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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FTA 재재협상 추진 필요시 국민합의 거쳐 폐기”

    “한·미 FTA 재재협상 추진 필요시 국민합의 거쳐 폐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8일 접점을 이룬 ‘4·11 총선 범야권 공동정책’의 핵심 고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대응 방안이었다. 실무협상단은 한·미FTA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민주당 안과 폐기를 해야 한다는 통합진보당 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 ‘재재협상후 필요시 폐기’에서 접점을 찾았다. 서로의 주장을 병렬로 연결한 것이다. 민주당 신경민 대변인은 “정책 협상을 미세한 부분까지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양당의 입장을 순차적으로 담긴 했지만, 목표는 분명히 다르다. 19대 국회에서 정책 연합을 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지난해 한·미 FTA 대응에 협동하기로 했지만 민주당이 먼저 등원하는 바람에 정책 공조에 금이 갔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한·미 FTA와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어도, 참여정부의 핵심 정책을 아예 무효화하는 데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다만 참여정부 때 추진했던 제주 해군기지는 비판 여론을 중시하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일자리 정책에선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산업별 단체교섭을 법제화하고 복수노조의 자율적 단체교섭을 보장하는 등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방안이 포함됐다. 또 군 복무기간 단축과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신설, 공공임대주택 및 전세주택 10% 확대, 국공립 보육시설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청년 취업 및 주거·보육 정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가 완화했던 종합부동산세는 강화, 부자감세는 철회할 예정이다. 양당이 추진했던 대기업 불공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기업 활동과 관련된 범죄에도 엄격히 법을 집행하기로 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국립대학 법인화 추진 중단, 부실 대학의 국공립화를 추진하고, 대학 등록금 후불제와 상한제를 도입해 등록금을 ‘반값등록금’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확대하고 모든 의무교육 기간에는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입시학원’으로 변질된 외국어 고등학교는 어학 인재 양성이라는 본래 목적으로 전환하고 일반계 고교의 학교 간 격차를 줄여 가는 한편 전문계 고교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당은 원전 추가 건설을 중단하고 원전 정책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댐 건설 역시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대신 물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의 생산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대기업의 전기료는 인상하기로 했다. 4대강 사업은 국정조사 등을 통해 철저히 평가하기로 했다. 특혜 논란이 일었던 종합편성 채널 정책도 재정립할 계획이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종합편성 방송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나타난 위법·반칙·특혜 사례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고 특혜와 관련 정책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종편 방송사를 포함한 모든 방송사의 제작·편성과 광고영업이 철저하게 분리되는 방향으로 미디어렙법을 전면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개혁도 양당이 함께 추진한다. 한명숙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찰 개혁 의지를 표시해 왔다. 개혁 대상은 검찰·경찰, 국가정보원, 군 공안기구, 국세청 등이며 18대 국회에서 못한 국가보안법 폐지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민주통합, 중소기업 챙기기

    민주통합당이 21일 중소기업 정책 일원화를 위해 중소기업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소기업청(중기청) 체제로는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통합·조정할 수 없고 새로운 정책 수요에도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中企 기 살리기’ 3대전략 발표 한명숙 대표와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 기 살리기 3대 전략과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하며 중소기업부 신설을 제1 정책과제로 내세웠다. 중기청은 지식경제부 차관급 외청으로, 타 부처와 직접 정책 조율에 나서기 어려운 위치다. 민주당은 장관급 독립 부처인 중소기업부를 통해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와 상생발전·동반성장 기반을 만들어갈 방침이다. 중소기업부 신설은 중소기업계가 꾸준히 주장하고, 정치권도 선거 때마다 내세운 단골 메뉴지만 지경부는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진출할 경우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형사처벌하고, 하도급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 단가 부당 인하 행위에 대해 3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영업 제한 시간을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로 늘리고 의무 휴업일도 매월 3일 이상, 4일 이내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형마트·SSM 영업제한시간 확대 이와 함께 중소기업 제품 공공 구매율을 2017년까지 80%로 확대하고, 소기업·소상공인 제품 우선 구매 제도를 도입해 이들의 수주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또한 소기업·소상공인 공제제도(노란우산공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 운영 지원비와 납부 공제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특허청 지식재산기본법 시행 어떻게

    특허청이 다음 달 20일 지식재산기본법(지재법) 시행을 앞두고 체계적인 지식재산권 관련 정책의 수립과 관리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0일 특허청 관계자는 “지재법 시행에 맞춰 체계적인 지재권 정책을 마련해 지식재산위원회가 구성된 후 정식 안건으로 다루거나 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은 특허침해소송은 일반법원, 특허무효소송은 특허법원에서 다뤄지는 특허소송 관할 집중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분쟁이 장기화돼 기업들의 손실이 막대하다. ‘공허한 메아리’에 머물던 관할 집중 문제가 지재법 시행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특허소송을 특허법원으로 일원화하되 변호사업계가 반발하는 최대 쟁점인 변리사의 대리권은 현행처럼 무효소송에 적용한 후 논의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R&D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추진한다. 중복투자를 막고 강한 특허 창출을 위해 특허기술동향조사를 국가 R&D 과제 전체로 확대한다. 현재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기술동향조사를 명시했지만 제재 조항이 없다보니 유명무실하다. 올해 15조원에 달하는 과제 중 특허청이 조사를 수행한 사업은 10~20%에 불과하다. 규정을 ‘법’ 수준으로 상향하고 제재 조항을 신설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허권 및 발명·개발자 보호 강화책도 내놨다. 특허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법정손해 배상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악의·고의적 침해사건의 경우 실 손실액보다 배상액을 높일 수 있는 제도다. 직무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가이드 라인도 만들 계획이다. 기업의 인식 부족과 규정 미비에 따른 불공정 보상으로 인한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행기업에게 각종 정부지원사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국가지식재산 추진전략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우종균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은 “발명·연구가의 특허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은 특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또 결론 못낸 ‘DTI규제 일몰’

