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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경찰 ‘김학의·윤중천 성폭력’ 재고소 수사 착수

    [단독] 경찰 ‘김학의·윤중천 성폭력’ 재고소 수사 착수

    경찰이 ‘별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재고소한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 고소사건과 함께 여성단체가 과거 김 전 차관의 성폭력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피해자가 지난 2013년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한 조서를 피해자 측으로부터 제출받고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내년 1월 초 검사들을 고발한 여성단체 관계자들을 고발인 신분으로 먼저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별장 동영상’이 공개된 후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성폭력 의혹 사건을 경찰이 수사할 당시 피해자는 참고인 신분으로 총 7회 출석해 피해 상황을 진술했다. 당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같은 해 7월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11월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듬해인 2014년 피해자가 자신이 동영상 속 여성이라면서 김 전 차관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김 전 차관에게 또다시 무혐의 처분을 했다. 이후 검찰이 특별수사단(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을 꾸려 김 전 차관을 지난 6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지만 지난 11월 1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며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1억 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뿐만 아니라 2006~2008년 강원 원주 별장 등에서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윤씨도 지난 6월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지난 11월 1심에서 윤씨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한 재판부는 2006~2007년 윤씨가 피해자를 강간해 다치게 한 혐의(강간치상)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에 피해자는 2013년 이후로 기소되지 않은 윤씨의 성폭력 사건 13건, 김 전 차관의 성폭력 사건 12건에 대한 고소장을 지난 18일 경찰청에 제출했다. 같은 날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면서 2013년과 2014년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한 검사 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고소·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청은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이첩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부패행위로 잘리고도 재취업한 공직자 24명 적발

    부패행위로 잘리고도 재취업한 공직자 24명 적발

    권익위, 5년간 면직된 공직자 1914명 대상 점검면직 전 소속기관에 취업해제·고발 등 조치 요구공공기관 재직 중 부패행위로 면직된 사람이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해 다른 공공기관이나 직무 관련 민간기업 등에 재취업한 사례가 24건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비위면직자 등 취업실태를 점검한 결과 부패방지권익위법상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해 재취업한 비위면직자 등 24명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권익위는 이들에 대해 면직 전 소속기관에 고발, 취업 해제 및 해임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는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최근 5년간 부패행위로 면직된 공직자 1914명을 대상으로 취업실태를 점검한 결과다. 주요 사례를 보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면직된 A씨는 대학교에 객원교수로, 법원에서 면직된 B씨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직으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면직된 C씨는 공공기관인 우편집중국에 기간제 근로자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면직된 D씨, E씨는 퇴직 전 소속부서에서 법인세 업무를 처리했던 업체와 인증업소 조사평가를 했던 업체에 각각 재취업했다. 강원 원주시, 경기 수원시, 전라남도, 대구시교육청, 한국가스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전력공사에서 각각 면직된 취업제한 대상자 7명은 퇴직 전 소속부서에서 물품구입, 용역계약 또는 공사계약 등을 체결했던 업체에 각각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취업 사례별로 고용형태, 급여수준, 취업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위반자 11명에 대해서는 면직 전 소속기관에 고발 조치를 요구했다. 취업제한 기관에 재직 중인 5명에 대해서는 취업 해제 또는 해임 조치까지 요구했다. 또 시간제 근무 등 한시적 취업으로 확인된 최저임금 수준의 생계형 위반자 등 12명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에 주의를 당부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르면 재직 중 직무와 관련된 부패행위로 당연퇴직, 파면, 해임된 공직자 등은 공공기관, 부패행위 관련 기관, 퇴직 전 5년간 소속 부서 또는 업무와 밀접한 민간기업 등에 5년간 취업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구현모 ‘젊은 KT’로 변신 적임자… 안정 속 혁신 이끈다

    구현모 ‘젊은 KT’로 변신 적임자… 안정 속 혁신 이끈다

    OTT ‘시즌’ 출시… IPTV 가입자 증가 통신 넘어 미디어 사업으로 확대 성과 “소탈한 성격… 누구도 적으로 안 만들어” 불안한 선두 유료방송 시장 해법 주목 실내 5G서비스 위한 인빌딩 구축 과제 이사회로부터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 ‘최종 1인’으로 지명된 구현모(55)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은 ‘안정 속 혁신’을 주도할 인물로 꼽힌다. 32년간 ‘KT맨’으로 살아오면서 누구보다도 KT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적응 기간이 크게 필요 없다는 것이 강점이다. 한시가 급한 5세대(5G) 이동통신 경쟁 시대에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강점을 갖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구 후보가 9명의 CEO 후보군 중에 최연소인 만 55세라는 점도 노쇠한 기업 이미지를 벗고 ‘젊은 KT’로 거듭나도록 하는 데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후보는 1987년 한국통신공사 시절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KT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전략과 현장에 모두 능한 인물로 꼽힌다. 2014년부터 약 2년간은 황창규 KT 회장의 첫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황창규 시즌2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으나 김종구 KT 회장후보추천심사위원장은 “친분 관계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오직 능력만 봤다”며 일축했다. 구 후보는 지난해 11월부터 KT의 핵심사업부인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맡아 새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OTT) ‘시즌’의 출시와 지난 4월 IPTV 가입자 800만명 돌파를 이끌었다. 통신 시장에만 매몰되지 않고 미디어 사업 등으로 이통3사의 영역이 넓어지는 가운데 구 후보가 CEO로서 또다시 수완을 발휘하길 기대하는 지점이다. 구 후보에 대한 KT 구성원들의 평판도 좋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한 관계자는 “구 후보가 평소에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누구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매우 소탈한 성격”이라면서 “9명 후보에 대해 평판을 살폈을 텐데 구 후보는 크게 걸리는 것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에는 최근 몇 년간 외부에서 온 수장들이 연달아 수사기관에 불려 가는 ‘CEO 잔혹사’가 있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등의 부정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경영고문 부정 위촉’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황 회장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남중수 사장(2005~08년) 이후 12년 만에 내부 승진 CEO가 유력한 구 후보도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이를 고려해 KT 이사회는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구 후보자와 합의했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구 후보가 CEO에 오르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최근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KT는 지난해 6월 일몰된 ‘합산규제’를 대체할 사후규제안에 발목이 잡혀 인수합병에 뛰어들지 못한 채 ‘불안한 1위’를 지키고 있다. 또 5G 시대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콘텐츠 싸움에서도 KT가 경쟁사들과 확연한 차별점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실내 5G 서비스를 위한 인빌딩 확대와 5G 28GHz 대역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예정인데 이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용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식사 당번’ 같은 안마조… 폭식증, 분노 지나간 자리, 다시 무대 서다

