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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조재범, 3년간 30여차례 성폭행”…아청법 위반도

    검찰 “조재범, 3년간 30여차례 성폭행”…아청법 위반도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3일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치상.이하 아청법)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박현주)에 따르면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체대 빙상장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심 선수를 성폭행하거나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997년생인 심 선수의 나이를 고려할 때 조 전 코치의 범죄사실 중 2016년 이전의 혐의는 아청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청법은 강간 등 치상 혐의 범죄자에 대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 전 코치는 심 선수가 성인(만 19세)이 된 이후에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성폭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에 이어 검찰에서도 관련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코치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피해자인 심 선수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조 전 코치와 심 선수가 성폭행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조 전 코치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조 전 코치는 심 선수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초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심 선수는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중순 상해 사건과는 별개로 조 전 코치로부터 그동안 수차례 성폭행을 당해왔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美 법원, 자녀 등 아동 성폭행한 남자에 ‘징역 341년’ 판결

    美 법원, 자녀 등 아동 성폭행한 남자에 ‘징역 341년’ 판결

    자신의 어린 자녀들을 포함해 친척들까지 성폭행, 아동학대 등을 일삼은 남자가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CBS뉴스 등 현지언론은 성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크리스토퍼 세나(52)가 징역 341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제는 살아서는 감옥 밖을 나올 수 없게 된 세나의 혐의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그는 지난 2014년 9월 체포될 때 까지 10년 간 자신의 어린 딸과 친척을 포함 총 7명에게 '몹쓸짓'을 벌였다. 그의 혐의는 아동 성폭행, 성추행, 근친상간, 아동 성행위를 묘사한 시각표현물 소지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법원은 총 120건 혐의 중 95건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그의 전부인과 부인 모두 남편의 이같은 범죄를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하거나 도왔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 2016년 10년 후 가석방 자격을 판결받고 현재 복역 중에 있다. 피해자 중 한명인 딸 아니타는 법정에서 "나는 처음부터 그의 딸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의 욕심을 채울 대상이었을 뿐이며 이 문제를 상의할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세나에 대한 법원의 심판은 준엄했다. 윌리엄 케파트 판사는 세나에게 징역 341년을 선고했으며 가석방 자격은 337년 후다. 검찰 측은 "피고인은 아이들에게 벌인 끔찍한 범죄에 대해 어떠한 걱정도 하지 않았다"면서 "오늘 법의 정의가 실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 이처럼 징역이 341년씩 나올 수 있는 배경은 영미법이 ‘누적주의’를 따르기 때문이다. 이는 피고가 여러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각 형을 모두 합쳐 징역이 선고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공익 9000명 ‘병역면제’…왜 찬밥신세가 됐나

    [밀리터리 인사이드] 공익 9000명 ‘병역면제’…왜 찬밥신세가 됐나

    소집 5만 8000명 평균 대기기간 1년 3개월학업·취업 못 하고 무작정 기다려야 해 고통공공기관도 ‘복무부실’ 우려로 외면…악순환‘현역 부적합’ 보충역 편입 문제부터 개선해야 우리가 흔히 ‘공익’으로 부르는 ‘사회복무요원’이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올해 1월 1일 무려 9000명이 장기 인력적체로 기관 배치가 안 돼 기초군사훈련도 받지 못하고 소집해제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기간은 2년인데, 병역법상 3년간 배치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병역이 면제됩니다. 성실하게 군 복무를 하는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게 하는 이 황당한 사연의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2일 병무청 의뢰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작성한 ‘사회복무제도 운영성과 진단 및 제도혁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 필요인원은 2017년 3만 23명, 지난해 3만 33명 등 해마다 3만명 수준입니다. 하지만 병역판정검사에서 사회복무요원이 해당되는 4급 ‘보충역’은 2014년 2만명, 2015년 3만 2000명, 2016년 4만 3000명, 2017년 4만 3000명 등으로 매년 늘어났습니다. ●평균 1년 넘게 대기…9000명은 병역 면제 필요인원보다 대기인원이 많아지면서 사회복무 대상자로 분류된 5만 8000명이 평균 1년 3개월을 대기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학업도 마쳐야 하고 취업도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1년이 넘는 긴 기간을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로 흘려 보내야 한다는 겁니다. 급기야 올해 1월 3년을 기다린 9000명은 기초군사훈련도 받지 않은 채 병역이 면제됐습니다.지난해 언론보도가 나오고 문제가 커지자 부랴부랴 정부는 올해 보충역 산업기능요원 인원을 6000명에서 7500명으로 늘리고, 2021년까지 사회복무요원 복무기간을 2년에서 1년 9개월로 단계적으로 줄이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또 병역판정검사 기준을 조정하고 올해부터 3년간 매년 사회복무요원 배정인원을 5000명씩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능력협회컨설팅 분석 결과 적체 인원을 모두 해소하려면 최소 2021년이 돼야 합니다. 내년 1월에도 또 대기기간 3년을 넘겨 병역이 면제되는 인원이 나온다는 겁니다. 이런 사태의 진짜 원인은 사회복무요원이 아니라 ‘현역’에 있습니다. 심각한 ‘현역 입영적체’가 문제인 거죠. 군 입대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입영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안과질환, 비만 등의 기준을 완화하고 중졸자를 대거 보충역으로 전환하는 대책을 썼습니다. 그래서 현역처분율은 2014년 90.4%, 2015년 86.2%, 2016년 82.8%, 2017년 81.6%로 해마다 급감했습니다. 이에 ‘풍선효과’로 보충역이 크게 늘었고 자연스럽게 사회복무요원 대기자가 급증해 인력 적체가 심각해진 것입니다. 결국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부른 문제인 겁니다. ●현역 적체 해소하려다 보충역 급증 ‘풍선효과’ 더 큰 문제는 인력을 운용하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사회복무요원을 더 이상 반기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배치인력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은 일반병사와 같은 월급을 받고 여기에 더해 교통비와 중식비를 지원받습니다. 병사는 병장 기준으로 올해 40만 5700원을 받는데 2022년까지 67만 6115원 수준으로 오릅니다. 병사 임금은 중앙정부가 내주지만 사회복무요원의 임금은 각 복무기관이 제공해야 합니다. 임금 부담은 커지는데 업무 전문성은 낮고 부실복무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가 된 겁니다. 복무부실 가능성이 높은 수형자(6개월~1년 6개월 미만의 실형·1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금고형 집행유예자) 배치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현역복무 부적합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기관들의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역복무 복무부적합으로 보충역으로 재배치된 인원은 2011년 926명에서 2017년 3208명으로 3.4배 규모로 늘었습니다. 병무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수형자, 현역복무 부적합자의 사회복무요원 복무부실 비율은 평균 9.7%로 전년보다 3.8% 포인트나 줄었지만 여전히 일반 복무자(3.8%)의 2.6배에 이릅니다. 또 최종적으로 ‘사회복무요원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소집해제되는 인원은 2011~2017년 연평균 33% 증가해 기관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상황입니다. 또 대기 적체가 심해지다보니 대학의 전공과 무관하게 빨리 배치될 수 있는 기관을 찾게 되고 전문성 부족이 심화하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복무기관의 기피 이유부터 살펴야…지원대책 필요 연구팀은 복무기관의 기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복무부실 자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병역판정 검사기준과 병역처분 기준을 조정해 ‘면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군복무 중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되는 인원 중 정신이상·성격장애자와 심리적 사유로 인한 군복무 적응 곤란자는 소집자원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의 병무행정은 면제자를 줄이는 대신 보충역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됐는데 부작용이 커진 만큼 보다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또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복무분야 결정과정에 개인의 희망과 적성을 고려해 복무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력단절을 방지하고 자발적 성실복무를 유도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복무기관의 기피를 방지하기 위해 ‘인건비 국고지원’이라는 특단의 대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연구팀은 “보충역 자원수급 변화에 따른 인력 추가배정 등 탄력적 대응이 곤란해 소집적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국민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며 “사회복무 소요경비를 국고에서 전액 지원함으로써 원활한 인력배정과 활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끝으로 “2023년 이후 병역자원 부족에 대비해 병역자원이 잉여에서 감소로 전환되는 시기와 규모를 국방정책과 연계해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에 맞춰 병역처분 기준을 미리 조정해 소집 적체로 인한 국민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일부 논란이 있지만 사회복무요원의 기여를 폄훼해선 안 됩니다. 한동안 병역제도가 잘못 설계된 것일 뿐 복무자의 잘못은 아니라는 겁니다. 연구팀 분석 결과 2008년 사회복무요원 제도 도입부터 2017년까지 이들의 기여로 절감한 국가예산은 2조 4638억원에 이릅니다. 생산유발효과도 1798억원에 이르렀습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적은 비용으로, 값싼 노동력을 얻은 것입니다. 정부가 사회복무요원의 고충을 해결하는 데 좀 더 많은 힘을 쏟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박록삼의 시시콜콜] “사람 만나고 싶다”는 MB…