    정부가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예정대로 3월 말 종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여당이 부동산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이견을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 등 정부의 반대에도 여당이 경제정책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관계 부처 장관들과 심재철 정책위원회 의장 등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 등은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당정 회의를 열고 DTI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재논의키로 했다. 차후 회의 시기는 미정이다. DTI 관련 주무 부서인 금융위는 당초 당정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언론 브리핑을 준비했으나, 연기했다. 정부는 당정회의에서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746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4월부터 DTI 규제를 원래대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DTI 규제는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금액을 제한하는 제도로, 정부는 지난해 8월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서울(50%)과 인천·경기(60%)에 적용하던 DTI 규제를 올 3월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서울 강남 3구(40%)만 예외로 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DTI 규제 완화는 부동산 시장 위축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취해졌고, 현재 그러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원상 회복을 결정했다.”면서 “규제 부활로 인한 부동산 시장 심리 위축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상 중인 실수요자를 위한 보완책은 주택 거래 시 수반되는 세금인 취득세 추가 인하 방안, 원리금 분할 상환 대출에 대한 DTI 비율 우대, 생애 최초 구입 자금 대출 연장, 자산과 미래 소득 등을 반영한 대출 조건 완화 등이다. 당정회의에서는 보완책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나라당은 정부 판단을 일단 수렴하되, DTI 규제가 부활했을 때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최종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있는 터라 민심 동향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홍지민·허백윤기자 icarus@seoul.co.kr
  • 농협·하도급거래공정화법 등 통과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11일 개정 논의가 시작된 지 17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241명 가운데 찬성 210표, 반대 13표, 기권 18표로 의결했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지 못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하도급거래공정화법 개정안 등 법률안 71건을 통과시켰다. 방송통신위원회 홍성규·김충식·양문석 위원에 대한 추천안도 의결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홍성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를, 민주당은 양문석 상임위원과 김충식 경원대 교수를 각각 방송통신위원으로 추천했다. 개정된 농협법이 내년 3월 시행되면 농협중앙회는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중앙회는 조합과 농업인 교육·지도 등을 맡으면서 신설되는 경제지주 및 금융지주의 지분을 소유하고 지주사의 경영 및 인사권을 갖게 된다. 중앙회는 법 시행 후 3년 이내에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하고, 자본금의 30%이상을 경제부문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 경제지주는 농축산물 판매와 유통·가공 등 사업부문과 기존 13개 경제 자회사를 총괄하게 된다. 또 금융지주는 농협은행과 농협보험을 분리해 신설하고 NH투자증권 등 기존 자회사를 맡는다. 국회는 또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실상 공적자금인 정부출연금을 투입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의결했다. 개정된 예금자보호법은 부실 저축은행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오는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공동계정을 한시 도입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홍성규·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대기업 하도급 횡포 줄 듯

    올 하반기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촉진 관련 법을 집행하는 수단이 다원화됐고 대기업들에 경고 차원의 메시지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한 대기업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둘 전망이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하도급법 개정안은 ‘정부안 100%+α’ 수준이다. α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미국, 영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 악의적 불법행위를 한 가해자에 한해 제재하는 방향으로 도입돼 있다. 정치권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유용해 손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만 중소기업 등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고, 4·27 재·보선과 내년 총선 및 대선에 중소기업의 표심은 잡아야 하고,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중소기업의 불만은 여전한 현실 등 삼박자가 절묘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란은 지난 2000년 들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우리나라 민법이 손해액만큼 배상하는 실손해 배상원칙이라 징벌적 손해배상은 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해 왔다. 지나친 제재라는 주장에다 중소기업의 소송 남발 가능성, 이에 따른 대기업의 경영환경 위축 등도 거론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이 불공정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할 수도 있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이외에도 하도급법 적용 범위의 확대, 부당감액 입증 책임 전환, 납품단가 조정신청권 부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하도급법은 주로 원사업자와 1차 협력사에만 적용돼 왔으나 개정안은 1·2·3차 협력사 간에도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길을 열었다. 하도급 관행 개정의 긍정적 효과가 중간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마지막 단계까지 내려갈 수 있는 단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특허를 빼앗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9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중소기업의 기술과 생존권 보호를 위해 이같이 잠정 합의했다.”면서 “이번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당정 합의에 따라 개정안은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3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민특위가 발의한 하도급법 개정안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했을 때 해당 중소기업이 입은 손해의 3배까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당초 이 제도가 민법의 ‘실손해 배상’ 원칙에 맞지 않고 다른 손해배상 체계와도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도입을 반대했다. 홍 위원장은 “당초 협의권을 3년 뒤에 무조건 도입하자는 유예안을 정부에 제시했으나 협의권 도입 문제를, 신청권의 실효성 여부를 판단해 3년 뒤 재논의하는 방안으로 양보했다.”면서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도록 정부 측을 설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기업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반대하는 것은 앞으로 기술 탈취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기술 탈취 예방 차원에서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김동수 위원장이 정무위원 소속 여야 의원을 만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논의한 적은 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합의하지 않았다.”며 “공정위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하도급 분쟁조정 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개정안(허태열 의원 발의안)을 지지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전경하·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 한국 IT 경쟁력을 걱정하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 한국 IT 경쟁력을 걱정하다

    지난 4일 발생한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태는 2009년 ‘7·7디도스’ 때와 같은 통신대란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보안 인력과 정부 간 협력체제 등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사회 보안 시스템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 디도스 공격이 개시된 직후인 지난 5일 한국의 대표적 보안업체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 안철수 카이스트(KAIST) 석좌교수를 찾아 디도스 등 국내 정보기술(IT)에 대한 생각을 들어 봤다. 안 교수는 ‘3·4 디도스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과 관련한 IT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을 의식한 듯 “정부가 하루빨리 옛 정보통신부와 같은 IT 선제대응 조직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등 의사결정권자가 열린 자세를 보여 주면 이전과 달리 정부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한국의 IT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뜻으로 안 교수가 쓰고 있는 ‘잃어버린 3년’이란 표현이 정치권에서 공방을 야기하고 있는데. -이 말이 ‘현 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풀고 싶다. ‘잃어버린 3년’은 현 정부 출범이 아닌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2007년 시작됐다. ‘닷컴 버블’ 붕괴 후 고전하던 실리콘밸리도 징가(2007년), 그루폰·트위터(2008년) 등 거물급 벤처들이 생겨나면서 활기를 얻었다. 이런 열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라우드 등과 맞물리면서 세계 곳곳에 퍼져 나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이런 흐름을 읽어 내지 못했다. 다른 나라보다 선제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기여했던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것도 주된 이유다. →하지만 안 교수가 말한 ‘잃어버린 3년’ 동안 삼성, LG와 같은 IT 기업들은 수출을 늘리며 선전하지 않았나. -결정적으로 이 시기에 우리 기업들은 IT 업계의 화두가 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애플이나 닌텐도가 대단한 것은 단지 매출이 많아서가 아니다. 자신들의 기기를 중심에 놓고 끊임없이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창출해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게 됐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플랫폼이 없다면 삼성이나 LG와 같은 업체도 나중에는 플랫폼 기업에 좌지우지되는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전 세계가 플랫폼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우리는 이런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미국 업체들이 운영체제(OS) 등 플랫폼을 장악한 현실에서 우리가 독자적인 플랫폼을 가져가려는 노력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얼마 전 미국의 유명 IT 전문매체에서 삼성의 스마트TV를 호평한 기사를 봤다.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는 스마트TV 분야에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수를 늘리며 분전하는 삼성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플랫폼을 주도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시도 자체도 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갖춰 선두를 부지런히 좇다 보면 역전의 기회는 오게 돼 있다. 만약 소니가 브라운관 TV 시장을 장악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업체들이 TV 기술 개발에 소홀했다면 평판 TV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었겠나. →안 교수의 말을 요약하면 ‘IT 분야에서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만약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복원한다면 어떤 식으로 꾸려져야 한다고 보는지. -과거 정통부와 같은 정부 부처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위원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원회는 상대적으로 의견 교환이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이 해당 부처로 이관되면서 원래 내용과 다르게 해석돼 시행되는 것을 여러 번 봤다. 과거 정통부의 경우 규제기관으로서 문제가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막상 없애고 보니 국내 IT 경쟁력이 떨어지는 폐해가 생겨났다. 따라서 이제는 과거 조직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단점을 줄인 새로운 형태의 정통부 조직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간 여러 차례 입각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정부가 새 컨트롤타워를 복원한다면 참여하겠는가. -국회의원 출마 제안까지 포함하면 정치권의 참여 요청을 받은 지가 10년은 넘은 것 같다. 난 살면서 뭔가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지금의 현실에서는 (나 같은) 한 사람이 정치에 뛰어들어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바꾸지도 못할 거면서 높은 자리에만 앉아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다만 의사결정권자(대통령)가 내 말에 제대로 귀 기울여 준다는 것을 전제로 ‘십고초려’하면 (장관 등 여러 역할을) 고려해 보겠다. 하지만 (의사결정권자가) 그렇게 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고, 정치가 아니어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일들은 많다. →벤처 기업가 출신으로 현재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데, 안 교수가 보기에 국내 IT 관련 창업 여건은 어떤가. -10년 전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는 네이버나 다음, 싸이월드와 같은 될성부른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지금은 그런 회사들을 찾아볼 수 없다. 당시에 20명이 해야 할 일을 지금은 1명이 해 낼 수 있을 만큼 소프트웨어가 좋아지면서 창업 비용도 낮아졌지만 사회적인 여건은 오히려 척박해졌다. 창업을 돕는 정부 및 민간의 지원 인프라가 취약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불공정 거래 관행도 여전하다. →최근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등 상생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기업 전문가로서 대안이 있다면. -대기업의 명백한 불법적 횡포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한 제도) 조항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중소기업이 피해를 하소연해도 공정위에서 채택하는 비율이 1%도 되지 않아 오히려 대기업을 감싸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제도)도 도입돼야 한다. 상대방에게 해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을 묵과해선 안 된다. 대전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안철수 교수는 ▲1962년 부산 출생 ▲서울대 의대-미국 펜실베이니아 공대 및 와튼스쿨 ▲단국대 의예과 학과장,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포스코 사외이사, 카이스트 석좌교수 ▲한국CEO상, 윤리경영대상 투명경영 부문 대상, 동탑산업훈장 등 다수
  • “9·29 大·中企 상생대책 강제성 없는 생색내기용”

