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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안관찰 ‘준법서약’ 제도 30년만에 폐지… “야만의 시대에 작은 마침표 찍었다”

    보안관찰 ‘준법서약’ 제도 30년만에 폐지… “야만의 시대에 작은 마침표 찍었다”

    “마침내 야만의 시대에 작은 마침표를 찍은 느낌입니다. 제가 준법서약 제도와 싸우면서 ‘이게 나라냐’라고 그동안 물었다면, 이제 ‘이게 나라다’라는 답을 받은 것 같아요.”  보안관찰 처분 면제 조건인 준법서약서가 폐지된다. 법무부가 18일 보안관찰 처분 면제를 신청할 때 ‘법령을 준수할 것을 맹세하는 서약서’를 첨부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보안관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안관찰 대상자가 준법서약 때문에 면제 청구를 꺼리는 경우가 있고 보안관찰 제도도 시대 변화에 맞춰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준법서약서를 없애기로 했다”고 말했다.  준법서약 제도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간첩이나 사상범 등을 대상으로 한 사상 전향제를 전면 폐지하며 대신 도입됐다. 체제에 대한 충성 등을 드러내야 하는 사상 전향과는 달리 준법 의지만을 내용으로 해 비전향 장기수들의 가석방 등에 디딤돌을 마련했으나 이 역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변형된 형태의 사상 전향 제도’라는 비판이 많았다. 논란 속에 헌법소원도 제기됐으나 2002년 헌법재판소는 “준법서약은 단순한 확인서약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심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으며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며 합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과 집시법 위반 사범의 가석방 과정에서 받아오던 준법 서약을 폐지했지만, 사회안전법을 대신해 1989년 도입된 보안관찰법에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보안관찰법상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뒤 3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형법상 내란죄나 반란죄로 징역 3년 이상 받으면 보안관찰 대상이 된다. 또 대상자로 지정되면 3개월마다 주요 활동 내역, 여행지 등을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며 보안관찰 처분 면제를 신청하려면 준법서약서를 내야 한다.  보안관찰법 폐지를 위해 싸워온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56)씨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제 한 걸음 내딛은 것”이라며 “기나긴 싸움의 터널을 이제 막 빠져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전남대 의대를 다니던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9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보안관찰 신고를 하지 않아 기소됐다가 지난해 2월 무죄를 선고받았고,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재범 위험이 없다”며 보안관찰 처분을 면제했다. 강씨는 조만간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의 재심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PC방 살인’ 김성수 징역 30년…“우울증, 감경 사유 안 돼”

    ‘PC방 살인’ 김성수 징역 30년…“우울증, 감경 사유 안 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김성수(30)에 대해 유기징역의 최고형인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공범 논란 속에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동생(28)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환승)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성수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성수의 행동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이고 잔인하며 극단적인 생명 경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며 “경찰이 출동해 제지할 때까지 잔혹한 공격 행위를 계속함으로써 목격자들은 물론 사회 일반에 커다란 충격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또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며 1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유족들 또한 큰 절망과 슬픔 속에 살아갈 것으로 보이고, 그저 피고인을 엄벌하라고 탄원하고 있다”며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진심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으로 오랫동안 만성적 우울감과 불안 등에 시달렸고 이런 정신적 문제가 일부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나, 이것이 감경의 사유는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사건 직후 김성수 측이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하면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은 안 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명 이상 동의하는 등 사회적 공분이 일어난 바 있다. 김성수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동생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피해자를 폭행할 뚜렷한 동기가 없고, 김성수와 폭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해자를 잡아당긴 행위는 싸움을 말리는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동생이 피해자의 허리를 잡아당긴 행위는 김성수와 피해자가 갑자기 엉겨붙어 몸싸움을 벌이는 돌발상황에서 나름대로 말리려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범행 공모에 대해서도 “형제가 PC방을 나온 뒤 화장실에서 묵시적으로라도 공동폭행 행위를 하기로 의사를 교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선고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남부지법은 “대법원이 정한 사형 선고를 할 만한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다른 사건만큼 중대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례적으로 추가 설명을 내놨다. 피해자가 1명인 다른 살인 사건에 비해 무기징역은 과해 유기징역의 최대치인 징역 30년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동생의 무죄에 대해서도 “폭행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성수는 지난해 10월 14일 오전 8시쯤 강서구의 한 PC방 입구에서 당시 20세이던 아르바이트생 신모씨를 흉기로 80여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12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김성수에게 사형을, 동생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조두순도 안인득도 심신미약이 면죄부?

    조두순도 안인득도 심신미약이 면죄부?

    조두순 “만취” 인정받아 무기→ 12년형 안인득도 정신감정 따라 양형 반영될 듯 “음주 성범죄 평균 형량, 비음주보다 높아” “책임이 없으면 형벌도 없다.” 범행 당시 범죄자의 정신상태 등 책임능력을 고려하는 ‘책임주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살인, 강간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을 감경받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2008년 12월 8세 여아를 강간하고 상해를 입힌 조두순에 대해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심신미약을 인정해 징역 12년으로 감경했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의 피고인도 심신미약이 인정돼 무기징역에서 징역 30년으로 감경됐다. 지난 4월 발생한 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범인 안인득도 9년 전 20대 남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위협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심신미약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돼 결국 실형을 면했다. 안인득은 이번 사건으로 다시 치료감호소에 유치돼 정신감정을 받고 있다. 심신미약 판정이 나오면 양형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국민적 분노가 큰 중대 범죄 사건에는 심신미약 논란이 뒤따랐다. 지난해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이후 심신미약 감경을 폐지하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100만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서 형법상 심신미약 조항이 개정됐다.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의무적으로 형을 감경해야 했으나 이젠 ‘감경할 수 있다’는 임의적 감경으로 바뀌면서 판사 재량에 맡기게 됐다. 그러나 심신미약 규정 자체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형사적 책임능력이 없는 피고인의 형을 줄이고 치료를 받게 하는 게 궁극적으로 사회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이 아닌 음주 상태를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된다는 여론도 있다. 조두순이 “만취상태였다”고 주장해 심신미약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대법원 양형위원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음주와 성범죄의 상관관계 분석에 따르면 비음주 성범죄에 대한 평균 형량은 징역 18개월가량이었지만, 음주 성범죄의 평균 형량은 약 26개월로 더 높았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강서 PC방 살인’ 김성수 징역 30년 선고…동생은 무죄 왜

