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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철원, “한 대에 100만원” 야구방망이 폭행…피해자 눈물로 인터뷰

    최철원, “한 대에 100만원” 야구방망이 폭행…피해자 눈물로 인터뷰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물류회사 M&M 대표였던 최철원으로부터 8년 전 ‘맷값’이라며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당시의 기억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약자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2일 KBS는 ‘맷값 폭행’의 피해자였던 유홍준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사건에 대해 재조명했다. 최철원은 지난 2009년 동서상운을 인수하면서 화물기사들에게 화물연대를 탈퇴하고 노조에 가입하지 말 것을 고용승계 조건으로 내걸었다. 화물연대 지회장이였던 유씨는 계약 체결이 거절됐고 2010년 1월부터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10월에서야 차량을 인수해주겠다는 답을 받고 최씨가 대표였던 M&M 사무실로 향했지만 그곳에는 야구방망이를 든 최철원이 있었다. 최철원은 유씨에게 “합의금이 2천만 원이니까 한 대에 100만 원이라 치고 스무 대만 맞아라”며 열 대를 때렸고 ‘살려달라’는 유씨에게 “그럼 지금부터는 한 대에 300만 원씩이다”라며 세 대를 더 때렸다. 그리고 화장지를 둘둘 말아 유 씨의 입안에 밀어넣고 얼굴을 마지막으로 때렸다. 최씨는 피범벅이 된 유씨의 얼굴에 1000만원짜리 수표 2장을 던졌고 합의서에 서명만 하라고 요구했다.유씨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을 정도”였다. 언론사, 국민권익위, 인권위 등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지만 재벌이 얽힌 폭행 사건에 선뜻 나서는 곳은 드물었다. 극적으로 한 변호사와 연결됐고 언론 매체를 통해 당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다음 아고라에서 최씨의 구속을 요구하는 청원이 빗발쳤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최씨는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최철원은 그 과정에서 유씨에게 한번도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법정에서는 “군대에서 맞는 ‘빠따’ 정도로 생각하고 ‘훈육’ 개념으로 때렸다”라는 충격적인 해명을 했다. 1심에서 최철원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유씨는 “가슴이 아프다. 피해자의 마음은 이렇게 미어지는데, 돈과 법은 그걸 무시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최철원은 2006년 층간소음 문제를 제기한 이웃을 야구방망이를 들고 협박했던 전력도 있다.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장정 3명과 함께 아랫집을 찾았고 당시 아파트 경비원은 “야구 배트를 들고 가서 두들겨서(위협해서) 그 사람이 무서워서 한 달 뒤에 이사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파출소는 ‘상호 다툼’으로 처리하고 본서에는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대표로 있었던 M&M 전 직원들은 최씨가 사냥개 도베르만을 사무실에 데려와 여직원들에 “요즘 불만이 많다며?”라면서 도베르만의 개줄을 풀고 “물어”라고 명령하며 여직원들을 위협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뉴스를부탁해]‘인천 초등생 살해’, 무엇이 ‘살인 공모’ 판단을 바꿨나

