하늘과 그렇게도 어울릴 수가 없다. 특히 달이라도 활짝 뜬다면 운치가 좋아 당장 한옥 숙박을 찾아 짐을 풀고 대청마루에 앉아 달 삼매경에 빠져들고 싶다.●한옥스테이서 단청 밤풍경·풀벌레 소리와 1박2일 게스트하우스와 한옥스테이가 곳곳에 많은데 조용히 하룻밤 묵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침 가을 풀벌레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니 뜨끈한 구들장에 몸을 누이고 단단히 여독을 풀 수 있다. 심심하면 전시관이나 숍에서 한지 공예품을 둘러보고 출출할 때 국수나 한 그릇 챙겨 먹으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난다. 최명희문학관, 한지문화관, 강암서예관, 완판본문화관, 전통술박물관, 김치문화관 등을 둘러보면 좋다. ‘위드 코로나’로 재개되는 행사가 많다. 가끔 마당창극이나 풍물 등 공연도 펼쳐질 테니 이를 꼼꼼히 챙겨봐도 좋다. 골목 어귀에 서 있으면 왠지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아는 사람을 만날 것 같다. 대도시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같이 느끼는 게 인지상정일 테다. 몰아치듯 다가온 가을, 날은 쌀쌀하지만 마음은 푸근하다. 졸졸 흐르는 전주천 개울을 따라 한벽루까지 걷는다. 야속한 비가 섞인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한벽루 앞 평상에는 칼칼한 오모가리(민물고기 매운탕)를 앞에 두고 역시 서늘한 소주를 마시는 이들이 눈에 띈다. 도심 한복판 개천변에 평상 술판이라니. 한 상 차려 걸터앉아만 있어도 절로 흥이 나는 곳이다. 어둑해질 무렵. 어느새 나도 우리가 됐다.●50년 된 노포 갈까, 원도심 ‘객리단길’ 갈까 ‘전주에서의 밥걱정’이야 재벌과 연예인 걱정만큼 부질없다. 한정식, 비빔밥, 콩나물국밥, 피순대 등 전주 대표 메뉴부터 칼국수(베테랑분식)에 물짜장(영흥관), 석갈비 등 단품 메뉴도 한가득이다. 삼천동, 평화동, 서신동, 효자동 등에 막걸리집들이 몰려 있다. 서신동 옛촌막걸리는 내공이 보통 아니다. 바깥에 어디 방송프로에 소개된 집이라 붙여 놓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집은 미국 뉴욕타임스, 일본 NHK, 중국 CCTV 등에 나온 집이다. 체험 상차림을 고를 수 있어 막걸리를 많이 마시지 않아도 음식을 착착 내온다. 고기나 생선, 해물 반찬 등을 상이 떡 벌어지게 차린다. 삼천동 막걸리 골목 다정집은 그날 장을 봐 온 찬거리로 맛있는 안주를 내는 집이다. 관광객보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거한 상차림이 싫다면 쫀득한 족발 맛집이 있다. 효자동 권씨네족발은 국내산 생족을 특제 간장에 부들부들 삶아내 족발 특유의 야들한 식감을 최대한 끌어낸 맛으로 유명하다. 취향에 따라 앞다리와 뒷다리를 고를 수 있으며 집에서 담은 깻잎지에 싸 먹으면 궁합이 좋다. 커다란 족발에 비빔막국수와 신동진흑미주먹밥을 곁들인 파티메뉴도 있어 집에서 주문해 먹기에도 딱이다.한벽루는 50년째 한옥마을 전주천변에서 오모가리탕을 줄곧 해 온 노포다. 화려한 상차림과 더불어 각종 민물고기 매운탕과 민물새우탕을 끓여 낸다. 부드러운 시래기도 넉넉히 들었고 따로 밑국물을 잡아 국물의 풍미가 좋다. 서늘한 가을 바람 불어오는 평상에 앉아 매콤시원한 탕 한 그릇에 식사를 겸해 한 잔 걸치기 딱 좋다.영흥관은 50년째 영업해 온 중식 노포다. 전주 명물인 물짜장을 잘한다. 물짜장은 춘장을 쓰지 않고 각종 해물과 채소를 전분소스로 볶아낸 면이다. 그래서 수이자장(水炸醬)이다. 매콤한 소스에 손반죽으로 쫄깃한 면을 비벼 먹으면 전주여행의 즐거움이 더하다. 바삭하게 튀겨낸 두툼한 고기 튀김에 달큼한 소스를 끼얹은 탕수육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한옥마을은 풍남문 남부시장과 이어지고 또 객사길로도 이어진다. 전주 원도심 중앙 객사길은 상권이 밀집한 곳이다. 요즘은 카페와 식당이 그득한 ‘객리단길’로 불리며 한옥마을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전주국제영화제 거리로부터 이리저리 이어진 길에는 눈여겨 찾아볼 곳이 꽤 많다. 서울 명동처럼 이름난 국수와 보리밥을 파는 집, 메밀국수로 소문난 집, 갈비집 등 수십 년을 이어 온 노포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바리스타와 소믈리에가 차린 트렌디한 커피숍과 와인 레스토랑 등이 생겨나 공존하고 있다. 전주 행원은 100년 가까운 고택 카페다. 풍남문 옆 골목에 있다. 은행나무 정원이란 뜻을 가진 행원(杏園)은 일제강점기 일본식 건축법이 녹아든 한옥이다. 따로 마당 없이 ‘디귿’ 자 건물을 짓고 중정(건물 가운데 있는 정원)과 못을 두었다. 이곳은 전주 예술인의 성지였다. 1928년 조선요리를 팔던 식도원으로 출발했지만, 요정을 거쳐 한정식집으로 운영되다 2017년 전북전통문화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바뀌었다. 행원은 전통차와 음료뿐 아니라 판소리와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뒀다. 글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회색 계란·3개월 지난 카레…여전히 불량한 군 급식 실태

    회색 계란·3개월 지난 카레…여전히 불량한 군 급식 실태

    육군 11사단의 한 부대에서 유통기한이 3개월 지난 식재료와 상한 달걀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해당 부대 측이 급식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관련자를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일 육군 11사단은 “급식된 계란은 지난 11일 저녁 조리시 발견돼 대대장이 현장에서 확인 후 전량 폐기했다”면서 “19일에 유통기한이 지난 카레도 급식 중에 식별돼 즉각 폐기하고 짜장으로 대체했다. 카레를 취식한 인원은 5명이고 이상징후는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9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육군 11사단의 한 부대에서 유통기한이 3개월 지난 식재료를 사용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제보자는 사진 2장과 함께 “이 부대는 10월 19일 점심에 유통기한이 3개월 지난 카레를 배식했다”면서 “해당 부대는 급양관(부대 급식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보직)이 있음에도 전문 지식이 없는 간부들로 무분별하게 급양감독을 편성해 운용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간부들이 본인의 임무 외에 추가적으로 급양감독관 임무 수행에 부담감이 늘고 있다는 것이 해당 부대 제보자의 설명이다. 제보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부대장이 보고를 받고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11일에 배식한 계란도 누가 봐도 이상이 있어 보여 보고를 했으나 ‘조리 중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그냥 넘겼다”고 비판했다. 