    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의 지식경제부 국감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정책인 상생협력 방안에 대해 ‘알맹이 없는 생색 내기용’이라는 야당의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최근 논의된 ‘9·29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은 이미 나온 정책을 재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균 “동반성장기금 조성은 재탕정책”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9·29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회의’에서 논의된 대책들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 예로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협상 테이블에는 결국 갑·을 관계에 있는 개별 중소기업이 앉아야 하는데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업종별 협동조합에 협상권을 부여하는 게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또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고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대기업의 하도급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실제 손해액보다 많은 액수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9·29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은 강제성이 없는 생색 내기용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재균 의원은 발표된 대책들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재탕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5대 기업이 1조원 규모의 동반성장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이미 대기업에서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라면서 “세액공제는 대기업에 오히려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장관은 대·중소기업상생법 개정안의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김영환 지경위원장으로부터 호되게 질책을 받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최 장관을 향해 “장관은 우리나라 장관이 맞느냐.”며 “우선 상생법을 통과시키고 자유무역협정(FTA) 처리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다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고 따졌다. ●박진 “대기업 中企영역 침해문제 해결해야” 여당에서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연관지은 질의가 이어졌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SSM 문제로 대표되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침해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막걸리, 인쇄, 결혼사업 등 영역에서 대기업의 진출이 확대되니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이 정말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대·중소기업 상생은 파이나누기가 아니라 파이를 키워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윈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지경부 산하기관 중 가스공사, 석유공사, 지역난방공사 등은 공공기관 중소기업 제품 구매목표인 50%를 채우지 못했다.”면서 “산하 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상생 동반정책이 차질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대기업 눈치보던 납품단가’ 中企조합에 조정 신청권

    ‘대기업 눈치보던 납품단가’ 中企조합에 조정 신청권

    앞으로 원재료 가격상승 등을 반영해 중소기업들이 합리적으로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조정신청권이 주어진다. 민간 주도로 중소기업 적합 업종·품목이 새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입이 차단된다. 또 하도급법 및 동반성장 대상이 종래의 1차 협력사에서 2·3차 중소기업 협력사로 확대 적용된다. 정부는 29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책을 확정, 발표했다. 대책안에 따르면 정부는 납품단가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대기업의 눈치를 보며 단가 조정 엄두를 못 냈던 중소기업을 대신해 중소기업 협동조합이 남품단가 조정협의를 신청할 수 있게 하도급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단 조합은 신청권만 주어질 뿐 협상은 개별기업이 진행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상생협력도)시장경제를 보완한다는 것이지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하고 정부가 주도해 갑과 을의 관계를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정부가 동반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합동브리핑에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대·중소기업의 동반상생은 민간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안에 따르면 오는 12월 민간 주도로 발족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동반성장 모델 개발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설정 등 전반적인 상생업무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위원회는 대기업이 동반성장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역할과 기업별 동반성장 지수(Win-Win Index)를 정기적으로 산정해 발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거래관행도 바꾼다는 계획이다. 1차 협력사로 제한되던 하도급법도 2·3차협력사까지 확대적용하고,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강화한다. 정부는 주로 측면지원을 하기로했다. 청와대와 관계부처, 전경련과 중기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동반성장 추진 점검반’을 운영, 매달 정책 추진상황을 점검한다. 분기별로 이 대통령이 직접 챙길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제는 실천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당수 대책이 강제성이 없어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김상조(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교수는 “납품단가 부당감액 입증, 책임 하도급계약서의 확대, 중소기업 기술보호 등 진일보한 조치들이 상당수 있지만, 정작 법령개선이 없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천 없는 말의 성찬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로 방향이 선회하면서 규제방안이 애초 당정이 논의했던 수준보다도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납품단가 연동제와 불공정 거래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업종별 협동조합에 대한 대기업과의 협상권 위임 등이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았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대안으로 제기됐지만, 도입은 무기한 연기됐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손해액의 3배 이상을 배상하는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이미 충분한 제재가 시행 중”이라는 이유로 도입하지 않았다. 업종별 협동조합에 대한 대기업과의 협상권 위임은 “시장경제에 어긋나는 카르텔”이라는 이유로 도입불가 방침이 내려졌다. 김세종 중소기업 연구원 박사는 “동반성장을 위해서 무엇보다 대기업의 관행 변화가 우선돼야 하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방안을 위반했을 때 실제 이를 규제할 수단이 미흡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정부가 납품가 조정 ‘패스트 트랙’ 도입

