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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징집된 남성 제대할때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주자“

    이낙연 “징집된 남성 제대할때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주자“

    이 전 대표 “모병제 단계적 확대가 가장 합리적 해법”“군대를 젠더 문제의 해법처럼 보는 것 적절치 않아”“시행착오 없는 안정된 사회발전 이뤄내야 해”“복지 3만달러 수준으로…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징집된 남성들은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 같은 것을 한 3000만원 장만해서 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녹화한 유튜브 ‘이낙연TV’ 대담에서 “제대 후 나아가고자 하는 분야에 도움이 될 만한 부대에 배치하는 등 군 복무가 인생에 보탬이 되도록 배려하면 어떨까”라며 이렇게 말했다. 군 복무를 둘러싸고 남녀평등 이슈가 제기된 상황에서 위헌 판정이 난 군 가산점이 아닌 인센티브를 제공해 군 복무자를 배려하자는 것이다. 특히 이 전 대표는 “20대 남성들에게 ‘여성들이 같이 징집되는 것을 정말로 원하느냐’고 물어보니 그것까지는 아니라는 대답이 많았다”며 “모병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는 가장 합리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비전투 분야에서 전문성이 좀 더 요구되는 분야부터 모병제로 채워가면 여성들의 참여도 늘어날 수 있다”며 “그러다가 어느 단계에는 해군·공군부터 모병제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군대를 젠더 문제의 해법처럼 보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젠더 갈등 이슈와 관련해서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각자가 느끼는 박탈감, 피해의식, 일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젠더 문제는 굉장히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의 역할과 관련해 “시행착오 없는 안정적 사회발전과 균형 있는 삶을 이뤄내야 한다”며 “제가 비교적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정신으로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2만 달러 수준에 놓여 있는 복지를 3만달러 수준으로 빨리 올려야 한다”며 “우리 삶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굉장히 다양하지만 이를 국가가 관리해서 국민들의 삶을 지켜 드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4·7 재보궐 선거 패배와 관련 “부동산 값의 폭등 등 기저질환 같은 것이 있었는데 심각하게 대처하지 않고 지낸 것을 뉘우친다”며 “실력보다 많은 의석을 얻은 승리에 취한 것은 아닐까 반성했다”고 했다. 이어 “민생을 위한 개혁을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뼈아픈 대목”이라며 “검찰개혁의 경우 지나치게 긴 기간 국민에게 많은 피로감을 드린 점이 아쉽다”고 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이낙연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장만해주자”

    이낙연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장만해주자”

    “군대를 젠더 해법처럼 보진 말아야”“정예화 위해 모병제 확대할 필요”‘문자폭탄’ 논란엔 “절제해야 설득력 커져”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병제에 대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또 “군가산점제는 위헌이라고 판정이 났기 때문에 제대할 때 가능하면 사회출발자금을 3000만원 정도 장만해서 드렸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전 대표는 5일 공개한 ‘이낙연 TV’ 대담에서 “군대에 안 간 친구들이 그 시기에 저축할 수 있는 돈보다 비슷하거나 좀 더 많이 드려서 제대 후에 취업할 때까지 일단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괜찮아 보인다”고 이런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최근 비공개로 청년들을 만난 일화를 전하면서 “제가 20대 남성들께 ‘여성이 같이 징집되는 걸 원하냐’고 물었는데 ‘그것까진 아니다’는 대답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얻기 위해 각종 병역 대안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군대를 젠더 문제의 해법처럼 보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옛날처럼 100만 대군 60만 대군이 항상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더 정예화하는 길로 가고 있기 때문에 모병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군 복무가 사회 진출의 손해가 아니고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면 어떨까”라고 물은 뒤 “사병들이 ‘제대 후에 이런 분야로 가고 싶다’ 이러면 그쪽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부대에 배치해드린다거나 군복무가 이후 인생에 보탬이 되도록 최대한 배려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젠더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다”며 “어느 쪽이든 박탈감, 피해 의식이 없게 해드리면서도 그 남성이나 여성이 불안해하는 것, 또한 손해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채워드리는 것에 대한 굉장히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너무 요란스럽게 문제화하는 것보다 하나씩 하나씩 조용히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접근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된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에 대해서는 “의사표시의 방법이라고 보고 존중해야 하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절제가 있어야 설득력이 더 커진다는 것”이라며 ”설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문자를 보내겠지만 너무 거친 말씀을 쓰면 처음부터 외면하기 쉽다. 좀 절제를 하는 것이 의도가 더 잘 전달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광장] 병사 함부로 다루는 군대, 가고 싶지 않다/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병사 함부로 다루는 군대, 가고 싶지 않다/전경하 논설위원

    2005년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에 있는 육군교육사령부(TRADOC) 현장 취재를 간 적이 있다. 당시 취재를 도와줬던 미 8군사령부 소령이 한국에서는 자식을 군대에 보냈는데 왜 가족들이 이런저런 경비까지 부담하냐고 물었다. 대답은 못 하고 멀뚱히 쳐다만 봤다. 나도 이해 안 되는 내용을 영어로 설명하기는 지금도 어렵다. 당시 병장 월급은 4만 4200원. 올해 월급이 60만 8500원으로 대폭 올랐다. 하지만 병사 월급 인상이 정당한 대우의 바로미터는 아니다. 같은 기간 하사 월급(1호봉 기준)은 10만 1400원에서 167만 8100원으로, 소령 월급은 132만 2100원에서 299만 5400원으로 올랐다. 징병한 병사 월급이 장성급 월급보다 더 올랐고, 내무반 생활 등에서도 대우가 좋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명분으로 최근 병사들에게 행해진 일들은 만행에 가까워 21세기 대한민국 군대에서 벌어진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지켜야 했다는 방역 지침을 보면서 노예수용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 때문에 입소 3일 뒤 첫 양치, 8∼10일 지나 첫 샤워, 화장실은 2분 안에 사용. 여러 부대에서 휴가 다녀온 20대 병사를 2주간 격리시키면서 준 급식은 초중고 급식에도 한참 못 미쳤다. 휴대전화로 제보하지 못했다면 군에서 벌어진 만행들이 개선되는 데 얼마나 걸렸을까. 아니 문제라는 의식 자체를 하지 못했을 거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인건 육군훈련소장은 “화장실과 세면장 문제는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개선됐다”며 “과도한 수준의 예방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지난해는 얼마나 심했다는 이야기인가. 일주일에 3500명이 입소하지만, 코로나19 1차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훈련은 안 하고 대기만 했단다. 그 시간에 인원을 나눠 시설을 활용할 수는 없었나. 입소 전에 검사 결과를 받게 할 수도 있지 않나. 귀찮아서 안 했을까, 생각을 못 했나. 병사의 인격을 무시하고 마구 대해도 그간 문제가 되지 않는 탓일까. 김 소장은 2019년 동기 간 학대로 극단적 선택이 발생했던 51사단 사단장이었다. 그는 당시 방송사 인터뷰에서 “군의 부조리 이런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젊은 친구들이 생각이 깊지 않아 가지고…”라고 말했다. 김 소장뿐만 아니라 군 지도부는 ‘제보’가 생각이 깊지 않은 젊은이들이 군대에 와서 투정하는 것이라 생각하는가. 군대에서 상명하복과 기강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인권침해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공론화된 뒤에야 개선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징집 대상 남성에 대한 국가의 시각은 뭔가. 지금까지 지켜보면 ‘싸게 마구 부려먹을 인력’이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이남자’(20대 남자)들이 대거 야당을 선택하자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군에 간 것이 벼슬 맞다”며 군 복무자를 국가유공자로 대우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개헌을 해서라도 군 가산점 제도를 부활하겠단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군 가산점 제도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여성과 제대 군인이 아닌 남성을 부당한 방법으로 지나치게 차별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군 가산점은 6급 이하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과목당 만점의 3%(2년 미만 근무) 또는 5%(2년 이상 근무)인 탓에 당락을 좌우했다. 또 헌재는 가산점 제도가 재정적 뒷받침 없이 제대 군인을 지원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손 안 대고 코 풀었다는 의미다. 군 복무 문제는 과거 회귀가 아닌 미래지향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병역 자원의 감소, 기술 발달이 가져올 필요 병역 자원의 변화, 여자의 군대 참여 확대에 필요한 병영 개편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있거나 의무를 마친 국민에 대한 정당한 대우는 기본 조건이다. 모병제 전환의 가능성도 병역 자원 수급, 예산, 기회비용, 안보 등의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 복무 기간은 짧아지고 있지만 사회의 변화 속도는 더 빠르다. 여성가족부가 논의에 더 적극 참여해야 한다. 여성가족부의 영어 명칭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다. 여자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었다. 종종 존폐 논란에 휩싸이는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성평등가족부’로 성평등이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필요하고 유익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lark3@seoul.co.kr
  • 발명가 꿈꿨던 소년, 교회법 권위자로