제보자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달 19일에 배식했다는 카레 소스 팩의 겉면에는 유통기한이 ‘2021.07.10.까지’라고 적혀 있다. 유통기한을 3개월 하고도 열흘 더 넘긴 셈이다. 삶은 계란 사진도 보면 흰자가 회색으로 보이며 삶아진 흰자와 노른자 층의 두께도 균일하지 않고 상태가 불량해 보인다. 삶은 계란의 노른자가 회색빛으로 변하는 것은 노른자의 철 성분과 흰자의 황 성분이 결합해 황화철 반응이 일어나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흰자가 회색빛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육군 11사단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사단 차원에서 식자재 보관과 관리, 현장 급양감독 실태 등 급식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면서 “급양감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조리 과정의 문제인지 등에 대해 면밀히 확인 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장병 급식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급양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면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급식 시스템 개선 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지휘 관리의 문제가 있다면 관련자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어대명’, ‘무야홍’ 조어 전쟁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어대명’, ‘무야홍’ 조어 전쟁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정치권 대선주자들 사이 조어 전쟁캠프서 만들거나 지지층서 자생·온라인 확산“주도권 경쟁 프레임 속 젊은층 스킨십 확대”SNS·언론 반복 노출로 의제설정 효과 영향표심 연결 미지수…‘가벼운 정치’ 냉소 시선도“관심 끈 이후에 정책 승부수·노력이 더 중요”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의 첫 TV토론회가 열린 지난 16일. 사회자는 후보들에게 자신을 한 단어로 소개해 보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홍준표 의원은 대뜸 “나는 ‘무야홍’”이라고 밝혔다. 자기 소개를 ‘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라고 답한 것이다. 그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자)들이 무야홍을 외치며 당에 많이 들어왔다”며 정권 교체와 함께 무야홍을 거듭 언급했다. 무야홍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유래해 ‘신난다’는 의미로 쓰이는 밈(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창작물)을 패러디한 것이다. 홍나땡, 윤나땡, 홍찍명…상대 견제도文 대선 당시도 ‘어대문’ 등 조어 즐비 유승민 ‘유치타’ 심상정 ‘심잡홍’도 있다 내년 3월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 간 조어 전쟁이 한창이다. 홍 의원 지지자들이 ‘무야홍’, ‘돌돌홍’(돌고 돌아 대통령은 홍준표), ‘어대홍’(어차피 대통령은 홍준표)으로 홍 의원을 띄우고 있다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층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어후명’(어차피 후보는 이재명)으로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추격 중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치타’로 불린다. 몸을 웅크렸다가 크게 도약하는 치타처럼 지지율이 오를 것이란 의미로, ‘민주당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후보’라는 의미가 담겼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김 빠진 사이다 이재명 후보는 홍준표 후보를 제대로 못 잡는다”면서 “이번에는 ‘심잡홍’(심상정이 잡는다 홍준표)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희망 후보를 옹립하려는 조어들과 반대로 경쟁 후보를 깎아내리거나 견제하려는 조어들도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윤나땡’(윤석열이 나오면 땡큐), ‘홍나땡’(홍준표가 나오면 땡큐)으로 야당 후보를 평가절하한다. 최근 20대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치솟은 홍 의원을 겨냥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층 일부가 만들어 낸 ‘홍찍명’(홍준표 찍으면 이재명이 된다)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온라인에는 ‘찢재명’(이 지사 형수 욕설 논란), ‘바지사’(이 지사 여배우 스캔들 논란), ‘윤도리코’(윤 전 총장 고갯짓과 공약 표절 논란을 일컫는 말), ‘윤짜장’(윤 전 총장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압수수색 논란), ‘홍발정’(홍 의원 돼지발정제 논란) 등의 조어들도 난무한다.통상 세 글자로 축약해 입에 오르내리기 좋게 만든 조어는 존재감을 부각시키거나 대결 구도를 선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후보 진영에서 만들어 퍼뜨리기도 하고, 지지층들이 만들어 온라인 커뮤니티나 댓글 등을 통해 확산시킨다. 여권 관계자는 30일 “조어는 주도권을 쥐기 위한 프레임 싸움인데 젊은층에 대한 소구력이 좋고 스킨십에 유용하다”면서 “캠프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뿌리기도 하고 지지자들이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즉 2015년 방영된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여주인공 덕선의 남편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이란 말을 만들어냈는데 비슷한 조어를 만들어 쓰면 이해가 빠르고 잘 기억한다는 얘기다. 이후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였을 때에도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아낙수나문’(아빠가 낙선하고 수십번 나온다 해도 문재인),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은 문재인) 등 다양한 조어가 등장했었다.