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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리 폭로하겠다” 협박…학교서 7억 뜯은 교사들

    “비리 폭로하겠다” 협박…학교서 7억 뜯은 교사들

    사직을 권고받은 교사들이 학생부 위조 등 학교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총 7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이상훈 판사는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된 홍모(55)씨 등 50대 해직 교사 7명에게 각각 징역 4~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홍씨 등은 서울 강서구의 한 대안학교에서 20년 넘게 교사로 재직하다가 2014년 3월 이사장 김모씨에게 사직을 권고받았다. 당시 학교는 구청 지원금이 끊기고 학생은 계속 줄어 재정 상황이 악화한 상태였다. 홍씨 등은 학교 졸업생들의 학생부가 일부 위조된 것을 발견하고 비리를 언론이나 수사기관에 폭로할 것처럼 협박해 법적 근거가 없는 퇴직 위로금을 약 1억원씩 받아 챙겼다. 재판부는 “학적 위조 등 비리가 실제인지와는 관계없이 이를 폭로할 것처럼 말한 것은 협박”이라며 “피고인들의 권리 실현을 위한 수단과 방법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어 정당행위나 자구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벌금형…법 제정 32년 만에 ‘방송간섭’ 첫 유죄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벌금형…법 제정 32년 만에 ‘방송간섭’ 첫 유죄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방송공사(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62) 무소속 의원이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방송 간섭’을 이유로 나온 첫 유죄 확정판결이다. 다만 벌금형 확정에도 그의 의원직은 유지된다. 선거법 위반이 아닌 범죄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16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방송 편성에 간섭해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방송법은 방송 편성에 간섭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KBS가 정부와 해양경찰청의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 가자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5일 후에,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되고서 하면 안 되느냐’는 등 방송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을 맡고 있었다. 1심은 “이 의원의 행위는 단순한 항의 차원이나 의견 제시를 넘어 방송 편성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에 해당한다”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이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실제 방송 편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이 의원의 행위가 관행 또는 홍보수석으로서 공보 활동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했다. 다만 이 의원이 방송법상 간섭의 뜻이 불분명하고 단순 의견 제시까지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기각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 의원은 선고 뒤 “여전히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세월호 유족에게 위로가 돼 주기는커녕 또 다른 상처가 됐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 의원은 최근 서울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여직원 성추행’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 2심도 징역형 집유

    ‘여직원 성추행’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 2심도 징역형 집유

    최 전 회장 측 “동의 하에 신체접촉…피해자·목격자 착각 또는 거짓진술”법원 “피해자 진술 일관돼 신빙성…자유의사 제압할 위력 행사했다”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66) 전 회장이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이수영 김동현 이성복 부장판사)는 16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호식 전 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호식 전 회장은 2017년 6월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일식집에서 여직원과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최호식 전 회장이 피해자를 호텔로 데리고 가던 도중 피해자가 호텔에서 도망쳐 나와 택시를 탔고, 뒤쫓아 나와 택시를 타려던 최호식 전 회장이 지나가던 여성들에게 제지당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최호식 전 회장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최호식 전 회장은 며칠 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최호식 전 회장 측은 당시 신체 접촉은 동의 하에 자연스럽게 한 것이고, 이후 피해자와 목격자가 피해 사실을 착각하거나 거짓으로 진술했다는 등의 주장을 1·2심 내내 하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은 중요 내용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다”라며 “일부 바뀐 부분이 있다고 해서 진술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두 사람만의 저녁을 마련해 술을 권하는 등 관계를 주도했고, 피해자가 평소 호감을 표시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라며 “사실상 피해자가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게 했던 점 등을 보면,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이 이뤄졌다는 주장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호식 전 회장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행사했다는 점도 인정된다며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젊은 여자와 놀 수 있다” 약물 탄 가짜양주 업주 ‘집유’

    “젊은 여자와 놀 수 있다” 약물 탄 가짜양주 업주 ‘집유’

    약물을 탄 가짜 양주를 비싼 값에 판 전직 유흥업소업주와 지배인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식품위생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유흥업소업주 조 씨(47)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구형했다고 16일 밝혔다. 유흥업소 지배인으로 근무했던 고모씨(34)에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조 씨는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소재 S 주점의 업주로 고씨는 지배인으로 일했다. 이들은 손님을 끌어들이는 호객꾼들에게 손님을 데리고 오면 건당 2만~3만 원을 주는 방식으로 영업한 혐의를 받는다. 호객꾼들은 “14만 원에 양주 1병과 아가씨를 데리고 1시간을 놀 수 있다”고 남성들을 유인했다. 이후 조 씨와 고 씨는 손님들이 먹다 남은 양주들을 섞어 빈 양주병에 옮기고 진품인 것처럼 손님들에게 내놨다. 이 같은 방식으로 조 씨와 고 씨는 피해자 9명에게 총 1538만 원을 편취했다. 조사 결과, 손님 중 일부는 구토하거나, 정신을 잃은 뒤 다음날 모텔에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개봉된 양주병을 다량 보관하고 있던 점●양주병 용기에 든 액체를 감정한 결과 실제 양주와 다른 여러 종류의 양주가 나온 점 ●피해자들이 “어지러웠다” “구토증세가 있었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이들이 가짜 양주를 판매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많은 액수의 술값을 편취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상당수의 피해자들과 합의를 본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이보희의 TMI] ‘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 지났다?