    발명가 꿈꿨던 소년, 교회법 권위자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선종했다. 90세.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이날 “정 추기경께서 오늘 오후 10시 15분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하셨다”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지난 2월 21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정 추기경은 노환에 따른 대동맥 출혈로 수술 소견을 받았으나 주변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수술과 연명치료를 받지 않았다. 2006년 ‘사후 각막기증’ 등을 약속하는 장기기증에 서명했다. 고인은 1931년 12월 2일(호적상 7일) 서울 중구 수표동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태어난 지 나흘만인 6일 ‘니콜라오’라는 세례명으로 유아세례를 받았다. 어린이 도서관에서 과학자들의 위인전을 읽으며 발명가의 꿈을 키우던 고인은 1950년 4월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6·25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피신처에 떨어진 포탄은 눈앞에서 친척 동생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옥 같은 현실 앞에서 과학자의 꿈은 멀어져갔다. 국민방위군으로 징집됐던 그는 미군 군종 신부의 책장에서 ‘성녀 마리아 고레티’ 책을 읽게 됐고, 사제의 길을 갈 것을 결심했다. 결국 1954년 가톨릭대 신학부에 입학했다.고인은 1961년 3월 사제품을 받았다. 1968년 이탈리아 로마 우르바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교회법 석사학위를 받았고, 만 39세 때인 1970년에는 청주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국내 최연소 주교로 서품됐다. 이후 28년간 청주교구장을 지내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등을 지냈다. 1998년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이 교황청에 사직서를 내자 그가 후임 교구장으로 선택됐다.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4년간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했다. 서울교구장에 임명된 뒤로 신부들의 투표로 교구 지구장을 선출토록 해 지구 중심의 사목 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로 영웅시되던 2005년 6월, 그는 사제들에게 보낸 강론 자료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일종의 살인과도 같은 인간 배아 파괴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가톨릭계 생명운동의 대표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는 2006년 2월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한국에서는 고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 추기경이었다. 교황청이 한국 천주교의 위상을 인정한 것이지만 정 추기경은 자신을 높이지 않았다. 사목 표어도 주교 서품을 받으며 정했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2010년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 관련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4대 강 사업을 찬성하는 듯한 발언으로 내부적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정 추기경은 자타공인 ‘교회법 전문가’로 꼽힌다. 가톨릭교회는 1983년 새 교회법전을 펴냈는데, 당시 청주교구장이던 정 추기경이 교회법전 번역위원장을 맡아 동료 사제들과 한국어판 번역 작업에 나섰다. 1989년 라틴어-한국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내놓으며 결실을 봤다. 그는 교회법전, 교회법 해설서 15권을 포함해 50권이 넘는 저서와 역서를 펴냈다. 고인은 죽음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세상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행복을 염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이날 “최근 정 추기경님을 찾아뵈었을 때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장으로 치러지는 정 추기경 장례는 주교좌성당인 명동대성당에서 5일장으로 거행될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행복하세요” 정진석 추기경 마지막 인사

    “행복하세요” 정진석 추기경 마지막 인사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선종했다. 90세.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이날 “정 추기경께서 오늘 오후 10시 15분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하셨다”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지난 2월 21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정 추기경은 노환에 따른 대동맥 출혈로 수술 소견을 받았으나 주변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수술과 연명치료를 받지 않았다. 2006년 ‘사후 각막기증’ 등을 약속하는 장기기증에 서명했다. 고인은 1931년 12월 2일(호적상 7일) 서울 중구 수표동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태어난 지 나흘만인 6일 ‘니콜라오’라는 세례명으로 유아세례를 받았다. 어린이 도서관에서 과학자들의 위인전을 읽으며 발명가의 꿈을 키우던 고인은 1950년 4월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6·25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피신처에 떨어진 포탄은 눈앞에서 친척 동생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옥 같은 현실 앞에서 과학자의 꿈은 멀어져갔다. 국민방위군으로 징집됐던 그는 미군 군종 신부의 책장에서 ‘성녀 마리아 고레티’ 책을 읽게 됐고, 사제의 길을 갈 것을 결심했다. 결국 1954년 가톨릭대 신학부에 입학했다. 고인은 1961년 3월 사제품을 받았다. 1968년 이탈리아 로마 우르바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교회법 석사학위를 받았고, 만 39세 때인 1970년에는 청주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국내 최연소 주교로 서품됐다. 이후 28년간 청주교구장을 지내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등을 지냈다.1998년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이 교황청에 사직서를 내자 그가 후임 교구장으로 선택됐다.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4년간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했다. 서울교구장에 임명된 뒤로 신부들의 투표로 교구 지구장을 선출토록 해 지구 중심의 사목 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로 영웅시되던 2005년 6월, 그는 사제들에게 보낸 강론 자료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일종의 살인과도 같은 인간 배아 파괴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가톨릭계 생명운동의 대표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는 2006년 2월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한국에서는 고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 추기경이었다. 교황청이 한국 천주교의 위상을 인정한 것이지만 정 추기경은 자신을 높이지 않았다. 사목 표어도 주교 서품을 받으며 정했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2010년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 관련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4대 강 사업을 찬성하는 듯한 발언으로 내부적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정 추기경은 자타공인 ‘교회법 전문가’로 꼽힌다. 가톨릭교회는 1983년 새 교회법전을 펴냈는데, 당시 청주교구장이던 정 추기경이 교회법전 번역위원장을 맡아 동료 사제들과 한국어판 번역 작업에 나섰다. 1989년 라틴어-한국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내놓으며 결실을 봤다. 그는 교회법전, 교회법 해설서 15권을 포함해 50권이 넘는 저서와 역서를 펴냈다. 고인은 죽음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세상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행복을 염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이날 “최근 정 추기경님을 찾아뵈었을 때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장으로 치러지는 정 추기경 장례는 주교좌성당인 명동대성당에서 5일장으로 거행될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모든 이들 행복하길”…정진석 추기경 선종, 다 주고 떠나다(종합)

    “모든 이들 행복하길”…정진석 추기경 선종, 다 주고 떠나다(종합)