    [뉴스를부탁해]‘인천 초등생 살해’, 무엇이 ‘살인 공모’ 판단을 바꿨나

    지난해 11월 22일 첫 공판기일부터 9번의 재판이 열린 서울고등법원 404호 법정에는 유독 높은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8세 초등학생 여아를 유괴해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버리기까지 한 혐의로, 1심에서 각각 미성년자와 성인에게 선고할 수 있는 징역형의 최고 형량을 선고받은 이들의 나이는 겨우 18세와 20세였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항소심 첫 재판은 열리기 30분 전부터 법정에 들어가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이어진 재판도 모두 방청석이 꽉 찬 채 진행됐습니다.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의 심리로 6개월간 이어진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의 주범 김모(18)양과 공범으로 지목된 박모(20)씨의 항소심 재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주범 김양은 초등학생을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최고 형량인 징역 20년과 위치추적 장치 부착 30년의 명령을 선고받은 상태였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재수 생활을 하던 박씨는 김양의 살인 범행의 공범이 맞다고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를 했고요. 성인인 박씨가 주범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게 된 이유였습니다. 이 사건의 수사부터 공판까지 맡아오며 1심에서 박씨의 살인 공모관계를 밝혀낸 나창수(44·사법연수원 31기) 부장검사의 열의는 항소심에서도 계속됐습니다. 항소심이 서울고법 형사7부에 배당된 뒤 박씨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인 12명을 선임했습니다. 3명의 변호인들이 매번 재판에 출석해 매우 적극적으로 박씨를 변론했고 그 과정에서 검사와의 언쟁도 끊이질 않아 여러 차례 재판장의 주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박씨도 재판에서는 항상 고개를 세우고 재판부를 응시했고, 항상 별다른 표정도, 미동도 없이 덤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최후 의견을 들으며 갑자기 흥분해 큰 소리로 검사를 향해 욕설을 할 때만 제외하면 말입니다. 박씨 측은 박씨의 지시를 받아 살인을 저질렀고 사람의 신체 일부를 갖고 싶어하는 박씨를 위해 사체를 훼손했다는 김양의 주장과 이를 받아들인 원심의 판단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박씨 측은 김양이 범행 이전부터 잔혹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지녔고,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인터넷 캐릭터 커뮤니티와 같은 가상의 세계에서 즐기던 잔혹함을 현실에서 실행하면서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양이 부여한 캐릭터의 특성과 역할을 김양 스스로가 현실에서 구현한 것이 바로 이 사건이라는 얘깁니다. ◆적극적 변론·방어 ‘공범’ vs 고개 푹 숙인 ‘주범’ 김양이 가상세계에서 설정한 캐릭터가 폭력적인 성향을 가져 고문 등의 잔혹한 행위를 즐겼고, 또 특정 신체 부위에 흥분을 느꼈는데 이러한 특성이 이 사건 범행 과정에도 반영됐다는 게 박씨 측의 주된 주장이었습니다. 김양과 박씨는 캐릭터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카카오톡과 트위터 등을 이용해 대화를 나눴는데요. 이른바 ‘고어(gore)썰을 풀며(잔인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 대화를 나눴고, 다른 커뮤니티 회원과는 야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박씨의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김양이 박씨를 비롯한 커뮤니티 회원 등 지인들과 나눈 대화들을 지속적으로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김양이 사용한 단어와 문장을 통해 그가 얼마나 잔인한 것을 즐기고 폭력적인지를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가상세계의 설정을 실제로 범행을 통해 실현시켰다고 강조하기 위해 김양이 설정한 온라인 상황들을 이 사건에 빗대어 거듭 질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박씨의 변호인(남성)은 미성년자인 김양에게 “증인은 목이나 귀를 성감대라 생각하고 목과 귀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죠?”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김양은 “제 성감대 얘기가 여기서 왜 나옵니까!”라며 화를 냈고, 변호인은 재차 “관련 있으니까 묻지 않겠어요?”, “답 안 할 겁니까?”라고 물었습니다다. 김양은 “답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끝내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김양의 주장은 1심에서와 같이 “박씨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일관됐습니다. 특히 박씨가 자신에게 ‘J’라는 잔혹한 성향의 인격을 부여했고, 지난해 3월 벌어진 범행은 바로 박씨가 부여한 J라는 인격이 행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초기에 기억이 잘 나지 않은 이유 역시 다른 인격이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거였죠. 또 자신이 온라인상에서 잔인한 내용의 대화를 즐긴 것에 대해 “이게 저에게만 국한된 잔혹한 상황이 아니라 트위터 안에 보편적 생각이라 생각합니다”라며 반박했습니다. 김양은 꽤 수준높은 단어와 논리적인 말투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2016년부터 트위터에 잔인한 글들을 썼는데 그 때는 왜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까요?”, “제 (잔인한 내용의) 트윗에 맞장구 친 사람들을 하나하나 잠재적 살인자로 볼 수 없지는 않나요?”라고 박씨 측 변호인에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평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김양은 대부분 두 손을 꼭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범행 사실이 언급될 때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한 번은 손을 계속해서 세게 긁으며 불안한 듯한 태도를 보여 재판장의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양은 재판이 시작되자마자부터 재판부에 모두 11건의 반성문을 냈습니다. 그러나 재판이 마무리될 쯤 되자 반성문을 내지 않았고 오히려 박씨가 재판 중반부터 선고 직전까지 6건의 반성문을 냈습니다. 김양은 지난달 20일 최후 진술을 통해 “피해자가 어떻게 죽은지 다 기억하고 있는데 어떻게 제가 조금만 (징역을) 덜 살게 해달라고 빌 수가 있겠느냐”면서 “그래서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반성은 자살하는 것이지만 저에게는 자살로 도피할 권리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김양은 거듭해서 박씨를 향해 진실을 밝힐 것을 추궁했습니다. “네가 시켰잖아!”라며 화를 내기도 했고, 박씨나 변호인의 말에 자주 못마땅해 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재판에 임하는 태도로만 보면 김양은 모든 진실을 떠안고 있는 것처럼 괴로워했고, 박씨는 그저 덤덤했습니다 ◆박씨의 ‘살인 공모’ 무죄로 판단된 이유는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 결과는 달랐습니다. 지난달 30일 재판부는 김양의 범행을 박씨가 공모한 공범관계라는 1심의 판단을 뒤집고, 박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박씨에게는 살인 방조와 사체 유기 혐의만 인정돼 1심에서 선고받은 무기징역형은 징역 13년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박씨의 살인 공모에 대한 판단이 뒤집힌 데는 김양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재판부는 “김양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양이 박씨가 사건이 발생하기 약 일주일 전부터 범행 대상과 방법, 장소, 시간 등에 대해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그 내용에 대해 공모가 인정될 만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했다”, “유독 검사의 질문에 맞춰 적극적으로 진술하려 하는 등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진술이 변화됐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김양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 측 질문에는 비교적 성실히 답을 하면서도 박씨 변호인의 질문에는 거듭 “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박씨 측 질문에 대해서도 모든 상황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한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이런 맥락이었을 것”이라는 식으로 자세히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를 재판부는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만약 김양의 주장대로 박씨의 살인 범행 지시를 자신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김양의 진술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죠. 재판부는 또 두 사람의 대화나 행동의 패턴을 들여다 본 결과, 범행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언행들은 박씨보다는 김양이 먼저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박씨가 김양에게 만들어 주었다는 잔혹한 인격인 ‘J’도 박씨가 먼저 김양에게 지정해 준 것이 아니라 김양이 먼저 자신에게 다중인격 분열 증세가 있다고 말했고, 박씨가 “다른 사람으로 봐주길 원하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을 하면서 J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게 됐다는 것입니다. 또 살인에 관한 이야기나 “만약 사람의 장기를 갖게 된다면 어떤 것을 갖고 싶으냐”는 등의 질문도 김양이 먼저 박씨에게 건넸고, 박씨는 여기에 ‘소극적으로’ 답한 게 전부라는 게 판단의 배경에 깔렸습니다. 박씨의 살인 지시가 있었다고 밝혀질 경우 김양의 양형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등 서로 이해관계에 얽혀있어 과장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범행 전과 후…달라진 두 사람의 대화 패턴 그렇다면 살인 방조는 어떻게 유죄가 됐을까요. 재판부가 공모관계를 부인하면서도 방조 혐의는 인정한 데에는 범행 직전과 범행 당시부터의 두 사람의 대화 양상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범행을 만약 두 사람이 공모를 했다면 사전에 매우 구체적으로 범행 과정을 특정해 모의했어야 했는데 두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누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언제 어떤 식으로 범행을 할지 등을 모의한 대화의 증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양이 범행을 결심한 때부터는 달랐습니다. 범행 당일 새벽까지 두 사람은 평소와 같이 캐릭터 커뮤니티 등에서 비롯된 다양한 가상세계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범행 이전에도 언젠가 김양이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고 하자 박씨가 여기에 맞장구를 치기도 했답니다. 김양에게 “센 척 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박씨는 말했습니다.하지만 “사냥 나가러 간다”는 김양의 문자메시지는 가상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김양은 “사람을 죽일 때엔 어떤 복장을 한다”는 등의 말을 박씨에게 한 적이 있었는데, 범행 당일 김양은 그 복장을 한 모습을 셀카로 찍어 박씨에게 보냅니다. 그 다음부턴 더 이상 가상의 대화가 아니었다고 재판부는 본 것입니다. 따라서 박씨는 김양의 범행 의도와 진행 과정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양이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 보인다”고 하자 박씨는 초등학생 중 한 명이 범행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언급하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또 초등학교 하교 시간을 묻는 김양에게 “12시부터 점심시간인데 저학년은 밥을 먹고 집에 간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김양은 범행 당일 오후 12시가 넘자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두 사람은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박씨가 미필적으로나마 범행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를 제지 하지 않고 김양의 범행을 “정신적으로” 도운 혐의가 성립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장과 배석 판사들도 이따금씩 눈을 질끈 감고 인상을 쓸 정도로 사건의 내용은 참혹했습니다. 기사에 차마 담을 수 없는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재판부는 주범인 김양을 향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성마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극히 잔인한 수법을 썼다”면서 “형기(20년)를 마치고 나오더라도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잔인성이 사라질 것으로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질책했습니다. 징역 20년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한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자의 유족들을 찾아가지 말라”고도 명했습니다. 김양이 적어낸 반성문들은 오히려 김양이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는 반증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박씨에 대해선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 및 부착명령을 기각했습니다. 김양은 선고 다음날인 1일 곧바로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박씨와 김양의 공모관계 여부, 김양의 심신 미약, 양형 부당 등의 주장은 다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재판의 긴장감은 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취객에 폭행당한 여성 구급대원,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끝내 숨져