“지지층 내집단 결속 강화, 외연 확대는… ‘그들만의 잔치’ 될 수도’” “‘개성동영’했지만 역대 최다 득표차 패배” 전문가들은 이런 조어들이 지지층 결속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지만,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변수도 많다고 판단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반복·지속적인 노출과 언론 보도로 의제 설정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보여 주기식 정치에 대한 냉소적 시선도 많아 표심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권예지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객원교수는 “조어는 ‘이만큼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는 우위 선점 여론을 형성하는 점에서 지지층인 내집단의 결속력을 높이고 SNS를 통해 계속 회자될 수 있어 젊은층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 반복노출 효과 만으로도 ‘커피를 언급하면 스타벅스’를 떠올리듯 대세 후보를 연상하게 된다는 의미다. 권 교수는 “조어에 대한 기사 어뷰징(오남용)이 많아지고 온라인 문화를 이용한 선거방식과 그에 반응하는 유권자 그룹, 언론기사 생성이 모두 맞물려 돌아가면 조어의 반복 노출은 많이 늘 수 있다”면서 “다만 조어로 인해 특정 후보의 호감도가 상승하거나 투표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샤이 투표자들이 많이 때문에 ‘관심의 계기’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특히 정치에 냉소적인 청년층은 ‘그들만의 잔치’로 판단해 더 무관심해질 수 있는 만큼 조어로 주의를 환기시켰다면 다음 단계에선 유권자의 마음을 붙들 수 있는 후보의 정책적 승부수와 설득 노력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어가 지지층엔 영향을 주지만 외연 확대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는 개성공단 조성 성과에 빗대 당시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처럼 네 자로 이름을 쓰는 ‘개성동영’을 조어로 내세웠지만 이명박 후보에게 역대 득표율 최다 격차(22.53% 포인트)로 졌다”고 말했다.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48.67%,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전신) 후보는 26.1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송영길 “고발사주, 국기문란… 검찰청 문 닫아야”…이준석 “고발장, 檢 아닌 시민단체가 작성한 느낌”

    송영길 “고발사주, 국기문란… 검찰청 문 닫아야”…이준석 “고발장, 檢 아닌 시민단체가 작성한 느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TV토론에서 격돌했다. 이날 MBC에서 열린 TV토론에서 송 대표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정보정책관이 자신이든 아래를 시켜 여당 고발장을 작성해서 야당 국회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총선을 1~2주 앞둔 시점에서 있을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이고, 검찰청 문을 닫아야 할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은 무수히 많은 제보를 받는다. 공직자도 제보가 가능하고 국회의원도 제보할 수 있다”며 “제보 내용 자체는 공익적 성격이 있을 수 있다”고 방어했다. 송 대표가 “손준성 검사가 공익 제보자라는 의미냐”고 묻자 이 대표는 “당에 전달받은 사람이 검사가 작성한 것을 파악할 수 있겠나. 그건 알 길이 없다”며 “당 입장에서는 공익 제보라고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고발장 캡처 파일을 보면 검찰이 아닌 시민단체가 작성한 느낌이 난다”며 “김오수 검찰총장이 빨리 특정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한 송 대표는 “가짜 뉴스 피해가 큰데 언론 구제로 소송해서 배상받는 평균 액수는 500만원에 불과하다. 변호사비도 안 나온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언론 자유를 막자는 게 아니라 무책임하게 보도하지 못하도록 건전한 언론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형사와 민사를 섞어 버리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추윤 갈등 당시 ‘검찰 수사관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짜장면을 먹었다’는 가짜 뉴스 때문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윤짜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며 “이분이 금액 5배라고 만족하겠나. 명예는 어떻게 보상을 하나. 돈으로 사람의 악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법의 남용을 막기 위해 경과실은 제외하고 중과실만 적용하되, 중과실 추정 조항은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8인 협의체가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원안이 아닌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 “짜장면 시키신 분? 잡았다 요놈!”… 배달원인 척 납치범 잡은 경찰

    “짜장면 시키신 분? 잡았다 요놈!”… 배달원인 척 납치범 잡은 경찰

    지난 7월 29일 오전 6시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다세대주택. 서울 동대문경찰서 회기파출소 황의호(24) 순경은 다세대주택 내 한 집 앞 현관문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중국 음식점 배달원인 척 “그릇 가지러 왔다”며 노크를 하자 문이 열렸고, 황 순경과 대기하고 있던 형사들은 곧바로 납치범을 체포했다. 반나절 동안 납치돼 있던 피해자도 그제야 풀려날 수 있었다. 112 신고가 접수된 건 7월 28일 오후 10시쯤이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피해자가 귀가하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를 했다. 당시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위치추적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 5시쯤 납치범이 한눈을 파는 사이 피해자는 휴대전화를 몰래 켜 어머니에게 대략적인 위치와 빌라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를 보냈다. 납치범과 피해자는 모르는 사이로,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시켜 주겠다는 꾐에 넘어가 납치된 상황이었다. 황 순경과 그의 사수는 즉시 피해자가 알려준 대략적인 위치로 이동해 납치 장소인 빌라를 찾아 나섰다. 인근 빌라의 공동 현관문에 비밀번호를 넣어 일일이 확인한 뒤 결국 해당 빌라를 찾아냈다. 회기파출소를 비롯해 인근 파출소, 관서 내 형사까지 지원 나와 범인을 잡는 데 힘을 모았다. 