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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우리 안의 트럼프주의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우리 안의 트럼프주의

    미국 대선이 끝났다. 한동안 여진이 있겠지만, 트럼프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트럼프주의’(Trumpism)는 오래갈 것이다. 트럼프주의가 남긴 해악은 파당에 따른 판단과 사실의 부정이다. 트럼프 시대를 날카롭게 비판한 책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주목할 만하다. ‘뉴욕타임스’의 문학 담당 기자였고 퓰리처상(비평) 수상자인 미치코 가쿠타니가 썼다. 이 책은 다양한 각도로 트럼프주의를 분석한다. 트럼프주의의 뿌리는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원초적 본능이 있기 때문이며 우리가 이의 제기에 대해 지성보다는 감정으로 반응하고 증거를 신중히 검토하기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확증편향의 시대에 ‘나와 우리’는 옳고 다른 사람들은 거짓을 외친다고 믿는다. 사실의 진실성 여부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는 다중 매체 시대에는 이런 당파주의의 경향이 더 강해진다. 이제 진실은 ‘죽은 개’ 취급을 당한다. 옳아서 사실을 믿는 게 아니라 ‘우리’가 믿으니 옳은 것이 된다. 아니, 돼야 한다. 그래서 무조건 우긴다. 그렇게 해도 상당한 지지를 얻는다. 트럼프주의가 보여 준 정치공학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발견되는 모습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나타내는 징후다. 진실 추구는 냉소의 대상이 되고 모든 것은 의견에 불과하게 된다. 객관적 진실은 없으며, 가짜뉴스가 탐사보도를 대체한다. 정념이 이성을 억압하고, 선동이 차분한 분석을 대체한다. 트럼프 시대 미국의 착잡한 현실을 가쿠타니는 분석한다. 어조는 차분하지만 거기에는 분노가 스며 있다. 그 분노는 미국만이 아니라 확증편향이 득세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살아난다는 걸 느끼게 된다. 트럼프주의의 공격대상은 무엇보다 이성과 비판적 사유이다. 이제 객관적이고 심층적이며 증거에 기초한 진실은 당파주의의 희생물이 된다. 트럼프 시대에 사실은 뻔뻔하게 왜곡됐다. 예컨대 이민 문제가 그렇다. 트럼프는 이민자가 미국에 부담된다고 반복해서 주장한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인 78명 중 31명이 이민자였다. 4조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최상위 첨단기술기업 가운데 그 설립을 도운 이들 중 어림잡아 60퍼센트가 이민자들이었다. 그런 진실이 부정된다는 점에서 가쿠타니는 미국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느낀다. 그렇다면 눈앞에 닥친 진실과 이성의 죽음은 우리의 공적 담론과 정치 및 통치의 미래에 무엇을 예고하는 것일까? 미국에서 당파주의의 경향이 강해지고 이성과 사실을 존중하는 정신이 약화된 데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가쿠타니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타나게 된 새로운 플랫폼을 비판한다. 정치인들은 항상 현실을 조작해 왔지만 텔레비전과 이후의 인터넷은 진실을 얼버무리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했다. 그 결과 정치쟁점에 관한 유권자들의 무지가 점점 더 커졌다. 유권자들의 두려움과 분노를 이용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과도한 정보의 배포, 그것을 차분히 소화할 수 없는 해석과 비판 능력의 부재가 사태를 악화시킨다. 언론은 한편으로는 상업주의를 최선의 가치로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당면한 현안에 대해서는 기계적 중립을 주장한다. 기계적 중립주의는 객관적 사실과 진실 탐구를 부정한다. 보도의 양적 균형만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가쿠타니는 이렇게 일갈했다. “우리는 낡은 패러다임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지구 온난화 같은 경우 99.9퍼센트의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증거가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극소수 사람들과 똑같이 다뤄지고 있잖아요. 나는 오래전 보스니아에서 이뤄진 인종 청소와 집단 학살을 취재하면서 배운 게 있습니다. 희생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공격하는 사람과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도덕이나 사실의 거짓 등가성을 만들어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면 도무지 입에 담지 못할 범죄와 그 결과의 공범이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언론은 대선 보도에서 거짓 등가성과 기계적 중립이 아닌 진실의 길을 선택했다. 미국의 ABC, CBS, NBC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합법적인 표만 계산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며 거짓 주장을 이어 가자 생중계를 중단했다. 그래서 묻는다. 이런 일이 한국서 일어났다면 언론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트럼프주의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 [서울광장] 금태섭은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까/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금태섭은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까/이종락 논설위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제 사실상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제가 서울시장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그 선거에서 맡을 역할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0∼21일 서울 거주자 1019명을 조사해 그제 공개한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금 전 의원은 야권 후보 중에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2위권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을 탈당한 뒤 야권 후보로 변신하려는 금 전 의원은 과연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까. 초선 의원만 지낸 금 전 의원이 일약 서울시장 후보에 거론되는 이유는 뭘까.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맞아 독특하게 형성된 정치 지형이 금 전 의원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금 전 의원의 체급을 올려 줬다. 바른말하는 금태섭을 품지 못한 것이다. 금 전 의원도 “공천 탈락 이후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 당에서 갑자기 징계를 해서 오늘에까지 이르게 됐다”면서 “토론을 충분히 하고 당론을 정하면 따라야 되는데 반대한다는 이유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에서 뺄 정도로 ‘입을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그때는 따르기가 어려웠다”며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지만 여당의 이런 독선적 태도에 실망해 중도로 돌아선 사람들이 금 전 의원을 지지할 수 있다. 금태섭이 뜨면 중도 성향의 여당 지지자들이 옮겨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여당 지지자들이 최근 들어 중도로 빠져나가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6∼20일 유권자 2514명을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42.7%로 부정평가 53.0%보다 10.3% 포인트 낮았다. 긍·부정 평가 격차가 두 자릿수를 나타낸 것은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2주차(14.7% 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서울시민 지지도에서는 국민의힘이 31.4%를 기록하면서 30.3%의 민주당을 역전했다.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당이 7%가 앞선 상황에서 서울시가 뒤집어진 것은 의미가 크다. 여당을 나와 중간지대에서 배회하는 중도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정치인은 금태섭이 최고다. 민주당은 현재 중도로 빠져나가는 지지층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도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르면 필패하니까 금태섭을 꼭 데려오거나 주저앉혀야 한다. 민주당은 싫지만 국민의힘으로 못 오는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묘안이기도 하다. 여당과 야당의 고민이 겹치는 교집합이 금태섭이다. 그의 거취가 이번 서울시장의 최대 변수인 셈이다. 하지만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에 손사래를 친다. 그는 “집권세력의 독주를 견제해야 하고, 제1야당의 변화도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에 입당하게 되면 그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며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뜻을 내비쳤다. 그로선 지난 2011년 무소속 후보로 머물다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경선한 뒤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모델’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금태섭의 상징성 때문에 민주당의 옛 동지들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아직 탈당계에 잉크도 안 말랐다”면서 “당에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나갔다고 해도 본인이 몸을 담았던 당에 대해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사적 욕망과 탐욕을 위장하는 방패로 친정집 우물에 침을 뱉지 마라”고 공격했다. 혹독한 검증도 이뤄지고 있다. 20대인 두 아들에게 장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서울 청담동 초고가 빌라를 증여하면서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자녀의 증여세를 내기 위해 도와준 부분의 증여세까지 다 냈다”며 적극 해명했지만 ‘바른말하는 정치인’으로 상징되던 금 전 의원이 한국 사회 부유층의 전형적인 부(富) 대물림 행태를 답습했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는 중이다. 선거전이 치열해지고, 견제가 본격화되면 ‘혈혈단신’ 금태섭은 두 거대 정당의 ‘블랙홀’에 순식간에 빠져들 수도 있다. 초선 의원 출신의 정치 실험이 호사가들의 안줏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금태섭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장이 되지 못하더라도 저 때문에 민주당도 긴장하고, 국민의힘도 변하게 할 수 있다면 정치인으로서 보람 있는 일이 아닌가요.” jrlee@seoul.co.kr
  •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가치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가치