    취객에 폭행당한 여성 구급대원,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끝내 숨져

    119 여성 구급대원이 술에 만취해 길 위에 쓰러져 있던 4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 당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1일 전북소방본부와 익산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달 2일 오후 1시 2분쯤 술에 취한 윤모(48)씨가 익산시 평화동 익산역 앞 도로 위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119 구급대에 의해 구조됐다. 구급차로 옮겨져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던 윤씨는 갑자기 욕설을 하며 구급대원 박모(33)씨의 얼굴 부위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이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구급차량에서 내린 윤씨는 구급대원들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이를 진정시키던 강모(51.여) 구급대원의 머리를 주먹으로 5~6차례 가격했다. 윤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돼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윤씨는 “술을 많이 마셨다. 홧김에 구급대원을 때렸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날 윤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구급대원 강씨는 4일 뒤부터 심한 어지럼증을 동반한 구토 증세를 보였다. 진단 결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 24일에는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1일 오전 5시 9분 끝내 숨졌다. 이에따라 경찰과 소방당국은 윤씨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도 염두에 두고 추가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구급대원이 윤씨 폭행으로 숨졌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사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999년 소방관으로 임용돼 19년째 구조·구급 활동에 전념해온 강씨는 직장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한 소방관 부부여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한편 소방기본법은 구급대원을 폭행·협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솜방망이 처벌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 구급대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전국적으로 2016년에 199건, 2017년 167건 등 366건의 구급대원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전북도내에서도 같은 기간 2016년 8건 2017년 6건 등 14건이 발생했다. 이에대해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구급대원을 상대로 한 폭행과 폭언은 법원이 무관용 원칙에 의해 무겁게 처벌해야 이같은 악순환을 방지할 수 있다”며 “주취자 구조는 경찰이 동시에 함께 출동해 폭행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유권자들에 의한… ‘군수 무덤’ 괴산 오명 씻기

    작년 취임 군수까지 직위 상실 사회단체 ‘공명선거’ 성명서 구상 현수막 내걸고 ‘비리 퇴출’ 의지 충북 괴산군이 술렁이고 있다. 역대 군수들이 잇달아 사법처리를 당하며 ‘군수의 무덤’이라는 비판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군의회와 시민단체 등이 이번 6·13 지방선거만큼은 제대로 된 군수를 뽑아보자며 공명선거 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30일 괴산군에 따르면 민선시대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취임한 군수는 모두 4명이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위법이 드러나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1명은 퇴임 후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부끄러운 괴산군의 ‘흑역사’는 2000년 시작됐다. 당시 재선에 성공한 김환묵 군수는 유권자에게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중도 하차했다. 2000∼2006년 재임한 김문배 군수는 승진 청탁과 함께 부인을 통해 1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퇴임 후 드러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국 최초로 무소속 3선을 기록한 임각수 군수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2016년 11월 유죄가 확정돼 중도낙마하고 현재 복역중이다. 임 군수의 뒤를 이어 지난해 취임한 나용찬 군수마저 지난 24일 선거법 위반으로 직위를 상실했다. 치욕이 계속되면서 지역 이미지 실추가 우려되자 군 내 38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괴산사회단체협의회와 군의회는 조만간 공명선거를 호소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성명서에는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 ‘연고주의를 배제해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자’ 등의 문구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런 내용이 담긴 현수막도 만들어 읍·면·동 곳곳에 내걸 방침이다. 이들은 이런 활동이 합법적인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를 한 상태다. 김영배 괴산군의회 의장은 “이제는 부끄러운 역사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후보들이 가장 큰 문제지만 주민들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군청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선거중립 결의문 서명운동을 펴기로 했다. 우익원 괴산군 행정과장은 “군수가 중도낙마하면 행정공백이 생겨 현안사업 추진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지역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며 “불미스러운 일을 미리 차단하고자 공명선거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괴산군 선관위 관계자는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깨끗한 선거를 호소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게 아니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괴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라이프 톡톡] 내가 명동의 ‘짝퉁 저승사자’다

    [라이프 톡톡] 내가 명동의 ‘짝퉁 저승사자’다

    “공무원이 낮엔 뭐하고 밤에 일하냐고요? ‘짝퉁’(위조된 상표가 붙은 상품) 시장을 알면 그런 소리 못하죠.”서울 중구청에는 낮과 밤을 바꿔 일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야간에 일을 할 때는 사무실보다 차량 또는 의류공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2016년 7월부터 지난 2년간 ‘짝퉁 저승사자’를 자처해온 박광일(58) 서울 중구청 시장경제과 유통질서정비팀장은 29일 “짝퉁 시장의 생리를 파악하고 움직여야 현장을 덮칠 수 있기에 밤낮 구분 없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낮엔 공장·밤엔 명동 노점상 위조상표 단속 중구청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상표법 위반 범죄인 짝퉁 판매 단속에 본격 나선 것은 2013년부터다. 자치구 시장경제과로는 유일하게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특별사법경찰권도 부여받았다. “다양한 근현대문화유산이 있는 중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관광 1번지’인 동시에 ‘짝퉁 천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었습니다. 명동 일대 노점상에 버젓이 널려 있는 짝퉁 옷들이 날개 돋친듯 팔려 나가는 광경이 익숙했으니까요.” 박 팀장은 이전에도 관광공보과, 의료관광과에 연이어 근무한 덕분에 관광 업무에 잔뼈가 굵었다. 그는 “똑같은 시장 옷에 위조 상표를 붙이면 가격이 2~3배 껑충 뛰니, 단속이 없는 한 짝퉁 판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팀장을 필두로 꾸려진 단속반 인력은 5명이다. 평소에는 2개 조로 나눠 조별로 주2~3회씩 오후 10시~오전 4시에 주로 단속을 나간다. 한 달에 2회 정도는 단체로 나가기도 한다. 그는 단속의 핵심으로 ‘증거’를 꼽았다. “짝퉁 옷을 만드는 공장에서 나온 차량의 이동경로를 밟습니다. 어느 노점, 상가로 가는지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합니다. 그러고는 자정 이후 공장 앞에서 잠복을 서다가 용의자가 나타나면 따라 들어갑니다. 오리발을 내밀다가도 증거를 내밀면 대부분 고개를 떨굽니다.” 상표법 위반죄가 성립되면 7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 잠복하며 ‘증거’ 포착… 오리발 업주 일망타진 박 팀장은 “대부분 업주들이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긴 하지만, 그래도 단속 전엔 폭력적으로 저항하진 않을까 두려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1회 적발로 정품시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상품을 압수하기도 했다. 다행히 단속이 강화되면서 명동, 남대문시장 일대 짝퉁을 드러내 놓고 판매하는 일은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다. 대신 길거리 음식이 노점상 주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업종 전환이 일어난 셈이다. 박 팀장은 “사실상 짝퉁이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는 지하화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난달 프랑스 특허청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갔는데, 중앙정부도 아닌 기초지자체가 상표권·지적재산권 보호에 이토록 앞장설 수 있다며 참가자들이 혀를 내둘렀습니다. 우리나라 시장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참 뿌듯했습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로또 당첨번호 돈내면 알려줄게” 142명에게 1억 뜯은 40대 실형