    ‘강서 PC방 살인’ 김성수 징역 30년 선고…동생은 무죄 왜

    말다툼에 화나 피해자 80여 차례 찔러 살해학교폭력 등 만성 우울증·정신적 문제 감안형 도운 동생은 증거 부족…“공모 아니다”사소한 말다툼을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80여 차례나 잔인하게 찔러 살해한 ‘강서 PC방 살인사건’ 피고인 김성수(30)에게 법원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4일 오전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성수에 대한 선거공판에서 이렇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은 매우 잔혹하고 사회 일반에 공포를 불러일으켰다”면서 “피고인은 유족의 용서를 받지 못했고 유족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김성수의 행동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이고 잔인하며, 극단적인 생명 경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면서 “경찰이 출동해 제지할 때까지 잔혹한 공격행위를 계속함으로써 목격자들은 물론 사회 일반에 커다란 충격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진심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성장 과정에서 겪은 학교 폭력 등으로 오랫동안 만성적 우울감과 불안 등에 시달려 왔고, 이러한 정신적 문제가 일부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김성수에게 10년 간의 위치추적장치 부착도 명령했다.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죄책감과 반성이 없다.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김성수에게 사형을 구형한 상태다. 재판부는 형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김성수의 동생(28)에게는 “범행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성수와 공동해 피고인을 폭행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동생은 피해자를 폭행할 뚜렷한 동기가 없다. 피해자에게 불만을 갖고 말다툼한 사람은 김성수이고 동생은 당사자가 아니다”라면서 “피고인이 김성수와 폭행을 공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무죄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법원은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동생이 나름대로 싸움을 말리려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수사 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서 범행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했는데 어느 곳에서도 동생이 형의 범행을 도왔다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동생에게 공동폭행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김성수는 지난해 10월 14일 오전 8시쯤 강서구의 한 PC방 입구에서 당시 20세이던 아르바이트생 A씨를 때리고 넘어뜨린 뒤 흉기로 80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자리를 치우는 문제로 피해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김성수는 진술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건 약 3시간 만에 과다출혈로 숨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김성수의 흉기에 얼굴과 팔 등의 동맥이 절단되는 치명적 상처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김성수의 끔찍한 범행 자체뿐 아니라 사건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란이 확산하면서 당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김성수의 동생은 형의 범행을 도왔다는 의혹을 샀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수사 결과 김성수의 동생이 범행을 도운 것은 사실이지만 살인에는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결론 내리고 김성수에게 살인 혐의를, 동생에게 공동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김성수 사건을 계기로 ‘심신미약 감경’ 논란도 일었다. 김성수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우울증 치료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울증 병력을 앞세워 형량을 감경받으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다만 김성수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이미 결론 내려졌다. 재판 과정에서도 김성수는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살인죄 뒤집어쓰고 30년 옥살이…美 남성이 받는 보상금은 18억원

    살인죄 뒤집어쓰고 30년 옥살이…美 남성이 받는 보상금은 18억원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성이 150만 달러(약 18억 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CNN 등 미국 언론은 21일(현지시간) 살인 누명을 쓰고 복역하다 석방된 리처드 필립스(73)가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시간주 법무장관 다나 네셀은 성명에서 “필립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시간에 대해 1년당 5만 달러의 보상금을 책정했으며 총 150만 달러를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단 45년의 복역 기간 중 유죄가 인정된 무장강도 혐의에 대한 15년은 보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필립스는 지난 1972년 10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그레고리 해리스라는 남성을 총으로 쏴 죽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필립스는 체포 당시부터 줄곧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증인이 위증을 하면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필립스는 자신의 변호인에게 “내가 하지 않은 살인을 시인할 바에는 차라리 감옥에서 죽는 게 낫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는 1997년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았고 10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지난 2010년 미시간대학교 로스쿨이 그의 누명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그는 혼자였다.리처드는 그의 무죄를 믿은 로스쿨의 도움으로 다시 공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공범으로 체포돼 수감 중이던 리처드 폴롬보가 필립스의 무죄를 증언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폴롬보는 법정에서 “사건 당시 검찰이 내세운 주요 목격자이자 증인이었던 프레드 미첼과 내가 진범”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또 다른 범죄로 체포된 미첼이 가중처벌을 피하기 위해 필립스를 범인으로 몰았다”고 밝혔다. 이에 재조사를 시작한 검찰은 2017년 말 필립스의 살인 혐의를 기각했고, 보석을 허가했으며 2018년 3월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감됐던 필립스는 그렇게 45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감옥에서 나온 필립스는 그러나 “어머니와 자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며 감옥에서 썩은 지난 45년을 어떻게 보상받겠느냐”고 한탄했다. 달라진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옥살이를 하기 전까지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에서 사무원으로 일한 그는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다며 놀라워했다. 필립스는 “내가 수감되던 1972년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조지 맥거번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회상했다. 석방 후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필립스는 늦게나마 꿈을 위해 달리고 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그림을 팔고 있으며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그는 “보상금으로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작은 집을 마련해 강아지와 함께 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AP 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판깨스트] ‘영초언니’도 국가소송 패소… ‘양승태 대법원’이 막은 긴급조치 배상