빌라 내 호수를 특정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황 순경이 중국집 배달원을 가장해 노크했던 집에서 납치범을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청은 지난달 칭찬 플랫폼에 등재된 사례 4408건 중 우수 사례에 선정된 195건에 대해 경찰청장 표창을 수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경찰청장 표창을 받은 황 순경은 “사건 현장에서 같이 고생해 주신 팀원들 덕에 제가 표창까지 받았다. 현장에 함께 출동한 팀장의 지휘대로 움직였고, 결국 납치범을 검거할 수 있었다”며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는 것 외에도 피해예방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선택의 자유’ 앞에서 우리는 겸허해야/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의 헌법 너머] ‘선택의 자유’ 앞에서 우리는 겸허해야/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어느 예비후보자가 얼마 전에 돈이 없으면 값싼 부정식품이라도 사먹어야 하지 않냐며 과도한 불량식품 규제를 탓하는 발언을 하고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또한 주당 52시간 노동시간 규제를 비판하면서 노동자 본인이 원한다면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자유를 옹호했다. 또 다른 후보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범죄라고 규정한다. 결국 그나마 있는 일자리에서 낮은 시급으로라도 더 많이 일해서 돈을 벌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여기서 공통되는 점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강조했던 이른바 ‘선택의 자유’다. 시장의 질서와 개인의 선택에 내맡기고서 국가의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시장이 지닌 근원적인 결함에 대해서는 그저 모르쇠로 일관한다. 게다가 “국가가 국민의 삶을 왜 책임지냐”며 따진다. 그래서 혹자는 “부득이하게라도 불량식품을 사먹으려는 국민을 만들지 않는 것이 바로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일침을 놓는다. 그런데 선택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져 있는 이들만의 몫이다. 선택은 또한 고통이기도 하다. 잠깐의 후회든지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든지 간에 선택에는 어쨌든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선택의 고통’을 뜻하는 ‘크발 데어 발’(Qual der Wahl)이라는 독일어 표현이 있다. 정도는 물론 다르지만 점심 메뉴로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례와도 흡사하다. 선택이 이렇듯 때로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위들에서 매번 선택이 요구된다면, 그 누구라도 이 큰 부담을 감당해 내기가 어려울 법하다. 말 그대로 선택의 고통이다. 그래서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은 존재”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덜어 주는 것이 바로 공동체에서 윤리와 법의 역할이다. 크게 고민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습득해 온 대로 그 상황에서 사회에서 통용되는 윤리와 법이 요구하는 대로만 따르면 대체로 무난하기 마련이다.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자유 자체가 본래 선택의 가능성을 뜻한다. 종교를 가질지 말지, 어떤 종교를 가질지 그리고 장차 어떤 직업을 가질지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자유이고 헌법에서 이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후생경제학자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아마르티아 센은 “빈곤은 단순히 저소득을 말하는 개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특정한 가능성이 박탈된 상황을 가리킨다.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난 것이 바로 자유다”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당장 수중에 돈 한 푼이 없는 이에게는 짜장면과 짬뽕의 선택 가능성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빈곤은 선택의 자유가 아예 박탈된 상태를 뜻한다. 누구는 무려 구수(九修)를 거듭해서 어렵사리 사법시험에 합격해 선택한 대로 끝내 법조인의 꿈을 이뤘지만, 그 시절에 또래의 다른 이들은 두세 번 시험에 떨어지고서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사법시험을 포기하고서 그냥 취업을 선택한 경우도 허다했다. 그리고 “무너진 나라”, “무너져 가는 나라”라며 현재의 우리 모습을 비판한다. 물론 이런 표현에 공감하는 이들도 더러 있겠지만, 도대체 뭐가 무너졌고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지를 분명하게 밝혀 줬으면 싶다. 여느 사람들이 가족모임에서 애국가를 함께 부르지 않으니 나라의 기강이 무너졌다는 말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바로 얼마 전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의 지위를 그간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바꿨는데도 나라가 무너졌다 하니, 많은 이들에게는 참으로 억장이 무너질 소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서도 세금 걷어서 나눠 줄 거면 애당초 아니 걷는 게 좋다거나, 혈세 낭비에다가 정치적 매표행위라며 비난한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수십 년 동안 고위공직자로 그 세금으로 많은 봉급을 받아 오고 호화로운 공관(公館)과 관용차 등의 의전을 누려 온 이들이 그리 쉽게 할 말은 아닌 듯싶다. 누구는 공직을 관두고서 마치 손에 쥔 꽃놀이패처럼 또 다른 공직을 위해 피선거권 행사를 선택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공정한 선택을 위해 존 롤스가 제안하는 ‘무지(無知)의 베일’이 아니라 ‘무지한 이들의 베일’ 앞에 놓여 있다. 선택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자신과 그렇지 못한 남들이 결코 같지 않은 현실을 겸허한 마음으로 깨우쳐야 한다.
  • 100년 전을 곱씹다… 짜장면·호텔도 다 ‘최초’

    100년 전을 곱씹다… 짜장면·호텔도 다 ‘최초’