    [이보희의 TMI] ‘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 지났다?

    알렉상드르는 성공한 은행원이고 아내와 네 명의 자녀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절 프레나 신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받은 상처를 안고 있고, 해당 신부가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자식 세대를 위해서라도 더는 진실을 은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행동에 나선다. 교구에 프레나 신부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편지를 쓰고, 아들에게 말한다.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라.” 지난해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신의 은총으로’는 프랑스 가톨릭 리옹 대교구에서 베르나르 프레나 신부가 1979년부터 1991년까지 70여명의 아동에게 성 학대를 저지른 실제 사건을 그렸다. 2016년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스포트라이트’ 또한 비슷한 소재를 다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가톨릭 교회에서 오랜 기간 벌어진 사제의 아동 성 학대 스캔들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이를 은폐하려는 거대한 종교시스템에 맞서 싸운 기자들의 이야기였다면 ‘신의 은총으로’는 직접 행동에 나선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캐릭터에 약간의 각색을 입혔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실제 피해자들의 연대 모임 ‘라 파롤 리베레’와 가톨릭 교구가 주고받은 서신, 피해자들의 증언록에 기반했다. 프레나 신부는 중년이 돼 자신을 찾은 알렉상드르에게 “소아성애는 병이라 자신도 괴로웠다”면서 “신의 은총으로 치유받으라”고 손을 잡고 기도한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그가 회개하는 것도, 용서를 구하는 것도 아닌 ‘처벌’이었다. 그러나 리옹 대주교 바르바랭 추기경은 프레나 신부의 추행을 알고도 묵인했고 “왜 케케묵은 일을 파헤치려 하냐”고 다그친다.메가폰을 잡은 프랑수아 오종은 영화 ‘시트콤’(1999)으로 장편 데뷔작부터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되며 주목받은 감독이다. 이후 ‘8명의 여인들’(2002), ‘스위밍풀’(2003), ‘영 앤 뷰티풀’(2013),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2014), ‘프란츠’(2016) 등 기발한 상상력, 신랄한 풍자를 담은 작품들로 프랑스 대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의 은총으로’는 그의 첫 실화 영화 도전으로, 기존의 파격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려 냈다. 오종 감독은 “영화로 인해 교구가 소아 성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그들을 색출하는 변화를 꾀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3월 프랑스 법원은 필리페 바르바랭 추기경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바르바랭 추기경은 항소했고, 이달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프레나 신부 또한 형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영화 속 바르바랭 추기경은 “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진실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16일 개봉. boh2@seoul.co.kr
  • 평택 폐공장에 쌓인 폐기물 2500t…민가 코앞 ‘시한폭탄’

    평택 폐공장에 쌓인 폐기물 2500t…민가 코앞 ‘시한폭탄’

    수백미터 반경에 논밭·주민 거주지 있어 공기·지하수 유출 땐 대형 사고 위험에도 최초 배출자·폐기물 성분 등 파악도 못 해 100t 불법투기 2억 벌고 과태료 2000만원 솜방망이 처벌에 작년 방치량 86만t 달해지난 13일 오전 경기 평택시 서탄면에 있는 한 공장. 간판이 없고 문도 굳게 잠겨 있었다. 오랫동안 버려진 듯했다. 6600㎡(약 2000평)가 넘는 면적의 공장 창고에는 200㎏짜리 드럼통 500여개와 정육면체 모양의 1t짜리 플라스틱 용기(IBC탱크) 1300여통이 잔뜩 쌓여 있었다. 찢어진 플라스틱 용기에서 정체 모를 갈색 액체가 흘러나왔고, 다른 용기에서는 검은색 액체가 흘러나와 심한 악취를 풍겼다. 시너 냄새였다.이곳은 김모씨가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시설로 확인됐다. 주로 폐유, 폐유기용제 등 액체 상태의 폐기물을 처리하던 곳이다. 이 공장에 불법으로 방치돼 있던 액상 폐기물은 2500t에 달했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관내 불법 액상 폐기물 방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환경청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 공장에 대해 행정대집행에 들어갔다.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매립이나 소각, 재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는 불법 폐기물은 매년 늘고 있다. 2015년에는 약 8만 7000t이었지만 2017년엔 약 77만 6000t으로 늘었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약 85만 9000t까지 증가했다. 4년 만에 10배로 늘어난 셈이다.문제는 폐기물을 배출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배출됐는지, 폐기물의 구체적인 성분은 무엇인지 파악이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폐기물 배출부터 운반·최종 처리까지 전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관리하는 ‘올바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업자가 폐기물 보관량을 허위로 적어 내도 허위인지 제대로 감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환경청 관계자는 “폐기물 공장주인 김씨를 조사했을 때 현재 보관 중인 액상 폐기물을 어디서 받았는지 물었지만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말했고, 폐기물을 받은 내역이 적힌 서류도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업자가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폐기물 유출 경로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폐기물 업계 관계자들은 방치된 폐기물을 ‘시한폭탄’에 비유했다. 김씨의 공장으로부터 불과 약 100m 떨어진 곳에 논밭이 있었고, 400m 떨어진 곳에는 주민들이 사는 민가가 있다. 한 폐기물 업체 대표는 “액상 폐기물은 고체와 달리 공기 중에 퍼지거나 지하수로 흘러갈 수 있다”며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물질이 폐기물 안에 있다면 살상 무기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당 수십~수백만원에 달하는 액상 폐기물을 인수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다음 이를 방치하다가 환경부에 적발돼도 대부분 징역 1년 이내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에 계속 불법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폐기물 매립시설과 처리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처리 단가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소각 단가도 20만원에서 최근 40만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100t을 불법 투기하면 1억~2억원을 버는데 기껏해야 과태료(행정처분) 1000만~2000만원으로 불법행위를 근절시킬 수는 없다”면서 “벌어들인 수익의 10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기물을 최초로 발생시킨 배출자도 자신이 인계한 폐기물이 잘 처리됐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처리업자뿐 아니라 배출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폐기물 방치에 관여한 배출자와 처리업자, 운반·수집업자에게 최대 징역 2년 또는 2000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국회를 통과해 올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폐기물 관리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사무총장은 “폐기물이 발생한 시점부터 최종 시점까지 투명하게 관리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의 환경 감시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대마 26회 흡연’ 현대家 3세, 2심도 집유