    1970년 최연소 주교2006년 국내 두번째 추기경청주·서울대교구장 42년 활동‘교회법전’ 번역·해설서 역작 평가신학생 때부터 번역·저술 50여권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이 27일 선종했다. 향년 90세.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이날 “정 추기경께서 오늘 오후 10시 15분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하셨다”며 “현재 장기기증 의사에 따라 안구 적출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발명가 꿈꿨던 소년 정진석, 최연소 주교에서 교회법 권위자로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은 최연소 주교로 발탁돼 42년간 청주교구·서울대교구장을 지낸 한국 가톨릭교회의 대표 인사다. 정 추기경은 어린 시절 발명가를 꿈꿨으나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고서 사제의 길을 택했다. 언제나 책과 가까웠던 그는 60년 사목 활동 중에도 독서와 집필을 놓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직에서 떠난 뒤로는 매년 책을 내는 학자형 신부였다. 그가 20년 가까이 교회법전을 번역하고 해설서를 펴낸 일은 한국 가톨릭계에 큰 자취로 남아 있다. 발명가를 꿈꿨던 소년, 가톨릭 사제가 되다 천주교계에 따르면 1931년 12월 2일(호적상 7일) 서울 중구 수표동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나흘만인 6일 ‘니콜라오’라는 세례명으로 유아세례를 받았다. 외할아버지가 당시 명동성당 사목회장이었을 만큼 집안 신앙생활은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교적 부유했던 외가에서 자란 그는 당시 서울 명동의 계성보통학교에 다닐 때 책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인근 소공동에는 일본인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다양한 책을 접했고 이때 발명가의 꿈을 키웠다. 그는 중앙중학교를 거쳐 6·25 발발 직전인 1950년 4월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발명가, 과학자의 길로 한 걸음 다가섰으나 불과 두 달 만에 터진 전쟁은 그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놨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가 정 추기경의 회고를 토대로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했던 ‘추기경 정진석’에는 그가 겪은 전쟁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 추기경은 1950년 9월 6촌 동생과 함께 은신해있던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만 폭격으로 무너져내린 서까래에 동생이 숨지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충격적인 사건은 그에게 동생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불러왔고, 후에도 그는 동생의 안식을 기도했다고 한다. 정 추기경이 사제가 되기로 한 데에는 책 한 권이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첫 번째 역서이기도 한 ‘성녀 마리아 고레티’이다. 한국전쟁에 국민방위군으로 징집됐던 정 추기경은 미군 통역병으로 일하며 알게 된 미군 군종 신부의 책장에서 이 책을 가져와 읽게 됐고, 성녀의 행적에 사제의 길을 갈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마리아 고레티 성녀’의 이야기는 그의 영혼에 크고 환한 빛을 비췄다. 희미하던 새벽의 어둠이 해가 뜨면서 사라져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제가 돼야겠다’”(허영엽 신부 책 ‘추기경 정진석’ 中) 당시 외아들을 신학교에 보내려면 주교의 허락이 필요했는데, 노기남 주교는 입학을 반대했다고 한다. 아들이 사제가 되기를 바랐던 정 추기경 어머니의 완곡한 부탁에 노 주교도 학교 입학을 허용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최연소 주교·청주교구장 28년…서울대교구장에 추기경 서임까지 1954년 신학교에 입학한 그는 1961년 사제품을 받았다. 신자들과 함께하는 신부로, 신학교 교사로, 교구장 비서로 봉직한 그는 1968년 로마 우르바노 대학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다. 후일 교회법 전문가로서 길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1년 반 만에 교회법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방학 때 미국 교회를 방문하는데 이곳에서 자신이 주교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당시 만 39세였던 그가 최연소 주교가 된 것이다. 그는 1970년 가난하고 힘들었던 청주교구장에 취임했다. 정 추기경은 첫 사목 표어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었다. 주교로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의 적극적인 사목활동으로 1970년 4만 8000명에 그쳤던 교구 신자 수는 1990년 8만명으로 불어났다. 그가 서울대교구장으로 부름을 받은 건 1998년이다.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정년을 맞아 교황청에 사직서를 내자 당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었던 그가 후임 교구장으로 선택된 것이다. 그는 2012년까지 14년간 서울대교구장을 지내며 여러 변화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된 뒤로 신부들의 투표로 교구 지구장을 선출토록 해 지구 중심의 사목 체제를 만들었다. 2000년에는 교구 시노드(synod)를 개최했다. 시노드는 교리와 규율 등을 전반적으로 토의하는 자문기구 성격의 교회 회의체다. 교구 시노드는 1922년 열린 이후 약 80년 만에 다시 개최된 것이다. 정 추기경은 청주교구장 때부터 생명을 사목활동의 맨 앞에 뒀는데, 2005년 비로소 생명 운동을 본격 추진할 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생명 운동의 연장선에서 그는 일찌감치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2006년 서울대교구 성체대회 당시 공개적으로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을 약속하는 사후 장기기증에 서명했다. 당시 서울대교구 사제 중 600여 명이 교구장이었던 정 추기경의 뜻에 함께했다.‘교회법’ 권위자…집필에 평생 바친 사제 정 추기경의 생애를 돌아볼 때 교회법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사제가 된 뒤 신학교 교사를 하며 라틴어를 익혔던 정 추기경은 1968년 로마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교회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유학 시절 라틴어-일본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는 그가 라틴어 교회법전을 한국어로 번역하겠다는 결심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청주교구장으로 있던 1983년 교회법 번역위원회를 출범하고, 교회법을 전공한 사제 10여명과 함께 교회법전 번역 작업에 돌입했다. 그렇게 시작한 장도는 1989년 라틴어-한국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내놓으며 결실을 봤다. 그는 역작을 낸 뒤로도 교회법을 쉽고 정확히 알리고 싶었던 바람을 놓지 않았다. 교회법 해설서를 틈틈이 쓰기 시작해 2002년까지 총 15권짜리 교회법 해설서를 완간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교회법에 매달린 성과였다. 정 추기경은 매년 책을 쓰는 신부로도 유명했다. 1955년 ‘성녀 마리아 고레티’를 시작으로 그가 우리말로 번역한 역서는 13권이다. 저서로는 1961년 낸 ‘장미꽃다발’부터 2019년 쓴 ‘위대한 사명’까지 45권에 이른다. 50권을 훌쩍 넘는 집필의 힘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독서에서 비롯됐다.명동성당서 선종미사…장례는 5일장으로 거행 정 추기경은 지난달 22일 병실을 찾은 서울대교구장 후임인 염수정 추기경 등에게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데, 빨리 그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하자. 주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해야 한다”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더욱 더 하느님께 다가가야 한다. 모든 이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정 추기경이) 25일 통장 잔액을 모두 필요한 곳에 봉헌하셨다. 당신의 삶을 정리하는 차원에서인지 몇 곳을 직접 지정해 도와주도록 했다”며 “나머지 얼마간의 돈은 고생한 의료진과 간호사들, 봉사자들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허 신부는 “당신의 장례비를 남기겠다고 하셔서, 모든 사제가 평생 일한 교구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그건 안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28일 0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미사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봉헌된다. 정 추기경은 이날 오후 10시 15분 노환으로 입원해있던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그의 시신은 선종미사 동안 명동성당 대성당에 마련된 투명 유리관에 안치된다. 정 추기경의 선종미사는 명동대성당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 그의 장례는 5월 1일까지 5일장으로 진행된다. 조문은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한 가운데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할 수 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취중생] “성별 갈등 키우는 이유가 뭔가요”…여성징집제 ‘MZ세대’의 생각은

    [취중생] “성별 갈등 키우는 이유가 뭔가요”…여성징집제 ‘MZ세대’의 생각은

    최근 여성도 징집 대상이 돼야 한다는 ‘여성징병제’ 주장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현역 자원 부족으로 여성도 군에 가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권에서 불을 붙이며 찬반 주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남녀 모두 최대 100일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와 모병제’를 제안했습니다. 정부로서도 공식적인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나흘 만인 지난 23일 서명 인원 20만명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청원 글을 올린 뒤 한 달 이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나 정부 부처에서 관련 답변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국회도 관련 논의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도 ‘여성 의무 군복무에 관한 병역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1만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국회청원심사규칙에 따르면 10만명 이상 동의할 경우 국민동의청원으로 접수돼 관련 상임위원회로 넘어가 관련법 개정을 논의하게 됩니다. 성별 갈등·소모적 논쟁으로 번지는 여성징병제론 하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성징병제 논란은 소모적으로 흐르는 모습이 다분합니다. 여성징병제 도입 시 미치는 효과 등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현실성이 없는 새로운 논쟁으로 확산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여성징병제 주장에 반대하는 ‘맞불’ 청원이 등장한 것입다. 지난 21일 “여성징병 대신에 소년병 징집을 검토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이 게시됐습니다. 청원인은 “현역 입영 자원이 부족하면 여성 대신에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을 징집해 달라”며 “대한민국 여성의 삶은 이미 지옥 그 자체인데 이젠 군역의 의무마저 지우려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징병제가 징벌적 성격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여성에게도 책임을 전가하는 남성의 분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남성들이 군 복무를 하며 느꼈던 박탈감과 분노가 여성징병제 주장 확산에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교수 시절인 2008년 논문을 통해 “군 가산점제 폐지 이후 군필자 보상 문제가 성별 논쟁으로 진전되면서 여성 징병제는 남성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출구가 되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MZ세대 “왜 성별 갈등 부추기나요” 그렇다면 최근 극심한 성별 갈등을 겪는 ‘MZ세대’(1980~2000년대생)는 여성징병제 주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MZ세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 결과 특히 여성들은 여성징병제 주장으로 성별 갈등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였습니다. 전근휘(28)씨는 “2030이 성별 갈등으로 싸우는 게 심각한 상황인데 이를 해결하려는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치권이 역이용해서 표심을 얻으려는 것 같다”며 “굳이 지금 이런 논의를 꺼낸다는 게 조금은 불편하다”고 전했습니다. 김승민(26)씨는 “모병제와 징병제 문제는 여자가 군대를 가야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국방 보안 이슈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남녀평등을 위해서 도입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책적으로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 하는데 괜히 성별 갈등으로 조장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의견의 남성도 있었습니다. 박경호(30)씨는 “정치인들이 젠더 이슈를 꺼내며 성별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다”며 “여성징병제 주장으로 성별 싸움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건전한 토론을 전제로 여성징병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홍모(29)씨는 “서로 보상 의식 때문에 더욱 날을 세우는 것 같은데 이럴 바야 차라리 여성징병제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며 “남자와 여자가 공평하게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대신 아이를 낳는 여성에게 또 다른 인센티브가 있다면 도입을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성 징병 문제를 성별 갈등이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징병제 도입의 취지가 남성의 고통을 분담하고 여성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면 안 된다”면서도 “이런 현상이 군의 인권 문제 등 남성이 겪는 군 복무의 어려움을 경감해주고 복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인 열린 토론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박용진 “女도 군사훈련”…진중권 “표나 얻자는 포퓰리즘”[이슈픽]

    박용진 “女도 군사훈련”…진중권 “표나 얻자는 포퓰리즘”[이슈픽]