    ‘최초의’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면 저절로 호기심이 생긴다. 그래서 인류는 최초 타이틀을 따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에베레스트도 오르고 남극도 갔다. 관광산업에서도 ‘최초’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무엇이든 최초가 있다면 많이들 찾아가서 보기 때문이다. 우리 근대사에서 개항을 통해 가장 많은 ‘대한민국 최초’ 타이틀을 보유한 도시가 있다. 서구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던 개항도시 인천(당시 제물포)이다.인천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서해와 한강이 만나는 곳에 백제 비류가 ‘최초’로 도읍한 미추홀(인천의 옛 지명)은, 한반도에서 신문물을 가장 빨리 받아들인 당시의 ‘미래도시’였다. 그곳이 현재의 인천 중구 개항지다. 10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인천은 또 하나의 ‘미래도시’를 세웠다.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다. 이곳은 외세가 아닌 대한민국이 주도해 미래를 펼치는 곳이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인근에 조성 중인 송도국제도시는 미래를 투영하는 듯한 첨단 건축물과 도시 인프라 속에 다양한 콘텐츠를 채워 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중구 개항장과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는 서로 이어져 있다. ●‘최초’가 열린 1883년 제물포 … 거대한 박물관이 되다 1883년 인천이 개항했다. 일본과 청나라, 서구 열강의 사람과 물자가 밀려들어 오는 ‘개항장’이 됐다. 당시 조선에선 신문물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외교관들의 사교 모임이 열렸던 제물포 구락부 건물(유형문화재 제17호), 인천개항박물관(구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구 일본 제18은행 인천지점), 중구생활사전시관(구 대불호텔) 등 근대식 건물이 지금도 중구청 앞 개항장 문화거리를 차지하고 있다.아랫길로는 항만 창고를 개조한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역 쪽 건너편으론 차이나타운이 있으며 답동성당과 내리교회, 내동성당 등 국내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종교시설도 그대로 남아 있다. 개항장 시절부터 물자를 교류하던 신포시장까지 걸어서 한 번에 돌아보기 좋다. 이 일대는 온통 ‘최초’투성이다. 그것도 실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삶과 밀접한 것들이다. 이곳을 걷다 보면 온갖 최초들과 마주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다.차이나타운. 온통 붉은색 간판을 내건 중국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최초의 짜장면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중국 산둥에서 건너온 화교 1세대가 고안했다. 개항장 부두 노동자를 칭하는 ‘쿠리’(苦力)들이 부둣가에서 싸고 푸짐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춘장을 볶아 국수에 얹어 준 음식이다. 이후 청나라 조계지에 짜장면을 파는 식당이 많이 생겨났다. 1905년 개업한 산동회관은 공화춘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1983년 폐업했으며 그 건물은 현재 차이나타운 짜장면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차이나타운에서 개항장 거리로 내려오면 최초의 호텔 대불호텔이 나온다. 1888년 일본인 해운업자 호리 리키타로가 인천항 앞에 서양식으로 지었다. 3층 양옥건물에 다다미방 240개, 침대방 11개를 갖췄다. 당시 숙박료는 1원 50전~2원 50전으로 주변 일본 여관의 고급객실 숙박요금 1원에 비해 훨씬 비쌌다. 현재는 역사전시관으로 쓰고 있다. 철도가 처음 놓인 곳도 인천이다. 제물포와 서울 노량진을 잇는 경인선이 1899년 9월 18일 완공됐다. 미국인 제임스 모스가 시작한 사업을 일본 경인철도합자회사가 양도받아 진행했다. 최초 운임은 상급좌석 기준 1원 50전으로 대불호텔 기본 숙박요금과 같았다(자고 가는 게 나았을 듯). 제물포에서 서울까지 시속 20㎞로 1시간 40분 걸렸다. 야구와 축구 경기도 인천을 통해 들어왔다. 야구는 1904년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면도날이 아니다)에 의해 도입됐다는 것이 공식 기록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일본인 학생에 의해 인천 창영초등학교(구 인천공립보통학교)에서 야구경기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창영초는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모교이기도 하다. 축구는 개항 전인 1882년 8월 영국 군함 플라잉피스호 수병들이 제물포에 상륙해 축구경기를 했다는 공식기록이 남아 있다.최초의 서양식 공원인 자유공원은 1888년 만들어졌다. 훗날 맥아더 장군 동상이 들어서게 되는데, 2016년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역을 맡은 리암 니슨과 꼭 닮아 화제가 됐다. 자유공원에서 내려오면 1895년에 지어진 최초의 극장 애관극장이 있다. 원래 이름은 협률사. 1920년대 애관극장으로 바꿨다가 6·25 때 소실되고 1960년에 현재 모습인 2층 극장전용관으로 새로 지었다. 놀라운 것은 지금도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등대도 팔미도 등대가 최초, 담배 공장도 동양연초회사가 최초다. 담배 공장이 있으니 성냥도 필요하다. 성냥 공장도 1917년 문을 연 인천 조선인촌회사가 최초다. “인천의 성냥공장~”으로 시작하는 ‘불량한’ 구전가요도 이 때문에 나왔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 없으면 못 마십니다”로 유명한 코미디언 고 서영춘의 만담. 왜 인천이고 사이다인가. 최초의 사이다 공장인 인천탄산수제조소가 1905년 일본인 히라야마 마쓰타로에 의해 신흥동에 생겨난 까닭이다. 생산품은 ‘별표(星印) 사이다’였고 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실제 볼 수 있는 건축물도 많지만 없어진 것은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 박물관 역시 국내 최초 공립박물관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최초의 전신국, 전화국, 기상대 등이 들어와 쇄국하던 조선에 선진 문물을 알렸다. 해외 이민의 역사도 인천에서 출발했다. 하와이 파인애플 통조림 회사의 창업자 돌(Dole)이 대한제국에 이민을 요청한 이후 1902년 12월 22일 최초의 이민선 갤릭호가 한인 101명을 싣고 제물포항에서 출발했다. 공식 해외 이민 1호다. 하와이 교포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피땀 흘려 돈을 모았다. 