    [박록삼의 시시콜콜] “사람 만나고 싶다”는 MB…

    그의 생애는 참으로 드라마틱했다. 한국 현대사, 그중에서도 특히 천민적 자본주의와 고스란히 맥이 닿아 있었다. TV 드라마며, 책이며, 온갖 신문 잡지 기사를 통해 수없이 반복 소개됐던 그의 성공 신화는 많은 이들에게 ‘또다른 삶은 가능하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평범한 월급쟁이였던 그가 굴지의 대기업 CEO가 됐다는 사실은 말 그대로 하나의 신화(神話)였지만, 현실 속 가능성의 확인이었다. 부가 한쪽으로 쏠려 있는 듯해도 계급의 이동, 부의 이동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였다. 비록 지금 각자 현실은 비루하고 보잘 것 없지만, 높은 꿈을 세우고 밤낮 없이 노력하면 당신도 CEO가 되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게다가 그가 서울시장에 이어 대통령까지 되려고 한다니 자신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까지 모두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생겼다. 익히 짐작되겠지만 전 대통령 이명박씨 얘기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성공신화 뒷편에 숨겨져 있는 것들이 많았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수면 위로 많은 것들이 튀어나왔다. 하나같이 거짓말과 탐욕, 비리, 부도덕, 불법 등으로 점철된 것들이었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그 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았다.예컨대 2007년 11월 홍준표 한나라당(현재 자유한국당) 클린정치위원장이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대해 기자들에게 말했다. 소문으로 떠돌던 이른바 ‘발가락 다이아 사건’이었다. 이는 MB대선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이 지난해“김 여사가 한 재미사업가로부터 ‘3만 달러가 든 명품백’을 받았고, 돈으로 보도를 무마했고, 다른 대가를 약속한 각서를 써줬다”는 폭로와도 맥락이 닿는 일이었다. 부도덕함은 그들의 일상에 가까웠다. 정치인으로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례대표였던 이씨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흔히 ‘정치 1번지’로 불리곤 했던 서울 종로에 신한국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와 노무현 후보 등을 꺾고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200억~300억대 자산가로 통하던 그가 자신의 재산을 2억 6000만원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것은, ‘전재산 29만원’이라는 전씨 못지 않게 씁쓸한 애교였다. 이씨의 비서관이었던 김유찬씨가 불법선거 사실을 폭로한 탓이다. 이후 과정은 거짓말과 거짓말로 이어지는 추악함 그 자체였다. 그는 돈으로 김씨를 회유하고 홍콩으로 도피시켰다. 그럼에도 이씨는 검찰 수사 내내 “종교인으로서 약속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사실과 다른 것이 나오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 검사는 “이명박은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범인도피 사실 등 모두 자백했다”고 술회했다. 결국 1997년 1심에서 법정선거비용 초과지출 및 범인은닉 혐의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 이듬해 2월 21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원심이 확정됐지만, 의원직을 이미 사퇴했기 때문에서인지 사람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참고로 그의 범법사실 대부분에는 측근의 배신이 늘 있었다. 이익으로 맺어진 계약 관계는 이익이 사라지거나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봄눈 녹듯 사라지게 마련이다. 아무튼 BBK, 위장전입, 선거법위반, 도곡동 땅 등 이른바 ‘전과 13범 대통령 후보’에 대해 세상은 관대하기만 했고, 그는 결국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이 됐다. 이후 변화는 힘겹게 이뤄낸 역사 발전의 성취가 얼마나 빠른 시간에 퇴행할 수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줬다. 민주주의가 역행했고, 서민경제가 파탄났고, 한반도 평화는 전쟁 위기로 치달았고, 4대강을 막아 서서히 녹조로 썩게 만들었고, 방위산업과 해외자원개발에 흥청망청 실속 없이 돈을 퍼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막대한 경제적 특혜를 봤고, 민간인을 사찰했고, 조중동에 종편이라는 선물을 안겨 여론시장을 문란시켰고, 군·경·국정원을 동원해 대선에 깊숙히 개입했다.그는 후임 박근혜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하며 자신의 추악한 실정과 각종 범법 사실을 외부에 드러내는 시간을 5년 가까이 유예시켰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0월 “피고인 이명박에 징역 15년 및 벌금 130억 원에 처한다. 82억7700만3643원을 추징한다”고 선고했다. ‘다스’의 실소유자로서 245억원을 횡령하고, 84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였다. 많은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의 추잡스러운 범죄 행위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 10년 전 ‘747’이니 하는 허황된 얘기로 부풀린 부자의 꿈에 맞장구치며 그를 500만표라는 압도적 표차이로 대통령 되게 해준 이들 또한 국민이었지만, 그랬기에 모멸감은 더욱 컸다. 더욱이 지난 3월 ‘수면무호흡, 탈모’ 등 핑계를 대며 신청한 보석에 재판부는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접견·통신 대상도 변호인, 가족으로 제한하는 등 가택연금 형식의 조건부 보석을 허가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치권, 다수의 국민들이 분노와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한데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처럼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특히 탐욕스러운 이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최근 이씨는 “사람들도 더 만나고 싶고, 교회도 가고 싶고, 삼성동 사무실에도 주 1~2회 나가고 싶다”면서 보석의 조건을 완화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국민 다수의 법감정 등까지 충분히 고려해 신중히 판단할 내용이다. 다만 그의 끝없는 거짓말과 욕심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이제 울화통을 터뜨리는 데도 지쳤다. 뻔뻔함의 끝은 어디인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 1등만 14회 일산 ‘로또 명당’ 2곳 왜 동시에 문 닫았을까