    정부가 대기업으로부터 불공정거래 관행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제도 등 혁신적인 개선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지식경제부, 전경련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짜여진 ‘대·중소기업 거래질서 개선 태스크포스(TF)’팀을 통해 이달 말까지 ‘불공정 하도급 거래대책’ 최종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TF팀에는 공정위와 기획재정부, 지경부, 중소기업청, 기업호민관실,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공정위는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해 시민단체와 중소기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납품단가 연동제’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협력업체가 원하면 정부가 직접 원청업체와 납품단가를 조정하고 협의하는 제도다. 현재는 협력업체와 원청업체가 납품단가와 관련해 30일 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패스트 트랙제가 도입되면 협력업체가 즉시 정부에 중재 역할을 요구할 수 있다. 또 협회나 업종별 단체 등 제3자에게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협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원청업체가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때 그 입증 책임을 공정위에서 원청업체에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의 침해 방지와 관련,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원청업체가 협력업체의 기술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현행 하도급법 규정을 보완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시키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측은 제3자에게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협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협회 등이 집단적으로 납품단가 협상을 벌이면 담합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납품단가 인하의 입증 책임 부여 방안은 전경련 관계자를 제외한 나머지 참석자 전원의 찬성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납품단가 연동제와 불공정 거래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실태를 평가할 수 있는 ‘공정거래평가지표’ 개발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도 검토되고 있으나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68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큰 기업과 소상공인, 큰 기업과 납품업체의 관계에는 시장경제 원리가 적용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시장경제는 갑과 을, 공급자와 수요자가 균형된 힘을 갖고 있을 때 되는 것이지, 갑이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가 ‘너 하기 싫으면 관둬라. 할 사람은 많다.’는 식으로는 올바른 시장경제가 정립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민을 위한다고 말로만 하는 것은 정치적 구호이고 포퓰리즘”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수·김경두·유대근기자 golders@seoul.co.kr
  • 정부·대기업·중소기업 상생 3제

    정부·대기업·중소기업 상생 3제

    ■“납품관행 국제기준 미달”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5일 납품단가를 비롯한 대기업의 하도급 관행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친다고 비판했다. 최근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여러 차례 비판해 온 최 장관은 경주시청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협력 양해각서를 교환한 뒤 “대기업들의 하도급이나 납품을 둘러싼 관행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친다는 점은 대기업 스스로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70~80년대 경제발전기에 우리가 경제위기를 극복할 때에는 대기업도 어려웠기 때문에 같이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위기 이후 대기업은 먹고살게 됐는데도 아직도 계속 허리띠를 조르니 온기가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최 장관은 대기업들이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후진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핵심은 납품단가 문제에 있다.”면서 “국제사회에서 옛날에는 명함도 못 내밀던 대기업들이 이제는 내로라하는 기업이 되었는데 후진적인 하도급 관행을 들고 해외시장에 나가면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제는 대기업들이 국제적 위상에 맞도록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친서민 정책은 포퓰리즘” 정부의 최근 ‘친서민 정책’ 기조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출처는 지난주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반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4일자 한경연 홈페이지와 회원 대상 이메일에 실린 ‘한경연 칼럼’을 통해 “(친서민 정책을 펴려는) 대통령의 실제 속내는 지극히 정치적인 것”이라며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패한 뒤 현 정권에 대한 친기업 인식을 변화시키고 야당으로부터 친서민 정책 이슈를 빼앗아 하반기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서민 정책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현 정권의 친서민 정책이 포퓰리즘이 되면 참여정부를 포퓰리즘으로 비판해 집권한 이 대통령이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 대통령이 서민을 위한다면 필요한 것은 ‘대기업 때리기’가 아닌 대기업에 대한 인정과 칭찬”이라면서 “정부 만능의 권위주의로 복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대기업, 中企를 동반자로”중소기업중앙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갑(甲)’과 ‘을(乙)’이라는 구시대적인 굴레를 벗어야 한다.”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동반자로 대우해 줄 것을 촉구했다. 중앙회는 성명을 통해 “중소기업 대다수가 경기회복의 온기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고 있다.”면서 “이는 일부 대기업의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와 불공정거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병문 중앙회 부회장은 최근 대기업들이 내놓은 상생협력 방안에 대해 “진정한 상생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면서 “실질적인 상생을 위해서 대기업 총수 등 책임 있는 분들이 중소기업들과 막걸리라도 한잔하면서 직접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감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 부회장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내려진 벌금이 정부에 귀속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입은 피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소상공업계도 일부 대기업들이 대기업슈퍼(SSM)뿐만 아니라 도매업 등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뛰어들어 유통망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재임용 불이행 대학에 배상 판결

    민사상 손해액뿐만 아니라 형벌적인 요소의 금액을 추가로 포함시킨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선례가 될 만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3부(부장 정진경)는 12일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교수 재임용을 거부한 학교법인을 상대로 김모(42·여)씨가 낸 해임처분무효확인 소송에서 3억 89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5년가량 수업할 기회를 박탈하고 끝없는 법적 분쟁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면서 “피고의 집요하고 악의적 행위에 따른 원고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3억원과 받지 못한 임금 8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재판부는 “소송 결과를 따르는 것은 법치국가 시민의 기본 의무인데도 대학은 대법원 판결도 무시한 채 피해자의 재임용을 거부했다.”면서 “이는 사법부의 존재를 무시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학교로서 존립가치도 회의케 하는 행위”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클릭 월드 Law] 영국 새 ‘기업책임법’

    [클릭 월드 Law] 영국 새 ‘기업책임법’