    ‘식사 당번’ 같은 안마조… 폭식증, 분노 지나간 자리, 다시 무대 서다

    “이제 우리 사회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그것은 오랜 관행이 아니다. 성폭력이다.” (지난 4월 항소심 선고 후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지난 7월 극단 연희단거리패 여성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극연출가 이윤택(67)씨에게 대법원이 징역 7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지난해 2월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처음 폭로한 뒤 1년 5개월 만의 결과다.이윤택의 성폭력은 지난해 한국 사회를 휩쓸었던 미투 운동의 상징적 사건이다. 가장 많은 피해자(23명), 가장 많은 변호인단(104명), 가장 활발한 공대위 활동(139개 단체)이라는 엄청난 규모와 함께 미투 이후 재판에 넘겨진 성폭력 사건 중 첫 실형 선고라는 기록을 남겼다.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법원 판결 이후에도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다. 논란이 잦아들자 연극계에서는 “죄와 작품은 구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슬그머니 돈다. 성폭력 피해 당사자이자 공동 고소인으로 활동하며 지난 2년간 싸워 온 음악극단 콩나물 이백재령(42) 대표와 만나 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봤다.●20년 묵인된 연극계 성폭력 최초 고발 “뭔가 잘못됐고 나쁜 일이란 걸 알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식사 당번’ 같은 일이었다.” 20년도 더 지난 일이었지만 이백 대표의 기억은 또렷했다. 이백 대표는 1998년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했다. 배우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들어간 유명 극단이었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20대 초반이 감당하기엔 너무 혹독했다. 이백 대표는 “이윤택 ‘안마 조’는 사무실 칠판에 순서가 적혀 있을 만큼 공공연한 일이었다. 모든 여자 막내들이 해야 했고, 저 역시 처음에는 의무감에 했다”고 회고했다.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 운영자였던 이씨는 극단 운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며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여성 단원 9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안마를 시키면서 본인의 성기를 주무르게 하거나 연기지도를 한다며 신체를 밀착하고 가슴을 움켜잡은 행위 등이 포함됐다. 그나마도 현행법상 공소시효 문제로 처벌 가능한 사건만 그렇다. 경찰 조사 당시 고소인은 17명, 파악된 피해는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총 60건이 넘었다.이백 대표는 피해 당시 상황에 대해 “대중교통에서 성추행당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다음에는 피하려고 애썼고,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에 ‘내가 문제인가’ 생각도 했다”면서 “결국 이건 아니다 싶어 반발했지만 어떻게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엄청난 좌절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2년여 만에 극단을 나온 뒤에는 억지로 그 상처를 덮어 뒀다”며 “누가 물어도 나쁜 일이 없었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깊숙이 숨겨 뒀던 기억은 김 대표의 폭로 이후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는 “국내에서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미투 흐름이 막 시작될 때라 마음이 욱신거렸는데, 김 대표의 글을 본 뒤 내내 가슴이 떨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MeToo’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10년도 더 된 일이다”라는 운을 떼며 이씨의 성폭력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이백 대표는 처음에는 본인의 피해까지 공개적으로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글을 본 뒤 ‘(이윤택이)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렸는데, 다음날 극단 관계자에게서 ‘글을 내리는 게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십수년간 자행된 성폭력 행위를 묵인하고 마녀사냥으로 몰아가려는 극단의 대처가 너무 어이없었다”고 말했다. 곧장 본인의 피해까지 공론화한 이백 대표는 공동 고소인으로 활동하며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에 꾸준히 참석해 발언했다. 그는 “미투 당시 제가 제일 선배 기수였다. 이윤택의 나쁜 행실이 20년간 계속돼 왔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면서 “후배들이 상처 입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8명에 대한 18차례의 강제추행·유사강간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이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2014년 밀양연극촌에서 단원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킨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이 병합되며 형량이 1년 늘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공동 변호인단 서혜진 변호사는 “이윤택은 끝까지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안마 행위’, ‘연극 지도의 일부’라고 주장했다”며 “‘예술하는 사람은 그럴 수 있다’는 잘못된 통념과 편견이 이 사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피해자들 파괴된 삶… 2차 가해 현재진행형 그간 부산에서 극단을 운영하던 이백 대표는 최근 인천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백 대표는 “6년 후면 이윤택이 다시 돌아올 텐데, 같은 도시에서 숨 쉬는 것조차 싫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진짜 치유를 시작해야 하는데 아무도 그 방법을 모른다”고 털어놨다. 폭로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에는 지지하는 동료들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 시선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백 대표는 “지인의 연락이 뜸해지고, 저를 만나는 걸 불편해한다는 걸 느꼈다”면서 “제 긴 머리를 툭툭 치며 ‘이것도 미투할 거냐’고 묻는 지인 때문에 그날로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사람들을 피해 대중교통을 타지 않았고, 집안에만 고립돼 폭식 등 중독 증세까지 보였다. 같은 연희단거리패 출신인 배우 곽도원씨와 그의 소속사 대표 임사라 변호사와의 공방은 이백 대표를 포함한 공대위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임씨는 지난해 3월 SNS에 글을 올려 피해자 4명이 극단 선배인 곽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백 대표는 “믿었던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다. 병원에서 진정제와 수면제까지 처방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임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임씨가 고소인들을 직접적으로 ‘꽃뱀’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게시한 글을 곧 삭제했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됐다. ●다른 미투 피해자들도 끝까지 연대하길… 배우를 꿈꾸던 이백 대표는 현재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환경을 주제로 하는 재활용 난타와 어르신을 위한 트로트 뮤지컬 등 기존의 문법에서 벗어난 다양한 공연을 하며 새로운 삶을 꾸린다. 하지만 아직도 이씨를 생각하면 “너무 밉다”고 했다. 이백 대표는 “여전히 지지자들 위주로 이윤택의 연극을 올리거나, 출판사 희곡집에 이윤택 작품이 포함될 뻔하다 중단되는 일이 벌어진다”면서 “내가 사랑하는 동료들이 아픈 게 싫다. 가해자는 오래된 죄까지 모두 다해서 정당한 처벌을 받고, 제발 업계에서 떠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미투 피해자들에게도 “각자의 세상에서 얼마나 외로울지 걱정된다. 힘들겠지만 절대 혼자 있지 않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삶이 많이 달라지겠지만, 결코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에서는 이 사건을 돌아보는 공대위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이름은 ‘분노가 지나간 자리, 다시 무대에 서다’. 결코 분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이백 대표는 “연극은 내 삶이다. 이윤택 같은 사람이 무너뜨릴 수 없다”면서 “내 연극은 내 방식대로 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구현모 ‘젊은 KT’로 변신 적임자…안정 속 혁신 이끈다

    구현모 ‘젊은 KT’로 변신 적임자…안정 속 혁신 이끈다

    이사회로부터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 ‘최종 1인’으로 지명된 구현모(55)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은 ‘안정 속 혁신’을 주도할 인물로 꼽힌다. 32년간 ‘KT맨’으로 살아오면서 누구보다도 KT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적응 기간이 크게 필요 없다는 것이 강점이다. 한시가 급한 5세대(5G) 이동통신 경쟁 시대에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강점을 갖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구 후보가 9명의 CEO 후보군 중에 최연소인 만 55세라는 점도 노쇠한 기업 이미지를 벗고 ‘젊은 KT’로 거듭나도록 하는 데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후보는 1987년 한국통신공사 시절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KT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전략과 현장에 모두 능한 인물로 꼽힌다. 2014년부터 약 2년간은 황창규 KT 회장의 첫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황창규 시즌2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으나 김종구 KT 회장후보추천심사위원장은 “친분 관계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오직 능력만 봤다”며 일축했다. 구 후보는 지난해 11월부터 KT의 핵심사업부인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맡아 새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OTT) ‘시즌’의 출시와 지난 4월 IPTV 가입자 800만명 돌파를 이끌었다. 통신 시장에만 매몰되지 않고 미디어 사업 등으로 이통3사의 영역이 넓어지는 가운데 구 후보가 CEO로서 또다시 수완을 발휘하길 기대하는 지점이다. 구 후보에 대한 KT 구성원들의 평판도 좋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한 관계자는 “구 후보가 평소에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누구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매우 소탈한 성격”이라면서 “9명 후보에 대해 평판을 살폈을 텐데 구 후보는 크게 걸리는 것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KT에는 최근 몇 년간 외부에서 온 수장들이 연달아 수사기관에 불려 가는 ‘CEO 잔혹사’가 있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등의 부정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경영고문 부정 위촉’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황 회장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남중수 사장(2005~08년) 이후 12년 만에 내부 승진 CEO가 유력한 구 후보도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이를 고려해 KT 이사회는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구 후보자와 합의했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구 후보가 CEO에 오르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최근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KT는 지난해 6월 일몰된 ‘합산규제’를 대체할 사후규제안에 발목이 잡혀 인수합병에 뛰어들지 못한 채 ‘불안한 1위’를 지키고 있다. 또 5G 시대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콘텐츠 싸움에서도 KT가 경쟁사들과 확연한 차별점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실내 5G 서비스를 위한 인빌딩 확대와 5G 28GHz 대역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예정인데 이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용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못믿을 사회복지시설 급식…경기도 불량 급식시설 91곳 적발