    1등만 14회 일산 ‘로또 명당’ 2곳 왜 동시에 문 닫았을까

    마두역 ‘로또복권판매소’ ‘가판로또’ 판매자격 없으면서 10년 동안 영업 허가받은 단말기 빌려와서 영업도 복권위원회 적발… 한 달 판매정지20~30여회씩 1~2등 당첨자를 냈던 경기 고양시 일산 로또 명당 2곳이 최근 동시에 문을 닫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1등 당첨자 배출횟수 기준으로 1곳은 전국 16위, 다른 한 곳은 전국 36위 이내 판매점이다. 고양시는 최근 고양에서 가장 두드러진 당첨률을 올린 마두역 3번 출구 앞 ‘로또복권판매소’와 5번 출구 앞 ‘가판로또’에 대해 판매정지 처분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로또복권판매소는 2009년 10월 17일 첫 1등 당첨자(12억 8600만원)를 낸 이래 지난 18일(18억 5300만원)까지 모두 8회나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2등 당첨자는 18회 배출하는 등 1~2등 누적당첨금이 163억여원에 이른다. 가판로또도 2011년 5월 7일 첫 1등 당첨자(19억 9500만원)를 낸 이후 지난 3월 16일(33억 7700만원)까지 모두 6회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2등 당첨자는 28회 배출하는 등 1~2등 누적당첨금이 181억여원에 달한다. 로또복권판매소는 종업원이 표준근로계약서대로 근무하도록 해야 하는 복권판매업 기준을 지키지 않고 시간외 근무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판매소의 위법사실이 적발된 것은 민원 때문이었다. A씨가 지난 11일 “이 판매소를 여성 2명이 5~6년 전부터 월세 480만원에 원래 주인인 B씨로부터 임대받아 영업 중”이라는 글을 국민신문고에 올렸다.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와 고양시 소상공인지원과가 지난 20일 현장 확인해 종업원 2명의 시간외 근무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로또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은 다음달 25일까지 30일 판매정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계약 해지도 될 수 있는 로또판매권 전대 등 중요 법위반 혐의는 묵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될 전망이다. A씨는 1년 전 B씨가 임차인들을 내보내려고 했으나 “내가 가게를 다 키워 놓았는데 권리금도 못 받고 어떻게 나가냐며 크게 다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판로또는 허가받은 가판대 주인도 아니고, 복권판매권도 없으면서도 지난 10년 가까이 영업해 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문을 닫게 됐다. 다른 장소에서 영업허가받은 단말기를 돈을 주고 빌려다 영업한 것으로 보인다. 복권위는 ‘제3자 불법판매업체’로 추정하고, 동행복권 측은 행정처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복권판매업은 매우 까다롭다. 우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만 판매자격을 준다. 1인당 1회 10만원을 초과해 판매하면 안 되며,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도 못 판다. 종업원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계약인과 판매자 모두 고발 조치되며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가족이 판매하는 경우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비치해야 한다. 임·전대한 복권판매점 건물주나 점포주와 그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는 종업원이 될 수 없다. 복권 판매 계약인과 건물주 및 점포주가 매월 일정 비율로 수수료를 나누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복권위는 지난해 전국에서 138건의 복권법 위반사례를 적발했다. 제3자 판매허용기준 위반이 74건으로 가장 많고, 판매점 구비서류 미비 57건, 당첨금 지급 거부 5건, 10만원 초과 판매 2건 등이다. 처분은 30일 판매정지 58건, 벌금 39건, 계약 해지 25건, 기소유예 10건, 10일 판매정지 6건 등이다. 전국 판매점 6800곳 중 1등 당첨자를 8회 이상 배출한 곳은 16곳, 6회 이상은 36곳이다. 로또를 팔아 나오는 수익은 1000원 기준으로 55원이다. 부가세가 5원이므로 50원이 남는다. 수익률이 5%에 이른다. 로또복권 판매액은 2016년 3조 5995억원, 2017년 3조 7973억원, 지난해 3조 9606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매회 761억원가량 판매된다.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5만분의 1’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서울대생 내란음모’ 故 조영래 변호사 47년 만에 무죄

    ‘서울대생 내란음모’ 故 조영래 변호사 47년 만에 무죄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박정희 정권에서 겪은 시국사건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 재심에서 4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삶을 쓴 ‘전태일 평전’의 저자이기도 한 조 변호사는 한국의 대표적 인권변호사로 불린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3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변호사의 재심에서 과거 2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불법 체포돼 고문에 의해 진술했고, 진술 외의 나머지 증거들을 봐도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는 조 변호사의 아내 이옥경씨가 출석해 작고한 남편이 반세기 만에 혐의를 벗는다는 설명을 대신 들었다. 중앙정보부(중정)가 1971년 발표한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은 당시 사법연수생이던 조 변호사와 서울대생이던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이신범 전 의원,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등 5명이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내용이다. 중정은 이들이 학생 시위를 일으키고 사제 폭탄으로 정부기관을 폭파하는 등 폭력적인 방법으로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며 김근태 전 고문을 수배하고 조 변호사 등 4명을 구속했다.재판에 넘겨진 조 변호사는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유족의 청구로 열린 재심에서 재판부는 “전체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신범 전 의원과 심재권 의원 등은 지난해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조 변호사는 1984년 망원동 수재민 사건 집단소송, 1986년 여성조기정년제 철폐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1987년 상봉동 진폐증 사건 등의 변론을 맡아 노동· 빈민·여성 인권을 옹호하는 데 앞장섰다.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삶을 기록한 전태일 평전을 써 노동운동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는 1990년 12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애인 불 붙여 살해하려한 40대에게 징역 6년형