    [판깨스트] ‘영초언니’도 국가소송 패소… ‘양승태 대법원’이 막은 긴급조치 배상

    ‘영초언니는 제게 담배를 처음 소개해준 나쁜 언니였고, 저를 이 사회의 모순에 눈뜨게 해준 사회적 스승이었고, 행동하는 양심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준 지식인의 모델이었습니다. 천영초 선배는 긴급조치 시대 대학가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였고 주위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사람이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잊혀버렸습니다. 아무도 그녀의 역사를 기록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7년 5월 출간된 책 ‘영초언니’의 주인공 천영초씨와 책을 쓴 서명숙 제주올래 이사장 등이 ‘긴급조치 9호’로 입은 피해를 배상해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이후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배상받을 길이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 문혜정)는 지난 17일 천씨와 서씨, 안희옥씨와 가족, 고 유구영씨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긴급조치 9호 위반’ 천영초·서명숙…국가배상 소송 패소 천씨와 서씨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주도하는 유인물을 작성하고 유포했다는 이유로 1979년 4월 15일 영장없이 경찰에 체포돼 구금됐습니다. 그해 5월 16일 구속영장이 집행됐고 재판에 넘겨져 9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12월에서야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석방됐습니다. 이들과 같은 날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구금된 안씨는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석방됐고, 유씨는 1979년 3월 20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12월 석방됐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1980년 긴급조치가 해제되면서 항소심에서 모두 면소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서울지역 노동조합협의회 정책실장과 민주노총 정책기획실 부국장 등을 지낸 유씨는 1996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재판에 넘겨졌던 인사들과 가족은 2013~2014년 서울고법에 형사보상을 청구해 270여일의 구금에 대한 보상을 받았고,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았습니다. 국가는 천씨와 안씨가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결정에 동의하고 보상금을 받아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했기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민주화보상법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만큼 보상금을 받았어도 정신적 위자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긴급조치 피해자라는 점이 배상의 길을 막았습니다. 이들은 2013년 소송을 내며 “당시 유신헌법에 규정된 긴급조치권의 목적과 발동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발령했으니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령행위 자체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한 것도 애초부터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에 의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였고, 수사기관이 이들을 형사소송법상 구금기간을 넘어 체포·구금하고 가족 및 변호인의 접견을 일체 금지하고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한 것 역시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였다고 주장했죠.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2010년)과 헌법재판소(2013년)가 긴급조치가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한 뒤 많은 과거사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에서도 잇따라 배상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배상을 인정하는 부분은 주로 수사·재판과정에서 고문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점에서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경우였고, 긴급조치 발령 자체에 대해선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015년 3월 26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 때문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3월 26일 대법원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만큼 불법행위가 아니라며 국민 개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긴급조치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됐지만 당시에는 유효한 법규였던 만큼 공무원들의 직무행위가 곧바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라 ●양승태 대법원 “긴급조치 발동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 는 겁니다.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결정한 지난해 8월 30일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그러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할 순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천씨 등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도 이러한 대법원 판단을 따랐습니다. 영장없이 체포·구금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복역한 자체는 긴급조치와 관계 없이 불법행위가 맞지만, 이미 석방된 뒤 30년여가 흐른 뒤에야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도 판단됐습니다. 다만 최근 법원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의 판단에 반하는 하급심 판결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 임정엽)는 지난달 19일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체포·구금됐던 김모씨의 가족들이 낸 소송과 정모씨와 가족들이 낸 소송에서 각각 원고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 발령행위 자체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경우에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불법구금 또는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았어도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2016년 당시 광주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마은혁)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 김기영)도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발령한 것이 불법이라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단을 했습니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파기돼 상고심에서 국가배상의 책임이 없다는 결론으로 확정됐지만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온 판결도 같은 내용의 판단이 담겼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당시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한 뒤 나온 첫번째 하급심 판결입니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국가 배상의 길을 열어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국회에서 ‘긴급조치 피해자 원상회복 방안 토론회’도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긴급조치 위헌성이 확인됐지만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고, 지난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습니다. 1979년 당시 첫 번째 공판에서 천씨는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독재정권 물러가라! 민주주의 쟁취하자!”며 목청을 높였다고 합니다.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아 천씨는 징역 2년 6개월과 자격정지 2년 6개월, 서씨는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그날엔 방청객들의 탄식과 함께 누군가가 법정에서 “사법부가 역사의 죄인이다!”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서 이사장의 책 ‘영초언니’ 속 기록입니다. 이들의 싸움과 외침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살인 누명 쓰고 30년 억울한 옥살이…美 남성 18억원 보상금 받는다

    살인 누명 쓰고 30년 억울한 옥살이…美 남성 18억원 보상금 받는다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성이 150만 달러(약 18억 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CNN 등 미국 언론은 21일(현지시간) 살인 누명을 쓰고 복역하다 석방된 리처드 필립스(73)가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시간주 법무장관 다나 네셀은 성명에서 “필립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시간에 대해 1년당 5만 달러의 보상금을 책정했으며 총 150만 달러를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단 45년의 복역 기간 중 유죄가 인정된 무장강도 혐의에 대한 15년은 보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필립스는 지난 1972년 10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그레고리 해리스라는 남성을 총으로 쏴 죽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필립스는 체포 당시부터 줄곧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증인이 위증을 하면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필립스는 자신의 변호인에게 “내가 하지 않은 살인을 시인할 바에는 차라리 감옥에서 죽는 게 낫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는 1997년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았고 10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지난 2010년 미시간대학교 로스쿨이 그의 누명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그는 혼자였다.리처드는 그의 무죄를 믿은 로스쿨의 도움으로 다시 공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공범으로 체포돼 수감 중이던 리처드 폴롬보가 필립스의 무죄를 증언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폴롬보는 법정에서 “사건 당시 검찰이 내세운 주요 목격자이자 증인이었던 프레드 미첼과 내가 진범”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또 다른 범죄로 체포된 미첼이 가중처벌을 피하기 위해 필립스를 범인으로 몰았다”고 밝혔다. 이에 재조사를 시작한 검찰은 2017년 말 필립스의 살인 혐의를 기각했고, 보석을 허가했으며 2018년 3월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감됐던 필립스는 그렇게 45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감옥에서 나온 필립스는 그러나 “어머니와 자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며 감옥에서 썩은 지난 45년을 어떻게 보상받겠느냐”고 한탄했다. 달라진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옥살이를 하기 전까지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에서 사무원으로 일한 그는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다며 놀라워했다. 필립스는 “내가 수감되던 1972년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조지 맥거번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회상했다. 석방 후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필립스는 늦게나마 꿈을 위해 달리고 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그림을 팔고 있으며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그는 “보상금으로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작은 집을 마련해 강아지와 함께 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AP 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살려달라고 신고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엄마를 찔렀다