    ‘대마 26회 흡연’ 현대家 3세, 2심도 집유

    변종 대마를 상습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가 3세 정현선(29)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씨에게 집유 기간 동안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것을 당부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 등)는 1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으며, 약을 끊겠다는 의지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심이 정한 형은 합리적 범위에 있다”면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재판받는 기간이 피고인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겠지만,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은 더 중요하다”며 “이 기간을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울 자택 등지에서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와 대마초를 총 26차례 흡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정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SK그룹 3세 최영근(32)씨도 앞서 1·2심 모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파열’ 주방 자동소화장치 결국 법정 다툼

    ‘파열’ 주방 자동소화장치 결국 법정 다툼

    소방청 “13만 가구 리콜”… 제조사 거부 소송에 최대 2년…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최근 파열 사고로 논란이 된 ‘주방 자동소화장치’ 문제가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됐다. 주방 자동소화장치 제조사인 신우전자가 지난 6일 소방청의 강제 리콜 명령을 거부하면서다. 미리 문제를 막지 못한 소방청의 ‘뒷북 행정’과 제조사의 ‘고집’ 사이에서 언제 파열될지 모르는 주방 자동소화장치와 공생해야 하는 시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게 됐다. 현재 리콜 명령 대상만 13만 가구에 이른다. 15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전날 신우전자는 소방청의 강제 리콜 명령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소방청에 보내왔다. 문서에는 ‘품질 보증 기간 5년이 지났고 노후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강제 리콜 명령이 부당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행정심판·행정소송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소방청은 파열 사고가 발생했고 시민들이 재산상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당연히 환급·교체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우리는 신우전자를 상대로 형사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강제 리콜 명령을 거부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주거용 주방 자동소화장치는 가스레인지 후드 위에 설치하는 것으로 불이 나면 자동으로 소화액을 분사해 불을 끄도록 하는 장치다. 리콜 대상 제품은 2011년 10월 이후 생산된 제품으로 밸브 두께가 기존보다 얇아지면서 용기와 밸브 결합 부위에 가해지는 압력이 가중되고, 불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부위가 파열돼 안에 든 소화약제가 새어나와 후드를 망가트리는 문제가 있었다. 문제는 행정심판·행정소송이 길어지면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보통 행정심판·행정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대 2년이 걸린다. 또 소비자기본법은 정부가 위해 제품을 파기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단순히 파기만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화장치는 법적 의무 설치 대상이기 때문에 파기 이후에 바로 설치를 해야 하는데 (법적 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개인이 비용을 들여 교체를 하든지 지금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란 이전에 소방 제품을 시험·검사하는 소방청 산하 단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제품 시험을 더 엄밀히 진행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방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밸브 두께가 4.6㎜에서 1.25㎜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형사고발과 함께) 2차 리콜 명령도 진행할 예정이고 할 수 있는 일은 다할 것”이라면서 “제품 시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기준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검찰 “고(故) 장자연 추행 전 조선일보 기자는 유죄”

    검찰 “고(故) 장자연 추행 전 조선일보 기자는 유죄”

    배우 고(故) 장자연 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직 조선일보 기자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직 기자 조모 씨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검찰은 “1심은 신빙성 있는 윤지오씨의 진술은 배척하고, 피고인이 진술을 짜 맞춘 정황을 무시했다”며 “이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씨의 변호인은 “윤지오 씨의 진술은 시간이 지나며 다 달라졌다”며 “말을 만들어서 진술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말도 안 되는 윤지오씨의 진술로 피고인이 인생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잘 살펴달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최후진술에서 “정말 억울하다. 강제추행을 절대 한 적이 없다. 무엇을 걸고라도 말씀드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그는 “지난 10년간 이 사건 때문에 저와 가족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극단적인 생각도 여러 번 해봤다”며 “제발 잘 살펴서 억울함이 없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2008년 8월 5일 장자연 씨 소속사 대표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장씨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한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그는 서울 강남구 한 가라오케에서 열린 소속사 대표 김모씨 생일축하 자리에 참석해 춤추는 장씨를 보고 갑자기 손목을 잡아당겨 자신의 무릎에 앉힌 뒤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95년 조선일보에 입사한 조씨는 2003년 퇴사해 지난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2009년 장자연 사건으로 조사받을 당시에는 국내 모 사모투자전문회사 상무 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재수사가 이뤄진 끝에 10년 만에 기소가 이뤄졌다. 그러나 1심은 당시 추행 행위를 봤다고 주장하는 유일한 증인인 윤지오 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09년 수사 당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으면서 가해자를 바꿔 지목하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여러 정황을 보면 조씨가 장자연 씨를 추행했으리라는 강한 의심은 든다”면서도 “윤지오 씨의 진술만으로 형사처벌을 할 정도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윤씨의 진술 신빙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2월 7일 오후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한편 후원금 사기 의혹을 사고 있는 배우 윤지오씨는 현재 캐나다에 체류 중으로 인터폴 적색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단독] ‘주방용소화장치’ 논란 결국 법정으로...애꿎은 시민들만 ‘조마조마’