    애인이 다른 남자와 어울렸다는 이유로 휘발유를 뿌린 뒤 불 붙여 살해하려해 징역 6년형을 받은 40대 남자의 항소가 기각됐다.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는 30일 “애인 B씨와 말다툼을 한 뒤 범행에 쓸 휘발유를 준비한 점 등으로 미뤄 살해할 고의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49)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숨질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거나 예측할 수 있었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살해의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1·2심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주점을 운영하는 B씨와 2011년부터 연인 관계로 만났으나 B씨가 남자 손님들과 어울리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B씨의 주점 폐쇄회로(CC)TV로 내부 상황을 살펴보기도 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7월 7일 밤 애플리케이션으로 주점 내부를 살피다 B씨가 남자 손님과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주점으로 찾아가 욕설을 퍼부으며 B씨를 폭행했다. 이어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 주점을 다시 찾아가 B씨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주점에 함께 있던 B씨의 지인에게도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B씨와 지인이 주방 싱크대로 재빨리 뛰어가 불을 끄지 않았다면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한국당 이우현 의원직 상실…징역 7년 확정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한국당 이우현 의원직 상실…징역 7년 확정

    지역 정치인과 사업가들로부터 약 11억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우현 자유한국당에게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이 확정 판결로 이우현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의원의 상고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1억 6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됐다. 이 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남양주시장 예비 후보에게 공천 청탁과 함께 5억 5500만원을 받는 등 지역 정치인과 사업가 등 19명으로부터 모두 11억 81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챙겼다. 또 2015년 3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철도시설공단과 인천국제공항공사 공사 수주 청탁 등과 함께 1억2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1·2심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치자금과 관련해 부정을 방지해 민주 정치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면서 징역 7년에 벌금 1억 6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불법 정치자금 1000만원이 추가로 인정돼 추징금만 6억 8200만원에서 6억 92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 의원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적당한 형량’이라고 판단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檢, 법리 검토 착수… 강효상 외교기밀 누설, 면책특권 안 될 듯

    檢, 법리 검토 착수… 강효상 외교기밀 누설, 면책특권 안 될 듯

    한미 정상 통화내용을 유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외교상 기밀누설 혐의로 고발당하면서 검찰은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법조계에서는 면책특권에도 해당되지 않고, 유출한 내용이 외교상 기밀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양중진)는 더불어민주당의 강 의원 고발 사건을 지난 27일 배당받고 곧바로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형법 113조 외교상 기밀누설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는 공무상 비밀누설보다 형이 무겁다. 법조계에서는 외교상 기밀누설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서 규정하는 군사 기밀 누설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상 기밀’이 ‘군사 기밀’ 수준으로 보호받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은 기자회견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한 강 의원에게 면책특권이 적용되는지 여부다. 헌법 4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통상 국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 발언 내용은 면책특권이 인정되지만, 기자회견이나 홈페이지·SNS에 올린 글은 인정되지 않는다. 고 노회찬 의원은 2005년 일명 ‘안기부 X파일’을 인용해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강 의원이 유출한 내용이 외교상 기밀에 해당된다는 것도 이견이 없다. 외교부는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이 3급 비밀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2016년 법원은 해군 차기잠수함 관련 3급 군사기밀을 유출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예비역 소령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강 의원 해명과 유사하게 ‘군사기밀에 해당하지 않고, 일부는 언론에 이미 공개돼 국가안전 보장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유출 내용이 잠수함 작전운용 성능의 일부에 불과하더라도 주요 성능을 알 수 있을 정도”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여성해방 진두지휘, 6·10만세운동 주도…파란만장했던 ‘최고 미인’