    ‘로또 전문가’ 행세를 하며 당첨 예상번호를 알려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긴 4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 박태안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모(45)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조씨는 2014∼2016년 인터넷 사이트에 ‘100만원을 내고 유료회원으로 가입하면 당첨 예상번호를 제공하겠다’는 글을 올려 142명으로부터 1억 4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로또 2등에 3차례, 3등에 90차례 이상 당첨된 로또 전문가라고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재판에서 “당첨 확률이 높은 번호를 제공했기 때문에 사기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씨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면서 “피해자가 많고 피해가 거의 회복되지 않은 점에 비춰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기니 건국 영웅의 아들이 소녀를 16년 동안 노예 부리듯

    기니 건국 영웅의 아들이 소녀를 16년 동안 노예 부리듯

    아프리카 기니의 초대 대통령인 아흐메드 세쿠 투레의 아들이 미국 텍사스주 집에서 소녀를 16년 동안이나 노예처럼 부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 법무부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부친이 창당한 기니 민주당(DPG)의 현역 사무총장인 무함마드 투레와 아내 데니스 크로스(이상 57) 부부는 다섯 살 소녀를 미국 집에 데려가 집안일을 시키고 자녀들을 돌보게 하면서 학교에 못 다니게 하고 여행 문서를 위조하고 비자가 만료된 뒤에도 미국에 머무르게 강요하는 등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유린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영국 BBC가 28일 전했다. 이 소녀는 이웃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한 것으로 보도됐다. 포트 워스 연방법원은 그녀가 마룻바닥에서 잠을 자고 투레 부인에 의해 벨트와 전깃줄로 맞기도 했다는 소녀의 증언을 들었다. 이 소녀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는데 돈이나 신분 증명 없이 집에서 쫓겨날 것이란 겁박을 받았다. 일간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한번은 벤치에서 잠을 자다 경찰관의 눈에 띄었는데 그 경관은 “더럽고 단정치 못한 옷차림의” 그녀가 “한눈에 봐도 두려움과 겁에 질려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 경관은 투레 저택에 그녀를 돌려보냈는데 그녀가 탈주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법무부 성명에 따르면 그녀는 2016년 8월 과거 이웃이었던 여러 명의 도움을 얻어 사우스레이크에 있는 집에서 탈출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부부를 변호하는 스콧 파머 변호사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며 “악의적인 뒤집어씌우기이며 가공이며 거짓말”이라고 공박하며 부부는 소녀를 딸처럼 대했다고 주장했다. DPG는 1958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뒤 1984년까지 세쿠 투레가 집권한 26년 동안 유일한 법적 정치세력이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김정은에게 북한꽃 작약 건넨 아이들은 대성동초교생

    김정은에게 북한꽃 작약 건넨 아이들은 대성동초교생

    꽃중의 꽃 작약은 북한 상징, 유채는 남한 상징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준 화동아이들은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초등학교 5학년 남녀 학생이었다. 대성동초등학교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민통선 안에 있는 공립초등학교다. 교원 10명에 학생 30명의 작은 공립학교다. 대성동은 비무장지대 남측에 있는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역으로 전입이 자유롭지 않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뿐만 아니라 민통선을 지나 남방한계선보다도 북쪽에 있기 때문에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학교’로 널리 알려졌다. 남방한계선 위쪽에 있는 학교는 이 학교가 유일하다. 1968 문을 연 대성동초교는 30여 년 전에 전교생 숫자가 최대 23명에 이른 뒤로 학생 수가 점차 감소해 2007년 전교생이 9명으로 줄어들며 인근 군내초교와 통폐합하는 방안까지 거론됐지만 2006년 공동 학구로 지정돼 다른 지역 학생의 입학이 허용되면서 전교생이 30명까지 늘었다. 이 학교는 올해 2월 49회 졸업식까지 총 19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한편 두 화동이 건넨 꽃의 의미도 각별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작약과 데이지류 들국화, 유채꽃으로 구성했는데 작약은 꽃 중의 꽃으로 꽃의 왕이자 북쪽을 상징한다. 데이지는 평화의 상징, 유채꽃은 남쪽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정원 특활비 靑 상납 남재준·이병호 7년 구형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및 뇌물공여)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정원장들에게 중형이 구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의 심리로 2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남재준(74)·이병호(78)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7년을, 이병기(71) 전 원장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청와대와 유착하고 권력자의 사적 기관으로 전략해 국정농단을 초래했다”거나 “누구나 원장으로 부임해도 같을 것이고, 개인적 비리가 아닌 제도 탓이라고 주장해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며 남 전 원장과 이병호 전 원장 등을 꾸짖었다. 남 전 원장과 이병호 전 원장이 상납한 금액이 각각 6억원과 21억원, 이병기 전 원장은 8억원으로 금액이 제각각인데도 남 전 원장과 이병호 전 원장에게 보다 더 무거운 형량이 구형된 것은 이들에게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 전 원장은 현대자동차 그룹을 압박해 보수단체인 경우회에 26억 5000만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 이병호 전 원장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과 관련한 여론조사 비용을 지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선고 공판은 5월 30일 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靑문서 최순실에게 유출 정호성 1년 6개월형 확정