    살려달라고 신고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엄마를 찔렀다

    “‘우리 가족 좀 살려 달라’고 몇 번이고 외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어요. 그저 ‘우린 최선을 다했으니 알아서 잘 도망 다녀봐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머니를 잃은 안수현(가명)씨의 가슴에는 어머니의 죽음이 피멍처럼 남아 있다. 어머니와 수현씨를 비롯한 삼남매가 30년간 아버지의 폭행 속에 피투성이가 될 동안 그 누구도 나서주지 않았다. 폭력의 끝은 살인이었다. 지난 2일 서울신문 취재진과 만난 수현씨는 “억지로 이혼이라도 시켜서 떼어냈어야 했다”며 어머니의 죽음을 자책했다.●첫 번째 신고… “알아서 해결하라” 평생 맞고 살던 수현씨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한 건 2008년이었다. 그때 수현씨는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일정한 직업이 없던 아버지는 매일같이 술에 취해 어머니의 얼굴을, 목을, 몸통을 주먹으로 때리고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다. 어머니의 몸에는 상처와 피멍이 가시질 않았고, 입술은 늘 찢어져 있었다. 가끔 술을 마시지 않은 날엔 방에 틀어박혀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다. 그러다 술병을 잡으면 다시 어머니를 때리기 시작했다. 수현씨의 기억 속 첫 폭행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아버지는 어린 수현씨를 무릎 꿇리고 “우리가 원래 잘살았는데 엄마 때문에 못살게 됐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정작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것은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였다. 오랫동안 참고 지낸 어머니는 용기를 내 수화기를 들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집으로 찾아왔다.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현장 출동한 경찰관이 던진 말은 잔인했다. “집안일이니까 알아서 해결하셔야죠.” 고작 부부싸움에 왜 경찰까지 불러서 일을 키우느냐는 나무람에 어머니는 용기를 잃었다. “제발 남편을 잡아가 달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 보지도 못했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다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두 번째 신고…흉기 위협받았지만 ‘불처분’ 신고 이후 아버지의 폭행과 폭언은 더욱 잔혹해졌다. 급기야 2015년 3월 술에 취한 아버지는 집에 혼자 있던 수현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두려움에 떨며 방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집에 도착하자 아버지는 흉기를 어디론가 숨겼다. 물증을 찾지 못한 경찰은 아버지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아버지는 다음날 새벽 현관문을 열고 유유히 걸어 들어왔다. 수현씨를 조사한 경찰은 “아무래도 선처하는 것보다는 법원에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고, 그렇게 아버지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돼 가정법원으로 넘겨졌다. 아버지는 법원 처분이 나올 때까지 잠시 폭행을 멈췄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어머니의 불안감은 커졌다. 가족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한 아버지의 보복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어느 날 어머니는 수현씨의 손을 붙잡고 “아버지를 선처해 달라고 하자”고 했다. 수현씨는 “안 된다”고 했다. 아버지를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는 한 폭력의 굴레를 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차피 아버지와 같이 살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설득했고, 결국 수현씨는 판사 앞에서 “선처를 바란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불처분. 아무런 처분 명령도 내려지지 않았다. 판사는 아버지에게 “딸이 힘든 결정을 해줬으니 잘 살아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신고… 목을 졸랐는데 ‘6개월 상담’ 성인이 된 수현씨는 집에서 뛰쳐나와 독립했다. 아버지의 폭력은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돌아갔다. 세 번째 신고는 2017년 11월, 만취한 아버지가 가족들의 목을 졸랐다. 절차는 지난번과 비슷했다. 아버지는 경찰과 검찰을 거쳐 다시 가정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됐다. 노심초사하던 지난번과 달리 아버지는 당당했다. 법원에 가도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구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보복의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어머니는 다시 선처를 탄원했고, 재판부는 6개월 가정법률상담소 상담 위탁으로 사건을 끝냈다. 전과는 남지 않았다. 독립해 살고 있던 수현씨는 처분 결과가 나온 뒤에야 이 소식을 들었다. 수현씨가 걱정할까 봐 어머니가 신고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피해자가 선처를 원했다고 하지만 가정법원에 간 전력이 있는 사람한테 상담 처분만 내릴 수 있는 것인지, 수현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경찰·검찰·법원이 그들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남은 방법은 아버지를 피해다니는 것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가능한 한 식당에서 오래 머물다 늦게 귀가했다. 수현씨가 가끔 집에 들르는 날이면 아버지는 “네가 동생들한테 신고하라고 가르쳤냐. 걔네들이 너한테 배웠다. 어디 또 신고해 보라”고 소리 지르며 위협했다. 피해다니는 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 서울 등촌동에서 가정폭력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수현씨는 ‘혹시 우리 가족한테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감형에도…징역 15년이 억울하다며 항소 제기 지난해 12월 7일 오전 1시 50분쯤 아버지는 안방에서 어머니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늘 가족을 위협했던 그 흉기였다. 그렇게 어머니는 예고 없이 삼남매 곁을 떠나갔다. 1심에서 아버지는 심신미약이 인정돼 징역 15년에 전자발찌 10년 부착을 선고받았다. 아버지는 법정에서 “사건 당일 ‘야 병신아 넌 애인도 없지. 난 애인이 있어’라는 아내의 목소리(환청)가 들려서 화가 나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알코올로 유발된 정신병’이라고 판단했다. 재판에서 아버지는 기나긴 세월 이어진 폭력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지난 30년 우리 가족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진술했다. 형사 전과가 전혀 없다는 점도 양형 참작 사유에 명시됐다. 두 차례나 법원에 갔지만, 가정보호사건 처분으로만 끝난 게 오히려 독이 됐다. 수현씨는 재판 선고 결과가 나오자 말을 잇지 못했다. 심신미약, 의처증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가정법원에 두 번이나 갔다 왔는데도 심신미약을 인정해 감형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징역 15년도 억울하다며 지난 1일 항소를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5일 사건을 접수했다. 수현씨 삼남매는 2심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처럼… 두려움은 끝나지 않았다 수현씨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15년 뒤면 아버지가 출소해 복수하겠다고 찾아올 것이고 어머니와 같은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발생한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에서도 아내는 4년간 6번이나 이사하면서 도망을 다녔지만 결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남편에게 살해됐다. 법무부는 가정폭력 사범을 전자발찌 착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피해자를 위한 팔찌를 만들어 가해자가 일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경고음을 울려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현씨는 이런 대책도 믿지 못한다. 경보가 울려도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도망치는 일밖에 없을 것이므로. 경찰과 검찰, 법원은 수현씨에게 “열심히 도망치라”는 말만 되뇌는 것 같다. “이미 엄마가 돌아가셨잖아요. 어차피 우리 가족은 끝났어요. 무엇을 바라겠어요. 다른 집에서는 우리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에요.” 아버지의 폭력과 사회의 무대책에 수현씨는 어머니와 희망을 모두 잃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공피자들] “경찰 고문에 허위 자백”… 檢도 법원도 안 믿어 21년 억울한 옥살이