    모병제 등 병역의무 관련 논의 불붙어‘여성도 징병’ 靑국민청원도 큰 관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모병제 전환과 ‘남녀평등복무제’ 도입 제안에 대해 “‘이대남’(20대 남성)을 위해주는 척하면서 그들을 ‘조삼모사’ 고사의 원숭이 취급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중권 전 교수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게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너희들이 끄집어낸 교훈이냐”고 꼬집었다. 박용진 “모병제 전환하고 남녀의무군사훈련 받자”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19일 출간한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모병제 전환’과 ‘남녀의무군사훈련’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현행 징병제를 폐지하되 남녀 모두 40~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실시해 예비군으로 양성하자는 구상이다. 박용진 의원은 18일 이같은 제안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며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를 기반으로 최첨단 무기체계와 전투수행능력 예비군의 양성을 축으로 하는 정예강군 육성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까지 군사훈련을 받도록 함으로써 전체 병역 자원을 넓히면서도 청년 세대의 경력단절을 줄이고 사회적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40~100일간의 기초군사훈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나이까지 연간 일정 기간의 재훈련을 받는 예비군 제도를 결헙해 의무병제를 기반으로 하고 모병제를 주축으로 군대를 유지하자고 했다. 온 국민이 국가비상사태 시 군인으로 소집될 수 있는 방안으로 대규모 군대를 상비군으로 유지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줄일 수 있으면서 군사력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사회적으로 병역가산점 제도를 둘러싼 불필요한 남녀 차별 논란을 종식시킬 수도 있고, 병역 의무 면제 및 회피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진중권 “2030 표 얻겠다는, 실현가능성 없는 포퓰리즘” 이에 진중권 전 교수는 “모병제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목표이나,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모병제로 가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실현 가능성 없는 ‘입술 서비스’로 2030 표나 좀 얻어보겠다는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또 “나름 진보적이라고 안티 페미니즘의 복용량을 적절히 조절해 내놓은 제안”이라며 “속 들여다보인다. ‘이대남’을 위해 주는 척하면서 그들을 조삼모사 고사의 원숭이 취급하는 것”이라고 맹폭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또 다른 글에서 “징병제 주장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면서 ⓵태평양전쟁 시 일본형 ⓶현재의 한국남자형 ⓷노르웨이형 등으로 분류했다. ⓵은 “‘군인이 돼야 국민이 될 수 있으니, 국민이 되기 위해 우리도 군대 보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용진 의원의 안은 ⓵의 뒤집어진 형태”라며 ‘여성들도 군대 가는 것으로 남성들 불만 잠재우고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 받으시라’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⓶는 ‘남자는 봉이냐? 여자도 군대 가라’는 주장이라며 “(만약 여성들이 군대에 가면) 또 ‘편한 보직만 골라받았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⓷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대체로 성평등이 이뤄졌으니 군대에서도 마땅히 성평등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오는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를 “성차를 중립화하기 위해 양성 복무를 결정한 급진적이고 이상적인 제도”라며 “남녀가 같이 방을 쓰면서 성차별·성의식이 사라지고 상대를 남녀 대신 그냥 동료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을 비롯한 큰 나라들은 징병제를 철폐하고 모병제를 채택한다”면서 “내 취향을 말하자면 최선은 노르웨이, 차선은 독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대남’ 표심 잡으려 군복무 우대정책 쏟아내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원인 중 하나로 ‘여성에 비해 역차별 받고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민주당에선 20대 남성 표심을 겨냥한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민주당 최연소 초선인 전용기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군 가산점 재도입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위헌이라서 다시 도입하지 못한다면, 개헌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최소한의 보상은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 또한 이날 페이스북에 “군 복무를 마친 전역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가공무원법 개정 등을 통해 전국 지자체에서 채용 시 군에서의 전문 경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여성도 징병’ 靑국민청원 사흘만에 4만 4천명한편 ‘여성도 남성과 같이 징병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지난 16일 올라온 지 사흘 만에 사전 동의 4만 4000명을 넘어섰다. 사전 동의 100명 기준만 충족하면 청와대가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데, 이 청원은 지난 17일 하루 만에 사전 동의 1만명을 넘어서며 관심을 모았다. 청와대의 공개 결정 전이기 때문에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검색은 불가능하며, 해당 글을 바로 볼 수 있는 연결주소(URL)로 접속해야만 볼 수 있다.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서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달라”며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의 징집률 또한 9할에 육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서 높아진 징집률만큼이나 군 복무에 적절치 못한 인원들마저 억지로 징병 대상이 돼버리기 때문에 국군의 전체적인 질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청원인은 “그 대책으로 여성 또한 징집 대상에 포함해 더욱 효율적인 병 구성을 해야 한다”면서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또 “현재는 예전 군대와 달리 현대적이고 선진적인 병영 문화가 자리 잡은 것으로 안다”며 “여성들도 인지하고 있으며, 많은 커뮤니티를 지켜본 결과 과반수의 여성도 여성 징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청원인은 “성 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정부는 여성 징병제 도입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청와대는 사전 동의 100명 이상 청원 글에 대해 내부 검토 절차를 거쳐 게시판에 ‘진행 중 청원’으로 공개한다. 이 청원도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日전범 몰려 11년 옥살이… 恨 못 풀고 떠난 이학래옹

    日전범 몰려 11년 옥살이… 恨 못 풀고 떠난 이학래옹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B·C급 전범으로 전락한 한국인 피해자 모임인 ‘동진회’를 이끌던 이학래 동진회 회장이 지난 28일 외상성 뇌출혈로 별세했다. 96세. 전남 출신인 이학래옹은 17살이던 1942년 돈을 많이 벌게 해 준다는 일제의 포로 감시원 모집 공고에 속아 징집됐다. 태국과 미얀마를 잇는 다이멘 철도 부설 현장의 포로 감시원이던 그는 종전 후 싱가포르에서 연합군이 연 전범재판에서 연합군 포로를 학대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태평양전쟁 관련 A급 전범에는 침략전쟁을 기획·시작·수행한 지휘부, B·C급 전범엔 상급자 명령 등에 따라 고문과 살인 등을 행한 사람들이 해당한다. 포로 감시원은 이들보다 위치가 낮았지만 연합군 포로와 직접 접촉했다는 이유로 B·C급 전범이 되는 일이 많았다. 이옹과 같은 한반도 출신 조선인 중 148명이 일제 전범으로 분류됐고 23명이 사형당했다. 고인은 사형 판결을 받긴 했지만 감형돼 도쿄 스가모형무소에서 11년을 복역했다. 이옹은 일본 국적자에 준한다는 판단으로 전범 처벌을 받았음에도 일본 정부의 전후 보상 대상에선 제외됐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발효로 인해 한반도 출신인 이옹은 일본 국적을 상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인은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을 모아 택시 회사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 가는 한편 동진회를 만들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999년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판결을 내렸고, 이후 일본 정치권에 한국인 전범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 입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해 왔다. 그는 지난해 6월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전범으로 분류된 일본인에게는 보상 연금 등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보상이나 사과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끝내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옹에 대한 명예회복은 2006년 늦게나마 한국에서 이뤄졌다. 한국 정부는 그해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한국인 B·C급 전범자를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했다. 일본에 거주했던 이옹에게 비록 지원과 보상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조국으로부터 강제동원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벚꽃 시즌’ 꽃놀이 대신 청소년들이 읽을만한 문학은