    [단독] ‘주방용소화장치’ 논란 결국 법정으로...애꿎은 시민들만 ‘조마조마’

    신우전자 행정소송·행정심판 예정대법원 가면 소송 최대 2년 소요애꿎은 시민들만 소화장치와 공생소방청 “형사고발 및 2차 리콜 예정” 최근 파열 사고로 논란이 된 ‘주방 자동소화장치’ 문제가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됐다. 주방 자동소화장치 제조사인 신우전자가 지난 6일 소방청의 강제 리콜 명령을 거부하면서다. 미리 문제를 막지 못한 소방청의 ‘뒷북 행정’과 제조사의 ‘고집’ 사이에서 언제 파열될지 모르는 주방 자동소화장치와 공생해야 하는 시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게 됐다. 리콜 명령 대상은 13만 가구에 이른다. 15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전날 신우전자는 소방청의 강제 리콜 명령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소방청에 보내왔다. 문서에는 ‘품질 보증 기간 5년이 지났고, 노후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강제 리콜 명령이 부당하다는 취지에서 ‘행정심판·행정소송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소방청은 우선 파열 사고가 발생했고 시민들이 재산상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제조사가 당연히 환급·교체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우리는 신우전자를 상대로 형사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강제 리콜 명령을 거부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주거용 주방 자동소화장치는 가스레인지 후드 위에 설치하는 것으로 불이 나면 자동으로 소화액을 분사해 불을 끄도록 하는 장치다. 리콜 대상 제품은 2011년 10월 이후 생산된 제품으로 밸브 두께가 기존보다 얇아졌다. 용기와 밸브 결합 부위에 가해지는 압력이 가중되고, 자연스레 불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부위가 파열돼 안에 든 소화약제가 새어나와 후드를 망가트리는 문제가 생겼다.문제는 형사고발과 별개로 ‘정부의 강제리콜명령이 정당했나’를 따지는 행정심판·행정소송이 길어지면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보통 행정심판·행정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대 2년이 걸린다. 그 기간만큼 리콜명령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 소비자기본법은 정부가 제조사 대신 위해 제품을 파기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단순히 파기만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화장치는 법적 의무 설치 대상이기 때문에 파기 이후에 바로 설치를 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쉽지 않고 (법적 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개인이 비용을 들여 교체를 하든지 지금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란 이전에 소방 제품을 시험·검사하는 소방청 산하 단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제품 시험을 더 엄밀히 진행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방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밸브 두께가 4.6㎜에서 1.25㎜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형사고발과 함께) 2차 리콜 명령도 진행할 예정이고 할 수 있는 일은 다할 것”이라면서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품 시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기준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신유용씨 성폭행 유도코치 범행 인정

    전 유도 선수 신유용(25)씨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 유도부 코치 A(35)씨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던 기존의 입장을 바꾸어 범행 사실을 인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씨는 14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 황진구) 심시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본인의 범행을 시인했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이 자리에 서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럽다.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죄송하다. 뉘우치며 살겠다”고 말했다. A씨 변호인도 피고인이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협박과 폭력을 동반한 성관계만을 강간이라고 생각했다”며 “1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무고까지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하지만 뒤늦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성관계가 강간이라고 깨우쳤고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2011년 7월 전지훈련 숙소에서 전북 고창 모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신씨(당시 만 16세)에게 강제로 입맞춤하고 같은해 8~9월 자신의 숙소에서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또 1심 재판 중이던 지난해 5월 신씨를 무고혐의로 고소했다고 도리어 무고혐의가 추가돼 5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이에대해 신씨 측은 A씨가 애초 입장을 번복한 것은 감형을 받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본다. 이날 신씨와 함께 법정에 나온 이은의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자백과 반성할 시간은 많이 있었다. 수사기관이나 1심에서 지금처럼 인정하고 반성했더라면 신씨가 겪은 고통은 지금 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인이 파괴한 것은 피해자의 몸뿐 아니라 꿈과 희망, 인생”이라며 “피고인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반성과 자백이 감경 사유로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못밖았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0년 10개월을 구형했다. A씨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4일 열린다. 전주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마약범죄 죄질 나쁘다”면서도…‘현대가 3세’ 집행유예 이유

    “마약범죄 죄질 나쁘다”면서도…‘현대가 3세’ 집행유예 이유

    변종 대마 총 26회 상습 투약한 혐의재판부 “초범이고 반성 중” 항소 기각 변종 대마를 상습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가 3세’ 정현선(29)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5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김세종·송영승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약 범죄로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으며, 약을 끊겠다는 의지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심이 정한 형은 합리적 범위에 있다”고 밝히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재판받는 기간이 피고인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겠지만,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은 더 중요하다. 이 기간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소중한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울 자택 등지에서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와 대마초를 26차례 흡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정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SK그룹 3세’ 최영근(32)씨도 앞서 1·2심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이보희의 TMI] “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요?