    [공피자들] “경찰 고문에 허위 자백”… 檢도 법원도 안 믿어 21년 억울한 옥살이

    장동익(60)씨와 최인철(57)씨는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으로 ‘부산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썼다. 1991년 구속되고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때까지 ‘고문을 받았다’는 그들의 외침에 검찰, 법원, 언론 그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두 살배기 딸을 두고 집을 떠난 뒤 꼬박 21년 만에 출소해 돌아온 장씨에게 딸은 ‘아빠’라는 말을 쉬이 꺼내지 못했다. 30년 가까이 묻혀 있던 진상은 최근에야 드러나기 시작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고문이 있었으며 검찰이 기록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장씨와 최씨가 살인범이 아니라고 인정한 첫 공식 발표였다. 오는 23일 부산고법에선 이들이 청구한 재심의 첫 심문기일이 열린다. 지난 3일 낙동강변에서 만난 이들은 “요즘 처음으로 마음에 여유로움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나 가해자들의 사과는 여전히 없다.-고문한 경찰과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던 검찰을 만나보았는지요. 장동익(이하 장) “저희를 고문했던 부산 사하서 형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아가봤습니다. 아직 현직에 남아 있는 1명은 집 근처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찾아가서 ‘왜 그랬냐’고 물어봐도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더라고요. 지금이라도 미안하다고 하면 사과를 받아주려고 했는데…. 다른 경찰들은 만나보지도 못했습니다. 방송을 통해 누구는 부산에서, 누구는 제주에서 평온한 말년을 보내는 모습만 확인했죠.” 최인철(이하 최) “지금 심경으론 경찰하고 검찰을 세워놓고 어느 놈을 두들겨 패고 싶냐고 물어보면 전 검찰을 패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검찰에 송치돼 조사받으면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니 주임 검사가 소법전으로 머리를 내려치면서 ‘요즘 어느 민주 경찰이 고문하느냐’고 하더라고요. 검찰 수사관은 한 술 더 떠서 슬리퍼를 들더니 뺨을 냅다 때렸습니다. 그 수사관은 지금 법원 앞에서 법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변호사와 함께 찾아갔는데 자기는 절대 그런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미안해 하는 기색조차 없었습니다.”-1990년대 초에도 고문이 존재하리라곤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최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찰관 친척도 있었기 때문에 어디서 경찰이 고문한다고 하면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정작 당하고 보니 믿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어떤 고문을 당하셨나요? 최 “알지도 못하는 혐의를 진술하라고 해서 거절했더니 배를 주먹으로 때리거나 땅에 강제로 눕히고 팔을 뒤로 꺾어서 ‘했냐, 안 했냐’고 윽박지르더라고요. 계속 부인하니 파출소 체력단련실에 데려가서 역기 거치대에 눕히고 본격적인 고문을 시작했어요. 한 사람은 배 위에 올라타고, 한 사람은 다리를 잡고, 한 사람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주전자로 물을 부어 숨을 쉬지 못하게 했어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그림으로 그려놨습니다.” (최씨가 고문당한 장소와 모습을 묘사한 그림은 과거사 조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장 “저한테도 비슷한 짓을 했습니다. 상처가 안 나게 신문지를 접어서 손목에 감싸고 수갑을 채우더라고요. 옷을 벗기고 쪼그리고 앉게 한 다음 다리에 쇠파이프를 꼽아 책상 사이에 거꾸로 걸었어요. 그 상태에서 얼굴에 수건을 얹고 물을 부었어요. 사흘에 걸쳐 고문 당하고 나니 그냥 전부 사실이라고 진술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현장검증에 나갔는데, 강요해서 진술한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다시 끌고 가서 고문하고 새로운 진술을 받아내더라고요. 생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최 “고문 받는 도중에 형사가 동익이 자술서라고 가져와선 ‘저쪽도 인정했는데 너도 그만 인정해라’고 했어요. 동익이가 국민학교도 못 나오고 장애가 있어 눈도 안 좋은데, 자술서는 고등학생 수준의 글이더라고요. 경찰이 직접 작성하고 지장만 찍은 걸 알고 있었지만, 결국 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판에서 고문 사실을 알려도 소용이 없었나요? 장 “과거사위 결과를 보면서 경찰에 비해 검찰과 법원 책임은 많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경찰이 잘못을 했더라도 검찰과 법원이 기록을 꼼꼼히 읽어봤다면 이상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경찰 조사 내용 그대로 공소장에 적고, 법원은 공소장 그대로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저희가 억울함을 호소할 때 주심 판사가 졸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2심과 3심을 맡았죠. 최 “1심에선 각자 다른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려 해서 2심부턴 당시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이었던 문재인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그때는 학생운동을 하는 대학생들이나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을 주로 변호하고 있었죠. 하지만 저희 사건은 결국 1심 결론을 뒤집지 못했습니다.” 장 “2017년 2월 저희처럼 고문으로 누명을 쓴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재심’ 시사회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된 문 변호사를 다시 만났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꼭 과거사 기구를 설치해 진실을 밝혀달라고 부탁했고,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당선된 뒤 정말 과거사위가 설치되고, 비록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경찰 고문이 있었다고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21년이라는 수감 생활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는지요. 최 “처음에는 마음을 다잡지 못했습니다. 매일 남들과 싸우고 자포자기로 살았습니다. 정신적으로 버틸 수가 없어서 어느 날 목을 매달려다 교도관에게 들키기도 했습니다. 제 사정을 들은 교도관이 ‘억울하다고 죽어버리면 남은 가족은 어떡하느냐. 죽을 생각하지 말고 살아 남아서 누명을 벗자’고 조언해줬습니다. 아차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교도소를 나가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출소 뒤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최 “여러 직장을 전전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수감 전력이 알려져 쫓겨나길 반복했습니다. 대놓고 나가라고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고물을 수집하는 파견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신문이나 방송에 저희 얘기가 나와도 다행히 큰 반응이 없더라고요. 그러던 중 동익이를 만나 진실을 규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장 “저도 동생집에 얹혀 살며 목욕탕에서 청소 일을 했는데, 이상한 소리를 들어서 그만두게 됐습니다. 딸이 시집간 뒤로는 ‘누명을 벗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재판 기록을 가지고 법률구조공단, 인권위, 변호사 사무실들을 돌아다니며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부산에서 달가운 소리를 듣지 못해 서울까지 와서 돌아다니다 박준영 변호사를 만났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요즘엔 각 지방경찰청을 다니며 인권 강연도 합니다. 오는 25일엔 부산경찰청 초청으로 강연을 합니다. 저를 고문했던 곳에서 말이죠. 아주 쓴소리를 해줄 생각입니다.” -재심을 앞두고 있습니다. 진상규명이 완전히 끝나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요. 장 “사람들은 진실이 다 밝혀지면 홀가분해지리라 생각하겠지만 전 아닙니다. 저희만큼 억울하게 당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불법 수사, 고문을 자행한 경찰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비록 저희는 이미 피해를 당하고 끝났지만, 피해자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최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다 오면 이미 공소시효가 끝나버려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할테죠. 동익이와 함께 바꾸고 싶은 마음입니다.” 글 사진 부산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檢, 강서구 ‘PC방 살인’ 김성수 사형 구형 “영원히 격리돼야”