    ‘벚꽃 시즌’ 꽃놀이 대신 청소년들이 읽을만한 문학은

    벚꽃이 만개하는 봄날씨가 무르익었지만, 코로나19 위협은 여전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꽃놀이 가기는 망설여진다. 청소년들이 집에서 독서를 통해 문학적 감수성을 함양하기에 좋은 계절이나, 학부모로서는 중고등학생 자녀들에게 어떤 책을 읽게 할지 고민이다.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가 교육 현장의 교사, 사서,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발간한 ‘2021 추천도서목록’을 통해 추천한 청소년 문학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중학생에겐 청소년 소설집, 과학·역사 소설 등 추천 중학생들을 위한 문학으로는 ‘격리된 아이’,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 ‘녹두밭의 은하수’, ‘번개 소녀의 계산 실수’ 등이 있다. ‘격리된 아이’(김소연·윤혜숙·정명섭 지음, 우리학교 펴냄)는 코로나19와 관련된 기획 소설집으로 청소년 관점에서 쓴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바이러스 확산세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어른과 부딪히는 불합리한 대우와 억울함 등의 심리를 담았다.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김성일 지음, 돌배게 펴냄)는 소설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한 과학소설로 태양계가 기업들의 경제 식민지가 된 시대를 배경으로 다뤘다. 여우, 알렉스, 슈잉 세 인물의 시점에서 우주여행, 미래 기술 등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크다. ‘녹두밭의 은하수’(안오일 지음, 다른 펴냄)는 ‘백성이 곧 하늘’이라는 사상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동학혁명이 배경인 소설이다. 동학군과 토벌군의 대치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우리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게 한다. ‘번개 소녀의 계산 실수’(스테이시 매카널티 지음, 강나은 옮김, 씨드북 펴냄)는 번개를 맞고 생긴 후천적 서번트증후군으로 수학 천재가 된 루시가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며 겪는 이야기다. 수학 천재 이야기지만 전혀 수학적이지 않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등학생에겐 수준 높은 전기·에세이도 추천 고등학생을 위한 문학 도서로는 ‘고집쟁이 작가 루이자’, ‘나는 아동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 워커입니다’ ‘너의 플레이리스트’,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등이 있다. ‘고집쟁이 작가 루이자’(코닐리아 매그스 지음, 김소연 옮김, 윌북 펴냄)는 영화로 개봉됐던 작은 아씨들의 원작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전기다. 1933년 출간된 책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번역됐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지만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건 아니었다는 이가 고전으로 회자하는 작품 작가가 되는 과정은 대리 만족과 통쾌함을 준다. ‘나는 아동 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 워커입니다’(안도 사토시 지음, 강물결 옮김, 다봄 펴냄)는 아동삼당소 직원인 저자가 겪는 일상을 그린 에세이다. 실제 사례를 통해 아동 보호 및 학대 방지에 관한 이론이나 실제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너의 플레이리스트’(마이클 루벤스 지음, 장혜진 옮김, 봄볕 펴냄)는 몰래 사라진 아빠, 자식을 선거운동에 이용하는 아빠, 죽도록 두들겨 패는 아빠 등 아빠가 아닌 아빠를 가져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무대에서 노래하지 못한 오스틴이 선망하던 뮤지션 셰인 테일러를 만나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유쾌하고도 슬프다.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이지아 지음, 스윙테일 펴냄)은 환상적 우주 공간과 미래 지구의 모습, 인공지능을 다룬 소설이다. 버려졌던 우주선 티스테가 어레스 박사에게 발견돼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중고생 모두가 읽을 수 있는 가족, 전쟁의 상흔 이야기 등도 주목할 만 중고등학생 모두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문학 도서는 ‘곰의 부탁’, ‘구름사냥꾼의 노래’ , ‘귤의 맛’,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 ‘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 등이 있다. ‘곰의 부탁’(진형민 지음, 문학동네 펴냄)은 성장의 경계에 선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삶의 이야기 7편이 실려 있다. 친구의 성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나,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려고 피자집 알바에서 배달 대행 알바로 갈아탔다가 낭패를 본 종민이 이야기들이 뭉클하다. ‘구름사냥꾼의 노래’ (알렉스 쉬어러 지음, 윤여림 옮김, 미래인 펴냄)는 미래에 지구의 핵이 폭발해 땅이 흩어져 섬이 돼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시대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크리스찬이 구름사냥꾼이자 전학생인 제닌을 만나며 겪는 모험을 담았다.‘귤의 맛’(조남주 지음, 문학동네 펴냄)은 ‘82년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가 쓴 청소년 소설로 중학생 4명이 타임캡슐을 묻으며 한 약속을 전후로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간다. 이혼한 부모와 어려운 가정 형편 등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아이들의 성장기를 따뜻하게 그렸다.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제니 재거펠드 지음, 김아영 옮김, 리듬문고 펴냄)는 엄마의 이혼으로 외할머니댁으로 이사한 12살 시게가 전학을 앞두고 인생을 바꾸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소설이다. 외톨이 소년 시게가 인스타그램 스타인 유노를 만나며 겪는 이야기를 묘사했다. ‘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문영숙 지음, 서울셀렉션 펴냄)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열여섯 살 나이로 북한 인민군에 징집돼 끔찍한 경험을 하다 남한에 남게 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소설이다. 고향, 가족,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램지어, 식민사관 옹호”… 하버드 한인 총학생회의 일갈

    “램지어, 식민사관 옹호”… 하버드 한인 총학생회의 일갈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 로스쿨 교수에“사기·인신매매 빼고 극히 일부 사례 키워”학교·저널에 영문 번역 성명서 전달 예정“학생들과 대화 뜻 밝힌 건 변화의 움직임”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정의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두고 하버드대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 사과와 논문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과대 단위 학생회인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 하버드대 학부 한인 유학생회(KISA), 하버드대 한인 총학생회(HKS) 등이 연이어 비판 성명을 내는 등 규탄의 목소리가 높다. 하버드대 재학생·졸업생 등 약 600명이 모인 하버드대 한인 총학생회는 지난 8일 공개한 규탄 성명에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매우 편향되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결론”이라며 “전쟁 성폭력 피해 여성을 매춘부로 지칭해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식민사관을 옹호한다”고 비판했다. 또 “위안부 여성 징집 과정에서 자행된 사기, 인신매매, 납치 등의 사례는 무시하고 극히 일부의 한국인 중간 공급자 사례만을 예시로 들며 징집 과정 전체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인 총학생회는 한국어로 작성된 해당 성명을 영문으로 번역해 11일 하버드대와 논문이 게재될 저널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에 전달할 예정이다. 정우원 총학생회장은 “램지어 교수에게 사과를 받고 다음달 저널에 논문이 실리는 것을 막는 것이 목표”라면서 “전체 하버드대 한인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논문에 대해 응답하지 않던 램지어 교수가 ‘학생들과 대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변화의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도 아시아태평양계학생회 등과 함께 “인권침해와 전쟁범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9일까지 1000명이 넘는 미국 전역의 법대 학생들이 이 성명에 동참했다. 하버드대 학부 한인 유학생회도 “교수의 공식 사과와 논문 철회, 하버드대의 공식 규탄을 요구하는 청원을 게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ICC, 소년병 출신 우간다 반군 사령관에 유죄 선고

    ICC, 소년병 출신 우간다 반군 사령관에 유죄 선고

    소년병 출신 우간다 반군 사령관에게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유죄를 선고했다. 반군에 납치돼 소년병이 된 ‘피해자’이긴 하지만, 성인이 된 뒤 그가 저지른 살해·고문·가간 등의 끔찍한 악행엔 책임져야 한다고 ICC는 밝혔다. ICC 제9재판부는 4일(현지시간) 2002년 7월부터 2005년 12월 우간다 북부 일대에서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도미니크 옹그웬(45)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옹그웬은 우간다 반군인 ‘신의 저항군’(LRA) 내 4개 여단 중 ‘시니아 여단’ 사령관으로, 민간인을 살해·고문하고 여성들을 강제로 자신과 자신의 병사들의 배우자로 삼고 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자신도 9살 때 납치돼 소년병이 됐지만, 옹그웬은 15세 미만 소년을 징집하는 일에도 직접 나섰다고 ICC는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는 “옹그웬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검사는 “자신이 어릴 때 겪은 끔찍한 범죄들을 이후 스스로 저지른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베르트람 슈미트 주심 재판관은 검사 측 주장을 수용해 “이번 재판은 옹그웬이 완전히 책임질 수 있는 20대 중후반의 성인이 된 이후 LRA 사령관으로서 저지른 범죄에 관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LRA는 1986년 우간다 정부에 대항해 봉기해 우간다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민주콩고 등지에서 10만명 이상을 살해하고 어린이 6만명을 납치해 소년병을 만든 무장단체다. LRA 총사령관인 조셉 코니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응그웬은 2015년 1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주둔 미군에 투항해 ICC에 인계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병역기피 혐의’ 석현준, 해외체류 연장 소송 패소…의도적 미귀국 논란