    소비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물건을 사서 ‘소유’하기보다는 ‘경험’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얻는 데 소비하는 경향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마케팅에 문외한인 의사도 여러 번 듣는 이야기이니 이미 대세인 모양이다.  의료 서비스는 그 특성상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소비하는 재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 결과물을 ‘소유’하는 것도 아니요, 대개는 썩 유쾌한 ‘경험’인 것도 아니다. ‘소유’냐 ‘경험’이냐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방식으로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잘 안 보이는 것’으로 나눌 수는 있을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서비스는 ‘약’이라는 물건과 ‘기계’라는 물건으로 형상화되는 것들이다. 표준화돼 있고, 품질 관리가 가능하며, 명확한 결과물이 남는 그런 서비스들은 가격을 매기기도 비교적 쉽다. 그러나 간호사의 돌봄과 의사의 진료는 어떨까. 표준화와 질 관리는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저자이자 의사인 아툴 가완디는 노인의학 전문가들의 진료를 참관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가치를 깨닫는다. ‘처방약들을 더 단순하게 조절하고, 관절염을 관리하기 위해 세심히 지켜봤으며, 반드시 발톱을 손질하게끔 하고, 매끼 식사를 잘 챙기도록 하고, 고립이 의심되는 징후가 없는지’ 챙기는 것만으로도 노인의 장애와 우울의 빈도를 줄일 수 있던 놀라운 성과에 주목했다. 만약 이러한 노인병 전문팀의 서비스가 ‘자동 노쇠 방지 장치’라는 이름의 의료기기라면, 노년의 건강을 유지하게 해 주는 이 장치를 모든 노인이 착용해야 한다는 캠페인이 시작되고 장치를 생산하는 회사의 주가가 치솟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미국의 공보험인 메디케어에서 노인병 전문팀 서비스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기에 많은 노인병 클리닉은 문을 닫아야 했다.  우리 현실은 어떨까. 지난 9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입원환자 전담 전문의 관리료’ 신설을 부결시켰다. 종합병원에서 전문의는 대부분 외래진료와 수술, 시술을 담당하며, 입원환자 진료는 대개 수련 중인 전공의가 담당한다. 그러나 전공의는 한 달마다 담당이 바뀌고 수술이나 시술을 배우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병동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 적절한 조치가 어렵다는 문제가 자주 제기되어 왔다. 반면 좀더 경험이 많은 전문의가 별도로 병동에 상주하면서 한 번 더 회진을 돌고 처방과 치료 계획을 체계적으로 검토할 때 안전사고나 재입원, 합병증의 위험이 의미 있게 감소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 농민, 경영자, 시민단체 등이 포함된 건정심은 이러한 비용을 부담하기를 거부했다. 만약 수술합병증을 줄여 주는 ‘합병증 감소장치’라는 의료기기에 대한 심사라면 건정심의 결정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약도 아니고 고가의 장비도 아니며 대단한 신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닌, 의료인의 노동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 짝이 없었다.  ‘소유’보다 ‘경험’이 중시되는 요즘의 트렌드는 ‘경험’이 주는 가치가 더 크다고 여겨지는 데서 시작되었다. 즉 재화 생산에 들어가는 원가보다 그것이 만들어 내는 가치에 더 집중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의료서비스 역시 눈에 보이는 약과 장비에 들어가는 원가만큼이나 직접 환자를 대면하는 의료인이 만들어 내는 가치에 주목한다면 어떨까. 경험이 주는 무형의 가치가 인정받게 되면서 보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공연, 네트워킹 등의 서비스는 점점 다채로워지고 그 질 또한 향상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의료서비스 역시 그러한 선순환을 타고 환자의 필요에 맞게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무리한 희망일까.
  • 포스코 광양제철소 화재로 2명 사망·1명 실종

    24일 오후 4시 5분쯤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굉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나면서 작업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양제철소는 자체 소방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했다. 광양제철소 측은 1고로 케이블 주변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인명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산소밸브를 열다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화재 징후는 없었고 현재 밸브를 차단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광양제철소는 지난해 12월에도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로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안양시, 도시위험 사전 차단 대형 재난 막는다.