    여성해방 진두지휘, 6·10만세운동 주도…파란만장했던 ‘최고 미인’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로 대표적인 인물은 이동휘(대통령장,1995년) 선생이다. 2005년 3·1절에 몽양 여운형(대한민국장) 등 사회주의 계열 54명에게 건국훈장이 추서되는 등 2007년까지 다수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이 훈장을 받았다. 그중에 주세죽이 있다. “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부인. 코뮤니스트. 당대의 ‘얼짱’. 3·1만세운동과 6·10만세운동에 참여한 항일투사. 여성해방운동가.” 주세죽의 일생은 파란만장하고 비극적이다. 주세죽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돼 왔다. 수년 전 손석춘 작가의 ‘코레예바의 눈물’과 조선희 작가의 ‘세 여자 이야기’를 통해 생애가 알려졌다. ‘코레예바의 눈물’은 손 작가가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여행을 갔다가 발견한 주세죽의 자필 기록을 토대로 쓴 소설이다.주세죽은 함남 함흥에서 태어났다. 호적상으로는 1901년생이다. 중농 집안에서 태어난 주세죽은 영생여학교 고등과에 다녔고 피아노 실력이 출중했다고 한다. 1919년 3월 3일 함흥 장날, 만세시위운동이 일어났다. 주세죽도 참가했다가 붙잡혔다. 한 달 동안 입에 담기 어려운 모멸적인 성고문을 받고 출소했다. 풀려난 주세죽은 함흥 시내 병원에서 간호 보조원으로 일했다. 일본인 의사의 성추행에 또다시 진저리를 친 주세죽은 중국 상하이 유학을 결심했다. 그곳에는 한 살 아래 친구 허정숙이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피아노를 공부하러 간 상하이에서 주세죽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허정숙의 소개로 박헌영을 만났다. 박헌영, 김단야 등은 주세죽이 오기 한 달 전인 1921년 3월 고려공산청년회를 결성했다. 박헌영은 책임비서였고 주세죽도 고려공청에 가입해 기관지 ‘올타’를 편집하는 등 사회주의 활동을 벌였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동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박헌영을 뒤따라 주세죽은 1922년 3월 조국으로 돌아왔다. 조국에서 독립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을 벌이겠다는 의지에 불타 있었다. 먼저 갔던 박헌영과 허정숙의 남편 임원근, 김단야는 귀국 정보를 알아낸 일경에 체포되고 말았다. 세 사람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고 평양형무소에 수감됐다. 주세죽은 여성해방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대 조선 최고의 미인으로 통했다. 박헌영의 친구인 소설가 심훈은 대리석으로 깎은 얼굴이라고 했다. 주세죽을 모델로 ‘동방의 애인’이라는 소설도 썼다. 주세죽, 허정숙, 김단야의 동거녀 고명자를 당시 언론은 여성 트로이카라고 불렀다. 박헌영, 김단야, 임원근은 남자 삼총사였다. 주세죽과 허정숙은 반봉건, 여성해방의 뜻으로 단발머리를 했다. 주세죽은 허정숙, 정종명 등과 함께 1924년 5월 서울 천도교회관에서 조선여성동우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한 조직이었다. 고무공장, 비단공장, 정미소를 찾아다니며 강연회와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 항일운동단체 근우회에도 동참했다. 1925년 5월 조선공산당이 출범했다. 조선공산당을 추동할 조직인 고려공산청년회도 창립했다. 박헌영이 고려공청 책임비서를 맡았고 주세죽은 후보위원이 되었다. 그러나 그해 11월 우발적인 술자리 사고로 조직이 탄로 났다. 김단야만 피신했고 주세죽, 박헌영, 임원근, 허정숙이 검거됐다. 주세죽은 증거 부족으로 한 달 만에 풀려났다. 순종의 국장일인 1926년 6월 10일, 주세죽은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또 보름 만에 풀려났다. 주세죽은 만세운동을 기획한 공청 중앙위원이었지만, 박헌영이 아니라고 보호했기 때문이다. 박헌영은 심한 고문을 받았고 정신이상자가 됐다. 그러나 이는 위장이었다. 박헌영은 병보석으로 석방됐다. 주세죽과 박헌영은 요양을 이유로 함흥으로 간 뒤 소련 블라디보스토크로 배를 타고 탈출했다. 임신한 주세죽은 도착하자마자 딸 영(影)을 낳았다. 1928년이었다. 그해 11월 두 사람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로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김단야가 먼저 가 있었다. 김단야는 코민테른(공산주의 인터내셔널) 조선담당관이었다. 주세죽은 모스크바 동방노력자공산대학에, 박헌영은 국제레닌학교에 입학했다. 박헌영은 주세죽에게 ‘코레예바’라는 러시아식 이름을 지어줬다. 고려의 여성이라는 뜻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두 사람은 1932년 초 딸을 국제유아원에 맡겨놓고 상하이로 갔다. 영에게 ‘비비안나’라는 다른 이름을 지었다. 상하이에서 주세죽은 박헌영과 조선공산당 활동을 지원하고 기관지를 국내로 들여보냈다. 이듬해 7월 박헌영은 체포됐다. 그 사이 주세죽과 김단야는 도망쳤다. 김단야는 박헌영이 고문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주세죽을 연모한 김단야의 거짓말이었다. 그러고는 사랑을 고백했다. 둘은 1934년 1월 모스크바로 돌아갔다. 박헌영이 죽었다고 믿은 주세죽은 김단야와 결혼했다. 1937년 소련은 일제의 스파이라는 혐의를 씌워 김단야를 체포했다. 이성태란 사람의 모함이었다. 이듬해 2월 13일 석 달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주세죽도 5년 유배형을 받았다. ‘제1급 범죄자의 아내로서 사회적 위험분자’라는 죄목이었다. 1938년 5월 주세죽은 유배지 카자흐스탄으로 떠났다. 김단야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은 유배지에 도착하자마자 병에 걸려 죽었다. 유배지 크질오르다는 사할린에서 활동하던 홍범도 장군이 강제이주를 당한 곳이기도 하다. 광복 후 지하에서 활동하던 박헌영은 월북한 뒤 1946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주세죽은 프라우다지에 난 기사를 보고 박헌영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당시 18세이던 비비안나에게 아버지임을 알렸다. 박헌영은 주세죽이 유배된 사실을 알고 최대한의 배려를 요청했다. 주세죽은 그다음 날 거주 제한이 풀렸다. 박헌영은 비비안나를 만났다. 그러나 주세죽을 만날 의사는 없었다. 주세죽은 스탈린에게 조선으로 보내달라는 청원서를 보냈다. 스탈린은 거부했다. 주세죽은 딸에게로 가다 병에 걸려 숨을 거두었다. 휴전 회담이 한창이던 1953년 나이 52세 때였다. 두 남자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박헌영은 김일성에게 미제의 간첩으로 몰려 3년 후 죽임을 당했다. 주세죽의 첫 남편은 미제 스파이, 두 번째 남편은 일제 스파이로 몰려 죽은 것이다. 허정숙은 북한 문화선전상,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남북적십자회담 대표 등을 지내고 1991년 89세로 사망했다. 고명자는 일제의 고문으로 원치 않는 전향을 했다가 친일적인 글을 쓰기도 했고 6·25 전쟁 중에 사망했다.1989년 소련 당국은 주세죽과 김단야를 사면했다. 1991년 박비비안나는 한국을 방문했다. 박헌영의 고향 충남 예산에서 가져간 흙을 주세죽의 묘비에 뿌려줬다. 비비안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무덤이라도 있는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행복한 편입니다.” 비비안나는 무용수와 대학교수로 활동하다 2013년 사망했다.우리 정부는 2007년 주세죽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김단야에게는 독립장을 추서했다. 임원근은 앞서 1993년 애국장을 받았다. 중국 태행산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사망한 윤세주(독립장)와 진광화(애국장)도 건국훈장을 받았다. 님 웨일스 ‘아리랑’의 실제 주인공 김산(장지락)에게도 2005년 애국장이 추서됐다. 그러나 아직도 복권되지 못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이 많다. “‘빨갱이’에게 무슨 훈장이냐”는 우파의 공격을 받고 있다. 전쟁과 분단을 겪은 현실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념의 무덤에서 독립유공자를 파내는 일을 멈춰선 안 된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이영학 사건 초기대응 부실…유족에 국가 배상”

    “이영학 사건 초기대응 부실…유족에 국가 배상”

    2017년 발생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살인 사건에서 경찰 초동 대응이 부실했다며 국가가 피해 여중생 가족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부장 오권철)는 피해 여중생 A양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1억 8000여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영학은 2017년 9월 30일 딸의 친구인 A양을 서울 중랑구 자택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이튿날 살해했다. A양의 어머니는 실종 당일 오후 11시 20분쯤 112에 신고했고, 중랑경찰서 112상황실은 망우지구대와 중랑서 여성·청소년수사팀 당직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당직을 서던 여성·청소년 수사팀은 “출동하겠다”고 허위 보고한 뒤 출동하지 않았다. 망우지구대 경찰은 A양의 최종 목격자나 행적을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았다. A양의 어머니는 지구대에서 이영학의 딸과 통화했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당시 경찰 내부 감찰 조사에서 이들은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라고 판단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초동 대응 부실로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징계를 받았다. 재판부도 “경찰관들이 초반에 이영학의 딸을 조사했다면 손쉽게 A양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의 과실이 A양 사망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가의 책임 비율은 30%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이영학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딸도 장기 6년·단기 4년형이 확정됐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이영학 사건 초기대응 부실… 유족에 국가 배상”