    ‘병역기피 혐의’ 석현준, 해외체류 연장 소송 패소…의도적 미귀국 논란

    4년 전부터 체류 연장 시도했으나 불발‘입영위한 가사정리’ 연장허가 받고 미귀국 지난해 병역기피자 명단에 오른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 석현준(30·트루아)이 4년 전부터 해외체류 연장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전날 석현준이 경인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 청구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자신의 국외여행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병무청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지난해 6월 법원에 소장을 냈지만, 1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병역이행 대상자의 국외여행 허가 제도는 ‘일반 국외여행(연장) 허가’와 ‘국외이주사유 허가’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유학, 해외 취업 등을 목적으로 일반 허가를 받으면 통상 만 27세까지 해외에 체류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국외이주사유로 인한 연장 허가는 본인이 영주권을 취득했거나, 영주권을 취득한 부모와 같이 거주하는 경우 등에 한해 최대 만 37세까지 해외에 체류할 수 있다.현역병 입영 등 징집 및 소집의무가 면제되는 나이가 만 38세이므로, 일반 허가에 비해 인정 요건이 훨씬 더 까다롭고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생인 석현준도 처음엔 ‘일반 허가’를 받고 해외에서 체류했다. 그러다 만 26세이던 2017년 ‘영주권을 취득한 부모와 함께 거주 중’이라는 사유를 들어 병무청에 국외이주사유 허가를 신청했지만 불허됐다. 석현준 본인은 영주권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만큼 체류 기한이 끝나는 만 27세(2018년)가 되기 전 미리 연장 허가를 받아놓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석현준은 병무청 결정에 불복해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지난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패소한 것이다. 석현준의 항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석현준이 2017년부터 해외 체류 연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법적·도의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석현준은 국외여행기간 연장 허가가 불허된 상태에서 2019년 초 ‘입영을 위한 가사 정리’를 사유로 들어 병무청으로부터 한시적으로 체류 연장 허가를 받았다. 이는 입영 전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할 수 있도록 3개월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국외여행을 허용·연장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석현준은 특별 허용 기간이 끝나는 그해 3월 말까지도 귀국하지 않아 4월 1일부로 ‘국외 불법 체재자’가 됐다. 이에 병무청은 석현준을 병역법 94조(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으며, 지난해 공개된 ‘2019년 병역기피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석현준은 귀국시 관련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며, 이와 별개로 병역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다만 현행법상 병역기피자를 강제로 귀국하게 할 방법은 없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다시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석현준은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저니맨’이다. 체격과 힘을 갖춘 스트라이커로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2011년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서 프로로 데뷔했으나, 이후 좀처럼 한 팀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임대와 이적으로 14번이나 팀을 옮겼다. 그런 가운데서도 10년 가까이 한 번도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유럽과 터키, 중동에서만 프로 경력을 이어왔다. A대표팀에서는 15경기에 출전해 5골을 기록했다. 2018년 11월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 뒤에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는 2016 리우 올림픽에도 출전해 조별리그에서 3골을 기록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독립운동가 후손의 일침 “할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의 일침 “할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 사진을 올리며 “대충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비하해 논란이 된 웹툰 작가 윤서인. 독립운동가 후손은 “허름한 시골집을 가지고 그 사람의 삶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자랑스러운 할아버지를 둔 후손으로 풍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일침했다. 윤서인은 사건 초기 “논란이 된 글은 너무 짧게 쓴 게 실수”라고 사과하는 듯 했지만 광복회의 위자료 소송 예고에 “정말 이게 법원에서 인용이 될 거라고 생각하심? 이게 인용된다면 법원 문 닫아야지. 소송비 수십억은 그 가난하다는 독립운동가 후손들한테 걷으시는지 궁금?”이라며 본래의 태도를 유지했다. 더 나아가 광복회 소송을 대리하는 정철승 변호사가 자신을 ‘하찮은 자’라 표현했다며 모욕·명예훼손·협박을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윤서인이 올린 사진에서 친일파 후손의 집은 으리으리했다. 그에 비해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은 허름한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친일잔재가 청산되지 않은 씁쓸한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허름한 시골집은 조병진 애국지사의 딸이 살았던 곳이었다. 조병진 선생은 경북 영천에서 ‘대한독립만세’라고 쓴 깃발과 태극기를 제작하고 1919년 3·1 운동 당시 1000여명의 사람들과 만세를 부르면서 시위를 주도했다. 일본 경찰에게 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태형 90대와 고문을 받고 불구의 몸이 됐고 1961년 서거했다. 정부는 선생의 공헌을 기려 1992년에 대통령 표창을 추서했다.조병진 선생은 슬하에 3남 1녀를 두었고, 현재는 모두 세상을 떠났다. 독립운동가 조병진 선생의 증손자는 20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윤서인이 비하한 독립운동가 조병진 님의 손자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최근의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조병진 선생의 손자는 “할아버지가 생활하신 시골 생가는 지금 저의 어머니가 혼자 지키고 있다”라며 “대한민국의 서민들이라면 모두가 겪었을 일제강점기 암울하고 힘든 시기를 저희 집안도 함께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장남 즉 저의 할아버지는 일제 징용에 징집되어 중국 산둥성 부근에서 징집된 지 한 달도 안 되어 전사하시는 슬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에 부역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조그마한 힘이라도 함께 한 할아버지의 인생을 대충 살았다고 폄하한 윤서인 씨에게 묻고 싶다. 과연 잘살고 있는 친일파 후손들은 그 조상들이 자랑스러울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가슴 한구석에는 부끄러움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꼭 그러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손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3·1절이나 광복절 기념식에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초대되어 다녀오시며 자랑스러워하셨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약주 한잔하시면 독립운동을 하셨던 할아버지를 자랑하시던 아버지를 저는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해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손자는 “잘못된 시선을 가진 사람들에게 말하려 한다. 독립운동을 한 할아버지나 그 후손들은 결코 이 시대를 대충 살지 않았으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이 시대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비록 경제적으로 친일파 후손들보다 어려울지라도 정서적으로, 자랑스러운 할아버지를 둔 후손으로 풍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 손 들어준 법원… 애매하게 뒷짐 진 외교부

    위안부 할머니 손 들어준 법원… 애매하게 뒷짐 진 외교부

    “피고 일본국은 원고들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5년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앞세워 재판 자체를 거부해 온 일본 정부를 상대로 힘겹게 싸워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일본의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지난 8일 오전 10시쯤 고 배춘희 할머니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사건의 1심 결과가 나왔는데 그로부터 1시간 30분도 안 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가 일본 외무성 청사에 초치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키바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 자리에서 남 대사에게 “매우 유감이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현을 써 가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법상의 주권 면제 원칙에 따라 각하 판결이 나올 줄 알았던 일본 정부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본의 반발이 거세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약 20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일본 정부 측에 과도한 반응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 분명하게 짚고 한국 법원의 판결 취지를 설명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일본의 과도한 반응에 대해 “유감”이라고 맞받아치지도 않았다. 오는 13일 고 곽예남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이 나면 일본이 또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때도 과도한 반응을 자제해 달라는 식의 대응을 하는 것은 피해자 중심주의에도 맞지 않는 대처법이다. 외교부가 대변인 논평에서 밝힌 대로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 그에 맞는 대처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日, ICJ 판결 근거로 “다른 국가 재판 못해” 스가 총리가 지난 8일 위안부 판결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로 “국제법상 주권국가는 타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국제법의 최상위 규범인 ‘강행규범 위반’이라는 한국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재판 시작부터 끝까지 주권면제 원칙만 외친 셈이다. 주권면제는 1648년 웨스트팔리아 조약 체결 이후 근대 주권국가가 탄생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국가 자체의 법적 실체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과 그 나라의 재산은 법정지국의 재판권(사법관할권)과 강제집행(집행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국가면제’라는 개념과 혼용돼 쓰이고 있다. 각국의 실행을 통해 확립된 국제관습법상의 법리로 일본 입장에서는 ‘강력한 방패’다. 국가 간 분쟁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유엔의 국제사법재판소(ICJ)도 주권 면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번 판결 이후 일본 언론에서 언급하는 ‘페리니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강제 노동을 한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제범죄의 경우 보편적 민사관할권이 인정되기에 주권 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ICJ는 2012년 “당시 나치 독일의 행위는 국제법상의 범죄이나, 주권 면제가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결정했다. 일본은 ICJ 제소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 정부가 불응하면 성립이 안 된다. ●“재판받을 권리 중요” 주권면제론에 도전 위안부 할머니 손을 들어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정곤)도 주권 면제 인정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던 만큼 ICJ 판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판결문에도 페리니 사건이 언급돼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제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반인권적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가했을 경우까지도 최종적 수단으로 선택된 민사소송에서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과가 도출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시 ICJ의 소수의견과 맥을 같이한다. 압둘카위 아메드 유수프 재판관은 “중대한 인권침해의 경우 다른 피해 구제책이 없으면 주권 면제 원칙에 예외를 둬서라도 피해자 국가의 법원이 가해국을 상대로 구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2005년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피해자 권리 기본원칙’에도 개별 국가는 피해자의 ‘사법에 접근할 권리’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주권 면제 법리를 적용해 피해자의 구제를 봉쇄하고 배상 문제를 미해결인 채로 남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ICJ 판결 후인 2014년 “국제인도법 위반·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주권 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위헌 결정을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백범석(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 경희대 교수는 지난 5일 ‘일본군 위안부 소송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주권 면제의 예외와 제한은 대부분의 경우 개별 국가의 국내 입법과 법원 판결을 통해 변화·형성돼 왔다”면서 “어쩌면 하나의, 때로는 일견 고립돼 보이는 국내 법원의 판결이 오늘날 국제사회가 추구해 나가는 국제인권규범 형성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위안부 합의’ 또 수면 위로… 日오해 풀어야 일본 정부가 이번 판결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내세운 또 다른 근거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다. 청구권 협정 2조 1항에는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2015년 위안부 합의에도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나와 있다. 일본 내에서는 이미 양국 간 합의가 된 이슈인데도 한국이 계속 문제를 삼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만했다. 이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일본의 오해를 풀기 위해 적극적인 설명을 해야 하는데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쟁점화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안부 판결 후 6시간 30분 만에 낸 3줄짜리 외교부 대변인 논평에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년 전에는 “당사자인 할머니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2015년 합의는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해놓고선 위안부 합의가 공식 합의라는 점만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일본에 공격의 빌미를 준 ‘불가역적’이란 표현도 위안부 합의 당시 한국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일본 측 사죄가 불가역적이어야 한다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하지만, 합의문에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불가역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바뀌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를 표명한다고 한 부분에도 불가역적이란 표현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리화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에 ‘족쇄’가 되는 표현을 삭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도 당시 합의는 공식 합의였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정부 “공식합의라…” 법원 “적용대상 아냐” 오히려 재판부가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이나 위안부 합의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해석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구제에 나선 모습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제강점기 일본 정부에 의해 징집됐던 군인, 군속 등 피해자들도 연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더이상 뒷짐 지고 있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으면 원고들이 한국 내 일본 정부 자산을 강제 집행하는 절차를 밟으면서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따라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봉태 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장은 “일본 정부가 맡겨 놓은 10억엔 처리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이 돈을 피해자 배상금으로 지급하는 데 일본 정부가 동의를 해 줄 수 있는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동의를 하면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과의 강제 동원 배상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95세에도 피아노 건반 두드리는 제갈삼 전 교수, “좌우명은 ‘잔심’”