    靑문서 최순실에게 유출 정호성 1년 6개월형 확정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과 관련, 정호성(49)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연루된 사건 중 첫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는 26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비밀 문건 47건을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유출한 혐의 등으로 2016년 11월 3일 긴급체포된 데 이어 사흘 뒤 구속됐으며, 같은 달 20일 재판에 넘겨졌다.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불출석 혐의도 추가됐다.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문건 중 영장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수집된 것으로 판단한 33건을 제외한 14건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원래대로라면 정 전 비서관은 다음달 4일 만기 출소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과 함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과 관련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어 법원이 추가로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징역 5년·벌금 200억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징역 5년·벌금 200억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 유치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2)씨에게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됐다.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심규홍)는 26일 자본시장법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원, 추징금 약 130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의 동생(30·구속기소)에게는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00억 원을 선고하고 다만 벌금형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증권방송 전문가로서 회원들의 신뢰를 이용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며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들을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으로 고소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사기적 부정거래로 취한 부당이익이 크고 투자자들의 피해가 복구되지 않은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씨 형제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세워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7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 약 130억 원을 챙긴 혐의로 2016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6년 2월부터 8월까지 약 6개월간 원금과 투자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약 240억 원을 모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아울러 이씨 등은 2014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증권방송 등에 출연해 허위 정보를 제공하며 총 292억 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쇠한 어머니 1년 간 의자에 방치해 죽게 만든 딸

    노쇠한 어머니 1년 간 의자에 방치해 죽게 만든 딸

    거동이 힘들어 집에서 꼼짝도 못한 80대 노인이 의자에 앉은채로 사망했다. 딸은 그런 아픈 어머니를 1년 동안 의자에 그대로 방치해두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잉글랜드 스태퍼드셔주 스토크온트렌트시 출신의 린다 파르(68)가 여든 여섯의 어머니를 방치한 죄로 징역 20개월,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끔찍한 사건은 2016년 9월 6일 발생했다. 파르의 어머니 도린 셔플보텀은 노쇠해지면서 건강 상태가 악화돼 집 밖을 나가기가 힘들어졌다. 대퇴부가 골절됐고, 폐색전, 패혈증, 심부 정맥 혈전증과 세균성 수막염을 앓았다. 그러나 딸은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죽음으로 내몰았다. 경찰은 그녀를 체포해 기소했다. 지난 23일 스탠포스 형사 법원에서 파르는 자신의 중과실 치사를 인정했다. 경찰은 “의료전문가들은 그녀의 어머니가 의자에서 최소 8~12개월 동안 이동하지 못한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모녀가 함께 사는지 몰랐던 이웃들은 “사체가 한동안 집안에 있었는지 우리집 거실에까지 파리가 출몰했다”며 “딸과 두 세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녀는 더 작은 거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시민들은 파르가 받은 집행 유예에 대해 격분했다. “이 세상에 정의라는 것이 있는건가? 자신의 친엄마를 죽게하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것은 정말 끔찍하다”라거나 “엄마가 느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겪게 한 딸에게 집행유예라니!”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셔터스톡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8년간 친딸 성폭행한 의사 체포…결정적 증거는 일기

    8년간 친딸 성폭행한 의사 체포…결정적 증거는 일기

    6살 때부터 친딸을 성폭행한 인면수심 스페인 의사가 징역을 피해 도피행각을 벌이다 결국 체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은 최근 헤로나주 팔라프루헬에서 숨어지내던 친딸 성폭행사건의 피고 프란시스코 데파울라 마르토렐를 검거했다. 도피행각을 벌인 지 5년 만이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스페인 사회를 경악케 한 건 2010년이다. 당시 17살이 된 딸은 엄마와 함께 바르셀로나 경찰을 찾아가 친부를 성폭행 혐의로 고발했다. 딸이 결정적인 증거로 내놓은 건 하루도 빼지 않고 써내려간 일기였다. 일기엔 6살부터 14살까지 8년 동안 친부에게 당한 성폭행과 성추행이 빠짐없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경찰은 10년 넘게 경찰병원에 의사로 근무하던 친부를 즉각 체포했다. 하지만 법원이 불구속 재판을 결정하면서 사건은 꼬이게 된다. 피고로 법정에 서면서 스페인에서 의사면허가 정지된 친부는 해외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앙골라의 한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업하게 된 친부는 허술하게도 출국금지가 내려지지 않은 틈을 타 앙골라로 빠져나갔다. 앙골라로 출국하기 전까지 그는 재판에 단 1번도 불참하지 않았다. 꼬박꼬박 재판에 출석하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2013년 말 그는 크리스마스를 고국에서 보내기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다가 지인으로부터 출국 후 진행된 궐석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5년이 선고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곧바로 발걸음을 돌려 중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게 최근까지 스페인 경찰이 확인한 친부의 마지막 행적이다. 스페인 경찰은 그가 코스타리카에 입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섰지만 행방은 묘연했다. 2016년 스페인 경찰은 그가 카탈루냐에 잠입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피고의 얼굴을 공개하기로 하고 포스터를 뿌리는 등 제보를 당부했다. 현지 언론은 "경찰병원에 근무했던 그에게 큰 배신감을 느낀 경찰들이 그를 체포 1호 대상으로 삼고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보도했다. 수사가 결실을 맺게 된 건 최근이다. 헤로나주 팔라프루헬에 그가 숨어지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은 기습작전 끝에 친부를 검거했다. 현지 언론은 "친부가 동생의 집에 숨어지내며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며 "가끔 외출을 할 때는 안경과 모자, 콧수염 등으로 꼭 변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일간 포풀라르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아이폰 ‘페이스타임’ 으로 학생에게 답 알려준 과외교사

    아이폰 ‘페이스타임’ 으로 학생에게 답 알려준 과외교사

    싱가포르의 한 과외교사가 중국인 유학생들이 시험을 치를 때 아이폰의 화상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도운 사실이 밝혀져 유죄가 선고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포스트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2016년 10월, 싱가포르의 탄 쟈옌(32)은 당시 자신이 가르치던 중국인 중학교 유학생들이 싱가포르 현지에서 시험을 치를 당시, 피부색과 유사한 무선장치(블루투스 기기) 및 아이폰의 ‘페이스타임’(화상채팅 앱)을 이용해 최소 6명의 학생의 부정행위를 도운 혐의를 받았다. 시험 당일 학생들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기기를 옷 속에 숨기거나 귀에 피부색과 유사한 이어폰을 착용했다. 당시 문제의 가정교사 역시 응시생으로 위장해 시험장에 들어갔고, 아이폰을 가슴 부위에 붙인 뒤 카메라를 작동시켜 자신이 쓰는 답을 공범 학생 3명이 따라 쓰도록 도왔다. 또 다른 학생들에게는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초소형 이어폰으로 답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인 중학교 유학생들이 본 시험은 대학 진학을 위해 정규과정 수료 여부를 결정하는 O레벨 시험이었다. O레벨이란 싱가폴 고등학교나 전문학교 진학을 위한 중학교 졸업시험이다. 개인적으로 신청해서 응시할 수 있으며, 싱가폴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총 6과목의 성적을 제출해야 하는 중요한 시험이다. 싱가포르는 교육열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환경 탓에 싱가포르의 중·고등학교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당시 부정행위는 시험을 감독관이 O레벨 시험 마지막 날, 탄 쟈옌에게서 이상한 기계음이 나는 것을 확인하면서 부정행위가 발각됐다. 학생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현지 법원은 지난 16일 이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최종 재판은 다음 달 열리며, 현지 언론은 그가 최대 3년형의 징역과 벌금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박근혜, 최순실과 다시 만나···항소심 같은 재판부 배당

