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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려봐야 벌금형… 모른 척 눈감았던 法이 ‘n번방’ 키웠다

    걸려봐야 벌금형… 모른 척 눈감았던 法이 ‘n번방’ 키웠다

    ‘벌금 200만원.’ 지난해 12월 A씨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13개를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3월 인터넷 파일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음란물을 내려받았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다. 서울남부지법은 A씨가 호기심에서 음란물을 내려받은 뒤 즉시 삭제하고,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등을 감안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초 아동 음란물 160개를 내려받고 8개를 유포하면서 아동 음란물 소지·배포 혐의로 기소된 B씨도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터진 것은 그간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범죄에 대해 강경 대응하지 않은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근절책 마련을 지시한 만큼 관련 법 개정과 양형기준 마련 등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서울신문이 대법원 판결문 열람 사이트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최근 3개월 새 선고된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 관련 판결 중 21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은 5건에 불과했다. 집행유예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도 7건이나 됐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하면 징역형(1년 이하)도 가능한 것으로 규정돼 있지만 형량 자체가 낮아 초범의 경우 벌금형 등에 그쳤다.법무부가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죄로 구속된 인원은 3명이 전부다. 2015년 이후에는 단 한 명도 없다. 같은 기간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인원은 1089명으로 불기소 처분율이 40.0%에 달한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내려받아 수사를 받아도 10명 중 4명은 무혐의 등으로 풀려났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 영국 등에서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중형을 선고하는 분위기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전송, 유포하다 적발되면 5년 이상 2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임을 알면서 소유한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사람에게는 최대 1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영국에서도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촬영하거나 유포 목적으로 소지했다가 정식재판에 회부되면 10년 이하 징역형이 선고된다. 법조계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없다 보니 실제 처벌에서 형량이 낮게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양형기준은 법원이 형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 사람들’은 이달 말까지 국민들로부터 디지털 성범죄 양형 의견을 받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1만 3000명 넘게 참여했다. 대법원도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판사들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 형량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횡령·통행세 의혹’ 탐앤탐스 대표 집행유예 확정

    ‘횡령·통행세 의혹’ 탐앤탐스 대표 집행유예 확정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도균(51) 탐앤탐스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는 12일 김 대표의 상고심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 등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8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별도로 기소된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도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벌금 9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며 김 대표에게 부과된 벌금은 모두 27억원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금을 횡령하고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뇌물을 공여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형을 병과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2009~2015년 우유 공급업체가 회사에 제공하는 팩당 200원 안팎의 판매 장려금 중 12억원을 사적으로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14년 9월엔 배임수재 사건 재판에서 선고된 추징금 35억원 중 26억원을 회삿돈으로 내는가 하면, 수사·재판 과정에서 회사 직원에게 거짓 증언을 하게 시킨 혐의도 받는다. 이밖에 허위 세금계산서 관련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자신의 형사책임을 대신 지도록 임원들에게 허위자백을 하게 한 후 벌금형을 받자 자회사 계좌에서 벌금을 대납하게 한 혐의, 가맹점에 빵 반죽을 공급하는 과정에 자신의 개인 회사 등을 끼워넣어 30억원의 ‘통행세’를 챙기고 허위급여 등으로 10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1심은 김 대표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임원 허위 급여 지급과 임원의 벌금 대납 명목의 회삿돈 횡령, 물품 공급을 가장한 세금계산서 허위 제출 등을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1심의 판단을 대체로 유지하면서도 회삿돈으로 벌금을 대납한 혐의를 무죄로 본 1심과는 달리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2심은 징역형 형량을 유지하되 벌금 액수만 35억원에서 27억원을 낮췄고, 대법원은 이러한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윤석열 장모 만난 ‘스트레이트’, “증명서 위조는 맞지만…”

    윤석열 장모 만난 ‘스트레이트’, “증명서 위조는 맞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에 대한 의혹을 다룬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시청률 8%를 돌파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3월 9일 방송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수도권 가구 기준 시청률 8.3%,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8.0%을 기록 했다. 지난주 시청률 6.8%(전국 가구 기준) 를 넘어서며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던 ‘스트레이트’는 2주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날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 모 씨의 수상한 행적들을 집중적으로 추적 보도했다. 취재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부동산 업자 안 모 씨는 경기도 성남시의 도촌동 야산 일대의 땅이 공매로 나온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다. 투자금 전액을 조달하기 어려웠던 안 씨는 자산가 최 모 씨와 함께 도촌동 땅을 40억 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땅의 매각을 놓고 두 사람은 갈등을 빚었고 결국 땅을 매각하기 위해 돈을 빌렸던 안 씨는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안 씨의 지분은 부동산 업체로 넘어갔다. 그러나 공교롭게 안 씨의 지분을 인수한 부동산 업체는 최 씨의 아들이 대표로 있는 업체였다. 이 업체는 땅을 130억 원에 매각해 90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 투자의 주인공 최 씨가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였다. 최 씨는 문제의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한 은행에서 예금 잔고 증명서를 받았는데 동업자 안 씨와 소송 과정에서 예금 잔고 증명서가 가짜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최 씨가 사문서 위조혐의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지만 검찰은 최 씨를 수사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최 씨의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추적했다. 현행법상 영리병원의 설립은 의료법 위반행위로 불법이다. 그러나 최 씨는 영리병원 설립에 자금 2억 원을 투자했으며 이 병원 의료재단의 공동이사장 자리도 맡았다. 2015년 이 병원은 당국에 적발돼 결국 폐쇄됐으며, 재단의 공동이사장인 구 모 씨와 병원 운영자 등이 줄줄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오직 최 씨만은 처벌을 면했다. 취재진은 최 씨가 검찰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문건 한 장 때문이었다며 취재진이 입수한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2014년 5월 최 씨가 구씨에게 요구해 받아낸 책임 면제 각서로 최 씨는 이 문서 한 장으로 무죄를 주장했고 법적 처벌을 면했다. 하지만 취재진은 법률가의 의견을 통해 각서를 받았다고 해서 범죄혐의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취재진은 공동 투자자들과의 분쟁 과정에서 최 씨만 법적 처벌을 면한 또 하나의 사례로 부동산 사업자 정대택 씨의 주장을 전했다. 정대택 씨는 2003년 최 씨와 함께 채권 투자에 착수했다. 법무사 백모 씨가 입회한 가운데 이익이 발생하면 똑같이 나눈다는 약정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실제 이익이 생기자 두 사람은 소송전에 돌입했고 최 씨는 정씨를 강요죄 고소했다. 법정공방에서 약정서를 썼던 법무사 백씨가 최 씨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었고 이로 인해 정씨는 징역 2년 실형을 받았다. 그러나 이 후 법무사 백씨가 양심선언을 했고 정씨는 최 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최 씨를 불기소 처분했고 오히려 정씨를 무고죄로 기소했다. 취재진은 여러 가지 의혹에 둘러싸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 씨를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봤다. 취재진을 만난 최 씨는 예금 잔고 증명서를 위조 한건 맞지만 그건 동업자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며 오히려 최 씨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금까지 제기된 장모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취재진은 제보자들의 증언을 통해 장모 최 씨가 사위에게 이런 정황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취재진은 윤총장에게 장모의 재산 문제에 대해 부적절한 법률 조언을 한 적이 있는 지 구체적으로 질문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후 두 번째 이슈에서 취재진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추적했다. 지난해 중앙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김기문 후보자의 비서가 모 언론사 기자에게 ‘김 회장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잘 써 달라’는 취지로 현금과 시계 선물을 건넸다가 해당 기자의 신고로 문제가 됐다고 취재진은 밝혔다. 취재진은 또한 김기문 회장이 선거운동을 위해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금품을 건넸다는 증언도 곳곳에서 나왔다며 제보자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김기문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장 출마 자격도 편법으로 급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기문 회장이 경영하는 패션업체 제이에스티나는 2016년 기준으로 17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해 중소기업을 졸업했다. 중소기업중앙회장에 도전할 자격이 사라진 상황, 하지만 김기문 회장은 2018년 7월, 돌연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공동 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이후 창원 지역 주물공단 조합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렇게 중소기업 중앙회장에 출마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김기문 회장은 중소기업 중앙회장에 당선 된다. 취재진은 또한 김 회장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홈앤쇼핑’ 채널을 통해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적했다. ‘홈앤쇼핑’은 개국 직후부터 김기문 회장 회사가 만든 로만손 시계를 팔았다. 로만손 시계는 2012년부터 40여 차례 방송 후 2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취재진은 비슷한 시기 다른 시계 제조회사 제품이 첫 방송 이후 30%대 판매율에 그치자 5회 방송 만에 퇴출된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김 회장 일가가 ‘홈앤쇼핑’의 주식을 취득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취재진은 밝혔다. ‘홈앤쇼핑’은 개국을 준비하면서 소액투자자를 공모했다. 당시 다른 홈쇼핑의 주가가 액면가의 수십 배로 뛰었던 만큼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40억 원 ‘실권주’가 발생했고 이 ‘실권주’중 김기문 회장은 자신의 회사인 로만손 명의로 4억 원을 투자해 8만주를 확보했고 개인 명의로 2만주를 샀다. 김 회장은 개인 명의로 가지고 있는 2만주가 ‘실권주’를 인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진이 살펴본 주주명단에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부인인 김 모 씨의 이름도 있었다. 당시 공모 대상을 중소기업이나 중소기업연합회 등만으로 한정했다는 데 어떻게 이인규 변호사 아내가 주식을 살 수 있었을까 취재진은 의문을 가지고 이인규 변호사를 만나 이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이인규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자신의 아내가 실권주를 취득했다고 말했으며 이후 계속된 취재진의 질문에 잘 모른다는 답변만을 하고 취재진을 피해 건물로 들어갔다. 취재진은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중앙회와 홈앤쇼핑 그리고 그 회장과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특혜나 비리가 있었다면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매주 월요일 밤 8시 55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세금 한번 안 낸 석유회사… 사람도 돈도 증발한 지 8년째