이 돈을 독립자금으로 출연하기도 했고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고국에 공과대학을 세우라고 성금도 냈다. 그리해서 생겨난 학교가 인하대학교다. 인천과 하와이의 첫 글자를 땄다. 월미도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당시 이민의 자료를 볼 수 있다. 이후에도 쫄면과 닭 강정 등 인천에서 최초로 탄생해 전국으로 퍼진 문화가 많다. 개항장 지역은 인천의 원도심으로 1970년대부터 다양한 먹자골목이 위치했다. 차이나타운 이외에도 밴댕이 골목, 신포국제시장 먹거리 골목이 있으며 물텀뱅(아귀) 골목과 동인천 삼치거리도 멀지 않다. 개항장 거리엔 고풍스러운 근대 석조건물과 왜식 목조가옥이 많이 남아있다. 이 중에는 구 우선주식회사 건물처럼 커피숍과 베이커리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 쉬어가기 좋다. 커피의 역사 역시 인천에서 시작됐음을 알고 나면 기분이 달라진다. 100여년 전 인천, 커피잔을 기울이는 개화기 신사라도 된 기분이다.(그는 친일파였을까?)고풍스러운 전동차량을 타고 근대역사 전문해설사와 함께 개항장 거리를 한 바퀴 도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있다. 1인 1만 5000원(30분). 인근 월미도의 ‘그 무서운’ 놀이기구 바이킹과 디스코팡팡도 아련한 추억을 자극하는 아이콘이며 이곳을 두루 잇는 바다열차 모노레일도 타볼 만하다.●다리 하나 건너면 송도… SF 영화 한 장면을 마주하다 개항장이 있는 중구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송도국제도시다. 전체 면적은 약 53.4㎢로 서울 여의도의 16배 크기다. 도시 외관부터 첨단의 느낌이다. 통유리 건물이 직육면체가 아닌 각각 다른 형태로 스카이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프로토스(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외계인 종족)를 납치해 설계를 맡겼는지, 미래지향적 건물 일색이다. 빙과류 ‘더위사냥’처럼 시원하게 생긴 마천루(포스코타워)를 비롯해 USB 메모리처럼 생긴 건물도 줄줄이 서 있다. 그렇다고 마냥 차가운 철골의 도회적 분위기만은 아니다. 녹지도 많다. 곳곳에 푸른 잔디며 정원이다. 도심에는 실개천도 흐르고 작은 호수도 있다. 센트럴파크 위에선 보트를 띄우고 유유자적 도심의 낭만을 즐긴다. 코마린 보트하우스 선착장이 동서 양쪽에 하나씩 있다. 원래는 투명보트, 파티보트 등 6종을 대여했지만, 방역수칙이 강화된 요즘은 구름처럼 생긴 구루미 보트, 문 보트라 불리는 초승달 모양 보트만 탈 수 있다. 은은히 보트 아래를 비추며 시시각각 색이 바뀌는 불빛이 특징인 문 보트(3인 3만 8000원)는 야간에 더욱 인기다. 사실 실제 타는 이들보다 바깥 산책로에 있는 이들에게 더 좋은 사진을 제공한다. 대신 탑승객들은 수면 위로 깔리는 시원한 초가을 바람을 맞으며 사방으로 펼쳐지는 송도국제도시의 화려한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 푸른 밤하늘이 머리 위를 덮으면 하나둘 불을 밝히는 첨단 미래도시의 가로등이 물 위로 비친다. 해외 도시여행을 떠나온 듯한 낯선 풍경에 잠깐이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다. ■100년 뒤를 엿보다… 마천루·낭만도 다 ‘최신’미래 그리는 또 하나의 인천 송동송도는 과거 유원지로 유명했다. 지명도 송도가 아닌 옥련리였는데 일제강점기던 1937년 일본 자본이 해양유원지로 개발하며 이름을 ‘송도’라 바꿨다. 조수간만의 차를 없애고 해수욕장 수질을 유지하고자 수문을 달았다. 수인선 개통과 함께 송도역이 생기고 유원지로서 인기도 올랐다. 1970~1990년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이름은 해수욕장이지만 호수라 해도 될 정도로 잔잔해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몰렸다. 관광호텔도 생기고 유명 식당 등 인근 편의시설도 많았다. 송도국제도시가 조성되면서 송도유원지는 결국 2011년 여름을 마지막으로 폐장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는 중고차 수출단지로 활용되고 있다. 거대 도시 송도 곳곳에 쇼핑단지도 먹거리촌도 잘 조성돼 있다. 외형을 근사하게 잘 지어 놓으니 콘텐츠가 저절로 찾아와 공백을 메우는 셈이다. 130여년 전 작은 어촌 제물포가 대한민국의 근대사와 미래를 지지하는 중심도시로 변모했다. 아스라한 과거와는 달리 급작스러웠던 개항, 개화기 당시 인천으로 물밀듯 들어온 첨단 신문물과 문화는 당장 대한민국 근대화와 현대화의 길을 밝히는 탐조등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같은 공간에서 미래를 준비한다. 바다 건너 월곶에서 바라본 송도국제도시가 하늘에 그리는 미려한 윤곽 속에서 새로운 개화(開花)의 서막을 볼 수 있었다. ●‘맛’있는 도시… 중구와 송도의 탐미(耽味) 코스 의외로 인천은 냉면 본향이다. 본래 황해도 출신이 많이 살았던 인천. 서양 공관이 있던 조계지에서 자투리 고기를 구해 냉면 육수와 꾸미(고기붙이)로 썼더니 ‘인천 냉면 맛있다’고 입소문이 났다. 자전거로 신작로를 달려 서울까지 냉면을 배달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경인면옥은 평양 출신 사장이 1947년 개업해 3대째 이어 오는 노포로 인천 냉면의 본류를 자부한다. 메밀을 쓴 평양식 냉면(1만원)이다. 사곶냉면은 황해도 식에 섬 특유의 문화가 섞여든 냉면(8000원)이다. 백령도 사곶에서 탈출(?)한 냉면으로, 돼지뼈를 우린 육수에 메밀 면을 말아 낸다. 독특하게 까나리 액젓을 한 방울 넣어 감칠맛을 더한다. 화평동 냉면골목도 빼놓을 수 없다. ‘세숫대야 냉면’이란 별명이 말해 주듯 가게마다 커다란 사발에 가득 담긴 냉면(6000원)이 정말 푸짐하다. 한참을 먹어도 줄지 않는다. 물론 맛이 없었다면 벌써 없어졌다.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와 챙겨 먹는 ‘서울 손님’도 많다.하얀백년짜장을 파는 만다복은 차이나타운의 인기 음식점이다. 춘장을 쓰지 않고 볶아 낸 고기양념장을 면발에 비벼 먹는 방식이다. 졸깃한 면발과 오이채에 짭조름한 고기볶음을 듬뿍 올리고 다진 마늘을 곁들여 비비면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느낌의 백년짜장(7000원)이 완성된다. 100년 전 초창기 짜장면 방식이라고 한다.송도유원지 시절부터 유명했던 ‘송도갈비’는 수원왕갈비, 포천 이동갈비와 함께 ‘수도권 3대 갈비’라 불린다. 그리 달지 않고 간장과 과일만으로 재워 낸 양념소갈비를 숯불에 올리면 간장이 타들어 가며 구수하고 달큼한 불향을 내는데 이게 입에 짝짝 붙는다. 부드러운 한우 갈비를 잘 숙성 양념해 저렴하게 파니 예전 유원지 시절처럼 가족외식 코스로 딱이다.미추홀타워 별관에 위치한 한식당 ‘참예그리나’는 정갈한 메뉴에 하나하나 정성 깃든 찬을 내는 집이다. 한정식 상차림이 기본인 보리굴비 특선(1만 7000원)과 불고기정식(1만 6000원) 등이 유명하고 저녁상에선 한우차돌전복삼합이나 유황삼겹전복삼합 등 삼합류를 많이들 찾는다.송도 바다쏭은 한옥과 모던한 건물을 조합한 독특한 외관의 카페다.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내부와 탁 트인 전망창이 좋은 곳이다. 에스프레소(6000원)와 에그타르트, 크루아상 등 다양한 수제 빵이 맛있어 잠시 휴식을 즐기기에 좋다. 송도갈비 옆에 있다.