    95세에도 피아노 건반 두드리는 제갈삼 전 교수, “좌우명은 ‘잔심’”

    “피아노와 난 하나지, 이것 없으면 어찌 살겠어?” 만 96세로 국내 최고령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제갈삼 전 부산대 교수. BBC 코리아는 지난달 초 부산 자택에서 만난 제갈 교수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 잡혔지만 피아노 건반을 가르는 손가락은 가볍고 경쾌하기만 했다고 지난달 26일 전했다. 제갈 교수는 일제 강점기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소학교를 졸업한 뒤 대구사범학교(5년제 중고등 교육기관)에 진학해 14세 때 피아노 특기생으로 뽑혔다. 10대 시절 큰 형이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야학을 세웠는데 누나가 음악 교사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 계기가 됐다. “지금 생각해도 참 멋진 일이야. 어느날 누님이 하얀 한복을 입고 야학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거야. 그게 내 눈에 천사로 보였어, 천사…. 내가 피아노를 하게 된 동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제갈 교수는 사범학교 졸업 후 19세 때 대구 수창국민학교에서 음악교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한국전쟁이 터졌다. 청년이면 누구라도 길을 걷다가 강제로 징집되는 시기였다. “책 사려고 부산 거리로 나왔는데, 딱 잡혀버린 거야. 잡혀갈건데 옆에서 어떤 이가 날 보고 ‘선생님!’하고 부르는 거야. 그러니까 경찰관이 ‘뭐? 이분이 너 선생님이야?’한 거지. 그래서 내가 살았다. 그때 교사는 살려줬다고….” 제갈 교수는 부산여중, 경남여고에서 음악교사를 하다가 부산대 음악학과 교수로 1991년 정년 퇴임했다. 그 뒤에도 크고 작은 무대에 서는 등 지금껏 연주를 쉬지 않고 있다. 시력이 좋지 않아 악보는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손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일일이 생각해서 하는 게 아니고 손이 다 외우고 있어. 희한해요, 이게. 젊은 시절 열심히 해놓은 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부인과 사별하고 기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오후 피아노 연습은 빼먹지 않는다. ‘꾸준히 하는 마음’이 그를 지치지 않게 한다고 했다. “잔심(殘心)이란 말이 있어요. 사전을 찾아보니까 이건 꾸준히 하는 마음을 뜻해요. 내가 피아노를 꾸준히 치는 것도 잔심이야. 이 말이 참 좋지.” 지난해 7월 11일 제갈 교수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최고령 기네스 음악회’를 연 것이다. 1946년 악보 대신 건반을 두드리며 작곡한 독주곡 ‘감각적인 환상곡(판타지아 센티멘탈)’과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 전 악장을 연주했다. 제자인 소프라노 김유섬(창원대 교수)이 스승이 동료 문학 교사로 교유했던 고 김춘수 시인의 시에 선율을 붙인 가곡 ‘네가 가던 그날은’과 한하운 시인의 시에 선율을 입힌 ‘보리피리’를 들려줬다. 100세에 단순히 피아노 연주를 한 기록은 있지만, 음악가가 자신의 이름으로 90대에 음악회를 개최한 건 폴란드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외에는 없었다. 루빈스타인은 95세이던 1982년 세상을 떠났다. 기네스 등재는 진행 중이다. 그는 “내가 할 수 있으면 해보자, 이런 마음에서 한 것이지 뭔가 도전 의식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무리해서 뭔가 도전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매일 피아노 치는 이유는 그거예요. 이렇게 기회가 허락하면 하려고 하는 거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돼요.” 제갈 교수는 자신의 연주가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다음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주변 상황이 어려워지면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 그래도 기본은 ‘큰 힘을 믿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라’는 것 말고는 없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임신하면 공인중개사 폐업?… 공정위 “휴업 가능하게 법 개정”

    그동안 여성 공인중개사가 임신·출산으로 일을 장기간 쉬어야 하는 경우 ‘휴업 사유’로 인정되지 않아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시대착오적 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23건의 경쟁제한 규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가 6개월을 초과해 휴업할 수 있는 사유로 질병으로 인한 요양, 징집으로 인한 입영, 취학 등이었다. 임신·출산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임신·출산으로 장기간 쉬어야 하는 여성 공인중개사의 경우 부동산을 아예 폐업 처리하고 추후 재창업을 하는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여성 공인중개사가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해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을 내년 상반기 중 개정해 휴업 사유에 임신·출산을 추가하기로 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군복무 손자 걱정에 매일 CCTV에 안부 전하는 中 할머니 (영상)

    군복무 손자 걱정에 매일 CCTV에 안부 전하는 中 할머니 (영상)

    군 복무 중인 손자가 걱정됐던 할머니는 매일 집 근처 CCTV에 대고 안부를 물었다. 28일 중국군사텔레비전은 중국 소수민족인 야오족 할머니 한 명의 가슴 찡한 모정을 소개했다. 일흔둘 할머니의 손자는 지난해 9월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준군사조직인 무장경찰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손자의 고된 군 생활 걱정에 노심초사하던 할머니는 얼마 전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손자가 부대에서 집 인근 CCTV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그 후로 할머니는 매일같이 CCTV 앞으로 가 손자의 안부를 물었다. 가족을 그리워할 손자를 위해 친척까지 우르르 몰고 와 인사를 시켰다. 시도 때도 없이 CCTV 밑을 서성이며 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그냥 나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몸 조심해라”고 인사를 건넸다.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런 할머니를 본 손자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허난총대 자오쭤지대 소속 판하이얀 병사는 “걱정해주시는 할머니를 보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면서 “비록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할머니를 볼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할머니는 자기 걱정하지 말라셨지만 걱정을 안 할 수는 없다. 할머니가 항상 내 걱정만 하시는 걸 안다”고 설명했다. 판 병사는 또 “할머니가 자랑스러워하시는 군인이 되기 위해 앞으로 열심히 복무하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은 만 18세 이상의 남성은 군 복무 의무가 있는 징병제 국가다. 하지만 인구가 너무 많아 징병제로는 병사 2000만 명을 감당해야 하는 탓에, 자원입대 형식의 모병제를 병행하고 있다. 판 병사는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준군사조직인 무장경찰 허난총대 자오쭤지대 소속으로 징집됐다. 무장경찰은 폭동과 시위 진압 등을 전문으로 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임신하면 공인중개사 폐업?…공정위 “휴업 요건에 임신·출산 추가”

    임신하면 공인중개사 폐업?…공정위 “휴업 요건에 임신·출산 추가”

    기존 공인중개사법 ‘휴업 요건’ 까다롭게 규정취업은 인정하지만, 임신·출산은 요건에 없어임신·출산으로 장기간 쉬면 폐업 후 재창업해야공정위 “여성 중개사 증가…상반기 중 개정” 지금까지 여성 공인중개사는 임신·출산으로 일을 장기간 쉬어야 하는 상황이 ‘휴업 사유’로 인정되지 않아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시대착오적 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3건의 경쟁제한 규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가 6개월을 초과해 휴업할 수 있는 사유로 ‘질병으로 인한 요양’, ‘징집으로 인한 입영’, ‘취학’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임신·출산’은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부동산 거래 특성상 매수·매도자나 임대·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부동산 휴업 요건은 까다롭게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임신·출산으로 장기간 쉬어야 하는 여성 공인중개사는 부동산을 아예 폐업 처리하고 추후 재창업을 하는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여성 공인중개사가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해 공정위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을 내년 상반기 중 개정해 휴업 사유에 ‘임신·출산’을 포함하기로 했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한 여성 개업 공인중개사는 5만 4080명에 이른다. 공정위는 코로나19로 온라인·비대면 사업모델이 확대되는 추세 속에서 중소사업자의 사무실 설치·운영 부담을 완화하고자 식품 유통전문판매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주택도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등록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한 소규모 공장에 대해선 빗물유출저감 시설 설치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기존엔 사업 규모와 상관없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했다. 이외에 4년제 이상 대학에서 무도 분야를 전공·졸업한 자만 지원할 수 있는 해상특수경비원 자격 기준을 2·3년제 대학으로 완화하고, 감정평가사 개업신고 절차도 간소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냉장고 속 아이’ 더이상 없으려면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하라

