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은 ‘시점’에 달렸다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건설업자 김상진(42)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18일 검찰의 조사를 받고 밤 늦게 귀가했다. 그러나 검찰은 19일쯤 정 전 비서관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뢰 또는 알선수재,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받은 돈의 성격과 받은 시기, 액수 등에 따라 처벌수위가 달라질 수 있어 주목된다.
●검찰, 법적용 고민
부산지검은 김씨로부터 “올해 초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재직할 때 수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 이날 소환된 정 전 비서관에게 돈을 받은 시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돈을 건넸다는 ‘올해 초’는 부탁한 대로 세무조사가 무마된 이후다.
검찰은 밝혀진 여러 정황에 비춰 김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건넨 돈이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소개시켜 주고, 세무조사 무마를 도와준 대가로 준 ‘사례금’으로 판단한다.
정 전 비서관이 정 전 청장에게 김씨를 소개한 시점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임명되기 전이다. 따라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를 적용받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비교적 가벼운 처벌인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관이 된 이후에 돈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알선수뢰죄가 적용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이면 최고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정 전 비서관이 선거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된다. 정치자금법은 부정수수와 관련해서는 알선수재와 마찬가지로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재직 때 돈을 받았다 해도 비서실에서 의전 업무를 맡았던 점을 고려하면 직무와 관련해 직접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정 전 비서관에 대한 법 적용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산지검 정동민 2차장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이 돈 받은 시점을 밝힐 수 없으며 알선수뢰인지, 알선수재인지도 수사와 관계가 있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악의적 진술, 혐의 부인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이날 밤 검찰 청사를 나서며 “(검찰이 제시한 혐의에 대해)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김씨가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나에 대해)악의적인 진술을 한 것”이라면서 “(그 부분이)납득할 수도 없고 정말 참담하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언론이 제시한 갖가지 의혹을 검찰이 하나하나 물었다.”면서 “하지만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19일 정 전 비서관의 혐의가 인정되면 청와대는 변양균 전 정책실장에 이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정 전 비서관은 “정치후원금으로 받은 2000만원 외에는 김씨로부터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했으나, 모두가 거짓말이 되기 때문이다.
부산 이정규 강원식 기자 je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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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선수뢰죄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를 이용, 금품을 받고 다른 공무원에게 부탁받은 일 처리를 알선했을 때 적용된다.
●알선수재죄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계없이 금품을 받고 다른 공무원에게 부탁받은 일 처리를 알선했을 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