  • 동치미 함께 꿀맛, 늦더위 날릴 빨간맛… 아구라 불러야 아! 그맛

    동치미 함께 꿀맛, 늦더위 날릴 빨간맛… 아구라 불러야 아! 그맛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유례없는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올여름은 유난히 길고 힘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룬 밤이 얼마인지 모른다. 어느새 몸과 마음은 지치고 입맛은 저만치 떨어져 나갔다. 삼복더위 말복을 지나면서 그나마 수그러들겠지만, 아직도 도심거리에서 내뿜는 열기가 우리를 지치게 한다.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우리 조상들은 이맘때 뜨거운 음식과 열을 내는 매운맛으로 무더위를 식혔다. 대체로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 장어, 보신탕 등을 즐겨 먹었다. 바다를 낀 해안가 지역에서는 귀족 생선인 민어와 낙지 등도 여름 보양식의 명단에 올랐다. 집 나간 입맛을 찾는 데는 매운 아귀(아구)찜만한 게 없다. 아귀는 경상도 사투리인 아구라 불러야 제맛이 난다. 사람들이 자장면을 짜장면으로 부르듯이 말이다. 아귀는 정말 못생겼다. 커다란 입에 조그만 꼬리가 볼품없다. 하지만 생김새와 달리 맛이 일품인 아귀요리로 늦 더위를 훨훨 날려 보내자. ●볼품없지만 맛은 최고 아귀는 부위별로 다양한 맛이 난다. 살은 부드럽고 껍질과 내장은 쫄깃하다. 생아귀의 부드러운 살점과 간(애), 위장 등을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한 입 먹으면 오물오물 씹히는 감촉이 그만이다. 아귀는 다른 생선과 달리 비타민 A 성분과 단백질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린내가 나지 않고 소화가 잘되는 담백한 생선이다. 아귀찜 요리에는 콩나물과 미나리, 방아, 고추, 채소류 등이 듬뿍 들어가 비타민 C도 보충할 수 있다. 아귀찜 특유의 화끈하고 매운맛은 잃어버린 입맛을 돌아오게 한다. 아귀찜 애호가인 박공수씨는 “아귀찜은 여름철을 비롯해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제격”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귀는 주로 남해와 서해에서 잡힌다. 부산에서는 다대포 앞바다에서 아귀가 많이 잡힌다. 아귀는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흉측하고 못생겨서 재수 없다고 여긴 어부들은 아귀가 그물에 잡히면 바로 버리거나 밭에 거름으로 썼다고 한다. 잡히면 바다에 바로 버렸다고 해서 ‘물텀벙’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는 아구, 물꽁 등으로 불린다. 입이 몸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며 몸길이가 1m에 달하는 것도 많다. 아귀의 입 바로 위쪽, 즉 머리 앞쪽에는 가느다란 안테나 모양의 촉수가 있다. 이것을 좌우로 흔들어서 먹이를 유인, 고기들이 접근하면 순간적으로 큰 입을 벌려 통째로 삼켜 버린다. 아귀의 대부분은 머리가 차지한다. 위도 크다. 배를 가르면 내장의 절반이 위이다. 큰 입과 위를 가지고 있어 소화력이 매우 뛰어나다. 조기와 병어, 가자미, 도미 등 값비싼 물고기를 통째로 삼켜서 녹여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귀를 잡아 위에서 채 소화하지 못한 생선을 꺼내 팔면 아귀 값보다 더 나온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또 한 번에 자기 체중의 30% 이상을 먹는 아귀의 대식성은 탐욕과 욕심의 상징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먹기는 많이 먹으면서 일은 도무지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먹기는 아구같이 먹고, 일은 장승같이 한다’거나 ‘아구같이 먹고, 굼벵이같이 일한다’는 속담도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아귀를 조사어(釣絲魚)라 했으며 속명으로 아구어(餓口魚)라 기록했다. 속명 아구어가 아귀로 정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1909년 조선총독부가 한반도의 수산자원을 조사 기록한 책인 한국수산지에도 아귀가 기록돼 있다. ●마산에서 유래한 아귀찜 아귀는 아귀찜, 아귀수육, 아귀탕으로 요리하는데 아귀찜이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다. 해물 볶음, 불고기 전골, 불갈비, 해물찜 등의 요리 재료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귀찜은 경남 마산(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유래한 찜 요리로 알려졌다. 옛 마산시에서는 관광객 유치 홍보를 위해 아귀찜을 5미(味) 가운데 1미로 선정하기도 했다. 표준어는 아귀찜이나 경상도 지역에서는 ‘아구찜’으로 통한다. 고춧가루와 다진 파, 마늘 ,미더덕, 콩나물, 미나리 등으로 맛을 낸다. 마산 아귀찜은 아귀를 20~30일 정도 꾸둑꾸둑하게 말린 후, 고온에 쪄서 조린 콩나물 등 양념을 넣어 만든다. 반면 부산 등에서는 생아귀를 재료로 사용한다. 미식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온천장·보수동·수영구 식당 유명 아귀찜을 연상하면 벌써 입안에서 매운맛이 감돈다. 매운고추(땡초)와 고추씨 등 매운 양념으로 조리해 한입 넣으면 입안이 화끈거리며 물을 찾는다. 대부분 아귀찜 식당에서는 아귀찜과 함께 달짝지근한 동치미 국물이나 오이냉국을 식탁에 내놓는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화끈거릴 때 국물을 마시면 매운맛이 일순 사라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매운맛의 강도를 조절한다. 부산 온천장 아귀찜 전문식당인 ‘구수한 아구찜’에서는 매운맛 강도를 1단계 5단계까지 만들어 놨다. 대부분 2~3단계를 찾지만, 더러 4~5단계를 요구하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 부산 중구 보수동의 ‘보수동 물꽁아구찜’은 부산지역 아귀찜의 원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65년 식당 주인 홍계순씨가 중구 보수동의 흑교 근처에서 상호도 없이 아귀 요리를 팔았다. 이후 1973년에 중구 보수동의 광복교회 옆으로 이전했는데, 당시 부산의 한 주류회사에서 소주 광고를 담은 간판을 달아 주려고 하자 상호가 없었다. 주류회사 직원이 “지금 팔고 있는 게 뭐냐”고 묻자 ‘물꽁’이라고 대답해 현재의 상호인 ‘물꽁식당’이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2009년 6월 부산 향토 음식점으로 지정됐다. 다시마와 양파, 무, 파, 멸치 등을 넣어 끓여 낸 육수에 들깻가루, 찹쌀가루, 매운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과 아귀의 간에 해당하는 ‘애’를 다져 넣어 독특한 맛을 낸다. 부산시청 인근 연산동에서 셋째 딸인 윤애순(61)씨가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 ‘옥미(鈺味) 아구찜’ 음식점도 맛집으로 이름나 있다. 1984년 개업했으며 2002년 부산 향토 음식점으로 지정됐었다. ‘옥미’라는 이름은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최고의 맛을 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부산 중구 남포동 ‘김해식당’은 담백한 맛을 내는 아귀 수육으로 유명하다.