    [이보희의 TMI] “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요?

    알렉상드르는 성공한 은행원이고 아내와 네 명의 자녀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어린시절 프레나 신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받은 상처를 안고 있고, 해당 신부가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자식 세대를 위해서라도 더는 진실을 은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행동에 나선다. 교구에 프레나 신부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편지를 쓰고, 아들에게 말한다.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라” 지난해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신의 은총으로’는 프랑스 가톨릭 리옹 대교구에서 베르나르 프레나 신부가 1979년부터 1991년까지 70여 명의 아동에게 성적 학대를 저지른 실제 사건을 그렸다. 2016년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스포트라이트’ 또한 비슷한 소재를 다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가톨릭 교회에서 오랜 기간 벌어진 사제의 아동 성학대 스캔들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이를 은폐하려는 거대한 종교시스템에 맞서 싸운 기자들의 이야기였다면 ‘신의 은총으로’는 직접 행동에 나선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캐릭터에 약간의 각색을 입혔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실제 피해자들의 연대 모임 ‘라 파롤 리베레’와 가톨릭 교구가 주고받은 서신, 피해자들의 증언록에 기반했다. 영화는 그들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짚고 그들이 어떤 어른으로 자라났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침묵해 온 그들이 용기를 내고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담았다. 프레나 신부는 중년이 돼 자신을 찾은 알렉상드르에게 “소아성애는 병이라 자신도 괴로웠다”면서 “신의 은총으로 치유받으라”고 손을 잡고 기도한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그가 회개하는 것도, 용서를 구하는 것도 아닌 ‘처벌’이었다. 그러나 리옹 대주교 바르바랭 추기경은 프레나 신부의 추행을 알고도 묵인했고 “왜 케케묵은 일을 파헤치려 하냐”고 다그친다. 메가폰을 잡은 프랑수아 오종은 영화 ‘시트콤’(1999)으로 장편 데뷔작부터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되며 주목받은 감독이다. 이후 ‘8명의 여인들’(2002), ‘스위밍풀’(2003), ‘영 앤 뷰티풀’(2013),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2014), ‘프란츠’(2016) 등 기발한 상상력, 실랄한 풍자를 담은 작품들로 프랑스 대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의 은총으로’는 그의 첫 실화 영화 도전으로, 기존의 파격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려냈다. 오종 감독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면서 “영화로 인해 교구가 소아 성범죄자들에 책임을 묻고 그들을 색출하는 변화를 꾀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3월 프랑스 법원은 필리페 바르바랭 추기경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바르바랭 추기경은 항소했고, 이달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프레나 신부 또한 형사 재판을 받는다. 영화 속 바르바랭 추기경은 “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진실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오는 16일 개봉.   ◆ 이보희의 TMI : ‘TV’, ‘MOVIE’와 연예계 ‘ISSUE’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보희의 TMI] “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요?

    [이보희의 TMI] “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요?

    알렉상드르는 성공한 은행원이고 아내와 네 명의 자녀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어린시절 프레나 신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받은 상처를 안고 있고, 해당 신부가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자식 세대를 위해서라도 더는 진실을 은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행동에 나선다. 교구에 프레나 신부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편지를 쓰고, 아들에게 말한다.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라” 지난해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신의 은총으로’는 프랑스 가톨릭 리옹 대교구에서 베르나르 프레나 신부가 1979년부터 1991년까지 70여 명의 스카우트 아동에게 성 학대를 저지른 실제 사건을 그렸다. 2016년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스포트라이트’ 또한 비슷한 소재를 다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가톨릭 교회에서 오랜 기간 벌어진 사제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이를 은폐하려는 거대한 종교시스템에 맞서 싸운 기자들의 이야기였다면 ‘신의 은총으로’는 직접 행동에 나선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캐릭터에 약간의 각색을 입혔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실제 피해자들의 연대 모임 ‘라 파롤 리베레’와 가톨릭 교구가 주고받은 서신, 피해자들의 증언록에 기반했다. 영화는 그들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짚고 그들이 어떤 어른으로 자라났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침묵해 온 그들이 용기를 내고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담았다. 프레나 신부는 중년이 돼 자신을 찾은 알렉상드르에게 “소아성애는 병이라 자신도 괴로웠다”고 죄를 인정하며 “신의 은총으로 치유받으라”고 손을 잡고 기도한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그가 회개하는 것도, 용서를 구하는 것도 아닌 ‘처벌’이었다. 그러나 리옹 대주교 바르바랭 추기경은 프레나 신부의 아동 성 학대를 알고도 묵인했고 “왜 케케묵은 일을 파헤치려 하냐”고 다그친다. 메가폰을 잡은 프랑수아 오종은 가족의 붕괴와 동성애 등의 소재를 사실적이고 유쾌하게 담아낸 영화 ‘시트콤’(1999)으로 장편 데뷔작부터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되며 주목받은 감독이다. 이후 ‘8명의 여인들’(2002), ‘스위밍풀’(2003), ‘영 앤 뷰티풀’(2013),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2014), ‘프란츠’(2016) 등 기발한 상상력, 실랄한 풍자를 담은 작품들로 프랑스 대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의 은총으로’는 그의 첫 실화 영화 도전으로, 기존의 파격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려냈다. 오종 감독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면서 “영화로 인해 교구가 소아 성범죄자들에 책임을 묻고 그들을 색출하는 변화를 꾀할 수 있길”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실제 지난해 3월 프랑스 법원은 필리페 바르바랭 추기경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바르바랭 추기경은 항소했고, 이달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프레나 신부 또한 형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영화 속 바르바랭 추기경은 “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진실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오는 16일 개봉.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불법 정치자금’ 원유철 징역 10월…확정되면 의원직 상실