    못믿을 사회복지시설 급식…경기도 불량 급식시설 91곳 적발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보관하거나 식자재의 원산지를 멋대로 표시하는 등 급식 과정에서 불량 식자재를 사용한 경기지역 사회복지시설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11월 25일부터 이달 6일까지 도내 노인복지·장애인 거주·아동 양육시설 등 440곳의 급식실태를 점검해 식품위생법과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91곳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적발된 시설은 노인요양시설 77곳, 장애인 거주 시설 7곳, 아동 양육시설 1곳, 납품업체 6곳이다. 위반 유형은 유통기한 경과 40곳, 원산지 거짓 표시 38곳, 미신고 식품판매업 5곳 등이다. 업종별 적발률을 보면 상시급식 인원 50인 이상 사회복지시설 58%, 50인 미만 35%, 식자재를 납품하는 식품판매업 7%다. 남양주시 A사회복지시설은 유통기한이 3개월 지난 냉동 닭고기 350마리(약 142kg)를 조리 목적으로 보관하다가 적발됐다. 안성시 B노인요양시설은 외국산 돼지고기와 닭고기 총 22kg을 입소자 급식재료로 사용하면서 식단표에 국내산으로 표시하는 등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특사경은 설명했다. 파주시 C노인요양시설은 곰팡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18℃ 이하로 보관해야 하는 건어물류(12.5kg)를 냉장 보관하다가 적발됐다. 고양시 D업체는 집단급식소 식품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고 2014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5년여간 김치 등 총 1억600만원 상당의 식자재를 노인요양시설에 납품해오다 적발됐다. 원산지를 거짓 표시하면 원산지표시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급식소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보관할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30만∼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도 특사경은 적발된 업체를 검찰에 송치하고 해당 시·군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압류한 닭고기 350마리(142kg)는 전량 폐기했다. 이병우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장은 “노인, 장애인, 아동 등 사회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의 급식에서 유통기한 경과제품을 사용하는 등 불량식재료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회복지시설의 불량 식재료를 사용하는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강력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세월호 유가족 사찰’ 前 기무사 간부 실형

    ‘세월호 유가족 사찰’ 前 기무사 간부 실형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을 사찰한 옛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간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24일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부터 수개월간 기무사 소속 부대원들에게 유가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소장)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610기무부대장이었던 피고인이 군 관련 첩보의 수집을 명할 수 있는 직무상의 권한을 이용해 그 휘하의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와 같은 지시 행위는 국민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세월호 유가족 사찰’ 前기무사 간부 1년형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을 사찰한 옛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간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24일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부터 수개월간 기무사 소속 부대원들에게 유가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소장)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610기무부대장이었던 피고인이 군 관련 첩보의 수집을 명할 수 있는 직무상의 권한을 이용해 그 휘하의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와 같은 지시 행위는 국민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통군사법원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기 위해 불법 감청을 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우진 전 기무사 5처장(준장)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한편 소 전 참모장과 기 전 5처장 등이 박근혜 정부의 계엄 검토 문건 작성을 위해 위장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특근매식비를 신청하고, 은폐 목적으로 문건을 훈련비밀로 등재하려 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은 계엄 검토 문건을 비밀리에 작성하기 위해 2017년 2월 ‘미래방첩업무 TF’라는 허위 조직을 구성하고 이를 근거로 예산을 받으려 한 혐의를 받았다. 또 계엄 문건이 비밀리에 작성됐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문건을 공식 훈련비밀로 등재하려 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계엄 검토 문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검찰 이항로 전 진안군수 수사-직권남용 혐의

    검찰이 이항로 전 전북 진안군수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주지검은 진안군의료원 직원 채용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로 이 전 진안군수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이 전 군수는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자신의 조카 등 특정 인물이 군의료원 직원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진안군의료원에 사무직 4급으로 임용된 이 전 군수의 조카는 군수 선거캠프에서 사무장 겸 회계책임자로 활동했다. 공익신고로 수사를 벌였던 경찰은 진안의료원 직원 채용 면접관으로부터 군 공무원의 압력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경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조만간 이 전 군수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사건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며 “혐의가 확인되면 기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군수는 2017년 설·추석을 앞두고 7만원 상당의 홍삼 제품 210개를 선거구민에게 나눠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의 형이 확정, 지난 16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탈북민 강제북송 50일,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상) [강주리 기자의 K파일]