    檢, 강서구 ‘PC방 살인’ 김성수 사형 구형 “영원히 격리돼야”

    檢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죄, 죄책감과 반성 없어”김성수 “유족께 죄송,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주먹으로 폭행하고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30)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1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환승)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잔혹하게 피해자를 살해한 피고인은 죄책감과 반성이 없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회에 복귀하면 또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며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수의 동생에게는 “폭행에 가담했는데도 반성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소한 말다툼 때문에 피해자를 살해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라면서 “만약 사형을 선고할 수 없다면, 형을 산 뒤 10년 동안 위치추적 장치를 붙이거나 5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수는 지난해 10월 14일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주먹으로 폭행하고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성수의 동생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몸을 뒤로 잡아당겨 형의 범행을 도운 혐의(공동폭행)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김성수는 최후진술에서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 외에는 어떤 말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허락해주시면 찾아뵙고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동안 키워주셨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죄송하다”며 “어머니께 잘 해드린 것 없는 불효자가 죗값을 다 치르고,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석 옆자리에 앉은 동생을 바라보며 “형 때문에 네게 피해가 많이 간 것 같아 미안하다. 자책하지 말고 잘 이겨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4일 이뤄진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50대여성 성폭행·살해한 남성 2심도 무기징역

    아침에 출근하는 50대 여성을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살해한 40대 남성이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9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강간 등 살인)로 기소된 강모(40)씨 2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형량인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10년간 신상정보 공개,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10년간 성 충동 억제 약물치료,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금지,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로 3번 징역형을 받고 10년 이상 복역한 뒤에도 반성하지 않고 출근하던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채 공포 속에 참혹하고 비참하게 삶을 마감해야 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5월 1일 오전 7시 40분쯤 부산의 한 빌라에서 술을 사러 가던 중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이웃에사는 여성 A(59)씨를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강씨는 2017년 1월 전자발찌 부착 해제 명령을 받은 지 1년 4개월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여성들만 골라 살해 후 인육먹은 멕시코 ‘괴물 부부’

    [여기는 남미] 여성들만 골라 살해 후 인육먹은 멕시코 ‘괴물 부부’

    여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인육을 먹은 멕시코 부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아직 재판은 8건이나 남아 있어 형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주 법원은 살인 및 시신 유기 혐의로 기소된 후안 카를로스 에르난데스와 부인 파트리시아 마르티네스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부부는 여성 2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절단, 유기하고 인육을 먹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건의 사건에 각각 징역 15년이 선고된 셈이다. 선고공판에서 중형이 내려졌지만 징역이 선고되는 순간 부부는 웃음을 흘렸다고 한다. 그런 피고들을 지켜봤다는 한 피해자 가족은 "섬뜩한 느낌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부부는 지난해 10월 토막 낸 시신을 유모차에 싣고 가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어진 가택 압수수색에선 토막 난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시신은 냉장고에 보관돼 있었다. 살해된 여성들은 2018년에 돌연 사라져 실종 신고가 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경찰조사에서 부부는 인육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더욱 충격적인 건 부부가 인정한 여죄다. 부부는 확인된 2명의 여성 외에도 최소한 6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많게는 10명 이상을 부부가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충격적인 진술을 하면서도 부부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남편 후안 카를로스 에르난데스는 "만약 풀려난다면 나가서 또 다시 여자들을 죽일 것"이라고 말해 경찰을 경악케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부에겐 '에카테페크의 괴물'이라는 끔찍한 별명이 붙었다. 에카테페크는 부부가 살던 멕시코주의 도시 이름이다. 한편 부부에겐 재판이 계속된다. 여성살인과 관련된 재판 5건, 사망자 명예훼손과 시신 유기에 대한 재판 1건, 유괴에 대한 재판 2건 등이 진행 중이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부부에게 선고되는 징역을 모두 합산한다면 100년이 훌쩍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진=멕시코주 검찰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씨줄날줄] 지방자치단체 금고/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방자치단체 금고/박현갑 논설위원

    서울시 청사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있던 우리은행을 제치고 올해부터는 신한은행이 시 청사에 들어왔다. 올해부터 4년간 연간 31조원 규모의 서울시 일반 및 특별회계관리를 맡는 1금고로 선정된 덕분이다. 우리은행은 2조원대의 기금을 관리하는 2금고로 지정됐으나 신한에 비해 덜 공격적인 기관 영업이 아쉬웠다는 후문이 파다했다.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은 접대는 물론 소송도 불사한다.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는 물론 지자체 직원이나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연계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30년간 운영하던 광주 광산구 금고 운영권이 국민은행으로 넘어가자 금고계약금지 가처분 신청을 광주지법에 냈다. 공개경쟁 입찰 과정에서 심의위원 명단 유출 등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산구 입장에서는 국민은행 제안이 더 매력적이었다. 국민은행은 지역사회기부금과 협력사업비를 농협이 제시한 21억원의 3배가 넘는 64억 4000만원을 제시했다. 지난 1월 신한은행의 한 지점장이 인천시 금고로 선정되기 위한 로비 자금을 조성하려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자체 금고 운영권 확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협력사업비’다. 지자체 자금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수익 일부를 지자체에 내는 것으로 사실상 리베이트나 다름없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자체 자금 운영권을 맡기는 조건으로 은행들로부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행사비 등을 내게 할 수 있으니 협력사업비를 많이 써내는 제안서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따기 위해 매년 1500억원 안팎의 협력사업비를 냈다. 지난해 12개 은행 중 가장 많은 협력사업비를 낸 곳은 533억여원을 낸 농협이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4.1%에 해당하는 96억여원을 지자체에 냈다. 은행은 불가피한 지출이라 하겠지만 결국 대출금리와 수수료 인상 요인이 돼 소비자 부담이다. 행정안전부가 금고 선정 평가 요소에서 협력사업비 비중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이고 입찰 참여 금융기관의 순위와 총점도 공개하는 등 금고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미국, 호주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자체 금융공기업을 활용하는가 하면 주거래 은행에 출연금 지급도 요구하지 않는다. 올해 금고 재지정을 앞둔 대구 등 전국 49개 지자체의 금고 선정이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
  • ‘성폭력’ 에티오피아 전 대사 2심도 징역 1년 “지위 이용”