    박근혜, 최순실과 다시 만나···항소심 같은 재판부 배당

    김영란 전 대법관의 동생이 재판장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박근혜(66)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이 ‘비선 실세’ 최순실(62)씨의 항소심 재판부에 배당됐다.23일 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을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에서 심리하게 됐다. 항소심 첫 재판의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관련 사건의 배당 현황 및 진행 정도, 재판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한 만큼 항소심은 검찰 측 항소 이유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법원에 항소 포기서를 제출했다. 앞서 13일 동생 박근령(62)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제기한 항소는 자신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의 형제·자매와 변호인은 항소할 권리가 있지만 피고인의 의사에 반해서는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법원은 19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1심 판단 중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관련 뇌물 혐의가 무죄로 결론난 것과 박 전 대통령의 양형이 가볍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 특히 검찰은 항소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되지 않은 점에 집중해 뇌물 혐의를 밝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보이는 박모씨도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에 반발해 항소장을 제출했다가 기각되자 이에 반발해 항고장을 냈다. 이는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영준)에서 심리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사건을 맡은 김문석(59·사법연수원 13기)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 중앙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6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부임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서울남부지법원장, 서울행정법원장을 지냈다. 지난해부터 2년째 서울고법 형사4부의 재판장을 맡고 있다.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62·11기)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동생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日법원 “다른 인격이 물건 훔쳐” 이중인격 절도범 주장 일부 인정

    ‘나 안의 다른 나’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여성 절도범의 주장을 일본 법원이 일부 인정했다. 2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에 대한 재판에서 “몸 안의 별도의 인격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고의 주장을 인정해 형사책임 능력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여성은 2016년 7월 시즈오카 시내의 3개 점포에서 화장품과 의류 등 139점, 33만엔(약 330만원)어치를 훔쳐 재판을 받았다. 여성은 자신이 흔히 ‘이중인격’으로 불리는 ‘해리성동일성장해’(DID)를 앓고 있다며, 자기 자신이 아닌 ‘유즈키’라는 인물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장을 보려고 집을 나서는데, 또 다른 인격인 ‘유즈키’의 목소리가 들렸고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마트의 주차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은 자신의 몸에 4명의 인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피고의 진술이 부자연스럽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여성이 7년 전에 쓴 일기에 ‘유즈키’의 존재에 대한 기록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 “좋아하지 않은 상품을 훔치고 범행 기억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인격‘의 범행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훔친 물건 중에는 원래 사려고 했던 식품도 포함돼 있다. 유즈키는 본래의 인격과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용기 낸 내부고발자에 ‘관종’이라며 입 막는 사회

    용기 낸 내부고발자에 ‘관종’이라며 입 막는 사회

    “(조직 내부에) 인스타 꼴보기 싫다느니 일 제대로 안 한다느니 까기 바쁜 사람들 많다. 동료라고 보듬어주고 그런 분위기 절대 아니다” - 직장인 익명 어플 ‘블라인드’ 댓글 중동료들 사이에서도 외면당한다는 이 사람은 약 4년 전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을 폭로한 박창진 전 사무장이다. 박 전 사무장은 외부에서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을 폭로한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작 내부의 시선은 차갑다. 박 전 사무장은 지난 3월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거의 매일, 나는 감시와 모멸을 조장하는 조직 속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나의 저항이 길어지자 도를 넘어선 음해가 조직 동료들에 의해 자행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박 전 사무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승무원의 수치다”, “조만간 ‘미투’ 일어날걸”, “당한 거 보면 불쌍하지만 편들고 싶지 않다” 등 동료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비난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대한항공에는 또 다른 논란이 있었다.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조현민 전무의 음성파일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음성파일 공개 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제보자 색출을 위해 직원들의 핸드폰을 검사할 것이니 중요한 내용을 지우고 출근하라는 얘기도 돌았다. 대한항공에 다닌다는 ‘블라인드’ 의 한 이용자는 “누가 제보했는지 끝까지 추적해서 찾아내는 회사고 그렇게 찾아낸 사람 낙인찍어 불이익 주는 회사가 대한항공이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사실 무근” 이라면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 “그냥 가만히 있지, 왜 그랬어?” 고립되는 내부고발자들 만약 대한항공의 내부고발자가 ‘색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까지 대부분의 내부고발자들은 용기 있는 고백 후 처참한 삶과 마주해야 했다. 실제로 2013년 호루라기재단이 실시한 내부공익신고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42명 중 6명은 자살 충동을 느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또 공익 제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임이나 파면 등 부당한 조치를 받은 사람은 무려 25명(29.5%)이나 됐다.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들은 자연스레 ‘왕따’가 된다. 2015년 전경원 하나고 교사는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하나고 입시 비리를 폭로했다. 남학생을 더 많이 뽑기 위해 하나고가 지원자의 성적을 조작했다는 증언이었다. 전씨는 학교 측으로부터 담임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수업을 사찰 당하는 등 부당한 조치를 받은 것은 물론 2016년에는 해임 처분까지 받았다. (이후 전씨는 2017년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해임 취소 결정이 나 학교로 복귀했다.) 전씨가 학교 측으로부터 부당한 조치를 받는 내내 그는 조직 내에서 철저히 혼자였다. 전씨는 “내부 고발 후 왕따가 됐다” 면서 “동료 교사들은 아는 체도 안 했고 그간 밥도 혼자 먹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김용환씨는 동료 3명과 함께 2003년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가 약 1년간 에이즈, 말라리아 등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유통한 사실을 제보했다. 김씨는 2015년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집단적으로 직원들이 연대 서명을 해 (우리를) 징계 해달라고 했다” 면서 “나머지 일상에서의 생활은 자연스레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지난 17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내부고발 이후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에 생긴 양성종양을 수술한 뒤 꿰맨 자국을 찍은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박 전 사무장은 이 게시물을 통해 “이것이 당신들과 그 부역자들이 저지른 야만이 만든 상처” 라면서 “직접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방관한 당신들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각한다. 더 이상 방관하지 말라”며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 사실을 말했는데도 명예훼손? 법적으로도 내부고발자는 안전하지 않다. 사실을 말해도 처벌받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란 법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자가 처벌받을 수 있는 근거는 형법 307조와 정보통신망법 70조에 있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에 대한 징역형 등의 처벌을 규정한 조항이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제보자의 고백이 공익을 위한 것이었음을 밝히는 건 오롯이 내부고발자의 몫이다. 미국, 독일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다. 내부고발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지난 2015년 대한민국에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활발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조직 내부에서 자행되는 성폭력을 고백한 피해자들이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역고소 당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해자가 수사 대상자가 되는 일을 막아야 되지 않겠냐는 취지다. 이에 지난 5일 법학 교수 및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을 발표했다. 해당 선언문에서 법률가들은 “공익성이란 모호하고 불명확한 개념이고 고발을 하고자 하는 자에게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투 운동을 비롯한 우리 사회에 있을 용기 있는 내부고발이 위축되지 않도록 사실적시 명예훼손되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그들마저 침묵했더라면…그럼에도 내부고발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적십자의 혈액 유통과 관련한 내부고발을 한 김용환씨의 폭로는 이어진 감사에서 오염된 혈액 수혈로 감염된 피해자 20명이 확인돼 사실로 드러났다. 그 이후 적십자의 혈액 관리 시스템은 대폭 개선됐다. 1992년 당시 이지문 육군 중위는 군대 내에서 이뤄진 부재자 투표 중 군이 여당 후보를 찍도록 강요하는 등 부정선거행위가 있었다고 고발했다. 이씨의 내부고발 이후 아예 법이 개정됐고 모든 군인들이 압력을 받지 않고 병영 밖에서 비밀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영화 ‘도가니’로 세상에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교사들의 장애인 학생 성폭력 사건 뒤에는 내부고발자 전응섭 교사가 있었다. 비록 해당 사건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은 솜방망이란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 일을 계기로 2011년 장애인 아동에 대한 성범죄 처벌이 강화됐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조현민 출국정지… “직원에 매실음료 뿌려” 진술 확보