    탈북민 강제북송 50일,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상) [강주리 기자의 K파일]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은 정부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로 탈북한 남성 2명을 강제 북송한 지 50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달 29일 한국행을 시도하다 베트남에서 체포된 탈북민 10명은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중국으로 추방됐다. 그들은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유엔 총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전원 합의로 채택됐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은 한반도 사정을 이유로 빠졌다. 탈북민 사회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숨죽인 탈북민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탈북민 정책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생존과 자유를 위해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민 수는 약 3만 5000명(추정치). 남한에 정착한 20~30대 탈북민 5명을 만나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한 탈북민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 Q. 탈북 시도하다 북송된 사람들 어떻게 되나 “100% 죽었을 것… 한국행 단어 나오면 끝”탈출 못하게 탈북민 손바닥 쇠줄로 뚫어 북송중국인들 잔인함에 질색…이후 철족쇄로 변경탈북민들은 북한에서 탈출하다가 붙잡혀 북송될 경우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거나 사형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행으로 추정되거나 한국에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들이 강제 북송될 경우에는 “100%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지성(2016년 탈북)씨는 “한국에 왔다가 돌아가는 건 북한 헌법상 조국반역죄로 사형된다. 본인뿐 아니라 연좌제가 적용돼 다른 가족들이 다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이승철(2012년 탈북)씨도 “북송됐다가 탈출한 사람들 말로는 구치소나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데 엄청 많이 맞았다고 한다”면서 “가부좌를 틀게 한 뒤 움직이지 못하게 해 복사뼈가 다 썩었더라”고 전했다. 김지은(2002년 탈북)씨는 “중국에 돈 벌러 나왔다가 탈북민들이 북송되는 것을 봤다”면서 “북송되는 중간에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5명의 손바닥 중간을 쇠줄로 뚫어서 꽂은 채 묶여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것을 본 중국인들이 너무 끔찍해서 ‘여기서 이러지 말고 자국에 데려가서 하라’고 할 정도였다”면서 “2010년 이후로는 발목에 무거운 철족쇄를 채우는 걸로 바뀌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 귀순 확인되면 가족 트럭에 실려갈 것”베트남 등 동남아, 내몽골 한국 기도 분류“한국서 북송은 재판 없이 즉결 처형될 듯”이들은 모두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왔다. 2년 전 탈북한 하선우(2017년 탈북)씨는 “한국에서 귀순의사를 밝혔던 탈북민들은 다 죽게 될 것이라고 탈북민 사회는 보고 있다. 가족들도 트럭에 다 실려갈 것”이라고 추측했다. 탈북민들은 탈북 과정에서 ‘한국’, ‘남조선’이라는 단어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하씨는 “북한에서는 한국행(남조선)이라고 하면 적과 내통했다는 ‘적선’이라고 해 무조건 정치범이라고 보고 정치범수용소로 보낸다. 가면 살아서 못 나온다고 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탈북 당시 절대 ‘한국행’이란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국과 관련된 자료는 다 불태우고 혹시라도 잡히면 고문 받기 전에 죽을 생각으로 면도칼을 입에 물고 내려왔다”고 비장했던 탈북 당시를 회상했다. 탈북 경로에 따라 북한 당국은 한국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될 경우 극단적 처벌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내몽골이나 동남아(베트남, 태국 등)에서 잡히면 한국 기도로 분류돼 엄하게 처벌받는다”면서 “북한은 즉결 처형제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북송됐기 때문에 재판조차 받기 어렵고 재판 없이 사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김정은 정권 들어 더욱 살벌해진 감시강 철조망에 감전용 전기선 설치 특히 김정은 정권이 북한에 들어서면서 탈북민 감시가 더욱 삼엄해졌다고 탈북민들은 전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탈북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국 등 국경에 접한 강 주변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철조망에 전기 감전을 일으키는 장비가 설치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북한군에게 탈북민들이 돈을 주면 돈은 챙기고 신병을 넘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함흥에서 아이를 유괴했다가 풀어줬다는 이유로 부부와 자녀 등 일가족 3명이 공개 처형(총살)되는 것을 목격한 강씨는 “이번에 강제북송된 두명은 스스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밝힌데다 한국으로 귀순의사까지 밝혔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반역죄에 해당돼 재판 자격도 없다”면서 “내가 북한에 있을 때도 그랬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은 “북한에도 변호사가 있지만 검사의 형량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할 뿐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사형되기까지가 ‘지옥’ “인권유린 참혹”“北사형수, 죽기 직전까지 고문 자행…밥 안줘”“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없다…변호사? 검사편”탈북민들은 사형 과정 자체가 ‘인권유린’이라는 전했다. 북한 수용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탈북민은 “한국은 사형수에게도 인권이 있지만 북한은 어차피 죽일 자라 밥은커녕 두들겨 패서 말도 못할 정도로 초죽음을 만들어 놓은 뒤 확인 사살시키는 정도의 사형을 진행한다”고 잔혹함을 설명했다. 통일연구원의 ‘2019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단순히 한국 녹화물을 시청·유포하거나 한국행을 알선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최고형인 총살에 처해지고 있다. 한 탈북민은 2014년 모녀가 한국행을 기도하다 붙잡히자 모녀를 포함한 일가족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국제연합총회가 1976년 발효한 개인의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국제적으로 보장하는 국제조약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에 가입돼 있다. 자유권규약(12조 2항)에는 “모든 사람은 자국을 포함에 어떠한 나라로부터 자유로이 퇴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게 탈북민들의 일관된 증언이다.북한 형법은 탈북 행위를 비법국경출입죄와 조국반역죄로 구분해 처벌하고 있다. 한국행으로 발각돼 북송된 탈북민들에게 적용되는 조국반역죄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되는 비법국경출입죄와 달리 ‘조국을 배반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쳤거나 투항, 변절, 비밀을 한 조국반역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최소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서 최대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주민들이 탈북을 위해 국경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민보안단속법, 행정처벌법을 통해서도 무보수노동 등으로 탈북민을 처벌하고 있다. 北도 가입한 ‘자유권 규약’에는고문 금지·이동의 자유 명시…현실은 반대김정은, 탈북민 자발적 귀환도 강하게 처벌 백서는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민에 대한 처벌이 크게 강화돼 2014년 이후부터는 탈북 횟수에 관계 없이 노동교화형이 부과되고 자발적 귀환도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두 차례 탈북했다 처벌을 받은 탈북민 증언을 인용해 설명했다.백서에 따르면 갈수록 탈북민 수가 늘면서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북한 내 수용소가 부족해지자 김정은 정권은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다각도로 강화했다. 2016년 탈북민은 하루에 두세 번씩 전화를 걸어 집에 있는지 확인하고 추궁한다고 증언했고 이러한 박해를 견디다 못해 탈북을 결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백서는 전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인권백서에서 “탈북민 강제송환은 송환 이후 집결소, 구류장, 노동단련대, 교화소에서 조사·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자유권 규약 7조)와 피구금자의 권리(자유권규약 10조)를 심각하게 침해받는다”면서 “특히 중국 등에서의 한국행 기도나 기독교 접촉은 공개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되는데 이는 생명권(자유권규약 6조)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자유권 규약 14조)를 침해한다”고 명시했다. 강제송환 여성에 알몸수색·자궁검사임신한 여성 배 구타 강제낙태·영아살해유엔인권위, 국제형사재판소 北회부 권고 특히 중국에서 임신한 탈북 여성에 대한 강제낙태와 북한 여성의 인신매매 행위 역시 비인도적 취급을 받지 않을 권리(자유권규약 7조)와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자유권규약 9조)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강제송환된 사람들은 다른 수감자들 앞에서 옷을 벗고 알몸 운동과 내부 수색을 받는다. 이는 송환된 사람들이 숨기고 있을지 모를 돈을 몰수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북한은 함경북도 온성군, 평안북도 신의주시, 양강도 혜강시의 국가보위성 구류장에서 알몸수색, 소지품 검사, 에이즈 검사(위생 검사)를 거친 후 수용된다. 북한의 여성권리보장법 제37조는 여성에 대한 신체 수색을 금지하고 있지만 강제송환된 탈북 여성의 경우 알몸수색과 동일 장갑을 이용한 비위생적인 자궁 검사, 발가벗긴 채 앉았다 일어섰다(‘뽐뿌질’)를 100회 이상 반복하는 등 고의적으로 모멸감을 주고 수치스러운 조사를 반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제송환된 임신한 여성은 배를 구타하거나 약물을 주입해 강제낙태시키고 출생 직후 영아를 산모가 보는 앞에서 죽이는 영아 살해 증언들도 수두룩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보고서에서는 이런 수많은 증언들이 기록돼 있다. COI는 “정치범수용소에서 탈북민 등에 대해 고문, 구금, 강제낙태, 성폭력 등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유엔이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다”고 명시했다.유엔총회 올해 北인권결의안 채택한국, 60여 공동제안국서 빠져 유엔총회는 지난 18일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서 “북한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현재까지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결의안에는 북송된 탈북민 등에 대한 강제수용소 운영,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가 나열됐다. 2005년 결의안 채택 이후 15년째로 표결 없이 전원 합의한 것은 2012~2013년, 2016~2018년에 이어 올해로 6번째다. 미국, 일본, EU 등 60개국이 공동제안국에 참여했지만 한국은 빠졌다.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번에는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유엔의 결의안 채택에 반발하며 인권침해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반(反)북한 적대세력에 의한 정치적 조작물”이라면서 “결의안에 언급된 모든 인권침해 사례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전광훈 국회의원·이석기 국방위원, 극과 극 선거법 여론전

    전광훈 국회의원·이석기 국방위원, 극과 극 선거법 여론전

    與 설훈 “석패율로 전광훈 국회 입성”한국당 “연동형은 전교조 교육위”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여야가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2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원총회가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의 석패율제 합의안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의 여의도 입성 가능성을 예로 들었다. 설 최고위원은 “석패율제를 했을 때는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어쩌면 원하지 않는 인물,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이 기독교당을 만들어서 나온다면 그런 분도 국회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전 목사는 지난여름부터 서울 광화문과 청와대 인근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를 이어오면서 과격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월 31일에는 “문재인 저놈을 모가지를 끌고 나와야 한다”고, 11월 16일에는 “3000만명이 (하야)서명을 했는데도 문재인이가 (청와대에서)안 나오면 그때는 너 죽고 나 죽고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발언으로 신성모독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은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을 비난할 때 전 목사를 단골 소재로 이용한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한국당의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와 관련해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의 모습은 의회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는 딱 광화문 태극기부대의 정체성이었다”며 “몸은 여의도에 있지만, 마음은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광화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에 맞서는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민주당의 2중대, 3중대를 만들려는 좌파 장기 집권 플랜’이라고 공격하는 한국당도 극단적인 가정을 내세운다. 한국당 정책위원회는 19일 배포한 정책서신에서 “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되면 국회 비례대표 자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의 좌파단체 내부 보직처럼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또 “국회 15개 상임위원회의 법안소위에 좌파를 모두 배치하는 것이 노림수”며 “그렇게 되면 좌파단체는 이제까지 처람 기성정당을 거치는 수고로움 없이 주한미군철수, 재벌해체, 토지공개념 등 좌파 정책을 마구 밀어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교조 출신이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 통진당(통합진보당) 출신이 국방위원회에 있다고 가정해보라. 상상 못할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내란음모 등으로 해산된 통진당 출신이 국가 안보를 다루는 국방위원으로 군의 보고를 받는다는 설정이다. 한국당이 통진당을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은 연말·연초 특별사면 시즌이 다가오면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지지자들이 ‘이석기 석방, 사면’ 집회를 잇달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내란음모·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되고서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고, 통진당은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 따라 강제 해산됐다. 한편 ‘4+1(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이날도 선거법 협상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민주당이 지난 18일 군소야당의 석패율제 도입 요구를 거부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석패율 적용 의석을 3~4석으로 최소화하고, 대안신당이 제안한 석패율제 대상에서 중진 의원을 제외하는 절충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 보낸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에 군소야당의 협조가 필수인 만큼 타협 가능한 수준에서 선거법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통합진보당 해산 5년 만에 “원상 회복하라” 헌재에 재심 촉구