    세금 한번 안 낸 석유회사… 사람도 돈도 증발한 지 8년째

    경찰청이 1년에 두 번 배포하는 ‘중요 지명피의자’ 공개 수배 전단에는 단 20명만 이름을 올린다. 한 해에만 수천명에 달하는 범죄자 중에서도 신속한 검거가 필요한 이들이다. 살인이나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의자 외에 경제사범도 적지 않다. 피 튀기는 잔혹한 사건은 아니지만 피해자가 다수고 금액도 수십억원대 이상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이름이 올라와 있는 국동헌(범행 당시 33세)씨도 그중 하나다. 국씨는 2016년부터 매년 중요 지명피의자 명단에 올랐다.●납품대금 독촉하자 사라져 버린 범인 2013년 9월 인천 삼산경찰서에 이례적인 사건이 접수됐다. 한 무역회사가 “계약 대금을 주지 않았다”며 석유 수입사를 고소한 것이다. 고소인이 주장한 피해 금액은 약 16억원. 아파트 단지만 있는 조용한 동네에서 이런 규모의 사기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사건은 그해 상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역회사 대표 K씨는 해외에서 석유를 들여와 국내에 공급하는 업체 ‘A오일’과 계약을 맺었다. A오일이 싱가포르산 경유를 수입해 한 유류업체에 공급한 뒤 돈을 받으면 이를 K씨 회사에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K씨 회사는 사업 다변화를 위해 유류업체 등에 석유를 공급하려고 했는데, 정부의 수출입업 허가가 떨어지지 않자 A오일을 앞세워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A오일은 2011년 2월 석유 수출입업 목적으로 설립됐다. 인천에 사무실을 두고 석유를 수입해 국내 정제업자와 대리점 등에 판매하는 이 회사에 국씨가 있었다. 대표(서모씨·당시 33세)가 따로 있었지만 국씨는 K씨 회사와의 계약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나서며 “내가 실질적 대표”라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되는 듯했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회사가 해당 유류업체에 정상적으로 석유를 공급한 기록이 있고, 이 업체 역시 A오일에 돈을 지불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그 이후 돈도, 사람도 자취를 감췄다. K씨는 당시 경찰 진술에서 “A오일 측에서 16억원가량을 받기로 했는데 몇 달간 독촉해도 돈을 주지 않았다. 국씨를 포함한 회사 관계자 누구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씨와 대표 서씨 둘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이 조사를 시작했지만 일찌감치 잠적한 일당은 쉽게 흔적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사 사무실과 서씨의 거주지가 있던 인천은 물론 국씨의 거주지로 알려진 서울 등 서류상 주소지를 다 뒤졌으나 아무런 실마리도 없었다. 경찰은 “잘 운영되던 회사도 갑자기 경기 악화로 부도가 나면 대금을 갚지 못해 도주하는 일이 생긴다”면서 “고소인 진술 외에는 어떤 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경찰은 같은 해 12월 무렵 기소중지 의견으로 이들을 검찰에 넘겼다. 수수료도 받지 않고 A오일이 K씨 회사와 계약을 맺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 사건의 밑그림도 그리지 못한 채였다. ●세금 안 내도 법망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후 수상한 점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때 국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이미 별건으로 수배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혐의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알고 보니 국씨 등은 K씨에게 돈을 주지 않은 것 외에도 그간 석유를 수입해 팔면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단 한 번도 내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이 그동안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원인을 알려면 유류 사업자에게 매기는 세금부터 살펴봐야 한다. 현재 지방세의 하나인 자동차세는 ‘소유분’과 ‘주행분’으로 나뉘는데, 소유분은 말 그대로 차량 소유자가 내는 것이다. 주행분은 다르다. 주행분 자동차세의 납세 의무자는 정유회사 및 유류 수입자다. 휘발유, 경유, 대체유류 등에 부과되는 유류세의 일종인데 지방세지만 지방재원으로 집행되지 않고 유가보조금 등으로 사용된다. 문제는 유류 사업자가 석유를 들여올 때 이 세금을 바로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유예기간’이 있다는 점이다. 관련법에 따라 국세인 교통세, 관세는 세관에 납부해야만 보세구역에서 물품을 반출할 수 있다. 반면 지방세인 주행분 자동차세는 통관 이후 일정 기간 납부 여유를 주고 있다. 수입업자는 수입 신고일로부터 15일 이내, 정유업자는 반출 다음달 말일까지다. 특히 과거에 주행분 자동차세는 수입 물품의 통관 항만과 관계없이 모두 특별징수의무자인 울산시로 들어갔다. 그 뒤 울산에서 지자체별로 등록된 자동차 대수에 따라 세금을 배분하는 식이다. A오일 같은 회사가 계획적으로 세금을 탈루하면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알 수 있는 구조다. A오일은 2013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1년간 약 15만 배럴의 경유를 들여왔는데, 2014년 파악된 세금 체납 규모는 무려 26억원 이상이었다. 주행분 자동차세가 경유 1ℓ당 97.5원씩 부과된다는 점을 따져 보면 A오일이 수입 경유 전량에 대해 한 번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시 석유 수출입업 등록·취소 주체였던 산업통상자원부는 결국 2014년 3월쯤 A오일에 대한 등록을 취소했지만 관계자는 모두 사라진 뒤였다. 대표를 제외한 회사 직원은 겨우 1명이었다. ●수사해야 밝히는데 ‘꼬리’조차 안 보인다 잠적한 국씨 일당이 더 큰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 2016년 울산지법은 ‘바지회사’를 만들어 경유를 수입하고, 자신과 관계된 회사에 덤핑 가격으로 되파는 방법으로 주행분 자동차세 수십억원을 포탈한 금융기관 임원에게 징역 7년과 함께 벌금 140억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A오일 역시 2013년 무렵 이 임원이 책임자로 있던 다른 회사에 경유를 들여와 팔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오일을 포함한 3개 수입사가 당시 거래에서 체납한 주행분 자동차세만 총 35억원에 이른다. 법원은 “이 임원 등 피고인들은 3개 수입사가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도 ‘바지회사’를 세워 다시 같은 방식으로 조세 포탈을 공모했다”고 판시했다. 만약 국씨가 이 회사 관계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거나 경유 수입 외에 판매 등에도 관여했다는 점 등이 추가로 밝혀진다면 법의 심판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씨 등이 A오일 외에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돈을 빼돌리려 했던 정황도 추가로 들여다봐야 하는 지점이다. A오일의 등기상 대표이사로 등록된 서씨와 사내이사 이모(당시 33세)씨는 2012년 서류상 A오일과 유사한 회사를 만들었다. 유류 사업자로 등록돼 있던 이 회사는 2014년 시설 기준 등 등록 요건을 지키지 못해 사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고, 2015년에는 1년 이상 수입 실적이 없어 등록이 취소됐다. 모두 이들이 도주하기 시작한 이후다. 중요 지명피의자에 이름이 오른 국씨를 제외한 이 둘은 국세청에 신상이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이기도 하다. 이에 따르면 둘은 각각 약 8억~9억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석유를 수입해 단기간에 덤핑 가격으로 유통시긴 뒤 고의로 세금을 떼먹고, 이를 숨기기 위해 폐업하고 도피하는 패턴이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은데 이들은 8년째 꼬리를 밟히지 않은 채 도주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이나 강간 등 강력범죄는 현장 물증이 명백하면 이를 토대로 수사를 하지만, 사기는 사건 특성상 쌍방의 얘기를 들어야 할 때가 많다”며 “본인이 맘먹고 가명을 쓰고,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와 현금을 이용하면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매년 국씨에 대해 통신 기록이나 출입국 기록 등을 체크하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 30대 동갑내기 3명이 꾸린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허공으로 사라진 수십억원은 어디로 갔을까.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수배범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신 분에게 신고포상금이 지급됩니다. 전화번호 112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 국민제보’, 서울신문 이메일 police@seoul.co.kr로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세금 한번 안 낸 석유회사… 사람도 돈도 증발한 지 8년째