    ‘냉장고 속 아이’ 더이상 없으려면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하라

    두 달 전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했다. 큰 결단이 필요했다. 그런데 나만 결단하면 된다는 생각은 큰 착오였다. 강아지 입양조건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한 생명과 함께하는 것은 큰 책임이 따르는 일임에도 강아지의 귀여움만 보고 데려갔다가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입양자의 조건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 눈길을 끈 제일의 조건은 강아지 이름과 소유자의 인적사항 정보 등이 담긴 인식전자칩을 강아지 몸속에 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아지 유기를 예방하고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경우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강아지 인식칩’은 사람으로 치면 신분등록 즉, 출생신고와 유사한 것이다. 강아지 한 마리를 반려로 맞이할 때도 신분등록을 의무화하는데 태어난 우리 아이들이 이만 한 대접도 못 받는 현실이 떠올라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동학대·시신 유기 사건 끊이지 않아 2020년 11월 10일쯤 전남 여수에서 ‘엄마가 일곱 살, 두 살 아이를 방임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사실로 확인돼 두 아이는 엄마로부터 분리돼 아동쉼터로 보내졌다. 두 아이 중 두 살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뒤 이웃 주민이 또 다른 아이가 있었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집을 수색한 끝에 냉장고에서 생후 2개월 된 아이의 시체를 찾아냈다. 두 살 아이의 쌍둥이 남매였다. 2015년 인천에서는 친부와 계모에게 감금돼 학대받던 11세 여자아이가 집의 2층 세탁실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가게에서 과자를 훔쳐 먹던 아이를 발견한 가게 주인이 지나치게 마른 아이의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친부와 계모는 아동학대로 전격 구속됐다. 조사 결과 아이가 학교에 장기간 결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이가 오랫동안 결석하고 있었음에도 학교도, 지역사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이 일로 전국 초등학교의 장기 결석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됐고 중학교, 미취학 아동까지로 전수조사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아동학대 또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 교육방임 사례가 확인됐다. 부천에서는 초등학생 아들을 폭행해 아이가 숨지자 시체를 훼손해 유기한 사건, 또 중학생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체를 집안에 방치한 사건(백골 상태로 발견)이 수년 만에 밝혀졌다. 그나마 이 아이들은 출생신고를 해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기에 비참하고 억울한 죽음과 죽음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광주의 한 가정에서는 부모가 10명의 자녀 중 18세, 15세, 13세, 12세 등 4명의 아이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아이들은 주민번호도 없고, 학교도 다니지 못했으며, 의료보험 혜택 등 아무런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존재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유령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출생신고 안 하면 죽음의 진실도 묻혀 2018년 3월에는 한 여성이 태어난 아이를 방치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시체를 유기했다고 자수했다. 그 여성은 2010년 10월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부부는 출생신고도, 예방접종도 하지 않는 등 아이를 방치했고, 결국 그해 12월 감염으로 추정되는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부부는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사망하자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시체를 유기했다. 이 사실은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가 7년 만에 자수해 알려지게 됐다. 2020년 2월쯤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20대 부부가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아이를 방치하다 사망에 이르자 시체를 암매장한 사실이 밝혀졌다. 20대 부부는 2016년 딸을 출산한 후 첫째 아들과 딸을 남겨 두고 자주 집을 비우다 결국 5개월된 딸이 사망했고, 시체를 인근 묘지에 암매장했다. 이후 이들은 셋째를 출산했지만,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시체를 암매장했다. 이 사실은 다섯 살 첫째 아이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로 부부를 조사하던 중 첫째 아이의 진술로 밝혀졌다. 특히 다섯 살인 첫째 아이의 진술이 없었다면 셋째 아이의 출생과 죽음의 진실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보건복지부가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한 통계를 살펴보면 이 기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57명인데 숨진 아동 중 1세 미만인 영아가 35.7%로 확인된다. 이는 출생신고 된 아동만이 잡힌 통계수치로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는 아동까지 고려하면 학대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른 1세 미만 아동이 훨씬 더 많을 것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출생신고 안 된 아이들 범죄에 노출 위험 출생 즉시, 그 출생 사실이 공적으로 등록되는 것은 위의 사례를 재론하지 않더라도 아동의 생사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은 세상에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살아남는다 해도) 법의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질병 또는 상해로 치료가 필요한 때에도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기 어렵다. 아동수당 등의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며, 취학연령에 이르러도 학교에 다닐 수 없다. 출생기록이 없다 보니 유기, 불법입양, 인신매매 등의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더 자라면 자신의 공식적 신분증명서가 없어 법정연령이 미달함에도 결혼을 하거나, 노동시장에 편입되거나, 군에 강제징집될 수 있다. 또한 범죄 혐의로 기소되는 경우 아동이 자신의 연령을 입증하지 못하는 탓에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되고 성인이 돼서는 사회부조 내지 공적 분야에서의 취업의 어려움을 겪으며 유권자로서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고, 여권도 발급받을 수 없다. 법원 역시 출생신고의 중요성을 알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에게 “출생신고는 사회구성원으로서 교육, 보건의료, 사회보장 등 공적 서비스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며, 아동의 정체성과 존재를 인정하여 사회 전반에 걸친 관심과 보호의 대상으로 편입하는 사회적 의미의 첫 관문으로 출생신고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동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할 것인데, 피고인이 피해아동에 대한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고 피해아동을 돌보지 않아 피해아동이 기본적인 의료혜택조차 받지 못하도록 방임(2016. 6. 9. 선고 인천지방법원 2015고단6538)”했다면서 아동학대를 인정했다. 최근 대법원도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그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2020. 6. 8. 선고2020스575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확인)”라고 하여 아동의 권리로서 출생등록될 권리를 인정했다. ●유엔, 한국 출생신고제 개선 촉구 이토록 중요한 출생신고가 누락되고, 많은 아이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학대당하고 때론 죽어도 그 사실조차 밝힐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출생신고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맡겨져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될 뿐이다. 부모의 선의에 전적으로 맡겨진 출생신고제도, 자녀가 출생하면 부모는 출생신고를 할 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은 출생신고 되지 못하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아동의 존재를 외면한다.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하면 언론들은 학대를 저지른 부모를 악마화하기에 바쁘다. 악마가 아니고서야 그런 일을 저지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절대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를 안도하게 하지만, 아동학대사건의 70%가 친부모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들을 악마화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부모라면 당연히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으로는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다. 부모의 선의에 의존하는 한국 출생신고제의 문제점에 대해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지적해 왔고,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출생신고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출생아동의 98.7%가 병원에서 출생하는 점에 주목해, 아동의 출산을 담당하는 의사 및 조산사 등이 국가기관에 출생을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도록 법 개정을 권고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많은 나라가 병원의 출생통보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에 “협약의 제7조(출생 즉시 등록될 권리, 친생부모를 알권리 등)에 합치되도록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을 대한민국에 촉구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이러한 과정에서 출생신고에 아동의 생물학적 부모가 정확히 명시되도록 보장하고 이를 확인하도록 촉구”한 이래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2012년, 2019년), 자유권규약위원회(2015년), 사회권규약위원회(2017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2018년)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보편적 출생등록제 공허한 약속만 이렇게 절실하게 도입이 요구되는 제도인데도, 돈이 든다, 어른들의 삶이 복잡해진다, 의료기관에 과도한 책임을 떠넘긴다 등등의 사정을 내세워 한국의 출생신고제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출생신고조차 되지 못한 아이의 시체가 냉장고에서 발견되는 강력 사건이라도 터지면 제도가 문제라며 당장이라도 개선하라며 여론이 들끓는 일이 반복된다.2019년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 누락 없는 출생등록제 도입을 공언했다. 법무부는 외국아동출생등록제에 관해 2019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외국인 출생등록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올해 5월 8일 출생통보제의 신속한 도입을 권고했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지난 15일에야 출생통보제 도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현되지 못한 반복된 약속들은 공허할 뿐이다. 우리는 얼마나 또 차가운 냉장고 속에서, 꽁꽁 언 땅에서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주검을 마주해야 하는가. 더이상 약속은 필요 없다. 당장 도입하라. 출생통보제! 이 땅에서 태어난 단 하나의 아이도 놓치지 않도록 당장 도입하라.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김수정 민변 아동인권위원회·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 김수정 사시 40회로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전문위원, 법무부 여성아동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이다. 저서로 ‘아주 오래된 유죄’(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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