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틀러 멈춰” 러시아 규탄·우크라이나 지지 시위 전 세계로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율은 69%로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침공설 확산 이후 6%포인트나 올랐다. CNN이 지난 7~15일 러시아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기 위한 러시아의 무력 사용은 정당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50%가 “정당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푸틴 독재 체제가 견고한 러시아에서도 반전(反戰)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도 이에 호응하듯 우크라이나에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내 군사 작전 개시를 승인한 지난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의 53개 도시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수만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이 전했다.밤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도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모습은 러시아에서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 여론이 전혀 작지 않음을 보여줬다.그러나 예상대로 러시아 경찰의 시위 참가자 체포가 이어졌다. 러시아 현지의 독립감시기구 ‘OVD-인포’는 이날 하루 동안 17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엄격한 관리와 검열이 동반되는 러시아에선 1인 시위조차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그럼에도 시민들은 전쟁 발발 이틀째인 25일에도 각지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날도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이 속속 포착됐다.전 세계 곳곳에선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영국 런던에 모인 수백명의 시위대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손 떼라” 등 손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25일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는 무려 3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여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며 행진을 벌였다.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자국 영토 내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에 대한 실효 지배력을 상실한 바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세력이 친러 공화국을 세운 것과 흡사한 상황을 겪은 것이다.터키 이스탄불의 러시아영사관 앞에도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침략자는 죽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살인을 멈춰라” 등 구호를 외쳤다.이밖에 미국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오스트리아 빈, 스페인 바르셀로나, 포르투갈 리스본,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일본 도쿄 등 세계 각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시위 현장마다 푸틴 대통령과 나치 독일 독재자 히틀러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등장한 것도 눈에 띄었다.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한 뿌리’임을 설파하며 이번 침공을 감행한 푸틴 대통령과 게르만 민족주의를 자극해 폴란드 등 이웃 국가를 침략하고 2차 세계대전을 초래한 히틀러의 공통점에 대한 지적이 많다.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푸틴 대통령에게서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연상된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이번 위기는 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23일 푸틴의 행보를 두고 “악마”에 비유하며 나치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 합병을 노리던 당시와 비교했다.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 히틀러와 푸틴 대통령 모두 선정됐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타임은 2007년 푸틴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러시아를 세계 열강의 자리에 복귀시켰다”고 평했다. 히틀러는 1939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타임은 옳고 그름을 떠나 영향력을 기준으로 올해의 인물을 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