    세금 한번 안 낸 석유회사… 사람도 돈도 증발한 지 8년째

    경찰청이 1년에 두 번 배포하는 ‘중요 지명피의자’ 공개 수배 전단에는 단 20명만 이름을 올린다. 한 해에만 수천명에 달하는 범죄자 중에서도 신속한 검거가 필요한 이들이다. 살인이나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의자 외에 경제사범도 적지 않다. 피 튀기는 잔혹한 사건은 아니지만 피해자가 다수고 금액도 수십억원대 이상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이름이 올라와 있는 국동헌(범행 당시 33세)씨도 그중 하나다. 국씨는 2016년부터 매년 중요 지명피의자 명단에 올랐다. ●납품대금 독촉하자 사라져 버린 범인 2013년 9월 인천 삼산경찰서에 이례적인 사건이 접수됐다. 한 무역회사가 “계약 대금을 주지 않았다”며 석유 수입사를 고소한 것이다. 고소인이 주장한 피해 금액은 약 16억원. 아파트 단지만 있는 조용한 동네에서 이런 규모의 사기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사건은 그해 상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역회사 대표 K씨는 해외에서 석유를 들여와 국내에 공급하는 업체 ‘A오일’과 계약을 맺었다. A오일이 싱가포르산 경유를 수입해 한 유류업체에 공급한 뒤 돈을 받으면 이를 K씨 회사에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K씨 회사는 사업 다변화를 위해 유류업체 등에 석유를 공급하려고 했는데, 정부의 수출입업 허가가 떨어지지 않자 A오일을 앞세워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A오일은 2011년 2월 석유 수출입업 목적으로 설립됐다. 인천에 사무실을 두고 석유를 수입해 국내 정제업자와 대리점 등에 판매하는 이 회사에 국씨가 있었다. 대표(서모씨·당시 33세)가 따로 있었지만 국씨는 K씨 회사와의 계약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나서며 “내가 실질적 대표”라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되는 듯했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회사가 해당 유류업체에 정상적으로 석유를 공급한 기록이 있고, 이 업체 역시 A오일에 돈을 지불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그 이후 돈도, 사람도 자취를 감췄다. K씨는 당시 경찰 진술에서 “A오일 측에서 16억원가량을 받기로 했는데 몇 달간 독촉해도 돈을 주지 않았다. 국씨를 포함한 회사 관계자 누구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씨와 대표 서씨 둘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이 조사를 시작했지만 일찌감치 잠적한 일당은 쉽게 흔적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사 사무실과 서씨의 거주지가 있던 인천은 물론 국씨의 거주지로 알려진 서울 등 서류상 주소지를 다 뒤졌으나 아무런 실마리도 없었다. 경찰은 “잘 운영되던 회사도 갑자기 경기 악화로 부도가 나면 대금을 갚지 못해 도주하는 일이 생긴다”면서 “고소인 진술 외에는 어떤 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경찰은 같은 해 12월 무렵 기소중지 의견으로 이들을 검찰에 넘겼다. 수수료도 받지 않고 A오일이 K씨 회사와 계약을 맺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 사건의 밑그림도 그리지 못한 채였다. ●세금 안 내도 법망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후 수상한 점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때 국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이미 별건으로 수배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혐의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알고 보니 국씨 등은 K씨에게 돈을 주지 않은 것 외에도 그간 석유를 수입해 팔면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단 한 번도 내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이 그동안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원인을 알려면 유류 사업자에게 매기는 세금부터 살펴봐야 한다. 현재 지방세의 하나인 자동차세는 ‘소유분’과 ‘주행분’으로 나뉘는데, 소유분은 말 그대로 차량 소유자가 내는 것이다. 주행분은 다르다. 주행분 자동차세의 납세 의무자는 정유회사 및 유류 수입자다. 휘발유, 경유, 대체유류 등에 부과되는 유류세의 일종인데 지방세지만 지방재원으로 집행되지 않고 유가보조금 등으로 사용된다. 문제는 유류 사업자가 석유를 들여올 때 이 세금을 바로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유예기간’이 있다는 점이다. 관련법에 따라 국세인 교통세, 관세는 세관에 납부해야만 보세구역에서 물품을 반출할 수 있다. 반면 지방세인 주행분 자동차세는 통관 이후 일정 기간 납부 여유를 주고 있다. 수입업자는 수입 신고일로부터 15일 이내, 정유업자는 반출 다음달 말일까지다. 특히 과거에 주행분 자동차세는 수입 물품의 통관 항만과 관계없이 모두 특별징수의무자인 울산시로 들어갔다. 그 뒤 울산에서 지자체별로 등록된 자동차 대수에 따라 세금을 배분하는 식이다. A오일 같은 회사가 계획적으로 세금을 탈루하면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알 수 있는 구조다. A오일은 2013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1년간 약 15만 배럴의 경유를 들여왔는데, 2014년 파악된 세금 체납 규모는 무려 26억원 이상이었다. 주행분 자동차세가 경유 1ℓ당 97.5원씩 부과된다는 점을 따져 보면 A오일이 수입 경유 전량에 대해 한 번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시 석유 수출입업 등록·취소 주체였던 산업통상자원부는 결국 2014년 3월쯤 A오일에 대한 등록을 취소했지만 관계자는 모두 사라진 뒤였다. 대표를 제외한 회사 직원은 겨우 1명이었다. ●수사해야 밝히는데 ‘꼬리’조차 안 보인다 잠적한 국씨 일당이 더 큰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 2016년 울산지법은 ‘바지회사’를 만들어 경유를 수입하고, 자신과 관계된 회사에 덤핑 가격으로 되파는 방법으로 주행분 자동차세 수십억원을 포탈한 금융기관 임원에게 징역 7년과 함께 벌금 140억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A오일 역시 2013년 무렵 이 임원이 책임자로 있던 다른 회사에 경유를 들여와 팔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오일을 포함한 3개 수입사가 당시 거래에서 체납한 주행분 자동차세만 총 35억원에 이른다. 법원은 “이 임원 등 피고인들은 3개 수입사가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도 ‘바지회사’를 세워 다시 같은 방식으로 조세 포탈을 공모했다”고 판시했다. 만약 국씨가 이 회사 관계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거나 경유 수입 외에 판매 등에도 관여했다는 점 등이 추가로 밝혀진다면 법의 심판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씨 등이 A오일 외에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돈을 빼돌리려 했던 정황도 추가로 들여다봐야 하는 지점이다. A오일의 등기상 대표이사로 등록된 서씨와 사내이사 이모(당시 33세)씨는 2012년 서류상 A오일과 유사한 회사를 만들었다. 유류 사업자로 등록돼 있던 이 회사는 2014년 시설 기준 등 등록 요건을 지키지 못해 사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고, 2015년에는 1년 이상 수입 실적이 없어 등록이 취소됐다. 모두 이들이 도주하기 시작한 이후다. 중요 지명피의자에 이름이 오른 국씨를 제외한 이 둘은 국세청에 신상이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이기도 하다. 이에 따르면 둘은 각각 약 8억~9억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석유를 수입해 단기간에 덤핑 가격으로 유통시긴 뒤 고의로 세금을 떼먹고, 이를 숨기기 위해 폐업하고 도피하는 패턴이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은데 이들은 8년째 꼬리를 밟히지 않은 채 도주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이나 강간 등 강력범죄는 현장 물증이 명백하면 이를 토대로 수사를 하지만, 사기는 사건 특성상 쌍방의 얘기를 들어야 할 때가 많다”며 “본인이 맘먹고 가명을 쓰고,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와 현금을 이용하면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매년 국씨에 대해 통신 기록이나 출입국 기록 등을 체크하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 30대 동갑내기 3명이 꾸린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허공으로 사라진 수십억원은 어디로 갔을까.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수배범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신 분에게 신고포상금이 지급됩니다. 전화번호 112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 국민제보’를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판깨스트]코로나로 궁지몰린 신천지 이만희…‘교회재산 횡령’ ‘사기전도’ 혐의 인정될까