    통합진보당 해산 5년 만에 “원상 회복하라” 헌재에 재심 촉구

    “이석기 석방, 文대통령 결단 필요” 촉구2013년 9월 이 의원 내란음모죄 구속2014년 12월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통진당 속 국회의원 5명 의원직 박탈 헌재 “내란회합은 민주기본질서 위배”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대책위원회(대책위원회)가 5년 전 박근혜 정부 당시 통합진보당의 해산 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진상 규명과 재심, 원상 회복을 촉구했다. 이들은 통합진보당의 명예를 회복해달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19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재심 추진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과정의 진상을 밝히고 원상 회복조치를 하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5주년을 맞아 ‘통합진보당 명예회복과 재심 추진을 위해 전국민적 조직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해 사건 백서 발간과 재심 추진을 토대로 통합진보당 명예회복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들은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에 ‘숨겨진 목적’이 있으니 해산해야 한다고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았다”면서 “법률에 관련 규정이 없으면 의원직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헌법재판소는 (의원직을 박탈하는) 초법적 월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어 “박근혜 청와대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했음이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와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로 밝혀졌다”면서 “헌법을 지키는 헌법재판소라면 이제라도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고 재심을 통해 판결을 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촛불혁명으로 이석기 의원을 가둔 감옥 문이 열릴 것이라 기대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인용 의견 8명, 기각 의견 1명으로 통합진보당 해산과 함께 당시 소속 국회의원 5명(이석기, 김재연, 김미희, 오병윤, 이상규)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옛 통합진보당 측은 2015년 2월 정당해산 결정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16년 5월 청구 각하 결정을 내렸다. 앞서 통합진보당은 2000년 1월 민주노동당에서 시작해 2011년 12월 만들어졌다. 2012년 4월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진보정당 역사상 최다 의석인 13석을 얻어 눈길을 끌었다.그러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건이 일어나면서 통합진보당 내 구 당권파의 패권적 당 운영과 친북적 행태를 비판하며 유시민·심상정·노회찬 전 의원 등 비당권파가 탈당해 국민참여당과 진보정의당(현 정의당)을 창당했다. 그해 5월 당시 비당권파인 통합진보당의 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공동대표)은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이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였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출범식에서 태극기를 걸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되 애국가는 부르지 않은 일로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과거 민주노동당도 태극기 대신 민노당기를 걸고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민중의례를 해왔다. 이석기 의원은 2012년 6월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바 없고, 우리나라는 국가가 없다. 애국가는 그냥 나라 사랑을 표현하는 여러 노래 중 하나”라고 발언해 종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반면 유시민 전 의원 등 국민참여당 출신들은 통합진보당의 “이런 강령으로는 일반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다”고 주장했다.2013년 8월 28일 국정원과 검찰은 이 의원을 비롯한 우위영 전 통진당 대변인 등의 자택과 사무실을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이어 2013년 9월 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예비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무부가 제출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다음날 이 의원을 구속했다. 정부는 2013년 11월 5일 법무부는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반한다며 정당활동금지 가처분과 함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고 국무회의에서 통합진보당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통과시켰다. 2014년 8월 11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는 내란음모·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만 인정돼 형량은 징역 12년에서 9년으로 감형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실체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후 헌재는 2014년 12월 19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헌재는 선고 당시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에 대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면서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위헌정당의 해산을 명하는 비상 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면서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공소시효 바꿔라”… 여성 단체, 김학의·윤중천 재고소

    “공소시효 바꿔라”… 여성 단체, 김학의·윤중천 재고소

    ‘별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 여성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강간 혐의로 18일 재고소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704곳은 이날 서울 중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김 전 차관이 2006~2008년 강원 원주 별장 등에서 13차례 성 접대를 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지난달 15일 윤씨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한 1심 재판부도 그가 2006~2007년 피해자를 강간해 다치게 한 혐의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동변호를 맡은 최현정 변호사는 “범행 발생 시점이 아니라 피해자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은 2013년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씨 재판에서 검찰도 같은 의견을 밝혔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은 내게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면서도 “잘못한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 재고소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최근까지 기소되지 않은 윤씨의 성폭력 의혹 사건 13건, 김 전 차관의 성폭력 의혹 사건 12건을 고소장에 적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또 2013년과 2014년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한 검사들도 직권남용 혐의로 이날 경찰청에 고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무너진 정의 되찾겠다” 피해여성, 김학의·윤중천 ‘성범죄’ 재고소

    “무너진 정의 되찾겠다” 피해여성, 김학의·윤중천 ‘성범죄’ 재고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연루된 ‘별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다시 고소했다. 여성단체들은 2013년과 2014년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수사검사들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704곳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 피해자가 이날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강간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며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1억 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뿐만 아니라 2006~2008년 강원 원주 별장 등에서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윤씨는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손동환) 심리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12개 중 사기, 알선수재 등 혐의와 관련한 5개만 유죄로 인정했다. 2006~2007년 윤씨가 피해자를 강간해 다치게 한 혐의(강간치상)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죄가 있어도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은 내게 죽으라는 소리로 들렸다”면서 “저같은 약자는 어디에 소리쳐야 할지, 가슴 속 한은 또 한 번 깊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잘못한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렵게 용기를 내 다시 고소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현정 공익 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피해자가 윤씨에 의해 원주 별장으로 유인된 후에 윤씨한테 강간, 불법촬영, 폭행 등을 당하면서 종속돼 가는 과정을 재판부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윤씨가 오피스텔을 마련해 줬다는 이유만으로 대가 관계를 언급하며 윤씨의 성폭력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이어 “김 전 차관이 피해자를 모른다고 했지만 김 전 차관과 윤씨가 피해자를 강간하면서 불법촬영한 영상이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만을 배척했고 피고인의 달라진 진술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 2013년부터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기소되지 않은 윤씨의 성폭력 사건 13건, 김 전 차관의 성폭력 사건 12건을 이번 고소장에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공소시효 만료 문제에 대해 “범죄 발생 시점을 기점으로 하지 않고 피해자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은 2013년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윤씨 재판 때 주장한 내용이기도 하다. 여성단체들은 또 검찰이 이 사건을 초기에 축소·은폐했다면서 당시 수사검사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찬진 제일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013년과 2014년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검사들이 어떻게 잘못된 수사를 했는지, 수사권을 어떻게 남용해서 경찰의 수사를 방해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고발”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2013년 3월 공개된 ‘별장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라면서 같은 해 7월 김 전 차관에게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11월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듬해 피해자가 자신이 동영상 속 여성이라며 김 전 차관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또다시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조사를 받은 지 6년 9개월이 지났지만 성폭력 범죄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성폭력 사건의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시신 탈취’…삼성 2인자 노조 와해 혐의로 법정 구속