    직원에 컵 던졌다면 특수 폭행 피해자 1명 “처벌 원하지 않아” 경찰이 ‘물벼락 갑질’로 논란이 된 조현민(35)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또 조 전무에 대해 출국정지를 신청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7일 조 전무를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까지 7명의 참고인을 조사한 결과 조 전무가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공항동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자사 광고를 대행하는 업체 광고팀장에게 매실 음료를 뿌렸다는 진술이 확인됐다”면서 “현재는 폭행 혐의를 적용했지만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조 전무는 물이 든 컵을 바닥에 던진 것은 인정하지만, 얼굴을 향해 음료를 뿌린 적은 없다고 줄곧 부인해 왔다. 일반적으로 수사당국이 수사 대상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출국금지’를 신청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잠정적 의미의 ‘출국정지’를 신청한다. 조 전무는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 이름은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로 알려졌다. 조 전무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는 조 전무가 던진 유리컵의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무가 광고 대행사 직원을 향해 유리컵을 던졌다면 사람을 향해 ‘위험한 물건’을 던진 것으로 보고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조 전무가 바닥을 비롯해 다른 방향으로 유리컵을 던졌거나, 일부 참고인들의 진술처럼 회의 참석자에게 물을 뿌리는 등 다치게 할 의도로 위협을 가했다면 폭행죄에 해당된다.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피해자 1명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추가 조사를 통해 나머지 피해자들의 처벌 의사를 확인하고 특수폭행 혐의 적용 여부를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법리 검토를 거쳐 조 전무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조 전무 측은 이와 관련해 “소환에 응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조 전무의 불법 등기임원 재직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토부는 미국인인 조 전무가 2010년 3월 26일부터 2016년 3월 28일까지 진에어 등기임원을 지낼 당시의 관련 내용을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현행 항공사업법·항공안전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은 국적항공사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다. 이를 어기면 항공사 면허가 취소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조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했을 당시에는 (진에어 측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었다”며 “2016년 9월부터 항공사의 보고 의무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시로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현재 진에어 등기임원이라면 면허 취소 사유지만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조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면서 “3개 기관에 추가로 법리 검토를 요청해 국토부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조 전무가 대한항공 비등기이사로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데 대한 위법성 여부도 살필 계획이다. 다만 외국인이 비등기이사로 있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계엄 때 도박했던 두 남성이 불법집회 혐의로 8개월 옥살한 뒤 46년 만에 무죄

    1972년 11월 옥내외 집회를 금지한 비상계엄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집에 모여 도박을 하다 붙잡혀 불법집회 참여자로 몰린 뒤 옥살이를 한 남성 2명이 재심을 통해 4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15일 창원지법에 따르면 형사3부(부장 금덕희)는 불법 집회를 금지한 계엄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배모(79)·박모(79)씨 등 2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비상계엄 선포 후 내려진 포고령이 위헌·무효여서 계엄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한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2016년 사망한 김모씨와 함께 1972년 11월 초 지인의 집에 모여 낮 동안 한 판에 200∼1500원씩을 걸고 속칭 ‘도리짓고땡’ 도박을 하다 영장 발부 절차도 없이 붙잡혀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3명이 모여 도박을 한 것을 두고 불법집회라며 도박죄가 아닌 계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부산경남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는 당시 계엄령 상황에서 모든 옥내외 집회를 금지한 당시 계엄사령관 포고령 1호를 3명이 위반했다며 각각 징역 3년씩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육군고등군법회의는 형이 다소 무겁다는 판단에 따라 원심을 깨고 각각 징역 8월씩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1973년 7월 3명에 대한 징역 8월형을 확정했다. 이 사건에 앞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1972년 10월 17일 유신을 알리는 특별선언에 발표하면서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옛 계엄법 13조는 군사상 필요할 때 체포·구금·수색·언론·출판·집회 등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근거해 계엄사령관은 같은 날 ‘정치활동 목적의 모든 옥내외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정치활동 이외의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영장 없이 수색·구속한다’는 포고령 1호를 공포했다. 과거 이와 비슷한 재심사건에서 법원은 당시 비상계엄 상황이 상당한 무력을 갖춘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또 법관의 영장 발부 절차 없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을 담은 포고령 1호가 영장주의 본질을 침해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재심 재판부 역시 옥내외 집회·시위를 일절 금지하고 정치목적이 아닌 집회는 허가를 받도록 한 포고령 1호는 위헌·무효라고 판단, 46년만에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배씨 등 3명은 2015년 12월 계엄법 위반죄 판결이 무효라며 재심청구를 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재심개시 결정을 했다. 그러나 재심청구인 중 한 명인 김씨는 재심개시 결정과 무죄 판결을 끝내 받지 못한 채 2016년 10월 숨졌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내 삶은 ‘플라스틱 제로’