    [판깨스트]코로나로 궁지몰린 신천지 이만희…‘교회재산 횡령’ ‘사기전도’ 혐의 인정될까

    신천지 2인자 김남희 ‘횡령’ 혐의로 집행유예대전지법 신천지 포교방법 “사기범행과 유사”신천지 “마녀사냥 극에 달해, 저주·증오 거둬야”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신천지 이만희(89) 교주가 궁지에 몰렸습니다. 신천지를 해체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고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은 이 교주를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법무부는 신천지를 겨냥해 역학조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압수수색과 구속수사 등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와 이만희 교주의 이면이 조금씩 세상에 드러나고 있지만 이미 법원의 판단을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들도 있습니다. 신천지에서 탈퇴했지만 과거 신천지 2인자로 불리던 김남희씨의 횡령 사건과 신천지 탈퇴 신도들이 제기한 이른바 ‘청춘 반환 소송’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피연 “가평 청평면 고성리 별장은 업무상 횡령” 전피연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천지가 코로나 역학조사 협조 과정에서 관련 시설과 신도 명단을 축소 제출했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이만희 교주를 고발했습니다. 대검은 사건을 곧장 수원지검에 배당했고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박승대)는 박향미 전피연 정책국장 등 관계자들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전피연은 이와 더불어 이 교주가 김남희씨 명의로 100억원대 재산을 취득하는 등 업무상 횡령을 저질렀다며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되기 이전부터 전피연은 수십만명의 신도를 거느린 이 교주가 교회 재산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여러 정황 중 법원의 판단이 일부 내려진 신천지 연수원, 일명 ‘평화의 궁전’ 건에 대해 들여다 보겠습니다.2013년 당시 내연녀이던 김남희씨와 절반씩 취득한 경기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276-1, 276-3번지는 2년 뒤 신천지예수교회로 이전됐습니다. 전피연은 “이전의 등기원인이 ‘대물변제’로 돼 있는데 이는 해당 토지와 건물을 이만희 개인이 취득한 재산으로 본 것”이라면서 “건물의 신축자금 중 4억원 이상이 신천지 성도들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에이온 자금이기 때문에 이만희가 신천지에 개인으로 진 빚을 교회의 자금으로 갚은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종합유선방송 제작·공급 회사인 주식회사 에이온(구 에스엠브이)은 김남희씨가 2011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김씨는 2012년 6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에이온 자금 14억 2000여만원을 신천지 연수원과 박물관 건축비, 개인채무 변제, 개인 증여세 납부 등 개인적 용도에 사용하는 등 횡령한 혐의로 2018년 기소됐습니다. 여기서 신천지 역사박물관 건축비로는 1억원이, 연수원 건축비로는 4억 500만원이 쓰였습니다. 김씨 측은 “에이온은 신천지의 지원을 받아 신천지 포교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라면서 “신천지 연수원과 역사박물관의 건축비용으로 회사 자금을 사용한 것은 횡령이 아닌 회사의 이익과 사업목적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 소병석)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에이온이 신천지 신도들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천지와는 독립된 법인으로 신천지 연수원과 역사박물관 건립은 회사의 이익과 사업목적에 부합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 연수원은 김씨와 신천지가 절반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역사박물관은 김씨 단독 소유라는 점을 들어 회사자금이 오로지 신천지의 이익만을 위해 쓰였다는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김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검찰과 김씨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고 지난달 29일에는 김씨가 대법원 상고를 취하하면서 형이 확정됐습니다. 한편 신천지는 김씨를 상대로 에이온에 대한 소유권 분쟁을 진행중입니다. 해당 주주권 확인 및 명의개서, 주주총회결의 무효 및 이사·감사 해임 청구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이 교주는 김씨에게 명의신탁했던 회사 주식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지만 김씨는 이에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첫 재판은 오는 4월 7일 열릴 예정입니다.■법원 “선교의 자유, 헌법질서와 타인의 기본권 침해 말아야” 신천지의 적극적인 포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특히 자신들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숨긴 채 문화체험 프로그램이나 성경공부를 명목으로 교리를 설파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야 신천지임을 알리는 전략은 종교적 자유의 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법원도 신천지의 이러한 전도 방법에 대해 ‘헌법질서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2018년 12월 2~6년간 신천지에 몸담았던 함모씨 등 세 사람은 신천지예수교회 맛디아지파 소속의 서산의 한 교회와 신도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함씨는 기존 신도들로부터 전도돼 2014년부터 2018년 9월까지 약 4년간 전임사역자로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그 기간 동안 다른 일을 하며 벌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3000만원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민사1단독 재판부는 “종교적 행위의 자유나 선교의 자유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며 헌법질서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회공동체의 질서유지를 위해 제정된 법규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신천지 교회와 교인들의 전도 방법에 대해서는 “헌법에서 보호하는 종교의 자유를 넘어선 것이고 사기범행의 기망이나 협박행위와도 유사해 우리 사회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한 법규범에 배치되므로 위법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재판부는 함씨가 해당 교회가 주도한 전도방법에 의해 미혹돼 교회 신도로 활동하면서 기존 지인들과 관계가 악화됐고 이로 인해 심적 갈등과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이 인정된다고 보고 해당 교회로 하여금 함씨에게 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다만 나머지 두 피고에 대해서는 전도방법이 위법했다고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습니다. 전피연은 이번 사건처럼 신천지를 탈퇴한 사람들이 신천지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획소송인 ‘청춘 반환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신천지의 종교 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물질적 피해보상의 가능성이 열렸다”면서 “이만희 교주의 행위들이 사법적 처벌을 받는 데에도 중요한 법적 근거가 돼 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신천지 “마녀사냥 멈춰달라” 이러한 상황에서 신천지는 지난 28일 자신들의 교회와 신도들에 대한 비난이 지나치다며 자중해줄 것을 부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신천지 김시몬 대변인은 “신천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지 않았다. 우리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일상생활을 해 온 국민이자 피해자”라면서 “신천지를 향한 마녀사냥이 극에 달하고 있다. 성도들을 향한 저주와 증오를 거둬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신천지의 입장과는 달리 당초 제출하지 않았던 명단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추가로 제출하거나 폐쇄조치된 사무실 등이 운영된 정황 등이 드러나기도 하는 등 신천지의 폐쇄성이 낳은 불신들이 해소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여성 1인가구 증가의 그림자… ‘주거침입’ 5년새 2배

    여성 1인가구 증가의 그림자… ‘주거침입’ 5년새 2배

    지난해 4월 대구시 달성군의 한 빌라촌. 새벽 무렵 20대 여성이 혼자 사는 이 집 현관 잠금장치가 해제됐다.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전 남자친구가 동의 없이 집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4개월간 사귀다 헤어졌지만 남성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찾아왔고, 결국 주거침입까지 저질렀다. 주거침입이 있기 며칠 전에는 남성은 여자친구를 때리기까지 했다. 결국 이 남성은 지난달 주거침입 및 상해 등의 혐의로 대구지법 서부지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주취나 갈취, 폭행, 주거침입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활폭력’ 중 유독 ‘주거침입’이 급증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혼자 사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주거침입 검거인원은 지난해 1만 5606명(잠정 통계)으로 2014년 8223명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도별로도 봐도 2015년 9508명에서 2016년 1만 959명, 2017년 1만 1086명, 2018년 1만 282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주취폭력은 같은 기간 19%(12만 1603명→9만 8511명) 줄었고, 운전자 폭행은 20.7%(3405→2702명) 줄었다. 경찰이 분류하는 주요 생활폭력 가운데 주거침입만 유독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구조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인 여성 가구는 범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7년 펴낸 ‘1인 가구의 범죄피해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청년 1인 가구’는 남성에 비해 범죄 피해를 볼 가능성이 2.3배 높았다. 특히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은 무려 11.2배 높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는 2018년 294만 2000명(전체 1인 가구 대비 50.3%)으로 2008년(167만 7000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주거침입 범죄는 데이트 폭력과 맞물리는 경향이 높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성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 인식이 뚜렷해지면서 주거침입에 대한 신고 건수도 늘고 있다”며 “피해 정도나 범행 동기, 재범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판사 “옷 벗고싶나”vs 대리기사 “누가 신고했나”… 같은 공무집행방해죄, 법의 기울기는 달랐다