    ‘성폭력’ 에티오피아 전 대사 2심도 징역 1년 “지위 이용”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김문환 전 에티오피아 대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19일 피감독자 간음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사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 전 대사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업무상 관계가 있던 부하 직원과 성관계를 맺고, 또 다른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대사 측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성관계는 합의 하에 이뤄졌고, 다른 여성 2명의 손등이나 어깨를 두드리는 등의 신체 접촉은 있었으나 추행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앞서 1심은 1건의 추행 행위에 대해서만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는 인정된다며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심 재판부도 이와 같은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관련 법규와 1심 판결만이 아니라 경험칙으로 봐도 피해자는 피고인의 지휘·감독을 받는 지위였다”며 “에티오피아 대사라는 지위는 사실상 해당 지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0년 이상 외교부에 근무한 피고인도 아랫사람의 ‘모시기’, 거꾸로 자신이 대하는 관계 등을 잘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김 전 대사를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와 그간의 인간관계, 결혼생활 등을 보면 합의에 의한 성관계가 아닌 합의 없는 성관계였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피해자는 자신의 잘못도 없이 정신적 부분에서 피고인만큼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며 질타하며 1심이 정한 형량도 무겁지 않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음주 뺑소니’ 손승원 징역 1년 6개월…윤창호법은 적용 못해

    ‘음주 뺑소니’ 손승원 징역 1년 6개월…윤창호법은 적용 못해

    무면허 음주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뮤지컬 배우 손승원(29)이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죄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손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손씨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경우 처벌을 강화하도록 한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죄 ‘윤창호법’으로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법리적 이유로 특가법상 도주치상죄를 인정했다. 특가법상 음주 상태에서 차를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처벌 기준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사람을 쳐 다치게 한 뒤 도주까지 했을 때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유기징역의 상한이 없어 최대 징역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재판부는 손씨가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치고 뺑소니까지 친 만큼 윤창호법이 아닌 특가법상 도주치상죄를 인정한 것이다. 홍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이전에 음주운전으로 2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사고를 내고, 사고를 수습하는 경찰에게 동승자가 운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며 책임을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여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홍 부장판사는 “또 교통사고 범죄 중 형이 무거운 유형 중 하나인 치상 후 도주죄를 저지르는 바람에 아이러니하게도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하지 못하게 됐다”며 “그러나 음주운전을 엄벌하라는 입법 취지는 이 사건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손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시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1% 상태로 운전하다 멈춰 있던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손씨는 이 일로 면허가 취소되고 수사를 받으면서도 지난해 12월 말 또 사고를 냈다. 그는 음주 상태로 부친 소유 자동차를 운전하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했고 이 과정에서 중앙선을 넘어 달리기도 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206%이었다. 손씨는 과거 음주 운전 전력까지 고려돼 결국 구속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브라질서 15년 옥살이 40대 살인범, 국내서도 15년 징역형

    19년전 브라질에서 한인 채권자를 살해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한 뒤 강제추방된 40대 사업가가 국내에서도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49) 씨와 B(46) 씨에 대해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반인륜적 범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할 수 없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고, 유족은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 씨는 한국에서 원단업체를 운영하던 중 사업에 실패하고 채권자들로부터 빚 독촉을 받자 1999년 브라질로 출국, 이듬해인 2000년 초순쯤 현지에서 원단업체를 차려 운영했다. 그는 업체 운영을 위해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던 한인 환전업자 C(당시 47) 씨를 포함해 지인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빌렸다가 반환 독촉을 받고 자금압박에 시달리게 되자 C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현지에서 만나 알게 돼 직원으로 데리고 있던 B 씨에게 범행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후 두 사람은 C 씨 살해는 물론 돈까지 빼앗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A 씨는 2000년 8월 15일 오전 C 씨에게 전화를 걸어 “미화 3만 달러를 환전하려는 사람이 있으니 돈을 준비하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사무실에서 B 씨와 함께 C 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현금 미화 1만 달러를 강탈했다. 당시 A 씨는 브라질 경찰에 붙잡혔으며, B 씨는 과거 자신이 이민했던 나라인 파라과이로 달아났다. 현지에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징역 30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23년 4월로 감형됐고, 거의 15년을 복역한 2016년 6월 가석방돼 결국 한국으로 강제추방됐다. 검찰은 국내로 입국한 A 씨를 검거한 뒤 우리 형법에 따라 처벌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파라과이로 도주했다가 2010년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된 B 씨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냈다. 검찰은 2017년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해 지난해 5월 브라질 수사당국으로부터 사건 관련 자료를 건네받아 수사한 끝에 지난해 말 이들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징역 60년 임산부 살인자, 수감 2주만에 불치병으로 사망