    대형 재난으로 이이질 수 있는 폭발물과 가스 누출 등 위험요인을 감지하는 첨단시스템이 안양 지역에 갖춰진다. 시는 지역 내 여섯 곳에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적용한 폭발물·가스·구조물 감지기를 설치한다고 24일 밝혔다. 스마트안전을 실용화한 감지시스템 설치는 도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사전에 인지해 대형재난을 방지하는 도시의 안전지킴이 역할을 한다. 시에서 구축하는 사물인터넷(IoT) 통신망도 검증한다. IoT 감지시스템은 주요 시설에서 폭발물이나 가스유출 징후를 감지하면 안양시 IoT통신망을 통해 곧바로 재난 안전IoT모니터링 컴퓨터에 이를 경고해 즉각 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다. 먼저 안양아트센터와 평촌아트홀 두 곳에 설치하는 폭발물감지기는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폭발물 등 인명살상 무기 소지 여부를 자동 검색한다. 몸수색을 하는 기존의 인위적 방식과는 차별화 된 최첨단 시스템이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폭발사건은 국내에서도 예외일 수 없어 이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가스감지기는 누출 위험이 상존하는 평안동 열병합발전소, 박달동 노루페인트 2곳에 설치한다. 2014년 노루페인트는 악취를 풍기는 수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해 도시 안전을 위협했던 시설이다. 해당 공장에서 발생한 수증기는 인근 광명시와 서울 구로구까지 번져 눈 따가움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이어졌다. 이 장치 역시 IoT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인체유해 가스를 감지한다. 자동탐지 기능을 보유한 감지기는 사태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돕는다. 동안구청 2개 곳에 새로 설치하는 구조물감지기는 지진 등의 재난 발생 시 시설물 진동이나 충격을 재빠르게 감지해 붕괴, 전도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씨줄날줄] 흔들리는 G20 지위/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흔들리는 G20 지위/오일만 논설위원

    주요 20개국(G20) 회의는 서방의 선진 7개 국가의 모임인 G7을 확대개편한 세계경제협의기구로서 1999년 12월 베를린에서 발족됐다. 당시 지구촌을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와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모색한다는 취지였다.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정상급 회의로 격상돼 세계경제를 다루는 최상위 포럼으로 자리매김했다. G20 정상회의가 유엔 총회와 버금가는 다자협의체로서 ‘국제사회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G20 정상들이 매년 지구촌 공통 의제를 논의하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지만 출범 이후 글로벌 경제가 나아졌다는 징후는 별로 없다. 오히려 글로벌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고 가난한 국가들의 고통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냉정한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국제사회에서 G20 정상회의의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초유의 비대면(화상)으로 진행된 G20 정상회의가 22일(현지시간) 종료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의장국인 이번 정상회의는 ‘모두를 위한 21세기 기회 실현’이란 거창한 주제로 열렸다. 취약계층 지원, 지구보호,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지만 최대 화두는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였다. G20 정상들은 공동 선언문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이 모든 사람에게 적정 가격에 공평하게 보급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지구촌의 반응은 냉랭하다. 자국 우선주의적 ‘백신 민족주의’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G20 정상들의 약속이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언문 사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기자들에게 “백신 공급을 위한 빈곤국들과 대형 제약사들의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벌써부터 한발 빼는 모습이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백신의 공정 분배를 외쳤지만 물밑에선 자국 우선의 백신 확보 전쟁에 돌입한 지 오래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독일 바이온테크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내년 말까지 13억회분 생산할 예정이지만 이미 11억회 분량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부자 국가에 판매하기로 계약이 끝난 상태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 역시 올해 2000만회 분량의 백신을 생산하지만 최우선으로 미국에 공급한다. 선진국들의 싹쓸이 계약으로 지구촌 빈국들은 2024년에야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G20의 ‘공정한 백신 공급 약속’ 또한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oilman@seoul.co.kr
  • 에이브럼스 “전작권 전환이 2년 뒤? 시기상조”

    에이브럼스 “전작권 전환이 2년 뒤? 시기상조”

    전작권 2년뒤 전환 예측은 시기상조北 도발 징후 아직 없어열병식 등장 신형무기 일부 외형만 변경했을 가능성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20일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을 정부 임기 내(2022년 5월)로 예측하는 것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에서 (전작권 전환 시점이) 2년 남았다고 추측을 제기하는데 시기상조(premature)라고 본다”며 “끊임없이 (조건을) 평가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좀 남았다”고 밝혔다. 이어 “전작권 전환 조건이 충족되면 우리는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 추측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그동안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해 조기에 조건을 충족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미측은 충분한 조건 구비가 부족하다며 이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내년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전작권 검증 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과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를 빠르게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미측의 반대로 성사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 중 하나인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 충족’이 충족됐느냐는 질문에는 “결국 한미 정보 당국이 합동 평가로 언제 전작권 전환을 하기 좋은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그건 매우 자세하고 엄격하면서 명확하다. 이 최후의 결정은 다른 조건들이 다 만족됐을 때 내려질 것이다”고 말했다. 역내 안보 환경에 인도·태평양 지역이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선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최근 유엔군사령부가 전작권 전환 이후 역할 축소에 대비해 전투 기능을 갖춘 사령부로 재편하려 한다는 의구심에 대해선 “미래에 유엔사를 전투 사령부로 바꿀 그 어떤 비밀 계획도 없다”며 “미래 유엔사의 기능은 지금과 똑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달 10일 열병식에서 북한이 선보인 무기에 대해 사거리와 정확도가 늘어났다고 평가하면서도, 성능 면에서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군사 협의체에서는 좀 논의가 있었던 부분인데 미군에 걱정을 끼칠만한 건 없었던 것 같다”며 “성능 면에선 좀 의심이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몇 새로 발견된 차량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검사를 해볼 수 없으니 이게 진짜인지 ‘형상 변경’(VISMOD)인지 모르겠다”며 “새로운 탱크가 나왔다고 하던데 난 진짜 새 탱크인지, 헌 탱크를 새 탱크처럼 보이게 한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전차 등이 외형만 변경됐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북한이 내년 1월 말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의식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도발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테스트가 임박했다는 어떤 사인도 아직까진 보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그는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같이 갑시다’ 구호에 대해 “나쁜 일이 생기면 같이 간다는 의미”라며 “연합사는 한미동맹의 심장박동과 같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씨줄날줄] 구강세정제와 코로나 예방/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구강세정제와 코로나 예방/오일만 논설위원