    판사 “옷 벗고싶나”vs 대리기사 “누가 신고했나”… 같은 공무집행방해죄, 법의 기울기는 달랐다

    벌금 같다고 형벌의 무게 같을까법의 저울 은 동일한 죄에도 기울기가 달랐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받은 김정환(56·가명)씨는 판사, 최명식(57·가명)씨는 대리 운전기사다. 24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동년배인 두 사람은 공무집행방해로 각각 벌금형을 받았지만, 이들이 겪은 법 집행 과정과 형벌의 무게는 판이하게 달랐다. ●있는 자에게 유리한…기울어진 법의 관용 김씨는 2014년 3월 새벽 1시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술집에서 술값으로 실랑이를 벌이다 종업원을 폭행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얼굴을 때렸다. 김씨는 당시 경찰에게 판사라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너 옷 벗게 해줄까”라는 위협도 가했다. 김씨는 공무집행방해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폭행 피해자였던 종업원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김씨의 혐의에서 제외됐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벌할 수 없다. 3월에 사건이 벌어졌지만 기소가 된 시점은 9월, 공판은 10월이었다. 재판이 열리기까지 7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법조계는 공무집행방해처럼 사안이 명백한 사건의 경우 기소와 공판까지 걸리는 시간을 통상 3개월 안팎으로 본다. 이수원 변호사는 “기소 시점과 공판 기일이 지연될수록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 “공판 시점을 늦춰 시간을 버는 일은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피해 경찰관과 합의를 했다. 해당 경찰관은 서울신문과 만나 “김씨가 전화로 수차례 사과를 해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써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다른 경찰은 “공무집행방해건의 경우 일반 폭행건과 달리 공적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통상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원은 재판에서 피해 경찰관이 선처를 바란다는 점을 감안해 벌금 500만원 판결을 내렸다. 검찰 구형은 징역 10개월이었다. 최씨는 2017년 3월 오후 9시쯤 식당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팔을 내리치고 배로 밀쳤다. “누가 신고한거냐”고 따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폭행이었다.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최씨에 대한 법 집행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사건 3개월 만인 6월 재판이 열렸고, 다음달인 7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경찰의 합의서는 존재하지 않았고 “본인이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국선변호인의 의견이 전부였다. 다수의 공무집행방해건을 처리했던 한 변호사는 “출동한 경찰에게 현직 판사가 ‘옷을 벗고 싶으냐’고 위협하는 것과 일반인이 ‘누가 신고한 거냐’고 따진 행위는 같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라도 수위가 다르다”면서 “김씨와 최씨가 같은 형량을 받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호사 된 판사, 자신 사건 인터넷 검색 제한 동일한 500만원 벌금형이었지만 두 사람이 짊어진 형벌의 무게는 달랐다. 김씨는 10월 30일 벌금형이 확정되자마자 벌금을 납부한 뒤 그해 바로 사무실을 열었다. 공판이 열리기 한 달 전 법원이 “김씨의 범죄행위가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가 아니다”라며 파면이나 해임 등의 강제면직이 아닌 의원면직 처분을 내린 덕분이다.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강제면직을 받았다면 판사 퇴직 후 변호사 활동은 불가능하다. 검찰의 구형인 징역이 아닌 벌금형을 받은 점도 김씨가 변호사 곧바로 개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금고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각각 5년·2년이 지나야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다. 현재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는 김씨는 변호사 개업 후인 2015년 1월 법원에 자신의 판결문을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없도록 열람·복사제한 신청을 했다. 김씨의 판결문은 사건번호만 알면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찾을 수 있는 다른 이들의 판결문과 달리 직접 법원에 방문해 열람을 신청하는 절차를 밟아야 볼 수 있다. 반면 사업 실패 후 빚더미에 앉은 최씨는 벌금을 내지 못해 강제 노역의 기로에 섰다. 대리운전을 하며 한 달 15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최씨의 가족에게 벌금 500만원은 수개월치 생활비와 맞먹었다. 그는 장발장은행에서 대출받은 300만원 등으로 노역을 면하고 정상적인 생계 활동에 나섰다. 최씨는 거치기간 6개월 후 매달 25만원씩 장발장은행에 상환해 1년 6개월 만에 벌금형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탐사기획부 안동환 부장,박재홍·송수연·조용철·고혜지·이태권 기자
  • 종말론 빠져 두 자녀 버린 46세 여성 체포, 주변엔 숱한 죽음이

    종말론 빠져 두 자녀 버린 46세 여성 체포, 주변엔 숱한 죽음이

    미국의 46세 여성이 종말론에 빠져 두 자녀를 고의로 버린 혐의로 하와이주에서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경찰에 체포됐다. 그녀는 이혼과 재혼하는 과정에 세 명의 죽음에도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로리 발로우란 이름으로도 알려진 로리 데이벨이 문제의 여성인데 아이다호주에서 500만 달러의 보석 석방금이 부과된 채로 하와이 카우아이 경찰에 구금돼 있다고 영국 BBC가 21일 전했다. 그녀는 이날 법원에 출두했으며 경찰은 기자회견을 열어 그녀를 체포하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원래 애리조나주 출신인 로리는 전 남편 찰스 발로우가 자신의 남동생 알렉스 콕스에 의해 총에 맞아 숨진 뒤 아이다호주로 이주했다. 콕스는 정당방위를 주장했는데 그 역시 지난해 12월 원인을 모른 채 저세상 사람이 됐다.  그 한달 전 경찰은 로리의 아들 조슈아 JJ 발로우(7)와 딸 틸리 라이언(17)의 조부모 요청을 받아들여 아이다호주 렉스부르그에 있는 그녀의 집을 수색해보자고 했다. 당국은 로리가 수사관 질문에 엉뚱한 답을 늘어놓거나 아이들의 소재, 심지어 그들이 존재했는지조차 헷갈리게 하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아들은 지난해 9월, 딸은 그보다 한달 전에 사람들 눈에 띈 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녀는 다음날 홀연히 어딘가로 사라졌다. 당국은 근처 충전소를 수색해 아이들이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와 갖고 논 것으로 보이는 장난감들을 발견했다.  그녀는 친구에게 아들을 맡겼다고 경찰에게 밝혔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그 친구는 로리로부터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을 받았으며 자신은 한번도 조슈아를 맡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또 로리가 하와이로 건너가기 전 두 아이를 자신의 인생에서 지워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 NBC 뉴스는 전했다. 남편이 죽기 전 작성한 이혼 청구 서류에는 그녀가 “오는 7월 예수 그리스도가 두 번째 세상에 내려올 때 14만 4000명을 모으는 임무를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주장했다며 만일 남편이 방해가 되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으며 “천사가 내려와 육체의 허물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기재돼 있었다. 그는 나중에 법원의 신변 보호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남편은 아내가 “맹신하고 있었으며 이따금 죽음의 문턱에 들어서는 것과 영적 환상에 집착했다”고 했으며 “그녀의 혼이 이미 하늘에 가 있는 것을 알아낼지 모른다”는 이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라는 권유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 법정에 아이들을 데려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법정 모독, 경찰의 공무집행 방해, 범행 은폐 등의 혐의도 받고 있어 유죄가 선고되면 14년의 징역형과 함께 아이다호주로 추방될 수 있다.  로리는 지난해 10월 다섯 번째 남편 채드 데이벨과 재혼했는데 그 역시 종말론 신봉자다. 데이벨은 과거 모르몬교에 빠져들었다가 결별하고 여러 권의 묵시록 소설을 펴냈다. 부부는 세상의 멸망을 준비하는 컬트 집단 ‘Preparing A People’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전 남편 부모들은 주장하고 있다. 데이벨의 전 부인 태미 역시 재혼 2주 전에 갑자기 숨졌다. 그녀의 부음에는 자연사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남편은 서둘러 화장해버려 당국이 사인을 밝혀낼 수도 없었다. 한편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코로나19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신천지도 14만 4000명을 모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갖고 있었다. 기존 기독교에서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상징 숫자로 ‘구원 받은 모든 성도들’로 해석하는 반면, 신천지 신도들은 영생의 필수 조건으로 이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 포교 활동에 집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트럼프 대놓고 직권남용?… 보좌진 만류에도 측근 11명 사면·감형