    ‘불법 정치자금’ 원유철 징역 10월…확정되면 의원직 상실

    재판부 “국회의원 청렴 의무 저버려”원 의원 “항소심서 무죄 입증할 것”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지역구 사업가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환승)는 원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90만원의 벌금형을,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 부정지출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2500만원을 선고했다. 원 의원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해당 판결이 확정되면 원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 이상, 일반 형사 사건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회의원의 청렴 의무를 저버려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주장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나, 미필적으로나마 타인 명의로 후원금이 지급되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정치자금을 불법 수수했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2012년 3월부터 2017년까지 타인 명의로 된 불법 정치자금 5300만원을 수수하고 정치자금 6500만원을 부정지출한 혐의, 직무와 관련해 금융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으로 2018년 1월 기소됐다. 2011년부터 보좌관과 공모해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평택 지역 업체 4곳으로부터 1억 8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직무행위와 연관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원 의원은 선고 공판 후 취재진과 만나 “이유야 어떻든 이렇게 재판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 국민과 지역 주민들에게 죄송하다”면서 “항소심에서 유죄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를 입증해 믿고 성원해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길었던 ‘유치원 3법’ 마침내 국회 통과…‘패스트트랙’ 지정 383일만

    길었던 ‘유치원 3법’ 마침내 국회 통과…‘패스트트랙’ 지정 383일만

    사립유치원도 회계프로그램 ‘에듀파인’ 도입처벌도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한유총 “시설사용료 인정하라” 법안 반대사립유치원 등의 정부 지원금 부당 사용을 막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지 1년여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유치원 3법은 교육자임을 저버린 일부 몰지각한 유치원 운영자들의 행태에 사회적 공분이 폭발하면서 탄생한 20대 국회 첫 번째 패스트트랙법안이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재석 165인 중 찬성 164인, 기권 1인으로 가결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재석 162인 중 찬성 158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됐다. ‘학교급식법 개정안’도 재석 165인 중 찬성 161인, 반대 1인, 기권 3인으로 본회의 무난히 통과했다. 유치원 3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된 지 383일 만이다.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높여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근절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교비 부당 사용 행태가 공개되면서 법안이 발의됐다.최초 법안 발의는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을 최초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후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의 수정안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에 지정됐다. 유치원 3법 가운데 유아교육법 개정안의 핵심은 사립유치원에도 ‘에듀파인’이라고 불리는 회계프로그램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담았다는 것이다. 또 유치원이 이 법에 따른 운영정지 명령을 받고도 명칭을 바꿔 다시 개원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유치원의 설립을 제한하고 유치원 설립자의 결격사유를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모절차를 통해 원장을 선발하는 유치원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유치원은 유치원운영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유치원운영위원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회의록을 작성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에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교비 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을 교육 목적 외로 부당하게 사용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일부 비리 유치원 경영진들은 교비 회계를 성인용품 등 교육 목적과 무관한 개인 물품 구매에 쌈짓돈 쓰듯 마음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사실상 정부안으로 불리는 임 의원의 낸 유치원 3법 수정안에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요구한 시설사용료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처벌 수위도 원안보다 강화해 회계 비리에 대한 처벌 수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정했다. 시행 시기 유예 조항 또한 삭제됐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학교급식의 대상에 유치원을 포함하고, 유치원 급식 업무 위탁 시 유치원운영위원회의 심의 또는 자문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유치원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그동안 일부 비리 유치원들은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너무 적게 지급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것으로 조리하는 등 비인간적이고 위생 규칙을 어기는 일로 인해 국민적 공분을 샀었다. 앞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성과 이에 따른 시설사용료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며 이 법안을 반대해왔다. 시설사용료는 사실상 사립유치원 설립자의 건물과 토지 등 사유재산에 대한 보전 성격이다.지난해 11월 29일 자유한국당은 한유총의 주장처럼 설립자의 사유재산을 사립유치원 설립·운영에 사용하는 만큼 이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냈다. 일반회계 세출 필요 경비로 유치원 운영비 등과 함께 ‘교육환경 개선금’을 넣었다. 교육환경 개선금으로 표현했지만 결국 유치원이 투자한 금액을 보전해준다는 점에서 시설사용료 개념과 큰 차이가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정봉주, 금태섭 지역구 출마 의사 “빨간점퍼 민주당 솎아내야”