    2017년 발생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살인 사건에서 경찰 초동 대응이 부실했다며 국가가 피해 여중생 가족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부장 오권철)는 피해 여중생 A양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1억 8000여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영학은 2017년 9월 30일 딸의 친구인 A양을 서울 중랑구 자택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이튿날 살해했다. A양의 어머니는 실종 당일 오후 11시 20분쯤 112에 신고했고, 중랑경찰서 112상황실은 망우지구대와 중랑서 여성·청소년수사팀 당직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당직을 서던 여성·청소년 수사팀은 “출동하겠다”고 허위 보고한 뒤 출동하지 않았다. 망우지구대 경찰은 A양의 최종 목격자나 행적을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았다. A양의 어머니는 지구대에서 이영학의 딸과 통화했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당시 경찰 내부 감찰 조사에서 이들은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라고 판단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초동 대응 부실로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징계를 받았다. 재판부도 “경찰관들이 초반에 이영학의 딸을 조사했다면 손쉽게 A양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의 과실이 A양 사망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가의 책임 비율은 30%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에게 법적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해도 이영학의 범행에 가담했다거나 범죄를 용이하게 한 경우는 아니다”며 “의무에 반해 범죄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데 불과한 국가를, 이영학과 동일시해 대등한 책임을 부과하는 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라는 이념에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이영학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딸도 장기 6년·단기 4년형이 확정됐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버스 운전 중 옛 동거남 방화로 사망…법원 “산재 아니다”

    버스 운전 중 옛 동거남 방화로 사망…법원 “산재 아니다”

    버스 운전을 하다 옛 동거남의 범행으로 운전기사가 사망했지만 업무상 재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장낙원)는 A씨의 자녀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부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02년부터 버스 운전기사로 일한 A(여)씨는 2005~2006년 B씨와 동거를 하다 헤어졌다. B씨는 헤어진 뒤에도 여러 차례 A씨를 찾아가 대화를 하자고 했지만 A씨가 응하지 않자 휘발유와 라이터를 갖고 가 A씨가 운전하는 버스에서 그를 위협하고 살해하기로 했다. 2017년 3월 어느 날, B씨는 한 정류장에서 노선에 따라 운전하고 있던 A씨의 버스에 탔다. 버스가 운행되는 동안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였고, 종점이 가까워오면서 다른 승객들이 모두 내려 버스에는 운전기사인 A씨와 B씨만 남았다. 버스가 차고지 앞을 50m쯤 남겨두었을 때 B씨는 “한 시간만 진지하게 대화를 하자”고 했는데 A씨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미리 구입해서 갖고 있던 휘발유를 운전석에 쏟아부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 사고로 버스 앞 부분이 탔고 A씨는 전신 80%에 이르는 화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목숨을 잃게 됐다. B씨는 현존자동차방화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A씨의 자녀는 어머니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서도 기각 결정이 나오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A씨가 차고지에 도착할 무렵 보행자와 동료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차고지 안으로 버스를 몰아 사업장 내에 발생한 돌발적인 화재에 따른 긴급 피난으로 사망했다고 봐야한다는 주장이었다. 또 사업주가 제공한 버스에 운전석에 탈출구가 마련되지 않았고 운전석과 승객 사이의 보호격벽이 완전하게 마련돼 있지 않은 결함이 있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도 “망인의 사망은 망인과 가해자 사이의 사적인 관계에 의한 것으로 업무기인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은 가해자의 개인적인 원한에 기한 범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망인이 노선에 따라 버스를 운전했고 가해자의 버스 탑승을 거부할 수 없었고 운행 중 승객에 의한 폭행 사건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범행이 직무에 포함되거나 통상 일어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방화로 인해 화상을 입어 사망한 것이라며 ‘긴급 피난’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가해자가 기습적으로 휘발유를 뿌려 불을 붙인 만큼 운전석에 탈출구가 별도로 마련돼 있었더라도 사망을 막을 순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운전석과 승객과의 사이에 격벽시설이 있었다면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을 수 있지만, 사업주에게 통상적으로 발생할 위험이 아닌 수위의 이 사건의 범행을 예견해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을 갖출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다”며 사업주의 관리소홀 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127억 기부금 사기’ 새희망씨앗 회장 징역 6년 확정

    ‘127억 기부금 사기’ 새희망씨앗 회장 징역 6년 확정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을 돕는다며 기부금 127억여원을 받아놓고 대부분 탕진한 혐의로 기소된 사단법인 ‘새희망씨앗’ 회장의 징역형의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는 상습사기·기부금품법(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모(56) 새희망씨앗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윤씨는 2014년부터 3년 동안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에게 후원을 부탁하는 명목으로 전화를 걸어 시민 4만 9000여명으로부터 모금한 128억여원 중 127억여원을 가로챘다. 윤씨가 받은 기부금 중 실제로 기부한 금액은 전체 모금액 중 1.7% 수준인 2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윤씨 아파트 구입비, 유흥비, 사무실 운영비와 직원 급여 등으로 쓰였다. 윤씨는 주식회사 새희망씨앗과 사단법인 새희망씨앗을 설립해 두 법인을 함께 운영했다. 주식회사는 법적으로 기부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기부금을 쉽게 받으려면 사단법인으로 포장하는 편이 손쉬울 것으로 윤씨는 판단했다. 1심은 “이 사건으로 피해자들은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고 일반인들도 기부문화를 불신하게 됐다”면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이 횡령 피해액의 회복을 위해 회사에 자기 명의의 아파트와 토지 등에 3억원씩 총 9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점을 고려했다”면서 징역 6년으로 감형했다. 윤씨는 ‘부당하게 무거운 형’이라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형이 무겁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징역 6년을 확정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옥시싹싹 원료물질 제조’ 전직 SK케미칼 직원 구속…법원 “사안 중대”

    ‘옥시싹싹 원료물질 제조’ 전직 SK케미칼 직원 구속…법원 “사안 중대”

    가습기살균제 사태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원료물질을 만들어 공급한 전직 SK케미칼 직원이 구속됐다.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9시 55분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며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2006년까지 SK케미칼에서 팀장급으로 근무한 최씨는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PHMG 연구와 개발을 주도했다. 검찰은 최씨가 옥시 측에 PHMG를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추천하고 공급하는 과정에서 유해성이나 흡입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최씨는 SK케미칼 퇴직 이후 PHMG 중간도매상 역할을 하는 CDI 연구소장으로 옮겼다. 이번 구속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태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조·유통 과정에 SK케미칼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초 옥시는 2016년 PHMG 등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회사로 지목돼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징역 6년을 확정받는 등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으나, SK케미칼은 당시 ‘중간도매상에 판매했을 뿐, 사용 용도는 몰랐다’고 주장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검찰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상대로 CMIT·MIT를 원료로 하는 ‘가습기메이트’ 제조·유통 과정을 수사하면서 SK케미칼의 PHMG의 유해성을 몰랐을 수 없는 정황을 추가로 발견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판깨스트] ‘영초언니’도 국가소송 패소… ‘양승태 대법원’이 막은 긴급조치 배상