    트럼프 대놓고 직권남용?… 보좌진 만류에도 측근 11명 사면·감형

    민주당 “또 다른 국가적 스캔들” 맹비난 WP “재선 염두에 둔 사면권 행사” 지적 美법관협회는 ‘법란’ 관련 긴급회의 소집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보좌진의 반대에도 자신의 지인과 측근이 대거 포함된 11명에 대해 사면·감형을 단행했다. 사면권을 정치적 보상 수단으로 사용하며 법치주의를 위배하는 노골적 권력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자신의 대선 캠프를 비선으로 이끌었던 로저 스톤의 검찰 구형에 개입하면서 소위 ‘법란’(法亂)이 불거진 데 이어 점입가경 형국이다. 탄핵을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사기와 위증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던 버나드 케릭 전 뉴욕시 경찰국장 등 7명에게 특별 사면을, 로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주 전 주지사 등 4명에게 특별 감형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블라고예비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의 진행자였을 때 출연자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부 지역 유세를 떠나기 전 메릴랜드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에게 “블라고예비치는 교도소에서 8년 동안 복역했다. 그것은 긴 시간”이라며 “잠시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매우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블라고예비치는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후임자 지명권을 매관매직하려 한 혐의를 포함해 18건의 공직자 비리 혐의로 2011년 징역 14년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사기도박 스캔들에 휘말렸던 샌프란시스코 프로풋볼팀 포티나이너스(49ers)의 전 구단주 에디 드바르톨로도 사면됐다. 그간 유명 작곡가 폴 앵카 등이 사면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이에 사면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의 오랜 돈줄인 디바르톨로는 오하이오의 기반이 탄탄하고, 포티나이너스는 샌프란시스코에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는 다분히 재선이라는 정치적 이익을 염두에 둔 사면권 행사”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 특별 사면을 받은 케릭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비선이었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측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사면에 대해 빌 패스크렐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 불명예스러운 인물들을 사면한 것은 법을 지키지 않는 행정부의 또 다른 국가적 스캔들로 다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CNN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에게 블라고예비치의 특별 감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친구들에게 보답하고 중범죄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사면 권한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거세다”고 전했다. 한편 미 연방법관협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로저 스톤 구형 개입 논란과 관련해 19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신시아 루페 연방법관협회장은 “판사들은 개별 재판에 대한 공격을 염려하고 있다”면서 “주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임동표 대전 엠비지 그룹 회장 징역 15년, 벌금 500억 선고

    거짓 정보로 89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겨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임동표 엠비지(MBG) 그룹 회장이 징역 15년에 벌금 500억원을 선고 받았다. 이는 대전에 있는 방문판매업체다. 대전지법 형사12부(이창경 부장)는 19일 “홍보 내용이 허위인 것을 알았더라면 피해자들이 주식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여러 사업을 허위·과장 광고하며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러 피해를 크게 만든 죄질이 나쁘다”고 임 회장에게 이 같이 선고했다. 임 회장은 대규모 해외사업을 성사시켜 주식을 상장할 수 있는 것처럼 꾸며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131명으로부터 모두 1234억원을 투자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개발 허가권 취득, 중국과 스위스 투자자 및 글로벌 기업의 1조 8000억원 투자 확정 등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홍보했다. 검찰조사 결과 광업권은 유효기간을 넘겨 쓸모가 없었고, 투자 관련 합의각서는 해석이 안 되는 비문으로 작성됐다. 재판부는 “임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한 인도네시아 광산 사업 투자 계약서에 1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의 구체적 지급일자나 조건 등이 기재돼 있지 않다. 거액의 투자 계약서가 너무 허술해 허위 홍보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엠비지 그룹이 언론 기사 형태 등을 빌려 알린 ‘수력발전소 건설 확약’ ‘스위스 업체 3억 달러 투자 계약’ ‘대형 면세점 입점 및 국방부 납품 계획’ ‘스리랑카 국가사업 진출 99% 성사’ ‘화상치료제 임상시험 임박’ 등도 허위 홍보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사업은 아예 사실무근이 아닌 것도 있다”며 검찰이 주장한 피해액이 1200억원보다 적은 것으로 보고 벌금을 낮췄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MBG 공동대표 등 16명에게 징역 1년 6월∼4년을 선고하고 일부는 3년간 형 집행을 유예했다. 재판부는 “임 회장의 주도로 범행이 이뤄져 다른 피고인은 허위인지 직접 확인하기는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임 회장에게 징역 18년에 벌금 3000억원을 구형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단독] 고2때 채팅 상대 욕했다고 벌금 30만원…범죄경력서 요구하는 기업엔 ‘내 일’은 없다

    [단독] 고2때 채팅 상대 욕했다고 벌금 30만원…범죄경력서 요구하는 기업엔 ‘내 일’은 없다

    ‘전과자’ 주홍글씨 찍힌 청년 장발장들한성수 (25·가명)씨는 2014년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절도죄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보기에 한씨의 범죄 수법은 교묘하고 계획적이었다. 한씨는 주유소가 정회원에게 리터(ℓ)당 50원을 할인해 주는 서비스에 착안해 비회원의 주유를 정회원이 한 것처럼 할인 차액을 빼돌렸다. 그가 편취한 할인 차액은 5000원, 4800원, 2100원, 5050원 총 1만 6950원이었다. 한씨는 그 돈으로 삼각김밥을 사 한끼를 해결했다. 동일 수법으로 네 차례 범행을 반복한 건 의도적인 범죄로 인정됐다. 청년의 철없는 ‘도둑질’로만 보이던 이 사건에는 숨은 사연이 있었다. 한씨는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샘 근무를 일주일에 여섯 차례나 했지만 주유소 사장은 임금 지급을 미뤘다. 초과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포함해 체불 임금은 300만원까지 불었다.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던 한씨가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자 사장은 절도 혐의로 그를 맞고소했다. 한씨는 체불 임금을 포기하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사장의 회유를 거부했다. 한씨는 지난달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사장이 야간근무자 식대도 주지 않았다”며 “할인액을 돈통에서 빼 컵밥이나 김밥을 사먹는 건 같이 일하던 관리자도 묵인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장이 체불 임금을 신고하자 보복으로 절도범으로 고소한 것”이라며 “벌금을 내기 위해 고금리 사채도 알아봤다”고 울분을 토했다.●기초수급 청년, 주운 휴대전화 되팔다 ‘빨간줄’ ‘청년 장발장’들은 소액 벌금에도 삶이 휘청댔다. 15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이민석(30·가명)씨는 학업을 중단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씨는 수년 전 길에서 습득한 휴대전화를 되팔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뇌종양으로 투병하다 숨진 어머니의 병원비마저 막막했던 때였다. 이씨는 “검찰의 수배 문자를 받을 때마다 불안에 떨었고 학업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전수 분석한 장발장은행 대출자(2015년 2월~2020년 1월) 792명 중 20대는 107명(13.5%)이었다. 이 중 직업이 없다고 답한 대출자가 40명(37.3%), 단기 아르바이트는 32명(29.9%)이었다. 청년 장발장들은 취업도 쉽지 않다. 벌금형 기록은 주홍글씨의 낙인효과를 일으킨다. 대다수 기업들은 취업 예정자들에게 본인 확인용 범죄· 수사경력회보서를 제출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각 경찰서가 발급하는 본인 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는 기간이 지나 실효(失效)된 처벌기록뿐 아니라 수사기록까지 포함시킨다. 지난해 운전기사 채용을 앞두고 회사의 요구로 범죄경력회보서를 제출했던 임희도(25·가명)씨는 취업에 실패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인터넷 채팅 상대에게 한 욕설로 받은 벌금 30만원 전과 때문이었다. 임씨는 “벌금형이 평생 꼬리표로 따라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고 후회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취업을 원하는 기업들이 회보서 제출을 요구해 발급을 받는 청년층 사례가 많다”면서 “채용자의 이력을 확인하려는 기업의 요구와 수사기관의 회보서 발급 시스템으로 사실상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형실효법은 범죄경력 자료와 수사경력 자료를 법이 허용한 목적을 벗어나 취득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악용되는 것에는 속수무책이다. 또 다른 경찰관은 “사용 목적을 숨긴 채 회보서 발급을 요구하면 의심스럽긴 해도 (발급을) 거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본인 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는 13만 7000건에 달한다. ●벌금형 선고로 유학도 이민도 막혀 약식명령의 벌금형 선고로 유학이나 이민이 막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관 제출이 불가한 본인 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를 요구하는 캐나다의 경우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5년 이내 범죄 기록이 있으면 비자 발급을 거부한다. 또 10년이 지났더라도 범죄 경력이 2건 이상일 경우 해당 대사관이 별도의 사면 절차를 거쳐 비자 발급 여부를 판단한다. 미국 정부도 소액 절도와 사기 등을 부도덕범죄(CIMT)로 분류해 입국금지 사유에 포함시킨다. 법무법인 한별 관계자는 “부도덕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본인이 저지른 범죄명과 그 범죄의 구성 요건이지 정식 재판과 약식명령을 차별하지 않는다”면서 “청년들의 경우 벌금형만으로도 취업, 유학, 해외 근무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1만 6950원 절도’ 청년의 눈물…알고보니 임금체불 피해자