    정봉주, 금태섭 지역구 출마 의사 “빨간점퍼 민주당 솎아내야”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4·15 총선에서 서울 강서갑에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서갑은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 의원 지역구의 일부 당원으로부터 출마 요청을 받았다”며 “그 이야기를 하시는 몇몇 분들과 만나봤었다”고 말했다. 그는 “확정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강서갑이 출마를 검토하는) 여러 군데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제가 본 댓글 중에 ‘민주당 안에 있는 빨간 점퍼 민주당을 솎아내야 한다’라는 말이 있었다”며 “저도 (총선 출마를 위해) 지역을 선정해야 하는데 저는 파란 점퍼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K지역에 가서 K의원과 경쟁하겠다고 그랬었다”며 금 의원과 경선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등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2017년 말 특별사면됐다. 2008년 2월 7일 복당을 신청하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 뜻을 밝혔지만 이후 일부 언론에서 성추행 의혹이 보도되고 복당 불허 결정까지 내려지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 보도가 허위라고 반박한 것에 대한 무고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다시 복당 절차를 밟아 당원 자격을 얻었다. 정 전 의원의 무고 혐의 재판은 2심이 진행 중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회적 약자 ‘21년 옥살이 恨’ 재심에서 풀릴까요?

    사회적 약자 ‘21년 옥살이 恨’ 재심에서 풀릴까요?

    피해 남성 증언만으로 용의자 특정 거꾸로 매달고 물고문에 허위 자백 2살 딸 어른 돼서야 재심 개시 결정 삼례슈퍼 사건 용의자는 ‘지적장애인’ 명백한 증거 재발견 등 재심요건 엄격 1심서 재심 개시 결정은 고작 35%뿐“30년에 걸친 피고인의 고문 피해 호소에 이제야 응답하게 돼 면목이 없습니다. 재심 청구인의 모든 가족에게 늦어진 응답에 대한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6일 부산고등법원 형사1부(부장 김문관)는 경찰 고문에 못 이겨 살인죄 누명을 쓴 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인철(59)씨와 장동익(62)씨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사법부의 사과를 받은 두 사람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법정을 나선 장씨는 딸을 부둥켜안았다. 교도소에 들어갈 당시 2살에 불과했던 딸은 21년을 복역하고서 출소했을 때 어른이 돼 있었다. 최씨는 “같은 하늘 아래 고문 경찰관들과 함께 사는 것이 부끄럽다”며 비통해했다.●‘낙동강변 살인 사건’ 수사의 전말 두 사람은 1990년 1월 4일 부산 북구(현 사상구) 엄궁동 낙동강변 인근 갈대숲에서 한 여성이 강간·살해당한 채 발견된 낙동강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1년을 교도소에서 지냈다. 당초 사건이 발생했을 땐 여성과 함께 차에 있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은 피해 남성의 증언 외에는 범인을 특정할 만한 단서가 남아 있지 않았다. 경찰은 이 사건을 미제 사건으로 처리했다. 1년 10개월 후인 1991년 11월 8일 최씨와 장씨가 공무원 사칭 혐의로 부산 사하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이틀 전 무면허 운전 교습을 하던 한 남성이 자연보호 활동을 하던 최씨를 공무원으로 오인해 3만원을 건넨 것이 화근이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이 두 사람을 낙동강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당시 피해 남성은 “한 사람은 덩치가 크고, 다른 사람은 키가 작았다”고 증언했는데 이는 두 사람의 외형에 들어맞았다.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 여성의 손수건에서 나온 정액 혈액형도 최씨의 것과 일치했다. 경찰의 수사 끝에 최씨는 “장씨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검찰로 송치된 두 사람은 경찰의 가혹행위에 따른 ‘허위 자백’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장씨는 “거꾸로 매단 채 겨자 섞은 물을 얼굴에 들이부었다”며 구체적인 고문 정황을 설명했지만, 검찰은 이 사실을 믿지 않았다. 이들은 재판에서도 일관되게 경찰의 가혹행위에 대해 진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듬해 8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두 사람은 당시 변호를 맡았던 문재인 대통령(당시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과 함께 항소와 상소를 이어 갔지만 재판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1993년 4월 대법원은 이들에 대해 무기징역 선고를 확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변호사 시절 겪었던 사건 중 가장 한이 되는 사건”이라고 회고했다. 시각장애 1급이던 장씨가 밤에 온통 돌밭이던 범행 장소에서 피해 남성과 쫓고 쫓는 식의 범행을 저질렀을 리 만무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두 사람은 모범수로 복역하다 2003년 광복절 기념 특사로 20년이 감형돼 2013년 출소했다. 이후 누명을 벗기 위해 서울행정법원 등에 세 차례나 행정심판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다 2017년 5월 최씨와 장씨는 재심 전문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산하 대검 진상조사단도 재심에 힘을 실었다. ●강압수사 피해자 된 빈곤층·청소년 형사공판 재심 사건 중에는 낙동강변 살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이나 빈곤층, 가출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가 수사기관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한 사례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영화로 널리 알려진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2000)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최모씨도 당시 19세 청소년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피살되는 현장을 목격한 최씨는 경찰의 구타와 고문 끝에 허위 자백을 하게 됐고 1심에서 징역 15년형, 2심에서 감형을 위해 범행을 시인하면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3년 후 진범이 체포됐지만 최씨는 만기 출소를 하고도 5년이 지난 2015년 6월에야 재심 개시 결정을 받게 됐다. 검찰의 항고에도 최씨는 이듬해 무죄 판결을 받았고, 진범은 2017년 1심에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1999)도 마찬가지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자고 있던 유모(당시 77세) 할머니를 살해한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던 3명 중 1명은 정신지체 장애가 있었고, 2명은 당시 청소년이었다. 세 사람은 2015년 3월 재심을 청구했고 이듬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 노숙소녀 살인 사건’(2007)의 범인으로 지목됐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두 사람은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다. 앞서 언급된 주요 재심 사건들을 맡았던 박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처럼 힘 있는 사람들은 조사 후 조서 열람을 수십 시간씩 하지만 사회적 약자는 자신을 충분히 방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맡게 된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1988)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씨 사건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봤다. 당시 경찰이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씨를 불법적으로 체포, 감금해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윤씨는 진범임을 인정하는 이춘재의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13일 법원에 정식으로 재심을 요청했다. ●재심 요건·절차 개선 두고 의견 분분 그러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두가 재심의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재심 절차는 2단계 심사로 이뤄지는데, 우선 재심을 해야 할 이유를 심사해 그 사건을 다시 심판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재심 개시 절차’가 있다. 여기서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져야만 사건을 다시 심판하는 ‘재심 심판 절차’가 진행된다. 화성 8차 사건 윤씨의 경우 재심 개시 절차가 진행 중이고, 최씨와 장씨는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져 재심 심판 절차를 앞둔 것이다. 대개는 재심 개시 절차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1심 형사공판에서 재심 청구를 기각 결정한 비율은 평균 64.9%였다. 2015년 56.9%에 그쳤던 기각률은 2018년 70.3%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68.4%로 소폭 하락했다. 항소심의 재심 청구 기각률도 지난 5년간 평균 66.6%로 1심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상고심의 경우엔 98%로 하급심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법조계에서는 높은 기각률의 원인으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돼야 한다’는 등의 엄격한 재심 요건과 절차를 꼽는다. 표창원 의원은 해당 조항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법원이 청구일로부터 1년 이내에 재심 여부를 결정하고,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재항고를 6개월 이내에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심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 3년이 걸린 사건도 있었다”며 “청구인을 고려하면 더욱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변호사는 “재심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의 업무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재심 청구 사건의 결정 기간을 제한하면 재심 청구인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영농활동비 2억원 가로챈 전 농협 조합장 징역 1년 3개월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농협 영농현장 활동비를 가로챈 전 농협 조합장과 전·현직 상임이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2단독 권준범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포항지역 한 농협 전 조합장 A씨에게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같은 농협 상임이사 B씨와 같은 농협 전 상임이사 C씨에게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2006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포항 한 농협 조합장으로 재직하면서 농협 사업예산 중 영농현장 활동비로 산 농촌사랑상품권 중 1억 9690만원을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영농현장 활동비는 농협 조합장이나 직원이 영농현장에 가서 농민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등 현장을 지원하는 활동비로 사용해야 한다. A씨는 농촌사랑상품권을 마트에 가서 다른 손님이 현금으로 산 전산자료를 자신이 산 것처럼 수정해 현금으로 받는 이른바 ‘상품권깡’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2014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같은 방식으로 영농현장 활동비 1320만원을 가로챘다. C씨는 2010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영농현장 활동비 1920만원을 개인적으로 썼다. 권 판사는 “피고인들이 영농현장 활동비를 임의로 현금화해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범행 수법,기간,횡령액으로 봐서 죄질이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A씨의 경우 피해 변제나 합의를 하지 않아 기회를 주기 위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류시영 유성기업 전 대표이사 항소심서 감형