    [판깨스트] ‘영초언니’도 국가소송 패소… ‘양승태 대법원’이 막은 긴급조치 배상

    ‘영초언니는 제게 담배를 처음 소개해준 나쁜 언니였고, 저를 이 사회의 모순에 눈뜨게 해준 사회적 스승이었고, 행동하는 양심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준 지식인의 모델이었습니다. 천영초 선배는 긴급조치 시대 대학가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였고 주위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사람이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잊혀버렸습니다. 아무도 그녀의 역사를 기록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7년 5월 출간된 책 ‘영초언니’의 주인공 천영초씨와 책을 쓴 서명숙 제주올래 이사장 등이 ‘긴급조치 9호’로 입은 피해를 배상해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이후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배상받을 길이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 문혜정)는 지난 17일 천씨와 서씨, 안희옥씨와 가족, 고 유구영씨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긴급조치 9호 위반’ 천영초·서명숙…국가배상 소송 패소 천씨와 서씨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주도하는 유인물을 작성하고 유포했다는 이유로 1979년 4월 15일 영장없이 경찰에 체포돼 구금됐습니다. 그해 5월 16일 구속영장이 집행됐고 재판에 넘겨져 9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12월에서야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석방됐습니다. 이들과 같은 날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구금된 안씨는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석방됐고, 유씨는 1979년 3월 20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12월 석방됐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1980년 긴급조치가 해제되면서 항소심에서 모두 면소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서울지역 노동조합협의회 정책실장과 민주노총 정책기획실 부국장 등을 지낸 유씨는 1996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재판에 넘겨졌던 인사들과 가족은 2013~2014년 서울고법에 형사보상을 청구해 270여일의 구금에 대한 보상을 받았고,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았습니다. 국가는 천씨와 안씨가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결정에 동의하고 보상금을 받아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했기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민주화보상법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만큼 보상금을 받았어도 정신적 위자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긴급조치 피해자라는 점이 배상의 길을 막았습니다. 이들은 2013년 소송을 내며 “당시 유신헌법에 규정된 긴급조치권의 목적과 발동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발령했으니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령행위 자체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한 것도 애초부터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에 의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였고, 수사기관이 이들을 형사소송법상 구금기간을 넘어 체포·구금하고 가족 및 변호인의 접견을 일체 금지하고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한 것 역시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였다고 주장했죠.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2010년)과 헌법재판소(2013년)가 긴급조치가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한 뒤 많은 과거사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에서도 잇따라 배상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배상을 인정하는 부분은 주로 수사·재판과정에서 고문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점에서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경우였고, 긴급조치 발령 자체에 대해선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015년 3월 26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 때문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3월 26일 대법원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만큼 불법행위가 아니라며 국민 개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긴급조치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됐지만 당시에는 유효한 법규였던 만큼 공무원들의 직무행위가 곧바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라 ●양승태 대법원 “긴급조치 발동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 는 겁니다.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결정한 지난해 8월 30일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그러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할 순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천씨 등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도 이러한 대법원 판단을 따랐습니다. 영장없이 체포·구금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복역한 자체는 긴급조치와 관계 없이 불법행위가 맞지만, 이미 석방된 뒤 30년여가 흐른 뒤에야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도 판단됐습니다. 다만 최근 법원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의 판단에 반하는 하급심 판결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 임정엽)는 지난달 19일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체포·구금됐던 김모씨의 가족들이 낸 소송과 정모씨와 가족들이 낸 소송에서 각각 원고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 발령행위 자체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경우에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불법구금 또는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았어도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2016년 당시 광주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마은혁)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 김기영)도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발령한 것이 불법이라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단을 했습니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파기돼 상고심에서 국가배상의 책임이 없다는 결론으로 확정됐지만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온 판결도 같은 내용의 판단이 담겼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당시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한 뒤 나온 첫번째 하급심 판결입니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국가 배상의 길을 열어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국회에서 ‘긴급조치 피해자 원상회복 방안 토론회’도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긴급조치 위헌성이 확인됐지만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고, 지난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습니다. 1979년 당시 첫 번째 공판에서 천씨는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독재정권 물러가라! 민주주의 쟁취하자!”며 목청을 높였다고 합니다.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아 천씨는 징역 2년 6개월과 자격정지 2년 6개월, 서씨는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그날엔 방청객들의 탄식과 함께 누군가가 법정에서 “사법부가 역사의 죄인이다!”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서 이사장의 책 ‘영초언니’ 속 기록입니다. 이들의 싸움과 외침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인터폴, 아동성애자 사이트 운영자 등 9명 체포, 50명 어린이 구출

    인터폴, 아동성애자 사이트 운영자 등 9명 체포, 50명 어린이 구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가 국제 아동성애자 조직을 적발해 9명을 체포하고 이들에게 옭매여 있던 50명의 아동을 구출했다고 영국 BBC가 2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2017년에 수사를 시작한 인터폴은 전 세계 6만 3000명의 이용자들을 거느린 ‘다크 웹’ 운영자들을 계속해서 검거해 단죄하고 있는데 지난 17일에는 호주 애들레이드 법원에서 루에차 톡풋차가 11명의 아기와 소년들에게 51개 혐의를 저지른 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40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호주 어린이 성범죄자로는 가장 중한 형벌이다. 그의 컴퓨터 장비에서는 태국과 호주에서 촬영된 수천 장의 사진들이 발견됐는데 톡풋차는 몇몇 어린이들을 직접 유린했다. 가장 나이 어린 피해자는 생후 15개월 된 아이였다. 리에슬 채프먼 판사는 “당신은 한 아이의 가장 끔찍한 악몽이었으며 모든 부모들의 공포였고 공동체의 악 덩어리였다”고 단정했다. 가장 먼저 체포된 사이트 운영자는 지난해 태국에서 구금된 몬트리 살랑감이었다. 조카 중 한 명까지 유린했던 그는 자국 법원에서 146년형을 언도 받았다. 유치원 교사였던 공범은 36년형을 받았다. 태국과 호주는 물론, 미국에서도 검거된 이들이 있지만 다른 이들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인터폴은 검거자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직에 유린된 아이들의 숫자가 100명 이상일 것으로 보고 이들의 신원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은손목 작전’이라 불린 인터폴의 수사는 사람들이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암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이트에 13세 이하 소년 11명의 사진들이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서 시작됐다. 이런 네트워크는 일반적인 검색 엔진으로는 검색되지도 않았다. 미국 국토안보부 조사국(HSI)이 웹사이트의 IP 주소를 추적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는 호스트 사이트를 찾아냈다. 이들은 주 단위로 새로운 이미지들을 업로드하며 인터폴의 수사를 어렵게 만들기 위해 어린이들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기도 했다. HSI의 방콕 연락관인 에릭 맥러플린은 미국에 거주하는 몇몇 용의자들은 믿을 만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실버타운서 20대 조리사에 “사랑합니다”며 추행한 90대 노인