    코로나19 장기화로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다중 이용시설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과태료까지 물어야 할 상황이다. 마스크 장기 착용으로 인한 구취를 줄이기 위해 껌이나 구강세정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 구취 제거용으로 각광받던 구강세정제가 ‘코로나 헌터’가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17일(현지시간) 카디프대 시스템 면역 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 구강세정제가 최대 30초 안에 침 속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유망한 징후’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세정제에 최소 0.07%의 염화세틸피리디늄(CPC)이 함유돼 있으면, 입을 헹굴 때 해당 성분이 침 속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강세정제와 바이러스 비활성화 간 연관성을 증명하는 연구는 지난달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적이 있지만 덜 치명적인 ‘229E 바이러스’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효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다만 기침이나 대화 중 튀어나오는 비말이 코로나19의 주요 전파 통로가 되는 점을 고려하면 세정제가 제한적이지만 예방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보건의학계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처방전 없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상용품에 대한 대중의 과신이 자칫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은 인체 구강 구조를 모방한 형태의 통제된 시험관에서 진행된 불완전한 실험인 데다 동료 연구자 검토를 거치거나 의학저널에 발표되지 않았다. 임상시험 역시 내년 초에나 영국 웨일스대병원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연구자들도 “이번 결과가 구강세정제가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를 죽였다거나 치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구강 세척이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가글액으로 입을 헹궜을 때 구내 바이러스가 비활성화된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체내 바이러스를 전부 퇴치하진 못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가글액이 닿을 수 없는 목과 폐 속에도 침투해 증식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가글액으로 몸속 감염 바이러스를 없애려는 행위는 마치 잡초의 뿌리는 그대로 둔 채 윗부분만을 자르고 해충이 없어지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CNN방송도 “구강세정제가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당신을 구하지 못한다”면서 대중의 오해를 우려했다. 다만 구강세정제 사용이 손씻기나 마스크 착용처럼 개인위생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코로나19 예방수칙의 하나가 될 수는 있다. oilman@seoul.co.kr
  • [단독] 15시간 수건 묶이고, 맞고… 부모 손에 스러진 아기들

    [단독] 15시간 수건 묶이고, 맞고… 부모 손에 스러진 아기들

    2008년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A씨는 아내와 컴퓨터 6대를 돌려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었다. A씨는 아기를 돌보느라 게임에 집중할 수 없게 되자 아기를 하루 10~15시간 수건으로 꽉 묶어 뒀다. 3500만원 빚 독촉이 들어오고 휴대전화요금, 가스요금도 밀리게 되자 원인을 아기 탓으로 돌리며 머리와 가슴팍을 때리는 등 심하게 학대했다. 지난해 1월 아기는 생후 70일 만에 머리뼈 골절, 경막밑출혈, 뇌멍 및 뇌부종으로 사망했다. 1심 법원은 인면수심의 아빠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만 3세 미만 사망 80%… 신체 학대 73.3% 서울신문은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대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에서 최근 2년간 부모 학대에 따른 아동 사망 사건 15건에 대한 판결문 19개(항소심 포함)를 검색해 분석했다. 최근 공분을 산 서울 양천구 16개월 아동 학대 사망 사건처럼 말도 못 하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만 3세 미만의 영유아가 학대 사망의 80.0%를 차지했다. 학대 유형은 신체적 학대가 73.3%로 방임(26.7%)보다 많았다. 가해자는 친부 53.3%, 친모 20.0%, 친부모 모두 20.0%, 계모 6.7% 순으로 많았다. 영아의 경우 집 밖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학대 징후를 발견하기 어렵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대표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 영아 사망률이 굉장히 높고, 학대 징후 없이 사망 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씨의 아이도 숨지기 직전 119에 신고됐으나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은 “학대 의심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취약계층 등 지역사회 복지 더 강화해야” 사망 아동의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명시된 경우는 15건 중 4건이었다. 일례로 B씨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주거가 불안한 상황에서 생후 5개월 아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다. 2개월에 걸쳐 아들을 수차례 폭행하면서 겉으로 폭행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이를 은폐하고자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생후 2~4개월 사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예방접종도 하지 않았다. 아기는 두개골 골절, 뇌출혈로 숨졌고, 친부 B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봐도 2018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28명으로 만 3세 이하 아동이 64.3%를 차지했다. 피해 아동 가정의 월평균 소득이 150만원 미만인 경우도 53.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취약계층, 차상위계층 등 지역에서 기준을 두고 아동을 지켜보면서 꾸준히 사례를 발굴하는 등 지역사회 복지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축구 헤딩이 치매 유발” 연구 또 나와…“유소년 헤딩 금지해야”

    “축구 헤딩이 치매 유발” 연구 또 나와…“유소년 헤딩 금지해야”