  • 이재명 14명 vs 이낙연 9명 ‘입의 전쟁’… 메시지 통제하는 자, 최후에 이긴다

    이재명 14명 vs 이낙연 9명 ‘입의 전쟁’… 메시지 통제하는 자, 최후에 이긴다

    ‘상대 공격’ 매일 5~10개 논평 쏟아내음주운전 옹호 탓 사퇴 등 ‘살얼음판’“윤짜장” “경기맛집공사” 거친 반응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메시지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각 대선 후보 캠프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변인단을 구축하며 메시지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변인단을 통한 사고와 정보유출의 위험성을 관리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18일 민주당 대선 캠프 중 가장 많은 대변인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다. 이재명 캠프는 총 14명(박찬대 수석대변인, 박성준·홍정민 선임대변인, 전용기·김남준·남영희·최지은·강선아·권지웅·이경·정진욱·민병선·현근택·송평수 대변인)의 거대한 대변인단을 구성했다. 여기에 지역별 공보 특보를 별도로 두고 있다는 게 이재명 캠프 측의 설명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캠프는 총 9명(오영훈·배재정·박래용·김효은·서누리·김영웅·이병훈·홍기원·오영환 대변인) 등으로 구성된 대변인단을 운영 중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선 캠프 대변인단을 5명(조승래·전재수·장경태·이신혜·경민정)으로 꾸렸다. 많은 대변인 수만큼 논평과 메시지도 쏟아진다. 각 캠프는 매일 5개에서 10개 사이의 논평을 낸다. 대부분은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성격의 논평들이다. 이처럼 대변인단이 크면 메시지 물량 공세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통제도 어렵다. 음주운전을 두고 “가난이 죄”라며 옹호하는 듯한 주장을 해 파문을 일으킨 이재명 캠프의 박진영 전 대변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 전 대변인은 캠프 합류에 앞서 지난달 15일 음주운전과 관련, “젊은 시절부터 출세해서 승용차 뒷자리에 앉아서 다니던 사람은 모르는 서민의 고뇌가 있다”며 “힘든 하루를 마치고 소주 한잔하고픈 유혹과 몇만원의 대리비도 아끼고 싶은 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라고 말한 게 드러나 파문 끝에 자진사퇴했다. 서로 메시지를 경쟁하는 상황에서 다소 격앙된 표현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정세균 캠프의 경민정 부대변인은 지난 12일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을 배신하고 나오시더니 역시 모든 게 다 준비돼 있는 X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계시다”며 “힘내세요, 윤짜장! 아니 윤 총장 이것도 아니 윤 후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두고서는 지난 16일 이낙연 캠프 김영웅 대변인이 “경기맛집공사로 간판을 바꾸고 경기도 대표 음식을 팔 신장개업을 준비하나 보다”라며 거칠게 반응했다. 대규모 대변인단을 구성하는 것은 이처럼 사고와 네거티브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각 캠프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같은 규모의 공보단을 꾸려야 한다고 강변한다. 한 캠프 관계자는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지만, 대변인단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대변인의 존재는 네거티브”라고 말하기도 했다.
  • 대선 ‘입의 전쟁’, 메시지 통자하는 자가 최후에 선다

    대선 ‘입의 전쟁’, 메시지 통자하는 자가 최후에 선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메시지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각 대선 후보 캠프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변인단을 구축하며 메시지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변인단을 통한 사고와 정보유출의 위험성을 관리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18일 민주당 대선 캠프 중 가장 많은 대변인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다. 여권 지지율 1위 이재명 캠프는 총 14명(박찬대 수석대변인, 박성준·홍정민 선임대변인, 전용기·김남준·남영희·최지은·강선아·권지웅·이경·정진욱·민병선·현근택·송평수 대변인)의 거대한 대변인단을 구성했다. 여기에 지역별 공보 특보를 별도로 두고 있다는 게 이재명 캠프 측의 설명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캠프는 총 9명(오영훈·배재정·박래용·김효은·서누리·김영웅·이병훈·홍기원·오영환 대변인) 등으로 구성된 대변인단을 운영 중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선 캠프 대변인단을 5명(조승래·전재수·장경태·이신혜·경민정)으로 꾸렸다. 많은 대변인 수만큼 논평과 메시지도 쏟아진다. 각 캠프는 매일 5개에서 10개 사이의 논평을 낸다. 대부분은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성격의 논평들이다. 이처럼 대변인단이 크면 메시지 물량 공세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통제도 어렵다. 음주운전을 두고 “가난이 죄”라며 옹호하는 듯한 주장을 해 파문을 일으킨 이재명 캠프의 박진영 전 대변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 전 대변인은 캠프 합류에 앞서 지난달 15일 음주운전과 관련, “젊은 시절부터 출세해서 승용차 뒷자리에 앉아서 다니던 사람은 모르는 서민의 고뇌가 있다”며 “힘든 하루를 마치고 소주 한잔하고픈 유혹과 몇만원의 대리비도 아끼고 싶은 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라고 말한 게 드러나 파문 끝에 자진사퇴했다. 서로 메시지를 경쟁하는 상황에서 다소 격앙된 표현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정세균 캠프의 경민정 부대변인은 지난 12일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을 배신하고 나오시더니 역시 모든 게 다 준비돼 있는 X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계시다”며 “힘내세요, 윤짜장! 아니 윤 총장 이것도 아니 윤 후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두고서는 지난 16일 이낙연 캠프 김영웅 대변인이 “경기맛집공사로 간판을 바꾸고 경기도 대표 음식을 팔 신장개업을 준비하나보다”라며 거칠게 반응했다. 대규모 대변인단을 구성하는 것은 이처럼 사고와 정보유출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각 캠프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같은 규모의 공보단을 꾸려야 한다고 강변한다. 한 캠프 관계자는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지만, 대변인단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대변인의 존재는 네거티브”라고 말하기도 했다.
  • 이준석 휴가 떠나자… 안철수 “합당, 이번 주 결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8일 진통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문제와 관련해 이번 주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거대 양당 대선후보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제3지대에서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안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통합과 관련해서 많은 분의 다양한 견해를 들었다”면서 “이번 주 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결심이 서는 대로 국민과 당원 동지들께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과 합당을 놓고 신경전이 과열되자 이르면 이번 주 내에 합당과 독자 행보 가운데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문제는 실무협상단의 합의가 결렬되면서 대표 간의 담판만이 남아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내가 휴가 가기 전까지 입장을 밝히라”며 국민의당을 압박해 왔다. 이 대표는 9일부터 13일까지 휴가를 떠난다. 국민의힘은 이달 31일 마감되는 경선 후보 등록에 안 대표가 참여하려면 적어도 1~2주 전에는 합당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의 결정을 쉽사리 예측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양당 대표 간 공방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독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당적이 없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하면서 제3지대는 사실상 와해된 분위기라 독자 생존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제3지대에 남아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와 김 전 부총리가 힘을 합치면 제3지대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전 부총리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의 ‘짜장면 회동’을 공개하는 등 중도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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