    ‘1만 6950원 절도’ 청년의 눈물…알고보니 임금체불 피해자

    [2020 서울신문 탐사기획-法에 가려진 사람들]1부 - 가난은 어떻게 형벌이 되는가 한성수(25·가명)씨는 2014년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절도 혐의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고 전과자가 됐다. 법원이 보기에 한씨의 범죄 수법은 교묘하고 계획적이었다. 주유소가 정기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에 한해 리터당 50원을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활용한 한씨는 비회원들의 주유를 회원이 한 것처럼 속여 할인 차액을 빼돌렸다. 그가 편취한 할인 차액은 5000원, 4800원, 2100원, 5050원 총 1만 6950원으로 삼각김밥 등을 사 한끼를 해결하는 데 썼다. 그가 동일 수법으로 네 차례 범행을 반복한 건 범죄가 의도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청년의 철없는 ‘도둑질’로만 보이던 이 사건에는 숨은 사연이 있었다. 한씨는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샘 근무를 일주일에 여섯 번이나 했지만 주유소 사장은 그에게 월급을 주지 않았다. 한씨는 ‘조금만 기다려보라’는 사장의 말만 믿었지만 초과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포함해 체불임금은 300만까지 불었다. 한씨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손님들의 할인 차액에 손을 댄 이면에는 사장의 임금 체불이 있었던 셈이다. 당시 대학교 1학년생이었던 한씨가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자, 사장은 절도 혐의로 그를 맞고소했다. 한씨는 체불임금을 포기하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사장의 회유도 거부했다. 한씨는 지난달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장은 야간근무자 식대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할인액을 돈통에서 빼 컵밥이나 김밥을 사먹는 건 관리자가 묵인했던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장이 체불임금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절도범으로 고소한 것”이라며 “임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벌금을 내기 위해 고금리 사채도 알아봤다”고 말했다. 장발장은행 대출 13.5%는 20대 서울신문이 만난 ‘청년 장발장’들은 소액 벌금에도 삶이 휘청댔다. 한씨가 70만원 벌금을 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 15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민석(30·가명)씨는 학업을 중단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씨는 수년 전 길에서 습득한 휴대전화를 되팔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뇌종양으로 숨진 어머니의 병원비를 떠안았던 절박한 시점이었다. 이씨는 “검찰의 수배 문자를 받을 때마다 불안에 떨면서 학업도 포기했던 막막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전수분석한 장발장은행 대출자(2015년 2월~2020년 1월) 792명 중 20대는 107명(13.5%)이었다. 이 중 직업이 없다고 답한 대출자가 40명(37.3%), 아르바이트 중인 사람은 32명(29.9%)이었다.청년 장발장들은 취업 등 미래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벌금형 기록은 낙인 효과를 일으킨다. 상당수 기업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취업 예정자들에게 본인확인용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제출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각 경찰서가 발급하는 본인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는 기간이 지나 실효(失效)된 처벌기록 뿐 아니라 수사기록까지 포함된다. 서울에 사는 임희도(25·가명)씨는 지난해 운전기사 채용에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회사 측이 요구한 범죄경력회보서를 제출했다가 취업에 실패한 쓰라린 경험을 했다.그가 저지른 범죄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인터넷 채팅 상대에게 욕설을 해 받은 벌금 30만원이 유일했다. 임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범죄를 저지른 건 잘못이지만 벌금형이 평생 꼬리표로 따라 다니게 될 줄 몰랐다”고 후회했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취업을 원하는 기업들이 회보서 제출을 요구해 발급을 받는 청년층 사례가 많다”면서 “채용자의 과거 이력을 확인하려는 기업의 요구와 수사기관의 회보서 발급 시스템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인데도 기업은 ‘범죄경력’ 요청 현행 형실효법은 범죄경력자료 또는 수사경력자료를 법이 허용한 목적을 벗어나 취득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악용되는 건 속수무책이다. 또 다른 경찰관은 “사용 목적을 숨긴 채 회보서 발급을 요구하면 의심스럽긴 해도 (발급을) 거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거들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본인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는 13만 7000건에 달한다. 약식명령 선고를 받고 해외 유학이나 이민길이 막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관 제출이 불가능한 본인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를 내라고 요구하는 캐나다의 경우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5년 이내 범죄가 있으면 모든 비자 발급을 거부한다. 또 10년이 지났더라도 범죄 경력이 2건 이상이라면 해당 대사관이 별도의 사면 절차를 거쳐 비자 발급 여부를 판단한다. 미국 정부도 단순 절도와 사기 범죄 등을 부도덕범죄(Crime Involving Moral Turpitude·CIMT)로 보고 입국금지사유에 포함시킨다. 법무법인 한별 관계자는 “부도덕범죄(CIMT)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본인이 저지른 범죄명과 그 범죄의 구성요건이지, 정식재판과 약식명령을 차별하지 않는다”면서 “청년들의 경우 취업, 유학, 해외 파견근무 등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김기춘·조윤선 ‘화이트리스트’ 직권남용 유죄·강요죄는 무죄

    김기춘·조윤선 ‘화이트리스트’ 직권남용 유죄·강요죄는 무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보수성향 시민단체를 지원(화이트리스트)하도록 요구한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기춘(81)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4)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김 전 실장 등이전경련을 상대로 자금지원을 압박한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만 강요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는 13일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유죄가 맞다면서도 강요 혐의를 무죄 취지로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2016년 전경련을 압박해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총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21개의 보수단체를, 조 전 수석은 2015년 31개의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압박한 혐의다. 1·2심은 이 같은 행위가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이날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놨다. 강요죄가 성립할 정도의 ‘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방이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할 때 성립되는 범죄다. 특히 상대방에게 요구할 때의 언행이나 상황, 상호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대방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겁을 줄 만했다면 협박으로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이날 대법원 재판부는 “청와대의 자금지원 요구를 강요죄의 ‘협박’(해악의 고지)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1·2심은 청와대 비서진이라는 지위와 자금을 독촉하는 행위 등이 전경련 입장에서 충분히 협박으로 받아들여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상황들을 협박이라고 평가하기에 부족하다고 결론 냈다. 1심은 무죄로, 2심에선 유죄로 판단이 엇갈렸던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유죄로 결론 났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 전 실장 등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상고심에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한 ‘권한의 남용’과 ‘의무없는 일’을 각각 구체적으로 엄격하게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자금 지원 요구는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고 전경련 부회장의 자금 지원은 의무없는 일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김 전 실장 등은 블랙리스트 사건과 화이트리스트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모두 다시 받게 됐다.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1·2심에서 김 전 실장은 징역 1년 6개월을, 조 전 수석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한편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7년 5월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 처분됐던 안태근(54·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면직취소 소송을 심리불속행으로 상고기각했다. 이에 안 전 국장은 검사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 “김기춘·조윤선 ‘화이트리스트’ 항소심 다시 하라”

    대법 “김기춘·조윤선 ‘화이트리스트’ 항소심 다시 하라”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강요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최대 쟁점이었던 직권남용죄는 원심과 같이 유죄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하지만 강요죄도 유죄로 본 점에 대해선 잘못이라고 봤다. 청와대 소속 공무원들이 전경련에 보수단체 자금지원 현황을 확인한 행위 등이 의사 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경련 관계자들의 진술은 부담감·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자금지원 요구는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전경련 부회장의 자금 지원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지난달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죄의 기준을 ‘직권을 남용한 것뿐만 아니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두 가지 모두 범죄성립 기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전경련에 특정 정치 성향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한 행위는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어서 “전경련 부회장은 이 같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해 전경련의 해당 보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결정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 등은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건과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한 ‘화이트리스트’ 사건 모두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1·2심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뺑소니 사고에 아들 잃은 나이지리아 판사, 짬 나면 도로 나가