    英연구팀, 헤딩 20회 뒤 인지능력 테스트…80% 통과 못해 축구의 헤딩 동작이 치매 등 뇌 손상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리버풀 호프 대학 연구팀의 최신 연구 결과 축구선수가 치매에 걸릴 위험성과 헤딩 동작 간의 연관성이 나타났다. 축구선수가 치매 등 뇌 손상에 따른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일반인의 3.5배라는 지난해 연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내용이다. 지난해 연구가 발표됐던 스코틀랜드에서는 12세 이하 유소년 선수의 헤딩을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리버풀 호프 대학 연구팀은 18~21세 아마추어 선수를 세 그룹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한 그룹은 공기가 최대한 많이 주입돼 단단한 공을, 다른 그룹은 공기가 최소 수준으로 들어가 덜 단단한 공으로 헤딩 연습을 하도록 했다. 나머지 그룹은 허공에 헤딩하는 시늉만 하도록 했다. 이렇게 세 그룹이 헤딩 동작을 20회 한 직후 연구팀은 선수들을 상대로 인지능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북미에서도 두부 손상을 파악하는 지표로 쓰이는 뇌진탕 진단 가이드가 포함된 테스트였다. 그 결과 단단한 공과 덜 단단한 공에 헤딩한 선수의 80%가 인지능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공을 머리로 쳐낸 선수들에게서는 뇌진탕 징후가 감지됐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언어·공간 작업기억(working memory)도 최대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스털링대학의 다른 연구에서도 축구 선수들이 코너킥 수준의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20회 헤딩한 직후 기억력이 41~67% 가량 줄었다가 24시간이 지나서야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리버풀 호프 대학의 이번 연구를 이끈 스포츠학자 제이크 애슈턴은 연구 결과에 대해 “매우 놀랐다”면서 “헤딩 동작의 영향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 앤 메디신 인 풋볼’(Science and Medicine in Football Journal) 최신호에 실렸다. 1960년대 잉글랜드 축구에서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제프 허스트(78)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유소년 축구선수의 헤딩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스트와 함께 1966년 월드컵에서 영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대표팀 선수 레이 윌슨, 마틴 피터스, 잭 찰턴, 노비 스타일스는 치매를 앓다 숨졌다고 한다. 그는 “ 선수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헤딩은 절대 연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데스크 시각] 독감 백신 논란이 드러낸 ‘원인 모를 죽음’/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독감 백신 논란이 드러낸 ‘원인 모를 죽음’/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 뒤 사망’을 둘러싼 논란은 역시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당국에 신고한 사례는 104건이었다. 이 가운데 조사를 마치지 못한 1건을 뺀 103건은 사망과 예방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예방접종과 사망 관련 논란은 사실 사망 원인 통계자료를 유심히 살펴보면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사망자 중 원인이 불분명한 사례가 해마다 10% 정도다. 다시 말해 예방접종 뒤 발생한 사망 중 10% 역시 통계상으론 사인불명인 셈이다. 이걸 두고 백신 때문에 사망했다고 단정해 버리는 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오해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간단히 말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가 상관관계라면 ‘까마귀 날았기 때문에 배 떨어졌다’는 인과관계다. 예방접종과 사망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촉발시킨 소란 와중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정작 따로 있었다. 국내 사망 원인 통계를 보면 R코드로 분류되는 항목이 있다.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소견’에 의한 죽음, 쉽게 말해 왜 죽었는지 이유를 모르는 사망이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가 29만 5110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사인불명이 2만 8176명(9.5%)나 된다. 외국은 어느 정도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살펴보니 미국은 2018년 전체 사망자는 281만 3503명인데 반해 사인불명은 3만 2750명(1.2%)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들도 대체로 1~2% 수준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외국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나 경찰이 시체 안치소(공시소)에 가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병원에서 사망하는 등 명백한 사례가 아니면 반드시 시신을 정부가 운영하는 공시소로 옮긴 다음 상주하는 법의학자의 검안 등 절차를 거친 뒤 타살 정황이 있으면 부검을 하도록 돼 있다.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전화통화에서 “한국 말고 공시소 제도가 없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자신이 올해 부검한 140여건 가운데 10%가량은 시신이 이미 부패해 사인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지방에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시신이 부패할 때까지 발견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걱정한다. 그는 “법의학자를 양성하고 공시소를 설치하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검시관이 공시소에 상주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사인불명 사망 대부분은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설령 자연사를 위장한 타살이었다고 하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최근 법의학자들을 다룬 일본 드라마 ‘언내추럴’을 봤는데, 이 드라마에는 검시가 제대로 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범 얘기가 등장한다. 물론 상상력을 동원한 이야기이지만 한국 현실에 비춰 보면 자신있게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다”고 대답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 정도 되는 선진국에서 틈만 나면 의문사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는 건 공시소도 없고 타살 정황은 없는지 살펴볼 검시관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또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면 의문사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부터 갖출 일이다. 백신 논란은 잠시 시끄럽다 지나가는 걸로 끝나면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백신 못 믿겠다’는 음모론이 아니라, 혹시 모를 억울한 죽음을 방지하기 위한 좋은 제도가 아닐까. betulo@seoul.co.kr
  • 유근식 경기도의원 “지역교육지원청 위센터 좀 더 적극적인 역할 수행해야”

    유근식 경기도의원 “지역교육지원청 위센터 좀 더 적극적인 역할 수행해야”

    경기도의회 유근식 의원(더불어민주당·광명4)은 지난 11일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2020년 행정사무감사에서“학업문제와 가정환경,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심리적 위기를 맞는 학생들이 많다”며 “위센터가 학생들의 심리적 치유를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행정위원회 소속인 유근식 의원은 군포의왕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한 군포의왕교육지원청, 안양과천교육지원청, 광명교육지원청 감사에서“위센터는 진단·상담·치료의 3단계와 멘토링 지원을 통하여 위기의 학생들을 상담하고 있는데, 왜 위센터의 취지와 어긋나게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이 줄지 않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센터가 사전 징후 같은 것을 포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위기의 학생이 학교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제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전성화 안양과천교육장은 “학년 초에 정서 행동특성검사를 통하여 약간의 징후라도 발견되면 위센터와 연결해 전문상담사가 상담을 하는 등 앞으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유근식 의원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출석 수업이 많이 줄어 위센터의 역할이 더 크다”며 “사전에 자살징후나 위기의 가정을 세심하게 파악해 줄 것”과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교육청의 약속처럼 자살하는 아이가 없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기는 인도] 생매장 됐던 신생아, 기적적으로 목숨 구한 사연