    최근 영국은 근로 중 사고 등으로 인한 사망에 대하여 회사로 하여금 무거운 벌금형을 부과하는 ‘과실치사에 관한 기업책임법’을 마련했다. 이전에는 영국도 한국과 유사하게 회사의 간부급 직원 개인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을 때에만 회사가 형사상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개인 회사처럼 간부 개인과 회사를 동일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면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신법에서는 간부 개인의 잘못을 입증하지 못해 처벌못하는 경우에도 회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경우, 회사에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벌금액수는 제한이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가 처벌받은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도록 의무를 지울 수도 있다. ●회사 주의의무 위반만 인정돼도 처벌 영국에서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선박침몰, 화재 등 대형사고뿐만 아니라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계를 보면 2006년 7월 한달만 하더라도 약 241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1992년 이후 34건만이 기소되었고 그 중 6건만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형사고뿐 아니라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에 대해서도 기업에 직접 형사책임을 지우는 일이 쉽지 않은 현실을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됐다. 결국 10여년에 걸친 입법 과정 끝에 지난해 7월26일 새로운 기업책임법이 의회를 통과하여 올해 4월6일부터 발효됐다. 이 법이 발효되면서 영국 기업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기업이 책임지는 요건은 완화된 반면, 책임 수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기업으로서는 사고 예방 활동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 대형 안전사고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기업경영에서 보건위생과 안전이 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되고 신기술을 도입하여 이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져 경영 전반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영국 여론은 이 법을 계기로 기업의 공중보건이나 안전 불감증에 대해 경종을 울리게 됐다며 크게 환영하고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법 제도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엄청난 규모의 벌금은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이는 결국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윤리적 책임 강조, 대형사고 예방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태안 앞바다 유조선 침몰 등 우리도 아픈 경험들이 적지 않다. 사망 사고는 아니지만 최근 생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온 과자, 세척제를 넣은 컵을 전달한 레스토랑 사고 등을 접하면서 기업의 이윤 추구에 공중위생이나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경우, 소송 남발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나 기업의 과중한 부담으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 그리고 당해 기업활동과 무관한 주주의 피해 등과 같은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주장도 있는 게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날로 늘어가는 기업 광고의 홍수 속에서 어떤 상품을 믿고 구입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점차 시장의 주인이 아닌 객체로 전락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기업이 국가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업 활동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도 커진다는 점에서 기업 윤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입법·시행된 영국의 이 법률에 의한 기업 책임 추궁의 제도적 뒷받침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민경 법무법인 (유한) 태평양 실무수습 연수생 (제38기)
  • 재벌 ‘고삐’ 풀렸다

    재벌 ‘고삐’ 풀렸다

    지난 20여년간 유지돼 온 재벌 규제가 앞으로는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친기업 정책’을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의 입장을 180도 바꿔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다 나머지 규제도 존속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재계가 요구해 온 ‘규제의 전면 철폐’에는 미치지 못해도 공정위가 사실상 재계에 ‘백기’를 든 셈이다. 하지만 재벌들의 소유지배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폭적인 규제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공정위의 역할이 기업활동을 위축시켰다.”고 지적했지만 공정위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100% 동의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출총제와 상호출자금지에 대한 당위성과 긍정적 효과를 나열했다. ●재벌 규제의 ‘전봇대’ 확 뽑는다? 공정위가 1987년 도입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6월까지 철폐하기로 함에 따라 삼성·현대차·롯데·GS·금호아시아나·한진·현대중공업 등 7개 그룹 25개 계열사는 앞으로 출자에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지금은 자산의 40% 이내에서 출자를 허용하고 있다. 1986년과 1992년에 각각 도입한 상호출자 금지와 채무보증제한 제도도 기준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 그룹은 지난해 62개(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지정된 뒤 연말에 제외)에서 올해 41개로 줄게 된다.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02년 42개 그룹과 같아져 사실상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을 빼고는 과거 30대 그룹만 규제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자산규모가 2조∼5조원이던 하이트맥주 등 20개 그룹은 7월부터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금지 이외에도 ▲대규모 내부거래시 이사회 의결과 공시 ▲비상장 계열사의 소유지배구조와 재무상황 공시 ▲출자거래 자료 제출 등의 의무화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재계 ‘거침없는 하이킥’ 괜찮나 공정위는 직권조사와 현장조사도 소비자 피해가 큰 경우로 한정, 조사에 따른 기업들의 불만 해소에 부응했다. 금융과 통신 등 다른 부처와의 중복규제도 피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사를 제한하는 기준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사전적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출자현황에 대한 공시제도를 도입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순환형 출자에 대한 규제는 속수무책이다. 대신 가스나 이동통신, 자동차 등 독과점 업종의 폐해와 유류, 은행수수료, 학원비, 통신요금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 등에는 규제와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지 않고 상호출자 규제완화로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쉬워진 상황에서 공시만으로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능한 경영진이 퇴출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포괄적 집단소송제 등 최소한의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문일 이두걸기자 mip@seoul.co.kr
  • [Seoul Law] 불량 먹거리 처벌은 쥐꼬리 구제는 별따기