    뺑소니 사고에 아들 잃은 나이지리아 판사, 짬 나면 도로 나가

    나이지리아 판사 모니카 동반 멘셈(62)은 짬이 생기면 수도 아부자의 거리에 나선다. 푸른색 교통안내 조끼를 입고서 허공에 두 팔을 재빨리 내저어 차량들을 향해 멈추거나 가라고 지시한다. 9년 전 서른두 살 아들을 뺑소니 사고로 먼저 떠나 보낸 어머니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인구 2억의 나이지리아에 등록된 차량 대수는 2500만대. 물론 대부분 아부자와 수도권 일대에 몰려 있다. 지난 2018년 도로 교통사고로 5181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이지리아 운전자들은 참을성과는 담을 쌓고 지내며, 그녀가 수신호를 보내는 와중에도 경적을 울려대기 일쑤다. 낡은 차량들이 내뿜는 열기 탓에 섭씨 38도까지 치솟는 도로에서 교통 통제를 하는 일은 힘들기만 하다. 아들을 숨지게 한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 나라의 나쁜 운전 습관을 바로잡고 싶었다. 해서 버스 정류소 같은 곳에 가 기사들에게 도로 안전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그 과정에 기사들에게 안전교육을 시키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을 알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멘셈은 아들의 이름을 빌어 비영리 기구 ‘콱다스 도로 안전 요구’를 창설해 안전 운전 교육과 운전면허 자격 시험을 치르게 돕는 강좌를 만들었다. 이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몸소 거리에서 도로 안전에 기여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아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중부 조스(Jos) 시의 그 거리에 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들 사고를 목격한 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2016년에 가보니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도로 계획은 엉망이었고, 포장이 벗겨진 곳이 수두룩했고, 신호등이 없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해서 몇주 훈련을 받고 교통안내원 자격증을 땄다. 그녀는 “아들은 조스 대학 법학 학위를 받고 세상에서 가장 나은 검사가 되고 싶어 했는데 차에 치인 뒤 길바닥에서 닭처럼 죽어갔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연방 도로안전 봉사단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는 2013년 잠깐 증가세가 꺾였지만 매년 5000~6000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하루 13명 이상 세상을 등지는 셈이다. 무면허 운전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진다. 지난해 5월 라고스 주에서만 6만명 이상이 면허 없이 운전대를 잡는다는 통계가 나왔다. 국가 차원의 차량 등록 데이터베이스도 없고 달아나는 운전자를 잡아낼 카메라도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뺑소니 사범이 잡히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인정되면 14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하지만 멘셈 판사는 충분치 않다고 했다. 그녀는 종신형을 선고해야 마땅하며 피해자 유족들에겐 재정적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도 아들이 돌아와 배 고프면 먹으라고 식탁 위에 음식 접시를 놔둔다”고 털어놓은 그녀는 다른 어머니들은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며 “만약 나이지리아 인이 한 명도 교통사고로 죽지 않는다면 내 일이 완수됐다고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VIK 피해자연합 “이정희.. 이철 VIK 대표 변호인단 중 한 명”

    VIK 피해자연합 “이정희.. 이철 VIK 대표 변호인단 중 한 명”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진보정치가 놓치고 있었던 노동문제들’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중당은 노동환경 변화를 반영한 새 노동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토론회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사기는 살인”이란 구호를 외치며 열린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피해자연합 집회에서도 ‘이정희’란 이름이 나왔다. 변호사로서의 이정희 전 대표였다. 대법원 사건조회 결과 이 전 대표는 투자자 3만여명으로부터 투자금 7000억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은 이철 VIK 대표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확인됐다. 변호인단에는 이 전 대표와 같은 로펌 소속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장인 심재환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등 보혁 진영을 막론한 유력 변호사들이 많이 포함됐다.이철 대표는 2015년 10월쯤 투자자 3만여명으로부터 투자금 7000억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1심재판 구속기간인 6개월이 지난 뒤인 이듬해 4월 보석으로석방됐다. 같은해 9월 검찰은 이철 대표가 재판·보석 기간에도 2000억원대 불법 투자를 유치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이 기각됐다. 이 대표에 대한 선고는 기소된 지 3년여가 지난 지난해 12월 내려졌다. 국민참여당과 노사모에서 활동한 이철 대표는 정계 친분있는 인사와 교류를 이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시민 작가가 2014년 8월 VIK 모집책 상대 강연을 했고, 이듬해 6월 유 작가 지지모임인 시민광장 주최로 글쓰기 강연이 있었다고 VIK 피해자연합은 설명했다. 이밖에 도종환 의원, 변양균 전 장관, 김수현 전 청와대 수석도 VIK에서 강연했다. VIK 피해자연합은 “수천억원대 사기 주범 이철 대표에게 검찰은 고작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고작 징역 8년의 형만 선고했다”면서 “다른 공범들에게는 징역 1년 6개월~3년을 선고한 법원의 형은 미미했고,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되었지만 민생 관련 적폐들은 아직도 청산이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철 대표 변호인단을 향해 “적폐청산 정의사회를 외치면서도 적폐를 변호했다”면서 “수임료의 출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징역 3년 6개월·추징금 122억원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징역 3년 6개월·추징금 122억원

    무인가 투자자문사를 운영하고 허위·과장정보를 유포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희진(34)에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100억원, 추징금 122억67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동생(32)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70억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 등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금융투자업 인가 없이 투자매매회사를 설립·운영하고 17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하면서 시세차익 약 130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14년 12월부터 2016년 9월 사이 증권방송을 통해 특정 비상장주식을 대상으로 허위·과장정보를 퍼뜨려 204명의 투자를 유도, 251억원 상당의 손실을 보게 한 혐의도 받았다. 이씨가 무인가 투자매매업으로 거래한 주식규모는 매수매도 3512억원 이상으로, 그로 인한 이익금은 1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 추천을 통해 벌어들인 시세차익은 약 130억원이었다. 이들은 또 2014년 12월부터 2016년 9월 사이 증권방송을 통해 특정 비상장주식에 대한 허위·과장정보를 퍼뜨려 204명의 투자를 유도, 251억원 상당의 손실을 보게 한 혐의도 받았다. 증권 전문방송 등에서 주식 전문가로 활약해 온 이씨는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남 청담동 고급 주택이나 고가 수입차 사진을 올리는 등 재력을 과시하면서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기도 했다. 1심은 이씨가 증권방송 전문가로서 회원들의 신뢰를 이용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사기적 부정 거래로 취한 부당이익이 큰 점 등을 고려해 징역 5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약 130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범죄 인정 범위를 대체로 유지하면서도 “시세조종과 같은 전형적인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는 다르다”며 1심 양형을 전반적으로 낮췄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동료 교수·제자 성추행 전주대 교수 구속

    동료 교수와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주대 교수가 법정 구속됐다. 전주지법 형사2단독 오명희 부장판사는 5일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교수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3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동료 교수와 학생 등 2명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승용차와 사무실 등에서 피해자들을 상대로 강제로 신체 접촉하고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고백이 잇따르자 A씨는 지난해 3월 초 결백을 주장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으나, 그 이후에도 폭로는 끊이지 않았다. 한 피해자는 “A씨에게 성추행당한 후 입막음용으로 5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연출하는 연극의 배우나 스텝으로 참여하는 학생, 교수를 상대로 범행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자신을 악의적인 의도로 음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등 5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북여성문화예술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A 교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성폭력을 인정하지 않고 가해자를 기만하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피해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전하는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문화예술계의 반성과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장애 때문에 필리핀에 버려졌던 아이… 집을 찾아주세요”

    “장애 때문에 필리핀에 버려졌던 아이… 집을 찾아주세요”

    16살까지 학교 못 다니고 방치돼 악화 부모는 실형 선고… 아이는 갈 곳 없어 “학대 피해 아동 도와주세요” 靑 청원글“아이가 16살(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어요. 또래 아이들처럼 함께 학교만 다녔더라도 정신질환이 이 정도로 심해지진 않았을 겁니다. 아이가 정신의료기관에서 나와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2014년 6월 필리핀에 버려진 이민석(16·가명)군이 한국에 돌아온 건 약 4년 후인 2018년 12월이다. 국선 변호인이 돼 달라는 부산지방경찰청의 요청을 수락한 정미영(36·여) 변호사도 이때 이군을 처음 만났다. 정 변호사는 당시 부산의 한 가정폭력 상담소에서 피해 진술을 하던 이군의 첫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부모가 틱장애와 자폐 증세를 보이는 친아들을 ‘코피노’로 속여 필리핀에 유기했다는 얘기는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군의 상태가 이처럼 심각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모 모두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건 다행”이라면서도 “부모와 따로 살 수밖에 없는 이군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찾아 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에 귀국한 이군이 처음 머문 곳은 학대아동피해쉼터다. 그러나 이군의 소아편집증 등의 증상은 개선되기는커녕 날로 심해졌다. 결국 이군은 부산 해운대의 한 정신과 병원에 긴급 입원해야 했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지난해 2월 경남 양산의 한 정신의료기관으로 옮겨야 했다. 이군은 이곳에서 3개월 정도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되는 듯싶었으나 그 이후 증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이 인정한 이군의 현재 상태는 사회 적응 수준이 6~7세, 사회성은 약 5세 반 정도다.정 변호사는 이군의 증세가 나아지려면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신과적 치료 효과가 더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면 장애학교든 특수학교든 정규 교육을 통해 이군의 증상이 개선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 보자는 의미다. 실제 이군은 또래들처럼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병원을 벗어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 변호사는 “보통 학대받은 아이들은 부모의 처벌이 끝나고 나면 그나마 돌아갈 가정이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아이는 본인이 원하지도 않고, 본 가정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에 온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이군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한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17일 이러한 내용을 담아 국민청원에 ‘필리핀에 유기됐던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을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현재 참여 인원은 1104명이다. 정 변호사는 “국선 변호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이의 상태를 고려해 시설로 보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것까지”라며 “이군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책임을 다하고 싶다. 쉽사리 발걸음이 떼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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