    ‘시신 탈취’…삼성 2인자 노조 와해 혐의로 법정 구속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와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의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도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이들은 모두 법정구속됐다. 이 의장 등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등에서 노사 업무를 수행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의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18명을 포함해 총 3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가운데 26명이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피고인들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이 마련한 ‘그룹 노사 전략’을 바탕으로 협력업체 폐업, 노조원 표적감사 등 노조 와해 공작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양산센터 분회장 염호석(당시 34세)씨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는 일을 막기 위해 염씨 아버지에게 6억여원을 건네고, 경찰을 동원해 염씨 시신을 탈취한 혐의도 있다. 염씨의 장례식이 갑작스럽게 노동조합장에서 가족장으로 바뀐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SBS 방송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재조명한 바 있다. 이 의장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노조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성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폐업시켜 노조원들을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하고, 노조원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빼돌리고 표적 감사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회삿돈을 빼돌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 무마용 금품을 건네거나,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혐의 등도 있다. 이 과정에 경총 임직원이나 정보 경찰이 개입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런 혐의 중 일부를 제외한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만든 ‘노사전략 문건’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 순으로 이어진 공모관계에 따라 실행됐다는 검찰의 공소를 재판부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전실에서 하달돼 각 계열사와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각종 보고자료 등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 방법을 기재한 문건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 문건들을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범행의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이를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일 뿐 고위층에 보고되거나 실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미래전략실 강경훈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상훈에 이르기까지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상훈 의장에 대해서는 “본인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하지만, 윗사람의 공모·가담에 대해 단지 지엽적인 부분을 몰랐다는 이유로 면책해드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노사전략 문건’에는 노동조합 가입자가 절반이 넘는 직장은 아예 폐쇄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뇌물 받은 국립대 교수 법정구속

    고급 승용차를 받고 업체에 특허를 넘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전 대학교수가 2심에서 결국 법정구속 됐다. 광주고법 형사1부(김태호 고법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립대 공대 교수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8000만원,추징금 7800만원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A씨는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법정구속 됐다. A씨는 2006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정부 용역과제로 중소기업과 건강기능식품 소재 개발을 공동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 대표에게 에쿠스 승용차를 리스 형태(리스 비용 7800만원 상당)로 받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09년 8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연구원 5명의 인건비 중 6000만원을 가로채고,2011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물품 대금을 부풀려 결제하는 방식으로 연구비 2억10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와 업체 대표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7건의 공동특허를 취득했다. 발명진흥법상 이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수행한 공동연구의 특허는 해당 대학 산학협력단이 소유권을 가진다. 그러나 A씨는 2009년 이전에는 특허권자를 A씨와 업체 대표로,2009년 이후에는 특허권자를 산학협력단,발명자를 A씨와 업체 대표로 등록해 공동연구로 획득한 특허기술을 업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체 측이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려고 에쿠스 리스비 등을 지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 대해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특가법상 뇌물과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다른 승용차에서 쓰던 하이패스 선불카드를 업체 측이 제공한 승용차에 부착해 사용한 점,해당 연구와 관계없는 학회 참석에도 이 차량을 이용한 점 등을 들어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국립대 교수로서 사회적·도덕적 책임이 있음에도 본분을 저버리고 수사가 시작되자 지도 학생 등에게 허위 매출 장부를 작성하게 지시해 범행을 은폐하려 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1회] 417호 법정에 선 ‘국정농단’ 재판장… “비위 법관 조사 안 하기로 한 결정은 사법행정 재량”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1회] 417호 법정에 선 ‘국정농단’ 재판장… “비위 법관 조사 안 하기로 한 결정은 사법행정 재량”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는 역사가 있다. 이 법원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법정인 이곳에서 전직 대통령 4명이 피고인석에 섰다. 5·18과 12·12 사태로 내란목적 살인 등의 혐의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나란히 서서 사형과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모두 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들이 지나간 417호 대법정의 피고인석에 지난 5월 27일부터 매주 수요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앉아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의 50회 재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의 재판장이었던 김세윤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부장판사는 371일간 결심공판까지 100회에 이른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심리하기 위해 매주 4일씩 이 법정의 재판장석에 앉았다. 지난해 4월 6일 1심에 선고를 갖고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그리고 양 전 대법원장 등의 50번째 재판에 김 부장판사는 재판장과 바로 마주한 증인석에 앉았다.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등 재판장, ‘사법농단’ 재판 증인으로 417호 법정에 김 부장판사는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을 지냈다. 법원행정처 차장 직속으로 법관의 비위 의혹이 포착되면 행정처 차장과 처장, 대법원장 등에게 보고한 뒤 지시에 따라 조사 및 감사를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선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의혹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김 부장판사가 관여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라고도 여겨진 ‘물의야기 법관’ 현황 등을 파악해 인사총괄심의관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차장 직속 기구인 김 부장판사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임 전 차장과 만나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비위 의혹이 포착된 법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때 임 전 차장과 상의해서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2015년 9월 7일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대검 고위인사에게 받았다”며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문건을 전달받았다. 문 전 판사(현 변호사)의 비위 의혹 첩보 문건이었다. 2015년 5월쯤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씨와 그의 변호사를 체포영장 발부 무렵 문 전 판사가 유흥주점에서 만났다는 게 정씨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조사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문 전 판사는 이들과 음식점, 유흥주점 등에서 만나거나 4년간 16차례에 걸쳐 골프를 쳤다는 내용도 문건에 포함됐다. 김 부장판사는 “현직 판사가 수년간 피의자와 골프모임을 가졌고 체포영장이 발부될 무렵 유흥주점에서 피의자와 변호사와 삼자 대면을 한 사실이 실제라면 충분히 윤리감사관실에서 비위 사실로 평가해 검토할 만한 내용인가“ 물은 검찰의 질문에 “사실로 확인된다면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특히 그 문건은 임 전 차장이 검찰 고위인사에게 전달받았다고 하고 비위 의혹이 확인된 증거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 근거가 없는 내용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차장님이 보여주신 거라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고, 문건 속 사안이 가볍지도 않은 데다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고도 말했다. ●현직 법관 비위 첩보 전달받고도 ”임종헌, 법원 신뢰 고려해 조사 없이 끝내자고 해“ 보통의 임 전 차장이었다면 그 문건을 김 부장판사에게 건네주면서 대응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고 김 부장판사가 대응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를 했을 텐데 그 사건은 좀 달랐다. 임 전 차장이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 문건을 바로 김 부장판사에게 주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 김 부장판사를 불러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검찰이 문 판사를 입건하지 않은 상태이고 검찰과의 관계가 좋아서 (비위 첩보의) 외부 유출 위험도 없는 것 같다. 최민호 판사의 뇌물 사건으로 법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문 판사까지 언론에 보도되면 법원에 더 타격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최민호 수원지법 판사가 일명 ‘명동 사채왕’에게 뒷돈 2억 68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1월 20일 긴급체포돼 다음날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판사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해 또 다시 문 전 판사의 향응 접대 의혹이 공론화될 것을 임 전 차장은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그러면서 “추가 조사 없이 엄중하게 경고하는 쪽으로 종결하는 게 좋겠다”며 문 전 판사를 ‘구두경고’ 조치하고 마무리짓도록 하자고 했다고 김 부장판사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법관의 비위 단서가 포착되면 윤리감사관에게 조사를 해보라는 지시가 따라왔지만 문 전 판사의 사건에서는 예외였던 거다. 차장의 지시가 있지 않으면 김 부장판사도 자체적으로 조사를 할 수 없었다. 결국 김 부장판사는 당시 첩보 문건을 본 것 외에 문 전 판사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심정에 대해 “임 전 차장이 검찰과의 관계가 좋아서 외부 유출 위험이 없다 했지만 저는 만일 그런 예상과 달리 외부에 알려지면 ‘제 식구 감싸기’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걱정했다”고 말한 것으로도 이날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또 “사법행정권과 관련해 여러 선택지가 있는데 법원의 신뢰저하 등 정책적인 부분을 고려해 구두경고로 마친 것으로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문 전 판사에게 ‘엄중한 경고’ 조치가 이뤄졌는지도 김 부장판사는 확인하지 못했다. 서면경고의 경우 서면을 해당 법관에게 보내고 영수증을 받는 등 확인 절차가 있지만 구두경고는 행정처에서 해당 법관이 소속된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에게 경고를 해달라고 한 뒤 실제로 경고를 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김 부장판사가 부산고법에 경고 내용을 전달한 것도 아니어서 실제로 문 전 판사가 경고를 받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비위 의혹 법관 퇴직 때까지 조사·감사 없어… ‘구두경고’ 이뤄졌는지도 몰라 최 전 판사가 구속된 뒤 대법원은 법관의 비위를 엄격하게 감시하겠다며 그해 3월 말 법원 간사위원회를 꾸렸다. 윤리감사관인 김 부장판사도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과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면서 “윤리감사관실 등에서 정식 조사할 경우 감사위원회에 필요적으로 회부해야 하고, 그럴 경우 감사위원회에 소속된 외부 위원들에 의해 문 판사의 비위행위가 외부로 노출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윤리감사관실에서 조사에 착수한 법관은 곧바로 감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 이어 이날도 “2015년 3월 말 감사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그해 9월 문 전 판사의 첩보를 알기까지 6개월 밖에 안 지나서 감사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문 전 판사의 의혹이 감사 대상이 됐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9월 7일 임 전 차장이 문건을 보여준 뒤 다시 가져간 뒤 김 부장판사가 직접 작성한 보고서에는 ‘부산고등법원장이나 행정처에서 정식으로 문 판사 조사에 착수하면 감사위원회의 필요적 심의 대상인 법관의 금품 향응 수수에 대한 감사사건이 됨’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보여준 첩보 보고서 내용과 보고서를 함께 보며 임 전 차장과 나눈 이야기를 기억을 되살려 따로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했다. 임 전 차장과의 협의 사항을 정리한 이 보고서에는 ‘문 판사 보인에게 자중하도록 경고 메시지 보낸다’는 내용도 담겼지만 실제로 문 전 판사에게 어떤 연락이나 경고가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에게 “외부 노출로 인한 사법부에 대한 신뢰 하락 등으로 조사 착수도 보류하고 문 전 판사가 퇴직할 때까지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면 피혐의자와 감사자가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 아닌가”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사실관계가 아닌 증인의 의견을 묻는 질문이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이의를 받아들였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징계권자가 법원 신뢰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판단해 재량권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며 검찰의 지적을 부인했다. 검찰이 다시 “법관의 비위에 대한 감사 착수에 있어 사법행정권자의 정책적 판단이 허용된다는 근거 규정이 있는가“ 묻자 김 부장판사는 “근거 규정은 없다”면서도 “사법행정 자체의 성질에 비춰 그런 여러 사정이나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당시 임 전 차장과 비위 첩보 문건을 살펴본 뒤 이틀 뒤쯤 임 전 차장이 조사 없이 구두경고로 사안을 마무리짓자고 이야기할 때까지 임 전 차장이 처장이나 대법원장 등 윗선에 보고를 했는지, 윗선의 결정으로 조사 없이 종결하기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법관 비위 관련 보고를 여러 차례 했지만,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는지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시작된 증인신문은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시간을 거쳐 오후 9시쯤 끝났다. 국정농단 사건을 맡으며 매주 네 차례씩 장시간 재판을 이어갔던 김 부장판사는 온화한 성품과 친절하고 배려있는 재판 진행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매번 재판을 마칠 땐 “여기 계신 분들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하고 인사했고,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등이 법정에서 언성을 높이거나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자주 있어 당시 재판부는 사건 관계인들과 방청석에 있던 사람들이 법정을 비울 때까지 재판부석에 끝까지 남았다. 마지막까지 남아 둘러보던 바로 그 법정에서 처음으로 증인석에 앉았던 김 부장판사는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조용히 법정을 떠났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18조 추징금 남긴 김우중 전 회장…전두환 미납 추징금은?