    [Seoul Law] 불량 먹거리 처벌은 쥐꼬리 구제는 별따기

    ‘생쥐깡’ 파동에서 드러나듯 불량 먹거리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고 형사처벌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25일 불량식품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방침을 밝혀 소비자 피해구제가 실효성있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현실적으로 제조사 책임 묻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생쥐깡과 같은 사안은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제조 공정상의 문제로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고 전자동 공정 중 발생한 문제의 경우 형사처벌은커녕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고의성과 과실책임 등을 고려하더라도 제조사에 도덕적 책임 외에 재산적 책임을 지우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는 사안은 식품위생법 위반사건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법정형은 사안에 따라 최고 5년 이하의 징역형에서 3년·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처벌수위가 높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기소해 실형을 선고받으려면 국민건강에 해악을 끼친 점이 명백해야 하는데 불량 먹거리를 유통시킨 점만으로는 형량이 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사사건의 경우, 손해를 배상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재판과정에서 힘든 것보다 소송제기 자체의 어려움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지렁이라면’ 사건에서 소비자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올해 1월 확정됐다. 소송비용이 손해배상액보다 더 들어가는 현실에서 나온 의미있는 판결이다. 그러나 소송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사소송은 소송비용이 배상액보다 큰 ‘배보다 배꼽이 큰 소송’이기 때문이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부담과 비용적인 부담면에서 피해자들은 대부분 분쟁을 피하려고 한다.”면서 “소비자의 권리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하고 규제 엄격 적용해야 불량 먹거리 파동이 이어지면서 정부에서 도입방침을 밝힌 집단소송 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손해 원금과 이자만이 아니라 형벌적인 요소로서의 금액을 추가적으로 포함시켜 배상받게 하는 제도다. 징벌적 손배제는 기업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불량 먹거리 사건에도 넓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법무법인 지성의 최영동 변호사는 “일반 손해배상은 실제 증명된 손해만 배상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은 증명되지 않은 손해까지 고려해서 손해배상하는 것”이라면서 “기업이나 특정집단이 소비자에게 가해행위를 했다면 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거나 이익보다 큰 액수를 손해배상하도록 해야 실효성 있는 제재가 될 것”이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으면 불완전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훈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여부를 적극 검토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집단소송제도 도입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밝혔다. 소비자기본법상 단체소송의 경우, 소비자 권익 침해행위의 금지, 중지를 요구할 뿐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제정된 제조물책임법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선 엄격한 적용으로 기업들이 언제든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손해를 무릅쓰고 문제가 확대되기 전 제품에 대한 자발적 리콜 조치를 내린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쉬쉬하다, 문제가 확산돼 비난이 거세지면 어쩔 수 없이 리콜조치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법무법인 서해의 장원철 변호사는 “제조사의 고의성을 찾을 수 없지만 안일한 제조공정상 실수가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책임의 범위를 확대하면 기업도 제조공정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먹거리 사건 판결을 보니… 식품위생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한 해에 1000건이 넘는다. 불량 먹거리 사범에 대한 법원의 처벌 유형을 분석해봤다. ●실형선고 사례 드물어 최근 5년간 식품위생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처리 형태를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많았다. 대부분 관할 관청의 영업허가를 받지 않고 무허가로 운영하다 적발된 경우였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식품 자체로 인한 사건은 드물었다. 건강을 위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먹어봤을 인삼의 경우, 중국삼을 국내삼인 것처럼 속여 판 업자들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모든 음식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춧가루의 산지를 속여 판 업자도 역시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해물탕이나 찜에 어김없이 들어가는 미더덕의 경우에도 변질된 것을 대량 유통시킨 업자에게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 가짜 한우의 경우 실형부터 벌금형까지 다양했다. 유통기한을 넘긴 삼겹살도 가짜 한우와 비슷한 형량을 선고받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명 ‘쫀디기’의 경우에도 불량 먹거리라면 형량은 높았다. 빵에 넣으면 안 되는 화학물을 넣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이밖에 중국산 오징어를 국내산처럼 허위표시해 유통시킨 경우 벌금형이 선고됐으며, 노점상 신고를 하지 않고 위생과 내용물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원료로 강정을 만들어 팔던 사람에게는 5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복어는 실형선고 하지만 일부 식품의 경우, 실형선고도 있었다.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이었다. 지난해 9월 부산지법 형사항소부는 수입이 금지된 복어를 밀수입한 뒤, 음식점 등 시중에 유통시킨 정모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3월에 추징금 2억 5340여만원을 선고한 1심을 유지했다.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1년3월의 실형선고는 충격적인 일로 평가됐다. 당시 재판부는 “일반 대중을 수요층으로 하는 식음료의 안전성과 관련한 각종 법령상의 규정은 국민건강 확보 차원에서 엄격히 준수되어야 한다.”면서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치명적 독성으로 인한 건강상 우려 때문에 수입이 금지된 복어살·복어껍질 등 복어 부산물을 수입이 가능한 원형 복어인 검은 밀복으로 품명을 허위 신고하는 방법으로 위장해 국내에 밀수입한 후 시중 음식점 등에 판매하고, 약 10개월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밀수입된 위 복어 부산물이 시중에 판매됨으로써 국민건강에 미쳤을 수 있는 해악 등에 비춰보면 원심의 형량은 적정하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복어의 독이 사람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관련된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엄하게 처벌한다는 법원의 의지가 반영된 판결이었다. 2004년 미국산과 호주산 수입고기를 국내산 한우인 것처럼 속여 판 혐의로 기소된 유명 한우갈비 전문점 대표 윤모씨는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법 최종두 판사는 “소비자들에 대한 사기죄 성격을 겸하고 있으며 식당 매출규모가 8개월에 12억원을 넘는 등 매출액이 큰 점을 고려할 때 죄질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었다. 또 니코틴이 함유된 물을 금연보조제로 속여 판매한 고모씨도 1심에서 징역10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만들어진 물이 유독성 물질에 가까울 정도로 니코틴이 함유되고, 위생관리를 하지 않아 세균이 검출된 음료를 일반인에게 방문판매 형식으로 다량 판매한 점과 음료의 안전성이나 효험 등에 대하여 터무니없는 허위 광고를 한 점 등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국민보건의 안전성에 매우 중대한 침해를 가져왔다는 이유에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효과적인 소비자 권리 보호방안은? 정부가 25일 불량식품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방침을 밝힌 것은 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온 새우깡이나 칼날이 들어 있는 통조림 사건에서 보듯 끊이지 않는 소비자 우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대한 화답이다. 하지만 국회는 그동안 기업활동 위축을 이유로 입법화에 부정적이었던 터라 18대 국회에서의 입장변화가 주목된다. 현행 소비자권리구제방안으로는 소비자 집단분쟁조정제도와 소비자단체소송, 증권분야 집단소송이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제도는 같은 피해를 본 소비자 50명 이상이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배상결정이나 계약이행 등 조정을 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3월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20건이 접수돼 11건이 처리됐다.11건 가운데 7건은 집단분쟁조정사건으로 인정됐으나 사업자와 소비자간에 조정이 성립된 건은 3건에 불과하다.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인 단체소송제도는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법무법인 서린의 장진영 변호사는 “소송 남발 등의 폐해를 우려한 재계 등의 반발로 집단소송이 아닌 단체소송이 도입됐으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도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효력이 없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비자단체가 원고자격을 갖는 단체소송과 달리 집단소송은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는 다수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도입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을 통해 증권 분야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집단소송 제기는 한 번도 없었다. 법조인들은 그 원인으로 비용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인 이성훈 변호사는 “인지대만 5000만원이고 기타 광고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1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집단소송을 낼 수 있다.”면서 “남용을 방지하는 명분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집단소송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청의 불량식품에 대한 과학적 검증 시스템 등 실효성 있는 집단소송제가 마련되면 엄격하게 대상을 한정하더라도 문제가 된 새우깡이나 통조림과 같은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을 먹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집단소송을 통해 판매수익만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람들뿐 아니라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손해배상액을 나눠 갖고 남는 돈은 국고로 환수해서 식품안전을 위한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공정거래 독버섯 카르텔] (5) 전문가 좌담