    실버타운서 20대 조리사에 “사랑합니다”며 추행한 90대 노인

    #원고vs피고: 고급 실버타운의 식당 조리사 A(23·여)씨 vs 거주자 B(92)씨 2016년부터 한 고급 실버타운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2017년 4월부터 아내와 함께 시설에서 생활하는 B씨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B씨를 고소했습니다. 식당에서 배식을 하던 A씨에게 B씨가 “너무 예쁘다”고 말하며 감싸안고 “데이트 하자. 시간이 언제 되니?”라고 물었고 깜짝 놀란 A씨에게 입을 갖다대며 추행한 것입니다. 또 지나가다 마주친 A씨에게 “한 번 안아보자”고 말하고 뒷걸음질 치는 A씨를 끌어안기도 했습니다. B씨는 두 달 사이 60여 차례나 “예쁘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A씨를 추행하거나 성희롱을 했고 A씨 외에도 다른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가 이 같은 사실을 알려 시설의 상급 책임자가 B씨에게 시정을 요구했지만 달라지지 않았고 시설에서는 B씨가 3개월간 식당 이용을 못하게 하고 방으로 음식을 배달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3개월 뒤에도 다시 같은 행동을 하자 시설의 A씨와 상급 책임자가 B씨의 가족들과 만나 시설에서 나가달라고도 말했습니다. B씨가 시설에서 나가기를 거부하자 결국 A씨는 2017년 7월 B씨를 고소했고, B씨는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3월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선고받았습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 A씨의 신청으로 접근금지명령을 받게 되자 B씨는 시설을 떠났습니다. B씨는 시설에서 나갔지만 A씨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우울증 등을 호소해 6개월 동안 병원과 심리상담소를 오가며 상담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B씨나 그의 가족들로부터 진지한 사과나 피해배상을 받지 못했다며 B씨에게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B씨 측은 치매 증상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조사에서 혼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며 법원에선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1심에서 B씨가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B씨가 항소했는데, 2심에서는 오히려 “사건의 경위와 지속성, 원고와 피고의 연령, 성별, 사회적 지위, 피고와 주변인들이 원고에게 보인 행동, 피고의 경제사정 등을 고려하면 위자료 액수는 30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A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하지 않았고 B씨만 항소한 만큼 피고에게 불리하게 판결할 수는 없다며 항소 기각을 선고해 B씨가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민사소송법 407조에 항소심의 범위를 1심 판결에서 변경을 청구하는 한도 안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이유에서입니다. B씨는 상고하지 않았고 판결은 지난달 27일 확정됐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인도네시아 대선 불복 시위, 왜 중국이 보복대상 됐나

    인도네시아 대선 불복 시위, 왜 중국이 보복대상 됐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발생한 선거 불복 시위 불똥이 중국으로 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1일 선거 결과 발표 직후 발생한 야권 지지자들의 폭력 시위로 6명이 숨지고 350명 이상이 부상당한 데 이어 시위 진압에 중국 경찰이 가담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왓츠앱,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퍼진 가짜뉴스의 내용은 시위 참여자들이 중국에서 온 경찰에게 총살당했다는 것이다. 밝은 피부색에 마스크를 한 중국 경찰이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하고 인도네시아에 와서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 중이다. 반중국 메시지의 확산에 인도네시아 당국은 22일 가짜 뉴스가 퍼지는 것을 금지했다. 인도네시아 인터넷법에 따르면 가짜 뉴스를 생산하거나 유통하면 징역형에 처한다. 조코위 대통령은 55.5%로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야당 지지자들은 선거 불복 시위를 지하드(성전)라 부르며 중국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는 것도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압둘 가니(33)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남부에서 지하드에 참여하고자 내 돈을 쓰고 자카르타까지 왔다”며 “우리 형제가 중국 경찰의 총에 사망했다는 것을 믿으며, 조국이 혼돈과 가난에 빠져 외세에 침탈당하는 것을 스스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항상 우리의 고통을 이용했다며 수하르토 정권하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조코위 대통령이 중국을 보스로 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장성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인 야당 대선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 총재는 44.50%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정부·여당이 개표조작을 비롯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3일 헌법재판소에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프라보워 후보는 22일 동영상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당부했다. 그는 “당신들의 지도자를 믿어라. 우린 법적, 헌법적 채널을 통해 투쟁하고 있다”면서 “당국 역시 현명히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다. 우리는 모두 나라를 위해 최선의 해법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의 중국 인구는 2억 6000만명 가운데 약 300만명으로 매우 적은 숫자지만 이미 1998년 반중 테러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지라 자카르타 거주 중국인들은 소요 사태가 나자 불안에 떨고 있다. 21년 전 일어난 반중 테러로 약 1000명 이상의 중국인이 사망하고 중국인이 소유한 가게, 집, 개인 등이 심한 공격을 받았다. 이후 인도네시아의 중국인들은 대만으로 도피했다. 한 인도네시아 거주 중국인은 “지금 상황이 1998년 5월의 반중 소요사태와 비슷하지만 현재는 경찰이 시위를 통제하려 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의 반중 감정은 1700년대 네덜란드 식민통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뿌리깊은 악습이다. 네덜란드 식민통치 기간 식민 정부는 중국인을 토착민을 관리하는 ‘관리자’로 고용해 큰 부를 안겨줬다. 현재 자카르타에 17세기 초에 동인도회사를 세웠던 네덜란드는 돈벌이에 능했던 중국인들을 이용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인들은 중간착취자가 됐다. 1998년까지 32년간 인도네시아를 통치했던 수하르토 정권도 공산주의 탄압을 빌미로 중국인을 30만명 이상 학살했다. 인구 비율은 3%에 불과하지만 부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질시와 반감의 대상으로 인도네시아 역사의 변곡점마다 수난을 당했다. 인권운동가 안드레아스 하르손은 “인도네시아의 반중 감정을 막는 것은 쉽지 않아서 1740년 바타비아 대학살을 포함해 1945~46년, 1965~68년, 1998년까지 여러 차례 중국인에 대한 학살이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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