    18조 추징금 남긴 김우중 전 회장…전두환 미납 추징금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18조에 달하는 막대한 추징금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나면서 추징금 환수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국은 당시 함께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대우그룹 전 임원들에게 미납금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고인이 된 이들도 있어 실제 환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대우 등 계열사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지시 및 재산 국외 도피 등의 혐의로 징역 8년 6개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별도의 추징금 17조 9253억원을 명령했는데 이는 당시 개인으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아직까지 그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항소심 이후 김 전 회장과 검찰이 상소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김 전 회장은 이듬해 말 특별사면을 통해 2008년 1월 석방됐지만 추징금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남았다. 검찰이 지난 14년간 김 전 회장으로부터 거둬들인 추징금은 단 892억원에 그친다. 이마저도 김 전 회장의 자발적인 납부보다는 검찰의 추적이 큰 지분을 차지했다. 검찰은 2017년 김 전 회장이 추징금 중 3억원을 납부하자 재산 추적에 나섰고 김 전 회장의 차명재산인 베스트리드미티드 주식 약 776만주를 찾아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행을 맡아 해당 주식을 923억원에 공매하면서 이 중 835억원을 추징했다. 연대 책임을 지고 있는 대우그룹 전 임원들이 납부한 5억원 등이 더해졌지만 현재까지 추징금 집행률은 0.498%에 불과하다. 김 전 회장이 사망하면서 추징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김 전 회장에 앞서 2005년 5월 강병호 대우 전 사장 등 임원 6명이 23조 358억원을 선고받았는데 김 전 회장과 이들은 공범으로 묶여 있어 추징금을 연대 부담하도록 돼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을 상대로 추징금 집행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미 이상훈 전 대우 전무는 2017년 세상을 떠났으며, 이듬해 성기동 전 대우 이사도 작고했다. 나머지 임원들 역시 추징금 부과 이후 민사소송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김 전 회장 사후 추징금 문제가 불거지자 1030억 상당의 미납 추징금이 남아있는 전두환씨의 추징금 환수를 위한 움직임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전씨는 1997년 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곧장 예금 등을 압류해 312억원은 추징했지만 이후 추징 과정은 더디게 진행됐다. 2003년 검찰은 법원에 전씨 재산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때 “전 재산이 29만원 뿐”이라는 전씨의 유명한 주장이 나왔다. 이듬해 검찰이 전씨의 아들 재용씨와 부인 이순자씨 등에게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은 잡아 수사하자 이씨는 자신의 관리하던 130억원과 친인척에게 모은 70억원 등 200억을 지급했다. 2013년 ‘전두환 추징법’이라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하며 추징 시효가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고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불법 재산도 추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지금까지 전씨의 추징금 환수금액은 지난 3월 기준 1175억원으로 환수율은 53%에 그친다. 1997년 대법원 재판 당시 2628억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2013년 납부를 완료한 것과는 대조된다.최근 검찰이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씨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겼지만 유찰된 데 이어 부인 이씨 등이 지난 2월 이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전씨 측은 집과 정원이 전씨 소유가 아니라 이씨와 비서관을 소유이기 때문에 공매로 넘어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2013년 장남 재국씨가 모든 추징금을 재산을 다 팔아서라도 갚겠다고 선언했지만 언행불일치를 보이는 것이다. 아울러 전씨는 서대문구에 납부해야할 지방세 10억원도 체납한 상태다. 올해 88세인 전씨가 이대로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세상을 떠난다면 김 전 회장 사례와 마찬가지로 추징금의 국고 환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10월 전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새로운 범죄수익이 발견될 경우 이를 몰수 추징할 수 있는 이른바 ‘전두환 사후 불법재산 끝장 환수법’(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10일에는 ‘5·18민주화운동 전후 헌정질서파괴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안’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자가 권력을 이용해 취득한 재산과 그 재산에서 유래한 재산 등을 조사해 국가의 소유로 귀속하도록 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김우중 추징금 17조원…‘분식회계 공범’ 대우 前임원들 연대책임