    [공정거래 독버섯 카르텔] (5) 전문가 좌담

    서울신문은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 추진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에서 간과되기 쉬운 기업의 윤리성 제고를 위해 카르텔 실상과 대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했다. 지난달 27일 본사 4층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한국경제연구원 이인권 선임연구위원, 군산대 경제학과 이의영 교수(경실련 상임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정재찬 카르텔조사단장(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사회는 박현갑 기획탐사부장이 맡았다.2시간 정도 이어진 좌담 내용을 정리한다. ▶담합은 어떻게 일어나고 있나. ●이의영 교수 카르텔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특히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 카르텔이 문제다. 그 중 일부가 적발되는 것이고 적발되지 않는 카르텔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최근 들어 카르텔 적발 건수가 늘어나고 과징금 액수도 급증하고 있는 것은 카르텔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어느 나라에서나 시장의 경쟁질서를 해치는 중범죄로 취급하는 카르텔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역량이 집중되기 때문인 것 같다. ●이인권 연구위원 담합은 고대 노예시장에서도 발견된다. 문제는 담합 규모와 정도인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거나 낮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신문기사에서도 보면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에서 물증을 가지고 담합으로 드러난 사실은 보도하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확실한 물증 없이 공개적으로 기업의 이름을 노출시키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 또 담합이라는 것이 쉽게 일어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담합이 유지되려면 모든 카르텔 참가자들이 만족할 정도의 가격설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담합이 어떤 시장구조에서 용이하고, 어떤 구조에서 어려운가 하는 분석을 하면서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이 교수 난 생각이 다르다.1999년에 카르텔일괄정비법이 통과됐다. 그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담합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 연합회와 협회가 무수히 많다. 그들의 주 목적은 담합이다. 담합은 수십가지 종류가 있다. 거래의 극히 일부 조건만을 담합해도 담합이다. 협동조합은 예외로 명시돼 있지만, 협동조합이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서로 가격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기본업무로 명시돼 있다. 이것도 중요한 카르텔인데,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카르텔이 죄의식 없이 당연한 업무나 역할로 인식되면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재찬 카르텔조사단장 카르텔이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법 위반인지 아는 경우도 있고 모르는 경우도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 담합이 고질적으로 일어나나. 분석해 보자면 우선 사업자단체들이 카르텔을 유발하는 환경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협회에서는 보통 모임을 한다. 여기서 법 위반을 의식하지 못한 채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한다. 유교적인 온정주의도 한몫한다. 함께 모여 공통사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카르텔을 통해 얻는 이익이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근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기업이 경쟁하면 얼마나 피곤하겠나. 기술경쟁이나 가격경쟁 등 모든 면에서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담합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적발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보니 그 유혹은 계속된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한도는 매출액의 10% 정도다. 업체들로서는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과징금으로 인한 손해보다 많다 보니 계속해서 담합한다. 과징금 액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 단장 우리나라도 제도적으로는 선진경쟁강국과 비슷한 수준이다.2005년 법을 개정해 과징금 부과한도를 매출액의 10%까지 올렸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과 같다. 다만 실질적으로 과징금을 많이 부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적발되는 카르텔이 대부분 2005년 이전에 일어난 행위이다 보니 그때 적용 수준인 5%를 적용, 부과율이 낮기 때문이다. 자진신고자에게 감면혜택을 주는 것도 이유다. 업계에서 왕따가 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진신고를 했기 때문에 일종의 인센티브로 감면혜택을 준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과징금 규모 자체만 갖고 처벌 수위를 논하기는 어렵다. 현행법은 행정처벌인 과징금과 형사처벌을 병행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형사처벌만 하고, 유럽연합은 과징금만 부과하는 등 한 가지 수단만 갖고 처벌한다. ●이 교수 본질적으로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사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외국은 카르텔을 중범죄(felony)로 본다. 형사처벌 대상인데 우리나라는 행정처분인 과징금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있다. 물론 과징금 자체가 적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정위와 공정거래법이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창달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불공정거래행위로 피해받는 경제주체에게 보상이 돼야 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제어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과징금을 바라봐야 한다. ●이 위원 각종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은 담합했을 때 기대이익보다 규제비용이 많아졌다. 담합은 점차 억제될 것이다. 과징금에는 두 가지 성격이 있는데, 행정제재와 부당이익 환수다. 대법원 판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차후에는 피해자가 스스로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를 배상받는 제도가 활성화될 것이다. 공정위 과징금은 행정제재에 머무르고 부당이익 환수는 피해자가 사적구제소송을 통해서 배상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선진국의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손해배상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공정위 과징금도 받고 손해배상소송도 당해 실질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처럼 시행되고 있다. 이런 것을 감안해 앞으로 과징금이 어떤 성격으로 어떻게 부과돼야 할지 공정위나 학계에서 고민해야 한다. ●이 교수 이 박사 말처럼 사적소송이 활성화돼야 하나 현재는 상당히 미흡하다. 예를 들어 3∼4년 전만 해도 공정거래법에 공정위 심결이 끝나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었다. 행정법 체계와 민사법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합리한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개정이 됐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손해배상은 손해액만 배상되고 과징금은 정부 수입으로 돌아가지 않느냐. 다만 과거보다 많은 징벌이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 위원 과징금도 부과하고 손해배상도 한 사례가 있다. 군납유 담합과 관련, 법원은 국방부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관련 업체에 810억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었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많아질 것이다. 과징금은 행정제재적인 성격에 국한해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적 피해는 소송을 통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이 교수 불법행위 재발방지 구조를 갖추려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감시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공정위에 의한 기업의 감시체계에 불과하다. 미 대법원 판례는 윙크 한번만 해도 카르텔이다. 밥 한번 먹어도, 잘해 보자 한마디 했어도 카르텔이다. 명시적 협약서를 어느 바보가 만들겠나.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카르텔은 개선될 가능성이 약하다. ●이 위원 공정위가 중소 규모의 시장에 대해서도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공정거래법 집행의 사각지대가 있다. 예컨대 학교에 공급되는 급식이나 기자재 등 세밀한 부분도 공정위에서 균형있게 감시했으면 좋겠다. ●정 단장 카르텔을 근절하려면 행정처벌, 형사처벌, 나아가 소비자에 의한 손해배상제도가 같이 맞물려 가야만 한다. 그중 한두 개만 가지고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징금으로 처벌하고 형사고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환원명령은 못 한다. 모든 품목의 원가를 계산하고 정부가 개입해서 얼마까지 내리라고 할 수 없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과징금을 높게 해서 자연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술개발이나 서비스 품질 개선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사적소송이 활성화되려면 어떤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나. ●정 단장 과거에는 소송 당사자가 피해액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법을 바꿔서 판사가 정황을 판단해 간주하도록 했다. 또 공정위 심결 확정 전에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했고, 자료열람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드는 등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주권의식을 갖고 기업의 담합을 견제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상당수는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 시민의식이 없는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아 그렇다. 세제를 사서 3000원 손해 봤는데 누가 몇년 동안 수천만원 들여 소송하겠나. 우리나라도 단체소송제를 도입했지만 진입장벽이 높다. 소비자들을 모아서 단체소송하는 게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할 일이 아니라 로펌이 할 일이다. 소송천국이 된다지만, 그게 법치주의 아닌가. 이런 것들이 축적되면 제도들도 정비될 것이다. 사전적 예방 기능이 강화되는 거다. 불법행위를 하면 기업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 위원 그러나 집단소송제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미국도 집단소송의 폐해가 상당히 많다. 변호사들이 나서서 주도하지만 비용만 챙기고 소비자들은 몇푼 못 건지는 경우도 있다. 법원에서 최종 판결된 것도 거의 없다. 법원 밖에서 기업들이 이미지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주는 거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이 위원 경제검찰로서 공정위가 사안을 다루는 것과 달리 검찰이 직접 다룰 경우, 기업이 느끼는 부담감·위축감의 정도가 다르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시기상조다. 지금도 공정위가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형사고발하고 있다. 굳이 검찰이 독자적으로 형사소추할 필요까지 있는지 회의적이다. 이런 점에서 공정위와 입장이 같다. ●이 교수 본질적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문제다. 당사자가 왜 법에 호소하지 못하고 행정부에 호소해야 하나. 전속고발권은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실체 규정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집행할 때 전속고발권에 의해 발목이 잡힌다. 카르텔로 피해를 입었어도 검찰에 형사고발도 못하는 것은 안 된다. ●정 단장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공정거래사건을 똑같이 보면 안 된다. 일반형사사건은 행위양태만 보고 법위반 여부가 결정되지만, 공정거래사건은 종합적인 판단분석이 필요하다. 그런 특성 때문에 전속고발권을 가져야 한다. 또 전속고발권을 폐지했을 경우 전문적이고 복잡한 기업활동을 검찰이나 경찰이 조사하며 인신구속 등을 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또 공정위에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나 경찰이 개입해 같이 조사해서 다른 판단이 나오게 되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나아가 조세범처벌법에도 전속고발권 제도가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전속고발제의 타당성을 이미 인정했다.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지금도 검찰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이 교수 먼저 공정위보다 검찰 경찰의 역량이 안 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 공정위 출범 초기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문성이 강화되게 마련이다. 또 사법부와 공정위간 의견차가 날 우려가 있다 하시는데, 그야말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쟁체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 기업활동 위축에 대해서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지난해 법학교수·변호사 등 전문가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약 80%가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데 필요한 요소다. 조세범처벌법상의 전속고발권도 얘기했는데 세무당국이 당사자인 만큼 전속고발권을 당연히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경우, 담합에 따른 피해 당사자는 국민들 아니냐. ●이 위원 다른 나라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카르텔을 다루지만, 미국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사안을 다룬다. 법무부 안에 반독점국이 있는데, 유능한 경제학자도 많고 분석능력도 있다. 검찰이 수사한다 해서 기업이 위축받지도 않는 등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검찰의 상징성도 있다. 또 전문성이 하루이틀에 축적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고도의 기법을 요하기 때문에 검찰이 공정거래사안을 다루는 것은 무리하다고 본다. 사회 박현갑 기획탐사부장 정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처벌 빠진 차별금지법