    [여기는 인도] 생매장 됐던 신생아, 기적적으로 목숨 구한 사연

    산 채로 땅에 파묻혔던 신생아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 등 해외 언론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네팔과 맞닿은 인도 북부의 우타라칸드주 경찰은 농장에 파묻혀 있는 아기를 발견했다는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아기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현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였다. 쿤단 싱 반다리라는 이름의 이 노동자는 아기의 얼굴이 흙바닥 밖으로 빼꼼 나와 있는 것을 보고는 곧장 흙을 파헤쳐 아기를 꺼냈다. 성별이 공개되지 않은 아기는 돌과 흙, 나무와 풀뿌리 사이에서 미동도 없이 파묻혀 있었고, 얼굴을 포함한 온몸이 진흙투성이였다. 최초 발견자와 동료들이 가까이 다가가 아이의 얼굴과 몸을 어루만졌지만 생명의 징후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농장 직원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담요 등을 가져와 아기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마구 쏟아내며 아기를 살리려 애썼다. 이내 경찰이 도착했고 아기는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은 아기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고,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이 아기를 산 채로 파묻은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인도에서 신생아, 특히 여자아이를 버리는 끔찍한 범죄는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지난해 10월, 역시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산 채로 항아리에 갇힌 채 땅에 묻혔던 여자 아기가 구조됐었다. 2017년에는 역시 갓 태어난 여자 아기가 부모에 의해 가시덤불에 던져졌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남아선호사상이 만연한 인도에서는 여아 낙태나 생매장, 인신매매가 비일비재하다. 매년 50만 명의 여자아기가 낙태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태아의 성별을 감별할 수 있는 초음파 기술이 도입되면서 여아 낙태가 급증했다. 2006년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 이후 인도에서 낙태되거나 태어나자마자 살해된 여자 아기는 1000만 명에 이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철책 넘어온 북한 남성 ‘귀순 가능성’…‘군 경계 실패’ 논란일 듯(종합)

    철책 넘어온 북한 남성 ‘귀순 가능성’…‘군 경계 실패’ 논란일 듯(종합)

    3일 오후 7~8시쯤 감시장비로 포착‘눌린 철책’ 발견하고 ‘진돗개’ 발령 군이 강원도 고성 전방의 철책을 넘어 온 북한 남성 1명의 신병을 수색작전 끝에 확보했다. 이 남성은 북한군이 아닌 민간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4일 “우리 군은 동부지역 전방에서 감시장비에 포착된 미상 인원 1명을 추적하여 오늘 9시 50분쯤 안전하게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상황 발생 10여시간 만이다. 이어 “미상 인원은 북한 남성으로 남하 과정 및 귀순 여부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공조 하에 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남성, 별다른 저항없이 자수…귀순 가능성 이 남성은 고성 지역의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내에서 붙잡혔으며, 군의 신병 확보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이나 저항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귀순자가 자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군과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은 이 남성을 압송해 신원 확인, 월남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는 전날 오후 7∼8시쯤 신원을 알 수 없는 1명이 철책에 접근한 상황이 포착됐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사분계선에는 북측과 남측, 그리고 그 사이 중간 철조망(중책)까지 3중으로 철책이 설치돼 있는데, 군 감시장비를 통해 신원을 알 수 없는 인원이 중책으로 이동하는 것이 식별된 것이었다. 이후 해당 지역을 수색한 결과, 남측 윤형 철조망 상단부가 일부 눌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 군은 해당 부대에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를 ‘하나’로 격상하고 수색작전을 벌인 끝에 첫 상황 발생 10여시간 만에 해당 남성을 찾아내 신병을 확보했다. ‘진돗개’는 무장공비 침투 등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방어 준비태세로, 평소에는 ‘셋’을 유지하다가 북측의 침투가 예상되면 ‘둘’로 올라가고, ‘하나’는 적의 침투 흔적 및 대공 용의점이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내려진다. 연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발령할 수 있다. 3중철책 넘을 때까지 몰랐을 가능성…군, 경계태세 조사할 듯이번 일로 군의 경계 태세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군은 감시장비를 통해 미상 인원이 이동하는 것을 포착해 수색을 벌였다고 밝혔지만, 3중 철책을 넘어올 때까지 군이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군의 전방 철책이 민간인에게 뚫린 셈이 된다. 최전방 철책에는 특별히 과학화경계감시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에 닿으면 센서가 울리며 5분 대기조가 즉각 출동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귀순 당시 이 센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도 관심이다. 신병을 확보한 장소도 GOP(일반전초)에서 상당히 남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이번 귀순 사건과 관련해 해당 경계부대에 전비태세검열단을 내려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군의 경계감시에 허점이 드러날 경우 문책이 이뤄질 수도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요즘 과학 따라잡기] 친환경에너지 확산 방법 없을까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저탄소,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겁다. 친환경에너지의 활용과 확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국내 연구진이 태양광 발전을 보다 효율화하기 위한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했다. 빅데이터로 태양광발전소의 발전량 예측부터 자동 복구, 폐기 진단까지 최적 수행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전국 약 3000개 태양광발전소를 대상으로 개발한 기술로 모니터링 실증 작업도 마쳤다. 발전의 이상 징후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물론 자동으로 문제점을 복구, 발전소 수명이 다하기까지 최대 성능을 내도록 할 예정이다. 또 소규모 분산에너지 전력중개사업자를 위한 플랫폼도 개발했다. 전력중개사업자들이 분산에너지 자원을 모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소규모 전력을 모아 집합자원 단위로 거래가 가능할 전망이다. 발전량 예측 기술을 도입해 안정적 전력시장 입찰을 돕는다. 태양광 발전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와 연계시켜 최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지원도 한다. 태양광발전기가 단일로 존재할 경우 발전량이 들쭉날쭉해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운데 발전 정도를 최적화하고 출력을 안정화하기 위한 관련 지표와 운영 방안 설계 구조, 평가 방식 등을 개발해 태양광 발전의 1등 공신이 되고 있다. 분산 자원 그리드 안정화 지표는 국내 처음으로 단체 표준으로 제정돼 신재생 발전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일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에너지환경ICT연구단장
  • “전기차 가까이 가지 마, 불난대”… 죄인이 된 차주들 ‘불안한 시동’

    “전기차 가까이 가지 마, 불난대”… 죄인이 된 차주들 ‘불안한 시동’