    김우중 추징금 17조원…‘분식회계 공범’ 대우 前임원들 연대책임

    추징금 17조, 신고 않고 해외 도피한 자산 강병호 前사장 등 7명에 추징금 23조 선고김 전 회장에 직접 추징은 불가능해져김 전 회장 세금 403억원도 체납 중1990년대 대우그룹을 자산규모 기준 재계 서열 2위 반열에 올려놨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별세함에 따라 17조원 넘는 추징금도 환수가 어려워졌다. 다만 이 추징금은 분식회계 사건 당시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전직 대우그룹 임원들이 연대해 내도록 돼 있어 미납 추징금 자체가 소멸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 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253만원을 선고받았다. 한국은행과 당시 재경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고 해외로 송금한 돈과 해외에 도피시킨 재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 전 회장과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김 전 회장은 이후 14년 동안 추징금 미납 순위 1위를 지켜왔다. 김 전 회장은 이듬해 연말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추징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재산을 일부 찾아 추징하면서 3년마다 돌아오는 시효를 연장해왔다. 그러나 전날 김 전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그에게 직접 추징금을 거둬들이는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검찰은 이 추징금을 함께 물도록 판결받은 전직 대우그룹 임원들로부터 남은 추징금을 집행할 수는 있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대법원은 김 전 회장이 해외도피 생활을 하던 2005년 5월 강병호 대우 전 사장 등 임원 7명에게 추징금 23조 358억원을 선고했다. 김 전 회장은 이들과 공범으로 묶여 있어 추징금을 연대해 부담하게 돼 있다. 각자 범죄 혐의와 환율 등 차이로 선고된 금액은 다르지만 사실상 같은 추징금인 셈이다. 김 전 회장은 지방세 35억 1000만원, 양도소득세 등 국세 368억 7300만원도 체납했다. 자신의 차명주식 공매대금을 세금 납부에 먼저 써야 한다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추징금과 달리 세금에는 연체료가 붙는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2017년 캠코 손을 들어줬다. 김 전 회장은 지난 9일 오후 11시 50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김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건강이 악화돼 귀국한 뒤 올 하반기에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알츠하이머를 앓았던 김 전 회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만 30세인 1967년 대우를 설립한 뒤 1999년 그룹이 부도를 맞아 해체되기 직전까지 자산규모 기준 현대에 이어 국내 2위 기업을 이끌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치정살인이 부른 ‘나비효과’… 홍콩, 中 일국양제에 반기 들다

    치정살인이 부른 ‘나비효과’… 홍콩, 中 일국양제에 반기 들다

    하나의 우연한 사건이 거대한 역사를 만들 때가 있다. 이른바 ‘나비효과’다. 1914년 6월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찾아온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부부에게 18세 청년이 총격을 가한 ‘사라예보 사건’으로 1차 세계대전(1914~1918)이 시작됐다. 2011년 4월 미국 백악관 연례만찬 행사에서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청중으로 온 부동산업자 도널드 트럼프에게 공개망신을 주자 트럼프가 이에 앙심을 품고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 지금 소개하려는 ‘찬퉁카이 사건’도 중국의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원칙을 흔들고 동아시아의 정치 지형을 바꾼 ‘역사의 방아쇠’로 기억될 것 같다. 9일로 정확히 6개월이 된 홍콩 시위 사태의 원인을 설명하는 프리퀄(본편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과거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사법권 못 미치는 대만 사건 발생… 기소 불가 지난해 2월 8일 중국 광둥성 선전 출신의 홍콩인 찬퉁카이(21)가 동갑내기 여자친구 판샤오잉과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대만이었다. 판샤오잉은 열흘쯤 뒤인 17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왓츠앱을 통해 “홍콩으로 돌아간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전 세계를 소용돌이에 빠뜨린 거대한 태풍의 시작이었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그때 두 사람은 타이베이의 한 호텔 방에서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 판샤오잉은 임신 중이었는데, 뱃속 아이 아빠가 자신이 아닐수도 있다는 사실을 찬퉁카이가 뒤늦게 안 것이다. 판샤오잉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으로 새 남자친구의 존재를 확인해 준 뒤 “이 지경까지 왔으니 너와 헤어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찬퉁카이가 순간적인 격분을 참지 못하고 판샤오잉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는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담아 숙소를 빠져나왔다. 타이베이의 한 지하철역 부근 공원 풀밭에 암매장하고 홍콩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판샤오잉의 신용카드로 돈을 찾아 자신의 은행계좌로 입금했다. 판샤오잉의 부모는 딸과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찬퉁카이는 곧바로 체포됐고 범행 사실도 자백했다. 이 사건은 ‘단순 치정살인’으로 정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영미법을 채택한 홍콩은 영역 내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하는 ‘속지주의’를 유지한다. 홍콩 당국 입장에서 찬퉁카이의 죄는 천인공노할 사안이지만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대만에서 벌어져 기소가 불가능했다. 다른 나라들과 그랬던 것처럼 미리 대만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었다면 찬퉁카이를 송환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홍콩은 그러지 않았다. 대만과 정치·법률 분야에서 공조하면 대만을 보통국가처럼 보이게 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베이징 당국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찬퉁카이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음을 안 대만 정부가 그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송환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무리를 해 가며 반중 성향인 대만 정부를 도울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속내도 있었다. ●2047년 이후, 공포에 떨고 있는 홍콩 시민들 같은 해 4월 홍콩 사법당국은 찬퉁카이에 대한 살인 혐의 적용을 포기했다. 대신 여자친구의 카드로 돈을 인출한 것에 대해서만 절도죄 등을 적용해 29개월형을 선고했다. 그나마도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모범수로 복역했다는 점을 들어 18개월로 감형했다. 그는 올해 10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평생을 감옥에서 지낼 것 같던 찬퉁카이에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비난 여론이 커지자 홍콩 정부는 “제2의 찬퉁카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1년 가까이 지난 올해 2월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개정에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홍콩 주민이 상대국법으로 징역 3년 이상 실형이 예상되는 범죄를 저지르면 용의자 송환 여부를 판단하는데, 대만처럼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지역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사법 절차 없이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 여부를 결정하게 한 것이 골자다. 여기서 논란이 불거졌다. 행정장관이 용의자 송환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지역에 대만뿐 아니라 중국 본토가 포함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중국은 홍콩의 반중 인사들에게 반분열국가법(우리의 국가보안법에 해당) 위반 혐의를 적용해 홍콩 정부에 송환을 요구할 수 있다. 친중 성향인 행정장관은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안 그래도 홍콩인들은 중국이 광범위한 자치를 약속한 시한인 2047년 뒤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두려움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반체제 서점 관계자 실종(2015)과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 실종(2017) 등 중국 공권력에 의한 납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송환법은 홍콩인들에게 ‘말 안 듣는 사람들을 중국으로 쉽게 보내려는 법’으로 여겨졌다. ●확산되는 반중 시위… 전 세계 정치지형 변화 홍콩 정부는 범민주 진영의 반발에도 입법을 강행했다. 3월 9일 이 법안이 입법회(우리의 국회 격)에 제출됐다. 여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을 비롯한 친중파 의원들은 이 법안을 무조건 통과시키려고 나섰다. 민주당과 공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결사적으로 막았다. 70명으로 이뤄진 홍콩 입법회에서 친중파(41석)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범민주 진영(29석)의 반대를 제압하고 5월 26일 이 법안을 법사위원회에 올려 가결했다.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형식적 통과 절차만 거치면 법이 발효될 순간이 코 앞에 왔다. 그러자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자신들을 지켜야 할 정부가 되레 정상적인 사법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본토로 내보내려 한다는 배신감이 이들을 거리로 내몰았다.이후부터는 잘 알려진 그대로다. 6월 9일 홍콩 시민들이 첫 번째 거리 시위를 열었다. 100만명이 넘게 참석했다. 이후 주말 시위는 6개월째 이어지며 홍콩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놨다. 지난달 24일 범민주 진영은 홍콩특별행정구 구의회 선거에서 85%가 넘는 의석을 가져오며 사상 처음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친중 성향이 우세하던 홍콩의 시민들은 완전히 돌아섰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중국과의 전쟁’은 2047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도 이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대놓고 말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 1월 당선 뒤 잇따른 정책 미숙으로 내년 1월 총통 선거 패배가 확실시돼 왔다. 하지만 홍콩 시위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이변이 벌어졌다. 올해 8월부터 차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올라 대선 승리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이제 대만에서 ‘반중’은 국시가 됐다.이런 분위기는 최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물러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켰다. 내친김에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신장 위구르 인권법과 티베트 인권법도 제정할 모양새다. 인권 문제를 고리 삼아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다. 한 20대 홍콩인 커플의 애정여행이 동아시아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고 전 세계를 ‘친중 대 반중 구도’로 재편하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 역사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전 세계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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