    내 삶은 ‘플라스틱 제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전국을 휩쓴 지 일주일쯤 흐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에 위치한 식료품점 ‘더 피커’로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플라스틱 없는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한 공간인 이곳엔 비닐봉지가 없어 장을 보려면 반드시 개인용 장바구니를 챙겨야 한다. 천 장바구니 ‘네트백’을 들고 유기농 토마토와 사과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던 배민지(29) 편집장을 만났다. 그는 최근 포장재 없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생활을 소개하는 독립잡지 ‘쓸’(SSSSL)을 펴냈다. 명함을 건네자 돌아온 건 ‘명함 스탬프’. 종이에 찍어내는 명함 대신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도장을 찍어줬다. 3년 전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플라스틱 제로’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2위인 대한민국에서 플라스틱 없는 삶은 가능할까.●배민지 편집장의 ‘플라스틱 없는’ 하루 집에 페트병을 두지 않는 그는 매일 아침 냄비에 수돗물을 받아 끓인다. 생수를 사서 마실 때보단 불편하지만 요즘엔 꽤나 익숙해졌다. 샴푸·바디샤워 통은 대개 플라스틱이라 그는 샤워도 비누로만 한다. 최근엔 지인으로부터 가루치약을 선물받았다. 일반 치약만큼이나 쓸 때 상쾌한 기분이 든다. 치약 튜브와 뚜껑용 플라스틱은 자연스레 보이지 않는다. 그가 외출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챙기는 물건 3종 세트가 있다. 에코백과 개인용 수저, 텀블러다. 각각 비닐봉지, 1회용 플라스틱 수저, 종이컵 등의 일회용품을 대신한다. 그는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 새활용플라자’에 사무실을 얻어 친환경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점심을 주문할 땐 일회용 수저는 정중하게 거절한다. 개인용 수저로 식사한 뒤 깨끗하게 씻어 말린다. 그의 사무실엔 흔한 종이컵도 없다. 이곳을 찾은 모든 손님이나 직원은 텀블러나 머그컵에 마시고픈 음료를 담아 마신다.퇴근할 때는 저녁을 무엇을 해 먹을지, 장을 어디서 봐야 할지 고민이다. 그러나 그의 선택지에 ‘대형마트’는 없다. 그곳에선 작은 채소 하나라도 포장돼 있지 않은 걸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집 근처 재래시장을 즐겨 찾는다. “비닐봉지는 괜찮아요.” 그의 입에 붙은 말이다. 꼼꼼히 고른 식재료는 따로 챙겨 온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담는다. 찌개에 넣을 두부가 필요할 때는 집에 들러 넉넉한 크기의 냄비를 하나 챙겨 온다. 저녁식사 후 후식도 구미가 당기지만, 편의점에 있는 과자에는 되도록 눈길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포장을 샀는데, 과자가 딸려 온다’는 우스갯소리는 그에게는 중요한 사실이다. 대신 말린 과일이나 견과류로 후식을 해결한다. 그럼에도 쓰레기는 나오지만, 2주에 한 번 내놓는 걸로도 충분하다. 플라스틱을 사용할 땐 하루가 멀다하고 내다버린 적도 있었으니 엄청난 차이다. 주로 나오는 건 음식물쓰레기다. 아직 집에다가 퇴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추지 못한 것이 아쉽다. 과일껍질은 최대한 말리고 남은 음식물들은 냉동실에 얼려뒀다가 한꺼번에 내다 버린다. 여전히 한국에서 완벽하게 플라스틱 없이 살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플라스틱을 마주하면 적잖이 당황스럽다고 배 편집장은 전했다. 특히 행사장에 갈 때가 문제다. 주최측에서 선물을 주는데 대부분 포장 범벅이다. 싫다고 거절하자니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깜빡하고 텀블러를 챙기지 않았을 때도 그렇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지만, 머그컵은 찾기 힘들다. 택배를 시켰을 때도 걱정이다. 배달 중 파손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물건에 딸려오는 엄청난 ‘뽁뽁이’를 받아들 때면 자괴감이 밀려온다.●“조금 만드는 것(생산자)에서 조금 쓰는 것(소비자)으로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이번 ‘폐비닐 파동’의 표면적 원인은 중국의 폐기물 금수조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플라스틱 자체에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영국 등도 중국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하고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조지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1950~2015년 동안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t이다. 이 중에서 재활용하거나 소각한 비율은 20% 언저리다. 나머지는 지금도 여전히 지구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하는 것은 좁은 관점에서 봤을 땐 이를 처리한 것이지만, 지구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위치가 이동한 것일 뿐이다. 지금도 플라스틱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은 세계 각국에서 일고 있다. 덴마크는 1994년부터 포장세를 도입해 일회용 포장재 사용에 세금을 부과했다. 효과가 있었는지 2014년엔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이 1인당 4개에 그쳤다. 싱가포르는 2007년부터 ‘싱가포르 패키징 협정’(SPA)을 추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포장 폐기물을 줄이는 노력을 한다.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3만 9000t 정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프랑스도 2016년 7월부터 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제공을 금지했다. 지난해부터는 과일·야채를 포장하는 비닐도 쓰지 못하도록 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가 있으며 생태관광 수입이 큰 케냐는 지난해 8월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비닐봉지를 쓰다 적발되면 제조자·수입자·판매자·사용자 모두에게 최대 3만 8000달러(약 4000만원)의 벌금이나 최대 4년의 징역이 내려질 수 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에서 활동하는 박샘은 캠페이너는 “제품 생산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는 생산자부터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앞에 있는 대다수 물건이 플라스틱으로 돼 있는데 이를 당장 쓰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캠페이너는 다행히 여러 다국적 기업에서 좋은 징조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코카콜라와 네슬레의 사례를 소개했다. 코카콜라는 매년 1100억개의 페트병을 생산하는데, 재활용 재질 함량을 기존 7%에서 2030년까지 50%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네슬레도 2025년까지 100%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로 바꾸기로 했다. 박 캠페이너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금수조치로 폐비닐 재활용 사태가 터졌지만, 사실은 플라스틱이 쓰이기 시작한 아주 옛날부터 문제는 시작됐다.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쓰레기 문제가 한계점에 도달해 이번에 곪아 터진 것이다. 생산 시스템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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