    헌법에 규정된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이르면 내년 말 시행된다. 법무부는 28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인종 등을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다음달 2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안 도입을 권고한 뒤 1년 3개월여 만이다. 법안은 이르면 올 11월 법제처 심사와 국회 의결을 거쳐 공포된 뒤 부칙에 따라 1년 이후인 내년 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차별금지법안은 우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인종 등을 이유로 고용이나 재화·용역의 공급 및 이용, 교육과 직업훈련, 법령·정책의 집행 등에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하거나 제한·배제하는 것을 금지했다. 괴롭힘이나 차별을 위한 표시, 이를 조장하는 광고 행위까지도 차별로 간주해 엄격한 법 적용을 지향했다.차별 피해 신고는 피해자 본인은 물론 차별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도 가능하게 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차별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원칙적으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지만, 차별을 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도 차별금지법안에서 금지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직무 등 정당한 사유에 따른 행위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하지만 법안은 공청회 등에서 “피해 당사자가 차별을 입증하기보다 차별한 사람에게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강제이행금 부과, 시정명령권 등 적극적 형태의 구제 조치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실효성을 확보할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인권국 홍관표 서기관은 “차별금지법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처음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적용하는 포괄적 기본법”이라면서 “일반 법령에 개별법과 같은 형사처벌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고 입증 책임도 분담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 고용정책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50여개의 개별 법률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번 법안은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첫 일반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그러나 인권위가 권고했고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도 지적됐듯이 시정명령, 강제이행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적극적 형태의 구제조치가 빠져 실효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바지소송/ 이목희 논설위원

    18세기 영국 신문의 삽화. 피고·원고를 젖소로 묘사하고, 양 옆에서 변호사가 젖을 마구 짜는 내용을 그렸다. 소송만능주의를 부추겨 변호사만 배를 불리는 세태를 꼬집는 것이었다. 이런 풍조는 미국으로 건너가 더욱 심각해진다. 미국의 소송 관련 사회 지출은 한해 200조원이 훌쩍 넘는다. 2002년 성폭력 용의자 하비 테일러는 플로리다 경찰을 고소했다. 이유는 “왜 나를 빨리 못 잡았나.”였다. 경찰을 피해 다니다 눈밭에서 동상이 걸려 발가락을 두개나 잘라야 했다고 항변했다. 영미식 소송만능주의의 하이라이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1760년대 영국 법원의 판결에서 비롯되어 미국에서 애용되고 있다.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때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배상을 명령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천문학적인 배상을 받아내는 게 대다수 미국 변호사의 꿈이라고 한다. 한인 세탁업자와 ‘바지소송’을 벌인 로이 피어슨 워싱턴 행정심판소 판사 역시 소송만능주의에 찌든 인물이다. 그가 한인 세탁업주로부터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바지의 가격은 75만원 남짓. 그런데 500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하다니, 정신이상이 의심될 정도였다. 다행히 미국 법원은 세탁업주 정진남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무리 소송대국이지만 상식의 힘이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우리 사회에서도 소송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대선판에 난무하는 고소·고발이 하나의 방증이다. 조만간 법률시장이 개방되어 영미식 풍토가 자리잡으면 소송천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피어슨 판사는 정진남씨가 ‘고객만족 보장’이란 문구를 내건 점을 문제삼았다. 정씨가 소규모 세탁소를 운영했기에 이겼지, 대기업이었다면 결과가 어찌 됐을까. 과대광고뿐 아니다. 개를 짖게 해 남의 기분을 망치는 소소한 일도 소송감이 될 수 있다. 정씨는 “피어슨 판사를 용서하며, 재임용 탈락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인정이 남아있는, 한국적인 발상이다. 그가 500억원 송사로 2년 동안 당한 고통이야말로 바지 한벌 유고에 비할 바 아니다. 엄청난 역(逆)손해배상 청구권을 포기한 미덕에 피어슨 판사는 감사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징벌적 배상제 도입 무산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징벌적 배상제의 도입이 무산됐다. 또 집단소송제, 국민소송제의 도입도 미뤄졌다. 대통령 산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18일 장관급 본회의를 열고 징벌적 배상제도 등의 도입 여부를 논의했지만 입법을 추진하지 않고 정부에 ‘정책건의’하기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사개추위는 장기적으로 징벌적 배상제 등의 도입에 대해 긍정적·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보고서만 채택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자가 악의적이나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권리나 법익을 침해했을 때 재발을 막기 위해 피해자가 실제 입은 손해보다 더 많은 액수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에는 인체에 유해한 크롬 성분을 불법 방류한 전기회사를 상대로 마을주민 600여명이 집단소송을 해 3억달러의 지급 판결을 받아낸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의 사례가 있다. 또 가슴 성형에 사용된 실리콘 소송, 담배 소송 등 집단소송에서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단체 등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와 기업의 투명성 등을 이유로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요구했지만 대한상의 등 재계는 “악의적인 소송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도입을 반대해왔다. 사개추위는 집단소송제에 대해서는 소송 남발로 기업경영이 위축될 우려가 있고 확대되고 있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의 추이 등을 지켜보면서 검토하자고 결론내렸다. 또 도입 여부를 놓고 정부측 위원들이 반대했던 국민소송제도 도입이 무산됐다. 국민소송제는 19세 이상 국민이 일정 수 이상 연서를 해 국가기관ㆍ공공단체의 위법ㆍ부당한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고 감사로도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으면 감사 청구에 참여했던 국민 누구나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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