    “전기차 가까이 가지 마. 불난대.” 현대자동차 전기차(EV) ‘코나 일렉트릭’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사회 전반에 번지고 있다. 전기차가 충전 중인 곳 근처에 행인의 발길이 뜸해졌고, 판매량도 전년 대비 40%에 달하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나 일렉트릭 화재는 2018년 5월 이후 현재까지 국내 12건, 해외 2건 등 총 14건 발생했다. 하지만 화재 원인은 지금까지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전기차 차주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회사원 최모(42)씨는 지난해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을 샀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액이 더 줄어들기 전에 큰 마음 먹고 질렀다. 한 번 충전하는 데 1만원이 채 들지 않고, 한 달 충전비가 2만~3만원밖에 나오지 않아 유지비를 많이 아낄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하지만 최근 화재 논란이 계속되면서 최씨는 극도의 불안감 속에 오늘도 전기차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는 “차를 몰고 나가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데 그럴 때면 마치 죄인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업그레이드 아닌 다운그레이드” 불만 폭주 현대차는 지난달 16일부터 코나 일렉트릭에 대한 대대적인 리콜에 나섰다. 2017년 9월 29일부터 올해 3월 13일까지 생산된 국내 2만 5564대를 비롯해 전 세계 7만 7000여대가 대상이 됐다. 코나 일렉트릭 공식 출시 시점은 2018년 4월이다. 즉 최초로 생산된 ‘1호’ 모델부터 전부 리콜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현대차는 리콜 차량을 대상으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주고 있다. 배터리 진단을 강화하는 로직을 적용한 다음 배터리셀 사이 전압 편차나 급격한 온도 변화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배터리팩을 교체해 준다. 하지만 코나 일렉트릭 차주들은 현대차의 이런 리콜 방식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배터리 전면 교체가 아니라는 점과 화재 가능성에 따른 대대적인 리콜치고는 30분간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너무 간단한 조치라는 점에서다. 차주들은 화재 가능성이 0.1%라도 있다면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하는 것이 합리적인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배터리 전면 교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배터리값이 대당 2500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7만 7000대의 배터리 교체 비용은 산술적으로 1조 9250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차주들은 또 BMS 업그레이드가 실제로는 차 성능을 떨어뜨리는 ‘다운그레이드’라고 의심하고 있다. 충전량과 출력을 줄여 화재가 날 가능성을 낮추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전기차 동호회 카페를 중심으로 리콜 조치 이후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차주가 급증하고 있다. 대체로 “리콜 조치 이후 충전량과 성능이 저하된 것 같다”는 반응들이다. ‘벽돌차’ 논란도 불거졌다. 리콜 조치를 받은 차량이 운행 불능 상태가 돼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한 코나 일렉트릭 차주는 “리콜 후 100% 충전하고 나서 타려고 했더니 시동이 걸리지 않아 견인차를 불러 다시 입고했다”면서 “차라리 불이라도 나서 새 차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콜을 거부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동참하는 차주도 늘고 있다. 집단 소송 참여 인원은 현재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대차의 어이없는 대책으로 코나 일렉트릭의 재산 가치가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청구 금액은 중고차값 하락분을 고려해 대당 200만원으로 책정했다. ●화재 원인·의혹 밝혀지지 않은 채 오리무중 코나 일렉트릭 화재의 발화 지점은 차량 아랫부분에 있는 배터리가 명확하다. 하지만 화재 원인에 대한 현대차와 LG화학의 공식 입장은 “알 수 없다”, “모른다”, “규명되지 않았다”가 전부다. 당국도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라고 100% ‘단정’하지 못하고 ‘추정’만 할 뿐이다. 배터리팩의 구조가 복잡하고, 여러 업체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밝히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전압 배터리셀 제조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리콜 대상 차주들에게 보낸 고객통지문에 결함 원인으로 “일부 배터리셀 제조 불량에 의한 내부 양극 단자부의 분리막이 손상돼 만충 시 음극과 양극 단자가 닿을 경우 합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이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리막 손상에 따른 배터리셀 불량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나서면서 전기차 화재 원인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현대차와 LG화학을 겨냥한 각종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두 회사가 발화 원인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 대표적이다. 책임 소재가 가려지면 기업 경영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화재 원인을 ‘미제’로 남기고 유야무야 넘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차주들은 현대차가 리콜 대상을 3월 13일까지 생산된 차량으로 한정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3월 14일부터 현재까지 생산된 코나 일렉트릭을 리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현대차가 이미 화재 요인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3월 불량 배터리셀을 감지하는 BMS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3월 업그레이드는 주차 중 배터리를 모니터링하는 로직의 민감도를 강화하는 것이었고, 이번 리콜은 충전 중 진단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원인을 파악한 것이 아니라 화재 우려가 있는 배터리를 제어하는 기능을 추가했기 때문에 최근 생산된 차량은 리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새벽 경기 남양주와 지난 8월 전북 정읍에서 불이 난 코나 일렉트릭은 BMS 업그레이드를 한 기록이 있는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주들이 이번 리콜 조치의 효과에 강한 의문을 품는 이유다. 한 전기차 동호회원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화재가 한 번 나면 배터리가 완전히 타버려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LG화학과 현대차가 화재 원인이 배터리셀에 있다는 것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美 테슬라 등 수입차도 예외 아냐 전기차 화재가 코나 일렉트릭에서만 발생한 건 아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화재 사고 3건이 보고된 제너럴모터스(GM) ‘볼트 EV’에 대한 리콜에 나섰다. 대상은 2017~2020년형 7만 7842대다. 볼트 EV 배터리 제조사는 LG화학이다.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BMW와 포드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화재 위험성이 확인돼 2만 6700여대를 리콜한다. 중국 최대 규모 배터리 업체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 광저우기차의 ‘아이온S’에서도 지난 5월과 8월 잇따라 화재가 발생해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테슬라도 예외는 아니다. 테슬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최근 몇 년간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서 잇따르고 있지만 화재 원인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코나 일렉트릭 화재에 대한 특별조사팀을 구성하고 올해 말까지 화재 원인을 분석해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LG화학도 공동으로 화재 현장 조사와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38노스 “北 영변핵시설 우라늄농축공장서 증기 배출…가동 정황”

    38노스 “北 영변핵시설 우라늄농축공장서 증기 배출…가동 정황”