    노조 탄압 자문비를 회삿돈으로 지급한 류시영 전 유성기업 대표이사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는 1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류 전 대표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4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징역 1년 10월에 벌금 500만원이었다. 재판부는 “기업 자체가 피고가 된 상황에서 회사 자금으로 변호사 선임비를 지출한 것은 횡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횡령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류 전 대표는 노조 무력화 전문 노무법인으로 알려진 창조컨설팅에 회삿돈 13억원 상당을 지급하고 컨설팅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우호적인 제2노조 설립을 지원하거나 부당노동행위 관련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비를 회사 자금으로 대납한 혐의도 있었다. 선고 직후 유성기업 노조는 “감형을 받았다고 죄가 없는 게 아니다. 류 전 대표가 노조원들에게 용서를 빈 적이 있느냐”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이날 류 전 대표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부사장(아산공장장)과 전 전무(영동공장장)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벌금 300만원)과 징역 10월에 집유 2년을 선고해 형량을 낮췄다. 1심은 각각 징역 1년4월에 집유 3년(벌금 300만원)과 징역 1년2월에 집유 3년을 선고했었다. 앞서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심준보 부장)는 회사 임원을 집단 폭행한 유성기업 노조원 5명에 대한 항소심을 열고 전원 구속했다. 유성기업은 2011년 주간 연속 2교대 합의 미이행을 놓고 갈등이 불거져 같은 해 5월 18일 노조 파업 돌입에 회사 측의 직장폐쇄와 노조원 집단 해고 등으로 악화됐다. 2018년 11월 22일에는 노조원 5명이 대표이사실에서 노무담당 상무를 감금하고 집단 폭행해 기소됐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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