    징역 60년 임산부 살인자, 수감 2주만에 불치병으로 사망

    30여년 전 임산부를 때려 숨지게 한 범인이 수감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감옥에서 사망했다. 미국 인디애나주 세인트 조셉 카운티 법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30여년 전 임산부 폭행치사 사건의 범인 조지 키어니(78)가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키어니는 불치병을 앓고 있었으며 심폐소생술을 하지않기로 교도소 의료진과 미리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키어니의 사체를 부검하고 그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키어니는 지난 11일 임산부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징역 60년형에 처해졌다. 1988년 당시 28세였던 미리암 라이스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그는 이미 다른 사건으로 수감 중이었으며 바바라 브루스터(56)라는 여성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기소됐다.피해자인 라이스는 1988년 6월 24일 반려견을 산책시키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그의 반려견은 다음날 구조됐지만 라이스는 나흘 후 집에서 약 3km 떨어진 세인트 조셉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임신 4개월차로 3살된 아들이 있었던 그는 두개골 골절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해자인 키어니는 당시 조사관들에게 라이스가 살해되던 날 공범인 브루스터와 그의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우리가 캠핑을 즐기는 사이 웬 여자 한 명이 급하게 뛰어가는 것을 보았고 브루스터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녀를 뒤쫓았다”고 진술했다. 특이점이 없어 결국 그대로 풀려난 두 사람은 이후 30년이 지나도록 죗값을 치르지 않고 있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브루스터의 자녀 폴라 브룩스(37)와 로버트 사우스(35)의 결정적 진술로 붙잡혔다. 사우스는 경찰 조사에서 “키어니가 개를 산책시키던 라이스를 납치했다. 키어니가 밴 안으로 라이스를 밀어넣기 전 그녀의 머리를 차에 박아 기절시켰다”고 진술했다. 또 키어니가 어머니 브루스터에게 라이스를 죽이라고 소리쳤고 브루스터가 둔기로 라이스의 머리를 가격했다고 밝혔다. 사우스는 키어니에게 사실을 발설하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았고 너무 어린 나이라 두려움에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키어니가 수감 2주 만에 사망하면서 살해 동기 등 정확한 사건 개요는 미궁 속으로 빠져 버렸다. 경찰은 브루스터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과정을 수사할 계획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독립운동 하다가 친일파로 변절한 오현주·이종욱

    오, 남편 안전 보장 조건 애국부인회 밀고 이, 승려 신분으로 신궁참배·일제에 헌금 대한민국 애국부인회와 청년외교단에 참여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변절한 인물도 있다. 오현주는 3·1운동 직후인 1919년 4월 언니 오현관, 정신여학교 동문 이정숙·장선희와 함께 혈성부인회를 조직한 인물이다. 그런데 대구지법 판결문을 보면 그는 “남편이 5월 중국에서 돌아와 조선 독립은 도저히 그 목적을 이룰 수 없으니 이런 운동은 그만두라고 엄금받아 관계를 끊을 것을 맹세했다”며 “김마리아가 주가 돼 부인회를 위해 노력해 준다고 하면 탈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대구복심법원 판결문에는 “탈퇴를 희망하고 10월 19일 재결성 모임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김마리아 권유에 의해 출석했다. 그날 새롭게 결성한 뒤 13도 지부장을 명했고 회원은 약 2000명이 됐다. 나는 그 후는 애국부인회에 깊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자수 조서가 등장한다. 오현주는 자기 부부와 언니의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애국부인회를 밀고했고, 결국 1919년 11월 28일 애국부인회와 청년외교단 수뇌부가 체포됐다. 오현주 부부도 검거됐지만 하루 만에 풀려났다. 오현주는 해방 후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에 체포됐으나 불기소됐고, 남편은 기소 후 보석 석방됐다가 이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월정사 승려로 있다가 3·1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운동에 참가해 청년외교단 총무와 외교특파원을 역임한 이종욱은 궐석재판을 받고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판결문에는 “이병철이 이종욱을 만나 임시정부 정황을 들었는데, 이종욱이 상하이를 가는데 임시정부에 어느 정도 송금해 달라고 해 3명 몫을 합해서 550원을 이종욱에게 건넸다”고 돼 있다. 이런 공적이 인정돼 이종욱은 1977년 건국훈장(3등급)을 추서받았다. 그러나 1930년대 친일 행적이 뒤늦게 확인돼 2011년 서훈이 취소됐다. 후손들은 ‘친일 행적은 독립운동을 위한 위장´이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보훈처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이종욱은 청년외교단 검거 사태 이후 불교계로 돌아갔다. 조선불교 총본산 주지 대표였던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조선신궁을 참배하고 일본군을 위해 기원제를 지내라고 조선 내 각 사찰에 하달했다. 또 친일강연회를 열고 일본 외무대신의 성을 따서 창씨개명했다. 조선 승려들에게 5만 3000원을 모금해 헌금도 했다. 1941년 대동아전쟁이 일어나자 전쟁물자 조달을 위해 사찰의 범종 등을 헌납했다. 해방 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조계종 중앙총무원장과 동국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무기수, 장기수 등 751명 3·1절 가석방

    무기수, 장기수 등 751명 3·1절 가석방

    법무부는 3·1절 100주년을 기념해 751명을 가석방한다고 27일 밝혔다. 가석방은 28일 오전 10시에 집행된다.  가석방 명단에는 무기수형자 2명과 징역 10년 이상의 장기수형자 24명이 포함됐다. 또한 70세 이상 고령자, 중증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도 55명 들어갔다.  무기수는 최소 25년 이상 수감 생활을 한 자들로, 30년 6개월 동안 수용생활을 하면서 양복산업기사 등 자격증 4종을 취득하고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사람도 포함됐다. 다른 장기수형자들도 학사고시나 검정고시를 합격하거나, 산업기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기능경기대회 입상하는 등 수용기간 성실히 생활하고 재범 위험성이 없는 모범수형자로 선발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 1명도 가석방됐다.  반면 상습 음주운전, 상습 사기, 유사수신 다단계 범죄 등 다수의 국민에게 피해를 준 사람은 배제됐다. 성폭력사범, 가정폭력, 음란동영상 유포자도 배제됐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대법, 양평 전원주택 살인범 무기징역 확정에도 형량 형평성 논란

    대법, 양평 전원주택 살인범 무기징역 확정에도 형량 형평성 논란

    경기도 양평의 한 전원주택 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1, 2심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지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반면 경남 거제에서 쓰레기를 줍던 5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겐 1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되면서 형량 형평성에 물음표가 제기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허모(43)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허씨는 2017년 10월25일 양평군 윤모씨의 자택 주차장에서 윤씨를 흉기로 20여 차례 찔러 살해하고 지갑, 휴대전화, 승용차를 빼앗아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숨진 윤씨는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이다.1·2심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범행 동기와 관련한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 범행 준비 과정을 볼 수 있는 정황들, 유전자 감정 결과를 모두 종합하면 유죄가 인정된다.”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며 하급심이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4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의 한 선착장에서 쓰레기를 줍던 여성(58)을 때려 숨지게 한 A(21)씨에 대해서는 지난 14일 1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또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에서 전처(47)를 흉기로 살해한 B(50)씨에 대해 1심에서 지난달 25일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인 아버지를 사형시켜달라.”라고 청원한 피해자 딸들이 “사형을 원했는데, 어머니 한을 못 풀었다.”라는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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