    북한 영변 핵단지 내 우라늄 농축공장 단지에서 증기가 배출되는 등 최근 가동이 활발해진 징후가 관측됐다고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8노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민간위성이 촬영한 사진 분석 결과 북한 영변 핵 단지 전체에서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게 포착됐다고 전했다. 핵 단지에서는 건설 작업과 홍수 피해에 따른 보수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라늄 농축공장(UEP) 단지 내 UEP 바로 남쪽의 이산화우라늄(UO₂) 생산 건물에서 증기나 연기가 배출되는 것이 관측됐다. 이산화우라늄은 우라늄의 산화물로 연료봉으로 만들어 원자력발전소에서 핵 연료로 쓰인다. 통상적으로 이 건물은 우라늄염이나 우라늄 제분 시설 침출 용액에서 우라늄을 회수하고 정제하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현재 어떤 일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38노스는 지적했다. 이산화우라늄 생산 건물에는 중(重) 우라늄산 암모늄으로부터 이산화우라늄을 생산하는 내화성 용광로가 설치돼 있다. 이산화우라늄 생산은 육불화우라늄(UF6) 생산 단계 중 하나로, 우라늄 농축 시설로 공급된다. 우라늄 농축 시설의 동쪽 끝 레일에는 3대의 특수궤도차량이 주차된 것이 확인됐다. 특수궤도차량은 매년 3∼4차례 이곳에 나타나는데, 통상 7∼10일을 머문다. 이 특수궤도차량이 어디에 활용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런 배치 형태는 한결같다는 게 38노스의 설명이다. 한편 구룡강의 원자로 냉각수 저수용 댐에서는 피해 보수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방과 같은 구조가 완성됐고 수위가 상승해 원자로의 유입 수조를 덮고 있다. 댐 파열 지점을 따라 강철 트렌치 철판이 설치돼 흙으로 채워진 댐의 대부분을 견고하게 할 수 있는 강철 벽이 형성됐다. 평안북도 영변군에 있는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무기 개발의 거점으로, 이 시설에 있는 원자로들은 핵무기 원료를 생산하는 데 이용될 수 있어 가동 여부뿐만 아니라 미세한 변화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야생 흡혈박쥐도 아프면 ‘사회적 거리두기’ 한다

    야생 흡혈박쥐도 아프면 ‘사회적 거리두기’ 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주요 방역대책 중 하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동물의 세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독일 라이프니츠 진화·생물다양성과학연구소 부설 자연사박물관 시몬 리퍼거 박사가 주도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생태·진화·유기체생물학과, 텍사스 오스틴대 통합생물학과, 파나마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야생 흡혈박쥐들은 질병에 걸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개체들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행동 생태학’ 28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흡혈박쥐 서식지 중 한 곳인 중남미 벨리즈의 라마나이에서 암컷 흡혈박쥐 31마리를 포획한 뒤 16마리에게는 염증 유발물질인 ‘지질다당류’를 주입해 질병에 걸린 상태처럼 만들고 나머지 15마리에게는 식염수를 주사했다. 연구팀은 박쥐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센서를 붙이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낸 뒤, 동료가 질병에 걸렸을 때 다른 박쥐들은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6시간 동안 관찰했다. 관찰 결과 병에 걸린 16마리의 박쥐는 집단 내에서 어울리는 박쥐의 숫자도 적고 접촉시간도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에 걸린 16마리의 박쥐는 정상 박쥐보다 다른 박쥐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평균 25분 정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염수가 주입된 박쥐들 중 다른 박쥐와 어울리는 것은 49% 정도였지만 병에 걸린 박쥐들은 다른 박쥐와 어울리는 정도가 3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동 연구자인 제럴드 카터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동물들은 동료가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분비물을 배출할 경우 질병감염 징후를 감지하고 자연스럽게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흡혈박쥐도 아프면 사회적 거리두기 한다

    [달콤한 사이언스] 흡혈박쥐도 아프면 사회적 거리두기 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주요 방역대책 중 하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동물의 세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독일 라이프니츠 진화·생물다양성과학연구소 부설 자연사박물관 시몬 리퍼거 박사가 주도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생태·진화·유기체생물학과, 텍사스 오스틴대 통합생물학과, 파나마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야생 흡혈박쥐들은 질병에 걸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개체들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행동 생태학’ 28일자에 실렸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미국 피츠버그대, 버지니아공과대 공동연구팀도 영장류인 맨드릴은 물론 바닷가재의 일종인 카리브해 닭새우, 거미, 흰개미, 꿀벌까지 동물 세계에서는 질병이 발생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는 연구결과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B’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흡혈박쥐 서식지 중 한 곳인 중남미 벨리즈의 라마나이에서 암컷 흡혈박쥐 31마리를 포획한 뒤 16마리에게는 염증 유발물질인 ‘지질다당류’를 주입해 질병에 걸린 상태처럼 만들고 나머지 15마리에는 식염수를 주사했다. 연구팀은 박쥐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센서를 붙인 뒤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낸 뒤 동료가 질병에 걸렸을 때 다른 박쥐들은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연구팀은 6시간 동안 관찰한 다음 질병에 걸린 16마리 박쥐를 치료해줬다. 관찰 결과 병에 걸린 16마리의 박쥐는 집단 내에서 어울리는 박쥐의 숫자도 적고 접촉시간도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에 걸린 16마리의 박쥐는 정상 박쥐보다 다른 박쥐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평균 25분 정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식염수가 주입된 박쥐들 중 다른 박쥐와 어울리는 것은 49% 정도에 달했지만 병에 걸린 박쥐들은 다른 박쥐와 어울리는 정도가 3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병에 걸린 박쥐들도 치료가 완료된 뒤에는 다시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사냥에도 함께 나서는 등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 관찰됐다. 공동 연구자인 제럴드 카터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동물들은 동료가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분비물을 배출할 경우 질병감염 징후를 감지하고 자연스럽게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책 속 한줄] 사회의 병, 사람의 병

    [책 속 한줄] 사회의 병, 사람의 병

    사회가 앓는 병은 불가피하게 개인들도 겪는다. 사회는 전체이기 때문에 사회의 병은 각 부분에 전염된다. 따라서 사회가 해체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생활을 위한 정상적 조건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좌절과 실망의 물결은 특정한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 자체의 해체를 나타내는 것이다.(267쪽)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하루 평균 38명이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도 가장 높았다. 잠시 주춤했던 수치가 2년간 다시 증가한 탓이다. 에밀 뒤르켐은 1897년 출간한 ‘자살론’(청아출판사)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으로 보였던 자살의 사회적 원인을 파고들었다. 사회의 병이 개인을, 개인의 병이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는 통찰도 남겼다. ‘코로나 블루’로 자살 관련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개인과 사회의 건강에 대한 나쁜 징후다. 물리적 질병을 넘어 이에 대한 대응도 더 절실한 때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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